사카노 카제:외롭다라... 그저, 따로 먹으면 그대가 음식에 무엇을 탔는지 의심하지 않겠나? 함께 들게.
필세여화:마음이 허해?
사카노 카제:(......ㅋ....)
필세여화:그 웃음 뭐여
사카노 카제:아닐세 (제법 웃긴 말을 한다 싶다...)
귀왕, 그러니까 사카노 카제는 엉뚱한 소리나 하며 당신을 안쪽으로 인도하고……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성찬을 보며 당신은 잠깐, 놀랍습니다.
죽여야 할 상대와 이런 진수성찬을,
사이좋게 식사라니요!
필세여화:그래 뭐...
음식이 맛있어 보이니...
(침 꼴깍)
식탁 위에는 온갖 종류의 육류,
배를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국거리.
갓 지은 듯한 쌀밥,
그 외 온갖 반찬거리들까지.
성대하게도 차려놨습니다.
필세여화:...이건 나도 궁에서 못 먹던 진수성찬인데
폐하만 드실 수 있는..
요괴들은 썩어가는 시체나 뜯어먹을 줄 알았는데,
필세여화:뭐... 그런
허ㅏㅊㅁ
귀왕이라 다른 걸까요?
필세여화:참
역시 왕은 왕이라 이건가
사카노 카제:않게나.
필세여화:그럼 뭐 사양 않고~
(착석)
(그렇지만 선뜻 먹지는 못한다)
(여전히 찜찜함이 남아있다)
...
사카노 카제:(맞은편에 앉고 먼저 숟가락을 들어 국을 한 숟갈 떠먹는다. 네가 먼저 먹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필세여화:아까 뭐, 대화 하자고 하지 않았나?
(그 모습을 지켜보다 똑같이 국을 든다)
(적어도 국에는 독이 없다는 거군)
사카노 카제:그래, 아무 말도 안 하고 이렇게 앉아있는 건 꽤나 지루하지 않아? (네가 똑같이 먹는 걸 보고는 앞에 양고기도 들어 한 점 먹는다.)
필세여화:(근데 일단 음식이 들어가니 절제력이 무너져가고...)
(양고기도 따라서 냠)
나 생선도 먹고 싶으니 그것도 먹으쇼
그래야 내가 먹을 수 있잖아
지루한가?
왜?
필세여화:밥 먹을 때 대화하는 성격?
사카노 카제:대장군이라 당당한 건가, 사람이 그런 건가. (네 말에 고분고분 생선도 먹는다.)
필세여화:(와 먹으란다고 먹네)
(신기하다 내가 귀왕을 조종하나? ㅋㅋ)
뭐, 대장군이라서 그렇지?
난 두렵지 않아
그렇게 자랐으니까
(허세)
사카노 카제:이곳은 매일이 똑같으니까 말이야. 무엇보다 이렇게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오랜만이니. 말해주게, 여기까지의 여정은 어땠는지.
필세여화:'사람'이 그리워서 날 살려둔 건가, 그럼?
여정이야 뭐... 별 거 있나.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다 알고 있는 거 아녀?
네 수하일 거잖아
아, 중간에 이상한 놈들도 만나긴 했는데.
사카노 카제:글쎄... (사람이 그립다라는 네 말에 제대로 된 답은 주지 않았다.) 말했지 않은가, 설마 그 꼴로 이 나와 싸우겠자는 건 아닐테고. (상처투성이인 네 팔다리를 흘깃하고는) 이상한 놈들?
필세여화:무슨.... 그분들?
위대한 그분들?
가암히 천한 사람의 입에는 담지 못할 그분들을? 모시는?
그런 이상한 놈들
뭐 사이비니 미친놈이니 그렇겠지
(그렇다기엔 능력이 있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다)
사카노 카제:(네 말에 가만히 머리를 굴려본다.) ...모르겠네만... 그래, 이상한 놈들은 늘 있지.
필세여화:그렇지.
당신도 그렇고
... 잠깐, 걔네들도 당신의 수하 아녀?
아닌가? 사람이 그립다고 했으니..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린다)
사카노 카제:그대도 만만치 않게... (이상한데... 말을 끝내지는 않았다.) 아닐세. 그것보다, 대장군의 삶은 어땠는지 말해주지 않겠나? (샐러드도 집어서 먹는다. 오물오물...) 내 수하는 아니야.
필세여화:그대도 뭐, 뭐, 뭐, 말해 봐
사카노 카제:...대장군스럽다고.
필세여화:(한껏 째려보며 당신을 따라 샐러드 오물오물 먹는다)
.... 흥
대장군의 삶이 왜 궁금한가 싶네
당연히
당신을 죽이기 위해
교육받고 훈련하고
필세여화:그걸 거의 20년이나 해왔는데
이런 이야기 들으면 불쾌하지 않나?
아니면 이렇게 자신을 죽이기 위해 온 삶을 바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즐거운가?
그런 취향?
그리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
필세여화:그럴 판단도 사실 들지 않고
그냥 태어난 것 자체가, 그 목적이니까
판단할 게 있나...
사카노 카제:이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던 것인데, 지금 다시 한번 듣는다고 해서 기분이 크게 달라질까 싶군.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몇 술 뜨지도 않았지만 더 먹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쯤되면 음식에 독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 테지. 편히 식사하게. (그리고 가만히 네 이야기에 귀를 귀울인다.) 본인에게 그런 취향이 있는줄은 몰랐군. 그대의 삶의 목적이 그러했다면.... 나는 어떨 것 같아?
필세여화:흠.......
아무 생각도 안 들지 않지 않나?
당신은 귀왕이잖어
누군가 당신을 항상 죽이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당신을 죽인다는 그 목적 하나를 위해 삶을 통채로 바치는 그런 사람이 있을 거라는 거
당연할 거라 생각이 들지 않나?
필세여화:충격이라든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근데, 왜 안 먹어? 맛있는데. (게걸스럽게와 아닌 것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식사를 계속한다.)
항상 먹던 것들이라 그리 맛있게 느껴지지도 않나봐?
그런 건 좀 부럽네.
아니 잠깐만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오독한듯
필세여화:잠시만요
귀왕의 삶의 목적 묻는 거죠
사카노 카제:(네네 근데 편하게 대답해두 돼요 나도 동문서답하면 되니까(ㅋㅋㅋㅋㅋㅋ))
필세여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시만요~ 다시 갈게요~
컷!
컷!
필세여화:당연히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태어난 존재 아닌가?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당신을 저지하기 위해, 당신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거겠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같이 한다니.... 불편하다)
(계속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드문드문 먹게 되었다)
사카노 카제:(감정들이 옅은 미소 아래로 감추어진다. 한치의 요동도 없는 감정선을 유지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왜 안 먹냐는 말에 그저 고개를 옆으로 저을 뿐.) 나는 이쯤하면 되었네. (마지막 말에는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얼머부린다.) ...그런가. 그래, 세상이 저 모양이 되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그리고 날 죽여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대, 한 명 뿐만도 아닐테고, 그렇지? 그대가 그 모든 이들의 염원을 안고 총대를 매야하니... 책임감이 크겠어.
필세여화:글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내가 태어나길 천신께 염원했을 테고
그렇게 난 태어났으니
세상이 저지경이라 당신을 죽여야겠다-라는 건 아냐.
사실 태어나기도 그냥 평범하게 태어났겠지만?
하여튼 그렇게 자라왔으니까.
필세여화:그런데 말하는 꼴(부정적인 의미X)을 보아하니
당신때문에 세상이 요지경인 게 아냐?
아니 내가 뭐라하는 거야
이렇게 도란도란 식사하다보니 말려들었나
(중얼중얼... 셀프 대가리 한 대 꽁!)
사카노 카제:그렇다면 나를 죽이는 것이 그대의 천명이지. 그러함으로써 세상이 나아지던 안 나아지던, 안 그러나? 큰 고민할 필요는 없네. 귀왕은 내가 맞으니. (콩, 네 주먹을 가만히 보다가 식사는 어느정도 한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승부는 그대가 조금이나마 나아질 내일에 보세, 장군님. 정정당당한게 나을테니. 그 이전에 성이라도 둘러보지 않겠나?
필세여화:..... 저기, 대체 왜이렇게 친절한 거야?
좀 이해가 안 되는데.
죄책감 들게 해서 못 죽이게 하려는 속셈이야?
의도가 뭐여
사카노 카제:딱히 의도는 없다네. 그대가 대장군으로써 당당하게 자라온 것과 비슷한 취지가 아니겠나? 필요하면 더 그대의 머리속에 있는 귀왕의 모습으로 대해줄 수도 있는데, 연기는 익숙치가 않아서 말이야.
필세여화:내가 이렇게 점잖은 귀왕이다... 이런 건가?
... 생각했던, 배워왔던 모습이랑은 정반대구먼
... 잠깐
그러고보니 내가 나왔던 방, 거기 내가 왔던 적이 있어?
(아냐 내가 무슨 미친 질문을) ... 아니다, 못 들은 걸로 해
사카노 카제:그대가 배워왔던 나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군. (가만히 내려다본다. 네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겠나? 걸으면서 대화합세.
필세여화:식후 산책이라도 하자는 거?
정말 그저 오랜 친우같이 구네
... 뭐, 나쁠 건 없지. (맛있는 것도 먹었겠다, 당신이 적대적이지 않게 나오니 자신도 많이 누그러졌다)
이제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사악한 귀왕이라니,
아주 웃기는 소리입니다.
당신은 얼떨떨한 채 그를 따릅니다.
사카노 카제:그래, 식후 산책.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즐기지 않던가?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대청으로 간다.)
사카노 카제:(복도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그래, 그래서 그대가 배워 왔던 나의 모습은 어떻다고?
필세여화:아주 사악하고 세상을 멸망시킬 못!생긴 요괴?
사카노 카제:(뒤돌아보고) 그대가 보기에는 어떻나?
필세여화:..... 글쎄.
그는 복도 끝의 마지막 방에 대해서 입을 다뭅니다.
필세여화:뭐, 생각보다는...
...?
갑자기 뭐야.
잘만 떠들다
사카노 카제:생각보다는? (어느새 복도 끝까지 왔구나, 싶었다. 마지막 방에 고갯짓하며) 저기는 내 공간이니 들어가지 말았으면 해.
금기가 걸리면 더욱이 호기심이 동하는 법입니다.
문틈으로 보이는 건……
관찰 판정합니다.
필세여화: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예이)
언뜻, 안쪽에서 샛붉은… 색깔을 본 것도 같습니다.
문득 이곳까지 도달하기 전 자신이 흘리고 요괴들이 흘렸던 피가 떠오릅니다.
그의 말대로 시체라도 매달았을까요.
무언가 끔찍한 짓을 자행한 장소가 이곳은 아닐까요.
의구심이 들지만, 카제의 앞에서 지금 열어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필세여화:... 알겠어.
굳이 문제를 일으킬 이유는 없지.
그럼 귀성은 다 둘러본 건가~?
사카노 카제:답지 않게 고분고분하군. (복도 끝의 계단으로 발을 옮긴다.) 이쪽으로는 망루가 있어. 올라가볼텐가?
필세여화:아, 그럼 망나니처럼 날뛰며 굳이 열어보겠다 난동피우길 원했나? (깔깔)
좋지~ 경치도 보고.
사카노 카제:딱히 무언갈 원하지는 않았는데, 그럴거란 예상을 했지. 그 꼴이 되어서 내 성에 찾아왔는데 말이야.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발견된 너를 문득 떠올리고)
복도 끝에 난 계단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망루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높이 솟은 망루는 이제 별이 하나 둘 뜨기 시작하는 하늘에 맞닿을 듯, 쏟아지는 별을 맞을 듯, 아득하게 높습니다.
여기서 보면…
아주 저 멀리, 날씨가 좋은 날에는 민가가 어렴풋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한 차례 붑니다.
카제가 동시에 중얼거립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필세여화: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캬~)
사카노 카제:가끔은.... 사는 것은 어떨지.... 어렵겠지.
듣기 힘든 작은 목소리.
당신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었을 듯 싶습니다.
그러나…
귀왕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걸요.
필세여화:(혼란스럽다... 내가 배워온 귀왕이 얘가 맞나..)
너 진짜 귀왕 맞아?
사카노 카제:(빤히 바라보다가 네 목에 제 손을 올려 가볍게 쥐어본다. 힘이 하나 들어있지 않았지만 묵직한 손아귀가 네 목 하나 따윈 가볍게 부러뜨릴 수 있을 것을 알렸다.) 겉모습에 현혹되는 것은 좋지 않아. (웃는 얼굴로 서늘하게 말하고는 손을 물렸다.) 대장군으로 태어나 귀왕을 만나게 된 소감은 어떠한가?
성을 둘러본 소감이 어떻느냐며 묻는 그의 말은 그러나,
딱히 그 자체를 궁금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백 번 양보해 귀왕이 대장군이 아닌 처음 만난 사람에게 거처를 소개시켜준다 생각하고 있다라 치더라도,
친근하게 구는 양은 꼭 잘 아는 사람을 대하는 듯한 반응입니다.
도대체 이 요괴들의 왕은 무슨 속셈인 걸까요.
대화를 하다가도, 당신은 종종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필세여화:당연히 현혹되지 않아.
내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다. (당신이 쥐었던 목덜미를 만지작 거리며 말을 만다)
소감? 딱히 말하고 싶진 않은데.
아까부터 왜이렇게 내 생각을 궁금해할까?
사카노 카제:이런 대화를 한 것이 아주 오랜만이니까 그러네. 피곤한가? (묻고, 어깨를 으쓱였다.) 방으로 돌아가게나. 승부는 내일 보더라도.
필세여화:피곤하진 않은데.
꼭 돌아가야 하나? 좀 더 하늘을 보고 싶어
나 혼자서 좀 더 보고 돌아가면 안되나?
(당신을 스윽 돌아보며) 날 감시해야 해, 꼭?
아무 짓도 안 할게~~
사카노 카제:그래, 오늘같은 밤하늘은 자주 볼 수 없겠지. (감시해야 하냔 말에 고개를 젓는다.) 평안한 밤이 되게나. 내일 봅세. (그리고 자리를 물린다.)
그의 말이 현실성이 없습니다.
카제가 물러나고 당신은 홀로 남습니다.
별빛들의 당신의 머리위로 쏟아집니다.
필세여화:내일 보자니... 참.
도무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그렇잖아요,
요괴의 소굴에서 편안하게 잠이 드는 용사라니.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귀왕이 이상하게도 친숙한,
그러니까 꼭……
황궁의 이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그들과 똑같은 사람에 불과한 것 같다는 느낌이 차오릅니다.
……아뇨, 이럴 수는 없어요.
이런 건 있을 수 없어요.
당신은 그를 죽이기 위해서만 살아왔습니다.
그것만이 당신 생의 의미이자 목표이자 가치였는데.
귀왕이 저런 사람이라면,
저토록 인간적이라면,
그리하여 당신의 '악'에서 벗어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그저 먼 길을 한 명의 살인자가 되기 위해 온 셈입니다.
불안이 몰려옵니다.
당장 그를 죽여야 한다는 광기에 가까운 강박이 발밑까지 차들어옵니다.
필세여화:.... (손톱을 딱딱 깨물며 고민한다)
난,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이곳에서는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조금 걸어볼까요.
필세여화:(뚜벅뚜벅)
(방으로 돌아가서 검을 가져와야 하나)
그래도 괜찮습니다.
필세여화:(그럼 방으로 돌아가자~)
일단, 검을 가지고... 생각해보자
방으로 돌아가면 당신이 떠나왔을 때와 똑같은 모습입니다.
필세여화:(검을 챙기고 침상에 앉아 생각해본다)
여기 앉으니 또 그 망할 종이쪼가리가 생각나네..
지금은 밤이 어두웠으니...
몰래 성을 돌아다녀도, 괜찮지 않을까요?
조심만 한다면요.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그의 방이 궁금하지 않나요?
필세여화:거기만 들어가지 않으면 괜찮겠지만
역시... 거기가 궁금해
들어가지 말라면 들어가고 싶은 게 사람이지~
(그쪽을 향해 조심조심 걸어가자)
그럼요,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더욱 들어가고 싶은게 인간의 본능입니다.
결국 기름에 불 붙인 등잔을 들고서 방을 나섭니다.
빛이 가득히 일렁였던 천장은 별빛조차 투과해내지 못하고 검습니다.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만치 암흑으로 뒤덮인 궁 안.
대청에 피어있던 꽃향내는 기이한 마법 같고,
어슴푸레한 등불에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보며 당신은 조심조심 복도를 걷습니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아주 느리게……,
: ……서.
목소리입니다.
흠칫 멈춰섭니다.
누구일까요?
사카노 카제가 떠올랐으나, 이 넓은 요괴궁에 그 혼자 뿐일까요?
필세여화:(쉬바 역시 들켰나)
당신은 기척을 죽이고 어두운 복도를 더듬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나섭니다.
아, 저 방입니다.
복도의 맨 끝에 있는 저 방입니다.
아까 그가 보지 말라 막았던 그 방입니다.
문틈으로 촛불처럼 가녀린 빛이 비칩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빛줄기를 따라 문에 바짝 붙어서면,
사카노 카제:……소서.
사카노 카제 입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필세여화: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카노 카제:용서하소서. 제발 용서하소서…….
그리고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
필세여화:(뭐야...)
누구에게,
무엇을?
그가 일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듭니다.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신자가 아니라 제물처럼 초라하게 기도하며 꿇었던 무릎을 펴며 비틀거립니다.
돌아섭니다.
문틈으로 보이는 방 안.
시야가 한정적입니다.
은밀행동 판정합니다.
필세여화:
은밀행동
기준치:
55/27/11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열린 틈으로 당신은 방 안으로 들어섭니다.
인기척 없이, 돌아선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그리고 등잔을 들어 방 안을 보면,
자세히 볼 필요도 없습니다.
제발
필세여화:...
죽어
죽여줘
살고 싶어
죽고 싶어
……시커멓게 굳은 피입니다.
필세여화:이건 대체...
벽에 피로 온통 낙서가 되어 있습니다.
미치광이가 칠갑을 해 놓은 듯한 이 방에서 그는 무얼 기도하고 있던 걸까요.
인간의 피.
어두운 방.
그의 그림자를 다시 봅니다.
악귀의 왕.
이성 판정합니다.
필세여화: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동 없습니다.
나아가려 했던, 혹은 물러서려 했던 당신의 발에 무언가 툭 걸립니다.
그 소리에 카제가 섬뜩한 속도로 돌아봅니다.
필세여화:(아나)
사카노 카제:그대.
발밑을 보면 작은 서책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필세여화:아하하, 이것 참
당신이 든 등잔 아래가 어두워 카제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떡할까요?
필세여화:(당연히 봐야죠!!)
(슬슬 서책을 주워 펼쳐 볼 수 있나?)
그의 시퍼런 눈 앞에서요?
필세여화:흠..
그러면 챙기기만...
흐릿한 적안이 촛불의 불 너머로 일렁입니다.
책을 그가 보지 못하도록 몰래 챙깁니다.
필세여화:(좋았어)
(근데 일단 이 방에 들어온 것 자체가 망한듯)
흠큼
여기서 뭐해?
사카노 카제:이곳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필세여화:아니, 그건 아무도 없을 때인 줄 알았지
네가 있으니 들어와도 되는 줄 알았고, 나는?
문도 잠겨있지 않았고?
자, 잠그지 않은 네 잘못 아닌가?
그렇게 나랑 이야기 하자고 하더니
막상 내가 할말이 있어 들어오니 되게 싫어하네~
사카노 카제:들어올 것을 알았다면 잠구었겠지. (이런 상황에서도 미소는 유지했다. 이제는 얼굴에 가면이라도 씌어 놓은 듯한 얼굴이었다.. 패인 볼 한쪽 구석에 그림자가 짙게 들어섰다.) 어떤 할 말?
필세여화:.... 잘 자라는 말?
아까 못한 것 같아서.
들어올 걸 알았다면 잠구었을 거라니, 그리도 나르 믿어줬다니 고맙네~
사카노 카제:(꿈뻑) 할 말은 그게 단가?
필세여화:.......................
어어 그리고
나도 이제 들어갈 거라고
사카노 카제:...해가 뜰 거야.
달빛조차 닿지 않는 그믐입니다.
등불의 빛만이 아른거리는 성 안.
필세여화:벌써?
사카노 카제:그때 결말을 내지, 장군.
필세여화:그래, 뭐...
그러자고.
귀왕의 목소리는 담담합니다.
침울합니다.
끔찍합니다.
카제가 말을 잇습니다.
고개를 돌립니다.
시선의 방향을 알 수 없습니다.
사카노 카제: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어째서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요?
필세여화:(갑자기 뭐야)
무슨 후회?
헛들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대답해주지 않고 당신을 지나쳐 방을 나섭니다.
필세여화:(댕그러니 남겨진 나)
(일단 그를 따라 나서 내 방으로 돌아간다)
당신은 방으로 돌아옵니다.
새벽은 아스라히 밝아지려 하는데.
등잔의 불은 여전히 미약하기만 합니다.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적은 기분입니다.
문득,
지능 판정합니다.
필세여화: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아악)
아까의 서책,
귀왕의 것이었을까요.
서책 안의 내용을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세여화:(서책을 품에서 꺼내들고 침상에 앉아 천천히 읽기 시작한다)
서책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왜 본인과 그대가 선택되었는지의 이유를 묻는다면 그저 운이 없어서라고.
……
이 궁에는 아무도 없다.
……
축복받는 영웅.
……
한 사람은 죽여 요괴들의 우두머리가 되고 한 사람은 죽어 사람을 지키는 장수로 태어난다.
장군은 잊고 귀왕은 기억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지?
……
필세여화:....
몇 백 번의 삶을 이런 식으로 죽고, 죽이며 살았는가.
필세여화:이게 뭐야
몇 백 번은... 또 무슨...
(말문이 막혀 그저 읽기만 한다)
몇 번이고 하직하고 북망상에 가리로다.
'어찌 갈고 심산험로 정수 없는 길이로다.'
'불쌍하고 가련하다'
'언제 다시 돌아오리.'
당신이,
내가,
악을 무찌르기 위해 태어난다면,
악인 그는?
필세여화:.....
이성 확인합니다.
필세여화: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필세여화:(이건 진짜 오너도 이성 실패했다)
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가슴이 텅 빈 것 같습니다.
반대로 무언가로 꽉 차 버린 것도 같습니다.
필세여화:70에서 깎아야 하나요
그러니까 우리는 세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도구.
네!
필세여화:옙
영웅과 귀왕이라 이름 붙여진 연극의 배우.
결코 무대 밖으로 내려갈 수 없는 인형극.
옛날 옛적에, 어떤 대장군이 있었습니다.
영웅의 사명은 요괴들의 왕을 무찌르는 것이었고,
그 영웅의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눈을 들면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햇빛이 눈부시고,
찬연하게 비쳐오는 빛줄기를 따라서 시선 또한 따라갑니다.
탁자 위에 놓인 당신의 검을 스치고,
그 눈길 끝에,
어느새 열린 문 앞에,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귀왕이 서 있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필세여화: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하 진짜
그의 손에 창이 들려 있습니다.
이것이 어떠한 용도인지,
당신이 모를 리 없을 텝니다.
필세여화:...
(자신도 검을 꽉 쥐고 귀왕을 바라본다)
지금 당장 결판을 내자고?
사카노 카제:아침이 되었네. (네 손에 들린 제 서책을 바라본다. 다시한번 모든 것을 알고, 또 잊겠지.)
필세여화:바로 대결하기엔 우리 해야할 말이 너무 많지 않나??
사카노 카제:(창을 고쳐잡는다.) 해보게나.
필세여화:나만 그래? 당신도 그렇지 않아?
나? 나부터 해보라고?
나, 나는 지금... 하... 이게 대체..
..... 굳이 서로 싸워서, 죽여야 해?
(잠을 못 잔 탓인지, 충격 탓인지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질문을 한 느낌이다)
사카노 카제:그것이 그대가 태어난 이유라고 하지 않았나?
필세여화:맞아, 그것도 맞고, 이... (부들거리는 손으로 서책을 꽉 쥐며) 개같은 책을 봐도 그게 맞는데
난, 필세여화라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주는 거
그게 궁극적인 삶의 이유라고!!
그런데 귀왕인 당신을 죽여봤자
평화는 오지 않고
...
필세여화:반복된다는 거잖아.
대체 뭐야
뭘 위해서?
왜 이게 반복되는데?
넌 다 기억하잖아
말해봐
사카노 카제:그게 문제 였던 건가. 천제天제는 회전하고 인세人世는 끝과 시작을 번복할터니, 모든 생명이 그 자리에서 천명에 순응할 뿐일 터인데.
무엇을 위해서라, 강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어 해가 뜨는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과도 비슷하겠군.
필세여화:.......
무얼 위해서?
천신은 대체 무얼 위해서 우리를 이 굴레속에 처넣었어?
그래도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정말 이유가 없어?
그래서 넌 그냥 그걸 따라?
필세여화:우린 그냥 흘러가는 강물 속의 한 방울 같은 존재야?
다른 사람들도 제각기의 굴레속에 갇혔나?
아니면 우리만?
사카노 카제:그대의 눈에는 어때보였나, 그들은? 무지해보이던가?
필세여화:글쎄...
별 시덥잖게 여기던 걸 지금 생각해보면....
... 모르겠는데
사카노 카제:'청산靑山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蒼空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그래서 따를 뿐이라네. 세상의 이치를.
필세여화:그래, 그런 성격이구만
넌 다 받아들였네
그럼 하나만 더 묻자
내가 귀왕이였을 때도 있었을 거 아냐
그때 나도 당신과 같이 운명에 순응하고 있었나?
사카노 카제:...그래서 전부 다 잊었나? 순응했기에?
(네 질문의 대답은 네가 더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필세여화:(진짜 모르겠는데요)
잊는 건 내 의지가 아니잖아
아니 지금 이렇게 말싸움 하자는 게 아니고
하아... (한숨)
나 갑자기 싸울 의지가 없어졌는데 어떡하지?
전의 귀왕은 모든걸 알아버린 대장군을 어떻게 싸우도록 했는데?
사카노 카제:받아드릴 생각은 없나 보구나. (가만히 바라본다) 그대가 이번 생에 기억을 잊은 것을 보면 알것 같지 않나?
필세여화:계속 죽임당했나?
사카노 카제:잘 알고 있네.
필세여화:그럼 이번에도 잘 알겠네
다음 생에 보자고
나 다시 성인이 될 때까지 이 굴레를 끊을 생각 좀 해 봐
아, 맞아. 당신은 받아들였댔지
(해탈한 듯 깔깔 웃으며)
하..
사카노 카제:(이번에도 마찬가지구나. 수십년 전이라고 한들 네 말을 기억했다. 제가 이 곳에서 들었던 인간의 말이라는 것은 그것 밖에 없으니.) 본인은 굴레를 끊어낼 생각이 없으니 변화를 바란다면 다음 생의 그대에게 바라야겠구나.
필세여화:.....
나 하나만 더 묻자
당신 몇 번이나 귀왕을 했어?
그러니까, 몇 번이나 나를 죽였어?
내가 당신을 죽인 적은 없어?
사카노 카제:아주 옛날에. 몇 백번을 반복했다고 하지 않았나. 물론 있다네. 지쳤다고, 그만하고 싶다고 말한 건 그대가 먼저였네.
지겹도록 반복되어 온 이 연극.
그토록 바라온 망각이 한 명에게만 닥쳐올 때에,
아무것도 모르고 둘 중 하나가 누구의 것도 아닌 다른 하나의 손으로 마지막을 맞는 모습을 보며,
당신과 나는 차라리 행복할까요?
선택합시다.
빌어먹을 이 연극에,
필세여화:하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망할 그 문 단단히 잠그지 그랬어
그대가 품을 수 있는 단 한번의 선택지.
필세여화:.........
내가 죽고 당신이 살아서 귀왕이 되어봤자 계속 반복될테니
내가 살아서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헛된 노력일지라도
그리고, 여기서 혼자 계속 귀왕 하기에는
너무 외롭잖아?
필세여화:이제 역할을 바꿀 때인가 보지
뭐,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난 전력으로 싸울 테니까
사카노 카제:...진심인가? 몇 백년의 기억을 품는 것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닐세. (한치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저 이 모든 것이 시간과도 함께 걷잡을 수도 없이 흐르고 흐를 뿐이었다.) 본인은 비탈 고개의 바람 (坂野 風). 그대의 바람이 그것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