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CoC] 이 리은 & 다비드 로템 - CREA GRRR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카테고리 없음

by 시크SYK 2023. 10. 22. 11:08

본문

 

KPC PC
이 리은 다비드 로템
시나리오 시나리오 링크 END
CREA GRRR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4936127 1
플레이날짜 플레이타임 트리거 요소 (드래그로 확인)
2023년 10월 21일, 27일 9시간  
 
 
 
 
*
 
*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다비드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비드 로템:
이성
25885
25
어려운 성공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1
어려운 성공
-2
성공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안전지대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비드 로템:(피로 흥건한 입가 닦아내려 했으나 여러갈래로 찢어진 어깨를 움직이기가 버겁다. 인간의 말로란 정말이지, 그리 아름답지는 않구나. 그래도 살아야지, 움직여야지. 아직 숨이 붙어있으니. 옅은 침음 흘리고선 남은 기력 끌어모아 축축한 바닥을 짚고 일어난다.)
 
그렇게 생각한 다비드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 가지 않습니다.
 
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새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다비드 로템:
관찰력
14195
14
어려운 성공
+2
대성공
+1
대성공
-1
어려운 성공
-2
실패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다비드를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빼앗는다거나,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다비드 로템:(도움을 요청하는 건 둘째치고 이런 곳이 안전할 리가 없는데. 본능적으로 살아있는 온기쪽으로 몸이 움직인다.)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집니다.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온기, 식량,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해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와서 어깨를 등을 두드렸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문득 다비드는,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다비드 로템: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
 
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어쩌면 말해버리기까지 했는지도!) 몰라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다비드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과, 어둠 속에서 존재만을 흐리게 보이는 검은 눈동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홀로 살아서.
 
 
문득, 다비드는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심장이라거나.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대단해요!
 
엄청난 위력이에요!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다비드는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
 
정말?
 
당신의 삶이 마무리되는 걸까요?
 
……아니, 안 돼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다비드 로템:
이성
145099
14
극단적 성공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1
성공
-2
실패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시야가 가물가물한 다비드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고 긴, 섬세하고 복잡한 기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흐려집니다.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사무적인 어조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 전투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일단 한 번 리셋 했으며,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그런데, 방금 라디오가 뭐라고 말했죠?
 
정말, 이상…….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다비드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다비드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짜증나는 라디오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다비드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이 리은:이제 정신 들었나?
 
총을 고쳐잡은 리은이 근처에 다가와 묻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당장이라도 한 발 더 갈길 기세입니다.
 
이 리은:전자기기도 맞으면 고쳐진다던데, 크리쳐도 TV같은 구조일까?
매번 그댈 죽이는 것은 퍽 힘들어. 알잖아. 소중한 이를 내 손으로 죽인다니. 너무 잔인한 일 아니야?
 
다비드:(한손 들어 붉은 눈가 부비작거린다. 여김없이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아직 숨이 붙어있으니.) 고쳐진 건가? (이게? 픽, 헛웃음이 잇새로 세어나온다.) 미안.
 
그래요.
 
은은 다비드를 처참하게 살해한 뒤에도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있지만, 당신의 소중한 전우입니다.
 
이 리은:멀쩡해 보이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 가끔 한눈판 사이에 까마귀가 널 물고 가서 참 곤란했는데.
 
……어제까지는 그랬죠.
 
리은이 까마귀에게서 소중한 다비드를 되찾아온 무용담 따위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다비드가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리은이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리은은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다비드가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이 리은:자. 이거 몇 개로 보이는가, 그대? (손가락 브이하며 당신 앞에 흔들)
 
다비드:(깨물까? 그랬다간 총 맞겠지.) 둘.
 
이 리은:옳지. (당신 머리 헝클고는) 이전 임무는 성공적이었어. ... 대신 그대가 과다출혈로 죽어버렸지만. (잠시 뜸) 그대의 자가소생 시간이 복불복이라지만... 이번 소생은 유독 느린데, 무슨 몸에 문제라도 있다고 느껴지나?
 
다비드:(얌전히 손길받는데 시선이 유독 비뚜름하다.) 안타깝게도, 지나치게 멀쩡해.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삶을 확신하다니! 스스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방앗쇠를 당기고 싶다는 충동이 들끓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탄약이 아까웠다.)
 
이 리은:... 말투가 왜 이래?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그대는 모를걸. 하나뿐인 파트너를 두고 그리 오래 잠들어 있으면 곤란하단 말이오. ... 그렇게 다시 살아나는게 싫어?
 
다비드:걱정했어? (그제야 시선 맞추고,) ...싫다고 해서 다시 안 살아나는 것도 아니잖아. (말하다보니 칭얼거리는 기분이 들어서 잠시 입 다문다.) 나 잠들어 있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
 
이 리은:... (시선 가만히 맞추고 있다가 고개 돌려서 시선 비끄렸다. 물음을 냅다 삼켜버리고는) 다시 살아나지 않을 수 있었으면 그렇게 했을 거라는 소리처럼 들리네. (단정한 미간을 한번 찌푸렸다가) 또 임무가 내려왔어. 시간이 부족하니까 바로 출발해야 해. 괜찮지?
 
리은이 당신에게 지도와 임무 내용을 전달합니다.
 
 
다비드:그런 소리 맞을걸... 그보다 무슨 일 있었냐니까. (집요한 시선이 따라잡는다. 지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A시의 크리쳐를 말살하는 것.' 유독 그 문장에 눈길이 오래 머물었다.) 응, 당연히 괜찮아.
 
이 리은:... 너어... (무어라 이야기 하려 했으나 곧바로 입 다물었다.) 없었다니까? 리셋을 해도 일어나지 않길래 기다리면서 밥 먹었소! (울컥 올라오는 감정 내뱉었다. 성질 냈다는 것이려나.) ... 그럼 바로 출발할 거야.
 
리은은 장비 점검을 끝내고 일어섭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리은이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헬기입니다.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습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낙하산 또한 없습니다.
 
내려갈 방법은 단 하나.
 
목표 착륙 지점은 점점 가까워지면…….
 
갈까, 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리은과 다비드는 맨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쿵!!!
 
허공을 한 바퀴 돈 다비드가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문제는 조금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리은을 받아볼까요.
 
다비드:
민첩
994919
11
극단적 성공
 
이제는 익숙한 낙법입니다.
 
턱, 소리와 함께 다비드는 리은을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물론, 낭만적인 구석은 없습니다.
 
이 리은:(괜히 당신 볼 꾸욱)
 
다비드:(꾸욱...찔린 쪽으로 고개 돌린다.) 왜?
 
이 리은:얄밉고 짜증나서. 그대 나빠.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리은은 주변을 둘러본 뒤 지도를 펼칩니다.
 
이 리은:피난 못한 사람들은 긴급 대피 구역에 있을 테니까 그쪽으로 가면 될 거요.
 
리은의 손가락 끝이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습니다.
 
눈으로 그것을 좇는다면…….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입니다.
 
다비드:(딱히 부정못하겠다.) 미안하다고 하면 용서해줄거야? (옆에서 지도 기웃...) 둘러볼 곳이 많네. 학교부터 갈까.
 
이 리은:하는 거 봐서. 뭐에 감정 상했는지도 모를 거잖나. (흥.) 학교 좋지. 좋은 기억은 그닥 없던 것 같지마는.
 
다비드:알려주면 다음부턴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지.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어느 방향으로 뛰어내릴지 가늠 중이다.) 너 여기서 학교 다녔어?
 
이 리은:그대가 맨날 죽고 싶어하는 꼴이 싫어. 자기 자신이 크리쳐든 사람이든 무어 어때. 살아만 있고 다른 이들과 함께 살 수 있으면 그만이지. (어깨나 으쓱했다. 조심해서 내려가. 작게 덧붙이고) 난 지금 내가 지키는 도시 출신이라 아쉽게도 아니외다.
 
다비드:(아무말없이 아래쪽을 내려보다가 다시 네쪽으로 시선 돌린다. 대답 대신 손을 뻗는다. 같이 내려 가자며.)
 
이 리은:(이런 점이 정말 속상한데 이야기도 못하고 그저 앓았다. 입술이나 꾹 물고 당신 손 쥐었다. 그럼 너는 반대로 내가 크리쳐였으면 날 싫어했겠네. 그런 생각이나 곱씹으며 걸음 옮겼다.)
 
학교
 
C고등학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강당입니다.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 있습니다.
 
다비드가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이 리은:옛날 생각이 저절로 피어오르는 것이 좋은 꼴은 아니군.
 
리은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듯 잠시 푸스스 웃음을 짓습니다.
 
아니, 감성적인 표정인가요?
 
흥미 없다는 표정이기도 하고요.
 
다비드:(멀거니 바라본다.) 그건 어떤 생각인데?
관찰력
912340
91
실패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1
실패
-2
실패
 
주변을 두리번 거렸으나 딱히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잠시 뒤, 리은이 당신을 끌어 교내지도를 보여줍니다.
 
강당에 가면 되겠어요.
 
이 리은:그냥 별 것 아닌 것들이지. 시덥잖은 것들로 수다를 떨고 흥미 없는 것들을 배우며 시험을 보고...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네. 그 정도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
 
다비드:
지능
753715
21
어려운 성공
 
목구멍 아래서부터 낯선 감정이 치밀어오릅니다.
 
어쩐지 간지러운 이 기분은, 마치…….
 
그리움 같습니다.
 
돌아갈 곳도 없는 당신에게는 과분한 감정이네요.
 
다비드:그래도 좋았던 기억은 하나 둘 있을 거 아니야. (기억도 없는데 그리움이 들 수 있나? 결국은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제것이 아닌 네것이라 판단하고 강당으로 걸어간다.)
 
이 리은:... 친구 놈이랑 도서관에 처박혀서 하루 종일 책 보기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는 있어. ... 걔 외에는 모르겠군. (한 걸음 뒤쪽에서 느리게 따라갔다.)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다비드:
854217
99
실패
 
낌새가 이상합니다.
 
낮은 울음 소리와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곳에는……. 운이 나빴네요.
 
퇴로를 막아선 생체형 크리쳐와 조우합니다.
 
앞으로 남은 크리쳐 31.
 
다비드:(여김없이 살상탄 들고 가장 가까운 크리쳐를 향해 조준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19549
19
어려운 성공
피해13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1
어려운 성공
-2
성공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한번 다비드가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탄환은 한순간에 13마리에 달하는 크리쳐의 핵을 꿰뚫고, 단숨에 사살당한 크리쳐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내립니다.
 
남은 크리쳐 18마리.
 
이 리은:(두 눈 끔박이다가 조준경에 제 눈 댔다. 두어번 심호흡 후, 침착하게 방아쇠 당겼다. 나는, 실패 따위 모르니까.) 이 또한 무료하군.
대 크리쳐 살상탄
25125
61
실패
피해17
(응 조졌어~)
 
다비드:(실패 따위 모른다며)
 
이 리은:(실패할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지. 조용히 해.)
 
다비드:(좀... 웃는다.)
 
이 리은:(진짜로짜증나고쪽팔린다최강인류이름반납할거야)
 
총의 탄피가 제대로 꼈습니다.
 
리은이 버럭 짜증을 내며 총을 내던집니다.
 
다비드:(아나 총 주워요!!!)
 
크리쳐:(웅얼거리는 듯 무언가를 뻐끔거리더니 다비드를 향해 자신의 촉수를 세차게 뻗습니다.)
1
 
다비드:(촉수 쪽으로 다시 한번 겨냥하고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9
극단적 성공
피해18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계산된 궤도에 탄환을 박아넣은 뒤 또다시 찰칵.
 
탄환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므로 찾아오는 것은 적의 죽음뿐입니다.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
 
이 리은:(너무 쪽팔려서 저기 구석에 가서 쭈그려 앉아있고 싶다)
다, 다음... 가지.
 
다비드:(다가가서 총 건네준다.) 표정이 안 좋은데... 안고 가?
 
이 리은:(총 받아서 꾹 안고 있더니 냅다 주먹으로 총을 두어번 후려쳤다.) ... 내 자신이 한심해서 그러니 됐소. 건드리지 마시게.
 
다비드:(네 정수리쪽으로 손 뻗었다가 도로 물린다. 주위 두리번.) 학교 다 본 거면 병원으로 갈까. 아니면 도서관에 가볼래?
 
이 리은:(멋쩍게 제 뒷목 쓸더니 심호흡 크게 했다. 기합 넣고는 평소와 다름 없는 표정이나 한다.) 병원으로 가지. 난 이런 곳에서 추억팔이 할 생각 없으니까. ... 우리가 미적거리며 지체하면 남아있는 사람들도 위험하오.
 
다비드:(입 벙긋거리다가 다물었다.) ...그래, 이동하자. (마지막으로 교내 한번 둘러보고 병원쪽으로 향한다.)
 
병원
 
J대학 병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대기실입니다.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문득 리은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이 리은:그대는 오래 아픈 적 없지? 그 점은 참 부러워. 인간은 쉽게 죽고 다치며 병에 걸리니. ... 의료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그대같은 몸은 되지 못하니까.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아!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다비드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을지도요.
 
물론 다비드가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이 리은:확실히 다치면 불편하지. 아픈 것은 더더욱 싫고. ... 다치면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하니.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리은 역시 인간입니다.
 
임무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원래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성향이 매우 강한 사람이지 않나요.
 
어쩐지 리은은, 크리쳐가 되고 싶은 것처럼 말하네요.
 
다비드:...크리쳐가 된다고 해서 아프지 않는 건 아니지만... 무뎌지기는 하지. (아니면 물리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덮어 두거나.) 갑자기 왜?
지능
753715
10
극단적 성공
 
이 리은:(어떤 것이든 무뎌지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래.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 대신 나온 것은,) ... 아픔은 생물이 가진 방어기재야. 아프면 아프다고 해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없는 곳에서 네가 죽어가면? 네가 아프다는 것을 내게 알리지 않으면 난 끝까지 모를텐데. 주먹 꾹 쥐었다가 괜히 서랍을 열어 뒤적였다. 쓸만한 것이 있을까.) ... 크리쳐가 되면 그대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해서. ... 이러면 싫어하려나. (본심이 비집어 나왔다. 새빨간 이기심.)
 
아팠던 기억을 더듬던 중,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감기에 걸려 고생했었죠…
 
어라? 잠깐, 다비드가 감기에 걸린 적 있었나요?
 
다비드:그런가... (전해지지 못한 속내는 결국 알아차리지 못한 체 흘려보낸다.) 아프다고 하는 건 결국 살고 싶기 때문에 하는 거 아니야? 난 아프던 아프지 않던 죽지 않는데... (단편적인 생각이다. 받는 것에는 영 익숙하지가 않아서인지. 이해라는 단어에 오히려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차라리 내가 인간이 되는 방법을 찾자. 그렇게 말하면 너도 정말 크리쳐가 될 것 같아서 겁나. (감기에 걸린 듯 목구멍이 따갑다. 이또한 본인의 기억인가? 확신이 안 섰다.) 뭐 쓸 만한 거 있어?
 
이 리은:그대는 그대 자신이 죽던 말던 상관은 없겠지만 난...! (제 속이 뒤엎어지는 기분이었기에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커졌다. 곧바로 입 꾹 다물었다가 중얼거린다.) ... 난... 네가 살아서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울적했다. 매번 그래. 너랑 있으면 매번 나만 이렇게 비참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제 감정을 곧바로 추스른다. 좋을 것 하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이해도 싫구나. 쓴 미소나 픽 내었다.) 뭘 그리 겁을 내시오? 그대가 인간이 되면 상부에서 가만히 있겠나. ...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마는. (서랍을 슬 밀어 넣었다. 제 모든 감정 접어서 밀어 넣은 서랍에 비집어 끼워둔 뒤 한숨 작게 쉬어낸다.) ... 없군. 모르는 약들이 한가득이야. 다음 번에는 의료 서적이라도 읽어보는 것이 좋겠어.
 
다비드:그건... (운 떼었다가 네 감정을 부정하는 것처럼 들릴까봐 잠시 말을 골라낸다. 답하는 목소리가 나른하다.) 죽던 말던 상관없는 건 아니야. 살고 싶었어, 미치도록. 그저-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함께. 오래토록. 불순한 욕망이 네쪽으로 몸을 기울게 만든다. 어딘가 어긋난 네 미소를 보고 난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반복되는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확신을 받고 싶은 건 아니었지. 그러는 너는 왜 이곳에 왔어, 리은아. 그렇게 쉽게 죽고 다치며 병에 걸리면서. 또 내가 너한테 달려들면 어쩌려고? (그래서 네가 나를 또 죽여야하면. 나지막히 중얼리며 병원 내부를 빙 둘러본다.) 여기도 살아있는 사람은 없는 걸까....
 
이 리은:매번 죽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말하면서 무슨. 기분이라도 풀어주려 하는 것이면 그만두어. (그리 생각하기로 답을 내린 듯 했다.) 삶의 확신을 가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하니까 여러 가지를 경험 해보시게. 상부에는 휴가라도 요청을 해두도록 할 테니까. ... 가끔은 반복되는 죽음도 잠시나마 멀어져야 하지 않겠소. 찾으면 나중에나 말해주시게. 그거면 되겠어. (발걸음 떼며 이리저리 꼼꼼하게 보다가) 나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들어왔지. 언제나처럼 밑바닥은 도통 나랑 안맞소. 지금 잠시 다치고 병에 걸리는 것은 나중을 위해서라면 꽤나 싼 값의 발판이지 않겠나. 뭐, 그 외도 하고픈 일은 여럿 있어서 예 있네. (잠시의 간극) 뭐 어때? 그대가 몇 번이고 나에게 달려든다고 해도 난 죽지 않을 것이고 그댈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을 거요. 이건 장담이고 확신이며 정해진 미래니 반박할 생각은 마시게. 스스로 정한 일이면 어떤 후회도 남지 않으니 신경 쓰지 마. (그 또한 받아들이고 나아갈 뿐이야. 마주 중얼거림을 잇더니) ...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대기실로 들어서면, 사람은 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습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다비드:
854217
27
어려운 성공
 
다비드는 구석에서 상처약을 획득합니다.
 
사용 선언 시 체력 +1
 
안쪽을 확인하고 온 리은이 손을 내저었습니다.
 
이 리은:다음 가지. 여긴 아무도 없어.
 
다비드:시정하지. (거짓말은 못하더라도, 덮어두고 숨기며 참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에 대한 짐작이나 섣부른 판단 그 무엇도 하지 못한 채 중얼거린다.) 휴가를 혼자 보낼 수 있도록 해주려나... (뜸) 위? 네게 권력욕이 있는 줄을 몰랐군. (그곳에는 뭐가 있을까, 그런 상상이나 잠시 했다. 이곳과 많이 다를까. 이어 확신하는 네 목소리에 작은 웃음소리 낸다.) 그건 진심으로 고마워. (반박도, 물음도 없다. 올곧이 믿어버린 까닭이다.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자아를 너에게 의탁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고. 상처약을 발견하면 네 손에 쥐어주고 백화점으로 향한다.)
 
K백화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주차장입니다.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입구의 회전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섯 바퀴째 돌던 리은이 입을 뗍니다.
 
이 리은:곧 크리스마스네. 휴일이니 선물 세트들을 팔거고. 평온한 가정들은 선물을 나누며 좋아하겠지. (...)... ... ... 그래서 이거 어떻게 나가? 보지만 말고도와줘.
 
다비드:(뭐하는 거지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못 나온 거라는 걸 알았다) ....나 좀 웃어도 돼? (회전문에 발 턱 들이민다.)
 
이 리은:우, 웃으면 때릴 거야. (발 들이밀자 쇼쇽 빠져나가 흠! 자랑스럽게 로비에 섰다. 뭐가 그리 뿌듯한지 가슴 쭉 피고 한껏 거들먹 거리다가) 그으러니까아... 크리스마스 때 일정 있으시오?
 
다비드:그것 참... 아프겠네. (입 꾹 닫고 뒤따라 로비로 들어서 두리번 거린다.) 나? 위에서 떨어진 오더가 없으면 없을걸. ...넌?
 
이 리은:진짜 때릴 거야! 힘 줘서 때릴 거라고! (왁왁! 거리다가 총 고쳐 잡고는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난 데이트 할 거요. 금발에 예쁜 눈 가진 남정네 끌어내서 여기저기 놀러 다닐 생각이니 미리 알아두시게. 그 날은 내 쬠 바쁘오.
 
백화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기뻐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다비드:정말 때려도 상관은 없는데.... (그걸로 날 쏘는 것만 아니면. 덧붙이고 네 말에 경청하는데 뭔갈 못 알아채고 고개 돌린다....) ....그건 좀.... (데구르르) ...좋겠네....
지능
753715
93
실패
(진짜바보임)
여기 있는 선물 세트들 몇 개 가져가면 혼날까?
 
기분이 한층 더 가라앉습니다.
 
연휴나 명절은 평범한 사람에게나 즐거운 일이지, 다비드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잖아요?
 
당신은 스스로 존재 의의를 되새깁니다.
 
이 리은:일부러 이러는 거요, 이쯤 되면? (우뚝 서서는 마른 세수 했다.) ... 됐어. 이건 둔한 건지 아니면 진짜 바보인 것인지 도통 모르겠구료. ...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면서. (볼 잔뜩 부풀리곤 흥.) 혼나는건 모르겠고 상부에 가련한 유리 마냥 깨지겠지, 뭐. ... 가지고 싶은 것이라도 있어서 그러오?
 
다비드:네가 스트레스 해소 된다면야.... (진심으로. 둔한 것도 맞고 바보도 맞다.) 음..... 가지고 싶은 것보단 주고 싶은 게 있어.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떠올리고는 표정 암울해진다.) 아니야, 임무를 수행해야지. 남아있는 사람들이 위험할 수도 있잖아.
 
이 리은:그거 말고~! 내가 혈압 때문에 쓰러지면 다 그대가 자초한 일인 거요. 그대는 이런 곳에서 재능이 참 좋아. (내가 어쩌다가 이런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서. 입술이나 삐죽 내밀고 있다가) ... 나중에 사러 가는 것으로 하지. 함부로 가지고 가면 도둑질이 되지 않나. 아무리 망한 도시라지만. (끔박. 표정이 왜 저런담.) 그러지. 시간이 아깝구료.
 
다비드:
854217
2
극단적 성공
 
어질러진 선물들 사이에서 에너지 바 하나를 찾았습니다.
 
사용 선언 시, 체력+1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다비드:(영문모른다는표정...) 칭찬으로 듣는다? (에너지바 집다가 멈칫) .......그러면 아까 병원에서 찾은 것도 도둑질이 되나? ....이거 정도는....가져가도 돼?
 
이 리은:(칭찬이겠냐?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제 뒷목을 만지작 거렸다.) ... ... 우리 생존에 필요한 것이니 이 정도는 눈 감아주지. (흠... 흠.)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정도는 뭐. 그대 필요할 때 쓰시게.
 
리은은 다시 지도를 꺼내 생각에 잠깁니다.
 
그는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의문을 꺼냅니다.
 
이 리은:계속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인데 말이오.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려우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설정했는데... 왜 사람은 없는 것인지 도통 이해를 못하겠단 말이오. 이상하지 않아?
 
다비드:그러고보니... 여태껏 생존자를 못 만났네. 시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살 찌푸리고 한손으로 제 턱 매만진다.) 지하철 쪽으로 몰려있나?
 
이 리은:그랬으면 좋겠지만 높은 확률로 거기도 없지 않을까. ... 애초에 지금까지 크리쳐가 한 장소에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본 것도 처음이고... 안전지대가 생긴 이후로 크리쳐들이 도시를 통째로 장악할 정도로 피해를 본 적도 없었단 말이지. (머리 돌돌 돌리며 제 검지로 윗입술 눌렀다. 눈 가늘어지다가) 지능이 안될텐데? 통솔이 가능한 리더라도 있나? 이건 흥미가 생기는 부분인데... 연구를 조금 더...(중얼중얼중얼)
 
다비드:
듣기
703514
8
극단적 성공
 
그때, 다비드는 웅웅거리는 듯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주 미약하고, 끊어질 것처럼 가늘고 얇은 소리지만 이명은 아닙니다.
 
리은은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지도에 집중한 표정입니다.
 
다비드:나같은 크리쳐도 있는데 더한 놈이 있을 수도 있지. (총을 고쳐잡는다.)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이 리은:그대는 AOC에서 만든 인간형 크리쳐지 않나. 그 외에 더한 놈이 있으면 그게 더 곤란... (음?) ... 나는 못 들었는데. 무슨 소리?
 
다비드:AOC에서 만들었다가 탈출한 걸 수도 있고. (소리의 근원이 어딘지 둘러본다.) 가느다라고, 웅웅 거리는 소린데...
 
이 리은:버러지 같은... 하여간 무능한 놈들이 위험한 일만 해대지. (가만히 귀 귀울이다가) ... 생존자의 신호일지도 모르오. 혹은 함정이거나. 어쩔까? 가볼까?
 
다비드:(눈동자 잠깐 커진다. 이내 잠잠해졌고,) 가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함정이라 해봤자... 크리쳐 만나는 것 외에 있겠어?
 
이 리은:(헙... 제 입을 꾹 다물고 손으로 막았다. 이, 이미지 관리... 망했소.) 응... 그러지.
 
다비드와 리은, 두 사람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조용히 걸음합니다.
 
다비드와 리은이 도착한 곳은 빈 공터이며,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리은이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 잡습니다.
 
이 리은:신호를 보내던 사람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역시, 함정이려나?
 
그때,
 
이 리은?:여태 어디에 있었나?
 
또 다른 리은이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이 리은?:하… 뒤에서 머리를 때릴 것이라고는. … 정신을 잃다니.
 
이마를 문지르던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리은을 보고 사색이 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이 리은?:지금 대체 누구랑 같이 있는 거야?
 
다비드:...........? 이게 무슨......
 
이 리은?:그 녀석은 가짜야. 신종 크리쳐인 듯 하니… 조심해서 이쪽으로 넘어와.
 
그 말을 들은 리은 (여태까지 당신 곁에 있었음)은 완벽히 질려버렸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이 리은:... 뚫린 입에서 뱉는다고 그게 다 말이 아닐텐데… 왜 이렇게 여기저기서 날 괴롭혀 댈까.
 
이 리은?:어쩐지 눈을 떠보니 장비가 하나도 없더라니. 그 녀석이 내 장비를 훔쳐서 달아난 것이 틀림 없소.
 
이 리은:... 이상적이지 못하군. 내 얼굴로 거짓을 입에 담지 마라.
 
이 리은?:절대 속지 마, 다비드. 그댈 속이고 외진 곳에 데려가 살해하려는 생각이 분명해.
 
이 리은:... 슬슬 불쾌해지고 있는 참인데. 언제까지 들어줘야 하나?
 
이 리은?:저걸 믿어주고 있는건 아니겠지?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좋은 볼거리네요.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다비드:
지능
753715
57
성공
(맹한 표정으로 두 사람 번갈아본다...)
 
98%의 하급 크리처들을 처리하는 게 그들의 일이지만, 간혹 특수한 능력을 갖춘 상급 크리쳐와 조우하기도 했죠.
 
본능적으로 둘 중 하나는 상급 크리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리은?:맹하게 뭘 하고 있어? 빨리 이쪽으로 와.
 
이 리은:갈 거요? 말리지는 않음세. 대신 내가 화나서 총을 이리저리 갈겨댈지도 모르지만.
 
다비드:아니 근데 나도 크리쳐인데 (표정 심각해진다) 다같이 가자고 하면 큰일나? (상부에 가서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닌지.)
 
이 리은:그대랑 점마랑 같아?! 일반 크리쳐랑 그대랑 동일선상에 두지 말라니까. 그대는 나한테 사람이오. (... ... 당신 꼬라본다.) 큰일은 지금 그대가 나한테 날 것 같소만. 장난해?
 
이 리은?:말이 되는 소리를 해! 우리가 대체 왜 여기에 왔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빨리 이쪽에 와. 위험하다니까?
 
다비드:두 사람 다 나한테 딱히 큰 위험은 안 되서 (맞을발언1) 상관은 없는데. (맞을발언2) ....그 얼굴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가짜던 진짜던 상처받은 네 얼굴 상상하니까 정말정말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이제까진 인간 리은이 크리쳐보다 훨씬 강했으니까 더 강한 쪽에 붙으면 되나? 여기까지 생각했다가 멈췄다.) .............그냥 내가 리셋 되는 게 나을지도.....
 
이 리은:대체 무슨 말들을 하는 거야? (주먹 꽈악 쥐고 있다가 마지막 말을 듣자마자 멱살 잡아서 거칠게 끌어 내렸다.) ... 아주 죽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 구나. 이 상황에서까지 그대는... 너는... (멱살 쥔 손에 힘 풀었다. 그대로 툭 놔버리고는 평소와 같은 무표정으로 변해서는) 됐어. 그대랑 이런 이야기 해봤자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 내 모든 걱정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았어. 여기까지 하지. ... 감정만 상할 터이니. 그래도 순순히 보내주지는 못하겠으니까.... 내 옆에...
 
리은과 다비드의 대화를 들으며 가짜는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리은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퍽!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리은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반쯤 날아갑니다.
 
다비드가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고치던 그때, 크리쳐가 다비드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크리쳐는 어째서인지 공격하지 않으며,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다비드가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상급 크리쳐:미안해.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모습을 바꿨어. 그리고...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다비드,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다비드:그게 아니야, 나는-, (네가 그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할 거라고, 다급함에 무심코 속내가 튀어 나오려다 순식간에 뒤바뀐 상황에 도로 들어갔다. 해야할 말은 아주 한참 전에 할 기회를 잃었다. 크리쳐에게 그 어떤 대답도 물음도 하지 못한 채 창백해진 표정으로 붙잡힌 몸 비틀어 빼내고 날아간 리은 쪽으로 달려간다.)
 
상급 크리쳐:나… 나아… 아직 살고 싶어… 아직… 아직 살고 싶단 말이야… 왜 내가 크리쳐라는 이유로 죽어야 해? 나도 인간처럼 살 수 있어! 내 이야기를 좀... 다비드!
 
애달픈 소리가 들려왔으나 다비드의 귓가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리은이 부딪힌 제 허리를 쥐며 자리에서 작게 신음합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히기라도 한 것인지 이마가 찢어져 안면에 피가 철철 흐르는군요.
 
이 리은:왜 이리 와? 이리 올 줄은 몰랐는데. 나라면 다 좋은거 아니었나?
 
다비드:(급하게 네 상태 살펴보던 몸짓을 멈춘다.) 그건 무슨 의미야? (표정 일그러졌다.) 아까 준 약 이리줘. 너 이마에서 피 나.
 
이 리은:너는 내 얼굴을 한 누군가가 오면 또 휘둘릴걸. 다른가? 내 말이 틀려? (실소나 내며 빈정거렸다. 장갑 낀 손으로 대충 제 피나 닦아 내고는) 이런 거 그냥 두면 알아서 멎으니 괜찮네. 어차피 흉 생기는게 하루 이틀인가. 치료보다는 적 사살이 먼저겠소마는. (주변 둘러 보다가 제 총 들어서 크리쳐를 조준하고 발포한다.) 아무리 중한 것이라도 순서는 있는 법이외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축 늘어지며 바닥에 엎어집니다.
 
다비드:당연한 소리를. 네 얼굴에 네 목소리를 하는데 내가 어떻게.... 내치겠어. (한 박자 늦게 시선이 총을 쥔 네 손을 따라간다. 상황파악을 끝냈을 때에는 인간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바닥에 나뒹구는 태다. 너는 나를 저것들과 동일선상에 두지 말라고 했지만, 정말이지. 무엇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무엇이 나를 이 땅 위에 발붙이고 살아가게 만드는 거지? 매순간 유보했던 답이 무색하게도, 불결한 질문이 머릿속을 헤짚는다.) 내가 언젠가 네 앞에 저런 모습으로 나타나면, 같은 결말을 맞이할까.
 
이 리은:... 날 그렇게 아껴준다는 것에서 감동을 받아야 할지,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오면 가만히 있을 널 알고도 참으며 넘겨야 할지 도통 모르겠군. 실로 불쾌해. (제 머리카락을 헝클더니마는 당신 보았다. 손 뻗어서 뺨 쓸려다가 제 피 진득한 손을 보곤 허공에서 거두어들인다.) 이봐, 다비드. 나는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실로 아끼네. 네가 무슨 짓을 하던 내가 그대를 아끼지 않게 될 날은 오지 않소. 내 사랑은 또 다른 말로 끝 없는 인내요. (그러니까,) 네가 정말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면 죽을 일은 없지 않겠나. 난 그대 하나만을 아끼는 사람이라.
 
다비드:(입 몇 번 벙긋 거리더니 곧 눈썹이 아래로 축 늘어진다. 제 군복의 지퍼를 목끝까지 올려 입술을 묻었다. 곧이어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 (짧은 공백. 이윽고 잇새로 맑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껴주는구나. (의심은 없었다. 인간이 되질 못한 삶에 제 가치를 새겨 넣은 것이 너라면, 너를 따르는 것이 옳다. 피가 흐르던 네 이마를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닦아내며 말 이어갔다.) 크리쳐가 이상한 말을 했어.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냈다고. 인간처럼 살 수 있다고.
 
이 리은:(시선의 끝을 한 곳에 두다가 슬그머니 떼어내어 주변이나 둘러보았다. 이어지는 웃음소리에 의아하다는 듯 다시금 익숙한 이를 향하고,) ... 그게 무어가 좋다고 웃는담. (퉁명스러운 어투였으나 괜스럽게 나온 쑥스러움 표출에 가까웠다. 얌전히 손길을 받고 있다가 찌푸려져 있던 미간에 힘 조금 더 준다.) 그걸 믿는 것은 아니겠지? 정말 인간처럼 살던가 도움을 원했다면 공격을 하지 말았어야지. 내 존안에 흠집을 내놓고 무슨? (손 뻗어서 당신의 옷자락을 잡았다.) ... 그런거 들어주지 마시게. 미물에게 현혹되지 말아.
 
다비드:안 좋을 게 뭐 있어. (괜찮나? 네 표정 살피다가 찌푸려진 미간 사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댔다. 피 묻어난 손을 거두고,) ....음.... (눈동자 도로록. 이전에 눈 속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제 옷자락에 닿은 네 손가락을 잡아내곤 엄지로 슬 문질렀다.) ....다음에는 네가 먼저 방아쇠를 당겨. (다른 말로 저는 차마 그러지 못하겠다는 소리. 얼굴이라도 다르게 하고 나타나던가.) 크리쳐들에게는 기본적으로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나?
 
이 리은:내가 짜증을 냈잖아. 그럼 뭐라고 하든 기분이 상해도 이상하지 않지 않겠어? (나름 버티는 듯 했지만 뒤로 슬그머니 밀어졌다. 이익..., 같이 잇새 사이로 오기 섞인 침음이나 낸다.) ... 나 없으면 그대는 정말 어쩌려고 그래? 하여간에. (작게 투덜투덜 거렸으나 묘하게 기분은 좋아 보이는 듯 했다. 대체 어떤 부분에서 기분이 풀렸는지.) 모르지. 내가 아는 것은... 적어도 그대가 아무 때에나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이라는 것 뿐이오. 그냥 내가 거슬렸던 것일지도 모르고. 그대랑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내가 있으면 걸리적 거리잖나. 아, 그리고... 이거, 열어줄 수 있겠어?
 
리은이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리은이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다비드:기분 안 상했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낯색 하나 안 변하고 답했다. 이어지는 투덜거림에는 별말 않고 웃기나.) 이게 뭐야? (뒤늦게 다른 재질의 타일을 발견한다. 열어보려고 한다.) 비밀통로 같은 건가?
 
이 리은:어... 어? (그 자리에서 굳었다. 쭈뼛쭈뼛 거리는 듯 삐그덕 거리다가) 미... ... 미... (글자 뱉는게 무어가 어렵다고 버벅거린다.) ... 내, 내가 싫어하는 말을 그대가 먼저 했잖아. ... 그건 그대가 나빠. (흐읍) 그래두 막, (어...) 막 말해서 미안... 해. (당신 눈치 힐꼼. 보다가 어색하게 몸 돌렸다.)
 
다비드가 손끝을 밀어 넣고 타일을 걷어내면,
 
아! 생존자들이 숨어있던 벙커를 발견합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이것으로 구출 성공입니다.
 
다비드와 리은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다비드:(무어라 답하려다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을 보고 말이 도로 쏙 들어간다.) ...아,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시민 1: 다들 괜찮습니다. 다친 사람들은 없어요. 무사히 피난을 했었거든요.
 
시민 2: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시민 3: 이제 우린 안전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다비드와 리은을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물론 다비드와 리은은 거절해야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걸요!
 
이 리은:(슬쩍 다비드 뒤로 가기.) 나 카메라 알레르기가 있소. (뻔뻔하게 거짓말)
 
다비드:(제법당황) ....나 어떡해? (아니너가그러면) 죄송합니다만 사진은 안 됩니다....
 
이 리은:(히죽...) 옳지, 잘한다. (처음 심부름 하고 온 자식을 보는 자랑스러운 눈)
 
거절당한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다비드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울컥,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다비드는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호흡이 어렵습니다.
 
아, 상급 크리쳐의 숨이 붙어있었군요.
 
간신히 고개를 돌린 다비드는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이 리은:... 다비드!
 
뒤늦게 리은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다비드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다비드가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다비드를 리은이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받아냅니다.
 
.
 
.
 
.
 
당신은 눈을 뜹니다.
 
폐부에서부터….
 
이런, 이제는 이 상황도 지겨울 정도네요.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다비드는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이건……. 이상합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다비드는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비드:(그나마 쓸모있던 게 망가지면 어떡해?)
이성
936448
93
실패
+2
성공
+1
성공
-1
실패
-2
실패
 
다비드:
1
1d2 Roll
 
X 이성 1 하락합니다. X
 
낯선 천장과 함께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다비드가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돌이 인형과 토끼 인형이 리은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다비드는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리은이 죽은 다비드를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방의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비드:(몸 일으키다가 다시끔 관통하는 고통에 침음 흘린다. 입술 꽉 물곤 인형들 끌어안고 밖으로 나간다.)
 
거실로 나가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리은이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습니다.
 
다비드의 기척에 고개를 든 리은이 눈을 두어번 깜박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다비드:
관찰력
753715
27
어려운 성공
 
리은의 거동이 낯섭니다.
 
평소의 그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네요.
 
단순히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기엔 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리은은 당신의 상처를 살핍니다.
 
이 리은:3일 동안 깨어나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끔박.) 몸은 괜찮아?
 
다비드:3일이나? (눈동자 커진다.) 난 괜찮은데... 넌 왜 그래?
 
이 리은:그래, 3일. 아주 내 피를 말리려고 일부러 그러나 했을 정도였소. (잠시 움찔. 제 옆구리 만지작 거리다가) 별 것 아니외다. 생존자들 모두 보내고 크리쳐 제거를 하다가 좀 다쳤어. 치료는 다 해두었으니 문제는 없네. 지금은 3일이나 지나서 크리쳐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증식을 해버렸지만.
 
다비드:(옆구리가 왜? 시선이 자연스레 네 손끝을 따라간다.) 많이 다쳤던 거야? (창백한 낯에 죄책감이 서렸다.) 이런.... 상부에서 연락 온 건 없고?
 
이 리은:그냥 좀 긁혔어. 움직이는 것에 문제도 없으니... 그리 보지 말아. 내 판단 미스일 뿐이니. (손 뻗어서 당신의 양 뺨을 제 손으로 감쌌다. 눈꼬리 휘며 웃어보이더니) 위에서 명이오. A시를 포기한다더구료. 안전지대 내부로 크리쳐가 진입하는걸 막기 위해서 A시를 완전히 폭파 시키겠다 하였어. 그러니 그대랑 나는 폭탄이 실린 헬기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빠져나가야 하지. (잠시 뜨음) 걸리는게 있다면... 방금 들어온 구조 요청이네만... 좀 고민이야.
 
다비드:(입술 떼었다가 뺨에 닿는 온기에 차마 무어라 말을 건네지는 못한다. 대신 다음에는 사지가 날아가도 죽어선 안 되겠다 다짐한다. 이어지는 말에 이해하려는 듯 눈 깜박임 몇번.) 아직 A시에 사람이 남아있어? 그럼 상부에 다시 연락을 취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사람이 남아있으니 터뜨리는 것은 잠시 미루어두라고. (네게 인형들을 안겨주고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구조 요청은 어디서 왔어? 지하철?
 
이 리은:물론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기상 악화로 인해서 더 이상의 무전이 불가능하네. 폭격 지연 요청이 닿질 않소. 그대가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 구조를 포기하려 했는데... 다행이구료. (인형을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위치는 X 제약 회사야.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소. (흠. 눈동자 굴리다가) 나 혼자 가서 구해올게. 그대는 부상이 심하니 먼저 빠져나가.
 
다비드:첩첩산중이군. 그러면 빨리 움직이자. (X 제약 회사... 머릿속으로 위치를 가늠한다. 얼추 나갈 채비를 끝내고나서야 뒤돌아 너를 바라봤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남아있더라도 죽어도 되살아나는 내가 남아있는 게 맞지.
 
이 리은:(곰돌이 인형의 손을 만지작 거렸다.) A시가 터지면 그대의 코어가 멀쩡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잖아. 게다가 확실하게 살 것이면 그대가 사는게 효율이 좋지 않나? 그대는 크리쳐고, 나는 인간이야. 이득을 따지면,... 그대가 사는 것이 확실히 나아.
 
다비드: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면서 그런 말을 하는군. 전투력만 따진다면 네가 나보다 나아. 넌 두뇌회전이 빠르고 판단력이 좋잖아. 더군다나... (뜸) 크리쳐는 만들어질 수 있어. 인간은 아니고.
 
이 리은:(입술 삐죽) ... ... 최강 인류라고 해서 나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닌걸. 명부상실 내가 최고인 것은 맞다만(흠.)... 져주려 하질 않네. (소파 위에 인형 나란히 두고 몸 일으켰다.) 내 파트너는 그대 뿐이라 잃기 싫소. 그대가 똑같이 만들어져서 내 앞에 온다고 해도 난 지금의 그대가 좋아. (고집 하고는!) 그럼, 음... 결론은 역시 같이 가자, 는 거지? 그대 혼자 보낼 생각은 없으니까.
 
다비드:(삐죽 튀어나온 입술 엄지로 꾹...) 알고 있어서 다행이네. 지는 것보다는... (도르륵) 타협이라고 부르지. ...그거 감동받을 포인트인가.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 한번 주억거린다. 이제 나가자며.) 난 네가 죽을 거라 생각 안해. 너가 그랬잖아. 안 죽겠다고.
 
이 리은:(입 아앙 벌려서 당신의 엄지를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그대 고집은 고래 힘줄보다 더할거요. (손 휘적휘적 거리곤 저도 미적미적 걸음 옮겼다.) 믿음을 받았으면 그에 답을 해주어야겠지. 나 그런거 하나는 퍽이나 잘하오. 서두르지. 1시간 내로 빠져나가야 하니까.
 
이후 두 사람은 민가를 빠져나옵니다.
 
다비드:
854217
73
성공
 
정말 이상할 정도로 크리쳐가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크리쳐들은 살면서 처음 볼 정도로요.
 
3일동안 크리쳐가 늘어났다는 리은의 말이 사실이네요.
 
다비드와 리은은 최대한 그들과 마주치지 않고 X 제약 회사로 향합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신호가 나오는 곳은 X제약의 지하입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이 리은:깊게 숨겨져 있진 않을 것 같아. 내가 좌측부터 찾아볼 테니 그대가 우측을 살펴주어.
 
다비드:(그냥 부술까...) 그래. 몸 조심하고... (얌전히 오른쪽으로 향한다.)
 
이 리은:(쭈먹이야 쭈먹! 하지마!)
 
리은은 벽에 손을 짚고 내부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다비드 역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책상 위의 컴퓨터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다비드:(화면을 본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다비드:
관찰력
753715
8
극단적 성공
 
문득, 다비드는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다비드가 죽어버린 곳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다비드:(누가 여기서 이걸 확인하고 있진... 않았겠지? 영상을 확대해서 본다.)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비드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3일 전 날짜를 입력한 뒤 확인해볼까요?
 
다비드:(3일 전 날짜를 입력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야하니까...)
 
입력한다면, 다음 내용의 저화질의 영상이 재생됩니다.
 
-
 
사방에서 안타까운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리은이 쓰러지는 다비드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이 리은:빌어먹을.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한탄하듯 말한 리은은 다비드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이 리은:푹 쉬어.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
 
라고 말하면서요.
 
이변은 잠시 후에 발생합니다.
 
분명 죽었을 터인 다비드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리은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다비드를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리은의 표정이 의문을 품습니다.
 
이 리은:... 그대… 벌써 회복 했어?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시민 1: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시민 2: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그때, 다비드가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리은은 다비드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다비드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리은은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다비드는 리은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리은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다비드는 시민 4명을 죽이고 리은의 옆구리와 허벅지에 깊은 상흔을 남긴 뒤에 쓰러졌습니다.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다비드:
이성
864317
96
실패
1
1d3 Roll
 
영상은 리은에 의해 중간에 종료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이 리은:... 일단 임무 끝나고 말하자. 지금은 임무가 우선이니까. 어차피 다치는 것은 매번 있던 일이고 대단한 것도 아니잖아. 난 정말 괜찮아.
 
리은이 어깨를 으쓱하며 어느덧 찾아낸 개폐 버튼을 누릅니다.
 
다비드:(적막한 침묵 속에 화면을 바라봤다. 익숙한 혈향이 코끝을, 날카로운 고통이 폐부를 다시금 찌르기 시작했다. 입 안쪽 살을 어찌나 꽉 물었는지 짓잇긴 상처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뱉어내진 않고, 목구멍 너머로 비릿하고 뜨거운 무언가를 밀어냈다.) ...그,랬구나. (그랬어. 표정은, 어땠나. 스스로는 알지 못했다. 비틀거리며 몸 일으키더니 지하로 발걸음 내딛었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 [테이블], [벽면의 서랍] 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비드:(본능적으로 남자에게 다가섰다가, 그 앞에서 멈칫했다. 제 손이 닿지 않을 거리에서 물었다.) 괜찮으세요?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다비드:이런. (핸드폰을 살펴본다.)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리은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다비드:
자료조사
30156
80
실패
 
다비드:
854217
49
성공
 
핸드폰의 바탕화면에 있던 메모장에서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를 획득합니다.
 
다비드:알파형 크리쳐를 진정시킨다. (되내이며 리은한테도 전해준다.) 이 사람이 구조요청을 보냈던 것 같은데. 이러면 더 구할... (간극) ...사람은 없는 건가?
 
이 리은:음? 알파형 크리쳐? ... 그게 뭐람? (벽면의 서랍을 살피다가 고개를 까닥였다.) 그럼 이곳에 더 이상의 생존자는 없군. 구조 신호는 이곳에서만 왔으니까. 여기만 확인하고 바로 빠져나가지.
 
다비드:(고개 끄덕이고는 테이블 확인한다.)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다비드:....(눈살 찌푸리더니 벽면의 서랍도 확인한다.)
 
다비드:
지능
753715
62
성공
 
연구 일지를 다 읽는다면, 다비드는 생각해냅니다.
 
다비드는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설산을 보며 눈을 따라 걷던 일,
 
다비드는 전부 기억해냅니다.
 
다비드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당신은, 사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다비드:
이성
854217
29
어려운 성공
 
다비드:(연구 일지가 힘이 빠진 손에서 미끄러진다. 그와 동시에 찡그린 듯한 미소가 그려졌다. 인간의 삶을 되찾았다는 사실에 온전히 기뻐해야하는지, ...그게 살인을 한 후에야 이루어낸 것이기에 슬퍼해야하는지. 접점이 전혀 없을 줄로만 알았던 양가감정이 마구 뒤엉킬 때면, 보색 관계에 있는 색들이 결합하여 무채색의 눈물이 되어 뺨을 타고 흐르고는 했다. 기어이.) ....어떡해? 나.
 
이 리은:(벽면의 서랍이나 하나하나 열어 서류들을 확인하고 있다가 의문을 표하며 고개를 들었다가 낯에 당황이 서렸다. 들고 있던 것이건 뭐건 바닥에 던지듯 내려두고 당신에게 다가갔다. 뺨 타고 길게 제 흔적을 남기며 떨어지는 눈물을 제 손으로 눌러 닦아본다.) 무슨 일이야. 왜 울어? 뭘 봤길래?
 
다비드:(고개 느릿하게 젓는다.) ...일단 임무를 끝,내고.... (네가 열어보던 서류들을 살펴본다.)
 
다비드:
관찰력
753715
85
실패
(스스로의 눈을 찌르다)
 
다비드의 눈에 [두 장의 편지]가 들어옵니다.
 
다비드:(편지를 빠르게 훑어본다.)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작성자가 보내지 못하고 보관한 것 같네요.
 
날짜는 1년 반 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다비드:이게 뭐야.... (헛웃음)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아?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시 전체를 폭파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
 
여태껏 안전지대는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 없었습니다.
 
시내에 지나치게 많은 크리쳐들.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던 상급 크리쳐.
 
다비드:
지능
753715
61
성공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아니, 몇 명인가요?
 
다비드:
이성
844216
40
어려운 성공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다비드로서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3일 이상 노출되었던 리은은?
 
리은의 뺨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리은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 리은:... 이런…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리은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리은일 게 뻔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리은은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이고요.
 
다비드:
이성
834116
20
어려운 성공
 
어느 순간, 리은의 눈에 남아있던 희미한 빛이 사라집니다.
 
완벽한 어둠이 빛나는 눈을 집어 삼킵니다.
 
...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다비드가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리은이 다비드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다비드는 대응할 틈도 없이 리은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비드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리은의 얼굴이 비칩니다.
 
이내, 리은은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다비드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리은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리은은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다비드:(몸 깊은 구석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잇새로 새어나올까 제 손등을 깨물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 천장에 대고 외친다.) 이 리은!!! (붉은 자국이 남은 목에 가시가 박힌 듯했다. 대충 얼굴 닦아내고 뒤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다비드가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리은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다비드는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리은이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리은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크리쳐라도 괜찮다고 했던가요?
 
당신은 사람이라고 했던가요?
 
당신이 무엇이든, 괜찮다고 했던가요.
 
전부 위선입니다.
 
리은은 다비드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리은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다비드 뿐입니다.
 
다비드:(숨이 부족해 한참을 헐떡거렸다. 폐가 그 한계까지 팽창하고 쪼그라드는 끔찍한 감각이 몇 번. 땀인지 다른 무엇인지 모를 것이 뚝뚝 떨어지는 눈가를 어린아이처럼 한참을 문질렀다.) 리은아, 돌아가자.
 
이 리은:... 어디로? 제정신 못차리고 공격한 그대 곁에? 아니면, 이렇게 될 것을 알면서 그대와 나를 이곳에 보낸 AOC로? (한참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제 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수천의 아우성을 억누르는 것만으로 역부족이다.)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실로 불쾌한 일이야. ... 지금 당장이라도 그대의 숨을 끊어버리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는걸.
 
다비드:...어디든. 일단 여기는 안돼, 곧 폭격이 일어날 거야. (허공에 시선이 맞물린다. 새하얀 눈에 시야가 반즘 가려지면,) 대단한 일이 아니라며! 넌 괜찮다며. (억지로 집어 삼켰던 것이 날것의 형태로 내뱉어졌다. 폐부를 찔린 까닭이다. 겹쳐질 리가 전혀 없을 거라 생각했던 타인이 포개어졌을 때. 그로인해, 본인에게만 향할 줄로만 알았던 유리조각이 타인에게 향하게 될 때. 마음이 철저히 무너졌다.) 난 그게 안돼. 도저히. (눈 지긋이 감았다.) ...내가 돌아온 것처럼, 너도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함께 할게. 죽지 않고. 그걸 바라잖아.
 
이 리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어, 다비드. (흐린 목소리 내었다. 허공으로 흰 숨을 뱉는다. 숨 흩어지는 것 너머로 당신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이거 기분이 참 묘해. 난 정말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어. 차라리 나도 크리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 ... 되어보니 대단한 일은 아닌 듯 하오. 그저, 내 욕망이 아주 날뛰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쾌할 뿐이겠구료. 그대가 자조적이었던 이유도 알 것 같고. (한 손을 들었다. 검지의 끝으로 당신을 가르킨다.) 그대처럼 수십 번을 죽는다면 인간이 될 수 있나? 아니면 무구한 시간을 보내보아? 어떤 것도 단정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잖아. ... 그대가 죽지 않고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니 그대. 내가 그대에게 하던 일을 이번에는 그대가 나에게 하는 거야. 알아 들었지? ... 못하겠어도 해. 내 곁에 있어주겠다고 그대가 말을 했으니까.
 
다비드:낙원은 찾는 게 아니라 세우는 것이라 생각해. (다시금 불순한 감정이 네쪽으로 몸을 기울게 만든다. 한걸음 내딛어 공백 사이를 메꾸어 갔다. 그리고 멈칫.) …이제 알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이해 받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아니, 나는.) …이해 받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들이 있었어. 상대를 파악하지 않아도, 그 이유를 낱낱이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들. 곱게 접어 서랍에 간직한 감정들과 ‘그저’라는 이름의 손잡이. 나는 그게 참 사랑스럽더라. (시선이 비스듬히 아래를 향했다. 그 얇은 손끝에서 총탄이 튀어나와 흉골을 부수고 심벽을 뚫을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게, 당장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쳐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지 않은가. 그 덕인지, 두뇌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야가 명료해지고 흔들리던 몸에 힘이 들어가 경직되면, 위험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반은 확신, 반은 믿음.)
……너, 정말 내가……. 널 죽이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도저히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네가 수십번이고 했었으니. 네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72
성공
피해13
 
이 리은:... 좋은 말이네. 낙원은, 찾는 것이 아니라 세우는 것이라. (흐린 중얼거림이다. 난 다른 것은 모른다. 감정이라는 것은 나의 판단에 있어서 사치일 뿐이라. 그저 결과만을 고집했다. 그 속을 비틀어 둔 것이 너라는 존재라.) ... 이해 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계속하여 어긋나지. 그렇기에, 나는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오.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것을 파악해야만 직성이 풀려. ... 그러니, 그대를 이해하려 하던 모든 것은 나의 이기요. (피할 생각도, 반격할 생각도 없으니 방아쇠 당기는 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본다. 어떤 움직임도 않았다. 익숙한 발포음과, 탄환이 쪼개어져 날아오는 소리. 그리고,) ... 잘,... 하면서... 무얼 못... 한다고... (몸이 크게 뒤로 기울었다. 아름답게 피어나던 꽃가지는, 제 심장부터 내장, 오장육부를 뒤엎듯이 피어났다. 더욱 더 제 생을 갈망하는 붉은 꽃잎을 마지막으로 제 시야에 둔다. 앞으로 익숙하게 볼 풍경이다. 제 온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시야가 점멸했다. 아, 어머니. 어머니. 어쩌면 습관이 되어버린 부름을 속으로 삼켰다. 나 아파. 그렇지만, 이 또한 기꺼워서.)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은 리은의 몸을 탄환이 꿰뚫습니다.
 
사방으로 붉은 선혈이 퍼지고, 리은이 힘 없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당신이 이대로 리은을 두고 간다면 A시의 멸망과 함께 리은은 사라질 것입니다.
 
다비드, 당신은 리은이 죽기를 바라나요?
 
다비드:(순식간에 뛰어가 쓰러진 몸을 들어올렸다. 그 무게는 한없이 가벼웠으나 반비례적으로 팔에 힘이 들어갔다. 하늘 한번 보았다가 도시 바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A시에서 최대한 멀리.)
 
절반 즈음 달려왔을까요.
 
당신의 품에 있던 리은이 거친 기침과 함께 눈을 뜹니다.
 
이 리은:... 나 토할 것 같은데, 좀... 좀 멈춰 봐.
 
다비드:(멈칫) ...걸을 수 있어? (내려주진 않았다)
 
이 리은:그대가 더 잘 알지 않나.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라고. ... 이대로 빠져나가려고? ... 어디로 가게? (끔박.)
 
다비드:....몰라.... 생각 안 했어. 일단 A시 벗어나야 하니까. (도르륵...) ...미안. 아팠지.
 
이 리은:... 정말 그대는 나 없으면 어쩌지? (한숨 작게 쉰다.) 생각은 하고 움직여, 바보야. 내가 AOC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 어쩌려고. (손 뻗어서 한쪽 볼을 톡톡. 나 봐.) 아팠지. 많이 아팠지. 그래도 그것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소. 내가 하라고 했잖아. 이 아픔 또한 내 책임이오. 그대가 안했으면 내 스스로 했을 거야.
 
다비드:따라갔겠지. (문제 인지 못하고 그리 답했다. 그제야 시선 올곧게 마주한다.)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거지. 넌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날 죽였던 거야? (뜸) 아니, 아니구나. 넌 크게 신경쓰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을 수도 있지. (제가 느끼는 감정이 너에게도 해당할 수는 없는 법이잖나.) 내려줘? 네가 걸을래?
 
이 리은:내 선택이 그대에게 있어서 잘못 되었다고 느껴진다고 해도? (슴박. 시선 맞춘 상태로 고개를 기울여 당신에게 기대었다.) 무슨 말을 해도 그렇게 하는가? 말을 하지 않았던가. 소중한 그대를 죽이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괴롭고 힘든 일이야. 물론... 내 결정에 사사로운 감정이 들어가지 않음은 부정치 않음세. 그러나 결정을 하는 그 순간까지 내가 품은 감정들까지 없는 것으로 취급하지는 말아주었으면 해. 나는... 음...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대를... 좋아해.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잖아. (고개 까닥.) 내려주어. 이제 내 발로 걸을 수 있소.
 
다비드:너를 따르겠다고 한 것은 나의 선택이었으니 책임졌겠지.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걸. (깜박.) 무슨 감정... (응? 순간 말문이 막힌다. ...그러니까 네가 일전에 말한 '아낀다'는 감정을 아끼는 골동품을 향한 감정...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거다.) ...그건 좀 더 탐내고 싶은데, 안 내려줄래. 토할 거면 토해도 돼. 나 뛴다?
 
이 리은:그대 고집을 누가 말려. 그럼 나 AOC 안갈거요. 탈영 해버리지 뭐어. 돌아가서 그대나 나나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 거길 가겠어. (엄... 양 팔을 뻗어서 당신의 목을 꾹 그러 안았다. 조금 불안하게 눈 굴리다가 힘 꾹 주었다.) ... 많이 탐내던가. 이러고 가는건 조금 낯부끄럽긴 하오마는 마다하지는 않을거요.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야경이 푸른 빛을 번뜩이며 당신들을 비추고,
 
내리던 눈이 멎으면, 도시를 잠식한 어둠이 걷혀갑니다.
 
밝아오는 새벽하늘 너머로 다가오는 헬기가 보입니다.
 
이 리은:짐짝 하나 안고 잘 뛸 수 있겠나?
 
평온한 어조로 리은이 물어오면, 대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다비드, 당신은 최강의 인류잖아요?
 
달칵, 다비드의 목줄이 풀린 뒤 처음으로 깊게 삼킨 겨울 도시의 공기가 폐를 콕콕 찌릅니다.
 
다비드:(한차례 피바람이 불었던 공기가 이제는 달다. 한껏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응, 그럼.
 
빛이 돌아온 리은의 눈동자에 고스란히 다비드가 담깁니다.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서로를 눈에 담고,
 
앞으로,
 
또 앞으로.
 
Credit
 
Staff
 
청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