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들지 못하거나, 갑자기 잠에 들거나, 자다 깨다를 반복하거나, 또는 그 모든 현상을 한꺼번에 겪습니다.
마력이 1로 시작하며,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피곤해서 지쳐갈 무렵,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숲 속의 펜션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됩니다.
비수기 치고도 꽤 싼 값에 대여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다비드 로템:(그런 곳이라면 피곤하지 않아도 가보고 싶을지도.)
조용한 숲에서 산림욕을 하다 보면 잠이 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덜컥 펜션을 예약합니다.
다비드 로템:(…뭔가 홀린 듯이 예약을 한다. 뒤늦게 가격에 의문을 품고 펜션을 검색해본다.) 귀신 나오는 펜션 아니야…?
펜션에 대해 검색합니다.
주변 경치가 꽤 좋다, 푹 쉬다가 왔다, 깊은 숲에 있어서 전파가 통하지 않는 게 좀 답답하다, 가격에 비해 시설이 넓고 좋다, 주인이 젊은 사람인데 친절했다, 숲이라 벌레가 좀 많았지만, 시설은 깨끗했다. 등등.
몇 가지 감수할만한 불편 사항을 제외하고는 호평이 가득합니다.
…
그 와중에 조금 신경 쓰이는 점이라면,
그 숲 근처에서 실종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비드 로템:그래, 이런 함정이 하나는 있어야지. (흐린눈으로 본다.)
몇십 년 전부터 시작해서 몇 년에 한 번씩,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모양이네요.
아무래도 넓은 숲에 위치한 곳이다 보니…
숲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다비드 로템:…혼자 길 잃는 건 익숙하니까.
조심하는 게 좋겠네요.
다비드 로템:(머지않아 핸드폰 내려놓고 여유롭게 짐을 하나 둘 싼다. 흰 셔츠 몇 벌, 속옷, 편한 신발, 양말 여러개, 세면 도구. 운동가방 하나에 집어 넣었다. 그게 전부였다. 가방을 현관문 옆, 신발장 가까이 두고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잠에 들지 못할 것을 알았으니 침대에 눕지 않았다. 잠깐 어스름이 내려앉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미루던 책상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머잖아 일어날 일에 대한 의문증. 그건 오늘을 살아갈 한 줌의 관성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잔잔한 일상을 보내고 나면 예약 날짜가 되었습니다.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인 숲이 시작되는 북쪽으로 가자,
드문드문 희끄무레한 머리의 중년이 인사합니다.
다비드 로템:(한쪽 어깨에 가방 하나 달랑 매고 숲의 입구에 섰다.) …안녕하세요, 오늘 펜션 예약한 사람입니다.
자신은 관리인이라 소개한 사람은 펜션까지 자신의 차로 안내하겠다며 차 문을 열어줍니다.
다비드 로템:(뭐지 이런 호의 안 익숙해… 미심쩍은 시선 보내고 차를 탄다.)
당신은 관리인의 차를 타고 숲을 한참 가로질러 갑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노을이 질 무렵이 되어서야 나무가 울창하던 곳이 끝나고,
잘 정돈된 잔디밭과 자갈밭, 화단으로 가꾸어진 정원이 나타납니다.
언덕 위쪽에 자리 잡은 작은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원 바깥에 차를 세운 관리인이 당신에게 다시 한번 인사합니다.
관리인:펜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리고는 짐을 들어 옮겨주네요.
다비드 로템:…제가 하겠습니다….
관리인을 따라 펜션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거실로 보이는 공간에 큼지막한 테이블 하나와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 옆으로 큼지막한 벽걸이 TV와 소파가 놓여 있고, TV 밑에는 각종 DVD가 들어있는 장식장이 있습니다.
관리인:숲에서는 전파가 잘 통하지 않으니까 TV는 DVD로 봐주시고, 용건이 있으면 내선 전화로 연락을 주세요.
침실로 짐을 옮겨 준 직원은 편안한 휴식시간을 보내시라며 서글서글하게 인사하며 타고 왔던 차를 타고 돌아갑니다.
다비드 로템:(금붕어 한 마리가 죽었다. 시퍼런 땅에 묻혔다. 그 위로 수많은 발걸음이 오고갔다. 멈출 수 없었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SAN Roll
기준치:
87/43/17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이게 마지막인가 싶을 때 쯤,
드디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밉니다.
신선한 공기가 당신의 폐에 가득 찹니다.
다비드 로템:…쿨럭…. (물을 토해낸다. 날숨에 가슴 언저리의 고통이 일었다. 푹 젖은 시선이 바깥을 향한다. 물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으나 방향성은 분명했다. 삶은 죽음보다 가벼웠던 모양이나, 육신은 무거웠다. 기어가듯 한팔로 몸을 이끌어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제야 반대쪽 옆구리에 상자가 여전히 끼어있음을 깨달았다.)
물 밖으로 나와 상자를 올려놓자,
상자가 달칵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상자 안에는 네개의 폴더 파일이 들어 있습니다.
다비드 로템:(바닥에 주저앉아 몇 번 얼굴을 쓸어내린다. 내가 상자를 열었나? 알 수 없다. 첫 번째 폴더를 본다.)
첫 번째 폴더 파일은 펜션에 방문한 사람들의 신상명세서입니다.
이름 위에 빨간 도장으로 clear 라고 찍혀 있습니다.
다비드 로템:? (두 번째 폴더도 본다.)
두 번째 폴더 파일도 펜션에 방문한 사람의 신상명세입니다.
이상하게도…
어제 보았던 관리인도 있습니다.
관리인의 이름 위에도 빨간 도장으로 clear 라고 찍혀 있습니다.
다비드 로템:이런 게… 왜 수영장에 있지. (세 번째 폴더를 본다.)
세 번째 폴더 파일은 당신의 신상입니다.
이 파일에는 도장이 찍혀 있지 않습니다.
다비드 로템:…뭔데, 그러니까? (애꿎은 파일만 노려보다가 네 번째 폴더 파일을 본다.)
네 번째 폴더 파일은 펜션을 중심으로 작성한 이 숲의 [ 지도 ] 입니다.
동쪽에는 숲 너머로 넓은 늪지대가 있습니다.
서쪽에는 숲 너머로 커다란 호수가 있습니다.
남쪽은 숲 너머로 커다란 절벽이 있습니다.
북쪽은 숲만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다비드 로템:이런 지역에 있으면 충분히 사람이 실종될만도 한데… (그뿐이지.)
파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이것이 수영장 바닥에 있었는지…
그 의미를 알려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어딘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비드 로템:(석연치 않은 표정 지으며 파일들을 챙겨서 돌아온다. 떠날까. 지금 떠날 수는 있나? 알 수 없다. 그런데 정말, 정말 이곳에서 사람들이 계속 실종을 해왔더라면. 본인이 떠나는 것 이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굳이 공들여 좁은 길을 걷는 건, 지나치게 익숙했다. 침실로 돌아가려던 발걸음 돌려 독서실로 향한다.)
독서실을 조사합니다.
대여섯 개의 책장에 책들이 빼곡히 가득 차 있고
방 한 가운데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다비드 로템:(책장을 살펴본다. 눈에 띄는 책이 있을까.)
책장에서 어제 발견하지 못한 책 한권을 찾습니다.
아무렇게나 보관한 듯 너덜너덜한 책은 손으로 직접 쓴 듯 잉크가 마구 번져 있어 읽기가 힘듭니다.
다비드 로템:… (어린애처럼 손등으로 눈가를 부비작댄다. 제 손을 바라봤다. 상처는 잘 아물어 새하얀 흉터로 뒤덮여있었다. 거울에 비친 이가 본인이 아니었더라면 대화를 시도해보았을 텐데.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주먹을 꾹 쥐고, 침실로 돌아가 제 짐가방을 챙겨서 펜션을 떠나기로 한다. 짐이 많지 않았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건물 밖, 숲에는 안개가 짙게 깔려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보이는 나무들에 의지해 겨우겨우 앞으로 나갑니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언제부터인가 벌레가 우는 소리는 커녕,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 같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부서진 세계 너머의 세계, 끝임없이 선악을 구분짓고 죄의 무게를 따지는 선악의 피안…. 나는 그곳에서 서로를 용인할 수 없는 반대되는 두 성질을 만나 무無, 즉 몰이해를 완성시켰다. 존재하지 않지만 그것을 인지하기에 존재하는 유일성. 타인, 즉 다른 수들을 끝없이 제 나름의 수로 분할하고 분할해도 결국은 되돌아오는 하나의 명제: [정의할 수 없음!] 인간의 세상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기능했다. 스스로를 끝없이 연소하며, 결국은 부정不定에 당도하고야 마는. 나는 이 모든 것을 관성으로 삼아 쉬지 않고 걸어가기로 선택한다. 어수선한 과거에서 도망치듯이, 허무한 시절 지나 내일로 비상하듯이, 수평서 너머로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갈구하듯이. 어깨는 무거웠으나 달음질은 가볍다.)
숲 바깥으로 달려 나갑니다.
저 지척에 숲이 끝나는 지점이 보일 정도로 숲의 끄트머리에 다가서면,
당신의 뒤, 저 멀리 나무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위집니다.
나무가 우지끈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불길한 포효 소리가 귀를 찢을 정도로 울려 퍼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