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타 메라에 가는 방법으로는 개인 차량, 버스, 지하철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 단연 인기가 있는 교통수단은 ‘기차 미네소타’입니다.
선로 옆으로 바다를 끼고 있으므로 경치가 상당히 아름답다는군요.
그리하여 두 사람은 기차 플랫폼에 서 있습니다.
기차가 들어올 선로를 앞에 두고,
좌우로 사람 몇몇이 바쁘게 오갑니다.
기차표를 확인하는 노인,
부모 손을 잡고 종종걸음치는 아이,
가방을 정리하는 여자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남자…….
플랫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군요.
기차가 들어오려면 아직 15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주위에는 도시락 가게라던가 프랜차이즈 카페, 편의점 따위가 즐비했습니다.
날씨는 유난히 춥고,
바람은 지독하게 날카롭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하늘은 이토록 청명하고 환한걸요.
추운 날씨 탓에 손끝이 차차 식어갈 무렵,
누군가 혀를 찹니다.
“쯧쯧, 조심해!”
목소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들립니다.
바로 옆입니다.
옆에 선 늙은 남자가 인상을 팍 구긴 채 당신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딱 다문 입술에 괴팍한 성격이 묻어납니다.
그가 뒤집어쓴 후드 달린 망토는 시대를 잘못 고른 것처럼 낡고, 이질적입니다.
후드의 그림자 탓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형형한 안광은 분명히 이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늙은 남자: 오늘 운수가 아주 나빠, 소중한 사람을 빼앗길 팔자야!
이게 무슨 뜬금없는 시비란 말인가요?
늙은 남자는 마치 점쟁이라도 된 것처럼 연신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늙은 남자: 잘못 걸렸어, 잘못 걸렸어……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꽃 노래도 한두 번이지,
안면에 대놓고 퍼붓는 저주가 지나칩니다.
상사화:? (일렉이랑 남자 얼굴 번갈아봄)
일렉티오 바시움:(악담에도 무심하게 흘긋 보고 만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사화를 당겨내고는) 왜.
상사화:(자기도 모르게 일렉 옷자락 꾹 잡고)
늙은 남자: (여전히 흉악한 인상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위대한 분이 노하셨어. 노여움을 풀기까지 고생을 하겠군. 제대로 해야 해. 원하는 건 다 들어드려. 그렇지 않으면…… (말꼬리를 흐린 남자는 삿대질을 하며 일렉을 가리킨다.) 너!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팔은 늙은 탓에 제대로 뻗기도 어려워 보였다) 기차에서 내릴 땐 시체가 돼서 나올 거다!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커다란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경쾌한 음악 소리에 남자의 목소리가 뭉개지고,
그의 입술만 정신없이 움직일 뿐입니다.
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대충 재수 없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음악 소리 후에 상냥한 목소리로 안내 방송이 시작됩니다.
“곧 기차가 역에 들어설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요란한 바람이 들이닥치고,
커다란 몸체를 가진 기차가 덜컹덜컹 달려옵니다.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리며 시야를 방해합니다.
어찌나 바람이 거센지 귀가 다 먹먹할 지경입니다.
겨울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귀며 코, 뺨 주위를 따갑게 때리고 지나갑니다.
얼굴에 잔뜩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나면,
어느새 늙은 남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뒤입니다.
위대한 것은 무엇인가요?
왜 노했다는 건가요?
뭘 들어주란 건가요?
아니, 도대체 시체가 돼서 나온다니……
상당히 재수 없는 이야기뿐입니다.
치익,
기차가 문을 엽니다.
칸마다 탑승객들이 천천히 계단을 밟고 오르는 동안,
선뜻 발걸음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네모나게 벌어진 입구가 괴물의 아가리처럼 보인다면,
이건 유별난 감상이겠죠?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아침부터 재수없는 소리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가볍게 혀를 찬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차가 원하는 것,
이라고 해봐야 표 검사밖엔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상한 남자는 이미 사라졌고,
기차는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몸을 실어야 할 때입니다.
“기차가 곧 출발할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속히 자리를 찾아……”
때마침 안내 방송마저 두 사람의 발길을 재촉하는군요.
상사화:뭐지... (얘랑 같이 있으니 재수가 안 좋으려나, 조금 불안한 시선으로 남자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막 도착한 기차에 눈길을 둔다.) 기차 왔네. 가자.
일렉티오 바시움:(불안한 시선으로 네가 보는 것도 무시하고는 네 손목을 붙잡고 기차로 오른다.) 그래 가자.
계단 두세 칸을 오르면 금세 기차의 안에 들어섭니다.
바닥에는 푸른 융단이 깔려 있고,
벽은 모두 흰색으로 칠했습니다.
커다란 차창의 둘레를 장식한 조각은 파도를 본뜬 모양입니다.
창 너머로 플랫폼이 보입니다만
수상한 남자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완벽한 구조의 좁다란 복도를 조금 걸어가면
금세 객실로 이어지는 문이 보입니다.
문 위의 은색 패널에는 7호 칸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객실은 707호였죠?
제대로 찾아온 모양입니다.
문 옆에 PUSH라고 쓰인 긴 버튼이 붙어 있습니다.
상사화:(이제는 손목 붙잡는 것도 익숙했다. 별 말 없이 기차에 올라서는 여전히 손목이 잡힌 체로 문 앞까지 널 데리고 가 버튼을 꾹 눌러본다)
일렉티오 바시움:(버튼을 눌리는 모습을 보고 열리는 문을 무감각하게 본다. 여행은 딱히 흥미를 주지 못했다. 기차를 타기 전 들었던 소리도 가볍게 넘기기에 충분했고.)
버튼을 가볍게 누르면 소리 없이 문이 열립니다.
자동으로 길을 비켜준 그것은 두 사람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 너머에도 복도가 펼쳐집니다.
복도의 오른쪽으론 객실의 문이 있고,
왼쪽으론 여전히 창 너머의 풍경이 보입니다.
객실의 공간을 내주느라
복도는 양쪽 벽에 바짝 붙어야 간신히 두 사람이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좁습니다.
기차 미네소타는 일반적인 지하철,
기차와 달리 객실마다 칸을 구별해두는 구조입니다.
긴 여행 시간 동안 조용히 갈 수 있으니 잘된 일이군요.
한 칸에 객실은 총 7개.
객실의 문마다 호수가 쓰인 패널을 붙여뒀으므로
자신의 객실을 찾기는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 일렉과 사화가 쓸 707호는 7호 칸의 가장 마지막 객실입니다.
객실은 방 한 칸 정도의 넓이로 벽 양쪽에 의자가 붙어 있습니다.
문 반대편에 커다란 창이 있어
실시간으로 바뀌는 바깥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의자는 생각보다 쿠션이 푹신하고,
등받이가 높아 편안합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앉기에는 넉넉하게 느껴집니다.
상사화:(꽤 큰 객실 보고 신기한 듯 눈을 키운다)
창은 기본적으로 환하게 바깥의 풍경을 드러내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커튼을 쳐서 빛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조명을 끄고 켤 수 있는 버튼도 문 옆에 있으므로
눈을 붙이고 싶을 때 편리할 것 같습니다.
객실의 천장에는 바다의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푸른 물결과 흰색의 경계가 이리저리 뒤섞인 그림은 유화 특유의 묵직한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거친 터치가 바다의 들쑥날쑥한 날씨를 묘사합니다.
[관찰] 판정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생각보다 좋은 객실을 시선에 담는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바닷가를 달리는 기차라고 유명하던데…….
아직 바다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긴,
아직 출발하지도 않았는걸요.
벌써 실망하긴 일러요.
똑똑.
객실에 짐을 풀고 편안히 자리를 잡으려는 찰나,
경쾌한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객실의 문은 유리를 사용하지 않고
흰 나무 재질을 사용했으므로 바깥이 보이지 않습니다.
노크에 대답하건, 하지 않건
문 너머의 누군가는 살갑게 말을 겁니다.
승무원: 고객님, 준비한 간식을 전달해드리고 있는데 문을 열어주시겠어요?
일렉티오 바시움:(간식이라는 말에 사화쪽을 흘긋 본다. 딱히 열어줄 생각이 없어서 네게 선택을 맡길 생각이었다.)
상사화:간식? (별게 다 있네, 싶으면서 네 쪽을 힐끗 보더니 눈을 마주치곤 딱히 열 것 같지는 않아 직접 문을 연다.)
문을 열어주면,
제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승무원이 작은 트레이를 끌고 좁은 복도를 지나고 있습니다.
차곡차곡 쌓인 작은 나무 상자를 내밀며 승무원은 인사를 건넵니다.
승무원: 미네소타에서 즐거운 여행을 만끽하세요.
상냥하고 친절한 것이 모범적인 승무원의 본보기로군요.
일렉티오 바시움:(나무상자. 간식을 포장하기에는 투박하지 않나? 그 생각을 하지만 별 관심은 없어 만다.) 뭐야.
승무원: (사화에게 상자들을 건내주곤 슝 다음 객실로 사라진다)
상사화:아.... 감사합니다. (제 손에 들린 상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승무원이 사라진 곳에 시선을 두고 의자에 가서 툭 앉았다. 다시 너를 바라보는 눈이 반짝인다.)먹을래?
일렉티오 바시움:(반짝이는 시선으로 보는 것에 간식이 그렇게 좋은가 싶었고.) 뭐가 들어있는데. (그래도 관심이 아예 없지는 않은지 물어보기는 했다.)
상사화:(대답을 들으면 상자의 뚜껑을 열어봤다)
나무 상자 안에 든 것은 생각 외로 고급스러운 디저트입니다.
연한 베이지 색깔의 크림을 잔뜩 쌓아 설탕에 졸인 밤으로 장식한 몽블랑과
흰색과 하늘색의 마블링이 뒤섞인 채 파도치는 마카롱,
얇은 빵 사이사이 생크림을 바른 섬세한 크레이프,
촘촘히 소라의 나선을 조각한 초콜릿…….
모든 간식의 포장지에는 필기체로 ‘Minnesota’라고 적혀 있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투박한 나무 상자 안에 등장한 생각보다 고급스러운 디저트에 관심을 보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간식을 담은 나무 상자의 뚜껑에도 똑같이 ‘Minnesota’라고 조각되어 있습니다.
호화로운 기차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네요.
표가 비싼 값을 합니다.
상사화:(상자 뚜껑을 요리조리 살펴본다.) 여기 안쪽에도 길이 있네. (하곤 너보고 보라는 듯 상자를 네쪽으로 내민다.)
일렉티오 바시움:길? (네 말에 상자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뚜껑 안쪽을 보면 정갈한 글씨체로 글이 써져 있습니다.
기차 미네소타는 승객분들께서 아름다운 바다의 청취를 마음껏 즐기실 수 있도록 선로의 7할을 바닷가에 설치했습니다.
객실의 창을 통해 접하는 바다가 촉박한 일상을 헤매는 승객분들의 마음에 한 줄기 여유와 휴식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긴 운행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으시도록
입에 즐길만한 먹을거리를 동봉하오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간식의 포장지 바닥마다 바다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라는 군요.
여러모로 상냥하기 짝이 없는 서비스입니다.
상사화:(글...)(눈 부비작...)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보여준 글을 읽어본다. 돈 값은 한다더니 생각보다 섬세한 서비스. 어쩌면 쓸데없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먹고 싶은 거 있어?
상사화:(호화스러운 기차 안 시설은 살짝 불편 하기까지 했다.) 다 맛있어보이는데. (그리고는 같이 먹자 말은 안하면서도 너를 빤히 바라보며 네가 제 옆에 앉기를 기다렸다.)
일렉티오 바시움:(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굳이 맞은편에 앉는다. 달리는 차창 밖을 무심하게 보고는 다시 네게 시선을 돌린다.) 그럼 먹어봐. (가만 네 반응만 살피고)
상사화:(같이 안 먹을건가..... 왜인지 기미상궁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간식들은 시선을 충분히 끌었으니 몽블랑을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몽블랑
가득 쌓인 크림이 보기만 해도 달콤합니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빵과 꾸덕꾸덕한 크림에는 밤 냄새가 잔뜩 뱄고,
꼭대기에 달린 설탕에 졸인 밤은 작고 동글동글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파티쉐가 신경써 만든 것 같은 몽블랑을 가만 지켜본다.) 왜, 안 먹어?
상사화:(처음보는 디저트가 신기한지 요리조리 살펴보고는 포장지를 네 쪽으로 내민다) 이거봐, 여기 이야기도 있어.
몽블랑의 포장지에는 짧은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디저트와 꽃. 꽤 사람을 홀리기에는 좋은 요소다 싶었다. 차창 너머로 곧 바다까지 보일테니 분위기는 제법 로맨틱해지겠지. 하지만 그 모든 것도 저와 관련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이 방의 방음이 어디까지 될지, 기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네가 몇번 울지 그 정도였으니. 내민 이야기를 대충 읽어보고는 고개를 돌린다.) 쓸데없는 짓을 열심히 했네.
상사화:(포장지를 확인하면 네 눈치를 보다 안 먹냐는 말에 작게 한입 먹어본다. 꾸덕한 크림이 입에 묻어나고 그럼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에 눈을 키운다.) 맛있는데.
일렉티오 바시움:(네 입가에 묻어난 크림을 손끝으로 훔쳐내 핥아본다. 달콤하게 퍼지는 맛은 제 스타일은 아니라 미간을 조금 찡그리고) 그럼 너 많이 먹어.
상사화:(네 손길이 입가에 닿으면 음찔하고 너를 가만 쳐다본다. 처음 오는 여행이고, 기차고, 달달한 음식까지. 왜인지 속이 간질거리는 것을 뒤로하고 씨익 웃어보인다.) 후회한다? (그리고, 마카롱의 포장지도 뜯어서 확인한다.)
흰색과 하늘색이 뒤섞인 꼬끄는 꼭 아침 바다의 파도를 그린 것 같습니다.
꼬끄의 우둘투둘한 끄트머리마저 방파제에 부딪힌 파도의 물거품처럼 보이는군요
일렉티오 바시움:내 결정을 후회해본 적은 없는데. (가볍게 대꾸하고는 차창에 턱을 괸다. 마카롱을 뜯는 손끝에 시선을 두고.) 많이 먹어. 언제 힘들어질지 모르는데. (의미심장하게 말을 던진다.)
상사화:(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 간식들을 빤히 바라보다 몽블랑을 내려놓곤 마카롱도 한입 뇸 먹고, 확인한 포장지를 네 쪽으로 내민다.) ? (아무 생각없이 먹고 있다가 네 말에 벙찐 얼굴로 너를 바라본다.)
마카롱의 포장지에는 짧은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한 입 겨우 먹었을까 싶은 몽블랑을 흘긋 보고. 간식을 먹는 것보다 포장지를 열어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은 너를 다시 본다. 벙찐 얼굴로 보면 살짝 고개를 기울인채로 입술만 뻥긋거린다. 왜,)
상사화:(대체 뭘 하려고...) 너 그러다 공연음란죄로 잡혀가... (나지막하게 말하다가 그냥 입다물고 있으라는 식으로 네 입에 남은 마카롱을 쇽 넣어준다.)
일렉티오 바시움:무슨 생각을 했는데. (말하지도 않은 건데, 그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까지 했길래. 입꼬리를 당겨 피식 웃다 마카롱을 제 입에 밀어넣으면 차마 뱉을 수가 없어 겨우 씹어 삼키지만 시선이 매섭다.)
상사화:...... 어........ (피식 웃으면 할말을 잃었다. 이게 누구탓인데, 생각이 들었지만 사나워진 눈에 시선을 스윽 돌리고는 크레이프의 포장지도 확인해본다.)
얇고 얇은 반죽을 생크림과 함께 겹겹이 쌓은 케이크.
색소를 섞었는지 반죽은 희미한 하늘색입니다.
사이로 흘러내린 생크림이 유난히 새하얗습니다.
상사화:이건 케이크인가. (요리조리 살펴보고는 이번엔 먹지 않고 포장지부터 확인했다.)
일렉티오 바시움:먹는 것보다 포장지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아예 확신을 담아서 말하고는 다시 익숙하게 적혀있는 해당화. 스토리가 이어지는 건가. 문득 생각하지만 곧 떨쳐낸다.) 안 먹어?
상사화:(사이좋은 연인, 해당화, 바다의 울음소리. 저와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이었다. 네가 물으면 혼자만 먹는게 아쉽다는 표정을 짓곤 크레이프도 먹어본다)
한입 베어 물면 빵도 크림도 소리 없이 잘리고,
뒤섞여서 결국 원래의 색 따위 찾아볼 수 없겠죠.
우둘투둘한 끄트머리가 가파른 절벽과 같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크레이프까지 네 입안으로 삼켜지면 차창 너머를 본다. 바다가 보인다고 했던 것 같은데. 바다가 보고 싶은 마음보다는 인적이 드물다는 사실을 보고 싶었지만 밖을 빤히 내다본다.)
상사화:(너를 따라 창밖을 바라보면 그래도 구경은 하는 구나, 생각하고는 다시 간식 상자를 바라본다.) 마지막이네. (하고는 여전히 크레이크를 입에 우물거리고 초콜릿의 포장지를 확인한다.)
초콜릿의 포장지에도 짧은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글씨가 번진 탓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그래도 네가 뭘하고 있는지는 계속 보고 있던 탓에 흐려진 글씨가 오히려 시선을 잡아끌고, 고개를 네 방향으로 조금 숙여 자세히 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마지막 글자는 아마도,
‘손’이라고 쓰인 것 같습니다.
덜컹, 덜컹.
특유의 승차감이 몸을 흔들고,
기차 미네소타는 선로를 따라 쏜살같이 달려나갑니다.
창밖으로 온갖 광경이 휙휙 지나갑니다.
플랫폼의 철조망,
빼곡한 도시의 건물,
조금 더 나아가 길고 긴 다리와
겨울 바다.
창백한 겨울 바다가 펼쳐집니다.
파랗게 침잠한 물결은 달의 인력을 따라 파도가 되어 밀려오고 쓸려나가기를 반복합니다.
쓸쓸하고 외롭기 짝이 없는 풍경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겠죠.
본디 외로운 것들은 마음을 동하게 하는 법이니까요.
상사화:와... (시선에 들어오는 겨울바다는 잠깐 보아도 서늘하고 쓸쓸해보였지만 동시에 매혹적이기도 해서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면 같이 오게 된 것에 기분이 좋아져서 여행을 처음 온 어린아이 마냥 창에 얼굴을 꾸욱 맞대고 바다를 구경했다)
일렉티오 바시움:(겨울바람을 품은 바다는 특유의 색이 있었다. 차가운 서늘함이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품을 것도 같아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어서. 그저 파도가 치는 바다네. 라는 감상 정도였다. 반면, 너는 아예 얼굴까지 붙이고 빠져들듯 구경하는 모습에 옷덜미를 당겨 차창에서 조금 떨어뜨린다.) 누가 보면 바다를 처음보는 사람인 줄 알겠네.
일렉티오 바시움:(정신을 겨우 차려본다. 꿈이었나? 기억이 드문 끊기는 기분은 언제나 불쾌했다.)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이곳저곳 욱신거리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죠.
사화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목이며 어깨, 등과 허리 따위가 뻐근하게 아픕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따르릉.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당신을 재촉하는 것처럼 한 번 더 전화벨이 울립니다.
객실 문 안쪽에 설치된 작은 전화기입니다.
차내에서 사용하는 통신 수단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기장이나,
혹은 승무원에게서 온 전화겠죠.
딱히 짚이는 상대는 없습니다.
받을까요?
일렉티오 바시움:(계속 두면 시끄러워질 것 같아 걸음을 옮겨 전화를 받아본다.) 여보세요.
사화는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건 말건 단잠에 빠져 있습니다.
전화기는 연신 울음을 터트리며 몸을 뒤흔듭니다.
전화를 받으면……
???:일어났어?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말을 건넵니다.
승무원이라기엔 지나치게 격 없는 말투입니다.
???:창밖을 봐. 바다가 아름다워. 네가 보는 풍경은 항상 이런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거겠지?
일렉티오 바시움:(격의없이 언제봤다고 저를 향해 반말을 하는건지. 전화를 끊을까말까 고민을 한다.)
???:나는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아.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두고 네가 나에게 오다니. 오직 나를 보기 위해서, 나를 만나기 위해서……. 알아, 안다니까. 그런 말 하지 마. 그냥 감격스러운 것뿐이야.
네가?
나에게?
그가 말하는 ‘나’란 누구고,
‘너’란 또 누구인가요?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기억에 없는 목소리입니다.
적어도 당신, 일렉에게 걸려온 전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무어라고 대답하건 전화기 너머의 그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할 말만 이어갈 뿐입니다.
???:하지만 역시 바다를 볼 때마다 네가 생각나. 네가 바다를 닮았고, 너와 처음 만난 곳도 바다였으니까.
그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평소와 똑같은 날이었어. 햇살도, 바람도, 그 무엇도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고.
그런데 뜬금없이 바닷가에서 너를 만난 거야. 내 일정에는 전혀 계획에도 없던 일이었지.
아마, 내 운명의 신도 우리의 만남을 안배해두진 않았을 거야.
우리가 만난 날, 너는 이미 죽었으니까.
[듣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방금 무슨 말을 들었던거지?)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상대의 목소리 사이로 이명 같은 것이 섞여서,
음질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목소리입니다.
???:죽지 않았다고? 얘는. 숨을 쉬지 않는 사람을 ‘죽었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만난 그 순간에 너는 죽었던 거지. 내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시신마저 파도에 쓸려 갔을걸? 내가 입 맞추지 않았다면, 너는 영영 깨어나지 않았겠지.
뚝,
전화가 끊어집니다.
제 할 말만을 늘어놓던 상대는 끝끝내 당신의 이야기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객실 안에는 고요가 가득 찼고,
잠든 사화와 창을 가린 커튼,
닫혀있는 문이 전부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뚜, 뚜, 뚜…….
규칙적인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제멋대로 할 말만 하고 끝난 전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조차 파악할 수 없는. 아직 잠에서 다 깨어나지 않은 머리로 굴려내기에는 단서가 부족하기만 했다. 그렇게 신경쓸 만큼 궁금하지도 않았고. 끊겨진 전화기를 보다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올려놓는다. 아침부터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이 퍽 많다는 생각을 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전화벨이 쩌렁쩌렁 울리고,
일렉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상대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중에도 사화는 깨어나지 않습니다.
여행을 기대하고,
지난밤을 뒤척였던 걸까요?
혹은 요즈음의 일정이 그토록 고됐던 걸까요?
얌전히 눈을 감은 얼굴이……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이쯤이면 깨어나야하는데 이상하게 깨어나지 않는 네 얼굴을 빤히 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새하얗게 질려 있습니다.
눈을 감은 사화는 뒤척이지도,
얼굴을 찌푸리지도,
잠꼬대하지도 않습니다.
마치 죽은 것처럼 깊은 잠에…….
아니,
정말 잠이 든 것뿐인가요?
일렉티오 바시움:(잠이 든 건 맞나? 의문이 들어 손을 뻗어 뺨을 감싸본다.)
사화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어렵지 않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화는 숨을 쉬지 않습니다.
코 아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도,
아주 조금 벌어진 입술 사이를 살펴도 단 한 점의 호흡조차 드나들지 않습니다.
사화의 죽음을 목격한 일렉, [이성] 체크합니다. [SanC(0/1d2)]
일렉티오 바시움:(들썩이지 않는 가슴, 내뱉지 않는 호흡까지. 왜 지금까지 알아차렸지 못했을까 의문이 들 만큼 네 숨은 이미 멎어있었다. 그걸 어떤 표정으로 내려보았더라.)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변동없음.
일렉티오 바시움:(아, 그래. 어차피 너도 죽을 운명에 지나지 않았구나. 싶었지만 묘한 감각이 기저에는 남아있었다. 저조차도 알지 못할.)
창을 가린 커튼, 닫혀있는 문, 그리고 전화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가까이에 있는 창을 가린 커튼부터 본다.)
커튼 틈새로 스며드는 빛이 푸르스름합니다.
벨벳 재질의 푸른 커튼은 창을 완전히 가리고 있습니다.
창문을 걷으면……
깊고 깊은 심해가 펼쳐집니다.
바다가 아닙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분명히 심해,
퍽 깊은 바닷속의 어딘가가 분명합니다.
감색의 물이 가득 차 있고,
위도 아래도 온통 어두운 물이 넘실거립니다.
앙상한 산호가 바짝 마른 손가락 마디처럼
땅을 긁고,
길고 미끈거리는 수초가 어수선한 머리카락처럼 거칠게 얽혀 있습니다.
종종 바닥을 기는 작은 게라던가,
바다뱀 따위도 눈에 띕니다.
기차는 분명히 심해를 달리고 있습니다.
어두운 돌과 모래 따위가 깔린 가장 깊은 지저를 밟으며!
일렉티오 바시움:(심해..? 분명 바닷가가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으로 들어온걸까. 침몰되었다고 보기에는 기차는 멀쩡하게 달리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 작게 실소마저 흘려낸다.)
창 가까이 해파리가 스쳐 갑니다.
버려진 비닐봉지처럼 흐느적거리는 모양새는 여유롭기 짝이 없습니다.
이름 모를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꼬리를 치며 앞으로 쏜살같이 물살을 가르고 도망칩니다.
대부분 울퉁불퉁하고 흉악한 생김새를 가진 것은,
필시 이곳이 깊고 어두운 곳이기 때문이겠죠.
때마침 커다란 고래가 울음을 터트립니다.
경적만큼 길고, 느리고, 웅장한 울음소리입니다.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광경이 아름다운 만큼……
기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심해를 달리는 열차라니,
그런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요.
이런 경로가 있다는 설명도 당연히 듣지 못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수압을 이기지 못한 창문이 산산이 깨지고 물이 쏟아질 것 같다는,
본능적인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깜빡 잠이 든 사이 기차가 선로를 이탈하고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한 건가요?
믿을 수 없는 상황의 나열에 일렉, [이성] 체크합니다. [SanC(0/1)]
일렉티오 바시움:(과학적으로는 아니 이성적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상황, 숨을 쉬지 않는 사화까지 더해지니 오히려 자신이 꿈 속에 빠져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이게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비현실적이지 않나.)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동없음.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상한 전화,
창밖의 심해,
숨을 쉬지 않는 사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상황을 받아들이려 노력해보아도 쉽지 않습니다.
기차를 탔고,
간식을 나눠 먹고,
이야기를 잠깐 나누다 잠이 든 것이 전부인데.
늙고 낡은 노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선연합니다.
“오늘 운수가 아주 나빠, 소중한 사람을 빼앗길 팔자야!”
그는 정말 이런 상황을 예고했던 걸까요?
우리는,
신의 목소리를,
예언을 믿지 않아 이런 꼴이 되어버린 걸까요?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요?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신이라는 존재자체가 우습기만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이 되면 떠오르는 것도 신이라. 헛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숨을 쉬지 않는 사화의 얼굴을 말가니 들여다본다면,
이윽고 이 상황과 흡사한 어떤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첫 만남
바다
숨을 쉬지 않는 너와 당황에 겨운 나
…….우연의 일치라기엔 기묘한 배치가 아니던가요?
그렇다면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따라야 한다고,
출처 모를 확신이 속삭입니다.
“제대로 해야 해. 원하는 건 다 들어드려.”
괴팍한 남자의 목소리와
“내가 입 맞추지 않았다면, 너는 영영 깨어나지 않았겠지.”
상냥한 여자의 목소리가 교차합니다.
.....
사화에게 입을 맞출까요?
일렉티오 바시움:(마치 단 하나의 해결처럼 이어지는 실마리. 입맞춤이라. 깨어있을 때도 해주지 않았던 것을. 역으로 말하면 죽은 존재이기 때문에 해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대로 죽은 네 모습을 보는 것이 썩 마음 편한 일도 아니었기에 속은 셈치고 고개를 숙여 입술을 붙여본다. 입맞춤이라기보다는 숨을 불어넣는 행위에 가까운. 벌어진 틈으로 제 숨을 밀어넣고 가만히 입술을 맞대고 있다 떨어져본다.)
사화의 입술은 무척 차갑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시체에 입을 맞추는 것 같은,
기묘한 배덕감과 불쾌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듭니다.
우리의 삶은 동화가 아니에요.
우리 또한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지요.
그렇기에 고작 한 번의 입맞춤으로 무언가 달라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만,
상사화:..티오?
눈을 뜬 사화가 작은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작고 느리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으나,
입술 사이의 거리는 지척이었으므로 놓칠 턱이 없습니다.
숨을 쉬지 않았던 방금의 일이 거짓말처럼 사화의 호흡은 안정적으로 드나듭니다.
안색이 희고, 체온은 다소 낮지만……
분명히 숨을 쉬고 있습니다.
눈을 뜨고,
이름을 부르고,
말하며,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입니다.
더는 시체라고 부를 수는 없겠군요.
당신은 단 한 번의 입맞춤으로 기어코 사화를 죽음에서 구해낸 것입니다.
...믿을 수 없게도.
상사화:(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진 않은 듯한 얼굴로 너를 멀뚱 바라본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게 네 얼굴이라니, 이윽고 정신을 차리면 고개를 뒤로 휙 뺐다.) 왜, 왜?
일렉티오 바시움:(태엽이 감긴 인형이 움직이듯, 입맞춤 한 번으로 내뱉어지는 제 이름을 본다. 다시 실소라도 내뱉고 싶어지는 상황. 계속해서 마주하는 비현실에 제 존재자체가 가장 이질적인게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아니면 이 상황에 녹아들게 되거나.) 아니, 잘 자길래. (굳이 네게 상황을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평소처럼 무심히 답하고는 시선을 차창 너머로 돌린다. 여전히 어두운 심해. 그걸 보면 지금이 현실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
상사화:(평소처럼 무심하게 답하는 것에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 생겨 너를 조금 흘겨본다. 그러다 네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면 놀란 표정을 짓는다.) 무슨.... 뭐야 이게? (심해. 아직 잠에서 덜 깬건가. 혼란스러웠다. 자다가 깬 것 뿐이었는데 심해를 달리는 기차 속이라니. 그리고서는 네게서 해답을 찾으려는 듯 창밖의 풍경과 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기관실은 연락을 받지 않고,
창밖은 심해,
객실은 좁기만 합니다.
이 상황이 어찌 된 것이건 객실 안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네요.
객실 밖으로 나서야겠군요.
일렉티오 바시움:글쎄, 나도 궁금하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당황스러워보이는 네 모습을 보고는 닫혀 있는 문을 본다.) 일단 나가서 상황을 봐야할 것 같은데.
상사화:(납치라도 된건가. 사고라도 난건가,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면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오래 잠들어 있었던 건지 아니면 당혹스러운 상황 때문인지 몸이 뻐근하게만 느껴졌다. 나가자는 말에 네 옷자락 끝만 슬며시 잡아낸다.)
일렉티오 바시움:(애매하게 옷자락을 잡는 네 손목을 쥐어내 끌듯이 잡고 걸음을 옮긴다. 아까까지 숨을 쉬지 않았던 사람을 대하는 손짓이라기에는 난폭했다.)
상사화:아, 아파. (눈살을 찡그리고 호소하면서도 네 걸음에 맞춰서 뛰다싶이 문쪽으로 걸어간다. 문 앞에 서면 겁이 나는 듯 네 눈치를 살폈다.)
일렉티오 바시움:(아프다고 말하면 힘을 아주 조금 풀어주고는 문을 열어본다.)
객실의 문을 열고 나가면 복도는 조용하고,
다른 객실의 문은 얌전히 닫혀있습니다.
좁은 복도의 반대편에 커다란 창이 보입니다.
창 너머의 풍경은 마찬가지로 심해가 담겨 있습니다.
……꿈도, 착각도 아니었군요.
어떤 디지털 이미지가 아님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모든 창마다 각기 다른 심해의 풍경이 담겨 있고,
창문의 틈새로 소금기가 가득한 물비린내가 스며들고 있으니까요.
상사화:(조금 힘을 풀어주는 것에 찡그렸던 얼굴을 푼다. 뭐라 말하려고 하다가 펼쳐진 복도를 마주하면 얼빠진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이것도 기차의 이벤트, 그런건가?
일렉티오 바시움:(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보이는 복도의 풍경에 네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이 잠시 헐거워진다. 어디로 가야할까 가만 서서 고민을 해보고.) 설마. 이정도 이벤트를 진짜로 했다면 돈을 더 달라고 했겠지.
상사화:(기괴한 광경에 어두운 창밖은 두 사람이 물 속에 갇힌 기분을 들게 했고, 그 기분은 두려움을 일켰다. 그렇기에 제 손목을 놓지 않는 것에 안도하고 잠시 너를 올려다보다가 앞장서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고급진 기차라 그런가....?
복도를 거닐면,
푹신한 융단 덕에 사화와 당신의 발소리라곤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아니,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아닙니다.
복도의 어느 곳에서도 인기척이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복도는 텅 비었고,
간식을 담은 트레이나 승무원,
다른 객실의 손님 중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습니다.
복도를 따라 706호, 705호, 704호와 703호, 702호, 그리고 701호까지……
모두 문이 꽉 닫혀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정적 속에 복도를 걷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 나지 않는 기차의 안은 마치 밖 심해와 같이 이질적이었다. 문이 굳게 닫겨있는 객실까지 시선에 담아내고. 이 모든 상황이 아주 잘 짜여진 연극과도 같아지는 기분에 잠시 숨을 골라낸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너와 엮이면 항상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상사화.
상사화: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러고 나면 문득 아침에 저주를 퍼붓던 남자가 생각났다. 고개를 털어버리면 주변을 스윽 둘러본다.)
객실마다 문이 꽉 닫혀있는 데다 문에 난 작은 창마저 불투명 유리이므로,
안쪽을 살펴보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제대로 안이 보이지도 않는 구조. 안에 있을 때는 좋았지만, 밖에 나오니 불편하기만 했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문 너머는 지독하게도 조용합니다.
웃음소리도,
이야기 소리도,
코 고는 소리와 짐을 뒤적이는……
그 어떤 소리도.
하다못해 숨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모든 객실이 하나 같이 그렇습니다.
텅 빈 것처럼.
기차 안의 풍경이 퍽 서늘합니다.
마치 사람이 전부 사라진 것처럼.
복도 끝의 문에는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유일하게 다른 칸으로 건너갈 수 있는 통로입니다.
문 위에 달린 패널에는 7호 칸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마 이 앞은 6호 칸일 테죠.
객실이 총 3칸,
나머지는 다이닝 칸과 칵테일바 칸,
살롱 칸으로 구성된 기차니까……
기관실에 도착하려면 5칸은 더 건너야 할 것 같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함께' 라는 단어를 오랫동안 본다. 사화를 다시 끌어와 제 옆에 세워두고 문을 열어보려한다. 기관실까지 갈 길이 멀게만 늦겨져 눈가를 꾹 누르고.)
상사화:(별말없이 얌전히 끌려간다. 그리고 글씨를 발견하면 저도 모르게 쥐어진 손목을 틀어서 네 손을 붙잡는다.)
문은 순순히 열립니다.
사화의 손을 잡고,
다음 칸으로 넘어갑니다.
[민천] 판정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다 딱히 떨쳐내지는 않고 걸음을 옮긴다. 물론 칸을 넘어가면 다시 손을 빼내었지만.)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막 문턱을 넘는 찰나,
당신의 손안에 무언가 떨어집니다.
[자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자연
기준치:
10/5/2
굴림:
14
판정결과:
실패
(?)
고운 분홍색의 꽃송이입니다.
장미와 작약을 닮은 탐스러운 꽃은 청록색의 줄기가 깨끗하게 가다듬어져 있고,
겹쳐 핀 다섯 개의 꽃잎 사이 샛노란 술이 도드라졌습니다.
코 가까이에 대면 부드러운 향기가 납니다.
부드러운 꽃향기 사이로 소금기 어린 짠 내음이 묻어납니다.
처음 보는 꽃이지만 퍽 아름답네요.
상사화:(스르르 손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지고 나서야 손을 잡았던 것을 깨달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제 손을 한번 보다가 말았다.)
6호 칸도 5호 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복도는 침음에 잠겼고, 사화와 당신은 점차 침묵에 침잠합니다.
긴 복도는 평평하고 푹신하건만 조금만 걸어도 유난히 지치는 느낌입니다.
이 기묘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든 탓일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어떤 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소금기에 포장지에 그려진 해당화인가 짐작을 해본다.)
4호 칸에 도착한 것은 완전히 지치기 직전의 순간이었습니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은 소리소문없이 미끄러집니다.
문을 여는 순간 강렬한 음식의 냄새가 휘몰아칩니다.
냄새를 색채로 표현한다면 아주 짙고 붉은……
그래,
장미와 꼭 닮은 색일 거예요.
다이닝 칸의 바닥에는 마찬가지로 푸른 융단이 깔려 있고,
벽면도 비슷한 계통의 푸른색으로 가득 칠해져 있습니다.
푸른 벽 위로 흐릿한 흰색을 덧칠해 규칙적인 무늬를 새겨 넣은 단장이 고급스럽습니다.
파도를 닮은 무늬와 문양이 서로 어우러지고 부딪히며 얽혀듭니다.
천장에는 은색의 샹들리에에 달린 유리 조명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그 아래에 새하얀 테이블보를 깐 원형의 테이블이 비스듬히 교차하며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마다 새파란 장미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촛대와 포크, 수저와 나이프까지 몽땅 은으로 빚어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리마다 음식 대신 승객의 이름이 적힌 카드가 놓여 있습니다.
앞쪽의 문을 통해 다음 칸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다이닝 룸인가. 고급스럽게 세팅되어있는 자리를 눈여겨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7번째 테이블에서 사화와 당신, 일렉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발견합니다.
식사를 예약한 적은 없는데.
탑승객 모두의 요리가 준비된 걸까요?
상사화:기차 안에 이런 곳도 있네. (비싼 데라 그런가..? 고개를 기울인다. 그리면 일곱 번째 테이블에 적힌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떼었다.)
다이닝 칸의 이상한 점이라면 다른 칸과 마찬가지로 승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음식이 놓인 유일한 자리.
7번째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가면 카드에는 사화와 일렉의 이름이 각각 적혀 있고,
이름 앞에 은색의 클로쉬가 놓여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오픈 키친을 살펴봐도 불을 지핀 흔적은커녕,
요리사의 자취를 찾을 수 없는데……
이 음식은 누가,
누구를,
무엇을 위해 준비했단 말인가요?
스멀스멀 의심이 고개를 들 때,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립니다.
오픈 키친의 벽면에 전화기가 붙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당장 전화를 받으라는 것처럼 쩌렁쩌렁하게 벨을 울리기 시작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시끄럽게 울리는 전화에 의문을 갖던 것도 멈추고 걸음을 떼어낸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어 받았다.) 여보세요.
???:배고파.
두 번째지만 어느새 익숙해진 목소리가 말을 건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객실에서의 그 상대와 똑같은 목소리입니다.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상대는 전화 예절 따위 하나도 모르는 것처럼 생뚱맞은 본론을 꺼냅니다.
???:저녁 먹으러 가자, 응?
일렉티오 바시움:(누구에게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는건지. 또 혼자서 내뱉는 말에 기분이 가라앉는다.)
???:아, 싫어. 나 혼자 먹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야? 혼자 하는 식사는 재미없고, 맛도 없고, 심심하단 말이야. 왜 그러는 건데? 내가 식사예절이 안 좋아? 내 얼굴만 봐도 밥맛이 떨어져?
아니면,
네 식성 때문이야?
잠시 전화기 너머의 여자는 침묵합니다.
전화가 끊겼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기계음 대신 수화기를 꽉 채운 축축한 소음 때문이었습니다.
서늘한 물소리, 보글거리는 물거품 소리가 목소리를 대신합니다.
잠깐의 침묵 끝에 여자가 웃습니다.
웃음기가 잔뜩 서린 목소리로,
???:나 그런 건 하나도 상관없어. 괜찮아. ‘그것’이 네 식사인 거잖아. 나도 고기를 먹는걸. 돼지도, 소도, 닭과 꿩과 오리도, 사슴과 곰과 이름 모를 새와 뱀과 그 외의 많은 것들을 잡아먹고 있어.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인걸. 있잖아, 나 전혀 무섭지 않아.
일렉티오 바시움:(가만히 전화를 듣는다. 분명 이게 단서를 줄거라는 기이한 확신이 있어서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목소리도 참아낸다.)
???:하지만 혼자 식사하는 건 쓸쓸해. 그러니까…… 식사가 끝날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 줘. 나를 혼자 두지 마. 그리고 너를 혼자 두지 마. 식탁 위에 오르는 것들이 조금 다르다고 한들 두려워하지 않을게. 함께 식사를 마치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억지를 부립니다.
물소리도,
웃음소리도,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일정한 기계음이 귀를 두드립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테이블에 놓인 두 개의 클로쉬로 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클로쉬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상상은 나래를 펴고 끝까지 쫓아오는군요.
일곱 번째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섭니다.
상사화와 일렉티오 바시움.
마주 보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카드는 정확히 서로의 반대편에 놓여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식탁 위로 시선이 옮겨진다. 끊긴 전화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걸음이 테이블로 향한다. 덮여있는 클로쉬를 열어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클로쉬의 겉면을 톡톡 손끝으로 두드리다 결국 열어본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반드시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음에)
찬란하게 빛나는 클로쉬를 열면,
흰 접시 몇 개와 스푼, 포크, 나이프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접시 위에 올라간 음식은……
평범하기 짝이 없군요.
덮어둔 것을 열었을 뿐인데 좋은 냄새가 훅 밀려옵니다.
메인 디쉬로 나온 것은 스테이크입니다.
두툼한 고기에 소스를 곁들여 적당히 굽고,
주위에 당근을 정교하게 조각한 꽃으로 장식했습니다.
고기의 육즙과 어우러진 소스가 불투명하게 반짝입니다.
적당한 두께,
부드러운 육질,
촉촉하게 머금은 기름…….
먹어보지 않아도 일품이에요.
작은 볼에는 샐러드가 담겨 있습니다.
부드럽고 연한 로메인과 싱싱한 과일, 채소를 몇 가지 곁들인 뒤 시저 드레싱을 잔뜩 뿌려 색을 칠했습니다/
톡톡 씹히는 겨자씨가 독특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사이사이 숨어있는 삶은 달걀은 아주 부드러워 보입니다.
얇은 접시에는 붉은 수프가 찰랑거립니다.
투명한 수프 안에 가라앉은 토마토의 속살과 새콤한 향기 덕에 절로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수프 바닥에 깔린 작게 다진 파프리카는 깊은 곳에 잠긴 자갈처럼 휘젓는 스푼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곁들이는 접시에는 포크로 찍어 바로 삼키기 좋은 레몬과 라임의 절임이 담겼습니다.
설탕에 절인 덕에 샹들리에의 불빛처럼 반짝이는 표면이 눈에 띕니다.
입가심하기에 딱 좋은 디저트일 거예요.
잔에 고인 것은 평범한 물입니다.
투명하니 잔의 바닥을 내보입니다.
상사화:(네가 클로쉬를 여는 것을 보고 눈을 살짝 키우더니 저도 제 자리에 앉아서 클로쉬를 열어본다.)
찬란하게 빛나는 클로쉬를 열면,
흰 접시 몇 개와 스푼, 포크, 나이프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접시 위에 올라간 음식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아니,
저것들을 음식이라고 부를 수는 있는 건가요?
메인 디쉬로 나온 것은 희고 둥근 눈알입니다.
굴러다니지 않도록 접시의 바닥에 설탕 따위를 발라 굳힌 탓에,
검은 눈알과 정확하게 시선이 마주칩니다.
흰 부위는 기름기가 번질거리고,
소스를 끼얹었는지 어울리지 않게 좋은……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작은 볼에는 샐러드가 담겨 있습니다.
으깬 감자와 슬라이스 친 견과류 사이로 아주 작은 고깃덩이가 다섯 개 꽂혀 있습니다.
무슨 고기일까요,
이름을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퍽 익숙한 생김새이니까요.
그야, 당신의 손에도 달린 손가락인걸요.
아몬드, 혹은 이름 모를 견과류는 분리해낸 손톱이었습니다.
드레싱은 필요치 않습니다.
이토록 촉촉하기에.
수프가 담긴 얇은 접시에는 높이 솟은 코가 떠다닙니다.
가장 높은 지점에는 데코레이션을 위한 작은 콩이 올라가 있습니다.
잘린 단면은 수프 사이에 묻혀 다행히 보이지 않습니다.
접시를 가득 채운 붉은 수프의 정체는 아직 식지 않아 따뜻한 피입니다.
곁들이는 접시에는 포크로 찍어 바로 삼키기 좋은 몇 종류의 고기가 놓여 있습니다.
테두리를 따라 정체 모를 푸른 소스가 콕콕 어떤 무늬를 그리고 있군요.
그릇에 조각조각 오른 것은 입속에 들어있어야 할 혀입니다.
잘 익은 혀가 먹음직스러운 검붉은 색을 띱니다.
바싹 익힌 탓에 핏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잔에 고인 것은 평범한 물 같지만,
어쩐지 짠 내음이 나는군요.
그릇 위에 담긴 모든 음식의 재료가 적나라합니다.
분명히 사람의 고기가 틀림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걸 먹으라고 내놓는 거죠?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치밀고 속이 정처없이 울렁입니다.
끔찍한 그릇의 내용물을 확인한 일렉, [이성] 체크합니다. [SanC(1/1d3)]
일렉티오 바시움:(클로쉬 안에 들어있던 것은 음식이라고 말하기에는 심해를 달리는 기차와 같은 이해할 수 없는 분류에 속해 있는 것이었다.)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일렉, 이성 -1
상사화:(작게 감탄을 흘리고, 너를 바라보며 앉으라는 손짓을 한다)
일렉티오 바시움:(감탄? 일단 맞은 편에 앉기는 한다.)
대조적인 식사를 앞에 두고 사화는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도 입에 담지 않습니다.
아니,
그는 오히려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스푼을 듭니다.
녹물보다 붉고,
쇳물보다 비린 수프를 입안에 밀어 넣기까지,
사화의 행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화는 묵묵히 준비된 음식을 먹고, 마시고, 맛을 음미합니다. 식사의 맛을 묻는 것은 멍청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
[심리학]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태연스럽게, 아주 평범한 음식을 대하듯 식사를 하는 네 모습을 본다.)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사화는 진정으로 식사를 ...■■.. 있으니까요.
상사화:(수프를 먹어보다가 네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한다.) 뭐해? 이거 맛있어. (그리고 너는 왜 먹지 않냐는 듯, 고개를 갸웃인다.)
일렉티오 바시움:(그 모습을 보고 태연히 식사를 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거북해지는 속에 음식을 먹고 싶기는커녕 자리를 뜨고 싶기만 했다.) 맛있어?
상사화:응. (무엇이 문제냐는 듯 너를 빤히 바라보며 입 안에 남은 비릿한 음식들을 씹어낸다. 늘 그래 왔던 것 처럼.) 같이 먹지?
일렉티오 바시움:(문제를 느끼지 못한 듯 식사하는 네 모습을 보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다.) 식사는 너 혼자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난 생각이 없어졌거든.
상사화:정말? 후회할텐데.... (네가 먹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자신도 수저를 내려놓고 너를 빤히 올려다보다가 네 이름을 입에 머금는다.) 티오.
일렉티오 바시움:(제 이름을 입에 담는 것애도 답을 주지 않고 걸음을 옮겨낸다. 아예 뒤돌아 다음 문이 있는 곳을 살펴보고.)
눈앞의 사화는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다, 갑자기 이름을 부릅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답 대신 눈을 깜빡이자 사화가 한 번 더 이름을 부릅니다.
상사화:티오, 일어나. 내려야지.
……일어나?
곧 몸이 좌우로 정처 없이 흔들립니다.
기차가 통째로 흔들리는 탓에 천장이,
바닥이,
벽이 온 방향으로 솟구치는데도 사화는 꼿꼿하게 선 채 고개를 끄덕입니다.
상사화:그래, 일어나.
이런, 아무래도 흔들리던 건 기차가 아니라 당신, 일렉이였던 모양입니다.
번쩍 눈을 뜨면 여전히 처음의 그 객실 안입니다.
사화는 당신의 잠에 겨운 꼴을 보곤 조금 웃다가,
“무슨 꿈을 꾸길래 그렇게 하염없이 자?”
묻습니다.
내릴 준비를 거의 다 마쳤는지 사화의 옷차림이 깔끔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흔들리는 시야, 정신을 겨우 차려보면 눈이 떠진다. 눈이 떠졌다고? 정신을 차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