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협소해보이는 정류장의 [벤치] 이곳저곳에는 얼룩덜룩 곰팡이가 슬어 있고, 자세히 살피면 드문드문 거칠게 일어나 있기도 합니다.
온통 녹슨 [표지판]은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 듯 노선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네요.
천장은 반쯤 깨져 비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 [도로]를 잡초나 말라 비틀어진 꽃의 시체가 장식합니다.
실로 실망을 금치 못할 처참한 모습이에요.
이곳은 아무래도 오래 전에 버려진 정류장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게 좋을까요, 이곳에서.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벤치에 느리게 걸터앉아봅니다... ... )
엉망으로 쪼개지거나 갈라져 더는 벤치로 쓸 수 없을 법한 꼴을 하고 있습니다.
깨진 천장에서 낙수한 빗물 탓에 한껏 젖어 짙은 색을 띱니다.
벤치에서 달리 특별한 것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벤치에 앉은 채 표지판을 봅니다. )
과거에 필시 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을 표기해 두었을 표지판입니다.
허나 지금은 잔뜩 녹이 슨대다 긁히거나 부러진 곳이 대부분인지라 내용을 살필 수 없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뭐 제대로 된 게 없네, 정말...
( 도로를 가만 바라봅니다. )
버스가 설 수 있도록 페인트로 정차 표기를 새겨 넣은 정류장 앞 도로입니다.
오가는 차라고는 한 대도 보이지않아요.
다만 거무죽죽하게 시든 꽃잎들이 정처 없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움푹 패인 도로의 물웅덩이에 둥둥 떠다니기도 합니다.
관찰 혹은 식물학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2, 63, 13
+2:
극단적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언젠가 여러 번 보아왔던 꽃임을 상기합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반사적으로 내도록 품에 안고 있던 국화 꽃다발을 바라보았습니다.
환한 빛을 잃고 그저 꽃이었다는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가여운 식물.
몽땅 까맣게 시든 것이 꼭 당신이 품에 안고 있는 꽃다발과 진배 없어 보이네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느리게 팔을 뻗어서 시든 것을 주워 봅니다.. )
시든 꽃잎은 당신에 손에서 바스라집니다.
문득 비가 멎습니다.
아니, 정말 비가 멈추었다면 웅덩이 위로 자꾸만 낙수의 파동이 생길 리가 없지요.
귀를 먹먹하게 반드는 소음도,
습기처럼 지천에 가득한 수증기도
모두 소나기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장마의 흔적입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추모공원의 끝부터 끝까지, 비가 멎은 장소는 오로지 당신의 머리 위 뿐입니다.
이 정류장은 이미 오래 전에 노선이 끊겨서 더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요.
기이하지 않은,
비틀리지 않은,
목소리가 향하는 대상이 명백하며 명확한 음성.
고개를 돌리면 아니나 다를까…
…마찬가지로 얼굴 없는 마네킹 하나가 당신에게로 우산을 기울인 채 서있습니다.
새까만 정장차림의 어깨가 젖어드는 것이 보여요.
이 정류장은 이미 오래 전에 노선이 끊겨서 더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요.
저는 이 공원의 안내자예요. 안내자라고 부르세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음, 네. 안내자... 씨.
잠깐, 안내자라니…
어쩌면 이 사람이 운행하는 버스 정류장까지 당신을 안내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그.. 저. 운행하는 곳은 어디 있습니까?
안내자:조금 오래 걸어야하지만 원하신다면 안내해 드릴 수 있어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걷는 건 상관 없습니다. ( 몸 일으킵니다. )
안내자:그러면 함께 가도록 해요. 아,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다미아노스, 아테나. 미들네임은 리미니.
안내자:...좋아요. 그럼 가볼까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고개를 까딱이곤, 안내자를 따라갑니다. )
당신은 안내자와 함께 길을 걷습니다.
안내자:도착할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잠깐 이야기라도 나눌까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그러죠, 뭐..
그..., 버스정류장에 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안내자:버스를 타고 보통 멀리 여행을 떠나죠. 가야할 곳이 있나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정신차렸더니... 여기였고,
제가 누군지도... 이름 외에 기억도 잘 나지 않아서 말입니다.
안내자:기억을 찾고 싶나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고개를 끄덕였다. 물끄럼히 바라본 채로. )
순간, 좁은 우산 속에서 안내자와 눈을 마주한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죠,
눈도, 코도, 입도 없는데 시선을 맞출 수 있다니.
그러고보니 의문입니다.
어째서 이 공원의 사람들은 전부 다 똑같은 마네킹처럼 되어 있는지.
이래서야 꼭 영혼도 사람도 괴물도 아닌,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처럼 느껴지잖아요.
지능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공원의 안내자라면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궁금하다면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갈 길은 멀고, 비 내리는 거리는 한산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그..., 있잖습니까.
잊어야 한다니 의미가 없다니 하는 대답 말고.
왜.. 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겁니까?
안내자:여기까지 오면서 그런 말들을 많이 들었나봐요? (작게 웃고)
음, 저승사자는 생전 망자가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여로를 안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잘 모르겠는데....
안내자:몰라도 괜찮아요. 보편적인 죽음의 여로라면 몰라도 이곳은 죽음을 맞이한 자가 최종적으로 안식하게 되는 곳이에요.
길 잃은 망자가 부지에서 소중했던 사람의 얼굴을 한 관리자를 발견하면... 아, 성불을 거절하고 악귀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 공원의 사람들은 모두 한 개체로 보인다고 들었어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그게 무슨 의미람.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사진에서도, 무엇에도. 내 얼굴밖에 안 보이는데...
( 조금 허탈하게 웃다간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
안내자: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에는 당신이니까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그렇지만,.... 그래도, ( 한숨만 내쉰다. 공연히 비 내리는 곳만 바라보다가. )
안내자:(너를 따라 고개를 돌리고는) 다른 궁금한 것은 없어요? 대답할 수 있는 선에서 알려줄게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원래 방문한 사람에겐.. 책을 주는 겁니까?
책이 두 권인데 읽을 수도 없었고,..
안내자:책? 아.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잖아요?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받으신 것 같은데.
다미아노스 L. 아테나:도움... 그래. 책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도서관에 두니까 그제야 이름이 기억나긴 했는데.
... 그래봤자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지만...
걷다 보면...
안내자는 도로 한가운데 멈춰섭니다.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어쩐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입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따라 멈춰서곤 바라봅니다. )
안내자:...다미아노스 리미니 아테나.
아.
…호명과 동시에 오한이 들었습니다.
한 번 젖었다 우산 속에서 느리게 말라가는
습기가 몸의 열을 빼앗고 기화하던 탓일까요.
끊임없이 내리는 비가 이유 모르게 낯익던 탓일까요.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두가지가 전부 아닐 수도 있겠지요.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당신은 종잡을 수 없이 온 몸을 당기던 오한의 정체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요.
끼이익---!
고장난 브레이크를 밟는 마찰음.
언제부터 도로 위에 차가 다니기 시작했을까요.
흠뻑 젖은 도로 위를 갈팡질팡 위태롭게 누비던 트럭이 이윽고 어느 한 점에서 미끄러집니다.
광기에 차오른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작열합니다.
차선을 이탈한 트럭과 버스가 커다란 굉음과 함께 충돌하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동떨어져 맞물리지 않는 정신을 일깨웠을 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옆으로 뒤집힌 버스입니다.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트럭입니다.
퍼붓듯 내리는 빗물을 받아내며 빨간 불길이 솟기 시작한 트럭이며,
어느 순간 찌그러진 버스에 옮겨 붙기 시작한 작은 불씨입니다.
이 광경의 그 어느 것도 충격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깨진 창문 너머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검붉은 피가 섞여 흘러내립니다.
아비규환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당신의 발치 앞이 될 거예요.
그리고 그 혼란의 도가니에서…
듣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25, 52, 8
+2:
극단적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사적일지언정 생명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애원조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당신은 버스 너머로 죽어가는 누군가를 끌어안고 창 밖으로 빠져나오려 애쓰는 사람을 발견합니다.
떠올릴 수 있나요?
명확하고 확실하게 눈에 박아 넣고 있나요?
그렇게,
다시 기억을 되새겼나요?
그래요.
이미 숨이 멎은 '누군가'를 끌어 안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사람은 바로 다미아노스, 당신입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당신은 자신의 사인을 떠올립니다.
당신은 버스 사고가 일어난지 1년째 되던 날 결국 사망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소방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스패너로 창문을 깨고, 당신을 끄집어 냅니다.
그들이 당신의 품에 안겨 있었을 싸늘한 시신을 꺼내기 위해 손을 뻗는 그 순간…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버스가 폭발하며 불길이 치솟습니다.
네, 당신은 죽었습니다.
기억대로라면 당신의 가장 소중했던 사람과 함께 사망했어요.
얼마나 아팠으며 힘들었던지는 차마 떠올릴 수 없습니다.
차마….
화기가 느껴지지 않은 환영같은 진실을 떠올리며 당신은 정신을 잃습니다.
..........
.......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차창 너머로 장대비가 쏟아지고,
머리는 갈무리 하기 힘들 정도로 어지럽습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라?
그런데 이 광경,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덜컹.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2, 3, 17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버스 바닥을 나뒹구는 국화꽃다발을 발견합니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전부터 형편없이 시들어 있었던 걸까요?
순백색이 그 상징이었을 국화꽃은 이미 모든 색을 잃고 까맣게 죽어 있습니다.
국화꽃다발을 주워드는 행동과 동시에 미처 손이 닿기 전,
당신의 시야에 불쑥 손이 들어옵니다.
그 손은 바닥에 떨어트린 당신의 꽃다발을 주워,
당신에게 건네며, …
...
……꿈은 그곳에서 끊깁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32, 79, 70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삐――.
정처없이 바닥을 적시는 빗소리보다 선명하게 울리는 기계음 소리를 듣습니다.
맞아요.
당신은 이 심전도기록장치의 기계음을 숱하게 들어왔습니다.
당신이 사망하게 된 원인은 버스 사고였으나, 1년의 기나긴 혼수상태 끝에 종내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허나 여전히 무언가를 잊고 있는 것만 같다는 본능적인 공허함은 그대로입니다.
무언가 더 떠올려야 할 부분이 있는 걸까요?
수면 위로 급하게 빠져나오는 사람처럼 숨을 크게 들이킵니다.
당신은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자 품에 안겨 있던 국화 꽃다발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1, 34, 10
+2:
극단적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국화 꽃다발의 상태가 묘하게 호전된 기분입니다.
한참 걸으며 그만큼 비를 맞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국화 다발을 껴안고 고개를 묻어 봅니다. )
... ... 하아,... ...
안내자:괜찮으세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모르겠습니다만...
얼굴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눈에 띠는 감정 표현따위를 찾을 수는 없지만,
안내자는 어쩐지 당신을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이후 패널티 주사위를 받지 않습니다. 앞으로 모든 판정을 초록색 주사위로 굴려주세요.
안내자를 살피면 군데군데 상처가 나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장은 조금씩 긁혀 있고,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꺾여 있거나 잘려나가 나무의 단면이 보이는 정도입니다.
얼굴 부분에도 긁힌 상처가 났습니다.
검은 페인트 칠이 벗겨져 있네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가만 바라보다가, 오른손을 뻗어 상처를 만져 봅니다. )
나무의 것과 같이 딱딱합니다.
안내자:(네 손을 잡는다.) 아, 이거... 신경쓰지 마세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손도 꺾였는데.
제가 잠든 동안 뭐라도 일어났나 보죠,...
안내자:아, 음..... 영혼사냥꾼의 공격을 받았어요. 그 과정에서 생긴 상처인 것 같네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영혼.. 사냥꾼이요?
안내자:들어보지 않았나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추모공원 부지 내에 사멸되었던 영혼 사냥꾼이 소규모 출현하고 있다고 했거든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그... 아. 짐작가지 않는 게 없진... 않는 것 같고,..
못생긴... 그거 . 뭐냐... 점토?..
안내자:점토...? 검고 기분 나쁘게 생긴?
다미아노스 L. 아테나:검고... 바닥에서 기어다니는 뭔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아닌가? 하긴 사냥꾼이라기엔 너무 약해 보이긴 합니다만..
안내자:파편일 수도 있겠네요. 관리실에 말해 둘게요.
두번째 정류장을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 정류장보다는 덜하지만 이곳 역시 버려진 시설중 일부인지 상태가 썩 좋지 않네요.
금이 간 플라스틱 [천장] 아래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한편,
[벤치]는 절반 가량이 푹 꺼져 있습니다.
그 아래 굴러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이 정류장의 노선도 [표지판]인 모양이에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봅니다. 왜 금이 갔지.. )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천장에 이름 모를 꽃이 똬리를 틀고 자리합니다.
덩굴 덕인지 다른 부식된 부분에서는 새어나오는 물기가 없습니다.
지쳤다면 이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음... 벤치를 밟고 올라갈 수 있으려나. 무슨 꽃인지 보고 싶은데.. 반 쯤 꺼진 벤치 잠깐 봅니다. )
반이 움푹 꺼진 탓에, 딱 두 사람이 앉을 수 있을 만큼의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습니다.
밟고 올라서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밟고 올라서서.. 무슨 꽃인지 잠시 바라봅니다. )
꽃은 겨우살이 입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천천히 내려오고.. 고개 가만 기울이며 표지판 봅니다. )
엉망으로 할퀴어지거나 구부러져 훼손된 표지판이지만,
희미하게 들러 붙어 있는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눈을 가늘게 뜨고... 내용을 봅니다. )
관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의!
망자는 이용 할 수 없는 정류장입니다.
길을 잃은 영혼이신가요?
지금 바로 공원 관리실에 문의해주세요.
안내자:(너를 가만히 바라보다 묻는다) ....아까 잠들어 있는 동안 표정이 좋지 않던데, 혹시 무언가를 떠올렸나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음....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안내자:무슨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더 걸어야하니까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정말 멀긴 하구나...) ( 주변 둘러보다간 벤치에 걸터앉습니다. )
안내자:조금 쉬도록 할까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조금만... 조금만. ( 한숨 턱 턱 내쉰다.. )
안내자:(빤히 바라보고) 가끔 삶에 커다란 미련을 가지고 있는 영혼들은 생전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해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그런가요. ( 눈 깜빡이며 올려다보다간, 한숨 내쉬고야 맙니다. 내가 미련을 갖는 사람이었던가 잠시 고민하고,.. )
안내자:땅 꺼지겠어요. (입을 가리고 소리내어 웃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언젠간 죽는데도 말이죠....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그렇게 잠시간 앉아서 얕은 숨을 내쉬고, 주변을 다시 담다가 일어납니다. ) ... ... 이젠 갈까요,..
안내자:(따라 일어나고) 그래요. (네게 우산을 높게 씌어주고 한발짜국 발을 옮긴다.)
두 사람은 다시 정처 없이 비내리는 도로를 걷습니다.
머리 위를 덮는 우산만이 세계의 전부라면 삶과 죽음이 이렇게나 복잡하지는 않았을 텐데.
듣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배 고파… 맛있는 냄새가 난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내가 찾고 있던 그 냄새다…!
기괴하게 비틀리는 듯한 목소리는 분명 최근에 들었던 기억이 나는 종류의 것입니다.
속이 뒤틀릴 듯한 일그러진 음성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안내자의 옷깃을 잡습니다. )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안내자:...아, (저또한 들었던 것인지 당황한 듯 했다.)
비의 세력이 다시 강해진 탓에 괴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으아… 아아… 배 고파… 배가 고파…!
가까운 곳에서 뛰쳐 나온 괴물이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꾸물꾸물 왜곡되며 일그러졌다 다시금 맞붙는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회피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회피
기준치:
27/13/5
굴림:
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괴물이 시커먼 아가리를 쫙 벌리는 순간,
가까스로 몸을 피해 공격을 회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대로 먹혀 소멸하고 마는 걸까요.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순간,
안내자가 당신의 몸을 확 밀칩니다.
영혼 사냥꾼의 피부가 안내자의 몸을 크게 스칩니다.
안내자, 체력 -3
어떤 존재에 크게 공격당해 몸을 다친 듯,
비틀거리던 괴물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 짜내 다시금 당신을 공격하려 듭니다.
안내자:...다미아노스! 앞을 보고 직선으로 걸어요! 절대 돌아가려고 하지 말고, 절대 내가 알려준 길 외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안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당신은....
여기 두고 가란 겁니까?
안내자:네, 여기 두고요. 다시 찾으러 갈게요. (괴물을 향해 우산을 휘두릅니다.)
우산
기준치:
27/13/5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 가만 안내자 쪽을 뒤돌아보다가, 빠르게 뛰어갑니다. 괜찮아야 할 텐데,.... )
안내자:(네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 잠시 멈춰세우고) 이거 들고 가요. (네게 우산을 쥐어주고 국화 꽃다발을 가져간다.)
그러는 안내자는 도로의 반대편으로 달립니다.
갈팡질팡 주춤대던 괴물은 곧 안내자의 뒤를 쫓아 꾸물꾸물 기어가기 시작합니다.
적막한 도로,
아무도 걷지 않는 인도,
다만 존재할 수 밖에 없어 존재를 택했을 뿐인 세계.
내릴 수 밖에 없어 내리는 비도, 걸을 수 밖에 없어 걷기 시작한 당신도.
이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들은 닮아 있습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자리는 고요하며, 다만 먹먹합니다.
마치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안내자를 잃었을 뿐인데 길을 통째로 헤매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한치 앞도 모를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은 그만큼씩이나 존재감이 뚜렷한 법입니다.
간절할 수록 더욱 그렇지요.
허나 그가 앞을 보고 걸으라고 하였으니 그를 믿고 앞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도착해야 할 장소가 있잖아요.
하염 없이 앞을 향해 걸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굴러다니는 [박살난 표지판]을 발견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주워서 살펴봅니다. )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
흰색: 감사함, 진실함, 성실함
분홍색: 정조
노란색: 순정
보라색: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붉은색: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지능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또 한 번의 기시감이 당신을 짓누릅니다.
분명, 어디선가…?
맞아요.
당신은 버스 사고 이후 기나긴 잠 속을 헤엄치던 끝에…
이 도로에서,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분명 죽음의 여로에서도 잊지 못해 기어코 다시 만난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이 길은 분명 그 사람과 함께 지나쳐 왔던 길이에요.
온전한 죽음으로 향하기 위해 거쳐왔던 길입니다.
맞습니다.
당신은 분명 자의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분명 그랬을 지언데…
어째서 또 한 번 이 도로를 걷기 시작한 걸까요?
당신은 죽음으로 향하던 과거 여로의 여정을 떠올립니다.
그 끝에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했던 것까지도.
허나 당신과 함께 하던 그 사람의 존재와 이름, 얼굴만큼은 떠올릴 수 없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표지판을 다시 한 번 바라보다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빗소리를 한 번 듣다가... ..., 다시 느리게 걷습니다. 누구였던가, 하고 생각하면서. )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몇 걸음 걷지 않아 우산 너머로 버려진 건물,
[제3 납골당]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일단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별다른 특별할 것이 있나?.. )
제 3 납골당
로비에 들어섬과 동시에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던 공간이 퍼즐처럼 쪼개어졌다가, 맞붙으며, 다시 기이하게 일렁입니다.
납골당에서 그저 어두운 지하실로,
어두운 지하실에서 밝은 흰색 공간으로,
…계속해서 시시때때로 뒤바뀌던 납골당은 어느 순간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애써 흔들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분수대 쪽으로 가까이 가 봅니다. )
이곳은 납골당이 아니라 꼭… 미술관처럼 보입니다.
화려하지 않을지언정 고아한 조각상들이 곳곳에 샹들리에처럼 매달려 있고,
마치 신전에나 세워져 있을 법한 장대한 기둥이 드높은 천장을 받친 채 우뚝 솟아있습니다.
분수대를 바라보면 미술관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조형물의 일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줄기가 산산이 조각나며 흩어지는 장면이 꽤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분수대 테두리에 작품명이 적혀 있습니다.
「자비慈悲」
관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 당신은,
분수대 아래 침몰해 일렁이는 검은 형상을 발견합니다.
…이건,
검은색 장우산이네요?
누가 여기에 버려두고 간 걸까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꺼내봅니다. )
분수대 아래 잠겨있던 만큼 흥건한 양의 물기가 뚝뚝 떨어집니다.
꼭 온 세상에 내리는 비를 혼자 다 맞은 것처럼.
물에서는 묘하게 비릿한 빗물 냄새가 납니다.
장우산은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우산입니다.
길이도, 크기도, 색상도 전부 똑같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탈 탈 털어서... 갖고 있습니다. 챙겨 둔 채로..., 더 살필 것이 없다면 1관으로 이동합니다. )
제1관으로 통하는 왼쪽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당신은 반사적으로 발걸음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대한 양의 비의 포화가 이곳, 제1관에 쏟아져 내리고 있었던 탓입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돔 형태의 천장이 뻥 뚫려 있습니다.
주변을 살피면 굵은 빗줄기 너머,
미술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조각상의 형태가 아스라이 흩어집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우산을 펼쳐 쓰고, 조각상에게 가까이 다가갑니다. )
우산을 쓰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면
당신은 그 조각상이 피에타상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커다란 홀 정중앙에 놓여져 있던 조각상은 피에타상이었던 모양이에요.
비탄에 잠긴 마리아의 양 손과 차가운 품이, 몸을 축 늘어뜨린 예수의 시신을 끌어 안고 있습니다.
그 외에 어디를 살펴도 다른 작품은 전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이드 라인이 설치 되어 있지 않은 조각상 바로 앞에 작품 안내 피켓이 세워져 있습니다.
작품명 피에타Pieta
당신은 나를 존재하도록 하는 궁극의 목적이옵나이다.
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부디 차가운 비를 대신하여 자비를 내려주소서.
관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려 마리아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마리아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눈도, 코도, 입도, 귀도, 보고, 맡고, 말하고, 듣게 하는 모든 것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 이 모습은 마치….
마리아의 눈가에 고여 있던 빗물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꼭 슬픔과 애통함에 잠긴 마리아가 눈물 짓는 것처럼 보일 따름입니다.
죽은 예수를 끌어안은 형상이 몹시 비탄스럽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예수와 마리아 사이의 작게 벌어진 틈을 발견합니다.
무언가 기대어 지탱할 수 있게끔 처리된 것이,
본래 조각물의 일부가 꽂혀 있던 자리처럼 느껴집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멍하니 바라봤다가,... 주변을 돌아봅니다. 조각이.. 더 있나? )
지능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비가 너무 많이 내립니다.
당신이 아까 얻은 장우산을 씌어준다면
딱마침, 벌어진 틈으로 손잡이가 들어갈 것 같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우산을 펼쳐 씌우고, 고정해둡니다. )
우산 아래 피에타.
탄식과 슬픔에 잠긴 피에타상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 주면,
거짓말처럼 그 뺨 위를 적시던 빗물이 턱끝에 매달립니다.
그리고, 위태롭게 고여 있던 눈물같은 빗물이 예수의 가슴팍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
…당신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의 존재를 떠올리게 됩니다.
당신을 살리기 위해 죽어서까지 스스로를 또 한 번 지옥에 밀어넣었던 잔인하고 친절한 구원자 말이에요.
좋아하던 것도, 싫어하던 것도, 나이도, 그 손이 얼마나 따듯하고 차가웠는지도….
하지만 이름과 그 얼굴만큼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 욕지거리가 치밀어올라, 자기 머리를 한 번 더 쳐 봅니다. ) ... ... 하아,,.....
두통이 올라옵니다.
침수할 것처럼 장댓비가 내리는 이 곳에는 우산을 쓴 조각상, 그리고 당신 밖에 없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피에타상을 한 번 올려다보고, 짧게 눈인사를 한 후 걸어나옵니다. )
( 2관으로.. 이동합니다. )
제2관으로 통하는 오른쪽 문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곳은 평범한 미술관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병원의 복도처럼 보이는 걸요.
쭉 이어진 복도를 걸어나가면, 맞은 편에 [양문형의 입구]가 하나 드러납니다.
문을 살피면 유리문의 불투명한 라벨 위로 '중환자실'이라고 적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아. 작은 탄식과 함께 실소를 흘리고,.. 입구로 들어섭니다. )
문을 밀어 열면 스스럼 없이 개방됩니다.
시선에 따라 넓게 보이기도, 좁게 보이기도 하는 이 병실에 들어찬 가구라고는 고작 [침대]와 [책장] 뿐.
온갖 의료기계가 병풍처럼 사방을 장악하고 있는 이 공간은
꼭 연구실처럼 보이기도, 기계의 무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침대로 가까이 가 봅니다. )
가까이 다가서면 아니나 다를까 호흡기를 뒤집어쓴 채 누워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당신은 죽었습니다.
죽은자는 마땅히 중환자실이 아닌 영안실에서 발견되어야 해요.
당신이 알기로 당신의 몸은 이곳에 누워있어서는 안됩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삐──.
신경이 마비될 정도로 익숙한 기계음을 당신은 들었습니다.
이건, 역시나 침대 근처에 설치되어 있던 심전도 기록장치에서 나오는 기계음이에요
당신이 알기로는 죽음을 알리는 이명입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허나 저 기계음은 동시에 생명의 부지를 알리기도 하지요.
죽음만을 알리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었잖아요.
삶과 죽음은 아이러니하게도 공존하는 법입니다.
죽었을텐데.
분명 죽었을텐데.
당신은 분명 죽음을 택했을 것인데.
그리하여 당신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여즉 끈질긴 생명을 뒤집어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침상에 누워 있는 당신의 곱게 모은 양 손이 무언가를 쥐고 있습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손을 펴내어 볼 수 있다면 자세히 봅니다. )
살피면 꽃이 한 송이 놓여 있습니다.
흰색의 백일홍입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가만히 놓아두고, 책장을 봅니다. )
책장이라기보다 협소한 책꽂이라 일컫는 편이 나을 법 합니다.
<자료조사/행운/관찰>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살피면 제목은 없고,
다만 커다란 회전목마가 표지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정지되어 있던 회전목마는 당신이 책을 꺼내어 듦과 동시에 천천히, 거꾸로, 거꾸로,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책을 펼쳐봅니다. 무슨 내용이지. )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눈을 감았다 뜨면 또 다시 버스 안입니다.
누군가 당신의 맞은편에 존재합니다.
그는 떨어트렸던 당신의 국화 꽃다발을 주워, 당신에게 건네며, …….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당신이 가야 할 목적지까지 제가 바래다줄게요."
시니아 입니다.
이 목소리는 분명 당신의 소중한 사람의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류장에서 만나 다시 한 번 목적지를 향해 당신을 인도한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안내자.
여지껏 함께 했던 겁니다.
지나쳐 왔던 길을 거슬러 여즉 함께 걸어왔던 겁니다.
바로 옆에 두고서도 알아보지 못했던 겁니다.
당신은 시니아 엘레건스의 이름에 대한 기억을 되찾습니다.
다만, 얼굴만큼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삐──.
삶을 알리는 처절하고 간절한 기계음.
꽃의 개화는 계절의 의지입니다.
정신을 차린 당신은 텅 빈 납골당의 로비에 서있었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것도,
걷기를 택하는 것도 모두 당신의 몫입니다.
단지 걷기를 택했다면 나아가는 겁니다.
시니아가 안내해준 길을 따라 걸으면 되는 거예요.
시간을 거슬러 당신이 내게 가장 소중했고,
내가 당신에게 가장 소중했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다미아노스 L. 아테나:....
( 넌 왜 나에게 그래야만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
그게 너니까, 그래...
( 더이상, 널 슬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 걸어나갑니다. )
당신은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나에게 왜 그랬을까요.
그녀가 건네준 검은색 우산을 혼자 쓰고 걷습니다.
나한테 왜 그랬을까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해를 하고 싶은 건 맞나요?
아니면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하지 못할 것인가요.
당신은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똑같이 행동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미안하다고 했었나요.
정말 미안했다면 나에게 이렇게 하면 안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부디 그 자리에 시니아가 서있기를 바라며,
당신은 당신의 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먹먹한 도로를 걸었습니다.
정말 한참을 걸었어요.
우산을 내리치는 빗방울의 중력이 너무나도 정확히 느껴집니다.
차라리 살을 엘 듯 차가운 눈이 내리는 계절이었다면,
부서지는 비가 이토록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면 흐릿하게 비치는 시야 너머로 정류장이 보입니다.
어느새 싱그럽게 개화한 국화 꽃을 품에 안은 채 당신을 기다리며 서있는 시니아가 함께, 한 장면에 담깁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시니아,
( 이름을 부르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당신이 삶의 경계를 빠져 나와 막 죽음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었을 때 말이에요.
그 버스가 정류장에 가까워져 오는 것을 보며, 시니아는 무슨 생각을 하며 당신을 기다렸을까요.
누구보다 아끼던 당신을 직접 죽음으로 인도하기 위해
시니아는 당최 무슨 생각을 하며 당신을 기다렸다는 말입니까….
시니아 엘레건스:안녕, 다미아노스. 오래 걷느라 다리가 아프지는 않았나요? 잘 와줬어요. 나를 믿고 걸어줬구나. 고마워요.
시니아의 상태는 엉망입니다.
바닥에 크게 구른 듯, 다친 듯, 처참한 꼴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녀에게로 다가서면,
그녀는 당신의 품 안에 흠뻑 젖은 국화 꽃다발을 안겨줍니다.
호명과 동시에 품에 안긴 국화 꽃이 더욱 싱그러운 생명을 뽐내며 개화합니다.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같이 있어야 했는데, ( 울 듯 떨리는 입꼬리를 애써 올립니다. 꽃다발을 한 손에 쥐고, 너를 껴안습니다. 머리칼에 얼굴을 묻습니다. )
... ... 잠시만, 잠시만 이러고 있자... ...
시니아 엘레건스:(개화한 국화 꽃다발과 같이 활짝 웃는 얼굴로 너를 다시 맞이합니다. 흠뻑 젖은 몸을 네게 맡깁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속삭이듯, 도닥이듯 말합니다.) 아니, 제가 함께 했어야하는데. 많이 힘들었죠.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우산을 펼쳐 나눠 쓰고, 머리칼을 정리해줍니다. 한결 편해진 표정에, 비탄이 서려 있음을 누구도 알 것처럼 빗물인지 눈물일지 모를 것이 흐릅니다. ) ... 아냐, 힘들지 않았으니까... ...
그냥... ... 이대로 같이 있자,..
더이상 너를 버리고 도망치기엔 너는, 너는 나를 매번 잡아주었잖아, 그렇지?,...
시니아 엘레건스: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요. (네 얼굴을 타고 내리는 물기를 조심히 닦아줍니다.) 나는 당신이 나와 함께 죽음을 택한 것을 기억하지만, 당신의 선택을 존중한 것 역시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저 무엇하나 물어도 괜찮을까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손을 겹쳐 잡습니다. 그 손에 기대어 기다립니다. ) 응, 무엇이든지... 괜찮으니까,...
시니아 엘레건스:그때, 죽음의 여로에 서서... 왜 나와 함께 하기를 했나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네 목숨을 빌어 살아가기엔 내가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 아무도 그렇게까지 해서 내가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았을 테니까,
시니아 엘레건스:(눈을 가늘게 뜨고) 섭섭한 소리를 하고 있어요. 내가 그렇게까지 해서 당신이 살아가기를 원했는데?
다미아노스 L. 아테나:그래, 네가 원했으니까 이제 된 거야.. ( 옅게 미소지었습니다. 이제야 생전이고 여태껏 보였던 독기가 빠진 것 처럼. )
시니아 엘레건스:(네 미소를 보면 따라 웃습니다.) 날 그렇게 소중히 생각해주어서 감사할 다름이에요. (잡은 네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습니다. 곧 다시한번 이별을 맞이할 너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서.) 그 우산을 저에게 씌워주면 당신은 삶으로 되돌아가고 저는 평온히 성불할 수 있게 돼요. 시간이 흐르면 비가 내리지 않는 세계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겠죠.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기다리고 있을게, 시니아. ( 끌어안은 것에 힘을 주고, 볼가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제가 당신께 남길 수 있는 가장 최종적인 형태의 표현이었으리라 생각하였고, 그렇게라도 전해지리라 믿었습니다,... ... ) 시니아, 이렇게 다치면 안돼. 알았지?... ...
( 우산을 펼쳐서 아래에 같이 있다가, 손에 쥐여줍니다. )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꼭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당신은 한 번 죽음을 감수했으나,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비내리는 밤의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는 각자 어떤 생각을 했던가요.
허나 그 때 우리가 얼마나 아팠는지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람은 때로 더없이 강인하며, 때로 한없이 유약해서 가장 아팠던 기억을 도려내고는 한다고 합니다.
시니아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준 것은,
세상을 수몰시키는 이 빗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기 때문입니다.
굴러 떨어지는 빗물이 눈물처럼 얼굴을 적시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팠기 때문입니다.
우산 아래 피에타.
신이시여, 부디 자비를 내려주세요.
머리 위로 장마가 멎습니다.
짓이겨져 내리는 빗물이 그저 이 세상의 전부인 거대한 공간 속에서, 비가 그친 곳은 오로지 우리의 어깨 위 뿐입니다.
우산 아래, 흠뻑 젖은 시니아는 환하게 웃습니다.
시니아의 몸이 말단부위부터 서서히, 천천히, 빗물과 동화되어 흩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시니아 엘레건스:(네 말에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로 작게 웃습니다. 늘 다려주는 것은 제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먼저 기다려주겠다고 하니 더 기쁠 수가 없겠습니다. 제 볼가에 입을 맞추어주는 너에게 작게 입맞춤해줍니다. 그건 감사의 의미였을지도 모릅니다. 네 손에 잡혀서 안개와도 같이 사라지는 제 손을 잠깐 눈짓합니다.) 미안해요, 손이 이래서 우산을 들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미아노스 L. 아테나:( 안개처럼 사라지는 모습이 어쩌면 네가 이 곳에서 느꼈을 것과 같을까,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지만,.. 이마를 맞대고, 우산을 펼쳐 씌워준 채 기다립니다. 눈을 가만 감은 채. ) 괜찮아. 뭐가 되었던 기다려주겠다고 했잖아...
시니아 엘레건스:있지, 우리 가장 아프고 참혹했던 기억은 도려낼까요? (네가 기다리겠다고, 잊지 않겠다고 해주었으니 저를 위한 묵례는 넘어가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삶으로 돌아갈 너의 행복만을 빌어주고 싶었습니다.) 더이상 당신의 가시로 자신을 괴롭히지도 말고, 다른 이들을 내치지도 말아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다미아노스 L. 아테나:(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 네 어깨에 고개를 묻고, 울음을 삼켜냅니다. 어떻게 또 그럴 수 있을까. 네가 그리 바란다면 나는 그리할 것이라고. 나는 네가 슬퍼하지를 않기를, 이젠 정말로 행복할 수 있기만을, 날 위해 울어주지 않기만을..., 진심으로 바라기에. 빗소리에 울음을 숨겨가며 애써 고개를 흔들고 묵음에 가까운 대답만을 이었습니다. )
시니아 엘레건스:(심장을 얼게 하는 겨울을 지겹도록 겪어봐야 봄을 그리워 한다던가요. 그래서인지 너를 떠나보내는 이 순간이 되서야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안녕, 다미아노스. 사랑했어요. (사랑했기에 너와 이별을 고할 수 있었고 이렇게 다시 너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했기에 활짝 웃습니다. 만개한 꽃잎이 흩날리듯, 별들은 계속 노래를 할 것이며 시간은 되돌아가 우리의 만남을 반기게 되겠지요.)
그 순간, 바람이 불었습니다.
우산이 기웁니다.
손에 힘이 풀린 것은 찰나였습니다.
가슴을 찢는 호명과 동시에 시니아의 목소리가 귓가에 고였다 사라지면,
웅성이는 소리.
길가에 나다니는 차소리.
당신은 웅덩이 위로 우산을 떨구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밤의 버스정류장입니다.
전광판이 버스의 도착을 알리고, 느지막이 버스에 오를 채비를 하는 승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모두가 분주한 정류장의 한가운데에서 당신은 주변에 엉긴 하고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