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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다비드 로템 & 이 리은 - 마녀의 고해

시크SYK 2023. 7. 26.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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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로템 이 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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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고해    
플레이 날짜 플레이 시간 엔딩
2023년 7월 21일, 25일, 8월 11일, 14일 16시간 3

 

 
시작하기 전에 리은이로 야옹!
 
이 리은:? 어흥.
 
미치겠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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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
 
당신은 이 성당의 신부와 꽤 잘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처음 그가 온 순간부터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으나
 
성당 내부에 있는 서적들은 당신을 매혹시키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빌리러 가는 당신,
 
그걸 받아주는 신부.
 
미묘한 친밀감은 그 때부터 자리했습니다.
 
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
 
오늘 멸망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오늘도 성당으로 향합니다.
 
세계를 구해달라는 기도,
 
그래도 해야지요.
 
무의미하다 한들 말입니다.
 
성당 안쪽은 고요합니다.
 
오르간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를 하는 자의 인영이 보입니다.
 
다비드입니다.
 
신부복을 입고 있는 그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립니다.
 
그가 묻습니다.
 
기도를 하러 왔냐고.
 
이 리은:(언제나처럼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시선을 가만히 두다가) ... ... 닿지 않는 기도를 숨 다하는 그 날까지 올리는 것이야말로, 신이 만든 미물의 사명이지 않나.
 
다비드 로템:(상대의 시선 어디로 향한지 확신할 수 없으나, 바라보는 반쪽짜리 시선은 올곧다. 언제나처럼.) 그분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자비까지 베풀어 주셨다면 참 좋으려만. 미처 내뱉지 못한 한마디. 대신 피곤한 미소를 짓는다.)
 
이 리은:(저를 찌르는 듯한 시선은 이제 익숙하여서. 어째서인지 거룩하기 그지 없는 곳에만 오면 온 신경이 곤두섰다. 분명 평안해야 하는 곳이건만. 아, 내가 나의 죄를 알기 때문인가. 고해하지 못하는 죄라. 신의 종 앞에서 덧없다.) ... 신부님. 신께서는 신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을...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손을 모으는 이의 기도 또한 기쁘게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차라리 신부님의 입에서 기쁘다는 말이 나왔더라면, 좋았을거요.
 
다비드 로템:(눈 지긋이 감았다가 내리뜬다.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 덧없는 건 이 지상에 발붙이고 살아숨쉬는 생명체 모두를 관통하는 명제이지 않는가하여.) 저는 이 성당에 오는 모든 걸음을 진심으로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그분또한 그분께서 사랑하는 이들이 그 어떤 연유로든 그분께 나아간다면 기뻐하시겠죠. ('여호와께서는 자기에게 간구하는 모든 자 곧 진실하게 간구하는 모든 자에게 가까이 하시는도다,' 나지막히 내뱉는다.) 기도가 오로지 본인을 위한 기도라 생각되십니까?
 
이 리은:(먼 발치에 서 있던 걸음을 앞으로 두어발자국 나아갔다. 덧없다. 실로 덧없다. 그렇기에 애틋했고, 보기만 해도 좋았고. 지상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이는, 당신 또한 포함이었으니. 반 걸음 남긴 거리 두고 손 뻗어서 당신의 손등에 제 손 끝을 대었다. 잡아내는 것은 할 수 없으니, 이렇게.) 신부님. 저는, 박애주의자들을 도통 좋아할 수 없소. 이 또한 좋다, 저 또한 좋다 말하는 이들의 말을 내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뭐, 그렇다 하여서 신부님이 뱉은 말을 내 믿지 않는다, 라고 하는 것은 아니외다. 신 또한 박애주의자가 아닌데 어찌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하는가. (구절이 귀에 울린다. 여호와라... 나직한 헛웃음을 뱉는다. 헛웃음인가? 한숨이었을지도 모르지.) 내가 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타인을 위하는 것이 될지도 모르나, 나는 다른 이를 위해서 기도를 한 적이 없소. 다른 이를 위해서 기도 한다고 하여도 그 모든 것은 나를 위함이오. 선행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행하는 선은, 모두 내가 천국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함이고, 내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 하겠어.
 
다비드 로템:(닿는 살결에 화답하듯 장갑을 낀 네 손을 잡았다. 붙잡는 건 믿는 자라면 응당 해야할 몫이라며.) 틀린말은 아닙니다. 나와같이 그분은 박애주의자가 아니시며, 인간은 그분의 '원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분노하고 슬퍼한다해서 사랑했던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믿는 거예요. 사탄의 악함보다 신의 선하심을. 찰나의 고통보다는 영원한 사랑의 위대함을. 죽음보다는 삶의 영속성을. (기도하는 것 마냥 모아진 두 손을 잠깐 시선에 담다가 공백 사이로 떨어지는 헛숨에 고개 들어올린다.) 애초에 우리는 교만이라는 이름의 원죄로 태어난 존재니까, 스스로를 먼저 위하게 되는 건... 본능에 가까운 일일 겁니다. (저또한 그렇거든.) 그러니 진정 그분께 나아가기를 바란다면, (숨 느릿하게 들이마시고,) 자아를 죽여요, 리은. (한 사람의 폐부를 걸쳐서 내쉬어진 숨은 제법 무겁다.) 그렇다면 분명 당신의 기도에 응답하실 겁니다.
 
이 리은:(잡아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가. 제 손을 감싸는 온기에 이 세상 모든 것에 권태를 품어버렸던 눈동자가 잠시 작아졌다. 괜스레 꼼질.) 사랑했던 사실이 남은 원수라. 현재에는 그러하지 않으나, 남은 것은 그러했었다... 같은 기록과 기억과... 사실 뿐인가. 기준을 정하고 저울에 올려서 무거운 쪽을 택하는 것이구료.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오. 모든 인간은 더 무겁게 생각하는 것들이 다른 법이니. 나는 신부님의 기준이 신부님의 기준에서 타당하다고 보오. 이는 틀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 그러나 과연 사탄이 나쁜가. 신이 선한가는... 내 잘 모르겠네. 인간이 처절하게 비통한 울음을 터뜨리며 하늘을 향하여 빌 때, 그 손을 잡아주는 것이 사탄이라면... 그 사탄은 그 인간에게 있어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지 않겠나? ... 신부님 앞에서 못할 소리를 하는 듯 하겠소만... (사랑. 삶이라. 중얼거렸다. 나는... 잘 모르겠어. 어떤 것도 알지 못하겠다. 이 세상의 것들은 어떤 목적을 품고 이 세상에 나와서 살아가는가. 사랑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나중에 알려주지 않겠나? 속삭이듯 희미하게 웅얼거림을 마쳤다.) 자아를 죽이면 나에게 남는 것이 무어지? 지금 남아있는 자아마저 죽여버리면 나에게는 어떤 것도 남지 않소. 나의 자아는 나에게 달린 날개이며 마지막 남은 의지외다. (내리 깔았던 시선을 당신에게 맞추는 듯 했다.) 잔인하기 그지 없는 사람 같으니. 그대의 한마디 한마디가 날 찌르는 비수가 되는 듯 하여. 이 또한 신부님이 내게 주는 것이니... 기껍다 하겠소. 그러나 이 것은 확정하여 답하겠네. 나는 신의 목소리를 따라 사는 것이 아닌, 인간이 자아를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 살아가는 세계를 원하니... 안타깝게도 내 자아는 끝까지 살아 숨을 쉴 것이야.
 
다비드 로템:나는 신부이기 이전에 그분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러니 당연하다는 듯 이어가는 목소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흔들림은 결단코 없다.) 괜찮습니다, 당신의 상념은 실재 많은 이들이 절감하는 것이고, 나도 한때 하던 것들이니. 나또한 신을 원망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차마 내뱉지 못한 뒷말이다.) 우상 숭배는 위험합니다, 리은. 다곤을 섬기던 블레셋 족속들의 말로, 그리고 애굽땅에 내려진 재앙들을 잊어서는 안돼요. (겁주려는 건 아니라며 옅은 미소 지어냈다.) 사탄은 때로는 신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건 진정 틀린 말이 아니에요. 이 또한 인간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거룩한 성자 또한 광야에서 마귀의 속삭임을 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우상으로 섬기느냐, 아니냐. ...즉,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은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은 신께서 허락하신 인간의 의지이자 자아입니다. 그러니, 사랑은 언제나 존재해요. 그것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그것을 향한 믿음이고.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나아가는 것. 나는 그것을 제 의지이자 결단이라 일컫습니다. (하지만 제 부족한 지식과 경험으로 그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실상 가능할련가 모르겠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더 있었다면, 시간만 더 있었다면. 하지만 덧없는 것들이 광막한 실세 속 영위할 수 있는 찰나만큼 짧기만 해서. 그저, 부디, 조금만 더 이 땅 위에 것들을 누리게 해주세요. 다시 한번 진심 어린 기도 속으로 되내이게 된다. 나는 이토록 나약하여 눈 돌릴 곳이 그곳밖에 없네요. ) …미안합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심심한 사과를 최대한의 진심 담아 소리내는 것 뿐이라...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난다.) 목이 타는데 차라도 한 잔 같이 하지 않겠습니까?
 
이 리은:... 본질부터, 라는 뜻인가. 뭐어... 그 또한 좋소. 올곧음을 내 퍽 애정하기에. (저 올곧음은 분명 힘이 다한 뒬고 해서 시들 일은 없겠다만. 신이라는 작자는 어찌 이런 이에게 시련을 내리는지 도통 이해 할 수 없었다. 대체 왜? 신은, 참 야속한 존재야. 나라면 이런 이에겐 축복만을 내려 아낄 터인데.) ... 이건 또 새로운 이야기로구료. 원망... 세상이 이렇게 되었기에? (걸치고 있던 겉옷 소매로 제 입가를 살며시 가렸습니다. 비집고 올라오는 비소를 가리기 위함이었던가.) ... ... 걱정은 마시게. 모두 내 제대로 기억하고 있소. 성서에 나오는 것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빠짐없이 내 머리 속에 집어 넣었거든. ...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네. (광야에 있던 40일인가. ... 성자. 그는 인간임과 동시에 신의 자식이었나. 그리 중얼거렸습니다.) 아나하라트를 걷는 자들은 그리 수가 많지 않소. 수많은 이들은 그리 살 바에는 차라리 신의 사랑을 져버리고 말지. 그대의 의지는 내 높게 사오, 신부님. 그대의 믿음은 올곧아. 그렇기에 빛나는 법이고... 신의 자식이 될 수 있는 것임이 틀림 없으니까. (가만히 당신 응시하고 있다가 눈을 감았습니다. 닿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만족하며.) ... ... 그대가 원한다면 내 기꺼이 그에 응하지. 못할 것이 무어가 있겠나. ... 지금 이곳에서의 얼마 없는 즐거움인데.
 
다비드 로템:나를 좋게 봐주시는군요. 당신은 인간의 본성이 올곧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순수한 의문점, 혹은 스스로를 향한 의구심. 그리고 원망...) 지금은 그런 거라고 해둘까요. (입을 가리는 네 모습 가만히 시선에 담아낸다. 굳이 가릴 필요는 없는데, 그또한 배려겠지. 가만히 응시하다가 붙잡았던 네 손을 놓고 먼저 휴게실 안쪽으로 걸음한다. 굳이 뒤를 돌아 보지는 않았다. 질문의 답을 도출해내는 것은 언제나 타자의 몫이라 생각했기에. 저는 그저 조금 앞서 발걸음을 찍어내면 된다. 적막한 성당에 무거운 구둣발 소리가 울려퍼졌고...)
 
이 리은:글쎄. 인간의 본성은 나도 잘 모르겠네. (가만히 놓아진 손을 내려다 보다가 입술을 달싹. 그래. 이게 맞지. 조용히 걸음 옮겨서 당신의 뒤를 따랐다. 어떤 발소리도 없이. ... ... 실로, 춥군. 원래부터 이랬으니, 이게... 맞지만.)
 
당신의 의지로 휴게실로 향합니다.
 
휴게실 안쪽은 피로를 풀 수 있는 찻잎과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이 리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의자 아래에 떨어진 종이 조각을 발견합니다.
 
다비드 로템:나는 인간의 본질이 죄라고 생각해요. (그럴 수 밖에 없다며, 찻잎을 뒤적인다.) 어떤 차를 내어드릴까요?
 
이 리은:선악과를 먹었기 때문에? (눈동자 돌려서 다비드 확인하고 슬쩍 허리 굽혀서 종이 조각을 주워 들었다.) ... ... 녹차 있는가? 홍차도 좋아.
 
다비드 로템:그 행위조차. (고개 느릿하게 끄덕이며) 그러면 녹차로... (포트기에 전원을 킨다.)
 
주워든 종이 조각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저주?
 
전염?
 
성당에 있기에 적합한 내용은 아니군요.
 
이 리은:그럼, 신은 죄악으로 인간을 빚었다고 보는가? (가만히 읽다가 품 속에 슬쩍 넣었다. 이런 것, 알려서 좋을 것이 없지. ... 누군가 그랬는데. 신념과 사상 또한 전염이 되는 것이라고. 저주랑 같나?) 에덴 동산에 있을 때부터 인간은 죄악으로 가득 차 있었군.
 
다비드 로템:글쎄... 거기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나는 그 죄의 씨앗을 심어준 게 결국 뱀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름 에덴 동산에서의 아름다운 영생을 누리지 않았을까. (얼마 안 가 물 끓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는 곧 찻잔에 녹차를 담아 당신에게 건네줍니다.
 
이 리은: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까 보았던 종이는 책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성당 내부 이와 관련된 책이 있다는 것일까요?
 
이 리은:... (턱 괴고 제 입술이나 톡톡 치고 있었습니다. 꾹 누르기가 이어졌던가. 녹차 받아서 들고만 있다가) ... 뱀이, 과연 나쁠까. 그 또한 신을 따르던 천사였다 들었소만. 뭐,... 제 욕망으로 인해서 질서를 깬 것은 필시 죄요. 그러나 땅에 떨어진 뒤 그게 악으로 정의가 되었다면... 그도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 신을 따르는 입장에서는 죄이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위라 보오. (아까 전 종이를 가만히 생각하는 듯 하다가 녹차 한모금. 아씁... ... ... 뜨거...)
 
다비드 로템:그들의 입장또한 생각해주는 건가요? (이건 다정이라고 해야할지,) 신부로서 나는 뱀이 악하다, 라고 단언하겠지만. 인간으로서 나는... 역시 잘 모르겠다고 해야하겠네요. (애초에 진짜 신부도 아닌데!) 신께서 선과 악을 구분하게 만들어주는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한 이유중에 하나는, 애초에 인간이 선악을 구분짓기 시작하면 새로운 죄와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아닐까, 하여. (제 몫의 차에 미지근한 물 타서 홀짝 마신다.)
 
이 리은:매번 그리 되더구료. 무언가 하나만을 바라보고 치우쳐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거요. 내 입장이 아니라 다른 이가 되어서 생각을 해보아야 하고... 또 다른 이가 되어서 생각을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게야. (혀 빼물고 있다가 호오- 바람 불어서 홀짝.) 신부라는 직책은 여러가지 말을 뱉을 수 없으니 피곤하기 그지 없구료. 난 인간으로서의 그대를 더 좋아하는 편이니 편히 해도 좋소. 예 누구 있다고. (왜너만왜너만. 천 뒤에서 꼬라보고 있다가) ... 신은 매번 무언가를 전부 준비를 해두고 하지 말라고 경고를 해. 그리고 그것을 하게 된다면 죄악이 되어버리지. 앎이라는 것은 죄악이라는 것이 맞소. 앎이 있기에 인간들은... (호오...) 죄를 짓고... (호오...) 아주 판을 깔아두지 않았는가. ... ... 나도 물 타주시게.
 
다비드 로템:다정하군. (이모양 이꼴이 된 세상에서 찾기 참 힘든 성질이다. 그러나 얼굴에 내비친 건 안타까움에 가깝다.) 당신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무작정 편히 대했다가는 정말 제 사명을 잊을 것 같아서요. (왜?) 그분은 그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통제하에 두셨습니다. 판을 깔아두었다.... (옅은 웃음. 아, 이러면 안되는데.) 틀린 말은 아니네요. 아쉽게도 오늘치 물이 다 떨어져서... 내일 오시면 타드리죠. (헹...)
 
이 리은:... 이런 것으로 다정하다 할 수 있을까?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놓칠 수 없음에 가까웠지만. 저 안타까움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 동정? 아니지. 다른 결의 무언가.) 다정한 것은 그대요. 다정하고 정도 많아. 사명이 무언지 모르겠지만... 아, 신을 위하는 일인가? 그럼 납득할 만은 하지.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면서 편하게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정말 힘들게도 살아. (... ... ... ... ... ... ... 한참을 말 없이 빠안 보다가 입술 삐죽.) 그대는 참 짓궂어. 이렇게 내일도 내 시간을 가져가는구료. 약았긴. (막;) (열심히 호오 불다가 이마저도 힘든지 어깨 추욱 내렸다.) ... 조금 있다가 마실래...
 
다비드 로템:누구는 오만이나 오지랖이라고 불러도, 나는 다정이라 부르고 싶어... 스스로를 위한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런 말씀이 있잖습니까. '비판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요. 정죄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정죄를 받지 않을 것이요.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를 받을 것이요.' ....(시선 느껴지니 두 눈 감게 된다. 숨 돌릴 틈을 안 주는군.) 힘들게 사는 건 당신이나, 나나... 저 밖에서 고통받는 이들이나 매한가지지. (왜 아무말도 없나 해서 눈 다시 뜨면 마주하는 건 처음보는 네 표정... 신기한 듯 바라봐) 내일은 오지 않을 생각이셨습니까? 난 다정하지만 약았군... (큰 감흥없이 소파에 몸 기댄다.)
 
이 리은:그대가 그리 부르고프다면 그리 부르면 되는 법이오. 난 그대에게 있어서 다정한 이가 되겠지.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을 뿐이네. 내가 원하는 세계는 싸움과 분란이 있기 전에 상대를 이해 해보려 노력하고 알아가는 세계요. 나부터 실천하지 않으면 내 말에는 힘이 없어지지 않겠나. (끄응...) ... 알지. 비판하지 않으면 잘못됨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겠어? (하나같이 저와는 다른 것. 용서라... 용서. 대체 어디까지 용서를 하면 될까.) 용서는 최고의 복수다, 같은 말도 있지.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다들 삶이 있기에 고통을 받는게요. 그노시즘을 말하는 이들은 쉬이 그러더구료. 이 삶이라는 것은 지난 생의 업을 덜기 위한 굴레일 뿐이라고. 다음 생은 이번 생에 쌓인 업을 더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업이 사라져서 천국에 갈 수 있다더구료. (잔을 만지작 거리다가) 아주 자신만만해. 내가 왔으면 좋겠나?
 
다비드 로템:
그게 당신의 이상향인가요? (저도 모르게 입꼬리 삐죽 올리게 된다. 그러면 미소 모방한 무언가가 얼굴에 내비친다. 하지만 일그러진 낯의 균열 사이로 내비치는 것은 죄의식에 가깝다. 당연하지 않은가. 인간의 본성은 죄라고 하니까.) 앎이 죄라고 한 것처럼…. 상대를 알면 알수록 그의 ‘선’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악’을 보게 될 텐데 괜찮겠어요? 왜,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 (멀거니 응시한다. 그 앞에 놓인 건 어느새 빈 잔이다.) 재미있는 철학이네요. 꾸준히 선을 추구해야 한다, 라는 건 좋은 발상이지만. 조금 억울할 것 같기도 한데요. 나는 기억도 안 나는 전생 때문에 선행을 베푸는 건. (애초에 천국을 가기 위하여 선하고자 마음 먹은 게 아니라서 그런가. 별로 구미가 안 당긴다.) 그럼요, 나는 이 성당에 오는 모든 걸음을 기쁘게 맞이할 거라니까.
 
이 리은:맞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음이 당연한 이상향. 세상이 이리 되고 나서는 안그래도 먼 것이 한 걸음 더 멀어진 기분이지만, 난 노력하는 것을 멈출 수 없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루어야만 직성이 풀려. (한모금 더 마셨다가 몸이 풀리는 기분에 시선 떨구었다. 완전히 감아버렸던가.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몰려오는 이 세상에 대한 권태감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컸으니까. ... 하나같이 지루하고 따분한 모습들이야.) 나는 무지한 내 자신이 싫소. 앎에서 나오는 모든 것의 책임은 나에게 있고, 그것을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알고 싶은 것이외다. (어깨나 으쓱였다.) ... 나도 별로 끌리는 사상은 아니오. 난 이후의 삶에 대해서 관심 없고 이전의 삶에도 관심 없네. ... 사실은 선행도 별로 관심은 없소. 난 선행 중독자들만 보면 심기가 비틀리거든. (... ...) 그대를 기쁘게 하려면 다시 와야겠구료. ... (마지막 모금 홀짝이고는) ... 오랜만의 차는 좋구료.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
 
다비드 로템:그런가요, (짧은 공백.) 나는 네가 스스로의 의에, 현세의 말단에 짓눌려 일찍이 스러지지 않기를 바라. (네 목소리에 담긴 권태에서 천 너머의 표정이 어떨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지루함을 달래고자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하면 기만일 테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부정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그러니 끄덕임 뿐이다. 일말의 긍정, 그리고 오래된 진심.) 선보다는 악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당신. (다만 비난하는 투는 아니다. 순수한 의문점. 원죄의 시발점이 되는 뱀이 나쁜가라는 질문에 반문해오던 네가 선행 중독자들에게 이렇게 또렷이 심기가 비틀릴만한 이유가 있나, 하여.) 다음에 온다면 찻잎을 선물로 드릴게요. (뜸…) 삶이 있기에 고통을 받는 것이라면, 죽음으로서 우린 편안해질까요?
 
이 리은:내가, 스러질 수는 있는 이일까? (헛숨을 뱉는 것에 가까운 웃음소리를 내었습니다.) 얄궂은 운명이지. 그 무엇도 내게 포기하라는 선택지를 주지 않소. 애초부터 포기를 하면 편한 것인 것을. 짓눌려 스러진다면 그 또한 내가 약했다는 증거이니 기껍소. (별 말은 않았다. 맞는 말이니까. 선보다는 악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었으니까. 선함은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는 선보다는 악함의 기준에 서 있는 사람이었으니.)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아이가 아프자 중독될 수 있는 수면제나 먹이던 이들이 강요하던 선과 선행을 내가 왜 좋아하겠나? (흥. 코웃음을 치고는 비소 지어냈습니다. 자신의 미간을 꾹 누르다가) ... ... 고맙게 받겠네. 한 잔 들면 편한 기분이겠구료. (당신의 말이 귀를 울리자 그제서야 한쪽 눈썹을 올리며 눈 떴습니다. 시선은 언제나처럼 어긋나서 땅바닥만을 향했으니.) 죽음으로 편해지고픈 생각은 없네. 죽인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혹은 그것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거나. ... 죽음은 편안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짐이오. 다른 누군가의 손에 죽음이라는 것을 올려두고 싶지 않아. ...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와 편안하다는 다르지 않은고.
 
다비드 로템:(내뱉어진 헛숨에 구태여 말얹지 않는다. 인간이 나약하다는 것은 에덴의 동산에서부터 증명된 명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고자 함은 인류가 오래토록 찬미해오던 생명의 증거가 되어,) 기뻐, 리은. 네가 결국 멸망으로 인도하는 큰 문이 아닌, 좁고 협착한 길을 걷고자 하는 이라서... 인세에는 그 수는 실로 많지 않거든. (이어지는 말에는 이윽고 인상 일그러지더니,) 그건 네 이야기인가? (시선이 느껴지기에 마주 바라본다.) ...그건 그렇지. 선행도, 악행도... 그에 따른 책임과 용서도 결국은 숨이 붙어있고 몸과 사고가 제대로 기능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결국은,) 오래 살았으면 좋겠네요. 당신도, 나도. (어쩌면 매순간 '생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본능으로 동하게 되는 생명체에게 있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다만, '멸망'을 앞두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이러한 마음조차도 불순하게 느껴져서... 안타까울 뿐이지.)
 
이 리은:품은 생각은 달라도 결국은 하나를 향하기 때문에 그대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일까. ... 기쁨을 느끼게 했다면 이 또한 내 기쁘구료. 미련하며 이상하다는 소리나 듣던 것이 이리 평가를 받는다면 아무리 나라도 마음에 볕 드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듯 하오. (나는, 아나하라트를 걷고 있구나. ... 그것으로 만족했다. 나를 위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타인을 위한 일이 된 것과 같군.) ... 그런 표정은 마시게. 그들을 위해 그대의 감정을 쏟지 말아. ... 그래. 내 이야기요. 별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라 꺼내지 않았소만... 많은 이들은 그들을 보고 성인군자라고 하더구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서 타인을 위하지 않는가. (시선 잠시 맞추었습니다.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 앞에 서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찻잔의 온기가 남아있는 손으로 당신의 눈을 가려내고) ... ... 오래 오래... 사는 내내 모두가 평안하길 바라오. 이건 진심이야. 이 곳에서는, 힘들지 몰라도... 그대, 부디 평안하기를.
 
다비드 로템:다음에는 신부의 자리에 오르는 건 어떤지? 윗분들에게 추천해드리죠. (반은 농담. 나머지 반은 네가 나와 함께 이 길을 걸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본심.)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 널 위한 거야. 어쩌면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네. 나도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랐거든. 모순적이게도 지금은 그들이 바라던 길을 걷고 있지만, 유년기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더라. (내 원망의 대상이 주위사람에게 성인군자라며 칭송 받는다면, 조금 억울하잖아. 그런 생각하면 순간 시선이 조금 먼 곳을 향하게 되었는데, 시야가 덮어지면 오히려 당장 눈 앞의 암흑에 집중하게 된다. 따뜻하네. 신경이 느슨해진다.) 고민거리를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찾아와. 이건 신부가 아니라 친구로서 하는 말이야. 찻잎을 우려낼 물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이 리은:신을 믿을 생각이 들면 슬쩍 찔러보지. 꽤나 신실한 이가 되겠구료. 내가 믿음을 한번 주면 거두지 않음은 확실하거든. 무엇이든 처음이 힘든 법이지. 그 때에는... 형제님, 정도로 부르면 되려나? (작은 웃음소리를 내었습니다. 미사포 쓰고 미사를 드리는 나라니.) 이런. ... 그대만은 평안히 자라기를 바랐는데. 왜 이렇게 기구한 운명을 품고 태어난 것인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면 뭐 어떤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대의 의견이니 말이오. 유년의 슬픔은 평생의 흉이라 하였네. (손으로 덮어서 보고 있다가 상체 숙여서 제 손 위에 제 입술 잠시 대었다가 떼었습니다. 상체 다시 피더니) ... 신부님에게 고해가 아니라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두는 마음가짐으로 오겠소. 다음에 올 때에는 내가 물을 챙겨오는 것이 나으려나. (뒷걸음질로 멀어지더니) ... ... 그대는 내 벗이니, 가까이 두면 편하거든.
 
다비드 로템:그냥, 다비드라고 불러. (형제님이라는 단어는 낯간지럽다며... 마찬가지로 웃음소리 흘려낸다.) 살갗이 찢어지면 더 단단한 새 살이 돋아나는 법이잖아. 이제는 성인이니까 적어도 그때만큼 아프지는 않아. 너는 현재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끝에 치유가 있기를 바라. (아까는 미처 전하지 못했지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없거든. 본성이 아무리 타락하였고 죄의 성질이 짙어도... 작고 낯선 온기가 손너머로 전해진다. 얼마 안 가 눈 느릿하게 뜬다. 그새 암흑에 익숙해진 탓일까, 눈이 시리다는 감각이 망막 너머로 전해진다. 자연스레 옅은 인상 지었으나 얼마 안 가 지워졌다. 너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가는 길을 배웅해 드릴까요?
 
이 리은:이름 부르는건 아무래도 낯간지럽지 않소? 내킬 때 불러줌세, 내 형제야. (당신의 웃음소리가 그저 기분이 좋아서.) 다칠 때의 아픔은 익숙해지면 곤란하오. 새 살이 돋아나는 것은 그 이후외다. ... 끝의 치유라. 용서는 대체 누구에게 받을 수 있을까. 용서도 살아 있는 사람이 살아 있는 이에게 하는 것이 아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 그래도 되는가? 벗에게 하는 내 작은 칭얼거림이오.
 
다비드 로템:내 이름은 흔하디 흔한데도. (형제라는 말에 그저 마른 세수만....) 그럼, 아픔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지. 치유조차도 충분히 아파하고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는 거니까. (그 때를 정하는 것은, 역시 당신이다.) 다비드 신부라면 신에게, 또 스스로에게 용서를 빌라고 답할 것 같군요. 용서라는 단어 자체가 당장 무겁게 느껴져도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문고리 돌려 휴게실 문을 연다.) 여기까지 먼 걸음 한 것은 당신-너니까, 배웅또한 응당 해줘야지. (먼저 나가라는 듯 너를 기다린다.)
 
이 리은:내가 그 안에 넣는 의미는 다르고, ... 내가 부르는 다비드는 그대 하나 뿐일텐데. 이래도 그대의 이름이 흔한가? (그저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리기나 했다. 에고. 허리나 통통 두어번 두드리다가) 아픔은 살기 위해 발악하는 것이니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네. ... 스스로에게 용서라. 신부님은 매번 내가 할 수 없는 것들만 이리 내놓으시니. 노력은 해보겠다 전해주시게. (끌리는 옷 손에 쥐고 느린 걸음 옮겨 문 밖으로 걸음했다.) 응당 받을 수 있는 대접을 받는 것은 이리도 좋아. 오늘도 그대의 시간을 내게 주어 고맙소. 즐겁게 있다 감세.
 
다비드 로템:.......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느린 어투 사이사이로 공백이 채워진다. 익숙하지 않으나 또 마냥 싫지는 않은 모양.) 무시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말아. (그래도 못 느끼는 것을 억지로 느낄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런 생각 잠깐... 이내 웃는다.)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것이니 더 좋지 않나요? 미래에 기대할 것이 하나 생기잖아. (정말?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 하나. 네 뒷모습 바라보는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더니, 네가 적당히 멀어졌을 때 비로소 발걸음 떼었다.) 즐거웠다면 다행이지. ....
 
다비드는 당신을 성당 밖으로 배웅해줍니다.
 
성당 밖의 세상은 여전히 시커멓고 고요합니다.
 
이 리은:(하늘 잠시 보았다가 당신 쪽으로 돌아서 가만히 손을 흔들.) ... 참, 어두워서 걸음 하기도 뭣할 정도로군.
 
어둠속에 흐릿한 인영이 마주 손을 흔듭니다.
 
역병이 돌아 죽음의 향이 짙은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면,
 
당신은 머지않는 이 세상의 멸망을 직감합니다.
 
그제야 아까 휴게실에서 발견한 종이조각이 떠오릅니다.
 
저주, 전염.... '누군가의 주도하'
 
그러고보니 성당 지하에 서재가 있었죠.
 
그곳에 가면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리은:(종이조각 꺼내서 보았다가 미간 꾹) 악이로군. 세상의 악이야. (지끈거리는 듯한 머리를 겨우 부여 잡고 조심스레 성당의 서재로 가본다.) 어쩐지 못할 짓 하는 것 같소만. ... 검은 옷을 입고 오길 잘했구료.
 
죄의식은 뒤로 합니다.
 
지금 이 서재를 둘러보는 것이, 과연 이 세상에 내리앉은 악보다 더 할 수 있을까요?
 
조심스레 발걸음 한 서재 안은 허전합니다.
 
몇 개의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꽤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입니다.
 
당신이 올 때면 언제나 이곳은 책들로 가득했으니까요.
 
이 리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몇 가지 책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 열이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이 리은:
자료조사
기준치: 75/37/15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나무 책장 틈 사이에 끼워진 또 다른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이 리은:... 뭔... 또 이렇게... (안그래도 어두운데 천까지 끼고 있자니 거의 형체만 보이기에 냅다 천 풀어 들고 다른 페이지 꺼내어 확인한다.)
 
필기체로 적힌 글자를 보아하니 이건 책에 인쇄된 것이 아닌 타인이 직접 쓴 문장 같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이 리은:마녀사냥인가. ... 정치 문제로 번지기도 했던 것이 대체 왜 또 이렇게 기어나와서. ... 뭐.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종족이니.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것이 아주 오래된 종이임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꽤나 시간이 흐른 고서에나 있을 법한 누렇게 변색되고 버석한 종이 질감입니다.
 
이 이후 탁자에 놓인 편지의 일부를 발견합니다.
 
그 때, 지하실의 계단 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이 리은:(흐어으아 아아아 아니되오 숨을 곳을 찾아야만...)
 
이 리은:(나. 이리은. 지금까지 숨어 본 적이 없는 여자. 언제나 당당했건만.)
은밀행동
기준치: 20/10/4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하.)
 
여전히 당당합니다!
 
이곳에 올 사람은 다비드 말곤 없는데....
 
이 리은:(조금 덜 당당하게... 쭈그려서 그림자 속에 숨어보기)
 
누군가와의 대화 소리가 함께 섞입니다.
 
문이 열리고....
 
다비드 로템: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다행히도, 다비드는 그림자에 숨은 당신을 못 봤습니다.
 
이 리은:(할렐루야 만세. 주님 감사합니다.)
 
???:일의 진척이 너무 느려. 언제까지 질질 끌 생각인 건가?
 
다비드 로템:...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방해물이 있어요.
 
???:도대체 그 방해물이 무엇인데?
 
늙은 남자의 목소리와, 너무나도 선명한 다비드의 목소리.
 
다비드는 서재에 들어와 탁자 위에 있는 공책을 집어듭니다.
 
그가 말합니다.
 
다비드 로템:여기에 제가 한 모든 게 적혀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던지요.
 
문이 닫히고 두 사람이 사라집니다.
 
이 리은: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이 리은:(숨 후 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 ... 난, 믿음을 다시 거두어 가지 않소. 부디 후회만 하지 않게 해주시게. (나는, 네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후회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니.)(머리나 헝클고는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나 둘러본다)
 
서재 안에 더 둘러볼 것은 없습니다.
 
이 리은:... 속 시끄럽게 만드는군. 그대는 날 흔들어 두는 것에 참 능해. (책장에 잠시 기대었다. 제 머리 툭. 툭. 그대로 시끄럽지 않을 정도만 쾅 박고 심호흡 했다. ...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대로 수 세어갔다. 진정하자. 흥분한 뒤에 좋은 꼴을 본 적이 없어. 곧바도 머리 속에 안개가 드리운 기분이다.) 이보다 정신이 맑은 적이 없구료. (발걸음이 멀어졌는지 확인하고 밖으로 나간다.)
 
...
 
 
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하기만 합니다.
 
버석버석한 땅과 동물의 시체,
 
다른 곳에서 온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 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제 햇볕을 받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무장된 성당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남았습니다.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생존자들이 모인 마을 회관으로 가볼 수 있습니다.
 
이 리은:(하늘이나 한번 보았다가 느린 걸음으로 병원으로 향한다.) ... 이거, 발걸음이 퍽 무겁소. ... 신의 품으로 떠난 이들인가.
 
느린 걸음으로 병원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환자들의 곡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생명의 숨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곳곳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기웃거리는 당신을 향해 간호사가 다가와 이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경고 합니다.
 
이 리은:(이런.) 많이들 바쁜 모양이오. 고생이 많구료. 방해해서 미안하오만... 역시 잠시라도 들어가서는 안되는 것이겠지? (눈가 가만히 찌풀였다. 하긴.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어가 있다고. ) 상황이라도 전해줄 수 있겠는가.
 
간호사: 어휴, 들어오는 건 당연히 안 됩니다! 여기서 환자가 더 나오면 저희들만 더 힘들다구요! (손사례 치고) 상황이라고 전해드릴게 뭐 있겠어요. 매일이 똑같아! 사람들은 기괴한 표정을 짓고 죽어가고....
 
이 리은:무지한 이가 고집을 부려 미안하외다. 매일이 고생이 많겠소. 그대들의 모든 노력이 보답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하는구료. ...(이상한 표정? 한쪽 눈썹 올리고)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합니다.
 
병원 침대 위에 미처 가려지지 못한 시체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기괴하게 일그러져있다는 것을요.
 
꼭, 저주 받은 것처럼요.
 
광기에 미쳐버린 얼굴들입니다.
 
전염병 특유의 반점이나 괴사는 없으나,
 
모두 충격적인 걸 본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이 리은:
SAN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동 없습니다.
 
간호사: 말씀 감사하군요... 부디 그때까지 이 세상이 멀쩡하길 바라야지. 더 궁금한 점은 없나요?
 
이 리은:부디 그러겠지. 그대들이 믿는 신께서 보살피지 않으신가. 모든 이들이 멸절하지 않게 지켜주실게요. (가만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이 병에 대한 치료법은 아직 없는 것이기도 하고... 이만 가보겠소. 귀한 시간, 내게 사용해주어 고맙구료. (별다른 것이 없는 듯 하면 마을 회관으로 가본다.)
 
밖으로 향하자,
 
벽에 붙은 전단지들과 익숙한 수도복의 옷자락을 발견합니다.
 
다비드입니다.
 
의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은 유려하기만 합니다.
 
낮에 피곤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병세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 어쩐지...
 
역겨워.
 
왜일까요.
 
저 검은 수단이 유독 시커멓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단지를 보거나, 다비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리은:... ... 피곤한가? (미간 꾹 누르고 있다가 전단지를 본다.) ... ... 그래. 뭐, 내가 언제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품어 귀애할 수 있는 이던가. (침잠하는 기분이다.)
 
전단지를 자세히 보면 광고물이 아닌 성서의 구절을 따온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리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 뒷면에 적힌 또 다른 내용을 발견합니다.
 
이 리은:이런 것을 대체 왜 붙여두는지. (눈동자에 가만히 담다가 곱게 접어서 소매 속에 쏙 넣었다. 거짓의 아비. 거짓말쟁이.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진실된가.) 말이나 행동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가 우리 모두는 살인자와 같지. 진리를 잃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게요. (가만히 숨어서 다비드 요래조래 본다.)
 
이번에 당신은 잘 숨었나요?
 
이 리은:(하................ 내가 이렇게 숨어서 다닐 줄이야.............)
은밀행동
기준치: 20/10/4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어림도 없지. 난 당당하다.)
 
문득 다비드와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을 발견한 그의 표정이 오묘해지더니, 이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다비드 로템:여기 계셨군요.... 리은 씨?
 
이 리은:(수줍게 짝사랑하는 이를 훔쳐보는 이마냥 있다가 움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슬며시 나왔다.) 안녕? 또 보는구료. 길 가다가 그대가 보이길래 말이오. 말 걸까 고민을 좀 하고 있었소만... 내가 뭔갈 방해한 것은 아니겠지?
 
다비드 로템:(왜 갑자기 소름이)(방해했냐는 물음에는 고개 절래...) 안 그래도 당신과 아까 이야기 나누다가 읽어보았으면 좋을 것 같은 책 몇 권을 발견해서요.
 
이 리은:(후후 웃기는군...) 친절하기도 하지. 내가 독서를 퍽 즐기긴 하오. 어떤 책인가? 다 읽게 된다면 내 독후감이라도 써서 읽어주겠네. (농조나 내었다.) 다른 이들이 많이 걱정되는 모양이오.
 
다비드 로템:정말인가요? 그거 기대해볼만 하네요. (그래서 품에서 꺼낸 건...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등 몇 개 더...) 걱정되지. 이곳에서 그나마 멀쩡한 곳은 성당뿐인데, 계속 그 곳에 있으면 세상이 겪는 일들을 모르고 살게 되어.
 
이 리은:(품에서 저게 다 나와? ... ... 당신 어이 없다는 듯 올려다 보았다. 들고는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두 손을 내밀었다.) 그곳은 닫힌 곳이니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밖으로 걸음해야 하는 것이 맞긴 하오. 제 세계를 부수기 위해서는 알을 깨야 하는 것 마냥. 그렇다고 해도 퍽 부지런하시구료. 많이 피곤해 보이던데... 조금 쉬는 것은 내키지 않던가?
 
다비드 로템:(이걸 못 들어? 마치 종잇장 들듯 네 두 손에 책들 차곡차곡 쌓아준다. 아, 알을 깨야한다는 말에 데미안도 올려준다...) 걱정은 고맙지만, 성당에서의 나는 할 일이 몇 없는걸. 저들을 보면 (시체들 흘긋) 편하게 쉬고 싶지도 않고... 그래도 죽으면 그분의 곁에서 평안하게, 영원히 쉴 수 있잖아. (다시 네게 시선 돌린다.) 당장 죽겠다는 건 아니지만.
 
이 리은:얽. (당신이 제 손 위에 책들을 올리자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허리가 숙여졌다. 팔이 바들바들 떨리더니 인상 조금 써보고. ... 젠장. 말 하지 말걸!) 서, 성당에서 하는 일을... 내... 가 알 길이 없으니... 말이... 외다. (아씁... 하.... 힘 꾹 주어 허리 피고 파들파들) 죽음은... 안식이나 쉼이 아니라 죽음일 뿐이오. 영원히 쉰다 보다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겠소? 당장 죽겠다 했으면 이 책으로 그대를 쳤을거야.
 
다비드 로템:...이러다가 당신 팔 떨어질 것 같은데... (못 드는구나! 하나, 둘, 셋.... 처음 건네준 책 두 권만 네 손 위에 남긴 채 도로 가져간다. 다음에 와서 또 가져가라고.) 책으로 내려칠 힘은 있고? (피식....) 성당으로 걸음하는 자들 대부분은 삶 이후의 것을 기대하던데요. 당신은 그렇지 않나요?
 
이 리은:지금 어깨 관절이 빠진 기분이오. (물론 농담이다. 책 두 권을 떨리는 팔로 꾹 안아서 들더니 작게 안도의 한숨 쉬어냈다. 길 가다가 쓰러질 뻔 했군.) ... ... 그대의 입에서 침음 정도는 나게 할 수 있소만. (입술 삐죽) 삶 이후의 것이라. 난 확실하지 않은 것은 믿지 않소. 내게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이 현재의 삶이 중요하지 그 이후는, 그 이후의 문제외다. 무언가에 기대를 건 적도 없고.
 
다비드 로템:이미 빠졌어? (좀 걱정스런 낯으로 보다가 농담인 것 알아차리고 푸후 웃는다.) 오늘은 삼가해주었으면 좋겠네... 지금 머리 맞으면 침음 정도가 아니라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을 것 같거든. (삐졌나?) ...그렇나. (어쩐지 입안이 씁쓸하다. 그대로 입을 다물었고.)
 
어쩐지 신경이 계속 긁히는 기분입니다.
 
이 리은:병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당신의 옆구리나 제 팔꿈치로 툭. 괜스런 장난이다.) 이거 안타깝게 되었소. 정말 피곤하기라도 한 모양이오. 내가 그대를 들면 그 다음 날 침상서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듯 하여서 아쉽게도- 안아서 데려다 주는 것은 무리겠소. (잠시의 간극. ... ... 나도 피곤한가. 느리게 심호흡을 했다. 숫자를 셀 만한 것이 있나. 하며 바닥 보고 하나, 둘, 셋... 그리 숫자 세었다.) 그대는 기대하고 있는가?
 
다비드 로템:날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날 더 강하게 만든다... 라는 말이 있어. (옆구리는 단단하다.) 마음은 고맙게 받지. (여태까지 저를 안아서 든 사람이... 몇 없었는데. 네 시선 쫓아가다가 결국 같이 바닥을 향하게 된다.) 그럼, 물론이지. 소망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어.
 
이 리은:죽이지 못하는 고통... 강하게 만들겠지. 죽을 정도로 아팠던 기억을 반석 삼아서. 난 차라리 아프지 않고 약한 채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긴 하여. (무심코 제 옆구리도 눌러봤다. ... 말랑. 모든 근육이 사라졌음에 비탄한다.) 부디 그대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라. 하나 물을까. 그대는 그대가 아끼는 이들과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선택할까, 아니면 홀로 천국에 가는 것을 선택할까?
 
다비드 로템:세상이 약한 이들에게 조금 더 상냥했다면 그리하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어. (이런. 시간과 여유가 있었다면 같이 운동이라도 해주었을 텐데. 이어지는 말에는 옅은 미소 지었다가, 다시끔 낯색 어두워졌고...)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거겠지. 다같이 천국에 간다는. (간극.) 어렵네, 신부인 저는 천국에 먼저 가서 그들이 이곳에 올 수 있도록 그 분께 간곡히 애원하겠죠. (하지만 한낱 인간으로써의 '나'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까...)
 
이 리은:실로 이상적인 세계요. 부디 다음에 태어날 때에는 그런 세계에서 나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드는구료. (게으름 피우는데 바빠서 말이외다. 가볍게 대꾸하다가 당신의 얼굴을 살피는 듯, 시선을 살며시 올렸다.) 다같이, 라는 단어가 얼마나 알량하고 꿈에 그리는 단어인지 알지 않나. (신부인 당신, 인간인 당신. 입장이 나뉠 수 밖에 없음에 실로 안타까움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끝 없이 기도한다면 신께서도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실거요. ... 믿는 것이 힘이야. 믿으시게.그리하면 이루어질 것이니.
 
다비드 로템:웬만하면 지금 사는 이 세계를 바꾸어나가자고 말하겠지만. (아무래도 늦은 감이 있지. 마주하는 낯은 여전하다.) 동상이몽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같은 땅 위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 알량한 단어를 쓰고자 한다. 어쨌거나 인간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던가.) 제가 해야할 말을 당신이 해주었군요. 고마워요. (역시 수녀가 되어볼 생각은 없으신지... 농담에 가까운 투.)
 
이 리은:사람이 다섯 명 남짓으로 남게 된다면 내 그 또한 고려를 해보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이나 했다. 도통 품을 수 없는 세계야. 그러니 질려버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 함께 살아가고 있기에... 다같이, 를 원하는 것이오? 무엇보다 힘드나 방법만 있다면 그리 됨이 좋겠어. (책 만지는 손에 힘 꾹 쥐었다가) ... 그대가 할 것 같았거든. 가면 쓰고 다정한 수녀가 되는 것도 내 고민 해보지. 심심하던 참이니. (농담 받으며 이죽)
 
다비드 로템:그런가. 수억명 보다는 다섯이 함께하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어... (세계는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 만든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 때가 되면 네가 기껍게 품을 수 있으려나. 고개 느릿하게 끄덕인다. 방법만 있다면, 말이야.) 가면을 쓰는 다정한 수녀라... 성당에 다정히 웃는 가면이 있는지 찾아봐야겠군.
 
이 리은:호, 그리 받아주는가? 이건 의외야. 어려운 길을 고집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많은 이를 품지 못하는 이로서 차라리 그것이 쉽다. 나는 이 세상을 품을 수 있을까. 고개 들어 저 먼 곳에 시선을 돌렸다가) 고해성사실을 오가는 수녀도 받아주나? 주님, 오늘도 거짓을 고하게 됨에 죄를 뉘우칩니다, 라며. 부디 그대가 내 죄를 들어주었으면 해. (가벼운 투)
 
다비드 로템:어려운 길은 걷는 노력이라도 할 수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길을 걷는 건 어리석은 일이잖아. 물론 따지자면 다섯보다는 열... 수백과 수천이 좋아. (기실, 사람 한명 품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질 때 있으니 나무라는 톤은 역시 아니다.) 신부도 가끔 왔다가는걸? 고해성사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당신의 마음이 내킬 때 오시길. 용서를 구하기만 한다면,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없으니까....
 
이 리은:가끔 어떤 이들은 존재치 않는 길조차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걸으려 하더구료. 결과는 두 가지야. 모두와 함께 망하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성공을 시켜서... 영웅이 되거나. 후자는 꿈의 가설에 가깝지마는. (희미한 미소를 품었다가 무언가 머리 속을 스치자 사그라든다. 있잖는가. 라며 한참을 말 없이 있었다.) ... ... 같은 사람을 죽인 이 또한, 용서를 구하면 용서와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인간의 규율은, 그를 용서하지 않음을 택할텐데.
 
다비드 로템:부정하지는 않아. 지혜가 없는 용기는 만용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건 알려줄 수 있겠어. 어린 양치기 소년에 불과했던 다윗이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훈련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서사시는 예사 그런식으로 쓰여지지. (물끄러미 바라본다. 차분한 기다림 후에 내뱉은 답은 간략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럼, 당연하지. 구원하시는 그 분은 인간의 율법에 구속되어 있지 않으시니까.
 
이 리은:주께서는 준비가 된 이를 사용하시니 말이오. 모든 이들을 이끌 수 있는 이는, 준비된 이인 것이고... 언제나 준비된 자가 되라 이러든 이들이 있었지. 창대한 결말을 걸을 수 있기를. (무엇에 대고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책 쥐고 있던 한 손으로 제 가슴께의 옷자락을 꾹 쥐었다. 저 확신에 찬 말투가 기꺼웠다.) ... 그럼, 그대는 용서하는가?
 
다비드 로템:창대한 결말을 걸을 수 있기를. (악으로 치닫은 말로에서 구원에 이를 수 있기를. 요즘들어 성당을 찾는 많은 이들이 하는 기도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이후 짧은 공백이 잇따른다. 그것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기 직전에 힘주어 소리냈다.) 용서해.
 
이 리은:... 그렇군. 그대는, 그러하군. (이마저도 짧은 말이었으나 말 중간중간에 헛숨을 삼켰다. 어쩐지 무거웠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는 용서 받지 못할 것이라고 되내이던 순간들의 자신이 어쩐지 위로 받는 기분이라서.) 고맙군. 이건 내 진심이야. (이 사실을 앎에도, 난 가벼워짐을 거부해야겠지. 그게 맞아.) ... 오늘 밤엔 푹 잘 수 있겠네.
 
다비드 로템:(반응하는 모습 멀거니 바라보면 헛숨 들이키는 이의 상념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던 것을 알아차린다. 손 뻗어 네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위로는 진심이었다.) 네 밤에 평강이 찾아가기를 기도해.
 
이 리은:(제 어깨 위에 닿는 손길에 몸을 말았다. 미간 슬며시 찡그렸다. 부정적인 반응이었으나 당신을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 ... 고맙소. 내 이만 가지. ... ... 책도 금방 읽고 돌려줌세. 하루 정도면 다 읽겠어. (느리게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다비드 로템:(그런 네 모습 보고 금새 손을 물렸다.) ...천천히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고개를 숙이더니 저또한 발걸음을 떼었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그제야 주위의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말하는 게 들립니다.
 
이 리은: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간호사: 정말 착한 분이시지, 매일 와서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의사: 요즘 항상 밤을 새는 것 같으시더라고. 어쩐지 수척한 기색이던데, 바쁜 일이 생긴 걸까?
 
이 리은:(으이? 밤을 새? 이 양반이...)(잠시 뜸 들이다가) ... ... 바쁜 일이라. ... 신부가 무슨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아, 그건가? 서재에서 있던 일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가 걸음 옮겨서 자리 뜬다.) ... ... 착한 사람... 그래. 맞는 말이야.
 
아까 가려던 마을 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린 상태입니다.
 
논의를 벌이는 어른들에게 가보거나, 아이들에게 가볼 수 있겠군요.
 
이 리은:(어른들보다 어린아이들에게 눈이 갔다. 책을 품에 꼭 안고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해들아. 무얼 그리 하시고 있소? (부드러운 웃음을 띄우곤)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아이들은 조용히 구슬로 저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가만히 다가온 당신을 발견하면 한 아이가 다가섭니다.
 
: 구슬로 놀고 있었어요. 언니도 같이 할래요?
 
이 리은:(귀엽군...) 같이 해도 괜찮은고? (푸슬 웃음 지었다가 아이들 머리를 느리게 쓰담았다. 주머니에 있던 사탕을 아이들 수만큼 꺼내었다. 훗. 이런 날을 위해서...!) 난 그냥 보는 것으로 족하오. 그대들이 보기 좋아서 말이야.
 
사탕을 본 아이들은 얼굴이 환해집니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의 얼굴이 어둡군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입니다.
 
이 리은:음? (아이에게 시야 맞추어 숙이더니) 아해요. 무슨 일 있는고? 왜 그런 표정이야.
 
당신이 말을 걸면 울음을 터뜨립니다.
 
우는 아이: 누나,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아이들은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떠들지만 울음 소리에 뭉개져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이 리은:으음...? 그게 무슨 말인고? (책을 아예 내려 놓더니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한쪽 무릎 꿇고 앉아서 아이 보고) 대체 누가 그대에게 이런 슬픈 말을 하였을꼬. 아해요. 작은 아해요. 부디 일러주지 않으시겠소?
 
이 리은:
말재주
기준치: 80/40/16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말을 듣던 아이는 겨우겨우 울음을 그칩니다.
 
아이: 저희 말이에요, 매일 기도하러 갔어요. 성당에 밤마다 갔어요. 우리를 구해달라고 신한테 기도하러 갔어요. 신부님이 우리한테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그리고 자꾸 미안하대요. 왜 미안하다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이 리은:신부님이? (고개가 기울어지는 것을 겨우 막았다. 한쪽 눈썹 올리고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웃음 거두지 않고 아이의 볼을 한 손으로 쓰담는다.) 신부님이 미안하다고 한 것은, 나 또한 이유를 잘 알지 못하오. 그렇지만... 아해요, 난 이리 생각하오. 어른으로서 아이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이 세상을 물려주게 되어서 말이야.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대가 걱정할 일은 어떤 것도 없소. 그러니 부디 울지 말아주시게.
 
아이: 정말, 정말이죠? 누나는 멋진 어른이구나. 우리 엄마아빠는 매일밤 저주고 멸망이고,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만 계속해서 얘기해요.
 
그런 말을 하며 아이는 아까 당신이 보았던 어른들을 가리킵니다.
 
저들 사이에 아이의 부모가 있는 모양이죠.
 
아이: 하지만 나는 누나의 말을 믿고 싶어요. 누나는 우리 부모님들과 다르게 멋진 어른이니까 우리를 지켜줄 수 있죠? 그렇죠? 그래주면 여기 있는 구슬들 누나한테 전부 다 줄게요.
 
아직 세상을 모르는 아이라서 그런 걸까요?
 
어쩌면 허황된 말을 내뱉습니다.
 
이 리은:(어른들을 잠시 보았다. 한숨 쉬려던 것을 삼킨다. 어린아이 앞에서 보여서 좋을 것이 없다.) ... 내 이루어지지 않을 약속은 않는 이요. 그대들을 품어 애착하마. 지켜주겠다는 소리야. (그러니 더는 스러지지 말아라. 쓰담던 손을 멈추다가) 구슬은 주지 않아도 좋아. ... 아니지. 하나만 주지 않으련? 그거면 충분하오. 부모님이 무어라 하시던 그대를 그 누구도 해치지 못할 것이라고 꾹 믿자. 그 증표로 말이야.
 
아이는 그제야 활짝 웃습니다.
 
그러더니 품속에서 푸른색 구슬을 쥐어 당신에게 건넵니다.
 
아이: 고마워요, 이건 제가 가장 아끼는 구슬이에요. 구름 한점 끼지 않는 맑은 하늘색!
 
이 리은:(구슬 받아들었다. ... 네 눈이 떠오르는 색이다. 천 너머의 검은 눈으로 응시한다.) ... 어여쁜 색이구료. 내가 퍽 좋아하는 색이외다. 아주 안목이 좋아. 이건 그대와 내 약속의 증표요. 그럼 난 가보마. 다음에 또 만나러 올게. (아이들에게 인사 해주며 한번씩 꾹 안아주고는 어른들이 있는 쪽으로 총총)
 
어른들에게 다가갈 시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로?
 
다른 곳으로 가보았자 전염병은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에 들어오는 소리.
 
: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어느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라는 게 있다는군요. 그 저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뜨린 거야!
 
악마.
 
이 리은: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검은 수도복의 다비드가 떠오릅니다.
 
악마.
 
어쩐지 그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만 같은 공포감이 듭니다.
 
왜?
 
이 리은:뱀의 저주라. ... 악마... 그래.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했지. 성당이 근처에 있는데... (구슬을 손가락으로 굴리다가 피식 웃음 냈다. ... ... 그대. 그대의 손으로 죄악을 범하지 마시게. 검은 수도복을 입고, 타인을 해치는 이라니. 무심코 제 목을 만지작, 쓸다가) ... 불경하군.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불경합니다.
 
또한 불결합니다.
 
이곳에서 볼 것은 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리은:(한숨이나 냅다 푹 쉬어내고... 더 볼 것이 없다면 돌아간다. 집이나... ... 흠. 갈 수 있을까.)
 
회관을 나서면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대뜸 외칩니다.
 
마른 사내: 악마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
 
공포에 경직된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시야에 담깁니다.
 
아무래도 당장 집으로 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리은:(죽은 눈을 돌렸다. 뭐라는 거야. 노망 났나? ... 그럴 나이인가?) 사람에게 악마라고 하는 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까지 참아온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그대로 발걸음을 사내에게 옮겼다.) 이봐. 다시 한번 말해보겠나?
 
남자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당신의 두 팔을 붙잡고 악을 씁니다.
 
마른 사내: 악마를 죽여야 해! 악마를 죽여야 해! 넌 알지, 넌 아는 눈이야, 넌 악마가 누군지 아는 눈이야, 그런 눈이야.
 
무어라 답하려는 순간, 회관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옵니다.
 
: 저 인간 또 저러는군,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장정이 나타나 사내를 억지로 당신에게서 떨어트리려는 순간,
 
너무나도 또렷한, 너무나도 선명한, 너무나도 굳건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바로 이 공포에 사로잡힌 사내의 것이었습니다.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친구...
 
왜 자꾸,
 
왜,
 
자꾸,
 
다비드가 생각나는 걸까요?
 
이 리은:쯧... 아프게. (두어걸음 떨어졌다. 다비드가 설령 정말 악마? 제 머리를 헝클었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는 것 따위 질색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 또한 질색이다. 그가 악마라면... 뭐, 나 또한 그러하겠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지옥에는 악마가 살지 않는다고 하니까. 모두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살아간다 했지.) ... ... 다비드. 내가 신이라면 좋았을거요. 아니면, 그대라거나.
 
당신이 신이었으면 좋겠나요?
 
아니면 그를 통해 구원받기를 바라나요.
 
어찌되었든, 이런 세상일수록 더욱 신을 찾게 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육체를 가진 당신은 많이 피로한 기분이 듭니다.
 
발걸음을 움직입시다.
 
이곳에서 잠들 수는 없으니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이 리은:(심각하게 피곤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있다가 그림자를 보고 품에 있는 책을 꽉 쥐었다. 누군지 몰라도... 이걸로 콱...)
 
다비드 입니다.
 
요즘따라 자신의 주변에 많이 등장하네요.
 
이 리은:(마을이 좁다지만...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있나? 안그래도... 좋지 않은 기분이건마는. 발걸음 소리 없이 가서는 옷자락 슬며시 잡았다.) ... ... 그대. 예서 무얼 그리 하오?
 
다비드 로템:그... 아까 다 챙겨드린 책들이 생각이 나서. (주섬주섬.... 책 한보따리 꺼낸다.)
 
이 리은:(책 봤다가 당신 봤다가...) ... ... 거... ... ... 친절하구료... 들어왔다가 갈텐가? 그, 그건... 내가 들고 들어가지. (할 수 있다, 나야. 넌 엄청 짱짱 센 사람이잖아.)
 
정말 할 수 있나요?
 
이 리은:(심호흡! 못하면 이름 갈고 알렉산더로 개명한다!)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아)
 
이 알렉산더
 
이 리은:(흑흑.......... 소매로 눈물 닦는 시늉)
 
다비드 로템:울어? (가서 책들 한손으로 번쩍 듬....) 들어줘야 할 것 같은데
 
이 리은:허약하기 그지 없는 이 몸에 감탄하고 절망하는 중이오. (부럽다는 듯 빠안...) ... ... 그대 근육 좀 나누어 가지고 싶구료. 고맙소.
 
다비드 로템:저런... 하루에 팔굽혀펴기 100번 스쿼트 100번...하면 이렇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나요?
 
이 리은:호오... 숨쉬기 운동은 안되는가? (쫄쫄 가서 문 열어준다.) 별 것은 없는 곳이긴 하오만... 들어가도 좋소. 에그. 누굴 초대한 적이 있어야지...
 
다비드 로템:될리가.... 그래도 건강을 챙기는 건 중요하지, 요즘 같은 시대에 더더욱. (조심스레 발걸음 옮겨 안으로 들어간다.) 혼자 삽니까?
 
이 리은:(힝구... 흐느적 거리는 걸음으로 문 닫고 들어와서는) ... 무엇을 하든 권태감이 드는 것을 어쩔 수는 없더구료. 하루 종일 누워서 숨만 쉬며 지내는 것도, 이리저리 쏘다니는 것도 내게 다를 바 없건만. (어두운 곳을 더듬거리며 나아가선 방 문을 연다. 서재요. 라며.) 본래 가족과 함께 살았지만 지금은 따로 살고 있네.
 
다비드 로템:이리저리 쏘다닐 때에도 권태감이 든 단 말이야? (서재 한번 스윽 둘러보더니 버릇처럼 책 한권한권 착착 빈공간에 넣는다.) 가족들은 평안하시고?
 
이 리은:숨 쉴 때조차 말이야.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데 무얼 한다고 권태감이 사라질 리 있겠나. (불을 켜야 하나... 두어번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품 안에 있는 쪽지들이나 꾹 눌러보고는) 평안한 삶 보내고 계시네. ... 아마.
 
다비드 로템:...그 권태감이 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과 연관이 있는 거야? (질문 내뱉고 나서야 책장 정리하던 손길 멈추고 어둠 속에서 너 바라본다.) 애매모호한 답이군.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할까?
 
이 리은:글쎄... 이 또한 모호하구료. 지금까지 가장 큰 목표만을 위해 살아왔고 그것을 이루자 모든 것이 무료해지지 않겠는가. 원하는 것을 찾아 다시 일어나 보려 했건만, 전염병이 앞을 막으니 내 어쩌겠나. 다시 앉을 수 밖에 없지 않겠어? (천 밑으로 마른세수 했다. 책장 한 켠에 자리한 성경을 손 끝으로 쓸었다.) ... ... 부디 그리하여주게. 그들은 어떤 잘못도 없이 선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니 신도 불쌍히 여기시겠지.
 
다비드 로템:그건... 안타깝네. (느리게, 무겁게 숨을 뱉어낸다. 명백한 한숨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젠간 결국 사라지고 말지. (제 손목에 메어진 묵주 팔찌를 꺼내어 제 손안에서 몇 번 굴린다. 알아 들을 수 없게 낮은 음성으로 한참을 중얼거리나, 간간히 평안, 구원, 자비... 등 단어가 들려온다. 그리고는 목주를 너에게 건넨다.) 신께서는 그 누구가 어디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시는 분이라 믿어. 이 사실이 너에게 위로가 되길. 진실이 나를 위로 했듯이... (위로 받았다는 사람치고는 표정이 제법 서글프다.)
 
이 리은:언젠가 사라지겠으나... 그 또한 별 것이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갈 일이오. 난 그리 생각을 해. 그리고... 하고픈 일이 생겼어. 방법은 전혀 모르겠지만... (한숨 소리를 들으며 손 안에 있던 푸른 구슬을 굴렸다. 눈 가까이에 대어서 구슬을 통해 당신을 보는 듯 했다가 곧 내린다. 기도 소리에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다가 손에 들어온 묵주를 쥐고 두어번 굴렸다.) ... 이런 묵주 기도는 제대로 외우지 못했는데... (말 끝 흘리며 묵주 알 돌리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피식 웃음내고 묵주에 짤막한 입맞춤 남기고 당신에게 내밀었다.) 왜 그런 표정인가. 가끔 그대는 말과 다른 표정을 지어내더구료. 쓸데없이 정직한 사람 같으니라고. 부디 그랬으면 좋겠구료. 겨우 다시 만들어낸 목표 하나 정도는 이루고 이 숨이 거두어지길 원해.
 
다비드 로템:하고픈 일이 무어길래? (순수한 궁금증이 일었다. 색 엇비슷한 시선이 엇갈린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기도는 숨쉬듯이 하는 것이라 했거든. 팔굽혀펴기 100번보다는 쉬울걸... (무거운 공기에 가벼운 목소리 낸다. 목주 돌려주려는 손길에 고개 저으며 선물이라고 덧붙인다. 실상 본인의 죄의식 덜어내려는 발악에 가까웠다만.) 복음은 언제나 양날의 검 같아요. 사라진다는 것도 언젠가 이 고통이 반드시 끝나리라, 라는 의미로 쓰인다면 위로와 다시한번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되는데, 자칫하면 이 세상에서의 노력과 행복 또한 헛되다. 처럼 들려와서. (결국 슬픔 지워내고 물끄러미 너 바라본다. 침묵이 잇따르다가....) 만약 네가 친구라 생각한 사람이 너를 해치려 든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
 
이 리은: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기로 했네. 단지 그것 뿐이오. (원하는 것과 하고픈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법이지. 말을 삼켰다.) 숨 하나마저 신을 향한 기도지 않겠나. 구태여 입 밖으로 내뱉지 않더라도 나의 바람은 기도가 되어 하늘에 올라가겠지. ... ... 무엇이든 팔굽혀펴기 100번보다는 훨 배 쉽소. (그리 투덜거렸다. 손을 다시 끌어와 다른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고맙소. 그리 중얼거린다. 잘 다듬어진 구슬을 몇 번 돌려본다. 주기도문을 짧게 읊는 듯 했다가) 모든 말은 확실하지 않는다면 양 방향으로 해석이 되고 사람들은 자신이 밑고픈 것을 골라서 믿게 되는 법이외다. 언제나 확실한 답만은 주지 않는 것이 복음이지 않나. (구슬에서 시선을 든다. 왜 그런 것을 묻지? 입술을 달싹였지만 소리가 되어 밖으로 터지지는 않았다.) ... 친구? 벗을 말하는가? (얕은 숨이 뱉어진다. 온 몸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글쎄. ... 한겨울의 찬바람과도 같은 기분이 아닐까. 아니면... 칼같이 내리는 빗속에 있는 기분일지도 모르고. 그럼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면...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하는 이가 될 터요.
 
다비드 로템:....그건 좋은 일이네. 너 답기도 하고... 잘 할 것 같기도 해. (그제야 입가에 미소 걸린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처럼. 저는 그 차이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좋은 일이기도 해요, 그만큼 믿음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이고. 그건 개개인의 삶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거든. 어쩌면 제 개인적인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그래, 친구. 벗. 당신 말에 귀 기울이다보면 어둠 속에서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것에 어떠한 감정이 실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친구가 아니었다면 더 나았을까? (이어지는 질문은 마치 스스로의 감정을 너에게 의탁 하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리은:그리 봐준다면 내 기쁘구료. 누군가가 날 좋게 평가를 해준다면 좋은 일이지. (당신의 미소를 보자 만족한 듯 소매로 제 입가를 가린다. 네 미소도 지키고 싶다고 한다면, 너는 무어라 할까. 생각만 굴리다가 그만두었다.) 그대가 무어라 생각을 하든, 그것은 이제 그대의 답이 될 것이고 누군가가 그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오. 여러 방향으로 해석이 될 수 있는 것은 나 또한 즐기니까. (눈 가늘게 뜨고 표정을 읽으려 했다가 소매 속에서 제 턱을 두어번 톡톡. ... 무슨 표정이지?) 이건 무슨 질문일까. 혹... 나와... 연을 맺은 것에 대해서 후회라도 하나, 그대. 왜? 날 해치고 싶어? (평온한 어투였다. 마치 오늘 좋은 하루 보냈느냐고 인사를 하는 것처럼.) 친구가 아닌 이가 날 해치려 한다면,... 안타깝겠지. 아주아주... 슬플 거야. 이 세상에 다시금 실망하면서.
 
다비드 로템:나는 언제나 널 좋게 평가해, 리은. (눈 두어번 깜박인다. 언젠가 사라질지언정 이순간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어떠한 확신.) ...나또한 그래. (이어지는 네 말 듣고나면 깨닫고야 만다. 도저히 나는 네 앞에서 신부로 설 수가 없다. 그렇다면,) 후회하지 않아.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주문같이,) 앞으로도... 하지 않을 예정이고. (다시끔 읊는다. 여전히 표정이 어두운 건, 분명 누군가는 사라질 것들에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할 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 부정들을 견뎌낼 이는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기에.) 내가 널 해치고 '싶을리가'.... 그냥 물어봤어. (결국은 시시한 답 내놓고 발걸음 옮겨 서재 벗어났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 책은 나중에 돌려 주어도 괜찮으니, 이만 다음의 만남을 기약 할까?
 
이 리은:내가 틀린 길로 걷는 듯 하면 좋은 평가는 내려놓고 잡아주어. (어깨를 늘어뜨린다. 이리 단단한 믿음이라니. 기꺼웠지만 동시에 실망을 시키지 않아야겠구나, 싶었다. 지나간 시간은 이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부동이니까. 변하지 않고 확실한 것이니까. 빛이 바란다고 하더라도.) 뜻이 같으니 좋아. ... 종종 비껴가지만 흐릿한 상을 맺은 동경을 보는 기분이외다. (어떤 뜻인지는 그대가 원하는대로 생각하시게. 덧붙였다가) 무언가를 해야 할 때에는 망설이지 말고 해낼 것. ... 그것이 원하지 않는 일일지라도 말이오.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은 죄가 더욱 크오. ... 도망 또한 나쁘지 않지만. (희미한 중얼거림을 남긴다. 차라리, 같이 도망칠까. 결국에는 내뱉지 못한 언어가 공중을 배회한다. 없던 것으로 쳐야겠다.) ... 그래. 나중에 내 그대를 찾지. ... 먼저 와도 좋소. 천천히, 읽고 돌려줌세. ... 좋은 밤 보내시오. 부디 그대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다비드 로템:가끔은 내가 맞는 길로 걸어가는지 모를 때도 있는데... 노력해볼게. (불경한 말 덮어내려는 듯 잇새로 낮은 웃음소리 내뱉는다. 불변의 과거가 힘이 되어 미래를 바라보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무언의 기도 올리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나는 언제나 내멋대로 생각하는 편인데. (널 따라 되읊는 목소리가 공중에 흩어진다.) 망설이지 말고 해낼 것.... 그래. (도망치는 것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지? 몸 돌려 멀거니 바라보더니 몸을 작게 숙인다.) 모쪼록 평안한 밤이 되기를.
 
다비드는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무언가 굳게 결심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사라집니다.
 
이 리은:(손등을 꾹꾹 누르다가 만져진 동그란 묵주에 희미한 미소나 띄우고 문에 기대어 뒷모습 끝까지 보며 있다가 문 닫고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제 무릎을 그러 안았다.) ... ... 실로, 피로하군. (침대라는 것의 용도가 무색하게 그리 쪼그려 앉아서 언제나처럼 잠을 청해본다.)
 
......
 
마을에서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습니다.
 
다비드의 모습 또한.
 
악마,
 
저주,
 
주체.
 
다비드의 수상쩍은 행동들.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련지요.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다비드이 어쩌면 이 일의 원흉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하는 당신을 믿어줄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보았듯이 다비드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신뢰는 두텁기 그지 없었습니다.
 
분명 당신은 이단자로 몰릴 것입니다.
 
쭈그린 자세에 불편함이 느껴질 무렵,
 
잠이 몰려옵니다.
 
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아침에 눈을 뜨면....
 
그 때가 되면....
 
.......
 
꿈을 꾸었습니다.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쥐더니,
 
당신의 손에 칼을 쥐여줍니다.
 
눈앞에는 다비드가 있습니다.
 
당신은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습니다.
 
아, 이것으로 당신은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불이야!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양동이로 물을 퍼 창밖에서 당신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턱 없이 적은 수입니다.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도망치려 하면 점점 시야가 감깁니다.
 
숨이 찹니다.
 
뛰쳐나간 방 바깥은 화마가 지배했습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습니다.
 
고통에 바닥을 깁니다.
 
이 리은:(숨이 그대로 막히는 기분이다. 눈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불을 보는 것도 고통스러워 어두운 밤에도 등불조차 키고 지내지 않았건만. 불 속에 있자니 머리 속에서 고통에 찬 비명과 야유, 원망에 찬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정신이 혼미했다. 가슴께를 부여잡고 쉬어지지도 않는 헛숨을 뱉어냈다. 이명이 들려온다. 눈 앞에서는 죽은 이들이 저를 내려다 본다. 죄악감으로 만들어진 환각임을 안다.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이 순간에서, 한 가닥의 단단한 목소리에 입술을 짓씹었다.) ... 살고 싶어... (살아서, ... 내가... 살아서 대체 무얼 하지? 그러니까...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고... 그리고... 그리고... 아, 뭐였더라.) 이건, 신의... 심판인가. (그리 중얼거렸다. 벽을 짚고 나아갔다. 그럼에도 꺾이는 것만은 어쩔 수 없어서.)
 
그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신선한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내뱉었습니다.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앞에는 다비드가 있었습니다.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어쩐지 복잡한 표정입니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당신의 옆을 지킵니다.
 
이 리은:(숨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가슴께 쥐고 있다가 떨리는 손 뻗어서 당신의 옷자락을 잡아본다. 힘조차 들어가지 못해서 잡음이 아닌, 닿았다가 맞았으나. ... 할 것이면 제대로 했었어야지.) ... 아쉽게도... 평안한 밤은 되지 못했군. 신께서 마음을 돌리신 모양이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그리 이죽였다.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나 내곤 한 손으로 마른세수.)
 
다비드 로템:(옷자락에 닿은 손길에 전류가 척추를 타고 오른다. 그것이 네 눈앞에 있는 이가 유령도, 악마도, 불길도 아닌 하나의 인간임을 증명한다. 아,) ...미안해, 내가... (신이 마음을 돌린 게 아니다, 이런 말뿐인 위로조차 건네지 못한다. 신이 마음을 돌린 게 아니라면? 멸망하는 세상 속에서 신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인간 둘은 어떻게 되냔 말이다. 결국은 토해낼 수밖에 없다.) 내가 그랬어.
 
지금... 불을 지른 게 본인이라고 고하는 건가요?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다가도,
 
차차 돌아오는 정신을 가다듬다 보면...
 
이 리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문득 당신은 불에 의해 쓰러진 집의 나뭇더미 아래에 어떤 물건이 떨어진 걸 발견합니다.
 
입니다.
 
식칼.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누군가의 명치에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만한 날카로움.
 
정말 저 이가 나를 죽이려 했단 말인가요?
 
이 리은:
SAN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그렇다면 왜?
 
기껏 죽이려 해놓고, 도대체 왜?
 
아,
 
하지만 이것으로 당신은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악마야.
 
그는 악마가 인간의 탈을 쓰고 온 것입니다.
 
그도 아니라면,
 
한겨울의 찬바람.
 
칼같이 내리는 빗줄기.
 
세상을 향한 실망.
 
이 중 그 무엇이 낫다고 단정 지을 수 있나요?
 
차라리 그가 악마임을 빌어봅니다.
 
점점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목숨을 위협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을 흐트러 놓습니다.
 
이 리은:(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닦을 생각도 못하고 흐느끼듯 웃음소리 흘렸다. 당신 옷자락 잡은 손에 힘 약간 쥐었던가.) ... ... 할 것이면 제대로 했어야지. (지금까지 삼켜온 말 중에 단 하나만이 형태를 이루어 튀어나갔다.) 적어도... 사과는 하지 말았어야 해. ... 정말 그대가 그랬다면... 날 구하지도 말았어야 해. 내가,... 그대의 앞길에 방해라도 되었던가? (숨을 고른다. 눈물이 서서히 멎었다. 이명은 미친듯이 울렸으나 당신의 목소리만은 또렷했기에. 비가 칼같이 내렸다. 나의 온 몸을 적시는 것은 물이 아닌 핏물일 것이다. 칼을 든 이는, 다름 아닌 당신이기에.) 그대가 조금 더 이기적이었더라면 이루었을 것을. 미련하긴.
 
다비드 로템:(젖은 뺨이 어지간히도 안쓰러운지 손뻗어 엄지로 눈물을 쓸어낸다. 언젠가 멎을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그런 말을, 그런 표정으로 해. (네가 쥐어낸 옷자락의 주름만큼,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미소가 아닌 명백한 울분.) 그러면 용서를 구할 수도 없잖아... (소리내고 나서야 내뱉어진 말의 무게를 직감 했으나 무르지 않았다. 이미 쏟아진 물은 주워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 불타버린 재를 한자리에 모아도 원래의 형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그래, (일전, 화상을 입었던 손바닥의 피부가 벗겨진 모양인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쥐어낸 칼은, 손잡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네가... (결국은 피묻은 손 뻗어 네 목을 쥐어낸다.) 나를 방해해. ...아직도, 내가. 이기적이지 않은 것 같아?
 
이 리은:그대가 찢어둔 마음이 드러난 모양이지. 마음에 들지 않나? (끝에 끝까지 다정한 손길에 헛웃음만이 걸린다. 그 손에 제 뺨을 묻었다. 안정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이의 행동이었다. 온기가, 눈물이, 마음의 무게가 흘러 내리는 기분이다. 그리고 또 다시 우울 속에 파묻혔다. 비참 속에 섞여 응어리진다. 이 또한 나의 족쇄. 날개를 꺾어 하늘로 갈 수 없게 만드는 것.) 사과 없이는 용서도 없다지만... 용서를 구할 생각은 있었나? ... 용서를 바라고 한 일인가? ... 끝까지 기만질을 할 생각은 말았으면 하는데. (폐가 불타는 느낌을 겨우 억누른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던 감각. 모든 호흡이 불을 삼키는 것만 같았고 동시에 몸 속이 녹아버리는 이 비참함을. 아픈 것은 싫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지금 녹아버리는 것은 몸인지 마음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목에 닿는 온기에 안도하는 저가, 그리도 싫을 수 없었다.) 실로 이기적이었다면, 날 구하러 오지 않았겠지. ... 물론, 구한 것 또한, 그대 자신의 결정을 따른 것이니 이기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내 눈에 그대는 이기적인 이는 아니오. ...나는 수천의 눈동자에서 이기심과 탐욕을 보고 자랐건만... 그대의 눈동자에서는 보이지 않아. (목을 타고 당신의 핏물이 붉은 길을 만들었다. 두 손으로 당신의 손목을 잡는다. 아니. 옷 소매 속으로 제 한 손 집어 넣어 걷어냄과 동시에 쓸어 내렸다. 아, 이런. 뱀새끼군.) ... 그대의 힘이라면 내 목 정도는, 쉬이 부러뜨릴 수 있지 않겠나.
 
다비드 로템:(손끝에 닿는 온기에 뿌려치고 싶은 충동이 밀려온다. 그속에서 제가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깊이의 우울을 발견해서일까. 하지만 도망치지 않겠다 선언하지 않았나... 결단은 하나의 족쇄가 되어 이 땅위에 영위하게 만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기라도 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차라리 말이지,) ....마음에 들다 못해 내 것도 같은 모양으로 찢어버릴까 싶긴 하네. (벼랑 끝에 동아줄 하나 붙잡고 하늘 바라보며 올라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제와서보니 동아줄은 제 목을 칭칭 감은 채다. 목구멍에 가시가 박힌다.) ...기만이군. 덕분에 새로이 알았어. (흘러내리는 것 쥐어내려는 듯 양손에 힘을 준다. 명줄이라는 건 이리도 가늘기만 하다. 끊어낼 듯이 쥐다가도... 이기적이지 않다는 말 들은 순간 두 눈동자가 흔들린다. 네 말은 새로운 족쇄가 되어 결국에는 손에 힘이 탁 풀린다. 한 순간의 선택이 어떤 미래를 초래할 것을 모르지 않았으면서도. 피묻은 양손에 얼굴 파묻는다. 다시 고개를 들면, 푸르던 눈동자가 시뻘겋게 변한 채다. 피눈물이 흐르고 있던 것이다.) ... ...다시, 날 찾아와. (애원하듯 말 이어간다.) 내가 있어야 하는 곳으로... 지금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이 리은:그럴 수는 없지... 그대는, 그대의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만 하니. 살아가는 생명의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찢긴다고 하여도... ... 살아갈 터이니... 온전한 모습이 나아. (잡혀있던 목이 놓아지고 기침 내뱉었다. 목에 뭍은 핏자국을 더듬는다. 흰 장갑에 붉음이 스며들었다. 확실히 깨달았다. 한참을 서 있던 그 장소에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래. 저 멀리서 나의 동경하던 것이 있다.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이 가엾은 이를 어쩌면 좋을까. 그리 울지 마시게. 내가 그대 대신 아파줄 수도 없는 법 아니오. (쓰고 있던 천을 벗어 내렸다. 붉음이 수놓아진 흰 손으로 당신의 얼굴을 쓸었다. 푸름이 물들었지 않나. 아프지는 않나? 라며. 웃음꽃이 만개했다. 핏물 가득한 당신의 한 손을 들어 깊게 입 맞추었다.) ... ... 그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내 다시 그대를 찾아가도록 하지. 부디, 그 걸음, 기쁘게 맞이하여 주시게. (찻잎을... 기대해도 되려나. 눈꼬리 샐쭉 휘었다.)
 
다비드 로템:온전한 모습? 차라리 시체따위를 포르말린에 담가두는 것이 나을 거야. 살아가는 생명은 매찰나 변화를 겪잖아. (네 눈에 당장 보이는 것은 제 핏자국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그 아래로 얇은 혈관이 터져 붉다 못해 푸르디 푸른 멍이 보였다. 그럼에도 고개 돌려내지 못하고 천 벗어낸 네 얼굴을 멀거니 바라본 건, 처음 보는 것에 늘상 시선이 빼앗기는 까닭이다. 아프냐는 질문에 그제야 고개를 느릿하게 젓는다. 네 입술이 닿았던 손바닥이 여전히 불길이 타오르는 듯 홧홧했으나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그저, 감히 마음 찢긴 이 앞에서 이깟 상처가 '아프다'라고 정의내릴 수가 없어서.) ... ...마지막 남은 찻잎을 준비할게. (기뻐하라 한들 도저히 기뻐지지가 않는다. 이조차 불경하게만 느껴져서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잿빛 하늘 등지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본인이 가야할 곳으로. 본인이 사랑한 곳으로....)
 
새벽이 무르익습니다.
 
불길에 휩싸였던 하늘은 피처럼 붉습니다.
 
이제는 태울 산소조차 존재하지 않는 당신의 집.
 
눅눅한 진실과,
 
끝을 향해 간다는 옅은 기대감.
 
지금으로선 당신은 몸을 위탁할 곳이 마을 회관과 성당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 리은:(눈가를 슥슥 비비다가 우선은 마을 회관 쪽으로 느리게 이동한다.)
 
불타버린 집을 뒤로 하고 마을 회관으로 이동합니다.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받았지만 잠이 올 턱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정말로 당신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회관에 누우면 몇 개 전부 불타지 않은 당신의 물품을 마을 사람이 가져다줍니다.
 
위로와 응원을 약하게나마 전달도 하네요.
 
문득 짐을 바라보면 처음 보는 것이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책입니다.
 
공책일까요?
 
수기?
 
마을 사람에게 책에 대해 물으면 오히려 어리둥절한 낯을 짓습니다.
 
네 것이 아니냐며.
 
화재로 무너진 집의 박살난 책장 밑에 깔려 있었다고.
 
이 리은:... 내 것이 맞소. 잠시, 착각이 있던 모양이외다. 가져다 주어서 참으로 고맙네. (네가 가져다 두었나. 대충 그리 대꾸하고는 책 들어서 펼쳐본다. 다른 이들이 내용 확인이 어렵게 슬며시 제 쪽으로 가려서.)
 
수기를 펼쳐 읽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 리은: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
(정말 개명을 해야 하나...) ... ... 미치겠군.
 
다비드가 성당에 도착한 이후에 전염병이 돌았는지,
 
직전에 전염병이 돌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리은:(관자놀이 꾸욱 누르며 고민한다. 언제였더라...-. 대충 생각하는 사람의 포즈로...)
 
다시... 머리를 굴려볼까요?
 
이 리은:(자, 간다. 돌아가라 머리머리!)
 
이 리은: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흥. 이래야지.)
 
이 마을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때가 다비드이 성당에 도착한 날과 동일함을 떠올립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기막힌 타이밍이었죠.
 
이 리은:...그러니까... 내 벗이...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눈동자 굴린다. 언제나처럼 최악의 상황들을 나열하는 것은 익숙하다. 습관과도 같은 것이다. 이 상황에서 네가 떠오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최악이다. 차악이 아니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잠시 다녀오는 것이 낫겠구료. (마을회관에서 더 볼 것이 없다면 성당으로.)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여
 
다 그와 함께 기뻐하라
 
다 그와 함께 즐거워하라
 
그를 위하여 슬퍼하는 자여
 
다 그의 기쁨을 인하여
 
그와 함께 기뻐하라
 
그곳을 향하는 길은,
 
정말 기쁨과 환희로 가득했나요?
 
시간은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입니다.
 
딱 이 시간부터 고해소에 다비드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해
 
고해성사라.
 
그렇다면 무엇에 관한?
 
저주를 몰고 다니는 주체를 죽이라는 사내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악마를 죽이라는…
 
그를 위해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던…….
 
아,
 
누군가를... 죽일 거라는 고해?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요?
 
성당에 도착해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신자가 들어가는 장소에 몸을 욱여넣으니 닫힌 고해창 너머 다비드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다비드 로템:고해 성사를 하러 오셨습니까?
 
자,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을 고백하기로 했었나요?
 
이 리은:(익숙한 목소리. 다정하나 올곧고 단단한 목소리. 네 모습이 어떨지 참으로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당신이 주었던 묵주를 손에 쥐어 감고 맞잡았다.) 신께, 나의 모든 죄를 토하러 왔네. 과거의 죄를,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저지를 죄를.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다비드 로템:마음 편히 고하시면 됩니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 그분은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해주실 테니까.
 
뱉으세요.
 
어서요.
 
이 리은:(마음 편히라. 마음 편히... 내가 어찌 마음 편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야, 지금 이 두 손은 떨려오고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감정 뱉어내며 소리쳐 심장 뜯어버리고픈 기분인데.) 그대. 나는 이곳에 한 사람의 생을 거두러 왔어.
신은 이 또한 용서해 주실까?
 
선고입니다.
 
악마와 마녀를 향한 선고입니다.
 
단두대는 당신의 손에 쥐여져 있습니다.
 
고해창 너머에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이 리은: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다비드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비드 로템: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이 리은:(눈만 끔빡...)
언어(외국어) Roll
기준치: 30/15/6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리은:... 내 벗, 답은 해주지 않을 생각인가? 나의 형제님. 나의 죄악으로 엮인 형제님. 난 이 또한 신께서 용서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네. 이건 대의를 위한 것이고 더 큰 선을 위한 것이잖나. 그러니 망설임 없이, 해야지. ... 그리고 그 죄악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됨을... 난 아오.
 
침묵이 당신의 고해에 답합니다.
 
이 리은:(자리에서 가만히 일어난다. 창에 손 대었다.) 그대가 보고 싶은데. ... 나와 눈 맞추어 주지 않겠나? (앞만을 보지 말고... 내 너머의 것을 보지 말고.... 날 봐주어.) 그대의 푸름이 보고프오.
 
그 너머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디로 간 걸까요.
 
이 리은:이런. 회심의 고백이었는데. 들을 이가 없었군. (제 앞머리 쓸어 올렸다가 밖으로 나간다.) 그대야. 내 그대. 어디 있는고.
 
고해소를 빠져나와 성당으로 들어섭니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신자석은 텅 빈 상태입니다.
 
성당 내부를 살피면 단상 위 제대에 놓인 일기장이 보입니다.
 
실수로 떨어트린 듯 구석에 아슬하고 어설프게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이 리은:(끔박이며 주변 둘러보다가 일기장을 들어 올려 팔락이며 넘겼다.)
 
일기장은 다비드가 이곳에 처음 온 날부터 기록되어 있습니다.
 
읽으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리은: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2
 
너무나도 확실한 단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합니다.
 
내가 악마야.
 
이 리은, 바로 당신이 악마입니다.
 
이 모든 전염병을 일으킨 장본인.
 
뱀의 저주를 받은 사람.
 
마을을 멸망시키는 자.
 
아, 그래요,
 
당신이 마녀입니다.
 
이 리은:(끔박.) ... ... 사람을 꾀어내는 뱀은, 나였군. 끝끝내 업화의 불길에 몸을 맡겨야 하는 이는, 다름 아니라 나였단 말이야. (허탄스럽게 그리 뱉었다. 그와 다르게 표정만은 온화했다. 방금 전과는 조금 다르게. ... 뭐랄까... 편안하다는 것 마냥.) 이 핏줄은 언제나 내게 도움 따위 되지가 않는구료. 매번 나를 나락으로 처박으니. ... 이미 나락의 바닥이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장갑 벗어서 두고 맨 손으로 일기장의 글씨들을 손 끝으로 쓸었다.) ... 그래서, 내 숨을 끊을 천사님은 어디에 가셨는가. ... 단 한번도 내게 시선을 주지 않은 이는 어디에 갔나. 유난히, 보고 싶어. 이다지도 애태우게 하니, 참 곤란한 이요.
 
탁.
 
혼자라고 생각했던 성당에 발자국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제단 앞에 서 있는 당신이 등을 돌리면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과 성당 문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빛을
 
온몸으로 받고 서 있는 다비드가 충격으로 점철된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당신과,
 
당신이 들고 있는 일기장을.
 
이 리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의 손에 칼이 쥐여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자신이 죽어야 세상이 구원 받게 된다는 이 우스운 말에,
 
당신은 되레 평온을 느낍니다.
 
이 리은:(일기장을 내려 놓는다. 눈꼬리가 휘었다.) ... 옳지. 드디어 나를 보는구료. 그 눈에 담기고파 내 어찌나 안달이 나던지. ...요물은 내가 아니라 그대 아닌가? (농조 냈다. 네가 보고 있던 것은 이 리은이라는 자인가, 아니면 뱀의 저주를 받은 마녀인가.) 왜 그런 표정인가? 내가 알지 못했으면 했어? ... 끝까지 잔인할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군. 이리 와. 거긴 너무 멀잖나.
 
다비드 로템:(네 목소리에, 손짓에, 그림자에 기어이 폐부가 기능을 멈춘다. 억지로 그것에 숨 불어넣어 다시 힘겹게 발걸음 떼었다. 다각, 다각.)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는 죄를 물을 수가 없으니까.... (너를 마주보는 눈의 색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에 따라 수십의 색으로 변모하나, 오로지 너에게 고정된 채다. 흔들리는 것은 제 마음 뿐이다. 손뻗으면 닿을 거리에 당도하고 나서야 발걸음이 멈춘다.)
 
다비드가 가까이 다가서면,
 
그는 신부복이 아닌 검은 셔츠를 입고 있음을 알아챕니다.
 
이래서야….
 
신부라고 부를 수도 없겠습니다.
 
이 리은:아무것도 모른다고는 하였지만 그 죄는 반드시 존재하건만. 그 죄가 허공으로 흩어 사라지지 않지 않나. (올곧게 검은 눈을 맞추었다. 본래라면 고개 들어서 시선을 맞추는 일 따위 없었건만.) ... 이런. 신부가 아니라 내 벗이 오셨구료. 심판은 천사가 내리는가, 아니면... 인간이 내리는가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어. (셔츠의 카라에 손을 뻗어서 두어번 만지작 거리다가 손 내린다. 제단 위에 걸터 앉는다.) 이 모든 것은 불확실한 일들 속에서 일어나는 운명이라고 내 보오. 우린 같은 터널에 갇혀 있었지. 내가 어두운 안쪽을 응시하고 있을 때, 네가 빛을 쫓아 달려 나오다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것 뿐이오. 사고고... 난 이것을 얄궂은 신의 장난질이라 부르네. (느린 눈 깜박임이 이어진다. 품었던 감정이 한겨울 찬바람처럼 스며들었다.) 계속해서 이런 일을 해왔나? 아니면 이게 처음인가?
 
다비드 로템:적어도 내가 대신 짊어질 수 있었으면 했지. (제 손에 쥐어진 날붙이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난 신의 사자가 아니야, 리은. 내가 사자였다면 너를 대신하여 번제로 드릴 숫양을 보냈을 거거든. 하지만 애석하게도 말라가는 이 땅에는 그 풀 붙잡을 수풀 하나 없더라. (목 부근에서 느껴지는 손길에 다시 고개 들었다. 잠자코 듣다가 느릿하게 입술 떼었다.) 나는 이조차도 장난질이 아니라 시험이라고 믿고 싶어. 신의 주사위 놀음따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라고 생각하면... 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단지 그뿐이다. 이조차 기만일까 싶었다.) ...죄를 지은 적이 있냐를 묻는다면, 응. 많지. 대의를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건 처음이 되겠네.
 
이 리은:다른 사람의 죄는 그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법이오. 그것이 설령 신의 아들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죄라는 것은 사해지지도 옮겨가지도 못하고 지은 이의 발몪에 묶인 쇠고랑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오. 어딜 가든 무겁게 짓누르며 언제까지고 따라오니까. (흔들리는 마음을 가진 당신과 무엇보다 평온하여 한 점의 흔들림조차 없는 자신. 훤히 보이는 당신의 모습에 잘그락 소리를 내는 묵주를 손에 쥐고 누른다.) 사람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냐에 따라서 신도 되고 천사도 되고 악마도 되는 법이오. 자신이 어찌 생각하느냐, 믿는냐에 따라서 눈 앞의 세계는 달라지는 법이거든. 지옥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 되고 천국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이 세상 또한 천국이 되는 것처럼. (그러니 너는 나에게 있어서 신의 사자가 맞다.) 그대가 그리 본다면 이 또한 시험이 되겠소. ... 그대의 마음을 달래어 줄 방법은 내 도통 알지 못하겠으니 부디 용서하시게. 지금 와서 이러는 것은 그대에게 실례 같거든. 같잖은 알량거림에 지나지 않게 되지 않나. 그것이 내 진심이든 아니든 말이야. (당신을 올려다 보았다. 말 없이 그저 본다. 새카만 눈에서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 그 칼 주시게. 난 그대의 손에 피가 튀는 것을 원치 않소. 죄를 지은 적은 많으나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으니, 그대의 손은 아직 깨끗하여.
 
다비드 로템:그럴지도 몰라. (흔들림이 더해지면 결국 단단하던 괴석 사이로 균열이 생긴다. 그것을 증명하듯 반석에 작은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그 어떤 죄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말또한 진실이지. 나는 이때까지 수천년간 인류가 전유해온 이 믿음이, 번제 위에 올려진 수많은 생명들에 의미가 존재한다고 믿거든. (그도 아니라면 남는 것은 공허 밖에 없지 않는가. 감정 들어나지 않는 새까만 눈을 마주본다.) ...생각만으로도 세상이 지옥이 되고 천국이 된다면 그야말로 마법같은 일이겠네. 나는 도무지... 이모양 이지경이 된 세상을 천국이라 부를 수 없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악마라고 지칭하는 일조차.) 실례이지 않아. 네가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또한 없어. (네 말 듣고나면 칼의 손잡이를 더 굳세게 쥐게 된다. 이것 놓을 일 없을 거라는 것 마냥. 이번에는 도리어 제가 묻게 된다.) ...너는 이 모든 게 순순히 믿어져? 나는 수십번이고 네 앞에 섰다가 자아가 무너지고 번복 했는데.
 
이 리은:... 그대는 이런 상황에서도 믿음 하나는 퍽이나 강하구료. 하여간 말리지 못할 이요. (웃음꽃을 본다. 한 송이의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 했다. 두 손으로 바람을 막아서 이 세상에 남겨주고픈 그런 꽃. 행복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 꽃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이니. 그러니까, 이 리은이라는 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실로 행복했다.) 진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으니 ... 죄는 용서 받을 수 있겠구료.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면... 난 그리 믿도록 하겠소. 어쩌겠어. 그대가 그리 말하는데 난 믿을 수 밖에 없네. (입 안을 물었다. 당신의 믿음이 기꺼웠으나 그만큼의 온기는 한 겨울 속에 있는 자신에게 있어서 더욱 온기를 앗아갔으니까. 그야, 너는 계속해서 내 옆에 있어줄 이가 아니잖나.) 믿음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오, 그대. 그대가 신에게 바치는 믿음이 과하다면 이는 광신이 되며 이는 다른 이를 위협할 정도로 번지게 되오. ... 믿는 그대로 되지 않겠나. 믿는대로 행해질 것이니, 믿어 의심치 말라. (말 끝을 늘인다. 지금 네가 행하는 일 또한 믿음에서 나온 일이야. 그리 중얼거렸다. 뭐가 달라? 나에겐 같은데. 그것이 네 믿음이든, 다른 사람의 믿음이든... 결국에는 모두 같다. 다름은 없다.) 믿지 않는다면? 내가 믿지 않는다면 이후에 무어가 달라지는 것이 있나? 나는 이제와서 알게 되었네. 모든 발버둥조차 무용하다는 것을. 일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한 약속은 모두 지키는 편이오. 아이들에게 지켜주겠다 약속하였어. 방법이 이것 뿐이라면 나는 기껍게 그리 하겠네. 게다가 그대에게도 좋은 일 아니오? 그대의 승전보를 기다리는 이들이 수 없이 많소. ... 내 목을 높게 들어 올려서 그들에게 보여주게나. 아쉬움이 있다고 한다면, 그대의 시간을 다시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겠소. 내가 원했던 하나를 말해줄까. 나는 내가 사랑하던 고향 땅을 내려보며 단 한번만 더 날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 그런데 이젠... 보라지. 나의 고향은 이미 온데간데 없고, 하늘이란 애당초 이다지도 멀었소. 더 이상 날 수 없음을 깨달았어. ... 그대가 내 앞에서 자아가 무너지고 세워짐을 반복했다면, 나는 그 이전부터 무너져서 세울 것조차 없었음을 알아. ...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럴 생각은 없었네. 애당초 그대와 내가 연의 실을 묶었던 그 순간부터가 그대에게 흉이 된 모양이구료.
 
다비드 로템:그래서 이런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닐까. (우선 제가 바랐던 일이 아니라 고한다. 나는 괴석 하나로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양치기 소년이 아니다. 십자가 메고 갈보리 언덕 올랐던 성자는 더더욱 아니다. 네가 말했듯 나의 믿음은 다른 사람의 것과 다르지 않다. 기실, 내가 무어라고? 그저 운명의 수레바퀴에 짓눌린 한 '사람'일 뿐인데. 공의의 요구를 충족하라는 타아와 멸망하는 세상 속에서 숨 쉬려고 하는 자아가 맞물린다. 원체 색 다른 것들을 융합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러니 더한 것으로 덮어 씌우거나, 온전히 하얗게 불태워 버리거나...) 믿는다고.... (다시끔 무너져 내리는 정신에 네 목소리가 닿으면, 균열로 새하얀 눈물이 흐른다. 그야,)... 선한 일을 행하는 데 있어 전혀 기쁘지 않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리은아. 분명 이게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을 믿지만, 나는 애상하기만 해. (슬픔을 관성으로 삼아 너 앉아있는 제단으로 향한다. 한걸음, 한걸음.) 너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네 손에 쥐어진 목주 쥐고 끌어당긴다.) ...흉은 새살을 돋게 한다고 하더라. 당장은 쓰라릴지 몰라도, 네 상처에서 새 날개가 돋기를 바라. (그리하여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가 네 본향에 닿기를. 칼날의 끝이 네 심장을 향한다.)
 
이 리은:다른 이들에게는 그대가 들어 맞아 보였겠지. ... 그대가 나서서 이 일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소. 다른 이들은 참으로 야속하고 무심하며 잔인하구료. 잘 들어 맞는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손에 묻을 피를, 그대의 손에 튀게 하려 했으니.) 나는 끝과 끝이 되어서야 그대를 품게 되었음을 깨달았네.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간, 앗아갈 이를 품어버리다니. 미련하지 않은고. ... 본디 미련한 이이니 아무렴 좋지마는. (무심코 눈물을 닦아주려 당신에게 손을 뻗었다가 내렸다. 닿기에는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군.) 다비드. 다비드. ... 나의 벗. 그대가 그리 느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야. 그대가 인간이라는 반증이니까 말이오. 그대가 애상스러운 것은, 그만큼 나를 위해주었다는 소리겠지. 수많은 이에게 좋은 일이라면 소수의 이에게는 좋지 않은 일일 수 밖에 없네. 모든 이들이 행복했습니다, 같은 해피엔딩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러니... 부디 말해주시오.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마녀야. ... 사악한 마녀야. 너의 목숨을 이 손으로... 끊어주마. 라고. (흐릿한 미소였다. 그럼에도 이 세상 누구보다 편안하고 행복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에 나올 수 있는 진실된 웃음이었다. 네가 지금 하지 않는다면 난 반드시 이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 분명했다. 네크로폴리스를 보며 정차 없이 걷다가 그대로 말라가겠지. 다시 손을 든다. 칼날의 끝이 심장을 향했기에. 당신의 뺨을 쓸었다.) 이제부터 그대에게 마법을 걸겠소. 나는 아주 나쁜 마녀니까. 전부 잊어버려. 그리고 내 심장을 꿰뚫으면 되오. 이 모든 것은 그대의 의지가 아니야. 모든 것은 나의 의지. 그야, 나는 끝에 끝까지 나의 어떤 것도 타인에게 넘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 나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뿐이오. (내가 널 영웅으로 만들어줄게.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세계에서 사랑 받으며 살아가라. 이 곳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것은, 뱀 한 마리면 족하니까.) ... 그대 덕분에 살고 싶어졌는데... 이거 실로 아쉽게 되었어.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의 뺨을 쓰는 손이 아닌, 묵주 감긴 손으로 칼 잡은 당신의 손을 끌어 당겨, 제 가슴팍에 찔러 넣었다. 아픔은 싫다. 죽는 것은 더더욱 싫다. 그럼에도 미소나 지어냈다.) 무너지지 마시게, 사랑하는 나의 벗.
 
마침내 당신은 결정합니다.
 
운명을 받아들이겠노라 결정하고 맙니다.
 
제단에 걸터앉은 당신에게 칼을 쥔 다비드가 다가옵니다.
 
어쩐지 그 얼굴에는 처참한 기색이 깃든 것도 같습니다.
 
어린 양을 바침으로 세계는 구원받을까요.
 
당최 구원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고요한 성당.
 
아마도 그는 이 마을을 구했으나 사람을 죽인 죄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역병과 재난이 사라진다는데...
 
그의 애통한 낯이 마지막으로 망막에 담기고, 그가 들어올린 칼날이 빛이 났던가요.
 
한 순간이 반짝임과 함께 심장이 찔리고 제단의 돌바닥에 몸이 낙하합니다.
 
당신을 끌어안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이게 죽음이구나.
 
아, 죽기 싫어요.
 
죽고싶지가 않아요.
 
한 가지 속삭임이 연거푸 들려옵니다.
 
살려주세요
 
피에타, 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요.
 
당신의 고해를 듣고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마녀의 고해를 듣고 그는...
 
단 한 사람만의 종말이 들이닥칩니다.
 
어둠을 기리는 빛이 너무나도 찬란한 시간입니다...
 
......
 
이 리은 로스트
 
다비드 로템 생존
 
세상의 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