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당신의 이상향인가요? (저도 모르게 입꼬리 삐죽 올리게 된다. 그러면 미소 모방한 무언가가 얼굴에 내비친다. 하지만 일그러진 낯의 균열 사이로 내비치는 것은 죄의식에 가깝다. 당연하지 않은가. 인간의 본성은 죄라고 하니까.) 앎이 죄라고 한 것처럼…. 상대를 알면 알수록 그의 ‘선’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악’을 보게 될 텐데 괜찮겠어요? 왜,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 (멀거니 응시한다. 그 앞에 놓인 건 어느새 빈 잔이다.) 재미있는 철학이네요. 꾸준히 선을 추구해야 한다, 라는 건 좋은 발상이지만. 조금 억울할 것 같기도 한데요. 나는 기억도 안 나는 전생 때문에 선행을 베푸는 건. (애초에 천국을 가기 위하여 선하고자 마음 먹은 게 아니라서 그런가. 별로 구미가 안 당긴다.) 그럼요, 나는 이 성당에 오는 모든 걸음을 기쁘게 맞이할 거라니까.
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하기만 합니다.
다른 곳에서 온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 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제 햇볕을 받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무장된 성당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남았습니다.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생존자들이 모인 마을 회관으로 가볼 수 있습니다.
이 리은:(하늘이나 한번 보았다가 느린 걸음으로 병원으로 향한다.) ... 이거, 발걸음이 퍽 무겁소. ... 신의 품으로 떠난 이들인가.
그곳에는 환자들의 곡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생명의 숨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곳곳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기웃거리는 당신을 향해 간호사가 다가와 이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경고 합니다.
이 리은:(이런.) 많이들 바쁜 모양이오. 고생이 많구료. 방해해서 미안하오만... 역시 잠시라도 들어가서는 안되는 것이겠지? (눈가 가만히 찌풀였다. 하긴.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어가 있다고. ) 상황이라도 전해줄 수 있겠는가.
간호사: 어휴, 들어오는 건 당연히 안 됩니다! 여기서 환자가 더 나오면 저희들만 더 힘들다구요! (손사례 치고) 상황이라고 전해드릴게 뭐 있겠어요. 매일이 똑같아! 사람들은
기괴한 표정을 짓고 죽어가고....
이 리은:무지한 이가 고집을 부려 미안하외다. 매일이 고생이 많겠소. 그대들의 모든 노력이 보답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하는구료. ...(이상한 표정? 한쪽 눈썹 올리고)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병원 침대 위에 미처 가려지지 못한 시체들의 얼굴이,
이 리은:
SAN Roll
기준치: |
79/39/15 |
굴림: |
7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간호사: 말씀 감사하군요... 부디 그때까지 이 세상이 멀쩡하길 바라야지. 더 궁금한 점은 없나요?
이 리은:부디 그러겠지. 그대들이 믿는 신께서 보살피지 않으신가. 모든 이들이 멸절하지 않게 지켜주실게요. (가만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이 병에 대한 치료법은 아직 없는 것이기도 하고... 이만 가보겠소. 귀한 시간, 내게 사용해주어 고맙구료. (별다른 것이 없는 듯 하면 마을 회관으로 가본다.)
벽에 붙은 전단지들과 익숙한 수도복의 옷자락을 발견합니다.
의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은 유려하기만 합니다.
낮에 피곤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병세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 어쩐지...
저 검은 수단이 유독 시커멓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단지를 보거나, 다비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리은:... ... 피곤한가? (미간 꾹 누르고 있다가 전단지를 본다.) ... ... 그래. 뭐, 내가 언제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품어 귀애할 수 있는 이던가. (침잠하는 기분이다.)
전단지를 자세히 보면 광고물이 아닌 성서의 구절을 따온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리은: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리은:이런 것을 대체 왜 붙여두는지. (눈동자에 가만히 담다가 곱게 접어서 소매 속에 쏙 넣었다. 거짓의 아비. 거짓말쟁이.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진실된가.) 말이나 행동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가 우리 모두는 살인자와 같지. 진리를 잃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게요. (가만히 숨어서 다비드 요래조래 본다.)
이 리은:(하................ 내가 이렇게 숨어서 다닐 줄이야.............)
은밀행동
기준치: |
20/10/4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어림도 없지. 난 당당하다.)
당신을 발견한 그의 표정이 오묘해지더니, 이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 리은:(수줍게 짝사랑하는 이를 훔쳐보는 이마냥 있다가 움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슬며시 나왔다.) 안녕? 또 보는구료. 길 가다가 그대가 보이길래 말이오. 말 걸까 고민을 좀 하고 있었소만... 내가 뭔갈 방해한 것은 아니겠지?
다비드 로템:(왜 갑자기 소름이)(방해했냐는 물음에는 고개 절래...) 안 그래도 당신과 아까 이야기 나누다가 읽어보았으면 좋을 것 같은 책 몇 권을 발견해서요.
이 리은:(후후 웃기는군...) 친절하기도 하지. 내가 독서를 퍽 즐기긴 하오. 어떤 책인가? 다 읽게 된다면 내 독후감이라도 써서 읽어주겠네. (농조나 내었다.) 다른 이들이 많이 걱정되는 모양이오.
다비드 로템:정말인가요? 그거 기대해볼만 하네요. (그래서 품에서 꺼낸 건...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등 몇 개 더...) 걱정되지. 이곳에서 그나마 멀쩡한 곳은 성당뿐인데, 계속 그 곳에 있으면 세상이 겪는 일들을 모르고 살게 되어.
이 리은:(품에서 저게 다 나와? ... ... 당신 어이 없다는 듯 올려다 보았다. 들고는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두 손을 내밀었다.) 그곳은 닫힌 곳이니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밖으로 걸음해야 하는 것이 맞긴 하오. 제 세계를 부수기 위해서는 알을 깨야 하는 것 마냥. 그렇다고 해도 퍽 부지런하시구료. 많이 피곤해 보이던데... 조금 쉬는 것은 내키지 않던가?
다비드 로템:(이걸 못 들어? 마치 종잇장 들듯 네 두 손에 책들 차곡차곡 쌓아준다. 아, 알을 깨야한다는 말에 데미안도 올려준다...) 걱정은 고맙지만, 성당에서의 나는 할 일이 몇 없는걸. 저들을 보면 (시체들 흘긋) 편하게 쉬고 싶지도 않고... 그래도 죽으면 그분의 곁에서 평안하게, 영원히 쉴 수 있잖아. (다시 네게 시선 돌린다.) 당장 죽겠다는 건 아니지만.
이 리은:얽. (당신이 제 손 위에 책들을 올리자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허리가 숙여졌다. 팔이 바들바들 떨리더니 인상 조금 써보고. ... 젠장. 말 하지 말걸!) 서, 성당에서 하는 일을... 내... 가 알 길이 없으니... 말이... 외다. (아씁... 하.... 힘 꾹 주어 허리 피고 파들파들) 죽음은... 안식이나 쉼이 아니라 죽음일 뿐이오. 영원히 쉰다 보다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겠소? 당장 죽겠다 했으면 이 책으로 그대를 쳤을거야.
다비드 로템:...이러다가 당신 팔 떨어질 것 같은데... (못 드는구나! 하나, 둘, 셋.... 처음 건네준 책 두 권만 네 손 위에 남긴 채 도로 가져간다. 다음에 와서 또 가져가라고.) 책으로 내려칠 힘은 있고? (피식....) 성당으로 걸음하는 자들 대부분은 삶 이후의 것을 기대하던데요. 당신은 그렇지 않나요?
이 리은:지금 어깨 관절이 빠진 기분이오. (물론 농담이다. 책 두 권을 떨리는 팔로 꾹 안아서 들더니 작게 안도의 한숨 쉬어냈다. 길 가다가 쓰러질 뻔 했군.) ... ... 그대의 입에서 침음 정도는 나게 할 수 있소만. (입술 삐죽) 삶 이후의 것이라. 난 확실하지 않은 것은 믿지 않소. 내게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이 현재의 삶이 중요하지 그 이후는, 그 이후의 문제외다. 무언가에 기대를 건 적도 없고.
다비드 로템:이미 빠졌어? (좀 걱정스런 낯으로 보다가 농담인 것 알아차리고 푸후 웃는다.) 오늘은 삼가해주었으면 좋겠네... 지금 머리 맞으면 침음 정도가 아니라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박을 것 같거든. (삐졌나?) ...그렇나. (어쩐지 입안이 씁쓸하다. 그대로 입을 다물었고.)
이 리은:병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당신의 옆구리나 제 팔꿈치로 툭. 괜스런 장난이다.) 이거 안타깝게 되었소. 정말 피곤하기라도 한 모양이오. 내가 그대를 들면 그 다음 날 침상서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듯 하여서 아쉽게도- 안아서 데려다 주는 것은 무리겠소. (잠시의 간극. ... ... 나도 피곤한가. 느리게 심호흡을 했다. 숫자를 셀 만한 것이 있나. 하며 바닥 보고 하나, 둘, 셋... 그리 숫자 세었다.) 그대는 기대하고 있는가?
다비드 로템:날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날 더 강하게 만든다... 라는 말이 있어. (옆구리는 단단하다.) 마음은 고맙게 받지. (여태까지 저를 안아서 든 사람이... 몇 없었는데. 네 시선 쫓아가다가 결국 같이 바닥을 향하게 된다.) 그럼, 물론이지. 소망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어.
이 리은:죽이지 못하는 고통... 강하게 만들겠지. 죽을 정도로 아팠던 기억을 반석 삼아서. 난 차라리 아프지 않고 약한 채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긴 하여. (무심코 제 옆구리도 눌러봤다. ... 말랑. 모든 근육이 사라졌음에 비탄한다.) 부디 그대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라. 하나 물을까. 그대는 그대가 아끼는 이들과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선택할까, 아니면 홀로 천국에 가는 것을 선택할까?
다비드 로템:세상이 약한 이들에게 조금 더 상냥했다면 그리하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어. (이런. 시간과 여유가 있었다면 같이 운동이라도 해주었을 텐데. 이어지는 말에는 옅은 미소 지었다가, 다시끔 낯색 어두워졌고...)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거겠지. 다같이 천국에 간다는. (간극.) 어렵네, 신부인 저는 천국에 먼저 가서 그들이 이곳에 올 수 있도록 그 분께 간곡히 애원하겠죠. (하지만 한낱 인간으로써의 '나'는 지옥으로 가지 않을까...)
이 리은:실로 이상적인 세계요. 부디 다음에 태어날 때에는 그런 세계에서 나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드는구료. (게으름 피우는데 바빠서 말이외다. 가볍게 대꾸하다가 당신의 얼굴을 살피는 듯, 시선을 살며시 올렸다.) 다같이, 라는 단어가 얼마나 알량하고 꿈에 그리는 단어인지 알지 않나. (신부인 당신, 인간인 당신. 입장이 나뉠 수 밖에 없음에 실로 안타까움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끝 없이 기도한다면 신께서도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실거요. ... 믿는 것이 힘이야. 믿으시게.그리하면 이루어질 것이니.
다비드 로템:웬만하면 지금 사는 이 세계를 바꾸어나가자고 말하겠지만. (아무래도 늦은 감이 있지. 마주하는 낯은 여전하다.) 동상이몽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같은 땅 위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 알량한 단어를 쓰고자 한다. 어쨌거나 인간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던가.) 제가 해야할 말을 당신이 해주었군요. 고마워요. (역시 수녀가 되어볼 생각은 없으신지... 농담에 가까운 투.)
이 리은:사람이 다섯 명 남짓으로 남게 된다면 내 그 또한 고려를 해보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이나 했다. 도통 품을 수 없는 세계야. 그러니 질려버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 함께 살아가고 있기에... 다같이, 를 원하는 것이오? 무엇보다 힘드나 방법만 있다면 그리 됨이 좋겠어. (책 만지는 손에 힘 꾹 쥐었다가) ... 그대가 할 것 같았거든. 가면 쓰고 다정한 수녀가 되는 것도 내 고민 해보지. 심심하던 참이니. (농담 받으며 이죽)
다비드 로템:그런가. 수억명 보다는 다섯이 함께하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어... (세계는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 만든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 때가 되면 네가 기껍게 품을 수 있으려나. 고개 느릿하게 끄덕인다. 방법만 있다면, 말이야.) 가면을 쓰는 다정한 수녀라... 성당에 다정히 웃는 가면이 있는지 찾아봐야겠군.
이 리은:호, 그리 받아주는가? 이건 의외야. 어려운 길을 고집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많은 이를 품지 못하는 이로서 차라리 그것이 쉽다. 나는 이 세상을 품을 수 있을까. 고개 들어 저 먼 곳에 시선을 돌렸다가) 고해성사실을 오가는 수녀도 받아주나? 주님, 오늘도 거짓을 고하게 됨에 죄를 뉘우칩니다, 라며. 부디 그대가 내 죄를 들어주었으면 해. (가벼운 투)
다비드 로템:어려운 길은 걷는 노력이라도 할 수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길을 걷는 건 어리석은 일이잖아. 물론 따지자면 다섯보다는 열... 수백과 수천이 좋아. (기실, 사람 한명 품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질 때 있으니 나무라는 톤은 역시 아니다.) 신부도 가끔 왔다가는걸? 고해성사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당신의 마음이 내킬 때 오시길. 용서를 구하기만 한다면,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없으니까....
이 리은:가끔 어떤 이들은 존재치 않는 길조차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걸으려 하더구료. 결과는 두 가지야. 모두와 함께 망하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성공을 시켜서... 영웅이 되거나. 후자는 꿈의 가설에 가깝지마는. (희미한 미소를 품었다가 무언가 머리 속을 스치자 사그라든다. 있잖는가. 라며 한참을 말 없이 있었다.) ... ... 같은 사람을 죽인 이 또한, 용서를 구하면 용서와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인간의 규율은, 그를 용서하지 않음을 택할텐데.
다비드 로템:부정하지는 않아. 지혜가 없는 용기는 만용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건 알려줄 수 있겠어. 어린 양치기 소년에 불과했던 다윗이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훈련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서사시는 예사 그런식으로 쓰여지지. (물끄러미 바라본다. 차분한 기다림 후에 내뱉은 답은 간략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럼, 당연하지. 구원하시는 그 분은 인간의 율법에 구속되어 있지 않으시니까.
이 리은:주께서는 준비가 된 이를 사용하시니 말이오. 모든 이들을 이끌 수 있는 이는, 준비된 이인 것이고... 언제나 준비된 자가 되라 이러든 이들이 있었지. 창대한 결말을 걸을 수 있기를. (무엇에 대고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책 쥐고 있던 한 손으로 제 가슴께의 옷자락을 꾹 쥐었다. 저 확신에 찬 말투가 기꺼웠다.) ... 그럼, 그대는 용서하는가?
다비드 로템:창대한 결말을 걸을 수 있기를. (악으로 치닫은 말로에서 구원에 이를 수 있기를. 요즘들어 성당을 찾는 많은 이들이 하는 기도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이후 짧은 공백이 잇따른다. 그것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기 직전에 힘주어 소리냈다.) 용서해.
이 리은:... 그렇군. 그대는, 그러하군. (이마저도 짧은 말이었으나 말 중간중간에 헛숨을 삼켰다. 어쩐지 무거웠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는 용서 받지 못할 것이라고 되내이던 순간들의 자신이 어쩐지 위로 받는 기분이라서.) 고맙군. 이건 내 진심이야. (이 사실을 앎에도, 난 가벼워짐을 거부해야겠지. 그게 맞아.) ... 오늘 밤엔 푹 잘 수 있겠네.
다비드 로템:(반응하는 모습 멀거니 바라보면 헛숨 들이키는 이의 상념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던 것을 알아차린다. 손 뻗어 네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위로는 진심이었다.) 네 밤에 평강이 찾아가기를 기도해.
이 리은:(제 어깨 위에 닿는 손길에 몸을 말았다. 미간 슬며시 찡그렸다. 부정적인 반응이었으나 당신을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 ... 고맙소. 내 이만 가지. ... ... 책도 금방 읽고 돌려줌세. 하루 정도면 다 읽겠어. (느리게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다비드 로템:(그런 네 모습 보고 금새 손을 물렸다.) ...천천히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고개를 숙이더니 저또한 발걸음을 떼었고...)
그제야 주위의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말하는 게 들립니다.
이 리은: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간호사: 정말 착한 분이시지, 매일 와서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의사: 요즘 항상 밤을 새는 것 같으시더라고. 어쩐지 수척한 기색이던데, 바쁜 일이 생긴 걸까?
이 리은:(으이? 밤을 새? 이 양반이...)(잠시 뜸 들이다가) ... ... 바쁜 일이라. ... 신부가 무슨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아, 그건가? 서재에서 있던 일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가 걸음 옮겨서 자리 뜬다.) ... ... 착한 사람... 그래. 맞는 말이야.
아까 가려던 마을 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린 상태입니다.
논의를 벌이는 어른들에게 가보거나, 아이들에게 가볼 수 있겠군요.
이 리은:(어른들보다 어린아이들에게 눈이 갔다. 책을 품에 꼭 안고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해들아. 무얼 그리 하시고 있소? (부드러운 웃음을 띄우곤)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아이들은 조용히 구슬로 저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가만히 다가온 당신을 발견하면 한 아이가 다가섭니다.
: 구슬로 놀고 있었어요. 언니도 같이 할래요?
이 리은:(귀엽군...) 같이 해도 괜찮은고? (푸슬 웃음 지었다가 아이들 머리를 느리게 쓰담았다. 주머니에 있던 사탕을 아이들 수만큼 꺼내었다. 훗. 이런 날을 위해서...!) 난 그냥 보는 것으로 족하오. 그대들이 보기 좋아서 말이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입니다.
이 리은:음? (아이에게 시야 맞추어 숙이더니) 아해요. 무슨 일 있는고? 왜 그런 표정이야.
우는 아이: 누나,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아이들은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떠들지만 울음 소리에 뭉개져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이 리은:으음...? 그게 무슨 말인고? (책을 아예 내려 놓더니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한쪽 무릎 꿇고 앉아서 아이 보고) 대체 누가 그대에게 이런 슬픈 말을 하였을꼬. 아해요. 작은 아해요. 부디 일러주지 않으시겠소?
이 리은:
말재주
기준치: |
80/40/16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의 말을 듣던 아이는 겨우겨우 울음을 그칩니다.
아이: 저희 말이에요, 매일 기도하러 갔어요. 성당에 밤마다 갔어요. 우리를 구해달라고 신한테 기도하러 갔어요. 신부님이 우리한테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그리고 자꾸 미안하대요. 왜 미안하다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이 리은:신부님이? (고개가 기울어지는 것을 겨우 막았다. 한쪽 눈썹 올리고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웃음 거두지 않고 아이의 볼을 한 손으로 쓰담는다.) 신부님이 미안하다고 한 것은, 나 또한 이유를 잘 알지 못하오. 그렇지만... 아해요, 난 이리 생각하오. 어른으로서 아이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이 세상을 물려주게 되어서 말이야.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대가 걱정할 일은 어떤 것도 없소. 그러니 부디 울지 말아주시게.
아이: 정말, 정말이죠? 누나는 멋진 어른이구나. 우리 엄마아빠는 매일밤 저주고 멸망이고,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만 계속해서 얘기해요.
그런 말을 하며 아이는 아까 당신이 보았던 어른들을 가리킵니다.
아이: 하지만 나는 누나의 말을 믿고 싶어요. 누나는 우리 부모님들과 다르게 멋진 어른이니까 우리를 지켜줄 수 있죠? 그렇죠? 그래주면 여기 있는 구슬들 누나한테 전부 다 줄게요.
이 리은:(어른들을 잠시 보았다. 한숨 쉬려던 것을 삼킨다. 어린아이 앞에서 보여서 좋을 것이 없다.) ... 내 이루어지지 않을 약속은 않는 이요. 그대들을 품어 애착하마. 지켜주겠다는 소리야. (그러니 더는 스러지지 말아라. 쓰담던 손을 멈추다가) 구슬은 주지 않아도 좋아. ... 아니지. 하나만 주지 않으련? 그거면 충분하오. 부모님이 무어라 하시던 그대를 그 누구도 해치지 못할 것이라고 꾹 믿자. 그 증표로 말이야.
그러더니 품속에서 푸른색 구슬을 쥐어 당신에게 건넵니다.
아이: 고마워요, 이건 제가 가장 아끼는 구슬이에요. 구름 한점 끼지 않는 맑은 하늘색!
이 리은:(구슬 받아들었다. ... 네 눈이 떠오르는 색이다. 천 너머의 검은 눈으로 응시한다.) ... 어여쁜 색이구료. 내가 퍽 좋아하는 색이외다. 아주 안목이 좋아. 이건 그대와 내 약속의 증표요. 그럼 난 가보마. 다음에 또 만나러 올게. (아이들에게 인사 해주며 한번씩 꾹 안아주고는 어른들이 있는 쪽으로 총총)
어른들에게 다가갈 시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곳으로 가보았자 전염병은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어느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라는 게 있다는군요. 그 저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뜨린 거야!
이 리은:
지능
기준치: |
90/45/18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쩐지 그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만 같은 공포감이 듭니다.
이 리은:뱀의 저주라. ... 악마... 그래.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했지. 성당이 근처에 있는데... (구슬을 손가락으로 굴리다가 피식 웃음 냈다. ... ... 그대. 그대의 손으로 죄악을 범하지 마시게. 검은 수도복을 입고, 타인을 해치는 이라니. 무심코 제 목을 만지작, 쓸다가) ... 불경하군.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이 리은:(한숨이나 냅다 푹 쉬어내고... 더 볼 것이 없다면 돌아간다. 집이나... ... 흠. 갈 수 있을까.)
회관을 나서면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마른 사내: 악마
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
공포에 경직된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시야에 담깁니다.
아무래도 당장 집으로 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리은:(죽은 눈을 돌렸다. 뭐라는 거야. 노망 났나? ... 그럴 나이인가?) 사람에게 악마라고 하는 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까지 참아온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그대로 발걸음을 사내에게 옮겼다.) 이봐. 다시 한번 말해보겠나?
남자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당신의 두 팔을 붙잡고 악을 씁니다.
마른 사내: 악마를 죽여야 해! 악마를 죽여야 해! 넌 알지, 넌 아는 눈이야, 넌 악마가 누군지 아는 눈이야, 그런 눈이야.
무어라 답하려는 순간, 회관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옵니다.
장정이 나타나 사내를 억지로 당신에게서 떨어트리려는 순간,
너무나도 또렷한, 너무나도 선명한, 너무나도 굳건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바로 이 공포에 사로잡힌 사내의 것이었습니다.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친구...
이 리은:쯧... 아프게. (두어걸음 떨어졌다. 다비드가 설령 정말 악마? 제 머리를 헝클었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는 것 따위 질색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 또한 질색이다. 그가 악마라면... 뭐, 나 또한 그러하겠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지옥에는 악마가 살지 않는다고 하니까. 모두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살아간다 했지.) ... ... 다비드. 내가 신이라면 좋았을거요. 아니면, 그대라거나.
어찌되었든, 이런 세상일수록 더욱 신을 찾게 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육체를 가진 당신은 많이 피로한 기분이 듭니다.
이 리은:(심각하게 피곤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있다가 그림자를 보고 품에 있는 책을 꽉 쥐었다. 누군지 몰라도... 이걸로 콱...)
이 리은:(마을이 좁다지만...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있나? 안그래도... 좋지 않은 기분이건마는. 발걸음 소리 없이 가서는 옷자락 슬며시 잡았다.) ... ... 그대. 예서 무얼 그리 하오?
다비드 로템:그... 아까 다 챙겨드린 책들이 생각이 나서. (주섬주섬.... 책 한보따리 꺼낸다.)
이 리은:(책 봤다가 당신 봤다가...) ... ... 거... ... ... 친절하구료... 들어왔다가 갈텐가? 그, 그건... 내가 들고 들어가지. (할 수 있다, 나야. 넌 엄청 짱짱 센 사람이잖아.)
이 리은:(심호흡! 못하면 이름 갈고 알렉산더로 개명한다!)
근력
기준치: |
40/20/8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아)
이 리은:(흑흑.......... 소매로 눈물 닦는 시늉)
다비드 로템:울어? (가서 책들 한손으로 번쩍 듬....) 들어줘야 할 것 같은데
이 리은:허약하기 그지 없는 이 몸에 감탄하고 절망하는 중이오. (부럽다는 듯 빠안...) ... ... 그대 근육 좀 나누어 가지고 싶구료. 고맙소.
다비드 로템:저런... 하루에 팔굽혀펴기 100번 스쿼트 100번...하면 이렇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도 되나요?
이 리은:호오... 숨쉬기 운동은 안되는가? (쫄쫄 가서 문 열어준다.) 별 것은 없는 곳이긴 하오만... 들어가도 좋소. 에그. 누굴 초대한 적이 있어야지...
다비드 로템:될리가.... 그래도 건강을 챙기는 건 중요하지, 요즘 같은 시대에 더더욱. (조심스레 발걸음 옮겨 안으로 들어간다.) 혼자 삽니까?
이 리은:(힝구... 흐느적 거리는 걸음으로 문 닫고 들어와서는) ... 무엇을 하든 권태감이 드는 것을 어쩔 수는 없더구료. 하루 종일 누워서 숨만 쉬며 지내는 것도, 이리저리 쏘다니는 것도 내게 다를 바 없건만. (어두운 곳을 더듬거리며 나아가선 방 문을 연다. 서재요. 라며.) 본래 가족과 함께 살았지만 지금은 따로 살고 있네.
다비드 로템:이리저리 쏘다닐 때에도 권태감이 든 단 말이야? (서재 한번 스윽 둘러보더니 버릇처럼 책 한권한권 착착 빈공간에 넣는다.) 가족들은 평안하시고?
이 리은:숨 쉴 때조차 말이야.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데 무얼 한다고 권태감이 사라질 리 있겠나. (불을 켜야 하나... 두어번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품 안에 있는 쪽지들이나 꾹 눌러보고는) 평안한 삶 보내고 계시네. ... 아마.
다비드 로템:...그 권태감이 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과 연관이 있는 거야? (질문 내뱉고 나서야 책장 정리하던 손길 멈추고 어둠 속에서 너 바라본다.) 애매모호한 답이군.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할까?
이 리은:글쎄... 이 또한 모호하구료. 지금까지 가장 큰 목표만을 위해 살아왔고 그것을 이루자 모든 것이 무료해지지 않겠는가. 원하는 것을 찾아 다시 일어나 보려 했건만, 전염병이 앞을 막으니 내 어쩌겠나. 다시 앉을 수 밖에 없지 않겠어? (천 밑으로 마른세수 했다. 책장 한 켠에 자리한 성경을 손 끝으로 쓸었다.) ... ... 부디 그리하여주게. 그들은 어떤 잘못도 없이 선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니 신도 불쌍히 여기시겠지.
다비드 로템:그건... 안타깝네. (느리게, 무겁게 숨을 뱉어낸다. 명백한 한숨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젠간 결국 사라지고 말지. (제 손목에 메어진 묵주 팔찌를 꺼내어 제 손안에서 몇 번 굴린다. 알아 들을 수 없게 낮은 음성으로 한참을 중얼거리나, 간간히 평안, 구원, 자비... 등 단어가 들려온다. 그리고는 목주를 너에게 건넨다.) 신께서는 그 누구가 어디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시는 분이라 믿어. 이 사실이 너에게 위로가 되길. 진실이 나를 위로 했듯이... (위로 받았다는 사람치고는 표정이 제법 서글프다.)
이 리은:언젠가 사라지겠으나... 그 또한 별 것이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갈 일이오. 난 그리 생각을 해. 그리고... 하고픈 일이 생겼어. 방법은 전혀 모르겠지만... (한숨 소리를 들으며 손 안에 있던 푸른 구슬을 굴렸다. 눈 가까이에 대어서 구슬을 통해 당신을 보는 듯 했다가 곧 내린다. 기도 소리에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다가 손에 들어온 묵주를 쥐고 두어번 굴렸다.) ... 이런 묵주 기도는 제대로 외우지 못했는데... (말 끝 흘리며 묵주 알 돌리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피식 웃음내고 묵주에 짤막한 입맞춤 남기고 당신에게 내밀었다.) 왜 그런 표정인가. 가끔 그대는 말과 다른 표정을 지어내더구료. 쓸데없이 정직한 사람 같으니라고. 부디 그랬으면 좋겠구료. 겨우 다시 만들어낸 목표 하나 정도는 이루고 이 숨이 거두어지길 원해.
다비드 로템:하고픈 일이 무어길래? (순수한 궁금증이 일었다. 색 엇비슷한 시선이 엇갈린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기도는 숨쉬듯이 하는 것이라 했거든. 팔굽혀펴기 100번보다는 쉬울걸... (무거운 공기에 가벼운 목소리 낸다. 목주 돌려주려는 손길에 고개 저으며 선물이라고 덧붙인다. 실상 본인의 죄의식 덜어내려는 발악에 가까웠다만.) 복음은 언제나 양날의 검 같아요. 사라진다는 것도 언젠가 이 고통이 반드시 끝나리라, 라는 의미로 쓰인다면 위로와 다시한번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되는데, 자칫하면 이 세상에서의 노력과 행복 또한 헛되다. 처럼 들려와서. (결국 슬픔 지워내고 물끄러미 너 바라본다. 침묵이 잇따르다가....) 만약 네가 친구라 생각한 사람이 너를 해치려 든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
이 리은: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기로 했네. 단지 그것 뿐이오. (원하는 것과 하고픈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법이지. 말을 삼켰다.) 숨 하나마저 신을 향한 기도지 않겠나. 구태여 입 밖으로 내뱉지 않더라도 나의 바람은 기도가 되어 하늘에 올라가겠지. ... ... 무엇이든 팔굽혀펴기 100번보다는 훨 배 쉽소. (그리 투덜거렸다. 손을 다시 끌어와 다른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고맙소. 그리 중얼거린다. 잘 다듬어진 구슬을 몇 번 돌려본다. 주기도문을 짧게 읊는 듯 했다가) 모든 말은 확실하지 않는다면 양 방향으로 해석이 되고 사람들은 자신이 밑고픈 것을 골라서 믿게 되는 법이외다. 언제나 확실한 답만은 주지 않는 것이 복음이지 않나. (구슬에서 시선을 든다. 왜 그런 것을 묻지? 입술을 달싹였지만 소리가 되어 밖으로 터지지는 않았다.) ... 친구? 벗을 말하는가? (얕은 숨이 뱉어진다. 온 몸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글쎄. ... 한겨울의 찬바람과도 같은 기분이 아닐까. 아니면... 칼같이 내리는 빗속에 있는 기분일지도 모르고. 그럼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면...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하는 이가 될 터요.
다비드 로템:....그건 좋은 일이네. 너 답기도 하고... 잘 할 것 같기도 해. (그제야 입가에 미소 걸린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처럼. 저는 그 차이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좋은 일이기도 해요, 그만큼 믿음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이고. 그건 개개인의 삶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거든. 어쩌면 제 개인적인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그래, 친구. 벗. 당신 말에 귀 기울이다보면 어둠 속에서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것에 어떠한 감정이 실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친구가 아니었다면 더 나았을까? (이어지는 질문은 마치 스스로의 감정을 너에게 의탁 하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리은:그리 봐준다면 내 기쁘구료. 누군가가 날 좋게 평가를 해준다면 좋은 일이지. (당신의 미소를 보자 만족한 듯 소매로 제 입가를 가린다. 네 미소도 지키고 싶다고 한다면, 너는 무어라 할까. 생각만 굴리다가 그만두었다.) 그대가 무어라 생각을 하든, 그것은 이제 그대의 답이 될 것이고 누군가가 그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오. 여러 방향으로 해석이 될 수 있는 것은 나 또한 즐기니까. (눈 가늘게 뜨고 표정을 읽으려 했다가 소매 속에서 제 턱을 두어번 톡톡. ... 무슨 표정이지?) 이건 무슨 질문일까. 혹... 나와... 연을 맺은 것에 대해서 후회라도 하나, 그대. 왜? 날 해치고 싶어? (평온한 어투였다. 마치 오늘 좋은 하루 보냈느냐고 인사를 하는 것처럼.) 친구가 아닌 이가 날 해치려 한다면,... 안타깝겠지. 아주아주... 슬플 거야. 이 세상에 다시금 실망하면서.
다비드 로템:나는 언제나 널 좋게 평가해, 리은. (눈 두어번 깜박인다. 언젠가 사라질지언정 이순간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어떠한 확신.) ...나또한 그래. (이어지는 네 말 듣고나면 깨닫고야 만다. 도저히 나는 네 앞에서 신부로 설 수가 없다. 그렇다면,) 후회하지 않아.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주문같이,) 앞으로도... 하지 않을 예정이고. (다시끔 읊는다. 여전히 표정이 어두운 건, 분명 누군가는 사라질 것들에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할 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 부정들을 견뎌낼 이는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기에.) 내가 널 해치고 '싶을리가'.... 그냥 물어봤어. (결국은 시시한 답 내놓고 발걸음 옮겨 서재 벗어났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 책은 나중에 돌려 주어도 괜찮으니, 이만 다음의 만남을 기약 할까?
이 리은:내가 틀린 길로 걷는 듯 하면 좋은 평가는 내려놓고 잡아주어. (어깨를 늘어뜨린다. 이리 단단한 믿음이라니. 기꺼웠지만 동시에 실망을 시키지 않아야겠구나, 싶었다. 지나간 시간은 이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부동이니까. 변하지 않고 확실한 것이니까. 빛이 바란다고 하더라도.) 뜻이 같으니 좋아. ... 종종 비껴가지만 흐릿한 상을 맺은 동경을 보는 기분이외다. (어떤 뜻인지는 그대가 원하는대로 생각하시게. 덧붙였다가) 무언가를 해야 할 때에는 망설이지 말고 해낼 것. ... 그것이 원하지 않는 일일지라도 말이오.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은 죄가 더욱 크오. ... 도망 또한 나쁘지 않지만. (희미한 중얼거림을 남긴다. 차라리, 같이 도망칠까. 결국에는 내뱉지 못한 언어가 공중을 배회한다. 없던 것으로 쳐야겠다.) ... 그래. 나중에 내 그대를 찾지. ... 먼저 와도 좋소. 천천히, 읽고 돌려줌세. ... 좋은 밤 보내시오. 부디 그대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다비드 로템:가끔은 내가 맞는 길로 걸어가는지 모를 때도 있는데... 노력해볼게. (불경한 말 덮어내려는 듯 잇새로 낮은 웃음소리 내뱉는다. 불변의 과거가 힘이 되어 미래를 바라보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무언의 기도 올리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나는 언제나 내멋대로 생각하는 편인데. (널 따라 되읊는 목소리가 공중에 흩어진다.) 망설이지 말고 해낼 것.... 그래. (도망치는 것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지? 몸 돌려 멀거니 바라보더니 몸을 작게 숙인다.) 모쪼록 평안한 밤이 되기를.
무언가 굳게 결심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사라집니다.
이 리은:(손등을 꾹꾹 누르다가 만져진 동그란 묵주에 희미한 미소나 띄우고 문에 기대어 뒷모습 끝까지 보며 있다가 문 닫고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제 무릎을 그러 안았다.) ... ... 실로, 피로하군. (침대라는 것의 용도가 무색하게 그리 쪼그려 앉아서 언제나처럼 잠을 청해본다.)
마을에서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습니다.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다비드이 어쩌면 이 일의 원흉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하는 당신을 믿어줄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보았듯이 다비드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신뢰는 두텁기 그지 없었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양동이로 물을 퍼 창밖에서 당신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는 게 보입니다.
이 리은:(숨이 그대로 막히는 기분이다. 눈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불을 보는 것도 고통스러워 어두운 밤에도 등불조차 키고 지내지 않았건만. 불 속에 있자니 머리 속에서 고통에 찬 비명과 야유, 원망에 찬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정신이 혼미했다. 가슴께를 부여잡고 쉬어지지도 않는 헛숨을 뱉어냈다. 이명이 들려온다. 눈 앞에서는 죽은 이들이 저를 내려다 본다. 죄악감으로 만들어진 환각임을 안다.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이 순간에서, 한 가닥의 단단한 목소리에 입술을 짓씹었다.) ... 살고 싶어... (살아서, ... 내가... 살아서 대체 무얼 하지? 그러니까...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고... 그리고... 그리고... 아, 뭐였더라.) 이건, 신의... 심판인가. (그리 중얼거렸다. 벽을 짚고 나아갔다. 그럼에도 꺾이는 것만은 어쩔 수 없어서.)
그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신선한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내뱉었습니다.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어쩐지 복잡한 표정입니다.
이 리은:(숨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가슴께 쥐고 있다가 떨리는 손 뻗어서 당신의 옷자락을 잡아본다. 힘조차 들어가지 못해서 잡음이 아닌, 닿았다가 맞았으나. ... 할 것이면 제대로 했었어야지.) ... 아쉽게도... 평안한 밤은 되지 못했군. 신께서 마음을 돌리신 모양이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그리 이죽였다.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나 내곤 한 손으로 마른세수.)
다비드 로템:(옷자락에 닿은 손길에 전류가 척추를 타고 오른다. 그것이 네 눈앞에 있는 이가 유령도, 악마도, 불길도 아닌 하나의 인간임을 증명한다. 아,) ...미안해, 내가... (신이 마음을 돌린 게 아니다, 이런 말뿐인 위로조차 건네지 못한다. 신이 마음을 돌린 게 아니라면? 멸망하는 세상 속에서 신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인간 둘은 어떻게 되냔 말이다. 결국은 토해낼 수밖에 없다.) 내가 그랬어.
지금... 불을 지른 게 본인이라고 고하는 건가요?
이 리은: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문득 당신은 불에 의해 쓰러진 집의 나뭇더미 아래에 어떤 물건이 떨어진 걸 발견합니다.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누군가의 명치에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만한 날카로움.
이 리은:
SAN Roll
기준치: |
79/39/15 |
굴림: |
3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 중 그 무엇이 낫다고 단정 지을 수 있나요?
당신의 목숨을 위협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을 흐트러 놓습니다.
이 리은:(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닦을 생각도 못하고 흐느끼듯 웃음소리 흘렸다. 당신 옷자락 잡은 손에 힘 약간 쥐었던가.) ... ... 할 것이면 제대로 했어야지. (지금까지 삼켜온 말 중에 단 하나만이 형태를 이루어 튀어나갔다.) 적어도... 사과는 하지 말았어야 해. ... 정말 그대가 그랬다면... 날 구하지도 말았어야 해. 내가,... 그대의 앞길에 방해라도 되었던가? (숨을 고른다. 눈물이 서서히 멎었다. 이명은 미친듯이 울렸으나 당신의 목소리만은 또렷했기에. 비가 칼같이 내렸다. 나의 온 몸을 적시는 것은 물이 아닌 핏물일 것이다. 칼을 든 이는, 다름 아닌 당신이기에.) 그대가 조금 더 이기적이었더라면 이루었을 것을. 미련하긴.
다비드 로템:(젖은 뺨이 어지간히도 안쓰러운지 손뻗어 엄지로 눈물을 쓸어낸다. 언젠가 멎을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그런 말을, 그런 표정으로 해. (네가 쥐어낸 옷자락의 주름만큼,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미소가 아닌 명백한 울분.) 그러면 용서를 구할 수도 없잖아... (소리내고 나서야 내뱉어진 말의 무게를 직감 했으나 무르지 않았다. 이미 쏟아진 물은 주워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 불타버린 재를 한자리에 모아도 원래의 형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그래, (일전, 화상을 입었던 손바닥의 피부가 벗겨진 모양인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쥐어낸 칼은, 손잡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네가... (결국은 피묻은 손 뻗어 네 목을 쥐어낸다.) 나를 방해해. ...아직도, 내가. 이기적이지 않은 것 같아?
이 리은:그대가 찢어둔 마음이 드러난 모양이지. 마음에 들지 않나? (끝에 끝까지 다정한 손길에 헛웃음만이 걸린다. 그 손에 제 뺨을 묻었다. 안정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이의 행동이었다. 온기가, 눈물이, 마음의 무게가 흘러 내리는 기분이다. 그리고 또 다시 우울 속에 파묻혔다. 비참 속에 섞여 응어리진다. 이 또한 나의 족쇄. 날개를 꺾어 하늘로 갈 수 없게 만드는 것.) 사과 없이는 용서도 없다지만... 용서를 구할 생각은 있었나? ... 용서를 바라고 한 일인가? ... 끝까지 기만질을 할 생각은 말았으면 하는데. (폐가 불타는 느낌을 겨우 억누른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던 감각. 모든 호흡이 불을 삼키는 것만 같았고 동시에 몸 속이 녹아버리는 이 비참함을. 아픈 것은 싫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지금 녹아버리는 것은 몸인지 마음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목에 닿는 온기에 안도하는 저가, 그리도 싫을 수 없었다.) 실로 이기적이었다면, 날 구하러 오지 않았겠지. ... 물론, 구한 것 또한, 그대 자신의 결정을 따른 것이니 이기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내 눈에 그대는 이기적인 이는 아니오. ...나는 수천의 눈동자에서 이기심과 탐욕을 보고 자랐건만... 그대의 눈동자에서는 보이지 않아. (목을 타고 당신의 핏물이 붉은 길을 만들었다. 두 손으로 당신의 손목을 잡는다. 아니. 옷 소매 속으로 제 한 손 집어 넣어 걷어냄과 동시에 쓸어 내렸다. 아, 이런. 뱀새끼군.) ... 그대의 힘이라면 내 목 정도는, 쉬이 부러뜨릴 수 있지 않겠나.
다비드 로템:(손끝에 닿는 온기에 뿌려치고 싶은 충동이 밀려온다. 그속에서 제가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깊이의 우울을 발견해서일까. 하지만 도망치지 않겠다 선언하지 않았나... 결단은 하나의 족쇄가 되어 이 땅위에 영위하게 만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기라도 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차라리 말이지,) ....마음에 들다 못해 내 것도 같은 모양으로 찢어버릴까 싶긴 하네. (벼랑 끝에 동아줄 하나 붙잡고 하늘 바라보며 올라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제와서보니 동아줄은 제 목을 칭칭 감은 채다. 목구멍에 가시가 박힌다.) ...기만이군. 덕분에 새로이 알았어. (흘러내리는 것 쥐어내려는 듯 양손에 힘을 준다. 명줄이라는 건 이리도 가늘기만 하다. 끊어낼 듯이 쥐다가도... 이기적이지 않다는 말 들은 순간 두 눈동자가 흔들린다. 네 말은 새로운 족쇄가 되어 결국에는 손에 힘이 탁 풀린다. 한 순간의 선택이 어떤 미래를 초래할 것을 모르지 않았으면서도. 피묻은 양손에 얼굴 파묻는다. 다시 고개를 들면, 푸르던 눈동자가 시뻘겋게 변한 채다. 피눈물이 흐르고 있던 것이다.) ... ...다시, 날 찾아와. (애원하듯 말 이어간다.) 내가 있어야 하는 곳으로... 지금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이 리은:그럴 수는 없지... 그대는, 그대의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만 하니. 살아가는 생명의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찢긴다고 하여도... ... 살아갈 터이니... 온전한 모습이 나아. (잡혀있던 목이 놓아지고 기침 내뱉었다. 목에 뭍은 핏자국을 더듬는다. 흰 장갑에 붉음이 스며들었다. 확실히 깨달았다. 한참을 서 있던 그 장소에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래. 저 멀리서 나의 동경하던 것이 있다.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이 가엾은 이를 어쩌면 좋을까. 그리 울지 마시게. 내가 그대 대신 아파줄 수도 없는 법 아니오. (쓰고 있던 천을 벗어 내렸다. 붉음이 수놓아진 흰 손으로 당신의 얼굴을 쓸었다. 푸름이 물들었지 않나. 아프지는 않나? 라며. 웃음꽃이 만개했다. 핏물 가득한 당신의 한 손을 들어 깊게 입 맞추었다.) ... ... 그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내 다시 그대를 찾아가도록 하지. 부디, 그 걸음, 기쁘게 맞이하여 주시게. (찻잎을... 기대해도 되려나. 눈꼬리 샐쭉 휘었다.)
다비드 로템:온전한 모습? 차라리 시체따위를 포르말린에 담가두는 것이 나을 거야. 살아가는 생명은 매찰나 변화를 겪잖아. (네 눈에 당장 보이는 것은 제 핏자국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그 아래로 얇은 혈관이 터져 붉다 못해 푸르디 푸른 멍이 보였다. 그럼에도 고개 돌려내지 못하고 천 벗어낸 네 얼굴을 멀거니 바라본 건, 처음 보는 것에 늘상 시선이 빼앗기는 까닭이다. 아프냐는 질문에 그제야 고개를 느릿하게 젓는다. 네 입술이 닿았던 손바닥이 여전히 불길이 타오르는 듯 홧홧했으나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그저, 감히 마음 찢긴 이 앞에서 이깟 상처가 '아프다'라고 정의내릴 수가 없어서.) ... ...마지막 남은 찻잎을 준비할게. (기뻐하라 한들 도저히 기뻐지지가 않는다. 이조차 불경하게만 느껴져서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잿빛 하늘 등지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본인이 가야할 곳으로. 본인이 사랑한 곳으로....)
이제는 태울 산소조차 존재하지 않는 당신의 집.
지금으로선 당신은 몸을 위탁할 곳이 마을 회관과 성당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