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CoC] 이 리은 & 다비드 로템 - CREA GRRR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부

시크SYK 2023. 11. 8. 04:18

KPC PC
이 리은 다비드 로템
시나리오 시나리오 링크 END
CREA GRRR :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2부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7270710 3
플레이날짜 플레이타임 트리거 요소 (드래그로 확인)
2023년 11월 2일, 6일 9시간  
 
 
 
이미지
 
크리그어 2
 
CALL OF CTHULHU 7TH EDITION
 
2023. 11. 02
 
이미지
 
*
 
*
 
*
 
..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청색 네온사인.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죄목은 본부의 주요 기밀 및 전력 강제 탈취, 안전지대 곳곳에 파견된 대원들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는 바이며…….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촬영한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다비드:
지능
753715
98
실패
(맹)
 
그 범죄자들이 또 다른 AOC 대원들임을 깨닫습니다.
 
다비드, 그리고 리은과는 합동 임무를 진행하곤 했었죠.
 
하지만… 그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습니다.
 
그들의 충성도는 익히 알고 있잖아요?
 
익숙한 비일상 감에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릅니다.
 
다비드:.....? (우리들 죄목으로?)
이성
824116
42
성공
 
그런 모브들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더라도 옛 동료는 동료이며, 당신이 원인이니까요.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점심을 조달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있던 빵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다비드는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는 대신 리은과 함께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제야 평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다비드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은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다비드:(가족들과 연락을 끊은 건 꽤 오래 되었고. 친구들한테는 연락을 간간히 돌렸나... 맞서 싸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응당 그랬을 거다. 빵집은 뒤로하고 집으로 향한다. 리은이한테 방금 들은 내용을 전달해야한다.)
 
그때, 다비드는 '어떤 위협'을 느끼고 다섯 걸음 물러섭니다.
 
민첩한 반사 신경은 어떤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철퍽! 소리와 함께 다비드의 주변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 오릅니다.
 
이것의 정체는 평범하게…
 
파스타 소스를 끼얹은 사람(기절 상태)입니다.
 
리은:뭐야, 여기에 있었어?
 
그리고 포크를 물고 있는 리은이 등장합니다.
 
다비드:???이게무슨(파스타)
 
근처 가게에서 파스타를 먹고 있다가 습격한 사람을 파스타(였던 것으로)로 제압을 한 뒤에 태연하게 말을 하고 있네요.
 
리은:저거 봤지? 머저리 같은 이들의 머리 속에서나 나올 법한 발상이야. 죄 없는 다른 이들이 나 때문에 죽게 할 수는 없기도 하고… .
사실... 별로 안면은 없소. 식사는 커녕... 인사도 그렇고 이름도... 흠, 나 생각보다 인간관계가 팍팍할지도 모르겠구료. (사실이다.) 그래도 모른 척 할 수는 없잖아.
 
다비드:또 누가 습격한 거야? (아이고!! 다가가서 리은이 얼굴에 묻은 파스타 소스 한손으로 문질러 지워준다... 기절한 사람 발로 툭 밀치며...) 나도 같은 생각이야. 구하러 가야겠지.
 
리은:이제는 일상이니 익숙하오. (얌전히 문질러지며... 발로 밀쳐지는 사람을 힐끗 보았다가) 응. 게다가 방금... 벗의 얼굴을 본 것 같기도 해서 쬐끔 불안하오. 함정이겠지만... 괜찮겠어?
 
다비드:(음음. 어디 다치지 않은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얌전히 떨어진다.) 사람이 크리쳐보다 무섭겠어... 지금 바로 출발하자. 처형일이 오늘이래.
 
리은:적어도 내가 믿는 정의는 사람을 위한 정의니까. 사람이 무서운 것은 맞지만 그들을 위하는 것은 뿌듯하지 않아? (히죽 웃었다. 물론 이건 내 잘못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다비드:(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마주 웃으며 정수리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네가 그렇다면야... 응, 뿌듯해.
 
AOC로 가기 전에, 둘은 집에서 짐을 챙기도록 합니다.
 
지금 당장 가기엔 추레한 몰골일지도 모르니까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리은은 옷장 한구석에서 방치된 AOC의 군복을 꺼냅니다.
 
AOC에 잠입할 예정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업복도 없겠죠.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비드, 당신은 이곳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왔나요?
 
억울하게 누명을 쓴 동료들을 구하겠다고 다짐했나요,
 
아니면 자백하고자 하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찾아왔나요?
 
당신은 이 일에 각오가 되어 있나요?
 
다비드:(둘다 할 수 있다면 좋겠다만, 일단 동료들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인간이 되어 돌아온 발걸음은 나올 때보다 가볍고 빠르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선 로비에는 불이 꺼져 있습니다.
 
데스크를 담당하던 직원도 보이지 않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매트를 밟고 앞으로 나아가면, 곳곳에서 따가운 CCTV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텅 빈 로비의 끝에는 엘리베이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오길 줄곧 기다린 것처럼, 엘리베이터는 저절로 입을 벌리고 다비드와 리은을 맞이합니다.
 
범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당신들은 지금 범의 입안에 머리를 쑤셔 넣으며 그 말을 되뇌고 있는 건 아닌가요?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도망칠 수 있습니다.
 
맞서 싸우는 것만이 강함의 증명은 아닙니다.
 
다비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비드:이거 가다가 떨어지는 거 아니야? (별 의심을... 중얼거리며 엘리베이터에 탄다.)
 
리은:(뭔 그딴 소리를 하냐는 눈으로 흘겨보며 따라 탄다.)
 
엘리베이터는 빠른 속도로 최상층으로 올라갑니다.
 
다비드와 리은이 최상층에 도달하면, 리은은 다비드를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합니다.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 안을 본다면….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다비드와 리은이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다비드:
관찰력
753715
73
성공
 
이 중 몇은 처형대에 올라갈 예정이니 갇혀있다 쳐도 많이 비는군요.
 
소강당이 아무리 넓더라도 군인이 200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 리가요.
 
어림잡아도 절반입니다.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소장입니다.
 
리은:(어쩌지? 조용히 안에 들어가? 나 자신 없는데.)
 
다비드:(그냥 여기서 지켜보자. 속닥)
 
리은:(꾸닥)
 
소장은 연설하는 내내 어쩐지 자꾸만 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냅니다.
 
소장: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누군가: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마이크로는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소장: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소강당의 문이 열리기 전, 리은은 다비드를 잡아당겨 잠시 몸을 숨겼다 빠져나오는 군복 무리들 틈에 섞입니다.
 
낯선 얼굴도, 낯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다비드:(반항을 품은 단체가 늘어나는 걸 알면 정책을 좀 개선을 하던가... 우리를 알아보려나?)
 
리은:... 하나같이 머리 텅 빈 것들이 산소 낭비하며 시간 죽이는 꼴 하고는... (중얼중얼...) 말이 통할 것 같지도 않고 숨 끊어버린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겠소. (다비드 빠안) 얼굴 가릴까?
 
다비드:그러게... (이제는 좀 익숙해진 말투...) 가릴 만한 게 있어? 우리들만 가리면 더 눈에 띄진 않으려나.
 
리은:(익숙해졌다는게 이마를 칠만큼 우울하군...) 괜찮소. 이럴 줄 알고 내가 전에 가지고 있던 AOC 마스크 챙겨왔지. 군복까지 입고 있으면 우리 얼굴은 구별 못하오. (당신 손에 마스크 쥐여주기) 섞여서 인질이나 찾고 조용히 뜰까...
 
다비드:잘했네... (짧은 감사인사 건네고 쥐어진 마스크를 쓴다.) 응, 오늘은 그러는 게 좋겠다. 만약 필요하다면 나중에 돌아올 일이 생기겠지.
 
리은:준비성 철저하면 이럴 때 좋아. (배 쭉 내밀고는 후훗! 자기도 마스크 꼼꼼히 쓰고는) 자아, 나는 오늘 퇴근을 하고 집에서 그대랑 따뜻한 차를 마시고 싶어. 그러니 되도록 빨리 끝내도록 합세.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다비드와 리은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당신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다비드:(질린 사람이 있긴 있구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지. 예전 기억 살려서 적당히 군인 발걸음 흉내내며 주변을 살핀다.)
 
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층들을 조사하기 전에, 다른 대원들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바로 조사를 하러 가도 괜찮고요.
 
다비드:(무슨 대화를? 나 입 열면 그놈인거 뽀록 날 것 같은데. 리은이 바라본다...)
 
리은:(흠.) 정보 수집을 하고 가는 것도 괜찮겠고... 바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왜, 왜 그렇게 보오? (흠.) 긴장 풀어달라고? (아니다.)
 
다비드:정보 수집한다고 늦지는 않겠지... (눈마주침) 왜.... 너 긴장 돼? 어떻게 풀려고. (이건 좀 궁금하다)
 
리은:설마. 지금 우리한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정보지 않겠소? (빤히 보다가 헛. 고개 휙 내리고는) 내가 긴장은 무슨! 암것두 아니오. (삐그닥 거리며 가기) 난 저쪽 이한테 물어볼 터이니 그대는 다른 이 잡고 물어보시오.
 
다비드:그러면 입을 털어보자. (긴장한 것 같은데... 어느새 가까워진 고개 비뚜름 기울어진다.) 싱겁긴... (뒷모습 멀거니 보다가 가까운 대원에게 다가선다.)
 
당신의 가까이에 있던 대원 셋이 가벼운 목례를 합니다.
 
저들끼리 모여서 떠들고 있던 것 같아요.
 
당신을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으니 편히 말을 걸 수 있겠습니다.
 
다비드:(무작정 끼어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까?
 
대원 1: 아, 지금 이 소집이 조금 의문스러운 것도 있고 걸리는 부분도 있고 해서,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원 3: 당신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최근 AOC에 대해서 말이에요. 최근이랄까... 원래부터 이랬던 것이 지금에서야 드러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대원 2: 그래도 전 봉급만 넉넉하게 준다면 어떤 곳이든 상관이 없지만 말입니다.
 
다비드:좀 갑작스럽긴 했죠. (일단 맞장구 친다.) 이상하다는 건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지.
 
대원 3: 음~ 그게요...-. (주변 두리번 거리다가 슬쩍 숙여서 작은 소리 냈다.) 근래 들어서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망하는 대원들이 늘었거든요. 전부 탈영했다는 소문도 있어요. 윗물이 고여 썩어가니까 흘러내리는 것을 참을 수 없던 것이겠죠. 그 누구더라... 이래저래 소문 많던... (끔박) 아, 죄송해요. 제가 사람 이름을 잘 못외워서. 아무튼 그 사람도 갑자기 파트너랑 사라지는 바람에 좀 뒤숭숭하긴 했어요.
 
다비드:불안할 만도 하네요. (응?) 혹시 사라졌다는 사람 이름이... 그... 흔한 이름 아니었습니까? 성경에서 나오는. (자의식 과잉인가)
 
대원 3: 아아, 네 맞아요. 그 사람이랑 파트너랑 이야기가 좀 많았어요. 저도 이야기만 들었는데.... 이야기만 들었을 때에는 갑자기 사라질 사람들이 아니라고 했단 말이죠.
 
대원 1: 그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서 다른 이들도 줄줄 사라지는게... 영 이상하다고 했던가요.
 
대원 2: 탈영이라니. 살기 꽤 좋은 이곳을 왜 나가는지 전 아직 이해를 못하겠지만 다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다비드:(마스크 써서 다행이다.... 거짓말 못하는데 다 티났을 것 같다는 생각...) 몸을 최대한 사리는 게 좋겠네요. 오늘 처형 당한다는 사람들은 어느 층에 수감되어 있더랬죠?
 
대원 1: 다들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슬슬 일하러 가야 하기도 하고. (잠시 눈 굴리다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대원 3을 툭툭) 혹시 아십니까?
 
대원 3: 글쎄요... 저도 확실하게 들은 적이 없는데... 아, 그러고 보니까 33층이 출입금지가 되긴 했네요. 그거 외로도 그 사람들을 가두어 둘 곳은 세네군데 더 있긴 해요. 13층이랑 25층도 있을거고요... 또 어디더라, 28층?
 
다비드:(아니 이런 고급 정보를) 또 탈영하는 대원이 있을지도 모르니 예의주시 하겠습니다. (감사하다며 고개 꾸벅이고는 멀어진다. 더 대화 나눌 상대가 있나? 없으면 리은에게로 돌아간다.)
 
저쪽에서 다른 대원들과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리은이 보입니다.
 
곧이어 당신에게 뽈뽈 다가오는군요.
 
리은:(썩은 표정) 어우. 사회생활 힘들군. 수확이라던가 있었소?
 
다비드:(웃는 표정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가서면 퍼뜩 정신차린다.) 고생했어. (머리 북북...) 대원들도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것 같던데. 우리들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 시체마저 사라진 대원들이 몇 있었나봐.
 
리은:(무슨 일 있나? 보다가 머리 쓰담아지자 조금 풀어진 얼굴 했다. 저도 당신을 두어번 도닥이고) 그건 확실이 이상하구료. 뭔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조금 불안한지 입술 꾹 물었다.) 내 벗의 생사가 점점 불투명해지는구료. 빨리 가자. (작게 숨 내쉬고) ... 그러니까... 25층이 이상하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 외는 잘 모르겠단 말이지.
 
다비드:(고개 주억거린다.) 13, 25, 28층에 가두어졌을 확률이 높고, 33층은 출입금지라고 했어. 근데 이러면 가봐야할 것 같지 않아? 13층부터 차근차근 볼까.
 
리은:하지 말라고 한다면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지 않소? (물론 예전이라면 하지 않았겠지만.) 그럼 차근차근 보는 것으로 합세.
 
상관: 뭐 하는 거야? 여태 무기도 안 챙기고 있다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에게 탄환이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다비드:(뭐야?!감사합니다.)(총 소중하게 쥐고 뚜벅뚜벅.....)
 
다비드와 리은에게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AOC의 낌새가 이상하다,
 
말로 내뱉지 않아도 리은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다비드:(그것도 모르고 총 받았다고 마냥 좋아하고 있었네. 주위 두리번 거린다.)
 
리은:(어쩌지. 진짜 우리 애 바보같고 귀여워.)
 
다비드와 리은이 주변을 경계하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예?
 
여기서요?
 
갑자기요?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입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다비드는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상급인가?
 
다비드:내가 지금 잘못 보는 건가? (눈살 찌풀...) 본부 한복판에 크리쳐가 왜 있어? 아니면 또 인간이 크리쳐가 된 거야?
 
리은:으음... 글쎄. 사라진 이들이 저리 된 것일지도 모르고... 이거 보안이 미쳤군.
 
다비드와 리은의 앞에 있는 크리쳐는 총 45 마리 입니다.
 
다비드:그게 사실이면... 저들또한 인간으로 돌아올 확률이 있는 거 아니야? (일단 총구를 겨눈다...)
 
리은:이미 한번 저리 변한 것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은데... 그 또한 모르는 일이겠소만... 지금은 그것을 따지다가 우리 목이 날아가오.
 
다비드:(급격히 우울해진다. 망설이는가 싶더니 못내 방아쇠를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22
어려운 성공
피해20
 
리은:(우울해져서 할 것은 다 하는군...)
 
크리쳐가 살상탄에 맞아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스러집니다.
 
앞으로 25마리.
 
리은:(조준경에 제 눈 슬며시 가져다 대고는 작게 심호흡.) 이번에는 잘 해야지. (못하면 나 또 총 저리 내던질 거요.)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59
성공
피해16
 
크리쳐들이 깔끔하게 나뉘어진 총알에 스러집니다.
 
남은 크리쳐, 9마리.
 
무지성의 별의 흡혈귀:(진홍색 촉수를 꾸물거리며 있다가 리은을 향해 달려든다.)
근접 격투
45229
24
성공
피해9
 
리은:(작게 한숨 폭 내쉬고 몸 굴려 피한다.)
회피
753715
84
실패
어?
 
다비드:리은!!(눈동자 커진다)
 
한 발 늦었습니다.
 
크리쳐가 그대로 리은을 들이받으며 리은이 저 멀리 큰 소리를 내며 나가 떨어집니다.
 
리은:(발딱 일어나고) 문제 없어!
 
다비드:문제없긴?? (이번에는 아까보다 빠르게 방아쇠가 당겨진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100
대실패
피해19
(wow)
 
이러면곤란한데뭔일이야
 
다비드:(나진짜놀랬나봐)
 
놀란 나머지 조준이 흐트러졌습니다.
 
다비드:(으뜩함.) 너 쏠 수 있겠어?
 
엎친데 덮친격으로... 잘못 쪼개어진 탄환 하나가 리은의 어깨를 관통합니다.
 
다비드:(아진짜)
 
리은:(이 깍 물기...) 문제 없소.
 
다비드:... (미안해서 죽겠어) 문제없긴!?
 
리은:어차피 크리쳐인데 뭘. 금방 나아. (이 상태로 계속 있어야 한다면 차라리 한번 죽었다가 멀쩡한 상태로 깨어나는게 좋지 않나, 같은 생각을 하다가 당신이 제 앞에 있다는걸 다시금 인지하고 생각 지워냈다.) 문제 없다니까? (라이플 들고 빠르게 조준해서 방아쇠 당겼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55
성공
피해11
 
리은이 쏜 탄환이 남은 크리쳐들을 완전히 꿰뚫으며 크리쳐들은 바닥의 잔해로 변해버립니다.
 
리은:(끄응... 너덜너덜하군.) ... 크리쳐라기에는 생각 이상으로 강한데.
 
다비드:너랑 예전의 나랑 비슷한 족속이라 그런 거 아니야? 봐봐. (응급치료 가능할까요.)
 
다비드:
응급처치
30156
45
실패
 
리은:아파.
 
다비드:미안.(죽으까.)
(이게아니야)입을 맞췄어야 했어야했나?(심각...)
 
리은:뭐, 뭔 소리야! 그건... 그건 기분은 좋겠지... (... ... ... 흠.) ... 해보시게. (속 보인다.)
 
다비드:(끔.... 상처 살피던 시선 들더니 네 뺨 슬며시 붙잡고 이마에 짧게 제 입술 붙였다가 뗐다. 그리고 콧잔등에 한번. 입술에 가까워졌다가 멈춘다.) 좋아졌어?
 
리은:(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말가니 올려다 보았다.) 0.5 퍼센트 부족하오. 아직 아파. (이런다.)
 
다비드:(이성줄 꽉 붙잡기.... 임무수행중이다 다비드 로템. 대신 네 뺨 문댕거린다.) 그건 집에 가서 채워줘도 돼? (빨리 끝내야지.)
 
리은:(치이. 작게 주억거리며 물러났다.) 집에 빨리 갈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구료. (붉어진 귀를 대충 머리카락으로 가리곤) 다음 가지. 다음이 어디더라?
 
다비드:(네 머리카락 끝 손가락으로 가볍게 쥐었다가 놓는다.) 25층. ...위에도 크리쳐가 나올까? (일단 위로 발걸음 옮겼다.)
 
리은:그건 모르지. 가는 층마다 다 이런 녀석들만 있으면 한두번은 죽는걸 각오 해야겠소. 그대는 다칠 생각 마시게. (쫑쫑...)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다비드는 알아차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크리쳐가 아닙니다.
 
그저 괴물입니다.
 
다비드:여긴 정말 뭐가 문제야? (대원한테 탄환이 안 닿길 바라며 괴물을 겨냥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53
성공
피해18
 
에너미에게 탄환이 쏘아져 흉측한 피부를 찢어발깁니다.
 
남은 에너미 29마리.
 
리은:무언가를 외견으로 판단할 생각은 없었지만 비위 상할 정도로 못났군. (눈 가늘게 뜨고는 안정적으로 겨냥하고 방아쇠 당겼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84
실패
피해16
(아진짜)
 
심각하게 못생긴 외형으로 리은의 정신력이 흔들립니다.
 
덕분에 탄환이 조준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군요.
 
다비드:...네게 그런 약점이 있는 줄은 몰랐다.
 
무지성의 심해인:(흉측한 물갈퀴가 달린 손을 들어 빠르게 다비드를 향해 휘두른다.)
근접 격투
45229
21
어려운 성공
피해6
64
(음. 한번 휘둘렀다.)
 
다비드:(이거 안될 것 같은데)
회피
25125
44
실패
 
리은:다비드!
 
다비드:(철퍽) 문제 없어.
 
리은:
653213
14
어려운 성공
민첩
804016
73
성공
 
다비드에게 오는 공격을 리은이 몸을 던져 대신 맞습니다.
 
날카로운 발톱이 살을 찢어내고 선혈이 흩뿌려집니다.
 
다비드:리은아-(얼굴색 창백해진다.)
 
다비드:(제법 우울해요)(방아쇠 당기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95
실패
피해19
(힘 줬는데!!! 손이 떨렸나)
 
리은의 죽음이 정신을 흔들어 놓았을까요.
 
조준이 빗나가 에너미를 스쳐 지나간 탄환이 벽에 박힙니다.
 
무지성의 심해인:(그르륵 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뱉고는 공허한 눈동자를 다비드에게 고정한 채 그대로 공격한다.)
근접 격투
45229
94
실패
피해4
 
이런, 에너미의 공격은 다비드에게 맞지 않았습니다.
 
비틀거리며 벽에 가서 부딪히는군요.
 
다비드:(숨 한번 크게 들이마시더니 다시 한번 총구를 에너미에게 조준한다.)
 
콜록이는 소리와 함께, 리은이 바닥에서 제 몸을 일으킵니다.
 
다비드: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13
극단적 성공
피해17
 
다비드가 쏜 탄환이 일직선을 그리며 날아가 에너미의 심장을 꿰뚫습니다.
 
남은 에너미 12마리.
 
리은:(깨질 듯한 머리 두어번 흔들고는 미간 찌푸리고 조준경에 제 눈 댔다.) 이거 몇 번을 겪어도 기분이 별로요. (방아쇠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71
성공
피해21
 
시끄러운 발포음, 그리고 찾아오는 것은 에너미들의 사체입니다.
 
리은:(쭐래쭐래 다비드 곁에 갔다.) 어디 안다쳤소?
 
다비드:난 괜찮은데 넌... (흐릿)
 
리은:(끔박) 난 크리쳐잖아. 다시 살아났으니 상태는 최상이오. 괜찮네. 상처 하나 없잖는고. (당신 볼 톡톡.)
 
다비드:그런데도 기분이 좋진 않네. (제 볼에 닿은 네 손 한번 쥐었다가 놓아준다. 아까 살아남았던 대원에게로 다가서며) 괜찮으세요?
 
홀로 살아남았던 대원은 그 사이에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다른 대원들의 시체 또한 처참한 상태로군요.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크리쳐가 아닌 이상 더욱 그렇겠죠.
 
크리쳐처럼 지성이 없지만, 크리쳐보다 강한 괴물들의 난데없는 습격에 AOC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다비드:이 사람들은 아무 죄도 없잖아. (안타까운 표정으로 시체들 봤다만 차마 손은 못 댄다.) 위로 갈까?
 
리은:... 글쎄... 군인이 적과 싸우다가 죽는 것은 흔한 일이잖아. 반드시 죄가 있다고 죽는 것도, 죄가 없다고 죽지 않는 것도 아니고. (두어번 끔박이다가 가만히 묵념했다.) ... 가자.
 
해당 층은 다른 층과 다르게 조용합니다.
 
층에 도착함과 동시에, 다비드와 리은은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을 발견합니다.
 
다비드와 리은이 문양을 따라 주변을 순찰하다 중심부의 호실에 들어간다면,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을 발견합니다.
 
다비드:
이성
824116
35
어려운 성공
 
다비드:
정신력
904518
65
성공
 
다비드는 이 층에서 대단한 마력의 흐름을 느낍니다.
 
원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다비드:(이제 마력같은 것도 느껴?) 그냥 과학적인 연구만 했던 게 아닌 모양인데... (다가가진 않고 보기만.) 열어볼까, 상자?
 
리은:건물 색만 검정색인게 아니었군. (켁. 이리저리 둘러보며 진절머리 난다는 듯 있다가) 상자? ... 조심해서 열어보시오. 조심해서.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닫아버려.
 
다비드:(고개 끄덕이곤 상자 슬쩍 열어본다.)
 
상자를 열어보자 주문이 흐트러지는 낌새가 보이며, 바닥이나 천장에서 촉수와 정체 모를 관절이 튀어나옵니다.
 
놀란 모양인지 옆에서 작고 짧은 비명소리가 들리는군요.
 
다비드:괜찮아? (리은이 쪽으로 움직인다) 이건 무슨... 함정인가? (흐트러지는 주문진 째려보기. 떠나기 전에 이거 빡빡 지우고 갈까.)
 
리은:노, 놀랬어. 저게 뭐야? (눈 찡그리더니 발 끝으로 상자 다시 툭툭 덮었다. 으...)
 
상자를 덮자 촉수와 관절이 사라집니다.
 
다비드:
관찰력
753715
96
실패
(놀라기 보단... 그냥 관심없는 모양....)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개인이 준비하기엔 사전 준비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그렇다면 AOC 측에서?
 
도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리은:(다비드 얼굴 빠아아안 보고 있다가) 여기는 더 이상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갈까?
 
다비드:(눈 마주치면 순간 끌어안을까 생각했다가 다시 고개 돌린다.) 응, 다음은 33층이네.
 
리은:(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거람.) 응, 가자.
 
다비드:
정신력
904518
40
어려운 성공
 
다비드는 다시 한 번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해당 층에 무언가 숨겨진 게 있다는 직감을 받습니다.
 
지금 당장 알아낼 수는 없지만요.
 
낯선 상관: 이 층은 순찰할 필요 없다.
 
다비드와 리은이 진입하자,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리은:(누군지 아냐는 눈빛... 다비드에게 보내기)
 
다비드:(고개 절레) 지금 다른 층에서 크리쳐를 포함한 괴수들이 출현하고 있는 건 알고 계십니까? 죽은 동료가 한둘이 아닙니다.
 
낯선 상관: 물론 알고 있다. 그 괴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대원들을 부른 것이 아니겠나? 그러니 다른 층을 순찰하도록. 이 층은 순찰할 필요가 전혀 없으니.
 
다비드:(리은이한테 여긴 꼭. 순찰해야한다. 시선 보내기. 뒷목이라도 갈길까?)
 
리은:(도리도리도리. 조금 돌아서 잠입 해보자는 눈빛 보냈다. 그럴게... 수상하잖아.)
 
다비드:알겠습니다. (고개 숙이고는 뒤돌아선다. 좀 음밀하게 잠입할 수 있는 통로가 있을까...)
 
리은:(고개 까닥이며 목례하고 당신 팔 끌어서 복도의 모퉁이 돌았다.) 여기서 한 층 올라가서 벽 배관을 타고 내려가는 것은 어떻소? 창문이 닫혀 있으면 깨버리면 그만이오만.
 
다비드:(창문 밖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 끄덕인다.)
 
다비드와 리은은 한 층 위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벽과 배관을 타고 내려갑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거미 인간처럼 날아다니며 잠입하는 것보단 훨씬 쉬운 길이겠죠.
 
다비드:
854217
4
극단적 성공
 
운 좋게도 창문이 열려 있군요.
 
이대로 들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다비드:(먼저 들어가서 안전하게 착지. 리은이 잡아준다.)
 
리은:(다비드 잡고 조심조심 착지.)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부 잠겨 있고요.
 
이곳에는 28층과 같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구석구석에서 주문의 흔적 역시 보이는군요.
 
다비드:
지능
753715
71
성공
 
28층과 진의 중심부에 사용된 것은 기이한 아티팩트였습니다.
 
자세한 내용물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분명 상식적인 물건이 아니었죠.
 
33층에도 진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특별한 무언가가 중심에 있지 않을까요?
 
33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3304호 사무실입니다.
 
다비드:중심부 쪽으로 가보자. (예전의 기억 떠올리며 3304호 사무실로 뚜벅뚜벅...)
 
원래는 상관의 ID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라이플로 깨부수고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다비드:(빢!!!)
 
다비드:
근력
804016
9
극단적 성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잠금 장치가 부서지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비드:(빠르게 안으로 들어선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다비드:(경계 늦추지 않고 주위를 둘러본다.)
 
안쪽에는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다비드:(쓰러진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오면 머리가 차갑게 식는 게 느껴진다.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서서 맥박을 확인한다.)
 
희미하게 맥박이 뛰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이들은 모두, 정신을 잃은 AOC 대원들 입니다.
 
다비드:(대원들의 손목과 발목을 풀어주기 시작한다.) 1년 사이에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아니면 훨씬 이전부터 이랬나?
 
이들은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다비드와 리은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28층 주문진의 중심에 있던 것은 마력이 가득한 아이템이었으나, 33층의 중심에는 최강의 인류들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리은:... 원래부터 이랬는데 이제서야 드러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구료. (꼬물꼬물 풀어주다가) 이 주문진을 지우는게 좋을까?
 
다비드:지워야지. (발굽으로 벅벅 문질러본다. 이걸로 되려나.) 뭘 위해서 이러는 걸까.
 
리은:(같이 발로 주문진을 박박 지워댔다.) 그 놈들 머리 뚜껑을 열어서 확인할 수 있으면 참말로 좋을텐데.
 
둘이 주문진을 지우자, 그와 함께 해당 호실에 에너미들이 소환됩니다.
 
마력 공급이 끊어짐과 동시에 대원 하나가 정신을 차리나, 당신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치는군요.
 
대원: 어째서 여기까지 온거야, 이건 함정이라고!"
 
잠깐, 에너미들이 소환되지만 전투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투 태세를 위해 리은이 문을 등지고 라이플을 고쳐쥐는 순간,
 
그리고 대원이 외치는 순간,
 
당신들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당신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다비드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리은에게요.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33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다비드는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갇혀버립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당신들을 보고 있습니다.
 
소장이 라이플로 바닥에 쓰러진 리은의 머리를 쏘아 확인 사살을 합니다.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도로 리은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소장: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다비드:(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그런데 크리쳐 학살을 위한 탄환을 인간의 몸으로 따라갈 수는 없어서. 그리고 여김없이 이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스스로 소중한 이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고, 숨을 앗고, 새 생명이 울음을 터뜨리는. 체온이 이곳 아래에 널리고 널린 시체만큼이나 차갑게 식어갔다.) 당신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그는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행동합니다.
 
다비드가 말을 건 것에 크게 겁먹은 기색을 보이는군요.
 
소장:모, 모두 인류를 위한 일 입니다. 그럼요... 이것은 모두 인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AOC는 인류를 위해 존재하기 때, 때문에... 이곳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다비드:언제 인류가 이런 일 해달라고 했어요? (다듬지 않은 목소리가 꽉 다문 잇새로 새어나온다. 시야 구석에 붉은 선혈이 확연했으나 굳이 인지 하려 들지 않았다. 다시 살아날 거야, 분명.) 당연한 건 당신 한테나 당연하지. 정확히 뭘 하려는 거냐니까? 살아있는 인간들을 크리쳐로 만들 생각이야?
 
소장:지금까지 AOC에 의해서 크리쳐가 된 이들은 모두 최, 최강 인류들 뿐이었습니다. 그 외의 이들은 그저 사고였을 뿐이죠. 그래요. 모, 모두 사고였을 뿐입니다. 운이 나빠서 벌어진 일이고 AOC는 그것을 모두 책임졌습니다. 실수를 벌렸으면 이를 수습하는 것 또한 실수한 이의 책임이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비드:...지금 책임을 졌다는 게 그들의 사살을 의미하는 겁니까? (차가운 시선이 소장에게 머물렀다가 대원들에게 향했다.)
 
소장은 무어라고 더 말을 하려 했으나 이내 급히 그 자리를 떠나 사라집니다.
 
소장이 떠난 뒤 리은의 시체를 지키고 있으면, 의식을 되찾은 대원 중 하나가 슬며시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레드럼 입니다.
 
레드럼:똑똑...~. 안녕, 친구. 그... 지금 잠깐 괜찮아? 대답 할 수 있는 상태면 고개 꾸닥, 못하겠으면 저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다비드:(혹시 나 총도 빼았겼나요?그랬겠죠)(낯익은 얼굴보고 고개 주억거린다.)
 
레드럼:(아닌데. 가지고 있을텐데?) 다행이다~. 내 이름은 레드럼이야. 이 이름은 불리는게 별로라서 니냐라고 불러줘도 좋고. 일어나자마자 본 것이 이름 모를 아가씨가 쓰러진 상태니... 영 기분이 껄끄럽다, 얘. 그쪽이랑 아가씨 이름은?
 
다비드:(맹. 이거 총으로 못 부수나? 철책 양손으로 잡아보고 꼬라본다.) 아까 있었던 일은 못 봤나요? 전 다비드고, 거긴 리은이라고 합니다.
 
레드럼:(진정해... 못할걸...) 아쉽게도. 다비드랑 리은이구나. 짝궁한테 이야기 들은 적 있는 것 같아. 갑자기 연락이 안된다며 내 짝궁이 엄청 걱정을 했었지. (리은이 눈 감겨주더니 상태를 슬며시 살폈다.) 너희가 떠날 무렵에 많은 크리쳐 대원들이 탈영을 시도했어. 크리쳐 실험의 내막이 암암리에 밝혀졌걸랑. 계기는 너희의 탈영이겠지만. (꿈박.) 그거 부수면 나가서 소장이라도 털게?
 
다비드:짝궁이 누구길래. (침체된 낯으로 리은이 봤다가...)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탈영한 결과가 크리쳐화였다면 좀 우울할 것 같은데요. 소장을 털면 그 사람의 '인류를 위한' 위대한 계획을 막을 수 있을까요? (시선 다시 레드럼으로 향한다.) 저희 좀 도와주세요.
 
레드럼:이름이... 뭐더라? 아, 미안. 나 사람 이름 진짜 심각할 정도로 못 외워서. ... 그... 카... 카데...카... 캇...? 아닌데. 카리? 이것도 아니고... (더듬더듬...) 아니야, 아니야 탈영하고 나서 잡히지 않은 녀석들도 있고, 잡혀서 지금 여기 제물이 된 녀석들도 있지. 그걸 알고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두겠어? 설마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만 나까지 이렇게 될 줄은. (리은이 뺨을 손 끝으로 톡톡 쳤다. 뭔가 이상한데. 중얼거리다가) 인류를 위한 계획? 아, 그 멍청한 계획? 애초에 막으려고 했으니까 도와주지 못할 것도 없지. (흠. 제 앞을 톡톡 쳤다.) 이리 와서 앉아봐, 청년. 정보 정도는 들어야 하지 않겠어?
 
다비드:아. (눈 깜빡. 설마 여기서 마주칠까 했는데 걔 짝꿍을 만났잖아?) 걘 왜 여태껏 탈영 안 했대? (나한테 그런 말까지 해놓고.) 건드리지 마세요. (못마땅한듯 눈살이 가늘어진다. 길게 숨 늘어뜨리며 그 앞으로 다가섰다.)
 
레드럼:그야 걔가 여기 들어온 이유를 충족 못했는데 어떻게 나가겠어? 게다가 내 짝궁이는 앞뒤 꽉 막혀서 고지식한데 탈영을 하겠니? (어깨 으쓱했다. 입술 삐죽이고는) 질투가 심하구나? 왜애~. 조금 건드린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난 의사란 말이야. 상태 봐주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헹. 말로는 투덜거리며 손 떼어냈다.) 이 아가씨, 원래 이렇게 회복 속도가 느리니? 지금 즈음이면 정신은 못차려도 회복은 어느 정도 다 되어야 할 텐데.
 
다비드:(느릿하게 고개 끄덕였다. 언제나 그랬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싶었다. 내 연락처는 걔가 잘 알 테니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겠지. 의사라는 말에 침 잘못 삼켜서 쿨럭댄다.) 그랬...군요? (리은이 제 품에 꼭 안는다.) 이거 기분이 쎄한데... (예전에 폭주했던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그래서 알려줄 정보가 뭡니까?
 
레드럼:어마마~ 둘이 뭐야? 나 이런 거 좋아한다? 사이 좋아 보여~? (손으로 입 꾹 막고 히죽거렸다. 꽤나 가벼운 분위기나 풍기다가)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될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해졌다는 것이 문제야. 그 연구가 신을 소환하는 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갑지. 인간이 소위 말하는 종교의 신이 아니야. 그건 우리에게 신앙을 바라는 것이 아니야. 미물의 신앙 받아서 뭐하겠니.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니 오는 것 뿐이지. 존재만으로 안전지대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할 예정이랜다. 소장은 그걸 막겠다고 여기 인질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중이고.
 
다비드:(급격히 늙어감.... 들어야 할 건 듣는다.) ...그러니까.... 자기들끼리 뭔 짓 하다가 일이 틀어져서 인류가 멸망할 것 같으니 무고한 생명들을 희생해서 막아보겠다는 뭐 그런 소리인가요?
 
레드럼:아, 너 얼굴 웃긴다! 나 입 무거워. 지퍼 잠궈둘게! (깔깔 웃으며 다비드 찰싹찰싹.) 대충 그런 소리지. 신인지 나발인지가 빠르게 지구로 오고 있다는걸 사흘 전에 알게 됐다고 해. 저지하기에는 이미 늦었지. 듣기로는 어쩌구 뭐시기...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더라고.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를 방패로 쓰려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 사람 목숨을 대체 뭐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 몰라. 그치이~? 하나의 사람은, 하나의 세계인 만큼 각별히 소중한 거야. 그것이 범죄자든, 일반인이든, 군인이든. 생명의 가치는 모두가 동등함을 알아야 하는데... 윗것들은 정말이지.
 
다비드:그것?참... 다행이네요 (이건또진짜새로운부류의인간이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거겠죠. (리은이 머리카락이나 만지작...) 정말 대의를 위했다면 이렇게 비밀리에 진행하지 않았겠지만. 그러면 여기서 어떻게 나갈건지 방법을 생각해볼까요.
 
레드럼:(반짝반짝한 눈으로 빤-히 보고 있다가) 추구하는 가치? 음, 난 그런거 존중 못해줘서 말이야. 이거 아쉽게 됐어.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 가 내 모토라. (빵끗 웃는 얼굴이나 했다. 무해한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부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무리야. 라이플도 안먹히고. 희망을 걸어본다면... 저기 뻗어있는 내 짝궁이나 그 아가씨가 깨어나서 부수어 주는 것인데... 어때, 일어날 기미는 보여?
 
다비드: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의사가 맞긴 맞나보네요. (표정이 아주 살짝 풀어진다. 사람은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제 영혼 한조각 쏙 빼갈 것 같은 저 반짝이는 눈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 빼고.) 에? (여기 있었어??? 두리번거리다가 리은이 다시 본다.) 잘 모르겠는데.... 입이라도 맞춰봐야하나? (중얼.....)
 
레드럼:뭐야. 안믿었어?! 내가 그렇게 믿음이 없냐?! 면허라도 보여줘?! (아무래도. 대충 저쪽에 얌전하고 정갈하게 누워있는 이를 가르켰다. 흥.) ... 흠? 음음, 나쁘지 않은 소리... (중얼거리며 귀 팔랑...) 나 아무 소리도 안했어. 아무것도 못 들었어. 할 거면 빨리 해. (제 손으로 눈 가렸다. 물론 손가락 사이로 눈 빤히 보이지만.)
 
다비드:네. (즉답) 면허는 괜찮아요... (저쪽은 누워서도 컨셉?을 유지하는구나. 멍하니 봤다가 시선 돌린다. 손가락 사이로 반짝이는 저 눈 찌르고 싶다는 생각하며 리은이 붙잡은 팔에 힘주어 제쪽으로 꼭 붙였다. 그 이마에 제 입술 붙이고는 옅게 속삭인다.) 은아, 이제 일어나자.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리은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리은이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다비드는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리은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할 무렵,
 
철책 너머로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다비드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다비드:...누구세요? (으이?)
 
미고: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비드:(깜박.) ...만...들었다구요?
 
미고:그래요. 지금 당신들이 해치우고 있는 금속형 크리쳐를 만든 것이 접니다. 그 외의 것들은... 인간들이 제 크리쳐를 개량해서 실험을 하다가 생긴 것들이죠.
 
다비드:그러니까 AOC 연구원은 아닌... ...(뇌가 느릿하게 돌기 시작한다.) 그러면 크리쳐에 대해서도 잘 아시겠군요. 은... 이 친구를 지금 깨어나게 할 방법을 아십니까?
 
미고:그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깨어날 겁니다. 회복이 느린 것은 크리쳐 세포의 수명이 거의 다했다는 뜻이니 이는 저도 어쩔 수가 없군요. 제가 보기에, 조금 있으면 깨어날 듯 하니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깨어나면 언제나처럼 최상의 몸상태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저도 당신에게 질문을 하나 해도 괜찮을까요?
 
다비드:다행이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 내뱉으며 리은이 바르게 고쳐 안는다.) 네.
 
미고:(부드러운 웃음 지어 보이고는) 당신은 인간을 좋아하나요? 인간이라는 종족을 어찌 생각합니까?
 
다비드:(이상한 질문이라 생각했다. 답하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좋아해요. 싫어질뻔 한 적도 많은데, 매번 싫어질 구석이 있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네요. (뜸.) 어떻게 생각하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지껏 확답을 못 내렸는데. 단순하면서도 좀 복잡한 생물?
 
미고:싫어하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그래요. 인간은 단순하면서 동시에 복잡한 생물이죠. 저는...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나서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습니다. 이런 저라도 부정 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 사람이라서... 전 인간을 좋아하거든요. 조금 단순한 이유가 되려나요. 물론...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다비드:거기서도 그런 이유로 인격...이라고 해야하나. 한 생명을 배제 하기도 하는군요. (고개가 기울어진다. 공감이라기보단 흥미에 가까운 무언가가 일었으나 잠시 유보하기로 한다.) 인류가 멸망곧 할 수도 있다는데 막을 방법을 아십니까?
 
미고:생각과 자기 주관을 가지며 무언가 가치관을 가진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배제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로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지만... 이제는 인간들 또한 저를 비웃더군요. (제 손가락을 교차해서 느리게 만지작 거리다가) ...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제게 감동을 보여줄 사람을요.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다비드는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미고: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이건, 제가 당신에게 드리는 선택권 입니다. 부디, 당신이 제가 그날 본 클리셰 가득한 SF영화의 주인공 같은 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선택은 당신의 마음이지만.
"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부디 좋은 결말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비드:그렇다한들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면 안 돼요. (확고한 목소리가 한치 망설임 없이 따라잡았다.) 같은 인간이라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런 식의 어리석은 만용을 보이는 인간들 제법 많을 걸요. 저보다도 그 흔한 클리셰 가득한 SF영화의 주인공 자리에 어울리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 또한 그럴 수 있어요.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여기까지 직접 나서서 이런 걸 주는 것을 보면.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쥐고 잘그락 굴려본다. 새파란 빛이 형형했다. 이어지는 말 들으면 눈이 동그래진다.) 오늘 자정이요?! 뭐가 이렇게 급해? (여기 열쇠구멍은 있나? 두리번 거린다.) ....내 삶의 주인공도 되어본 적이 없는데, (틈) 그 격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는 더더욱 말 못 하겠네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해 볼게요. 미고...라고 부르면 됩니까?
 
미고:물론 맞는 말입니다. 누군가를 소외함은 있어서 안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버린다, 또한 마찬가지의 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까? 아, 이건 순전히 제 궁금증일 뿐이니 답을 하지는 않아도 좋습니다. (물끄러미 당신을 보았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가) 하하, 그렇다고 해도 어느 순간까지 조력자인 제가 선택한 이는 당신입니다.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던지 저는 이에 만족하겠죠. 예전이라면 도저히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었겠지만... 전 그 영화를 보고 변했으니까요. 스스로를 사랑하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작게 끄덕이며 입꼬리 올렸다.) 당신이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삶이 어떻게 당신이 주인공이 아니겠나요. 자신을 믿을 수 없다면 타인을 믿으면 됩니다. 타인이 당신이 믿지 못한 만큼, 당신을 믿어줄 테니까요. 이곳에 미고는 저 뿐이니 편히 불러주시면 됩니다. 어찌 부르던 당신의 마음이겠지만요.
 
다비드:아직 궁금한 게 많으신 것 같은데... 떠나는 길 아쉽지 않겠습니까? (조금 더 머물러도 괜찮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상대 속내 모르기에 건넬 수 있는 제안이지만.) 다수를 위한 소수는 없어요. 그 다수가 정녕 소수보다 낫다고 확신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희생은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고개 기울어지며) 대체 무슨 영화를 봤길래?... 도움은 많이 되었어요. 나중에 사람들한테 당신의 존재를 알릴까요? (어떻게 보면 인류를 구한 존재(?)아닌가.... 감사함 같은 것 받고 싶지 않을까, 하여.) 그런 게 있어요, 애초에 내 뜻대로 흘러가지도 않는 삶의 주인이라고 하니까...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네. (말 이어가다보니 칭얼대는 기분이 들어 손 휘적휘적 젓는다. 신경쓰지 말라며.) 내게 믿을 수 있는 주변인들은 많아 다행이네요. (옅게 웃더니 리은이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두고 철책을 살펴본다. 열쇠로 열릴 구석이 있는지.)
 
다비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미고는 대답이 되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인사와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갑니다.
 
그와 동시에 다비드의 눈에는 열쇠 구멍이 보이는군요.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비드:니냐? 거기 사람들 깨워봐요. (구멍에 열쇠 넣고 돌려본다.)
 
레드럼:녜~. 니냐는 말 잘 듣거든. (누구도 믿지 않을 소리나 하며 쓰러진 애들 뺨 찰싹찰싹 치고 다닌다.)
 
열쇠가 돌아감과 동시에 철책이 위로 천천히 올라갑니다.
 
리은 또한 눈을 떠서 상체를 일으킵니다.
 
다비드:(저게... 의사가 기절한 사람을 깨우는 방법? 철책 열리는 모습 눈짓 했다가 리은에게로 다가간다.) 괜찮아?
 
리은:(뒷목 만지작 거리고 멍하게 있다가 우으...)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인 것 외에는 괜찮소. 나 얼마나 누워 있었어?
 
다비드:(괜찮은 것 확인하면 네쪽으로 손 뻗는다.) 세상이 곧 멸망한대. 그런데 미고라는 사람... 사람이 아니지. 생명체?가 와서 목걸이랑 열쇠 주고 갔어.
 
리은:(손 꼭 잡고는 비척거리며 일어났다. 뚫렸던 곳 만지작 거리고 있다가 영문 모르겠다는 얼굴이나 하고) ... 너무 축약 된 것 아니오...? 그러니까... 세상이 멸망하고... 미고라는 생명체가 와서 목걸이랑 열쇠를 주고 갔다,... 이해는 못했지만 납득은 했네. 그 외에 더 알아야 하는 것 있는가?
 
다비드:AOC가 일을 좀 크게 벌인 것 같다. 설명은 나보다는 저기... 카데르나 니냐 씨가 더 잘 하실 것 같은데.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다) 미고 씨가 크리쳐 세포의 수명이 거의 다했다고 했어. 그러니까... (낯색 잠깐 어두워지고,) 예전에 나처럼.
 
리은:카데르? (가만 돌아 보았다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멱살 잡혀서 짤짤 흔들리는거 못보겠다는 듯 고개 다시 돌리곤) 축약은 그대가 잘하니 됐소. (손 뻗어서 당신 뺨 만지작 거렸다.) 그럼 인간인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는 거잖나. 난 좋은데. 그대는 아니야?
 
다비드:(익숙한 체온이 닿으면 눈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좋아. (의식적으로 입꼬리 당겨 웃곤,)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괜찮다고 덧붙이며 제 총을 다시 쥐었다.) 갈까? ...근데 어디로 가야하지?
 
리은:(맑은 웃음 지어보였다.) 불안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걱정은 마시게.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했다가) 내 감으로는... 음... 우리가 전에 갔던 층 중에 하나 있잖아. 그... 요상한 상자 있던 곳 기억하오? 여기랑 똑같은 진이 있었으니까... 음, 조금 신경이 쓰인다고 해야 할까...
 
다비드:(그래, 스스로를 못 믿겠다면 타인을 믿으면 된다. 언제나처럼. 미소에 화답하듯 고개 주억거린다.) 28층? 그러고보니... 무지성의 신이 소환된다고 하니까 그쪽이 맞으려나. 그럼 가보자. 우리 둘끼리도 괜찮을까? (아니면 저기들도 데려가? 곁눈짓.)
 
리은:무지... 신이 지성이 없으면 그게 신인가? 음, 어렵구료. (총 챙겨서 들더니 아구구, 소리 냈다. 잠시 저들 빤히 보다가) 우리는 먼저 감세-. 알아서들 일 보아! (빽 소리 지르고 당신 올려다 보았다.) 가자. 사람이 많으면 난 손발 맞추기 힘드오. 그대랑 둘이 좋아.
 
다비드:그치, 신이 아니라 우상에 가까운 게 아닐까. 아니면 외계인? (어느 장단에 맞춰주어야하나, 잠깐 고민한다. 네 모습 잠시 보다 작게 키득인다.) 나도, 단둘이 좋아. 가자. (먼저 발걸음 떼어 28층으로 향한다.)
 
28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아까 본 괴물들의 소환 빈도가 확고하게 늘었군요.
 
그것들을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수차례 계속되는 전투로 둘의 체력과 정신력이 흔들릴 즈음...
 
다비드와 리은은, 마침내 28층에 도착합니다.
 
다비드:
관찰력
753715
38
성공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 그리고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이 공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크군요.
 
마력 사용에 반응한 듯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닐 겁니다.
 
다비드와 리은은 불청객이며,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 뿐이니까요.
 
안으로 들어갈까요?
 
다비드:(이런 용도였구나. 리은이 보고 고개짓 한번 하고 안으로 들어선다.)
 
다비드:2
 
리은:1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에…
 
다비드:
이성
824116
15
극단적 성공
 
간신히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다비드는 꽂힌 자료를 무작위로 하나 뽑을 수 있습니다.
 
다비드:(...내용에는 크게 관심 없어서 딱히 충격 받지 않았나보다. 여긴 딱 책표지까지 읽는 게 좋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게 없나 살펴보다 하나 읽어본다.)
 
이미지
 
다비드:학자가 아니라 사이비 같은데. (흐린눈.... 더 볼 건 없나 둘러본다.)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들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자: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아이와 데이터만으로도 방주는 이미 만원이니까요.
 
방주의 관리자와 마주합니다.
 
다비드:방주? (두리번 거리던 시선이 아이들에게 닿으면 눈동자가 커진다. 무의식적으로 그들에게 다가섰다.)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방주의 관리자:잠들어 있을 뿐입니다. 그 아이들은 각 분야 권위자의 아이들이며 학문, 예술, 정치 등의 분야별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들을 선별하여 실어둔 것이니 그 이상의 접근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다비드:무슨... (시선 가늘어지고) 새파랗게 어린 애들 상대로 유전 실험이라도 했나요? 그런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방주의 관리자:전 그저 확률의 계산을 따를 뿐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한참을 고민하던 결과의 끝에는 당신이 있었나 봅니다.
 
다비드:(무작정 해를 입힐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사람이 맞는지나 의문이다.) 그는 미고를 말하는 건가요? 그러면 당신도 인간이 아닌 건가? 소환된다는 무지성의 신은 아닌 것 같은데....
 
방주의 관리자:네. 맞습니다. 전 데이터로 이루어진 존재일 뿐, 인간은 아닙니다. 제 사명은 최후의 인류이자 최초의 인류가 될 아이들을 지키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남기는 것입니다. 이 방주에 누구를 실을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했으나, 썩어버린 정치인들 조차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제 목숨을 포기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지금까지 제게는 없던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다비드:...넌 이게 다 이해가 돼? (리은이 쪽 슬쩍) 그 의견이 누구들 의견인데요, 그 썩어버린 정치인들? (납득가지 않는 상황에 의문점이 수두룩 찍힌다. 앞에 있는 이는 인간이 아니니 감정을 호소하거나 공감을 구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대신 스스로가 궁금한 점들을 물었다.) 아이들한테는 물어봤어요? 최후이자 최초의 인류가 되고 싶냐고?
 
리은:(가만히 듣고 있다가 퍼뜩) 정해진 수의 인류만이 이곳에 남을 수 있다면... 확신을 할 수는 없으나 각 분야에서 손 꼽히는 이들이 재능을 물려 받았을 확률이 높은... 아이들을 제일 먼저 꼽지 않을까. 어른들 보다는 아이들이 훨 좋소. ... 그러는 그대는 이해가 어려운 모양이구료. 효율 부분에서만 봤을 때의 이야기지만... (눈 도로록 도로록 굴렸다.)
 
방주의 관리자:이는 모두 본인과 가족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선발입니다. 또한 동의가 없었다고 하여도,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는 당연한 결과가 될 것입니다.
 
다비드: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좋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이해를 못했나? 난 유전학 같은 건 잘 모르겠어. 그냥, 인간은 효율만으로 사는 게 아니잖아. (힘주어 꾹 쥐고 있던 총을 내렸다.) 미래를 사는 건 더더욱 아니고. 그럼 우린 뭘 하면 됩니까? 이대로 세상이 멸망하고 방주가 떠나가는 걸 지켜보는 것?
 
방주의 관리자:이곳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기 위함이죠. 당신들은...
 
방주의 관리자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새로운 이야기를 꺼냅니다.
 
방주의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의원 2: 앞으로 사흘이라니! 턱 없이 부족합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의원 3: 여태 이야기를 귀로 듣긴 들은 겁니까? 방법이 없다니까요.
 
의원 4: 적어도 이 사실을 아는 자들과 그 가족만큼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조치를,...
 
의원 2: 안 됩니다. 이번만큼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의원 1: 조용히!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의원 1: 우리는 어찌나 무지한 인간들이었습니까. 후회가 막심합니다. 명예도, 부도, 권력도 재해 앞에서는 다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의원 1: 남은 시간은 앞으로 사흘, 저는 책임지고 이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게 저지른 대죄는 속죄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은 시간 동안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전원, 인류와 함께 죽어주십시오. 적어도 수 천 년의 지식과 가능성의 씨앗을 품은 우리의 아이들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
 
방주의 관리자:추가 전송된 메시지가 32건 있습니다.
169건 있습니다.
429건 있습니다. 일괄 확인 요청.
 
그 말이 끝나자, 다비드와 리은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에서 발생하는 괴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어째서 자신이 방주에 탑승할 수 없냐고 항의하는 고위층 인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방주에 딸을 태우고 흐느껴 우는 과학자 부부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상층 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고 있는 소장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 대원들에게 "우리를 지켜라!" 라고 연신 연호하는 정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망치는 AOC 대원들이, 어떤 영상에는 패배하고 죽어버린 AOC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심에서까지 소환된 괴물들이 주위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상황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전방에서 생체형 크리쳐와 싸우는 일반 대원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를 누리는 안전지대 외곽지역의 주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당신의 가족이, 지인이, 친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수백, 수천 마리의 괴물에게 맞서 싸우는 영상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AOC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야. 나는…"
 
그다음은 잡음이 섞여 들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을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인간의 멸망을 예감합니다.
 
다비드:
이성
824116
46
성공
3
 
방주의 관리자:설정값 변경.
푸른 수정의 주인인 여러분을 방주의 수호자 자격으로 동승 허가합니다.
승인 및 입력 완료까지 앞으로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메시지의 앞에 팝업 메시지가 발생합니다.
 
이미지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다비드:(침묵 속에 수백의 영상을 지켜본다. 그것을 부족한 경험으로, 겹쳐지지 않은 시간선으로 감히 이해하려 들었으니 무언가가 뜨겁게 들끓었다가, 잠재워지기를 수십번 반복했다. 그리하여 남은 것은 작은 불씨. 아직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그것으로 입술을 떼었다.) ...저 높은 직위의, '각 분야에서 손 꼽히는' 사람들도 한참 고민하고 결정을 내린 걸, 일개 인간보고 고작 몇 분안에 답을 내리라니... 진짜 너무하네. (침체된 시선이 보이지 않은 하늘로 향했다.) 말했잖아요, 난 주인공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주마등처럼 이전 기억이 떠올랐다. 잠자리에 들기 전, 제 첫사랑이 되어준 이들이 들려주던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 그때 무어라 답했더라? 나에게 노아의 방주에 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어. (그리고는 리은을 올곧게 마주 본다.) 난 내려가서 싸울 거야. (함께 해달라고는 차마 못 묻겠어. 힘겹게 닿은 시선이 갈급할 뿐이다.)
 
리은:(저를 올곧게 바라보는 당신을 본다. 시선이 얽히고 잠시간의 침묵이다.) 자격을 얻은 이가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나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어? 내가 할 말은 1년 전과 같소. 비록 그 끝에 있는 것이 좋은 결말이 아니더라고 해도, 나는 그저 내게 맡겨진 바를 끝내고플 뿐이외다. 좁은 길이겠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숨 얕게 들이킨다.) 이번에도 같이 뛰어내려주어. 난 언제나 그대의 곁에 있을 것이 분명하지 않나. 가자. 어떤 결과든 내 눈으로 보고파.
 
다비드와 리은이 방주 탑승을 거절한다면 관리자는 무표정으로 말합니다.
 
방주의 관리자:다비드, 리은 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때, 승률은 0.000194%입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어떻게 대답해도 관리자는 '수치'에 기대 판단을 내리는 기계일 뿐입니다.
 
다비드:(선선히 대답을 듣는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온전한 기쁨도, 절망도 아니다. 동시에 그것들이 모두 공존했다. 한참 바라보다 네 손을 잡고 힘 주어 제 옆으로 끌었다.) 이걸... 0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오랜만에 같이 뛰어볼까.
 
리은:(힘 꼭 주어서 손 잡아내고 당신의 어깨에 제 머리 툭 기대었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인 것은 여전했으나, 내비치는 것과 제 속이 같음은 확실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함께할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이 두려움보다 큰 행복이라고 정의한다.)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낫지. 확률이 있긴 하다는 것이잖나. ... 가자. 난 그대랑 같이 싸우는 거 좋아하거든.
 
방주의 관리자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만들어 줍니다.
 
인류의 방주를 뒤로하고, 다비드와 리은은 전장으로 나아갑니다.
 
다비드:(그 모습 보더니 멍청하게 웃었다.) 다행이야, 네가 있어서... 이상하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어. (이전과 다를 것 없었다. 발걸음은 가볍고, 그것의 방향성은 명료하다.)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레드럼과 그 파트너, 카데르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카데르:저쪽으로 가려는 거지? 예나 지금이나 무모한 일을 하는군.
 
레드럼: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야~.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올게. 그때까지 여기 부탁해~.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비드와 리은이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다비드:
이성
793915
61
성공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리은이 다비드를 붙잡습니다.
 
리은:가자.
 
그 말이 떨어지면,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다비드와 리은은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다비드와 리은은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었던 서로가 등을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다비드:(심장이 떨리다 못해 저릿하다. 그것을 바라보면 입꼬리가 비쭉 당겨진다. 살아있구나, 내가. 비로소... 거대한 몸체에 총구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이미지
 
다비드: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19
어려운 성공
피해16
 
굉음을 내며 탄환이 아자토스 찌꺼기의 촉수에 박히며 폭발합니다.
 
리은:(작게 심호흡 후 촉수를 향해 총 조준하고 발포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12
극단적 성공
피해20
 
계산은 빗나가지 않고 촉수에 틀어박힌 탄환은 성공적으로 촉수를 뜯어냅니다.
 
아자토스:2
(촉수를 세차게 뻗어서 다비드를 공격한다.)
근접전
1005020
64
성공
피해11
 
다비드:(다가오는 촉수에 대고 마주 총을 쏜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17
어려운 성공
피해22
 
다비드:(여의치 않고 다시 방아쇠를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41
성공
피해23
 
방아쇠에서 쏘아져나간 탄환은 아자토스 찌꺼기의 촉수를 다시 한번 쏘아 터뜨립니다.
 
아자토스:23
 
리은:(정신 차려~! 마른세수 팍팍 하고 조준한 뒤 발포!)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96
실패
피해13
(정신 못차렸네)
 
다비드:(저런)
 
아자토스:18 (느리게 촉수 웅크리며 체력 회복한다.)
 
다비드:저게 회복도 하네. (치사.... 근데 여기는 쪽수가 많으니까 쌤쌤인건가... 다시 발포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71
성공
피해14
 
성공적으로 회복되고 있던 촉수 하나를 폭발 시킵니다.
 
리은:(끄응...) 꿈틀꿈틀 징그러운 꼴이... 최악인게... (다구리는 정말 성미에 안맞지만 저쪽은 예외다.)
대 크리쳐 살상탄
804016
54
성공
피해22
 
쏘아낸 탄환이 정확하게 촉수를 가격함과 동시에...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순식간에 몸집을 불려가기 시작합니다.
 
탐욕스럽게 제 몸집을 부풀려가며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어가는 무지성의 신.
 
다비드와 리은의 뾰족한 감 또한 위험함을 알립니다.
 
거대한 촉수는 다시금 둘을 후려치며 온 몸을 산산조각 낼 듯한 충격을 전해줍니다.
 
다비드:(눈살 가늘어진다.) 이건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피할 수는 있나? 좀 느린 제 발 내려다본다...)
 
다비드:
회피
25125
98
대실패
(아)
 
리은:
회피
45229
59
실패
(주님.)
 
촉수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온 몸으로 받아내고 맙니다.
 
저 멀리 날아가 부서진 콘크리트 벽에 부딪힙니다.
 
몸 내부가 완전히 망가짐을 느낌과 동시에 다비드는 입에서 올라오는 붉은 혈액을 뱉어냅니다.
 
압도적인 패배, 그리고 끝을 예감합니다.
 
다비드의 예리한 감은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의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무뎌져만 갑니다.
 
쓰러진 리은의 위로 다시 한번 공격이 내리쳐옵니다.
 
너덜너덜한 몸에 저 공격을 맞으면 아무리 알파형 크리쳐라도 수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비드 역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미 부러진 다리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라이플의 탄환은 전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끝입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겠네요.
 
패배를 직감한 순간, 리은을 내리치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께 궤도를 틉니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카데르가 고개를 내밉니다.
 
다비드:
관찰력
753715
35
어려운 성공
 
다비드의 눈에, 레드럼이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협박하는 광경이 들어옵니다.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소장:전원, 표적에 사격 개시!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대원: 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다비드는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미지
 
다비드:(흐릿한 시야에 불꽃이 어지러이 튀었다. 뼈 마디마디 사이로 타고드는 고통은 형형 했으나 머리를 부딪힌 탓인지 흐리멍텅한 정신 아래로 감각이 자꾸만 아득해져만 갔다. 살고자 하는 생명의 가장 기본된 욕망이자 본질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죽음이 달가웠다는 사실이.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위해 이제껏 싸웠던 건가. 어스름에 어슴푸레 빛을 밝히는 잔상이 하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찰나에 살고/존재하고/싶었어. 사랑하는 이 옆에서.)
 
당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목걸이 끝에 매달린 수정이 뜨거워집니다.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이미지
 
다비드:(당연히, 싸워야지. 팔다리가 움직이면, 폐부가 기능하고 심장이 뛴다면...)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이미지
 
다비드:(그런 질문에는 대가를 먼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죽음을 목전에 두고 저울질 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주어진다면 거머쥐는 것이 옳았다.)
 
수정이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이미지
 
다비드:(괜찮다. 인간이 아니라도 이제는 사랑을 받고 사랑을 줄 이가 있었다.)
 
수정은 불에 타는 듯한 열을 내뿜습니다.
 
이미지
 
다비드:(대체 누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이제는 데일 듯이 뜨거운 수정의 본래 주인인 미고라면 우습겠다. 내 삶의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라며. 헤어지는 것도 내가 결정할 거란--오만, 혹은 만용이다. 일단 당장 지금 상황을 해결하는 게 급했다.)
 
당신의 주변으로 증기와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열기는 당신의 온몸에 전이됩니다.
 
이미지
 
다비드:...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을 함께 할 수 있는 힘.
 
대답한 순간, 수정은 철컥, 소리와 함께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그 바늘을 사용하세요.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다비드는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이미지
 
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근력, 정신력…?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다비드:(상황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언제나처럼 본능적으로, 한가지 믿음으로. 아자토스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대 크리쳐 살상탄
1005020
70
성공
피해21
 
아자토스 찌꺼기가 괴로운 듯 제 몸을 뒤틀기 시작합니다.
 
아자토스:(꿈틀거리는 촉수 뻗어서 다비드 공격한다.)
근접전
1005020
38
어려운 성공
피해2
 
다비드:(이건 뭐.... 피할 필요도 못 느끼고 다시 발포했다.)
대 크리쳐 살상탄
1005020
91
성공
피해17
 
다비드:
대 크리쳐 살상탄
1005020
20
극단적 성공
피해21
 
탄환은 일직선을 그리며 나아가고, 그 끝은 폭발입니다.
 
아자토스:(땅을 기어다니며 건물을 엎어버리던 촉수 들어서 공격한다.)
근접전
1005020
39
어려운 성공
피해20
 
다비드:(성큼 다가가서 촉수에 대고 발포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1005020
18
극단적 성공
피해28
 
촉수가 부르르 떨더니 폭발음과 함께 녹아 내립니다.
 
다비드:
대 크리쳐 살상탄
1005020
26
어려운 성공
피해19
 
마지막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다비드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리은입니다.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당신은 리은이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죽어가는 나.
 
살아갈 당신.
 
다비드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리은이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굴러 다비드의 뺨에 떨어집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지대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다비드가 보지 못하는 봄은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다비드:(난데없는 투명한 것이 뺨을 타고 흘렀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면, 제법 낭만적이네. 이런 것에 자격이 있을련지 확신이 들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 눈과 같이 흩날리는 힘을 끌어모아 손목을 뒤틀어 네 손목을 잡았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영원히 함께... 있을, 아니. 있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좀 아쉽다. (가는 눈 접어 웃었다. 웃으면 나름 해피엔딩으로 보이지 않을까, 아니면 진심으로 웃음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네 속도 모른 체. 모든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잖아. 진부하지만 좋아해. 모두의 해피엔딩은 될 수 없겠지만,) 행복했어, 행복해. 은아. 크리스마스 선물 세트를 줄 수는 없겠지만,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들을 그러모아 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어. (아쉬움은 조금 남기는 것이 낫겠다. 그러면 언젠가의 내일을 기다리게 되니까.)
 
"행복했어, 행복해. 은아."
 
리은이 당신을 놓은 게 먼저였을까요,
 
당신의 손끝까지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 먼저였을까요.
 
다비드는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리은의 모습을 봅니다.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는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
 
.
 
.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다비드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다비드는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누군가: 괜찮으세요?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리은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잠깐, 리은의 얼굴이라고요?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다비드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리은은 낯선 모습입니다.
 
그는 오른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정장을 입은 채 말합니다.
 
리은:크리쳐 사태 종식 이후 100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마침내 선포합니다.
안심하십시오, 시민 여러분. 세계는 영원히 '안전'할 것입니다.
 
이미지
 
Credit
 
.KPC?
 
Staff
 
청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