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가 의식을 잃고 잠에 빠진지 며칠이 흘렀습니다.
어떤 채널에도 유쾌한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게 되었으며 거리의 가게는 어디나 문을 닫았습니다.
모두가 눈을 뜨는 것과 이안 또한 잠에 빠져드는 것, 어느 쪽이 먼저일까요.
문득, 리아의 옆을 지키던 이안은 리아가 희미하게 입을 움직이는 것을 봅니다.
거리의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지 반 년이 넘어갑니다.
주인을 잃은 반려 동물들은 집을 빠져나와 거리를 떠돌기 시작합니다.
이제 사람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종말론에 대해 떠드는 인터넷 커뮤니티 정도입니다.
어쩐지 현실감 없이 멀게만 느껴지던 그 사태는 갑작스레 다가왔습니다.
리아마저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입원하고자 해도 병원은 어디든 만실이며 치료법도 없었기에, 잠든 리아는 자신의 방에 누워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평소처럼 다음날이면 눈을 뜰 것 같은 모습으로….
세계가 이 꼴이며 리아 또한 잠에 빠져들었기에 이성 판정, (1D3/1D5).
이안 J. 휴고:종말론 같은 거 안 믿었는데. (씁쓸함이 매마른 입안을 맴돈다.) 당신은 왜 잠들어 있어요?
SAN Roll기준치: | 70/35/14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직까지 잠에 빠지지 않은 이안은 리아의 병문안에 왔습니다.
어차피 방에 틀어박힌다고 피할 수 있는 병도 아닙니다.
리아의 집은 조용하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집에는 자신의 방,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리아 뿐입니다.
이안 J. 휴고:오늘따라 유난히 더 낯서네. (흔들어 깨우는 건 해봤고, 찬물 끼얹기도 해봤고.... 오늘은 뭘 해야할지 고민하며 익숙하게 방 둘러본다.)
TV에서는 오래 전부터 하나의 특별 방송만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원인 불명의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되도록…]
너무나 많이 들어 지금은 억양이나 어조마저 따라할 수 있는 방송입니다.
[원인 불명의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태는 현재 국경을 불문하고 동시다발적 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각 국의 정상들이 임시 대책 위원회를 수립해 대응책 수립 및 원인 규명에 나설 예정입니다.]
[현재까지는 감염경로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으므로,]
[시민 여러분께서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시며 부득이한 출입 시 반드시 방호복 착용 후 전신을 깔끔하게 소독하시고 12시간 내에는 타인과의 접촉을 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후 이안은 리아의 방을 살펴볼 수도 있고, 가만히 옆을 지키거나 리아의 상태를 본 후 돌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리아의 방에서 눈에 띄는 것은
책상
과
책장
, 왠 뜯어진
택배 박스
와 리아가 누워있는
침대
정도입니다.
이안 J. 휴고:…바랍니다. (나지막하게 마지막 방송 문구를 중얼거리고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택배 박스를 본다.) 이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리아가 열어보고 치우지 않았던 듯 열려 있는 택배박스입니다.
받는 이 이름에 리아의 주소와 이름만 표기되어 있을 뿐 누가 보냈는지는 적혀있지 않습니다.
안에는 반쯤 벗겨진 에어캡과 오르골 하나가 들어있습니다만,
오르골은 고장났는지 태엽을 감아도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이안 J. 휴고:온라인 주문한 건가...? (고장났다고 판단하면 혀 짧게 찬다. 오르골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책상을 본다.)
책상 위에는
탁상달력
과 리아의
노트
,
얇은 팜플렛
몇 권이 놓여있습니다.
이안 J. 휴고:다음에는 청소라도 해...야하나? (내가? 고민하며 탁상달력을 본다.)
탁상 달력은 어째선지 두 달 전 페이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날짜에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으며, 그 안에 3, 5, 8, 4, 10… 등의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 표시는 지난달에도, 다음달에도 이어져 리아가 의식을 잃기 이틀 전까지 계속되어 있습니다.
이안 J. 휴고:로또 번호? (이런생각하며....) 그러고보니 사람들이 잠들기 시작한 게 반 년 전쯤 아닌가? (인상 찌푸리며 탐플렛을 본다.)
얇은 팜플렛은 이전까지 리아가 읽었던 듯, 책갈피가 꽂혀 있거나 접어 표시해둔 부분이 보입니다.
하나같이 웨딩 컨벤션이나 컨설팅 업체, 결혼 박람회 등에 관한 팜플렛입니다.
이안 J. 휴고:관찰력기준치: | 45/22/9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내가 헛것을 봤나)
자료조사기준치: | 70/35/14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음, 헛것인가봐.)
이안 J. 휴고:(눈물 한방울 또르륵.....) 리아 씨... 언제부터 결혼 생각을.....
헛생각을 하며 팜플렛을 살피자니 그중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지네요.
이안 J. 휴고:(헛생각) ? (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는다.)
이안 J. 휴고:...이 사람, 진심인가? (잠들어있는 리아 흘끗 보고 뒷목 긁적인다.) 연애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미심쩍은 표정으로 노트도 본다.)
리아의 노트는 평소 리아가 자잘한 메모나 낙서 등을 하던 것입니다.
자잘하게 적어둔 푸념이나 앞으로의 계획따위들이 쓰여있습니다.
이 노트가 다시 쓰여지는 날이 올 수 있는걸까요?
SAN Roll기준치: | 69/34/13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안 J. 휴고:이런 거 보면 괜히 떠올리게 된단 말이야. (당신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 같은 거. 설명하기 모호한 감정 한아름 안고 책장을 바라본다.)
책장에는 평소 리아가 좋아하던 책들이 꽂혀있습니다만, 맨 위 검은 파일이 두 권 쌓여 있습니다.
안에는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둔 것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는 기사들이 마구잡이로 붙여져 있습니다.
리아는 이 사태에 대해 뭔가 알아보고 있었던 걸까요?
이안 J. 휴고: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유독 결혼이나 웨딩 업체와 관련된 사람들이 증세가 퍼지기 시작하던 초기에 상당 수 의식을 잃었습니다.
이안 J. 휴고:(슬슬 불안감이 시동을 거네)(심신의 안정을 위해 읽을만한 책은 뭐 없나 본다)
연기의 기초라던가 무대장치의 이해... 뭐 그런것들이 태반.
이안 J. 휴고:(예전에 잠깐 연기 가르쳐주던 모습 떠올림!)(대본은 없나? 뒤적뒤적...)
이안 J. 휴고:(당신도 참 열심히 살았다, 싶었다.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메모 몇 개 읽다가 본래의 자리에 넣어두고 로맨스 소설 하나 집어서 침대 쪽으로 간다.)
침대에서는 리아가 가늘게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마치 내일이라도 일어날 듯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이안 J. 휴고:(잠깐 고민하더니 메모장 위에 뭔가 휘갈겨 쓰고 일기장 위에 붙여둔다.)
이안 J. 휴고:('또 날 속였어요?!'/'괘씸죄 추가'/'언제 일어날 거예요? ㅠ' 이런거.)
이안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리아의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이안 J. 휴고:(여태껏 바라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제가 헛것을 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아씨? (되묻고. 침대로 가까이 다가가 몸을 숙였다. 손에 와닿는 여전한 온기, 쓰러지기전 마지막 기억.)
SAN Roll기준치: | 69/34/13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안 J. 휴고:듣기기준치: | 20/10/4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멀어져가는 의식 너머로 희미한 소리를 듣습니다.
환청이 아닌 듯, 그 소리는 점점 강해집니다.
다행이다. 뭔가 잘못된 줄 알고…
그렇게 말하며 울 듯한 얼굴로 크게 안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분명 리아입니다.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그리운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리고 있습니다.
이안 J. 휴고:....? (깜빡... 뒤늦게 벌떡 일어나 당신 붙잡는다.) 당신! 이, 일어났어요?
그러나 이곳은 방금까지 있었던 리아의 방이라기엔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침대 위에 있는 것은 리아가 아닌 이안입니다.
방금까지 누워있던 리아를 살펴보고 있지 않았던가요?
다시 한 번 리아를 살펴보니, 리아가 이안을 바라보는 눈빛 또한 어쩐지 이전과는 다릅니다.
리아 P. 아이아나:저기... (곤란한 얼굴로 이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웃습니다.) 많이 놀랐을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이름이 뭔가요?
이안 J. 휴고:......예? (어?)(그러고보니 눈빛에 총기가.... 도나?) 뭔 소리예요, 그게? 이건 또 무슨 장난이죠?
리아 P. 아이아나:아쉽지만 장난은 아니고... 이곳은 아마… 당신이 알던 세계와는 조금 다른 곳일거에요. 반응을 보니 그곳에서는 저와 아는 사이였나보네요.(시선은 이안의 귀에 달린 귀걸이에 있다.)
이안 J. 휴고:세...계요?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깜박... 깜박...) 아주 잘 아는 사이였죠? 아, 아닌가? 일기 보고나니까 잘 몰랐던 것 같기도... (중얼)
리아 P. 아이아나:뭐라고 설명할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조금 이상한 세상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문제를 잘 모르고 있지만. 꼭 제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그게 맞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말하며 리아는 방 구석에서 잡지나 신문 뭉텅이를 꺼내옵니다.
이안 J. 휴고: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모든 잡지와 신문에 행복하며, 긍정적이고 신에 대한 감사로 가득한 글밖에 써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비평이나 불행한 사고, 안타까운 사연 등은 일절 보이지 않아 사이비 종교 집단인 양 오싹한 느낌마저 주고 있습니다.
또한, 잡지와 신문에 실려있는 이름들이 현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들의 이름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리아 P. 아이아나: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뭔가,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정말 원래 이랬던건가? 싶어서…. 상점 제비뽑기에 1등 상품만 있고, 도전한 모든 일이 잘 풀려요. 기아라는 단어는 왜 존재하는걸까요? 전쟁은? 그런건 단 한 번도 존재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에 사는 다른 사람들은 전부 무시하거나 그닥 좋지 못 한 반응 뿐이었어요. 그래서... 이방인인 당신한테 묻는거예요.
이안 J. 휴고:(인상 잔뜩 찡그리고 잡지와 신문을 번갈아보다가 리아를 올려다본다.) 이게... 진짜라구요? 당신은요? 당신도 마냥 행복하기만 해요?
리아 P. 아이아나:...(잠시간 고민하는 얼굴이다가, 어색하게 웃는다.) 위화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그랬어요.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잘 풀리는 인생인데 그렇지 않을 이유도 없지, 하고.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건... ...귀걸이 한 쪽이 없다는걸 인지한 순간... 딱 그 때부터 였던 것 같아요. 원래 두 개 일텐데. 나머지 하나는 어디에 있는거지... 하고.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거 있죠? 그게 너무 이상했어요. 무언가 잃어버리는 경험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는 거, 잃어버린다는 개념을... 인지한 순간에... 세상에 있을 리가 없는데 존재하는 단어가 너무 많은거 있죠. 절망이라거나, 좌절이라거나. ...하나는 원래 세상에서의 제가 당신에게 넘겨줬었나봐요.
이안 J. 휴고:잘 풀리는 인생이라면... 뭐, 대스타라도 되나요? (무의식적으로 제 오른쪽 귀를 만지작 거린다.) 그 귀걸이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알구요? (깜빡...) 그랬었죠.
리아 P. 아이아나:절 모르는 사람은 근방에 없죠? 하하, 정말 이방인이기는 하구나. 귀걸이? (제 귀 만지작거리다가...) 글쎄요. 그냥 예뻐서 좋아했던건데. 그래서 두 개가 다 있으면 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당신이 더 반가운 것도 있네요. 이제 이름 말해줄 마음이 좀 나요?
이안 J. 휴고:하하.... 그건 잘 됐네요. (완전 다른 사람인 것 같다가도 제 친숙한 이를 떠올리게 되고. 반가움과 생소함 사이 어딘가에 갈팡지팡하다 뒤늦게 답한다) ...이안. 이안이라고 합니다.
리아 P. 아이아나:원래는 어떻게 불렀는지 모르겠네... 이안, 내 이름은 알고 있어요?
이안 J. 휴고:평소에는... 형사님, 이라고 불렀죠. 리아 아이아나 잖아요. 혹시 이름도 달라요?
리아 P. 아이아나:형사... (빤히... 빤히... 보다가 잠시 뒤에서야 아, 하고) 그... 형사라는 직업이 여기에는 없거든요. 좀 놀랐어요. 그리고 그건 내 이름 맞아요. 리아 P. 아이아나. 정말 아는 사이였구나.
이안 J. 휴고:............아? (뒤늦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럼 제가 뭐 하는지도 모르시나요?
리아 P. 아이아나:나...쁜 사람을 잡는다? (음.) 개념은 알아요. 하지만 여기에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는걸.
이안 J. 휴고:(원래 세상에서 당신이 범죄자(?)였고 본인이 당신이 잡으려고 했다는 것을 말해도 되는 건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잠시 유보하기로 한다.) 살기 좋은 세상이네요. ...그래도.
리아 P. 아이아나:...이상향에 가까운 곳이죠. 그래도 여긴 뭔가 이상한 곳이에요. ...그래서 나가고 싶고.
그러니까... 괜찮다면 도와주지 않겠어요? 다른 세계를 알고 있는 이안의 도움이 필요해요. 이곳에 대해 같이 알아봐줄 수 없을까요? 이안이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도 찾아볼테니까...
이안 J. 휴고:제가 왔던 세계는 지금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해요. 다들 갑자기 잠들어서... 혹시 여기가 꿈속 세계 같은 건 아니겠지? (중얼...) ....어떻게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과 이렇게 얽힐 수 있을까... (익숙하게 승낙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하필이면 지금 필기가 가득했던 대본집이 떠올랐다.) 정말로 나가고 싶어요? 상실감이나 절망, 좌절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리아 P. 아이아나:잠이라... 그곳에서는 저도 잠들어 있는걸까요? 그럼 그곳과 이곳의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도 있겠어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하고 덧붙인다.) ...있잖아요, 노력하지 않고 모든 바라는게 이루어지는 삶이... 음,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무대에 서면 완벽한 극이 되고, 영화 촬영에 나가면 주역으로 화면을 휘어잡고... 분명 그건 정말 기쁜 일이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성취감이라는게 없다고 하면 어때요? ...이 일을... 저말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아마 그랬을텐데. 그런 감정을 다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요. 그건 그닥 유쾌한 기분은 아니고요. 대답이 됐을까요?
이안 J. 휴고:잠들었죠, 저도 이곳에서 다시 눈뜨기 전에 갑자기 잠든 것 같고. (듣다보니 책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전과 다르게 깨끗한 대본들. 때묻지 않은 페이지 따위가.) ...당신이 잃어버린 귀걸이를 찾지 못했으면 몰랐을까... (그건 아쉬울 일일지도 모르겠다. 헛생각 갈무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요, 그러면 같이 찾아보죠. 어디부터 갈까요?
리아 P. 아이아나:... 그 전에 여기... 음. 가족이랑 같이 사는 집이어서요... (그러니까 이 말의 뜻은... 부모님이 밖에 있는데 외간남자가 방에 뚝떨어진 상황이라고...)
이안 J. 휴고:(어.엄마야.)..........(비명 삼킨다)....부모님이 있었어요?! (다소 실례될 수도 있는 말....)
리아 P. 아이아나:말의 의미를 모르겠네. 없지는 않아요.
이안 J. 휴고:(아 뭔가 죄짓는 기분....)...창문에서 뛰어내릴까요?
고요했던 창 밖에서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 또한 들리네요.
들은지 제법 오래 된 사람들이 살아가며 생활하는 소리입니다.
"아침 먹어야지, 리아. 어머, 그 쪽은…?"
리아 P. 아이아나:친구야. 놀러왔다고 안 했었나? 아까 집에 없었으니까 모를 만도 하지. (능청스레 넘겨요)
리아의 부모님은 납득은 하나 미심쩍은 표정을 보입니다.
이안은 현재 이른 아침부터 인사도 없이 남의 방에 와 있는 사람이므로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어쩐지 쎄한 느낌을 주네요.
“우리 집에도 도와달라는 얘기가 와서, 심부름을 좀 해 줬으면 해.”
리아 P. 아이아나:음... 알았어. 부케 말하는거지? 산책할 겸사 다녀올게.
리아의 부모님은 리아와 몇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밖으로 나갑니다.
리아 P. 아이아나:하하. 놀랐죠? 저도 그래요...
이안 J. 휴고:오셔서 놀랐고.... 결혼식 얘기가 나와서 또 놀랐네요. 요즘 따라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을 유독 많이 듣는 기분인데.
리아 P. 아이아나:결혼이야 뭐...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니까요.
이안 J. 휴고:여긴 다들 결혼을 많이 하나봅니다...?
리아 P. 아이아나:대부분... 할 때 되면 하는거죠. 전 아직 안 했긴 한데... 조만간 하러 갈 생각이기도 했거든요.
이안 J. 휴고:ㅇ....예? (쿨럭) 그게 생각대로 돼요? 제가 알고있는 결혼은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데? 아니 것보다 연애 중이었어요?
리아 P. 아이아나: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갸웃...) 결혼은 신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의식이잖아요? 연애는 왜...
이안 J. 휴고:............?? (마시지도 않은 물을 뱉을 뻔...) 그, 결혼을 하려면 결혼하는 상대가 필요하잖아요? 보통 사랑하거나 연애했던 상대와 함께 하고?
리아 P. 아이아나:흠... 다른거랑 착각한거 아니죠? (신문 한 부를 찾아와 맨 뒷 장을 펼쳐 보여준다. 한 바닥을 차지하는 전면광고의 페이지.)
리아 P. 아이아나:여기 이 월링턴이라는 사람이 사제님이세요. 이 세계에서 유일한 찬송가를 만들어 연주하는 사람이자,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기도회 때는 안 오시고... 결혼식에서나 오셔요.
이안 J. 휴고:허어? 이건 결혼식이 아니라 세례식 같은데. 그러니까... 결혼하는 대상은 없는 거예요? 진짜? (반사적으로 사이비...라고 할 뻔했다.)
리아 P. 아이아나:따지자면 신이려나. 원래는 결혼이 다른 의미인거죠?사랑하는 사람이나 연애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고?
이안 J. 휴고:신과 결혼을 한다니... 이상하지 않아요? (찌풀...) 보통은, 네.
리아 P. 아이아나:여기에선 이게 보편이라.그렇게 말하셔도 잘... 그걸 포하해서 알아보죠. 이제 나갈까요?(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안 J. 휴고:끄응... 그러죠. 어디로 갑니까, 꽃집? (뒤따라 일어난다.)
리아가 집에서 나가기 전 리아의 부모님은 리아를 따로 불러냅니다.
이안 J. 휴고:듣기기준치: | 20/10/4 |
굴림: | 51 |
판정결과: | 실패 |
(그냥 나중에 리아한테 물어볼 생각인듯)
"리아, ...는 가려 사귀는게 좋지 않..."
"저 애,......... 니까. 같이 있어봤자.... 않고."
리아 P. 아이아나:...그래도 내 친구야. 왜 그렇게...
무언가를 말하려던 리아의 부모님 목소리는 돌연 뚝 끊깁니다.
“그 래그렇 ???? ▒ 나. 네. 친?구▒면. 괜찮! 은. 거겠지.”
“무? 슨일같▒게. 일? 어날리없으! 니, 까.”
새된 소리로, 명백하게 괴상한 억양을 담아 리아의 부모님은 그렇게 말합니다.
그러더니 바로 평소와 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너무 늦지 말고 다녀오렴. 조심하고, 사랑해.”
이안 J. 휴고:SAN Roll기준치: | 71/35/14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리아가 부모님과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은 약간 겁에 질려있 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안 J. 휴고:(가늘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 무슨 대화를 나누셨길래 표정이 그래요? 혼나셨어요? (말 잘못하면 남의 부모님 냅다 욕하는 사람이 되니까.....)
리아 P. 아이아나:...그냥, 그렇다기 보단... 평소랑 좀 달라서.
이안 J. 휴고:혹시 저 때문은 아니겠죠. .....
리아 P. 아이아나:...아마 아닐걸...요? (확신은 못 하겠다.) ... ...아마도.
이안 J. 휴고:...아마도를 두번이나 말씀하셨는데요... 뭐라고 하셨어요? (들으면 안 되는 건가?)
리아 P. 아이아나:...(곰곰...)) 그냥 걱정된다는 말이었어요. 다 큰 딸 방에 아침부터 외간남자가 있었으니 걱정이 될 만도 한 것 같고...
이안 J. 휴고:아. (아) 그, 그쵸. 아무래도. (죄책감 때문인지 조금 낡은 얼굴 손으로 쓸어내린다.) 아니, 근데 외간 남자는 안 되는데 신이랑 결혼은 괜찮은 거야? (고개 퍼뜩 듬)
리아 P. 아이아나:(그 사이에 낡았네, 사람이... 뭔가 좀 웃기다.) 아무튼, 정말 괜찮으니 이제 가요. 밖 구경도 겸사겸사 시켜줄게요.
이안 J. 휴고:(뭐지? 시선이 낯설어서 떨떠름한 표정...) 그래요. (끄덕)
모든 것이 명도와 채도의 차이만 있을 뿐 노란 빛으로 도색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마치 조각된 듯한 웃는 얼굴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안의 주변인 중 잠들었던 사람이 있다면 보일 수도 있겠네요.
이안 J. 휴고:SAN Roll기준치: | 71/35/14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행복해보이네.)
리아의 심부름 내용은 꽃집에서 꽃다발을 받아 내일 식을 올리는 사람 중 한 명의 집에 전달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돌아다니고 있으며, 힐끔힐끔 이안을 쳐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안 J. 휴고:(두리번거린다.) ...사람들이 절 보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요?
리아 P. 아이아나:음... (시선 따라갔다가) 외부인이라서 그런가? 모두 행복한 곳이긴 하지만 동시에... 예민한 동네기도 하거든요. (소근거린다.)
분위기를 좀 보는게 좋으려나? 꽃집까지 가는 길에 좀 둘러봐도 괜찮구요. (라고 말하며 길목의 서점과 음반가게를 가리킵니다.) 궁금한 곳 있어요?
이안 J. 휴고:저 책과는 담 쌓아두고 지내는데. 음반가게 가볼까요? (그쪽으로 고갯짓.) 자주 갑니까?
리아 P. 아이아나:뭐어... 비슷한 곡만 있어서 그다지. (애매모호한 얼굴로 시선을 굴리다가... 이내 웃음짓는다.) 가서 확인해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죠.
이안 J. 휴고:…성가 같은 거만 있는 건 아니겠죠? (저 미소 적응 안 된다. 시선 슥 피하고 먼저 발걸음 옮긴다.)
가게에 들어서자 지나치게 밝은 CM송이 흐릅니다.
벽에는 새로 나온 신곡의 가사나 포스터 등등이 잔뜩 붙어있습니다.
이안 J. 휴고:관찰력기준치: | 45/22/9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건 뭔… 노래지.
이안 J. 휴고:이, 이게 뭔...? 아무 일도 없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리아 P. 아이아나:뭐... 말 그대로죠. 괴롭거나 힘들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달리 말하면 별일 없는 상태로 영원하다는 거죠. ...썩 좋게 보이진 않죠?
이안 J. 휴고:애초에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네요. 아무런 일도 없으면 행복한 일도 없는 게 아닌가? (인상찌풀...) 이게 다예요? (주위 두리번 거린다.)
리아 P. 아이아나:(안으로 들어가 CD 몇 개를 가져온다.) 다는 아니고...찬송가에 아까 저 포스터랑 같지만 멜로디가 다른 곡. 비슷한 내용인 거. 신에게 감사하자는 곡이랑... (이후로도 비슷한 리스트가 이어진다.)그런데도 매출은 잘 나와요.신기하지 않아요?
이안 J. 휴고:(CD 내려다본다.) 사가는 사람들 다들 엇비슷한 생각하고 지내는가보죠. 아니면 세뇌라도 당했나... 이것들 사갈 거예요? (손가락으로 CD 툭 건드린다.)
리아 P. 아이아나:흠... (이안 슬적 봤다가) 찬송가 하나 사갈까요?(장난.)
이안 J. 휴고:이쪽 신을 찬송하는 노래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요. (질색)
리아 P. 아이아나:아,엄청 싫어하네... (쿡쿡거리며 웃는다. CD 제자리에 돌려놓고)
장난이에요. 너무 대놓고 싫어하고 있지 않아요?
이안 J. 휴고:싫은 걸 어떡해요. 전 배우도 아니고... 감정 숨기는데 재능 없어요. (뒷통수 긁적인다.)
리아 P. 아이아나:숨기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냥 엄청 싫어하는게... ... 웃겨서...
이안 J. 휴고:... .... .... ........나갑시다.
리아 P. 아이아나:공백이 길어. 내가 미안해요. ...조금.
안 쪽으로 들어서면 음반 가게 점원과 이야기하고 있는, 꽃이 그려진 앞치마를 맨 사람이 보입니다.
꽃집 점원: 아, 리아? 부케 때문에 온 거지?
리아 P. 아이아나:아, 여기 계시네요. 맞아요. 조금 있다가 부케 배달하러 가려고요.
하지만 이안에게는 힐끗 눈길만을 한번 주더니, 마치 이안이 없는 것 처럼 대하네요.
이안 J. 휴고:.................................미안해요? (공백이 더 길어졌다) 안녕하세요.
꽃집 점원: 그럼 가게로 돌아가 있을게. 이따가 와.(이안 인사는 그대로 무시하고 음반가게를 나섭니다.)
리아 P. 아이아나:네에...가셨네. (이안 흘끔.)
리아 P. 아이아나:뭐랄까... 역시 잘못한게 있는 것 같은데... (과장스럽게 세발자국 멀어진다. 놀리려고...)
이안 J. 휴고:아, 아니 어딜 가요? (멀어진만큼 또 성큼성큼 다가간다....) 저 진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요 (억울!)
리아 P. 아이아나:정말정말 억욱해보이시네요. 흠~ 믿어드릴까요? (^^)
이안 J. 휴고:하, 참, 나. 하, 참. 하, 제가 리아 씨 믿음 하나 못 얻었다고 못 살 것 같아요? (이런소리...)
리아 P. 아이아나:그럼 안 믿는걸로 할 게요. (정색.)
이안 J. 휴고:제발요 안돼요 저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저 여기서 아는 사람 리아 씨 밖에 없단 말이에요 (털썩)
리아 P. 아이아나:...원래도 이런 성격인가요?
이안 J. 휴고:아뇨, 여기 와서 좀 변했어요.
리아 P. 아이아나:아하. 놀리기 재미있는 타입이란건 알겠어요. (찡긋.)
이제서야 눈치챘는데, 두 사람은 음반 가게 점원이 꺼내둔 어떤 상자를 들여다 보고 있었던 듯 합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호각입니다.
이안 J. 휴고:(이럴수가. 버릇 잘못 들여놨다.) ...이건 뭐죠?
리아 P. 아이아나:...(이안과 점원 번갈아 보다가...)
리아 P. 아이아나:저기... 이게 뭔가요? (대신 물어봐...)
음반 가게 점원: (리아의 말에는 대답해줍니다.) 사들인 CD 사이에 끼어 있으나 이 가게에서 이런 물건은 취급하지 않으니 가져가도 좋아요.
리아 P. 아이아나:그렇군요... (호각 빤히 보다가 집어들어요) 어쩐지 좋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가져갈게요~ (하고 웃어주고... 이안 등 살살 밀어서 음반가게 나옵니다.) 진짜 뭐 잘못한거 없는거죠?
이안 J. 휴고:아니, 진짜 제가 잘못한 게 있더라도 잊어야하는 거 아닙니까?
리아 P. 아이아나:...그런 것보단... 여기는 예민한 곳이라고 했잖아요. 그 탓일거라곤 생각하는데.... 반응이 재미있어서 놀리기를 멈추기 쉽지 않네요! (솔직)
이안 J. 휴고:...완전 제멋대로잖아?! 허어? 이런 건 어떻게 똑 닮았지. (같은 사람이니까.)
리아 P. 아이아나:원래의 저도 당신을 많이 놀렸나봐요? ...하지만 먼저 놀리기 좋으셨죠?
이안 J. 휴고:아닐걸요?! 당신 원래부터 사람가지고 잘 놀았어요. (흥.) (도망치듯이 서점으로 향한다...)
리아 P. 아이아나:도망친다~ (이러고 놀리면서 따라가는거겠죠)
소설책, 동화책
,
에세이
나
성서
등 많은 종류가 보이네요.
이안 J. 휴고:(하 유치원 때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놀릴 때의 기분이 이런 건가) 이거나 봅시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거네요. (소설동화책 꺼내서 보여준다.)
리아 P. 아이아나:참나. 말돌리기 있어요? 이런식으로 피해가는군요?
책을 훑으면 내용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책에 태어날 때부터 행복했던 어떤 사람이 모든 것을 이뤄 신과 함께했다는 내용만 패턴을 달리해가며 적혀있습니다.
어떤 등장 인물도 역경이나 슬픈 일을 겪고있지 않으며, 성장하지도 않습니다.
이안 J. 휴고:이...이야... 진짜 행복해보인다... 저는 이거 읽어볼게요. (에세이 집어서 읽어본다.)
기분나쁠 정도로 행복이나 신에 대한 찬가같은 제목들이 가득합니다.
이안 J. 휴고:....이쯤 되니 이건 무슨 내용일지 정말 궁금해지는데. (그 옆에 성서 펼쳐두고 읽어본다.)
책장에는 성서라고 적힌 상자 뿐으로, ‘필요하실 경우 직원을 불러주세요’ 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있습니다.
이안 J. 휴고:(허공을 펼쳤나보다.) 저 직원 찾아올게요. ...무시하려나?
리아 P. 아이아나:...아마도요. 그래도 궁금하다면 시도는 해보는게 어때요? 안되면 내가 도와줄게요.
이안 J. 휴고:그래요, 그러면 같이 갑시다. (직원 찾아서 터벅터벅....)
직원: 찾으시는게... (이안 위아래로 훑어본다.) ..........있으십니까.
이안 J. 휴고:하... 제 말이 안 들립니까? (험......악한 표정 지어보나?)
(그냥 바보 표정 지은 사람 됨)
이안 J. 휴고: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이상한 사람 아니라니까요.
설득기준치: | 50/25/10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응 이상한 사람.)
리아 P. 아이아나:...저기. 성서를 찾고있는데 꺼내주실 수 있나요?
직원: (이안을 흘끔 봤다가) 동행이신가요? 그러면 좀...
리아 P. 아이아나:...부탁 좀 드릴게요. (직원 손 꼭 잡고...)
매혹기준치: | 85/42/17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직원: (난감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원래는 안 되지만… 판매는 불가능합니다. 살펴본 후 돌려주세요.
직원은 안쪽에서 검은색 표지에 금박으로 제목이 적힌 하드커버 책 한 권을 내옵니다.
리아 P. 아이아나:(성서 받아서 이안 손에 들려줍니다.) 동행인한테까지 깐깐하게(소근) 구는줄은 몰랐네요.
이안 J. 휴고:...또 놀림받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알아주셔서 감사하네요. (아까 자리로 돌아가서 성서 펼쳐본다.)
리아 P. 아이아나:제가 맨날맨날 놀리는 사람인줄 알아요?
이 뒤의 내용은 어쩐지 정신을 모호하게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신화라기보다 마치 연극, 희곡같은 내용의 요약본이 적혀있습니다.
이안 J. 휴고:정신기준치: | 70/35/14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쩐지 세상이 빙빙 도는듯한 느낌을 받아 현기증을 못이기고 책을 닫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이성이 가볍게 억눌리며 행복의 세계에 빠져들어 가는 해방감.
이안 J. 휴고:...와, 말도 안돼. 나 방금 행복하다고 생각한 거야?
리아 P. 아이아나:...괜찮아요? 그리고 직원분이 성서, 돌려달라고 하시는데... (하고 이안 눈치를 조금씩 보고있네요)
이안 J. 휴고:...아, 네. 가져가세요. 찢으면 안 되겠죠.
리아 P. 아이아나:진...진정하세요. (책 받고...) ...뭐 부수면 안 돼요...!! (호다닥 직원에게로...)
이안 J. 휴고:절 뭐로 보고있는... (후다닥 가는 뒷모습 빤히 봄...)
리아 P. 아이아나:(잽싸게 돌아와서...) 제대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 맞아요? 괜히 불안하네...
이안 J. 휴고:이거 억울해서 한번 진짜 파괴왕처럼 난장판이라도 벌어야할 것 같아요.
...
...진짜 그러지 마요. (긴장!)
이안 J. 휴고:...긴장하세요. (안 하겠다는 소린 안 한다.) 다 봤으면 나갈까요? 뭐 사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리아 P. 아이아나:무서워...(도끼눈 뜨고 이안 빤히... 빤히... 감시 잘 해야겠다.) 나가요. 계속 있다간 큰일날 것 같아...
이안 J. 휴고:부담스러워요. (시선 스윽 피하고 밖으로 나간다.) 이제 꽃집 가면 됩니까?
리아 P. 아이아나:(끄덕. 시선은 여전히 이안에게...)
이안 J. 휴고:아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워 (중얼대며 저벅저벅저벅...)
가게에 들른다면 가게 안 쪽 카운터에서 직원이 꽃을 포장하고 있네요.
가게 안에 있는 꽃이나 식물은 전부 노란빛입니다.
원래는 초록색일 잎사귀나 줄기마저도 짙은 노란색을 띄고 있네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입니다만, 눈 앞의 풍경과 대비되어 위화감을 가져다 줍니다.
직원이 일하고 있던 듯한 작업대 위에는 자르다 만 리본 조각이나 가위, 쓰다 만
편지 한 장
이 놓여있습니다.
이안 J. 휴고:여기 사람들은 노란색을 좋아하네요. (스스로에게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건 뭐지? (편지 들어본다. 이왕 파괴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으니 멋대로 읽어보기로.)
편지의 수신인은 ‘웰링턴 L. 부르크’입니다.
이안 J. 휴고: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조만간 있을 식이라고 하면... (리아 본다.)
이 웰링턴이라는 사람이 현실 세계와 이 세계를 오가고 있으며, 그가 사람들을 잠들게 만 드는 주범이 아닌가 하고 깨닫습니다.
편지를 읽고 나면 안 쪽에서 직원이 나와 꽃다발을 건넵니다.
미색 포장지와 리본으로 장식된 노란 백일홍 한 다발입니다.
이안 J. 휴고:모니카가 누굽니까? (리아한테 속삭인다.)
리아 P. 아이아나:요 근처에 사는 사람이에요. 노랑 장미 집인데... 거기까지 배달하는게 심부름이기도 하고, 가서 보죠?
이안 J. 휴고:내일 열리는 결혼식의 신부인가. 그래요. 주소는 알아요?
리아 P. 아이아나:맞아요. 요 옆길로 돌아서 건너가면 금방 가요. (손가락으로 모퉁이를 꺾는 시늉)
꽃집에서 일을 마쳤다면 다음에는 꽃다발을 전달하러 갈 차례입니다.
모니카의 집은 상점가의 중앙 광장 근처에 위치한 노란 장미 덩쿨로 덮여있는 작은 주택입니다.
대문 옆에 레이스 리본이 묶인 깃발이 하나 매달려 있으며, 그 아래에 들꽃 여러 송이가 쌓여 있습니다.
초인종을 눌러도 돌아오는 답은 없으며, 문은 잠겨있지 않습니다.
이안 J. 휴고:무슨 동화책에 나올 것처럼 생겼네. 치안 문제가 없다는 게 정말인가봐요. 문도 이렇게 열어놓고. (문만 슬쩍 열고 리아 한테 손짓한다.)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들어가면 놀랄 것 같으니까...
리아 P. 아이아나:하하... 도둑도 없으니까 말이죠. 초인종을 눌러도 답이 없는걸 보면 집에 없는 것 같기도... (문 살짝 열고 들어가본다.) 계세요?
이안 J. 휴고:(쪽지 읽어보고) …주거침입하는 기분이 조금 드는데… 꽃다발만 두고 나오죠.
리아 P. 아이아나:주거침입? (갸웃...) 괜찮아요. 저희 집도 다른 사람들이 와서 쉬다 가기도 하니까. (당연한듯 안으로 들어갑니다.)
복도 너머에는 거실로 이어지는 문이 보입니다.
탁자 위에는 노란 장미꽃으로 장식된 흰 웨딩드레스와 함께 안내문같은
종이 한 장
이 놓여 있습니다.
이안 J. 휴고:혹시 주거침입이 뭔지 몰라요? 당신이? (얼빠진 표정) 와, 화려해라. 노란 장미의 꽃말이 뭡니까? 이렇게까지 치장해놓은 걸 보면 아주 좋은 거라도 되나본데. (종이 들어서 읽어본다.)
리아 P. 아이아나:무슨 말인지 모르는건 아닌데, 음...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고 해야하나.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해야하나...
노란색이라고 다를게 있나요. 다른 색이 있는 것도 아닌걸.
이안 J. 휴고:ㅇ, 에?? 다른 색이... 없어요?
이안 J. 휴고:…결혼아 아니라 뭔… 세례식 같은데.
리아 P. 아이아나:없는 편이죠. 꽃집에서도 없었잖아요?
거실 옆쪽으로는 작은 방 문이 하나 있으며, [모니카]라는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리아 P. 아이아나:(방문 열고 들어가서 구경해봐요)
문을 열면 안쪽으로
침대
와
책상
,
책장
이 놓여있는 평범한 방이 보입니다.
이안 J. 휴고:…확실히, 리아 씨가 좋아할 세계관이긴 하네요… 주거침입을 해도 괜찮아, 슬프고 아픈 사람 없어…. (침대 슥 훑어본다.)
리아 P. 아이아나: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죠...
이안 J. 휴고:...아닙니다. (평범한 침대군.)(책상 본다.)
책상에는 둘둘 말려있는 양피지 종이 한 장과 잉크가 말라 붙은 깃펜 이 놓여있습니다.
이안 J. 휴고:요즘도 이런 걸 쓰나요? (양피지 펼쳐본다.)
리아 P. 아이아나:취미로 쓰는 사람이야 많죠. 잉크가 유행인 것 같던데.
펼쳐보니 ‘혼인 서약’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직접 작성한 것 같네요.
이안 J. 휴고:…이거 제대로네…. (책장도 본다.)
비어있는 액자 프레임이나 소설 책, 빈 노트 등이 꽂혀있습니다.
이안 J. 휴고:자료조사기준치: | 70/35/14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멍청)
이안 J. 휴고:
관찰력기준치: | 45/22/9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이안 J. 휴고:운기준치: | 60/30/12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유독 손때가 많이 묻어있는 책 한 권을 뽑습니다.
이안 J. 휴고:(웬일로 이게 되네.)(책 펼쳐서 읽어본다. 성서라도 되나.)
리아 P. 아이아나:(이안이 보는 글귀를 옆에서 같이 보다가...) 여기 써 있는 줄기 라는 거요. 이 서약문에 써 있는 대로라면 찬송가 악보를 말하는 걸까요?
이안 J. 휴고:허어.... 악보 따위가 세계를 지탱해줄 줄기가 된다라구요.
리아 P. 아이아나:그게 이 세계의 근간이라고 했어요. ...(무언가 생각난듯 이안을 바라본다.)그럼...
이안 J. 휴고: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창송가 악보가 이 세계를 지탱하는 줄기라면, 찬송가 악보를 파괴한다면 이 세게 역시 파괴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리아 P. 아이아나:악보는 늘 사제님이 지니고 있어요. 그 분은 결혼식 때에만 모습을 드러내거든요.
악보는 결혼을 하는 당사자 정도나 볼 수 있을거예요.
그러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결혼하죠?
이안 J. 휴고:…? (손가락으로 리아랑 본인 가리킨다.) ……???
………?!?!?!?!
리아 P. 아이아나:(끄덕.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밝은 미소.)
저도 당신도 여기에서 나가고 싶은 거잖아요?
여긴 뭔가 잘못된 곳이고!
그러면 저지할 방법이 필요한데...
그건 이미 알고있잖아요.
남은건 행하는 것 뿐 아닌가요?
이안 J. 휴고:(입 떡 벌린다.) 처음에는 사건 조사, 다음에는 데이트, 이제는 결혼까지요? 저 결혼은 처음이에요?!
리아 P. 아이아나:처음이니까 할 수 있는거죠! 나랑 결혼하는게... 그렇게 싫어요?
이안 J. 휴고:예? 저 혹시 지금 프로포즈 받은 건가요?
리아 P. 아이아나:(곰곰...) 그런걸로 칠까요?
이안 J. 휴고:……………그건 생각 못 해봤어요.
리아 P. 아이아나:... 깐깐해, 하여간... 그럼 어떡하고 싶어요? 저는 몰라도 당신은... 계속 여기에 있을수는 없잖아요. 시선들이라거나.
이안 J. 휴고:……차분하네요……. 충격 받거나 화낼 줄 알았는데. 너무하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이걸 바랐나? 빤히 쳐다본다.) 세계를 파괴하고 싶어요?
리아 P. 아이아나:뭐... 그쪽 세계에서는 다른 의미라고 했으니까 이해 못 하진 않아요. ...세계를 파괴하고 싶다라...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게 옳다는 생각은 해요.
이안 J. 휴고:예? (아!) 저만 또 거기 의미부여하고 있었던 거지? 하…. (얼굴 쓸어내린다.) …옳은 것 같으면, 해요. 해! 하, 그까짓 것 한번 해보죠.
리아 P. 아이아나:...강요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불편하면 안 해도 괜찮아요. 내가 끌어들인거니 해결도 내가 하는게 맞겠죠. 결혼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말이죠. 아무튼, 천천히 생각해봐요. 다시 말하지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위험할 수도 있고. 이만 나가죠! (이안을 이끌고 집 밖으로 나선다.)
이안 J. 휴고:혼자서 하라는 게 아니, 아. (쫓아나간다.)
모니카의 집에서 나오면 하루가 다 지나 노란 빛의 하늘이 어둑어둑 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앞,
중앙 광장에 수 많은 사람들이 조용하게 모여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집회라도 열고 있는것 같지만 대화하는 소리나 떠드는 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아 매우 고요합니다.
리아 P. 아이아나:맞다... 지금 기도회 시간이거든요. (작고 조심스레 속삭입니다.)
이안 J. 휴고:여기서 난장판 벌이면 어떻게 돼요? (옆에서 속삭인다.)
앉아있던 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이안과 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흉흉한 눈초리에는 분명한 적의가 담겨있습니다.
"대체 누가 데려온거야? 내쫓는게 좋지 않아?”
모든 사람들의 옷에 작게든 크게든 어떠한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문양은, 이전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문양입니다.
이안 J. 휴고:(처음에는 째려봤는데, 소리가 커지면 서서히 주늑이 들고. 압도된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SAN Roll기준치: | 69/34/13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을 바라본다.)
리아 P. 아이아나:...쪽수로 될 리가... 없잖아요!
그 손은 리아의 소맷자락을 잡아채고, 리아가 몸을 틀며 소맷자락이 뜯겨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문양이 새겨져 있던 소매자락을 밟으며 리아는 말합니다.
동시에 리아의 목소리를 덮는 괴성이 사방에서 울립니다.
아니 근데 사람들 이동력이 6인데 한번도 걸린 적이 없네
사람들 이동력 6, 이안 이동력 9로 추격전 없이도 사람들을 따돌릴 수 있습니다.
6...인데 도대체 무슨 탐사자를 짜야 걸리는걸까요?
리아는 이안을 이끌고 사거리와 골목길, 공원, 폐가를 지나쳐 인근 호텔에 도착합니다.
이 호텔의 프론트는 기계가 관리하고 있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안 J. 휴고:(상황파악 온전히 끝내기도 전에 달음질을 시작한다.) 헉… 하. 당신과 있으면 늘 신발끈을 잘 묶고 있어야 한다니까… (리아 호텔 안으로 밀어넣는다.)
리아 P. 아이아나:(말소리에 흘깃 뒤를 돌아본다.) 후... 나랑 있으면 뒬 일이 많나봐요? 사고라도 치고 다녔으려나...
무인 호텔은 도시 외곽에 위치해 머무는 사람이 적어 조용합니다.
리아 P. 아이아나: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야겠네요.
이안 J. 휴고:말해 뭐 해. (주변 확인하고 나서야 숨돌린다.) ……잠시만요, 저희 둘이요?
리아 P. 아이아나:하하... 여기선 얌전한데. 아, 그럼 당신은 제가 돌아가는걸 더 안좋아하려나? (농담조다.)
뭐... 엄한 생각 하는건 아니죠? 잠만 자고 나올건데. 파렴치한이면 방 두 개 잡아야 하나...
이안 J. 휴고:(충격) …저 방금 프로포즈 거절한 사람이잖아요?
돌아간다고 하는 건… 세계가 파괴 되서 원래 당신이 되는 거요…?
리아 P. 아이아나:결혼이랑 그거랑 관계 없잖아요? 혼전순결파? (말하며 웃음을 참는게 보인다. 놀리는 거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원래의 나는 별로 안 좋아했으려나 싶어서요.
이안 J. 휴고:쿨럭!!!! (만약 물을 마시고 있었으면 뿜었을 거다.)
리아 P. 아이아나:아하하. 반응이 재미잇다니까...
이안 J. 휴고:이 여자 정말 어떡하면 좋지. 안 좋아한 게 아니에요….
리아 P. 아이아나:그래도 피곤하단 투였는데~ 아닌가요?
이안 J. 휴고:아닌데요? 좋아해요. 싫은 감정도 있을 뿐이지.
그래도 이곳에선 미움받을 일이 없으니까,(당신은 예외였지만.) 아까 일도 그렇고,지금도...뭐어,신경은 좀 쓰여요.
이안 J. 휴고:지금 혹시 내가 당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리아 P. 아이아나:글쎄... 잘 모르겠어요.
그치만 당신에게 미움받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이안 J. 휴고:(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미 온갖 오해에 누명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제 미움까지 얹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안 미워합니다. 안 미워해요.
리아 P. 아이아나:애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부러 장난스레 말한다.) 어차피 당신이 원래 있던 세계의 저가 어떻게 살았는지도 어떤 성격인지도 모르고 있으니까... 그러니깍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요.
이안 J. 휴고:억울하지도 않아요?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 때문에 미움받는다고 하면.
리아 P. 아이아나:지금의 제가 낫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결핍도 없는 제가 어쨌거나 현재의 리아니까.
이안 J. 휴고:(본인은 당신에게 총을 쏘고 당신은 스턴건으로 지져졌다고 하면 어떤 반응일까…) 무슨 소리예요, 아주 큰 결핍이 있는데.
리아 P. 아이아나:(결핍이 있다는 이야기에 의아한 얼굴로 이안을 바라본다. 한참이나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다가...) 그래서 별로인가요?
이안 J. 휴고:(깜박. 마주친 시선에서 무엇을 봤더라.) 무슨 그런 질문을 해요. …제가 당신 두 명을 선상에 두고 선택하는 것 같잖아요….
리아 P. 아이아나:하하... 그냥, 마주하려니까 좀 불안해서. 그래서... 뭐가 결핍이라고 생각해요? (불안해도 마주본다. 나아간다. 상처입고 다칠지라도. 그게 본질이었다. 어디에서건.)
이안 J. 휴고:저, 형사입니다. 심리학자가 아니라고. (묻는 모양새가 어떠한 기억을 헤집는다. 본인의 기억 속에만 잔재하는 것. 차마 이 세계에 꺼내 놓을 수 없는 것. 괜한 심술이 났다.) 제가 아는 리아 씨가 없잖아요. 그게 결핍이에요.
리아 P. 아이아나:뭘 그렇게까지. 당신의 생각을 묻는 것 뿐이에요. (가볍게 웃는다.) 으응... 그렇구나. ...
당신이 알고 있는 '리아'는 어떤 사람이에요?
이안 J. 휴고:…'리아' 씨요…. (안 꺼낼려고 했는데.) …하. (물음이 머릿속을 관통하고, 그 틈으로 기억이 한숨처럼 흘러내린다.) …배우죠. 본인은 무명배우라고 하던데, 전 모르겠어요. 그쪽 일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그래도 참 열심히 살던 사람이에요. 주어진 배역에 최선을 다하는. 놀리는 것 좋아하는 건 어딜가나 똑같은 모양이지만... 여러모로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사람. 그랬던 것 같아요.
리아 P. 아이아나:그랬구나. 무명이라... (고민한다.) 저는 유명해지고 싶었던걸까요? ...아니, 유명이 아니라... 유능해지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하고 싶은 일은 뭐든 바로 할 수 있고, 혼자서 뭐든 해내고. ...난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거든요. 이곳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러브콜이야 많지만, 뭐랄까...
달려가는 소리나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는 점점 멀어지다 사라져갔습니다.
리아 P. 아이아나:있잖아요, 저 여기가 뭔가 이상하다고 깨달은 뒤부터는 계속 외로웠던 것 같아요. 한번도 그렇게… 타인을 필요로 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 곳에 당신이 말하는 결혼식이 없는건 여기서는 누구나 사람에게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 ...여기는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도시라잖아요. ...당신한테는 미안한 소리지만, 당신이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그냥 제가 외로움을 느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처음으로 곁에 있어 줄 타인에게 간절해져서…
이안 J. 휴고:인정욕구처럼 들리네요, 그거. (한참 미동도 없이 정리하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런 소리를 하니까 닮아가는 것 같잖아요, 그 사람이랑. 하…. (그러니까 리아를 외로운 사람이라고 보고 있었던 거지. 주먹 꾹 쥐었다가 놓는다.) 왜지? 여기에 있는 당신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잖아요. 당신을 알아봐주고, 당신을 원하고, 좋은 말들을 해주고. 그런데도 외로워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런가... (침구를 정리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밖을 바라보면 어둑한 하늘에 노란 별들이 콕콕.) 이 세계에서 아무리 인간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고 결핍을 채울 무언가를 준다고 해도... 인간은 인간인가봐요. 인간은 한평생 계속 갈망하며 산다잖아요. 그게 발전의 원동력이라나. 참, 이건 사설 기사에서 읽은 문장이에요. 그 기사는 금방 폐지됐지만. (다시 시선을 방 안으로 끌어온다. 그 끝에는 이안이 있었다.) 맞아요. 모두가 제 이름을 알고, 저를 바라고, 손을 뻗어오죠.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싫지는 않았어요, 늘. 그런데... 이 세계가 이상하다는걸 안 후로는 여기에 대해 동조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거 있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만 같았어요. 상자 밑바닥에 있는건 외로움이었고요. 동조해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라기엔... 이 세계는 타인과 깊은 감정을 나누는 사람이란게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걸 수도 있고.
이안 J. 휴고:(시선이 당신 따라 밖으로 향한다. 여기는 별들 마저 노랗네. 개나리가 핀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감상을 한번. 이어지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면, 다시 한번 마주한 시선에 샛노란 별자국이 아른거렸다.) ...책을 잘못 읽었네요. 판도라의 상자 아래 있는 건 보통 희망이라고 부릅니다. 희망이랑 갈망은 한끗 차이고요. 조금 옆으로 가봐요. 외출복인데 괜찮겠지? 어차피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니까. 옆에 있을게요. 세계를 이상하게 여기고, 세계가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끼리 함께 붙어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럼 상자 밑바닥에 있던건 이곳에 온 당신이라고 할까요? 그럼 책 내용이랑도 맞물릴텐데. (고성에서 갇힌 날에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괴물들의 틈바구니에서 스텝을 밟으며 전했던 이야기. 지금의 리아는 알지 못 하는 데자뷰.) 오늘은 어쩔 수 없죠. 그래도 겉옷은 벗은게 어디인가요? (옷장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가) ...멋대로 끌어들여서 미안해요. 자의는 아니었지만.
이안 J. 휴고:...제가 당신의 희망이라고 하면 아쉬울 걸요. (아마 고성에서 그 말을 했었어도 엇비슷한 얘기를 했을 테지. 아까 겉옷 벗어둔 옷장 힐끔. 당신 옆으로 가서 앉는다. 시선은 조금 멀리 둔 채.) 익숙해서 괜찮아요.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이 낯설어요… 피곤하면 눈 좀 붙여요. (뜸.) …제가 알고 있는 세계의 결혼의 의미를 모르신다고 했나요?
리아 P. 아이아나:전혀 아쉽지 않아요. 당신이 곁에 있는걸로 충분해요.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연기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을 편안한 얼굴이다.) 이런 일이 익숙하다니, 당신도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네요. 경찰이라고 했으니까 더 그런가? (뒤로 상체를 기울이고 푹 눕는다. 느리게 눈을 감고 물었다.) 알려줄래요? 당신의 세계에선 결혼이 어떤 의미인지...
이안 J. 휴고:…이건 진짜 좀 너무하다. 그 얼굴로 그런 표정을. (편안한 미소와 상반 되도록 이쪽은 삐끄덕거린다.) …그래요, 경찰이라서 그런 겁니다. 당신 탓은 아니죠. 붙잡았던 것도 항상 제가 먼저였었고. (멀거니 내려다본다.) 예전에는 정략결혼이라는 것도 흔했다고들 하던데, 요즘에는 시선이 그닥 안 좋죠. 대부분 연애를 오래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결혼을 해요. 아, 여기는 연애라는 개념도 없으려나? 여하튼… 두 사람이 한평생을 한 사람처럼 함께 살아가겠다는 서약을 하는 거예요. 서로 아껴주고, 이해해주고, 사랑하고. 사랑은 뭔지 알아요?
리아 P. 아이아나:후후... 미모에 넋이 나갔나보네요. (가벼운 농담이다. 즐기는 것도 같고.) ...그렇구나. 날 붙잡았었나요? (좋게 말하면 정의감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 넓은 바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슬그머니 한족 눈을 뜨고 바라본다, 이전 카지노에서 뽑혔고, 다시 되돌려받았던 그 눈이 이안을 응시한다. 또렷한 빛을 담고서.) 두 사람이 한평생을 한 사람처럼... (따라 읊조리고, 두 눈을 뜨고 이안을 바라본다.) 그래서 그런 반응이었구나. 당신은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의 결혼 말고.
이안 J. 휴고:…. (적당히 다르고, 적당히 비슷한 게 애매하도록 뒤엉켜서. 자꾸 헷갈리게 만들어! 적당한 대답 찾지 못한 건지 정적이 이어지고,) …아뇨, 당신이 안 잡혀주던데요. (이미지 세탁은 실패한 모양이지. 마주하는 시선이 벼락처럼 내리꽂힌다. 반사적으로 눈을 두어번 깜박인다. 고장난 전구처럼.) 연애도 한번도 못해 본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요. …좀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은 있어요.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그런데 아껴주고 사랑해줄 자신은 없네요.
리아 P. 아이아나:...제가요? 뭐, 달리기 정도는 빠르긴 한데. 현직 경찰에게 붙잡히지 않았다면 얼마나 급한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배우였다면서 뭐가 급해서. (이건 의문이었다. 알듯하면서도 명확히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자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하. 그래도 바라는건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상대를 가지고 싶다, 라고. 전 당신이 그 말을 해준 순간부터 그런 사람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바라는 마음이 생겼는데. (현실에서 리아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른다. 아마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한발 물러나는 그 성정이라면 그런건 상대에게 미안하니까, 바빠서, 위험에 빠트릴지도 모르니까. 연인으로,또 결혼상대로 좋은 사람이 되어주지 못 할 것을 아니까. 여러 이유를 들고 거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걱정도 없는 세상에서 개념으로 전해들은 결혼에 대한 대답은 이랬다.) 그럼 그렇게 전해요. 나는 당신을 오래 보고싶다고. 그러니까 눈 앞에 있으라고. 간단한 일이잖아요. 자신없는건 미뤄두고서라도.
이안 J. 휴고:네, 당신이요. 아-주 급한 일이었나 보죠. 한 명의 관객보다 세상이라는 무대를 우선시하는 사람이니까. (제가 보는 당신은 그랬다. 대의를 위해 스스로의 몸을 내던질 수 있고, 그래야 한다면 응당 그러할 사람.) 함께 해서 더 불행할 수 있는데도요. 아니, 애초에 불행이라는 게 뭔지는 압니까? (당신의 대답으로서 확실해진다. 이곳에 있는 당신은 제가 알고 있는 당신과 다른 사람이다. 그럼 괜찮을 것 같았다. 현실에서의 리아는 듣자마자 미쳤냐고 도망쳤을지도 모르지만. 이곳에서의 그 반쪽짜리 귀걸이는 본래의 기능을 잊어먹은 듯했으니. 당신 옆에 눕는다. 침대 시트에 몸이 푹 꺼져 들어가는 감각이 생소하다.) 결혼, 할까요. (새까만 시선은 흔들리지 않고 당신에게 꽂힌다.)
리아 P. 아이아나:...세상이라는 무대라... (이 이야기가 직관적인 의미가 아니라는건 이해했다. 개인보다 세상이 우선시 되는 사람이었던걸까, 원래의 나는.) 이곳의 저는 겁쟁이인데 말이죠. 아무 역경도 고난도 겪지 않은 인간이란건 그만큼 취약할 수밖에 없으니까. (현실에서도 겁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어 스스로 정했던 사명이 우선이었을 뿐이었다. 아니면 바보라서 그럴 수 있었을지도.) 결혼... 괜찮겠어요?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눕는다.)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무리 안 해도 돼요. 이곳에서는 혼자도 결혼 할 수 있고... ...악보를 파괴하는데에 실패하더라도, 당신 하나정도는 돌아가게 해줄게요. (마땅한 방법도 해답도 없으면서 미묘하게 확고한 어투. 진심이었다.)
이안 J. 휴고:괜찮아요. 사람을 움직이는 건 겁이 얼마나 많냐 적냐가 아니라 그 역경과 고난을 마주 볼 수 있는 용기의 유무거든. 앞으로 고난을 많이 격을 예정이니 확인할 수 있겠네요. (제가 아는 당신은 용기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성정이 사라졌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안 좋아하는 거 맞아요. 무리도 할 거고, 항상 그래왔고. 그래도 파괴를 할 거라면 말 잘 듣고 착한 리아 씨보다 이상한 외부인인 제가 하는 게 맞아요.
리아 P. 아이아나:(모든 말을 끝까지 듣고 한참이나 바로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아, 이 사람은... 당신은 어쩌면...) ...있잖아요. 당신은 좀... (다시 당신을 보고 돌아눕는다.)
이안 J. 휴고:바보 같아요? (대신 끝내준다.)
리아 P. 아이아나:(피식 웃었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네. 바보같아요.
그리고 다정하네요....
이상한 사람이야.
이안 J. 휴고:...큰일이네요. 기분이 안 나빠서. 이만 주무시는 게 좋겠어요. 더 얘기하다가는 거기에 치근덕대는 사람이라는 명칭까지 얻을 것 같아서요.
리아 P. 아이아나:아하하... 불 끄고 올게요.
내일을 위해 이만 잠에 들어야 할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다정하게 이안을 바라보고 있네요.
따뜻한 햇살이 창을 넘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거실에는 이안을 위해 준비된 아침식사가 있습니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이안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가득 차려져 있네요.
애정 섞인 불평을 말해가며 이안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함께합니다.
가족들은 다정한 말투로 이안의 안부를 묻습니다.
오후가 지나면 이안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섭니다.
오늘은 휴일, 별 다른 용무는 없지만 집에 그대로 있기엔 날씨가 지나치게 좋았는걸요.
집 밖을 나서자 옆 집 정원에서 물을 주고 있던 이웃과 눈이 마주칩니다.
호스 끝에 작은 무지개가 생겨나 있는 것을 보며 이안은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세상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행복하고 따스한 얼굴입니다.
이렇게 좋은 하루에 그 누가 얼굴을 찌푸리겠어요.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의 손에 들린 신문에는 삶에 대한 예찬과 찬미의 글로 가득합니다.
반대편에서도 사람들이 이쪽을 향해 길을 건너고 있습니다.
옅은 금색 머리, 당신이 한 귀걸이의 짝을 가진 사람이,
이 행복에 안주하겠다면 지금 이 순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하면 됩니다.
줄곧 바랐던 모든 것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곁을 지나친 그 사람을 모르는 척 지나치기만 한다면….
이안 J. 휴고:(관성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무던한 행복감, 적당한 온도, 그리고 익숙한 얼굴.) 어?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그건 당신의 탓도, 나의 탓도 아닐 것이다. 그저 서로의 궤적에 올랐기에 이끌렸던 거니까.) 리아 씨. (그러나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고 당신에게 뛰어간 것은 분명한 선택이었다.)
이안이 이 삶을 선택하지 않고, 뒤를 돌아본다면 그 순간 눈 앞으로 차 여러대가 지나갑니다.
지나가고, 지나가서… 마침내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어지면
도로 건너편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리아가 보입니다.
리아 P. 아이아나:좋은 아침이에요, 친애하는 형사님!
리아는 커튼을 걷던 중 이안이 일어났음을 깨닫습니다.
벌써 아침이 된 듯, 바깥에서는 새 소리가 들려옵니다.
리아 P. 아이아나:오늘은 식이 있으니까, 당사자가 아니면 집에서 축사같은걸 정리하고 있을거에요.
리아는 그렇게 설명하며 나갈 채비를 서두릅니다.
이안 J. 휴고:(허전한 옆자리를 보면 급하게 고개를 돌린다. 창가에 익숙한 인영이 보이면 다가가서 당신의 손목을 붙잡는다.)
리아 P. 아이아나:(끔뻑끔뻑... 잡힌 손목 봤다가... 이안 봤다가...) 아침부터 적극적이시네요...? (농담이라도 해봐)
이안 J. 휴고:....내가 미쳤지!!! 저 씻고 올게요. (도망치듯 욕실로 간다.)
이안 J. 휴고:(닫힌 욕실 안에서 벽 때리는 소리가 난다...)
오늘의 결혼식은 3번지 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3번지 홀은 흰 색과 노란 색이 오묘하게 섞인 대리석으로 지어진 신전같은 형식의 건물입니다.
홀 내 드문드문 내빈들이 오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주변에서 작게 소근거리는 잡담 소리가 들립니다.
“아까 악보를 들고 중앙 홀로 먼저 가셨어. 그 찬송가 소리를 듣는 게 얼마 만인지…”
근처에 홀 내부를 안내하는 지도가 붙어습니다.
중앙 홀, 카운터, 예복실, 창고
등의 장소가 보입니다.
이안 J. 휴고:(깔끔해진 몰꼴... 그렇지 못한 표정으로 홀에 들어선다.) 악보가 중앙 홀에 가셨다네요. (지도 빤히 들여다보고.) 바로 보러 가면 수상해 보이려나? (카운터부터 두리번.)
리아 P. 아이아나:(표정 너무 별로인 것 아냐?) 카운터에서 예복을 빌려볼까요?
이안 J. 휴고:(당신이 놀려먹기 좋아하는 표정이니까 봐줘요.) 실례합니다. 예복을 빌릴 수 있을까요.
직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고 명단을 확인해봐요.) 실례지만 오늘 식을 올리는 분이 아니신 것 같은데요...?
이안 J. 휴고:……그 식을 올리시는 분이 가져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이게 되나?)
설득기준치: | 50/25/10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될리가.)
리아 P. 아이아나:...사실 저희가 예약 접수를 잊어서요. 당일 접수는 안될까요? 신께서도 신실한 신도가 느는걸 기꺼워 하실거에요. (표정하나 안 변하고 웃는 얼굴로 말하고 있는거겠죠)
이안 J. 휴고:…당신 그렇게 잘 말할 줄 알면 먼저 말해주시면 안 돼요? (속닥인다.)
직원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안쪽에서 [예복 대여 : 예복실] 이라고 적힌 목걸이를 두 개 건넵니다.
리아 P. 아이아나:당신이 연기를 못 하는 제질이란건 알겠어요.(소근.)
직원: 예복실은 저쪽 방향입니다. 지금 환복하고 들어가시면 되세요.
이안 J. 휴고:(목걸이 건네받고 예복실로 걸어가다가...) 잠시만요, 저희 오늘 결혼해요?
리아 P. 아이아나:그쵸? 어젠 하자고 하더니, 마음이 바뀌었어요?
이안 J. 휴고:아니 그게 오늘 다른 사람 결혼식에서 대신 결혼한다는 건 줄은 몰랐
리아 P. 아이아나:대신은 아니고, 그냥 지금 홀이 비어있으니 입장해도 되는거예요. 따지자면 운이 좋은 쪽이려나.
이안 J. 휴고:그럼 결혼도 아니잖아요. (또 뭔 생각을 한 건지.) 아, 아니. 실질적으로 결혼이 아니긴 했지만?
리아 P. 아이아나:이러니까 정말 바보같네요, 당신. (두리번...) 혹시 날붙이 가지고 있어요? 환복하면 눈에 띄니까 미리 챙겨두면 좋을텐데.
이안 J. 휴고:(흘려듣는다.) 날붙이… (있어?)(주머니 뒤적여본다.)
이안 J. 휴고:운기준치: | 60/30/12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웬일로)
이안 J. 휴고:(와. 준비된 사람이다. 어, 그게 나?) 여깄네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런걸 가지고 다녀요? (라고 원래 세계에서 스턴건에 섬광탄 챙겨 다니는 사람이 말했다.)
이안 J. 휴고:누가 잘 가르쳐줬죠. (맴몸으로는 세상 살아가기 힘들다고.) 가질래요?
리아 P. 아이아나:(곰...) 힘 센 사람이 가지고 있다가 쓰는게 좋을 것 같은데. (이안 빤히. 힘 세요? 얼굴로 본다)
이안 J. 휴고:(힘을 얼굴로 본다고?)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
리아 P. 아이아나:(힘 세냐고 묻는 얼굴.) 와~ 현직 경찰. (짝짝)
리아 P. 아이아나:그럼 이제 환복만 하고 나오면 될 것 같아요. (예복실 흘끔.)
이안 J. 휴고:이거 도와주는 사람도 있나요? (웨딩드레스 그거 혼자 입을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리아 P. 아이아나:안에 들어가면 있을걸요? 드레스 혼자 못 입을텐데.
이안 J. 휴고:다행이다. 제가 도와드려야 하는 줄 알고.
드레스와 양복은 상당히 다양한 종류가 사이즈별로 걸려 있고 여러 나라의 전통 결혼식 의상 또한 준비되어 있습니다.
모든 예복에는 구석에 작게 황색의 징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안 J. 휴고:(가장 무난한 흰색 정장. 갈아입고 나온다.)
예복을 갈아입고 나오면 먼저 옷을 갈아입고 나와 팜플렛을 읽고 있는 리아의 모습이 보입니다.
리아 P. 아이아나:왔어요? (이안이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이안에게 읽고 있던 팜플렛을 건넵니다.)
이안 J. 휴고:(건네진 팜플렛을 보기는 한 건지. 눈 앞에 있는 사람 멀거니 바라본다.)
리아 P. 아이아나:왜 그래요? 좋은 소식 가져왔는데.
이안 J. 휴고:…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용기 없는 사람이라는 걸 매순간 알려주는 것 같아요. (얼굴 쓸어내리고) 뭔데요?
리아 P. 아이아나:막상 하려니 싫어져서 그런가? 그럼 더 좋은 소식이구요. (맑게 웃는다.)
이 내용을 다 읽는다면 이안의 오컬트 지수가 3점 상승합니다.
리아 P. 아이아나:(들고 있던 은빛 호각을 꺼냅니다.) 그게 이 호각이 아닐까 싶어요.
이 호각은 마력을 5점 소비해 사용할 수 있으며, 시전자를 차원이나 의식, 공간 등을 불문하고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킵니다.
이안 J. 휴고:이것도 우연인가? (호각 바라본다.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귀볼 만지작 거린다.) 저, 개식까지 시간 좀 남았나요? 창고 좀 둘러보고 싶은데.
리아 P. 아이아나:있잖아요, 그것보단... 이 호각, 칼이랑 바꾸지 않을래요?
그러니까... 속이고 훔쳐가거나 다른 날붙이를 찾으면 되는 문제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마음 한켠에선 물어보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 안 해도 괜찮아요. 이 호각으로 집으로 돌아가세요.
분명 리아이지만, 원래의 이안이 알던 리아는 아닙니다.
눈 앞의 리아는 어떠한 일로도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당연하게 사랑받고, 원하는 일을 성취하며 빛나는 미래를 당연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이안 또한 지난 밤 꿈에서 느꼈던 그런 행복한 삶을… 무너뜨려도 좋은걸까요.
어쩌면 모두도, 리아 또한 이 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게 좋은 일이 아닐까?
이안은 이 시점에서 홀로 호각을 사용해 현실로 돌아갈 것을 선택 할 수도 있습니다.
리아를 설득해 세계를 무너뜨리는 일을 관두자고 할수도 있으며,
원래 세계의 리아를 설명하며 자신은 돌아가겠지만 너는 이 곳에 남는 편이 좋을 거라며 설득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리아는 이안이 떠나도 혼자 악보를 파괴하는 일에 도전하겠지만 이안이 그만두라고 설득한다면 못내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이안 J. 휴고:(손 다시 내려놓고 당신 빤히 바라본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언제는 귀걸이를 주더니, 이제는 호각을 주면서 돌아가라구요. 지금 여기까지 와놓고? (대상 불분명한 감정이 실린 목소리. 한순간 언성이 높아졌다가 다시 사그라든다. 외롭다면서!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면서.) …됐어요. 저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붙잡을 테니까. 간단한 일이잖아요. 결혼은 싫은 일이 분명하지만, 도망치듯이 집으로 돌아가는 건… 더 싫은 일이네요.
리아 P. 아이아나:귀걸이... 같은 디자인이라 의아했었는데, 내가 준 거였구나. (미묘한 얼굴로 바라본다.) 어차피 당신이 돌아가도 나는 식장에서 악보를 찢으려고 할 건데도요? 뭐라고 해야하지, 그러니까... 여기 남아서 결혼하는건 분명 위장잠입이긴 해도 당신에게는 비합리적인 일이잖아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런데도 그런 선택을 하는건... 역시 바보라서 그런가?
이안 J. 휴고:(띵.) 예!! 바보라서 그럽니다!!! (보면 참 편리한 호칭이다.... 그냥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대충 얼버무릴 수 있으니까.)
리아 P. 아이아나:풉... 하하... 진정해요~ 화내지 마요~ (화를 돋궈놓고)
그럼 후회는 없는거죠?
이안 J. 휴고:지금은 없네요! 나중에 할지도 모르지만? (후회라는 게 대체로 그러지 않나?)
리아 P. 아이아나:보상... 뭐 어떤걸로 해드리면 되나요? (진짜 궁금해서 빤히)
이안 J. 휴고:……당신은 진짜 해줄 것 같아서 안 되겠어요.
리아 P. 아이아나:(뭐지...) 받기 싫어요?
이안 J. 휴고:그러면 애초에 보상이 아니잖아요.
어느정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종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리아 P. 아이아나:(이안에게 부케 들려주고) 서약서를 읊으면서 시선을 끄는건 제가 할게요. 아까 그 나이프, 부케 속에 숨겨서 가지고 들어가는걸로 해요. (부케는 보통 여자가 들지만 여긴 보통의 결혼식이 아니니까.)
이안 J. 휴고:(…묘하게 데자뷰가. 부케에 커터칼을 숨긴다.) 여기는 부케 던지는 이벤트는 안 하나요? 다행이네요.
리아 P. 아이아나:서약서를 읊는게 다니까요. 후에 찬송가 듣고. 이제 들어갈까요? (손 내밀어보입니다.)
이안 J. 휴고:떨리네요. 티 안나게 잘 잡아요. (내민 손 힘주어 붙잡는다.)
리아 P. 아이아나:너무 떨지 마요. 같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 거에요.
이안 J. 휴고:……그래요. 같이 있으니까… 중앙 홀, 맞죠? (옷무새 정리하고 중앙 홀로 걸어간다.)
리아 P. 아이아나:네. 가죠. ..원래 세계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온 사람은 아무도 없는듯, 넓은 홀 안에는 주례 단상 위 중년 한 사람만이 서 있습니다.
홀 중앙을 가로지르는 노란 카펫은 여러 다양 한 꽃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단상 뒤에는 기품있는 자태를 한 거대 한 조각상 하나가 놓여 있네요.
그는 넝마같은 로브 아래에 가면을 쓰고 있으며,
등 뒤로는 찬란한 날개가 펼쳐져 있어 사자가 그려진 스테인드 글라스 너머로 들어오는 빛은 마치 후광처럼 보입니다.
어떠한 검은 형체가 둘, 그것들은 고개를 숙이고 커다란 날개와 곤충 다리처럼 생긴 마디 마디를 접어 두고 있습니다.
마치 까마귀 같지만 두더지나 개미, 혹은 시체 같기도 한 모습입니다. 도저히 무언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런 것이…
하지만 매우 안정되어 있어 보이며 적대적인 느낌은 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두 사람이 입고 있는 징표가 그려진 예복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안 J. 휴고:SAN Roll기준치: | 69/34/13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진짜 묘하다...)
웰링턴 L. 부르크:“어서 오게. 오늘의 축복받은 이들이여….”
중년의 사제는 두 사람이 단상 앞에 선 것을 확인하고는 축사를 읊기 시작합니다.
웰링턴 L. 부르크:“고결한 신앙심으로 이 곳에 이른 자네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네며…”
웰링턴 L. 부르크:“영원한 행복과 고통 없는 미래가 함께할것을…”
이윽고 축사가 끝나고, 사제가 밀랍으로 봉납된 악보 다발을 앞으로 건넵니다.
웰링턴 L. 부르크:“…그럼 맹세의 서약을.”
리아가 그 악보 위에 손을 대고 축사를 읊는다면,
리아 P. 아이아나:...(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찬송가 악보에 손을 올립니다.) 나는 오늘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그 분께 일생과 영혼을 바침으로서 하나가 됨을... ....
이안 J. 휴고:(부케 속에 든 커터칼을 꺼내고, 망설임 없이 악보에 꽂는다.) 거절합니다!
종이들을 한번에 찢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력 판정.
근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쉽다)(북---!)
재빠르게 움직여 부케 속에 숨긴 칼로 악보를 찢어냅니다.
날이 서있는 칼은 단숨에 종이장을 꿰뚫어 가릅니다.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 위에 사제가 지르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겹쳐지며,
그것보다도 더 큰 진동과 무언가 흔들리는 소리가 울립니다.
단상 뒤 편에 서 있던 검은 물체들도 크게 당황한듯 날개를 펼쳐 일어납니다.
웰링턴 L. 부르크:"아아! 아아! 이 무슨 짓을!"
"이 무슨 불경한 짓을!"
사방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사제는 크게 분노해 무언가를 외칩니다.
웰링턴 L. 부르크:“황색의 왕이시여! 사자자리의 별 아래 이 신민이 간청하건데…”
혼란에 빠진 그것들이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사제를 물어 날아오릅니다.
허공에서 뼈가 어그러지는듯한 끔찍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은 그렇게 하늘을 날아, 스테인드 글라스를 부수고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진동이 멈추자, 천장을 장식하고 있던 꽃들이나 기둥이 부서져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땅에 부딪히기 전 하얀 빛을 내며 사라지고,
어디에선가 들려오던 비명소리는 점차 멀어집니다.
돌아보자, 이미 홀의 문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 세계가 무너져가고 있음을 당신들은 느낄 수 있습니다.
리아는 이안의 눈 앞까지 다가와 호각을 건넵니다.
리아 P. 아이아나:...고마워요, 이안. 이제 밖으로 나가겠네요.
이안 J. 휴고:(부서지는 유리조각을 바라봤다가, 당신에게 시선을 옮긴다.) 당신은요?
리아 P. 아이아나:잠든 사람들이 이곳으로 온다고 했으니 저는 잠에서 깨어나는걸로 될 거예요. 호각으로 돌아가야 하는건 이곳에 불려온 당신인거죠.
...저, 생각을 좀 해봤어요. 고통이 없는 삶에 대해서.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다면 좋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은 너무 외롭잖아요.
고통을 알아야만 사랑을 알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어요.
세계는 점차 하얗게 물들며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리아 P. 아이아나:원래의 당신이 알던 사람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겠죠. 그러니 다시 만나자는 말 말고 작별인사를 하기로 해요. 안녕, 이안. 혹시나 먼저 눈을 뜬다면… 손을 잡고 좋은 아침이라고 말해 줄래요?
이안 J. 휴고:(오늘은 하늘에 하얀색 개나리가 만발한다. 퍽 익숙한 색이다.) 안녕, 리아. (그러니까, 노란색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이었고. 흰색 개나리의 꽃말은…) …그렇게 할게요.
“시민 여러분께서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시며 부득이한 출입 시…”
조용한 방 안에는 TV 뉴스 소리만이 메아리치며 들리고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살펴본 리아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숨만을 고르고 있네요.
세상은 여느때처럼 고요하고, 달라진 것은 전혀….
이안의 무릎 위에 있던 고장난 오르골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굽니다.
그래요,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 리 없잖아요.
잠든 사람들이 모두 어딘가의 행복한 낙원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런 세계를 누군가와 탐험해 세상을 구해내다니.
벌써 이안과 함께 있었던 그 얼굴이 잊혀지기 시작합니다.
모든 건 세계의 종말을 앞둔 이안이, 이 기묘한 오르골을 보고 상상해 낸 한 낮의 백일몽 이었던거에요.
“…위원회를 수립해 대응책 수립 및 원인 규명에,”
고장난 카세트 테이프처럼 되풀이되던 목소리가 끊깁니다.
TV 화면이 지직거리더니 새파란 촬영 세팅장 안으로 사복을 입은 누군가 뛰어 들어오며,
“기,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잠에 들어있던 사람들이 의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바로…”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화면 속 앵커의 핸드폰이 울립니다.
갑작스레 돌아온 활기에 새들이 놀라 날아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리아 씨,
(제법 긴 꿈을 꾸었어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꿈. 하품 같은 나른한 찰나. 슬며시 당신의 손을 붙잡는다.)
좋은 아침이에요.
생환 보상: 모두가 눈을 떴다 1D5 + 리아가 눈을 떴다 1D5
원래 어떠한 효력이 있었으나 그 효력을 잃은 오르골.
남은 마력이 고여있어 1회 5점의 MP를 빌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후에는 평범하게 고장난 오르골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