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안

[CoC] 리안 - 23:02

시크SYK 2025. 1. 5. 13:52

KPC PC
리아 P. 아이아나 이안 J. 휴고
시나리오 시나리오 링크 엔딩
23:02 https://chitochito.tistory.com/3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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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4일, 28일, 2025년 1월 4일 17시간  

 

 

신식 히터가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직원 휴게실. 곧 문이 열리고 흰 봉투를 든 직원이 한 명 들어옵니다.
히터 앞에서 담요를 두르고 도시락을 먹던 다른 직원이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듭니다.
“뭐에요, 선배? 광고지?”
“아니, 웬 카드가 덜렁 놓여 있길래 봤더니⋯.”
그가 들고 있던 봉투에서 카드를 꺼내보입니다.
곧 콜록, 하고 맥빠진 작은 헛기침 소리.
“누가 장난 친 거 아니에요?”
“나도 몰라. 이거 버려도 되나?”
“혹시 모르니까 주임님한테 보고는 해 둬요. 아, 그러고보니⋯.”
“이 빵 선배 거죠? 다 상했잖아요.”
“엥? 냉동실에 넣어뒀는데도 상해?”
“당연하죠! 얼려둔다고 다가 아니라고요! 빨리 버려요.”
어라, 리아?
낯익은 사람을 본 듯한 느낌에 당신은 무심코 그 쪽을 향합니다.
휴일, 인파로 가득한 도내 스카이 빌딩.
이 곳은 송전탑의 역할을 겸한 도시의 랜드마크로, 전망대와 각종 레저 시설, 쇼핑 센터들이 함께 자리잡은 유명 관광 시설입니다.
그러니 사람이 많은 거야 당연하지만⋯
한창 연말 시즌이라서일까?
오늘은 특히나 분위기가 더 들떠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걸어 알록달록한 장난감 가게 앞까지 도착하면,
리아를 닮았던 듯한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습니다.
잘못 본 걸까?
그렇게 생각할 때 쯤.
리아 P. 아이아나:이안 씨? 여기서 뭐 해요?
뒤에서 누군가 당신을 툭 건들며 나타납니다.
리아입니다.
어라라, 어디에서 나타난거지?
리아와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이안 J. 휴고:으악. (토끼눈 뜨고 뒤돌아본다.) 어, 어디서 나타난 거예요? 또 그 귀걸이 썼지.
리아 P. 아이아나:이렇게 사람이 많은데요? 당신이 발견이 늦은 거라고요. 정말 현직 형사 맞나?(쿡쿡⋯)
이안 J. 휴고:(어이없다는 듯 눈살 가늘어진다. 그러나 가벼운 투⋯) 분명 조금 전에 저기 앞에 있었잖아요. (그림자가 사라졌던 쪽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리아 P. 아이아나:저기 앞에? (이안이 가리키는 곳 빤히 본다.) 어라, 전 반대쪽에서 왔는데? 여기 가게에서 나오는 길이었어요. (정 반대쪽 가리킵니다.) 도대체 누굴 보고 저랑 착각한 건가요? 눈썰미도 실격!
이안 J. 휴고:진짜? 정말요? (재차 묻는다. 리아야 신출귀물 하는 건 익숙했음에도⋯) 허 참 나. 유일하게 괴도의 정체를 아는 가 눈썰미가 없는 거라면 이 세상 사람들 눈썰미는 다 죽은 거겠네요! 가게는 무슨 가게? (시선이 반대쪽을 향한다.)
리아 P. 아이아나:금발에 비슷한 옷이라도 봤나⋯ 보⋯ 죠? (무언가의 기시감에 느려지는 말과 이안에게 고정되는 시선⋯ 뭐지?) 네에 네, 그렇다고 쳐드릴게요. 이쪽은 그냥 기념품 가게였어요.
이안 J. 휴고:흔한 머리색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시선이 물 빠진 금색 머리카락 끝에 고정된 채 고개만 기울어진다. 뭐지?) 뭐, 만난 김에 같이 쇼핑이나 할까요. 혼자 다니려니 심심하던 차였거든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런가⋯ 앗,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했어. 맨날맨날 검은색 옷만 입고 다니더니! (이안에게 냅다 삿대질!) 그리고 되게 한가하네요, 그 이야기 못 들었어요?
이안 J. 휴고:(쿨럭) 뭐, 뭐야?! 아니 저도 연말 즐길 줄 알거든요? 크리스마스 분위기 낼 줄 안다고요. 당신이야 말로 맨날 시-퍼런 옷만 입고 다니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급해진 목소리⋯)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요?
리아 P. 아이아나:솔직히 완전히 무자각일 줄 알았어요. 왜 이렇게 사람이 많고 번쩍번쩍하지. 바보 같은 소리나 하고 돌아다니실줄 알았는데. 큼, 저야 늘 꾸미고 다녔으니까. 카지노 갈 때도 와인색 셔츠 입었었는데! 거참. (당신이 모르는 기색이자 표정이 미묘해진다.) 못 들었다니 안 말해주고 싶어지는데⋯
이안 J. 휴고:사람이 지나치게 어이가 없어지면 할 말도 안 떠오른다는 게 이런 의미에서 구나. 우와, 그랬어요? 눈썰미가 없어서 못 알아차렸네. 다음에는 기억에 잘 새겨지도록 무지개색 넥타이라도 해봐요. (이런 소리나⋯) 또 무슨 테러 예고라도 있었어요? 아니면 이제 곧 할 예정?
리아 P. 아이아나:무지개색 넥타이라니⋯ 구하기도 어렵겠는데요. 그래요, 크리스마스 정도는 기억하시는구나. 비록 당신도 저도 기분 낸 덕에 완전히 커플룩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싫다는 얼굴은 아니다.) ⋯예고장이 왔대요. 괴도의 예고장이라던데⋯ 제가 보낸 건 아니거든요?
괴도의 예고장?
지능 판정
이안 J. 휴고: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86
판정결과:실패
리아 P. 아이아나:뭐 들은거⋯ 없어요? (당신은 형사잖아.)
이안 J. 휴고:아, 뭐 빵이 상했다고 했나⋯ (괴도는 당신인데.) 카드 같은 게 있었던 것 같기도. 당신이 보낸 게 아니었어요?
리아 P. 아이아나:(작게 한숨쉰다.) 24일 밤,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을 받으러 가겠다. 라는 예고장이 이 스카이 빌딩에 왔대요.
최근 스카이 빌딩에서 시즌맞이 크리스마스 빌리지라는 팝업 시설을 설치해서 중심에 세운 거대한 트리에 120캐럿짜리 핑크 다이아몬드를 장식해 두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크기와 전문가의 섬세한 세공 덕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보석이라며 유명해 이전부터도 화제였던 모양이지만⋯
스카이 빌딩 측이 수수께끼의 예고장을 내세워 마케팅을 시작한 탓에 더욱 열광을 끌어모으기 시작한 모양이에요. 자작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건 크리스마스와 보석과 괴도란 마음을 들뜨게 하는 단어들이니까요.
일련의 이야기를 마치면 오늘 이 곳에 특히 사람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소문의 괴도가 진짜일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은 거겠죠.
겸사겸사 다이아몬드도 구경하고요.
이안 J. 휴고:아~. ⋯네? (이야기 다 듣고 나면 눈앞에 선 이 빤-히 응시한다. 다소 노골적일 정도로⋯) 이 전개 지나치게 익숙한데.
리아 P. 아이아나:⋯..전 사교도가 있는 곳에만 가거든요. (도끼눈 뜨고 마주본다.) 그리고 제 방식이랑 달라도 너무 다르고요. 괴도라는게 너무 좋게 보였던걸까⋯
이안 J. 휴고:또 모르죠? 사교도가 연관되어 있을지. (깜박. 너무 몰아갔나 싶어 멋쩍게 뒷목 긁는다.) 기껏 낸 휴가인데 반납해야겠네. 우연히 커플룩인 김에 동행하죠. 이런 이색 데이트도 괜찮으시다면.
리아 P. 아이아나:제발 그건 아니라면 좋겠네요. 크리스마스 이브정도는 평화롭게 보내고 싶어서요. (고개 절레절레.) 그래요 그럼. 마침 얼마 전에 여기에서 하는 전시전 티켓을 두 장 받았거든요. 어차피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할 테니 잠시 가볼래요?
이안 J. 휴고:헐, 네! (아. 뒤늦게 헛기침한다.) 그, 수사에 도움이 돼서 좋은 거예요. 절대 신난 게 아니고⋯ 빨리 움직입시다. 빠듯하게 움직이면 크리스마스 당일 날은 평화롭게 보낼 수 있겠네요. (이제는 퍽 익숙한 모양새로 손 내민다.)
리아 P. 아이아나:제법 신나 보이는데. (안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낸다.) 그냥 평범하게 신난다고 해도 좋아요, 연기에는 재능 없다니까 그러네. (손 위에 티켓 챡 놓아준다.)
리아는 주머니에서 티켓 두 장을 꺼내 보여줍니다.
라고 적혀있네요.
크리스마스 관련 전시일까?
티켓 뒤에는 전시장의 위치와 함께 스카이빌딩의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세계의 선물 전은 4층의 미니 홀에서 열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안 J. 휴고:연기에 재능이 없는 건 맞는데 당신은 눈치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할까요⋯ (티켓 빤히 보다가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바로 올라갈까요, 아니면 상점가 구경이라도 할래요?
리아 P. 아이아나:⋯눈치요? (어리둥절한 얼굴⋯) 뭐어, 아래부터 찬찬히 올라가 볼까요? 다 잘 되어있는 모양이던데.
이안 J. 휴고:⋯⋯. (대놓고 모르는 척한다.) 그래요, 어쩌면 단서가 있을 수도 있고. 아까 기념품 가게에서 뭐 안 샀으면 여기서 살 수도 있겠네. (혼자 쏠랑 2층의 상점가로 향한다.)
리아 P. 아이아나:어어? 모르는척 하지 마세요! 이안 씨! 저기요, 저기요!! (계속 뭐라하면서 쫓아간다⋯)
대형 서점과 옷가게, 악세사리 가게, 소품샵 등이 즐비한 상점가.
마치 백화점 같은 분위기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어느 매장이든 알록달록한 행사 포스터를 붙여두고 있네요.
필요한 물건이 있거나 상대를 향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다면 여기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대형 서점 앞에는 새롭게 리뉴얼 된 동화책 전집의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그 중 책의 줄거리가 적힌 포스터에 눈길이 갑니다.
그래서 이 애는 뭘 샀을까요?
호기심이 동한다면 책을 사 읽어볼 수도 있겠죠.
단권 9천원.
이안 J. 휴고:(요새 물가가⋯ 많이 올랐나? 눈 부비작⋯)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리아 씨?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중에 영원히 남는 게 있을까⋯ 아니면 어떤 은유 일려나. 동화니까.
리아 P. 아이아나:영원이라⋯ ⋯ ⋯
말 돌리지 마세요. (찌릿.)
⋯영원한 게 있을까요? 물건은 닳고 마음은 변하는 법이잖아요. 재미없는 대답을 하자면 다이아몬드? 적어도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면 영원이라 불러도 좋지 않겠어요.
이안 J. 휴고:아, 마침 책이 여기 있네. (못 들은 척까지.) 다이아몬드도 시대에 따라 가치는 변할 텐데요. 양치기 할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고가의 보석을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시계를 샀을지도 몰라요. 시간은 영원하다는 말 들어봤어요?
리아 P. 아이아나:⋯(계속 못 들은 척 하는 게 괘씸해서 발 한번 콱 밟아요) 책은 비닐포장이네요. 결말을 알고 싶으면 유료인듯 한데⋯ 살건가요? (책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아무래도 그런가. 아이가 눈 위에 적은 소원은 행복이었으니까, 어쩌면 아이가 생각하는 가장 큰 행복을 샀을지도 모르죠.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이안 J. 휴고:(서점이라고 비명소리 삼킨다. 째려보는 건 덤.) ⋯기념품? 느낌으로 사죠, 뭐. 책은 남는 거니까. (계산대로 들고 가서 값을 지불한다.) 아이가 생각하는 가장 큰 행복⋯ 가족이랑 따뜻한 연말 보내기? 창작 및 예술에는 영 재능 없는 사람이라 이런 진부한 답밖에 없는데. (흠. 구매한 책을 리아 쪽으로 내민다. 대신 뜯어보겠냐는 듯.)
리아 P. 아이아나:(흥, 고개 홱 돌린다.) 동화책을 꽂아둘 장소는 있어요? 안 어울리는데. (책을 받아들고 포장을 뜯는다.) 저도 동화책은 되게 오랜만인데. 어릴 때나 읽었던 것 같아요.
이안 J. 휴고:아니, 책을 아주 안 읽지는 않거든요. 참나. (없으면 동네 초등학교에 기부할 요량으로.) 제가 리아 씨의 죽어있던 동심을 되살릴 기회를 드릴게요.
리아 P. 아이아나:평소에 동화책을 읽고 지내실 줄이야. (명백히 놀리는 투다. 팔랑이며 넘어가는 책장. 그저 천천히 읽어나간다, 종종 문장 두어 개를 읊으면서.) 이건 네가 알지 못하는 세 번째 소원을 위한 거란다⋯
드디어 세 번째 소원을 이루었구나. 사람에게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단다.
이안 J. 휴고:그냥 눈에 띄어서 산 거거든요. (한마디도 안 지려는 게 동화책 읽는 수준이 맞는 걸지도⋯) ⋯그래서 뭘 샀는데요? (분위기 못 읽고 묻는다.)
리아 P. 아이아나:(책을 덮어 이안에게 들려준다.) 안드레아스는 돈을 나눠줬대요. 가난한 마을사람들에게.
왜 그랬는지는 집에 가서 찬찬히 읽어봐요, 독후감 쓰는 것도 잊지 말고. (어린이 대하듯⋯)
이안 J. 휴고:앗. (제법 따스운 결말. 안에서부터 미미하게 따뜻해졌다. 소중하게 책 받아 들었다가 뒤늦게 대사 속의 뉘앙스를 알아차렸다.) 저기요.
리아 P. 아이아나:으응? (부러 모르는척 한다. 티를 팍팍 내는게, 아까의 복수라는 거다.)
이안 J. 휴고:(하⋯. 복수심으로 발을 밟으려고 해 봤자 민첩하게 피할 것 같다 금새 포기한다.) 다 본 것 같은데 위로 가죠. 기운 뺐더니 배고파졌어⋯.
다양한 음식점들이 모인 식당가.
야시장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학생들이 좋아할 분식집부터 꽤 비싸보이는듯한 고급 레스토랑까지 있습니다.
식당가 입구에는 ‘오늘 뭐 먹을래?’ 라는 이름의 룰렛 스탠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뭘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다트를 던져 가게를 결정하는 모양입니다.
룰렛으로 나온 가게에서 이용할 수 있는 10% 할인권도 증정 중이라고.
이안 J. 휴고:여기 홍보를 잘 하네. 그 소문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 제법 몰려왔을 것 같은데요. 한번 하고 갈래요? (스탠드 쪽으로 고갯짓)
리아 P. 아이아나:그러게요. (다트판 구경해본다⋯) 10개정도 있나. 꽝은 없네요, 제법 후한걸?
시도한다면 1d10 주사위를 굴립니다.
이안 J. 휴고:그럼 어디. (다트 쥐고 슉.) 7
7번은 마라탕 가게네요.
이대로 할인권을 받아갈까요?
이안 J. 휴고:(전에 갔던 곳이 김치찌갠가 부대찌개였던 것 같은데. 어쩐지 계속 빨간 음식을 먹게 되네.) 좋아해요?
리아 P. 아이아나:(부대찌개였지. 랍스타가 들어간⋯⋯) 1단계 정도는 괜찮아요. 갈까요?
이안 J. 휴고:(아⋯ 이번에는 뭘 넣어주려나.) 갑시다. (손 내밀었다가 거두고 먼저 간다)
리아 P. 아이아나:(주다 만 손 보고⋯) 아하. (티켓 달라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뒤따라가서 손 잡는다.) 눈치 없다는 건 이쪽이었군요? 난 또.
이안 J. 휴고:(잡힌 손에 시선 뒀다가 옆으로 비껴나간다.) 뭘 생각한 거야, 진짜. (볼멘소리 내는데 기분 나쁜 투는 아니다. 아마⋯.)
리아 P. 아이아나:이안 씨가 그렇게 제 손이 잡고 싶으셨다니 몰랐네요. (당연하게도 놀리는 말투.)
이안 J. 휴고:(이제 나빠지는데?) 리아 씨, 제발 좀. (한숨 뱉더니 손 잡고 질질 마라탕집으로 끌고 간다.)
리아 P. 아이아나:장난이에요, 하하. 저도 이런 건 익숙하지가 않아서. (질질 끌려가며⋯)
마라탕 가게는⋯
사람이 많다1 한산하다2 2
의외로 한산합니다.
이안 J. 휴고:좀 익숙해지세요. 참⋯ 연기자라는 분이. (가게 안 들어서며) ⋯식당에 손님이 없는 풍경에 불안해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한적하니 편안해하는 게 좋을까요?
리아 P. 아이아나:그래도 이안 씨 앞에서 연기하면서 지내고 싶지는 않거든요. 익숙해져 볼 테니까 당신도 좀 봐줘요. (두리번⋯) 그래도 가게는 깨끗한데. 오늘은 일단 먹어보고 괜찮으면 다음에 또 와요.
이안 J. 휴고:⋯그 말은 믿어볼게요. (흘끔 내려다보더니 창가자리는 어떻냐며 손으로 가리킨다.) 나름 저랑 함께하는 시간이 괜찮게 흘러가고 있나 봐요. 선뜻 다음을 얘기하시는 것 보면.
리아 P. 아이아나:여전히 제 신뢰는 땅바닥에 있군요. (이안이 가리킨 자리에 겉옷 벗어놓고) 이상하다, 분명 어디 안 간다고 했을 텐데.
이안 J. 휴고:땅바닥은 아니죠. 같이 하늘도 날아본 사이에. (나직하게 웃는다. 농담인지. 그 반대편 자리에 겉옷 벗어두고 보니 기분이 살짝 묘해졌다. 정말 커플룩이었네.) 옆에 있어서 괜찮은 거랑 어디 안 가는 거랑은 어감이 좀 다르잖아요. 싫은데 제가 붙잡아두는 걸 수도 있고?
리아 P. 아이아나:그런가⋯ 둘이 무슨 차이인데요? 그리고, 음⋯ 싫었으면 이렇게 같이 있지도 않았어요. 저도 떠나고 싶었던 적 없기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았을 뿐이지.
이안 J. 휴고:땅바닥보다는 조금 위에 있어요. 제 키보다 낮은⋯ (시선이 상대 정수리에 머문다.) 그건 다행이네요. 싫어했어도 상관없었으려나. (말꼬리 흐리며 두리번거린다.) 그나저나 마라탕 가게는 처음인데. 앞에서 주문하는 건가?
리아 P. 아이아나:⋯어떻게 해야 올라갈지 감도 안 잡히네. (고개 젓는다.) 어차피 떠나도 찾아낼 거면서. (두리번거리는 이안 고개 재료들 쪽으로 돌려준다.) 저쪽에서 먹고 싶은 재료를 담고 카운터에 가져가면 무게에 따라 계산되는 시스템이에요.
이안 J. 휴고:일단 익숙해져 보세요. 믿음은 한순간 생기는 게 아니라 꾸준히 쌓이는 거라고 배웠거든. (이어진 말에 별다른 답 없이 웃는다. 부정은 못 하겠어서.) ? (영문 모를 틈에 고개 잡혀서 돌려진다⋯.) ⋯고⋯마워요? 각자 담아 오죠. 랍스터가 있었으면 좋겠네. (무게로 계산하는 거면⋯. 비싼 재료나 넣어야겠다 생각 중.)
리아 P. 아이아나:이렇게 꾸준히 만나기도 어려운데. 좀 후하게 쌓아보세요, 믿음이란 거. (잠시 뜸⋯) 만약에요, 정말 만약에 내가 떠난다면⋯ 나를 찾을 건가요? 계속? 그러니까⋯ 영원히? (랍스터 같은 건 없어요. 작게 핀잔주며 재료 담는다⋯)
랍스터, 있나?
행운 극단적 성공하면 넣어드리겠습니다
이안 J. 휴고:(아 고작 마라탕 먹는데 행운을 써도 되는 건가?)
기준치:75/37/15
굴림:57
판정결과:보통 성공
(안될듯)
랍스터는 없는데⋯
이거 뭐지? 민물가재는 있다⋯
이안 J. 휴고:(??? 이게 더 희귀한 거 아닌지. 민물가재를 담는다⋯) 당신의 '만약에'가 믿음을 쌓는 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리아 씨.
그러니까—. 나 스스로라도 믿어야지 어쩌겠어. 네, 라면 분명 떠난 당신을 찾을 거라고 믿어요. 영원히.
리아 P. 아이아나:(왜 자꾸 갑각류들이⋯) 뭐, 모를 일 아니겠어요? 살다 보면 자연스레 멀어질 수도 있는거고.
⋯그래도 날 찾아준다니 기쁘네요. 안 찾아주면 내심 서운할지도 몰라요. 아니, 아마 그렇겠죠⋯ 너무 뻔뻔한 소리려나?
이안 J. 휴고:모를 일이니까 지금은 함께하는 현실에 집중하려고요. (잠시 시선 맞추더니 몸 돌리고 재료를 마저 담는다.) 뻔뻔하긴 한데 전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어묵이랑 당면, 소고기, 야채 조금 얹고 계산대로 간다.)
리아 P. 아이아나:하하. 그래도 전 이안 씨가 먼저 사라질 일은 걱정 안 해도 돼서 좋네요. 상황 때문에 멀어져도 소식이 없으면 서운하더라고. (따라 재료 담고 계산대로.) 익숙해져서 다행이네요. 하하.
직원은 그릇의 무게를 달고 가겨을 안내합니다.
맵기 단계를 묻는 질문 후에는 그릇을 가져가 조리해오네요.
이안 J. 휴고:아시면 좀 자주 연락해요. 무작정 쳐들어오기 전에. (처음 먹는 거니까 안전하게 1단계를⋯.)
리아 P. 아이아나:알았어요. 그래도 자주 쳐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분명 이런 걸 원한게 아니겠지만⋯) 연락이라, 먼저 자주 할걸 그랬나⋯ (물 따라서 이안 앞에 밀어준다.)
이안 J. 휴고:아니 근데 리아 씨 친구 없어요? 왜 이렇게 제 집에 자주⋯ (뚫린 입이라고 이런 소릴!) 그리고 연락은 해주면 좋죠? 티비나 신문에서 괴도의 소식을 전해 듣는 것보다는⋯ (자연스레 받고 한 모금 마신다.)
리아 P. 아이아나:⋯다 크고 이사온 거라 아는 사람도 많이 없거든요?! (빽!) 영화사 쪽에선 완전 일로만 보고! 연극 쪽에서는 그래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 정도는 있지만⋯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됐으니까..(중얼중얼.) 그래도 이안 씨한테는 연락 많이 하는건데⋯(중얼중얼2)
이안 J. 휴고:⋯혹시 지금 위로를 건네드려야 하는 타이밍인가요? (사과가 먼저일지도⋯.) 그⋯. 어, 생길 거예요. 하하. 근데 저번에 보니까 제 직장 동료들이랑 잘 지내려고 하는 것 같던데? 다음에 식사 자리라도 한번 추진해 볼까요.
리아 P. 아이아나:위로같은 건 됐거든요. (흥.) ⋯뭐, 나름대로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아, 음식 나왔다. 빨리 먹기나 하자고요. (어쩐지 불퉁한 말투⋯)
이안 J. 휴고:(그럼 위로 대신에,) 화이팅! 사람이 좀 친구가 없을 수도 있죠, 하하. 전 그래도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으면 나름 인생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수저 건네준다. 음식 모양새 보고 짧은 감탄사 내뱉는다.) 매울 것 같은데? 먼저 드셔보세요. (선뜻 제의하는 것 같은데 실상 기미상궁 자처해달라고 하고 있다⋯.)
리아 P. 아이아나:참나. ⋯전 그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유치해서 문제지만요. 누구라곤 이야기 안 하겠는데. (태연하게 수저 받는다.) 1단계인데도 그러려나. (냠⋯)
(맵다1 괜찮다22)
(맛있다. ⋯그래도 장난 좀 칠까?) 쓰읍⋯ 이거 되게 맵네요.
이안 J. 휴고:리아 씨 친구가 어린애 밖에 없어요? 저런⋯. 에이, 기분이다. 제가 한 달에 한번 대나무숲 역할은 해드릴게요. 나름 입은 무겁다고? (그 누구가 본인이라고 생각 못 하는 건지⋯.) 어어. 그 정도예요? (한입 먹는다⋯ 맵다1 괜찮다2 2)
괜찮은데? (념념)
어린애 입맛⋯ (물 더 따라준다.)
리아 P. 아이아나:당신은 참, 여전히 바보네요. (고개 젓는다⋯) 흐음⋯ 안 통하네. 그냥 당신 놀리려고 매운 척해봤어요. (으쓱. 멀쩡하게 잘 먹는다⋯) 바보인데 겁이 없어서 안 통할 줄이야.
이안 J. 휴고:이건 또 무슨 소리지. (시선 가늘어진 채⋯. 우물우물우물우물⋯.)
리아 P. 아이아나:못 알아들었으면 정말 바보란 건데. (냠냠⋯)
이안 J. 휴고:장난꾸러기랑 거짓말쟁이 둘 중에서 뭐가 더 좋아요? (별칭으로.)
리아 P. 아이아나:둘 다 마음에 안 드니까 이상한 별칭 붙일 생각 말아요. (척,)
이안 J. 휴고:난 마음에 안 드는데 바보가 됐는데? (어이없어. 물 벌컥.)
리아 P. 아이아나: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거고요. (뻔뻔하게 나온다.) 참, 그러고 보니 밖에 샌드위치도 팔고 도넛이나 크레페, 탕후루 가게도 있더라고요. 마시멜로와 딸기를 꽂은 산타 탕후루가 인기라던데.
이안 J. 휴고:파렴치한으로 하죠. (마라탕 계속 먹는다⋯ 그나저나 리아는 어떤 재료를 넣었을까.) 산타 탕후루? (눈썹 까닥인다. 흥미 돋는 모양⋯.) 그런데 다 먹고 배 안 부르겠어요?
리아 P. 아이아나:저기요. 허참, 저를 멋대로 파렴치한으로 만들다니. (젓가락질은 꾸준히 하는중⋯ 소고기나 납작 당면, 청경채, 옥수수면 같은 것들.) 사서 걸으면서 좀 천천히 먹어도 좋을 것 같은데.
이안 J. 휴고:자업자득. (제 그릇과 별반 차이 없구나. 처음 먹는 건데 나름 재료 선택을 잘한 것 같아 뿌듯해진다.) 좋죠, 소화시킬 겸. 구경도 할 겸. 이러니까 정말 데이트 같네요. (그제야 뒤늦게 식당 주위를 둘러본다. 뭐 단서가 될만한 건 없나.)
리아 P. 아이아나:자업자득이라니 무슨 소리를. (표정 티 나게 찌푸린다.) 그럼 데이트인 걸로 칠까요? 연쇄살인 용의자랑 총기난사 현장에서의 데이트보단 이쪽이 좋을 것 같은데.
식당 주위에는 리아가 말한 가게들이 있습니다.
탕후루 가게는 줄이 기네요.
이안 J. 휴고:하도 뻔뻔하셔서 아시는 줄 알았는데. 어감이 그러면 철면피라고 불러드릴까요. (사전적 의미는 거기서 거기니까, 능청스레 답하다 연쇄 살인이라는 말에 사례 들린다.) 쿨럭⋯. 그, 래요. 크리스마스니까, 네. 다 드셨으면 일어날까요? 저기 줄이 길어서 빨리 서는 게 낫겠어요.
리아 P. 아이아나:맨날 너무한 말만 해. (투덜거린다. 계속 뭐라 중얼거리는 것도 같고⋯) 뭐, 그때 당신은 날 연쇄살인 용의자로는 안보고 계셨었지만. (잠시 주위 둘러보고) 산타 탕후루 들고 다니는 사람도 은근 많네요. 정말 인기 많나 봐. 가요!
이안 J. 휴고:(어떻게 밥 먹으면서도 저렇게 쉴 새 없이 볼멘소리를 할까. 그게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한 듯—그런 감상 머릿속에 그리며 그릇을 마저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긴다.) 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볼 일은 없지 않을까. 갑시다.
리아 P. 아이아나:그래도 의심 정도는 하는 게 좋을걸요. (따라 겉옷 주섬주섬 입으면서) 내가 연쇄살인마가 되겠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당신은 형사잖아요. 편향적인 태도는 수사의 방해물⋯ 아닌가?
이안 J. 휴고:딱히 편향적이라고는 생각 안 하는데요. (이 또한 본인만의 관점이지만,) 나름의 단서와 논리로 추론한 결론이에요. 단서는 당신과 이제껏 함께 했던 시간들이겠고. 저도 처음에는 의심했어요? (다시 손 뻗는다.)
리아 P. 아이아나:그 주관이 문제라는건데도. '그럴 사람이 아니다'가 법정에서 통하는건 아니니까. (조용히 옷매무새 다듬다가 문득 말한다.) 그래도 믿어주는게 싫지는 않아요. 저는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을거니까. 날 믿어주면 그 믿음에 보답할게요. (이젠 익숙하게 내민 손 위에 제 손을 포갠다.)
이안 J. 휴고:언제는 법과 같은 틀에 가두어진 사람이었나요, 당신이? (애초에 제가 믿는 건 그 행위보다도 당신의 윤리의식이자 가능성이니까,) 믿음의 기반은 이미 다져졌으니, 계속 쌓아가기만 하면 되겠네요. (가벼운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맞잡은 손 끌고 밖으로 나섰다.)
리아 P. 아이아나:확실히 법의 틀에 갇혀있지는 않죠. 틀을 인식은 하고 있지만. (샤교도의 방식이 과격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원래라면 절도죄에 재물손괴는 기본일텐데. 배상 대신 내 목숨을 앗고싶다는게 다행인지를 고민해보다 금방 관둔다. 무슨 생각이 이래.) 쌓아보도록 해볼게요, 최대한.
탕후루 가게에는 대기중인 사람이 언뜻봐서⋯
15명.
이안 J. 휴고:(⋯많⋯은 건가? 아니, 다섯 정도는 가족으로 묶어버리고⋯ 나머지는 커플이라고 하면⋯ 없는 계산 머리 굴리다가 포기한다.) 인기 많나봐요. 식사 시간이라 그런가.
리아 P. 아이아나:그래도 이정도는 조금만 서있으면 금방 줄어들 것 같아요. (줄 한번 재어보다가) 주변에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인기에 한몫 하겠네요.
이안 J. 휴고:그러니까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대다수가 그 예고장 때문에 이곳까지 걸음 했다고요. 같은 괴도로서 어때요, 지금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러게⋯ (작게 한숨쉰다.)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어요. 예고장을 보낸다는건 적어도 사람이 몰릴 각오는 하고 보내는건데 말이죠. 목적을 모르니 원⋯ 이렇게 사람이 몰려 있는데 사고만 안 나면 좋겠네요. 정말로.
이안 J. 휴고:정말 다치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네요, 어후⋯. 저번 일 생각하면. (눈동자만 굴려 주위 살펴본다. 테러리스트나 심각한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은 없어 보인다, 당연하게도.) 그런데 왜 하필 크리스마스일까. 이 좋은 날에.
리아 P. 아이아나:⋯저번 일? (큰일날 뻔 한게 하루이틀인가⋯ 언제 말하는건지 감도 안 안다.) 오히려 크리스마스라서 아닐까요. 원래도 인파가 모이는 날이고, 마침 전시도 하겠다. 특별한 날일수록 좋은거겠죠.
이안 J. 휴고:그, 와플 먹었던 날이요. (저도 사실 좀 헷갈린다.) 나르시스트에 엉뚱한 곳에 집착하는 면모도 있네요. (진짜 어떤 사람일까, 이번 괴도는.) 오, 이제 사람 좀 줄은 것 같은데요? (기웃거린다.)
리아 P. 아이아나:아하. 확실히 무서웠죠, 그날은⋯ 모델건 난사였으니까. ⋯ ⋯이번엔 아니었으면 하네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든 다른 생각.) 그 괴도를 마주치면 체포할건가요? (산타 몇개 남아있나 같이 기웃기웃.)
이안 J. 휴고:호루라기는 챙겨 왔는데, 이런 분위기에 인파에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네. (이어진 질문에 답을 내놓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당연하죠, 일단 체포를 해야지 어떤 의중을 갖고 이 소란을 벌였는지 알아낼 수 있을 거 아니에요. 더한 범죄 계획이 있으면 막을 수 있을 테고. 죄의 무게를 재는 건 제가 아닌 판사겠지만. 제 역할은 그거잖아요. 왜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런걸 챙겨 다니시는구나. 저는 오늘은 거의 빈손이거든요.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걱정하는 투다.) 그런가. 예고장만 보낸 것도 체포 가능한 범주려나? 단순히 장난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이안 J. 휴고:웬일로 빈손으로 오셨대. (리아가 걱정을? 좀 의아하게 본다.) 그게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으면 체포해야죠. ⋯아닌가? (줏대가 없다⋯) 그냥 이제껏 겪어왔던 일들을 떠올려 보니까 이런 건 장난으로 봐주고 싶지 않네요. 과민반응인 것 같아요?
리아 P. 아이아나:오늘은 정말 놀러온거라⋯ 그 정장도 가면도 업고 물건도⋯ 섬광탄 하나랑 스턴건 뿐이에요. (과연 이게 빈손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저야 늘 보내는 입장이니까. 전 장난으로 한 적은 없었지만요.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면야. 근데 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람들을 보지 괴도를 잡으러 튀어갈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닌가요?
이안 J. 휴고:??? (아니 빈손 절대 아닌 것 같은데) 리아 씨의 본질은 그 가면에 있던 거지⋯. 아, (정곡을 찔렸다.) ⋯그렇네요⋯. 그걸 의도하고 사람들을 모은 건가?! 본인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려고. (턱 매만진다.)
리아 P. 아이아나:아니, 뭐⋯ ⋯평소에 들고 다니던 것들 생각하면 빈손이죠. 저 지금 평소에 비해 되게 가볍다구요? (금방 도끼눈 뜬다.) 제 본질이 왜 거기에 있어요? 나참. 그거 오페라의 유령에서 따온 가면이에요. 얼굴 가릴 마땅한게 생각이 안났어서. (어깨 으쓱.) 아, 저희 차례다. 당신도 산타 탕후루인거죠? (쇼윈도 안쪽 가지런히 누워있는 산타들 가리킨다.)
이안 J. 휴고:평소에는 뭘 들고 다니길래⋯. 아예 방탄복도 입고 다니죠? (농조인데 진심이 조금 섞였다. 도끼눈 빤⋯.) 거진 몇 년만에 알아차린 사실이네요, 그건. 연극할 때 쓰는 가면이라고는 생각했는데, (그런 쪽으로의 지식은 전무하니까. 쇼윈도 너머를 본다.) 와, 아이디어 좋다. 네, 하나만.
리아 P. 아이아나:방탄복도 고려했는데, 그럼 옷태가 굉장이 우스울 것 같아서⋯ (조금 진지하다.) 그 반가면은 뮤지컬 전용이에요. 원래는 눈을 양쪽 다 가리는 가면인데, 뮤지컬 쪽에서 그렇게 쓴다고 들었어요. 잡히게 되면 그쪽에서도 고소하려나. (말하는게 어째 가볍다.) 이걸로 두 개 살게요. (탕후루 받아서 하나는 이안에게 건내준다.) 하나 사줄게요.
이안 J. 휴고:이게 그건가요, 폼생폼사? (반면에 여기는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폭발에 난사까지 몇 번이고 휘말렸는데 저렇게 태연하다고. 심지어 그 총탄 중 하나는 지금 눈앞에 있는 본인이 쏜 거다.) 뭔 그런 거 가지고 고소를 하겠어요, 쩨쩨하게. 오히려 팬텀이 뜨고 난 이후로 일명 팬텀 굿즈들을 사들이는 팬층이 생겼으니 홍보 효과가 되지 않았으려나. 아, 그래. 잘해봐요, 당신 팬클럽 같은 거 생기지 않았어요? (이쪽도 가벼운 투다. 고소도 잡히고 난 이후의 일이지. 탕후루 건네받으면 눈 살짝 커진다.) 고마워요? 받아먹을 줄은 몰랐네. 크리스마스 선물인가요, 이거?
리아 P. 아이아나:그런 것까진 아니지만, 완전무장 상태가 아니라 잔뜩 꾸미고 사람들이 보기에 재미있는 연출을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죠. 그 편이 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으니까. 무대 위에선 완벽해야죠. (그러지 않으면 금방 묻힐 일들이었다. 이미 위험을 감수한 김에 제대로 하겠다는 거다.) 그런가? 팬클럽은 잘 모르겠지만, 굿즈라고 하니 생각나는건 있는데. 이 귀걸이, 모조품이 많이 돌아다니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끼고 다녀도 사람들이 가짜겠거니, 하고 마는거고요. (산타 모자 한입 베어문다.) 으음. 아뇨. 그냥 기분으로. ⋯(뭔가 말하려다 말았다.)
이안 J. 휴고:당신한텐 현장이 무대예요? 사건은 재밌는 연출이고? 이게 어디 막이 내리고 배우가 퇴장하면 끝나는 이야긴가요? (시선이 가늘어진다.) 아- 그래서 동료들이 이걸 보고도 별말을 안 하는 건가. (언뜻 제 오른쪽 귀에 제대로 걸린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모자를 와작 씹어먹는다. 블루베리랑 딸기인가? 입안 가득 단맛이 퍼지는 게, 아까 먹은 식사의 디저트로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삼키고 난 후에 물었다.) 무슨 말 하려고 했어요?
리아 P. 아이아나:무대에 서는 기분으로 가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부담감이 너무 커져서. 사교도가 하는 일 막기도 바쁜데, 경찰도 쫓아오고. 사람들 시선 피하기도 어렵고. 추락하면 어떡하지, 막지 못하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다치면, 일을 막기 전에 잡혀버리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런 걱정거리를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크게 심호흡 하고 무대에 서듯 하는거죠. 물론 여기는 현실이라 무대에서 내려오면 귀가길 발걸음이 무겁지만. (당신의 시선을 모르는 척 웃는다.) 세상에선 괴도의 반대쪽 귀걸이가 어디갔나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 왜, 처음엔 양쪽 다 끼고 나왔었잖아요. (물음에 당신의 귀걸이를 잠시 보다 만다. ) 이거 줄게요. 진짜 크리스마스 선물. 대단한건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며 리아가 다소 어색하게 포장된 선물을 건넵니다.
반투명한 상아색 포장지에 반짝이는 펄 리본으로 묶여있습니다.
이안 J. 휴고:트루먼 쇼도 아니고 그게 뭐예요. 그러다가 죽으면 그것도 각본의 일부라고 여기겠어요. (그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이 현실에 지극히 충실하고자 하는 인간은⋯.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가 내밀어진 포장지에 머문다. 두 번째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뭐예요? (되물었으나 의심은 없다. 건네받은 선물을 귓가에 대고 위 아래로 작게 흔들었다. 이게 뭐지?)
리아 P. 아이아나:죽을 때에는 그렇게 위로할 수 있으려나.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배우니까. 무대 위에서는 피흘리고 쓰러져도 극이 끝나면 웃는얼굴로 커튼콜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테니까. 또 뭐가 머음에 안드실까. (이건 제가 연기에 충실하는 방법이었다.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알면서도 장난스레 물어왔다.) 궁금하면 풀어봐요. 정말 별건 아니긴 한데⋯
이안 J. 휴고:진짜 죽음은 그런 걸 뜻하는 게 아니잖아요, 배우 리아 씨. (부러 두 음절 강조해서 발음한다.) 유령이 돼서 커튼콜을 하면 관객들 중 누가 알아봐 준대요? 돌아갈 곳이 관짝이 아닌 집이라 확신해요? (툴툴거리면서 리본을 풀어 포장지를 뜯는다.)
리아 P. 아이아나:알아요, 그래도 그런 의미로 이야기한게 아닌건 알잖아요. 너무 화내지 마요. (양손 가볍게 들어서 취하는 항복 제스쳐다.) 나보다 내 목숨 걱정이 더 많은 것 같네, 정말.
포장지 속에 있는건 청록색 돌이 달려있는 팔찌네요.
리아 P. 아이아나:그거, 터키석이래요. 어딘가에선 부적으로도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남자한테 장신구 두 개는 역시 과한가 싶지만서도. ⋯역시 돌려줄래요?
이안 J. 휴고:(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으나 더 추궁하지는 못했다. 다만 시선 거두지는 않았다.) 누구가 걱정을 해도 너무 안 하는 것 같아서 좀 대신 해줬네요. (아, 그 누구 눈색이 생각난다는 감상도 잠시.) 네?! 줬다 뺐는 게 어디 있어요? (팔찌를 제 손목에 차고 이리저리 둘러본다.)
리아 P. 아이아나:저만큼 걱정 많이 하고 사는 사람도 드물텐데. (일부러 모호하게 빠져나간다.) ⋯.. (팔찌 둘러보는 모습 바라보다 옆쪽 전시장 가리키고 화제를 아예 돌려버렸다.) 저쪽에 전시장이 있거든요. 큼⋯ 가요.
이안 J. 휴고:연기력이 워낙 출중하셔서 일개 관중 속 한 명은 미처 못 알아봤네요. (비난보다는 농담에 가깝다. 더 말꼬리를 붙잡지도 않았다. 선물 하나 받았다고 기분이 들뜬 건지 뭔지. 그야, 이건 소품이 아니라, 제 4의 벽을 뚫고 나온 선물이니까. 당신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네네, 가봅시다. 저기도 뭐가 많을 것 같네요.
미니 홀에서 열리는 작은 전시전.
선물전이라는 이름 치고는 다소 무게있게 꾸며져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색채 또한 없네요.
덕분에 오가는 사람은 굉장히 적습니다.
들어가면 벽에 그려진 커다란 불의 그림과 함께 ‘인류가 처음으로 받은 신의 선물, 불’ 이라는 글이 적힌 것이 보입니다.
그 뒤로 판도라의 상자나 헤파이스토스의 황금 의자 등 온갖 신화나 전설 속에서 묘사된 선물에 관련된 일화들이 정리되어 있네요.
신화 속 선물같은 타이틀이 더 정확할 것 같은데⋯
더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그림이나 물건이 전시되어 있는 것도 보입니다.
이 곳에 있는 것 또한 신화 속 선물에 관한 것으로, 거대한 캔버스나 직물에 판도라가 상자를 받는 장면과 풍요의 신 프레이르가 게르드에게 선물을 보내는 장면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안 쪽에 조금 특이한 물건이 전시된 것이 보입니다.
한 쪽에는 접시가, 한 쪽에는 무게추가 달려있습니다.
옛날식 저울인 모양입니다.
패찰과 함께 설명이 적혀있네요.
이안 J. 휴고:(신이라는 단어에 미간이 좁혀진다⋯. 설마 또?)
꽤나 거창한 설명이지만⋯
겉보기로는 평범한 낡은 저울처럼으로만 보입니다.
이안 J. 휴고:이거 만져도 되는 건가요? (저울 가리킨다.)
그런데 어쩐지 묘한 위화감.
지능 판정.
이안 J. 휴고: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35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 저울만 유독 엄중히 관리되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중 유리 상자에 들어가 있음은 물론이고, 경비가 세 사람이나 근처에 서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네요.
이안이 묻자 바로 옆에 선 경비원에게 저지받습니다.
이안 J. 휴고:(아, 안되겠네.) 좀 수상하지 않아요? (리아 쪽으로 몸 기울이고 속닥⋯)
그들은 꽤나 위압적인 태도로 거리를 유지할 것을 강요합니다.
리아 P. 아이아나:음⋯ 어쩐지 조금은요. 그런데 전시품목이라 귀해서인지 괴도 때문인지 뭔지 분간은 잘⋯ (같이 속닥⋯)
그 사실을 깨닫고 전시장 안을 둘러보면, 경호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유독 예리하게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괴도가 온다는 것 때문일까? 어쩐지 불편하네요.
이안 J. 휴고:제 형사의 감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뭐가 있다. (말해 놓고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아 엘리베이터 쪽을 본다.) 일단 올라갈까요?
리아 P. 아이아나:조금 주시하도록 할까요⋯ 하필 빈손인데, 곤란하네⋯ (정말 빈손이라기엔 어폐가 있지만.) 일단 가죠.
이안 J. 휴고:(영화관으로!)
핫도그나 팝콘 등을 파는 매장과 포토카드를 뽑는 기계 등을 두고 있는 영화관.
지금 시간대에 볼 수 있는 영화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이터널 일루미네이션> 과 <메리? 메리!> 라는 영화입니다.
이터널 일루미네이션은 멜로 영화, 메리? 메리! 는 가족 영화인 것 같네요.
상영 시간은 어느 쪽도 1시간 반 가량.
이안 J. 휴고:뭐 볼래요? 한시간 반⋯. (시간이 충분할까.)
리아 P. 아이아나:하나 정도는 봐도 될 것 같은데. 흐음⋯
<이터널 일루미네이션>은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들었고, <메리? 메리!>는 보다가 운 사람 많댔어요.
뭐가 좋아요?
아 이게 뭐지:아 이게 뭐지
이안 J. 휴고:휴일날 우는 건 별로⋯. 이터널 일루미네이션 괜찮으면 이걸로 보죠. 팝콘은 안 필요해요?
아 이게 뭐지:궁금하다 네
분위기 좋다 (GM):메리크리스마스
아 이게 뭐지:아악
리아 P. 아이아나:그래요. 팝콘은 아까 식사하고 왔으니⋯ 작은걸로 하나 살까요?
이안 J. 휴고:그럽시다, 빠지면 섭섭할 것 같으니. 이건 제가 살게요. (매장으로 가서 작은 사이즈의 팝콘을 주문한다.)
아 이게 뭐지:아..아아⋯..
리아 P. 아이아나:와아. 입장은 바로 하면 될 것 같아요. 8관은 저쪽.
이안 J. 휴고:(팝콘과 음료수도 챙겨서 간다. 저벅저벅⋯.)
리아 P. 아이아나:(이안이 들고있는 팝콘 하나씩 빼먹으면서 자리 찾아간다⋯)
이안 J. 휴고:(자리에 앉아서 보니 뭐지 팝콘이 가벼워졌네.)
리아 P. 아이아나:(냠냠⋯ 범인이 여기에.)
이안 J. 휴고:이걸 체포할 수도 없고⋯. (이러다가 영화 시작하기도 전에 다 먹겠네.)
리아 P. 아이아나:체포 해보시던가요? (양 손목 장난스레 내민다.)
이안 J. 휴고:(아 힘들다⋯⋯⋯⋯⋯⋯.)(손 뒤집어서 손바닥에 팝콘 올려 준다.) 아, 영화 시작한다. (시선 회피)
리아 P. 아이아나:하하. (팝콘 입에 쏙 넣고 앞쪽 본다.)
고등학생 연인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입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둘 수 없는 불행한 사연을 껴안은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마음이 맞지 않아 날을 세우기 바쁘지만,
드라마틱한 사건사고나 운명같은 기적이 겹쳐지며 자연스레 연인이 됩니다.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릴’ 이 ‘세이’ 에게 말합니다.
“너는 내 빛이야. 난 널 영원히 사랑할거야.”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기적은 빛바래갑니다.
두 사람은 점차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생활 환경이 바뀌고, 취향과 시야가 달라지며 두 사람은 점차 충돌하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골은 메울 수 없이 깊어져 결국 그들은 이별을 택합니다.
마지막, 세이는 홀로 빛이 꺼진 일루미네이션 아래를 걸으며 독백합니다.
‘사람들은 소중한 것이 생겼을 때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고 싶어한다. 이것이 신의 뜻이라고. 하지만 장담하건데 신에게는 아무런 뜻도 없다. 우리는 그저 우연히 만난다. 하지만.’
일루미네이션에 빛이 켜집니다.
세이가 눈물을 터뜨립니다.
‘빛은 있다. 바로 지금 여기에도.’
리아 P. 아이아나:영화, 어땠어요?
이안 J. 휴고:(깜빡.) 나쁘지 않네요. 조금 난해했나? 당신은요?
리아 P. 아이아나:만듦새는 좋은데, 저는 꽉닫힌 해피엔딩이 좋아서.
이안 J. 휴고:음. (동의의 의미로 주억거린다.) 그런데 유독 신에 관련된 소재가 많네요. 착각인가.
리아 P. 아이아나:영화는 꽤 큰 기획사에서 만들어서 잘 모르겠는데. 전시장은 좀 수상하긴 했어요.
이안 J. 휴고:그런가.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 자체가 성자의 탄신일을 축하하는 날이네요. (자리 정리하고 영화관 밖으로 나선다. 다음에는 플라네타리움을 가볼까, 중얼거리고) 영원한 사랑 같은 거 믿어요?
리아 P. 아이아나:영원한 사랑이라. 영원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알 것 같짐만요. 사실 잘 모르겠네요. 영원할 것 같았던 가족도 이젠 연락 안하고 지내는걸. 온전한 타인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안 J. 휴고:또 우울해졌어. (검지 쭉 뻗어서 당신 이미 꾹 누르더니 플라네타리움으로 발걸음 옮긴다.) 그러고보니 가족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네요.
리아 P. 아이아나:우울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꾹 눌리면 깜빡깜빡⋯) 으음. 저도 소식을 몰라서 그닥 언급할 일이 없었죠. 오빠가 하나 있어요. 저랑 완전히 똑같이 생겨서 길가다 마주치게 되면 어! 하실걸요? 키는 좀 크지만.
이안 J. 휴고:원래 본인들은 잘 모르더라구요. (리아가 둘⋯?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본 건지, 미미하게 눈살이 가늘어졌다.) 왜, 먼저 연락해보지 그랬어요.
리아 P. 아이아나:나이차가 꽤 나서, 오빠는 진작 독립했었거든요. 바쁘게 살다보니 원래도 연락이 잘 안됐는데, 둘 다 이젠 번호가 바뀌어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저도 얼마 안있어서 독립하고 이사했으니까. (가벼운 투다.) 플라네타리움도 갈건가요? (입구 안쪽 몸 기울여서 구경해본다.)
이안 J. 휴고:원하시면 전화번호 정도야 찾아 드릴 수 있는데. (잠시 입 다물었다. 타인의 가정사에 함부로 말 얹지 않기로 하고 가볍게 대사 이어간다.) 볼 수 있으면 다 보는 게 좋죠. (상체 기울이고 구경한다.)
리아 P. 아이아나:어떻게요? 설마 공권력을 낭비해서? (이안 빤히⋯) ⋯괜찮아요.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싶어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고.
이안 J. 휴고:낭비라뇨? (허?) 실종신고로 접수 되면 '조사'를 못할 것도 없죠? (뒷목 긁적인다.) 진짜 모르겠네, 우리 누나들은 가족 단체 메세지방을 거의 개인 SNS로 쓰던데.
리아 P. 아이아나:아니, 평범하게 독립하고 살다 연락이 끊긴거니 실종신고 접수 자체가 반려될걸요. 그걸 접수로 만드는건⋯ 공권력 남용이 맞고요, 형사양반! (이안의 가족 이야기에 잠시 상상해보다가⋯) 가족분들은 이안씨랑 닮았나요?
많은 연인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플라네타리움.
단순히 별 하늘을 보여주는것 만이 아닌, 별자리에 관련된 신화나 별과 관련된 사연 등을 엮어 라디오처럼 밤하늘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 인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 상영중인 프로그램은 <겨울의 밤하늘 ~폴라리스를 찾아서~> 라는 제목이네요.
플라네타리움에 들어간다면 입장료를 지불하고 티켓을 따로 구매해야합니다.
12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좌석과 30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잔디 좌석이 있습니다.
일반 좌석은 영화관과 비슷한 평범한 의자, 잔디 좌석은 인조 잔디를 깔아둔 단상 위에 준비된 푹신한 매트와 베개를 2명이서 사용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소위 말하는 커플석이네요.
이안 J. 휴고:뭐 찾고 싶다고 하면 찾는 거죠? 그리고 왜 굳이 공권력을 남용해야하지, 그냥 늘 하던 것처럼 파트너로 같이 사건을 해결하면 되는 거잖아요? (이어지는 질문에 눈동자 굴린다.) 닮⋯았나? 그렇다고 하면 누나들이 화낼 것 같은데⋯. 가운데 누나랑은 좀 닮았고, 나머지는 그닥. (평이하게 이어가며 안내문을 본다.) ⋯무슨 좌석이 30000원? 일반석이랑 2.5배나 차이가 나는데? 뭐 할래요?
리아 P. 아이아나:아, 이것도 사건으로 쳐주는건가요? 그렇게 무거울줄이야. ⋯그래도 고마워요. 알아내면 좋겠네요, 얼굴 안본지 오래됐고. 보고싶기도 하고. (웃는 얼굴이다. 그리움을 떠올려도 외롭진 않았다.) 아하. 뭐랄까 상상은 잘 안되네요. 이안 씨가 막내란건 납득이 쉽긴 한데.(자기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30000원⋯ 비싸긴 하네요. (진짜 그렇게 한다고? 하고 다시 봄⋯) 아, 그래도 2인석인가봐요. 15000원이라고 하면 2.5배까진 아니겠네요.
이안 J. 휴고:(위로 솟은 입꼬리 끝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우울한 얼굴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잠깐.) 이번 일만 무사히 끝내면 추진해보도록 하죠, 당신의 오빠를 찾는 일. 궁금하시면 저희 누나들 만나볼.. 아니, 예전에 한번 본 적 있지 않나? 무단 침입했을 때⋯. (떠올리곤 낯색 살짝 어두워졌다. 아찔했지⋯.) 아, 2인석이면 괜찮은데? 푹신한 매트랑 베개까지 쓰는 거면. 이걸로 할까요?
리아 P. 아이아나:비록 제공 가능한 단서는 몇 없지만. 그래도 방향이 있다는건 좋네요. ⋯무단 침입이라니. 나참. 그리고 그때 놀라고 당황해서 저 갈까요? 만 반복하다가 시선 피한다고 바빠서 되게 흐릿하게나 기억나거든요⋯ 머리속에 온통 '어떡하지' 뿐이었다고요.(그날 멀쩡한 얼굴로 인사도 나눴으면서 하는 말이 이렇다. 겉껍질은 근사해도 속알맹이는 이렇다는 거다.) 오래 서있었으니까, 그럴까요? 전 좋아요.
이안 J. 휴고:있는 단서가 뭔데요? 당신과 닮았다는 것 말고도. 그리고 당신이 놀라고 당황했다면 저는 어땠겠어요? 그리고 멀쩡한 얼굴로 인사도 나눴으면서. 하도 당당하시길래 서로 아는 사이인 줄 알았잖아요. (그리고 이 눈치 없는 인간은 정말 당신이 멀쩡한 건 줄 알고 있는 건지.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 줄이 줄어들고 매표소에 당도하면 잔디 좌석으로 구매한다.) 인조 잔디면 진짜 풀밭에 눕는 기분 나겠다. 캠핑은 잠입수사 할 때나 몇 번 해봤는데 말이에요.
리아 P. 아이아나:처음 독립했을 때 간다고 했던 지역이 제가 지금 사는 지역이란게 하나, 그때 말했던 직업이 바텐더란거. 키는⋯ 170 후반정도 됐었나⋯ 눈색도 머리색도 저랑 똑같고요. ⋯이정도? (새삼 아는게 없구나, 하고 중얼거린다.) 아니, 거기서 눈치보면⋯ 이상해보이잖아요! 안그래도 물건도 이거저거 놔뒀는데! (한껏 뭐라하고⋯) 수사 중이었으면 캠핑하는 느낌도 안났겠네요. 지금이라도 즐겨보시는건?
이안 J. 휴고:어어, 혹시 오빠 따라서 이 지역으로 이사하신 거예요? 아닌 척하시면서 진짜 보고 싶었구나. 직업을 알면 더 쉽죠, 동네 술집 탐방을 가면 되니까⋯.. 그런데 당신은 배우고, 오빠분 께서는 바텐더고. 진짜 닮은 점은 외형 밖에 없는 거예요? (쿨럭⋯.) 아,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갑자기 확 와닿네. 리아 씨 안 계실 때는 당신 물건들 다 치워놔야겠어요⋯. (그때 받았던 시선이고 취조같던 질문들이 하나씩 되새기는 듯, 혀 내두르더니 표 건네고 입장한다. 잠시 뜸 들이고,) 고백 하나 할까요. 실은 아까부터 즐기고 있는 중이었어요.
리아 P. 아이아나:뭐, 괜히 핑계 대면서 이사한건 맞아요. 어떤 동네에서 어떻게 살았나 궁금했기도 하고. 그치만 여기에 계속 살고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오빠랑 나이차가 9살인데 독립은 성인이 되자마자 했거든. 한번씩 얼굴은 봤어도 사는 곳 이야기는 딱히 안했어서. 진작 이 동네 뜨고 남았을지도 모르죠. ⋯글쎄요. 닮은 점이라⋯ 꾸미는거 좋아했던건 비슷했던 것 같은데. (그 외에는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만 으쓱하고 만다.) 너무 생각 없었던거 아녜요? 곤란하네, 정말. (입장하며 입구 옆에 있는 소등 시간 확인해본다. 정각? 지금 시간은⋯소등 9분전.) 사실 그래보이긴 했어요. 저도 들뜨는건 어쩔 수 없기도 하고요.
이안 J. 휴고:어우, 9살이면 안 친할 만하다. 오빠가 거의 리아 씨를 업어키운 거 아니에요? 그건 나중에 술집 돌아다니면서 수소문 하다보면 알 수 있겠죠, 뭐.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면 외롭지 않나봐요? 아니면 신나려나. 새로운 학교에서 새학기를 맞이하는 것처럼. (질문하는 목소리가 가볍다. 본인은 이제껏 후자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곤란하다는 말에 계획에 없던 일이라며 대충 얼버무리고 발걸음 옮긴다. 좌석에 도착하면 짧은 감탄사 뱉더니 매트 손바닥으로 두어번 쳐본다. 폭신한 게 제법 마음에 든다. 베개 하나 리아한테 건네주고 씨익 웃는다.) 내심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잘 됐네요! 이브잖아요, 한 해를 웃으면서 마무리하면 좋죠.
리아 P. 아이아나:그쵸? 그래도 어릴적에는 앚혀놓고 책도 읽어주고 그랬는데. 살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오빠를 만나게 되면 제일 만들기 귀찮다는 칵테일이라도 주문할까⋯ 참, 생각난게 하나 있는데, 오빠도 장난치는거 되게 좋아해요. 제가 오빠를 보고 배웠거든. (하하.) 새 삶이라⋯ 걱정도 많고 외롭기도 했지만⋯ 영화 촬영에 아르바이트에 바쁘게 산다고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는 쪽이었을까요. 지금은 그래도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베개 건내받고 겉옷을 벗어 무릎에 덮었다. 마음에 쏙 든건지, 웃는 얼굴에 따라 웃으면서 옆으로 풀썩 누워버린다.) 그러네요. 같이 다니길 잘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이안 J. 휴고:불이라도 붙는 칵테일을 주문하게요? 이번에는 잔 바닥에 랍스터가 아니라 용가리가 나오는 건 아닐까 몰라⋯ ⋯그걸 보고 배웠다고. 갑자기 오빠 분 만나는 게 두려워졌는데요. 두 사람 페이스에 휘말릴 것 같아. (흐린눈) 그래도 좋은 오빠처럼 들리는데요, 앉혀두고 책 읽어주는 형제라니. 그건 대체 어느 나라 동화지. (⋯) 그럼 지금은 걱정도 외로움도 덜하다는 걸로 해석하면 되나요? (누운 모습 흘끗 보다가 바닥에 곧게 몸 뻗고 하늘을 쳐다본다.) 오, 곧 시작하나 보다.
리아 P. 아이아나:아뇨, 바텐더가 10분간 쉬지 않고 쉐이킹 해야하는거 시키려고요.(완전히 본격적⋯) 하하. 그래도 심한 장난은 안⋯ 치지만! 페이스에 말린다는건 뭐랄까⋯ 정말 그럴 것 같네요. 이안 씨, 정신 없는거 아닐까 몰라. ⋯좋은 오빠는 맞았어요. 절 많이 예뻐하고 챙겨줬으니까. 그래서 보고싶은건가⋯ (깜빡.) 네! 이젠 괜찮아요. 요즘은 즐겁게 살고 있는걸요. 일도 잘 하고 있고, 다른 일도 꽤 든든한 조력자가 생겼으니까. (옆으로 누워있다가 바로 눕는다.) 어떠려나.
자리를 잡고 누우면 실내가 어두워지고, 동그란 돔 형의 천장에 밤하늘이 수놓아집니다.
최근 유행하던 노래와 함께 성우가 사연을 읊습니다.
“5년쯤 전에 있던 일이에요. 저는 소꿉친구와 싸우고 무작정 거리를 걷고 있었죠.”
“많은 일에 지쳐있었어요. 방금 그 싸움조차도 단순한 제 화풀이었고요. 친구의 걱정을 걱정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정말이지 제가 더더욱 싫어져서 견딜 수가 없었죠.”
“한참을 걸었어요. 시골 마을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이라곤 하나도 안 보이게 됐어요.”
“몇 시간이나 지났던 건지 몰랐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죠. 소꿉친구였어요. 너 어디야?”
“이유도 없이 서러워져서 울 뻔 했어요. 울음을 참느라 그냥, 나도 몰라, 라고만 했죠.”
“그랬더니 한참 서로 말이 없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애가 아, 하고 소리를 내는거에요.”
“그리고 너 지금 밖이면 하늘 좀 보라고.”
“그 말을 듣고서야 하늘을 봤어요. 거기에, 있었어요. 별이 하나.”
“그리고 걔가 말해요. 보여? 저기 저 가장 위에 있는게 북극성이야.”
“어딘지 모르겠으면 저 별 보고 따라와.”
“북극성은 25000년 주기가 다 지나기 전까지는 쭉 같은 별이래.”
“엉뚱하죠? 저도 왜 그 애가 그 때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그냥 가끔.”
“또 저 자신에게 지쳐서,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 조차 믿을수가 없어질 때.”
“그런 기분이 들면 하늘을 봐요. 늘 같은 자리에 같은 별이 있다는 걸 보면 기분이 나아져요.”
“25000년이 지나면 변하는 거겠지만, 일단 제가 사는 동안에는 영원히 같은 별인거네요.”
이안 J. 휴고:(집중해서 본다.) 이야, 낭만적이네.
리아 P. 아이아나:그러네요. 여기에서도 북극성이 있으려나⋯
이안 J. 휴고:나가서 보면 되겠네요. (먼저 일어나 옷매무새 정리하고 손 뻗는다.) 올라가죠.
리아 P. 아이아나:별 찾을줄 알아요? (손 잡고 일어나 겉옷을 챙겨 입는다.)
이안 J. 휴고:아까 들은 대로 찾으면 되겠죠. 가장 높은 별. (겉옷 챙겨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비행할 줄 아시는 분이면 저보다 더 잘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리아 P. 아이아나:그렇구나. 잘 찾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날씨가 괜찮았던가⋯ ⋯멋들어진 척은 해도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는 없어서요. 늘 발밑에서 누군가 쫓아오는걸 따돌려야 했으니까.
이안 J. 휴고:어휴, 또 우울해진다. (이건 본인 얘기다, 그냥⋯. 뒤돌아 보더니 손 뻗어서 리아 손 잡고 종종걸음으로 엘리베이터 탑승장에 도착한다.) 지금 여유 있죠? 이번에는 잘 봐요. 한번 봐두면 다음 번은 조금 더 쉬워지잖아요.
리아 P. 아이아나:당신한테는 제법 우울하게 사는걸로 보이나봐요, 내가. (손 마주 잡고 따라간다.) 그러네요, 지금은 여유로우니까 잘 봐놔야겠어요. 그럼 다른 날에도 찾을 수 있을텐데.
제 1전망대로 이동하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위치한 탑승장.
1전망대의 입장은 무료인 것 같습니다.
한번에 50명정도가 탑승할 수 있나보네요.
사람은 많지만 차례는 빠르게 돌아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전망대로 향하다 보면, 유리창 너머로 바깥이 보입니다.
1전망대로 향하는 위치에서만도 이미 대부분의 건물을 전부 내려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높네요.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옵니다.
관찰 판정.
이안 J. 휴고:
관찰력
기준치:45/22/9
굴림:42
판정결과:보통 성공
어라?
바깥에 방금 지나간 거 반딧불이인가?
도심에, 그것도 이 높이에서⋯?
의문이 생겨나자 곧 딩동, 벨소리와 함께 1전망대에 도착합니다.
1전망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반짝이는 조명, 그리고 마을의 모습입니다.
오두막처럼 꾸며진 매대들과 작은 집, 미니트리를 곳곳에 세워 마을같은 형태로 화려하게 꾸며두었네요.
셀 수도 없이 많은 조명이 야경보다도 화려하게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수놓고 있습니다.
마을 입구쪽으로 들어가 ‘토끼네 공장’, ‘다람쥐 우체국’을 지나 중앙의 ‘산타의 집’ 에 도착하는 코스로, 다양한 가게들이 루트에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배스밤을 파는 가게부터 초콜릿 가게, 꽃 가게, 인형 가게, 향수 가게 등.
이안 J. 휴고:(도착하면 곧장 탄성부터 내뱉는다.) 와, 이것봐요. 진짜 같다⋯. (손 잡고 마을입구로 향한다.)
금발의 여자아이가 마을로 달려들어가는 등신대 인형이 서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네요.
이 아이가 메리인걸까?
듣기 판정.
이안 J. 휴고: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54
판정결과:실패
(정신팔린듯)
리아 P. 아이아나:되게 잘 꾸며뒀네요. 소품들도 전부⋯
이안 J. 휴고:이정도면 보석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떼로 찾아오겠는데요? (토끼공장으로 저벅저벅)
토끼들이 각종 디저트를 굽고 예쁘게 포장하는 그림이 벽에 가득 그려져 있습니다.
슈톨렌과 크리스마스 도넛, 파네토네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네요.
벽에 그려진 토끼들 중 아기토끼 한 마리는 리본을 손에서 놓고 무언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엄마 토끼가 옆에서 화를 내고 있고, 옆에 영어로 대사도 적혀있네요.
읽어보면⋯
‘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만이 영원하대. 그러면 영원은 존재하는 거 아니야?’
‘미나! 그 슈톨렌, 빨리 포장해!’
이안 J. 휴고:(이게 끝?) 대사들이 다 아기자기 한 것과 반면에 심오한 주제들이 많네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러게요. 그래도 삽화의 토끼는 귀여운데.
이안 J. 휴고:사실 귀여운 건 다 속임수⋯? (다람쥐 우체국으로 가본다.)
세계에서 몰려든 아이들의 편지를 처리하는 다람쥐 인형이 가득한 오두막.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있어, 사람들이 앉아 엽서나 편지 등을 쓰고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우체통에 넣고 가면 몇 명을 추첨하여 스카이 빌딩에서 적힌 내용을 이뤄준다나.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면⋯
관찰 판정.
이안 J. 휴고:
관찰력
기준치:45/22/9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는 당신을 잠시 바라보더니 무전기로 어딘가에 말을 겁니다.
??: “B17. 이상 없습니다.”
반사적으로 경찰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안 J. 휴고:경찰이 왜 이곳에? (바라보다가 리아한테 속삭인다.) 가서 말 걸어 볼까요?
리아 P. 아이아나:예고장 때문일까요⋯ 한번 물어보시는것도?
이안 J. 휴고:(주억거리고 경찰한테 가본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만약 경찰에게 말을 건다면 그는 딱딱한 인상과는 달리 친절하게 대화에 응해줍니다.
그는 스카이 빌딩 측의 요청으로 인파의 관리 및 순찰을 맡은 사복 경관으로,
경찰: 에고장 때문에 경비를 서고 있는겁니다. 장난편지라고 생각하지만, 같은 시기에 이 곳에서 열리는 전시전의 주최 측이 꽤 진지하게 받아들여 강하게 항의한 것 같습니다만⋯ 인력낭비네요.
이안 J. 휴고:아, 수고가 많으십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덕분에 저희 같은 사람들도 편하게 즐기고 있네요. 아직까지 수상한 사람이나 눈에 띄는 일은 없었죠? (이게 본론.)
경찰: 아무래도 그렇죠. 현재까진 별일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사람 좋은 얼굴입니다.)
이안 J. 휴고:(마찬가지로 웃으며 인사를 하고 리아에게 돌아간다.) 딱히 염려할 부분은 없는 것 같네요. 편지라도 쓸래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러면 다행이고요. (경찰 한번 봤다가⋯) 편지⋯ 뭘 쓰려고요?
이안 J. 휴고:산타한테 세계평화를 달라고 빌어볼까 해서요. (어깨 으쓱인다.)
리아 P. 아이아나:아무래도 못줄텐데⋯
이안 J. 휴고:우울해⋯.
리아 P. 아이아나:우울해하지 말아요. 평화는⋯
경찰이 가져와야지. 시민들한테⋯
이안 J. 휴고:산타가 나였나 보네요? 울지 않고 착한 일들을 많이 하는 시민들이길 바라야겠네. (산타집으로 향한다.)
리아 P. 아이아나:전 안울었는데, 소원 들어주시나요? (졸졸⋯)
커다란 오두막 안에서 분장한 산타가 벽난로 앞에 앉아 아이들에게 선물할 스웨터를 뜨고 있습니다.
그는 이따금 아이들을 쓰다듬어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합니다.
이안 J. 휴고:줄 수 있는 거면요. (저벅저벅)(아 아니 산타가 저기 버젓이 있는데)
리아 P. 아이아나:그러면, 음⋯
인류 평화 주세요.
이안 J. 휴고:그게 그거 아니에요? (어이없다는 투로 본다(
리아 P. 아이아나:왜요, 싫어요?
이안 J. 휴고:⋯아뇨, 좋아요. 기념사진이라도 남길까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럼 소원 들어주시면 되겠다. 나눠서 천천히 받아도 괜찮아요.
사진~ 좋죠. 스웨터 뜨고 계신데 괜찮으려나.
이안 J. 휴고:(헛웃음⋯) 그래요, 뭐. 오래오래 사셔야겠네, 한 50년은 나눠서 드려야할 것 같은데. 물어나보죠. (다가가서 웃는 얼굴로 인사한다.) 저희 사진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리아 P. 아이아나:그정도야 뭐. 끝까지 받아낼테니까 각오하세요?
산타: (고개를 끄덕이고 익숙하게 자세를 잡아줍니다.) 물론, 메리 크리스마스.
이안 J. 휴고:(한번 시선 맞추고 카메라 렌즈 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감사합니다.
반대쪽에는⋯ 무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안 J. 휴고:(포즈를 취한다⋯ 브이.)
리아 P. 아이아나:(옆에서 브이 하고 있는걸 보자니 조금 웃길지도.)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고 같이 한다⋯)
이안 J. 휴고:(⋯뭐지? 방금 웃음을 좀 당한 것 같은데)
리아 P. 아이아나:(착각, 착각.)
패널에 3, 2, 1, 하는 숫자가 뜨고 플래쉬가 점멸하면⋯
응? 사진은요?
아, 사진 현상은 출구 바로 앞쪽에 있다고 하네요.
이안 J. 휴고:이제 갈까요? 여기서 볼 수 있는 건 다 본 것 같은데. 다음이 제 2 전망대인가?
리아 P. 아이아나:그럴까요? 그런데 제 2 전망대 티켓은 지금 구하기 어려운걸로 아는데⋯ 매표소 먼저 가볼래요?
이안 J. 휴고:응? 리아 씨는요?
리아 P. 아이아나:저도 2전망대 티켓은 없어요. 유료기도 하고 인기도 많다고 했고.
이안 J. 휴고:귀걸이로 어떻게 못 들어가나⋯. (중얼거리고 매표소로 가본다.)
리아 P. 아이아나:그건⋯
불법⋯⋯⋯
아니 그전에 좀 치졸한 것도 있고⋯
제 2전망대로 이동하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위치한 탑승장.
2전망대의 입장권은 만 원으로, 한 번에 40명 정도 탑승 가능한 엘리베이터가 정해진 시간마다 20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오늘의 입장권은 전부 매진된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매표소에 몰려들고 있으나, 직원의 안내를 듣고 축 쳐진채 돌아갑니다.
그러나,
직원: 저 쪽에서 미니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게임에서 이기면 2전망대 입장권을 선물로 드리고 있어요. 참가 어떠세요?
이안 J. 휴고:오, 무슨 게임인데요? (흥미생겼다)
라는 안내가 함께 덧붙여지네요.
직원의 손 끝을 쫓아가보면,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탄성을 내지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안 J. 휴고:(기웃거린다.)
인파에 가까이 다가가면, 마침 직전 게임이 마무리된 듯 사회자가 참가자를 모집하며 흥을 띄우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사회자: “자, 자! 소문의 핑크 다이아몬드를 관람할 수 있는 2전망대 입장권, 몇 장 남지 않았습니다!”
“관람객 분들의 1대 1 매치! 승자에게는 바로 사용할 수 있는 2전망대 입장권을 두 장 선물! 일행에게 멋진 모습 보이고 싶지 않으신가요?”
“다만 조심하세요! 이 게임에는 패널티가 있습니다! 지신 분은 이긴 분의 소원을 하나 들어드려야 합니다!”
“번호 요청, 밥 한끼 사달라, 내 숙제좀 대신 해달라, 등! 뭐든 이뤄주셔야 합니다."
“아, 한 끼 식사 분 이상의 금전적 요청만 빼고요! 그건 산타한테 부탁하세요!”
“자, 참여 희망하시는 분들은 손 들어보세요! 아는 사람끼리는 안 됩니다! 짜고치기 금지!”
이안 J. 휴고:하하 아니 그래서 이게 무슨 게임인데?
관객들이 손을 번쩍 들어올립니다.
리아 P. 아이아나:⋯그러게요? (어리둥절⋯) 할건가요? (주위 분위기 눈치 살짝 봐요)
이안 J. 휴고:사람들 하는 거 보니까 위험한 건 아닌 것 같고. 잃을 건 없잖아요? 왜, 질 것 같아요? (히죽⋯)
리아 P. 아이아나:확실히 그건 그러네요. 져서 모르는 사람 소원 들어주게 되면 어쩌시려고. (작게 핀잔. 그렇지만 웃는 얼굴인게, 나름 즐기고 있는듯.)
이안 J. 휴고:에이, 날도 날이다! 그냥 들어주고 말죠. 설마 이상한 걸 묻겠어요. (손 든다. 번쩍!)
리아 P. 아이아나:참, 겁도 없지.
사회자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인파를 훑습니다.
사회자: “어디보자, 그럼⋯거기 후드 쓴 분! 그리고 저기! 와인색 겉옷 입은 남성분! 이렇게 두 분 나와주세요!”
가볍게 탄성이 입니다.
이안과 함께나온 상대는 패딩에 달린 후드를 푹 눌러 써 얼굴이 거의 다 가려둔 사람입니다.
이안 J. 휴고:(아 벌써 수상한데)(일단 꾸벅⋯)
셋 (GM):혹시
셋 (GM):굿
사회자: "종목은 가위바위보 단판승부! 자신 있으신가요?"
이안 J. 휴고:하하, 나 자신은 언제나 믿는 편이죠. (괜히 팔목 걷는다⋯ 이 운싸움에)
사회자: 멋진 자신감! 좋습니다! 하나! 하면 동시에 내는겁니다! 자!
이안 J. 휴고:(주먹 낸다)
???:(1주먹 2가위 3보자기)
2
(가위.)
주변에서 큰 박수가 일어납니다.
사회자: “멋진 승부 감사합니다. 상품인 2전망대 입장권은 바로 증정합니다! 그리고, 어디⋯ 소원을 말해보시겠어요?”
그러나 이안이 입을 열기도 전.
후드 쓴 인물이 돌연 이안을 향해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어라?
이안을 지나쳐⋯
이안의 바로 뒤에 서 있던 리아의 손을 잡고 종이 쪽지 하나를 쥐어줍니다.
그리고,
???:일행인 것 같은데,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리아 P. 아이아나:⋯어? 네?
어, 이거 역 헌팅⋯?
그런데 나도 아니고 리아를?
해프닝에 가벼운 야유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사회자가 잽싸게
사회자: “애인이 같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호들갑을 떠는 사이, 후드 쓴 인물은 홀랑 사라집니다.
이안 J. 휴고:(황당한 표정⋯) 예??
뭐였지?
이안 J. 휴고:(황당 두배가 된다)
리아 P. 아이아나:네⋯?! 저기⋯ (얼빠진 얼굴로 있다가⋯) 그보다 그냥 일행이니까요⋯!!
어쨌건 2전망대 입장권은 얻었습니다.
지금부터 15분 후에 올라가는 물건이네요.
이안 J. 휴고:아니 그래서 내 소원은? (기분 언짢은 듯 입장권 확 낚아채고 리아한테 돌아간다.) 저 분이 당신이 많이 마음에 들었나봐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러게요, 이긴사람이 진사람 소원 들어준댔는데, 말도 없이 가버렸네요.
⋯그보다 뭘 준거지⋯ (하고 쪽지 살짝 봅니다.) ⋯어라?
리아가 받았던 쪽지를 살펴보면⋯
어라? 어쩐지 익숙한 번호가 적혀있습니다.
이안 J. 휴고:음? (같이 본다)
리아 P. 아이아나:이안 씨 전화번호⋯ 인데요?
바로 이안, 당신의 전화번호네요.
이안 J. 휴고:(휘둥그레) 뭐, 뭐야? (그 사람은 사라졌나? 두리번 거린다.)
이에 대해 생각해보아도 당연히 짐작이 가는 것은 없습니다.
리아 또한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네요.
리아 P. 아이아나:인물 괜찮았던 것 같은데, 식사나 하자고 전화 한 번 해볼까?
라고 말하며 그는 가볍게 장난을 칩니다.
이안 J. 휴고:허? (한쪽 눈썹 꿈틀댄다.) 리아 씨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사는 식사면 혹해서 나올 지도 모르겠네요.
리아 P. 아이아나:흐응, 글쎄⋯ 사실 저 성격 보거든요. 에이, 안되겠다. 기껏 번호도 생겼는데 아깝네. (장난스레 쪽지 팔랑거린다.)
이안 J. 휴고:(어쩐지 당한 기분이⋯.) 안타깝게 됐네요, 성격 안 좋은 것 같던데. 이러다가 입장도 못하겠다. (손잡고 입장하는 곳으로 저벅저벅⋯.)
엘리베이터 탑승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습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면⋯
누군가 이안의 팔을 잡습니다.
중학생?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입니다.
그는 잠시 이안의 팔의 무게를 재듯 가볍게 들어보이더니 말합니다.
아이: “친구들이 없어졌어. 같이 찾아주면 안 돼?”
“이 티켓도 줄게. 이 다다음 거지만⋯.”
그렇게 말하며 아이가 이번에는 리아를 바라봅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전부 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2전망대에 올라간걸까 싶어서 티켓을 사 보았지만 아닌 것 같고, 아래 쪽에서 찾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졌다고요.
이안 J. 휴고:으응? (무릎 굽히고 앉아서 눈높이 맞춘다.) 어디서 사진을 찍었는데? 여기 미아 찾기 안내 방송 같은 건 없나?
??:2층 전망대. 방송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친구들이랑 왔는데 방송하면 부끄럽잖아.
2층에서 찾아봐주면 안돼? (이안 빤히⋯)
이안 J. 휴고:방송에서 친구들 이름 불러주면 오히려 좋아하지 않을까? (그 나이대 애들은 관심 받기를 좋아하니까⋯. 저라면 그랬을 것 같다.) 그래도 혼자 두고 가는 건 그러니까⋯ 괜찮아요? (리아 올려다본다.)
리아 P. 아이아나:으음⋯ (놀림받을까봐 그러나? 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그럼 제가 이 아이랑 여기에서 찾아볼게요. 먼저 가서 이 애 친구들 좀 찾아볼래요?
이안 J. 휴고:아? 그것도 괜찮네요. 엇갈릴 수도 있으니까. 너 이름이 뭐야?
??:
아이비:아이비. 잘부탁해, 오빠.
이안 J. 휴고:응, 친구들을 꼭 찾아줄게. 2층이라고 했지?
아이비:응⋯
리아 P. 아이아나:그럼 나중에 봐요. 찾으면 연락하고?
이안 J. 휴고:네, 연락은 저장된 전화번호로 하시구요. (손 흔들어주고 2층으로 간다.)
곧 2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합니다.
고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창 너머를 흰 빛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눈인가? 하지만 하늘에 구름은 끼어있지 않습니다.
“반딧불이다! 반딧불이야!”
“얘는, 그런게 어딨니?”
하고 옆에서 아이들이 떠들기 시작합니다.
경쾌한 벨소리와 함께 2전망대에 도착합니다.
2전망대에 도착하면 중앙의 거대한 트리가 보입니다.
그 옆에 높은 굴뚝을 단 2층짜리 벽돌집이 세워져 있네요.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거대한 유리창 또한 보입니다만 인파는 대부분 트리 아래에만 몰려있습니다.
트리와 메리의 집, 전망대 창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안 J. 휴고:(차례대로⋯ 트리를 본다.)
2전망대 중앙에 위치한 약 9m 높이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온갖 조명과 붉은 오너먼트, 인형 등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한 발자국 뒤로 떨어지면 트리 꼭대기가 보입니다.
이 거리에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화려한 반짝임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연한 분홍빛을 띄는 다이아몬드는 은은한 색채를 두르면서도 투명하고 우아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력 판정.
이안 J. 휴고: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문득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응? 나 이 상태로 얼마나 있었던거지?
정신을 차려보면 저 쪽에서 새 사람들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벌써?
이안 J. 휴고:⋯⋯.? (시계 살펴본다.)
정말 그만한 시간이 흘러있네요.
이안 J. 휴고:(아⋯ 뭐지.)(메리의 집을 본다.)
크리스마스 트리 곁에 위치한 2층짜리 붉은 벽돌집.
굴뚝이 집의 몇 배나 되는 높이로 길게 뻗어있습니다.
HERE SANTA! 라고 쓰인 전광판과 전구들이 굴뚝을 칭칭 감고 있네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모양입니다.
이안 J. 휴고:(두리번 거리며 들어선다.)
메리의 집 1층은 작은 동물 인형들이 파티를 위해 거실을 꾸미는 모양으로 DP되어 있습니다.
풍선을 달고 있는 생쥐나 크림 스튜를 내오는 여우,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고양이, 선물주머니를 주렁주렁 단 망아지 등.
구석에는 계단이 놓여있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안 J. 휴고:귀엽네⋯. 애들이 좋아하겠는데. (2층으로 올라가본다)
메리의 집 2층은 메리의 방입니다.
작은 침대와 책상, 책장, 옷장, 엉망으로 뜨다 만 스웨터 등이 팽개쳐져 있습니다.
어라? 어린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1전망대에서 도움을 요청했던 그 아이입니다.
어쩐지 당연하다는 듯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안 J. 휴고:(깜박.) 아이비? (다가선다.)
아이비:친구들을 찾을 수가 없어서 그 언니랑 같이 올라왔는데,언니는 혼자 어디론가 가버렸어. (하고 태연하게 책장을 넘기고 있습니다.)
이안 J. 휴고:진짜? 그럴 리가 없는데⋯ (휴대폰으로 리아한테 전화해본다)
신호음이 몇번 울릴 동안도 전화를 받지 않네요.
이안 J. 휴고:⋯ (어린 애들을 넘어서서 어른까지 찾으러 가야한다고) 그러면 오빠랑 같이 갈까?
아이비:별일 없을거야, 어른인데. (하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이비가 읽고 있는 책을 보면, 그림 삽화가 들어간 청소년 소설입니다.
두 명의 아이들이 반딧불이 사는 마법의 탑을 향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온 세계 각지를 비추는 마법의 거울이 잔뜩 걸린 복도를 지나고 있네요.
아이비:⋯이 애들은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멋진 보물을 가지고 싶다면서 모험을 떠나.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보물이 뭐일 것 같아? 트리 위에 걸린 커다란 보석?
이안 J. 휴고:(깜박. 시선이 책을 향했다가 다시 아이에게로 향하고, 느리게 입 뗀다.) 나는⋯. 보석은 아니라고 생각해. 저런 건 훔치면 그만이잖아.
아이비:⋯훔칠거야?
이안 J. 휴고:(웃음소리 샌다.) 설마! 이래보여도 경찰이야. 지키는 쪽이여야지.
아이비:경찰이었구나⋯
책에선 아이들은 마녀에게서 대접받은 라즈베리 쿠키와 쿠키 레시피를 보물삼아 안고 돌아온대.
이안 J. 휴고:아이들답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멋진 보물?
아이비:⋯난 잘 모르겠어. 따지자면 마음⋯ 이려나.
이안 J. 휴고:(동감하는 듯 미소 띄운다.) 그러면 같이 서로의 친구들을 찾으러 갈까. 이러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영영 헤어지면 슬픈 마음이 남잖아.
메리의 집을 둘러본 후 나서면 지능 혹은 관찰 판정.
이안 J. 휴고: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82
판정결과:실패
(긁적⋯⋯⋯.)
관찰판정으로 대신해봅시다
이안 J. 휴고:
관찰력
기준치:45/22/9
굴림:76
판정결과:실패
(눈부비적⋯)
잘 모르겠다⋯
이안 J. 휴고:(잘 모르겠다⋯)(손 뻗는다.) 같이 가자.
아이비:(이안 힐끔 보더니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이안 J. 휴고:(손 잡고 전망대 창가로 가본다. 뭐가 보이려나.)
야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창가.
원래 제일 인파가 몰려있어야 할 곳이지만⋯
오늘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리를 감상하기 위해 방문했으므로 한산합니다.
기둥에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이안 J. 휴고:(직원한테 다가간다. 혹시 그 예고장이랑 연관이 있을까,) 실례가 안 된다면 이 쇼 왜 진행하지 않는지 알 수 있을까요? 기대를 많이 하고 왔거든요.
직원: 아, 죄송합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빌리지의 방문객들이 특히 많아 내부의 원활한 통제 및 더 많은 인원 수용을 위해 일루미네이션 상영을 중단하기로 했어요.
이안 J. 휴고:아쉽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혹시 이 코트랑 똑같은 색의 코트을 입은 밝은 금발의 여성분을 본 적은 없으신가요? 저기 이 아이랑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무리들도요.
직원: (이안 코트랑 아이비 번갈아서 보고, 고민하나 싶더니⋯) 오늘 인파가 많아서 잘 모르겠네요⋯.
이안 J. 휴고: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고개 꾸벅이고 간다.) 어떡하지, 다른 곳으로 가봐야하나⋯. 넌 감이 와? 어디로 갔을 지. (아이비한테 물어본다.)
그나저나 2전망대를 둘러보며 기다려봐도 리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핸드폰으로 연락을 넣어봐도 묵묵부답.
어디로 간 걸까? 별 일은 없어야 할텐데요.
밤은 점점 깊어지고, 인파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거대한 트리를 둘러싸고 괴도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대로 아무 일 안 일어났다간 오히려 큰일 나는 거 아닐까 싶어지면서도⋯
기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때,
아이비가 천천히 걸어 트리에서 살짝 멀어집니다.
그리고 이안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아이비:영원하다는 건 그 자리에서 고정된다는거야.
더는 흐르지 않고 변화하지 않아.
인류는 오랜 옛날부터 쭉 영원한 삶이라던가 영원한 사랑 같은걸 그려온 모양이지만
당신은 어때? 만약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가지고 싶어?
이안 J. 휴고:(눈살 가늘어진다. 왠지 불길한데⋯.) 죽음은 피하고 싶지만 영원한 삶은 별로야. 손에 쥐어줘도 돌려줄 것 같네. 그리고 영원하다고 느끼는 건 내 마음 아닌가. 현실에 살고자 하면 그 짧은 찰나가 영원하게 느껴질 수 있지도 않겠어? (퍼뜩 정신을 차린다. 내가 어린애를 두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그런데, 마냥 어린애라고 치부하기에는 묘한 기분이⋯.)
이안이 무엇이라고 대답하든, 아이비는 고개를 가만히 기울입니다.
아이비:그렇구나.
그리고.
아이비:슬슬 시간이네. 이제 시작될거야.
아이비가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올립니다.
그리고 큰 소리.
“저기 봐! 누군가 있어!”
팟, 2전망대의 모든 조명이 소등됩니다.
동시에 하이라이트 조명이 트리와 메리의 집을 비춥니다.
트리의 허리까지 닿을 듯한 벽돌집의 긴 굴뚝 위에⋯
인영이 보입니다.
그는 후드가 달린 검은 망토로 온 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어? 뭐야?”
“이거 상황극이야?”
관람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인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양 손을 들어올려 가볍게 박수를 칩니다.
동시에, 탕!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
트리 꼭대기가 가볍게 흔들립니다.
저 위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던 별이 흔들리더니, 아래를 향해 추락하고⋯
망토를 뒤집어 쓴 인물의 손 위에 떨어집니다.
그는 그것을 당당히 들어보이곤 선언합니다.
“이 보석은 제가 받아가겠어요.”
그 순간, 관찰 판정.
이안 J. 휴고:
관찰력
기준치:45/22/9
굴림:34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안은 문득 리아?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쩐지 사소한 몸짓이라던가 체구가 닮은 것 같아요.
괴도의 화려한 선언에 2전망대가 환호성으로 가득 찹니다.
직원들은 당황해 패닉하고, 이곳저곳에 숨어있던 사복 경찰들은 밀어닥치는 인파를 통제하기 바쁩니다.
팟. 2전망대의 조명이 다시 한 번 소등됩니다.
그리고 불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굴뚝 잘 막아둔 거 맞아!?”
“맞아요! 자물쇠를 세 개나 걸어뒀는데⋯ 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렇게 외치며 직원들은 바쁘게 범인 찾기를 시작하지만, 관람객들은 그것까지 쇼라고 여기는 듯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환호성과 노성, 인파를 통제하려는 인원들까지 합쳐져⋯ 아수라장이 펼쳐집니다.
괜찮은 거 맞아? 슬슬 걱정이 들때 쯤.
팟. 하고 다시 2전망대의 모든 조명이 꺼집니다.
웅성임이 잠시 사그라듭니다.
또 뭔가 시작하는걸까? 많은 이들의 기대감이 부풀어오르며 소리를 죽입니다.
그러나⋯ ⋯ ⋯
5초, ⋯10초, ⋯30초, ⋯1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조명또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응? 이상하다⋯?
그 쯤 누군가가 중얼거립니다.
“야, 저거 봐. 아래에.”
“스카이 빌딩 불이 다 꺼졌는데⋯?”
그 말에 이끌린 사람들이 창가로 몰려갑니다.
1전망대의 조명이 전부 소등되어 있습니다.
전망대들을 오가는 엘리베이터 또한 빛이 꺼져 멈췄네요.
그렇다는 건⋯ 즉.
“어? ⋯ 그럼 우리 어떻게 내려가?”
송전탑이 멈췄기 때문일까?
핸드폰의 시간이 아까부터 쭉 갱신되지 않습니다.
벌써 30분 이상 지난 건 틀림 없는 것 같은데요.
이안 J. 휴고:⋯⋯⋯⋯. (리아는 아닐 거다. 직감이 아닌 이건 믿음이다.)(핸드폰 후레시는 될까, 되면 켜본다⋯)
스카이 빌딩의 전력이 전부 나가,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자 숨어있던 사복 형사들이 신분을 드러내고 나서 관람객을 진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차분하게 직원들과 경찰의 지시에 따라 2전망대의 구석구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안내에 따르면 스카이 빌딩의 전력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며, 곧 비상 발전 장치를 통해 다시 전력이 공급될거라고 하네요.
온통 어두워진 실내를 스카이 빌딩 측에서 나누어준 양초나 손전등 같은 것들이 밝혀주고 있습니다.
소란은 잦아들었지만, 어쩐지 불온한 공기가 감돕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상공 300m 위에서 고립되었으니 당연할까요.
관찰 판정
이안 J. 휴고:
관찰력
기준치:45/22/9
굴림:73
판정결과:실패
(아 갑자기 또 불길한 생각이)(머리 침)
셋 (GM):강행 가능
이안 J. 휴고:
관찰력
기준치:45/22/9
굴림:92
판정결과:실패
(눈두덩이 침⋯.. 벅벅⋯.)
셋 (GM):
이안 J. 휴고:
관찰력
기준치:45/22/9
굴림:32
판정결과:보통 성공
(역시 말을 안 들을 때는 주먹이 답이구나!)
문득 저 아래, 어떤 고층 빌딩 옥상에 장식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린 모양 그대로 멈춰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마치 영상을 중간에서 일시정지 해 둔 것 마냥.
또, 먼 곳에서부터 건물의 조명이 하나하나 꺼져가기 시작한단 것을 발견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어둠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안 J. 휴고:(일순 아이가 말했던 게 떠올랐다, 하필. 영원하다는 건 그 자리에서 고정된다는 거야.)
(주변을 둘러본다.) 당황하지 말고,
어떻게 된 거지? 지역 전체에 정전이 난 걸까요?
저 방향에는 분명 대형 병원도 있었던 것 같은데⋯ 괜찮은 거겠지?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중요한 시설들에는 비상 발전 장치 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긴 하지만⋯
이 송전탑도 마비된 채 아직 복구가 안 되고 있으니까요.
이안 J. 휴고:(사람들도 멈추지는 않겠지. 계단으로 내려갈 수 있나 본다.)
창가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납니다.
주변은 온통 어둑어둑 합니다.
바닥을 희미하게 밝히는 양초도 하나하나 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때.
“이안.”
바로 곁에서 속삭이는 낯익은 목소리.
누군가가 있습니다.
익숙한 기척입니다.
이안 J. 휴고:리아?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호명한다.)
“이 쪽으로 와요. 여긴 곧 더 소란스러워 질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이안을 구석으로 데리고 갑니다.
이안 J. 휴고: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졸졸)
어두워 얼굴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이 기척과 목소리는 분명 리아입니다.
그런데⋯ 뭘까?
묘한 위화감.
근처를 지키는 직원도 경찰도 없는 2전망대의 후미진 구석.
리아가 철컥거리며 무언가를 만지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뺨을 스치고 들어옵니다.
문 너머를 살펴보면, 위와 아래로 향하는 전망대 외부의 철골 계단이 보입니다.
리아는 위 쪽 계단을 올라가고 있습니다.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위에 관제실이 있으니까 같이 와 주세요.”
라며, 리아는 어느정도 거리를 유리한 채 계속 계단을 걸어올라갑니다.
2전망대가 점점 멀어집니다.
얼마나 올라가야 하는거지?
그런 생각이 들면 리아가 돌연 작게 말합니다.
“오랜만이네요.”
뭐가?
되물을 새도 없이 곧 저 앞으로 철문이 하나 나타납니다.
리아가 그것을 열고 안으로 먼저 들어갑니다.
뒤를 쫓아가면⋯
낯선 모니터나 기계 장치들이 가득한 방입니다.
반딧불마냥 떠다니는 작은 빛의 구체가 내부를 희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안 쪽, 전력이 나간 작은 엘리베이터 옆에는 [Staff Only] 라는 팻말이 붙어있네요.
두 사람이 관제실 안으로 들어오면 어둠 속에서 아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안 J. 휴고:어?
아이비입니다.
아이비:기다렸어. 갑작스럽지만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해.”
이안 J. 휴고:이거, 네가 한 일 아니야? (가늘어진 시선으로 본다.)
아이비:따지자면⋯ 당신들이 한 일이지. (이안과 리아를 번갈아 봅니다.)
이안 J. 휴고:우리가? (여기랑 리아랑 아이비 번갈아 본다. 정말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이비:이 사람은⋯ 당신처럼 나를 도와줬으면 해서 불렀어. 이 세계에서 부른 건 아니지만.
리아가 당신에게 한 발자국 다가옵니다.
얼굴을 가려두고 있던 옷깃을 치우고 마주봅니다.
그 순간 빛의 구체가 두 사람 근처를 지나가고⋯
리아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그 순간, 앞서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습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리아지만, 당신이 아는 것보다 조금 더 성장한, 혹은 나이든 모습입니다.
리아 P. 아이아나:오랜만이라고 했잖아요.
이성 판정. (0/1D2)
이안 J. 휴고: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84
판정결과:실패
2
⋯어?
리아 P. 아이아나:⋯제대로 설명해주는게 좋을 것 같네요. 저 아무것도 이해 못한 얼굴을 보아하니.
아이비:
멜 록스의 저울을 깨뜨리고 싶어. 너희도 봤지?
그건 올린 물건의 가치를 가늠해서 자기가 인정한 물건과 그 주인에게 영원을 가져다 주는 물건이야.
영원하게⋯ 그러니까, 모든 시간과 차원에서 대상을 지금 그대로 고정시키는거지.
아주 오래 전에 나도 그걸 사용한 적이 있어.
그런데 이제는⋯
아이비는 잠깐 말이 느려지더니,
아이비:충분할까 싶어서.
하고 덧붙입니다.
아이비:당신에게도 가치는 있을거야.
그냥 두면 이 땅도 얼어붙을테니까. 그 저울로 세상을 영원하게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거든.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도 그 계획의 일환이야.
이 탑에는 이 아이들이 살거든. 시간과 차원을 넘나들며 경계선을 지키는 아이들이야.
원래는 그다지 특이할 거 없는 장소였는데, 이 아이들이 오래 머물면서 성질이 좀 바뀌었어. 이 장소에는 수 많은 시간대와 다른 차원, 어떤 순간들이 교차하고 있지.
어떤 초월적인 일을 저지르기엔 좋은 장소라는 거야.
아이비:지금부터 3주쯤 전이었나, 그 사람들이 그 다이아몬드로 여기에서 그 저울을 썼어.
세계를 이 상태로 영원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야. 뭐, 이대로 있으면 지구가 멸망할 것 같다거나, 죽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던가, 지금 이 마음이나 관계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던가⋯ 그런 이유들로.
실제로 가능성은 있어. 앞으로 20년쯤 더 연구가 지속된다면 성공할지도 몰라.
당장은 실패로 끝나겠지만, 오늘 이 실험을 밑거름으로 삼아서 말야.
아이비가 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시선을 받으면 리아가 머뭇거리며 설명을 잇습니다.
리아 P. 아이아나:제가 있던 세계에서는 이 날, 자정이 되기 한 시간 쯤 전에 도시에 대정전이 일어나요. 도시에 있던 모든 전력이 멈췄어요. 비상 전력을 포함해 전부⋯ 30분정도.
병원이나 경찰, 소방서도 전부 마비돼서, 온갖 사건이나⋯ 사상자도 많이 나왔죠.
아이비가 리아와 이안을 번갈아봅니다.
아이비:그 저울은 모든 차원과 모든 시간대에서 존재해.
막아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지금 이 세계의 이 시간대 뿐이야. 그건 오늘이 지나면 그들의 손에 숨겨져서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을거야.
이안 J. 휴고:(한손으로 관자놀이 짚는다.) 미친 놈들은 하도 많이 봐서 웃음도 안 나오네요⋯. 좀 색다른 이유는 없나? 다들 하나같이 영생 같은 거에나 집착하고. 그래, 그래서 요약하자면 지금 이 세계에서 어떤 미친 사람들이 또 뭔가를 해서 세상이 멈춘 상태다? 이걸 해결하려면 거울을 부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데 왜 하필 또 리아 씨가 나타난 거죠?
아이비:저울을 깨트리려면 그 다이아몬드처럼 올려둘 물건이 필요한데⋯
리아 P. 아이아나:사람을 착각했대요.
아이비:올릴만한 물건은⋯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을거야.
이안 J. 휴고:??예? (멍청한 표정 짓는다. 손목에서 팔찌 같은 게 반짝 거린다⋯)
아이비:당신 손목에 그거.
이안 J. 휴고:나 이거 오늘 선물 받았는데? (꽉쥔다)
처⋯처음 선물 받은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고 (구질구질)
결국 크리스마스도 사교도와 함께 (GM):그래도 간직해주는구나
아이비:올려놓기만 하면 되니까. 저울만 부수면 다시 가져가.
이안 J. 휴고:아 그래? (금새 평온한 표정) 그래, 그래서 저울이 어딨다고?
아이비:전시실. 하지만 직원용 비밀번호가 걸려있어서 말이야.
당신이 도와줬으면 하는일은⋯
먼저 지금으로부터 3주 전으로 당신을 보낼거야. 그 날은 행사가 있어서 보안이 느슨하거든. 직원들이 사용하는 마스터 비밀번호를 알아오면서 이 카드를 두고 와 주면 좋겠어.
아이비가 카드봉투 하나를 건넵니다.
안에 든 것은 문제의 그 예고장입니다.
설마 내가 예고장의 주인공이었을줄은⋯.
아이비:인식 장애 주문을 걸어둘게. 아는 사람과 마주쳐도 시선만 피하면 네가 누구인지는 모를거야.
일을 마쳤다면 박수를 두 번 쳐. 다음 장소에서는 합류해서 같이 움직일거야.
돕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안 J. 휴고: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이정도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봉투를 받아든다.) 박수 두번. 알아 들었어. 괜찮죠? (리아 쪽을 본다. 그러니까, 이 세계의.)
리아 P. 아이아나:혼자 가게 되실텐데. (빤히. 정말 괜찮겠어? 라는 시선이다.) 저한테는 따로 시키고 싶은게 있대요.
이안 J. 휴고:믿음을 좀 후하게 쌓기로 했거든요. 손 안 잡아줘서 아쉬운 건 아니잖아요. (웃기나⋯)
아이비:당신 외에는 도움을 구할 사람이 없는데다가⋯ 운이 나쁘면 개가 찾아올 수도 있거든. 강요하는 형식이 된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그래도 고마워.
이안 J. 휴고:(개?) 별 말씀을⋯. 그러고 보니 시간이 멈춘 거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건가? (그래서 위화감이.) 아무튼 난 준비가 되었으니 보내줘.
아이비:어떨 것 같아? (손바닥을 펼쳐 내밉니다. 그 위에 둥둥 떠다니는 빛의 구체 중 하나가 내려앉습니다.)
아이비가 속삭입니다.
아이비:데리고 가렴.
빛의 구체가 이안을 향해 느릿하게 다가옵니다.
이안 J. 휴고:⋯존댓말을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 이거⋯ 고맙습니다. (빛의 구체를 조심스레 손바닥 위에 올려 둔다.)
반짝. 시야가 화이트아웃됩니다.
몸이 크게 휘청이며 어깨를 어딘가에 부딪힙니다.
덜컹! 무언가 흔들리는 소리.
머리가 어지럽고 귀가 멍멍합니다.
체력 1점, 이성치 3점 감소.
천천히 시야가 바로잡힙니다.
여기는⋯ 어딘가의 직원용 휴게실같네요.
벽에 스카이 빌딩의 지도나 근무 시간표, 자재 관리 표 같은 것이 붙어있습니다.
벽에 붙어있는 디지털 시계를 확인하면, 원래 있던 날로부터 3주 전의 날짜, 오후 4시.
이안 J. 휴고:또 어깨야, 하⋯. (어깨 가볍게 주무르고 주변 둘러본다.) 일하러 가볼까.
상황을 파악하면 곧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섭니다.
스카이 빌딩의 직원 옷을 입고 있습니다.
직원: 으앗, 깜짝이야. 너 누구⋯ 아, 오늘부터 오기로 한 아르바이트생?
이안 J. 휴고:(숨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어색하게 웃는다. 누구한테 배워두길 잘했지.)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직원: 빨리 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2전망대로 와.
올 때는 직원용 엘리베이터 쓰고⋯ 아, 오는 길에 그 상자도 4층 미니홀에 가져다 줄래?
거기 전시전 팜플렛이래. 그 쪽 담당자한테 가져다 주면 돼.
직원은 이안에게 맞을만한 유니폼을 꺼내주곤 책상에 놓인 갈색 상자를 가리키며 나갑니다.
시키는대로 유니폼을 입고 나서면, 스카이 빌딩의 2층입니다.
원래 있던 날에 비해서는 훨씬 한산하네요.
종이 상자를 끌어안고 4층의 미니홀로 향합니다.
원래 ‘세계의 선물 전’이 열리던 장소지만 아직은 개장 전인 것 같네요.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만 전시물을 조금씩 조정하거나 입구 쪽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앉아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꽤 심각하네요. 기도하는 건가?
이안 J. 휴고:(⋯이 사람들 그 사람들 아니야? 한대 씩 때려주고 싶다는 충동이⋯
잠깐 들었다가 시선 돌린다. 뭐 수상한 건 없는지 곁눈질로 살펴본다.)
결국 크리스마스도 사교도와 함께 (GM):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알바생⋯
이안 J. 휴고:⋯아, 혹시 이거, 이쪽으로 전달하는 거였나요?! (부러 크게 말한다.)
안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응대하며 흔쾌히 물건을 받습니다.
안내원: 잠시만 기다려주실래요? 확인 좀 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작은 커터칼을 꺼내와 박스를 뜯습니다.
이안 J. 휴고:네네. (저도 같이 확인 좀 할게요. 같이 본다.)
안에는 전시전 팜플렛과 티켓 같은 인쇄물이 들어있네요.
그 때, 누군가가 뛰어들어옵니다.
“성공했어요! 성공했다고요!”
“저울이 움직였어요!”
그러자 간절하게 앉아있던 이들은 모두 기쁨의 탄성을 지릅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드디어 영생을 손에 넣었다!”
“이제 우린 쭉 변치 않고 영원할거야⋯ 사랑해.”
안내원: 맞네요,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이안을 보내줍니다.)
이안 J. 휴고:쿨럭, 쿨럭쿨럭. (사랑? 이 상황에서 낭만을 논한다고? 황당한 낯으로 앉아있는 사람들 봤다가 실례 했다며 자리를 벗어난다.)
배운대로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2전망대로 향합니다.
이제 보니 1전망대와 2전망대에 직원용 지하층인 엑스트라 플로어가 따로 존재하네요.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아래 층과 엑스트라 플로어들 사이를 연결해 오가는 것 같습니다.
2전망대의 엑스트라 플로어에 도착해 직원실로 향하면 아까 만났던 직원이 이안을 맞이합니다.
직원: 오늘은 첫 날이니까 일단 옆에서 하는 것 보고 배워.
그는 그렇게 말하며 2전망대 안내소로 이안을 데려갑니다.
아직 해가 다 저물지 않은 시간.
크리스마스 빌리지는 3주 전에는 다 세워지지 않아 2전망대는 훨씬 넓어보입니다.
이안이 일을 하고 있으면, 관람객 중 한 명이 안내소로 다가옵니다.
“저기, 실례합니다.”
익숙한 목소리.
리아 P. 아이아나: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리아다!
3주 전에도 여기 왔었을 줄은 몰랐는데요.
반사적으로 눈을 피하면, 리아는 말을 잇습니다.
이안 J. 휴고:(흠칫⋯ 고개 피했다가 반응 보고 의아해진다. 뒤늦게 인식 장애 주문에 관련된 걸 떠올렸다. 그런데 괜히 목소리 가다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큼, 네. 어떤 걸⋯?
리아 P. 아이아나:(이안 얼굴 한번 보고⋯ 뭐지? 잠시 갸웃. 그러다 만다.) 아, 일루미네이션 쇼는 몇 시부터 시작하나요?
직원: 저녁 10시 쯤 부터에요.
리아 P. 아이아나:크리스마스 시즌까지도 하고 있을까요?
직원: 별 다른 이상이 없다면 올 해 연말까지는 진행한답니다.
리아 P. 아이아나:그리고 올라올 때 티켓을 사야하는 것 같던데⋯ 미리 예약할 수 있나요? 데려오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직원: 1주일 전부터 어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 매표소에서 예약하실 수 있으세요.
리아 P. 아이아나:감사합니다. 아, 혹시 프로그램 팜플렛 같은 거 있나요? 떨어진 것 같아서.
직원: 아, 그런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은 그렇게 말하며 안내 데스크를 뒤지지만, 찾는 물건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는 먼저 리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직원: 죄송합니다, 손님. 5분정도 후에 다시 와 주실 수 있나요?
리아 P. 아이아나:아⋯ 알았어요. 근처에서 기다릴게요.
그리고 직원은 이안에게 말합니다.
직원: 2전망대 엑스트라 플로어에 비품실 있거든. 비밀번호 3426 누르고 안에서 팜플렛 다발 좀 꺼내와줄래? 아, 이거 마스터 비밀번호니까 기억해 두고.
이안 J. 휴고:(멍하니 바라본다. 이렇게 보니까 기분이⋯. 아니, 것보다 이곳에서 만난 건 우연인 줄 알았는데? 뒤늦게 정신 퍼뜩 차린다.) 죄송합니다⋯ 비밀번호가 뭐라구요?
직원: 얼빠져 있지 말고. 3426이야 3426. 제대로 기억해!
이안 J. 휴고:네, 다녀오겠습니다. (이렇게 쉽게 알게 될 줄은 몰랐다. 번호를 기억해두고 비품실로 향한다.)
팜플렛 보충을 돕고 나면 직원과 리아의 다음 대화를 마저 들을 수 있습니다.
직원: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권 드릴까요?
리아 P. 아이아나:네. 감사합니다. SNS에서 사진으로 봤는데 예쁘더라고요.
직원: 겨울 일루미네이션 쇼는 특히 예쁘게 구성되거든요. 야경까지 합쳐지면 환상적이랍니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니까요.
리아 P. 아이아나: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며 리아가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리아 P. 아이아나:크리스마스니까⋯ 이왕이면 가장 예쁜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거라면 괜찮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 일루미네이션 쇼, 괴도 소동 때문에 중단됐던 것 같은데⋯.
이후 이안이 카드의 전달까지 마친다면 언제든 세계를 떠날 수 있습니다.
이안 J. 휴고:(머리 좀 써봐, 이안 휴고⋯. 눈 질끈 감았다가 한박자 늦게 리아 어깨 붙잡는다.) 저기.
리아 P. 아이아나:(이안을 돌아보고 고개를 기울인다.) 으음⋯ 저기, 우리 어디서 만난적⋯ 있지 않나요?
이안 J. 휴고:예? 설마요. 제가 좀 흔하게 생기긴 했죠. (하하! 근데 이걸 어떻게 전한담. 한참 말 고르다가 허공에서 시선이 맞물렸다.) 별 건 아니고, 터키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어딘가에서는 부적으로도 쓰인대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딱이죠. 눈색을 보니까 생각이 나서⋯.
리아 P. 아이아나:으으음⋯ 그런가. (기우뚱하는 고개.) 아는 사람이랑 좀 닮아서 그랬나봐요. 그러니까⋯ 분위기가? 하하.
이런 오지랖 넘치는 부분이랄까. 그런게. (재미있다는듯 웃는다.)
그래도 고마워요. 마침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민중이었는데. (하고 돌아가다가, 다시 뒤돌아보고) 참, 그럼 점을 싫어하진 않아요. 오히려 좋아하는 부분이랄까.
이안 J. 휴고:(눈 두어 번 깜박인다. 시간을 거슬러 온 게 아니라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저도, 어. 음. 두 분이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를 바랄게요. 그, 여기 상점가에 마라탕 집 맛있더라구요. 사람은 없어도 다시 한번 찾아올 만해요. 근처에 산타탕후루집도 그렇고. 분명 좋아할 거예요. (뜸.) 이것도 오지랖입니다.
리아 P. 아이아나:고마워요, 크리스마스는 아직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벌써 12월이니까⋯ 메리 크리스마스. 역시 너무 이른가? 그럼 어쩔 수 없구.
이안 J. 휴고:제 인사는 그 날 돌려드릴게요. (손 흔들어준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리아 P. 아이아나:아, 크리스마스 근무시구나. 그때 또 만나면 또 인사해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이안 J. 휴고:(별일이 없으면 휴게실로 돌아간다. 카드를 두고⋯ 허공 잠시 봤다가 박수 두번.) 이번에는 어디 안 부딪히도록 부탁드릴게요.
아이비가 가르쳐 줬던 대로 박수를 두 번 치면, 시야가 화이트아웃 됩니다.
돌연 몸이 아래로 훅 꺼지는 기분이 듭니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 하는 것을 누군가 잡습니다.
아이비입니다.
아이비:마치고 왔어?
지금은 12월 24일.
당신이 이 스카이 빌딩에 방문했던 무렵이지. 이 시간대라면 아마 상점가 층에 있었던가.
다른 세계에서 부른 리아 쪽은 잠깐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갔어. 곧 올거야.
비밀번호는 뭐였어?
주변에는 온갖 먼지 쌓인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비품실이라거나 창고 언저리 같네요.
아이비와 대화가 가능합니다.
이안 J. 휴고:3426, 제대로 기억했어요. (조심스레 발 딛는다.)
아이비:잘했어. 이제 조금 기다릴까⋯
이안 J. 휴고:(고개 끄덕.) 친구를 잃어버렸다는 건 진짜였어요?
아이비:그럴리가. 당신을 데려오려고 노력한 결과물이지.
⋯기다리는 동안 내 이야기를 좀 해줄까?
이안 J. 휴고:좋죠, 적적하던 참이었네요.
아이비:나는⋯ 예전에 저울을 썼을 때, 죽은 동생이 남긴 스카프를 올렸어. 그 때는 평생 슬퍼하면서 지내고 싶었거든. 살아있다보면 언젠가 괜찮아질게 싫었으니까.
그건 잊어버린다는 거잖아.
그 애가 없어서 슬프다는 마음은 여전해. 조금도 닳지 않았어. 하지만⋯ 내 모든게 영원해진 이후로 전부 아무래도 좋아졌어.
무엇을 봐도 와닿지 않고 아무것도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아. 이제는 사람 하나하나를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지도 잊어버렸어. 어차피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마음에 뭐가 닿아와도 나는 영영 변하지 않는거야. 영원히 그 날 그대로⋯ 하지만 이건⋯
마음이 죽어있는거랑 마찬가지일지도 몰라.
나는 그 애가 정말 소중해. 그런 마음을 영영 소중히 여기고 싶었어. 그러니 다시 마음이 살아있는 때로 돌려두고 싶어.
아이비:그래서 저울을 파괴하는데에 도움을 줄 사람을 찾으러 갔는데, 문제가 좀 생겼거든.
원래 당신보다 먼저 찾아간 게 그 사람이었는데 말이야. 그 세계의 그 사람은 자격 미달이었어.
곧 삐걱이며 문이 열립니다.
미래의 리아가 들어옵니다.
양 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네요.
리아 P. 아이아나:이 시간대의 이안 씨랑 마주칠 뻔 해서, 조금 돌아오다가 늦었어요.
이안 J. 휴고:그 사람이 누구⋯. (말 채 끝내기 전에 익숙한 인영이,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본다.) 뭘 그렇게 많이 사온 거예요?
리아가 들고 온 쇼핑백 안에는 스카이 빌딩의 직원 유니폼 두 벌과 후드가 달린 패딩, 망토가 한 벌씩 들어있습니다.
이건⋯ 이안이 게임을 했던 상대가 입었던 패딩, 그리고 보석을 채간 괴도가 입고 있었던 망토네요.
아이비:그럼 해야 하는 일을 설명할게.
아이비가 벽에 붙어있는 스카이 빌딩의 지도를 가리킵니다.
아이비:멜 록스의 저울을 파괴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돼.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저울 본체, 가장 최근에 올라갔던 축복받은 물건, 그리고 저울을 움직일 정도의 가치가 있을 새 물건.
마지막 건 네가 가지고 있어. 그러니 해야하는 일은 저울과 보석의 탈환.
보석은 2전망대 트리 꼭대기에 달려있지. 가까이 다가갔다가 무사히 도주하기 위해서는 사전 공작이 필요해.
메리의 집에 달린 굴뚝은 그 안에 있는 창고와 연결되어 있어. 그 창고에서는 2전망대의 직원층, 엑스트라 플로어로 바로 이동할 수 있고.
굴뚝을 미리 뚫어두고, 위로 올라가 요란하게 보석을 훔쳐내. 도망갈때는 다시 그 굴뚝을 통해 창고, 그리고 엑스트라 플로어로 빠져나와 직원인 척 이동하는거야.
아이비:엑스트라 플로어에는 모든 층에 이동이 가능한 직원 엘리베이터가 있으니까.
괴도 소동이 끝나고 적당한 타이밍에 스카이 빌딩에 정전을 일으키겠어. 그 전에 5층까지 내려와.
나는 동시에 저울을 빼내올테니 플라네타리움 안에서 합류하는걸로.
역할은 적당히 나눌까. 리아가 괴도를 맡고 이안이 아래에서 도와줘. 보석을 그 위에서 떨어뜨리려면 누군가 보석을 맞춰야 하니까.
이걸로.
아이비가 무언가 꺼내 이안에게 던집니다.
이안 J. 휴고:(얼떨결에 받아든다.)
이건⋯ 권총? 상당히 고풍스럽게 생겼네요.
아이비:손에 한 번 쥐면 목표는 빗나가지 않아. 그런 장치가 되어있어.
이안 J. 휴고:와, 이거 좀 탐나네요. (권총 이리저리 살핀다.)
아이비:그러면, 작전 개시까지 미리 준비해 둘 일 말인데. 먼저 리아는 메리의 집 굴뚝에 걸린 잠금 장치를 미리 풀어둬.
그리고 이안.
1전망대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어. 거기에서 져서 이 시간대의 너에게 2전망대 티켓을 줘. 당신이 2전망대에 있어야 나중에 관제실까지 올 수 있으니까.패러독스를 줄이기 위한 일이야.
지면 이긴 사람이 소원을 들어달라고 할텐데⋯ 뭐, 연락처라도 주고 도망쳐. 그리고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써서 2전망대의 엑스트라 플로어로.
나는 그 전까지 스카이 빌딩을 정전시킬 준비를 해 둘게. 따로 질문은?
이안 J. 휴고:(아, 진짜 나였잖아?) 네, 알겠습니다. 질문은⋯. 아, 그래서 먼저 찾아간 사람이 누구였다구요?
아이비:이 사람. (리아 눈짓합니다.)
곧 큰일날 수도 있는데 계속 사담할거야?
이안 J. 휴고:(빤) 당신 자격미달이래요. 다녀오겠습니다. (1전망대로 향한다.)
탈의실을 이용할 수는 없으니 창고에서 바로 직원용 유니폼으로 갈아입습니다.
망토는 리아가 쇼핑백을 이용해 따로 챙겨두는 모양입니다.
리아 P. 아이아나:제대로 입고 가요. (나가는 이안 붙잡고 옷매무새 다듬어줍니다.)
그러고보니 이안 씨⋯ 이렇게 어렸었구나.
⋯이 리아는 몇 살이나 된 리아일까요?
다른 세계라, 분명 이안에게는 오랜만이라고 말했었죠.
이안 J. 휴고:(멋쩍게 앞에 선다. 어린애 취급이 아니라 어린애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그쪽의 나는 어때요?
리아 P. 아이아나:글쎄요⋯ 궁금해요? (옷 정리 끝내고 이안 반바퀴 돌려서 문을 향하게 하고 가볍게 민다.) 할 일부터 끝내고 와요.
이안 J. 휴고:(흘끔 뒤 돌아본다.) 다녀올게요. (이름은 차마 못 부르겠다⋯ 가볍게 발걸음 옮긴다.)
준비가 끝나면 세 사람은 각자의 장소로 흩어집니다.
아이비는 떠나가며
아이비:당신이 겪었던 일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삼가는 편이 좋을거야. 패러독스가 일어나니까. 말 한두마디 정도는 괜찮겠지만.
라고도 덧붙입니다.
이안이 먼저 향할 곳은 1전망대의 이벤트 코너네요.
인파에 섞여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1전망대로 향합니다.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풍경.
저 구석, 둥글게 몰린 인파 속에서 환호성이 울리고 있습니다.
“자, 자! 소문의 핑크 다이아몬드를 관람할 수 있는 2전망대 입장권, 몇 장 남지 않았습니다!”
“관람객 분들의 1대 1 매치! 승자에게는 바로 사용할 수 있는 2전망대 입장권을 두 장 선물!”
⋯이것 또한 들어본 적 있는 내용.
중심으로 가까이 접근하면 반대쪽에, 이 시간대의 리아와 이안 자신이 보입니다.
대화를 나누고 있네요.
곧 이 시간대의 당신이 참가를 표명하며 손을 들어올립니다.
이안 J. 휴고:⋯ (후드 푹 눌러쓰고 손든다.)
이안 또한 손을 들어올리면, 약속된 것 마냥 두 사람이 게임 플레이어로 선택받습니다.
"종목은 가위바위보 단판승부!"
"하나! 하면 동시에 내는겁니다! 자!"
그때 뭘 냈더라?
이안 J. 휴고:(가위를 낸다.)
사회자가 이 시간대의 당신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대고 있습니다.
“그럼, 소원을 말해보시겠어요?”
아, 귀찮아지기 전에 도망쳐야 할 것 같은데⋯
원래 어떻게 했더라.
문득 패딩 주머니에서 펜과 종이쪽지 하나가 만져집니다.
저 너머로 이 시간대의 리아가 멍하니 서 있습니다.
맞다. 그러니까 분명⋯
이안 J. 휴고:(급하게 종이 위에 제가 아는 가장 익숙한 전화번호를 휘갈긴다. 그리고 본인을 지나쳐⋯ 리아의 손을 잡고 쪽지를 쥐어준다.) 일행인 것 같은데,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잠시 정적, 곧 환호성이 이어집니다.
그 사이를 틈타 당신은 잽싸게 자리를 빠져나옵니다.
미션은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제 2전망대 엑스트라 플로어로 향하면 되겠네요.
이안 J. 휴고:(흘끔 보고는 2전망대로 향한다.)
무사히 자리를 벗어나 패딩을 어딘가에 벗어두고 직원복이 됩니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전망대의 엑스트라 플로어로 이동합니다. '
이 곳은 제법 한산하네요.
대부분 위쪽에서 일하고 있겠죠.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
리아 P. 아이아나:이안 씨, 이 쪽.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
구석의 문에서 미래의 리아가 빼꼼 고개를 내밉니다.
리아 P. 아이아나:조용히 와요.
그 쪽으로 향하면, 텅 빈 창고 안입니다.
이안 J. 휴고:(슬쩍 들어간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하나 내려와 있습니다.
전부 풀린 자물쇠들이 바닥에 구르고 있네요.
리아가 먼저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갑니다.
리아 P. 아이아나:조용히 해야 해요. 올라가면 바로 메리의 집 안쪽에 있는 창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불이 꺼진 회색빛 창고에 새어들어온 조명빛이 여러 비품을 비추고 있습니다.
먼지 쌓인 뜨개 직물, 카페트, 손상된 흔들의자⋯ 메리의 집을 꾸미고 남은 소품들이겠죠.
굴뚝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와 커튼이 쳐진 창문 하나도 보입니다.
리아 P. 아이아나:시간이 되면 전 굴뚝으로 올라갈게요.
라고 말하며 리아는 망토를 뒤집어 씁니다.
리아 P. 아이아나:이안 씨는 저 창문쪽에서⋯ 타이밍 맞춰서 보석을 맞춰 줘요.
그리고, 짧게 침묵.
한 템포 느리게 그가 입을 엽니다.
리아 P. 아이아나:그러네요. 슬슬 크리스마스지. 이 맘때쯤 여기 당신과 왔었던 거⋯ 잊고 있었어요.
이안 J. 휴고:왜, 그쪽 크리스마스에서는 함께 보내지 않았나봐요?
리아 P. 아이아나:⋯그렇죠. 나는 지금 이 세계와 아주 닮은 세계에서 왔어요. 어쩌면 이 세계의 미래일지도. 오늘 이 곳에서 도시 대정전이 일어난 후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후거든요.
꽤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요. 당신도, 나도.
이안 J. 휴고:(권총 만지작 거린다.) 당신 혼자 여기 온 거면 그럴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음⋯. 무멍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네. 아이아나 씨
뭐가 달라졌길래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러니까 되게 거리감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이젠 남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싶지만.
별 이야기는 아녜요. 난⋯ 더이상 괴도로 있지 않게됐고, 또 도망쳤어요. 그냥 그게 전부.
이안 J. 휴고:이러지도 않으면 헷갈릴 것 같아서요. 하하, 뭐가 당신을 도망치게 했으려나⋯ 별로 믿음을 못 줬나봐요, 그쪽 세계의 내가.
리아 P. 아이아나: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죠. ⋯당신이 죽을 뻔 했어요. 나때문에. ⋯당신이 준 믿음보다 당신을 잃을까봐 두려웠던게 더 커서. 필연적으로 팬텀 화이트 포시티아도 은퇴해야 했죠. 그런데 또 괴도 역할이라니. 하하.
이안 J. 휴고:(시선이 가늘어진다.) 죽을 뻔한 건 이쪽의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쪽 세계의 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아직도 찾고 있겠네요. 아니, 아마 분명히 그러고 있을 거예요. 나는 를 믿으니까. 네, 라면 분명 떠난 당신을 찾을 거라고 믿어요. 영원히.
리아 P. 아이아나:⋯이제 저는 예전의 저와는 다른 사람인걸요. 배우 일도 관뒀어요. 이사도 하고, 번호도 바꾸고⋯ 사람들의 안위보다 제 퇴근이 더 중요한 재미없는 회사원인데. 그래도 절 찾을 것 같아요? 모르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그치만 실망할걸요, 분명.
이안 J. 휴고:실망하면 실망하는 거죠? 저랑 같이 다니면서 실망했어요! 이런 소리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그래도 다시 찾겠죠. 또 이번에는 어디로 도망갔을까, 이번에야 말로 구속장에 넣어두고 지켜볼까⋯ 생각하면서요. 그러니까, 실망한다는 게 당신을 버리겠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리아 P. 아이아나:그런건 아니지만. ⋯이젠 절 만날 이유도 없고, 시간도 많이 지났는걸요. ⋯이런거에 굴할 당신이 아니란건 알지만. ⋯그래도 마주하기 무서워서.
이안 J. 휴고:만날 이유가 왜 없어요? (황당한지 뭔지⋯.) 지금 내가 당신을 찾고 있다고 하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아니에요?
리아 P. 아이아나:득 되는 것도 없을텐데. ⋯변명이라고 생각하죠? 알아요, 잔소리 하지 마세요. (미리 차단한다⋯)
이안 J. 휴고:뭐야? (어이없다는 듯 뱉어놓고 웃음 터뜨린다.) 하하,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퍽 비슷한 것 같기도. 리아 씨, 만약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아마 당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갈 것 같네요.
리아 P. 아이아나:왜, 왜 웃어요?! 그리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당신이 산타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이지⋯
이안 J. 휴고:그건 그쪽 세계의 저한테 가서 물어보도록 해요. (창밖을 본다. 의도적으로 답을 피하는 게 맞다.)
리아 P. 아이아나:허어⋯ (기가 차다는 투다.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됐어요, 이제 시간 됐거든.
괴도, 완전히 관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하게 될 줄은⋯
리아가 일어섭니다.
리아 P. 아이아나:⋯다녀올게요? 이 세계의 나에 비해 빛나지는 않겠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이안 J. 휴고:저도 이렇게 괴도가 되어보는 건 처음이네요! (뒤에다 대고 소리친다. 권총을 제대로 쥐고 창문을 연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면⋯⋯⋯
“저기 봐! 누군가 있어!”
팟, 조명이 꺼지는 소리.
창고 안 쪽으로 새어들어오던 빛이 사라집니다.
2전망대에, 소문의 괴도가 나타납니다.
어둠 속에서 창문을 통해 몸을 기울입니다.
굴뚝 위에 서 있는 리아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가 천천히 양 손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고, 당신 또한 총으로 보석을 겨눕니다
총이 팔을 이끄는 듯한 기묘한 감각.
정확하게 보석을 겨냥하면⋯
짝, 하고 가느다란 박수소리가 들립니다.
동시에 당신은 공포탄을 발포합니다.
탕! 트리가 흔들리고 보석이 리아의 손에 떨어집니다.
성공했다!
다시 창고 안으로 들어오면 2전망대를 뒤흔드는 듯한 거대한 환호성이 들립니다.
또 모든 조명이 소등되면 리아가 굴뚝 위에서 안 쪽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리아 P. 아이아나:저, 뛰어내릴테니까 받아줘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저 위에서 이안을 향해 단번에 뛰어내립니다.
이안 J. 휴고:네?! (왠지 이 상황 익숙⋯. 잠시만-) 리아 씨! (단말마 같은 호명- 그리고 두 팔을 뻗는다.)
결국 크리스마스도 사교도와 함께 (GM):님첩 실패하면 놓치는걸로 할까
민첩 판정.
이안 J. 휴고:(날 믿는다)
민첩
기준치:70/35/14
굴림:3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믿었다고)
리아 P. 아이아나:(안착!) 운동신경은 참 부럽네요. (폴짝 내려온다.)
가죠!
이안 J. 휴고:네, 이정도로 뭘요. 갑시다.
정해뒀던 도주로를 이용해 두 사람은 단숨에 2전망대 엑스트라 플로어의 직원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합니다.
플라네타리움으로 들어오면, 안은 무척이나 어둡습니다.
발 앞조차도 보이지 않아 잠시 서 있으면, 빛의 구체가 하나 떠오릅니다.
저 쪽 자리에서 하나, 조금 더 멀리에서 하나⋯ 둘, 셋.
그들이 하나 둘 떠올라 길을 비춥니다.
플라네타리움 중앙, 천구 앞에 쇠저울을 든 아이비가 서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는 어두운 돔 천장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아이비:이상하네. 이제 끝내는 편이 좋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 영원히 이대로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어.
그렇게 바랐던 시절이 고정된 결과니까, 어쩔 수 없는걸까.
다 설명하지 않았던게 있어. 이 저울은 물건의 질량이 아니라 이 물건에 얽힌 마음을 측정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 그러니까⋯ 다른 것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유일한 것. 강렬한⋯ 마음. 누군가의 기원이라거나.
당신이 받은 그 팔찌에, 바로 오늘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걸 주고 싶다는 마음이 걸려 재어지는거야.
결국 크리스마스도 사교도와 함께 (GM):그냥 뻘하게 웃긴게
아이비:내가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평범하게 이 저울을 사용하면 당신도 영원을 손에 넣을 수 있어. 당신이 원할 때, 가장 최고의 당신으로 스스로를 고정시키거나⋯ 그 사람들처럼 연구한다면, 원하는 다른 무언가를 영영 변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겠지. 어쩌면 그건 그 가능성까지 포함한 선물일지도 몰라.
그건 당신에게 주어진 거야. 그러니 당신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어.
어떻게 하고 싶어?
이안 J. 휴고:거참, 거창하게 이런 도구를 쓸 필요가 있어요? 애초에 전 연구 같이 엉덩이 오래 붙이고 있어야 하는 일에 소질도 없거니와⋯ 지금 이 순간에 박제된 나의 마음은 영원한 거잖아요. (팔찌를 저울 위에 올린다.)
이안이 저울을 사용하기를 거절한다면, 아이비는 희미하게 웃습니다.
그는 낡은 저울을 들어올려 접시 반대 편에서 추를 빼내고 새 접시를 답니다.
이건⋯ 이제 저울이라기보다 천칭같은 모습이네요.
아이비:한 쪽에 보석을, 다른 한 쪽에 당신의 물건을 올려.
두 물건을 천칭 양 쪽에 올립니다.
한 쪽은 거대한 다이아몬드, 그리고 한 쪽은 당신이 오늘 리아에게 받은 물건입니다.
무게도, 크기도 너무나 차이가 나는 두 가지의 물건을 올려놓고도 천칭은 고정된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비는 천칭을 높이 들어올립니다
아이비:내가 하는 말을 따라해줘.
멜 록스여, 보라.
보다 더 밝은 빛에 축복을.
이안 J. 휴고:멜 록스여, 보라. 보다 더 밝은 빛에 축복을.
그러자, 천칭이 천천히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다이아몬드가 허공에 떠오르고 리아의 선물이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더니⋯
툭. 천칭의 쇠막대가 반으로 깨져 부러집니다
리아가 준 선물이 당신의 손으로 떨어지고, 다이아몬드는 땅을 구릅니다.
아이비:⋯ 끝났구나.
아이비가 작게 속삭입니다.
아이비:이제 다시 그 애를 떠올리면서 웃어도 되는거야.
아이비의 몸이 천천히 반투명해집니다.
그가 주변에서 날아다니던 빛의 구체 두 마리를 양 손에 모아, 당신에게 보내듯 밀어줍니다.
아이비:이 둘을 따라 걸으면 두 사람 다, 각자의 시간대로 돌아갈거야.
당신도 저울을 손에 쥐었으니, 조금 더 헤멜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마중올테니까.
그럼, 이만 갈게.
이안 J. 휴고:벌써 하는 거예요? (깜박.) 잘 가요, 아이비. 그러니까, 저. 메리 크리스마스.
아이비:⋯응, 메리 크리스마스.
말을 끝내면, 아이비는 빛과 함께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안의 주변으로 빛의 구체 두 개만이 남습니다.
빛의 구체가 하나 리아에게 이동해 빙빙 돌더니, 다른 한 쪽 구체와 함께 플라네타리움을 빠져나갑니다.
리아 P. 아이아나:생각보다는 금방 끝났네요.
그 뒤를 천천히 걷습니다.
두 빛은 5층의 외부 계단으로 향합니다.
이 위는 1전망대로 이어진 것 같네요.
따라오라는 듯, 두 빛이 천천히 돌며 앞을 밝힙니다.
리아 P. 아이아나:그 애, 세계를 떠돌다 제가 했던 선물이 저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았대요.
그래서 저한테 먼저 온 거죠. 하지만, 뭐⋯
그래, 저도 샀었어요. 그거랑 같은 팔찌. 하지만 저는 못줬거든요. 대정전이 났으니까, 시기를 놓쳐서. 그 이후로 시간도 많이 흘렀고, 이제는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봐요. 그거, 마음을 재는 물건이라며.
저도 많이 변했으니까. 이젠 그 시절같진 않고요.
곧, 양 쪽으로 나뉘어지는 계단이 나타납니다.
리아 쪽의 구체는 왼쪽으로, 이안 쪽의 구체는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서로 각각 다른 계단을 걷습니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반대편에서 목소리만이 들려옵니다.
리아 P. 아이아나:시간이 흐르면 나는 이제 당신과 함께 이런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것도 잊고.
저도 당신도, 이 무렵에는 서로 달리 시간을 보낼 사람이 생겨서 이제 저희 사이에 그 시절만큼의 마음은 담을 수 없게 됐네요.
단순히 그 선물을 주지 못해서만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이유로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는 변했을테니까.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하지만⋯ 이안 씨.
다음 층계참에서, 두 계단이 다시 만납니다. 반대편에서 리아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리아 P. 아이아나:거리가 달라지고 마음의 형태가 어떻게 변해도⋯ 어느 날 문득 다시 떠올려내면, 맞아, 그랬었지, 하고.
리아가 다가와 이안의 손을 잡습니다.
얼굴을 가까이 하고, 가볍게 눈을 감으며 속삭이듯 말합니다.
리아 P. 아이아나:이 계절에 당신과 지냈던 사실을 쭉 소중하게 여길거야⋯
결국 크리스마스도 사교도와 함께 (GM):아니 이 시날이 진짜 웃긴게
결국 크리스마스도 사교도와 함께 (GM):시날 깔때 여기서 완전 웃음
이안 J. 휴고:괜히 눈물나게 그런 소리예요? 참나⋯ 너무 멀리 가진 마세요. 매순간 변화를 거듭하는 현재에서도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들이 있어. 소중한 마음 같은 것 말이에요. (손을 맞잡고 이마를 맞댄다.) 메리 크리스마스, 리아 씨. 곧 다시 만나요.
결국 크리스마스도 사교도와 함께 (GM):분위기 좋구만
리아 P. 아이아나:⋯다시 만나면, 못 준 크리스마스 선물도 다시 줄게요. 메리 크리스마스, 이안 씨. 내일 만나게 되면⋯ 다시 그 이야기 해주셔야 해요, 꼭.
⋯사실 많이 보고싶었어요. 당신을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야.
이안 J. 휴고:⋯그래도 끝에는 마음이 통했네요, 정말 다행이다. 그쵸? (손에 한번 힘 주었다가 놓아준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후의 대사는 그쪽의 내가 대신 전해줄 거다.)
리아 P. 아이아나:⋯이안 씨도 조심히 들어가요. (예전, 그러니까 당신이 본 나와 같은 미소다.) 안녕.
리아는 다시 천천히 뒤로 물러나, 자신의 계단으로 돌아갑니다.
몇 번 철골 계단 위를 걷는 발소리가 들리고 나면 더는 위에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이안이 가야 할 계단은 앞으로 조금 더 남아있습니다.
이안 또한 자신의 계단에서 위를 향해 조금 더 걷습니다.
혼자가 되면 주변은 온통 조용합니다.
도시의 불빛은 전부 다 꺼져 아직 돌아오지 않네요.
지면이 한참이나 아득해지면, 빛의 구체가 자리에 멈춰 가까이 오라는 양 빙빙 돌기 시작합니다.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면⋯
덜컹.
위쪽, 1전망대의 외부 계단으로 이 시간대의 리아가 뛰쳐나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라라? 그 모습을 시선으로 다 쫓을 새도 없이 세계가 화이트아웃됩니다.
⋯ ⋯ 그리고, 눈을 뜨면 주변은 온통 새하얗습니다.
투명한 실루엣들이 주변을 오가고 있습니다.
어라, 여긴 어디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었더라.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면 문득 깨닫습니다.
사람이 투명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투명한 겁니다.
온갖 것이 무감하고, 아무것도 와닿지 않습니다.
그 무엇도 당신의 세계에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모든 세계를 바라보며 당신은 이 모든 일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한 순간 피어오르면, 곧 다시 꺼져 사라집니다.
모든 조각에서 제각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슬퍼하고, 기뻐하고,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사라져 갑니다.
리아 P. 아이아나:왜일까요?
하고, 문득 누군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이안 J. 휴고:영원하지는 않아도, 다시 돌아올 것을 아니까요.
이안이 어떤 답을 하든, ‘그 사람’ 은 언젠가부터 투명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곧 그는,
리아 P. 아이아나: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라며 갑작스레 이안의 손을 잡아당깁니다.
이끌려 한 발자국을 내딛으면, 세계에 금이 갑니다.
누군가의 고동이 크게 울립니다.
당신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두근, 하고 몸에서 고동이 크게 울립니다.
리아 P. 아이아나:이안 씨!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몸이 크게 기울어지고, 아득하게 멀고 어두운 지면이 보입니다.
막 떨어질 것 처럼 층계참에 아슬히 몸을 빼둔 당신을 리아가 끼어들어 온 몸으로 막고 있습니다.
리아 P. 아이아나:정신 차려요! 왜 그래요!?
리아는 그대로 힘을 주고 이안을 끌어안아 뒤로 밀어냅니다.
쿵, 이안의 등이 벽에 닿고⋯ 서로 기댄 형태로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이 곳은⋯ 2전망대에서 관제실로 오르는 외부 계단의 층계참.
리아 P. 아이아나:이안 씨?
당신을 끌어안은 리아에게서 빠른 심장 소리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겨울인데도 난로처럼 몸이 뜨겁고,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만히 느끼고 있으면 당신이 원래 자신의 시간대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리아 P. 아이아나:위에 일행이 있다고 설명했더니, 계단을 쓰면 올라갈 수는 있다고 해서⋯ 연락도 안 되고⋯ 걱정되기에 올라오고 있었더니 저 위에 사람이 보이잖아요. 놀라서 올라와봤더니 이 꼴이야.
당신 큰일날 뻔 했어요! 찾으러 와서 다행이네⋯
이안 J. 휴고:(무의식적으로 끌어안는다. 아까 떨어져 제 품으로 안겼던 누군가와 제법 흡사해서⋯.) 너무 늦지 않게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리아 P. 아이아나:하아⋯⋯ 그걸 말이라고. 정말 심장 떨어질 뻔 했거든요? (한숨쉬며 팔에 힘을 풀었다.)
이안 J. 휴고:하⋯. 떨어진 심장까지 잡아줄 줄은 모르는데. (진짜 곤란하다는 낯⋯. 그대로 안고 있는다. 다리에 힘이 풀린 탓이라며.)
리아 P. 아이아나:그런 말 할 때냐구요⋯ 정말이지. (이쪽은 정말 몸에 힘이 풀렸다. 고개 이안에게 묻고 있다가 괘씸한지 주먹 꾹 쥐고 한대 친다.) ⋯휴.
이안 J. 휴고:아파요- (괜히 우는 소리.) 헉, 지금 몇 시에요? (시계 확인한다.)
이제 완전히 암흑에 잠긴 도시 저 편에서, 빛이 하나 보입니다.
저 멀리에서부터 천천히, 하나하나 불이 돌어오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시선을 느낀 리아 또한 뒤를 돌아보고, 그것을 발견합니다.
마치 온 도시로 일루미네이션을 그려내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아가 묻습니다.
리아 P. 아이아나:지금 그런게 중요해요?
지금 시간⋯ 어디⋯
그 말을 듣고, 핸드폰 시계를 보면⋯
23시 02분.
리아 P. 아이아나:오늘 아직 안 끝났네요.
부드럽게 퍼져가는 빛의 바다를 바라보며 그가 말합니다.
리아 P. 아이아나:⋯꼭 일루미네이션같네요.
이안 씨, 메리 크리스마스.
이안 J. 휴고:내 빛이 여기에 있었네. (그 위로 웃음소리가 떨어진다.) 메리 크리스마스, 리아 씨.
리아로부터는 두근거리는 고동소리가 여전히 크게 울리고 있습니다.
이 곳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두 사람만의 장소.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을텐데, 라고, 이 순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분명 바라고 있겠죠.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그 말과 마음이 얼마나 연약한지. 사실은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
리아 P. 아이아나:내년에도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안 J. 휴고:그때가 되면 인사가 바뀌겠네요.
부디 이 마음만큼은, 하고.
리아, 이안 생환
이성치 1D10 회복
아티팩트 <리아의 선물> 획득. 이후 세션 내에서 입는 데미지를 1회 무효로 합니다. KP와 상담 후 사용하세요. (사용시 아티팩트의 효과가 사라질 뿐, 파괴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