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일사
[CoC] 상사화 & 일렉티오 바시움 - 침몰한 추억
시크SYK
2020. 2. 16. 23:06
|
이름 |
플레이어 |
KPC |
상사화 |
시크 |
PC |
일렉티오 바시움 |
똑디 |
시나리오 | 시나리오 링크 | END |
침몰한 추억 | 1 |
플레이날짜 | 플레이시간 | 트리거요소 (드래그로 확인) |
2020년 2월 16일 | 3 | 식인, 고어 |
2020년 2월 16일
[침몰한 추억]
kpc: 상사화, pc: 일렉티오 바시움
-
사화와 일렉은 올해의 겨울 휴가를 위해 바다의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호텔 타 메라.
바닷가 근처의 신식 호텔로
시설과 인테리어 방면에서 모두 좋은 평을 가진 곳입니다.
호텔 타 메라에 가는 방법으로는 개인 차량, 버스, 지하철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 단연 인기가 있는 교통수단은 ‘기차 미네소타’입니다.
선로 옆으로 바다를 끼고 있으므로 경치가 상당히 아름답다는군요.
그리하여 두 사람은 기차 플랫폼에 서 있습니다.
기차가 들어올 선로를 앞에 두고,
좌우로 사람 몇몇이 바쁘게 오갑니다.
기차표를 확인하는 노인,
부모 손을 잡고 종종걸음치는 아이,
가방을 정리하는 여자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남자…….
플랫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군요.
기차가 들어오려면 아직 15분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주위에는 도시락 가게라던가 프랜차이즈 카페, 편의점 따위가 즐비했습니다.
날씨는 유난히 춥고,
바람은 지독하게 날카롭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하늘은 이토록 청명하고 환한걸요.
추운 날씨 탓에 손끝이 차차 식어갈 무렵,
누군가 혀를 찹니다.
“쯧쯧, 조심해!”
목소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들립니다.
바로 옆입니다.
옆에 선 늙은 남자가 인상을 팍 구긴 채 당신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딱 다문 입술에 괴팍한 성격이 묻어납니다.
그가 뒤집어쓴 후드 달린 망토는 시대를 잘못 고른 것처럼 낡고, 이질적입니다.
후드의 그림자 탓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형형한 안광은 분명히 이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늙은 남자: 오늘 운수가 아주 나빠, 소중한 사람을 빼앗길 팔자야!
이게 무슨 뜬금없는 시비란 말인가요?
늙은 남자는 마치 점쟁이라도 된 것처럼 연신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늙은 남자: 잘못 걸렸어, 잘못 걸렸어……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꽃 노래도 한두 번이지,
안면에 대놓고 퍼붓는 저주가 지나칩니다.
늙은 남자: (여전히 흉악한 인상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위대한 분이 노하셨어. 노여움을 풀기까지 고생을 하겠군. 제대로 해야 해. 원하는 건 다 들어드려. 그렇지 않으면…… (말꼬리를 흐린 남자는 삿대질을 하며 일렉을 가리킨다.) 너!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팔은 늙은 탓에 제대로 뻗기도 어려워 보였다) 기차에서 내릴 땐 시체가 돼서 나올 거다!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커다란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경쾌한 음악 소리에 남자의 목소리가 뭉개지고,
그의 입술만 정신없이 움직일 뿐입니다.
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대충 재수 없는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음악 소리 후에 상냥한 목소리로 안내 방송이 시작됩니다.
“곧 기차가 역에 들어설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요란한 바람이 들이닥치고,
커다란 몸체를 가진 기차가 덜컹덜컹 달려옵니다.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리며 시야를 방해합니다.
어찌나 바람이 거센지 귀가 다 먹먹할 지경입니다.
겨울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귀며 코, 뺨 주위를 따갑게 때리고 지나갑니다.
얼굴에 잔뜩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나면,
어느새 늙은 남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뒤입니다.
위대한 것은 무엇인가요?
왜 노했다는 건가요?
뭘 들어주란 건가요?
아니, 도대체 시체가 돼서 나온다니……
상당히 재수 없는 이야기뿐입니다.
치익,
기차가 문을 엽니다.
칸마다 탑승객들이 천천히 계단을 밟고 오르는 동안,
선뜻 발걸음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네모나게 벌어진 입구가 괴물의 아가리처럼 보인다면,
이건 유별난 감상이겠죠?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차가 원하는 것,
이라고 해봐야 표 검사밖엔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상한 남자는 이미 사라졌고,
기차는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몸을 실어야 할 때입니다.
“기차가 곧 출발할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속히 자리를 찾아……”
때마침 안내 방송마저 두 사람의 발길을 재촉하는군요.
계단 두세 칸을 오르면 금세 기차의 안에 들어섭니다.
바닥에는 푸른 융단이 깔려 있고,
벽은 모두 흰색으로 칠했습니다.
커다란 차창의 둘레를 장식한 조각은 파도를 본뜬 모양입니다.
창 너머로 플랫폼이 보입니다만
수상한 남자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완벽한 구조의 좁다란 복도를 조금 걸어가면
금세 객실로 이어지는 문이 보입니다.
문 위의 은색 패널에는 7호 칸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객실은 707호였죠?
제대로 찾아온 모양입니다.
문 옆에 PUSH라고 쓰인 긴 버튼이 붙어 있습니다.
버튼을 가볍게 누르면 소리 없이 문이 열립니다.
자동으로 길을 비켜준 그것은 두 사람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 너머에도 복도가 펼쳐집니다.
복도의 오른쪽으론 객실의 문이 있고,
왼쪽으론 여전히 창 너머의 풍경이 보입니다.
객실의 공간을 내주느라
복도는 양쪽 벽에 바짝 붙어야 간신히 두 사람이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좁습니다.
기차 미네소타는 일반적인 지하철,
기차와 달리 객실마다 칸을 구별해두는 구조입니다.
긴 여행 시간 동안 조용히 갈 수 있으니 잘된 일이군요.
한 칸에 객실은 총 7개.
객실의 문마다 호수가 쓰인 패널을 붙여뒀으므로
자신의 객실을 찾기는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 일렉과 사화가 쓸 707호는 7호 칸의 가장 마지막 객실입니다.
객실은 방 한 칸 정도의 넓이로 벽 양쪽에 의자가 붙어 있습니다.
문 반대편에 커다란 창이 있어
실시간으로 바뀌는 바깥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의자는 생각보다 쿠션이 푹신하고,
등받이가 높아 편안합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앉기에는 넉넉하게 느껴집니다.
창은 기본적으로 환하게 바깥의 풍경을 드러내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커튼을 쳐서 빛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조명을 끄고 켤 수 있는 버튼도 문 옆에 있으므로
눈을 붙이고 싶을 때 편리할 것 같습니다.
객실의 천장에는 바다의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푸른 물결과 흰색의 경계가 이리저리 뒤섞인 그림은 유화 특유의 묵직한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거친 터치가 바다의 들쑥날쑥한 날씨를 묘사합니다.
[관찰] 판정 합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바닷가를 달리는 기차라고 유명하던데…….
아직 바다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긴,
아직 출발하지도 않았는걸요.
벌써 실망하긴 일러요.
똑똑.
객실에 짐을 풀고 편안히 자리를 잡으려는 찰나,
경쾌한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객실의 문은 유리를 사용하지 않고
흰 나무 재질을 사용했으므로 바깥이 보이지 않습니다.
노크에 대답하건, 하지 않건
문 너머의 누군가는 살갑게 말을 겁니다.
승무원: 고객님, 준비한 간식을 전달해드리고 있는데 문을 열어주시겠어요?
문을 열어주면,
제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승무원이 작은 트레이를 끌고 좁은 복도를 지나고 있습니다.
차곡차곡 쌓인 작은 나무 상자를 내밀며 승무원은 인사를 건넵니다.
승무원: 미네소타에서 즐거운 여행을 만끽하세요.
상냥하고 친절한 것이 모범적인 승무원의 본보기로군요.
승무원: (사화에게 상자들을 건내주곤 슝 다음 객실로 사라진다)
나무 상자 안에 든 것은 생각 외로 고급스러운 디저트입니다.
연한 베이지 색깔의 크림을 잔뜩 쌓아 설탕에 졸인 밤으로 장식한 몽블랑과
흰색과 하늘색의 마블링이 뒤섞인 채 파도치는 마카롱,
얇은 빵 사이사이 생크림을 바른 섬세한 크레이프,
촘촘히 소라의 나선을 조각한 초콜릿…….
모든 간식의 포장지에는 필기체로 ‘Minnesota’라고 적혀 있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간식을 담은 나무 상자의 뚜껑에도 똑같이 ‘Minnesota’라고 조각되어 있습니다.
호화로운 기차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네요.
표가 비싼 값을 합니다.
뚜껑 안쪽을 보면 정갈한 글씨체로 글이 써져 있습니다.
기차 미네소타는 승객분들께서 아름다운 바다의 청취를 마음껏 즐기실 수 있도록 선로의 7할을 바닷가에 설치했습니다.
객실의 창을 통해 접하는 바다가 촉박한 일상을 헤매는 승객분들의 마음에 한 줄기 여유와 휴식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긴 운행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으시도록
입에 즐길만한 먹을거리를 동봉하오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간식의 포장지 바닥마다 바다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라는 군요.
여러모로 상냥하기 짝이 없는 서비스입니다.
몽블랑
가득 쌓인 크림이 보기만 해도 달콤합니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빵과 꾸덕꾸덕한 크림에는 밤 냄새가 잔뜩 뱄고,
꼭대기에 달린 설탕에 졸인 밤은 작고 동글동글합니다.
몽블랑의 포장지에는 짧은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흰색과 하늘색이 뒤섞인 꼬끄는 꼭 아침 바다의 파도를 그린 것 같습니다.
꼬끄의 우둘투둘한 끄트머리마저 방파제에 부딪힌 파도의 물거품처럼 보이는군요
마카롱의 포장지에는 짧은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얇고 얇은 반죽을 생크림과 함께 겹겹이 쌓은 케이크.
색소를 섞었는지 반죽은 희미한 하늘색입니다.
사이로 흘러내린 생크림이 유난히 새하얗습니다.
한입 베어 물면 빵도 크림도 소리 없이 잘리고,
뒤섞여서 결국 원래의 색 따위 찾아볼 수 없겠죠.
우둘투둘한 끄트머리가 가파른 절벽과 같습니다.
초콜릿의 포장지에도 짧은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글씨가 번진 탓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마지막 글자는 아마도,
‘손’이라고 쓰인 것 같습니다.
덜컹, 덜컹.
특유의 승차감이 몸을 흔들고,
기차 미네소타는 선로를 따라 쏜살같이 달려나갑니다.
창밖으로 온갖 광경이 휙휙 지나갑니다.
플랫폼의 철조망,
빼곡한 도시의 건물,
조금 더 나아가 길고 긴 다리와
겨울 바다.
창백한 겨울 바다가 펼쳐집니다.
파랗게 침잠한 물결은 달의 인력을 따라 파도가 되어 밀려오고 쓸려나가기를 반복합니다.
쓸쓸하고 외롭기 짝이 없는 풍경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겠죠.
본디 외로운 것들은 마음을 동하게 하는 법이니까요.
상사화:아, 왜. (옷덜미가 당겨지면 짜증스러운 투로 말하곤 가만히 떨어진다) 감성이라곤 개미눈꼽만큼 없는 자식....
옆으로 바다를 두고,
평온하고 또 잔잔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따뜻한 차내의 공기가 잠을 데리고 온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눈꺼풀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고,
가물가물하던 시야가 곧 완전히,
새까맣게 차단됩니다.
고개를 기댄 창을 타고 희미한 파도 소리가 틈새로 새어듭니다.
따르릉, 따르릉.
잠을 깨운 것은 전화벨 소리입니다.
눈을 뜨면 여전히 객실입니다.
커튼을 치고 불을 꺼둔 내부는 꽤 어둑합니다.
커튼 틈새로 스며드는 빛이 푸르스름합니다.
고개를 조금 돌리면 당신과 머리를 맞대고 잠든 사화가 보입니다.
잠들기 전에는 창문에 기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가까워졌네요.
사화의 얼굴을 말가니 살펴보고 있자니,
서서히 시야가 선명해집니다.
어둠에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의자에 오래도록 구겨져 잠들었으니……
[건강] 판정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이곳저곳 욱신거리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죠.
사화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목이며 어깨, 등과 허리 따위가 뻐근하게 아픕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따르릉.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당신을 재촉하는 것처럼 한 번 더 전화벨이 울립니다.
객실 문 안쪽에 설치된 작은 전화기입니다.
차내에서 사용하는 통신 수단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기장이나,
혹은 승무원에게서 온 전화겠죠.
딱히 짚이는 상대는 없습니다.
받을까요?
사화는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건 말건 단잠에 빠져 있습니다.
전화기는 연신 울음을 터트리며 몸을 뒤흔듭니다.
전화를 받으면……
???:일어났어?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말을 건넵니다.
승무원이라기엔 지나치게 격 없는 말투입니다.
???:창밖을 봐. 바다가 아름다워. 네가 보는 풍경은 항상 이런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거겠지?
???:나는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아.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두고 네가 나에게 오다니. 오직 나를 보기 위해서, 나를 만나기 위해서……. 알아, 안다니까. 그런 말 하지 마. 그냥 감격스러운 것뿐이야.
네가?
나에게?
그가 말하는 ‘나’란 누구고,
‘너’란 또 누구인가요?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기억에 없는 목소리입니다.
적어도 당신, 일렉에게 걸려온 전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무어라고 대답하건 전화기 너머의 그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할 말만 이어갈 뿐입니다.
???:하지만 역시 바다를 볼 때마다 네가 생각나. 네가 바다를 닮았고, 너와 처음 만난 곳도 바다였으니까.
그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평소와 똑같은 날이었어. 햇살도, 바람도, 그 무엇도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고.
그런데 뜬금없이 바닷가에서 너를 만난 거야. 내 일정에는 전혀 계획에도 없던 일이었지.
아마, 내 운명의 신도 우리의 만남을 안배해두진 않았을 거야.
우리가 만난 날, 너는 이미 죽었으니까.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상대의 목소리 사이로 이명 같은 것이 섞여서,
음질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목소리입니다.
???:죽지 않았다고? 얘는. 숨을 쉬지 않는 사람을 ‘죽었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만난 그 순간에 너는 죽었던 거지. 내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시신마저 파도에 쓸려 갔을걸? 내가 입 맞추지 않았다면, 너는 영영 깨어나지 않았겠지.
뚝,
전화가 끊어집니다.
제 할 말만을 늘어놓던 상대는 끝끝내 당신의 이야기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객실 안에는 고요가 가득 찼고,
잠든 사화와 창을 가린 커튼,
닫혀있는 문이 전부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뚜, 뚜, 뚜…….
규칙적인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전화벨이 쩌렁쩌렁 울리고,
일렉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상대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중에도 사화는 깨어나지 않습니다.
여행을 기대하고,
지난밤을 뒤척였던 걸까요?
혹은 요즈음의 일정이 그토록 고됐던 걸까요?
얌전히 눈을 감은 얼굴이……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새하얗게 질려 있습니다.
눈을 감은 사화는 뒤척이지도,
얼굴을 찌푸리지도,
잠꼬대하지도 않습니다.
마치 죽은 것처럼 깊은 잠
에…….아니,
정말 잠이 든 것뿐인가요?
사화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어렵지 않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화는 숨을 쉬지 않습니다.
코 아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도,
아주 조금 벌어진 입술 사이를 살펴도 단 한 점의 호흡조차 드나들지 않습니다.
사화의 죽음을 목격한 일렉, [이성] 체크합니다. [SanC(0/1d2)]
기준치: | 70/35/14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성 변동없음.
창을 가린 커튼, 닫혀있는 문, 그리고 전화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튼 틈새로 스며드는 빛이 푸르스름합니다.
벨벳 재질의 푸른 커튼은 창을 완전히 가리고 있습니다.
창문을 걷으면……
깊고 깊은 심해가 펼쳐집니다.
바다가 아닙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분명히 심해,
퍽 깊은 바닷속의 어딘가가 분명합니다.
감색의 물이 가득 차 있고,
위도 아래도 온통 어두운 물이 넘실거립니다.
앙상한 산호가 바짝 마른 손가락 마디처럼
땅을 긁고,
길고 미끈거리는 수초가 어수선한 머리카락처럼 거칠게 얽혀 있습니다.
종종 바닥을 기는 작은 게라던가,
바다뱀 따위도 눈에 띕니다.
기차는 분명히 심해를 달리고 있습니다.
어두운 돌과 모래 따위가 깔린 가장 깊은 지저를 밟으며!
창 가까이 해파리가 스쳐 갑니다.
버려진 비닐봉지처럼 흐느적거리는 모양새는 여유롭기 짝이 없습니다.
이름 모를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꼬리를 치며 앞으로 쏜살같이 물살을 가르고 도망칩니다.
대부분 울퉁불퉁하고 흉악한 생김새를 가진 것은,
필시 이곳이 깊고 어두운 곳이기 때문이겠죠.
때마침 커다란 고래가 울음을 터트립니다.
경적만큼 길고, 느리고, 웅장한 울음소리입니다.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광경이 아름다운 만큼……
기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심해를 달리는 열차
라니,그런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요.
이런 경로가 있다는 설명도 당연히 듣지 못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수압을 이기지 못한 창문이 산산이 깨지고 물이 쏟아질 것 같다는,
본능적인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깜빡 잠이 든 사이 기차가 선로를 이탈하고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한 건가요?
믿을 수 없는 상황의 나열에 일렉, [이성] 체크합니다. [SanC(0/1)]
기준치: | 70/35/14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변동없음.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상한 전화,
창밖의 심해,
숨을 쉬지 않는 사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상황을 받아들이려 노력해보아도 쉽지 않습니다.
기차를 탔고,
간식을 나눠 먹고,
이야기를 잠깐 나누다 잠이 든 것이 전부인데.
늙고 낡은 노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선연합니다.
“오늘 운수가 아주 나빠, 소중한 사람을 빼앗길 팔자야!”
그는 정말 이런 상황을 예고했던 걸까요?
우리는,
신의 목소리를,
예언을 믿지 않아 이런 꼴이 되어버린 걸까요?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요?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숨을 쉬지 않는 사화의 얼굴을 말가니 들여다본다면,
이윽고 이 상황과 흡사한 어떤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첫 만남
바다
숨을 쉬지 않는 너
와 당황에 겨운 나
…….우연의 일치라기엔 기묘한 배치가 아니던가요?
그렇다면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따라야 한다고,
출처 모를 확신이 속삭입니다.
“제대로 해야 해. 원하는 건 다 들어드려.”
괴팍한 남자의 목소리와
“내가 입 맞추지 않았다면, 너는 영영 깨어나지 않았겠지.”
상냥한 여자의 목소리가 교차합니다.
.....
사화에게 입을 맞출까요?
사화의 입술은 무척 차갑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시체에 입을 맞추는 것 같은,
기묘한 배덕감과 불쾌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듭니다.
우리의 삶은 동화가 아니에요.
우리 또한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지요.
그렇기에 고작 한 번의 입맞춤으로 무언가 달라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만,
눈을 뜬 사화가 작은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작고 느리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으나,
입술 사이의 거리는 지척이었으므로 놓칠 턱이 없습니다.
숨을 쉬지 않았던 방금의 일이 거짓말처럼 사화의 호흡은 안정적으로 드나듭니다.
안색이 희고, 체온은 다소 낮지만……
분명히 숨을 쉬고 있습니다.
눈을 뜨고,
이름을 부르고,
말하며,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입니다.
더는 시체라고 부를 수는 없겠군요.
당신은 단 한 번의 입맞춤으로 기어코 사화를 죽음에서 구해낸 것입니다.
...믿을 수 없게도.
기관실은 연락을 받지 않고,
창밖은 심해,
객실은 좁기만 합니다.
이 상황이 어찌 된 것이건 객실 안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네요.
객실 밖으로 나서야겠군요.
객실의 문을 열고 나가면 복도는 조용하고,
다른 객실의 문은 얌전히 닫혀있습니다.
좁은 복도의 반대편에 커다란 창이 보입니다.
창 너머의 풍경은 마찬가지로 심해가 담겨 있습니다.
……꿈도, 착각도 아니었군요.
어떤 디지털 이미지가 아님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모든 창마다 각기 다른 심해의 풍경이 담겨 있고,
창문의 틈새로 소금기가 가득한 물비린내가 스며들고 있으니까요.
복도를 거닐면,
푹신한 융단 덕에 사화와 당신의 발소리라곤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아니,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아닙니다.
복도의 어느 곳에서도 인기척이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복도는 텅 비었고,
간식을 담은 트레이나 승무원,
다른 객실의 손님 중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습니다.
복도를 따라 706호, 705호, 704호와 703호, 702호, 그리고 701호까지……
모두 문이 꽉 닫혀있습니다.
객실마다 문이 꽉 닫혀있는 데다 문에 난 작은 창마저 불투명 유리이므로,
안쪽을 살펴보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문 너머는 지독하게도 조용합니다.
웃음소리도,
이야기 소리도,
코 고는 소리와 짐을 뒤적이는……
그 어떤 소리도.
하다못해 숨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모든 객실이 하나 같이 그렇습니다.
텅 빈 것처럼.
기차 안의 풍경이 퍽 서늘합니다.
마치 사람이 전부 사라진 것처럼.
복도 끝의 문에는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유일하게 다른 칸으로 건너갈 수 있는 통로입니다.
문 위에 달린 패널에는 7호 칸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마 이 앞은 6호 칸일 테죠.
객실이 총 3칸,
나머지는 다이닝 칸과 칵테일바 칸,
살롱 칸으로 구성된 기차니까……
기관실에 도착하려면 5칸은 더 건너야 할 것 같습니다.
문은 순순히 열립니다.
사화의 손을 잡고,
다음 칸으로 넘어갑니다.
[민천] 판정 합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막 문턱을 넘는 찰나,
당신의 손안에 무언가 떨어집니다.
[자연] 판정합니다.
기준치: | 10/5/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실패 |
(?)
고운 분홍색의 꽃송이입니다.
장미와 작약을 닮은 탐스러운 꽃은 청록색의 줄기가 깨끗하게 가다듬어져 있고,
겹쳐 핀 다섯 개의 꽃잎 사이 샛노란 술이 도드라졌습니다.
코 가까이에 대면 부드러운 향기가 납니다.
부드러운 꽃향기 사이로 소금기 어린 짠 내음이 묻어납니다.
처음 보는 꽃이지만 퍽 아름답네요.
6호 칸도 5호 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복도는 침음에 잠겼고, 사화와 당신은 점차 침묵에 침잠합니다.
긴 복도는 평평하고 푹신하건만 조금만 걸어도 유난히 지치는 느낌입니다.
이 기묘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든 탓일까요?
4호 칸에 도착한 것은 완전히 지치기 직전의 순간이었습니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은 소리소문없이 미끄러집니다.
문을 여는 순간 강렬한 음식의 냄새가 휘몰아칩니다.
냄새를 색채로 표현한다면 아주 짙고 붉은……
그래,
장미와 꼭 닮은 색일 거예요.
다이닝 칸의 바닥에는 마찬가지로 푸른 융단이 깔려 있고,
벽면도 비슷한 계통의 푸른색으로 가득 칠해져 있습니다.
푸른 벽 위로 흐릿한 흰색을 덧칠해 규칙적인 무늬를 새겨 넣은 단장이 고급스럽습니다.
파도를 닮은 무늬와 문양이 서로 어우러지고 부딪히며 얽혀듭니다.
천장에는 은색의 샹들리에에 달린 유리 조명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그 아래에 새하얀 테이블보를 깐 원형의 테이블이 비스듬히 교차하며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마다 새파란 장미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촛대와 포크, 수저와 나이프까지 몽땅 은으로 빚어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리마다 음식 대신 승객의 이름이 적힌 카드가 놓여 있습니다.
앞쪽의 문을 통해 다음 칸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7번째 테이블에서 사화와 당신, 일렉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발견합니다.
식사를 예약한 적은 없는데.
탑승객 모두의 요리가 준비된 걸까요?
다이닝 칸의 이상한 점이라면 다른 칸과 마찬가지로 승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음식이 놓인 유일한 자리.
7번째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가면 카드에는 사화와 일렉의 이름이 각각 적혀 있고,
이름 앞에 은색의 클로쉬가 놓여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오픈 키친을 살펴봐도 불을 지핀 흔적은커녕,
요리사의 자취를 찾을 수 없는데……
이 음식은 누가,
누구를,
무엇을 위해 준비했단 말인가요?
스멀스멀 의심이 고개를 들 때,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립니다.
오픈 키친의 벽면에 전화기가 붙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당장 전화를 받으라는 것처럼 쩌렁쩌렁하게 벨을 울리기 시작합니다.
???:배고파.
두 번째지만 어느새 익숙해진 목소리가 말을 건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객실에서의 그 상대와 똑같은 목소리입니다.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상대는 전화 예절 따위 하나도 모르는 것처럼 생뚱맞은 본론을 꺼냅니다.
???:저녁 먹으러 가자, 응?
???:아, 싫어. 나 혼자 먹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야? 혼자 하는 식사는 재미없고, 맛도 없고, 심심하단 말이야. 왜 그러는 건데? 내가 식사예절이 안 좋아? 내 얼굴만 봐도 밥맛이 떨어져?
아니면,
네 식성 때문이야?
잠시 전화기 너머의 여자는 침묵합니다.
전화가 끊겼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기계음 대신 수화기를 꽉 채운 축축한 소음 때문이었습니다.
서늘한 물소리, 보글거리는 물거품 소리가 목소리를 대신합니다.
잠깐의 침묵 끝에 여자가 웃습니다.
웃음기가 잔뜩 서린 목소리로,
???:나 그런 건 하나도 상관없어. 괜찮아. ‘그것’이 네 식사인 거잖아. 나도 고기를 먹는걸. 돼지도, 소도, 닭과 꿩과 오리도, 사슴과 곰과 이름 모를 새와 뱀과 그 외의 많은 것들을 잡아먹고 있어.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인걸. 있잖아, 나 전혀 무섭지 않아.
???:하지만 혼자 식사하는 건 쓸쓸해. 그러니까…… 식사가 끝날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 줘. 나를 혼자 두지 마. 그리고 너를 혼자 두지 마. 식탁 위에 오르는 것들이 조금 다르다고 한들 두려워하지 않을게. 함께 식사를 마치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억지를 부립니다.
물소리도,
웃음소리도,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일정한 기계음이 귀를 두드립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테이블에 놓인 두 개의 클로쉬로 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클로쉬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상상은 나래를 펴고 끝까지 쫓아오는군요.
일곱 번째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섭니다.
상사화와 일렉티오 바시움.
마주 보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카드는 정확히 서로의 반대편에 놓여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클로쉬를 열면,
흰 접시 몇 개와 스푼, 포크, 나이프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접시 위에 올라간 음식은……
평범하기 짝이 없군요.
덮어둔 것을 열었을 뿐인데 좋은 냄새가 훅 밀려옵니다.
메인 디쉬로 나온 것은 스테이크입니다.
두툼한 고기에 소스를 곁들여 적당히 굽고,
주위에 당근을 정교하게 조각한 꽃으로 장식했습니다.
고기의 육즙과 어우러진 소스가 불투명하게 반짝입니다.
적당한 두께,
부드러운 육질,
촉촉하게 머금은 기름…….
먹어보지 않아도 일품이에요.
작은 볼에는 샐러드가 담겨 있습니다.
부드럽고 연한 로메인과 싱싱한 과일, 채소를 몇 가지 곁들인 뒤 시저 드레싱을 잔뜩 뿌려 색을 칠했습니다/
톡톡 씹히는 겨자씨가 독특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사이사이 숨어있는 삶은 달걀은 아주 부드러워 보입니다.
얇은 접시에는 붉은 수프가 찰랑거립니다.
투명한 수프 안에 가라앉은 토마토의 속살과 새콤한 향기 덕에 절로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수프 바닥에 깔린 작게 다진 파프리카는 깊은 곳에 잠긴 자갈처럼 휘젓는 스푼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곁들이는 접시에는 포크로 찍어 바로 삼키기 좋은 레몬과 라임의 절임이 담겼습니다.
설탕에 절인 덕에 샹들리에의 불빛처럼 반짝이는 표면이 눈에 띕니다.
입가심하기에 딱 좋은 디저트일 거예요.
잔에 고인 것은 평범한 물입니다.
투명하니 잔의 바닥을 내보입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클로쉬를 열면,
흰 접시 몇 개와 스푼, 포크, 나이프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접시 위에 올라간 음식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아니,
저것들을 음식이라고 부를 수는 있는 건가요?
메인 디쉬로 나온 것은 희고 둥근 눈알입니다.
굴러다니지 않도록 접시의 바닥에 설탕 따위를 발라 굳힌 탓에,
검은
눈알
과 정확하게 시선이 마주칩니다.흰 부위는 기름기가 번질거리고,
소스를 끼얹었는지 어울리지 않게 좋은……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작은 볼에는 샐러드가 담겨 있습니다.
으깬 감자와 슬라이스 친 견과류 사이로 아주 작은 고깃덩이가 다섯 개 꽂혀 있습니다.
무슨 고기일까요,
이름을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퍽 익숙한 생김새이니까요.
그야, 당신의 손에도 달린
손가락
인걸요.아몬드, 혹은 이름 모를 견과류는 분리해낸 손톱이었습니다.
드레싱은 필요치 않습니다.
이토록 촉촉하기에.
수프가 담긴 얇은 접시에는 높이 솟은
코
가 떠다닙니다.가장 높은 지점에는 데코레이션을 위한 작은 콩이 올라가 있습니다.
잘린 단면은 수프 사이에 묻혀 다행히 보이지 않습니다.
접시를 가득 채운 붉은 수프의 정체는 아직 식지 않아 따뜻한 피입니다.
곁들이는 접시에는 포크로 찍어 바로 삼키기 좋은 몇 종류의 고기가 놓여 있습니다.
테두리를 따라 정체 모를 푸른 소스가 콕콕 어떤 무늬를 그리고 있군요.
그릇에 조각조각 오른 것은 입속에 들어있어야 할
혀
입니다.잘 익은 혀가 먹음직스러운 검붉은 색을 띱니다.
바싹 익힌 탓에 핏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잔에 고인 것은 평범한 물 같지만,
어쩐지 짠 내음이 나는군요.
그릇 위에 담긴 모든 음식의 재료가 적나라합니다.
분명히 사람의 고기가 틀림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걸 먹으라고 내놓는 거죠?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치밀고 속이 정처없이 울렁입니다.
끔찍한 그릇의 내용물을 확인한 일렉, [이성] 체크합니다. [SanC(1/1d3)]
기준치: | 70/35/14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1
1
일렉, 이성 -1
대조적인 식사를 앞에 두고 사화는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도 입에 담지 않습니다.
아니,
그는 오히려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스푼을 듭니다.
녹물보다 붉고,
쇳물보다 비린 수프를 입안에 밀어 넣기까지,
사화의 행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화는 묵묵히 준비된 음식을 먹고, 마시고, 맛을 음미합니다. 식사의 맛을 묻는 것은 멍청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
[심리학] 판정합니다.
기준치: | 10/5/2 |
굴림: | 99 |
판정결과: | 대실패 |
사화는 진정으로 식사를 ...■■.. 있으니까요.
눈앞의 사화는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다, 갑자기 이름을 부릅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답 대신 눈을 깜빡이자 사화가 한 번 더 이름을 부릅니다.
……일어나?
곧 몸이 좌우로 정처 없이 흔들립니다.
기차가 통째로 흔들리는 탓에 천장이,
바닥이,
벽이 온 방향으로 솟구치는데도 사화는 꼿꼿하게 선 채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런, 아무래도 흔들리던 건 기차가 아니라 당신, 일렉이였던 모양입니다.
번쩍 눈을 뜨면 여전히 처음의 그 객실 안입니다.
사화는 당신의 잠에 겨운 꼴을 보곤 조금 웃다가,
“무슨 꿈을 꾸길래 그렇게 하염없이 자?”
묻습니다.
내릴 준비를 거의 다 마쳤는지 사화의 옷차림이 깔끔합니다.
(아까와는 전혀 달라진 상황 차창 밖을 확인해보고.)
차창 밖은 눈부신 해변가, 그리고 고급스러운 호텔이 존재합니다.
끔찍한 꿈이었지만,
그래도 모두 꿈이었다니 비로소 안도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화는 그저 내릴 생각에 들떠선 안내 방송을 기다리고,
마침내 기관장이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안내 방송을 시작합니다.
END 1. 이번 정거장은 호텔 타 메라입니다.
상사화 생존, 일렉티오 바시움 생존
보상 : 없음
사화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야, 일렉의 꿈이었으니까요.
후속 시나리오 - 창백한 체온:
https://sykpresents.tistory.com/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