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세실
[CoC] 세리나 힐 & 실라 화이트 - 바다의 혀
시크SYK
2020. 3. 24. 06:29
|
이름 |
플레이어 |
KPC |
실라 화이트 |
시크 |
PC |
세리나 힐 |
로메 |
시나리오 | 시나리오 링크 | END |
바다의 혀 | 2 |
플레이날짜 | 플레이시간 | 트리거요소 (드래그로 확인) |
2020년 3월 23일 | 6시간 |
|
<바다의 혀>
2020년 3월 23일kpc: 실라 화이트, pc: 세리나 힐
–
1일차
20XX. 12. 28 PM 13:39
―아, 차가워.
신발 가죽이 젖어드는 감각과 함께 정신을 차립니다.
그보다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실라의 목소리가 더 빨랐나요.
순서를 가늠할 새도 없이 살을 에는 냉기에 발끝이 곱아듭니다.
거품이 팔 할인 하얀 파도가 복사뼈를 적시고 부서집니다.
아무래도… 한 쪽 발이 통째로 젖은 것 같죠.
낭패입니다.
살라는 당황한 표정으로 당신을 끌어당기며 말합니다.
바다 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고?
달리 그런 기억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머리까지 꽁꽁 얼어붙을 만큼의 강추위에 잠시 넋을 놓고 걸었던 것 같습니다.
젖은 모래가 신발코를 따라 미끄러집니다.
소금물에 양껏 젖은 한 쪽 발이 무겁습니다.
혹시 몰라 캐리어에 여분의 신발을 챙겨 넣었던 것이 다행이군요.
체크인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해 시간을 떼울 겸
점심을 먹고 이 주변을 걷기로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애꿎은 신발을 버렸다는 생각에 어쩐지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신발을 버렸다는 억울함도 잠시.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파랑,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바닷바람,
핏기 없는 해변의 모래사장.
손가락이 꺾일 것만 같은 매서운 날씨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이곳은 아름답고, 완벽하고, 특별하군요.
문득 걸어온 길의 반대편을 돌아봅니다.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을 이기지 못해
서늘함만을 간직한 모래사장 위로 오로지 두 사람의 발자국이 점점이 찍혀 있습니다.
하늘은 냉기를 머금은 바다의 색을 반대로 반사한듯 탁하고,
창백하며, 채도 낮은 푸른 색을 띠고 있습니다.
날씨가 날씨이니만큼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실라와 세리나,
저 멀리 떨어져 걷고 있는 젊은 커플 한 쌍,
그리고 홀로 겨울바다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여행객 두어 명이 전부입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42 |
판정결과: | 실패 |
쏴아아.
메마른 백사장 위로 파도소리가 밀려 올라왔다가 스며들길 반복합니다.
어쩐지 기분이 한결 낫습니다.
실라 화이트:(잡아 일으키는 손길을 꼭 잡고는 올려다보고는) 잘못하긴 뭐가요. 그런 말하지 말구요... 여기서 갈아신을까요, 아님 호텔로 가서 갈아신을래요?
이제 그만 들어가는 편이 좋겠죠?
바닷바람은 두려울 만큼 서늘하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으니까요.
당신은 실라를 뒤따라 리조트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시선이 온전히 거두어지기 전에…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끝을 모르고 새하얗게 깔려 있는 백사장 위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발자국은…
바다 쪽으로 쭉 이어져 있습니다.
보글보글.
밀려드는 파도가 야금야금 그 흔적을 먹어 치웁니다.
[로비]
[PM 14:13]
회전문을 타고 로비에 들어서는 즉시 난방으로 인해 훈훈한 온기를 느낍니다
빳빳이 굳어있던 손가락이며 양 뺨에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기 무섭게 실라가 당신을 프런트 데스크 쪽으로 이끕니다.
유니폼을 단정히 차려입은 직원 두 어 명이 업무를 보고 있네요.
프런트는…
이미 체크인을 하기 위해 몰려든 투숙객 두 어 무리로 만석입니다.
겨울바다만의 운치를 만끽하기 위해 부러 성수기를 피해 투숙하는 방문객들도 적지 않더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면 금세 두 사람의 차례가 옵니다.
직원: 환영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을 위해 진심으로 봉사하겠다는 양 지어보이는 미소가 퍽 자연스럽습니다.
직원: 예약 확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예약자분의 성함을 말씀해주시고, 신분증을 제시해 주세요.
직원: 예약된 객실의 입실 가능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는 동안 서류를 작성해주세요.
흰 색의 서류 위로 검은 색의 볼펜이 올라옵니다.
직원은 데스크 PC의 모니터 자판을 몇 번 두드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여느 숙박업소에서나 받아 볼 수 있을 법한 형식적인 사항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름, 주소, 휴대폰 번호 등을 적을 수 있는 공란과
전염 위험성이 있는 병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에 관한 여부. 그런 것들.
서류를 적어내려가면 하단에 리조트 이용 약관, 주의사항, 취소 날짜에 따른 환불 금액 따위가 명시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서류를 모두 작성하고 직원에게 건네면 직원은 대뜸 죄송하다는 말을 합니다.
무슨 일일까요?
직원: 시설 파손 문제로 인해 예약해주신 객실로의 입실이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급하게 입실 가능한 다른 객실을 알아보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직원은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합니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의 호출이 있기 전까지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는 편이 좋겠습니다.
로비를 전체적으로 둘러봅니다.
은은한 블랙펄과 화이트톤의 대리석 조합을 자랑하고 있어요.
간간이 배치되어있는 우드가 부담스럽지 않은 프라이빗한 느낌을 더합니다.
출입구가 마련되어있는 벽면 전체는 유리로 처리되어 있어 탁 트인 뷰가 가히 인상적이군요.
중앙에 조형물을 올린 커다란 분수가 놓여 있고,
그 위로는 크리스털로 세공한 와인잔을 뒤집어 매단듯 눈부신 샹들리에가 금색의 빛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프론트 데스크 주변에 예비 투숙객들을 위한 라운지 형식의 대기석이 마련되어 있고,
두 사람은 이 곳에 서있습니다.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카페도 눈에 들어옵니다.
로비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대리석을 구석구석 깎아 만들어 고아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리스풍의 분수대입니다.
바닷물을 끌어다 사용한 모양인지 가까이 다가서면 약하게 소금 냄새가 맡아집니다.
그 위에 올려진 조형물은 꼭 추상적인 파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쟁반처럼 생긴 넓은 홈에서 졸졸졸 물이 떨어집니다.
다시 보니 조형물 중앙의 홈에 동전을 던져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운]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앗... 아.
얕은 금속음과 함께 동전이 튕겨지고…
그대로 분수대 구석에 입수합니다.
그래요.
이런 날도 있는 법이죠.
제가 해볼까요? (하곤 저도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 던져본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얕은 금속음과 함께 동전이 튕겨지고…
정확히 분수대 중앙의 홈에 떨어집니다.
나이스!
로비의 창가쪽에 자리하고 있는 간소하고도 아담한 카페입니다.
바다를 눈요기삼아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카페직원: 어서오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화한 점심의 겨울 햇살이 들어오는 카페입니다.
동시에 청량한 직원의 목소리가 두 사람을 반깁니다.
찝찔한 바다향과 더불어 고소하고 쌉싸래한 원두 냄새가 사뭇 조화롭게 뒤섞여 있군요.
메뉴는 여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것들입니다.
아메리카노, 각종 라떼류, 모카, 프라푸치노, 과일차 등등.
쇼케이스 안의 조각케이크와 스콘, 쿠키, 베이글 정도의 디저트도 보입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면 창가에 앉아있는 두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간 많이 남는데 한 잔 더 시킬까?"
"난 됐어. 그보다 오늘따라 조금 많이 마시는 거 아냐? 그러다 저녁 못 먹고 남긴다?"
"그건 그런데… 오늘따라 목이 좀 마르네. 점심을 짜게 먹었나?"
잔잔한 소음같은 대화가 아무렇지 않게 귀를 스쳐 지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카페직원: 주문하신 핫초코랑 밀크티 나왔습니다.
픽업 카운터를 통해 음료를 건네주고는
카페직원: 맛있게 드세요. 시럽은 우측 카운터에, 스트로우와 티슈도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라요.
감사 인사를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서비스 마인드가 투철한 직원인가봐요.
로비로 돌아가면...
"으아앙!"
다짜고짜 라운지 쪽에서 커다란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지는 것을 듣습니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닥에 모로 누워 울고 있는 아이가 보입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보호자로 추정되는 중년의 여성이 난감한 표정으로 아이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로비를 대강 둘러본 뒤 다시 라운지로 돌아오면 때마침 담당 프론트 직원이 두 사람을 찾습니다.
직원: 실라 화이트님, 체크인 도와드리겠습니다.
[행운]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직원: 오래 기다리셨죠?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같은 등급의 객실로 새롭게 예약해드렸습니다.
금일 12월 28일 정상적으로 체크인 되셨어요. 체크아웃은 12월 30일 정오까지 마쳐주셔야 하며, 1시간이 초과될 때 마다 추가 요금이 합산됩니다. 오후 3시 이후부터는 1박 가격이 추가적으로 부과되오니 유의해주세요. 모닝콜 및 룸서비스는 객실 내 배치되어 있는 로비폰을 사용해주시면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부디 즐거운 일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라는군요!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혹시나 이용 가능한 객실이 없을까 조마조마 했던 것도 사실이니,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짧은 안내 멘트를 끝마친 직원은 리조트 팸플릿과 함께 객실의 열쇠를 건네줍니다.
리조트 폰테르고 Pintergo.
리조트 소개,
객실 안내,
각종 부대시설 소개와 이벤트 목록이 기재되어 있는 팸플릿입니다.
맨 뒷면에는 쿠폰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눈이 띕니다.
나중에 시간이 난다면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파도 모양의 키링과 카드키가 부착되어 있는 객실 전용 열쇠입니다.
엘리베이터 측면에 리조트 층별 안내도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B1 푸드코트&식당, 편의점, 베이커리 및 버블티 전문점
1F 로비, 카페
2F 노래방, PC&게임장, 볼링장, 당구장
3F 스파,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의무실
4~10F 객실
11F 스카이라운지
엘리베이터 역시 천장이 높고 시야가 개방 되어 있어 바다의 전경이 너르게 드러납니다.
이 리조트가 다른 어느 것 보다도 투숙객의 눈에 '바다를 담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매기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객실로 이동합니다.
방에 몸을 들이기 무섭게 인위적이지 않은 바다 특유의 소금내와,
기분이 좋아지는 시원달달한 향기를 맡습니다.
신발장을 지나쳐 객실 안쪽으로 들어서면 거실 한구석에 두 사람의 캐리어가 놓여있어요.
체크인 전에 데스크에 맡겨 두었으니,
친절한 이곳의 직원이 옮겨 놓은 모양입니다.
인테리어 대부분이 대리석이거나, 우드입니다.
정성껏 꾸며진 태가 나서일까요?
차갑고 건조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야외 테라스로 향하는 거실 한 쪽은 베란다가 통째로 트여 있어 넘실대는 겨울 바다가 코 앞에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 너머로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커피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세심하네요.
아일랜드 형식의 주방과,
중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배치된 킹사이즈의 침대,
한 구석에는 화장대나 욕실 또한 빠짐 없이 존재합니다.
방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함께 자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침대입니다.
이불이 성심성의껏 정돈 되어 있어요.
토퍼가 따로 깔려 있지 않은데도 누워보면 놀랄만큼 푹신푹신합니다.
침대의 바로 옆에 위치한 협탁에는
스탠드와 로비폰, 객실용 전화기 등이 구비 되어 있습니다.
500ml 생수 몇 병인가가 채워져 있습니다.
실라가 생수 한 병을 꺼내 '까드득' 뚜껑을 돌립니다.
이후 세모금 정도를 마신 뒤에 냉장고 문을 닫습니다.
세련된 아일랜드 형식의 주방으로,
취사도구가 빠짐 없이 구비 되어 있습니다.
넓고 쾌적한 주방과 조리대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는 탐사자라면 조금 설렐 지도 모르겠어요.
테이블은 두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커보입니다.
조리대에는 물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요리를 하기에 그 공간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여느 호텔이나 리조트가 그러하듯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이 놓여 있어요.
시간이 남는다면 밤중에 간단한 간식거리를 만들어 먹는 것도 좋겠죠.
어찌나 깨끗이 닦여 있는지 조심하지 않으면 머리를 부딪힐 정도로 투명합니다.
양 옆으로 가지런히 정돈된 쉬폰 커튼이 묶여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유리창 너머로 서늘한 냉기가 느껴집니다.
너머로 난간이 설치된 테라스가 보여요.
객실을 둘러보고, 당장 사용할 짐을 솎아내고 있을 때쯤 인터폰이 울립니다.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면 당연하게도 일면식 없는 젊은 남성이 서있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은 걸로 보아 이 리조트의 직원은 아닌듯 합니다.
문을 열어주면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 탐사자를 반깁니다.
남자는 자신을 '옆 객실의 투숙객'이라고 소개합니다.
남자: 실례합니다. 혹시 일곱 살 정도 되는 어린 여자 아이를 못 보셨나요? 제 딸아이인데,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하길래 보냈더니… 세 시간이 넘도록 들어오질 않고 있어서요. 키는 이만하고…(허리춤 아래 쪽으로 손짓한다.)
머리를 양 옆으로 땋아서 묶고 있어요. 눈이 동글동글하고 푸른 계열의 겨울용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리조트 측에 사정을 설명하기는 했는데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에는 걱정이 되어서 이곳 저곳에 물어보고 있어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딸이 사라져서 찾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보지 못했다는 말을 하면 실례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복도 너머로 사라집니다.
“아,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작은 혼잣말과 함께요.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착각인 것 같기도 하고.
겨울 바람을 너무 오래 맞았던가요?
어쩐지 생각 회로가 느릿느릿 돌아갑니다.
문을 닫고 다시 방으로 들어옵니다.
오후 다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간일까요.
실라는 리조트 내 이벤트 목록을 모아둔 페이지를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이 리조트의 최상층인 스카이 라운지에서 특별한 드링크 무료 시음회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에요.
두 사람이 객실 바깥으로 나섬과 동시에 복도 전체에 안내 방송이 울립니다.
: 리조트 폰테르고에서 안내방송 드립니다. 아이를 찾고 있습니다. 머리를 양 옆으로 땋아 묶고,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 아이를 보호하고 계신 투숙객 분께서는 1층 안내데스크로 찾아와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안내방송 드립니다…
딸을 잃어버렸다던 옆 객실 투숙객이 떠오릅니다.
관련 방송인가 보군요.
스카이 라운지
[PM 17:13]
지이잉.
깨끗이 닦인 자동문이 양 옆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라운지에 입장하면 비수기임에도 연말인지라 사람이 꽤 몰려 있습니다.
라운지는 둥근 원형 모양입니다.
때문에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도 먹먹한 겨울 하늘이 시선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서로의 깊이를 마주 반사하듯,
하늘과 바다가 이어진 절경이 황홀의 극치입니다.
그 중앙에 마찬가지로 둥근 형식의 카운터겸 바가 놓여 있습니다.
유니폼을 차려 입은 바텐더 두 명이 손을 바삐 움직여 음료를 제조하고 있어요.
어디에 앉으면 좋을까?
자리를 물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라운지 한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리조트 직원 한 명이 두 사람에게 다가옵니다.
리조트 직원: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직원은 두 사람을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창가쪽 테이블로 안내합니다.
리조트 직원: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아, 그리고 본 드링크 시음회가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운이 좋으면 여덟 시간 코스의 크루즈 무료 승선권을 얻을 기회도 잡을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다보면 직원이 드링크를 가져다 줍니다.
짙은 남색의 칵테일 위로 흰색의 크림소다 층이 얕게 쌓여 흔들립니다.
마치 파도 같다는 생각을 할 때 쯤…
친절한 직원이 설명을 덧붙입니다.
국내외 최고의 서비스를 책임진다던 팸플릿 속의 포부가 거짓은 아닌듯 쏟아지는 말들이 청산유수입니다.
리조트 직원: 무알콜 칵테일에 블루베리 시럽. 레모네이드를 채워 넣고 달콤한 크림 소다를 얹어 겨울 바다의 깊은 맛을 구현했습니다. 오직 저희 스카이 라운지에서만 맛보실 수 있는 특별한 칵테일이랍니다.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벤트 당첨 여부는 글라스를 픽업카운터에 반납해주실 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가장 가까운 라운지에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설명을 끝마친 직원은 막 스카이 라운지에 들어서는 또다른 투숙객에게로 이동합니다.
얼핏 들어서는 평범한 재료로 조합된 드링크가 분명한데,
거창하게 겨울바다의 깊은 맛을 구현했다는 사족에 관심이 갑니다.
새하얀 거품같은 소다가 글라스 가장자리를 향해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톡톡 쏘는 것이 아무래도 스파클링 칵테일인 걸까요?
세리나가 칵테일 글라스를 입에 대기도 전에 실라가 먼저 잔을 들어올립니다.
그대로 입술 너머로 겨울바다를 닮은 것을 들이키고…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꿀꺽꿀꺽.
목넘김이 시원해보입니다.
그런데…
무언가, 조금…
급하게 마시는 것 같지는 않나요?
목이 말랐던 걸까요?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저렇게 급히 마시다가는 사래가 들리거나 체할 텐데…
칵테일을 들이킨 실라는 과하게 시거나 달지 않고,
특히 끝맛이 짭쪼롬한 게 인상적이라는 둥 굉장히 만족해하는 기색을 보입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오션뷰 아래 해안선을 따라 백사장을 걷는 관광객들이 보이는군요.
단조로운만큼 평화롭기 짝이 없는 풍경입니다.
저 멀리 바다에 들어가겠다고 엄마 손을 잡고 물가로 이끄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뜯어 말리는 아빠의 모습도 보입니다.
고생이겠지 싶어요.
바다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혼잣말을 하듯 작게 읊조립니다.
칵테일을 모두 마시면 세리나의 잔 아래 덜그럭거리는 푸른색의 원석이 드러납니다.
바다를 담아놓은 듯 찬란한 푸른 빛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픽업 카운터로 빈 잔을 가져다 주면,
"축하합니다!" 글라스 안의 원석을 확인한 직원이 박수를 칩니다.
그 뒤를 따라 함께 있던 또 다른 직원도 박수를 칩니다.
듣자하니 크루즈 무료 승선권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이군요!
곧 직원이 티켓을 건넵니다.
겨울을 한아름 품은 바다가 당신을 부릅니다.
*크루즈 운항 기간: 20XX. 12. 20. ~ 20XX. 12. 30.
*운항 시간: PM 13 : 00
*소요 시간: 약 8시간.
티켓 뒷면을 살피면 승하선이 가능한 선착장의 위치가 약도로 표기 되어 있습니다.
차를 끌고 20분 가량 이동해야 하는 거리예요.
차가 없는 이용객을 위해 리조트 측에서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고 하니 그 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법 합니다.
실라는 눈에 띄게 기뻐합니다.
겨울 바다가 운치있고 아름답긴 해도,
2박 3일 내리 바다 감상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뭐든 낫지 않겠어요?
훌륭한 무료 칵테일도 마셨겠다,
더불어 크루즈 승선권도 얻었겠다.
수완이 좋습니다.
그제야 실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두사람은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나갈 채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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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파틀라 4개를 들고 네게 보여준다) 이거 불 붙이면 사방으로 피어오르는 거 맞죠? 소화도 시킬 겸 밖에 걸으면서 해볼래요? 작은 불꽃놀이.
수평선 너머로 빛이 가라앉고, 짙은 군청색의 밤하늘이 깔릴 무렵,
두 사람은 겨울바다를 잠깐 거닐기로 합니다.
밤바다 모래사장
[ PM 20 : 56 ]
바람은 여전히 매섭고,
파도 소리는 아침에 들었던 것보다 더욱 거셉니다.
숨을 뱉을 떄마다 서리가 낀듯 희뿌연 입김이 퍼졌다 즉시 자취를 감춥니다.
해가 완전히 진 이래임에도 낮보다 인구가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걷기가 조금 수월합니다.
이 정도 추위라면 버틸만 할지도 몰라요.
대화를 나누다 가지고 있는 스파클라에 불을 붙이면 쨍한 주황색의 빛이 사방으로 튑니다.
몸을 태우기 시작한 스파클라의 빛이 꼭 잘게 부서지는 별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모래사장 도처에 두 사람과 같은 스파클라를 가지고 불꽃놀이를 즐기거나,
이따금 허공에 싸구려 폭죽을 쏘아 올리는 무리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부서지는 파도에 녹는 모래,
떠내려가는 조개껍질의 무덤.
어쩐지 마음이 더없이 가볍습니다.
무언가를 훌훌 털어낸 것처럼…
가끔 이렇게 여행을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쏟아지는 저온의 불빛을 받아내며 실라가 읊조립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꼭,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요.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시보니 스파클라를 보고 한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시선은 저 너머 넘실대는 겨울 밤바다에 고정되어 있어요.
―그래요.
실라의 눈이 꽤 오래 전부터 그곳을 향해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얼굴에 어슴푸레 빛이 번집니다.
사방에서 터지는 불빛의 산란은 꼭 축제에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팟.
느릿느릿 스파클라의 몸통을 좀먹고 들어가던 빛의 파편이 그 수명을 달리하고…
시간을 떼우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이 소란스럽습니다.
그러고보니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한데?
무슨 일일까요.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면…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모래사장 어드매에서 붉은색 불빛이 번쩍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던 스파클라의 불꽃과는 새삼 다른 형태의 것.
아무래도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였나봐요.
구급차뿐 아니라 경찰차도 두어 대 도착해 있군요.
그 주변에 듬성듬성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인파의 틈 사이로…
하얀 천이 덮인 들것에 들린 무언가가 구급차에 실려 올라가는 것을 봅니다.
사고라도 난 걸까요.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낮부터 종일 고요하기만 하던 리조트 앞바다가 온통 떠들썩합니다.
…얽히는 목소리는 두서가 없고 정신이 사납습니다.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 거 찍지 마시라니까 그러네. 물러 서 주세요!
조끼를 착용한 경찰 두어 명이 몰려드는 구경꾼들을 제지합니다.
앰뷸런스가 서둘러 자리를 뜨자 밀집 되어 있던 인원 몇 명은 무리에서 이탈합니다.
불안해하는 실라를 뒤로하고,
인파 속을 바라보다보면
혀를 차며 뒷짐을 지고 리조트로 돌아가려는 중년의 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가가서 사건에 대하여 물어볼 수 있습니다.
중년 여성: 아, 봤으면 알 거 아냐? 일곱살 난 애가 바다에 빠졌다고 하대.
보니까 가족 여행 와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어린 애가 불쌍하게 됐어. 쯔쯔….
중년 여성: 보면 몰라? (하고, 하얀 천으로 덮힌 무언가가 실려나가는 응급차를 눈짓했다.) 죽었지 뭐. 부모가 실신을 해서 먼저 실려갔다니까. 난 더 몰라. 아이고, 날이 왜 이렇게 추워. 들어가야지….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썩 유쾌하지 못하군요.
이윽고 상황을 종결한 경찰들마저 관할서로 돌아가면 모여든 인파도 와해된 이후입니다.
주변은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고요를 되찾았습니다.
한순간 찾아든 적막에 고개를 들어올리면…
어라?
실라가 없습니다.
잠시 화장실 내지는 객실에 들렀겠거니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추위에 사고마저 얼어버릴 무렵,
덜컥 불안함을 느낍니다.
아까 전의 상황을 목도해서 일까요?
정처 없이 바다를 돌아다니며 이름을 불러도,
로비에 들어서도,
안내 데스크에 물어도,
편의점에서도 실라를 찾을 수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전화도 받지 않는군요.
바다는 한 눈에 보기에도 추워보여서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만 같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바닷가 근처에는 실라가 보이지 않군요.
어떡하죠?
객실로 돌아가야할까요?
한참을 헤매다 다시 객실로 돌아가면 문이 열려있습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 꽝꽝 얼어붙은 머리통 너머로 '따듯한 음료를 사러 편의점에 다녀 올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던 실라의 목소리를 떠올립니다.
아무래도 주변이 소란스럽던 탓에 한 귀로 흘려 보냈던 것 같군요.
편의점에 다녀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듯 테이블 위에 비닐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음료, 따듯한 차 등의 간단한 마실 것과 함께 간식이 조금 담겨 있습니다.
어쩐지 맥이 빠집니다.
사고 현장을 목도하고,
너무 예민해져 있던 걸까요.
그런 걸 겁니다.
남은 스파클라는 버리게 되었지만,
두 사람은 시간이 늦었으니 남은 시간을 객실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욕실의 문을 열어보니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냄새가 맴돕니다.
가장 먼저 반투명한 샤워 부스와 커다란 욕조가 보이고,
선반에는 포장지를 뜯지 않은 각종 일회용 세안도구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두사람이 차례로 씻고 잠 잘 준비를 마치고 나옵니다!
침대는 폭신하고 따뜻한게 잠이 잘 올것 같아요.
두사람은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합니다.
2일차
[ 20XX. 12. 29 AM 08 : 03 ]
전날 맞춰두었던 알람이 울리기도 전의 이른 시간입니다.
세리나가 잠에서 깨어나면 먼저 아침을 맞이한 실라가 침대 끝에 걸터 앉아 창 바깥의 어딘가를 바라 보고 있습니다.
집요한 시선을 따라간 끝에 걸리는 것은 당연히도 바다입니다.
이 객실의 창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시푸른 바다,
혹은 하늘 뿐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한겨울인지라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사방이 어슴푸레합니다.
그 사이로…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98 |
판정결과: | 대실패 |
잔잔하고도 희미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들려옵니다.
기척을 느낀 실라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살짝 드리운 역광, 묘하게 부산스러워보이는 머리칼…
그리고,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걸까요?
양 눈 아래가 퀭한것이 어딘가 아파보이고,
정신이 없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라는 멍한 표정으로 뒷목을 문지르다가 욕실로 들어갑니다.
잠자리가 사나웠나봐요.
어지간히 뻐근한 모양이죠.
간단하게 외출 준비를 합니다.
두 사람은 안내 데스크로 가서 셔틀버스에 대해 물어봅니다.
: 리조트와 선착장간의 왕복 버스는 매일 하루에 한 대씩 운행하고 있습니다. 오후 12시 정각에 선착장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출발하고, 크루즈 항해가 끝나는 오후 9시 30분에 리조트로 돌아오는 버스가 출발합니다. 리조트 본관의 뒷편 주차장 A열에서 탑승을 도와드리고 있답니다. 버스 이용은 무료입니다. 티켓은 따로 끊을 필요 없으니, 출발 10분 전까지 미리 탑승해주세요.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투철한 서비스마인드가 돋보이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버스가 도착합니다.
선착장
[ PM 12 : 36… ]
비교적 여유를 느끼며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차에서 내리면 리조트 앞바다에서 맡았던 것보다 조금 더 깊고 농밀한 짠내가 호흡기를 덮칩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호화 여객선을 발견합니다.
벌어진 배의 입구는 뭍과 맞닿은 다리에 이어져 있고,
그 앞에서 직원이 입장을 돕고 있습니다.
유니폼을 확인하면 리조트의 직원들이 입고 있던 것과 동일한 디자인의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 크루즈 항해 또한 리조트 측의 연계로 진행되는 이벤트중 하나인 거겠죠.
티켓을 건네면 직원은 귀퉁이의 점선을 따라 티켓 일부를 잘라간 뒤 크루즈 안쪽으로 손짓합니다.
직원: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라요.
친절한 배웅의 인사도 잊지 않습니다.
승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한 기적소리와 함께
배가 천천히 물길을 가르고 움직입니다.
: 환영합니다, 승객 여러분! 이곳, 바다 위를 항해하는 작은 섬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시기를!
들뜬 해초 냄새와 함께 짧고도 제법 기다란 복도를 걷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가 꼭 커다란 파티장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한 손에 샴페인이 담긴 글라스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 바다를 향한 찬미를 속삭입니다.
꼭 분위기가 무르익은 저녁의 연회장과도 진배 없습니다.
자, 하선까지 여덟 시간이 남았습니다.
훗날 이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무어라도 눈에 담고 삼키며 즐기기로 할까요.
마침 크루즈 내의 모든 서비스가 무료라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저기,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지도가 부착되어 있군요.
뻥 뚫린 난간 너머에서부터 불어오는 겨울 바다의 바람은 많은 것을 품고 있어요.
비단 짠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꼭 맡아본 사람들만이 머릿속에 공굴려 형체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추상적인 무언가.
옷가지를 여민 승객들이 종종 이곳저곳 이동하며 시간을 떼울 것들을 탐색합니다.
두 사람은 그 사이에 섞여듭니다.
간단히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여러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지도에서 본 식당쪽으로 걸어가면
승객이 편히 오고갈 수 있도록 양문형의 문이 활짝 열려 있고,
그 사이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요. 'open' 팻말이 달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낮에 들렀던 호텔 뷔페와도 견줄바 없습니다.
감미조운 곡조의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각 메뉴를 개인 접시에 담아가며 움직입니다.
일렬로 늘어선 테이블 위에 각종 산해진미가 놓여 있습니다.
(네가 자리에 앉은것을 확인하면 네 시선을 따라 바다를 내다보고 물었다) 응, 겨울바다라 뭔가 로맨틱하네요...
배를 채우고 식당을 빠져나와 선실로 걸어갑니다.
지금 묵고 있는 리조트의 구조와 흡사한 선실.
호텔 방으로써 갖추어야 할 기본적 구색은 모두 갖추고 있으며,
취사 시설은 사용이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갑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마련 되어 있지만,
지금은 입구가 닫혀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단박에 호화 여객선임을 알아차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단거리 코스 운항에만 이용되던 선박은 아닌지 수많은 객실이 복도 저 끝까지 주욱 들어서 있습니다.
선실을 둘러보다 보면
옆방에서 유니폼을 차려 입은 직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막 청소를 끝마치고 나온 듯 이불 더미가 올려진 카트를 끌고 있습니다.
직원이 설명하기를,
휴식이 필요한 승객 분들을 위해 특별히 선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엄청난 서비스네요.
비어 있는 객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2층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측면에 지도와 함께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포스터를 살피면 갑판 불꽃놀이 이벤트에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해가 지고 밤이 오면 갑판에서 불꽃놀이를 진행한다고 하네요.
보기만 해도 뼈와 살이 꽁꽁 얼 것만 같은 냉기를 품은 푸른 바닷물이 갈라지고,
흔들립니다.
저 너머 해저 밑바닥은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요?
그런 생각이 들 만큼…
파랑의 끝을 가늠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실라는 창틀에 손은 얹은 채 한참이고 바다를 바라봅니다.
느긋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선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잠시 후 갑판 위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된다는 내용으로,
선장은 이 이벤트가 크루즈의 하이라이트라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어느새 창 바깥으로 짙게 깔린 어둠을 목도합니다.
자, 갑판 위로 올라갈까요?
하이라이트 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는 법이니.
슬슬 나가볼까?
그런 제안을 던지고자 실라가 서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라.
실라가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서둘러 갑판 위로 이동하는 사람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어느 곳에서도 실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요.
기억을 떠올려도 그 사이에 존재하는 실라의 언질 따위 없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말도 없이 사라진 겁니다.
칵테일바,
카페,
식당,
선실,
그 어느 곳에서도 실라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화는 역시 받지 않습니다.
인파에 떠밀려 잠시 길을 잃고 갑판 위로 먼저 올라간 것일지도 몰라요.
갑판 너머로 이동해 볼까요.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3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득 심장이 너무나도 빠르게 뛰고 있음을 느낍니다.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이 불안감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요…
[이성] 체크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변동없습니다.
어제부터 묘하던 실라의 상태.
갑판 위로 올라섬과 동시에,
펑!
남색의 깊고 푸른 밤하늘을 오색으로 물들이는 휘황찬란한 불꽃의 파열을 맞이합니다.
행성이 터지는 것만 같은 눈이 부신 빛의 산란이 몇 차례나,
몇 차례나 연속해서 쏟아집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흘러 나온 걸까요.
감탄과 환호로 젖어든 크루즈는 무척이나 시끄럽고 열띤 분위기를 풍깁니다.
실라의 이름을 불러도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해요.
그 누구도 당신을 신경쓰지 않으며…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눈동자 너머로 파고드는 찬란한 빛의 점멸.
많이 승객들이 하나같이
축제의 광기
에 젖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어째서?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7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연히 뱃머리에 시선이 기웁니다.
온 세계의 빛과 열기를 뚝 떼어 모아 둔 것 같은
이곳의 갑판과 대비될만큼 어둡고 음습하며 차가운 공간.
본디 인간의 감이란 인간이 진화를 거듭한 만큼
그 어떤 다른 감각보다도 예리하며 발달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쎄한 직감과 함께 뱃머리 쪽으로 이동하면
어둠 속에 파묻힌 저 너머 멀리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을 발견합니다.
실라 입니다.
실라는 뱃머리 끝에 서 난간을 붙잡고 바다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부답하며,
시선이 몽롱하고 어딘가 나사가 하나 풀렸거나 정신이 나간 것 같습니다.
무어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것도 같은데,
작달만한 목소리는 거센 밤바다 바람에 파묻혀 흩날립니다.
뱃머리로 다가가면....
실라의 몸이 난간 너머로 기웁니다.
[민첩]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한 끗 차이로 손가락 끝에 실라의 팔뚝이 걸리고,
…덥썩.
아, 다행입니다.
간신히 옷자락을 붙잡고 어거지로 끌어당깁니다.
하마터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머리가 어찔합니다.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실라의 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뜨겁습니다.
둘이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고 있자면
실라는 제풀에 지쳐 잠듭니다.
바깥에서 요란스러운 불꽃축제의 열기가 식을 무렵 크루즈는 다시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두 사람은 다시 리조트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비몽사몽한 실라를 데리고 리조트로 돌아가다보면,
실라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갈증을 호소하며 물을 찾습니다.
[행운]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마시다 남은 500ml 생수 반 병을 발견합니다.
객실로 돌아오면 실라는 곧장 깊은 수마에 빠집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 하루입니다.
휴양을 위해 방문한 바다인데
나날이 축적된 피로만이 허파에 가득 얹힙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오늘이 짧았던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니 그나마 다행인 걸까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섭니다.
온종일 곤혹을 치뤘던 탓일까요?
세리나 역시 머리를 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잠에 빠져듭니다.
새벽의 바다
[ 20XX. 12. 30 AM 02 : 19 ]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잠결에…
근처에서 무언가 부스럭 거리는 인기척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문이 닫히고,
복도 너머로 사라지는 발걸음 소리라든지.
번쩍.
반사적으로 눈을 뜨면 새벽 두 시가 넘어가는 늦은 새벽입니다.
뒤척이며 몸을 돌리거나,
실라의 자리를 살피면
잠결에 들었던 소리의 원인을 밝히기라도 하듯 텅 비어 있군요.
그저 주름진 침대 시트만이 실라가 이곳에서 잠들어 있었음을 설명합니다.
손으로 만져보면 온기가 전부 날아가지 않았음을 눈치 챕니다.
현관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실라의 신발은 그대로 있습니다.
맨 발로 나간 걸까요?
…난간 너머로 몸을 기울이던 실라와 찰나 눈을 마주쳤던 기억이 생생해요.
급하게 객실 바깥으로 나섭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행운] 판정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때마친 객실 층에 올라온 승강기를 탑승합니다.
리조트 바깥으로 뛰쳐나옵니다.
찬 바람이 뺨을 긁고 지나갑니다.
얼음을 굳혀 만든 소금이 목구멍을 틀어막는 듯
묘연한 바다의 냄새는 숨막힐 정도로 짜고,
무겁고,
소름끼쳐요.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새벽의 밤바다는 어둡고도 스산합니다.
파도의 노랫소리가 꼭 모독적 존재의 속삭임처럼 느껴집니다.
사방에는 불이 들어와 있는 가로등 하나 보이지 않아
한치 앞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모래사장에 점점이 수놓여 있는 누군가의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요.
본능이 소리치고 있잖아요.
찍힌지 얼마 되지 않은듯 선명하기만 한 자욱.
실라의 것입니다.
이동 방향을 살피면 저 너머
바닷가 쪽
으로지체 없이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자국을 따라가면 금세 파도 앞에 당도합니다.
바다를 향해 이어진 발자국을,
보글보글.
밀려드는 파도가 야금야금 먹어 치우고 있군요.
불안함에 떨리는 눈으로 이곳저곳을 급히 둘러보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닷물과 불안정한 파도를 가르고
바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실라를 발견합니다.
[이성] 체크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이성] 변동 없습니다.
겨우 겨우 실라를 끌어서 뭍으로 건져 올리면
체온을 모두 빼앗긴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려오고,
곧 죽을 것처럼 창백하게 질린 피부가 자꾸만 어둠에 좀먹힙니다.
실라는 그럼에도 자꾸만 헛소리를 합니다.
정상이 아닌 실라의 상태에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변동 없습니다.
한참을 발버둥을 쳤을까요.
제풀이 지친 모양인지 실라가 얌전해집니다.
이상해요.
이
바다
는,이
리조트
는,너무나도 이상합니다.
말 했잖아요.
본디 인간의 감이란 인간이 진화를 거듭한 만큼
그 어떤 다른 감각보다도 예리하며 발달되어 있기 마련이라고요.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래요.
뭐가 되었든
어서 이곳에서 떠나야 합니다.
이 리조트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바다에서 가장 먼 뭍으로 달아나야 합니다.
안 그런가요?
낡이 밝는대로 이 곳을 떠나자.
당장 새벽의 바다를 뜨기에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실라의 상태가 눈에 걸립니다.
이 근처 가까이에 마땅한 병원이,
어느 곳에 있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외딴 타지에 휴양을 목적으로 흘러 들어왔으니 그럴 수 밖에요.
두 사람은 객실로 돌아와 몸을 녹입니다.
따듯한 온수로 피부를 녹여내고,
푹신한 이불 아래 몸을 눕힙니다.
그제야 긴장감에 굳어 있던 온 몸의 근육이 노곤하게 풀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실라의 떨림 또한 멎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번쩍.
잠결에 울리는 앰뷸런스 소리와 함께 눈을 뜹니다.
아, 또 깜빡 잠들었던 모양입니다.
…잠깐, 앰뷸런스 소리?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
옆을 살피면 당연히도 실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홀린듯 객실에서 빠져나오면 백사장 한구석에 삼삼오오 모여든 무리를 봅니다.
그리고 탐사자는 인파의 틈 사이…
들것에 들린 무언가가 구급차에 실려 올라가는 것을 봅니다.
들것 가득 하얀 천이 덮여 있습니다.
그 천 바깥으로 핏기가 싹 가신 팔이 툭 떨어지는 것을 봅니다.
소금에 굳은 손가락,
백지보다 더 창백한 피부.
익사체입니다.
무언가에 씐 듯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으면 휴대폰이 울립니다.
휴대폰을 확인하면 실라에게서 걸려온 통화이며,
전화를 받으면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저 너머,
앰뷸런스 앞에서 실라의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은…
: 여보세요. 실라 화이트씨 보호자분 되십니까?
바다는 참 아름다워요.
산산이 부서지며 범람하다 곧 종적을 감추는 바닷물도,
높게 떠올랐다 한없이 낮게 가라앉는 하늘도.
비대한 파랑과 남색도 모두.
―아, 차가워.
소름끼치고도 달가운 냉기에 시선이 떨어집니다.
거품이 팔 할인 하얀 파도가 복사뼈를 적시고 부서집니다.
아무래도…
한 쪽 발이 통째로 젖은 것 같죠.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당신은 광활히 펼쳐진 수평선 너머로 흐릿한 시선을 돌립니다.
바다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어서 이리로 들어와.
END2. 얼어붙은 파도, 바다의 혀.
실라 화이트 로스트
이후 주술의 영향이 미친 세리나 힐, 실질적 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