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람백
[CoC] 심 람 & 백여 - 수몰버스
시크SYK
2020. 4. 12. 04:30
|
이름 |
플레이어 |
KPC |
백여 |
범애 |
PC |
심 람 |
시크 |
시나리오 | 시나리오 링크 | END |
수몰버스 | 2 |
플레이날짜 | 플레이시간 | 트리거요소 (드래그로 확인) |
2019년 7월 27일 | 사망, 죽음 |
인트로:
https://sykpresents.wixsite.com/lambak-under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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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버스
-
첫번째 버스 (NNNN번)
-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왜일까요.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좌석의 맞은 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찰>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다시 한번 <관찰> 판정 해주세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버스 라벨은...
0212번.
이 버스는 아무래도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탑승객이 없을 법도 하지요. 불안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다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차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지능>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실패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이상합니다. 머리가 무겁습니다.
막상 과거를 돌이켜보려니, 제대로 기억나는 것들이 없는 것만 같아요.
희미한 두통이 몰려옵니다.
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 하기도 전에,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당신이 떨어진 무언가를 확인하니...
바닥을 나뒹구는 국화꽃다발을 발견합니다.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는 아무래도 국화꽃다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순백색의 꽃잎 몇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당신이 꽃다발을 줍자...
<듣기>판정을 진행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바닥에 나뒹구는 꽃다발을 주워들던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짧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백여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당신은 백여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인적이 드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당신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백여였으니까요.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버스 안,
죽었던 백여와 조우하게 된 심람,
SAN 1/1d3.
기준치: | 75/37/15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3
3
심람, SAN -3
맞붙고,
멎습니다.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일순 멎는 것은 심람의 호흡.
그뿐입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 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비현실적인 현실이요.
백여는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백여가 아닌 백여를 지나치게 닮은 사람일 겁니다.
꿈보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나날 속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이 있는 법입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혼란 속에 빠져있는 당신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요.
막 버스에 올라탄 백여를 닮은 이는,
심람의 생각을 부정하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앉아있는 좌석 옆에 앉습니다.
아,
저 웃는 얼굴.
저 목소리.
나를 바라보는 다정한 두 눈동자.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었던 저 두 눈처럼요.
정차했던 버스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당신은 받아들이고 맙니다.
백여를 닮은 이는,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백여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당황했나요?
아니면 반가운가요?
혹은, 슬픈가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가 가슴속에 응어리로 자리잡습니다.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막연히 다짐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너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게 된다면,
품에 끌어안고 못다했던 말들을 쉴새없이 토해낼 것이리라고.
그런 다짐을 했었는데.
백여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그런 당신의 답변을 들은 백여는 심람의 어떤 대답에도 그저…
군더더기 없는 애정과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뿐입니다.
덜컹.
다시 한 번 방지턱을 밟고 지나간 버스가 얕게 흔들립니다.
<관찰>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운전석 쪽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이상합니다.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할 버스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그저 운전사도 없이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SANc 0/1.
기준치: | 72/36/14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실패.
SAN -1
백여쪽을 돌아보면,
백여는 일절 놀란 기색이 없습니다.
뭐든, 물어봐. 알려줄 수 있는 선에서는... 답해줄게.
... 일단은 이제 내리자. (버스의 벨을 누르고는) 아까도 말했지만, 네가 가야 할 목적지까지 내가 바래다 줄게.
벨이 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버스는 곧 첫번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
첫번째 정류장
-
버스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정류장 지붕 아래,
양 옆으로 담장 형식의 벽면이 기둥처럼 세워져있고 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버스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
당신은 벽면과 벤치, 표지판을 살필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벽면을 확인하니...
마치 담장을 연장시키는 정류장의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을 내리고 자리합니다.
살펴보거나,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흰색 장미는 비를 맞아,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 내려지는 시선에는
아래 피어있는...
흰 색의 국화가 보입니다.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 색 국화 꽃입니다.
흙 속에 뿌리를 내린채 한들한들 흔들리는 국화꽃은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주 생생합니다.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쏟아져내리는 빗소리를 가르고 백여가 말을 걸어옵니다.
빗줄기에 파묻힌 탓이었을까요.
그렇게 속삭이는 백여의 목소리는 어쩐지 막연하고도 얕습니다.
<지능, 교육, 식물학>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당신은 국화꽃의 꽃말을 떠올립니다.
국화 꽃의 꽃말은 분명 '감사함과 진실함' 이었죠.
글쎄요,
국화꽃의 색상에 따라 꽃말이 상이하던가요?
처음 알게된 사실인걸요.
백여에게 <심리학>판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기준치: | 35/17/7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성공
백여는 무언가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네요.
분명, 순서대로 둘러보기로 했지요.
그럼 이제, 벤치를 볼 차례인가요?/
벤치를 살펴보니,
원목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나무 벤치입니다.
지붕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주는 탓에 젖은 부분 없이 바짝 말라있습니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쉬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하나가 남았네요. 표지판이었지요?
표지판은... 간략한 버스 그림이 새겨진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당신이 노선도를 확인하면…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버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
흰색: 감사함, 진실함, 성실함
분홍색: 정조
노란색: 순정
보라색: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색: 당신을... 합니다.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관찰/아이디어/자료조사>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칠이 벗겨진 자국을 통해
국화의 색상이 '붉은색'이라고 적혀 있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꽃말의 의미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확인했습니다.
<관찰>판정을 진행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성공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니...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 있는 버스도착 안내 전광판을 발견합니다.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지만,
약한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실패.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백여가 전광판의 글자를 읽습니다.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전광판의 내용을 알게 된 심람, <아이디어> 판정을 진행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심람은 막연히 떠올립니다.
'백여의 이름을 불러야 다음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요.
왜, 였을까요.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백여는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물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아요.
심람,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가라앉은 것만 같은 백여의 두 눈동자에서 무엇을 읽어냈나요.
백여에게 <심리학>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35/17/7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백여의 마음을 읽어보려 했지만,
전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성공
그러고보니,
백여의 입술 바깥으로 터져나온
'나'의 이름은 이번이 최초이지 않았던가요.
백여는 버스에서 조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까요.
무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곧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122번'
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두 사람은 버스에 올라탑니다.
당신이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
<듣기>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삐―.
아까 전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
두 번째 버스(0122번)
-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는 천천히 빗길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심람와 백여, 두 사람 뿐입니다.
운전석을 살피면 첫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버스는 그저 운전 기사 없이 홀로 굴러갈 뿐입니다.
두 사람은 의자 두 개가 붙어있는 2인용 좌석에 착석합니다.
<관찰>판정을 진행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품에 안고 있던 국화가 일전보다 생기를 잃었음을 눈치챕니다.
마냥 하얗던 꽃잎 끝이 짓밟힌듯 옅게 시들어있습니다.
그나저나 나 없는 동안, 어떻게 지냈어?
(정말 궁금하다는 듯 너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냥 의미없는 하루들을 보내고.... 시간이 흘러가는지도 잘 몰랐어. 사실 아직도 난 1년 전의 그 날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백여와 짧은 대화를 이어나가던 와중,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당신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백여가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버스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당신은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 때.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락.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누군가 나를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그야 지금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은 백여 뿐인걸요.
백여입니다.
백여가 억센 힘으로 심람을 끌어안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을 던지기도 전,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같은 국화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나를 꽉 끌어안은 백여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괜찮느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백여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됩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눈 앞에 쏟아집니다.
왜인지 생경하지 않은 순간입니다.
완전히 정신을 잃기 직전,
당신은 <듣기>롤을 굴립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삐―.
의식과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런 이명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어지러운 의식을 잠재우듯 귓가에 익숙하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던 탓입니다.
"괜찮아." …하고.
-
두번째 정류장
-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 될텐데.
어쩐지 막연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그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인걸요.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백여의 목소리.
이곳은 버스 정류장인 것 같습니다.
꼭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이,
끊임없이 펼쳐진 도로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정류장이요.
어느 틈에 하차한 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백여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뭐지, 분명....
아니, 우리 언제 정류장에 도착한거야?
왜 그래? 악몽이라도 꾼 거야?
SANc 1/1d3.
아까 전의 사고는 역시 꿈이었던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을테니,
아무래도 질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입니다.
기준치: | 71/35/14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SAN -1
그렇게 읊조리는 백여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것만 같다는…
이유 모를 감상이 듭니다.
<관찰>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습니다.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첫번째 정류장에서 보았던 전광판에 비해 노이즈가 덜합니다.
<관찰>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전광판의 깨진 글자를 읽어보니...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자...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당신은 첫번째 정류장에서 백여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버스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두 번째 정류장에서도 백여의 이름을 불러야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겁게 허공을 가르는 백여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백여가 심람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 있지 않아 세 번째 버스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지능>롤을 굴려주세요.
기준치: | 80/40/16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버스 사고의 충격 탓이었을까요?
도착한 버스를 마주했지만...
아무리 꿈이라고는 한다 해도 버스에 다시 올라타고 싶지는 않다는 충동이 듭니다.
버스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버스와 달리 커다란 2층 버스입니다.
아, 실은 생각해보면...누가 부르든 상관 없었던 걸까요.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든,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든 달리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버스의 탑승구가 입을 벌립니다.
타고싶지 않아요.
타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다는 근원 모를 충동만이 내 안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 모를 낯선 충동은
빗물보다도 잘게 흐드러져 떨어지는 백여의 목소리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집니다.
아까까지만해도 숨통을 조르고 익사시킬 듯
나를 쥐고 흔들었던 불안감마저도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합니다.
그저 온 세상을 적시는 빗소리와 끝없는 안정감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합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세 번째 버스에 올라탑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214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당신이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듣기> 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삐―.
아까 전 들었던,
이제는 익숙해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
세번째 버스(0214번, 1층)
-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가 움직입니다.
차창 바깥으로 온통 습기뿐인 세계가 스쳐 지나갑니다.
버스는 지금까지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으며, 기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그저 당신와 백여,
두 사람 뿐입니다.
버스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관찰> 판정을 진행해주세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당신은 품에 안고 있던 국화가...
일전보다 훨씬 더 생기를 잃었음을 눈치챕니다.
갓 생명을 피워낸듯 하얗고 투명하던 꽃잎은,
이제는 그저 계절을 잃은 이름 모를 들꽃처럼 보여요.
단지 몇 송이의 국화만이 처량히 바래진 꽃잎의 색을 발할 뿐입니다.
백여가 먼저 창가 좌석에 앉습니다.
세 번째 버스에 탑승한 뒤로 백여는 어쩐지 멍한 상태를 유지하며,
지친듯, 혹은 침체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관찰>롤을 굴려주세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2층으로 가는 막힌 계단을 바라보다...
고개를 내리니,
좌석 바닥에 떨어져있는 책을 한 권 발견합니다.
책이라기보다는 얇은 책자에 가까워보입니다.
푸른 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려하고도 쓸쓸한 푸른 대낮의 회전목마네요.
제목은 'merry go round'
…메리 고 라운드.
회전목마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merry go round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며,
막 망자를 위한 길로 들어서기 직전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흔히 인생의 주마등과 마주하곤 한다.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이 눈 앞에서 한 차례 영화처럼 펼쳐지는 현상을 주마등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죽음의 끝에 당도한 산 자여,
그대의 삶이 적어내려간 필름의 길이를 돌아본 적이 있는가.
책자의 내용을 살핀 직후...
당신은 강한 현기증과 함께 정신을 잃습니다.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당신은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가장 슬펐던 순간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과,
어느 순간 내 삶에 끼어들어 뿌리를 내리고 침범한 너,
백여와의 첫만남.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었던 기억,
처음으로 그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던 기억,
고조되는 행복감에 웃어버렸던 순간.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뚝 끊기며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다시금 빛처럼 터져나오는 영상이 하나.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백여와 당신,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차창 바깥으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해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체온이 따스한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서로간의 애정에 담뿍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쉼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 사이로
그런 당신을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강한 힘으로 끌어안깁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곁에 사시사철 피어나는 국화처럼 존재하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늘 당신을 위해 스스로를 아끼지 않았으며,
온 생애를 다해 열렬히 사랑해주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야… 백여가 아닙니까.
백여입니다.
백여가 억센 힘으로 당신,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암전하는 버스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필름이 또 한 차례 뚝 끊겨나갑니다.
떠오르는 영상의 날짜는…
1년 전의 오늘입니다.
아, 그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듯 희뿌옅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조각처럼 맞달라 붙습니다.
1년 전의 사고가 떠오릅니다.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백여만이 아니었습니다.
백여와 심람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사고의 현장에서,
백여는 당신을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켜서요.
이건… 주마등인가요?
그래요. 이건 주마등입니다.
인생의 주마등 속에서 사고의 진상을 목격한 심람,
SANc 1d2/1d4.
기준치: | 70/35/14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4
()
1
1
실패, SAN -1
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이 부서져 내립니다.
<듣기>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듣기>판정을 재판정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삐―――.
무너져 내리는 공간 속에서,
조금은.
길게 이어지는 기계음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이윽고 수몰됩니다.
그 조각들과,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이 수몰됩니다.
귀를 먹먹히 침수시키는 낙수음.
당신은 흔들리는 버스 좌석에 앉은 채 눈을 떠올립니다.
기억 났습니다.
떠올렸습니다.
1년 전의 그 날,
백여는 나를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 겁니다.
고개를 돌리면 백여는 창가에 머리를 기댄채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깊게 잠들어있는 탓에 이름을 부르거나 흔들어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합니다.
덜컹.
버스가 방지턱을 밟고 흔들립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에 맞춰, 짤그랑.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관찰>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바닥을 살펴보도록 할까요?
바닥을 살펴보니...
회전목마 키링이 달려있는 작은 열쇠를 발견합니다.
어디에 사용하는 열쇠일까요?
혹시 2층으로 가는 열쇠인가?
2층의 출입구 앞으로 가볼까요?
백여는 여전히 곤히, 깊은 잠을 자고 있습니다.
출입구 앞으로 다가가니, 닫혀있던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잇는 것이 보입니다.
자물쇠에 열쇠를 끼워넣자...
금속이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게 버스 2층이 개방됩니다.
-
세번째 버스(2층)
-
버스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촐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차창에서 물기를 머금은 탁한 빛이 터져나와 내부를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당신은 각각 책상과 책장, 침대를 살필 수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책상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사용감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흔한 먼지조차 한터럭 쌓여있지 않네요.
말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혀 있는 쪽지만을 한 장 발견합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 죽음이 머지 않은 영혼의 길을 인도하는 사자는 생전 그 사람이 가장 사랑했던 자의 얼굴로 나타나 여로를 안내한다.
책장을 보니...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 것도 당신이 읽을 수 없는 것들 뿐입니다.
검은 색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이 즐비합니다.
<자료조사/관찰>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자료조사>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성공-
잘 보니... 책들 사이에 꽂혀있는 쪽지 한 장을 발견합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죽음의 이름은 곧 다음 생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기 전까지의 영원한 안식을 의미한다.
그 안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사자는 산 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른다.
세 번의 호명 끝에 산 자는 비로소 망자가 된다.
<지능> 판정 가능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생각해보니...
각 정류장에서마다,
아니, 그때만.
백여는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던가요?
그리고, 당신이 백여의 이름을 불렀을 때가 아닌,
백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른 직후에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침대를 확인한다)
당신은 천천히 침대로 향해, 확인했습니다.
침대는...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다가서면 커튼이 반쯤 쳐져있습니다.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찰에는 ...
...
'심람 님'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조금 급한 손길로 커튼을 완전히 걷어내면
드러나는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침대 주변으로 즐비한 온갖 의료 장치들…
그 사이에 푸른색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제야 심람은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심람, 당신이잖아요.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갖가지 의료 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 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
심람, 당신입니다.
<듣기>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삐―.
문득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터져나옵니다.
<관찰>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주변을 둘러보자,
병상 옆에 자리하고 있는 심전도기록장치를 발견합니다.
기록장치의 모니터 위로 마치 미약한 파도같은 심람의 심전도 곡선이 출력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연약하고도 미약한 곡선이요.
<아이디어>판정이 있습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이 모든 것을 바라본 당신은 문득, 생각납니다.
지금까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이명,
아니. 심전도기록장치의 기계음을 떠올립니다.
이제야 확신합니다.
당신을 감싸안고 죽어버린 백여의 희생이 무색하게,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버스는 무언가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SANc 1d2/1d4.
기준치: | 69/34/13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rolling 1d2
()
1
1
성공, SAN -1
믿을 수 없는 현실의 연속입니다.
아니, 이제 이건 현실이 아니겠지요.
이 버스는, 스스로가 수몰되어가는 버스.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심람, 당신입니다.
……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삐.
삐.
삐.
벨이 터지는 소리,
장치에서 터져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
그리고 당신은,
다시 눈을 감습니다.
-
마지막 정류장
-
쏴아아.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울리는 빗소리.
낙수하는 빗물은 봄의 끝물에 삶을 모두 피워내고 낙화하는 벚꽃을 닮았습니다.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주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정류장입니다.
품에 안고 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다정한 목소리.
백여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고개를 들어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정류장의 상단에 자리하고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의 전광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의 노이즈도 끼어있지 않다는 것.
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자가 인도를 받을 자의 이름을 호명할 때, 마지막 버스가 도착합니다.
아, 그래요.
그랬던 겁니다.
누가 부르든 상관 없던 게 아니었던 겁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든,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든
달리 상관이 없던 게 아니었던 거예요.
당신은 다시, 지금까지 백여가 각 정류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러고보면,
꼭 백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뒤에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그야 당연하잖아요.
저 메시지에 따르면…
인도자는 백여.
인도를 받을 자는, 망자의 길에 들어선 자.
죽음의 여로에서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타있던 자.
바로 심람 당신입니다.
그렇지만 왜일까요.
어찌된 일인지 백여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이제, 마지막일텐데.
어째서.
심람은 첫 번째 버스에서 조우한 직후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백여의 표정을 마주합니다.
그는… 기뻐보입니다.
동시에 슬퍼보입니다.
한편으로 어딘지 홀가분해보이는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백여는 자리에서 일어나 펼친 우산을 심람에게로 기울입니다.
백여의 어깨가 젖어듭니다.
그제야 그가 입고있는 옷차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까만, 정장이네요.
꼭, 세상이 말하는 인도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심람에게로 기울인 채 처연히 떨어지는 비를 맞던 백여는 나지막이 입술을 엽니다.
눈물같은 목소리가 허공을 가릅니다.
그렇게 속삭인 백여는 문득 심람에게로 손을 내밉니다.
사방은 어느새 컴컴해져있습니다.
건너편 정류장으로 넘어가자. 네게 꼭 전해야 할 말이 있어.
(한참을 생각하는 듯,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너를 슬픈 눈으로 바라봤다)
무서워.
괜찮아. 함께잖아.
가줄거지?
두 사람은 천천히 반대편 정류장을 향해 이동합니다.
발끝을 적시는 빗물은 기실 뜨거운지도, 차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내가 지금 온 힘을 다해 집중해야할 존재는 그저 백여 단 한 사람 뿐인걸요.
그냥 지금이라도 내 이름을 불러주면 안 돼..?
아냐, 안돼.
그것만큼은... 아니야.
내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었잖아.
내가 네가 가야할 길을 끝까지 동행해주기로 했잖아.
그러기 위해선 안돼. 아니야.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네게 말했다.)
살아있는 사람은 앞을 나아가야 한다고,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고... 그렇게 말하잖아.
실은... 1년간 혼수상태에 빠진 네 영혼이.
점점 죽음에 가까워져가서, 네 영혼은 삶의 경계를 벗어났어.
그래서... 그런 네 영혼을 노리는 존재가 있어서.. 그걸, 막기 위해. 그러니까...
너의 영혼을 안전한 안식으로 이끌기 위해..말야.
그래서 정류장에서 네 이름을 부른 건, 너를 안전한 죽음으로 인도하기 위함이었어.
중간에, 신이 우리를 도와줬어. 네가...., 다행스럽게도 다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말야....
그러니까.., 이제 건너편에 도착할, 버스에 오르면 삶으로 돌아갈 수 있어.
백여가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건너편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백여에게서 모든 진상을 듣게 된 당신은 숨이 막혀옵니다.
억만겁의 슬픔 탓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너의 표정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기뻐 보여서 였을까요.
SAN 1/1d3.
기준치: | 68/34/13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성공, SAN -1
문득 백여의 어깨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들어오는 전광판이 보입니다.
전광판의 메시지는 우리가 원래 앉아있던 반대편 정류장의 전광판 메시지와 그 내용이 상이합니다.
삶으로의 귀환.
삶으로 인도받을 자가 인도자의 이름을 부르면,
삶으로 향하는 생환 버스가 도착합니다.
내 이름을 불러줘, 나의 사랑.
이제는 반대입니다.
이제는 반대로 당신이 백여의 이름을 불러야 합니다, 심람.
......사랑해.
.........네 이름을 안 부르면 화낼거야?
부탁도 거절하는거잖아...?
난, 난....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제대로 살 수 없을거야. 그리고 난 또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지도 몰라...
난 자신이 없어.
그럴 리 없어, 내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으니까.... 돌아가면 너의 삶을 살아야지. 너의 하루를 살아야지.
삶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나에게 필요 없습니다.
그게 심람, 당신이 내린 결론이며 판단입니다. 그런가요?
끝까지 백여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는 당신을 바라보는
내 사랑의 표정은 절망감에 일그러져 있습니다.
절망이라는 한 단어로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절망,
슬픔,
애절함,
초조함,
두려움,
그리고 그 감정의 혼돈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애정의 말로.
백여는 손바닥에 얼굴을 묻습니다.
삶으로 돌아갈 생환 버스의 라이트가 켜지는 일은 없습니다.
차가 우리 둘의 앞에 나타나는 일도 없어요.
나는 버스가 필요없고,
내 사랑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죠.
백여가 없는 내 삶에 더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영원히 이 수몰되는 세계에 갇혀 영생을 걷게 될지라도 상관 없습니다.
그래서, 온 몸이 닳아 없어질지라도 상관 없습니다.
이제는 내 곁에 백여가 있지 않습니까.
사랑해 심람.
마지막, 세 번째 입니다.
세 번째로 내 이름을 호명한
나의 인도자, 나의 구원, 나의 백여가 웃습니다.
고통스러운 듯, 묘하게 찡그린 얼굴로 나를 향해 웃습니다.
우리는 다시 반대편 정류장으로 되돌아갑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에 올라탑니다.
툭 ―.
품에서 떨어진 국화꽃다발이 빗물 속을 나뒹굽니다.
아니, 이제 더 이상 국화 꽃이라고 부를 수 없겠지요…….
삐―.
그와 동시에 이젠 익숙해진 기계음이 귀를 울립니다.
END2. 이곳은 내 사랑이 수몰할 세상.
<백여영구 로스트, 심람 로스트>
후속 시나리오 - 우산 아래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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