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일사
[CoC] 일렉티오 바시움 & 상사화 - 스승의 은혜
시크SYK
2020. 8. 21. 02:02
|
이름 |
플레이어 |
KPC |
일렉티오 바시움 |
똑디 |
PC |
상사화 |
시크 |
시나리오 | 시나리오 링크 | END |
스승의 은혜 | 1 |
플레이날짜 | 플레이시간 | 트리거요소 (드래그로 확인) |
2020년 8월 18일, 20~21일 | 10시간 | 살해, 잔인한 묘사 |
2020년 8월 18일
[스승의 은혜]
kpc: 일렉티오 바시움, pc: 상사화
똑똑.
당신은 아침을 울리는 정갈한 노크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몸을 일으키자 손바닥 아래 붙어있던 낱장의 종이가 테이블 아래로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남은 일을 처리하다 그대로 책상 위에서 깜빡 잠든 모양입니다.
몇 달 전 부임하게 된 부잣댁 도련님을 위해 정리해두었던 수업 자료의 일부입니다.
어느정도 머리가 큰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립학교에서 무상교육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도시에는 자녀의 홈스쿨링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부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니까요.
과잉보호가 심하다든지,
그 댁의 도련님이나 아가씨가 외부에 알리지 못할
어떤 병을 남몰래 앓고 있다든지….
복잡한 부자들의 사정은 딱히 흥미거리가 되진 못합니다.
당신은 그저 돈만 벌면 그만이거든요.
똑똑.
노크 소리가 한 번 더 울립니다.
"상사화 씨, 맞으십니까?"
제법 낡은 감이 있는 가죽 가방을 어깨에 멘 집배원은 이름을 묻습니다.
무슨 일이죠?
아무래도 우편물이 온 모양입니다.
수령인 확인을 끝마치기 무섭게 얼굴에 피로가 덕지덕지 붙은 집배원이
편지 두 통
을 건네주고 돌아갑니다.당신은 문 앞에서 바로 우편물을 개봉할 수도 있고, 집으로 들어와 여유를 가지고 개봉할 수도 있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문을 닫으려고 고개를 숙이면,
새 신문이 보입니다.
(오늘자 신문인가? 신문도 주워든다)
사화는 신문까지 야무지게 챙겨들고 책상에 앉아 편지를 읽어봅니다.
첫번째 편지
도련님 댁에서 보내온 편지의 내용을 훑으면,
이건…
그러니까…
해고 통지
입니다.갑작스러운 해고 통지에 어이가 없어 다시 읽어도 소위 말하는,
'당신이 잘렸다'는 내용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무언가 흠 잡힐 만한 짓을 했는지를 돌이켜 봐도 전혀 떠오르는 바가 없습니다.
문득 어제부터 밤새 준비했던 수업자료가 떠오릅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은 그네들 종특인가요?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상사화,
SANc 0/1.
기준치: | 23/11/4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상사화, 이성변동없음
편지의 내용은 변함 없습니다.
두번째 편지
하루 아침만에 실직 당하고 벙벙한 어안이 돌아오기도 전에
두 번째 우편물을 개봉하면,
모 저택의
가정교사 스카웃 제의서
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형식적인 양식의 내용이 줄을 잇는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보수는 지금 다니던, 아니. 전에 '다녔던' 곳에서 벌어들이던
수익의 다섯 배
를 보장한다.우편 봉투의 어느 곳을 살피더라도 보낸 사람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관찰 또는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편지 뒷면에 익숙한 저택의 주소가 적혀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편지 뒷면에 쓰인 주소가 이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저택의 주소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당신은 희뿌연 기억 너머에 먼지와 함께 덮여 있던
낯익은 사람의 이름
을 떠올립니다.…일렉티오 바시움.
몇 년 전 과거, 당신이 가르치던 어린 도련님이자 제자였던 아이의 이름.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 집에서 쫓겨나온 이후로 시간이 꽤 많이 흘렀으니,
어쩌면 지금은 훌쩍 자라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집에서 왜?
그 저택은 이미…
바스락.
답잖은 감상에 빠져 있노라니 문득 읽지 않은 신문이 눈에 띕니다.
신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언제나 그래왔듯
별 볼 일 없는 스캔들이거나 찌라시입니다.
몇몇 흥미로워보이는 칼럼도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당신의 관심을 사로잡는 내용은 따로 있군요.
바로
유령저택에 관한 기사
입니다.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명성이 자자했던 부잣댁 집주인 내외의 사망과 동시에
한 순간에 몰락하여 유령저택이라는 멸칭을 얻게 되었다는-
그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벌써 몇 달 째 이 일을 거론하며 물고 늘어지는 것인지…
이제 이 도시 사람치고 '유령저택의 몰락'에 관하여 알지 못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도요.
하지만 그럴 만도 하죠?
과거의 대재였던 부자의 몰락은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주제니까요.
이렇듯 그 저택은 벌써 몇 달 째 신문에 실리고 있는 화제의 주체입니다.
지긋지긋하고 지겨운 나머지 더 관심을 둘 일도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요.
특히 상사화,
당신은 말이에요.
지끈.
문득 알싸한 두통이 느껴집니다.
머리통을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과 함께 다시금 떠오르는 이름은 퍽 달갑지 않군요.
그러니까,
일렉티오 바시움
말입니다.몇 년 전 당신이 가르친 어린 도련님이자 제자였던 아이의 이름.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 집에서 쫓겨나온 이후로 시간이 꽤 많이 흘렀으니,
어쩌면 지금은 훌쩍 자라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집에서 왜?
그 저택은 이미…
유령저택이 되었는데?
가정교사가 필요할 나이의 아이는 없을텐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자, 그럼 이제 편지를 보내러 나가볼까요?
외출을 나서는 길에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습니다.
화두에 오르내리는 주제는 역시나 저택의 집주인에 관한 내용입니다.
듣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시민 A: "쯧쯧… 신께서 노하신 거지. 그렇게 오만방자해서는 싹싹 긁어 벌어들일 줄만 알고 베풀 줄은 몰랐으니 벌을 받은 거야. "
시민 B: "듣기로는 그 집 부부내외가 그동안 악마와 내통을 해왔다던데?"
시민 C: "…그러고보니 이제 그 집에 딱 하나 남은 아들까지 병에 걸려 오늘 내일 한다지?"
시민 A: "그 집 아들만 안됐구만. 그 어린 나이에… 아무튼, 그만큼 호사를 누리던 집안이 그렇게 망할 줄 알았나…. "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물어보면,
이야기를 나누던 무리는 다소 꺼리는 눈치로 저들끼리 눈빛을 주고받다가
헛기침을 하며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당신은 어쩐지 기분이 묘합니다.
좋은 기억이라고는 한몫 당기기 좋았던 수익 외에 쥐뿔도 찾을 수 없는 저택이었지만,
그래도 그 애는…
그래도 일렉은, 과거 당신의 제자였잖아요.
그러니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것은 한때나마 그의 스승이었던 치의 최소한의 인정입니다.
저택으로 가는게 좋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발걸음했던 흐릿한 기억에 의존하여 저택으로 찾아가면,
전혀 관리 되지 않아 녹이 슨 주물대문이 보입니다.
일반 가정집의 마당만한 크기 탓에 특유의 웅장함은 저버리지 않았으나
희끗희끗 그을린 흔적이 낭자하여 지금은 그저 볼품없는 쇳덩이처럼 보일 뿐입니다.
비록 형편없는 꼴이 되었지만 변함없는 장대함이,
과거에 이 저택이 얼마만큼의 부와 명예를 거느렸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대문 옆의 벨을 누르려고 보면,
대문이 잠금장치 하나 없이 헛헛하게 열려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경비 하나 없는 저택의 대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섭니다.
부지가 워낙에 넓어 저택까지는 한참을 걷게 됩니다.
유령저택이라는 멸칭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님을 알리듯,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돌길 사이사이로 듬성듬성 잡초가 주를 이룬 수풀이 자라나 있고,
갈빛으로 죽어가는 잔디나 풀꽃들에는 생명력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레방아가 멈춘 호수는 바싹 마른 바닥을 드러낸 채 앙상하며,
나무들은 저마다 빛을 잃었습니다.
꼭 이 저택만이 외딴 세상에 홀로 뚝 떨어져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정신력 판정
기준치: | 23/11/4 |
굴림: | 1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 또한 착각일까요?
저택에 들어온 이후로 근원을 알 수 없는 스산하고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있는 것도 같은데.
이성 변동없음
무기질한 감상과 함께 몇 분을 더 걸었을까요?
드디어 저 멀리 저택의 입구가 보입니다.
건조한 미풍을 타고 어디선가 상그러운 꽃향기가 훅, 끼쳐옵니다.
이질적인 향기로움에 반사적으로 눈길을 돌리면…
저택 근처에 심어진 유독 커다란 나무가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모든 것이 빛을 잃은 부지 가운데 홀로 싱그러운 녹음을 뽐내며 자리합니다.
그래요.
눈에 익는 꽃나무입니다.
일렉 방의 창문에서 바로 위치한 자리에 심어져 있는 탓에,
이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며 수도 없이 봐왔던 그 나무니까요.
식물학 or 자연학 or 관찰 판정 가능
기준치: | 55/27/11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슨 나무였죠...?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나무는 아무래도 좋나요?
상념에 젖어 있기에 이 비대한 대저택의 외관은 위협적이며 불친절하기 짝이 없군요.
관리되지 않은 저택의 벽면에 버썩 마른 덩쿨이 똬리를 튼 모습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어서 들어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당신은 저택의 현관에 다가섭니다.
무방비하게 열려 있던 주물대문과는 달리 현관만큼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노크를 하거나 현관 주변에 달려 있는 벨의 손잡이를 울릴 수 있습니다.
벨을 울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중년의 사용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녀장: "도련님, 아니 주인님께서 말씀하셨던 선생님이시군요. 응접실로 모시겠습니다."
이후 하녀장의 안내를 받아 저택 입구의 바로 왼편에 위치한 응접실로 향합니다.
매끈하게 뻗은 복도를 따라 걷고 있자니,
애써 숨겨두지도 않았는데 기억의 기저 아래 숨어있던 과거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낍니다.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필요한 최소한의 손길이 닿았음을 알리듯 내부는 꽤 정갈하고 한산하네요.
텅 비어 어쩐지 서늘함이 강조되는 것 같지만…
하녀장: 네, 그렇습니다. 이쪽으로, 거의 다 왔습니다.
응접실
하녀장을 뒤따라 들어선 곳은 햇빛이 들지 않는 탓에 쓸쓸한 느낌을 지우기 힘든 응접실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명예를 알리듯 특유의 화려함만큼은 잃지 않았습니다.
하녀장: 주인님을 모셔올테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기다리며 응접실 내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응접실에는 벽난로, 티테이블, 쇼파, 창문이 있습니다.
정오를 막 넘긴 시간,
바깥이 이렇게나 밝은데
어쩐지 햇빛이 창문을 투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바깥에서 청아한 새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요하고 적막한 저택과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창문은 높은 곳에 있어 키가 닿지 않습니다.
벽난로 안쪽으로 불을 때다 만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불씨는 찾을 수 없습니다.
하긴, 이 저택이 서늘하기는 하지만 난로를 땔 계절은 몇 달 전에 숨통을 달리했죠.
아주 값비싸보이는 가죽 쇼파입니다.
당신의 집을 팔아 넘겨야 마련할 수나 있을까요?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 저택은 아주 망했다던데,
지금 보니 딱히 그리 망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잘 닦여있는 테이블은 은은하고도 고아한 빛을 자아냅니다.
테이블 위에는 유리로 세공된 티포트와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습니다.
찻잔 중 하나에는 이미 절반정도 찻물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식지 않았습니다.
꽃으로 우려낸 차는 수색이 맑고 깊습니다.
아무래도 미리 언질을 받은 사용인이 준비해 둔 것이겠죠.
식물학 or 자연학 or 관찰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찻주전자에 띄워진 꽃잎은 눈에 익은 것이며,
차에서 우러나는 향 또한 많이 맡아왔던 단내입니다.
하지만 가물가물합니다.
정 궁금하다면 이후 하녀장에게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도 아니면, 마셔보면 맛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차는… 떠올랐습니다.
아카시아 꽃차입니다.
혀끝만 살짝 갖다대어도 느껴지는 따뜻함과 달달함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 모금 마셔볼까요?
열기가 가시지 않은 차를 한 입 넘기면 아랫배가 따듯해지는 느낌과 함께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 듭니다.
상사화 +HP1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차가 맛있습니다. 기분이 좋네요.
별다른 건 잘 모르겠습니다.
뚜벅,
뚜벅,
뚜벅.
응접실 문을 바라보고 있었을 즈음.
응접실 너머 복도 저 끝에서부터 날카롭고 무거운 구두굽소리가 들려옵니다.
정결한 굽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머잖아 응접실 안쪽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과거 치기 어렸던 시절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당신의 제자이자,
도련님이었으며,
이제는 훌쩍 커버린 이 저택의 집주인.
일렉티오 바시움입니다.
기억하던 것보다 키도 크고,
골격도 커지고,
이제는 올려다 봐야할 정도로 눈높이가 달라졌습니다.
아이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눈부신 세월을 거듭하며 성장한 일렉이 사화, 당신의 앞에 서있습니다.
일렉은 당신의 맞은편 소파에 앉기도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그 목소리와 함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어째서일까요?
꾹꾹 눌러담고, 밀어두고, 세월에 젖어들어 잘게 찢기고, 풍화되어 희미해졌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떤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명백하고도, 선명한 감정.
그래요.
이건… 일렉을 향한 증오와 분노입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그도 그럴 게…
일렉은 당신을 핍박하고,
모욕하고, 온갖 패악을 일삼았으니까요.
수치스러웠던 나날의 연속입니다.
결국 저택에서 누명을 쓰고 쫓겨난 그 최후까지
그가 계획했던 일이었을 지도 모르죠.
시름시름 병을 앓고 있다며,
오늘내일 한다는 사람 치고 딱히 어딘가 불편해보이지는 않습니다.
뜬 소문이었던 걸까요?
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갑자기 밑도끝도 없는 권태로움이 몰려옵니다.
손에 쥔 모든 것을 놓는다 할지언정 그 어떤 아쉬움도 느끼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졸린 것 같기도 하고, 몽롱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사이 샘솟는 욕구는 권태로움.
지긋지긋해.
지겨워.
전부 다 때려치고 싶어.
두 사람은 마치 조개껍질을 갈아넣어 만든 듯 고풍스럽기 그지 없는 저택을 걷습니다.
일렉의 목소리가 끊어짐과 동시에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참 위에 발을 딛습니다.
일렉이 안내해준 방은 과거 당신이 사용하던 방입니다.
그 전에 쓰던 가구며 배치 되어 있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지만,
그간 꽤 잘 관리해 둔 모양인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합니다.
당신은 자신이 사용하던 방이 저택 내에서도 손에 꼽을만큼
볕이 가장 잘 들던 장소였음을 떠올립니다.
그러고 보면 당시 일개 가정교사 치고 꽤 호화를 누렸던 것도 같습니다.
보수는 말 할 것도 없었지만,
방에 치장된 가구들은 하나같이 고급품이었고
꼬박꼬박 올라오는 세 끼는 진수성찬이라 일컫는 데 부족함이 없었으니까요.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지금은 뭐랄까,
어쩐지… 서늘합니다.
기분 탓이겠죠.
당신에게 방을 안내한 일렉은 그 말을 남기고 퇴장합니다.
그가 모습을 감추고, 방문이 닫히면
당신은 고요한 저택의 한산함에 잠식당합니다.
그 서슬퍼런 적막함을 가르고 머리를 울리는 것은 다름 아닌 일렉의 목소리입니다.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순간 비웃음이 터집니다.
어째서일까요?
조금 마른 듯한 몸이,
창백한 낯빛이.
당신을 선생님이라고 일컫는 아이의 목소리가…
그 모든 것이,
왜 이다지도 가증스럽기만 할까요…
모르겠습니다.
날 보고 싶었다고?
당치도 않는 소리.
근원을 종잡지 못할 스스로의 감정 상태에 기묘함을 느낀 상사화,
SANc 0/1.
기준치: | 23/11/4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상사화, 이성 -1
방을 살펴보면 침대, 창문, 커피테이블, 책상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습니다.
멀리서부터 날아든 습하고 비릿한 미풍이 나부낍니다.
아까부터 계속 오한이 드는데,
아무래도 문을 닫는 편이 좋겠습니다.
바로 맞은편에 우뚝 솟아있는 커다랗고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가 보입니다.
꽃이 엉기며 핀 가운데 무성한 잎사귀의 향이 코를 찌릅니다.
아주 달큰하네요.
창문을 닫으니 조금 따뜻해진 것도 같네요.
책상은 이 방을 갖춘 가구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고급품입니다.
비싼 나무를 재료로 만들어진 만큼 마감 처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서랍에는 딱히 살펴볼 것이 없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아주 오래전 당신이 사용하던 만년필이며, 수업 자료,
바싹 낡은 일렉의 교과서가 깔끔하게 정돈 되어 있거나, 꽂혀 있습니다.
출판된지 꽤 오래된 책들도 여러 권 보입니다.
책상 한구석에 놓여 있는 리본 타이를 발견합니다.
10대 초의 어린 도련님들이 착용하고 다닐 법한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척 보기에도 당신의 것은 아닌 것 같죠?
고급스럽게 생긴 검은색 리본 타이입니다.
먼지는 아주 얕게 쌓여 있지만,
비교적 최근의 것들입니다.
테이블 위에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만 두 장 놓여 있습니다.
달리 살필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네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말 그대로의 백지입니다.
한 사람이 눕기에 턱없이 크고 넓은 양질의 침대입니다.
일개 닷새짜리 사용인으로 고용된 자신이 이 위에서 잠을 청하기에는
황송할 정도로 사치스러워 보입니다.
당신을 방을 나섭니다.
어디로 갈까요?
저택은 넓습니다.
테라스에 들어서면 탁 트인 넓은 저택 부지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더 둘러보면 테라스 안쪽으로 작은 꽃나무나 화분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마다 상태가 딱히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빛이 들어오지 않는 저택 탓이겠지요.
그러고보니 어느새 저녁입니다.
피곤하지 않나요?
방에 돌아가서 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러모로 복잡한 하루였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당신은 푹신한 침대에서 잠이 듭니다.
잘자요.
똑똑.
간결하게 울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퍼뜩 눈을 뜹니다.
어제 아침에 겪었던 상황과 엇비슷한데,
아무렴 상관 없나요.
아침입니다, 상사화.
바깥에서 새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군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침대에서 엉거주춤 기어나와 문을 연다.)
하녀장: 좋은 아침이에요, 상사화 선생님.
아침을 알리러 온 저택의 유일한 사용인,
하녀장입니다.
아니, 이제 유일은 아니죠?
닷새 뿐인 자리이지만 당신도 이 저택의 사용인 중 한 명이 되었으니까요.
하녀장은 방의 커튼을 활짝 열어 양 사이드로 가지런히 묶어 정돈한 뒤,
협탁 위에 오늘의 신문을 올려두고 갑니다.
하녀장: 아, 주인님은 서재에 계세요.
나가기 전, 하녀장은 일렉이 서재에 있음을 일러줍니다.
귀한 집 도련님이라고 늑장을 부릴 줄 알았는데,
벌써 일어나 있다는 모양입니다.
발행된지 몇 시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최신 호입니다.
오늘의 새 신문이네요.
신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언제나 그래왔듯 별 볼 일 없는 스캔들이거나 찌라시입니다.
몇몇 흥미로워보이는 칼럼도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이 중 과연 어떤 기사가 일렉의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몇 해 전 실종되었던 사람들의 시신이 도시 변두리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발견합니다.
시신들은 대부분 백골화 되거나 썩어 있었고,
부패의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린 시신의 표정은
마치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사람처럼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조금 오싹한 내용이긴 하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를 제법 좋아하는 일렉에게 전달해줘도 될 법한 내용 같습니다.
당신은 대강의 준비를 끝마치고 일렉이 있다던 서재로 발걸음합니다.
굳게 닫힌 서재의 문에 노크를 하면 안 쪽에서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집니다.
머리가 아픈 걸까요?
일렉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어쩐지 어제보다 묘하게 피곤하고,
수척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당신은 신문에서 발견한 기사의 내용 중 하나를 일렉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1층에는 창고, 식당, 식재료 창고, 응접실이 있습니다.
홀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주방.
그 크기 탓에 때 아닌 쓸쓸함마저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식당에는 테이블과 주방이 있습니다.
단단하고 길쭉한 식사용 테이블.
질 좋은 나무로 가공되어 있습니다.
이 저택의 가구에 대해 설명하기 더 입아플 정도로 양질의 것이군요.
일반 가정집에서 보기 드물 법한 사이즈라는 점을 제외하고 더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점심 준비가 한창인지 기웃대고 있자면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옵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하녀장이 바쁘게 움직이며 손길을 채근하고 있습니다.
제법 넓습니다.
저택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 정도 규모는 무리도 아니죠.
각 연도별로 구분해둔 값비싼 와인과 술부터 시작해,
최근에 구비한 모양인지 온통 신선한 것들 투성이인 식재료들도 보입니다.
하녀장: (필요한 재료를 찾으러 식재료창고로 들어오다 널 발견하고 묻는다.) 상사화 선생님?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하녀장: 그럼 점심식사가 준비되었으니 식당으로 가시겠어요?
하녀장: 주인님은 벌써 도착해계세요.
하녀장: (네 앞길을 막아서곤 다소곳하게 말한다.)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함께 가시지요.
하녀장: 그럼 식사는 방으로 따로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도련님, 아니 주인님께서 오늘 부탁할 일은 아카시아꽃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가지째로요. (네게 짧게 인사하고는 사라진다.)
창고의 문을 열자 오래 해묵은듯 퀴퀴한 먼지 냄새와 곰팡이 썩은내가 물씬 풍깁니다.
한걸음 내딛기만 해도 바닥에 카펫처럼 쌓여 있던 먼지가 날립니다.
구석에는 언제 밴 것인 지도 모를 마른 장작더미가 얼기설기 쌓여 있습니다.
온갖 잡동사니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선반과 공구상자가 눈에 띕니다
새까만 먼지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검지 끝으로 문질러보면 선명하게 길이 납니다.
대부분 쓸모 없는 고물이나 잡동사니가 나름 구분되어 있기는 합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잡동사니 중에서 나무로 만든 사다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사다리를 들고 끙긍거리며 현관으로 나섭니다.
아카시아 나무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나요?
당신은 어렵지 않게 저택의 마당에 나무가 있음을 떠올립니다.
당신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그런데 7년 전과 다름없이,
아니 그때보다 더 커진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째로..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요.
손으로는 꺾기 어려워보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손목이 꺾인다)
손목이 아픕니다.
상사화, 체력 -1
설마 창고에 사다리만 있진 않겠죠.
비교적 최근까지도 사용한듯 이곳에 존재하는 다른 물건들 위에 쌓인 것에 비해
먼지의 양이 적습니다.
공구상자는 자물쇠로 묶여 있지만,
이가 헐거워 무력을 사용하여 부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
아무래도 손목뼈가 부러진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까요?
열려있는 문을 보고 저 멀리서 하녀장이 다가옵니다.
하녀장: 상사화 선생님..? 필요하신 게 있으셨나요? (공구상자와 부러진 것 같은 네 손목을 옮겨 본다.)
하녀장: 아, 잠시만요. (근처에서 붕대를 찾아 네 손목을 고정시켜두고 묶어준다.) 필요한게 있으시면 다음에는 저부터 불러주세요. 그리고 식사는 챙기셨나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공구상자를 열며 묻는다.)
하녀장: 주인님은 식사를 모두 마치시고 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럼 이거라도 챙겨드세요. (공구상자 속 원예용 마체테를 꺼내 네게 건내며 쿠키를 쥐어준다.)
겨우 붙여놓은 팔로 두손 가득 낑낑거리며 다시 정원으로 갑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원예용 마체테로 아카시아 꽃을 가지째 꺾어봅니다.
손재주 or 근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6, 65, 60 |
+2: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보통 성공 |
-1: | 실패 |
-2: | 실패 |
낑낑거리며 가지를 쳐내다 손끝을 다칩니다.
상사화, 체력 -1
그래도 무사히 아카시아 꽃을 가지째로 꺾는 것에 성공합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59 |
판정결과: | 실패 |
(머리마저 아프다)
문득 가정교사로 고용됐으면 그에 맞는 일을 하라는 일렉의 말을 전했던 하녀장의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쿠사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꽃의 쓰임새나 효능 따위에 관한 지식이라도
몇 줄 일러주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없는 지식인데,
어디서 그 정보를 구할 수 있을까요?
저택의 서재로 들어가보면 일렉은 보이지 않습니다.
알 바인가요?
본인 방에서 책이라도 읽나 보죠.
서재의 책장을 살피니 마침 식물학에 관련된 서적이 죽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카시아 나무에 관한 두가지 진실'`이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쿠키와 함께 읽으면 딱 좋겠네요.
<아카시아 나무에 관한 두 가지 진실>
아카시아 나무는 꽃, 잎, 열매, 나무 할 것 없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꽃과 잎은 바짝 말려 차를 내리거나 식재료로 곁들여 섭취할 수 있고,
뿌리와 열매는 약효로써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다.
목재는 특유의 무늬가 아름답고 고풍스러워 고급 목재로 쓰이기도 한다.
아카시아 나무는 뿌리를 아주 깊이 내리는 식물이다.
그 뿌리가 어찌나 깊은지 주위의 식물을 죄다 고사시킬 정도라고 한다.
생명력이 끈질기며, 주변의 식물에게 필요한 영양소까지 모조리 흡수해 버리는 탓에
그 근방의 꽃과 풀을 모두 죽인다.
쿠키는 아주 맛있습니다.
맛있는 쿠키를 먹은 상사화, 체력 +1
책은 다시 원래의 자리에 가지런히 꽂힙니다.
서재를 나오면, 하녀장이 다가옵니다.
하녀장: 저녁식사시간입니다.
하녀장: 그건 점심이었습니다. 주인님께서 저녁은 꼭 함께하자고 하셨습니다. 주실 것도 있으신 걸로 압니다. (네 손에 들려있는 아카시아꽃을 넌지시 보며 말한다.)
당신이 식당에 들어서면 테이블은 가득 차있으나 좌석은 텅 비어 있습니다.
자리에 앉기 직전, 뒤늦게 등장한 일렉이 당신 자리의 의자를 소리 없이 빼줍니다.
가까이서 본 일렉은 더욱 피로하고, 예민해 보입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의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점심에도 이렇게 많았을까요?
전부 먹지도 못할 음식을 뭘 이렇게 많이 내오는 걸까요.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부러 묻는 투입니다.
그 뻔뻔스런 태도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목에 힘이 들어갑니다.
숨가쁘게 맥이 치는 것을 느끼고,
손에 쥔 식기의 날카롭게 벼려진 냉기를 체감해요.
그래요, 지금 당신이 일렉에게 느끼는 것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증오입니다.
이 저택에서 쓰다 만 물건처럼 버려져 쫓겨나던 과거의 일을 떠올립니다.
우리가 이렇게 단란히 앉아 함께 식사를 할 사이였나요?
듣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식당을 벗어나면, 어디선가 작달만하게 목 안쪽을 긁는 듯한 소리를 듣습니다.
소리는 뒷편 식당에서 희미하게 들렸습니다.
어쩌면 착각이라도 넘길 수 있을만큼 작은 소리였지요.
유난히 피곤한 하루여서 잘못 들었던 걸까요?
방으로 돌아가서 휴식하는게 좋겠어요.
식당으로 돌아서면, 식당을 나서는 일렉과 마주합니다.
방으로 돌아오니 안정감이 듭니다.
오늘은 유독 힘든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친 팔이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일찍 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잘자요.
간밤새 폭풍우가 몰아치는 탓에 간헐적으로 잠을 설쳤습니다.
당신은 이른 시각, 어두운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 도시의 낮은 이르게 열리지 않지만,
저택에 고용된 사용인의 하루는 빠르게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날씨가 영 마음에 안들지만, 어쩌겠나요.
그래도 오늘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죠.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대강의 채비를 하던 당신은 반쯤 열려있는 창문을 발견합니다.
깜빡 잊고 열어둔 채로 잠들었던 모양이에요.
간밤새 들이닥친 빗줄기 탓에 바닥이 흥건합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창가로 다가감과 동시에,
바로 맞은 편에 우뚝 서있는 아카시아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는 거센 비바람에 뽑혀나갈 듯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빼곡히 맺혀 있던 꽃과 잎사귀가 시들어 형편 없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서늘하니 오한이 듭니다.
어서 창문을 닫는 편이 좋겠어요.
일을 할 준비를 끝마치면
때마침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오늘도 하녀장이 당신의 아침을 알리러 왔나 봅니다.
문 건너편에 서있는 사람은 하녀장이 아닌 일렉입니다.
문을 열면 어쩐지 묘하게 흐트러진 차림새의 일렉이 초췌한 낯을 하고 서있습니다.
잠을 전혀 자지 못해 눈 밑은 퀭하고,
전체적으로 수척해보이는 기색입니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습니다.
신문의 내용이 궁금하다니.
아직 오늘의 신문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야 비바람이 이렇게나 몰아치는 날인걸요.
일렉이 고집을 꺾을 것 같지 않으니,
하는 수 없이 책이라도 몇 줄 읽어주고 내보내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면 책 정도로도 괜찮겠죠.
마침 책상에 몇 권의 책이 꽂혀 있던 것을 떠올립니다.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중 하나인 를 발견합니다.
< William Shakespeare, As You Like It >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They have their exits and their entrances,
And one man in his time plays many parts,
…
Last scene of all,
That ends this strange eventful history,
Is second childishness and mere oblivion,
Sans teeth, sans eyes, sans taste, sans everything.
책을 모두 읽어주고 나면,
비바람 소음의 포화 속에 가만히 있던 일렉이 나직히 말합니다.
그랬던가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모호하다고 보는 편이 맞겠죠.
7년 전의 일을 잘도 기억하고 있는구나 싶습니다.
자신의 방으로 갔는지 곧 문이 닫히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옵니다.
이제 뭘 할까요.
테라스에 들어서면 탁 트인 넓은 저택 부지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비바람에 풀과 나무들이 흩날리고 있지만요.
날씨가 좋았더라면 제법 보기 좋은 광경이었을겁니다.
일렉이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던 방입니다.
입구에 얼기설기 못박힌 나무판자로 여러겹 덧대어져 있는 모양이 어쩐지 기분 나쁩니다.
들어 가지 말라는 엄포를 두긴 했지만,
이래서야 몰래 들어갈 마음도 들지 않습니다.
서재에는 책상과 책장이 있습니다.
온갖 낡고 빛바랜 서적이 빈틈 없이 꼼꼼히 꽂혀 있습니다.
자료조사 or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개중 구석에서 눈에 띄는 책을 몇 권 발견합니다.
텅 빈 서류뭉치가 두서 없이 쌓여 있고,
만년필이 마구잡이로 굴러다닙니다.
이 집 주인께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나 더러운 걸 보면요.
관찰 or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낡고 삭은 종이의 무덤 사이에서 노끈으로 묶인 이질적인 서적 한 권을 발견합니다.
오래된 문서인 탓일까요?
내용이 드문드문 번져 있습니다.
위대한 숲 속의 검은 염소이시여, 부디 풍요와 번영을 누리게 하소서.
위대한 숲 속의 검은 염소이시여, 부디 부귀와 명예를 누리게 하소서.
그것을 입에 넣는 순간
나는 … 를 느꼈다네.
그것이 목을 축이는 순간
나는 짙은 수마와 같은 … 를 만끽했다네.
그것을 삼키는 순간
나는 환희와 같은 … 를 느꼈다네.
그것이 사지에 스며들어 육신을 장악하는 순간
마침내 나는,
마침내 나는!
내가 삼킨 것은 …
그 분의
은총!
자세히 살피면 당신의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서적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정결한 제물을 바치는 법, 흑마술서, 고서적,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는 술식을 적은 빛바랜 주문서까지….
기준치: | 31/15/6 |
굴림: | 2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것은 제물을 필요로 하는 주문서입니다.
불길하네요.
알 수 없는 주문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서재로 하녀장이 들어옵니다.
상사화 선생님, 점심시간입니다.
하녀장: 상사화 선생님, 점심시간입니다.
당신이 식당으로 들어서면,
일렉은 그보다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무방비했던 차림새는 어느 틈에 정돈했는지 금세 단정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됩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각종 진귀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요리가
상다리 위를 근사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휘황찬란하기 짝이 없는 구성이지만 어쩐지 입맛은 동하지 않는군요.
정신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입맛은 없지만 배는 고픕니다.
강렬한 허기에 눈 앞에 있는 만찬들을 그저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불친절한 어린 시절 제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불현듯 목이 쩍쩍 갈라지는 듯한 갈증이 당신을 덮칩니다.
연거푸 물을 들이켜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손끝에서 심장이 뛰는 것만 같은 불쾌한 착각 속에,
일렉과 눈이 마주칩니다.
이 갈증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어쩌면 드디어 미친 걸까요?
일렉은 '헬리크라썸'을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바깥에는 여전히 세찬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이런 날씨에는 바깥에 가만히 서있더라도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해 넘어지고 말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심술일까요.
그 속내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함만 커져 갑니다.
아무튼 기라면 기는 것이 사용인의 미덕이니,
잔말 않고 꽃을 구해보도록 합시다.
교육 or 식물학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헬리크라썸.
헬리크라썸.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것도 같습니다.
당신은 '헬리크라썸'이 생화일때와 말렸을 때를 구분치 않고 같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꽃임을 떠올립니다.
그 성질이 기이해 '종이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죠.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종이로 직접 꽃이라도 만들어 볼까요?
하지만 꽃을 만들만한 종이를 어디서 구해야 할까요?
문득 서재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서재의 책을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성격 나쁜 이 집 주인에게 어떤 핀잔을 듣게 될 지 모릅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순간 방에 굴러다니는 책 몇 권이 떠오르지만,
책을 함부로 찢을 수는 없죠.
역시 정답은 일렉의 서재 밖에 없는 겁니다!
안그래도 얄밉던 차였는데 잘 되었다 싶습니다.
책이 그렇게 많으니 한 권쯤 훼손된다 하더라도 눈치채기 힘들지 않겠어요?
좋은 생각이 났나요?
집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경쾌합니다.
몰래 서재로 들어가는 상사화
은밀행동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살금살금)
일렉 모르게 서재에 들어가는 것을 성공합니다.
희생양이 될 책들이 아주 많네요.
만족스럽게 책 몇 권을 골라냅니다.
이걸로 예쁘게 꽃을 접어볼까요?
은밀행동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좋아요 들키지 않게 책을 찢었습니다.
손재주 or 민첩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이건…
마치…
저주 받은 꽃과 같습니다.
생화도 아닌데 이런 엉망인 꽃을 헬리크라썸이랍시고
일렉에게 건네주면 어떤 소리를 들을 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다시 만들어 볼까요?
어차피 종이는 아직 많잖아요!
이번에도 책을 찢었습니다.
은밀행동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벌컥
신나게 종이를 찢던 순간,
문이 열립니다.
피곤한 기색의 일렉이 들어옵니다.
이제 서재에 있는 책은 사용하지 못할 것 같아요.
책으로 꽃을 만든걸 알면 아주 크게 화를 낼 것 같습니다.
창고로 들어가 선반 밑바닥을 살피면 버려진 종이를 여러 장 습득합니다.
눅눅하게 낡거나 군데군데 찢어진 종이가 몇 장 묶여 있지만
비교적 상태가 멀쩡해 보이는 것이 여럿 보이니 모자라지는 않겠습니다.
이제 방으로 돌아가서 종이꽃을 마저 접어볼까요?
손재주 or 민첩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저런...
또 실패했네요.
그러나 아직 종이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의지를 가지고 다시 해봐요!
기준치: | 10/5/2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패대기)
(주섬주섬 새로 종이를 꺼낸다.)
아픈 손으로 접어서 그럴까요...
더 형편없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죠.
다시 해볼까요?
기준치: | 10/5/2 |
굴림: | 53 |
판정결과: | 실패 |
저주 받은 손이야 이건. (씩씩거리며 종이꽃을 발로 밟는다.)
발로 밟으니 종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처참해졌네요.
그래도 포기할 순 없잖아요?
돈을 생각해보세요.
기준치: | 10/5/2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입에 넣고 씹어버린다. 새로운 종이 꺼내서 반복.)
기준치: | 10/5/2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다섯번..
여섯번..
실패했지만, 그보다 많은 종이가 남아있어요.
힘내요, 사화!
기준치: | 10/5/2 |
굴림: | 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드디어..!
생각보다 만족스럽게 종이꽃을 만드는 것에 성공합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3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제 저녁경 일렉이 눈치를 주던 것을 떠올립니다.
마찬가지로 빈정거림을 듣고 싶지 않다면 꽃의 쓰임새나 꽃말 따위에 관한 지식이라도 몇 줄 일러주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재로 한 번 가볼까요?
저택의 서재로 들어가보면 일렉은 없습니다.
서재의 책장을 살피니 마침 식물학에 관련된 서적이 죽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아, 아까 너무 꽃을 많이 접어서 피곤한듯)
<헬리크라썸의 꽃말>에 연관된 대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를 항상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이것이 꽃말인가봐요.
책을 덮고 서재를 나서면
하녀장이 서있습니다.
하녀장: 저녁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선생님.
식당에 들어서면 일렉이 먼저 앉아 있습니다.
당신이 자리에 앉든 말든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내리 그래왔듯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져 있습니다.
이번에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부러 묻는 투입니다.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일렉이 따라 일어섭니다.
의자의 등받이를 짚고 몸을 지탱해 일으키던 일렉이 순간 몸을 휘청입니다.
콜록, 콜록!
어쩐지 고달파보이는 기침을 토해내고,
틀어막았던 손바닥을 떼어내면…
검붉은 피
가 흥건히 묻어납니다.네가 무어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일렉은 손바닥을 감춰내고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빠져나와 자취를 감춥니다.
어째서일까요.
나는 왜 이렇게 그가 가증스럽고,
증오스러우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부아가 치미는 걸까요.
어째서일까요.
나는 왜 이렇게 그가 안쓰럽고,
신경 쓰이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얹힌 듯 무거워지는 걸까요.
어째서?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에 돌아올 답은 존재치 않습니다.
너무나도 넓은 식당에 당신만이 홀로 남았습니다.
오늘도 피곤한 밤입니다.
도대체 왜 절 가정교사로 고용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별다른 일이 없는 하루들이 이어집니다.
내일은 좀 달라질까요?
무거운 눈꺼풀을 침대 위에서 붙여봅니다.
잘자요.
눈을 뜹니다.
습기를 가득 머금어 늘어진 이불이 무겁습니다.
빗줄기는 어제보다 유해졌지만 그뿐입니다.
조금 이른 장마가 시작된 걸까요?
봄장마 소식은 들은 적 없는데.
전신에 추를 매단듯 무겁기만 합니다.
그래도 일어나야죠,
오늘도 당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쳐내기 위해서는요.
그나저나 하녀장이 먼저 들어왔다 나갔던가요?
노크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오늘의 신문 같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새로 발행되지 않은 걸까요.
이 도시는 묘할 정도로 바쁘고 부산스럽게 돌아가지만
소음의 농도만큼은 낮은 곳이니까요.
신문이 띄엄띄엄 발행되는 것 정도야,
대수롭지 않습니다
당신은 단조로운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방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끝마칩니다.
나가기 전, 문득 창문 너머로 시선이 튑니다.
바깥의 시간대만큼은 아침인데도 꼭 밤하늘을 떼어온 양 탁하고 어둡기 그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불투명한 어둠 사이로…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직 잠에서 덜 깬 것만 같은 하늘을 가늘어진 시선으로 자세히 바라본다.)
아카시아 나무가 보입니다.
지나온 밤 거센 비바람을 견뎌내던 잎사귀며 꽃잎은 형편없이 떨어져 나가 있으며,
잔가지는 부러지거나 꺾여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뿌리가 반쯤 뽑혀 기우뚱 굽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통째로 뽑혀 쓰러질지도 모르겠어요.
방을 나서면,
일렉의 방에서 막 나오는 하녀장과 마주칩니다.
하녀장: 주인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점심은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오늘은 주인님께서 넥타이를 구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귀하신 분께 선물용으로 보낼 넥타이니 고심해서 골라주시길 바랍니다. 또, 나가시는 김에 A거리의 세 번째 블록의 장신구 가게에서 맡겨두었던 물건을 함께 찾아오셨으면 한답니다. 주인님의 이름을 대면 알아서 잘 전해줄겁니다.
일렉의 요구를 전달한 하녀장은 1층으로 내려갑니다.
잰걸음을 하는 것이 아주 바빠보입니다.
하긴, 이 큰 저택을 거진 혼자 관리하고 있으니까요.
바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멍하니 서있자니 일렉의 방으로 시선이 기웁니다.
정말 병을 앓고 있긴 앓고 있던 모양입니다.
문득 각혈하던 일렉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손에 묻어난 피는 그 어떤 것보다도 검고, 붉고, 진득하고, 뜨거워 보였습니다.
인간의 몸에서 '그런 색'이 토해질 수 있다니, 괴리감이 들 만큼요.
어디가 아픈 걸까요?
오늘내일 한다던 소문이 재차 떠오릅니다.
낯에 핏기가 돌지 않아 창백하고 예민해보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과장된 소문이 아니었던 걸까요.
길게 꼬리를 무는 잡념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외출을 해야겠어요.
어제의 비바람때문일까요.
처참하게 흔들려 뿌리가 드러난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나지 않아 일어나서 사거리로 나선다.)
저택을 벗어나 잘 닦인 길을 걸어 내려가면 금세 번화가에 도착합니다.
늘 복작이던 도시의 거리에는 온통 안개가 끼어있고,
날씨 탓인지 유동객도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 물웅덩이가 고인 바닥을 밟자 찰박이는 소리만이 귓전을 때립니다.
당신이 들러야 할 곳은 입니다.
마침 일렉이 부탁한 넥타이도 장신구 가게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운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운이 좋군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장신구가게가 보입니다.
생각보다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가게였던 모양입니다.
장신구 가게에 들어서면 맑은 종소리와 함께 푸근한 인상을 한 가게의 주인이 다가옵니다.
가게 주인: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게 있나요?
가게 주인: 아! 잘 찾아오셨습니다. 넥타이는 저희 가게가 제일이죠!
주인은 가게의 한켠에 마련되어있는 진열대 부근으로 당신을 안내합니다.
각종 브로치부터 귀걸이, 타이, 크라바트, 목걸이, 손수건 할 것 없이
값비싸보이는 장신구가 가득합니다.
하나같이 기성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주인은 모두 특별히 수제 제작된 악세서리라는 설명을 합니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니까,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 골라볼까요?
화려한 것부터 심플한 것까지.
다양한 넥타이가 있습니다.
가장 화려한 것으로 골라 계산을 끝마치면 주인은 익숙하게 포장한 뒤 물건을 당신에게 건넵니다.
그리고는 카운터 아래 마련되어있는 유리관의 뚜껑을 연 뒤,
잘 포장되어있는 상자를 하나 건넵니다.
고급스러운 벨벳지로 한 번 휘감은 손바닥 반만 한 상자를 실크 리본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가게 주인: 일렉티오 바시오님 이름으로 달려있던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건낸다.)
주인은 "아주 비싼 것이니 조심히 들고가시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상자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다)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얼마나 꼼꼼히 포장했는지..1
자세히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상자에 정신이 팔려서였을까요.
급하게 뛰어가던 소년과 크게 몸을 부딪혀 나자빠집니다.
건강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뒹굴)
소년은 사과도 하지 않고 빠르게 장소를 벗어납니다.
우산이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물웅덩이에 흠뻑 젖은 옷과 머리칼에 절로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나마 다친 곳은 없어서 다행이지만...
낭패입니다.
하지만,
더 낭패인 건…
행운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서둘러 상자와 물건들을 확인한다)
방금까지만 해도 가지고 있던 물건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이런, 아무래도 소매치기를 당한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일렉이 부탁했다던 '물건'은 그대로지만,
함께 요구한 넥타이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지금 쫓아가면 잡을 수나 있을까요?
아니요,
이미 희뿌연 거리의 그 어느 곳에서도 소년의 흔적 따위 보이지 않습니다.
물건을 고르다 시간이 꽤 지체되었습니다.
일렉이 부탁한 물건은 잃지 않았으니.
이거라도 들고 돌아가야겠어요.
수중에 가진 돈도 더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상사화.
흐릿하던 하늘의 색이 점차 바래지고,
온 세상이 이른 어둠에 물들 적에 저택에 도착합니다.
온 몸이 물에 젖고 짓이겨져 매우 더러워진 채입니다.
어서 몸을 씻고 싶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
일렉과 마주칩니다.
일렉은 어딘지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옷에는 미운 주름이 져있고, 소매는 구겨져 있으며,
머리칼은 부산스레 흐트러져 있습니다.
무언가를 찾는 듯 저택을 활보하던 일렉은 당신을 발견한 순간 걸음을 멈춰 세웁니다.
일렉은 당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섭니다.
무어라고 말을 걸기도 전에 너른 보폭으로 당신에게 다가서
배신감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휘두릅니다.
당신은 일렉의 눈가에 고인 억센 광기를 읽습니다.
이성은 비바람에 뿌리채 뽑혀 나간 것만 같습니다.
그래요.
정신이 나간 것만 같아요.
드디어 미친 걸까요?
어이없음에 일렉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으면 하녀장이 나타납니다.
하녀장: 외출은 잘하고 오셨나요, 선생님? 챙겨오신 물건은 제게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주인님께서는 몸이 안 좋으시니, 선생님께서도 휴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부드럽게 널 회유하며 말한다.)
하녀장: 그럼 이 물건이라도 제가 주인님께 잘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밤이 늦었으니 선생님께서도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주인과 같이 제 할말만 하고 물건과 함께 사라진다.)
잘자요.
우르릉, 쾅.
지천을 울리는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사방은 빛 하나 없이 어둡고 음침합니다.
창을 두드리는 빗줄기는 맹렬하다 못해 사납기까지 합니다.
이대로는 하늘이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착각도 잠시,
당신은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낍니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들어오는 편이 좋겠어요.
복도로 나오면,
죽 나열되어있는 창문 너머로 드러나는 하늘이 묘연하고도 광활하기만 합니다.
온 세상을 침식시킬 듯 빽빽하고 두터운 구름으로 휩싸여 있습니다.
1층 주방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듣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어디선가 희미하고도,
창백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건 무슨 소리인가요?
방 문에 귀를 기울여보면,
앓는 소리가 들립니다.
일렉이 크게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문을 두드려도 앓는 소리만 들릴 뿐,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악몽이라도 꾸는 걸까요?
하지만 단순히 악몽을 꾸는 사람치고 너무나도 아프게 신음하고 있습니다.
일렉과 재회했던 첫날,
자신의 방에 절대 들어오지 말 것을 강조했던 목소리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곧 숨이 끊어질 것처럼 앓는 신음성을 듣고서도 모른 척 넘어갈 만큼…
당신은 무정한 인간인가요?
잠깐 살피고 나오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신경도 쓰이고요.
일렉의 방문을 열면,
침대 위에서 눈을 감은 채 신음하고 있는 그를 발견합니다.
숨이 넘어갈 것처럼 간헐적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습니다.
핏기가 완전히 가신 채 식은땀에 흠뻑 젖은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양 눈에 선명히 들어옵니다.
눈도 뜨지 못한 채 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두고 가자니 너무나도 신경이 쓰입니다.
하녀장을 찾자니 저택이 너무나도 넓고,
더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아요.
약을 어디에서 찾으면 좋을까요?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방을 잘 뒤져보면 상비약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과거, 저마다 호화로운 가구로 채워져 있던 일렉의 방은 이제 너무나도 황량하고 서늘합니다.
집주인의 침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촐합니다.
그저 최소한의 필요한 가구만이 공간을 넉넉히 채우고 있을 뿐입니다.
방에는 침대, 책상, 책장, 창문, 일렉이 있습니다.
온갖 낡고 빛바랜 서적이 빈틈 없이 꼼꼼히 꽂혀 있습니다.
이곳저곳 애정이 담긴 손길이 가득 묻어 있는 책상입니다.
오래 사용한 감이 있지만,
그만큼 잘 관리가 되어 왔다는 뜻이겠지요.
만년필이며 묶인 종이,
책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순차적으로 정리 되어 있는 책의 틈바구니에서,
유달리 엉망으로 뒤섞인 종이뭉치 무더기를 발견합니다.
뭉치들은 저마다 제각각 섞여 있거나,
틈사이에 어거지로 쑤셔넣어져 있거나 합니다.
일기장입니다.
그중 비교적 오래 되어 보이는 일기장 한 권을 발견합니다.
펼쳐보면 7년 전, 당신이 처음 이 저택에 가정교사로 부임했을 시기와 맞물립니다.
의미 모를 일렉의 일기를 모두 읽은 상사화.
SANc 1/1d4.
기준치: | 22/11/4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상사화, 이성 - 2
저택의 괴물이라니,
살해라니.
허무맹랑한 아이의 망상에서부터 비롯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어린 필체에 서린 절박함이 너무나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일기는 이게 전부입니다.
자료조사 or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쩐지 눈에 익는 책을 몇 권인가 발견합니다.
다른 서적보다 크기가 작고 얇은 책들이 주루룩 정리되어 있습니다.
꺼내서 살피면 각기 제목이 다른 동화책이나 동요집입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전혀 짚이는 것이 없는데도 아이들이나 읽을 법한 동화책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이유는요.
일단 다른 곳을 살필까요.
지금 중요한 건 책이 아니니까요.
한 사람이 쓰기에는 더없이 넓고 커다란 침대입니다.
그 위로, 식은땀에 흠뻑 젖은 일렉이 낮은 신음을 흘리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번쩍.
침대에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사방에 요동치는 번개와 함께 침대 시트 이곳저곳에 묻어난 검붉은 것을 봅니다.
색을 뚜렷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검게 바란 자욱부터,
비교적 최근에 생긴 듯한 새빨간 자욱까지 거칠게 얼룩져 있습니다.
창문, 그 너머로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비가 내립니다.
습하고 눅눅하고 차가운 봄비.
너무나도 이른 장마입니다.
꽃나무의 상태가 전보다 더 앙상해졌습니다
칠흑속에 파묻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걸까요?
일렉의 입가며, 목덜미며, 옷깃이며, 가슴팍이 새빨간 선혈에 젖어 있습니다.
입술 안쪽에 고여 있던 핏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제야 비릿한 피냄새에 소름이 돋습니다.
왜 이걸 눈치 채지 못했던 걸까요.
흔들고 말을 걸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손아귀에 무언가 쥐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조심스레 펼쳐 살펴보면 은색의 열쇠입니다.
어디에 쓰는 열쇠이길래,
이렇게나 집착적으로 쥐고 있는 걸까요.
…….
방 안에서 일렉의 열을 잠재울 약을 찾지 못했으나,
당신이 눈치챈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쩌면…
그에겐 그 어떤 약도 통하지 않을지 모르리라는 확신 아닌 확신.
이 확신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하였으며,
비롯되었습니까.
문득 맥이 요동칩니다.
그래요.
당신은 무언가를 지나쳐 왔습니다.
일렉이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방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당신의 손에는 쓰임새 모를 열쇠가 걸려 있고요.
서쪽 방문 앞으로 이동하면 전날과 다름없이 낡고 눅은 나무판자로 덧대어져 못박혀 있습니다.
<근력>판정을 사용하거나, 창고에서 얻은 망치 따위의 도구를 사용하여 판자를 제거한 뒤 열쇠로 문을 열 수 있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손으로 나무판자를 떼어냅니다.
열쇠를 사용하나요?
서쪽 방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숨을 죽인 채 서쪽 방에 진입합니다.
내부는 아주 어둡습니다.
잠시간 어둠에 눈이 익기를 기다립니다.
방의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고,
정체 모를 것들의 박살난 잔해로 난장판이 되어 있음을 눈치챕니다.
창문이란 창문에는 모두 카펫같은 커튼이 너르게 둘러 쳐져 있지만,
그마저도 이곳저곳 거칠게 뜯겨 있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틈새로 보이는 것은 빛을 온전히 차단한 나무판자입니다.
못으로 얼기설기 벽에 박아둔 모습이 섬찟합니다.
사방에서 습하고 역겨운 악취가 풍깁니다.
편두통을 일으킬 만큼 지독한 썩은내.
바닥, 잔해, 제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온갖 잔해로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그 난리통의 한가운데 붉디 붉은 카펫이 깔려있는 것을 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검붉고 끈적한 흔적에 얼룩덜룩 점철되어 있는 모습은 역겹고 불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카펫 위를 천천히 딛고 선 당신의 발치에 무언가 채입니다.
…어두운 탓에 제대로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부서져 있거나, 거칠게 뜯겨 있거나, 내지는 박살난 가구의 잔해가 가득합니다.
드문드문 찢어진 옷감도 보입니다.
옷감을 자세히 살피면 이 저택의 사용인들이 일을 할 때 주로 입는 지정복입니다.
저마다 피나, 썩은 살덩이와 한데 엉겨 응고되어 있습니다.
돌로 만들어졌는지, 나무로 만들어 졌는지, 짐승의 뼈로 만들어 졌는지-
그 어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기이한 형질의 제단이 놓여 있습니다.
제단을 살피면 마찬가지로 말라 붙은 핏자국과 응고된 피웅덩이를 발견합니다.
도대체, 이 저택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칩니다.
뒤늦게야 기저에서부터 밀고 올라오는 저택의 음산함에 짓눌림을 느낍니다.
일렉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일련의 단어들이 머리속에 나열되지 못하고 줄줄이 떨어집니다.
살해, 괴물, 살해, 괴물.
우리집에있으면죽는단말이에요아버지와어머니한테살해당할거예요괴물에게잡아먹혀죽어버릴거예요이집에왔던수많은다른사용인들처럼요그러니제발이집에서나가이곳에발도붙이지마제발─
비통한 절규가 섞여있던 제자의 필체가.
구토감이 치밉니다.
이 방에서 당장 빠져나가야만 할 것 같다는 무의식적인 본능이 살가죽을 타고 오릅니다.
그 순간, 당신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듣습니다.
돌아보면 일렉이 서있습니다.
어딘지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던 일렉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듯 알 수 없는 혼잣말을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던 일렉은
당신에게 달려들어 목덜미를 짓누릅니다.
절단된 숨, 억눌린 호흡.
기도를 틀어막은 억센 손길에 핏기가 가십니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건가 싶습니다.
당신의 목을 조르며,
일렉은 계속해서 의미가 이어지지 않는 말을 두서없이 반복합니다.
그러는 사이 점점 호흡이 멎어갑니다.
근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 간신히 일렉을 밀어내는 순간 숨통이 트입니다.
동시에 정신이 갈피를 잃습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일렉의 얼굴.
열감에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
맺혀 있던 굵은 눈물 한방울이 뺨을 타고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뺨을 타고…
온전히 눈을 감기 직전,
귓전을 때리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듣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온몸이 자근자근 밟히는 것만 같은 불규칙한 무게감.
전신이 나른하게 늘어지는 것만 같은 비정상적인 해방감.
그 틈에 목을 내리누르는 홧홧한 손길.
급히 숨을 들이 마십니다.
불현듯 눈을 떠올립니다.
식은땀에 끈적하게 젖은 몸이 무겁습니다.
등허리 아래가 푹신한 것을 보면 분명 침대인 것 같은데,
방을 살피면 당신의 침실이 아닙니다.
어쩐지 다리가 묵직합니다.
어질러진 시야를 간신히 맞붙여 살피면,
그 앞에 엎드린 채 잠들어있는 일렉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만큼 자랐는데,
…이만큼이나 자랐는데도
여전히 앳된 티를 벗겨내지 못한 당신의 옛 제자,
일렉입니다.
잠시 바라보고 있자면,
당신은 문득 위화감을 느낍니다.
어째서일까요.
어째서 이렇게나 일렉이 가증스럽고,
증오스러우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부아가 치밀었던 걸까요.
어째서일까요.
어째서 이렇게나 일렉이 안쓰럽고,
신경 쓰이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얹힌 듯 무거워졌던 걸까요.
어째서?
생각해보면 이 저택에 들어선 순간부터 쭉 그랬습니다.
무언가 어긋나 있었죠.
마치, 자의가 아닌 타인의 악의로 하여금 스스로의 감정이 송두리째 놀아나는 것만 같이.
SANc 1/1d3.
기준치: | 20/10/4 |
굴림: | 38 |
판정결과: | 실패 |
상사화, 이성 - 2
흔들어 깨우면 잠들어 있던 일렉이 눈을 뜹니다.
타이는 흐트러져 있고,
셔츠는 구겨져 있고, 머리칼은 엉망으로 부서져 있습니다.
두 사람은 한참이고 말이 없습니다.
바깥에선 여전히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그 고요를 가르고, 일렉이 운을 틔웁니다.
말을 끝마친 일렉은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냅니다.
벨벳 포장지로 잘 감싼, 리본이 묶여 있는,
당신이 도시의 장신구 가게에서 가지고 왔던 그 물건입니다.
일렉은 메마른 손길로 포장지를 벗겨내고,
상자의 뚜껑을 엽니다.
상자 속에 들어 있던 것은 브로치입니다.
단아한 금의 곡선으로 수놓인 가운데 선혈같은 붉은 루비가 장식되어 있는,
카네이션 브로치.
일렉은 당신의 가슴팍 언저리에 카네이션 브롯지를 달아주며 속삭입니다.
사랑해달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쳐다보아서는 안 될 담벼락 너머의 세계가 있고,
정결하지 않은 발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는 법입니다.
그렇잖아요.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길을 돌아왔습니다.
거미줄처럼 이어져 갈라지고 터진 틈은 깊이 신음하며 무너진지 오래입니다.
그러니 돌아온 길의 반대편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제…
…이 균열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예견된 파멸의 길을 택합니다.
동정에서 묻어난 안타까운 거짓인가요,
아니면 스스로의 입술로 일구어낸 진실인가요.
거센 빗줄기 너머로 흐릿한 새벽을 가르고 여명의 동이 터오르는 것을 봅니다.
정신이 흐립니다.
내내 침잠되어있던 의식이 무저갱 아래로 침몰하는 것을 느낍니다.
아, 이 저택에 너무도 오래 머물러 있었어요.
너무도 오래 머물러 있었는데…
당신은 어째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까.
내버려두었다간 곧 죽을 것 같은 일렉이 안타까워서?
아니면, 거짓일지언정 일렉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었기 때문에?
죄책감인가요?
사명감인가요?
책임감인가요.
글쎄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니까요.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요.
일렉은 시트에 얼굴을 묻고,
당신의 양손을 쥐고,
…그리고…
새벽입니다.
온전한 동이 트지 않은,
지독하리만치 습하고 어두우며 늪보다 질퍽한 새벽.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되,
END1. 상처받은 죄인을 아량으로 구원하라.
일렉티오 바시움, 상사화 생환
기준치: | 55/27/11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굴림: | 2 |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굴림: | 6 |
기준치: | 10/5/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굴림: | 3 |
기준치: | 55/27/11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굴림: | 3 |
기준치: | 55/27/11 |
굴림: | 3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와.... 이정도면 힐링시나리오다. 이성 18로 잘 버텨줬네요. 펌블 조금 있었는데 주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잠저택이랑 묘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어요. 그러고보니 여기도 5일이네. 동화책 읽어주면서 키 안큰다고 뭐라하던 것도 그렇고. 아카시아 꽃차.... 안 마실걸 그치만 사화는 마셨겠지
마지막에 사랑해라고 말해달라 길래 싫어 듣고 싶으면 계속 살아 그럴까 고민했는데 안쓰러워서... 진짜 사랑한다고 하면 사라질 것 같았어요.
초반에는 사화 일렉 보기도 싫어했던 것 같은데 막상 완전히 사라지려고 하는 건 또 싫고... 그렇데요.....
근데 잘했어 사화야 요새 사랑한다는 말 잘 하죠. 잘하니까 이렇게 해피엔딩 자주 보잖아. 오면서 계속 수몰 생각했는데... 애들 많이 변했다 싶었어요
아 케피씨 피씨 사화랑 일렉 반대로 다녀와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그때는 일렉이 거짓으로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줬을까? 근데 일렉은 사화가 막 반항하면 ㅇㅋ 안함 이러면서 때려쳐서 못했으려나... 막판에 시간에 쫓겨서 묘사도 막 넘기고 와아악 달렸는데.... 후레 탐사자 데려와주셔서 감사합니다
(20세 제자 앞에서 숨은 27세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