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람백
[CoC] 심람 & 백여- 마녀의 고해
시크SYK
2020. 11. 26. 00:11
|
이름 |
플레이어 |
KPC |
심람 |
시크 |
PC |
백여 |
범애 |
시나리오 | 시나리오 링크 | END |
마녀의 고해 | https://race.tistory.com/entry/COC-%EC%8B%9C%EB%82%98%EB%A6%AC%EC%98%A4-%EB%A7%88%EB%85%80%EC%9D%98-%EA%B3%A0%ED%95%B4 | 3 |
플레이날짜 | 플레이시간 | 트리거요소 (드래그로 확인) |
2020년 11월 25일 | 5시간 | 살해 |
2020년 11월 25일
<마녀의 고해>
kpc: 심람, pc: 백여
-
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
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
오늘 멸망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근래에는 묘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달라 곡소리를 내는 꿈입니다.
한 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무저갱에 떨어질 것만 같은 모습.
사람들은 점차 시체처럼 썩어들어가는, 요컨대 악몽이 지속적으로 당신의 밤을 두드린지 벌써 8 달 째입니다.
정확히 꿈이 시작된 시점을 짚어보라면 분명,
그래요,
그 날부터일 것입니다.
심람
이 마을에 나타난 일이요.성당의 신부님이 전염병으로 죽고 그 빈 자리를 대신하러 온 이였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기묘한 꺼림칙함을 느꼈었는데,
어째서인가 두 사람의 관계와는 별개의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질감.
이를 테면 생리적인 거부감.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강요라도 당하는 것마냥 심람을 향한 거부감은 욕지기처럼 간혹 치밀어오르곤 했습니다.
세상이 흉흉해서일까요. 이유는 오리무중입니다.
하지만 악몽과도,
심람에게 든 기묘한 거부감과도 별개로 당신은 오늘도 성당으로 향합니다.
세계를 구해달라는 기도, 그래도 해야지요.
모든 이들이 하고 있습니다.
말세에 필멸자는 대체로 절대적인 존재를 찾기 마련입니다.
무의미하다 한들 말입니다.
성당 안쪽은 고요합니다.
오르간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를 하는 자의 인영이 보입니다.
심람 입니다.
신부복을 입고 있는 심람은 인기척에 고개를 돌립니다.
그가 묻습니다.
심람은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눈밑에 퀭한 것이, 상태가 영 별로입니다.
당신은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드립니다.
어떤 기도를 드렸나요?
이 세상의 멸망을 멈추어달라는?
휴게실 안쪽은 피로를 풀 수 있는 찻잎과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휴게실 내부 전체에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의자 아래에 떨어진 종이 조각을 발견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쩐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표정입니다.
정말로 그런 이유 때문에 숨긴 것 같진 않습니다.
심람이 떠나고 홀로 휴게실에 남겨집니다.
휴게실 안에 더 두러볼 것은 없습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이만 성당에서 나올까요?
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하기만 합니다.
버석버석한 땅과 동물의 시체,
다른 곳에서 온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 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제 햇볕을 받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무장된 성당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남았습니다.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생존자들이 모인 마을 회관으로 가볼 수 있습니다.
병원은 환자들의 곡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생명의 숨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곳곳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기웃거리는 당신을 향해 간호사가 다가와 이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경고 합니다.
나가기 전, 시체에 대고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쩐지 시체들이 기괴한 표정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꼭, 저주 받은 것처럼요.
광기에 미쳐버린 얼굴들입니다.
전염병 특유의 반점이나 괴사는 없으나,
모두 충격적인 걸 본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기준치: | 78/39/15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변동 없습니다.
병원 입구에 나오면 벽에 붙은 전단지들과 익숙한 수도복의 옷자락을 발견합니다.
심람입니다.
의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은 유려하기만 합니다.
낮에 피곤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병세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 어쩐지...
정신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문득 그를 향한
역겨움
과 공포
을 느낍니다.시체를 보았기에 느끼는 감정인지,
그를 보았기에 생긴 감정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점은 생리적인 거부감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결코 자의가 아닌 타인이 강제로 주입한,
아니,
아주 깊은 본능에서부터 흘러나온…….
전단지를 보거나, 심람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전단지를 자세히 보면 광고물이 아닌 성서의 구절을 따온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라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
전단지에 대고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뒷면에 적힌 또 다른 내용을 발견합니다.
[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대로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그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1)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1)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 ]
다시 한번 심람이 떠나고 홀로 남겨집니다.
주위 간호사와 의사들이 말하는 게 들립니다.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린 상태입 니다.
논의를 벌이는 어른들에게 가보거나, 아이들에게 가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아이들은 조용히 구슬로 저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가만히 다가온 당신을 발견하면 곧 한 아이가 울먹이며 묻습니다.
아이: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아이들은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떠들지만 울음 소리에 뭉개져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당신의 토닥임에 겨우 울음을 그친 한 아이가 중얼거립니다.
아이: 저희 말이에요, 매일 기도하러 갔어요. 성당에 밤마다 갔어요. 우리를 구해달라고 신한테 기도하러 갔어요.
신부님이 우리한테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그리고 자꾸 미안하대요. 왜 미안하다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아이: 응, 알았어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렇게 믿을게요.
문득 깨닫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전체가 공포에 질려있다는 것을.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로?
다른 곳으로 가보았자 전염병은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에 들어오는 소리.
???: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어느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라는 게 있다는군요. 그 저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뜨린 거야.
악마.
정신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검은 수도복의 끝자락만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갑니다.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회관을 나서면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대뜸 외칩니다.
마른 사내:
악마
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회관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옵니다.
???:저 인간 또 저러는군,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장정이 나타나 사내를 억지로 당신에게서 떨어트리려는 순간,
너무나도 또렷한, 너무나도 선명한, 너무나도 굳건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바로 이 공포에 사로잡힌 사내의 것이었습니다.
마른 사내: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친구...
왜 자꾸,
왜,
자꾸,
심람이 생각나는 걸까요?
더 볼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몸도 피곤할텐데,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서 쉬는건 어떨까요?
-
집에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여도 마을에서의 일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심람의 모습 또한.
악마,
저주,
주체.
심람의 수상쩍은 행동들.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련지요.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심람이 어쩌면 이 일의 원흉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하는 당신을 믿어줄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보았듯이 심람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신뢰는 두텁기 그지 없었습니다.
분명 당신은 이단자로 몰릴 것입니다.
즉, 이 일의 결정권 은 오롯이 당신에게만 있습니다.
잠이 몰려옵니다.
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심람을 찾아가봅시다.
얼굴을 봐야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
꿈을 꾸었습니다.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쥐더니,
당신의 손에 칼을 쥐여줍니다.
눈앞에는 심람이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심람입니다.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습니다.
아, 이것으로 당신은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불이야!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양동이로 물을 퍼 창밖에서 당신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턱 없이 적은 수입니다.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도망치려 하면 점점 시야가 감깁니다.
숨이 찹니다.
뛰쳐나간 방 바깥은 화마가 지배했습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습니다.
고통에 바닥을 깁니다.
그 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신선한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내뱉었습니다.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앞에는 심람이 있었습니다.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어쩐지 복잡한 표정입니다.
....하마터면, 죽.. 죽을 뻔, 했는데... 감사드려요. (하며 힘이 없어, 아주 느릿하게 네게 감사인사라도 하듯, 목례를 했다.)
그는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히 등을 돌려 가버립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심람이 사라진 곳에 다 탄 성냥과 기름이 떨어져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불을 지른 자가 심람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기준치: | 78/39/15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1
기껏 죽이려 해놓고, 도대체 왜?
아,
하지만 이것으로 당신은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저 자는 악마야.
심람은 악마야.
문득 당신은 불에 의해 쓰러진 집의 나뭇더미 아래에 어떤 물건이 떨어진 걸 발견합니다.
칼입니다.
식칼.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누군가의 명치에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만한 날카로움.
점점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목숨을 위협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을 흐트러 놓습니다.
-
불타버린 집을 뒤로 하고 마을 회관으로 이동합니다.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받았지만 잠이 올 턱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정말로 당신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회관에 누우면 몇 개 전부 불타지 않은 당신의 물품을 마을 사람이 가져다줍니다.
위로와 응원을 약하게나마 전달도 하네요.
문득 짐을 바라보면 처음 보는 것이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책입니다.
공책일까요?
수기?
수기를 펼쳐 읽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기준치: | 80/40/16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마을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때가 심람이 성당에 도착한 날과 동일함을 떠올립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기막힌 타이밍이었죠.
새벽이 무르익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습니다.
그런 당신의 곁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지?
떨리는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어쩐지 익숙합니다.
수도복이 사락거리는 소리.
그렇군요.
다시
심람
입니다.뭘 하려는 셈일까요.
가만히 지켜볼까,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어쩐지 울분에 찬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이어서,
당신의 목을 조르는 손길.
숨이 사라집니다.
근력 판정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강한 힘으로 상대를 밀쳐냅니다.
미미한 흐느낌이 귀에 들어오나 싶을 무렵 인기척이 사라졌습니다.
꿈이었을까요?
하지만 목에 남아있는 감각만큼은 너무도 선명합니다.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어.
끔찍한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불편한 기분에도 새벽은 깊어만 가고 당신은 결국 잠에 빠져듭니다.
마을 회관에서 겨우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언제 깨어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말세라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성당에 기도를 하러 사라졌습니다.
집을 잃은 지금으로선 당신도 몸을 위탁할 곳이 회관과 성당밖에 없습니다.
시간은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입니다.
딱 이 시간부터 고해소에 심람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해,
고해성사라.
그렇다면 무엇에 관한?
저주를 몰고 다니는 주체를 죽이라는 사내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악마
를 죽이라는…그를 위해
사형
을 선고해야 한다던…….아,
심람을 죽일 거라는 고해?
....
성당으로,
가볼까요?
성당에 도착해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신자가 들어가는 장소에 몸을 욱여넣으니 닫힌 고해창 너머 심람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자,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을 고백하기로 했었나요?
어서요.
뱉으세요.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난 오늘 당신을 죽일 겁니다.
선고입니다.
악마와 마녀를 향한 선고입니다.
단두대는 당신의 손에 쥐여져 있습니다.
고해창 너머에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듣기 판정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심람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외국어 롤 판정이 가능합니다.
기준치: | 26/13/5 |
굴림: | 53 |
판정결과: | 실패 |
....알 수 없습니다.
고해소를 빠져나와 성당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신자석은 텅 빈 상태입니다.
단상 위 제대에 놓인 일기장이 보입니다.
실수로 떨어트린 듯 구석에 아슬하고 어설프게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심람의 것이군요.
읽으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기준치: | 78/39/15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 -2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너무나도 확실한 단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합니다.
내가 악마야.
백여, 바로 당신이 악마입니다.
이 모든 전염병을 일으킨 장본인.
뱀의 저주를 받은 사람.
마을을 멸망시키는 자.
아, 그래요,
당신이 마녀입니다.
제단 앞에 서 있는 당신이 등을 돌리면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과 성당 문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빛을 온몸으로 받고 서 있는 심람이 충격으로 점철된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당신과,
당신이 들고 있는 일기장을.
관찰 판정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어떤가요?
자신이 죽어야 세상이 구원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눈앞에 떨어진 당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 기분은?
모든 사실을 당신이 알았다는 것을 깨달은 심람은 전부 내려놓은 얼굴로 웃습니다.
당신에게 고해합니다.
사형 선고입니다.
나는 오늘 당신을 죽일 것이라고.
심람은 모든 이야기를 끝마치고 허탈하게 웃습니다.
자신이 결국, 이 세상의 가장 큰 악을 지우지 못한 이유.
그 숨통을 스스로 끊지 못한 이유.
고백합니다.
고해합니다.
끝내 나는 너를 죽이지 못하겠노라고.
끝내.
그러니 남은 방안은 단 하나뿐이라고.
그렇잖아요, 네?
그러니까... 끝을 내주세요. 부탁할게요.
마침내 당신은 결정합니다.
운명을 받아들이겠노라 결정하고 맙니다.
어쩐지 그 얼굴에는 처참한 기색이 깃든 것도 같습니다.
어린 양을 바침으로 세계는 구원받을까요.
당최 구원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고요한 성당.
아마도 심람은 이 마을을 구했으나 사람을 죽인 죄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역병과 재난이 사라진다는데...
그의 우는 듯한 낯이 마지막으로 망막에 담기고, 그가 들어올린 칼날이 빛이 났던가요.
한 순간이 반짝임과 함께 심장이 찔리고 제단의 돌바닥에 몸이 낙하합니다.
당신을 끌어안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이게 죽음이구나.
아, 죽기 싫어요.
죽고싶지가 않아요.
한 가지 속삭임이 연거푸 들려옵니다.
가끔 차라리 이 세상이 멸망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심람의 속삭임입니다.
그런식으로 당신과 함께 멸망해버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싶었어요.
난 이 세상의 마지막을 당신과 함께 맞이하고 싶었어요.
무슨 생각을 했을지요.
당신의 고해를 듣고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마녀의 고해를 듣고 그는...
단 한 사람만의 종말이 들이닥칩니다.
어둠을 기리는 빛이 너무나도 찬란한 시간입니다...
-
END 3
마녀의 고해
백여 로스트, 심람 생존.
세상의 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