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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이노레오 피세아 오르비타 & 알레아 약타 에스트 - 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
시크SYK
2021. 1. 12. 00:47
|
이름 |
플레이어 |
KPC |
이노레오 피세아 오르비타 |
태 |
PC |
알레아 약타 에스트 |
시크 |
시나리오 | 시나리오 링크 | END |
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 | https://bluebloomingblue.tistory.com/15 | 2 |
플레이날짜 | 플레이시간 | 트리거요소 (드래그로 확인) |
2021년 1월 7, 8, 9, 11일 | 12시간 | 상해, 가스라이팅, 식인? |
당신은 영국 잉글랜드 남부에 위치한 명문 사립 고등학교, 스태그필드의 13학년 학생입니다.
최근 룸메이트로 새롭게 배정된 이노레오 오르비타는 교내의 미친 싸이코로 여겨지는데다 어쩐지 수상쩍습니다.
3년이 지나서야 새롭게 알게 된 학교의 비밀도 썩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듭니다.
당신은 룸메이트와 학교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
.
.
잊지 마세요, 무사히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
KPC Inhorreo P. Orbita PC Alea Lacta Est
소문과는 다르게 딱히 이물스러운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친절하기까지 한 태도로 말을 걸어 왔습니다.
이노레오 오르비타.
모두 판에 박힌 듯 고루하기 짝이 없는 스태그필드에서,
유일하게 돌출된 존재인 이노레오가 당신의 룸메이트가 된 것은 고작 세 시간 전입니다.
새로운 룸메이트가 발표된 이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당신의 짐이 모두 정리가 된 지금에야 방문을 벌컥 열더니,
반갑다,
잘 부탁한다,
그런 인사도 없이 대뜸 꺼내는 말이란 저런 것입니다.
.......
이 학교 설립자가 미친 인간이었다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딱히 놀랍지는 않습니다.
감옥과 흡사한 구조의 이 기숙사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한다기보다는 되레 가두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 같습니다.
학교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철창 울타리는 조금 안쪽으로 굽어 있는 데다가
그 끄트머리가 살벌할 정도로 뾰족한 형태를 하고 있고,
자살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좁게 짜인 창문으로는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어떤 구석은 한 번도 그림자가 벗겨진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오래된 석조 건물에 달라붙은 이끼들은 구더기 떼처럼 우글거리는 듯합니다.
바람의 무덤.
남쪽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이 학교는 바람의 무덤입니다.
대륙에서 시작된 온갖 바람들이 소금기 묻은 살점을 떨어뜨리고 마침내 죽는 곳.
곳곳에 묻어진 각자의 냄새는 한데모여 떼를 이루고,
매일 밤 살벌한 바람 소리가 창을 뒤흔듭니다.
바람에 실려온 모래들은 따가운 야유처럼 학생들의 몸에 날아와 박힙니다.
이런 곳에 학교를 세운 설립자가 제대로 된 사람일 리 없잖아요.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가 미친 인간인 것을 알고 있었냐고요?
그 질문에 답하기 전,
이노레오의 모습이 당신의 눈에 들어옵니다......
알레아 에스트, 관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이불, 옷가지, 세면도구를 비롯한 어떤 물건도 챙긴 것 같지 않습니다.
대신 은색의 바이올린 케이스와 책 한 권을 덜렁 손에 들었을 뿐입니다.
기숙사 방을 옮기는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단출합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노레오의 옷 매무새는 학칙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듯합니다.
삐져나온 넥타이와 화려한 머리카락,
주머니에 불룩 튀어나온 담배까지.
넥타이핀은 또 어디에 버렸나요?
학칙에 따르면 언제나 착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하기사 저 치의 품행이 방정치 못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학교 제일의 싸이코라는 별명이 이유없이 생긴 건 아니니까요.
입학 전 개최된 연주회에서 대결 상대의 손가락을 훼손한 일은,
당신이 이 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그 때부터 공공연히 퍼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
이 시점까지 너무나도 태연히 당신을 대하는 태도가 그를 설명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이노레오와 함께 살아 갈 301호에서의 3개월이 녹록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눈앞을 빠르게 지나가버린 그 책은 순식간에 창 밖으로 떨어집니다.
얼핏, 그 책의 제목을 본 것도 같습니다.
'신곡'.
이노레오의 무례한 행동에 따끔하게 한 마디 하려는 찰나,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벽면에 걸린 시계는 11시 49분을 알리고 있습니다.
문을 열면 탐사자의 전 룸메이트가 초조한 얼굴로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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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봐, 알레아!
깨닫고 보니 늦은 밤입니다.
내일을 위해 이만 잠에 들어야 합니다.
방을 옮기며 무거운 짐을 들어서인지 온몸이 눅진눅진 아립니다.
알레아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잘 덮으면,
창문에 기대어 서 있던 이노레오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쪽을 보며…
웃고 있다…
…라고 생각한 순간,
방 안이 캄캄해집니다.
순식간입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새카만 어둠.
윤곽은커녕 제 손과 발도 찾을 수 없는,
광활한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관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 상황을 이해하려 온 몸의 감각을 곤두세웁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습니다.
어떤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원에 켜진 가로등의 불빛도.
지금도 떠 있을 밤하늘의 달마저도.
그 어떤 것도 없이......
먹먹한 어둠 뿐입니다.
당신은 이 어둠에 삼켜진 것인지,
주변 물질이 당신을 게워낸 것인지,
그저 시신경의 문제인지, 천장의 전등 때문인지,
이곳이 문제인지, 이 시간이 문제인지, 외부적인 것인지, 내부적인 것인지,
당신은 알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아야 마땅했으니까.
평소라면 결코 마주치지 않아야 마땅했으니까.
당신의 눈꺼풀 아래서 숨죽이고 있던 어둠이,
이리 모습을 드러낸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요?
잠에 들었나요?
그래요, 잠에 든 것이겠죠.
그러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앞에 놓여진 기이한 어둠을 설명할 수 없으니,
잠에 든 것으로......
알레아 에스트, 듣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그리고......
머리 위에서 무엇인가가,
쿵, 쿵,
하는 것도 잠시,
비명 소리,
무엇인가가 방 안에 들어오는 소리, 오도독 오도독, 부러지는 듯한, 아니 무엇인가를 씹는 듯한 소리.
당신은 얼핏 깨어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알레아 에스트, 관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알레아가 눈을 뜹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여전히 망막을 두드립니다......
당신이 막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도처에 맴돌던 소음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당신의 발 끝에서,
무릎으로......,
복부로.......,
흉부로......,
얼굴로, 마침내 귓가로......
손이라고 여겨질 수 없을 정도의 그것이, 그 형체가,
기이한, 불규칙적인, 이물스러운 움직임으로- 살포시 당신의 눈꺼풀을 가립니다.
그리고는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더욱 더, 더더욱 가까이......
더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그것이
당신의 앞에서 이야기합니다.
낯선 목소리입니다.
"자야지?"
이윽고, 그것이 자장가와 비슷한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당신은 속절없이 잠에 빠져듭니다.
'이런 것'을 눈 앞에 두고 자면 안 되는데도.
무방비하게 의식을 놓고, 몸을 축 늘인 채로,
무방비한 상태가 되면 안될텐데도,
위험할 것이 분명할 텐데도,
당신은 졸음을 참을 수 없습니다......
몸 안에서 꿈틀거리면 서늘한 한기가 얇은 천처럼
살갗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섬칫한 감각을 남깁니다.
......
[ 1악장.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
숨이 가빠오릅니다.
무거운 것이 목젖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고통에,
헐떡이며 눈을 뜨면…
아침입니다.
좁은 창문으로 한 줄기 햇살이 투명하게 내리치고 있고,
숲에서는 새 소리가 낭랑합니다.
간밤에 있었던 일은 꿈이었을까요?
몸 속은 여전히 얼음을 품은 것처럼 차디 찬데,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흔적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노레오는 여즉 잠에 빠져 있습니다.
숨소리도 없이 잠에 빠진 모습은, 실수로 독사과를 삼켜버린 이야기 속 공주처럼,
차라리 시체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미동도 하지 않는 이노레오.
그를 뒤로 하고 향한 식당에는 학생들로 바글거립니다.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후식으로 배급된 오렌지가 통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 옆에는 양심껏 가져가라는 문구와 사랑의 모금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금함에 동전을 넣고 오렌지를 챙겨갈까요?
오렌지를 챙겨 식당의 중심으로 향합니다.
잠에 빠져 스프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도 라틴어 단어장을 손에 쥐고 암기에 여념없는 모습도 보입니다.
당신은 그 학생들 중에 별다를 것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아침을 먹으러 왔을 뿐이거든요.
앞으로의 수업 일정과, 스터디 플래너에 적힌 계획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중,
불현듯 떠오르는 한 사람은...
앤 버니스. 당신의 전 룸메이트였습니다.
어디로 간 것인지, 식당 내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군요.
어젯밤에 잃어버린 책은 찾았을까요?
줄지어 배식을 받는 이들을 제외하고, 조금 한산한 테이블을 둘러보고 있으면...
앤 버니스가 아닌, 그의 룸메이트인 게이먼이 앉아 있습니다.
한번, 말을 걸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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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있는 게이먼.
입안에다 숟가락을 넣은 채 어떠한 움직임도 없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외딴 세계로 혼자만 떨어져
그 시간 속에 기약없이 갇혀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앞에 놓인 수프는 서서히 식어갑니다.
눈꺼풀을 깜박이는 것조차 허락받지 않은 사람처럼 앉아있습니다.
시선은 어딘가를 향해 있으나 어디에도 향해 있지 않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심리학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 (뭔 생각을 하는 건지)
전형적인 방어기제 현상으로 보입니다.
학업 스트레스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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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 조용해집니다.
이목은 당신에게로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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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오렌지가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손아귀에서 놓친 적이 없는데, 떨어진 것을 보면,
이런, 절반으로 잘려져 있던 상태였군요!
절단면이 바닥에 제대로 달라붙어 과육이 그 주위를 적십니다.
못 먹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게이먼이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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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먼은 잔뜩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떨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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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먼의 얼굴이 붉게 타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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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핏줄이 퍼진 눈동자로 눈물이 떨어져 뺨을 타고 흐릅니다.
호흡이 가빠집니다. 이대로면 입에 거품을 물 수도 있겠습니다.
게이먼이 날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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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을 몰아쉬며 괴로운 듯 몸부림칩니다.
곁에 있는 당신마저 위험할 정도입니다.
식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요. 오렌지?
그게 문제라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또 무엇이 있죠.
반쪽으로 잘려진 오렌지, 식어가는 수프, 은색 숟가락...
아- 숟가락,
게이먼이 그것을 집어듭니다.
막을 수도 없이 순식간입니다.
깊게 파인 부분을 가장 가까이 잡고,
왼쪽 눈을 사정없이 찌릅니다.
찌르고, 또 찌르고.
멈추지 않는 행동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핏.
당신의 뺨에 그 혈흔이 튑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알레아가 더 이상 말을 붙여도,
게이먼은 대답하지 않은 채 선생님께 부축받아 보건실로 향합니다.
일련의 상황을 구경하던 학생들은 서서히 흩어집니다.
무리지어 있던 군중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평소의 식당으로 돌아갑니다.
... 그러나, 그 전에,
버니스가 죽었습니다.
상반신이 잘려버린 채로.
이성 판정 0/1D6.
기준치: | 70/35/14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게이먼이 떠난 자리에 종이 쪽지가 남아 있습니다.
종이 쪽지는 어디에선가 찢어낸 듯 절단면이 고르지 않습니다.
어제 이노레오가 말한 사감 학칙이 이것인가요?
어젯밤까지만 하더라도 이노레오의 시답지 않은 농담인 줄로만 알았지만,
심상치 않은 모습의 게이먼이 '사감용 학칙'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니
단순한 장난질은 아닐 것 같습니다.
게이먼이 부린 소동은 주변의 학생들에게 완전히 번져갔습니다.
벌떼처럼 웅성거리는 소리 중에서, 유독 몇 마디가 알레아의 이목을 잡아 챕니다.
알레아 에스트, 듣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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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봤어. ……버니스는 왜 교표를 착용하지 않은 거야?”
“그래도 열두시를 넘었으니까 소용은 없었을걸.”
신경 쓰이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통에 누가 그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찾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감 선생님이 입구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라 목소리만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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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 선생님은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굳게 다뭅니다.
그러던 중,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보는가 하더니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식당 내 모든 시선은 사감 선생이 아닌 당신에게로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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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 않은 말투로 당신을 걱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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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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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당신의 뺨에 묻은 혈흔을 닦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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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요?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 사감 선생이 뒤를 돌아 등을 보이는 순간,
기묘한 위화감이 당신을 엄습합니다.
기시감에 휩싸인 당신은 주변을 둘러봅니다.
차갑고 선뜩한 것이 뱀처럼 등골을 타고 기어오릅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속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탁한 동공에는 자아랄 만한 총기 따위 없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정신력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정신이 튼튼한 편입니다)
당신은 떠올립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난동’이 일어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며,
그 때 당신도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도,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건드립니다.
과할 정도로 심장이 콩닥거립니다.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면, 역시나 이노레오입니다.
이노레오는 경멸 서린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관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평소와는 다르게 모범적인 교복 차림입니다. 여전히 넥타이에 백합 교표는 달지 않았지만요.
이노레오는 학생들과 사감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칩니다.
수업에 빠지면 분명히 벌점을 받을 게 분명한 데다가 이 학교의 양호 선생님은 꾀병 같은 건 절대 용납해주지 않는 성미입니다.
학교나 이 일에 대해서 알아보려면 적어도 수업이 끝난 이후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 없이 사흘을 흘려 보내고,
마침내 오늘 저녁에서야 지금까지 있었던 이상한 일에 대해서 알아볼 시간이 생겼습니다.
버니스와 게이먼에게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려면…….
역시 사건이 발생한 장소인 기숙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기숙사부터 돌아봐야 할 이유는 게이먼과 버니스 뿐만이 아닙니다.
분명히 공사 중이라는 4층에서,
늦은 밤이 되면 언제나,
쿵,
쿵, 하고...
돌로 바닥을 내려찍는 소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알레아의 심장이 뛰는 것과 꼭 같은 박자로…….
공사를 학생들이 모두 자는 밤에 진행할 리 없습니다.
분명히,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내는 소리입니다.
함께해온 시간 속의 학교. 내부의 모습을 떠올려봅시다.
이노레오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간 걸까요?
버니스와 게이먼의 기숙사 호실은 201호였죠.
당신과 이노레오의 기숙사 방은 바로 위층인 301호이고요.
다른 친구들의 기숙사 호실을 방문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숙사 입구 바로 옆에는 사감실이 설치되어 있었고,
엘리베이터 두 대, 아니면, 계단으로 통행합니다.
...라고 하여도, 엘리베이터는 본디 교사들 통행이 목적이었죠.
기숙사는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까지 있으며
옥상은 출입 금지. 들어가면 안 됩니다.
지하 1층과 2층은 아마... 기숙사 비품을 모아두는 창고였을 겁니다.
엘리베이터는 B1층을 비롯한 지하론 내려가지 않았었죠. 지상층만 통행합니다.
대충 기억하는 학교의 모습은 이 정도입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언제나 학칙을 상기하세요, 알레아.
.....
본격적으로 학교를 파헤치기 전,
향일 이노레오와 이야기한 넥타이핀이 떠오릅니다.
알레아는 넥타이핀을 부착한 상태인가요?
알레아는 넥타이핀을 빼 두었습니다.
넥타이핀이 어찌 됐건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4층부터 발걸음을 옮겨볼까요?
4층을 향해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는 이곳에 멈추지 않고,
계단으로 통하는 입구는 단단하게 자물쇠가 걸려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더 이상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버니스와 게이먼의 기숙사 호실입니다.
주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문고리를 열면 쉽게 돌아갑니다.
내부는 평범한 2인용 기숙사입니다.
현관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으며,
두 사람이 살기에는 조금 빠듯한 내부에는 침대와 옷장이 양쪽에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침대 머리맡에는 간신히 사람 하나가 몸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창문이 있습니다.
창문 윗부분 벽에는 다른 여느 방과 마찬가지로 백합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화장실 안에는 칫솔도 하나, 샤워 타올도 하나 뿐입니다.
왼쪽 옷장은 교복 및 사복으로 채워진 것에 비해, 오른쪽 옷장은 옷 한 벌 없이 텅 비어 있습니다.
익숙한 기숙사 침대입니다.
이불이 구겨져 있고 잠옷이 널려져 있는 왼쪽 침대에 비해,
오른쪽 침대는 생활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왼쪽 침대에 놓인 잠옷들과 주위의 것들을 확인해봅니다.
배게에 파묻힌 꼬불꼬불한 머리카락, 옷장 속의 옷들,
그곳에 널려 있는 물건들을 보니, 이건...
게이먼의 것입니다.
이름이 쓰여 있고, 평소 그가 입던 옷들이 놓여 있으니.
반대로 오른쪽 옷장은 옷 한 벌 없이 텅 비어 있습니다.
침대도 커버가 깔리지 않은 매트리스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당신의 뇌리에 아주 이상한,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찾아 듭니다.
정말 그럴 리는 없지만 꼭……
누군가 의도적으로 버니스의 흔적을 지워버린 것 같지 않나요?
일주일은 죽은 이의 유품을 정리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인데다가,
지난 사흘 간 이 학교를 방문한 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버니스의 부모님마저 찾아오지 않았다고요. 자식이 사라졌는데.
섬칫한 감각을 느끼며 창문을 확인해보면,
창틀에는 말라 붙은 피가 묻어 있습니다.
핏자국을 눈으로 쫓다 보면 창틀을 툭 건드리고 있는 나뭇가지 위의 책을 발견합니다.
게이먼의 말대로 별안간 위에서 떨어뜨린 모양새입니다.
손을 내밀면 닿을 위치입니다.
시간은 7시, 저녁을 향하고 있습니다.
괜찮지 않을까요?
손을 내밀어 책을 가져옵니다.
누런 장정의 표지는 종이나 양의 가죽이 아닌 처음 보는 재료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상하게 누린내가 나서 역겹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관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자세히 뜯어보려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살갗에 닿는 이물감. 곳곳에 풍기는 위화감.
사람의 가죽입니다.
이성 판정 1/1D3.
기준치: | 70/35/14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성 -1
기분나쁜 감각을 뒤로 하고, 제목을 확인해 보면,
「맥베스」. 역시 그랬군요.
버니스가 말했던 대로입니다.
책의 중간쯤에는 책갈피가 꽂혀 있습니다.
확인해 볼까요?
알레아 에스트, 교육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맥베스'... 문학 숙제였죠. 이 구절은 이미 읽었던 곳입니다.
아마도, 4막 1장. 그 대사일 겁니다.
이 책을 어떻게 할까요?
책갈피를 살펴보면, 책갈피가 아니라 웬 종이 조각임을 알아차립니다.
꼬깃꼬깃한 종이 조각은 다름아닌 사감용 학칙 제 3항.
아무래도 이 곳에서의 정보는 모두 찾아낸 듯합니다.
201호를 벗어나려는 찰나…
갑자기 세상이 옆으로 기울어지는 듯 합니다.
정신력 판정을 진행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간밤에 잠을 좀 못 자서 그런가, 피곤하네요. 그 뿐입니다.
기숙사를 빠져 나오려는 찰나, 문득 시계가 눈에 들어옵니다.
7시 5분입니다.
원래 7시부터는 자습 시간인데… 학칙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사감이 다급하게 기숙사에 들어왔다가 알레아를 맞닥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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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은 당신을 보자마자 한숨을 쉬며 벌점 1점을 줍니다.
앞으로는 결코 벌점을 받지 말라는 주의와 함께요.
기분 탓일까요…, 평소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이 사감은 의외로 당신을 꽤 걱정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자습실 문 앞까지 당신을 데려다 준 사감 선생님은 제법 빠른 걸음으로 복도 끝을 향해 걸어갑니다.
알레아 에스트, 행운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득 발 밑을 확인해보면, 방금 전 사감 선생님이 떨어뜨린 듯한 종이 한 장을 발견합니다.
알레아와 이노레오가 사용하는 방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는 왜 눈치채지 못한 걸까요?
백합 액자가 걸려 있는 다른 방과는 다르게,
당신의 방에는 헌팅 트로피가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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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습실 먼 구석, 램프의 불빛이 닿지 않는 음험한 곳에...
이노레오로 '추정' 되는, 한 학생이 엎드려 자고 있군요.
당신은 맥베스를 펼치고 천천히 읽어 내려갑니다.
그러던 도중...
별안간 바깥이 어두워집니다.
자갈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꽂힙니다.
아마도 평범한 소나기예요, 곧 지나갈 겁니다. 아마도, 아마도…….
『When shall we three meet again? In thunder, lightning, or in rain?』
맥베스의 그 대사를 읽는 순간,
알레아는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말로 맥베스가 맞나요?
당신이 맥베스라고 생각하고 읽기 때문에 맥베스처럼 읽히는 것 아닐까요?
자, 집중하세요.
다시 한 번 읽어보면,
글자가 우그러지더니 아예 다른 내용으로 변합니다.
『다시 말하느니, 물리칠 수 없는 것을 불러내지 마라.』
물리칠 수 없는 것…
게이먼에게 들었던 검은 사슴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 수상쩍은 책을 계속 읽으면 이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확실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알레아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내려갑니다......
난해한 문장으로 점철된 이 미지의 저서는 독서가 아닌 독해로 바꿔야만 앞뒤가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새 주변 소리가 아득히 멀어지고,
당신은 온전히 이 책에 빠져듭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로 흘렀는지도 미처 깨닫지 못했을 때,
사감 선생님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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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알레아를 제외한 그 누구도 자습실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이노레오마저도 자리를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언뜻 먼저 방으로 돌아가겠다, 라는 말을 들은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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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알레아의 방과 다른 학생들의 방으로 보입니다.
누군가가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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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내 창문에 거대한 사슴 같은 게 스쳐지나가더라고. 악몽인가, 싶어서 다시 잤는데 악몽치고는 너무 현실감이 넘쳐서……
사슴이 그렇게 클 리가 없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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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깜빡 한다니까. 옥스퍼드로 가면 이 지긋지긋한 스트레스랑도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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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아는 방으로 돌아옵니다.
불을 켜기도 전에, 이노레오가 잠든 모습이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드러납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아마 잠에 든 것 같습니다.
깨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여 이 방을 살펴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어젯밤에는 왜 눈치채지 못한 걸까요?
백합 액자가 걸려 있는 다른 방과는 다르게,
당신의 방에는 헌팅 트로피가 걸려 있습니다.
좁다란 두개골에서 두 갈래로 뻗어나온 사슴뿔은… 기형입니다.
‘정상적인’ 사슴이라면 결코 가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과하게 자라난 뿔들은 복잡하게 얽히고 구부러졌으며 심지어는 서로 맞닿아 이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뿔은 이상하리만치 무도해 보입니다.
그 외는 모두 다른 기숙사 방과 같습니다.
알레아와 이노레오의 침대와 옷장이 각각 1인용씩 나뉘어져 있고, 머리맡에는 창문이 있습니다.
확실히, 다른 방과는 다른 형상입니다. 어쩐지 기괴한 느낌이 들어,
만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늘 그랬듯, 당신이 사용하는 옷장입니다. 변한 것은 없습니다.
반쯤 열린 옷장 속에는 제대로 갖춰 입은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교복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시선을 돌리려는 찰나, 자켓 주머니에서 뭔가가 보이는군요.
잠깐 확인해 봐도 될까요?
자켓 주머니에서 사감용 학칙 몇 장을 발견합니다.
각각 1항, 2항, 7항입니다.
이걸 왜 주머니에 구겨넣어 놓은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침대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당신을 반겨줍니다.
바로 밑에 전나무가 있습니다.
나무의 우듬지는 201호의 창문께에 멈춰 있을 듯합니다.
어제 이노레오가 바깥에 책을 떨어뜨렸다면,
정확히 전나무 가지에 걸릴 정도입니다.
창문 밑에는, 전에 보이지 않았던 바이올린 케이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이올린 케이스는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쉽게 열어볼 수 있습니다.
들키지 않을 수 있다면요.
조심조심...
알레아 에스트, 은밀행동 판정.
기준치: | 20/10/4 |
굴림: | 31 |
판정결과: | 실패 |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보려던 찰나... 이노레오가 꿈틀거립니다.
아직 완전히 깨어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봅니다.
예술 특기생인 당신과 동일하게 이노레오는 본인만의 악기를 들고 다녔었지요.
어렸을 때를 마지막으로, 연주한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요.
덜컥, 하고 열리는 소리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꽤나 남루합니다.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대체 왜 이런 게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들어가 있죠?
게다가 바이올린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관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강행 가능할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아악 눈을 너무 세게 비빈것 같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눈만 겁나 아파올 뿐입니다.
그 순간, 주변이 밝아집니다.
마치, 불을 켠 것 처럼...
(충혈된 눈으로 바라봅니다.)
느릿느릿 침대에 누워 이불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어떤? (이불 속에서 웅얼거리며 말한다.)
당신은 이 미지의 책에 손을 뻗습니다.
어떠한 내용을 마주하게 될 지, 당신은 짐작조차 하지 못합니다.
당신이 그 책을 연구하는 동안, 9주가 흘렀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당신조차 깨닫지 못했다는 것을,
감은 눈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을 통해서
서서히 무뎌진 감각을 되찾아갑니다.
[2악장, 검은 사슴 괴물]
마지막으로 또렷한 기억은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맥베스>,
아니지, <프나코티카>를 읽던 것이었습니다.
비죽하게 길어버린 손톱이나, 정리되지 않은 머리카락,
책상 위를 난잡하게 더럽힌 잉크 자국, 제멋대로 구겨져 버린 셔츠 따위가-
그때로부터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를 암시합니다.
스산한 바람이 창문을 뒤흔듭니다.
지난 몇 주, 혹은 며칠, 혹은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밤이 되면 예의 4층에서는 쿵, 쿵, 하는 소리가 불길하게 울렸고,
미친듯이 책을 읽어내리다 까무라칠 때면 누군가 제 옆에 서서 군침을 다시던 것만 같습니다.
불길한 기억 틈새에서는 이노레오의 목소리가 끼어들어 있습니다.
당신은 그 말에 대답한 적이 있었던가요?
곧 수업인데 안 가?
사감이 너 엄청 찾길래 독감에 걸린 것 같다고 했어......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믿기 힘들지만,
그동안 이노레오가 당신을 살펴주었나 봅니다.
매 끼니마다 식사를 챙겨주고,
지나치게 잠을 자지 않으면 재웠던 기억이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낯선 종류의 다정함.
어째서 이렇게까지 당신을 보살폈을까요.
분명히 지난 몇 주간 당신은 방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내리쬐는 햇살에 단 한 번도, 온전히 노출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뒤엉킨 머릿속은 고사하고
뭉쳐진 근육과 결핍된 영양소가 당신을 병들게 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기억 속의 이노레오는 그런 당신을 곁에서 보살필지언정 병원에 데려간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외출일에 은근히 당신이 기숙사에 남을 것을 바라는 기색이었습니다.
앤 버니스가 끝내려 했던, 그러나 그러지 못했던,
이 신화서 "프나코티카"에 대한 연구를,
그는 어째서 그토록 바라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어째서 당신을 지독하게 이용한 것일까요?
어찌 됐건, 창 밖에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은
흘러간 시간을 간직한 듯 생경하고 또한 반갑습니다.
당신의 눈앞에는 펼쳐진 신화서와, 온기가 남은 콘 수프가 남아있습니다.
그 옆에는 숟가락을 받친 냅킨이 올려져 있습니다.
이노레오가 두고 간 걸까요.
식기 전에 먹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도 몇 주간의 연구가 영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꽤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었거든요.
누가 이 책을 나무에 내다버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앤은 제법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옆에 필기해두었습니다.
이를테면 선행연구를 완벽하게 수행한 셈이죠.
덕분에 당신은 상대적으로 쉽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난해한 데다가 중구난방으로 쓰여
책의 대부분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의 다른 내용을 살피려면 지금보다 배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고,
그 동안 학교는 또 다른 학생들을 잡어먹고 모르는 척 하겠지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
그래도 “추방의 인장” 이라는 주문은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찾아낸 기록이 사실이라면요.
"추방의 인장"이 자세히 기록된 페이지를 한 장 넘기면, 종이 한 장이 그곳에 끼워져 있습니다.
『■■■의 기록』.
한번 읽어볼까요?
나는 이 책을 정독하는 동안 역관절이 돋아난 긴 뒷다리로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다.
사슴과 가장 흡사하게 생겼지만, 사슴이라면 그것처럼 사람 손의 형상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열 개의 손가락, 열 개의 손톱. 어느 모로 보나 그것은 사람의 손이다.
손목에 휘감아진 여러 갈래의 실은 얇은 가닥으로 바람결에 쉽사리 흩날렸다.
가장 먼저 눈으로 마주하는 그것의 얼굴은, 언뜻 사슴으로 짐작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자세히 목도할 기회가 생긴다면 달리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사슴과는 별개의 수준으로 커다란 눈.
턱 아래까지 내려간 주름살과 기다랗고 축 늘어진 수염.
입 밖으로 비집고 튀어나온 송곳니는 흡사 멧돼지처럼 흉폭하고,
머리 위로 돋아난 뿔은 여러 갈래로 휘어져 나와 서로가 맞닿아 있기도 했으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구불구불한 양상을 띄기도 했다.
게다가 그것은 두 발로 걸어다녔다.
마치 사람처럼.
그것의 어깻죽지에는 혼잡하게 엮인 털과 그것에 덮개처럼 덮여진 날개가 있었다.
날개에는 무시무시하게 뻗어난 뿔들이 돋아나 있었고,
그 위에는 썩어가는 늪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든 것들이 얽혀 있었다.
이를테면 잠겨 죽어가는 새의 뼈나 진흙 속에서 엉킨 덩쿨,
부패해가는 나뭇잎들 말이다.
그것은 미끄러지듯이 허공을 달렸지만, 날개를 펼친 적은 없다.
나는 이것의 형상을 아주 오랫동안 스태그필드에서 마주해 왔다.
이것의 독특하면서도 오해를 사기 쉬운 모양의 뿔 때문에 이 근방에 '숫사슴의 땅'이라고 불려왔을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이것이나 그와 흡사한 것을 보았다는 기록은 적어도 영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은 스태그필드, 바로 이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무언가의 압박으로 인해 자유를 얻을 순간을 고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
"잠겨 죽어가는 새의 뼈나 진흙 속에서 엉킨 덩쿨, 부패해가는 나뭇잎들"....
알레아 에스트,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구절이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는 당신은 기억 속에서 단서를 발견합니다.
당신은 이것들을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이노레오의 은색 바이올린 케이스에서,
두 눈으로 목도한 진실은 당신의 머릿속에 똑똑히 사진처럼 박제되어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곳에서 마주한, 있을 수 없는 것들.
'알려줄 수 없다' 라며, 침대 밑으로 숨겨버린 그 속의 내용물.
......
앞으로 이 연구를 끝내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걸까요.
아니, 끝을 볼 수는 있을까요?
문득 캘린더에 그려진 빨간 동그라미에 눈길이 갑니다.
아, 그리고 당신은 깨닫습니다.
한 학기가 끝나고,
내일부터 겨울 방학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를 따라 방을 나서려던 중,
이노레오의 책상 위에 종이가 얹혀 있습니다.
아무래도 건네주려다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확인해 볼까요?
사감용 학칙 10번 을 확인하고 알레아는 동아리실로 걸음을 옮깁니다.
[3악장. 그 아이, 내가 잊어버린.]
기숙사를 벗어나 본관을 거쳐 동아리실까지 도착해 있던 이노레오는
당신을 기다린 듯 문 앞에서 개구진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그가 멈춘 곳은 음악 연습실입니다.
곧이어 천천히 주머니 속에서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풉니다.
어느 때와 다름없는 연습실.
특유의 나무 냄새를 간직한 채 불을 켜지 않아 조금 어슴푸레합니다.
열린 창 너머로 들어오는 바람 결에 커튼이 각자의 춤을 춥니다.
누군가 쓰다가 그대로 놔두고 간 듯한 악기들, 악보들.
칠판에 그려진 음표는 제멋대로 지워지고 그려진 흔적이 여실히 남아있습니다.
이노레오는 알 수 없는 곡조를 흥얼거리며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이노레오는 보면판에 올려진 악보를 얄궂게 바닥에 던져버리고,
천천히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전공으로 삼을 수준인 당신보다야 덜 미치지만,
실수 없이 여유롭게 연주하는 모습은 꽤나 의외입니다.
언젠가 피아노 레슨을 받았던가 싶습니다.
고개 돌려 당신을 향한 질문이란 그런 것입니다.
기억하냐니?
무엇을?
알레아 에스트,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곡은 경연회에서 당신이 연주한 곡입니다.
그가 연주하면 할수록 당신의 눈앞은 잘 짜여진 단조의 향연으로 가득찹니다.
아, 이 부분은 힘을 빼고.
이 부분부터는 강하게, 밀고 나가듯이.
완벽을 위해 연습을 거듭하며 멈추지 않았을 이 곡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vuelvo al sur (남쪽으로 돌아오다), 피아노 파트입니다.
어렴풋이 바이올린 소리가 겹쳐 흐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야 협주곡으로도 연주할 수 있으니까요.
이노레오는 연주를 멈추지 않습니다.
이 순간에 깊이 몰두한 듯한 표정은 전과 다르게 웃음 한 점 없습니다.
어쩐지 수심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뒤에 자리하고 있던 커튼이 강한 바람에 휩싸여 크게 휘날립니다.
당신의 가느다란 머리카락도 함께 흩날리고 있습니다.
창 너머에서 내려온 햇살에 이노레오의 그림자가 더없이 길어집니다.
당신의 발끝까지 기다랗게 내려온 그 그림자는
일순간 형체가 희미해집니다.
크툴루 신화 판정을 진행합니다.
기준치: | 0/0/0 |
굴림: | 47 |
판정결과: | 실패 |
도대체 어떤 괴물이 당신을 노리고 있는 걸까요?
괴상한 기책이 느껴지지만 도처에는 어떤 실마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폭풍이 곧 불어닥칠 것만 같습니다.
종소리가 울리자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날씨가 사나워집니다.
이노레오는 연주를 관두고 하늘을 올려보더니 어수선한 표정을 짓고는 건반 뚜껑을 닫아버립니다.
이내 연습실을 벗어납니다.
그를 따라 연주실을 벗어나던 당신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낡은 종이를 발견합니다.
아무래도 아까 바닥으로 흩어진 악보 사이에 끼어 있던 모양입니다.
먼저 계단을 내려 간 이노레오와는 제법 거리가 있습니다.
가만히 사감용 학칙을 읽고 있노라면, 밑에서 그가 소리쳐서 알레아를 부릅니다.
그렇게 이노레오를 따라 교실로 내려오면, 곧 강당에서 종업식이 시작됩니다.
기준치: | 10/5/2 |
굴림: | 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9/34/13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의심스러운 얼굴로 이노레오를 바라보고 강당으로 들어갑니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드디어 끝이 나고,
학생들은 질서정연하게 줄 맞춰 강당을 벗어납니다.
드디어 한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맞이하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을 신화서 연구에 쏟아부은 알레아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요.
줄지어 출구를 향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당신은 이노레오와 눈이 마주칩니다.
이제와서 그의 정체가 수상하기 짝이 없지만,
그는 당신을 보며 입을 뻐끔거립니다.
학교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그 말이 거짓말은 아닌 듯합니다.
게다가, 오늘이 지나면 도서관은 두 달간 문을 닫을 겁니다.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알레아는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전과는 다르게 수업이 없어 복도 곳곳마다 한산한 공기가 맴돕니다.
이노레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적어도 그의 말이 사실인지 검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학교의 누군가가 비밀을 감추어 두었다면, 그 장소는 도서관 혹은 교무실일 겁니다.
고작 3년 머물렀다가 대학으로 떠나는 학생들이 음모를 주도할 수 있을 리 만무할 테니까.
반대로 이노레오가 알레아를 어루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노레오가 3학년… 몇 반이었죠?
그의 곁에 친구는 있었나요?
평소에 관련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은 탓인지,
룸메이트가 된 지 3개월이 모두 흘러가는데도 기본적인 정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교실이나 동아리실 정도를 돌아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자, 도서관을 알아보기 전에, 당신은 학칙을 지키고 있나요?
지금 시간은 목요일 오후 1시로 통금 시간이나 자습 시간 또한 아닙니다…….
넥타이핀은 어떻게 했습니까?
좋아요, 그럼 출발해봅시다.
스태그필드 스쿨의 학생이라면 목요일 오후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여유 따위는 없는 것이 정상이겠지요.
골치 아픈 문학 에세이를 써야 하는 불운한 학생들을 제외하면요.
내일부터 방학을 맞이하는 탓인지 도서관은 한산하기 짝이 없습니다.
들창으로 내리쪼이는 햇빛에 케케묵은 먼지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사서 선생님은 고개를 규칙적으로 꾸벅입니다.
데스크 앞에는 표지가 헤진 대출 명부가 있습니다.
옆에 있는 흑판에는 도서 대출 연체자 목록이나 공지 사항 따위가 붙여져 있습니다.
지난 이 백 년 동안 과분할 정도로 잘 갖추어진 장서들은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 있습니다.
자그마한 벌레들이 책장 아래를 기어다닙니다.
사서 선생님은 졸기에 바빠 당신이 이름을 불러도 쉽게 깨어나지 못 합니다.
대출 명부를 살펴 보면,
적어도 지난 육 개월 동안은 이노레오가 <신곡>을 대출한 기록은 없습니다.
대신 낯선 이름 몇 개가 보입니다.
템플턴, 그린, 리우, 핀저…… 이런 이름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에 있었던가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전혀 …
불현, 낯설면서 익숙한 얼굴들이 뇌리에 나타납니다.
웃을 때마다 살짝 보이던 덧니,
시험 기간에 나눠주던 초콜릿,
옆구리를 찔러대며 건네던 쪽지…….
추억들의 파편을 그러모으다 보면 아주 서글프고 끔찍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들은, 모두, 모두, 지나치게 가난한 집안의…
장학금을 받았고…
무엇보다, 알레아, 다들 당신과 제법 친했던 이들 아닌가요?
어떻게 이들을 모두 잊어버릴 수가 있지?
이성 판정 0/1D3.
기준치: | 69/34/13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머리가 띵하다)
rolling 1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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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이성 -2
대출 명부는 이것이 전부입니다.
흑판의 연체자 목록을 살피면,
며칠 단위로 연체한 학생들도 있지만 심하게는 연 단위로 책을 반납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처음 보는, 모두 낯선 이름들입니다.
이 좁은 학교에 3년이나 살면 같은 학년이 아니더라도 모두 얼굴과 이름 정도는 익숙해질 법한데 말입니다.
그토록이나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은 학생들은 같은 책을 빌렸습니다.
<맥베스>.
책장에서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을 찾아볼까요?
앨범을 살피던 중, 무려 10년 전의 앨범에서 이노레오의 얼굴이 보입니다.
비슷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기에는… 쌍둥이가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닮을 수가 없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20/10/4 |
굴림: | 55 |
판정결과: | 실패 |
앨범을 살피던 중, 유독 이노레오와 닮은 사람들을 자주 발견했습니다.
화질이 흐려 이목구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태도라고 해야할까,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분까지 흡사합니다.
대를 이어서 이 학교에 다닌 걸까요?
그래서 학교에 대해서 남들보다 더 자세히 아는 걸까요?
학교의 역사가 기록된 저서입니다.
알레아 에스트,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20/10/4 |
굴림: | 23 |
판정결과: | 실패 |
학교에 옥스퍼드를 작년에 몇 명이나 보냈고,
누가 기부금을 내서 입학했으며,
또 스쿼시 경기의 우승자는 누구인지…
쓸 데 없는 정보만 잔뜩 알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옛 신문들을 읽다가 흥미로운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학교가 착공된 해의 4월 19일, '인부가 모두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네요.
도서관에서 찾아볼 내용들은 전부 확인한 것 같습니다.
12학년과 13학년을 모두 합해봤자 채 삼 백 명을 넘지 않는 곳입니다.
'명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학교들이란 으레 그러하잖아요.
전국에서 똑똑하기까지 한, 혹은 그저 똑똑할 뿐인 아이들을 조금씩 긁어모아서,
그 아이들에게 지식과 함께 저는 남다르다는 생각을 주입시키고,
자만심과 이기심을 비료로 주며 키우는 온실.
이튼은 총리와 왕자들의 이름을 내세우고,
해로우 스쿨은 윈스턴 처칠을 이야기하죠.
백과사전에 업적이 수록되고,
자신과 연인의 이름을 학명으로 남기는 백인들을 동문으로 자랑하는 습성은 스태그필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옥스포드, 케임브릿지, 러셀 그룹, 아이비리그 외의 대학교에는 아예 학생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자랑이며,
않겠다는 것이 스태그필드의 다짐이었습니다.
그렇게 동문들의 이름을 내세워 으스대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들이 동문의 자격을 갖출지 면밀히 기록해야 합니다.
어떤 학생이 어느 교실을 썼고, 무엇을 공부했으며, 성적을 몇 점이나 받아냈는지……
그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당신은 어느 교실을 살펴봅니까?
당신이 속한 3학년 교실은 1반부터 3반까지입니다.
현재 당신이 속한 반은 어디인가요?
1반입니다.
가지런한 책상들이 줄 지어 칠판을 마주보고 있고,
책상마다 이름표가 부착되어 있어, 누구의 자리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당신은 이름표를 하나하나 확인합니다.
드문드문 당신이 알고 있는, 혹은 친분이 있는 학생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노레오의 이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반이 아닌 걸까요?
2반으로 갑니다.
1반과 같은 양상입니다. 모두 한 학기를 마친 상태라 필기구나 체육복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말끔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노레오의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남은 것은 3반 뿐입니다.
3반입니다.
이름표를 확인해보면, 이쪽에도 역시......
이노레오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적은 교실 중 어느 곳도 이노레오가 남긴 흔적을 간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노레오는 어떤 수업을 들었었죠?
하나하나 곱씹다보면,
이노레오와 당신의 수업은 2년 동안 단 하나도 겹치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 봐야 하는 시험과 과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이 학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신입생 시절 그의 주위를 떠나지 않았던 음흉한 '소문들'.
그의 영향으로 학교생활이 녹록치 않았다 하더라도,
참작될 수 없을 수준입니다.
이 교실 안에서 그의 존재감 자체가 희미합니다.
이노레오는...
이노레오는 이 학교에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 같습니다.
이성 판정 0/1.
기준치: | 67/33/13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감소 없음
교실 조사를 마칩니다.
회화·조각·성악·합창·문예창작·사격·승마……
스태그필드는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교양 교육을 동아리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소 동아리의 방문을 열면 조각상이 있고,
앞전에 연주를 들었던 음악 연습실의 문을 열면 여전히 악보가 흩어진 채입니다.
아, 이노레오가 피아노 연주를 했었죠.
당신의 곡을 가지고......
알레아 에스트, 관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동아리실을 둘러보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합니다.
동아리실 지하로 내려가는 길, 먼지가 훅 내려앉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둠 속에서 사악하고 모독적인 광경이 이를 드러냅니다.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요.
이전에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가 코를 들쑤십니다.
늪의 냄새.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이란 생명은 잡아 삼키고 썩히고 부패시키는 것…….
냄새에도 소리가 있다면, 이것은 열백裂帛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진흙은 축축합니다.
이 방의 주인이 이곳을 벗어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듯 합니다.
발자국을 살피면, 지상과 가까운 부분은 '인간의 신발'과 흡사하지만,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짐승의 발굽 모양을 닮도록 변합니다.
지하로 완전히 내려가는 부분은 어둠에 완전히 잠겨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 해서 진행하는 일이 현명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대로 모든 증거를 무시하고 도망치는 일도 현명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알레아?
본능의 경고를 무시하고 내려가면…
캄캄한 곳입니다.
한 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는 듯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전, 탐사자의 눈을 뒤덮었던 바로 그 늙고 어린 어둠입니다.
사방에 뻗쳐 있는 적의에 피부가 베인 듯 아려옵니다.
겨냥하는 이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뻗어나가기만 하는 그 악의는,
언젠가 본 사슴뿔과 꼭 닮았습니다……
......
조금 뒤에야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송장 옆에 몸을 뉘인 듯 공기는 서늘합니다.
이 학교의 지하에는 늪이 웅크리고 있었던 겁니다.
몇 백 년,
몇 천 년,
혹은… 감히 영겁이라고 빗댈 만한 세월이 흐를 동안, 내내.
이성 판정 0/1D3.
기준치: | 67/33/13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성 감소 없음
어둠 속을 조금이나마 둘러볼 수 있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행운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손으로 주변을 더듬어 나가던 중,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잡힙니다.
그 순간, 뜨거운 것에 가열되는 듯 기포가 들끓는 소리가 들립니다.
썩 좋은 예감은 들지 않습니다.
우선 손에 쥔 것을 챙겨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있으면 있을수록 기분 나쁜 장소입니다.
그 어떤 수사도 이곳을 정확히 묘사하지는 못 할 겁니다.
꺼림칙하고, 울적하고, 사위스러운 곳.
움직일 때마다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물건들이 자꾸만 부딪히는데,
쨍그랑,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으스스하고 소름이 끼칩니다.
그 소리 자체가 소름이 끼치다기보다는,
마치 주술 의식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듭니다.
주술 의식...
그 단어가 마음에 걸립니다.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설명하기에 그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없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곳의 주인이 어떠한 주술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주술이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지는……
'그 책'을 찾는다면, 그 책에 나와있지 않을까요.
어두워서 실내가 잘 보이지 않는 데다가, 불길한 소리까지 들립니다.
진흙 발자국을 남겨둔 이곳의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더 위험해지기 전에 돌아가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음습한 지하에서 나오니, 다시금 햇살이 창문 근처에서 너울집니다.
당신이 지금 손에 쥔 황금을 실로 자아내어 빚은 듯한 그 햇살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또 연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지하에 또아리를 튼 그 어둠이 기어나오면,
그리하여 그 어둠이 하루치라도 세상의 지혜와 지식을 습득한다면,
그래서 그것이 교활해진다면……
태양은 시들고 세상에는 영원한 밤이 찾아올 것입니다.
황금.
그래요,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입니다.
햇살이 닿은 순간, 찬란히 빛이 났습니다.
순금입니다.
당신은 "추방의 인장" 주문을 기억해냅니다.
이 주문으로는 신화의 생물 하나를 일시적으로나 영구적으로 추방하는,
앙크. 이집트 십자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재료로 사용할 앙크는 합금하지 않은 금속...
그러니까 구리, 철, 은, 금, 납... 이런 종류가 있었던가요.
주문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주술자가 정신력을 통해 대상과 대항해야 합니다.
따라서 당신의 손에 들린 그것은
앙크를 제작하는 데 아주 중요한 재료가 되는 셈입니다.
동시에 태양을 지키고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비책입니다.
스태그필드의 학생이 세상 한 번쯤 구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지하실에서 괴물은 대체 어떤 주술을 꾸미고 있었던 걸까요?
알레아 에스트, 지식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프나코티카의 내용을 기억해냅니다.
지하실 안에서 만졌던 물건들의 배치나, 발 밑으로 느껴지던 진흙의 감촉을 생각하면…
누군가를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주문을 아주 악질적으로 변형시킨 모양새입니다.
술자는 대상의 심장을 뽑아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 수 있으며, 대상의 생사여탈권을 가집니다.
또, 정신력과 이성을 지불하면 권속의 행동을 제어하거나 그 생각을 읽는 일이 가능합니다.
술자는 3개월 동안 매일 밤 주문을 외우며 대상에게 자신의 피로 만들어진 마법약을 먹여야 합니다.
특수한 마법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번에 하나씩 만들 수 있으며, 하나를 제작하는 데 7일이 걸립니다.
괴물은 2년 내내 이 일을 준비해왔던 겁니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대상이 술자와 닮아간다는 점입니다.
이 괴물은 인간을 자신의 동족,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것으로 만드려고 하고 있습니다.
탐사를 마칩니까?
학교 탐사를 모두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종이비행기가 날아와 당신의 발밑으로 떨어집니다.
종이 비행기를 펼쳐볼까요?
사감용 학칙 8항을 획득합니다.
돌아보면 먼 곳에서 이노레오가 히죽거리고 있습니다.
위치한 곳은 이전의 음악 연습실입니다.
지금까지 모아 온 단서를 정리하면,
한 가지 결론에 닿게 됩니다.
당신의 역겨운 룸메이트는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을 노예로 만드려고 하고 있는, 끔찍한 괴물이죠.
지금까지 괴물의 옆에서 기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당신은, 이성 판정 1D3/1D6.
기준치: | 67/33/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때까지 본인이 몰랐던 학칙 10가지의 마지막 내용까지 다 확인하면 수레바퀴 조각이 맞물려 하나의 큰 조각이 되어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녹슨 쇠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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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성 -1
그러고 보니, 내일은 방학식입니다.
방학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오면, 룸메이트가 바뀌게 될 것입니다.
오늘로써 이노레오와 룸메이트가 된 지 3개월이 지나는 시점이니까요.
운동장에서는 짐을 챙기고 학교 밖을 나가는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평소라면 당신 역시,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짐을 챙기고,
예매해둔 기차표를 가지고 역으로 가거나, 데리러 온 부모님의 차를 타고
편안히 집으로 향했을 것입니다......
대체 어쩌다 당신은,
당신을 지나쳐가는 수 많은 학생들과는 별개로,
지금 이 순간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진 것일까요?
바로 저 괴물에게 말입니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를 외면하고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 주문을 완성해볼지,
아니면 그 가증스러운 이유라도 들어나 볼지......
이노레오를 마주하기 위해 동아리실로 계단을 올라갑니다.
계단 위쪽에서부터 음악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이노레오가 그 곡을 연주하고 있는 듯합니다.
왜 하필 당신이어야만 했을까요?
단지 오랫동안 함께해온 소꿉친구라서?
그 기억이 사실인 것은 맞나요?
일이 더는 돌이킬 수 없어진 이후에 원인을 되짚어 보았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글쎄,
이유조차 없다면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무너질 것만 같아서.
지금까지 알던 세계로부터 쫓겨나서 광기와 괴물의 세계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것,
당신이 당신의 미래를 꿈꿔 온 만큼 여태 참아낸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여기고 괴물의 수하가 되어야 한다는 것,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것도 하필이면 이노레오의 장난질 때문이라면.
당신은 열 두 살이 되던 해,
경연회에서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Vuelvo Al Sur를 연주했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갈수록 음악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박수 갈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불빛들.
모든 것은 당신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합주한 바이올린 연주자와 함께.
그 곳곳의 소리가 지금, 들려오는 것도 같습니다.
당신은 우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모두가 당신의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수 많은 관객들 속에서 박수를 멈추지 않았던 '그 아이' 역시.
언젠가 경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한 아름의 꽃다발을 당신에게 선물하며......
그렇게 환하게 미소짓던 그 아이의 얼굴.
그 곡을 완벽하게 연습한다고 당부했던,
함께 연주하자며 약속했던...
그 때의 일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정말 이 기억이 다 거짓말일까,
잠시나마 혼란이 찾아듭니다.
소리의 근원지에 도달했습니다.
문을 열면 피아노 앞에 앉은 이노레오를 마주합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노레오는 척박하게 굳은 얼굴입니다.
낮게 가라앉은 눈썹은 어쩌면 서글퍼보이기까지 합니다.
이제와서 연기를 해보려는 걸까요?
이미 늦었지만요.
당신의 발 밑에서 검은 촉수가 올라오더니 당신의 목을 조릅니다.
그러니 영원토록 옆에 있어, 굴종하며."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목을 죄이는 힘은 그저 강해지기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죽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당신과 그의 개같은 관계에 가지는 유일한 신뢰입니다.
저 새끼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그 무엇이 당신을 죽이게 내버려두지도 않겠죠.
안식 따위를 허용해줄 아량이 어디 있겠어요?
그의 손가락이 뺨을 어루만질 때마다 소름이 쭈뼛 돋습니다.
그는 사악한 주문을 읊으면서 알레아의 입 안으로 무엇인가를 흘려 넣습니다.
진흙과 아주 흡사한 것입니다.
늪의 냄새.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
네, 그것이요.
그는 슬픔에 가득 찬 얼굴로 중얼거립니다......
그러더니 당신의 갈비뼈에 손을 얹습니다.
다시는 더러운 인간의 피가 네 혈관을 더럽히지 못하도록.
그동안 하찮고 하등한 것으로 사느라 고생이 많았어.
앞으로… 60일. 인간일 수 있는 마지막 나날들을, 의미있게 보내봐.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말이 끝나고, 이노레오는 열린 창 밖으로 뛰어내립니다.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여전히, 당신만을 갈구하는 듯한,
그 간절한 눈빛.
이대로 무릎을 꿇을 수는 없습니다.
눈에 힘을 주고, 입 안을 꽉 깨물고 힘을 주어 보세요.
감히 도량을 베풀어주니 고맙기 짝이 없네요.
저 자만에 가득 찬 유예가 제 목을 칠 것도 모르고……
[4악장, 나는 오랫동안 너를 생각해왔어.]
당신은 학교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익숙한 물건들, 익숙한 냄새.
앞전에 겪어온 일들을 잊어버릴 만큼 편안합니다.
이대로 평소처럼 여유롭게 방학을 보내고 싶지만......
남은 시간은 두 달. 당신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대한 기로 앞에서,
겪어온 모든 것을 외면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알레아는 "프나코티카" 와 순금을 챙겨왔나요?
당신의 앞에는 그 괴괴한 신화생물을 영구적으로 추방할 수 있는,
"추방의 인장",
그 주문을 완성시킬 앙크의 재료가 놓여있습니다.
지금부터 앙크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제작 공정은 "프나코티카"를 참고하면 됩니다.
십자가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세세하고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만큼,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당신이 속한 곳은 당신의 자택입니다.
이 책을 연구했던 것처럼 끼니를 거를 정도로 밤낮없이 열중하거나,
당신이 잠든 사이 펼쳐진 신화서를 누군가가 읽게 된다면......
앙크를 완성시키는 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은밀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완성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끝도 없이 긴 주문을 외우며 앙크를 만들어냅니다.
실제 상황에서 그것과 맞서 싸우게 된다면,
입에 담은 그 주문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외울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긴긴 60일이 순조롭게 지나갑니다.
건실한 나날들이었습니다.
......
당신은 앙크를 성공적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들키지 않았습니다.
이제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길 차례입니다.
단정한 교복 차림을 하고,
짐을 챙기려 가방을 열어보면,
이상하게도...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낯선 공책이 눈에 띕니다.
공책을 꺼내봅니까?
당신은 공책을 꺼내봅니다......
평범한 검은색 스프링 노트입니다.
언제 이런 걸 챙겨왔었나 싶습니다.
알레아 에스트, 관찰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공책 뒷면 하단에 적힌 이름을 발견합니다.
"이노레오".
이 자의 공책이 어째서?
일부러 제 짐에 넣어둔 것인지,
기숙사에서 짐을 챙기다 실수로 흘러 들어간 것인지......
안을 펼쳐서 내용을 확인할까요?
필기 노트입니다. "맥베스"나 "리어왕", "신곡" 등의 구절이 적혀져 있습니다.
곱게 적히지 않은 글씨체를 보아하니 이노레오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몇 장을 더 펼쳐보면 역시나 그답게 찢어지거나 낙서가 된 곳도 보입니다.
그리고 ... 어딘가 모르게, 탄 내가 납니다. 이 종이에서...
공책을 빠르게 넘겨봅니다.
휘갈겨 쓴 글씨가 한장한장 넘어갑니다.
89년 9월 2일, 89년 10월 17일.
90년 3월 8일.
90년 9월 9일...
일기입니다.
당신은 공책에 적힌 그의 일기를 발견합니다.
이제와 이것을 확인한들,
당신의 룸메이트가 끔찍한 괴물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흉부를 꿰뚫고 살아있는 심장을 꺼내어,
그것을 집어삼키고, 자신의 두개골을 영광의 면류관처럼 당신에게 씌운 채,
사랑을 속삭이는......
그런 끔찍한 짓을 하고도 남을 존재입니다.
일기를 확인할까요?
아니면 손에 쥔 그것을 버리고 학교로 나아갈까요?
일기를 확인합니다.
89년 9월 2일.
오늘은 새학기 입학식이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인간들이 나아가 사회 지도층이 되는 거라고?
날 보며 수근거리는 녀석들이 많았다.
멀리 있어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뭐, 손가락?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인데. 알 거면 제대로 알지.
멍청한 것들.
그대로 그 인간들 중에서 알레아를 봤다.
여전히 참 예뻤다.
같은 반이 되면 좋을텐데
......
89년 10월 17일.
오늘도 거지같은 하루를 보냈다.
아직도 이 학교가 낯설다.
여길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뿐인 걸까
꽉 채워진 단추가 답답하다. 목에 매인 넥타이는 가끔씩 날 조여오는 것 같다.
그 놈의 넥타이핀. 이런 건 굳이 할 필요 없잖아
이런 자잘한 것들까지 통제하는 이유가 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한 달동안 오며가며 알레아를 보았다.
주위에 친구도 여럿이 있고, 학교에 완벽히 녹아든 것 같았다
인사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했다
.......
90년 3월 8일.
나는 그것을 보았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나타났다
왜 이렇게 난데없이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
90년 3월 22일.
벌점이 5점이나 쌓였다
그거야 당연하지 넥타이핀을 빼고 있으니까
이제 전부알겠다
그건 난데없이 나타난게 아니다
그냥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거다
아프다는 핑계로 계속 방안에 있었다
알레아가 보고싶어.
......
90년 9월 9일.
한 학기가 시작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학생들은 템플턴을 기억하지 못한다.
리우와 핀저도....
오히려 나를 미친사람 보듯 한다.
왜?
단체로 정신이 나간게 분명하다
교장실에 가서 이야기할 거다. 전부 다 말할 거다
.......
91년 4월 26일.
오늘은 자정을 넘겨서 학교밖으로 나갔다.
운동장을 넘어서 절벽으로 간 다음 공책을 태웠다.
주문을 외우고 그것을 불러내 대화를 했다.
그 책에서 본 대로 따라했더니 정말 만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
일기는 불규칙적인 주기로 쓰여져 있습니다.
다음 장을 넘겨 마지막 일기를 확인합니다.
년 월 일
침대에 누웠다
어제부터 룸메이트가 내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선생님도 내 친구도 지나가는 학생도
하다못해 청소부 아주머니도
교실에 앉아있어도 출석으로 나를 부르지도 않는다.
이제 내가 보이지도 않는건가?
사감 선생들은 나를 봐도 모르는 체 하는 것 같다
그들은 경멸에 찬 낯짝들을 하고서 날 본다
내 선택이 그렇게 어리석었나
그들에게 나는 그런 꼴로 여겨지는 건가
내일은 룸메이트가 바뀌는 날
어서 알레아를 만나고 싶다
그 아이는 나를 똑바로 볼 수 있겠지
그걸로 충분해
페이지를 넘길수록 탄 내가 짙어집니다.
그러던 중... 중앙의 페이지에서 불에 그을린 자국을 발견합니다.
이노레오가 이런 취미를 가지고 있었던가요?
그런 것 치고는, 무척이나 기이한 형태입니다...
알레아 에스트, 지식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4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 기억났습니다.
"프나코티카"에 기록된 주술입니다.
"권속 계약".
근처에 형태 없는 권속이 있으면 자동으로 성공합니다.
이 주문을 걸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제단이 있는 신전이나
사방이 탁 트여 방해될 것이 없는 평지,
새까만 어둠을 뒤덮은 검은 심연의 입구입니다.
접촉할 권속에 따라 정해진 마법진과 주문이 필요합니다.
소환에 성공한 술자는 권속과 결코 깨어지지 않을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갖게 해 달라', '죽음조차 죽여달라' 라는 주문들은 불가능하지만,
합리적인 대가를 원칙으로 한 주문은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육신을 바치고 권속의 호흡이 되어 영원히 살아가는 것.
.......
이노레오는 그것을 이뤄낸 걸까요.
뭘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
아마도 당신은 이노레오에게 유일한 사람이었나봅니다.
친구들의 죽음을 하나씩 목도하면서도,
그 존재 앞에 무릎꿇으며,
자신의 육신을 바쳐 당신을 지켜내고 싶었던 그 사람.
그런 그에게 당신은 질투와 사랑을 불러일으킨,
단 하나뿐인 존재였겠죠…….
자,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앙크를 잃어버리지 않게 단단히 챙기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스스로 이뤄낼 미래를 그려내며.
그리고 굳게 다짐하며.
스태그필드 스쿨로 향합니다.
.......
도착한 학교는 여전히 제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교내는 짐가방을 든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여행에서 가져온 선물을 나눠주는 학생들,
벌써부터 단어장을 보며 공부 중인 학생들,
피곤함을 견디지 못해 엎드려 자는 학생들......
당신은 그들과 그들이 속한 일상을 천천히 지나쳐갑니다.
친구들은 당신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겨줍니다.
방학 때 무얼 하고 지냈나. 무슨 일을 했나.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 불현듯 고개를 창가로 돌리면,
그가 복도 끝에 당신을 보고 서 있습니다.
이노레오는 복도를 벗어납니다.
곧 있으면 수업이 시작되겠네요.
오랜만에 칠판을 마주보는 것 같습니다.
수업은 빠르게 흘러가, 점심시간이 다가옵니다.
알레아는 어떻게 하나요?
알레아는 기숙사 건물에 도착합니다.
엘리베이터에 탄 순간,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이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학생이 당신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도 엘리베이터는 텅 비어 있습니다.
어떤 층을 눌렀건 간에,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4층입니다.
사감용 규칙의 제 7항에는 이곳에서 내리지 말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만나자고 한 곳은 이곳이니 별 수 없겠지요.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엘리베이터 안까지로,
엘리베이터 문을 경계로 바깥은 절대적인 어둠이 내린 채입니다.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은 여전히 열린 채 미동도 없군요.
익숙한 불온…….
당신은 이곳에 온 적이 있습니다.
동아리실 지하와 이곳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수로 금지된 공간에 발을 디뎠다가 사라졌을까요?
당신은 얼마나 많은 친구들을 잊어왔을까요?
도대체 이렇게 해서 괴물의 배를 불리는 일에는 의미가 있기라도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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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곰살궂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빛 없이 캄캄한 곳에서도 당신이 얼핏 괴물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는 까닭은,
이 공간을 메운 어둠보다 그가 더 짙고 끔찍한 어둠이기 때문일 겁니다.
낭떠러지처럼 까마득한…….
엘리베이터는 닫히고 빛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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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날카로운 발톱이 심장께를 두 어 번 두드립니다.
괴물도 제 목표를 완성할 날을 얼마 앞두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알레아?
기회는 세 번입니다.
민첩 판정을 진행합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3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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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50/25/10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괴물이 빠른 속도로 당신을 벽으로 밀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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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85/42/17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지만, 이미 괴물의 손아귀에 휘어잡힌 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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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민첩 판정을 진행합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8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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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50/25/10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알레아가 그의 손에서 벗어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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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50/25/10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알레아가 빠른 속도로 주문을 외웁니다.
어둡고 사악한 것이 끊임없이 당신의 심장을 노립니다.
촉수가 뻗어와 당신의 손목을 잡아채고,
진흙은 당신의 발바닥에 엉킵니다.
바닥에 미끄러지고 나면 촉수가 뻗어와 당신을 잡고 가깝게 끌어당깁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혓바닥을 움직여 비밀스런 말들을 내뱉습니다.
때로 말은 어떤 것보다 빠릅니다.
마침내, 마침내 주문의 마지막 음절을 내뱉고 나면…,
손에 쥐고 있던 십자가로부터 밝은 빛이 나옵니다.
어둠을 살라먹고.
그 바람에 드러난 어둠 속 풍경은 역겹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이노레오의 피로 직접 그린 마법진에는 몰약과 유황,
알 수 없는 형체의 유해가 흐트러져 있습니다.
피로 얼룩진 머리카락의 색깔로 미루어보건대,
그의 시신입니다.
그리고 그 마법진 위에 있는 것은 짐승입니다.
‘사슴과 가장 흡사하게 생겼지만’,
‘날카롭고 흉악한 발톱을 가진 것’,
‘무시무시하게 뻗어난 뿔이 머리에 돋아있고,
그 위에는 썩어가는 늪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든 것이 얽혀 있는’
……괴물.
십자가를 마주한 이노레오는 몸을 웅크립니다.
쉭쉭거리는 소리는 짐짓 위협적입니다.
아랑곳 않고 당신은 마침내 그것을 추방합니다.
공간이 길게 찢어지더니 광막한 우주가 그 뒤로 펼쳐집니다.
블랙홀 주변으로 으스러지는 돌조각들,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불타오르는 별들,
막막할 정도로 느려지는 시간.
짐승이 당신을 노려봅니다.
그 눈빛 속에서 당신은 걷는 법을 잊은 소녀를 마주합니다.
공간이 닫힙니다.
이제 괴물은 먼 곳으로 사라졌습니다.
원초부터 존재했던 곳으로 회귀한 것입니다.
살육과 학살이 일상적이고 낭자한 피로 천을 물들이는 곳…
그곳에서 괴물이 죽어나빠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당신에게로 직감이 찾아듭니다.
이노레오만이 유일한 희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 괴물은, 언제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어떤 대가를 사용해서라도 이 세계로 다시금 돌아올 겁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금 당장은 아닌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육신이 사라지고 난 후의,
멀고도 먼 미래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4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깥으로 나가면…
명랑한 햇살의 온기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당신이 손에 거머쥔 이 결과는 그 온기만큼이나 찬란히 빛나는 것입니다.
정말 잘 된 일이다, 라고,
누군가가 당신의 곁에서 속삭이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목전의 따스한 빛에 눈을 가리고 햇빛을 쬐고 있으면,
그간의 고단한 노고와 쓰라린 사투는
서서히 걷히는 안개처럼 희미해집니다.
하지만 더 이상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곁에 항상 존재했던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당신을 그태껏 지독히 괴롭혔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엔딩 B. Watch Out Your Shadw
알레아 에스트 생환, 이노레오 오르비타 소멸.
보상 : 이성 회복 2D4. 프나코티카에서 습득한 정보를 이용해 기능치도 상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