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만 년 동안 엄선한 증오와 분노가 거품 일며 들끓고, 원한과 회환이 바닥을 기어다니는 곳.
방금 당신을 부른 목소리는 그들이 내뱉는 저주의 언어들 속에서도 단연 도드라질 만치 미움에 사무쳤습니다.
저 치의 영혼을 꿀꺽 삼키면 얼마다 쓰디 쓸까요.
자, 지난 수 백 년 동안 웅크렸던 몸을 일으킬 시간입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영생을 사는 존재에게 한낱의 찰나 같은 수 백 년을 지키던 침묵이 낯선 목소리의 호명/그 음성에 맺힌 한/에 부스러진다. 유희를 좇는 몸은 호기에 기동한다. 감히 저를 호명한 이를 찾아 나섰다.)
감히 당신의 이름을 호명한 목소리, 그의 근원을 찾아 도착한 곳은 남루한 오두막입니다.
소나기가 퍼붓고 이따금 벼락이 솟아올라 어둠을 밝힙니다.
새하얀 뇌전에 눈앞의 광경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사방이 피로 뒤덮인 실내, 그의 대부분을 차지한 마법진이 보입니다.
다만 그 주인의 성별이나 나이 같은 것도 어림할 수 없습니다.
피부가 벗겨져 붉은 근육과 속살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 그 위로 채찍과 칼자국이 얼기설기 남은... 끔찍한 몰골이에요.
잔혹이라는 글자를 그대로 형상화시켜놓은 모습에서 어찌 한 사람의 인격을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요?
그러나 당신은 이 모습에 눈썹 하나 꿈쩍이지 않습니다.
그야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서 즐거움을 찾는 악마가 이런 것에 역겨움을 느낄 리가 없으니까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정신
기준치: |
50/25/10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구역질하며 내빼기 바빴을 광경을 보며, 비릿한 미소라도 지었던가요.
중앙에 떠 있는 반투명한 인영이 그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영혼의 생김새는 죽을 당시와 똑같기 마련이라, 눈앞에 있는 당신의 소환자 또한 구역질 날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모습입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다시금 시퍼런 벼락이 성열하는 하늘을 가르면, 차마 시체라 부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을 마주하는 붉은 눈빛이, 찢어진 미소가 형형하다. 이내 암전이다.) 안녕.
시선을 마주하자 그가 희미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이런, 악마를 보는 것은 처음일 텐데도 당돌하기 짝이 없는 눈맞춤입니다.
피로 얼룩진 입술을 열어, 그가 시들어가는 태양과 닮은 목소리로 첫 마디를 내뱉습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아아, 정말로...... (눈꺼풀 힘겹게 떠올리면 낭자한 혈흔과 결 같이하는 붉음이 느리게 휜다.)
제가 당신을 불렀어요.
(연신 기침 내뱉고는,) 그래, 당신이...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는 악마인가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사방에 흩뿌려진 혈흔 틈에서 네 붉음 만은 선명하다. 그 속에 담긴 것은 더욱 그러했고. 그것에 발을 들이밀었다.) 세간에서는 그렇게 알려졌다고 하지. (피비린내 가득 머금은 숨을 옅게 들이마신다.) 어떻게 생각해?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아니라고 한다면... 그 이상의 소원을 들어주기라도 할 건가요? (꺼져가는 생명, 어조와 다르게 목소리 부스러지나 그 안에 담긴 증오와 원한 그 무엇보다 견고하다.) 기왕 불러내는데에 성공했으니... 얘기나 들어볼까요. 저를 도울 마음이 있는지. (자조하듯 입꼬리 삐뚜름하게 올린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흔들리지 않는 증오를 온전히 두 눈에 담는다.) 악마의 도움을 바라? (그것은 비틀린 웃음을 지어낸다.) 진정 소원을 빌고 싶었다면 머리에 후광이나 비추고 다니는 놈들을 부르지 그랬어. (이어지는 네 말에는 네게 알려줄 이유 찾지 못한 것 마냥, 어깨 한번 으쓱이고. 여유로운 발걸음은 반투명한 인영을 지나쳐 시체 앞에 멈춘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글쎄요. 그들에게 부탁하기에는 더럽고, 저열하고... (추악한 것들이라. 잇새로 짓씹듯 뒷말 뱉고는 시선으로 발걸음 쫓는다. 어르듯 작게 중얼대는 소리.) ...저는 무엇이든 지불할 각오가 되어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시체 앞에 멈춰서면 온갖 역겨운 냄새를 섞어놓은 듯한 악취가 풍깁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살점을 대충 뭉쳐놓은 벌건 핏덩이에 가깝군요.
당신에게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일그러짐이니 별다른 상관은 없겠습니다만...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이제는 그 악취에 취할 정도였다.)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 속에서 뻗어나온 가는 실이 영혼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당장이라도 끊길 것 같은 실을 손에 쥐고는, 몸을 돌려 인영을 제대로 마주한다. 살점을 대충 뭉쳐놓은 벌건 핏덩이가 말을 하고 있으니, 이처럼 괴리할 것도 없지만서도. 내비치는 표정은 긍정에 가깝다. 혐오하는 이들에 붙여진 형용사가 마음에 든 까닭이다.) 네가 먼저 말해봐. 대부분의 인간들이 더럽고, 저열하고, 추악하다 부르는 이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네 열망을.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손 뻗는 것 가만히 지켜보다, 그 속에 실 쥐여지면 미미하게 얼굴 구긴다.) ...말한다면? (창백한 낯에 띄운 미소는 한낱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벗어난 존재의 그것과 퍽 닮아있어서...) 대가 없이 들어주기라도 할 건가요. 그럴 성정이 못 된다는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답니다... 언약 이후 하나씩 알려드리는 편이 훨씬 즐거운 유흥거리가 될 텐데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올라가는 입꼬리가 구겨지는 얼굴과 대조된다. 당장이라도 실을 끊어버릴 듯 손에 힘을 주었다가 이내 놓았다. 실은 이전과 별다름 없다.) 그리 잘 알고 있으면서 너는 굳이 나를 소환 했고. (조소.) 감당할 수 있겠어? (으레 악한 영이 그러하듯 덫을 놓았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눈앞에 펼쳐진 것이 포식자의 덫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제 발로, 스스로의 의지로 고고하게 걸어들어갈 뿐.) 말씀드렸잖아요?
무엇이든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원하신다면 썩어가는 시체든 영혼이든 전부 내어드리죠. (말없이 주변 둘러본다. 피로 그린 마법진, 책더미, 테이블... 세간 하나 없이 남은 것들이라고는 이게 고작. 다시금 다짐하고는 살풋 웃었던가.) 제가 바라는 것을 이뤄주겠다 약속만 한다면, 얼마든지.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무엇이든. (새겨내듯 네 대답을 다시 한번 입에 담고 나면, 침묵이 잇따른다. 당당하게 내어줄 것이라 한 것이 악취나는 시체라니, 우습지 않은가. 하지만 고약한 취향 가진 이에게 깨어진 그릇이 담았던 것은 제법 탐나는 것이었다. 부서진 조각들을 쫓던 시선은 책더미로 향했다.)
집안의 물건을 모두 도둑맞고, 비참하게 죽은 지금에 이르러 과거의 영광을 헤아리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책등에 적힌 단어들은 모두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무슨 연유로 이런 책들을 구했던 걸까요?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 ... (시선 따라붙으면 짙은 한숨 발치로 깔린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것 마냥. 오히려 발걸음을 떼어서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테이블은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벽면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테이블이 지금까지 집안에 남아있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 그 위로 온갖 쓰레기며 낙엽이 엉켜 더럽기 그지없습니다. 자연스레 쌓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네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마치 누군가가 쓰레기와 낙엽을 그곳에 버린 것 같았다. 쓰레기더미를 거칠게 헤집어 바닥으로 내던졌다.)
낙엽과 쓰레기가 섞여 바스락대는 사이로, 무언가 묵직한 것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의 근원을 찾으면 제법 공들여 관리되었던 것 같은 펜던트입니다.
로켓 형식으로 되어 있어 안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것 같네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난장판 속 유일하게 멀쩡한 물건을 보면 주워서 열어본다.)
펜던트를 열자 조야한 솜씨로 그린 초상화가 담긴 것이 보입니다.
이상한 점이라면, 붓질이 나타내는 모습이 당신과 닮았다는 것일까요.
어느 모로 봐도 당신과 꽤 흡사한 인영입니다.
당신의 초상화는 한 번도 지구에 유출된 적이 없는데, 수 백 년 동안 이 행성에 발걸음한 적이 없는데...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순간 초상화와 거울을 혼동한다. 본인의 초상화가 이 땅에 유출된 바에 대해서는 아는 것 없어 결국 얼굴을 구겨내고. 발걸음을 돌려 저를 불러낸 영혼에게 다가선다.) 네 이름이 뭐지? (시체 앞에 되돌아오면 비로소 그것 아래 깔린 마법진이 눈에 띄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발소리, 이어 들리는 물음에 허공에 못박혀 있던 시선 돌려낸다. 손에 들린 펜던트 눈에 담으면 일순 눈썹 늘어뜨리는 양이 섧다.) ...이제야 알 마음이라도 드셨나요?
살로메, 그렇게 불러주시면 된답니다. (당신에게는 이 정도가 적당하겠지요... 조용히 덧붙이고,)
의중 모를 말만 뱉는 이 아래 깔린 마법진에서는 비릿한 혈향이 풍깁니다.
인간의 피로 그려낸, 고대의 저주어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법진.
어마어마한 원한이 느껴집니다. 이를 모조리 긁어다가 암굴에 가져다 두면 어떨까요?
그는 분명 아름답게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비명하고, 신음하며 괴로워할 겁니다.
당신은 그 자의 비통한 통곡을 들으며 배를 불릴 테고...
물론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언약이 전제되겠지만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오컬트
기준치: |
5/2/1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혹 네 혈연 중 내 얼굴을 아는 이가 있을까 하여 물은 건데. 풀네임을 말해. (눈살이 가늘어진다. 펜던트를 본 네 표정에서 미묘하게 바뀐 온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양.)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눈살 가늘어지는 것 보고서도 묻는 것에 입 다문 채다.) 어째서 그런 걸 묻는지 모르는 바도 아니랍니다. 펜던트 속의 초상화를 보신 거겠죠. 그 그림은 제... (간극.) ...남편을 그려달라 부탁한 것이니, 그런 사람은 없답니다. 적어도
당신 의 얼굴을 아는 이는요.
마법진에 적힌 말들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깨닫습니다.
첫째. 이로 언약을 맺을 시 소환자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어야 하며,
둘째. 모든 소원이 완료되면 그 대가로 그의 영혼이나 육신 중 하나를 받아갈 수 있다...
한낱 인간 주제에 용케도 이런 주문을 알았군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남편? (본인의 모습을 꼭 닮은 인간이라니, 못마땅한 듯 인상이 구겨진다. 하지만,) 우연이라면- (사랑했던 이가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가 되어 돌아왔다는 뜻이니,) -흥미롭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참으로 잔혹한 우연임에 틀림없죠. (내 사람, 사랑하는 당신... 당신은 목전의 이보다 상냥했는데. 그러나 이마저도 서로에게 마음 열지 못했던 적을 떠올리게 해서... 느리게 숨 가다듬고 시선 맞춘다.)
그 흥미에 기대어... 어리석은 인간의 마지막 회고, 이에 도움을 보태주시겠어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간극 속에 네 눈에 비친 이가 제가 아님을 실감했다. 아쉬울 것 하나 없어 조소를 지어내지만. 오히려 궁금증이 들었다. 아니, 기대에 가까울까. 사랑했던 이-의 얼굴을 한 자가-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면, 너는 절망할까? 사랑에 찌든 추억과 피비린내 나는 현실이 만들어 낸 괴리감에 질식해버릴까? 한번 일은 흥미는 기어이 몸을 부풀린다. 결핍으로 빚어져 존속이 선사한 무료함으로 치장한 이는, 네 한 마저 제 곁에 두고 싶었다.) 살로메, 언약을 맺도록 하지. (선심 쓰듯 말하지만, 실상 스스로가 놓은 덫에 제가 걸려든 꼴이다. 아둔한 이는 이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당신이 그리 확언하자 살로메는 부드럽게 웃어보입니다.
복수의 연쇄, 그의 첫 단추를 드디어 끼워낸 것에 대한 기쁨이 여실히 드러나는군요.
천둥이 하늘을 날카롭게 찢어내는 요란한 소리에 섞여......
포복하는 뱀처럼 낮은 웃음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지엄한 언약의 계율에 따라... 당신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어야 해요.
그 대가로 원하는 모든 것이든 취할 수 있으니, 곧 검게 썩어 녹아내릴 육신이나 부스러져 산산조각난 영혼... 그런 것들이라도 기껍다면,
얼마든지 그러쥐도록 하세요.
언약을 맺으면, 당신의 그림자에서 어둠이 창살처럼 뾰족히 자라나 그의 영혼을 꿰뚫습니다.
잔뜩 억눌린 비명이 살로메의 잇새로 흐릅니다.
그는 눈물 흘리는 대신 몸을 떨며 괴로워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곧 어둠이 먹어 삼킵니다.
오두막이 캄캄한 칠흑에 잠기고, 눈에 기꺼운 풍경이 사라지자 아쉬움이 남습니다.
꺼진 지붕으로 빗물이 스며 온통 질퍽대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각자 이성 1d30과 마력 1d10을 지불합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웃음 사이로 보이는 혀를 집어삼키고 싶은 충동이 든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셈이었어. (비명소리 하나 내지 않은 것이 영 못마땅한 건지 미간에 주름이 잡히지만. 아무럼 어떤가. 곧 네 모든 것이 제 것이 될 텐데.)
15 10
:이렇게 한 사람과 한 존재가 지불한 이성과 마력은 주문을 쓸 때 비용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지갑이 됩니다.
단, 마력의 경우 추가적으로 고정치 5를 가산하여 총 25의 이성과 17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
지능
기준치: |
90/45/18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광기의 발작 - 실시간
공포증: |
새로운 공포증이 생깁니다. 룰북에 있는 공포증의 예를 참고해 1D100으로 정하거나 수호자가 적절한 것을 고릅니다. 공포의 대상이 자리에 없어도 탐사자는 1D10 라운드 동안 그 모습을 상상하고 공포에 질립니다. |
For 5 rounds. |
살로메를 가두었던 어둠은 사라지고, 오두막에는 다시 어슴푸레한 빛이 찾아듭니다.
그 빛이 고통에 찬 그의 영혼을 다시금 드러나게 합니다.
굳게 닫혔던 눈꺼풀이 뜨이자 그의 눈동자와 닮은 색의 피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고,
살로메는 그를 내버려둔 채 찢어진 혓바닥을 움직여 첫 번째 소원을 빕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저를 되살려내세요. 적어도... 제가 세 가지 소원을 모두 빌고, 당신이 그를 이룰 때까지.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이 상태로? (너덜한 시체를 보며 고갯짓한다.) 보기보다 삶에 미련은 있는 모양이네. (간단한 손가락 스냅과 함께 부활 주문을 사용한다.)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부활 주문의 비용으로 마력 3과 이성치 7 감소합니다.
부활의 금기 따위 당신에겐 어렵지도 않은 일입니다.
손가락을 맞붙여 튕기는 간단한 동작 하나로, 망자는 다시금 이승에 발 붙였습니다.
되살아난 살로메는 고문의 후유증 때문인지 바닥을 기며 괴로워합니다.
쓰러진 지붕의 틈새로 떨어지는 빗물이 그의 몸 위에서 춤을 추듯 경쾌합니다.
전부 빠지고 부러진 손톱으로 바닥을 긁는 살로메의 손등 위로 복잡한 문양이 한 획 그입니다.
아, 무척이나 익숙하고... 반가운 표식임에 틀림 없어요.
악마의 계약자를 의미하는 문양이자, 첫 번째 소원이 완성되었다는 표식입니다.
동시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전부가 당신 손아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고장과 다름 없습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무릎을 꿇고 되살아난 엄약자를 지긋이 내려다본다. 배려보다는 비소에 가까웠다.) 삶을 되찾은 감상은?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 ... (기저 아래서 끓는 듯한 낮은 신음과 겨우 끄덕이는 고갯짓만이 답을 대신한다. 제대로 된 단어조차 뱉지 못할 상태이건만 힘겹게도 고개 들더니, 너와 똑 닮은 비소 지어보이는 거다. 건방지게도!)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미소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 마냥, 몸 상태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은 체 네 머리카락을 거칠게 휘어잡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만든다.) 두번째 소원을 말해.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아윽, ... (직전까지만 해도 죽어있던 몸이 성할 리 없으니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 들린다. 그 일련의 과정에 동반하는 통증에 자연스레 인상 찌푸리고는, 몇 번이고 짓씹어 핏기라곤 보이지 않는 입술 움직인다. 희미한 탄식.
이거면 당신은 만족해?...) 두 번째, 소원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컥, 다 떨어져가는 문짝이 거칠게 열립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소리 없는 질문에 눈썹을 까닥인다. 그에서 어떤 대답을 유추 했을지는 너의 자유지만. 제 고개를 허락없이 열린 문쪽으로 돌리면, 방해자를 응시하는 두 눈빛이 형형하다.) 누구지?
조심성 없이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람은... 우산을 쓴 늙은 남자군요.
그는 들어서자마자 피와 살점이 썩어가는 고린내에 코를 틀어막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에 한 손에 들린 등잔을 높게 치켜들어 앞을 비춘 남자는, 그 불빛이 당신과 살로메에게 닿자마자...
노인?: 이럴 수가, 시체가 되살아났어, 시체가...
되살아난 마녀가 기어코 괴물을 불렀다며 횡설수설하던 남자는 일어나지도 못한 채 기다시피 뒤로 물러납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추한 모습이군요.
손톱을 바닥에 박아 넣으며 신음을 삼킨 살로메가 남자를 응시합니다.
피에 젖은 머리카락의 일부가 느리게 흘러내리는 사이로 안광이 번뜩입니다.
바람에 끊임없이 흩날리는 잿더미이자, 세상을 질식시킬 회한일 뿐.
살로메는 문앞의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어라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끊임없이 반복해 되뇌이는 말은 꼭... 저주를 닮았습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물론, 이 상황에 당신의 언약자가 말할 내용이란 단 한 가지 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작게 열린 입술 사이로 소름끼치는 웃음만이 샌다.) 두 번째 소원이에요.
마을 사람들 모두를 죽이세요. 그 누구보다 비참하게, 고통스럽게!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쥐고있던 머리카락 놓더니 몸을 느릿하게 일으킨다. 몇 걸음에 노인 앞에 서더니, 그의 팔뚝을 부여잡고 위로 들어올린다. 발끝이 땅에서 떨어지면,) 왜 굳이 시체가 있는 집에 찾아 왔을까? (물으며 여유롭게 손아귀에 힘을 준다. 이내 노인의 위팔뼈가 혈관을 하나하나 찢으며 살갗을 뚫고 나온다.)
연신 살려달라 빌던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에 견디지 못했는지 흰자를 보이며 기절합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살로메 또한 의식을 잃었는지, 겨우 치켜들고 있던 고개가 기어코 힘없이 늘어집니다.
죽느니만 못한 육신의 고통이며, 무엇보다 부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하나같이 나약해 빠져서… (겨우 고개만 네쪽으로 돌린다.) 이대로 다시 죽을 셈이야?
손끝이 간간히 경련하듯 꿈틀댈 뿐,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든, 조금이나마 상태가 나아지도록 치료하든 당신의 선택이지만...
악마는 계약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법, 순순히 호의를 베풀 건가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그대로 남자를 집 밖으로 내던지고 네쪽으로 다가가 치료를 시도해 본다.)
응급처치
기준치: |
50/25/10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마법으로 널 깨우려고 한다.) 이렇게 죽으면 아쉽지 않겠어? 살로메. (그리 부르라고 했지.) 2]
살로메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바르작대며 몸을 일으킵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누가, 이대로 죽어줄 것 같나요. ... (연겨푸 마른 기침 뱉는다.) 그 치들 전부 죽어가며 바닥 기는 꼴은 봐야 하지 않겠어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지금 네 꼴을 보면 지나가던 개가 웃겠는데. (그래도 아득바득 대답하는 모습에 입꼬리 위로 당겨 웃더니,) 보고 싶으면 따라와.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비웃을 테면 얼마든지 그러라고 하죠. (어차피 그마저도 죽을 텐데. 읊조리더니 비틀대며 곁으로 와 선다.) 갈까요, 마을로.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저보다 한참 작은 체구 내려본다.) 정신 똑바로 차려, 업혀서 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리고 기절한 남자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며 마을로 내려간다.)
미친 듯이 몰아치는 폭풍우 속, 민가 열 댓 채가 위태로이 비바람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시야를 거의 가리는 폭풍우 속 제 옆의 인영을 잠시 바라보더니, 제일 가까이 있는 민가를 살펴본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굳게 닫힌 문 안에 서자, 거센 바람 탓인지 문이 삐걱대며 저절로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 틈새로 굴러 떨어진 작은
무언가
가 당신의 발치에서 멈춥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뭐지?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살펴본다.)
그러나 한때 녹음으로 가득했을 잎사귀는 까맣게 타올랐고, 찢어진 틈으로 변색된 은화가 드러납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자연
기준치: |
50/25/10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누군가 약점을 알아내서 의도적으로 당신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건방진 누군가에 대해 무어라 분노하기도 전에, 집 안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집 안의 가족들은 저녁 준비에 한창인 모양이네요.
그야 당신의 손에서 기절한 채 겨우 숨만 쉬고 있는 걸요.
아이를 제외한 가족들은 당신을 보지도 않고 살로메의 집에서 얻은 수확을 즐겁게 논합니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유산이 꽤 되는 것 같다거나, 원래 마녀들은 자기 남편을 빨리 죽인다거나.
그래서 그 여자도 결혼한 지 3년도 안 되어서 과부가 된 것 아니냐느니, 둘 사이에 애가 없어 마녀의 혈통이 끊긴 것이 다행이라거나...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마녀라는 단어에 살로메를 흘긋 바라보고는 무작정 기절한 남자의 오른쪽 눈알을 끄집어내서 아이에게 던진다.) 여기. (아이라고 다른 어른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아이는 제 쪽으로 던져진 안구를 보고 새된 비명을 질러댑니다.
그에 한창 이야기하던 이들이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남자의 목을 움켜잡고 이들 앞에 흔들어보인다. '이걸 찾았어?')
시체가 된 남자의 목을 움켜잡은 당신의 뒤로 뇌전이 꽂히고, 비명이 울립니다.
아아아악! 다, 당신은 분명 죽었는데!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그러고 보니 당신의 얼굴은 살로메의 죽은 남편과 똑같았던가요.
아직도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공포에 차서 소리를 내지르니 잘 된 일입니다.
지금까지 들은 대화로 미루어보아... 이들도 살로메의 복수 상대임이 분명합니다.
이 작디작은 마을에 모함의 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그러니 당신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아무도 말리지 않을 겁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애초에 가족애 같은 것 느낄 대상이 없었으니 자비심 따위 느낄 일도 없었고, 오히려 귓가에 울려퍼지는 비명소리가 교향곡 같이 들려왔다. 아이부터 시작해 집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불을 지른다.)
계약으로 내건 그의 소원은 마을 사람들의 몰살이었으니 거리낄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살로메는 문 앞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추잡한 피비린내와 뼛조각 따위를 집어삼키며 타오르는 화마를 보고서야 겨우 몇 발짝 물러나는 것이, 꼭 눈앞의 복수극에 도취라도 된 모양새입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악마가 죄책감 같이 인간적인 감정을 느낄 리가 없었다. 오히려 계약이란 이유로 휘둘리는 기분이 들어 인상을 옅게 쓰고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폐부를 태우는 자욱한 연기 속에서 단내를 맡은 것처럼.) 마음에 들어?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있나요? 아... (침묵.) 아직, 마을 사람들 모두보다 한참 모자라는데도 이렇게나... ... (매캐한 연기에 멈출 틈 보이지 않는 기침 소리 사이로 검붉은 혈흔 묻어나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황홀한 듯 웃었던가. 그 모습은 필시 타들어가는 이들이 부르던 호칭과 지독하게도 닮아 있었을 테다. 당연하게도, 그는 지금까지 당신에게 부탁한다는 말 따위 뱉은 적 없었으므로!)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말릴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네 웃음을 보아하니 애초에 멈출 생각도 없는 듯했다. 그 비틀린 입매를 빤히 바라보더니 그 옆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서 언약을 끝맺고 네 영혼을 집어삼키고 싶었다.)
불타는 집을 내버려 둔 채 그 옆의 민가로 향하는 당신을 가냘픈 목소리가 불러세웁니다.
여자?: 계속, 계약을 진행하실 건가요? 제발 부탁이니 멈춰주세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대답하지 않은 체 새로 나타난 방해자를 무감한 낯으로 바라본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상당히 가라앉은 것 같았다. 제뜻대로 되는 것이 없어서.)
목소리의 주인은 오십이 조금 넘은 듯한 여자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군요.
마젤리나:당신 일족이,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영혼이나 육신을 받아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게 어떤 사악한 마녀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셔야만 해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사악한 마녀? (설마 제 옆에 있는 인간을 뜻하는 건가 싶어 분홍색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마젤리나:(따라 힐끗...) 저 분이랑 계약을 맺으신 건가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대답하기 싫어서 미간만 찌풀....) 저 인간도 마을 사람이야? (살로메한테 묻는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마녀라 의심하는 것에도 별 반응 없이 갸웃...) 글쎄요, 본 기억은 없는데.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저 분이라고 하는 걸 보니 마녀는 널 뜻하는 건 아니겠고... (그제야 마젤리나에게 묻는다.) 그 마녀는 누구지?
마젤리나:그 마녀의 이름은...
이디스 라고 해요. 저는 이디스를 추적하고 있고요. 드, 드디어 얘기를 들어주실 마음이 드셨나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그걸 왜 나한테 물어? (짜증) 내 인내심이 바닥을 치기 전에 아는 걸 말해.
마젤리나:네, 네... 이디스는, 분란이 일어난 마을에 가서 싸움을 부추기고 있어요. 그리고 그에 휘말린 가여운 사람들에게 당신 일족을 소환하는 주문을 알려주어 모든 사람들을 죽여왔어요.
주문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받는 모양인데... 그게 무엇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위대한 일족이 고작 인간에게 놀아나고 있어요! 그럼에도 계속 이 일을 진행하실 건가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상당히 심기가 거슬린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한걸음에 마젤리나 앞으로 다가선다.) 네 눈에는 내가 지금 고작 인간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보지. 우습네, 인간따위가 감히 위대한 일족을 두고 그런 생각을 해?
마젤리나:마, 맞아요. 전... 그저 인간일 뿐이고. 할 줄 아는 것도, 얼마 없지만... 그래도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월계수 잎에 은화를 싸서 나눠드리고 있어요. (덜덜 떨면서도 말 잇는다.) 계약하신 분께 전해주, 시겠어요? 피에 피로 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대화를 하면, 어떻게든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이 보일 거예요.
만약... 영혼이나 육신을 원하신다면, 그 계약을 파기하고 저와 계약해요! 제 세 가지 소원은 계약을 멈출 것, 계약을 멈출 것, 그리고 계약을 멈출 것이에요. 제 육신이며 영혼까지 모두 드리겠어요. 그러니 제발...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너였구나. (시선이 서늘해지더니 피가 범벅된 손으로 마젤리나의 목을 움켜잡는다.) 그렇게 그들을 위하고 싶다면 저승길을 함께 하도록 해. 내가 저급한 생물들의 몰살따위 마다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래, 단지 그뿐이었다. 저급한 생물들에게 휘둘리는 것이 아닌, 오로지 본인의 즐거움을 위하여. 그대로 마젤리나의 목을 비틀어 꺾어버린다.))
무어라 길게도 늘어놓지만, 전부 궤변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을 겨우 영혼과 육신에 쪼들린 무언가로 보기라도 하는 모양이죠?
그리하면 당신을 움직일 수 있는 거라 믿는 어리석은 마녀의 목은 악마의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비틀립니다.
뿌드득,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를 끝으로 축 늘어진 몸을 뒤로 하면...
직전 찾아갔던 집의 문 앞에 놓여있어야 할 남자의 시체가 없습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폭풍에 휩쓸려갔나?)(이런 생각이나하고 살로메를 바라본다.) 빨리 진행하지.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그러죠, 전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 (흉하게 널브러진 시체 일별한다. 악마를 알고서도 그 앞에 나설 만큼 정의롭다면 왜 일찍이 나를 구해주지 않았어? 갈 곳 잃은 원망만이 무색하게 복수심으로 화한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네 표정에서 이제는 변색된 감정의 마지막 잔재를 쫓는다. 달가웠다. 애초에 이해나 용서같은 고상한 감정따위 믿지도 않았거니와, 이렇게 피비린내 나는 일들은 악마라는 제 존재를 입증 했으니까. 마을사람들 전체를 대상으로 슈데 멜의 붉은 징표를 시전한다.)
:주문의 비용으로 마력 3과 이성치
4, 체력 1이 감소합니다.
공중에서 당신의 손가락이 그리는 궤적을 따라 붉은 색의 기호가 빛납니다.
점점 커져 마을 위를 전부 뒤덮을 즈음, 굳게 닫힌 문 안쪽에서 비명이 속속들이 터져나옵니다.
원인을 찾아 집 밖으로 나온 이들, 그렇지 않은 이들 모두가 나부끼다 쓰러집니다.
살아있던 자의 숨이 멎고 시체로 뒤바뀌는 것은 지나치게 쉽고 또 빠릅니다.
마지막 순간 그들의 눈에 새겨진 것은 무기력한 절망 뿐입니다.
그런 기괴한 광경의 중심에서, 온통 빗물에 젖은 채 살로메가 소리 높여 웃습니다.
연거푸 기침을 토해내면서도 뱀의 것처럼 쉭쉭대는 웃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마을 곳곳에 고인 피웅덩이와 같은 색의 눈은 원한으로 번들대고, 벗겨진 피부를 따라 빗물이 맺혀 흐릅니다.
아니면, 뒤늦게나마 그에게 용서를 빌고 있을까요.
그 답을 채 구하기도 전에 낯선 기척이 느껴집니다.
이상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살아 움직일 만한 사람은 없을 텐데...
이디스:
Stealth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허공에 흩어지는 웃음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어떤 여자가 허리를 잔뜩 굽힌 채 시체를 질질 끌며 걷고 있습니다.
그것도 잠시, 당신에게 들킨 것을 알자 곧장 시체를 놓고 도망치네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도망가는 이에게 마찬가지로 붉은 징표를 시전한다.)
여자는 주문을 피해 커다란 바위 뒤로 몸을 숨깁니다.
주문에 해박한 것 같은 모습을 보면 저 자가 마젤리나가 말했던 이디스라는 마녀인가 봅니다.
바위 뒤에서 표독스레 외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디스:계속 죽이려 하면, 당신 세계로 돌려보낼 거예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겨우 몸 숨기는 게 고작이면서? (헛웃음을 치고 바위 쪽으로 다가선다.) 네가 그 사악한 마녀 이디스란 말이지...
이디스:겨우? 그 겨우를 해내지 못해서 방금 사람들이 떼거지로 죽었는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지 마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이쪽 지역 인간들은 신적인 존재 앞에서 객기 부리는 게 특징인가? (바위를 손으로 으스러트리고 이디스를 공격한다.)
바위가 힘없이 부서지며 드러난 이디스는 무언가 주문을 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급하긴 했는지 미처 목소리를 줄이지 못해 그 중 일부가 귀에 들어옵니다.
먼 옛날, 어떤 인간 마법사가 외운 주문 탓에 이 세계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강제로 보금자리로 돌아갔던 적이 있었죠.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이디스의 주문을 듣자 인상을 구기고는 걸음을 멈춘다.) 그 주문... 어떻게 알았지?
이디스:이제야 좀 무서운가본데, 그걸 제가 당신에게 알려줘야 할 이유가 뭐죠? 단어 하나만 더 외우면 주문은 끝나니 죽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내가? (헛웃음 내뱉고) 네가 나한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멈추지 않고 이디스에게 한발자국 더 다가선다.)
이디스:'그 분' 과의 거래를 통해 얻은 주문들이니 당신 일족에게도 통할 텐데, 제가 왜 당신을 두려워해야 하죠? 그 이상 다가오면 주문을 끝낼 거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개의치 않고 슈데 멜의 붉은 징표를 다시 시전한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뒤따라온 듯 느린 걸음.) 그 사람은 누구죠?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사악한 마녀. (흘긋 바라본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아까 당신을 막으려는 사람이 말했던? (눈 가늘게 뜬다.) 감옥에서 들었던 목소리인데.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너와 함께 한 이후로 복잡한 일들만 생기는 것 같네. (구렁텅이에 직접 발 내딛겠다 한 것또한 본인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전부 죽었어. 네 마지막 소원을 말해. 어서 네 영혼을 먹어치우고 저 마녀를 죽일 테니까.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겨우 이 정도 가지고 복잡한 일이라 하다니, 인간이 아닌 이들도 생각하는 건 비슷한 모양이죠? (간극.) 글쎄요, 아직 마지막 소원은 정하지 못해서... ... (영혼 내어주는 게 두려웠던가? 아니, 그저 말 그대로 망설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때, 조용히 도망칠 기회를 엿보던 이디스가 당신의 눈가를 향해 녹색 가루를 뿌립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가루를 정통으로 맞은 시야가
10 분 동안 캄캄하게 닫힙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SAN Roll
기준치: |
52/26/10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나한테서 이해를 바라? 웃기지도 않아. (입에서 욕짓거리를 내뱉는다. 가루를 정통으로 맞은 얼굴의 피부껍질이 벗겨지는 듯 고통이 일었지만, 고통이나 시야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벌레 같은 놈이...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 ...그럼에도 당신은 제 말을 들어야만 해요. (아직 계약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도망가는 인영 쫓을 만큼의 힘이 있을 리 없으니 그저 제 앞의 너 올곧게 올려다 볼 뿐이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손을 뻗어 네 턱을 움켜쥔다.) 이때까지 제법 잘 들은 것같지 않아, 계약자씨? 그러니 어서 마지막 소원을 말해. 두번 말하지 않을 거야.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흔들림 없이 말 잇는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분명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두 번 말하지 않겠어요. 말마따나 말 잘 듣는 당신에게 선사할 즐거움을 고민하고 있으니.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왜, 이제 복수할 대상들이 사라져서 허무하기라도 하나? (붉게 충혈된 눈을 천천히 뜨고 네 시선을 마주한다.) 피를 토해내며 나를 소환한 인간치고, 참 실망스럽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허무? 제가 허무하다고요...? (그럴 리가.) 저를 몰라도 한참은 모르는군요. 이해나 기대 바란 적 따위 없지만서도... 인간은 인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는 거랍니다. 알지 못하면 조용히, 기다리세요. 이래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 성격이라 언약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슬을 깰 생각은 없거든요. (시선 내린다. 도망친 그림자 대신 그 자리에 남아있는
물건
에 가 닿고,)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기어이 비소를 터뜨린다.) 내가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 것 같아? 너같이 원망에 눈이 멀어 재앙을 자초하는 인간들 수없이 봐왔어. 종내에는 결국 스스로의 우둔함에 허우적거리다 망령이 되지. (네 시선을 따라 물건을 내려다본다.)
살로메를 따라 시선을 내리면, 이디스가 도망치고 난 자리에 작은
호리병
이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맨바닥이었으면 깨져 산산조각이 났을 텐데, 비로 땅이 젖은 탓에 멀쩡하게 바닥을 구릅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호리병을 주워서 속을 살펴본다.)
병의 뚜껑을 열면 그 속에서 희끄무레한 유령이 튀어나옵니다.
주위를 살피던 그는 밖으로 나왔다는 기쁨에 미친 듯 웃음을 터뜨립니다.
이디스가 주문을 알려주는 대가는 그 사람의 영혼이었군요.
한참을 소리 높여 웃던 유령은 곧 증발하듯 사라집니다.
여기서 더 볼 일은 없으니, 왔던 길을 되짚으며 다시금 그 지옥도를 관락하러 갈까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더이상 붙잡을 것도 없어 홀로 몰살당한 마을로 발걸음을 돌린다. 진득한 피내음 이라도 맡으면 이 흐린 기분이 나아질까 싶어서.)
이디스를 쫓다 보니 마을과는 제법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마을로 돌아가는 내내 이 세상이 잠길 것만 같은 빗줄기가 내리꽂힙니다.
길은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이 움푹 잠길 정도로 진창이 되었습니다.
시체가 가득한 마을 중앙으로 뻗은
길
은 피와 비가 마구잡이로 섞여 붉디 붉습니다.
그 길을 중심으로 뻗은 갈래길엔 민가 대신
대장간
과
방앗간
,
약초꾼의 집
등이 늘어서 있습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그마저도 비에 흠뻑 젖은 흙내음에 옅어졌다. 괜스레 마침 제 앞에 있던 시체를 구둣발로 찬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레 붉은 길에 눈길이 갔다.)
붉은 길 위로 고인, 마찬가지로 붉은 피 웅덩이에 짓이겨진 꽃잎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집에서 기어나온 시신들은 바닥에 코를 처박은 채 죽어있고, 벌린 입으로 그들이 토해낸 토사물이 다시 들어가고 있습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나마 피가 덜 섞인 웅덩이에 떠다니는 양피지를 발견합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젖은 양피지를 주워서 읽고, 관심을 잃은듯 다시 바닥에 버린다.) 악취가 나, 악취가... (마침 가까운 대장간 안을 슬쩍 둘러본다.)
모루에 머리를 처박고 엉덩이를 쭉 뺀 채 자빠진 대장장이의 시체는, 시체가 살아있는 이들에게 으레 주곤 하는 교훈적인 엄숙함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우스꽝스럽습니다.
줄곧 당신을 뒤따르던 살로메가 실소를 머금은 까닭은 그 탓이겠지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듣기
기준치: |
40/20/8 |
굴림: |
2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툭, 대장간 구석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보따리를 열어 본다.)
누군가의 이름이 쓰인 보따리 안에는 이디스의 경로를 추측해둔 어설픈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낯이 익기까진 아니어도, 어디선가 본 이름입니다.
이디스를 막겠다는 말이 적어도 허언은 아니었나 봅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마젤리나와 이디스. 익숙한 이름들을 다시 보니 아까의 일이 떠오른 건지 눈살을 찡그린다. 검지로 입술을 툭툭 건드리는가 싶더니 지도를 챙겨 대장간에서 벗어나 방앗간으로 향한다.)
네 번째 풍차 날개가 아래로 꺼질 때마다 그에 매달린 사람의 발이 질질 끌려 자국을 남깁니다.
방앗간 안으로 들어서자, 아랫도리를 까뒤집고 죽어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릎에 바지가 걸린 채로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죽어있는 남자 아이는 아직 앳되어 손바닥에 굳은살도 채 배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자를 보는 살로메의 시선은 매섭기 짝이 없습니다.
살로메를 집으로 데려오는 내내, 그가 듣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음탕하고 사악한 마녀라며 욕한 병사거든요.
손에 쥔 검에 사람의 피를 묻힌 적이 없다고는 하나 그 아이가 살인의 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직전의 대장간과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죽어있는 어린 연인의 손 언저리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도 같습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올라간 입꼬리는 즐거움을 자아내는 듯 하나, 진심과는 거리가 멀다. 태평한 걸음으로 다가가 시체들을 내려다보면 자연스레 반짝이는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온다.)
고작 방앗간에서 머무를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반지가 보입니다.
그런데 그 반지를 본 순간, 당신은 어쩐지 손발이 저릿해지고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심장이 부풀어 오르고, 또 갑자기 사그라드는 듯한 기분에 숨을 쉬기가 버겁습니다.
그런 와중 뇌리에 이상한 기억과 그리움, 비통함마저 떠오르는 탓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익숙하지 않은 상념에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당장 살로메의 어깨를 붙잡아 되돌려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살로메의 목소리가 말캉하고 부드러운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은 상념을 깨부숩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이것도 은인가 싶어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선다. 뿌리를 알 수 없는 감정들에 눈살을 한껏 찌푸리고.) 인간들은 고작 저딴 것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신할 수 있나?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감정은 손에 잡히지 않으니 당장 실존하는 물질적인 것에 기대어 맹세하는 거죠. 신뢰란 사람마다 다르니 무어라 확언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한 순간에 깨어질 얄팍한 것들을 우리는... (물러서는 모습 보더니 반대로 다가간다. 앳된 두 사람의 손에 끼워진 것들 빼어다 네게 내미는 거다. 희게 빛나는 것이 백금인지, 은인지.)
사랑이라 부르고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너털웃음을 한 번 터뜨리고 비웃는 표정을 짓는다. 내려다보는 시선이 마냥 고깝다. 내밀어진 반지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렇구나. (그리고 반지를 쥔 주먹을 세게 움켜지고 우그러뜨린다. 손바닥을 피면 이제 그저 납덩어리에 불과한 것이 피웅덩이로 떨어진다.) 이제는?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가득 고인 액체 진동하는 소리. 그 무게가 오롯이 형태 잃은 금속의 것 뿐인지 장담할 수 없다.) 손에 잡히지 않으니 고작- (
정말? 숨 삼킨다.) ...반지 하나에 얽매여있다고 할 수도 없지요. 사랑도 신뢰도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니 그의 주인인 저는 그리 확언할 수 있겠군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고개가 한쪽으로 슬 기울어진다. 동요했을까? 왜 그렇게 얄팍한 것들에 의미를 두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건 태만한 이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네 남편을 사랑해?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 (붉게 가라앉은 눈으로 기만과도 같은 물음을 응시한다. 같은 얼굴로, 같은 이름으로, 같은... ... 침묵이 길다.) ...네, 아직도. 미래영겁 영원히... ... (그 앞에선 제아무리 현명한 이라도 멍청해지고, 청산유수로 말하던 이도 벙어리로 만든다.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한쪽 눈썹이 꿈틀거리고, 너에게 다가가 상체를 기울인다. 한손으로 네 턱을 쥐어잡고 위로 지켜 든다.) 필멸의 존재 따위가 영원을 입에 담다니, 우습기도 하지... (그러니 네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이미 뱉어진 것을 일축하는 것에 가까웠다.) 망령된 네 남편은 이제 지옥을 방랑하고 있을 거야. (부러 천천히 발음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그렇기에 더 무거운 법이랍니다. 저와 같은 인간들이 말하는
영원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씹어뱉듯 흘러나온 말 곱씹는다.
그건 당신 얘기 아닌가요? 이어 작게 키득대기나.) 설마 그이에게 당신 스스로를 비춰보고 있기라도 하나요? 설령 진정 그렇다 해도 잘 된 일이죠, 저도 곧 그 곳으로 떨어질 테니. 당신 닮아 사람들의 비명 울리는 곳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괴롭지 않기만을 바랄 뿐... ...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내가? (확연한 조소.) 아니면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나? 사랑은 멍청하게 만든다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닌가 보네. 영원한 건 죽음밖에 없어. 너 또한 곧 깨닫게 될 거야. (다소 거칠게 너를 놓아주고는 홀로 약초꾼의 집으로 들어선다.)
사람이 생활하며 지내는 집이라 부르기엔 다소 남루한 오두막입니다.
약초꾼이 캔 약초의 대부분을 살로메가 사들였던 탓인지, 그나마 그에게 잘해주었던 사람 중 하나이지만...
이에 대해서 살로메는 회한을 느낄까요? 그도 아니라면 후회를 곱씹고 있을까요.
조금 전의 대화에도 여상한 몸짓으로 뒤따라 집 안에 들어선 살로메는 눈을 가늘게 뜹니다.
문 안쪽으로 펼쳐진 풍경이 당신의 아늑한 암굴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병적이었기 때문이죠.
일자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대여섯 구의 시체는 썩은 내도 피고름도 없이 깨끗하게 닦여, 회색으로 죽어버린 안색과 다시는 열리지 않을 듯 굳게 다물린 입을 제하면 꼭 깊은 잠에 빠진 듯한 모양새입니다.
개중에는 어젯밤 당신이 죽였던 의사의 얼굴도 보입니다.
살로메라면 이 중 약초꾼의 얼굴도 알아보겠죠.
정돈된 시체의 주변은 그와 반대로 엉망입니다.
서둘러 떠난 것처럼 이부자리며 식기들이 마구잡이로 어질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휑한 선반 위, 미심쩍은 모양으로 남은 먼지가 눈에 띕니다.
무언가 놓여있던 탓에 먼지가 덮이지 않은 것 같은데, 그 물건이 어떤 종류였는지는 알아보기 힘들군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마지막 시체를 눈에 담고 나서야 네 쪽으로 고개를 든다.) 이제 만족해?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 ... (한참 말없다 숨 깊게 들이쉬고서야 입 연다. 환호에 가득 차지도 않은, 그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소며 기쁜 기색 한 점 없는 얼굴로.) ...네.
당신의 시선을 따라 마지막 시체까지 훑은 살로메가 고통스러운 듯 웅크립니다.
동시에 몸에 새겨진 문양이 다시금 자라나는 것은, 두 번째 소원이 완료되었기 때문일 텝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이번에는 비웃음조차 짓지 않는 너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러고 보니 너를 만난 이후로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이야.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마지막이라는 말에도 시취조차 남지 않은 집안 둘러볼 뿐이다. 드물게도 허무감 묻어나는 어조.) 복수라는 건, 참으로
텁텁하고 씁쓸하기 짝이 없네요. ...이런다고 해서 있었던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했으니 이런 말을 지껄일 수 있는 것이겠지.)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의외네, 너라면 기뻐할 줄 알았는데. (드물게 보여진 감정 가만히 주시했다.) 용서 보단 복수를 택한 건 너잖아? 이제와서 이들을 동정하는 건 아닐 테고.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동정이라... 설마요. 물론 기쁘답니다, 그토록 원해왔던 일에 틀림 없으니까. 그런데 그 이상으로... (말끝 흐리며 근처 벽에 기대더니 스르륵 주저앉는다. 몽롱하다. 숨이 가빠. 열이 오른 탓인가?... 하지만 복수를 마쳤으니 아무래도 좋지 않나... ... 뜨인 눈 느리게 끔벅였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그 이상으로? (주저앉은 이를 무감한 시선으로 내려다 본다.) 이제 곧 죽겠네. (지극히 익숙한 광경이다. 너에게는 두번째 죽음이니 더욱 그럴 테고.) 괜한 뜸들이지 말고 세번째 소원을 말해.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복수만을 위해 아득바득 지내온 짧은 시간, ...이젠 아무것도 없군요. 죽음 또한 당신 말대로 목전까지 다가온 것 같고... (이 이상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겠어요. 뇌까리며 힘겹게 움직인 눈꺼풀 닫는다. 다시는 뜨지 않을 것처럼 굳건히, 복수 마쳤으니 이 세상 떠도 여한 없다는 듯... ...)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당연한 말을 지껄이는군. (불편한 듯 인상을 가득 찌푸린다.) 내가 누구때문에 이 고생을 했는데. 일어나. (수 천년만에 겨우 발견한 장난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네 상태를 살핀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당신은... 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마지막 소원을 빌고, 언약의 끝으로 원하는 것 손에 넣길 바라겠죠. (눈 감았음에도 생생히 그려지는 표정에 맥없는 웃음 소리 샌다. 점차 희미하게 흩어지는 목소리.) 있는 힘껏 간호라도 해보시면 조금이나마 그럴 마음이 들지도 모르지요, 제가... ... (끝으로 고개 떨구어진다. 숨은 붙어있는지 작게 색색대기나.)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당연하지. (기어코 헛웃음 내뱉는다.) 지금 악마한테 인간의 간호를 명령한 건가? 차라리 그걸 마지막 소원으로 빌어. (지금이라도 네 심장을 움켜쥐고 숨을 끊을까 싶었지만, 그리되면 정말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꼴이 될 것 같았다. 네 대답을 기대할 수 없거니와 기다려줄 인내는 더더욱 없었기에 짙은 한숨 쉬더니 제가 아는 몇 없는 치료마법을 네게 건다.)
살로메의 주위를 맴돌다, 마력으로 흩어져 다시금 당신에게로 돌아옵니다.
말마따나 어디 눕히고 간호라도 해야 할 것 같군요.
건방진 인간과의 언약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선택지도 있겠습니다.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하. (목에 핏줄 세우고 애멀건 천장만 째려 본다. 결국엔 네 몸을 들어 눕힌다.) 의사는 살려둘 걸 그랬어. (그래도 약초꾼의 집이니 간호할만한 것이 있을 듯 싶어 집안을 둘러 본다.)
아직 죽어선 안 됩니다, 그야 이 인간은 세 번째 소원을 아직 빌지 않았으니까요!
집 주인이 약초꾼인 만큼 미처 쓰이지도 못한 채 남아버린 풀들이 제법 보입니다.
이거라면 살로메도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까요?
당신이 도망친 마녀를 쫓지도, 언약을 포기하지도 않고 그를 지난 일주일 내내 간호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어서 마지막 소원까지 들어주고 언약으로 약속된 대가를 받아 챙길 심산으로요.
자신이 돌보았던 이들을 모조리 참살할 정도로 뿌리 깊은 원한을 품은 살로메를 손에 넣어, 암굴의 가장 어둡고 음침한 곳에 처박아줄 작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되살아난 목표를 모두 잃은 살로메는 아예 이번 생을 포기한 모양이었습니다.
수차례 그의 숨은 빛 없는 저승의 강물에 까무룩 잠겼고, 또 그러다가 간신히 떠오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치료 마법도 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몇 번이고 마력으로 화해 당신에게 돌아오기 일쑤였죠.
살로메가 눈을 뜰 적마다 당신을 부르던 가냘픈 목소리, 연약한 미소. 맹목적인 애정.
아마도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을 모든 것들.
그리하여 일주일 내내 이어지던 비가 완전히 그치고, 가까운 황야로부터 척박한 바람이 불어오던 어느 봄날 아침.
살로메는 간신히 눈을 뜨고, 당신을 시야에 담자마자 설핏 웃습니다.
낯익은 이름을 호명하는 목소리는 심장을 토막내어 담은 듯 애절합니다.
통곡을 교향곡으로 삼고 절망을 보석으로 아는 당신이, 아주 찰나 간이라도 그 애정을 탐내고 싶을 정도로 절박하게.
오래 전에 죽었다던, 얼굴도 이름도 같은 남편을 부르는 것이구나.
그야 지난 일주일 동안 살로메는 부단히도 그 사람을 찾았거든요.
이름도, 얼굴도 같은 악마가 소환되다니 운명이란 참으로 얄궂은 무뢰배들이지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아무런 일과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에는 능란했다. 그 기간을 살아있는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것, 그리고 그 이를 인간의 방식으로 간호 했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순간순간마다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듯이, 전혀 알 수 없을 감정으로 내뱉어진 본인의 이름에 도리어 불쾌감이 들었다. 마치 이곳에 있는 본인을 부정하는 듯해서.) 이제 일어나.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 ... (흐린 시선 또렷해지며 네 존재 알아차리고 나면, 호명할 적만 해도 두 눈 가득했던 보석과도 같은 애정 어디론가 사라지고 죽은 생선 눈깔처럼 반들대는 시선만이 세상을 멍하니 비춘다. 어떠한 열정도 품지 못한 채로.) ...정말로 간호하실 줄이야.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네 말대로 간호를 했더니 시체가 되서 돌아왔네. (죽은 눈빛을 따분한 시선으로 내려다본다. 아니, 조금은 반가웠나?)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을 때야. 자, 말해봐. 네가 원하는 마지막 문장을.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이런 건방진 인간이 다 있냐며 언약 따위 끊어버리고 떠날 줄로만 알았거든요. (내려다보는 얼굴 올려다보고, 시선이 맞붙는다. 지금처럼 시선 마주칠 때마다 모든 것 외면하듯 눈 감아버리고는 했으나 그는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아하하, 후회와 기쁨, 분노 망연함 그런 것들 마구잡이로 섞인 미소가...) ...더 이상 생엔 아무 미련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나 보네요.) 제 마지막 소원은... ...
저를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주세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하? (제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었다.) 마지막 때가 되더니 미쳐버린 건가. 아니면 이제와서 누군가의 품이 그립나? (한차례 황당함을 느끼고 나면 지독한 불쾌함이, 그리고 그 끝에는 아주 작은 흥미가 일었다. 애초에 사랑을 느껴본 적도, 믿어본 적도, 본 적도 없기에. 불가능한 소원일 거라 생각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오, 이런. 벌써 잊은 건가요? (
지엄한 언약의 계율에 따라 당신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어야 해. 구정물 가득한 복수극의 시작에서 속삭였던 말.) 어찌 보면 악마인 당신과 사랑하는 그이를 마음껏 착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망령되어서도 싫어할까요. 그다지 착한 사람은 아니었으니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죠... ...찰나라도 좋아요. 나를 사랑해주는 품 안에서 눈 감는 것, 그것 말고 바라는 것은 없답니다. 정녕. 지금 와선 그만이 마지막 미련 되었으니까......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묵직한 간극이 흐른다. 지금 짜증을 내던, 격노하던, 종내에 네 소원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다. 그래, 어차피 믿지도 않는 감정 한순간 품으면 뭐 어떤가. 무엇보다, 한순간에 깨어질 얄팍한 것을 부여잡고 기대감을 벌충해갈수록 도리어 초라해지는 것은 바로 너일 테니까.) 악마의 것이라도 상관없다면. (다정함 한 톨 담기지 않는 손길로 네 머리카락을 쥐어 일으켜 세운다. 고개를 숙여 피비린내 나는 입술에 제 것을 포개고, 네가 바라던 대로 본인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사랑해. (입안에 단내가 돌았다. 그 속에서 죽음의 향을 맡았다.)
사랑을 빌기에 참으로 적절한 때와 장소이지요.
길바닥에 널브러진 우너수들의 시체는 추깃물을 흘리며 썩어가고, 황야에서 불어온 불온한 바람이 먼지를 끼얹습니다.
오래된 상처에서 흐르는 썩은 고름이 이부자리를 적시는 이 날에, 살로메는 당신에게 사랑을 구걸합니다.
한순간에 깨어질, 허무하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소원을 받아들이면 마침내 문양의 세 번째 획이 그입니다.
그를 끝으로 이 가증스러운 계약은 완성되고, 또 완료됩니다.
세상의 왕으로 만들어달라는 소원이나 곳간의 곡식이 썩어갈 정도로 부자로 만들어달라는 소원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그 누구도 일전에 사랑해달라는 소원을 빈 적은 없었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이 당신에게 사랑을 심습니다.
심장이 맥동하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시선에선 다정이 흐르며 소원은 사랑을 강제합니다.
인간을 사랑하게 되다니,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지독하군요, 신화생물의 사랑을 구한 어리석은 인간을 어찌 해야......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아, 루보르. (사랑하는 당신...... 팔 벌려 네 목 위로 두르고, 말라비틀어진 심장을 쥐어 짜내어 사랑을 속삭인다. 당장 시선만 돌려도 보이는 원수들의 시체가 축하하는 것만 같아 그마저도 기꺼웠다.) 안아줄래요, 마지막으로... (우리의 보금자리에선 장미 향기 대신 구정물 냄새가 나.
그럼에도 당신은 마지막까지 나를 사랑해주어야 해. 설령 아둔하기 짝이 없는 소원에 의한 것이어도 좋으니...)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네 속삭임 하나에 심장이 부풀어 오르고, 갑자기 사그라들고, 덕에 숨 쉬기가 버거워진다. 소유욕이라기엔 생경했고, 애정이라 명명하기에는 훨씬 더 지독하고 악독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은 제가 아는 단어들로 번역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그저 네가 부탁한대로 품 한가득 너를 안을 뿐이었다. 그순간 극심한 허무감이 제 살갗을, 숨결을 집어삼켰다.
텁텁하고 씁쓸하기 짝이 없는...)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저를 껴안은 품이 그 무엇보다 아늑해서, 말없이 얕은 숨만 내쉬다 고개 든다. 네 목덜미 위로 메마른 입술 문대는 동안 눈가에서 흘러 뺨 적시고 추락하는 것이 눈물인지 색 바랜 핏자국인지 알 수 없었다. 달콤한 순간은 늘 길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애달프고, 또 아둔해지는 것이 필멸의 숙명이라면 지금의 저는 너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린 것과 다름 없나...) 자, 무엇을 원하나요.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인지 말해줘요. 검게 썩어 녹아내릴 육신, 부스러져 산산조각난 영혼. 무엇이든 다 내어드릴테니 부디......
루보르 캘리 베스페르티니:(흘러내리는 눈물 한방울, 내뱉어낸 한 숨결, 심장의 박동 한번이 안타깝도록 아까웠다. 인간들이 수천년동안 전유한 감정이 비로소야 탐난 까닭이다.) 나는, (-투명한 눈물/색 바랜 핏자국을 닮았고, 네가 입에 담았던 사랑/영원에 가까운-) 네 영혼을 원해. (네가 끌어내린 곳이 나락이라면 기꺼이 너를 제 본향에 초대해 그곳에 너를 가두고 사랑할 셈이었다.)
살로메 베라 헬레니아:(분명 네 사랑을 애걸한 건 저였는데 온갖 것들이, 그 색이, 향기가 언어를 잃고 부유한다. 참으로 애틋하기 그지 없어 언제라도 그립던, 뺨을 뉘며 서로의 결핍 파고들던 그 모든 날들을 매만지느라 그간 맞닥트리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야 만다. 어디까지나 타인, 인간조차 되지 못한 악마. 사랑하던 이 아님을 알아도 시야가, 의식이 흐려 알아볼 수 없던 탓이라 하겠으나 온전히 완성된 문양 위로 검은 연기 덮이는 것마저 모른 체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렇지 않더라도 저는, 우린-) 언제고, 사랑할 당신......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서로의 끝까지 자발적으로 눈 가린 채 오해 속에 남으리라고.)
악마에게 사랑을 빈 발칙한 마녀. 잠깐의 복수심에 눈이 멀어 기꺼이 지옥을 자청한 어리석은 인간.
아둔한, 동시에 그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영혼을 움킵니다.
검게 썩어 녹아내릴 육신 대신 가장 부드러운 비단으로 영혼을 감고 우주의 연주를 들려주어야지...
그러나 당신은 그를 현실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당신의 손에 쥐인 살로메의 영혼이 흐려지고, 흩어집니다.
하얀 가루들은 인위적인 바람에 휩쓸려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지난 일주일 내내 지겨울 정도로 내리치던 벼락처럼, 문득 깨달음이 번뜩입니다.
그 여자가 당신을 소환하는 마법을 알려준 대가로 받겠다고 한 게 살로메의 영혼이었던 겁니다.
허나 그의 영혼을 쫓기엔 너무나도 늦었습니다. 너무나도 느립니다.
그러니 지금, 당신의 손아귀에 남은 것은 영혼 없는 육신입니다.
까무룩 닫힌 눈, 떨림 멎은 입가, 싸늘하게 식은 피부.
고문의 상흔이 씻겨나가지 않은, 상처투성이 몸뚱이. 꼭두각시와도 같은...
살로메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사랑해버리고 말았는데.
고작 이 육신을 가장 부드러운 비단으로 휘감아 매일같이 끌어안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만큼.
빌어먹을 세 번째 소원이 자꾸만 귓전에 울립니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