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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시로 - 인스턴트•칵테일•러버즈

페어/시로

by 시크SYK 2025. 5. 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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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디스 마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시나리오 제목 시나리오 링크 엔딩
인스턴트•칵테일•러버즈 https://www.postype.com/@night-tale/post/15210853  
플레이 날짜 플레이 타임 트리거 요소
2025년 5월 7일 ~ 30일 1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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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도심, 금요일의 초저녁.
해가 서서히 지고 있습니다.
하늘은 점차 어두워지고, 고층 빌딩들의 창문에서는 빛이 흘러나오며 반짝입니다.
도로 위에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빛나며 서로 성내듯 경적을 울립니다.
정시 퇴근이라는 것은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건지⋯⋯
6시가 한참 넘은 시간에 애쉬는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합니다.
다 못한 잔업이나 끝내러 자주 가는 카페에 가려던 차입니다만⋯⋯
???: 저기요, 제 말 듣고 있어요?
얜 뭐죠?
애쉬는 어느샌가 칵테일 바의 프론트 테이블에 앉아있습니다.
분명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뭐지?
내부의 분위기는 꽤 좋습니다.
바 안은 주홍빛 조명 아래에 놓여있어, 어둡지만 편안한 분위기입니다.
카운터 뒤 백 바는 다양한 고급 주류와 재료가 가득 차 있고,
유리병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와 시럽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잔잔한 재즈가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와 분위기를 더욱 좋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당신을 제외하고 유일한 사람인 바텐더는,
글로디스 마셜:관심도 안 주네, 거기 당신 말이에요.
⋯ 제법 반반하게 생겼고, 또 한 손으로는 술이 든 락 글래스를 든 채⋯⋯
글썽이고 있네요!
취하기라도 한건지.
그다지 멀쩡해 보이지는 않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깜박⋯.) 미안합니다, 뭐라고 하셨죠?
글로디스 마셜:차였다구요, 바로 오늘 낮에.
중요한 이야긴데 참.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오. (진짜 중요한 이야기였네. 주머니 뒤적이더니 손수건 건네준다.) 어쩌다가?
글로디스 마셜:(손수건 흘끔 보고 만다.) 됐습니다, 이제 귀 기울여주는 사람한테 뭘 더 말하겠어요?
(허리 숙이더니⋯⋯)
오늘 여기서 시간 좀 보내주면 얘기해줄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곧 잔에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데⋯.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새로운 손님 유입법인가? (다시 한번 깜박⋯) 오늘은, 음. (말끝 흐리다가도 수려한 얼굴 보니 흥미가 동한 건지.) 그래요, 제가 당신의 시간을 살 테니 이야기를 내어줘 보세요.
글로디스 마셜:(!) (눈에 띄게 얼굴이 밝아진다. 입꼬리가 샐쭉 올라가는 듯 하더니 헛기침을 두어 번 한다.) 아, 좋아요. 확답은 이미 들은 것 같으니 두 번은 안 물을래요. 마음이 변하면 어떡해⋯⋯
그나저나, 지금 몇 시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저기, 본인 표정이 열린 책같다는 말 안 들어봤어요? (시선이 입꼬리로 흘러갔다가 피식 웃는다.) 뭐⋯. 그러면 또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거지. 
한 7시 됐나? 퇴근을 그쯤 한 것 같은데. (손목시계를 차고 왔나?)
손목시계의 바늘은 8시 반을 가리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흐릿⋯⋯) 내 두 시간 반이 방금 증발한 것 같은데. 8시 반이네요.
글로디스 마셜:바쁘게 살다보면 시간이 증발도 하고 그러는 거죠. 뭐⋯ 술까지 마시지 않아도 드문 일은 아니니까.
곧 바텐더는 어차피 늦었다는 말을 중얼거리곤 다시금 시원한 미소를 드러냅니다.
⋯⋯ 아까까지 울던 것 치고는 멀쩡해 보이는데요?
뭐 하나 사기당한 거 아니야?
그가 맺힌 눈물을 튕기듯 훔치고는 말합니다.
글로디스 마셜:오늘 밤 즐겁게 해드릴게요!
아, 그보다⋯⋯
⋯ 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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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단단히 사기당한 것 같습니다.
작은 에피타이저 플레이트엔 애플 크럼블과 스푼이 준비되어 애쉬 앞에 놓여있습니다.
바텐더는 어느샌가 코블러 쉐이커에 재료를 넣고 조주를 하고 있습니다.
글로디스 마셜:이름도 안 물었네.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플레이트를 유심히 본다. 그러니까 이것도 내가 주문한 거지?) 청년 치맨가⋯⋯. 뭐라구요?
글로디스 마셜:(눈썹을 까딱인다.) 왜요, 일급 하나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그런 부탁을 드릴까 봐서?
이름, 알려달라구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요즘에는 바텐더가 손님한테 팁도 줍니까? (입꼬리를 지켜세운다.) 프락시누스 엑셀시어.
(뜸.) 애인이 되려면 조금 더 친근감 있는 이름이 좋으려나. 애쉬라고 불러요.
글로디스 마셜:서비스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굳이 단어를 빼앗아 붙여야겠어요⋯ (어깨가 한 번 으쓱였다.) 생각 이상으로 협조적이네⋯⋯ 마찬가지로 외롭기라도 하셨어요?
(농담이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글로디스 마셜. 편하게 불러요. 따로 애칭 같은 건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외롭기보다는, (눈동자 굴리다가 스푼을 쥔다.) 뭐라 반박할 틈을 안 줘서. 요즘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나봐요. 그리고 어차피 진짜도 아닌데⋯⋯. 큰 의미 담을 필요 없지 않나요? 마셜 씨.
글로디스 마셜:사람 대하는 직업 가지고서 밥벌이를 하다 보면 이런 기술도 생겨요. 아마 당신이 바빠서 정신을 놓은 게 아니라 제가 잘 흔들어버린 것이리라는 소릴 하는 거예요, 애쉬.
좋아하는 음식 종류는 따로 없어요? 역으로 장단 맞춰주는 사람 귀하거든요, 이런 장소에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이 일을 제법 오래 했나 봐요, 기술이 생길 정도면. 그런데 잘 흔든다는 사람이 어쩌다가 그런 일을 당하셨을까. (본론은 이쪽인데. 낯익은 호칭을 낯선 이가 부르니 기분이 새롭네. 고개가 기울어진다.)
이런 것도 괜찮아요. 음식 선호도가 크게 없어서, (애플 크럼블을 입에 넣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뭔데요?
글로디스 마셜:진심이란 건 비즈니스랑은 다른 거니까?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한 얼굴로 잠시 눈이나 끔뻑인다. 기울어지는 고개를 바라보다가 아무렴 좋다는 듯 마티니 글라스에 레몬 슬라이스를 얹는다.)
따로 고민해본 적은 없는데. 뭐든 정어리 파이보단 좋아요. (웃음기 섞인 어조다. 잔을 앞으로 밀어주고 제 몫의 잔 위에도 슬라이스를 무심하게 얹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음, 그렇구나. (쉬이 납득하고선 주억거린다.) 그러니까 이 짓도 비즈니스 같은 거죠. (밀어진 잔을 내려다보더니 스푼을 손가락 사이로 빙글 돌린다.) 같이 마실려고요? 일하는데 그래도 돼요?
글로디스 마셜:진짜였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으로 고려해볼게요. (능청스럽게 받아친다. 빙글 돌아가는 스푼을 눈에 담다 고개나 끄덕였다.) 한 잔 가지고 취하는 사람처럼 보일 인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잔을 부딪치자는 듯 흔들거린다.) 싫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초면에 그런 소리를. 저도 직장에 치여 사는 입장이라 진심보다는 비즈니스가 편해요. (웃음소리가 잘게 부서진다.) 취한 게 문제가 아니라 혈중 알코올 농도가 문제인데, 여하튼⋯.
싫다는 소리는 아니고. (잔을 쥐고 앞으로 기울인다.) Cheers.
글로디스 마셜:이번 생의 초면은 전생의 인연으로 만드는 건데, 몰랐나 보네. 초면에 애칭 알려주길래 낭만가인 줄 알았는데요. (혈중 알코올 농도? 다른 시각에서의 전문가인 모양이지. 알코올엔 일가견이 있었으나 말하길 관뒀다.)
Cheers. (청명한 음이 난다! 직후 가볍게 몇 모금 삼켰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낭만가는 그쪽 같은데. 전생을 믿어요? 초면에 애칭을 알려준 사람이 이미 수십이 넘는다고 하면 어느 애인 씨께서는 서운해하시려나. (퍼지는 파동을 시선에 담다가 작게 한모금을 삼킨다.) 잘 흔들었네요.
알코올 향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자몽 맛이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홍차 향이 납니다.
정말 잘 흔들었네요.
몇 번의 대화가 더 오갑니다.
직업을 묻는다거나, 퇴근을 원래 이 시간대에 하냐거나⋯
⋯⋯ 직장인의 비애를 모를 수도 있는 거죠, 뭐.
글로디스 마셜:음식 취향이 뚜렷하지가 않으면 추천을 하기도 모호하고⋯
서운할 건 없는데 덮어쓰기 정도는 해야겠네요?
그가 메뉴판을 건넵니다.
저녁도 못 먹었고⋯
거절할 이유는 없지 싶어요?
메뉴판은 나무판자에 덧대어진 링 바인더 형태로 제법 고급스럽게 생겼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추천은 보통 본인 입맛에 맞는 걸 하지 않나요? 추천일 뿐인데. 상대가 같이 좋아해 주면 금상첨화고, 아니면 조금 아쉽고. (메뉴를 훑어본다.)
칵테일은 정말 좋았거든요. 우선 크래커랑 크림치즈로 부탁드릴게요. 메뉴판은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죠?
글로디스 마셜: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당신 입맛은 좀 맞춰보고 싶어져서요. (바를 손으로 짚은 채 메뉴를 훑는 모습을 바라봤다⋯ 곧, 다시, 아주 투명하게도 얼굴이 다시 밝아진다.) 하핫, 뿌듯해라.
갖고 있어요. 금방 내올게요. (등을 돌렸다가 다시 고개만 휙 돌렸다.) 음악 취향도 모호한 편인가, 혹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어렵네⋯. 이제까지 특별히 거부했던 음식은 없었거든요. 정어리 파이 마저도요. 차라리 당신 입맛을 각인시키는 게 더 빠를걸. (고개를 들면 순간 시선이 맞물린다. 거의 반사적으로 미소가 번졌다.)
단박에 떠오르는 밴드 이름이나 작곡가가 없는 걸 보니 모호한 편인 것 같네요. 이번에야말로 추천해 줄 셈인가요?
글로디스 마셜:사람이 그렇게 흐릿하게 살면 재미가 없어요. 개성 있게 사는 것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긴 하지만⋯⋯ 취향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낫지 않겠어요? (한켠에 걸려있는 LP판을 집어들고 축음기에 올렸다. 분위기가 약간 환기될만한 모던 재즈가 흘러나온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해서 가능하면 의견을 반영해다 올리려고 했죠.
곧 문가가 소란스럽더니 정장 입은 남자가 셋 들어옵니다.
평범한 직장인 같군요.
그들은 애쉬가 앉은 카운터의 뒤쪽 테이블에 앉습니다.
셋 중 가장 덩치가 큰 남자가 "어이, 바텐더. 마시던 걸로 세 잔 내와봐."라며 주문을 하고⋯
저들끼리 신나게 떠듭니다.
글로디스 마셜:네, 네⋯ 데시벨만큼 팁 받아간다고 저번에 말했을 텐데?
말은 그리 하지만 꽤 살가운 어조입니다.
사회생활 한 번 잘하는군요.
애쉬에게 크래커와 크림치즈를 먼저 내어준 그가 곧 락 글라스 두 개와 샷 글라스 하나를 꺼냈습니다.
수상한 분위기의 칵테일 바 치고는 평범한 손님들입니다.
인상들이 조금 험악해 보이는 것 같긴 한데, 그건 그냥 넘어가자고요.
아까 마신 칵테일 때문인지 몸이 조금 따뜻해집니다.
글로디스는 아까 애쉬에게 만들어주었던 것을 다시 만드는 듯 익숙한 색의 음료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글로디스 마셜:보통 시그니처를 자주 찾아요. 스칼렛 루비라고 하는 건데, 아까 당신이 마신 것도 같은 거예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흘끗 본다. 벌써부터 기가 빨리는 기분이⋯.) ⋯아까 메뉴판의 가장 상단에 있던 이름이네요. 마셜 씨가 직접 만든 메뉸가요?
글로디스 마셜:네, 뭐. 이런 거리 귀퉁이에 있는 가게로서는 캐-치한 메뉴 하나둘 정도는 있어야 하잖아요? 연구 꽤 했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나름 직업에 정을 붙이고 계신 것 같네. 열정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칭송받아야 응당하지. (웃기나⋯.) 왜, 나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가게인데요. 음료도 그렇고, 바텐더도 그렇고.
글로디스 마셜:말은 이렇게 해도 사람과 대화 좀 덜 하고 살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하고 바랄 때가 많아요. 이건 그럼 가짜 열정인가. (칵테일 위로 위스키를 흘려 막을 만든다.) 음료야 그렇다 쳐도. 바텐더? 수작질이 유감이란 소린가? (입꼬리가 샐쭉 올라갔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주 흔하디 흔한 직장인 신드롬 입니다. (진지한 투로 답했다가 신기하다는 듯 손끝을 빤히 쳐다본다.) 하하, 수작질이라고 생각은 안 했는데. 수작질이었어요? 것보다 여럿 손님 울려봤을 것 같은 인상이잖아요.
글로디스 마셜:⋯⋯ 그렇구나? 당신 의사였어요? (사뭇 진지한 투에 눈이 잠시간 동그래졌다. 잔을 전달하러 일어나고는 뒤를 스치며 작게 흘리듯 말한다.) 마음 좀 고쳐달라는 소린 진부할 테고.
(금방 돌아오면서 손을 가벼이 털었다.) 그럼 마음에 들지도 않는 사람한테 그런 걸 부탁할까 봐서요? 손님 여럿 울려봤을 것 같단 말은 또 뭐람.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시시콜콜한 말을 주고받다 보면 애쉬의 휴대폰이 울립니다.
뒤에서 뭐라 떠드는 정장을 입은 남자들 역시 조금은 신경쓰이는군요.
앉은 상태에서도 들릴만한 거리입니다.
굳이 일어날 필요는 없겠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냥 사람들에게 치여사는 월급쟁이지⋯. (이어지는 문장에 눈을 두어번 깜박였으나, 곧 시선이 휴대폰 화면으로 옮겨진다.)
배터리가 15% 남았다고 알림이 와 있습니다.
인터넷이 안 되는 것은 둘째치고, 통화 불가능 지역이라는 표시가 떠있습니다.
상단 바에는 SNS 알람이 떠 있고,
메신저톡이 와 있습니다.
휴대폰에 깔린 여러 앱 중 지도를 볼 수 있겠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알림부터 지우자⋯. SNS 알람을 확인한다.)
새 알람이 떠있다 해서 들어갔더니, 새 팔로워 안내였네요.
습관처럼 홈으로 들어가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추천된 게시물이 뜹니다.
'런던 숨은 뷰'
'B모 씨 열애설 해명'
'오늘의 의학 상식'
'대왕 알파카 인형 출시!'
⋯⋯
중간에 이상한 게 있는데
당신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진 한 장만 올라온 게시글입니다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추천된 게시물이라는데,
인터넷이 안되기에 사진의 화질은 좋지 않지만 이 칵테일 내부를 찍은 듯 합니다.
게시글을 클릭해보면 저번 달의 날짜에 업로드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문의 사진은 칵테일 바 내부와 시그니쳐 칵테일인 스칼렛 루비가 같이 찍힌 그림이네요.
본문에는 글 대신 해시태그가 올라와 있습니다.
'#Greatoldone #Tsathoggua'
⋯ 좋아요 조차 없는 게시글입니다!
프로필을 눌러보면 프로필 사진도 없고, 팔로워도 없는 계정임을 볼 수 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거의 습관적으로 해시태그를 눌러본다.)
해시태그를 누르려는 순간,
앗! 자동 새로고침!
게시글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요즘 문명 따라가기 어렵네⋯⋯. (메신저톡을 본다.)
[엑셀시어 씨, 내일 오전 중으로 차트 정리해서 보내줄 수 있겠어?]
선배가 보내둔 메세지입니다.
내일은 주말인데요? 진짜로?
그런 당신의 마음을 읽은 건지,
[주말이라도 신경 좀 써줘.]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퇴 근 했 잖 아)(허공본다)
[우리 일에 주말이 어디 있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부탁할게~]
⋯⋯ 라는 문자가 추가적으로 도착해 있습니다!
반존대 쓴다고 다 설레는 줄 아는 모양인데.
답장하고자 하면 역시나 연결 문제로 발송이 되지 않습니다.
술이나 마시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잠깐 나가서 하고 와야하나. (지끈⋯. 여기가 어딘지나 보자. 지도를 킨다.)
역시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안내가 뜹니다.
때문에 기타 정보는 뜨지 않지만 현재 위치는 당신이 가려던 카페로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연결이 불안정한지 위치 핀은 갑자기 저 먼 브라이튼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800km쯤 떨어진 바다에 있기도 합니다.
곧 제자리로 이동하나 싶다가도 제멋대로 랜덤한 위치로 계속 이동합니다.
가끔 맛 갈 때가 있긴 하던데,
이건 좀⋯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치매가 아니라 착란증을 의심해봐야⋯. (고개를 든다. 바텐더는 돌아왔나? 흘끗 눈동자 굴려서 뒤에 정장을 입은 남자들을 본다.)
글로디스는 일찍이 돌아와 애쉬를 가만히 지켜보기도, 가게를 훑기도 하고 있습니다.
뒤의 남자들은 아직까진 취한 것처럼 시끄럽게 굴지는 않습니다.
손님이 없다보니 조금만 집중하면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덩치가 큰 남자는 험악한 인상으로 칵테일 잔을 책상에 쾅, 내리꽂으며 말합니다.
덩치 큰 남자: 아니, 그런데 그 때 그 자식이 딱 줄을 끊고 도망가더라니까! 애새끼가 도망가는 건 어찌나 빠르던지.
수상한 낌새를 느껴서 가보니까 창고에 잡아둔 놈들이 반절 없어졌더라고. 그 망할 놈이 손을 써둔 거야!
마른 남자: 그건 자네가 일처리를 확실하게 하지 못한 탓이고, 이 사람아.
마른 남자가 괜히 한 마디 거들다가 덩치가 큰 남자의 따가운 눈총을 맞습니다.
싸우는 거 아냐? 조마조마하게 대화를 엿듣습니다.
그건 둘째치고 대화 내용이 살벌한데요?
이 칵테일 바, 마약상의 암거래 지역이라거나 그런 곳은 아니겠죠?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고민됩니다.
키가 큰 남자: 그러는 너도 이번에 보석 경매인지 뭔지 하는 거 경호 맡아선 다 털렸다며? 하하하.
마른 남자: 이보게,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거기서 그 자식이 나올 줄 알았나?
결국 키가 큰 남자에게 한 소리 듣고 마네요.
키가 큰 남자: 말도 마, 수습하느라 힘을 너무 많이 썼어. 마시기나 하자고!
분위기는 얼마 안 가 풀어집니다.
그들이 외칩니다.
"어이, 바텐더! 한 잔 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슬쩍 글로디스의 표정을 살핀다.) 신고해 드릴까요?
글로디스 마셜:(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다.) 직접적 위해는 없으니까 괜찮아요.
주변을 더 둘러보면 가장 먼저 바텐더의 뒤쪽에 있는 진열장에 눈길이 갑니다.
나무로 된 선반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병들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최상단에는 위스키, 브랜디, 럼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각 칸막이의 위에서 비추는 조명에 유리병의 빛이 반사됩니다.
특별히 이목을 끄는 것은 주홍빛 액체가 담긴 병이군요.
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당신이 괜찮다면야. 음, 저것도 럼인가요?
글로디스 마셜:응? (뒤돌아 본다.) 아, 저거. 벌꿀술이에요. 구하기 엄청 힘들기도 한⋯ 시그니처에 쓰이는 술이기도 하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벌꿀술은 또 처음 들어보네. 저기, 혹시 핸드폰 좀 빌릴 수 있어요? 옛날 폰이 되서 먹통이네.
글로디스 마셜:술에 취향이 없나 봐요? (눈 깜빡.) 먹통? 왜요, 인터넷이 또 맛이 가기라도 했나?
옛날 기종이라도 와이파이는 되겠지. 줘봐요, 연결해드릴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럼을 주로 마셔요. 다른 술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핸드폰을 내민다.) 번호 저장할 기회를 이렇게 놓치네.
글로디스 마셜:(의미심장한 미소나 가득 띄워둔 채 액정을 톡톡 두드렸다⋯)
곧 그가 다시 휴대폰을 내밉니다.
와이파이가 연결되어 있지만 여전히 인터넷 연결은 없어요.
묘하게 싱글벙글한 얼굴을 보자니⋯⋯
⋯⋯ 연락처란에 새 항목이 추가되었군요!
'Cariño'?
타국의 언어지만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
뻔뻔스럽다고 해야 할지!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 하하. (새로운 연락처에 전화를 건다.)
글로디스 마셜:(구석에 눈길을 준다.) 무음이라 소리 안 날 텐데.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연결음을 듣고만 있는다.) 보이스메일에 자리가 남아있으려나.
글로디스 마셜:듣고 있어도 제 목소리 같은 건 안 나와요, Cariño. 따로 설정해둔 게 없거든요. 공적인 연락을 자주 할 일이 있어야지.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건 좀 아쉬운데, 안 들으면 제 목소리를 까먹을 것 아니에요. (그리고 연결음은 자연스레 보이스메일로 넘어간다.) 좋은 밤입니다, Cariño. 덕분에 아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쪽은 어때요? 기다림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전화를 툭 끊는다.)
글로디스 마셜:선수가 따로 없네. 바텐더를 앞에 두고 이렇게 능숙하게 구는 손님은 처음이네요. 혹시 짜고 치는 판인가? 저 실연 당한 거 미리 알고 왔어요? (부슬부슬 웃는 꼴이다. 느긋하게 덧붙이듯 말한다.)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시간이에요. (스페인어로 내뱉어진 문장이었다.) 오래 기다리셨나?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알코올의 힘을 조금 빌렸죠. 게다가 실연당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이렇게 궁금해하지도 않았을 걸. 그래서 언제 알려줄 셈인지? (그리고선 영문 모르겠다는 양 어깨를 으쓱인다. 직후에 상체가 앞으로 살짝 기울어졌다. 알아들었을 리가 없는데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인내한 만큼의 일이었으면 좋겠네요.
바텐더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기나 합니다.
참 속 편한 얼굴입니다!
눈이나 굴려보자 하니⋯
왼쪽 선반도 제법 빼곡하군요.
다양한 종류의 리큐어와 비터, 혼합주, 그리고 각종 시럽 등이 배열돼 있습니다.
유리 병들에 담긴 다양한 색의 액체와 라벨이 눈에 띄어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음?
애쉬는 깔끔하게 정돈된 선반에 놓인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금속 덩어리인 줄 알았더니 은으로 된 줄이 달려 있습니다.
회중시계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89
판정결과:실패
(흐리멍텅~)
크게 눈에 띄는 건 없습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회중시계군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마셜 씨 건가요, 저건? (선반으로 고갯짓한다)
글로디스 마셜:뭐가요? (뒤를 돌아 시선 끝을 추적한다.) 아.
전에 손님한테 술값 대신 받은 건데 치우려다 깜빡했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오⋯. 술값 대신 저런 것도 받는구나. 싸구려면 어떡하려고요? 가까이서 봐도 돼요? (허락을 구하듯 손바닥을 내민다.)
글로디스 마셜:골동품 보는 눈도 좀 생겨요, 이 일 좀 하다 보면⋯ (눈을 깜빡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회중시계는 애쉬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입니다.
깔끔하지만 고급스러운 디자인,
빛바랜 몸체의 색을 띄고 있지만 비싼 물건인 건 맞는 것 같아요.
묘하게 유행 지나간 모양이긴 하지만.
시계 바늘은 멈춰 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바텐더라는 직업이란 뭘까, 이것저것 많이 배우는 모양이네요. (시침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인가?
오후인지 오전인지는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멈춰있던 바늘은 시선을 의식이라도 한 듯 움직입니다.
기시감이 들 일 같은 건 없었을 텐데 왜인지 익숙하군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망가진 줄 알았는데 다시 움직이네?
글로디스 마셜:다시 움직인다고요?
주인이라도 찾아간 모양이지.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으음? (시계 한번 봤다가 눈앞의 바텐더를 봤다가⋯ 검지 끝으로 스스로를 가리킨다.)
글로디스 마셜:으응. (눈이 휜다. 키득거리면서 끄덕이길 두어 번 정도⋯)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멍청한 표정⋯이 아닌, 진심으로 멍청해진 기분이다.) 깜짝선물? (납득을 시도해본다⋯.)
글로디스 마셜:(반 이상은 놀린다고 한 빈말에 가까운데 최선을 다해 납득하려는 걸 보고 눈이 약간 동그래졌다. 금방 누그러지는 얼굴.) 그것도 서비스로 내어달란 소릴 하는 거예요?
조금 더 어울려주면 고민 좀 진지하게 해볼게요, 어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귀신이라도 씐 물건이 아니라면? (미심쩍은 표정 지으며 시계를 소리 나지 않게 테이블 위로 내려놓는다.) 혹시 내일 아침 나 대신 출근 해줄 생각 있어요?
글로디스 마셜:아닐걸요? 한참 여기 놔뒀는데 아무 문제 없는 걸 보면. (시계를 도로 집어 살핀다.) 내일 주말인데 출근할 일 있어요? 그건 좀 안타깝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문제가 조금, 있어 보이던데. (물끄러미 쳐다본다.) 못 끝낸 일이 있어서⋯. (우울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니면 제가 어울려드릴 방법을 제안 해주시던지.
글로디스 마셜:(영문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천진하게 눈을 깜빡이고 만다.) 저런. 사회 생활이라는 거 참 힘들어요, 그쵸. (이건 거의 모든 이들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뭐어⋯⋯
이쯤에서 실연 당한 얘기나 좀 더 해줄까 하는데, 그건 별로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눈빛이 가늘어지나 싶더니 끝말에 가서야 묘한 생기가 돈다.) 오, 그래. 그 전에 음료 하나 더 시켜도 괜찮아요? 이야기 하다가 힘들어지면 한 잔 하게.
글로디스 마셜:그러시죠, 미스터. (어깨를 가벼이 으쓱였다. 그가 고민하는 동안에 미리 운을 떼겠다는 듯 말을 고르고 있다.) 마지막 데이트가 문제였나 싶기도 하고. (흘긋.)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솔티 독⋯이 메뉴에 없네. (메뉴판에서 고개를 들다가 시선이 마주친다. 음?)
글로디스 마셜:재료는 다 있어요. (자몽 주스를 찾는 손. 곧 능숙하게 만들면서 마저 말한다.) 생각하자니 마지막 데이트만 문제였던 건 아닌 것 같네.
며칠 전부터 제게 관심이라곤 다 떨어진 것처럼 굴지 뭐예요. 말을 걸어도 시큰둥하고,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 사람 같았어요.
처음 만났을 때엔⋯⋯ (그쯤 잔을 내밀었다.) 꽤 낭만 있었는데.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잔을 받아들고 기울인다. 첫맛은 눈물만큼 짠 맛이다. 조금 오래 음미하다가 삼켰다.) 이런, 마셜 씨가 진심으로 사랑한 모양이네요. 왜 그랬는지 설명도 안 해주던가요?
글로디스 마셜:(길게 음미하다 삼켜내는 목울대를 가만히 바라본다. 조금 기웃거리다가⋯ 역시 제 스킬에 자신감을 가진 얼굴이 됐다.) 사랑했죠? 낭만 있었다고 한 건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처음 만났거든요. 새벽 네 시쯤이었던 것 같아요.
데이트라는 것도 거창하게 할 필요 없이 여기서 자주 놀았는데. 저 편한 거랑 별개로 그 사람이 여길 꽤 좋아했어요.
(눈동자가 한 바퀴 구른다.) 문자로 이별 통보를 하는 것도 낭만인가요, 혹시? 나만 모르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잔을 다시 내려놓으나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대신 반대손으로 턱을 괴고 올려다본다.) 오. 무례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도 당신을 꽤나 좋아한 게 아닐까⋯. 매번 찾아왔던 거라면.
(눈이 조금 커진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로맨스인데, 그건.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후로 아무런 대화도 못 한 거예요?
글로디스 마셜:그냥 그렇길 바라고 있죠. 제 입장에서는요. 그래도 연인이었으니까. (나름 이입해주려는 태도에 과장된 행색으로 눈물을 닦으려 한다. 물론, 진짜 울진 않는다.)
역시 내가 이상할 정도로 보수적인 게 아니었다니까. (하아. 긴 한숨이 터져나왔다.) 네, 그 이후로 아무런 대화도 못했네요. 얼굴도 비춰주지 않고 있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뭔가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었나. (언제처럼 멀거니 쳐다본다. 아깐 진짜 울더니만.)
여러모로 마음 고생을 했겠네요. 음, 이거. (손에 쥔 잔을 흔들거린다.) 사실 당신과 함께 마시려고 시켰는데, 이미 한 모금 마셔버렸네. 한 잔 할래요? 흘린 눈물만큼의 소금은 보충 해야할 것 같아서.
글로디스 마셜:그것도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하니까 당신 손이라도 빌리자고 말을 건 게 아니겠어요, 미스터. (입이 몇 번 달싹이는 듯 했다.)
며칠 더 아프면 되겠지. 솔직히 기간이 잘 가늠되진 않아요. (시선 끝이 잔에 닿는다.) 아하. 이쪽 신사분이 주시는 한 잔이네요? 받는 입장은 또 처음인데⋯⋯ 스스로에게 새로 만들어주면 되는 부분인가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저런, 대신 한마디 해줘요? 번호라도 기억하면. (가벼운 투다. 3자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고.)
사람 마음이 유리잔이라면 애정은 그 마음을 채워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애정을 준 만큼 마음이 엎질러졌을 때 상실이 더 깊게 와닿는 모양이더라고⋯.
(제가 마시던 잔을 앞으로 내민다.) 제가 한 모금 마셔드렸으니까 그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으면 좋겠네요.
글로디스 마셜:괜찮습니다, 마음만 받을게요. 그런 것까지 요구하면 아까 그 시계로도 다 지불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역시 제삼자를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말이다.)
오. (가만 듣고 있다가 머리가 살짝 기운다. 눈이 오래 마주쳤다.) 당신 연애담도 좀 궁금해지는데. 연애까지 안 가더라도요⋯ 적어도 끝내주는 짝사랑 한 번은 해봤을 것 같이 말하는군요.
(잔을 받아들고 눈썹을 까딱였다. 이후 입꼬리가 능청스럽게 올라간다. 어떻게 보자면 태연하기도 한 모습이다.)
여전히 눈물 맛이 나는 모양인지 그의 미간이 약간 좁아집니다.
⋯⋯
아뇨, 그렇게까지 짠 맛은 느끼지 못했을 텝니다.
굳이 같은 모서리를 찾아 문 모양인지 소금 테두리는 생각 이상으로 온전합니다.
문제를 제기하려 들기도 전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손님 두어 명이 들어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무어라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뗐다가 고개를 돌린다.)
창백한 피부의 남자와 푸른 머리의 여자입니다.
커플같아 보이는 그들은 뒤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습니다.
여자가 지나간 자리에 신발 밑창 모양 물자국이 남습니다.
잠깐 산낙지 촉수같은 게 보인 것 같기도 한데⋯
⋯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정신
기준치:35/17/7
굴림:27
판정결과:보통 성공
(⋯⋯눈 부비작⋯⋯⋯)
아니, 저 사람은 뭐죠?
'저건' 대체 뭐죠?
여자의 모습은 머리는 물고기에 다리는 개구리, 서있는 꼴은 인간과 같습니다.
팔이 상당히 길고 등이 굽어있기 때문에 꽤 징그럽기도 합니다.
남자는 꽤 잘생긴 듯 한데, 문제가 있다면 아주 긴 송곳니가 입 밖까지 빠져나와 있습니다.
이제보니 손톱도 제법 길어요!
창백한 피부는 인간을 넘어서 시체의 것 같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제대로 봤다.)
애쉬 이성 2 감소
깜빡.
분명 제대로 봤는데?
옆 테이블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그들을 한 번 흘끗 보더니 맙니다.
술 취하기라도 했나요, 애쉬?
글로디스는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주문을 받습니다.
그들은 뒤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후 시그니처 칵테일과 블루 하와이,
그리고 * 를 주문합니다.
⋯뭐라고요? 잘 못들었습니다?
바텐더는 여태껏 애쉬 앞에서 보여왔던 화려한 스킬을 내보입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어디 근처에 행사라도 있었나. (허허.)
글로디스 마셜:이 근처에서 행사를요? 주최진이 좋지 않은 선택을 했네.
그때입니다.
뒤가 소란스럽습니다.
아까 정장을 입은 무리 중 덩치가 큰 남자가 애쉬에게 다가옵니다.
그는 꽤 취한 것처럼 보입니다.
일행을 뒤로 한 채 그는 애쉬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챕니다.
덩치 큰 남자: 어이, 이 놈 잘 보니 그때 그 자식 아냐?
마른 남자는 동요하는 듯 하고, 키 큰 남자는 그들을 말로만 저지하려 합니다.
키가 큰 남자: 아하, 그 사사건건 방해하던 자식? 잘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마른 남자: 무슨 소린가, 자네 너무 많이 마셨어.
덩치 큰 남자: 그렇지? 평범한 '사람' 같은데, 왜 여기 있는거야? 데려가서 제물로라도 써 버릴까?
예? 아니, 뭐가?
딱히 누구에게 원한 살 짓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덩치 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애쉬를 넘어뜨리려는 듯 잡아당깁니다.
일촉즉발!
그쯤 나직한 목소리가 내려앉습니다.
글로디스 마셜:제 손님이니 건드리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많이들 드신 모양인데, 도와드려요?
별 일 아니라는 듯 천으로 글라스를 닦으면서요.
그제야 일행은 덩치 큰 남자를 회유합니다.
'여기 오기 힘든 거 알잖아, 자네 좀 가만히 있어⋯⋯'
⋯그렇다네요!
글로디스가 애쉬에게 묻습니다.
여전히 사람 좋은 얼굴로,
글로디스 마셜:괜찮아요, 허니?
뭐가 뭐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네. 네? (그 소란에도 경직된 미소를 유지하던 낯짝이 동요한다.)
이미지
그들의 대화 내용보다 글로디스의 한 마디가 더 충격적입니다.
글로디스 마셜:왜요, 허니 싫어요?
그럼 달링 할래요?
그것도 아니면 자기?
⋯⋯라니.
합의가 되긴 했지만,
그걸 생각하고서도, 좀!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조금 전까지 전애인 얘기하고 있었으면서, 신기한 사람⋯.)
미스터로도 충분해요. (한참 입가 매만지다가 덧붙인다.) 아까 설명한 연유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안 익숙합니다, 그 호칭들⋯.
글로디스 마셜:그래도 보이는 건데 확실하게 해두는 게 좋죠? 미스터는 너무 애매하지 않나 싶은데요.
방금 경험했잖아요. 여기 손님들은 종종 난폭하거나 위험한 경우가 있거든요. 정립도 하고 이름 대신의 호칭도 쓰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손님에서 특별한 사이가 되면 대우가 달라지나요? (눈동자가 한참 굴러간다.) Cariño. 서로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만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글로디스 마셜:조금은 조심해주시겠죠, 다들. 적어도 아까처럼 막 대하진 않을 거고. (제가 술을 보통 잘 만드는 게 아니어서. 키득키득 웃었다⋯)
아, 오케이. 그게 마음에 참 드셨나 봐요? 그럼 그것도 종종 섞어 불러드릴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하마터면 칵테일의 재료가 럼이 아니라 사람이 될 뻔했는데요. 아아⋯. 그리 말해주시니 다음에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Cariño 탓이나 해야겠다. (뻔뻔하게 뱉고나서 아까 잡힌 어깨를 한손으로 주무른다.)
그런 시시콜콜한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도 글로디스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뭐, 뻔하죠. 그의 일이잖아요.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받은 음식입니다.
버터에 구운 먹음직스런 크기의 양갈비 스테이크와 아스파라거스, 마늘 슬라이스, 구운 양파, 홀그레인 머스타드⋯⋯.
⋯에 알 수 없는 청록색의 소스를 붓습니다.
청록색⋯ 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건 뭐예요? (웬 바이오 하자드처럼 생긴 게⋯⋯)
글로디스 마셜:향신료요. 일부 층에서 수요가 아주 큰.
일부 층.
몹시 수상쩍습니다.
다시 생각하자니 천상의 재료로 쓰레기같은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데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니 머스타드도 머스타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수백 개의 '그것'들은 각자의 작은 눈을 깜빡거리며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
눈?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SAN Roll
기준치:68/34/13
굴림:66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그래도 맛있는 냄새가 나긴 합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눈? (마주친다⋯⋯)
색깔만 빼면 꽤 있어보이는 모양새 같고요.
글로디스는 음식이라 불러도 될지 모르는 그것을 칵테일과 함께 트레이에 담아 서빙합니다.
서빙하러 나간 사이 뒤에 앉아있는 손님들, 테이블, 레코드 플레이어를 조사할 수 있겠습니다.
아, 일어나진 말아요.
눈에 띌 테니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저것도 컨셉이야 뭐야. (중얼거리며 몸을 등받이에 기댄다. 아마 뒤에 앉은 손님들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아까보다 사람이 조금 늘은 것 같죠?
곁눈질로 슬쩍 보자면 자리가 두어 개 정도 더 찬 것 같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커플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본다. 괜히 갑작스레 커플 행세를 하게 된 본인 처지가 떠오른 탓에.)
아까 들어온 손님들 같습니다.
창백한 피부의 남자와 푸른 머리의 여자가 한 테이블에 앉아있고,
그들 앞에는 아까 조리한 청록색 양고기 스테이크가 놓여 있습니다.
남자는 스테이크를 썰고 있고, 여자는 물갈퀴가 달린 손으로 잔을 잡아 푸른 칵테일을 홀짝입니다.
그들은 태연하게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푸른 머리의 여자: 근데 자기는 흡혈귀가 마늘 먹어도 돼?
창백한 남자: 뭐 어때, 자기네들도 물고기 먹잖아.
푸른 머리의 여자: 그거랑 그거랑 다르지 않아?
창백한 남자: 그런가, 뭐 죽지 않을만큼이면 괜찮겠지.
여자는 고기 한 점을 머스타드(일 것)과 함께 입 안으로 밀어넣습니다.
입 안에서는 까득, 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잔뜩 납니다.
보통 음식에서 저런 소리가 나진 않을텐데⋯⋯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러니까 커플은 저런 소리에 저런 분?장?을 하고 데이트를 한다는 거지. 나이 든 신사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이 든 신사가 평범하게 앉아있습니다.
음,
정말 평범한가요?
묘하게 위화감이 끼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기척은 무엇일까요. 조금 더 바라볼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허리 스트레칭 하는 척 하면서 본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정신
기준치:35/17/7
굴림:59
판정결과:실패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SAN Roll
기준치:68/34/13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애쉬 이성 20 감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Rolling 1D5
굴림:4
아,
집에 가고 싶어집니다⋯⋯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인 아이스크림이 냉장고에 있었던 것 같아요.
여하튼 귀소 본능이 애쉬를 부르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택시라도 부를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나가더라도 말은 하고 가야겠다 싶어 바텐더를 찾는다.)
글로디스 마셜:(서빙을 마저 하고 돌아오는 중⋯ 눈이 마주쳤다. 지금껏 그래왔듯 가늘게 웃어준다. 문제라도 있냐는 표정.)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마주 웃는다. 피곤한 낯짝이지만 목소리에는 분명한 아쉬움이 묻는다.) 집에 가서 끝내야할 일과가 있어서 이만 일어날까 하는데.
글로디스 마셜:(깜빡.) 진짜 바쁜가 봐요? 아까까지 참 즐거웠는데, Cariño⋯ (곧 바 테이블 안쪽으로 들어가 서선 턱을 괴고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이다.)
내일 조금만 고생해요.
조금만 더 놀고. 응?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저도 즐거웠어요, 그런데⋯. (깜빡.)
곤란하네요⋯.
이러다가 여기서 잠들면 어떡하죠? 귀가는 서비스로 안 해줄 것 아니야.
글로디스 마셜:잠들 일 없을 텐데. 눈앞에 태양을 두고 잠드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아주 짙은 농조다.)
장난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잠에 든다고 하면 거기까지 커버해드릴 테니까. 제가 더 놀자고 붙든 거잖아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여기서 가장 이상한 건 흡혈귀 손님도 눈을 깜박이는 괴식도 아닌 당신일 거야. (아주 농조는 아니었다.)
그러면 이곳에 대해서 알려주실래요? 음, 그래. 저 레코드 플레이어 같은 거.
글로디스 마셜:(약간 상처받은 것 같이 과장된 몸짓으로 가슴팍이나 부여잡았다.) 이상할 정도로 미스터에게 꽂히긴 했어요. (아주 농조일까 아닐까?)
그냥 레코드 플레이어죠. 노래 바꿔 틀어줄까요?
낮은 선반 위에 올려진 레코드 플레이어에서는 여전히 활기찬 분위기의 모던 재즈가 흘러나옵니다.
옆에는 유리로 가려진 원목 수납장이 있어요.
당신의 키보다 약간 높은 수납장에는 LP판 앨범이 여럿 꽂혀있습니다.
20세기의 것부터 최신 음반들이 세월의 흔적 없이 깨끗하게 놓여있네요.
장르도 클래식부터 팝송까지 다양합니다.
선반 밑 칸에는 신문이나 잡지같은 것들이 놓여있습니다.
하나를 집어 살펴보면 저번주의 날짜가 적힌 신문으로, 1면에는 유명 연예인 간의 연애 스캔들 기사 따위가 적혀있습니다.
넘겨보면 정치부터 연예까지 최근의 이슈가 나와있는, 특별한 것 없는 일간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정말 이상하다니까. (농조라고 생각해버렸다.)
이건 사장님이 모아두신 건가? (앨범과 신문지들을 흘끗 본다.)
글로디스 마셜:제가 둔 것도 있고 손님들이 가져와서 읽다가 두고 간 것들도 있죠. 대화 주제를 찾자면 대개 시사적인 게 무난하니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렇다면 이 중 Cariño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은?
글로디스 마셜:(망설임 없이 하나 꺼내준다.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뒤에 트랙 리스트 있거든요? (검지로 짚는 건 Side 2의 4번.) 혹시 뒤끝 길어요? 미스터.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시선이 검지 끝을 따라간다.) 음? 딱히요. (대수롭지 않은 투.)
글로디스 마셜:그럼 딱히 이 노래에서 얻어갈 교훈 같은 건 없겠네요. (가사를 홀로 곱씹는 듯한 얼굴이다.) 과거의 분노에 매여 살지 말란 말을 장장 5분 내리 하는 노랜데.
이상하게 마음에 들어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음반이 갈아 끼워지고, 언젠가 한 번 즘 들어본 듯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눈을 감는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노래일지도 모르죠.
이러다가 정말 잠들것 같군. (느리게 눈을 뜬다. 시선의 끝에 테이블이 걸렸다.)
당신이 앉아있는 짙은 브라운 컬러의 원목 바테이블입니다.
양옆으로 길게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구조예요.
당신 앞에는 무드등 안내판, 꽃병이 놓여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안내판을 본다.)
원목 지지대에 손바닥 크기의 아크릴이 끼워진 안내판입니다.
'스트리트 616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영업 시간은 일몰 후부터 익일 일출 전까지입니다.'
실내 흡연 및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합니다.
지나친 음주 및 마법 주문 남용으로 인한 영업 방해는 즉시 퇴거조치합니다.
나가기 전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스피크이지 바인가 봅니다!
영화에서 보면 이런 바는 입구를 숨겨놓던데.
액자를 누르거나 공중전화 부스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마피아의 소굴이 나오는 전개이던가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여기 암호가 뭐였죠?
글로디스 마셜:(가만히 바라본다. 입꼬리가 샐쭉 오른다.) 맨입으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비뚜름 쳐다본다.) 이때까지 내가 자기를 위해서 해준 게 있는데.
글로디스 마셜:서비스로는 부족했다는 거죠? (비뚜름한 눈길에도 꿋꿋하게 능청스럽다.) 알려줘야 다음에도 제대로 찾아오겠지.
사람 등 두드리듯 가벼운 노크 두 번. (재현하듯 어깨를 검지로 톡톡 친다. 그리고⋯) 프라하!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자연스럽게 다음을 기약하네. (고개가 기울어졌다.) 체코의?
글로디스 마셜:(그럼 안 되나요? 정도 되는 눈빛으로 빤히 바라본다⋯) 네에, 체코의.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결국 시선을 먼저 피한 건 본인이다. 꽃병을 바라본다.)
마리골드가 꽂혀있는 꽃병입니다.
검은색 무광의 도자기로 만들어져 속이 보이지 않습니다.
꽃병을 만져보자니⋯ 안에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대신 유리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꽃병 안을 본다.)
입구보다 꽤 큰 모양의 반짝이는 주홍색 보석이 안에 들어있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어떻게 넣은 거지. (신기하다는 듯 한참 보더니 얼마 안 가 무드등으로 시선을 옮겼다.)
글로디스 마셜:뭐 있어요? (대뜸 꽃병 안쪽을 보는 모습에⋯)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꽃병 안에 보석이 있는데. 몰랐어요?
글로디스 마셜:(끔뻑⋯) (곧 꽃병을 들어 살피다가 밑바닥을 연다. 보석을 손쉽게 꺼냈다.)
누가 이런 깜찍한 선물을.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인기가 많네. (흥미롭게 지켜본다.)
글로디스 마셜:(보석의 형태를 살피다가 안쪽에 보이지 않게 잘 놓았다. 곧 눈이 마주친다.) 난 미스터밖에 없어요. (적어도 지금은. 콧잔등 찌푸리며 웃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인기 많은 바텐더 씨, 지금 당장이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안 돼요. (가벼운 웃음소리가 샌다.)
글로디스 마셜:당신이 그 아무나인가요? 아닌 것 같은데. 멀끔해선 딱 괜찮아 보이고? (그렇다면 이쪽은 가벼운 윙크다. 흉터 있는 쪽이 한 번 깜빡였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칭찬이라면 고맙다만. (그 모습을 멀거니 쳐다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애인 행세인지 가늠하려는 듯했다.) ⋯저건 관상용이죠? 또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니고. (무드등을 손끝으로 가리킨다.)
글로디스 마셜:(무드등 흘끔 본다.)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데요? (손으로 끌고 와선 마음대로 만지게 둔다⋯ 평범한 무드등이다. 은은한 노란 빛을 내고 있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꺼지는 건가? 더듬어본다.) 누군가의 은밀한 취향이라던지⋯.
터치 패드를 건드린 듯 무드등의 색이 파랗게 변합니다.
블루라이트 차단⋯⋯ 뭐 그런 건가 봐요.
칵테일 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으니 색깔이나 다시 바꿔두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래, 입맛을 맞출 수 없다면 색감이라도 맞춰주자⋯. 오렌지색으로 바꾼다.) 인테리어는 여느 평범한 바 같네요. 역시 한 장소의 분위기는 소품보다도 사람이 만드는 걸까.
글로디스 마셜:(색이 마음에 든다.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인다.) 그럼요. 건축가가 암만 용을 써서 멋있는 걸 지어놔도 거렁뱅이들만 꼬이면 끝장이잖아요? 비범한 바 같다고 해주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말했잖아요, 당신은 이곳에서 가장 이상하다고. 나쁜 의미는 아니고⋯.
글로디스 마셜:비범한 바의 주인이라면 응당 그래야죠. 곡해하지 않으니 굳이 해명 않아도 돼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당신도 이곳을 벗어나면 평범한 '사람'이 되잖아요. 저는 늘 평범한 게 가장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건 내가 이 사회에 어느 정도 잘 스며들 수 있는지 하나의 지표가 되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아무나가 맞아요.
글로디스 마셜:흠. (잠시 말을 골라내는 듯 했다. 노란 눈이 깜빡인다. 옆으로 비키듯 했던 시선이 다시 그에게로 돌아가 꽂혔다.) 소박한 꿈을 꾸시네요.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미는 건 지극히 소시민적이지 않은지. 개성을 아주 죽여가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난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내가 사업 같은 일 말고 야간에 일하는 바텐더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죠.
때론 그냥 겉돌아도 되지 않을까요? (눈매가 휜다. 곧 쉐이커 바디와 병을 쥐었다.) 좀 웃겨드릴게요, 미스터. 한 명만을 대상으로 이런 쇼는 잘 안해주는데.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대부분들 꾸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태양 닮은 시선이 닿는다. 분명 시침이 11시를 지나가던 모습을 보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 볕은 따사로움을 넘어 따가울 지경이다. 어느 이방인은 결국 눈살을 찡그렸다.)
그랬다가는 외로운 족속에서 벗어나질 못해서. (시선은 느리게 제자리를 찾아간다. 입매가 앞서 휘어진 눈매와 반대방향으로 휘어지면, 또 다른 미소가 완성된다. 곧이어 흰 손가락이 껍질 벗겨진 나뭇가지처럼 허공에서 나풀거렸다.)
취해서 하는 소리니까 가볍게 듣고. 오늘 여럿 취객 상대하느라 바텐더가 고생이 많군요. (느릿느릿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기대가 되네요.
글로디스 마셜:외로움을 느끼는 건 알코올이 스밀 때 보이는 아주 전형적인 증세죠. 의사들은 이런 증세에 처방이란 걸 하던가요.
한낱 현대의 광대가 무슨 처방을 하겠냐마는⋯
(병을 훅 던진다.)
손놀림
기준치:80/40/16
굴림:64
판정결과:보통 성공
베이스를 담은 유리병은 공중에서 한 번 돌고,
그의 손목에 의해 미끄러져 다시 반대쪽 손에 안전하게 잡힙니다.
등 뒤로 컵과 병을 섞고 던져보기까지 하네요.
유리병이 무사히 쉐이커 바디에 안착합니다.
현란한 주조가 그렇게 한참 더 이어졌습니다.
글로디스 마셜:어라, 이런 걸로 현대인을 웃기기는 역시 무리인가.
글로디스가 바디를 내려놓고, 유리병에 든 주홍빛 베이스를 보스턴 쉐이커에 넣습니다.
지거에 맑은 액체와 시럽을 담았다가 쉐이커에 흘려넣기까지⋯⋯
묘하게 기웃대며 표정을 살피고 있습니다.
시나몬 스틱을 올리고서 잔을 내미는 손은 느긋합니다.
글로디스 마셜:조금 다른 맛이 날 거예요. 아마 더 부드러울 거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동그래진 눈으로 주조를 담았다. 감탄을 뱉으려고 했으나,) 아. (단어선택에서 웃음이 앞질러버린다.) 아, 하하⋯.
이거 정말, 즐겁네요.
(이윽고 웃음기 서린 낯이다. 손을 뻗어 잔을 쥔다.) Cheers.
잔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곧 입에 머금은 술에선 부드러운 벌꿀의 향이 감돕니다.
아까 물어본 벌꿀술이 보다 더 많이 들어간 걸까요?
달콤한 맛에 약간은 가라앉았던 기분이 나아집니다.
그쯤 글로디스의 목가에서 조명 빛을 받아 무언가가 반짝, 하고 빛납니다.
은색의 목걸이군요.
줄이 길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끝에는 장식이 달려있습니다.
아무래도 움직이느라 줄의 모양새가 조금 흐트러진 것 같은데, 알려주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목구멍에서 단향이 올라오면 그제야 기분이 가라앉아있었던 사실을 깨닫는다. 사색에 빠진 것도 잠깐, 잔을 내려놓고 가까이 와보라는 듯 손짓했다.)
글로디스 마셜:응? (아주 미미하게 당황한 모양새였다. 눈치 보는 걸 들켰나⋯ 헛기침을 작게 하다가 몸을 숙였다.) 왜요?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당신 말이 맞아요. (눈매가 알맞게 휜다. 두 손으로 흐트러진 줄을 정리한다.) 보고 싶어서.
당신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 건 아주 예상치 못한 일이었나 봅니다.
그는 한동안 대답할만한 말을 찾지 못한 듯 눈만 끔뻑이다,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무르기 전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글로디스 마셜:Gracias, cariño.
손끝을 스친 목걸이 끝엔 장식이 달려 있었습니다.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 크기의 은색 열쇠 모양 장식말이에요.
주홍빛 보석이 박혀 있던 것 같기도 하고.
바텐더의 얼굴이 제법 빨개 보입니다.
조명 때문일지도 몰라요, 얼마 전에 실연 당했다면서요?
그가 더 곤란해지기 전 문이 열리며 손님이 하나 들어옵니다.
글로디스는 유독 밝게 인사하며 손님을 맞이합니다.
하나 새로 들어온 손님은 누구를 찾지도, 테이블에 착석하지도 않습니다.
몸을 틀어볼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누군가가 더 곤란해지기 전에 몸을 튼다.)
뒤돌아 손님을 관찰하자면⋯
평범한 남자입니다.
당황스러운 표정이 반, 두려운 듯 보이는 모습이 반입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뭘 할지 모르는 듯한 표정 같군요.
글로디스 마셜:저쪽 테이블로 가시면 됩니다.
가리킨 곳은 나이 든 노인이 앉아있는 테이블입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정말 개성 많은 손님들이 오네. 도와드릴까요? (일어설 준비를⋯)
글로디스 마셜:보통 저 노신사분과 동행하는 손님들은 다 비슷해요, 보면 알죠. (어깨를 톡톡 건드린다. 누르는 것에 더 가깝기도 했다.) 괜찮아요.
그건 그렇고⋯ 허니,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이 참 많네요?
질투나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꿈벅⋯.)
저는 봐도 모르겠어서. (당연한 소리를 하고 도로 앉았다.) 원래도 질투가 많은 편인가? (진지하게 실연 당한 이유를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무례하게⋯.)
글로디스 마셜:아하하. (무례하다고 할 수 있을 언행에도 타격이 없는 듯 가볍게 웃기나 한다.) 아니, 반응이 재밌어서 그만⋯ (입을 가리고 마저 웃은 뒤 다시 턱을 괴고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여잔 이런 반응 안해줬단 말이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음. (다시 한번 잔을 기울인다. 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면 이제 헛소리를 뱉으면 빠져나올 구석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글로디스 마셜:뭐어, 대강⋯⋯ (눈에 띄게 말이 느려졌다.) 낭만만 있던 사람? (모르겠다는 식으로 던지는 투다.) 아무렴 그 여자가 찼으니까. 그리고⋯⋯ ⋯그런 사이비 집단 교주나 하는 여자하고는 어울리고 싶지 않,
(깜빡.)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깜빡.)
글로디스 마셜:내가 어디까지 말했죠? 아, 평소보다 좀 독하게 말았나. (하하.)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독한 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지금. (하하?)
글로디스 마셜:문제가 될 수 있죠? 앞으론 얼음을 조금 더 넣어야 할까 봐요.
⋯⋯.
알고 만난 건 아니었어요. 뭐⋯ 그렇게 됐네요. 그냥 잊어줘요, 집어서 말씀드릴 것도 없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공백이 조금 길다.) 그러면 이것만 답해줘요.
그 여자가 안 찼으면 계속 만날 생각이었어요?
글로디스 마셜:(헛헛하게 웃는다⋯) 헛소리를 정말 헛소리로만 들었나 봐요.
어울리고 싶지 않아요. 미련 없어요. (청승 떨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쏘아주려고 했는데, 그건 다행이네요. (문제 삼지 않는다. 믿는다는 투다. 거짓이어도 이건 제 손해가 아닐 것이다. 아마⋯.) 가장 빨리 나오는 안주는 뭐죠?
글로디스 마셜:한때 없긴 했죠. (왜인지 입이 타는 기분이 들었다.) 나쵸랑 과일 정도인데⋯⋯ 너무 급하게 마시는 거 아니에요? 나야 이것저것 내어주고 챙겨주는 게 좋긴 한데⋯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흐음. (한결같은 미소가 따라잡는다.) 좋으면 좋은 거지? 칵테일 몇 모금에 취하지는 않을 테고⋯ 그런들,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잖아? 과일로 부탁드려요.
글로디스 마셜:(고개를 끄덕거리고서 과일을 내어주기로 한다. 트레이 위에 접시가 놓이고 달콤한 과육이 담긴다. 곧 다른 트레이 위에 칵테일 두 잔을 올리고⋯ 카운터를 빠져나갔다.) 이것만 전달하고 올게요.
그가 트레이를 들고 찾은 테이블에서 남자와 노인의 대화가 들려옵니다.
남자: 정, 정말 그 사람을 살려주시는 건가요?
노인: 그럼, 자네의 생명을 그와 절반 나누는 조건이야. 다만 그와 만나서 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말게.
아니, 되겠냐?
남자는 상태가 아무리 봐도 심약해 보이는데? 암만 봐도 한 탕 뜯어먹으려는 사기 계약 현장인데요!
정신 나갔군. 저것도 사이비 아냐?
남자: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노인: 글쎄, 그냥 눈에 띄어서 말이지.
글로디스 마셜:실례합니다,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연하게 요청이 이쪽 분 맞으시죠?
그들에게 바텐더가 묻는군요.
저기, 가만 보고 있지만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
노인은 연하게 탄 칵테일 잔 하나를 남자에게 밀어줍니다.
글로디스는 대화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즐거운 시간 보내라며 웃습니다.
도움이 안 되는 바 주인이네요!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간만에 찾은 여유군요.
그가 곧 과일을 마저 정리하고 접시를 마른 수건으로 닦기 시작합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메론 조각을 입에 넣는다.) 요즘은 거래를 수명으로 하나?
글로디스 마셜:암구호 같은 걸 채택할 때가 잦아요. (어깨를 으쓱인다. 잔도 닦는다⋯ 뽀득뽀득.)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삼키고는 망고 조각을 먹는다. 달콤하네⋯.) 사람을 살리는데 다른 산 사람의 생명 절반을 내는 거면 불공정하지 않나요?
글로디스 마셜:죽음에서 건져내는 거면 꽤 저렴한 값이라고 생각하는데. (망고 조각을 우물거리는 볼을 바라본다⋯) 과일은 좀 마음에 들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죽음을 염두하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얼굴에 뭐가 묻었나⋯. 냅킨으로 입가를 닦는다.) 네, 괜찮아요. 나쵸가 조금 궁금해지기는 하는데.
글로디스 마셜:여기 손님들은 많이 극단적이곤 해서. (다시 가만히 바라보다가 머리가 기운다.) 많이 달콤하다는 소리죠? 열심히 골라오거든요, 뿌듯하네⋯⋯ 여긴 식당보단 술집이 맞긴 하지만 미스터가 먹고 싶다면야.
그쯤 문이 다시 열립니다.
손님이 한 명 들어오고⋯
검은 머리 여자: 영업 하죠? 하나 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바 테이블에 앉습니다.
당신이 앉은 곳에서 의자 한 칸 건너뛰어서요.
그나저나, 아무리 극단적이라곤 해도⋯
보통 사람을 죽음에서 건진단 얘길 아무렇지 않게 하나요?
수상함을 못 이기고 입을 떼려 할 때,
그가 능청스레 선수를 칩니다!
글로디스 마셜:미안해요. 다른 손님을 화젯거리로 삼는 건 금기라서요, 아무리 cariño, 당신이라도.
태연히 웃으면서요.
지금까지 실컷 말해놓고서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이또한 납득한다. 어쩌면 적응이라는 말에 더 가깝다.) 실례를 했네요. (포도를 포크로 찍어먹고 여자를 흘긋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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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의 손님을 흘끗 보자면 겉옷 매무새를 다듬고 있습니다.
긴 코트자락이 바닥에 끌릴 것만 같네요.
글로디스가 외투를 맡겨두겠냐고 하자 고갤 저으며 거절합니다.
올라간 눈매에 안경을 쓰고 있고, 검은 머리가 어깨까지 오는 여자입니다.
그녀는 일주일이 길다는 둥, 글로디스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머리를 묶기 시작합니다.
곧 당신을 보더니 놀란 눈치입니다.
그러고선 아는 척을 하는군요.
검은 머리 여자: 어머, 옆 부서에서 일하시는 분 아니세요? 이런데서 다 뵙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 안녕하세요. (⋯⋯⋯⋯누구?)
검은 머리 여자: 저예요, 작전실행부 부장 포트!
그러니까 누구냐고요!
포트:엑셀시어 씨의 저번 활약은 정말 최고였어요.
건물 하나를 폭파시켜 통째로 날려버린 건 다시 생각해도 멋지네요!
뭐라는거야. 뭐하는 사람이야?
아무리 처세술에 능해도 이건 제법 많이 당혹스럽습니다.
포트는 당신에게서 숨겨지지 않는 의아한 기색을 눈치챘는지 잠깐 말이 없다가⋯
포트:혹시 몇년도에서 왔어요?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릴 합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은데⋯. (시선이 가늘어진다.) 런던에서 왔습니다. (년도가 아니라 장소를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
글로디스 마셜:2000년대요. (자연스럽게 덧붙였다.)
포트:아하?
아, 음! 미안해요. 사람을 착각한 것 같아요!
저는⋯ 어디 보자. 450년 정도 미래군요? 그쯤에서 왔어요.
계속 들어줘야 할까요? 정말 정신 나간 여자 같군요.
포트:이곳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바텐더 씨도 친절하시고, 가끔 위대한 분들도 방문하시니까요. 후후.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초면인 사람에게 망상증이 의심되니 가까운 시일 내에 정신과 방문을 바란다는 말을 정중하게 할 방법이 있을까.)
450년 후의 미래는 어떤가요? (태연한 소릴 한다.)
포트:좋은 질문이에요! (박수 짝!)
⋯⋯라고는 말을 해도, 당신이 살고 있는 곳이랑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은 비가 오더라고요. 우산 안 쓰고도 비 막아주는 기술 같은 건 아직도 개발이 안 됐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참 아쉬운 일이네요. 그랬다면 비바람에 길고양이들이 감기 걸릴 걱정같은 걸 안 해도 될 텐데.
혹여 나중에 현실에서 괴리감이 느껴진다 싶으면 이쪽으로 연락 주실래요. (냅킨에 병원 오피스 번호를 적어서 준다.)
포트:상냥해라! 길고양이 걱정도 하시고. 제가 괜히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니라니까요, 겹쳐본 분도 공연히 고양이 간식을 챙겨 다니곤 했거든요.
괴리감? (냅킨을 받아든다.) 무슨 괴리감이요? 정말이에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는 건. 저기 뒤에 계신 분들은⋯⋯ 물고기 인간이랑 뱀파이어 같고. 저쪽, 아. 저 할아버지 또 오셨네.
(기웃거린다.) 뭘 그렇게 심각해져 있어요! 이 넓은 우주에 지성이 있는 생명체가 사람밖에 없을 리 없잖아요? 아, 저도 당신과 같은 사람이니 너무 껄끄러워는 마세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하. (슬슬 본인 스스로가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생태계의 다양성은 중요하죠, 네. 공존에 피해가 안 된다면야⋯. (버릇처럼 웃었고,) 그보다 저랑 겹쳐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한데, 건물 하나를 폭파한 건 무슨 일이었나요?
포트:대-단한 일이었죠. 테러리스트 소탕 작전! 이었는데, 모두를 통솔해서 건물을 폭삭 가라앉혔어요.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세요? 인명 피해라곤 하나도 없었단 거예요! 전원 구조해서 테러리스트들을 산 채로 재판에 넘기고⋯⋯
포트의 말이 제법 길어집니다.
'그 사람'이 정말 멋있긴 한가 봐요.
한참 말을 잇다가 제 이마를 훔치는 시늉을 한 포트가 방긋 웃습니다.
포트:혹시 엑셀시어 씨, 오늘 시간 있으면 같이 시간 보내지 않을래요? 재밌는 구경 시켜줄게요!
당신이 꽤 마음에 들어서 말이에요.
글로디스 마셜:그건 곤란한데요.
지금 데이트 중이라서.
글로디스가 완성된 칵테일을 포트 앞에 두며 끼어듭니다.
나이스 타이밍입니다, 바텐더!
'나이스'가 맞긴 한가?
잘 모르겠지만 수상한 사람과 1:1 데이트는 사절이거든요.
뭐⋯⋯ 생각해보니 수상하기는 글로디스도 매한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글로디스,
뭐라고요?
포트:오⋯⋯ 엑셀시어 씨, 애인 있어요?
아.
포트는 애쉬와 글로디스를 묘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방긋거리던 미소가 음흉한 눈길로 변했습니다.
포트:아하, 아하하!
두 분 커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 어떻게 아셨지.
글로디스 마셜:그런 편이죠.
(깜빡,) 그렇죠. (손부채질 두 번 정도 한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하하, 그래서 같이 시간 보내는 건 어렵겠어요.
포트:그럼, 그럼. 제가 빠져드려야죠. 마침 해야 했던 일도 꽤 있었고⋯ 후후.
포트는 칵테일을 마시며 둘의 대화를 구경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곧 태블릿 노트를 꺼내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보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이란⋯⋯
보호 필름으로 애쉬쪽에서는 화면이 어둡게 보이고, 글씨가 아주 작아 무슨 내용인지 보이지는 않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시선을 돌린다.) 오늘 일 끝나고 뭐해요, Cariño?
글로디스 마셜:포근한 침구에 몸을 눕히고 오랜 숙면을 취하려나. (눈이 마주쳤다. 곧 제법 아쉬움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덧붙인다.) 데이트는 그 전에 끝나겠지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근사한 계획이네요. (가벼운 웃음소리가 뱉어진다.) 데이트는 괜찮나요? 나는 하는 게 마시고 먹는 것 밖에 없어서. 나야 즐거운데 당신은 어떨지 모르겠네.
글로디스 마셜:그리고 난 할 줄 아는 게 대접하는 것밖에 없거든요. 잘 맞아떨어지는 셈인 거죠, 난 지금 정말 즐거워요⋯
흠, 저 분이 당신과 착각한 사람 말인데⋯ 실은 이 바에서 이전에 본 적이 있어요.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닮긴 했었죠.
말끔한 복장인데 안경을 썼었나⋯ 아, 머리색도 달랐던 것 같아요. 이상하다, 닮았다고 느껴질만한 요소는 적은데.
그때 당신이 마시던 게 있는데, 한 잔 드려볼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희한하네요, 이곳이나 당신이나 분명 초면인데. 아, 제 기억력이 지금 온전하다는 가정 하에.
지구에 닮은꼴이야 하나둘 있겠죠.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요. 네, 주세요.
바텐더가 만들기 시작하는 건 깔루아 밀크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유에 커피 리큐르인 깔루아를 섞은 칵테일이죠.
달콤하고 부드러운 우유의 맛이 특징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신, 꿀 탄 우유를 좋아했던가요?
기가 막힌 우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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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손님 둘이 들어옵니다.
남자 둘로 버버리 코트에 모자, 한 명은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군요.
굉장히 고전적인 의상이에요.
그들은 바 테이블의 끝 자리에 앉습니다. 조금 사람이 많아진 것 같죠?
글로디스 마셜:어서오세요, 두 잔 드릴까요?
코트를 입은 남자: 아니⋯⋯ 이번에는 조금 다른 걸 마셔볼까 해서.
뱀부 하나, B&B 하나 부탁하지.
글로디스 마셜:온더락으로요?
코트를 입은 남자: 슈터로.
주문을 마친 그들은 서로 대화합니다.
그는 마티니 글라스와 쉐리 글라스를 꺼냅니다.
뱀부의 재료인 드라이 쉐리와 드라이 베르무트가 카운터에 놓입니다.
얼음 채운 믹싱 글라스에 두 재료를 넣고 벌꿀술을 약간 첨가한 뒤⋯
조금 오래 저어주는 모습입니다.
마티니 글라스에 따라내고 가니쉬로는 레몬 필을 올리는군요.
글로디스는 완성된 칵테일을 모자를 쓴 남자 앞에 내려놓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깔루아가 담긴 칵테일잔을 마시진 않고 만지작 거린다. 시선이 바텐더의 손끝에 오래 머물렀다.) 제법 전문가 같네요.
글로디스 마셜:뭐든 벌어먹고 살려면 전문가 급이 되어야 하니까요. 왜요? 새삼스러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니, 멋있다고. (히죽거린다.) 음료 이름이고 제조법이고 외우려면 한참 걸렸을 것 같은데.
글로디스 마셜:흠? 고마워요, 미스터. (실실 웃는다⋯) 암기를 요하는 건 이것뿐이 아니죠. 사람 근육을 통으로 외우는 사람들에게도 찬사를 보내줘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시선이 입가로 옮겨간다.) 머리를 안 쓰다 버릇하면 자주 까먹는데도. 그런데 그 벌꿀술은 대부분의 메뉴에 들어가는 건가요?
글로디스 마셜:과별로 역할이 다르니까요. 개흉을 주로 하는 서전이면 다리는 잊기 마련이죠. 하지만 말해주면 떠올릴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머리를 기울인다. 시선을 의식한 듯.) 아무래도 넣으면 맛이 꽤 좋아지니까, 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럴지도요. 떠올릴 수 있으려나⋯. (조금 노골적으로 쳐다봤다.) 바텐더 씨, 꽤 좋은 표본이 될 것 같은데. 손 한번 이리 줘볼래요?
글로디스 마셜:(노골적인 시선이 닿으면 눈이 잠깐 가늘어졌다가 돌아온다. 분간하는 것 같이 굴다가 역시 노골적으로 쳐다본다⋯) 호칭이 갑자기 섭섭해졌는데요? 주기 싫게. (장난이나 치며 손을 순순히 내밀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취객 상대 처음 해본 것도 아니면서. (잔을 내려놓고 눈앞에 내밀어진 손을 짚는다. 언뜻 보니 사이즈 자체는 제 손과 비슷하구나 싶었다.) 인체란 신비하죠, 눈앞에 드러난 작은 정보만으로도 몸속에 숨겨진 많은 비밀들을 알 수 있으니까. 구차하게 칼이나 가위를 들 필요도 없이⋯. (손가락 셋으로 손목의 맥을 집는다.)
빈맥이 좀 있나요?
글로디스 마셜:딱히 아주 취한 것 같지도 않은데⋯⋯ 그리 믿고 싶지도 않고. 이게 다 술버릇이라고요? (정말 서운하다는 기색을 아주 잠깐 내비쳤다. 맥 짚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내가 살아있는 건 딱히 숨겨둔 사실이 아닌데요⋯
(거짓말처럼 빈맥 증세가 스스로에게까지 느껴질 지경이 된다.)
걱정은 고맙지만 건강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참 고약한 술버릇이네요, 그쵸? (그걸 빌미로 아주 눈치 못 챈 것처럼 굴고 있었다. 눈매가 휘어졌다. 뺨에는 홍조가 조금 올랐나⋯.)
오래 두면 무력감이나 두통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까 조심하고. (손가락이 느릿느릿 떨어진다. 아쉬운 양.)
글로디스 마셜:(손가락이 느릿느릿 전부 떨어질 때까지도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한 것처럼 굴었다. 손등으로 괜히 제 뺨을 눌러본다. 열감이 있다. 알코올 때문이라도 치부한다⋯) 참고할게요. (무력감으로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로디스에게서 칵테일을 받은 남자가 문득 목소리를 키웁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모자를 쓴 남자: 보스는 그런 잡일을 우리한테만 시켜. 이거 증거 조작 아냐?
선글라스를 쓴 남자: 뭐 어쩔 수 없지. 까라면 까.
모자를 쓴 남자: 이번엔 뭐 하는 사람들인데? 봤나?
선글라스를 쓴 남자: 모르지, 일기장 만들면서 보니까 사람 하나 가지고 논 것 같은데? 무슨 내기라도 한 모양이야.
모자를 쓴 남자: 어휴, 또야? 왜 허구한 날 ‘그 분’은 불쌍한 인간 찾아다니면서 골려먹는거야?
선글라스를 쓴 남자: 말도 마, 예전에 쓰던 노트 찾아내서 다른 사람 글씨체 흉내내는 것도 이젠 힘들어.
모자를 쓴 남자: 방식도 꽤 구식이야, 요즘 일기를 누가 쓴다고.
선글라스를 쓴 남자: 뭐, 맞지. 보스가 말하기로는 그래야 상황이 재밌어진다나 뭐라나. 최신식으로 좀 바꿔주면 안되나? 요즘 인터넷 얼마나 잘 되어 있는데.
모자를 쓴 남자: 참내⋯ 기껏 조직에 들어왔더니 위대하신 그분은 한번 못보고 이게 뭐하는 짓이람.
선글라스를 쓴 남자: 동감이야. 그리고 자네, 단서 만든 거 좀 찾기 쉬운데다가 놔. 나도 못찾겠네.
뭐라는거야. 조직 말단들의 대화인가요.
⋯⋯아니면 방탈출 직원?
글로디스가 입으로 바람 소리를 한 번 내며 애쉬를 부릅니다.
글로디스 마셜:이거 봐요.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게 갈 칵테일인 것 같아요.
그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성냥을 꺼냅니다.
칵테일은 노란색, 주황색, 주홍색이 아름답게 층 져 있습니다. 성냥갑의 마찰면에 긁자 불이 붙습니다.
그가 불 붙은 성냥을 칵테일 표면에 대자 순식간에 찰랑이는 칵테일의 윗부분에 파란 불길이 치솟습니다.
아차, 빨대를 깜빡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대화에 집중한 듯했다가 곧장 고개를 돌린다. 불을 붙는 모습에 작은 감탄이 터져나왔다.)
관찰력
기준치:50/25/10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남은 빨대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손님에게 불을 붙인 채 칵테일을 대접합니다.
불이 뜨겁지도 않았던 걸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근사하네. (중얼.)
(불이 잘 붙는 것 보니까 제법 도수가 있는 술인가 보다⋯ 이런 생각 중.)
글로디스 마셜:(곰곰⋯)
아, 뜨거워. (되도 않는 엄살이나 부린다. 불길에 손이 닿은 적조차 없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눈 동그래져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제대로 못 본 모양⋯.) 다쳤어요?
글로디스 마셜:(다시 손을 내민다. 우는 척⋯) 화상이라도 입었나 봐요. (그러나 흔적 같은 건 하나 없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눈물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렸다.) 뭐하고 있어요, 흐르는 물에 손 씻고 있어. (보통 증세라는 건 눈에 잘 안 보이는 거라고⋯ 싱크대를 찾는다.)
글로디스 마셜:(내밀어진 손이 까딱였다.) 귀끝 좀 빌려줄래요? 민간요법이라도 시행하게. (데이면 귀를 잡는 행위 말이다. 요컨대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을 하는 중이다. 샐쭉 웃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깜박.) 아. (느릿느릿 자리에 앉았다.) 놀랬잖아요. 화상이 얼마나 아픈데.
글로디스 마셜:이제 제법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네요? 불에 진짜 닿았대도 괜찮았을걸요. 굳은살 좀 박혀서. (손을 무른다. 공연히 제 귀끝이나 만진다. 온도는 비슷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언제는 아니었나⋯. 계속 보고 있으니 정말 좀 그런 것 같아요. (와중에 손이 멀어진 것도 모르고 있다가⋯.)
Cariño (완전히 멀어지기 전에 도로 붙잡았다.)
이 호칭, 마음을 쓴다care는 의미잖아요.
오늘 지나면 잊을 명칭이래도 지금은 그 뜻에 충실하고 싶은데. (손바닥을 만져본다. 온도는 역시 비슷하다.)
글로디스 마셜:(손이 도로 붙잡히면 눈이 미미하게 커졌다. 곧 호칭에 대한 재정의를 내릴 떄쯤 손바닥이 젖어드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심박이 가파르게 오른다.) 되게, 똑똑하시네요. 보통 애칭이라는 것만 좀 알던데. (어색한 칭찬이 이어지다가⋯)
그래요, Cariño.
당신에게 마음을 써보죠. 저 역시도, 아주 충실하게⋯⋯
긴장감이 나돕니다.
부정적인 류는 분명 아녔습니다.
대화의 맥을 끊기라도 하듯, 선글라스 손님이 잔을 탁 내려놓고 주문을 한 번 더 합니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 정말 최고군! 어이, 이번엔 아도니스로.
문의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중년의 남자 둘, 젊은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들어옵니다.
한 중년 남자의 겉옷 안 정장에는 경찰 뱃지가 달려있습니다.
꽤 높은 직급의 경찰 간부같네요. 일행으로 보이는 그들은 테이블 자리에 앉는군요.
휴대폰을 보니 새벽 2시 반쯤 됐네요.
해 뜨기 전까지 하는 바에겐 지금이 피크타임인가 봅니다.
꽤 취한 듯한 중년의 남자가 말합니다.
중년 남자: 여기 네 잔! 하나는 온더락, 하나는 스트레이트로.
바는 여러 손님들의 대화 소리로 왁자지껄 해집니다.
중년 남자: 아, 하몬 플레이트도 하나 주시게.
선글라스 손님도 주문을 하는군요.
선글라스를 낀 남자: 그러고보니 자네, 식사는 했나?
모자를 쓴 남자: 아니, 뭐라도 시키는게 좋겠어.
⋯라면서요.
그들은 연어 스테이크를 부탁합니다.
글로디스는 단숨에 분주해졌습니다.
눈썹을 늘어뜨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성실한 건 아무렴 좋으니까요⋯
당신의 말을 굳이 쳐내진 않겠지만 아주 신경써서 대답해주진 못할 것 같죠, 아무래도?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때늦게 깔루아 밀크를 한모금 마신다.)
예상했던 맛이 입안으로 퍼집니다.
기분이 느긋하게 좋아질 때쯤,
그때입니다.
툭, 하고 유리가 단단한 것에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타블렛의 글에 열중하던 포트가 실수로 잔을 팔로 친 모양이에요.
그만 테이블에 칵테일을 엎지르고 맙니다.
마티니 글라스와 주홍빛 액체가 테이블에 나동그라져있군요.
액체는 당신의 옷 소매 끝자락을 축축히 적십니다.
포트:어, 어머, 어쩜 좋아!
미안해요! 정말 고의는 아니었어요, 오탈자를 좀 수정하려다가⋯⋯ 많이 묻었나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 괜찮습니다. (냅킨을 찾는다.) 포트 씨는 괜찮나요?
포트:저야 괜찮죠! 대부분 그쪽으로 쏟아졌으니까⋯⋯ (같이 냅킨을 찾는다.)
그쯤 애쉬의 눈엔 곧 테이블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마티니 글라스가 보입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민첩
기준치:30/15/6
굴림:1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판단하기 이전에 손을 뻗었다.)
마티니 글라스를 쉽게 낚아챕니다.
바텐더의 일을 하나 줄여주는 데에 성공했어요!
소매엔 주홍색 자국이 남은 채지만⋯
냅킨이나 수건으로만 닦기엔 옷과 맨살이 닿아 다소 끈적거립니다.
물로 닦아내는 것이 좋겠어요.
글로디스 마셜:어, 쏟았어요?
금방 닦아드릴게요. 많이 묻은 것 같은데⋯ 화장실은 오른쪽 안에 있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네, 다녀올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으로 향한다.)
칭찬이라도 해달라고 할 걸 그랬나. (저벅저벅⋯.)
애쉬가 걸음을 옮기고 약간 거리가 생길 때쯤 포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포트:엑셀시어 씨가 바텐더 씨 일을 줄여줬어요.
무슨 뜻이냐면⋯⋯ 아주 멋있게 잔을 잡았다는 건데,
⋯말이 약간 길어집니다. 마저 이동해버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동한다⋯. 저벅저벅저벅⋯.)
이미지
화장실은 백 바를 지나치면 있는 다른 출입구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의 후문인가봐요.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본 화장실은 좁지만 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람 한두 명 들어갈 정도로요.
조명은 분위기를 위함인지 어둡게 켜져 있지만 백열등의 따뜻한 빛이 주변을 밝혀줍니다.
바의 조명 온도와 비슷해서 눈이 아프진 않네요.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수 있습니다.
세면대 앞 거울을 보고 옷매무새를 다듬을 수도 있겠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깔끔하네. (세면대로 다가가서 수도꼭지를 튼다.)
인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탑볼 세면대입니다.
물때나 얼룩 하나 없이 아주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군요. 펌핑해서 쓰는 핸드워시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좋은 향이 나는 핸드워시로 얼룩 위를 비비면 금방 사라집니다.
곧 수도꼭지를 잠그자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납니다.
쿨럭, 꿀럭⋯⋯ 훌쩍.
이거 물 내려가는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수도가 막혔나⋯
계속되는 이상한 소리는 서랍에서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야 서랍 뒤에 배수관이 있으니까요.
잘 들어보면 이 이상한 소리가 파이프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응? (배수구를 봤다가⋯. 서랍을 열어본다.)
세면대 하부장입니다.
열어보면 아랫칸에는 핸드워시 여분, 락스, 청소 솔 등이 있습니다. 윗칸에는 보라색의 진득한 액체가 있네요.
묘하게 초록색으로 발광합니다. 야광 슬라임같이 생겼네요.
주변에는 거품이 잔뜩 일어있고, 또 당신을 향해 움직입니다.
자아라도 가진 것처럼⋯
취했나?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취했군. (바텐더 씨의 일을 줄여줄까 고민하다가 휴지로 슬라임을 닦?아보려고 한다.)
휴지를 들고 툭, 건드리자마자⋯
액체의 표면에 무수히 많은 눈알들이 하나 둘 눈을 뜹니다!
끊임없이 형성됩니다. 으!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정신
기준치:25/12/5
굴림:37
판정결과:실패
애쉬 이성 3 감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누가 이런 장난을.
이게⋯ 뭘까요?
슬라임?에선 테⋯ 테⋯⋯ 따위의 소리가 납니다.
공기가 빠지는 소리 같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일이 더 커질 수도 있겠다싶어 도로 서랍을 닫는다.) 일이 많네, 바텐더 씨가. (돌아가기 전에 세면대 앞 거울을 본다.)
LED 간접 조명 기능을 갖춘 거울입니다.
터치식이라 아래쪽을 누른다면 색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본다면⋯
거울 속의 애쉬는 갑자기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바뀌어 있습니다!
보랏빛 머리카락,
다른 결의 녹안⋯
일단 애쉬가 아닌 건 확실합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이게 뭐야. (제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 거린다. 거울 속의 모습은 따라할까?)
애쉬가 이질감을 눈치챈 듯 굴면 거울 속 인영은 씩 웃습니다.
인영: 아하하, 너 재밌다! 마음에 들었어.
무언가가 거울 안에서 쑤욱 나옵니다.
사람의 모습 같은데, 나오다 말고 세면대에 부딪히네요.
엄청 아파합니다. 코미디하나⋯⋯
나타난 것은 보라색의 곱슬거리는 머리칼에 연두색 눈을 가진 여자입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깜짝.)
옷은 멀끔하게 입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서 수영이라도 하고 왔는지 머리 끝이 축축하게 젖어있고, 신발 밑창에 묻어난 보랏빛 액체가 바닥에 자국을 냅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반갑다는 듯 잡은 손이 축축합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인상 찡그린 채 한걸음 물러섰다.) ⋯여기 남자 화장실인데?
슬라임?:진짜? 몰랐어! 그런데 문제될 게 있을까? 재밌을 것 같아서 그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마술 하시는 분인가봐요. 조금 전에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어요. (나름의 이해를 하고 나니 곧장 그려낸 미소를 짓는 것이다⋯.)
슬라임?:그렇다고 해두자!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마술을 하는 손님이라니, 흐흐. (기분 좋은 듯.) 바텐더한테 말해서 고용해달라고 할까?
아, 그런데⋯ 여기 손님들은 다 너무 개성이 강해. 차원 한두 개 연결된 게 아닌지라 보통 마술론 안 되겠다. 취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차원? (한쪽 눈썹을 지켜세운다.) 아까 다른 손님은 미래에서 왔다고 하던데⋯. 무슨 바 테마인가요?
슬라임?:테마라니? 다 짜고 치는 것 같아서 그래? 이걸 순수하다고 해야 돼, 찌들었다고 해야 돼!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현실적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만.
슬라임?:나도 현실적인데?! 내 말은. 다 현실이야! 진짜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거울에서 나온 게 마술이 아니라구요? (깜박⋯.)
그럼⋯. 당신은 몇년도에서 오셨어요?
슬라임?:(제 볼을 톡톡 친다. 눈동자가 구르는 걸 보니 고민하는 모양이다.) 으-음. 몇 년도⋯ 라.
이 차원에선 시간축이 직선 모양이었지, 맞아⋯ (중얼거리다 말았다.) 고차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예상은 해봤어? 아, 말 나온 김에 하려고 하진 말고.
대충 특정하기 힘들단 얘기야!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정말 당혹스럽네. ⋯⋯ (갑작스레 서랍을 열어재껴 본다. 왜 기시감을 이제야 알아 쳤을까.)
여자의 발끝과 연결된 것처럼 자연히 흘러 질척거립니다.
기시감이 그냥 느껴지는 건 아니었나 봐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액체 한번 봤다가, 여자 한번 봤다가⋯.) 혹시 치우는 것을 도와주실 생각이 있으신지?
슬라임?:뭘 치워? (눈 깜빡⋯⋯)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이 액체 같은 거요.
슬라임?:(발치를 바라봤다.) 아. (그리고 한참 웃는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흔적도 없이 치울 테니까! 그나저나⋯ 어지간히 마셨나 봐? 평소엔 내 모습만 보고 도망가는 사람이 참 많던데.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바텐더 솜씨가 좋은 탓에 평소보다 많이 마시긴 했어요. (만들어진 듯한 미소를 유지한다.) 숙녀 분도 드셔보셨나요? 벌꿀술이 들어간 특제 칵테일이라고 하던데.
슬라임?:바텐더 솜씨가 아주 좋긴 해. 윗대가리들도 자주 찾지, 대단하다니까⋯ (이쪽은 아까부터 자연스럽게 방긋방긋 웃는 중이다.) 물론! 손님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까. 따지고 보면 단골일걸?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윗대가리⋯. 아까부터 여럿 손님들이 계속 위대한 누구를 언급하던데, 혹시 동일인물인가요? (머리가 느리게 돌아간다. 정말 취하기라도 한 건지.)
슬라임?:하나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이게 또 말하자면 복잡해. 혹시 신경정신과 쪽으로 아는 거 있나? 뭐라고 하지, 이걸. 다중인격? (음.) 다 같을 수도 있긴 한데 달라. 아, 됐다. 뭘 설명한담⋯ 어차피 이해 못할걸.
너 호기심 참 많네! 재밌었어. 그래도 너무 많은 걸 알려고 들진 마. (기지개를 켰다.) 난 이제 술이나 마시러 가야겠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낯빛이 점점 어두워진다. 단순한 술기운으로 치부하기에는 여전히 납득가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저기, 돌아가기 전에. 바텐더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단골이라면서. 오래 봤을 것 아니에요. 그 사람이 사귀었던 사람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요?
슬라임?:바텐더? (눈이 끔뻑인다.) 말했잖아?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질문의 의도를 다시 파악했다.) 사귀었던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XXXXX를 아주 좋아하는 인간이었나. 아, 윗대가리 중 하나야. 위험한 놈이지! 그 놈을 부를 때 쓰는 게 있었는데⋯ 되게 예쁜 보석처럼 생겼어.
이 이상은 나도 몰라. 사적인 일엔 관심 크게 안 두기도 하고⋯ 뭐, 왜? 차였대?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앓는 소리 한번⋯.) 말씀대로 그건 사적인 일이라서 직접 들으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배웅해 드릴까요?
슬라임?:됐어, 됐어. 여기서 둘이 같이 나가면 엄청 수상할걸? (키득키득 웃고 손을 흔든다.) 이왕이면 재밌게 놀다 가! 난 이미 충분히 재밌어졌어, 고맙게도.
여자는 문을 열고 나갑니다.
음, 남자 화장실의 문을요.
이미 수상한 행색인데 더 수상해졌겠어요⋯
잡혔던 손을 내려다 보면 보라색 액체가 진득하게 묻어납니다.
기껏 씻은 손을 다시 닦아야 하게 생겼어요.
손을 도로 닦아내고 물기를 털고 있자면 후문이 열립니다.
채 닫히지 않은 화장실 문밖으로 보여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몸을 돌린다. 또 누구지.)
카우보이?: 이보게! 자네 오랜만이야. 한 잔 내주시게!
문 사이로 본 그는 높은 모자를 눌러 쓰고, 금속 뱃지가 달려있고 가죽으로 만들어진 조끼를 입고 있습니다.
⋯⋯영락없는 서부 개척시대 카우보이의 모습이군요. 기른 수염 하며, 정교한 퀄리티의 코스프레일지도 모릅니다.
바의 후문은 온전히 닫히지 않아 비스듬히 열려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후문 쪽으로 다가간다. 바깥바람이라도 잠깐 쐬고 와야 할 것 같았다.)
이미지
바깥바람을 쐬러 나감과 동시에,
발이 훅 꺼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애쉬는 끝없이 떨어집니다. 아, 그냥 돌아갈걸⋯
떨어지다보면 어느 순간 몸이 가벼워지고 붕 뜨는 느낌이 듭니다.
눈을 깜빡이면 그곳은 완전히 다른 공간입니다.
말로만 듣던 이세계 트립인 모양일까요?
몽롱해졌던 정신을 도로 차리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중세 시대의 마을 같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옷이 화려한데?
잡화 상인이 당신을 불러세웁니다.
상인: 너, 그래서 사과 살 거야 말 거야?
어디서 본 전개인데⋯. 배가 조금 고프지만 당장은 돈이 없습니다.
카드라면 있지만, 작동할 리가 없어요. 이런 곳에서는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여긴 또 어디야⋯. (식은땀 한줄기가 등을 타고 흐른다.)
기준치:50/25/10
굴림:82
판정결과:실패
주머니를 뒤적여도 나오는 건 없습니다!
상인은 당신을 흘겨보다가 손이나 휘적입니다.
그냥 가라는 것 같아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죄송합니다. (일단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저, 여기 근처에 바 하나 못 보셨습니까? 길을 잃은 것 같은데.
상인: 뭐? 바? 길을 잃어? 다 큰 것 같은 사람이⋯ (잠깐 딱하다는 듯한 눈이 됐다.) 시장통에서 뭘 찾는 거야.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초행이라서요, (허허.) 오늘 처음 만난 그 사람이 그리울 지경이라니. (중얼거리며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본다. 아는 얼굴이나, 아는 골목이 없을까 하여⋯.)
정말 말 그대로의 시장통이네요!
마을 사람 중에는 귀가 뾰족한 사람도, 뿔이 달린 사람도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다닌다는 점입니다.
넋 놓고 있던 사이 소매치기가 당신의 지갑을 훔쳐 달아납니다!
인파 속으로 사라지긴 했지만 멀리 못 갔습니다, 골목길로 달아나는 것이 보여요.
지갑엔 당신의 집 열쇠가 있습니다.
그게 없다면 무척 곤란해지겠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짙은 한숨 뱉었다가 골목길로 쫓아간다.)
소매치기를 따라가면 막다른 골목입니다.
따돌렸다고 생각이라도 했는지 벽에 기대어 지갑의 내용물을 보다가⋯
애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어째 낯익게 생겼는데.
바에서 본 재수 없는 얼굴입니다.
금안의 남성: 쓸만한 게 없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사람 좋은 미소⋯.) 아셨다면 이만 돌려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금안의 남성: 아, 응. (지갑을 휙 던져준다.) 왜 이리 들고 다니는 게 없어? 간만에 한 건 했나 싶었는데.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당신 같은 사람들을 만날까봐서지. 말을 삼키고 지갑을 도로 주머니에 넣는다.) 바로 돌아가는 길을 아십니까?
금안의 남성: 바?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소리야, 맥락을 모르갰네. 가난해서 맛이 갔어?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조금 전에 거기서 술 드셨잖아요. (뒷말은 깔끔하게 무시한다.)
금안의 남성: 미안한데, (제 주머니를 뒤집어 보여준다.) 술 먹을 돈이 있어 보여, 혹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쩝.) 안타깝게 됐네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정중하게 고개 숙이고 돌아간다.)
그는 애쉬가 자신을 순순히 보내주는 모습에 의외라는 듯 눈만 두어 번 깜빡입니다.
그러다⋯ 시장 거리 끄트머리에서부터, 소란이 퍼집니다.
이미 몇 건 시도한 전적이 있는 모양입니다.
금안의 남성: 귀찮게⋯⋯
들키면 곤란해지니까 이쯤 갈게?
글로디스 마셜: Adiós.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깜빡.)
좀도둑은 무언가 허공에 던집니다. 연막탄가루인 듯합니다.
황당해서 원, 거기 안 서?
잡으려 해도 뿌연 가루에 앞이 안 보입니다.
도망친 자리의 바닥에는 무언가가 떨어져 있습니다.
주홍빛으로 반짝, 빛이 나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미묘해진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걸 줍는다.)
주홍빛 보석이 박힌 열쇠입니다.
꽤 값이 나가 보여요. 아까 그 좀도둑이 흘린 걸까요?
손을 댐과 함께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도 느껴집니다.
어지러워⋯⋯
⋯⋯
깜빡.
글로디스 마셜:물이 잘 안 나왔어요? 꽤 걸렸네.
정신을 차려보면 애쉬는 다시 칵테일 바의 카운터에 앉아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상황인지 감도 안 오네요.
내가 취한 건지, 세상이 취한 건지⋯⋯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손바닥을 펼친다. 열쇠는?)
무슨 열쇠요?
바텐더의 목에 걸린 저것 말인가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글로디스.
손 좀 다시 빌려줘볼래요.
글로디스 마셜:(이름이 불리면 반응이 조금 느려진다. 끔뻑이다가 손을 내밀었다.) 빈맥 진단 한 번 더 하려고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네. (손을 잡고 제쪽으로 이끈다. 다만 이번에는 상대의 손가락 세개를 펼쳐 제 손목 위에 뒀다.) 나 지금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아요?
글로디스 마셜:(손목 위를 지분거리는 손가락 세 개. 한참 가늠하듯 우물거리다가⋯)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은데요. 인간 평균 심박을 모르겠어서 확답은 안 나오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60에서 100. 지금 흘러나오는 재즈의 비트보다 빠르면 빠른 거예요. (손가락 아래의 맥박은 어느 새 음악을 앞질러 가고 있었다.)
⋯됐어, 물 한잔 주세요. 정신이 없네. (손을 놓고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운다.)
글로디스 마셜:음, (빨리 뛰는 것 같다고 말해주려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놓아진 손은 느리게 물러난다. 물 한 컵을 따르다가 몸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에⋯)
무슨 일 있었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안타깝게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눈을 지그시 감는다.) 보라색 머리의 손님은 오셨나요?
글로디스 마셜:(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달싹이다가 멈추었다. 감은 눈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알았어요? 또 다른 문으로 들어왔나.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다른 문? 아까 후문쪽으로 나가기는 했는데⋯. 지금 보니 내 착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글로디스 마셜:가끔 화장실에서 나오거나 해서 손님들 놀래키곤 하는 분인지라. (짧은 숨을 내뱉는다.) 신기하죠, 뭐.
거리감을 두려고 하는 건지,
와중에 혼란에 대한 위로는 하고 싶은 건지.
수상한 바와 바의 주인은 별개라는 것 같은 태도입니다.
이미지
보라머리 여자는 건너편 바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을 홀짝이고 있습니다.
원래 있던 손님이 여럿 나갔군요.
옆에서 당신을 귀찮게 하던 포트도 돌아간 모양입니다.
빈 자리에는 새로운 손님들이 들어찹니다. 한 두군데 빼고 거의 자리가 찼어요.
장사 진짜 잘되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여기서 일하면 심심할 틈은 없겠어요. (어느새 들어찬 내부를 휙 둘러본다.)
글로디스 마셜:그럼요. 오늘 유독 사람이 많긴 한데⋯ (역시 내부를 훑는다. 익숙한 눈길.) 조만간 휴가를 가질까 싶기도 하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러면 이 바 문은 닫는 건가요? (물을 한모금 마신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려고요?
글로디스 마셜:떠나있는 동안에는요. (여행지를 떠올려 본다.) 추천하는 지역이 있나요, 혹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닌지라. (눈동자를 굴린다.) 아까 말한 프라하는 익숙한 곳인가?
글로디스 마셜:나도 아주 자주 다니진 않아요. 기회가 많지 않은지라. (일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익숙하고, 로망이 아주 큰 데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요. 암호로 달아두면 왜인지 출근할 때마다 프라하인 기분이라서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이렇게 찾아주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그럴만도 하네요. (아하. 가벼운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것 참 재치있네요. 역시 낭만가라니까. 이번 기회에 한번 다녀오는 건? 비행기도 타보셨어요?
글로디스 마셜:아무래도요. 하루이틀만 쉬려고 해도 문 열라고들 화부터 낼 것 같다니까⋯ (따라 입매를 올렸다.) 낭만가는 별로인가요? 좀 껍데기 같나? 말 나온 김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어요. 비행기야 이따금씩 타봤지만⋯
아. 애쉬. 조금 더 불편한 질문 한 번만 할게요? 안 하면 좀 미련 남을 것 같아서. 같이 갈래요?(듣고 넘기라는 의도에서 앞문장이 먼저 뱉어졌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어느 인기쟁이는 피곤하겠어. (느긋하게 턱 괴고 바라본다. 사람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 데엔 벌꿀술이나 화려한 테크닉 이외에도 무언가가 있지 않으려나, 그런 감상과 함께.) 전 낭만 좋아해요. 딱딱한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잖아요. 지긋지긋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종종 필요한 요소지⋯.
음?
랑요? (반문이 앞선다. 불편한 질문이라기 보다도 예상하지 못한 질문인 까닭에.)
그래요, 애인 행세도 하는데 여행 한번 같이 못 갈까. (평이로운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왕 휴가인데 하고 싶은 거 못하면 속상하잖아요.
글로디스 마셜:그런 인기쟁이에 비춰지길 로맨티스트인 사람도 가끔은 제 스스로의 낭만이 필요한 법이라. 감이 와요? 무슨 뜻인지. (지긋지긋한 현실을 살고 있는지⋯ 눈을 맞춘다.)
(반문까진 예상한 반응이다. 손을 내저을 때쯤,)
⋯⋯가겠다고요? (평정을 잃은 목소리가 이어진다.) 아니, 어⋯. (눈동자가 굴렀다.) 하고 싶은 게 맞긴 한데 당신이 아니라면 억지로는 그러지 마세요. 강요하고 싶지 않거든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당신이 제 인생에 있었던 유일한 로맨스라서,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네요. (잇새로 바람 빠진 소리 비슷한 게 흘러나왔다.)
아, 한 번은 튕길걸.
강요는 무슨. 당신은 제안을 했고,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 거죠. 프라하를 가고 싶은 것도 맞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게 만든 당사자와 같이 가는 게 이왕이면 좋을 것 같아서.
글로디스 마셜:인생에 있었던 유일한 로맨스라면서요? (지나치게 능청스럽다는 말이다! 손부채질을 두세 번 하다가 푸른 눈을 바라봤다. 먼저 제안해놓고 모양 빠지게⋯⋯)
아뇨!
(목소리가 잠깐 커졌다. 약간 정적이 찾아오면 주위를 살핀다. 고개를 숙이고 잔이나 뽀득뽀득 닦는다⋯⋯)
기념품점 알아볼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바람둥이는 아니니까 염려 마시죠⋯.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음. (당신도 만만찮던데? 뒷말은 혼잣말에 가깝다. 아무렴. 한참 새하얀 정수리를 새파란 눈빛에 담았던 것 같다. 정적을 끝맺은 건 한결같이 샛말간 웃음소리다.) 그럼 저는 표지물을 알아볼까요. (퍽 즐겁다는 투로⋯.)
신선한 얘길 해서 그런지⋯
술 깨는데는 손 좀 씻고 바깥 바람 맞는게 제일 좋다는데,
이야기를 하다 혀가 꼬이진 않았나요?
글쎄요.
둘 다 술김에 막 뱉은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술에 취해 소리칩니다.
취객: 세상의 주인이 될 건 바로 XXXXXX님이시다.
또 다른 취객: 아니지, 뭘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이 사이비 새끼. 네가 아직 XX님을 못 봐서 그래.
무슨 중세시대 판타지 만화에서 나올 법한 대사입니다. 사이비 교주인지 뭔지의 이름은 잘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종교 논쟁을 '유행하는 드라마 속 여주와 엮일 남주' 논쟁처럼 하고있군요.
그들은 이어서 ‘우리는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이런 일까지 하고 있음’을 서로 자랑합니다.
가령 고층 건물 테러라거나, 이상한 병을 퍼트리려는 시도를 했다는 등의 것 말이에요.
둘다 술에 취해 자기 할말만 열심히 늘어놓고 있군요. 대판 싸울 것 같지는 않지만?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요즘은 사이비가 유행인가⋯.
(입을 가린 채 몸을 앞쪽으로 기울인다.) 저런 이야기들 자주 들어요? (속닥이는 목소리.)
글로디스 마셜:꽤 자주? 낯선 주젠 아니에요, 확실히.
그런데, 뭐⋯⋯ 제가 나서서 막을 스케일도 아닌 것 같고. (어깨를 으쓱인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신고할 수도 없고? (그래도 대화가 걱정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
아, 그냥 취객 신고한 꼴이 되려나. (멋쩍은 표정⋯.)
글로디스 마셜:빙고. (빙그레 웃는다⋯)
하지만 당신은 여기 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취객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희망사항이기도 하고. 윙크한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깜빡⋯. 도로 상체를 물린다.) 질문이 있는데.
바텐더 씨는 만들어진 행복도 행복이라고 생각하나요?
글로디스 마셜:생각해본 적이⋯⋯ (한 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왜 조금 익숙한 질문이라는 느낌이 들지.)
가짜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눈이 한 번 느리게 깜빡였다.) 하지만 충분히 정교하다면야⋯ 진짜와의 비교 정도는 고려해볼 수 있죠.
왜요? 만들어주시려고요? (하하.)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내가 선택한 가짜인데도?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익숙한 근육의 당김이 느껴진다.) 못할 것도 없다만, 행복의 기준이 맞을지 안 맞을지 확신을 못 하겠네요.
만들어놨더니 행복이 아니라 다른 것이면 어떡하려구요?
글로디스 마셜:(애쉬의 입꼬리를 빤히 바라본다.) 그건 아주 진짜 같아요. 그래서 난 진짜라고 믿어버리기로 했거든요. 일단 나부터가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고, 타인이 거짓말을 할 때의 심리도 잘 모르겠고⋯ 늘.
작품은 늘 작가의 의도에 따른 해석도 존중이 되어야 하는 법이에요.
난 청중으로서의 내 안목을 딱히 믿으려 들지 않고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당신은 사기꾼을 조심해야겠어. (시선의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아차린다. 얼마 가지 않아 눈꺼풀이 내리감긴다.) 하하, 저도 거짓말과 진실을 잘 구별하지 못해요. 왜, 종종 빈말뿐인 칭찬이 좋게 들릴 때도 있지 않나요? 어쩌면 그냥 거짓말을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Fake it till you make it.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격언 중 하나거든요⋯.
(조만간 다시 눈꺼풀을 밀어올린다. 한결같은 녹음이다.) 왜, 손님들 대하는 모습 보니까 당신의 안목도 꽤 나쁘지 않은 것 같던데요.
글로디스 마셜:어떤 사기꾼들은 인생과 신념을 걸고 거짓말을 치죠. (애쉬의 눈꺼풀이 내리감기면 가게를 둘러본다. 어쩌면 가장 거짓말 같은 장소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할 법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중이면서도⋯) 그럼 좀 믿어줘도 되지 않을까. 절박한 것 같잖아요. 이건 좀 알량한 동정심 같아서 별로인가요?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는 가끔 하나씩 존재하죠. 이건 경험담에 조금 더 가까워요. 그래서 저는 열한 번 찍으면 넘어갈만큼만 단단하기로 했어요.
(다시 눈을 마주친다.) 청중으로 존재하는 데에 소질이 있나 봐요, 내가?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좀 절박해서 어느 누군가의 알량한 동정심마저도 바라는 사기꾼들이요. (그리고 그는 눈앞에 펼쳐진 현상을 믿는다. 아니면 이 모든 게 거짓이라도 상관 없다는 식이거나⋯.) 당신은 출근하기 전에 거울 보면서 '넌 잘할 수 있어' 같은 말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나요? 몇 주 반복하다 보면 없던 자신감이 생기던데, 저는.
이런. 그랬다가는 나무가 많이 아파하겠어요. (눈썹 축 늘어뜨리고 웃는다. 의식적으로 주제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제가 보기에 당신은 작가가 좋아할 것 같은 청중이에요.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청중의 존재가치가 소실하는 건 아니지만. 저기, 무대 위로 올라오고 싶지는 않아요?
글로디스 마셜:동정심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은 걸로 알지만.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마셜은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럽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당연히 타인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자존심이 그렇게 드세리라고.) 여러 번 하죠. '글로-리! 이름값을 해야지!' 아, 말 안 했던가요? 제 이름의 뜻. (잘게 웃었다.)
한 번도 찍어내리는 입장이었던 적이 없었어요. 그건 몰랐네요, 찍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려나. (눈을 가늘게 떴다. 고민하는 꼴이었으나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무대 위로 올라가기엔 하자가 조금 많아요. 이건 신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요. 말했잖아요, 거짓말을 못한다고⋯ 자연히 연기도 못하니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게 보편적이기는 해요. 저는 크게 신경 안 쓰는 편이고.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고마워하거든요. (키득거리는 목소리. 안타깝게도 자존심이란 보이지 않는다.) 하하, 이미 하나는 이룬 것 같네. 이곳에서 당신을 만난 걸 영광으로 여기고 있어서요. (이건 좀 진심 같으려나. 문득 호기심을 품어 버린 모양이지.)
그건 찍혀본 적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아, 경험담이 있다고 했나? (흐응. 손가락으로 입가를 두드린다. 언젠가처럼 흥미가 생긴 낯짝이다.)
연기를 하라는 뜻은 아니고.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그래⋯.
글로디스 마셜:(깜빡. 자존심이란 게 잘 보이지 않는다. 시력이 좋지 못해서인가? 흉터 있는 눈가를 살살 비벼내고 머리를 기울였다. 호기심은⋯ 저 역시도 이 물러보이는 사람에게 꽤 많이 품게 된 것 같다. 이름값을 하게 됐네, 몇 주 또는 몇 년 반복한 끝에.) 그래도 필요할 때엔 뻣뻣해질 줄 아셔야 할 텐데요. (가볍게 웃는다.) 당신이 비굴할 정도로 작은 사람이 아니란 것 정돈 알지만.
(눈동자가 한 바퀴 돌았다.) 열 번까진 안 찍혀봤어요. 충분히 아픈 적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그랬다면 사람이 정말 싫어졌을지도 모르고.)
내 이야기?
(허리를 숙인다.) 시기를 좀 지정해줄래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시선이 흉터를 스쳐 지나간다. 통증은 없어 보이는데. 버릇처럼 살피려 손을 뻗으려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것으로 그친다. 어떤 다정은 동정이 될 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이 제동을 걸어버린 까닭이다.) 뻣뻣하게 굴었다가 꺾이는 게 더 고통스럽잖아요. 그리고 이왕이면 겸손한 거라고 해주시지.
다행이라고 해둘까요. 안 아픈 게 좋잖아⋯. 많이 베인 사람이 더 날카로워지기도 하더라고요. (누구 좋으라고⋯.)
역시 어린 시절이 가장 만만하려나. (별 고민 없이 답한다. 뭐든 상관없다는 양.)
글로디스 마셜:(익숙한 시선이다. 외눈이 신기하다는 듯한. 그러나 동정처럼 느껴지진 않았던 탓에 손끝을 톡톡 두드렸다. 머리가 기울어진다. 진단해보겠냐는 듯이.) 그건 유연한 걸 선택한 말이라고 믿을게요. 처음부터 꺾여 살길 자처한 게 아니라. 맞죠? 겸손한 사람.
아픈 건 질색이긴 해요. (실없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베이는 것과 제련하는 건 또 다르려나. 안 그래 보일진 몰라도 난 자연물보다 인공물과 더 친하거든요. 목제보다 철제가 좋을 때도 잦고⋯⋯ (그러니까 달려드는 행위의 목적은 하나다. 나 좋으라고!)
(흐음.) 손재주 좋아요?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아버지랑 타코 만들다가 다 찢어먹었죠. 열 개. 이런 에피소드는 당신이 원한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미스터.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이미 닫힌 상처를? 먼저 손을 뻗었던 건 본인이면서도 눈이 동그래진다.) 잘 믿는다더니. 이것도 그 연장선이에요? (이어진 질문에 금방 답하는 대신 눈썹 늘어뜨려 웃었다.) 생각하기 나름 같아요. 어찌 되었던 내가 선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후회하고 싶지는 않으니 좋게 생각하려고⋯.
(천천히 입가를 두드린다. 속뜻을 연결 지으려다가 조금 안 가 그만두었다.) 인공물이라는 건 단순한 취향인 거죠? 그렇다면 인공건축물 중심으로 여행 동선을 짜야겠다.
손은 제법 쓸 줄 아는데, 재주라고 할 것까진 없어요. 실력 좋은 바텐더 앞에 있으니 왠지 더 겸손해져야 할 것 같아. (머릿속으로 조그만한 두 손으로 찢어먹은 타코를 그리고는 미소를 짓는다. 퍽 산뜻한 기분이다.) 가장 먼저 떠올린 기억이 그거예요? 전 소소한 이야깃거리도 좋아해요, Cariño⋯. 연인이 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고 들었는데요.
글로디스 마셜:(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첫 번째로, 어떤 연장선이냐고 묻는 질문에 답한다.) "생각하기 나름 같아요." (능청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며 웃었다. 그리고, 그 뒤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인다.) 후회하는 게 옳은 선택에 대해서는요? 외면할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입가 두드리는 손을 바라본다. 손목을 부드럽게 끌어와 손 끄트머리에 정중하게 입을 대고 도로 놓았다. 마저 두드려요⋯) 아마도요. 취향은 잦은 노출로 생기기도 하니까.
아주 오랜 도전과 오류trial and error들을 통해 도달한 실력이에요. 재능은⋯ 음, 이렇게 말할까요? 없으면 완성이 안 되긴 하겠지만 아무렴 모양은 갖출 수 있었을 테니까. 재능은 칵테일 위에 올리는 레몬 슬라이스 같은 거예요. 생각보다 비중이 크진 않더라고. (계산을 곧잘 했으나 이제 계산기 없이 정산하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으니 말은 다했다.)
(이쯤 시간을 흘긋 본다. 새벽 3시 반쯤이다.) 하나만 더 물을게요. 지금 있죠, 얼마나 즐거우세요? (조금 더 알아보고 싶을 정도로? 입매가 호선을 그린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한쪽 눈썹을 지켜 세우더니 손을 뻗는다. 다만 눈가에 닿는 게 아니라 왼쪽 볼에 닿더니⋯. 꽈악.) 거울이 되어 달라고 한 적 없는데. (아무래도 스스로가 찔린 모양이지! 조금 아프게 꼬집고 놓아줬다.) 후회하는 게 옳은 선택이라는 게 있었다면 애초에 그런 행동을 안 했겠죠. (이건 희망사항이다만⋯.)
⋯⋯. (손끝이 움츠러든다. 장갑을 꼈는데도 피부가 홧홧한 느낌이 든 탓에. 정착지를 잊은 손이 허공에 부유한다. 자꾸 곤란하게 해?) ⋯어쩌면 저도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겠죠. (검지로 입가가 아닌 스스로의 아랫입술을 지긋이 눌렀다가 뗀다.)
재밌는 비유네요. 그러니까 실력은 여러 요소의 합산물이라는 거지⋯. 아, 오랜 다져진 노력을 재능이라는 단어로 납작하게 누르려고 한 소리는 아니에요. (그리고 아주 느리게 눈을 깜박인다.)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즐거워요.
글로디스 마셜:(아야야야. 곧장 엄살을 부렸다.) 하지만 자아성찰은 중요한 건데요! (이런 말이나 한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철학적인 문장이다⋯ 손이 떨어지면 제 뺨을 괜히 문질렀다. 인과응보라고 할 것도 없는데? 애쉬의 뺨을 아주 지그시 바라보다가 말았다.) 모든 일이 수월할 수 없단 건 잘 아시잖아요. (희망사항이라는 이야길 돌려 했다.)
그 새로운 취향이 구체화될 날이 조금 기대되네요? 그땐 메뉴 추천을 더 매끄럽게 해줄 수 있을 것 같고⋯ (⋯) (아랫입술에 오래 머무르는 검지를 목격하고 말았다. 마셜-씨는 정말 곤란해졌다. 아버지, 이럴 때의 행동 가이드는 알려주지 않으셨잖아요⋯)
네에, 그렇죠. 그리고 난 당신이 내 말을 납작하게 눌러버렸어도 크게 화가 나진 않았을 거예요. (곧 환하게 웃었다.)
내기 한 번 할래요? 이기면 원하는 걸 하나 들어줄게요. 반대의 경우에도 이행하는 걸 조건으로⋯ 유리한 쪽으로 선택할 기회를 줄 테니까. 어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지금 자아성찰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건가? (짓궂은 소리를 해댄다. 뺨을 문지르는 모습에 조금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래서 정말 후회하게 된다면? 과거를 바꿀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보라고 한다.)
그때가 오면 흐릿하게 살았던 때보다 더 많은 재미를 볼 수 있게 되려나. (곧 칵테일 글라스를 쥔다. 빙글 돌리고 남은 음료를 찰랑이다가 입가로 가져갔다.)
저기, 너무 좋게 봐주는 것 아니에요? (기대치를 높여버리면 떨어질 때 아플 텐데. 조금 오래 미소를 바라봤다.)
흠? (도로 글라스를 내려놓는다.) 제가 정말 곤란한 소원을 얘기하면 어떡하시려고. (어째서인지 스스로가 손해 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어떤 내기인데요?
글로디스 마셜:하핫. (대답을 회피한다. 얼얼한 뺨 때문이라고 책임을 넘겼다.)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그게 앞으로의 시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막을 수 있죠. (딱히 새롭진 않지만, 아무튼, 영광으로서 이런 희망을 제시했다. 영광은 오래될 수록 미화되기 쉽고 고이기도 쉽지만 이런 부분에선 이름값을 하지 않겠다고.)
네, 약속할게요. 즐거울걸요. (다시금 잔을 드는 손이나 유리에 닿는 입⋯ 느리게 움직이는 목울대까지 눈에 담았다.) 지금도 흐릿해보이진 않고요.
너무 좋게 봐주는 중이죠. 날 너무 좋아해주는 것 같길래? (천연덕스럽게 굴고 어깨를 으쓱였다.) 똑같은 말 한 번 더 해줄까요? 난 당신이 곤란한 소원을 제시해도 아주 크게 곤란하지 않을 거라고?
글로디스는 똑같은 색과 모양의 주사위를 총 다섯 개 꺼내어 테이블에 올립니다.
글로디스 마셜:이걸 컵 안에 넣어 흔들고, 세로로 전부 세우는 거예요.
그가 시범을 보입니다.
컵에 주사위를 넣고 허공에 강하게 흔들더니 테이블에 내려둡니다.
컵을 열면 주사위가 세 개 서있군요.
안이 보이지 않으니 정말 '실력'의 문제겠어요.
글로디스 마셜:그럼⋯ 주사위 5개를 모두 세워볼게요.
모두 설 확률은 30분의 1인데, 5개 모두 선다 서지 않는다 중 어느 쪽에 걸래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시선이 허공에서 조금 오래 맞물리더니 얼마 안 가 주사위 위로 떨어진다.) 30분의 1이면 너무 유리하지 않나요? 오히려 그러면 의심이 가는데⋯.
(다만 고민은 오래 하지 않았다.) 서지 않는다는 쪽으로 걸게요.
글로디스 마셜:현명한 선택이에요. 숫자로 나타난 확률은 언제나 투명하니까. (다시 주사위를 넣고 컵을 쥔다.)
이번엔 시범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컵이 허공에서 강하게 흔들립니다.
탁,
글로디스 마셜:
손놀림
기준치:80/40/16
굴림:62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는 어쩐지 아주 얄궂은 얼굴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뺀질거리며 컵을 열까 말까 약을 올리는 듯 하더니⋯
슥 들춰냅니다.
다섯 개가 제법 안정적으로 서있습니다!
글로디스 마셜:(그리고 휘파람을 불면서 하나를 밀어 툭 떨군다.)
⋯ 서있었습니다!
글로디스 마셜:축하해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날 너무 좋아해주는 건 당신 같은데⋯.
글로디스 마셜:흐음.
(윙크한다. 이 이상으로 뭘 더 말하지 않았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떨어진 주사위를 손에 쥔다.) 너무 잘해주지 마세요.
말했어요, 내 소원. (다시 주사위를 세운다.)
글로디스 마셜:(깜빡⋯⋯⋯⋯) 그러니까, 내가⋯ 지금, 또 차인 건가요?
(울상을 금방 만들어내고서⋯ 주사위와 컵을 치운다. 누가 봐도 아주 시무룩한 티를 팍팍 내려는 듯한 작위적인 몸짓이다.)
그래도 여기서 나가기 전까진 받아줘요. 이건 내가 말하려던 소원.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렇게 되나요? (후회가 들락 말락⋯)
그래요. (종내에는 웃어버렸다.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어⋯.)
나가기 전까진⋯ 받아주기로 합니다.
시계를 다시 보면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입니다.
어느 한 명과 이렇게까지 오래 대화한 건 그도 제법 오랜만이란 눈치네요.
바로 그때입니다⋯⋯
이미지
쾅!!!!
문이 거칠게 열립니다.
젊은 여자: 글로디스 마셜!!!
열린 문 앞에 어떤 젊은 여자가 서있습니다.
파인 옷 하며 화려한 헤어 스타일까지⋯
번화가 가면 볼 수 있을 법한 미인입니다.
그리고 아주 화나 보이는군요⋯?
그녀가 소리치자 떠들석하던 가게 안이 조용해진 것 같습니다.
글로디스는 평온하게 눈을 깜빡입니다.
애쉬에게 정보를 주려는 듯⋯
글로디스 마셜:전 애인이요.
나도 알아!
가지가지 하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하? (모르는 척⋯.)
글로디스 마셜:어서오세요, 손님⋯⋯
주문 안 할 거면 나가주실래요?
셰리:왜 연락 안 받아? 헤어지자니 제정신이야?
네?
분명 네가 차였다며?
여자는 애쉬와 글로디스를 번갈아 보더니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말합니다.
셰리:아.
야, 바람났냐?!
음,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삼각관계 같은 거요.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 따위의 변명이 통할 분위기는 아닙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저는 모르는⋯. (일단 운을 뗐다.)
음, 그렇게 되었나봐요. (특유의 그려낸 듯한 미소를 짓는다.)
글로디스 마셜:응.
그렇게 됐어요?
(목소리 살짝 낮춰 속닥인다⋯) 신변 같은 건 보장할 테니까 조금만 더 장단 맞춰줄래요? (그리고 잠깐의 뜸.) 봐서 알겠지만 이상한 여자라 찼어요⋯⋯
셰리:뭘 둘만 얘기하고 있어!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차였다면서요? (여의치 않고 속닥거린다⋯.)
글로디스 마셜:그것만 거짓말이고 다 진짜예요. (허리를 도로 세웠다. 손님 대하는 얼굴⋯⋯)
여자는 속닥임이 길어지자 정말 화가 많이 난 얼굴입니다.
그녀는 씩씩거리길 멈추지 않더니,
애쉬를 아주 빤히 바라봅니다.
무언가를 찾는 것 같기도 합니다.
셰리:저기요, 당신. 그 자리에 있던 거 가져가셨죠?
돌려줘요. 그럼 이번만 넘어가 드릴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문자 통보는? 낭만은? (여자를 바라본다.) ⋯⋯.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진짜 모르는 눈치다. 받은 게 하나 둘이여야지!)
셰리:아, 진짜⋯ 그쯤에 보석 하나 있었을 것 아니에요!
꽃병 안에서 발견한 그걸 말하는 걸까요?
글로디스가 어느새 주홍색 보석을 들고 흔들거립니다.
그리고 애쉬의 손에 툭 올려놓네요.
글로디스 마셜:어떻게 할래요?
그대로 돌려줄 생각인가요? (웃는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저기, 이게 뭔지 알고 돌려줘요? (반사적으로 손에 꼭 쥔다.)
글로디스 마셜:예리하네요.
난 돌려주는 거 딱히 추천 안 해요.
그나저나⋯⋯ (여자 흘긋 본다.) 이 보석의 단면이 참 예쁘단 소릴 들은 적이 있는데. (마치 들으라는 듯한 혼잣말이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사이비 교주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안 떠나는 탓에, 가늘어진 눈으로 보석을 살펴본다.)
글로디스 마셜:어떤 보석은 손으로도 부술만한 경도를 가지고 있고⋯⋯ (눈길 주다가⋯ 모르겠다면 제게 달라는 듯 눈짓한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하.) 제가 보석 보는 눈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보석을 돌려준다. 지금 마음을 쓰는 이에게로⋯.)
글로디스가 보석을 받아듭니다.
그는 처음 봤을 때처럼 능청스럽게,
글로디스 마셜: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 라면서 여자를 쳐다봅니다!
죽일 것처럼 노려보는 눈은 알 바 아니라는 듯 조명에 비추어도 봅니다.
음, 결정한 듯 웃더니 두 손가락으로 보석을 강하게 누르는군요.
손가락 끝의 혈류가 잠시 빠져나감과 함께 보석이 깨집니다.
파편은 주홍색 빛이 되어 공중으로 흩어집니다.
글로디스 마셜:진품 여부를 확인해본 거예요. 금메달도 깨물어보곤 하잖아요?
근데 이건⋯⋯
진짜네요. 조금 많이 약할 뿐인.
이제 어떡하나?
보석은 정말 흔적도 남지 않았습니다.
꼭 풍선이 터진 것 같군요.
여자는 분노에 차 어쩔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셰리:감히⋯⋯
감히 날 방해해?!
체구와 별개로 몸이 아주 파들거립니다.
글로디스 마셜:말했잖아요,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당신이 그런 소리를 하니까 좀 재밌네요.
글로디스 마셜:⋯⋯
(훌쩍⋯)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울어?)
글로디스 마셜:(킁.)
(안 운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하?
진짜인지 아닌지는 깨물어봐야 하나⋯ (중얼)
이렇게, 간단히 사건 해결!
⋯⋯
일 리가 없죠!
셰리:글로디스 마셜, 다 네가 망쳤어!
한 번의 고함 이후⋯
철컥,
탕!
총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몇몇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군요.
총알이 정확히 바텐더의 가슴팍을 꿰뚫습니다.
그를 관통한 총알은 뒤에 있던 유리로 된 브랜디 병을 깹니다.
사방에 피와 술이 튀어버렸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조금 크게 뜨인 눈, 허망하게 벌려진 입술, 그리고⋯) 글로디스.
SAN Roll
기준치:45/22/9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애쉬 이성 1 감소
가게 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총성 한 번과 호명 한 번에 잠깐 가라앉을 뿐입니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여자는 여전히 이를 아득바득 갈고 있어요.
그때쯤 느리게 주저앉는 것 같던 글로디스의 몸이⋯
아니죠, 글로디스가.
한 번 휘청이더니 백 바를 잡고 일어납니다.
⋯멀쩡해 보이는군요?
나름!
글로디스 마셜:아야야, 아파라⋯⋯
이거 아끼는 건데! 나중에 30배로 배상하세요?
깨진 술병의 목을 들어올립니다.
선반에선 고여있는 브랜디가 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리네요.
묘한 바닐라 향이 공기중에 퍼집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하냐? 네 몸에 바람구멍이 났다고!
글로디스 마셜:샐리? 장난이 좀 지나쳐요.
글로디스가 기어코 한 마디를 더 합니다.
셰리:셰리라고, 셰리!!
몇 번을 말해?!
총을 두어 번 더 발사하지만 분노 때문인지 전부 빗나가고 맙니다!
쨍강, 쨍그랑!
술병들이 요란하게 깨집니다.
글로디스 마셜:이크, 화가 많이 난 것 같네⋯⋯
그걸 봐야 아냐고.
아무튼 입이 문제입니다.
아까 경찰 뱃지를 달고 있던 중년의 남자가 있던 것 같은데, 뭐하나요?
이거 총기 난사입니다. 좀 말리세요!
셰리:넌 여기서 뭐 하냐?
중년 남자: 히, 히익, 셰리 님!
같은 편이었냐?!
깨지고 터지는 소리가 꽤나 시끄럽습니다.
이 아수라장에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흑발의 아주 잘 생긴 청년입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SAN Roll
기준치:44/22/8
굴림:89
판정결과:실패
애쉬 이성 3 감소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셰리의 뒤에 서있습니다.
그야 길을 막고 있으니까요.
XXXXX:좀 나오시지?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셰리는 깜짝 놀라 무릎을 꿇습니다.
아니, 길 막은 게 그 정도로 잘못한 건 아닌데.
셰리는 덜덜 떨며 말합니다.
셰리:위대하신 XXXXX님이 여긴 어쩐 일로⋯⋯
XXXXX:응? 그냥 와봤어. 재밌는 게 있다고 해서 말이야. 노덴스 영감은 어딨나?
음, 저 남자가 신일 리는 없을테고? 더 높은 직급인가 봅니다!
난리통이 일단락되는 듯 보이는군요.
짐을 챙겨 허겁지겁 나가려 하는 사람도 있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잠잠해졌다 싶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바텐더 쪽으로 걸어간다.) 옷 좀 벗어봐요. (다짜고짜.)
글로디스 마셜:(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쩐지 조금 수줍어졌다?) 지금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럼 제가 해요. (셔츠깃 쥐고 팍! 열어재낀다.)
글로디스 마셜:어, (손목 툭 잡아 막는다.) 이따가, 이따가. 사람 많은 데에선 좀 그래요. (뭐가?)
그나저나⋯
(허리 아래로 권총 하나 몰래 건넨다.) 가지고 있어 봐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까 단단하다 뭐라 하시더니 진짜 가슴이 강철로 만들어진 거예요? (째려봤다⋯⋯.)
여기가 미국인가. 어디서 자꾸 총이 나오는 거지.
글로디스 마셜:저건 어디서 났는지 알 바 아니지만 이건 호신용이었어요. 바가 마피아 갱 소굴이던 시절도 있었어서⋯⋯
그때쯤 검은 머리 남자가 노신사의 옆자리에 걸터 앉으며 태연히 말합니다.
XXXXX:자네가 이 곳에 날 불러낸다고 내가 이곳의 주인이 될 수 있는게 아닌데.
아하, 저 ‘티르소스’ 정도만 가져와도 되겠군. 어떤가?
남자의 검지 끝이 글로디스를 가리킵니다.
정확히는, 그의 목걸이가 있던 가슴팍을요.
상황이 안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글로디스 마셜:주워줄래요, 최대한 숙여서?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네? (가슴팍 가려주려던 손이 멈춘다.)
어디다가 떨군 거야?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발 바로 옆에 떨어져있네요!
살짝 주워볼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고분고분 발 옆에 떨어진 총을 줍는다. 최대한 몸을 숙여서⋯.)
애쉬가 허리를 숙인 그 순간,
총성이 다시 고막을 찢습니다.
인상을 찌푸린 채 떨어져 있던 권총을 줍고 고개를 들면⋯
글로디스가 천장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군요.
조명이 깨지고 파편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가 총구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를 가볍게 불어냅니다.
글로디스 마셜:주문 안 하실 거면 나가달라니까.
그보다 손님, 그 요청은 조금 곤란한데요?
위태롭게 매달린 간이 샹들리에가 바닥으로 추락하며 쨍그랑, 소리를 냅니다.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는군요!
글로디스 - 셰리 - 애쉬 순으로 행동을 선언합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하하, 이게 무슨 난리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 지 모를 때는 역시 웃는 게.)
글로디스 마셜:그러게 그냥 나가주셨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권총을 들어 셰리를 쏜다!)
사격(권총)
기준치:65/32/13
굴림:66
판정결과:실패
오잉. (우스운 소리나 낸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오잉? (본다.)
셰리:너, 너 진짜 미쳤지?! 방해에 이어 나한테 총을 쏴?! 나한테, 여기서 네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총으로 바텐더를 쏜다.)
베레타 M9
기준치:55/27/11
굴림:94
판정결과:실패
피해:5
글로디스 마셜:(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애쉬 본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저 총 처음 쏘는 거라, (생글) 안 좋은 곳에 맞을지도 모릅니다. (총구를 셰리에게 향한 채 방아쇠를 당긴다.)
9mm 권총
기준치:20/10/4
굴림:91
판정결과:실패
피해:4
(좋은 곳에 맞았다.)
1턴 정산, 체력 감소 없음
글로디스 마셜:하핫, 아⋯ 좀 민망해졌어요. 이거 만회 좀 할게요? (다시 셰리를 노려 방아쇠를 당긴다.)
9mm 권총
기준치:65/32/13
굴림:62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8
탕!
셰리는 여전히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습니다.
글로디스 마셜:어라라?
셰리:내가 말했지. 여기선 내가 이겨. (다시 바텐더에게 총 겨눠 망설임 없이 쐈다.)
베레타 M9
기준치:55/27/11
굴림:51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9
그가 다시 총상을 입습니다.
어⋯
멀쩡? 한 것 같아요. 이쪽도.
셰리와 달리 조금 아프단 기색 정돈 있네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이 모든 게 꿈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그거 영화에서는 보통 안 좋은 플래그던데. (다시 한번 셰리를 향해 총을 쏜다.)
9mm 권총
기준치:20/10/4
굴림:84
판정결과:실패
피해:7
(하지만 이곳은 현실이지. 아마?)
2턴 정산, 셰리 체력 감소 없음
글로디스 체력 3 감소
글로디스 마셜:(손 위에서 총을 빙글빙글 돌린다.) 으음.
술맛이 참 좋았는데, 아까까지⋯⋯
(애쉬에게 슬쩍 다가간다⋯)
⋯ 여기 네 가게거든?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다칠라. (총을 돌리던 손을 잡던 중,) 하하?
여기서 나갈 확률은 어떻게 돼요?
글로디스 마셜:하하. (잡힌 손을 살짝 꾸물거렸다.)
당신만 잘 따라와준다면, 백 퍼센트.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그러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사이를 꿰찬다. 억겁 같은 찰나, 두 시선이 허공에서 맞물린다. 다만 고민은 결코 길지 않았다.)
약속해 줘요, 즐거울 거라고. (이번에도 유리한 쪽으로 걸기로.)
글로디스가 씨익 웃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앞문은 저 미친 여자가 막고 있고, 뒷문은 떨어진 물건들에 가로막혀 있는데요.
쨍그랑!
아, 이번엔 뭐야?!
LP 앨범이 수납된 원목 수납장의 유리가 깨집니다.
잠시만⋯⋯
사람이 들어갈만한 높이의 문을 숨길만한 곳이라면?
애쉬는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데에 성공합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던 오아시스의 노래!
LP판 수납장 뒤쪽입니다!
어디 한 번,
마지막 기물파손이나 해볼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
근력
기준치:65/32/13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힘주어 수납장을 민다.)
수납장이 옆으로 밀려납니다.
벽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로로 긴 것이 꼭 문 같아요.
뚫려 있는 것은 아니고, 유리로 긁은 듯 자국만이 남아 있습니다.
손잡이도 뭣도 없군요. 손잡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작은 열쇠 구멍이 있을 뿐입니다.
글로디스는 다시 셰리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열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글로디스 마셜:Mi amante!
투척
기준치:99/49/19
굴림:2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나머지 1은 맡길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아,
여기서는 좀 더 잘 해줘도 되는데. (열쇠를 받고 곧장 구멍에 넣고 돌린다.)
덜컥.
어라?
왜 돌아가지 않지?
자, 생각해볼까요.
스피크이지 바의 접근 방법!
괴이한 바 안쪽의 괴이한 문.
이것은 또 다른《스트리트 616》으로 들어가기 위한 문입니다!
분명 평범함을 연기하지만 인간부터 괴물, 열등한 것부터 위대한 신화 생물까지 모두가 손님인 곳이겠죠.
도시와 바 사이를 굳게 막고 있는 문은 무작정 힘으로 연다고 열릴 리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곳 황금향에 들어오기 위한 방법을 당신은 알고 있지 않나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열쇠에서 손을 뗀다.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저의 몫, 그것을 담는 것은 상대의 몫⋯.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Cariño,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사람 등 두드리듯 가벼운 노크 두 번. 그리고,)
프라하!
그래!
우리에겐 함께 가보자고 약속한 곳이 있습니다!
프라하, 스테인드 글라스와 설경이 아름다운 도시.
애쉬가 열쇠를 꽂아넣고 다시 돌리자⋯⋯
⋯⋯
도심의 새벽, 높은 건물 사이엔 수많은 간판이 내걸려 있습니다.
지하에 있는 칵테일 바의 벽장을 밀어본다면 숨겨진 바가 다시 당신을 맞이합니다.
달칵, 하며 열쇠가 돌아가네요.
벽에 그어진 직사각형 흔적에서 빛이 나더니 곧 문의 형태로 바뀝니다.
힘이 쭉 빠지는 느낌입니다.
그때 글로디스가 애쉬의 손을 덥석 잡습니다.
깍지를 끼곤 자랑이라도 하듯 들어 보이는군요.
셰리에게 무어라 말을 하는데,
하는 말이 가관입니다.
글로디스 마셜:오늘은 이만 여기서 물러나드리죠!
그럼 저는 Cariño와 사랑의 도피나 하러,
탕!
글로디스의 귓가에 총알이 스칩니다.
입이 문제라고, 입이.
셰리와 그 잔당이 둘을 잡으려는 듯 달려옵니다.
글로디스는 품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붙이고,
바닥에서 술이 반쯤 남은 병 하나를 주워 성냥을 넣습니다.
화염병이 되어버린 것을 그들을 향해 던지면,
마지막이 될 굉음이 울립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집니다.
그야말로 몰로토프 칵테일이군요!
글로디스 마셜:아, 오늘은 영업 종료. 조만간 다시 문 열게요.
언제일진 모르겠지만. 뭐⋯ 안녕!
문 너머로 도망칩시다!
문턱을 넘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집니다.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말이에요. 시야가 아주 흐립니다.
⋯⋯
그리고 깜빡.
애쉬는 정신을 차립니다.
여기는⋯⋯ 당신 방의 침대군요.
어우, 머리 아파. 어제 입었던 외출복 차림 그대로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휴대폰을 켜 날짜와 시간을 보자면 다음 날 아침입니다.
오전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요.
지각이라는 단어가 순간 머리에 스쳐 가다가 오늘은 주말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죠.
차트 정리해서 보내라는 것 말이에요⋯⋯
한 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부족하다며 알람을 띄웁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뭘 했더라.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상단 바를 확인하자면 문자가 와 있습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부스스한 머리칼도 정리 못 한 채 몸을 일으킨다.) 뭐야⋯.
(문자를 확인한다.)
Cariño: 일어났어요?
나예요, 글로리.
아, 그 바텐더.
그래요. 어느 미친 바에 가서 총도 맞을 뻔하고⋯⋯
아니지, 맞았나?
여튼 어제 일이 꿈 따위가 아님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한 여름밤의 꿈같은 게 아니었구나? (허공을 바라본다. 왜인지 잇새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의 인사를 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네요. (답장한다.)
Cariño: 다행이다. 기억하시는구나?
잠깐만요. 이동만 마저 하고⋯
띵동.
공교롭게 초인종이 울립니다.
누군지 볼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현관문 앞으로 간다.) 누구세요?
글로디스 마셜:(문 앞에 서서 렌즈를 향해 손을 팔랑팔랑 흔들고 있다.) 누구게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눈이 순간 동그래졌다. 손잡이에 먼저 손을 댔다가, 잠시만⋯. 술 냄새는 안 나지? 제 옷자락을 쥐고 코끝에 가져다 댄다.)
하⋯. (무언가를 포기했다.) 진짜 이상한 사람⋯.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문을 열어젖힌다.)
글로디스 마셜:¡Hola! 진짜 이상한 사람이에요.
오늘 시간 괜찮아요? 데이트 신청하고 싶은데.
우리 어제 진짜 좋았잖아요.
프락시누스 "애쉬" 엑셀시어:(한쪽 눈썹 까닥인다.) 이제 술집이 아니라서 이러는 거예요?
(눈동자가 굴러간다.) 어제 제가 산 시간을 좀 써야 할 것 같은데. (기다려달라는 소리.) 안에 들어와 있을래요?
글로디스 마셜:네! 아무래도 일터에서 이러긴 좀 그렇잖아요! (정말 뻔뻔하다.)
(그리고 만세를 부른다. 안으로 쏙 들어간다.) 승낙한 걸로 알게요!
어⋯
하여튼 민첩합니다!
애쉬의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뭐, 날도 좋겠다.
죽여주는 데이트나 하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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