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좀 늦을 것 같다는 연락을 끝으로,
자꾸만 그와 함께했던 기억들이 주변을 맴돕니다.
차가운 복도에서 혼자 이불을 끌어안고 잠들었던 날
왜 그는 자꾸만 당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힐까요?
바깥은 벌써 어둑해져 오지 않는 잠을 청해야 할 때입니다.
상사화:(오늘도 여김없이, 잔인하게 네가 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무언가를 해야한다, 그런 의지조차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눈을 감으면 제 눈에 네가 아른거려서 쉬이 쉴수도, 잠을 청할 수도 없었다. 네가 보고싶었지만 여기저기 남아있는 네 흔적을 통해서 본 너의 형상은 그날과 같이 무너져 내려갔다. 비릿한 쇠냄새를 덮으려던 투명한 소독약 냄새, 그리고 새하얀 시트 위에 놓인 네 몸. 밤마다 제 눈에 담았던,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웠던 네 모습과 닮아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으스러진 두개골 사이로 분수치듯 흘러나오던 피가 바닥에 무늬를 새겨놓았다. 어울리지 않은 병렬은 진저리가 날 정도로 참혹했다. 그래서 너를 붙잡고 오열할 틈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네 장례를 치른지 한달이 지난 지금에도 네 죽음을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너없이 제대로 된 삶을 지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죽음을 부정하면서도, 하루종일 그때 너를 붙잡었어야지, 저를 버리지 말라고 무릎과 손바닥이 닳도록 빌었어야지, 하는 목소리가 제 머리속을 혼잡하게 했다. 두통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면 물도 없이 수면제를 씹어먹었다. 의사가 처방해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었지만 그것만이 치료약인 듯 마냥 삼켜넀다. 그리고 기절하듯 침대에 쓰러졌다.)
수면제의 힘을 빌어 겨우 자리에 누워 잠에 들면,
당신은 익숙한 것처럼 폐허가 된 도시를 걷습니다.
바람에 날려 발 아래를 거추장스럽게 스치는 신문지,
사람은 커녕 개미 한 마리 없는 카페테리아 같은 것이 시선 끝에 걸립니다.
그 절벽 아래로 백사장과 검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에
상사화:(예전에 꾸었던 꿈이었을까? 마른 땅 위로 내딛는 발걸음이 너무나도 익숙하게만 느껴졌다. 상관없었다. 무언가에 홀린듯 발걸음을 옮기다 신문지를 주워서 읽어본다.)
내용을 읽어보면 교통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꽤 크게 났던 사건이라 한동안 신문과 뉴스에서 떠들던 것이 떠오릅니다.
상사화:(네 죽음을 글로 표현한 신문지를 보면 순간 목구멍으로 구역질이 올라왔다. 얼음같이 차가운 꼬챙이로 내장을 들쑤어 놓은 기분이었다.) 욱. (창백해진 얼굴로 한 손으론 입을 감싸쥐고 도망치듯이 발걸음을 옮겨 카페테리아 쪽으로 향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
69/34/13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도시의 물건들은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아요.
흰색 외벽의 깔끔한 디자인의 카페테리아 안에는
그러나 왠지 모를 공허함은 당신의 감정때문일까요?
상사화:(혼잡한 도시속의 모습 때문인 걸까, 빈 속에 어지러움이 동반했다. 테이블에 한 손을 올려두고 몸을 지탱했다. 이러다간 공허함에 잡아먹혀 저도차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휘청거리는 몸을 붙잡기 위해 테이블을 짚으면,
당장이라도 스팀이 튀어나올 것 같은 커피머신,
이 카페테리아 안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상사화:(사람의 흔적이 남은 곳에 정작 살아있는 생명이라고는 저밖에 없었다. 이 곳은 혼자 남겨진 기분을 형상화 한 것만 같았다. 죽음과 비슷한. 끝에서 느낄 수 있는 포근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너무나도 서글플 수 밖에 없었다. 숨을 고르고 나면 천천히 도시끝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절벽이 보였다. 우주와 같은 색으로 빛나는 검은 바다를 보면 어쩐지 몸을 내던지고 싶었다.)
그곳에 앉아있는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한가로이 휴가를 즐기러 온 휴양객 같이 여유가 느껴집니다.
아무도 없는 당신의 꿈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는 누구일까요?
상사화:(사람이 없는 번화가 끝자락에 위치한 기암절벽, 그리고 여유롭게, 또 위태롭게 앉아있는 한 사람. 자연스레 그에게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상사화:(칠흑 같은 머리, 그리고 붉은 강옥을 박아놓은 듯한 눈.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네 존재를 알아챌 수 있던건 분명 익숙하지 않은 장소 때문일테다.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면 오히려 웃음이 나온다고 했던가, 어쩐지 환한 웃음이 나왔다. 한낱 깨면 흐트러질 꿈이라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지금 이 순간은 네가 제 옆에 존재한다고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잔잔한 걸음으로, 파도와 같이 너에게 다가가서 너를 제 품에 안았다.) 보고싶었어.
당신이 끌어안으면 일렉은 평소와 달리 무던하게 돌아봅니다.
상사화:(네가 없는 현실이 악몽일테고 이 곳이야 말로 제가 기대하던 이상현실이라 단정지었다. 끌어안은 너에게서 체온을 느낄 수 있던가? 알 수 없었다.)
심리학
기준치: |
12/6/2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그는 당신이 만들어낸 꿈의 잔재가 아니었던가요?
애초에 당신은 왜 일렉이 나오는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일렉티오 바시움:...기다리고 있었어, 상사화.
당신은 그 순간 눈앞이 명멸하는듯한 애상함을 느낍니다.
상사화:나를? 왜? (너는 오랫동안 이 곳에 앉아있었다는 듯 말했다. 네 옆에 주저앉아서 손끝을 잡았다. 너는 나의 그리움의 잔재, 그리고 애정의 결핍이었다. 그런데 아침햇살에 증발하는 이슬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내 몽환 속에 나타난 건지. 꿈에서라도 너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나.)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얼굴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백사장 위에는 검은 테이블과 의자가 두 개 놓여져있네요.
어느새 검은 바다 끝으로 천천히 해가 지고 있습니다.
상사화:(이해못할 것도 없었다. 이곳은 제 꿈이자, 제가 기대하던 현실이니까. 의자를 끌어서 앉고 네가 앉기를 기다렸다.)
일렉티오 바시움:(맞은편 의자를 끌어 앉는다.) 오랫동안 네 생각을 했어. (내뱉는 말들은 그저 사실만을 나열하듯 담담했다. 너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고, 그것이 어쩌면 평소와 비슷하게 보였을지도 몰랐다.) 이상하게 죽은 뒤에 네 생각 밖에 나지 않았거든.
상사화:(마주앉자 네얼굴이 더 자세히 보였다. 잠시라도 눈을 깜박이면 으스러질 것 같은 네모습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자니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감정을 주체하지를 못했다. 미칠 것만 같았다.) 하하… 네가, 내 생각을 했다고. (그 말이 거짓이던 사실이던 지금 이순간은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보고, 만지고 대화할 수 있는 네가 내 앞에 있었으니까. 만약 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수면제를 몇 알이고 먹고 영원히 잠들 것이었다.) 그래서?
일렉티오 바시움:(웃음과 동시에 눈물을 흘리는 네 모습에도 의아함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네 모습을 관찰하듯 보다 답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네가 상사화라는 것, 그 이외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 내가 왜 널 생각했을까 하는 그런 것들이 궁금했거든. (검은 바다위로 붉은 해가 긴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서늘한 바닷바람이 뺨을 간지럽혀도 널 바라보는 시선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상사화:(저를 굳게 바라보는 시선이, 흔들림 없는 모습이 제 눈물 속에서 흐트러졌다.) 아무런 기억도 없는 거야? 네 이름은? 너와 나의 관계는? (제가 바라던 너의 모습은 정녕 이런 것일까 싶었다. 아무런 기억도 없이 저에게만 온전히 매달릴 수 있도록, 상사화란 존재를 너에게 심어주고 네가 꽃밭에서 숨쉬길 바란 걸지도 몰랐다.)
일렉티오 바시움:간단한 것들은 기억하고 있어. (너를 본 순간 네 이름을 잊지 않고 불렀던 것처럼. 자신의 이름이라던가 너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그동안 수없이 변했던 관계의 흐름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 지금의 너와는 어떤 관계인지 기억하지 못할 뿐이었다.) 너와 내가 무슨 관계였는데.
상사화:(그건 언제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저 길가에 지나치는 이름 모를 행인이 우리보다 사이가 더 좋았다고 말할 수도 있었고, 그 어떤 연인보다 애틋하게 널 사랑한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검은 테이블에 제 양팔을 얹어 그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숨죽여 울 수 있는 공간이 그렇게나 작을 수 밖에 없었다. 한참 후에야 울음에 잠긴 목소리로 대답같지 않는 대답을 내던졌다.) 글쎄… 나도 모르겠어. 너는 어떤 것 같은데?
일렉티오 바시움:(그 답을 알 수 없어서 네게 던진 질문이었다. 남은 기억의 조각들을 모두 이어붙여도 너와의 관계는 애매하기만 했다. 그저 연인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날카로웠으며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에는 수 많은 조각들이 각양각색으로 이어져있었다. 깨진 거울의 파편에 담긴 햇빛이 예상하지 못한 장소로 굴절되는 것처럼 이리저리 튀어든 감정의 불씨들은 곳곳에 흔적을 남겨 어느 한쪽으로 모이지 못했다.) 그 답을 알았으면, 네게 묻지 않았겠지. 그럼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말해봐.
상사화:(울음이 잦으면 웃음이 밀려들어왔다. 아, 어쩌면 이렇게나 허황될 수 있을까.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울음과 웃음기가 괴이하게 섞인 눈으로 너를 비스듬히 올려다봤다. 당장이라도 너에게 달려들어 입술을 뜯고 네 부드러운 살갗의 결을 취해도 아까울 시간을 이렇게 답답하게 보내자니 아쉬울 다름이었다.) 네가 나한테 첫눈에 사랑에 빠져서 졸래졸래 따라다녔어. 내가 어쩔 수 없이 만나줬는데 넌 참 못난 연인이더라. 그래서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 어때?
일렉티오 바시움:(저녁노을이 스쳐지나간 눈가와 뺨에 붉은 기운을 그대로 머금고서 네가 말한 바람과 사실이 섞여진 정보들을 듣다보면 말하지 않은 기억이 함께 떠오르기도 했다.) 다 잊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멍청한 건 여전하네, 상사화.
상사화:(이 찰나가, 숨소리가, 일광에 타들어갔다. 일색에 벌겋게 물든 네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널 만나 줄 이유가 없잖아, 틀려? (두 사람을 비웃듯이 빈정거렸다.)
일렉티오 바시움:글쎄. 그 답은 네가 더 잘 알겠지. (젖어있는 네 눈가를 여유로운 태도로 훔치고는 이어 말한다.)
그가 말하는 부분이 노이즈처럼 끊겨 들립니다.
붙잡으려 해봐도 흩어지는 연기처럼 흐릿할 뿐입니다.
상사화:(배터리가 나간 라디오처럼 끊어지는 네 목소리에 인상을 찡그릴 수 밖에 없었다. 제 살결에 닿은 손을 다급하게 쥐어잡으려고 했다. 아직 깨면 안되는데. 지금 현실로 돌아가게 된다면 흉몽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정신
기준치: |
50/25/10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의 속을 어지럽히는 꿈이란 건 분명합니다.
상사화:(다시 만나자는 네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꿈에서 깨어나 홀로 아침을 맞이했다. 기약없는 기다림은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씨x… (얼굴을 두 손에 묻고 험한 말을 입에 담았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란 그런 것 밖에 없었다. 네가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남아있을 약에 취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누구야.
그곳에는 벗풀과 흰색의 국화가 어울려 놓여있습니다.
앞으로 당신은 그 없이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합니다.
그 여로에 일렉의 그림자가 어디까지 함께할지 모르겠습니다.
상사화:(장례식을 치른 지는 꽤 되었는데. 뒤늦은 추모를 하려는 듯 문 앞에 곱게 놓아진 흰색의 국화를 주워서 주위를 살펴봤다.)
상사화:(손에 조금 힘을 가하자 흰 꽃잎 하나가 바스락 떨어져 제 발치에 놓였다. 흰색 국화의 꽃말은 성실과 감사라고 했었다. 고인이 일생동안 보인 성실함, 그리고 그와의 행적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장례식에 종종 쓰인다고 했었지. 도대체 누굴 위한 추모인 건지! 일순 나를 위해 그 무엇도 하지 않았던 네가 죽고 나서야 저에게 남기고 간 건 너의 향한 미움과 애틋한 그리움 뿐 이었는데.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 쏟아 부은 마음에 대한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었나. 국화를 부여잡고 집으로 들어와 문을 굳게 닫았다.)
여린 꽃은 당신의 손 안에 쉽게 바스라집니다.
애매하게 남아있던 잠기운이 모두 날아가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밥을 챙겨먹은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지 않았던가요?
상사화:(국화꽃다발을 대충 바닥에 던져두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털썩 엎드려 누웠다. 오늘 할당한 에너지는 아까 문 여는 것으로 다 쓴 것 같았다.)
근처 카페나 식당에 가서 사먹는 건 어떤가요.
일렉과도 종종 함께가던 레스토랑이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잖아요.
상사화:(속에서 뭐라도 하라고 외치는 것 같지만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혼자가면 뭐해. 너와 함께한 장소에 가서도 너를 그리워하며 눈물만 쏟을게 뻔했다. 가만히 죽은 듯 누워있는다.)
그야... 일렉이 죽은 지 아직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몸과 마음이 지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요.
어쩌면 다시 잠들어 꿈 속에서 일렉을 만나고 싶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이대로 누워있기만 한다고 잠에 빠져들 수 있을리가요.
만약 이렇게 계속 꿈 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다면,
하루를 더 연명하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챙겨먹어야하지 않을까요?
상사화:(그렇지만 죽으면 계속 볼 텐데. 머릿속에 잔잔히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답했다.)
입맛이 없다면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는 건 어때요.
상사화:(소음에 아예 배게로 제 머리를 덮었다. 차라리 지금 잠드는 게 나을 것 같아 수면제를 찾아 침대 옆 책상을 뒤적였다.)
상사화:
행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상사화:(꺼내서 확인해 본다. 슬슬 떨어질 때가 됐나?)
상사화:(대충 쥐어지는 대로 먹었는데. 수면제 통을 열어서 몇알이 남았는지 본다.)
통을 열어보면 달랑 한 알만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상사화:(베개 사이로 보이는 약통을 멍청하게 바라봤다. 툭, 약통을 닫고 한참을 누워있다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겨우 나갈 준비를 마칩니다.
약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일단... 병원부터 가야겠죠?
상사화:(거울에 흘깃 비친 제 모습은 말 그대로 시체와 닮아가고 있었다. 의사가 보고 뭐라할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네가 떠난 이후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역이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쓰며 문 가에 던져진 국화꽃을 흘끗 보고는 집 밖으로 나선다.)
멀지 않는 병원까지 익숙하게 걸음을 옮깁니다.
순서를 기다리다 의사 선생님과 마주하는 지금의 순간이
의사:(화면을 넘겨보며 기록을 확인하고는 시선을 마주한다.) 지난 번에 처방해 드렸던 건 다 드셨나요?
상사화:네.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약효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의사:약을 바꿔드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네요. 요즘 기분은 어때요? (네 안색을 살펴보며 묻는다.)
상사화:그냥 평소랑.... 똑같은데. (가늘어진 눈으로 바라본다. 이 사람은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말하는 걸까. 다 귀찮고 그냥 빨리 약만 받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의사:아직 힘드시겠지만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밥은 챙겨드시는 게 좋아요. 빈속에 약을 먹는 것도 별로 좋지 않구요. 일단 2주분 새롭게 처방해드릴테니까, 이번에는 좀 늦게 다시 봤으면 좋겠네요. (타자로 기록하고는 가볍게 인사한다.)
상사화:...네. (딱히 지키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지만 일단 인사와 함께 처방전을 받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수납까지 모두 마치고 약국에서 약을 챙겨 나오면,
뛰어 집으로 향하려 해도 억센 소나기가 발걸음을 망설이게 합니다.
관찰력
기준치: |
69/34/13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저편에서 [빈 차] 라고 적힌 택시를 한 대 발견합니다.
저 택시를 잡는 것밖에는 선택지가 없을 것 같네요.
상사화:(택시를 타면 적어도 빨리 집에 가겠다 싶어 손을 내밀어 택시를 잡는다.)
상사화:(집주소를 말하고 편안히 자리를 잡고 창문 밖을 바라본다. 잿빛 하늘과 자동차바퀴가 빗방울을 튀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소리.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들이었지만 구역질이 났다. 너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이런 일상을 만끽해도 괜찮은 걸까. 괜시리 눈물이 새어나오려 해서 두눈을 질끈 감았다.)
그마저도 떠오르는 그의 생각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상사화:...? (슬며시 눈을 뜨고 옆을 본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
41/20/8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곁에는 젖은 검은색 장우산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일렉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밖을 무심하게 바라봅니다.
상사화:(제 옆자리에 앉은 죽은 너. 익숙한 만큼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다시 한번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오늘은 수면제를 먹지도 않았는데. 처음에는 환각을 본 건가 싶었다. 그렇지만 곧 이건 꿈이라고 치부해버렸다. 차라리 그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피곤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다시 만났네.
일렉티오 바시움:말했었잖아. 다시 만나자고.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말하고는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창밖이 아닌 너를 시선에 담는다.)
어느 쪽이건 이제는 닿을 수 없는 감정이 되었을 뿐입니다.
우산 손잡이를 매만지는 성마른 손끝이 대신 말합니다.
우리는 두 번 다시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이 되어버렸다고.
상사화:(저를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을 이번에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미 한번 꿈에 나타나고 다시 사라진 너는 아주 착실하게 우리가 다시는 살아서 만날 수 있을리가 없다 말해주는 것과 같았다. 힘없이 푸념을 늘어놓듯 말을 시작하면 한숨과 같은 목소리가 네게 전해졌다.) 내가 듣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해줄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뻔뻔하게 내 꿈에 나타나고. 죽어서도 너는 참… 그래. 이번에는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나를 찾아왔어?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보고 싶어서 날 계속 떠올리는 쪽 아니었던가? (비껴진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흐린 네 녹안을 담아내다 고개를 돌린다. 무덤덤하던 전과는 달리 되찾은 기억만큼이나 확신에 선 목소리였다.) 이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너도 많이 달라졌네. 상사화.
상사화:보고싶다고 하면 내 앞에 나타나는 존재였어, 네가? (내가 떠올리고 싶어서 나타난거면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해주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조용히 덧붙인다.) 어차피 꿈이잖아. 무엇을 못할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작 지금 네 품에 안길 자신은 없었다. 저번 꿈과 같이 너는 곧 사라질 존재고 죽음으로 통해 만나는 것이 아닌 이상 이제는 너를 영원히 품에 안을 수는 없었다. 이러다가 잠에서 깨고 나면 또 네 품을 찾겠지만.) 대충 기억은 났어?
일렉티오 바시움:나중에 확인해봐. (당장이라도 안겨 떠나지 말라고 붙잡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한 네 태도를 가만히 보다 말한다.) 어느 정도는.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상사화:기억을 다 찾으면 다시 날 떠날거잖아. (제가 아무리 떠나지 말라고 붙잡아봐야 너는 결국 떠날 텐데. 만약 네가 살아돌아온 거라면 말이 다르겠지만 꿈에서만 만날 수 있는 너에게 손이 닳도록 빌어봤자 깨고 나면 더한 허무함이 느껴질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학습된 고통은 두려움을 일으켰다.)
일렉티오 바시움:넌 그렇게 생각했나보네. (가볍지 않은 감정이 담긴 시선이 널 훑고 지나간다.)
상사화:네가 그랬잖아. 내 생각을 했다고. 그 이유가 궁금해서 날 만나러 왔다고. 이유를 찾으면 떠나겠지. (그러니 본인은 이대로 죽어가면 된다. 그러고 다시 너를 만나면 된다. 그렇지만 또 네가 당장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견딜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잡지도 놓아주지도 못한 마음이 엉키고 엉켜 결국에는 눈물이 되어 뚝뚝 떨어졌다.)
듣기
기준치: |
72/36/14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일렉티오 바시움:나를 그리워해, 상사화. 그러면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당신을 부르는 택시 기사의 목소리에 겨우 깨어납니다.
상사화:(잔인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넌 정말 살아있을 때와 똑같았다.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현실로 돌아와 두 눈을 두어번 깜박인다. 상황파악을 하는데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아, 도착했나요?
택시 기사: 많이 피곤하셨나보네요. 5200원입니다.
상사화:(많이 안 나왔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비용을 내고 짐을 챙겨 택시에서 나온다.)
상사화:(집으로 돌아오면 그대로 옷을 갈아 입지도 않고 침대에 눕는다. 힘들다, 지친다. 이제 그만 쉬고 싶은데. 쉴 때 마저도 넌 날 괴롭히는구나. 여러 생각들이 파도같이 몰아쳤고 댐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 같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무너지고 저는 지금 심해 속으로 가라앉는 중일지도 몰랐다.)
오늘은 그냥 이대로 잠드는 것도 괜찮을지도요.
상사화:(차마 덮어둘 수도 없는 마음을 겨우 내뱉었다.) 네가 보고싶어, 일렉티오 바시움. (시트에 얼굴을 파묻은 체 조용히 말을 꺼내자마자 목이 매이고 눈물이 쏟아졌다.) 네가 보고싶어...
일렉이 말했던대로 정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상사화:(수면제를 꺼내 잡히는 대로 입 속에 쏟아넣고 씹어삼켰다. 차라리 이대로 깨어나지 않았음을 바랐다.)
미로의 속에서는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상사화:(눈이 시리도록 흰 벽들 사이 네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글자를 발견하고 읽어본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
69/34/13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상사화:(어렵지 않게 글씨의 주인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한 손으로 네 흔적을 찾아 글자 위를 더듬이다 이마를 툭 내려놓는다.) 난 너와 함께 하고 싶어, 티오. (그리고 벽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한다.)
상사화:(글씨를 집고 있었던 손이 왼쪽이니까 왼쪽)
그런 일렉을 핥아보려 알짱거리는 당신이 보입니다.
상사화:(그때의 달짝지끈한 향이 다시 한번 공간을 메운 듯 했다. 되려 한 발자국 뒤로 물렀다. 그래, 차라리 저 곳에서, 널 사랑하지 않았던 나로 영원히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제 저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을 바라보고 너무나도 멀리 왔다. 너무나도 멀리.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리움은 행복했던 과거의 나날에 현재의 발을 담글 수 없기 때문에 태어나는 연정일까, 이렇게나 멀리 돌아온 현재와 그에 따를 예상하지 못할 미래에 대한 후회일까. 너를 보면 그 모든 신산한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반대편으로 도망쳐버렸다.)
여러 종류의 책들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습니다.
상사화:(때로는 길을 잃고 나서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너라는 길을 잃은 지금의 나는 무엇을 방황하기 위해서 이 곳에 온 건지. 후덜덜 떨리는 다리를 겨우 진정시키고 책들을 뒤적였다. 지도를 찾으려는 발악이었다.)
상사화:
자료조사
기준치: |
57/28/11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꿈의 세계]라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옵니다.
상사화:(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 했다. 이전의 기억을 되새김하며 그 속의 무한한 가능성을 구상하는 것. 그러니 꿈을 지배한다는 신이라고 해봤자, 본인이 고통을, 평화를, 절망을 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책을 내려두고 다른 책들을 빠르게 훑어봤다.) 이럴 때가 아닌데...
다른 책을 찾아보아도 원하는 책은 나오지 않습니다.
[너는 내가 죽은 이후에도 나를 그리워했지.]
상사화:이런걸 봐서 뭘 하냐고! (답답함에 비명이 내지르곤 주먹으로 탕, 글자 위를 내려친다. 충혈된 눈으로 올려다보다 이번에는 오른쪽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딱히 생각을 하며 걷는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방금 전까지 작업하고 있던 것 같은 책상이 놓여있습니다.
소설과 희곡 같은 것들이 난무해있는 것을 보아하니
무슨 언어로 적은 건지 도통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볼 만한 것을 찾으려면 조금 뒤져봐야 할 것 같네요.
[책상 위] 와 [서랍] 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상사화:(조금은 다급한 손으로 책상 위를 뒤적인다. 이건 네 책상은 아닌 것 같았다.)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적힌 희곡과 수필 등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습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
69/34/13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적힌 메모 하나를 발견합니다.
[신과 거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내놓는 것이다.]
상사화:(신과 거래를 해서 너를 되살릴 수 있다면 그 무엇이던 할 수 있었다. 메모를 손에 쥐고 서랍을 본다.)
첫번째 칸은 애초에 붙어있는 것처럼 열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세번째 서랍만이 기다렸다는듯이 부드럽게 열립니다.
상사화:(짜증이 나서 서랍을 발로 찬다. 마지막 칸도 열어서 살펴본다.)
상사화:(펜던트를 열어본다. 이건 누구의 것이지?)
당장이라도 꺼질 것 같은 초의 불길 같은 장면.
상사화:
듣기
기준치: |
72/36/14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곧 상사화를 만날 수 있게 될 거야."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
40/20/8 |
굴림: |
56 |
판정결과: |
실패 |
상사화:(거래를 해야하는 건 본인이라 생각했는데. 죽음의 통로에서 대체 너는 무엇을 이야기 했는데 저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거지? 당장이라도 너에게 달려가 묻고 싶었지만 환영은 어느새 끝이 났었다. 절망을 얼굴에 담고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뛰어갈 힘이 이제 나지 않았다.)
스카이라운지의 화려한 불빛들을 모두 뒤로하고서
서로에게만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어쩌면 당신의 기억보다 더 선명한 당신의 기억입니다.
마치 비디오를 처음부터 돌려 재생하는 기분입니다.
"이제 갈까? 나 가고 싶은 곳이 하나 더 있어."
그 말을 하는 이는 당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당신이 끼어들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있을 수 없는 조각의 파편들을 맞추고 있습니다.
상사화:(결국에는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눈물을 흘러보낸다면 이 저주같은 감정들도 언젠간 전부 쏟아져내리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바다속에 빠진 제가, 고작 손바닥으로 물 한웅큼을 버린다고 해서 숨을 쉴 수 있을리가 없었다. 저 눈물같은 기억속에 담긴 저는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 사랑에 겨워, 그것이 없을 때를 상상하지도 못했던. 그래, 내가 사랑했던건 나와 함께했던 너였으니, 내가 미워했던건 나와 함께하지 못한 너일테다. 그러니 너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네가 보고싶어, 일렉티오 바시움. 널 그리워하면 만날 수 있다고 했잖아. 네가 그리워서 죽을 것 같아.
그리고 들어온 곳 역시 벽으로 막혀 있습니다.
이곳으로 나아가면 이번에는 일렉을 만날 수 있는걸까요?
벽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글씨가 생겨납니다.
[너를 떠올릴 때마다 네 꿈에 내가 나타났으니까.]
상사화:....네가, 나를? 얼어죽을. (물기 가득한 눈으로 글씨를 한참 노려보다가 겨우 일어나서 오른쪽으로 걷는다.)
오른쪽 갈림길에는 수십 개의 주문진 같은 것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오래 전에 그린 것 같이 흔적이 마모된 것들도 있습니다.
꿈이라는 무의식이 당신에게 건네는 직감 같다고요.
상사화: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상사화:(주문진을 살펴보며 주변을 살펴봤다. 내 전부를 준 게 너였으니 네 말이 맞다면 이 길의 종착점도 너야했다.)
툭, 하고 손끝에 걸리는 문서를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어라 적혀있는지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지만요.
상사화:(문서를 손에 꼭 쥔다. 아까 계속 말하던 대가에 관한 것일까 싶어 읽으려했지만 잘 되지 않아 머리를 벽에 쿵 박았다.)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어떠한 존재도 이 거래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부작용이 없는 대신 완전한 이성의 지불이 필요합니다.
이성을 지불하는 방법은 준비된 대상에게 혼돈이 직접 속삭입니다.
상사화:(문서를 손에 꼭 쥐고 몇 변이고 외운다. 이거면 너를 되찾을 수 있을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 이렇게 간단한 거였는데. 이제 너만 있으면 돼. 더 무언가가 없는지 주위를 살핀다.)
왼쪽 편에는 검은 우산을 들고 겨울비 아래 서있는 일렉이 있습니다.
맞은 편에는 비에 미끄러진 차와 버스가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일렉은 그것들과 부딪히지 않았습니다.
일렉이 살아남는다면 이 모든 주박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없는 세상에서 그를 떠올리는 미련한 짓도 그만둘 수 있을 겁니다.
상사화:(너를 발견하자마자 있는 힘을 다해 너에게 달려가 손을 뻗었다.) 티오- (애타게 너를 찾는 목소리가 겨울비에 젖어들어갔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는 환영처럼 사라집니다.
상사화:(겨우 뛰어가서 할 수 있던 건 빈 빗방울을 품에 안는 것 밖에 없었다. 제 머리를 퍽 쳤다.) 만나지 못하게 할거면 빨리 깨어나버려. 그래야...
미로는 다시 새로운 갈림길을 안내할 뿐입니다.
상사화:야, 나오라고-! (갈림길에 서서 소리를 질렀다. 두리번 거리다가 왼쪽 길로 뛰쳐갔다.)
이 미로를 맞게 잘 오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당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은 미로의 마지막,
태연하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일렉이 있습니다.
상사화:(너를 보자마자 달려가 쓰러지듯 안겼다. 이번에는 잡을 수 있을까?)
일렉티오 바시움:그런데 아무것도 아니었어. 우리는 서로를 택한 적이 없으니까.
벽이 하나둘 맞춰짐과 동시에 당신은 불현듯 깨닫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결국 길은 하나 밖에 없으니까.
상사화:너무 오래 걸렸어. (네 품에 무너져 울음을 터뜨렸다. 하소연하듯 흐느낌 사이로 내뱉었다.) 네가 죽도록 미웠는데… 그랬는데, 네가 없는 건 더 싫어. 내가 미워할 대상으로 계속 남아줘, 일렉티오. 널 사랑하게 해줘.
당신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납니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훨씬 늦은 시간입니다.
상사화: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최대한 잠을 자는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혼돈과의 거래에 관한 것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사화:(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나면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토할 수 있는 건 다 쏟아내었는데 이 고문은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결국은 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 같았다. 아, 그래. 이대로 계속 꿈을 꾼다면 널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남아있는 수면제를 전부 다 입에 쏟아넣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상사화:
행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미처 삼켜지지 않은 수면제들이 이불 위로 쏟아집니다.
어쩌면 꿈보다 죽음이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겠네요.
잠에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당신이 며칠 내내 집에만 있는 것을
당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목소리를 냅니다.
시선을 돌리면 수액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상사화:(무의식에서 너를 만나길 기대했었다. 너를 만나 꼭 얘기하고 싶었다. 이것봐, 티오. 나는 죽어가고 있어. 아사던, 중독이던. 이대로 죽으면 너를 만날 수 있을텐데. 그렇지만 다시한번 현실에서 깰 수 밖에 없었다. 살아간다는 건 너와 더 멀어진다는 뜻이었으니 혈관을 타고 흐르는 수액이 꼭 독약처럼 느껴졌다. 바늘을 억지로 빼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당신의 행동을 본 간호사가 급히 다가와 말합니다.
간호사: 어머! 환자분. 아직 누워계셔야해요! 이거 포도당 수액이니까 다 맞고 가세요. 위세척도 하셨으니까 좀 더 안정이 필요하세요.
상사화:(간호사를 째려 본다.) 누가 해달라고 했어요? (손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은밀행동
기준치: |
65/32/13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간호사: (익숙한 손길로 침대에 눕히고 커튼을 쳐준다.) 환자분~ 좀 더 누워계시고 나중에 수납해주세요~^^
상사화:이새끼들 완전 도둑놈아냐 (소리를 빽 지른다.)(진상사화)
소란을 피우자 커튼 너머로도 시선이 느껴집니다.
상사화:(눈물뚝뚝) 난 널 만나고 싶은 것 뿐인데... 세상이 날 방해해. (세상서럽게 꺼이꺼이 운다)
간호사: (다시 들어와 네게 주의를 준다.) 환자분 이곳은 다른 환자분들도 이용하는 곳이니까 조금만 목소리 낮춰주세요.
상사화:콱씨- (훌쩍훌쩍) 너네가 데려다 놓은거면서? (목이 쉬어 큰소리를 내진 못하지만 굴러서 침대에서 내려온다.) 집에 갈거예요.
간호사: (몰래 한숨을 내쉬고는 웃으며 말한다.) 환자분 잠시만요~ (그리고는 다시 침대에 눕히고는 자연스럽게 안정제를 투여한다.) 조금만 더 주무시고 계세요~
점점 몸에 힘이 빠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집니다.
간호사: (나가서 동료들에게 저 베드에 누워있는 환자 조심하라고 말하며 차트를 작성한다.)
상사화:(꿈틀꿈틀 일어나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안정제의 효과 때문인지 좀더 차분하지만 힘없이 발걸음을 옮겨 진료비를 수납하고 병원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수면제가 떨어졌을 것을 깨닫고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저 곳에 가면 드림랜드나 혼돈과의 거래에 관한 것들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상사화:(도서관... 병원은 이제 지긋지긋하기도 했고 문 닫을 시간은 꽤 남은 것 같으니 잠깐 들리기로 한다.)
꿈에 관련한 책이니 정신의학이나 오컬트 관련에 있을까요?
상사화:(내가 지금 뭐하는 건지. 잠깐 현타가 왔지만 정신의학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꿈에 관한 것을 찾으려 했다.)
상사화:
자료조사
기준치: |
57/28/11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상사화:하아.... (책장을 다 쓰러뜨리고 살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만한 난동을 부릴 힘도 없을 것 같았다. 이번엔 오컬트 쪽으로 확인해본다.)
상사화:
자료조사
기준치: |
57/28/11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노인: 노인 꿈이란 중독되기 십상이지. 한 번 꿈이라는 환각에 빠지면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과 현실을 맞바꾸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네.
상사화:(놀라서 뒤로 한발걸음 물리고 째려본다) 누구세요?
노인: (허허 웃으며 말한다.) 그저 지나가는 노인네지. 찾는 게 있는 것 같던데. 아닌가?
상사화:(왜 이렇게 주변에 쓸데없는 관심이 많은 사람이 많은지. 한숨을 짙게 내쉰다) 맞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노인: 내 눈은 못 속여. (작은 봉투를 네게 건낸다.) 이게 필요하지?
상사화:... (미친사람인가, 짧게 생각하며 봉투를 받아 살펴본다.)
노인: 잠이 잘 오는 약일세. 필요하면 나중에 먹게나.
상사화:(가만히 바라보다가 노인을 지나쳐 다른 구역으로 가서 책들을 살핀다.)
도서관에서는 결국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상사화:(수면제 대신할만한 것을 받았으니 굳이 병원에 들릴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수액을 맞아서 그런지 가뿐하게 집으로 돌아와 약을 한 알 먹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당신은 그 도시의 거리를 걷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 길이 가리키는 곳은 단 하나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상사화:(장소가 어디던 가야할 곳은 명확했다. 처음 꿈을 꾸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너를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만난다고 한들 너와 함께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늘 그래왔던 것이기에. 네 완고함에서 불안함을 느꼈다. 폐허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앞만 향해 걸어갔다.)
상사화:(환하게 웃음 짓고 달려가 네 품에 안겼다.) 내가 왔어, 티오.
일렉티오 바시움:(품에 안기는 널 밀어내지 않고 내려본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 순간만을 위해 모든 것이 존재했다는 느낌이 들어.
상사화:(순간 불안감이 들어 물기 가득한 눈으로 너를 올려다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나랑 계속 있을 수 있어?
상사화:응. 늘 바라왔던 거잖아. (너를 부둥켜안은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 도망갈 생각이란 하지 말라는 듯이.)
일렉티오 바시움:죽고 난 이후에 기억을 잃고 떠돌아다니고 있었어. 그래도 너 하나만은 기억에 남아서. (그래서 네 생각을 했다. 몇 남지 않은 기억의 조각 중에 유달리 크고 반짝이는 것이 너여서. 그 조각마저 잃지 않으려 자주 들여다보았었다.) 그러던 중에 거래를 제안 받았어. 상사화, 널 희생시키는 대신 날 살려주겠다고 하던데.
상사화:(아직도 왜 네 기억 속에 유일하게 남은 게 저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살아생전 그렇게 무심하게 대했으니.) 내가 어지간히 귀찮게 굴었나봐, 죽어서도 잊지 못했으면.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런 식으로 너에게 기억되고 싶었던걸까. 거래에 대한 것을 듣는 순간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이 시큰거렸다. 네가 제안을 수락했는지 제대로 듣지도 않았으면서 서운함이 들었다. 아니, 단순한 서운함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감정.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게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잘됐네. 당연히 그래야하지.
일렉티오 바시움:글쎄-. (네게 가진 감정이 겨우 귀찮음이었다면 제 공간에 널 들여놓지도 않았을텐데. 아무리 네가 매달리고 귀찮게 굴어도 네 존재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면, 네게 영원을 입에 담거나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 같은 것을 내뱉었을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싸움 뒤 집을 나가 너를 사랑해준다는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에 불쾌감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어느새 네 존재는 당연한 것이 되었으니까. 그 당연함은 불완전한 것이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무시하던 결과가 이것이었다. 정의내릴 수 없는 관계,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비틀리면서도 이미 중독되어 놓지 못하는 것처럼. 서로의 존재가 결핍이며, 동시에 결핍만큼의 부분을 서로 채워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상사화.
일렉의 몸이 종이조각처럼 발끝부터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당신의 마음과 달리
그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오히려 무덤덤하기만 합니다.
당신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그러나 당신들에게는 지금 그것만이 유일한 구원입니다.
"그에게 네가 느끼는 감정 전부를 고백해, 상사화."
상사화:(그 날 죽었어야 하는 건 네가 아니라 저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저를 그리워하길 기대했으니까. 악령이 되어서 꿈이던 현실에서던 계속 나타나 너를 괴롭혀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네 기억속에, 네 삶속에 새겨지고 싶었는데. 이렇게 먼저 도망가버릴 줄은 몰랐다. 종이조각처럼 찢겨져 흩날리는 네 모습을 다급하게 쥐었다.) 뭐야, 왜 이래. 나 대신해서 너 살아갈 수 있다며. (아무리 머리를 열심히 굴려봐도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틈이 없었다. 그저 네가 저를 귀찮아한다고 치부했을 뿐이었다. 저는 네 말대로 멍청했고 너도 저에겐 늘 무뚝뚝하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살아있을때도, 죽었을때도.)
(제 마음은 견고하게 지어진 유리성과도 같았다. 섬세하지만 그만큼 부서지기 쉽고 들키기도 쉬웠다. 눈물로 벽을 쌓고 상처로 무기를 만들어내어 무너져가는 유리성을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 폐허가 되길 마련이었으니까. 우리가 서로에게 쏟아 부은 시간들이 우리를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천제가 회전하듯 함께 폐허 속을 거닐며 기억을 되새긴다. 그것에 마음을 주었으니 정情을 느꼈다. 그것을 탐했으니 애愛를 느꼈다. 그러니 너라는 우울을 사랑할 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제 욕망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흡사 본인이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눈물과 함께 고해를 토해냈다.) 네가 미워. 너와 함께 있으면 숨을 못 쉬겠어. 내 숨을 쥘 수 있는 건 너뿐이니까, 네가 없으면 난 숨을 쉬지 못해. 그러니 나는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그래, 나는 네가 죽도록 밉고, 너를 죽도록 사랑해. 그러니 내 이성이던 목숨이던 다 가져가. (그리고 속으로 혼돈과의 거래 주문을 왼다.)
일렉티오 바시움:(어느 순간부터 네가 웃는 모습보다는 우는 모습을 자주 보는 것 같다고. 그런 생각을 끝에서야 문득 한다. 네가 뱉어내는 숨에 담긴 미움과 애정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항상 네 감정은 그랬다. 지나치게 가볍고 의미없는 제 감정과 달리, 네 감정은 무겁고 진득해서 그래서 어쩌면 섞이지 않았던 걸지도 몰랐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보아도 하나로 어울리지 못하고 마치 물과 기름같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 같았다. 너는 몇 번이고 그것을 휘저어 섞으려 노력했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할리가 없었다.) ...그래. (그러나 시간이 모이고, 추억이 쌓여 그 간격이 조금씩 좁혀들어 제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널 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널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일과로 자리잡고, 네 발걸음 소리가 뒤쫓아 오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시선이 마주했을 때 달려드는 네가 이상하게 느껴지지않는 순간들 속에서 너를 받아들이고 있는 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조각난 기억이 흩어져도 네 조각이 유달리 커서 놓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놓을 수 없어서, 놓아지지 않아서. 어느새 네가 그렇게 일상에 박혀들어서.)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감정 전부를 고백합니다.
일렉의 죽음마저 미로의 한 길을 걸었을 뿐이라면,
지금 이 순간마저 그저 예정되어 있던 일에 불과합니다.
일렉을 대신해 희생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일렉은 생환하고 상사화의 영혼은 드림랜드에 떨어집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를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