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시선이 간 창 밖의 하늘은 저녁놀이 지고 있음에도 유독 꾸물꾸물한 것이, 척 보기에도 눅눅해 보여요.
차라리 확 비가 쏟아지거나 날이 완전히 개었으면 좋겠네.
정도의 생각을 하던 때,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보니 경비실에서 택배를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었죠.
자꾸 까먹는 것 같은데,
생각난 김에 다녀와야겠어요.
일렉티오 바시움:(애매하게 흐린 날을 보고 있다보면 택배를 챙겨야하는 일이 떠올랐다. 몸을 일으켜 경비실로 택배를 챙기러 간다.)
바깥은 벌써 저녁놀이 지기 시작한 저녁.
얼른 나가지 않으면 용건을 해결할 수 없겠어요.
당신은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연 당신의 시야에 든 것은, 평소와 같은 복도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피투성이의 사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화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양을 하고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택배를 챙기기 위해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서면, 붉은 피를 뒤집어 쓴 네 모습이 시선에 담겼다.)
SAN Roll
기준치:
72/36/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동 없습니다.
창백하게 질린 낯을 한 사화는 이내 그 자리에서 쓰러지려 합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의 옷자락을 붙드는 손마디는 놓치지 않겠다는듯, 하얗게 질려 있습니다.
그렇게 단단히 쥐고서, 사화는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그러고선 입꼬리를 당겨 웃어요.
그 입 안 까지 핏물이 배여 있습니다.
상처를 입어서 그런 것인지, 유독 번들거리는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던 사화가 입 밖으로 낸 말은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상사화:나는 너를 죽이러 왔어.
털썩.
결국 그 몸뚱이가 고꾸라졌습니다.
대체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나를 죽이겠다니.
사화가요?
그럴리가 없죠.
당신은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내려 하며 일단 119를 부를까, 생각합니다.
사화는 피를 많이 흘린 것 처럼 보이니까요.
너무 많이 다쳐서 제정신이 아닌걸지도 모릅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꽉 붙잡은 손가락 마디가 파르르 떨리고 네가 쥔 셔츠까지 핏물이 번져들었다. 흘러든 피와 함께 내뱉은 말은 굳이 반응을 보일 가치조차 없었다. 일단은 제 집 앞에 일어난 일로 괜한 오해를 입어 시끄러워지는 것도 싫어 네 모습을 보며 고민해본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사화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살펴 보니 상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밑으로 더 새어나오는 피도 없는 것 같구요.
괜..
찮은 거겠죠?
사화가 당신을 너무 강하게 쥐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당신은 119를 부르는 대신 사화를 집 안으로 옮기기로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대충 살펴보면 계속되는 출혈은 아닌 것 같았다. 119까지 얽혀 귀찮아지는 것보다는 집에 들여놓는 게 나을 것 같아 널 집 안 현관에 끌어 놓는다.)
집 현관까지만... 끌어 놓습니다.
이 꼴의 사화를 냄새나는 신발장에 두기에는,
양심이 아프진 않나요?
일렉티오 바시움:(딱히. 이정도도 충분한 호의라고 생각하고 셔츠를 갈아입고 다시 택배를 챙기러 나가려고 한다.)
당신은 피 범벅이 되어 쓰러져있는 사화를 신발장에 내버려두고 택배를 챙기러 나갑니다.
경비실에서 호수를 되면 당신에게 택배를 건네줍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택배를 챙겨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여전히 사화가 쓰러져있습니다.
많이 불편해보이군요.
일렉티오 바시움:(택배와 함께 집으로 들어와 아직도 신발장에 쓰러져 있는 네 모습에 그대로 툭툭 건들여본다.)
사화는 깨지 않습니다.
악몽이라도 꾸는 걸까,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깨지도 않고 오히려 고통스러운 악몽이라도 꾸는 듯 괴로워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신경쓰지않고 집 안으로 들어와 택배를 열어본다.)
택배 안에는 홍삼젤리가 박스체로 들어있습니다.
당신이 산 것은 아닌데....
설마...
일렉티오 바시움:(상자 가득 들어있는 홍삼젤리에 신발장 쪽을 본다.)
그래요, 당연히 사화가 샀겠죠.
택배도 받았겠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렉티오 바시움:(택배를 다시 덮어 상사화 옆에 둔다.)
어제는 멀쩡했는데, 대체 어디서 이렇게 피칠갑을 하고 온건지.
이제서야 사화를 제대로 살펴볼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핏자국도 자국이지만 입고 있는 옷도 과하게 더럽습니다.
인간 빨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그냥 집에서 치워버리고 싶은데..)(지그시)
당신이 하고 싶은데로 하면 됩니다만,
집 밖에 두면 누가 볼지도 모를거예요.
아프고 피곤해보이는 사화를 굳이 깨우거나,
아니면 깨끗하게 씻겨주고 제대로 침대에 재우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당신 할 일을 할수도 있겠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왜 또 굳이 이런 모습으로 찾아오는건지. 너는 끊임없이 제 인생에 엮이곤했다. 신경쓰지 않으려 애쓰고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해도 자신을 잊지 말라는 것처럼. 결국 앉아 네 뺨을 톡톡 두드린다.) 상사화, 정신 좀 차려봐.
당신의 손길에 겨우 눈을 뜬 사화는,
화들짝 놀라며 당신의 손목을 움켜잡습니다.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은 눈을 하고선 당신을 바라봅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을 바라본 사화는,
탄식과도 같은 한숨을 뱉으며 손목을 놓아줍니다.
상사화:(네가 제 옆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떨리는 손을 진정할 수 있었다. 한손에 얼굴을 파묻고 식은땀과 말라붙은 피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닦아내며 완전히 안정하진 못했지만, 이내 흔들리는 표정을 가다듬고 가라앉은 눈동자로 너에게 사과를 건넨다.) ....미안.
일렉티오 바시움:(붙잡힌 손목을 짜증스럽게 털어내려 하는 순간 알아서 먼저 손이 떨어졌다. 겨우 네가 정신을 차렸음에도 피로 인해 붉게 얼룩진 현관을 내려보고 말한다.) 정신 차렸으면 이제 나가줬으면 하는데.
상사화:(네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올려다본다.) 지금? 이 상태로? 이 밤에? (머리가 띵 울렸다. 몸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정신줄을 겨우 잡고 네게 짜증을 냈다.) 넌 사람이 원래 그렇게 못되쳐먹은거야, 아니면 그냥 내가 싫은 거야?
일렉티오 바시움:이 밤에, 그런 상태로 온 네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짜증을 내는 걸 보니 어느 정도 기운도 차린 것 같아 일어나 네게서 몸을 돌린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
상사화:보통 사람은 이런 상태로 오면 왜 이렇게 됐는지 물어보지 않아? (네가 떠나지 않았으면 했다. 이 공간은 너의 것이고 떠날 사람은 저였음에도. 일어날 기운도 없어 그저 네 바짓자락을 잡았다.) 내가 널 싫어했으면 좋겠어? (말을 툭툭 내뱉다보니 어째서인지 소리를 지르고 싶어졌다. 네 태도에 서운했던 건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지금의 네 앞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 결국에는 울분이 눈물이 되어 제 뺨을 타고 흘렀다.)
일렉티오 바시움:(딱히 궁금하지 않았지만, 보통 사람을 입에 담는 네 모습에 다시 몸을 놀려 내려다보며 무심하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렇지만, 딱 네게 허용하는 선은 그것이라는 듯 바짓단을 붙잡는 손을 털어내고 비웃음을 지어냈다.) 이미 싫어하고 있잖아. (네 시선에 담겨있는 것이 변하지 않을 애정만은 아니라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애정보다 어쩌면 더 깊게, 오래 전부터 담겨있던 그 시선의 의미를 모를 수 없었다.)
상사화:아까- (또 무심한 표정. 애정을 갈구하는 이에게는 그것이 경멸보다 더 날카롭게, 더 난폭하게 다가왔다. 너에게 더이상 설명해줄 마음도 들지 않았다. 계속 했다간 도축되는 기분민 지속될테니까. 이를 악물고 피와 눈물로 범벅된 제 눈가를 문질렀다.) ....하룻밤만 자고 가게 해줘.
일렉티오 바시움:(설명을 머금었다 닫힌 입을 보고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네 부탁에는 언제나 그렇듯 거절 대신 질문을 던졌다.) 내가 들어줘야 하는 이유가 있어, 상사화? 관계가 달라져도 뻔뻔한 건 여전하네.
상사화:뻔뻔하다고? 내가? (그렇게 되묻는 목소리에 어이없음, 그리고 조소가 담겨있었다.) 오다가 지갑도 잃어버려서 지금 이 상태로는 집에도 못 가. 밖에서 얼어죽일 생각 아니면 바닥에서 라도 재워줘.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길바닥에서 얼어죽더라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네 연인도, 네 곁에 있어주겠다는 약속도 모두 과거가 된지 오래였다. 이제 그 어떤 의무도 필요도 너와 얽혀있지 않는 지금이었다.)
상사화:(그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는 네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한참 입만을 뻐끔거렸다. 그 어떤 말도 허락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 그 어떤 의지도, 마음도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볼품없게 쪼그라드는 것이었다.) 진심이지. (결국에는 본래 이 곳에 온 목적이 불투명해졌다.) 확실하게 해줘서 고맙네. (자리에서 일어났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흐릿한 눈동자가 보였다. 너를 잃어버린 날 죽어버린 두 눈이. 애환을 담아 너에게는 닿지 않을 눈물 방울들을 흘러보냈다. 그대로 몸을 돌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사화가 나가고 나면 홀로 현관에 남겨집니다.
피바닥을 비추던 현관등이 이내 꺼지고 고요한 적막이 울립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흐린 녹색의 눈동자가 시선에 박혀든다. 현관에 얼룩진 핏자국들이 네가 사라진 자리에 남겨져있다 센서등이 꺼지고 나서야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 짜증나게 하던 네가 사라졌음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도 현관에 남겨진 핏자국의 위치를 선명하게 알 수 있는 것처럼, 네가 남겨둔 핏자국이 또 다른 너의 흔적이 되었다.)
그뿐입니다.
핏자국은 닦아버리면 그만이죠.
사화가 이상하던 날이 한두번 인가요,
그렇게 당신은 하루를 마감합니다.
다음날, 당신은 전화벨 소리에 일어납니다.
화면을 확인해보면,
사화네요.
어제 그렇게 본인을 귀찮게 했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한 걸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울리는 전화를 받아본다.)
상사화:이제 일어났어?
수화기 넘어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상사화:오늘 뉴스에 너네 아파트 떴던데. 누가 아파트 단지에 고깃덩이를 버렸나봐.
누가 시체 유기한 건 아니냐고 그러던데... 혹시 너 아니지?
어제 그렇게 당신의 집을 떠난 것 치곤....
멀쩡하네요.
일렉티오 바시움:상사화, 네가 그렇게 뉴스에 관심이 많은지는 몰랐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상사화:뭐래, 그냥 텔레비전에 보이길래 물은거야. 오늘은 뭐해?
일렉티오 바시움:(어제 분명 피투성이였던 네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데 멀쩡해보이는 목소리에 조금 의문이 들었다.) 어제 너도 왔었잖아. 네가 버린건 아니고?
상사화:어딜 와? 너네 집? 나 어제는 하루종일 집에 있었어.
그렇게 말하는 사화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목소리입니다.
사화가 그런 걸로 연기를 하지는 않을텐데요....
상사화:그보다 어제 선물 보낸 건 잘 받았어? 젤리라 액기스보다는 먹을만할 걸.
일렉티오 바시움:(찾아오지 않았다는 목소리를 들으면 휴대폰을 들고서 현관으로 걸어본다. 네가 간 이후에 청소를 하지 않았으니 꿈이 아니라면 마른 핏자국이 남아있어야했다.) 그래? 쓸데없는 그 선물은 역시 네가 보냈나보네.
핏자국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만...
지금의 사화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듯한 느낌입니다.
꿈이라도 꾼 걸까요?
어쩌면 어제 찾아온 사람은 사화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진짜 사화였다면, 굳이 집을 직접 찾아올거면서 선물을 택배로 보내지도 않았겠죠.
상사화:쓸데없다니, 홍삼이 몸에 얼마나 좋은데. 챙겨먹어.
비싼거야.
일렉티오 바시움:(여전히 남겨진 핏자국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선명히 보여준다. 기억하지 못하는 네게 따져물어도 의미없는 것을 알기에 굳이 더 묻지 않았다.) 나한테 필요없으니까 나중에 가져가. 아니면 버릴거니까.
상사화:그럼 조금 이따가 집으로 찾아갈게.
그렇게 말하는 사화는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뭐 어떤가요.
당신의 사화는 멀쩡해보이니까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딱히 달라진 것이 없지만,
어쩌면 그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사화를 기다리며 현관문을 치우는 게 좋겠어요.
사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저 난장판을 그대로 둘 필요는 없으니까요.
당신은 별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
ED 4.
나를 죽이러 온 당신의 종말
상사화 로스트 / 일렉티오 바시움 생환
현 시간선의 사화는 생존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렉..... 방학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일렉과의 추억을 조금 더 쌓고 가고 싶어서 온 시날이었는데 이렇게 시날을 통째로 바꿔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날려먹을 줄은.... 라이터님께 죄송했어요... 일단 음 진상을 살짝 개변해서 멸사부에서 일렉이가 리케에게 죽음을 당한 평행세계에서의 사화를 상상했어요 (리케가 광신도였으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네) 초반에 사화가 단기 기억상실증이 와서 왜 왔는지 목적을 망각한게 역극하면서 좀 많이 헷갈리게 했네요 일렉이가 죽은거까지 기억은 할까, 꿈은 기억하고 있으니까 기억할 것 같은데 일렉이를 어떻게 대해야할까... 그래서 사실 후반부에 나와있듯 일렉이를 죽여야하는 걸 기억했다면 달려들어서 사화 피 먹이고 일렉을 죽여버리는 계획(?)도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어... 하룻밤만 넘기지...
엔딩을 진짜 여러게 생각했어요. 일렉이는 반대쪽 세계로 보내고 사화는 죽어버려서 결국 원래 세계의 사화도 불행하게 만들어 버린다던지.... 어떻게 보면 가장 해피엔딩을 봤네요. 죽은 일렉이 따라 죽은 사화랑 다른 세계에서 사화랑 같이 살아남은 일렉. 오늘 엔딩을 본 사화는 목적도 기억나지 않고 일렉이를 잃은 것만 기억한 체, 그리고 또다른 평행 세계의 일렉이가 너무(너무) 무심한 모습을 견디지 못해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일렉이를 데리고 본인의 세상에 대려가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정도로 이해하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조금 더 기다리고 다음날까지 진행해서 어떻게든 엔딩분기로 가게 할 껄 싶었네...
아무것도 안하고 시큰둥한 일렉이는.... 티알 갈 때 무척이나 어렵다. 모르겠다는 말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정말 모르겠어. 멸사부를 가지 말았어야할까.... 사화가 다른 사람 만나는 걸 정말 보지 말았어야 할까.... 사화는 다정한 사람을 만나면 안 되는 걸까 고민하게 되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