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멍하니 칠흙같은 어둠 속만을 바라본다. 빛이 들어오기는 하는 걸까, 제 손을 바라보면 제가 만들어 낸 음영조차 주위에 녹아들어 금방이라도 공기 속으로 녹아버릴 것 같았다. 그런다 한들 딱히 어떤 감정이 느껴진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이런 곳에서는 마음을 내뱉어보았자 길을 잃을 것이 뻔했다. 그것을 확인받자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체 익숙한 목소리에 되물었다.) 내가 죽었어?
일렉티오 바시움:죽었잖아. (가벼운 목소리는 아니었다. 시선을 맞추지 않는 너에 오히려 걸음을 옮겨 네 시야 안에 들어선다.) 네가 누구인지는 기억해?
상사화:(이 곳이 저승으로 가는 것이 확실하다면 지금 저와 함께 있는 네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었다. 몸을 돌려 광채를 담은 네 눈을 올려다본다. 이것 또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흐트러지는 기억 속에 종속된 감정들 또한 흐릿해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는 너는 왜 여기에 있는데? (네 질문에는 잠깐 뜸을 들였다. 누구였더라, 그런게 중요했던가. 저에게 예속되어있는 이름이라기 보다는 주어진 이름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상사화.
일렉티오 바시움:왜 여기 있는 것 같아? (죽음의 길을 인도하고, 안내해주는 것이 무엇이 달리 있을까. 고민하다 써넣은 답처럼 내뱉는 너의 이름을 듣고서는 말한다.) 그래도 네 이름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네.
상사화:몰라. (그건 진심이었다. 행동하나하나, 말하나하나 뒤에 숨겨진 네 의도는 살아있을 때도 알 수가 없었다. 제 궁금증은 거기에서 그쳤다.) ......
일렉티오 바시움:걷다보면 알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먼저 걸음을 옮긴다.) 따라와.
상사화:...그건 싫어. (순간 발바닥에 뿌리가 내린 듯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라기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여러개 있었다.) 가야 해?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선택한 길이잖아, 상사화. (움직이지 않는 널 가만히 보다 짧은 한숨을 내쉬고 네 손을 잡아 이끈다.)
상사화:(저를 잡아 이끄는 악력에 발버둥치지 않고 따라갔다. 제가 원했던 죽음이었고 그로 인해 네가 되살아났으니 거부할 것은 아니었다. 길을 잃었다는 기분이 들지도 않았으니 눈물이 날 리가 없을텐데. 아무런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길게 난 길을 걷다보면,
당신과 일렉이 걷는 방향을 따라 가벼운 빛무리가 따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죽은 뒤의 기분은 좀 어때. (검은 길 위로 발걸음 소리만 울릴 때 쯤 나직히 네게 묻는다.)
상사화:(발자국을 남기 듯 두 사람의 곁으로 모여드는 빛무리를 뒤돌아보며 대답했다.) 좀... 외롭네. (이 앞에 무엇이 있을지 모를 불확신함, 그리고 그것을 확신으로 만들어 줄 사람 하나 없는 고독함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그것 뿐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그것 말고는 없어? 네가 말하는 만큼 영혼도 가벼워지니까 잘 말해. (여전히 네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한다.)
상사화:고해. 그거 이미 다 얘기 했잖아. (죽기 직전에. 지금과 같은 꿈 같던 곳에서. 아, 어쩌면 정말 꿈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여기 나랑 같이 있지 않을래? (멍하니, 죽은 눈으로 너를 올려다본다.) 굳이 세상적인 것들에 고통받지도 않고, 지옥같은 거 생각하지 않아도 될테고.
일렉티오 바시움:(태평한 네 말에 감춰지지 않은 비웃음이 새어나온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그런 말을 해? (어둠 사이 빛무리를 시선에 담으면 삐딱하던 비웃음을 지워냈다.) 여기서 머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재밌네.
상사화:내가 사랑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면 저승사자 그런 거겠지. (죽고 나니 기억들도 다 뒤죽박죽인 걸까 싶었다. 너에게 울면서 가지 말라고, 사랑한다고 고백 했던 기억은 남아있는데 어쩐지 남의 일 같이 멀게만 느껴졌다. 삶의 흔적들에게서 멀어지려는 노력일지도 몰랐다.) 계속 여기 있으면 알아서 사라지는 거 아냐? 차라리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자. 나에 대한거 말고...
일렉티오 바시움:난 네가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한데. (고민하는 듯 하다 이어 말한다.) 그럼, 네가 제대로 답하면 나한테도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어때, 상사화.
상사화:죽었다고 하더니 이렇게 생각도 하고… 기억도 다 나고… 호기심에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구별이 가고.... 이상하네. 넌 그런게 왜 궁금해?
일렉티오 바시움:그걸 질문으로 사용한다면, 답해줄게.
상사화:...그래, 내가 뭘 답해주면 된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관심은 다른 쪽에 있었다. 죽었으면 하늘을 날라다녀야하는 건 아닌가. 제 자리에서 점프를 해본다.)
일렉티오 바시움:지금 가장 미련이 남는 존재에 대해 말해봐.
하늘을 날고 싶었나요?
아쉽지만, 당신은 사뿐히 착지합니다.
상사화:어..... 어. (사뿐히 착지를 하고 나면 아쉬운 듯 제 발을 바라보다가 너를 올려다본다.) 이상한 걸 묻네... 없어.
일렉티오 바시움:아무것도?
상사화:나도 몰라. (말은 입 밖으로 형상화 되는 것이었으니 차마 내뱉지를 못했다.) 있었으면 좋겠어?
일렉티오 바시움:글쎄. 너도 모르는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말을 마치고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그 순간, 손 끝에서 피어난 푸른 나비들이
당신에게 스며듭니다.
동시에 당신은 어딘가 가벼워짐을 느끼며, 기묘한 생동감을 느낍니다.
상사화:뭐야...? (무언가를 해보기 전에 나비가 스며든 곳을 바라본다.)
일렉티오 바시움:(네 말을 가볍게 무시한다.) 질문은 변함없어?
상사화:(좀 흘겨본다.) ....이런게 왜 궁금해.
일렉티오 바시움:말했잖아. 네가 궁금하다고.
상사화:그러니까, 왜 '내'가? 이미 죽은 사람인데.
내가 널 사랑해서 그래? 이제는 아니잖아... 죽었으니 사랑도 더 못할텐데.
일렉티오 바시움:(왜 굳이 너였을까에 대한 답은 스스로도 아직 정의되지 못했다.) 그게 다음 질문이야?
상사화:그래, 대답해.
일렉티오 바시움:내 답을 듣고 싶으면 네가 먼저 대답해야지. 이번에는 내 차례잖아, 상사화.
상사화:죽은 사람한테 바라는게 많아.... 질문이 뭔데....
일렉티오 바시움:단 한 가지 일을 돌이킬 수 있다면, 뭘 돌이키고 싶어?
상사화:일렉티오 바시움이라는 사람을 사랑한 것.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애초에 너는 이런 거 다 알고 있어야하는 거 아냐? 여긴 내 무의식이고.... 넌 저승사자 비슷한거고 내 영혼을 꽤뚫어본다 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일렉티오 바시움:그래?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듯 있다 질문에 답을 한다. 다시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고, 그 끝에서 피어난 나비가 네게로 스며든다.)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듣는 건 다르지. 후회하는 줄은 몰랐는데.
상사화:그런가.... (무엇을 믿고 그렇게 선뜻 대답을 내뱉었는 지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어느정도 추측하기를, 이렇게 ‘제’ 기억들을 하나씩 내려놓다보면, 그 기억들과 감정들에게서 멀어지면 비소로 상황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저에겐 죽음으로 향하는, 저라는 인물은 지워내는 길이었다.) 네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순간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무의식에서 그만 말하라고 비명을 지르는 기분이었다.) ...그럼 이제 네가 내 질문에 대답해봐. 왜 내가 궁금해?
일렉티오 바시움:그러게, 왜 네가 궁금할까. (답을 해야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저 스스로도 의문스럽다는 듯 읊조렸다.) 왜 계속 신경쓰일까. (언제부터 네가 이렇게 삶에 많이 스며들었을까.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끝도 없이 맴돌았다. 결국 네게 제대로된 답을 주지 않고서 손을 잡아끌고 길을 벗어난다.) 보여줄게 있어.
둘을 따르던 빛무리는 허공을 맴돌다 길에 머무르고,
일렉과 당신이 향하는 길목마다 약한 불빛이 켜집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마음속으로 셋까지 세어봐.
상사화:너도 제대로 된 대답을 안 해주네. (중얼거리며 너를 따라 길을 벗어난다.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한번 네 얼굴에 시선이 머문다. 하나, 둘, 셋.)
당신이 셋을 세면,
눈앞에 펼쳐진 건,
야경으로 빛나는 스카이라운지입니다.
어두운 밤하늘,
그 아래 반짝이는 빛들로 빼곡한 건물.
이 모든 화려한 것들이 한 눈에 담기는 스카이라운지.
이 곳에서의 추억이 당신의 감정마저 되살리는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합니다.
상사화:(새로운 풍경에 눈을 꿈뻑인다. 제가 기억하는 공간과 비슷했다. 아니- 그 공간 자체였을까. 제 손을 따라 너를 올려다본다.)
일렉티오 바시움:여기가 어딘지는 기억해?
상사화: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 (도시의 빛 속에 함께 빛나는 듯한 네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눈이 시렸다.) 너랑 함께... 몇없는 행복한 추억이었는데. (차라리 저 풍경 속으로 몸을 내던지고 싶었다.)
일렉티오 바시움:(제게는 분명 의미가 없는 야경일텐데.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상사화, 이번 생을 다시 한 번 사는 것과 다음 생을 고를 수 있다면 어느 쪽을 고를래.
상사화:(네 질문에 눈을 두어번 깜박였다.) 이번 생을...그러니까 내가 죽은 생을 처음부터 다시?
일렉티오 바시움:죽기 전으로 돌아간다면이 되겠네.
상사화:(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안 고를래.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고, 다시 살아가고 싶지도 않아. (이제야 겨우 미련같은 거 다 떨쳐냈는데 왜 자꾸 그런 걸 묻는지.)
일렉티오 바시움:아무것도 고르지 않는게 네 선택이야?
상사화:굳이 고른다면... 이대로 소멸하고 싶은데... 무無로 돌아가서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네가 나를 취급했던 것이 그러지 않았냐고 묻는 듯한 시선이었다.)
이번에는 하얀새가 일렉에게서 날아와 당신에게로 스며듭니다.
손가락을 튕기지 않았는데 말이죠.
상사화:그러면 이렇게 외로움을 느낄 수도, 눈물을 쏟을 이유도 없잖아. (새가 그리고 간 호선을 가만히 바라본다. 저는 죽은 몸이니 이 모든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일렉티오 바시움:그래. (그렇게 말하면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근처의 벤치에 앉으며 저쪽 구석에 있는 자판기를 가리킨다.) 저기서 음료수 좀 뽑아와줘.
상사화:(피곤한 듯한 네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판기에 다가선다. 그냥 죽은 나따윈 신경쓰지 않고 너의 삶을 살아가면 될 것을, 왜 굳이.)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자판기로 향하면 잠시 눈을 감고 쉰다.)
상사화:(자판기에 어떤 음료수가 있을지 살펴본다.)
자판기에는 이온음료, 탄산음료, 물, 커피 등 다양한 음료가 있습니다.
상사화:(피곤할때는 이온음료지. 닥터페퍼 하나 뽑아온다)
닥터페퍼를 뽑고 돌아오면,
상사화:(탄산음료)
일렉은 벤치에 앉아 잠들어 있습니다.
상사화:자? (네 얼굴에 차가운 음료를 가져다댄다.)
분명 차가울텐데... 움찔하지도 않습니다.
죽은듯이 자고 있는 것 같아요.
상사화:(옆에 앉아서 네 어깨에 고개를 묻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좋을 텐데.)
일렉의 품에 얼굴을 묻고 얼마나 있었을까요.
낯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안 일어날거야. 기절한거나 마찬가지니까.
뒤를 돌아보는 곳에 서 있는건,
일렉입니다.
이성 확인
상사화:....? (제 옆에 있는 일렉이와 새로운 일렉이를 바라본다.)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당신의 품 안, 잠든 일렉.
그리고 당신의 뒤에 선 일렉.
혼란스러운 생각을 잠재울 틈도 없이
당신의 뒤에 선 일렉이 입을 엽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그렇게 볼 거 없어. 진짜는 그 쪽이 맞으니까. 난 네 무의식이 만들어낸 존재고. 차이가 있다면 내 쪽이 저 쪽보다는 좀 더 네 편이라고 할 수 있겠네. 할 말이 있는데, 잠시 시간 좀 내봐.
상사화:.......? 둘다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거 아니야? (눈을 꿈뻑이다가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운 일렉이 쪽으로 걸아간다.) 무슨 일인데?
일렉티오 바시움:좀 더 이쪽으로. 걸어가야해.
상사화:어디? (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일렉티오 바시움:(앞서 걸음을 옮긴다.)
이 일렉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기묘한 환상을 보여주지도,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방향도 없는 길을 마치 나침반이라도 있는 것처럼 걷고 있을 뿐이죠.
어느 정도 길을 걷다보면,
조금씩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감을 느낍니다.
검은 길은 어느새 폐허가 된 도심으로 바뀌고,
바람 소리만이 울리는 가운데 부서진 도로의 끝에 무언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상사화:(무의식에서 왔다 했으니 질문이 없는 걸까,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 이때까지 저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 떠올랐다. 자연스레 도로 끝에 놓인 것에 눈길이 갔다.)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72/36/14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건 거울입니다.
저런 물건이 왜 여기에 있죠?
상사화:그래서 할 말이 뭐야? (부서진 도로 끝에 어울리지 않은 거울을 고개 숙여 들여다본다.)
거울을 보면,
당신과 일렉을 모두 비추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인 거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거울에는 폐허와 당신,
그리고 이곳에는 없지만 거울 너머에는 있는 저울이 보입니다.
……또, 일렉은 거울에 비추어지지 않네요.
상사화:(자연스레 이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울 속 저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일렉티오 바시움:이 차원은 너와 진짜 일렉티오 바시움을 위해 만들어진 차원이고, 저승사자나 환영같은게 아닌 진짜 일렉티오 바시움이라는 것?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말한다. 전혀 가벼운 내용이 아니었음에도.)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72/36/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네 말에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걔가 왜 여길 와?
저울의 한 켠에는 상사화,
다른 켠에는 일렉티오 바시움이 적혀 있습니다.
일렉의 저울 위에 놓여진 빛무리가 당신의 저울로 옮겨갑니다.
어느새 많은 양이 당신의 저울로 옮겨진듯 합니다.
손으로는 닿지 않는 것 같네요.
일렉티오 바시움:너한테 생명력을 나누어주고 있으니까. 저 빛이 생명력이고. 모두 옮겨지면 죽겠지.
상사화:(뭘 비교하려고 저울을 둔 것일까 싶었는데. 네 말에 인상을 찡그리고 올려다본다.) 왜?
일렉티오 바시움:그건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 원래 이 차원의 제어권은 저 쪽의 '진짜' 일렉티오 바시움이 같고 있었는데 지금은 네게 일부 제어권이 넘어간 상황이거든. 그래서 내가 생겨난건데.
그러던 중,
곁에 서있던 건물의 외벽에 금이 가는 것이 보입니다.
곧 굉음을 내며 건물이 일렉의 머리 위로 무너집니다.
상사화:(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에 네 손을 다급히 잡아 이쪽으로 이끌어내려고 한다.)
민첩 판정
상사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가 콘크리트 덩어리에 깔리기 직전,
허공에서 우뚝 멎습니다.
곧 천천히 맴돌던 콘크리트가 떨어졌던 그대로
다시 올라가 언제 그랬냐는듯 금이 가기 전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일렉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방금은 네가 한 거야. 여긴 네 폐허니까.
상사화:(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온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안도를 했을지도 몰랐다. 이해할 수 없는 것 뿐이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데?
곧, 일렉에게서 빛무리가 나와 당신에게로 스며듭니다.
일렉은 발끝부터 희미해집니다.
그는 무덤덤하게 말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하고 싶은 대로. 돌아가 봐. 멀지 않다고 생각하면 금방일테니까.
상사화:너, 내 무의식에서 왔다며. (사라지는 모습에 재빠르게 손을 잡아챈다. 가기 전에 무어라 말을 해야하는데, 입만 뻐끔 거리다 겨우 물었다.) ...나는 아직 널 사랑해?
당신의 질문에 무어라 대답하려 했을까요.
입술을 뻐끔이며 사라집니다.
상사화:(사라지는 곳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려 원래의 네가 기다리고 있을 자리로 돌아간다. 멀지 않다고 생각했으니 도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돌아가는 길은 그의 말대로 길지 않았습니다.
일렉이 있던 곳에는 더 이상 스카이라운지도, 화려한 야경도 남지 않았습니다.
벤치가 아닌 그저 검은 바닥 위에 누운 일렉은 시체처럼 파리한 안색입니다.
상사화:(누워있는 네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잠든 네 모습은 꽤나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이게 진짜 너라면 더더욱. 좀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 네 옆에 무릎을 꿇은 체 몸을 숙이고 익숙하게 네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가까워진 거리에서 속삭였다.) 넌 그냥 날 평생 모르는 체로 살아. 나도 이제 그만 노력할거야. 내 마음을 전하는 것도, 네게서 사랑을 얻으려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이미 죽었는데 무엇을 더 원하는 건지.)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돌아가.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입을 맞추고 속삭이는 소리에 느리게 눈을 뜬다. 힘이 모두 빠진 것처럼 몸이 무겁고 정신은 어지러웠지만 몸을 일으키려했다. 그마저도 곧 비틀거리다 무너졌지만.) ...아직 멀었어.
상사화:(다시 무너지는 내 모습에 일어나지 말라는 듯 네 가슴에 손을 얹고 지긋이 바닥으로 눌렀다.) 뭐가 멀었어.
일렉티오 바시움:(네 손을 밀어내고 다시 얼어나려 한다.) 가면서 이야기해줄게.
상사화:(계속 너를 누르고 있는다.) 필요 없으니까 그냥 계속 여기 있어. 나 혼자 갈거야.
일렉티오 바시움:나한테 듣고 싶은 말 있잖아. 가면서 해줄게.
상사화:너한테? (순간 예전에 네가 해주었던 말이 생각이 나서 뜸을 들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밀어내야했다.) 없어. 그러니까... 제발 그냥 가. 돌아가서 네 삶을 살아.
일렉티오 바시움:내가 왜 이러는지는 안 궁금해? 궁금할 줄 알았는데.
상사화:안 궁금해. 이제 와서 궁금하면...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잖아. 내가 너무 초라해져.
왜 이렇게 죽어서도 날 괴롭혀. 살아있을 적에나 잘 할 것이지. 그거 알아? 우리 이렇게 길게 대화한 적 이번이 처음이야. 이럴 때만... (입술을 잘근 씹어냈다. 너와 오래 대화할 수록 다시 살아있을적 감정들이, 저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했던 것들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냥 이대로 잊고... 잊고...
일렉티오 바시움:(궁금하지 않다고 말하는 네 말에도 불구하고 말을 시작한다.) ...네가 죽고나도 변하는 게 없다고 여겼는데. 그저 너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 뿐이라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왜 계속 네가 생각났을까. (이제는 어렴풋이 그 답을 알 것도 같았지만 그걸 답이라고 확정지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내 생각보다 네 존재가 컸나봐, 상사화. (이제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살아남아도 모든 공간에 네 흔적이 남아있었고, 그 흔적 끝에 널 떠올리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으니까.) 내가 정말로 널 잊었으면 좋겠어?
일렉이 말을 이어나갈 때마다 그의 몸에서
빛이 빠져나와 당신에게로 스며듭니다.
당신은 점차 몸이 살아있는 것처럼 무거워지고,
생명력이 감돔을 느낍니다.
동시에 일렉은 점차 창백해지나,
그는 말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상사화:그만해. (두 손으로 네 입을 틀어막는다. 제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제가 가장 잘 알 터였다. 뱀처럼 달콤하게 속삭이는 네 목소리를 막아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네 곁에서 숨쉬고 살아가길 원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뭐? 이제와서 어쩌라고. 소용없는 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난 어차피 죽을 거고. 아니면 또 네가 죽어서 나 혼자 남겨둘 생각이었어? 널 그리워 하면서 죽어가라고? 악마같은 새끼…. (눈물이 방울 되어 네 뺨 위로 떨어졌다.) 내가 널 잊었으면 좋겠어…
일렉티오 바시움:(입을 막는 네 손을 밀어내고 말한다.) 그러니까 책임져라고. (당연히 네가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고 뻔뻔스럽게 내뱉는 말이었다. 여전히 제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너의 입장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배려하지 않은채.) 네가 날 책임져, 상사화. 이 폐허에 날 혼자 내버려두지 말고.
상사화:(너와 계속 대화를 하고 있으니 다시 한번 제 숨을 옥죄어오는 심장의 고동이 느껴졌다. 이러다간 다시 한번 네게 사랑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삶의 무게가, 책임지라는 네 말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 네가 전해준 생명력으로 도망치려했다.)
상사화, 일렉에게서 도망치나요?
일렉티오 바시움:(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도망치고 싶어?
상사화:(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으면 너를 잊을 수 있었는데! 다 내려놓고 편하게 쉴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저에게 미련만 남도록 하는 건지. 원망 가득한 눈으로 너를 내려다봤다.) ...사랑했어, 일렉티오 바시움. (그 또한 지극히 이기적인 사랑이었다. 그러니 도망쳤다. 넘어진다 한들 상관없었다.)
당신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의 생명을 당신에게 넘겨 당신을 살리고자 한다니요.
그것도 이제와 자신을 책임져라고 말하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몰이해는 공포를 낳습니다.
어쩌면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받을 상처가, 외로움이 싫었겠죠.
그도 아니면 그를 위한 선택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길을 이탈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상사화, 당신에게 스며들었던
온갖 빛무리가 튕겨져나오듯 빠져나옵니다.
당신의 몸은 다시 가벼워지고,
당신을 좀먹었던 의심이나 불안감 따위도 애초에 없던 것처럼 사라집니다.
…….
그런데, 여기는 어디죠?
사방이 검기만 한 차원의 틈새.
……알 수 없는 것들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END 2. 세계는 그런 식으로 잊혀집니다.
상사화 로스트, 일렉티오 바시움 로스트
보상 : 없음
일렉은 당신을 찾아나서겠습니다만,
끝내 찾지 못한 채 당신과 같은 운명을 맞이합니다.
누구도 그들이 그곳에 있었음을 기억하지 못하겠죠.
사화한테 캐입하기가 이렇게 또 어려운 시날이 있네...... 처음에 어떻게 캐입을 해야할지 몰라서 살아있던 사화의 기억들과 지금 죽은 사화와 분리하려고 했었어.. 그래서 '네' 이름이 뭐냐 묻는 질문에는 한참 걸리고 그 외에 '상사화'란 사람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빠르게 대답이 나온 것 같고... 무덤덤했던 것도 본인의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이라 생각해서 그런거다 라고 했는데 일렉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생명력을 전해받으면서 계속 살아있던 저와 가까이 되는 기분...?(어쩌구) 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정말 사화 원래 성격 그대로 갔다 싶으면 울면서 살아도 혼자인건 싫다고 같이 있어달라고 했을까... 처음 일렉봤을 때 네가 왜 여기 있냐고 등짝 때렸을지도 모르고... 미련이 뭐냐 이러면 당연히 일렉티오 바시움 이렇게 말했겠지..... 근데 그런 감정들 전부 다 내려놓고 죽음의 문턱에서 사랑했던 사람이랑 마주하니까.......... 사화는 마음이 참 편해 보이는데 뒷사람만 죽어나감......
사화는 늘 변화에 대한 겁이 많지....그것도 그런데 일렉이가 표현하는 몇 없는 경우 대부분은 둘 중 하나가 죽을 때잖아...?(아님 신화생물 어쩌구) 달가울 리가 없지 않을까... 일렉이의 표현을 온전히 받아드리고 나면 나름 처참하지 않을까 죽고 난 후에서야 일렉이의 표현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 받지 못해서 죽은 거였는데 얼마나 다시 살고 싶겠어....
사실 마지막에 도망쳤다 도망치려했다 지문 둘 중에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말도 안 하면엔딩 볼 것 같아서 도망치려했다 했는데... 결국.. 그냥 도망쳤어... 왠지 계속 있었으면 일렉이 사화한테 생명력 다 넘겨줄 것 같기도 했고...책임지라고 하는 일렉이 말 듣고 순간 아 사화가 너 때문이라고 책임지라고 징징거릴 때 일렉이 상당히 당황했겠다 생각도 들었네
엄청 길었다 생각했는데 정말 4시간 안팍의 짧은 시날이라 놀랬고...후속작 잘 다녀오자~ 이러면서 갔는데 사화가 망쳤어...........이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