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J. 휴고:(눈 슬쩍 감으면 그날의 기억들이 선명히 되새겨지는 것 같았다. 매일 밤 꿈에 기억을 되새겨버린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다시 만났을 때 무슨 말을 전해야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야, 본인이 입술을 뗄 때면 꿈에서 깼으니까.) 아무리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지만, 좀 너무하네. (당연히 전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 가볍게 중얼거렸다.)
새것으로 말끔하게 교체한 창문 유리가 도시의 야경을 비춥니다.
환한 보름달이 떴지만, 달을 등지고 자신만만하게 대사를 읊었던 어떤 이는 더 이상 이곳에 없습니다.
그래요. 이 부재도 익숙하기만 합니다.
■ 행운 판정
이안 J. 휴고:
운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반짝, 반사된 빛이 당신의 시선을 끕니다.
서랍이 조금 열려 있네요.
달빛이 서랍 안쪽의 뭔가에 반사된 것 같은데……
이안 J. 휴고:응? (서랍 안에 뭐가 있었나... 다가가서 열어본다.)
서랍을 들여다보면 하얀 개나리꽃 귀걸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괴도와의 질긴 악연을 상징하는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떠나버린 괴도가 놓고 간 마지막 유품(그가 죽었다는 뜻은 아니지만요)처럼 느껴져요.
이제 이 귀걸이마저 없으면, 괴도와의 인연을 증명할 만한 건 어디에도 없네요.
귀걸이는 여전히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습니다.
이안 J. 휴고:... (귀걸이 눈에 담으면 한층 침체된 낯이 된다. 유품이라고 생각한듯... 그걸 손에 쥐었다가 한쪽 귀에 걸어본다.)
이안이 귀걸이를 손에 쥐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괜한 짓을 한건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이안 J. 휴고:...내가 뭘 기대라도 했나? (헛웃음 내뱉는다.)
귀걸이는 그저 빛나기만 할 뿐, 당신을 어디에도 데려가 주지 않습니다.
이안은 다소 허탈해집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잘까요.
뭐니 뭐니 해도 숙면이 제일이니까요
이안 J. 휴고:(그날 이후로 아직 한번도 이 귀걸이를 써본적은 없었다. 어쩌면 그날의 마법이 환상처럼 부서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숨 푹 내쉬고 침대에 눕는다.)
이안 J. 휴고:(내가 귀걸이를 안 빼고 잤나? 싶어 손 들어올리면 불편함 느끼고 그제야 수갑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나? (수갑 흔들어본다.)
“이제야 깨어나신 모양이네요.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아서, 혹시 죽은 것 아닌가 걱정했어요.”
……익숙하지만, 낮게 가라앉은,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당신의 옆에서 들려옵니다.
손을 뻗는다면 온기를 가진 살갗과 옷이 손끝에 닿습니다.
슬슬 눈이 어둠에 익숙해집니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면, 이곳이 마치…… 감옥 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쇠창살이 촘촘하게 박힌 문이 보이고, 딱딱하고 거친 바닥은 조금만 움직여도 생채기가 날 것 같네요.
천장에서 물이 새는지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안의 바로 앞에는,
■ 관찰력 판정
이안 J. 휴고:
Spot Hidden Roll
기준치:
51/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눈번쩍)
익숙한 가면과 망토,
한쪽 귀에서 빛나는 하얀 개나리꽃의 귀걸이.
당신이 아는 괴도가, 당신과 반대쪽 손에 같은 수갑을 찬 채 앉아 있습니다.
……어쩐지 그의 옷이 낡고, 너덜너덜한 것처럼 보이는걸요.
……정말 팬텀 화이트 포시티아인가요?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어둠 속에서, 괴도와 수갑으로 연결된 채 재회했다는게 말이에요.
이안 J. 휴고:(익숙한 이의 익숙하지 않은 모습보면,) 아, 꿈이구나. (그러며 웃음소리 내게 된다. 이상하네, 오늘은 목소리가 나와. 그게 기꺼웠나?)
P. 화이트 포시티아:아, 어떻게 알았지. 이건 다 형사님의 꿈이거든요~
■ 심리학 판정
이안 J. 휴고:
심리학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꿈이라고요?
하긴, 이런 상황이 현실일 리는 없겠죠.
찜찜하지만 지금은 괴도 외엔 상황에 관해 물어볼 사람도 없네요.
이안 J. 휴고:(대답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 동그랗게 뜬다.) 이상하네요! 당신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할까 도저히 모르겠어서, 여태껏 말을 꺼내려고 할때마다 꿈에서 깬 건가 싶었는데... (여전히 꿈이라 생각하는 듯.) 말이 나와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건 똑같네요. 반가워요?
P. 화이트 포시티아:형사님... 내 꿈 많이 꿨나봐요?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나. (신기하다는 듯 이안을 빤히 처다보다가) 저는 딱히 안 반가워요. 이게 뭔가요? (수갑을 찰랑 흔든다.) 이 대괴도도 못 푸는 수갑이라니, 너무 매니악한 것 아닌가요~
이안 J. 휴고:괴도를 잡고 싶은 건 모든 형사들의 꿈이죠! (시선 마주하더니 이내 제 손목도 보게 되고...) 당연히 당신이 한 장난인 줄알았는데.
P. 화이트 포시티아:참나, 안 잡겠다고 했던것 아니었어요? (삐죽.) 수갑은 형사의 소지품이지 괴도의 소지품은 아니네요. 형사님 거라기엔... (이안의 잠옷 빤히... 빤히..)
이안 J. 휴고:하지만 잡혀주기로 했잖아요. 제가 당신이 잡는 날이면 괴도일을 끝낼 때란 뜻이니까 좋은 거 아니예요? (따라 잠옷 내려다본다.) 뭐야, 꿈이면 경찰복 정도는 입혀줘야하는 거 아니야? 이러면 꼭 제가 자다가 일어난 것 같잖아요!
P. 화이트 포시티아:그건~~...글쎄요? 괴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만 저는 거짓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인지라.(뻔뻔하게 웃는다.) 본인의 꿈인데, 본인을 탓해보는게 어떨까요? 그나저나 꽤나 귀여운 잠옷을 입고 자시는군요...
이안 J. 휴고:거짓말이었어요?! (진짜 몰랐다는 것 마냥 눈이 커진다.) 형사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다니 배짱도 두둑하네요. 탓해서 바뀌는 게 뭐 있어요. (...) 잘 땐 좀 편하게 자야죠.
아니면 내가 잘때도 푸른색 경찰복 입고 잘 거란 생각한 건 아니죠.
P. 화이트 포시티아:글쎄요? 정말 거짓말일까요? 아무래도 이건 형사님의 꿈이니까... 형사님이 알고 있겠죠?(쭈그려 앉은채 턱을 괴고 웃는 꼴이, 당신이 깨고부터 지독하게 당신을 놀려온 모양이다.) 뭐... 나쁘단건 아니고요. (훔.) 솔직히 좀 그랬는데.
이안 J. 휴고:진짜 이상하네.... 모르겠어요. 어쩌면 거짓말이라 생각했지만 속으로 진실이길 바라고 있던 건지도 모르죠. (내려다본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 뭐... 뭐가요?
P. 화이트 포시티아:그런가? 어쨌는 이곳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난 잘 모르겠네요. 진실인지 궁금하다면 꿈에서 깰 필요가 있겠죠. (으쓱) 푸른색 경찰복 입고 잘 것 같다고요. 난 놀이공원에서도 그거 입고 나타날줄 알았는데.
이안 J. 휴고:내가 주인이면 내 마음대로 되야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기엔...) 보통 이쯤이면 꿈에서 깨던데. 뺨이라도 꼬집어볼래요? (가늘어진 시선....) ...잠입수사의 기본은 변장이잖아요! 당신이야말로 놀이공원에 그런 옷을 입고 오고선. 난 당연히 그 괴도복이랑 망토를 입고 올 줄 알았어요.
P. 화이트 포시티아:아, 후회 안 하죠? 나 그런거 잘해요. (힘껏 꼬집습니다!!)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흐물흐물 꼬집었다.)
이안 J. 휴고:(음. 안 아픈 걸 보니 꿈 맞군.)
P. 화이트 포시티아:그런가아... 그래도요. 이미지라는게 있잖아요, 이미지! (끙...) 나도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지금은 생겨입고 있잖아요. (자기 옷 가리킨다)
이안 J. 휴고:내 이미지가 어떤데?! (가만 본다.) 그러게요, 오늘은 잘 챙겨입었네요.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P. 화이트 포시티아:어... (이안 머리부터 끝까지 쭉 훑고) 스스로 생각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요? (웃는다.)
글쎄... 어렴풋이 맞고 다 틀렸어요. 뭘 맞췄을 것 같아요?
이안 J. 휴고:뭐야, 왜 기분이 나쁘지? (살짝 째려 본다.) ...나 혹시 방금 플래그 꽂은 건가요?
이안 J. 휴고:우와, 지하감옥. (침묵이 오래되면 어쩐지 어색한 기류가 돌아 먼저 운을 뗀다.) 당신은 어쩌다가 이런 곳에 갇히게 된 거예요?
P. 화이트 포시티아:글쎄... 여긴 형사님의 꿈인데, 꿈속의 괴도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안그래요? (피식 웃으며 답합니다. 놀리려는 투는 아니지만, 진실은 아니죠.)
이안 J. 휴고:(당신이 대답하면 그제야 조금 편한 표정을 짓고,) 그럼 당신이 알고 있는 걸 말해봐요. 여기 오기 전까지 어떻게 지냈어요?
P. 화이트 포시티아:그러게, 어떻게 지냈을 것 같아요? (역으로 가볍게 묻습니다.)
이안 J. 휴고:음... 언제나 그러했듯, 위험한 일에 휘말리고 악당 역할 자처 하면서 바쁘게 지내셨을 것 같아요. 안부연락 한번도 못 보낼만큼. (간극,)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갔을 것 같네요. (이건 감상이라기보다 바람에 가깝다.)
P. 화이트 포시티아:(정곡이다. 어이없다는 듯 황당한 표정으로 당신을 보다가..) 글쎄, 전부 틀렸네요. 전 휴가중이었꺼든요. 하와이의 멋진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냈죠~ (선택하는건 뻔히 들킬 거짓말이다.)
이안 J. 휴고:하와이-? (안 믿는다는 얼굴.) 그렇다고 하기에는 휴가 다녀온 사람 얼굴이 아니잖아요. 기념선물이라도 주면서 말하면 모를까... (시선이 가늘어진다.) 차라리 푹 쉬고 오신 거면 좋겠어요.
P. 화이트 포시티아:이런, 하와이에 뭐가 유명하지... 기념품은 없는데, 알로하 댄스라도 춰 줄까요? (...윽.)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지난번에 그렇게 헤어져놓고 그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라고 하면 괴도의 가오가 안 살잖아요.
이안 J. 휴고:지금 이 상태로 춤을 추면 나도 같이 추게 되는 거잖아요. (됐네요, 입 삐죽 내밀며 거절한다.) 가오는 무슨 가오? 가오 때문에 괴도 일 하고 있는 거예요? (살짝 어이없다는 투.) 그러니까 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는데?
P. 화이트 포시티아:우리 형사님은 내 춤 신청은 늘 거절이네요. 그 날도 그랬죠. 비싸게 구시긴. (수갑 묶인 손을 일부러 한번 흔들고) 가오 때문에 괴도를 하는건 아니지만 괴도라면 가오가 있어야 하는 편이죠. 도둑과 괴도는 가오가 가르는거라고요.(뭐가) ...많은 일이 있었어요. 본업에는 손도 못댔죠. 내 진짜 이름을 불린 날은 점점 희미해지고, 내 두 번째 이름을 듣는 날이 더 많아졌어요. 이제는 팬텀 화이트 포시티아가 원래 내 이름 같기도 하고.
이안 J. 휴고:(그 말에 옛날의 기억 회상하고 살짝 웃는다.) 난 춤 추는 방법을 모른다고 했잖아요. 나랑 같이 췄다간 당신 발등이 남아나지 않을걸. ....예.... 그렇구나... 하긴 도둑보다는 괴도가 조금 더 어감이 좋긴 하죠? (뭐가) 그래서 내가 괴도 그만 두라고 했는데. 당신 진짜 이름... 리아 P. 아이아나. 맞아요?
P. 화이트 포시티아:그래서요? 난 내 손 잡은 상대가 내 발 안 밟게 이끌어줄 수 있는데. (으쓱) 그리고 담당 과도 다른편이죠. 말했잖아요, 내게 필요한건 언론이라고. 조금이라도 더 극적인 소재가 필요했으니까.(이름이 들리자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정말 그게 제 이름이 맞을까요? 놀리고 싶은게 아니라, 솔직히 저도 이젠 잘 모르겠어서.
이안 J. 휴고:진심이에요? (가만 바라보더니 잠시 뜸을 들였나.) ...그러면 이 수갑을 풀고 당신이 그 괴도 신분 벗게 되면 같이 춰요. 그정도는 괜찮겠죠. 대신 느린 곡으로. 꼴사나운 모습은 싫어서요. (따라 고개를 돌리면 허공에서 시선이 맞물린다.) 당신이 모르면 어떡해! 괴도를 그만두고 싶은 거라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어요. 리아 씨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나라를 지키는 공무원으로서 최선을 다하죠. (그걸 바라는 거냐는 듯 물었다.)
P. 화이트 포시티아:진심이고말고요. 이런거에선 거짓말 안 해요. 자존심이 있지! (확고한듯...)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을 기다릴게요. 아주아주 빠른 템포로 골라야겠다. 허둥지둥 스텝을 밟을 형사님을 꼭 봐야겠어요, 꼭! (다짐!) ...언젠간 그만둘거예요. 제 힘으로 그렇게 만들테고요. 형사님이 제자리에서 집중하고 있다가 어느 날 고개를 들었을 때 맨얼굴로 찾아올거라고요. 얼빠진 표정으로 서있는 형사님을 놀려주는 것 까지 계획해놨어요.
이안 J. 휴고:자꾸 이상한곳에서 고집 피울래요?! (불만 가득한 목소리면서도 정작 싫은 건 아닌듯, 미묘하게 웃는 얼굴이다.) 그날을 기대하고 있죠. 집중 한번 할까 싶을 때면 늘 이렇게 사건사고를 들고오니까, 원. 정말 그때가 되면, 음... 식사라도 대접 해드리죠. 스테이크와 샐러드, 달콤한 쿠키 같은 걸로요. (이런 것밖에 해줄 것이 없네요, 나직이 덧붙인다.)
P. 화이트 포시티아:일이 이렇게 된거... 한곡 출까요? 참고로 선택권 없어요. 여기서 가만있으면 시선 끄는 것 밖에 안되니까.
이안 J. 휴고:(짧은 탄식. 하지만 예상 못한 것도 아니었으니...) 기대하시던 첫곡이 이런 모양새라 아쉽겠네요... (결국은 네게 손 내민다.) 잘 이끌 수 있다고 했죠?
P. 화이트 포시티아:잠깐, 잠깐. 이거 좀 곤란한데. 기다려봐요!
(주섬주섬, 대충 풀어둔 정장을 제대로 입는다. 단추를 끼우고, 먼지로 얼룩진 부분을 털어낸다.) 준비할 시간도 없네. 머리도 지금 산발이지만 지금 묶어둔 것까지 풀면 정말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요. 다음에는 이런 꼴은 아닐거라고요. (내민 손을 살폿 잡는다.)
이안 J. 휴고:(그런 당신 모습 보면 곤란한 표정 짓곤,) 아, 아니... 지금 와서 그러셔봤자. (제 잠옷에 내려다본다.)...잘 부탁드려요? (다음곡이 빠른 곡이 아니길 바라며,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P. 화이트 포시티아:제 자존심 문제라 그래요. (잠옷에 시선 간다. 진지한 표정으로 있다...풉, 웃어버린다.) 잘 이끌어줄게요. 편하게 생각해요. 편한 옷도 입었잖아요~
이안 J. 휴고:노...력...해볼게요? (끄응, 앓는 소리 한번 내고는 곡조에 맞추어 움직인다.)
이안이 응한다면, 둘은 춤을 추게 됩니다.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에요.
오늘 있었던 모든 게 꿈만 같아요.
물론, 팬텀 화이트 포시티아는 이게 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요.
동물의 머리를 한 악마들이 춤을 추며 웃습니다.
빙글빙글, 턴을 돌 때마다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괴도의 얼굴을 비추며 내립니다.
거추장스러운 수갑도, 지금만큼은 가까이 붙어 있으니 방해되지 않네요.
P. 화이트 포시티아:있죠, 아까 아직 안 죽었으니 낙담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진심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제가 많이 겪어봤는데, 생각치도 못 한 상황에서 탈출구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이안 J. 휴고:(불빛이 어룽지는 당신 얼굴 멀가니 들여다보다가 스텝 하나를 미스하고 휘청거린다.) 윽,... 그렇다면 다행이겠네요. 이런 곳에 죽고싶은 생각은 없거든요. 왠지 여기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저 치들이 우리를 뜯어먹어버릴 것 같단 말이야.
P. 화이트 포시티아:(휘청거리는 이안을 제게 끌어당긴다.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모양새로, 마치 이끌어주겠다고 했잖아요. 하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아까 그 감옥에 내 무덤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도구도 없고, 구멍도 빛도 없어서. 남은 희망이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데 형사님이 들어오고 새로운 틈이 생겼었거든요. 괜찮아요.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그렇게 만들테니까. 지금을 즐겨둬요. 또 오고싶어도 못 올테니까.
이안 J. 휴고:(어색한 자태도 어느새 당신의 발걸음을 모방하며 구실한다.) 당신답지 않네요. 당신이라면... 그 어떤 불지옥에 뛰어들어도 희망은 있을 거라 외칠 것 같은데.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면 노랗게 피는 개나리처럼. (음악에 맞추어 틈 사이를 내딛고,) 네, 즐길게요. 악몽은 길몽이라고도 하잖아요? 깨고 나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죠. (이내 웃는다. 허락을 구하듯 그 음성은 작았지만.)
P. 화이트 포시티아:어머나, 금방 따라오네요. (신기한듯 이안의 발치를 보다 고개를 든다.) 난 그렇게 희망찬 사람은 아녜요. 조금 잔머리가 많아서, 작은 길이 보인다면 그곳을 찾아낼 수 있는거지, 아예 없는 길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워서요. 끝나지 않는 겨울에서는 피어나기 어려운 꽃이니까. 난 그 순간이 끝없는 겨울인줄로만 알았고요. (부드럽게 몸을 틀고) 형사님이 오기 전까지는 화가 났다가도 허무했고, 끝에는 두려워졌죠. 형사님이 나타나고 그 감정들은 한편에 미룰 수 있게 됐으니, 난 그 보답으로 출구를 찾아주려고 해요. 그정도면 길몽으로 칠 수 있으려나.
이안 J. 휴고:몸 쓰는 일에는 제법 자신있어서요. (이윽고 맑은 발소리가 행간에 울려 퍼진다.) 그거, 범죄자가 경찰을 보며 느낄 감정은 아니지않나.. 아니, 당신 애초에 날 형사로 보고 있기는 해요? (미심쩍은 눈빛...) 뭐.. 일단은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길을 보여주었으니, 그것이 좁은 길이라도 기꺼이 따를 생각입니다. (묵묵히 바라보다가,) 다음 번에 다시 그 감정들이 찾아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P. 화이트 포시티아:사실 만만한 동네 바보로 보고 있었는데, 아아, 이렇게 들켜버리다니! (과하게 연극조다.) 형사님이야말로, 범죄자에게 과한 신용을 보이는게 아닌지? (그래도 되는건가요? 어째 놀리기보다는 걱정하는 투다.) 그땐 그냥 받아들여야죠. 걱정이라도 되나봐요?
이안 J. 휴고:애초에 감출 생각은 있었어요? (시선 가늘어진다.) 당장 믿지 않으면 내 목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뭐 어쩌겠어요. 팬텀은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데, 리아 씨라면 조금 걱정이 되네요.
P. 화이트 포시티아:아뇨! (뻔뻔!) 으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죠. ...팬텀의 대답을 듣고싶어요, 리아의 대답을 듣고싶어요?
이안 J. 휴고:연기도 하시는 분이 좀 해주시면 안되나요? (퉁명스러운 투) 둘다 듣고 싶다고 하면 알려주실 건가요?
P. 화이트 포시티아:원한다면야... (금방 목소리를 바꾼다.) 당연히 농담이죠. 멋진 형사라고 생각해요. (장난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태도.) 하나만 골라요. 지금 형사님의 손을 잡은 상대만 대답해줄거니까.
이안 J. 휴고:(한순간에 바꾼 목소리 듣곤 얼굴 창백해 진다.) 취소, 취소! 차라리 동네 바보가 될 테니 내 앞에서는 웬만하면 거짓말하지 마세요. (이어진 말들으면 제 앞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 고민하게 된다. 자아상을 타인이 정의할 수 있는 것인가, 생각들면서도... 이렇게 괴상한 곳에, 산뜻한 음악에, 형형한 불빛 받고 있자면 언젠가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면 어쩔수없이,) 지금은 리아 씨의 답이 듣고 싶네요. (그리움이 떠오를 수 밖에 없어서.)
P. 화이트 포시티아:형사님은 정말 알기 쉬워서 좋아요. (하핫, 소리내서 웃는다.) 알겠어요. '웬만하면' 안 하는걸로 할게요. 장담은 못드리겠지만. (피식 웃었다가, 제 이름을 듣자 밝지도 흐리지도 않은 미묘한 얼굴이 된다. 잠시 말을 정리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리다가...) 그때는... 도망가버리고 싶을거예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렇게 지내고 싶어요. ...아마 화이트 포시티아는 용납하지 못 할테니 나는 그곳에 남고 리아라는 이름만 자유롭게 놓아줄 가능성이 높죠. 퍼레이드 이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안 J. 휴고:예... 예. (웃음소리 듣고나니 더욱 떨떠름한 얼굴이 된다. 이어지는 대답까지 듣고 나면 더 복잡한 표정이 되었나...) 그걸 바라야할지,... 난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리아 씨가 원하는 것이 진정 그렇다면 난 그녀를 놓아주는 것이 맞겠죠. 그곳에서는 불길한 감정들이 그녀를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 귀걸이를 사용한다면 팬텀 화이트 포시티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안 J. 휴고:(...한참 미심쩍은 얼굴로 반쩍이는 귀걸이를 손에 쥐더니 팬텀이 있는 곳으로 가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다.)
이안은 마력 1D3을 지불하고 텔레포트를 사용합니다
이안 J. 휴고:3
“……형사님!”
“……형사님, 일어나보세요!”
눈을 뜨면, 아까의 그 무덤가입니다.
관은 굳게 닫혀 있고, 괴도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당신을 흔들고 있네요.
이안 J. 휴고:.....어?
수갑은 여전히 당신과 괴도의 손목을 잇고 있습니다.
서로의 귀에 매달린 귀걸이도 그대로예요.
P. 화이트 포시티아:갑자기 관 안으로 쓰러지더니 기절해버려서, 너무 놀랐어요. 좀 괜찮아요? 기억은 나고? 제가 누구게요?
이안 J. 휴고:리아... 아이아나씨. (눈 꿈뻑.) 제가 어떻게 관에서 나온 거죠?
P. 화이트 포시티아:제가 힘으로 끌어냈죠. 내 이름이 적힌 관인데 어째 형ㅅ님이 먼저 누워버렸네요. (못마땅하단 눈으로 보다가...) 그렇지, 형사님이 쓰러졌던 동안, 탑의 문이 열렸어요. 저 위로 올라가면 뭐라도 될 것 같은데. 가보지 않을래요?
이안 J. 휴고:나 진짜 이상한 꿈을 꿨어요. 아, 아니... 이제는 꿈이라 할 수 없겠네요. (그런 시선에도 의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언가 정리된 것 마냥...) 네, 가도록 해요. 그런데 질문이 하나 있어요.
P. 화이트 포시티아:꿈이요? (의아한듯 되묻는다. 그 짧은 시간에 무슨 꿈을 꾸었다는건지. 괜히 불안해지고,) 해봐요. 내가 제대로 대답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이안 J. 휴고:이제는 꿈이라고 안 해줘요? (그런 모습보면 괜히 의미 알 수 없는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만약 당신이 주인공인 영화가 있다면, 그 결말은 어땠으면 좋겠어요?
P. 화이트 포시티아:계속 꿈이라고 주장했다간 정말 속아넘어갈 것 같아서. 꿈이 아니니까 여기서 죽어버리면 정말 곤란해진단걸 당신도 알고 있어야죠. (으쓱)
...딱히 주인공이 되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답하기는 애매한데... 그래도 해피엔딩이면 좋겠네요. Happily ever after. 좋잖아요?
이안 J. 휴고:애초에 쉽게 죽어줄 생각 없었어요. 꿈이라 해도 말이죠. 끝까지 발버둥쳐야하지 않겠어. 모두는 각자의 삶의 주인공이라고 하잖아요. (해피엔딩이란 무엇일까,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할 수는 있는 걸까. 만약 정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당신이고, 나는 그 주인공이 무사히 결말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악당A에 불과하다면--아니, 그것이 반대라고 하더라도--우리가 함께 맞이한 엔딩은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그러나 여전히 웃음이 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걸까. 그러니 당장은 질문의 대답을 유보하고 대신 네게 손을 뻗는다.) 함께 올라가요.
P. 화이트 포시티아:그런 각오라면 다행이고요. 자다 죽은 20대 형사 뉴스같은건 딱히 보고싶지 않았던지라. (의미를 모르겠다는 투로 말한다.) 뭐야, 왜 물어봤어요?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어. (끄응, 소리내며 손을 잡는다. 얇은 장갑 너머로 생의 증거, 약한 온기가 전해진다.) 그래요.
이안 J. 휴고:저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니까 우리 죽지 않기로 해요, 짧게 덧붙이고.) 당신이 이때까지 나한테 감춘게 많았으니, 이정도 비밀은 나도 하나즘 있어도 괜찮지 않겠어요? (맞잡은 손에 힘을 실고 발걸음을 옮긴다.)
P. 화이트 포시티아:아, 그대로 되돌려받았네. 당신이 이런 기분이었나. 쳇, 마음대로 하세요. 마음대로. (이안을 따라 발을 뗀다.)
이안 J. 휴고:(현기증에 한번 비틀 거리고는,) ...그러니까 이걸 울리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가?
P. 화이트 포시티아:그런것 같네요. (걸쳐주었던 망토를 잡아 제게 달고) 당기고, 얼른 돌아가서 쉬자고요.
이안 J. 휴고:(고개 끄덕이고 줄을 당긴다.)
종을 울리자, 청명하고 맑은 종소리가 퍼져나갑니다.
동시에 그 커다란 보름달이 하나의 출구로 변합니다.
공간에 생긴 균열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하늘에 뻥 뚫린 구멍을 보는 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만, 오늘은 이미 이상한 일들 을 충분히 겪었으니까요.
하지만, 저 위까지 어떻게 도달할 수 있단 말이죠?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는 데다가, 여긴 비행기나 기구, 하다못해 행글라이더나 거대풍선도 없는데요.
이안 J. 휴고:....점프 잘 해요? (동네 바보 다운 멍청한 질문..)
P. 화이트 포시티아:다시 동네 바보로 돌아왔군요!
이안 J. 휴고:네? (멍청)
P. 화이트 포시티아:동네 바보 씨. 잡아요. (손을 내밉니다.) 꿈이라고 생각하면, 꿈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요.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안 J. 휴고:아까 꿈이 아니라고 하셨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밀어진 손을 별 의심없이 붙잡는다. 이대로 추락 해도 괜찮다는 것 마냥.)
P. 화이트 포시티아:조금 전에, 구해주셔서 고마웠어요. 대충 해버렸는데, 역시 제대로 말하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팬텀 화이트 포시티아의 장갑은 너덜너덜 하고 해지고, 손목엔 수갑까지 채워져 있지만.
그는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P. 화이트 포시티아:이 손으로 수많은 일을 해낸, 대괴도의 손이거든요. 영광으로 아세요.
손을 잡으면…… 괴도는 아무런 예고도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당신을 끌어당겨,
종탑의 바깥에 발을 디딥니다.
바람이 거세게 붑니다.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추락에 대비하지만,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눈을 뜨면, 당신은 하늘 위에 서 있습니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계속 퍼져나갑니다.
잠시 숨어 있었던 별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반짝이는 별빛 아래에서 괴도는 당신을 더 위로, 위쪽으로 끌어올립니다.
한 발짝씩 걸을 때마다, 분명히 계단도 받침대도 없는 하늘인데, 무언가 당신 의 발아래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습니다.
두려움은 없습니다.
이건 마술이거든요.
아니면, 마법이라거나.
어쩌면 기적이에요!
그렇게 하늘을 걸어,
그저 평화롭게 걸어가,
달의 모양을 한 문 앞에서,
팬텀 화이트 포시티아는 말합니다.
P. 화이트 포시티아:할 말이 있는데...
이안 J. 휴고:(손을 단단히 맞잡으면 추락할 거란 두려움이 명멸한다. 그러니 이내 이 모든 것이 즐겁게만 느껴져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당신 돌아본다.) 네?
P. 화이트 포시티아:일단은, '팬텀 화이트 포시티아'의 이름으로 말하자면... 귀걸이, 이제 그만 돌려주세요. 형사님 손에 들어가 있기에는 조금 이른 장난감 같네요. (평소의 포커페이스대로 말을 이어나가다가, 웃음기를 지운 얼굴이 된다. 그리고 이어서...)
리아 P. 아이아나:그리고 '리아 P. 아이아나'의 이름으로 다시 말하자면...사실, 귀걸이를…… 훔쳐 가려고 했었거든요. 결국 이번에도, 저로 인해 형사님이 위험을 겪게 되었잖아요. 귀걸이를 가져가면 저와 형사님의 연결점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니까. 그럼 정말 문제 해결!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좀 고민이 생겼어요. 이렇게 제 마음대로 해도 되나. 하긴 전 원래 언제나 마음대로 살았지만, 형사님의 의사를 무시하기 새삼스레. 미안해졌달까.
어쩌면 내 욕심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형사님이 불러준 이름은 리아였으니까. 이 말도 들려주는게 좋겠죠.
이안 J. 휴고:(어느새 사라진 웃음기보면 덩달아 사뭇 진지해진다. 이어 들려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싫습니다. (대답이 나오는데까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야, 지금의 이안은 현재 제 앞에 있는 이를 리아로 보고 있지 않던가.) 귀걸이는 안 돌려줄 거예요.
이런 답 예상 못한 것도 아니면서. (이번에는 이안이 수갑 채운 손목을 휙 이끌어 그 쪽으로 당긴다.) 문이 닫히기 전에 돌아가요.
리아 P. 아이아나:차고 넘치게 예상했죠. 동네 바보라면 안전한 선택지 대신 이럴줄 알았거든.
무서운 일을 많이 겪을지도 몰라요. 목숨이 왔다갔다, 모독적인 것들을 직면하고, 어떤 부조리에 순응하게 될 날이 올 지도 몰라요. 나와 함께한다는건 그런 것도 다 감당하겠다는 의미거든.
그래도 하나 약속할게요. 그럴 때면 곁에 있겠다고. 어떻게든 찾아내서 지켜주겠다고.
이안 J. 휴고:이정도 되면 나도 산전수전 다 겪었다 말해도 될 듯 한데... 괜찮습니다. 경찰이 무서운 일 따위를 두려워해서 되겠어요? 부조리에 순응하는 건 조금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때까지 네가 했던 일들 생각하면 웃음 내뱉고야 만다.) 네, 곁에 있어주세요. 약속해준다면 나또한 내 최선을 다해 당신을 지켜 줄 테니까. (그또한 해피 엔딩일 것이 분명한 이 극의 제 역할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