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흐릿하게 들어오는 시야 속에 네 눈을 마주하고) 윽... 티,오.. (턱 막힌 호흡사이로 겨우 숨을 뱉어 네 이름을 부른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부르는 이름을 들으면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진다. 그리고는 네 목을 세게 꽉 쥐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걸음을 물려 네게 벗어난다.) ...실패작이어야 하는데, 어떻게 말을.. (다시 널 관찰하듯 한참을 가만히 살펴본다.)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네 목소리를 듣는 것 같긴 하네. 곧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겠지만.
역시나 영문 모를 소리뿐입니다.
상사화:(손이 떨어지면 그제야 몸을 뒤틀어내고 숨을 가쁘게 들이킨다.) 헉, 헉... 무슨 소리야..... (관찰하는 네 눈을 살펴보는 얼굴에는 당혹감과 겁이 질려있었다) 왜, 왜 그래...
일렉티오 바시움:(겁에 질린 눈동자, 들이키는 숨. 그 모든 과정을 의문어린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네 질문에는 답을 돌려주지 않았다.) 만일 시간이 지나도 괜찮다면...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검은 문을 따라 날 찾아와. 아니면, (시선을 거두고는) 자살하던가.
그리고, 당신이 채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
일렉은 미묘한 표정으로 열려 있던 검은 문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심리학] 또는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시야가 흐릿한 탓에 제대로 표정을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는 눈이 마주쳤을 때 대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어쩐지...
기억하고 있던 일렉의 마지막 모습과는 조금 달라보입니다.
목소리나 표정, 얼굴은 확실히 그, 일렉티오 바시움이 맞음에도요.
아니 하루아침 사이에요?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본다고 하면, 그저 어제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아무것도 납득이 되지 않아요.
...무언가가 어긋난 기분입니다.
상사화:(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네가 떠난 자리를 바라본다. 그럴 일은 없겠다는 건 뭐고, 또 자살은 무슨 소리야. 머리 속은 혼란스럽기만 한다.)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0/1)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20/10/4
굴림:
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상사화, 이성 변동없음
다시 몸을 움직여보면, 일렉의 말과는 달리…
아까보다 몸이 부드럽게 움직여집니다.
몸이 굳을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하여간, 당신은 드디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비로소 상황이 제대로 눈 안에 들어옵니다.
당신은 높은 흰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깊게 기댄 채 앉아있습니다.
바닥이며 벽은 모두 정갈한 하얀색이고, 일렉이 뛰쳐나간 문만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활짝 열려 있습니다.
일렉은 검은색 문을 따라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죠.
…툭 툭…
그리고, 어디선가 툭툭,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상사화:(겨우 몸이 움직여서 주위를 둘러보면 의자에 앉아있는걸 확인한다. 서늘하기 까지한 침묵을 깨뜨리는 소리에 귀를 귀울인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이 소리는 천장에서 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천장이 존재하고 있는걸까요?
어쩌면 이 곳은 천장 없이 개방되어 있는 방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수한 별들이 인공적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높고 아득한 검은색의 밤하늘이 보입니다.
다시 툭, 툭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수많은 별들이 박혀있는 하늘의 한 켠이 빠른 속도로 빛을 잃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수십 개의 빛들이 꺼지고, 켜지는 것이 반복됩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것을 한참 지켜보고 있자면, 그 검은 천장에 더 검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원 형태로, 천장의 중앙 부분에 위치합니다.
당신이 그 부분을 응시하자, 마치 인식이라도 한 듯 그 부분이 가운데로 벌어져 열리더니,
높은 천장으로부터 종이조각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상사화:(인공적으로 빛나는 별하늘이 흐린 녹안에 담긴다. 끝이 있을까 싶었던 검은 부분에서 떨어진 종이조각을 바라본다.)
상사화, 종이를 잡습니까?
상사화:(잡아도 되나..?)(종이를 잡는다.)
종이조각을 잡으면, 앞면에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 O 」
뒷면에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습니다.
천장을 제외하고, 이 방 안은 당신이 앉아있는 흰 의자 외에는 다른 어떠한 사물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이 방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리고 나면, 열려있는 검은색 문만이 눈에 띕니다.
문은 일렉이 남겼던 말과 겹치며, 그 색깔만으로도 이지적이라,
당신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상사화:뭐지.. (주머니 속에 꾸깃꾸깃 종이를 넣는다. 검은문은 혹여 독사의 목구멍처럼 느껴졌지만 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꺼림칙한 기분으로 검은색 문으로 들어가본다)
문을 향해 나가면,
바깥은… 사방의 벽면이 모두 전신거울로 이루어진 길다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알 수 없는 복도입니다.
천장의 밝은 조명이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복도의 양 옆에는 정장을 갖춰 입고 머리에 투구를 쓰고 있는 [마네킹]들이 열과 줄을 맞춰 즐비합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상사화:(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기분에 인상을 찡그리고는 거울을 본다.)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방에 배치된 탓에,
단순히 곧은 직선의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남의 옷인듯 품이 미묘한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도 그러니와.
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으니까요.
손자국 모양입니다.
아까 일렉이 조르면서 생긴걸까요?
하지만 당신은 그가 목을 조를 때에 숨이 막히는 것 이외에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는데…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목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한참 거울을 바라보면...이 손자국의 주인이 일렉이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하지만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은걸요.
일렉이 당신에게 감각이 곧 무뎌질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설마,
정말 그렇게 되어버린걸까요.
상사화:....? (거울 속 마주한 제 얼굴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붉은 자국이 남아있는 목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어본다. 옷차림이며 일렉이 말했던 말들과 이 상황까지, 이제는 제 몸이 제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나면 눈에 띄는 마네킹들을 살펴본다.)
목을 손가락으로 쓸어보면 분명히 전해져야할 촉감이,
목을 죄던 고통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각이 마치 죽은 사람처럼 무뎌진 상태라는 것을 자각하면,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1/1d3)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20/10/4
굴림:
30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상사화, 이성 -2
마네킹은 긴 복도에 총 열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모두 턱 끝부터 발 끝까지 단정하게 가린 검은색의 수트를 입고 있군요.
체구는 약 5.6피트 정도입니다.
[관찰]판정 가능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문득 눈부신 조명에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에 금박으로
네 헬멧을 벗기고, 만지고, 대화를 나눌 날이 오길.
라고 적힌 것이 눈에 띕니다.
상사화:(제 키와 얼추 비슷한 마네킹들을 보다보면 누군가가 바라보는 기분이 들어 소름이 끼친다. 문구를 읽으면 투구를 벗겨볼 생각으로 건드려본다.)
투구를 벗겨보나요?
상사화:(벗겨본다)
화려한 투구를 벗기면,
그 안에는 놀랍도록 당신과 유사한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0/1)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8/9/3
굴림:
1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사화, 이성 변동없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신의 얼굴을 마주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마주친 그것은 이목구비,
머리 색과 길이,
홍채마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창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휼륭한 예술품처럼 보입니다.
투구를 벗겼음에도 요동없이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마네킹인걸까요?
이런 곳에 왜?
상사화:아, (투구 속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면 깜짝 놀라서는 뒤로 한발자국 물러선다.) 뭐야, 뭔데. (그러면 문득 아까 하얀색 방에서 들었던 실패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진짠가 싶어서 마네킹의 얼굴을 손으로 조심히 만져본다)
만져보면, 말랑한 것 같기도 하고.
딱딱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아래 미약한 온기가 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사화:(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은 흡사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인간의 것과(혹은 저의 것과)비슷했다. 설마 옆에 있는 마네킹도 그런가 싶어서 옆의 마네킹의 투구도 벗겨 본다.)
옆의 마네킹을 살펴보면 동일힙니다.
복도에 줄지어 서있는 모든 마네킹이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사화:미치겠네... (거울 방 속 늘어져있는 저 마네킹들이 자신과 닮아 있다는 사실은 무섭기까지 했다. 나 자신도 사실은 저것과 같은 가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다급하게 검은색 문을 열려고한다.)
문은 아주 단단해보입니다.
잠금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의 표면에는 고급스러운 필체의 금박으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Memoria 」
문을 열고 나가나요?
상사화:(문의 표면에 적힌 글씨를 읽으면 뒤 돌아보지도 않고 문을 열고 나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서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인 걸까요?
기묘한 공간들만 이어진다는 의문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방의 정 가운데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하얀 종이 더미를 밟고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 있는 일렉을 발견합니다.
일렉은 손에 든 책을 읽다가,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바닥에 흩어진 종이 더미를 빠르게 긁어모아 손에 쥐고,
읽던 책만 움켜쥐고서 곧장 열린 검은색 문 뒤로 들어가버립니다.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며.
당신은 또다시 이 거대한 서재에 혼자 남겨집니다.
상사화:..! 티오! (한발늦게 네 이름을 부르면 한적한 서재 속 제 목소리가 울린다. 여기는 대체 어딜까, 고민하다보면 머리가 아파왔다. 뭐라도 있을까 싶어 네가 서있던 곳에 흩어져있는 종이들을 살펴본다.)
서재는 말 그대로 거대합니다.
당신의 키의 몇 배에 미치는 [책장]들이 즐비하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러그]가 깔려있습니다.
천장에는 환한 샹들리에 디자인의 조명이 광대한 서재의 곳곳을 밝힙니다.
당신이 서 있는 서재 입구의 맞은편에는,
일렉이 들어가며 잠긴 [검은색 문]과 그 옆에 위치한 [책상]이 보입니다.
그리고 높은 천장의 한쪽 벽에 금색의 거대한 [시계]가 돌아가며,
차칵,차칵 소리를 냅니다.
책장의 빈칸 곁에 [방향제]가 놓여 있지만,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상사화:(종이들을 뒤적이다가 책장을 살펴본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아주 커다란 책장들입니다.
그에 반해 꽃혀 있는 책의 크기는 일반적입니다.
책들은 아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만,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책들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일까요?
상사화:(튀어나온 책들을 꺼내 읽어본다)
튀어나온 책들을 확인하면,
전부 생명공학, 혹은 Myth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은 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yth라는 단어 이후의 언어는 알 수 없는 언어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는 맞는걸까요?
내용 또한 세계의 각개 국어와 알 수 없는 언어가 섞여 있습니다.
어떻게 읽어볼 수 없을까요?
번역 도구가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요.
상사화:(뭐지... 일렉이 이런거에 관심있었나...? 책들을 조금 눈여겨보다가 문득 빈칸에 놓인 방향제를 발견하고 손에 쥐어 더 자세히 살펴본다.)
방향제입니다.
잘 마른 상사화 한 송이가 꽂혀 있습니다.
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상사화:(제 눈에 익숙한 꽃을 발견하면 시선이 가늘어진다. 향이 느껴지지 않은 꽃은 조화같아서, 또 그 모습은 지금의 저와 비슷하다 느껴져서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면 주위를 둘러보다 시계를 발견하곤 바라본다.)
금색의 거대한 시계는, 시침, 분침과 초침 구분 없이 오직 한 개의 바늘만이 정각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늘은 현재는 숫자 11을 한참 지나치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숫자 12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숫자 12 아래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완전한 종말과 재림
상사화:(...지금의 시각을 알리는 건 맞는 건지, 시계는 종말과 재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시선을 아래로 떨구면 종이들이 위에 흩어져있는 러그가 눈에 들어온다.)
부드러워 밟을때마다 푹신거리는 듯한 러그입니다.
아주 두껍습니다.
양털인가요?
상사화:(푹신...)(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네가 사라진 검은색 문 옆 책상을 본다.)
고급스럽고 튼튼해보이는 책상입니다.
손이 많이 닿았던 것 같이 어지럽혀져 있지만,
넓은 탓에 크게 티나진 않습니다.
이리저리 어질러진 악필의 메모지들과 함께,
[두꺼운 노트 한 권]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그리고 책상의 하단에 커다란 [서랍]이 하나 보입니다.
상사화:(악필.... 일렉의 글씨체가 어땠는지 생각해본다.. 네가 글 쓴걸 본적이 있긴 하던가? 일단 눈에 띄는 두꺼운 노트를 집어 읽어본다.)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상사화: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이것은… 메모장일까요?
눈에 띄게 많이 살펴본 페이지가 저절로 펴집니다.
몇몇 책들은, 아니, 그것들은, ‘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사용하는 언어는 늘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번역기를 꼭 사용해야 한다.
보이는 것을 믿으면 안된다.
보이는 것을 믿는다면 늘 허망함 뿐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원 안에 비친 글자들 뿐이다.
많은 것들을 헷갈리고 또 잊어간다.
책들은 정보를 내주는 만큼 나의 기억을 잡아먹는 것 같다.
착각이겠지만, 그러니까, 여기에도 적어둔다.
그것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빈 페이지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것들이 묻는 질문의 답을 쓰면 된다.
얼떨결에 뒷장까지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것들은 늘 진실만 말하는 것이 맞을까?
만일 내가 계속 농락당하는 것이라면?...
이 모든 것을 어서 끝내버리고 싶다.
상사화조차 없이 나 혼자 견뎌내는 것은 너무나 무의미하다.
너도 나와 같은 고독을 겪었으면 좋겠어.
그랬으면 좋겠어.
그래서 너도 깨어났으면 좋겠어.
일렉의 필체에 사화를 향한 알 수 없는 집착과 약간의 광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상사화:(저를 향한 집착과 광기, 너에게 그런 게 있었나? 의문이 잠깐 들었다.) 혼자 견뎌내는 건 무의미하다고… (메모장에 적힌 글을 읽어보면 ‘너’가 설마 자신을 뜻하는 건가,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 전혀 모르겠는 기계 장치를 손에 쥐고 살펴본다.)
생전 처음보는 모양의 기계입니다.
투명한 원의 뒤로 금속 휠들이 잔뜩 달려 있습니다.
기계 장치의 아래에는 구겨진 메모지 하나가 깔려 있습니다.
상사화:(메모지를 펼쳐서 읽어본다)
구겨진 메모지를 확인하면,
‘사용법: 알 수 없는 언어를 원 안에 비추면 번역한다.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상사화:(믿을 수 있는 건 원 안의 글자들,이라고 적힌 글을 기억하곤 기계 장치를 들고가 아까 꺼내봤던 책들을 장치를 통해 다시 한번 살펴본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금 해결해줄 수 있을까, 희망을 가지고서.)
맨 앞 페이지에
당신은 살고 싶은가?
라고 적힌 것을 볼 수있습니다.
그 뒷 페이지는 전부 비어있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옆 페이지에 대답을 쓰라는 것처럼, 빈 옆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상사화:(문득 저에게 질문하는 것 같은 그 문구는 책들과 소통하는 착각이 들게 했다. 혼자 남겨진 서재 안에서 저도 미쳐가는가 싶었다. 책에 쓸 수 있는 필기도구가 있을까 책상을 살펴본다)
책상 위에는 필기도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에 있는걸까요?
그러고보니, 아직 서랍은 확인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상사화:(책상에 딸린 서랍을 발견하곤 열어본다)
서랍을 열면, 그 안에는 펜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잉크펜입니다.
그 많은 잉크펜의 ⅔ 정도는 이미 다 쓰여 빈 쓰레기들입니다.
나머지는 사용할 수 있는 새것입니다.
상사화:(잉크펜들을 뒤적이다 쓸 수 있을만한 새것을 손에 쥐곤 아까 읽던 책을 다시 본다. 평소엔 생각하지도 않았던 질문인데. 딱히 생각나는게 없어 ‘모르겠다’, 라고 빈 옆 페이지에 적는다.)
당신이 대답을 적으면, 책에 또다시 알 수 없는 글자가 떠오릅니다.
알 수 없는 기계의 원안에 비친 그 글자는
그렇다면 가려진 바닥 아래를 확인하라.
입니다.
상사화:바닥...? (제 발바닥을 본다. 러그..들쳐낼 수 있을까? 손으로 짚어 뒤집어본다.)
러그를 뒤집어 바닥을 확인하면 비밀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러그를 끌어낸 바닥에는 문 모양의 빗금이 그려져 있습니다.
빗금 안만 검은색 타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옆에, 작은 버튼이 있습니다.
상사화:...진짜 뭐가 있네. (중얼거리곤 버튼을 눌러본다.)
버튼을 누르면 문 모양의 빗금이 정말 문의 모양으로 천천히,
활짝 열립니다.
그 아래로 칠흑같은 공간으로 계단이 이어집니다.
상사화, 지능판정합니다..
상사화: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에 질문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
검은 문을 따라가면 일렉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 역시 검은 문을 따라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이곳으로 가면 일렉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사화:(칠흑같은 공간을 보면 문득 네가 검은색 방 뒤로 사라지던 것을 떠올린다. 어둠은 늘 두려웠는데 이렇게 혼자 남겨진 기분은 더 소름이 끼쳐서 열린 문으로 들어간다.)
계단을 따라 컴컴한 어둠속을 향해 들어가면,
당신의 걸음을 따라 양 옆에서 등불이 차칵이는 소리를 내며 켜집니다.
약간의 눅눅한 공기.
어째서인지 약간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양 옆의 벽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맞춰 불이 켜지는 탓에 어디가 이 통로의 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면 조금 더 확실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을까요?
상사화:(무섭다... 조심히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가본다.)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어느 순간부터 손에 닿던 고른 금속의 느낌 대신에 우둘투둘한 [쇠창살]이 손에 닿기 시작합니다.
상사화:아 깜짝이야... (쇠창살을 더듬어본다.)
쇠창살이 손에 닿는 부분을 바라보면,
...흐릿한 형체들이 쇠창살 너머에 가득합니다.
한쪽 벽 면이 어느 순간부터 금속평면이 아니라 쇠창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너머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지만,
천장에 당길 수 있는 무언가의 [스위치]가 길게 내려와 있습니다.
상사화:(뒤에 뭐가 있나....?)(스위치를 발견하고 당겨본다)
당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위치를 당기면,
철컥 소리와 함께 쇠창살 너머의 공간에서 차칵이는 소리가 일제히 들려오며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불빛이 비춰진 그 너머에는.
...수많은 벌거벗은 인간들이 동산을 이루듯 쌓여있습니다.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0/1)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8/9/3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상사화:(눈 앞에 보이는 인간.. 동산에 짧게 욕을 내뱉는다.)
[관찰] 판정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니,
자세히 살펴보면,
저건… 정말 인간이 아니라.
더미인 것 같습니다.
엉성하게 마감된 손가락 부분이나 얼굴이 없는 것을 보면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더미가 왜 저 너머에 쌓여있나요…?
더미들의 조금 옆에,
커다란 흰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흰 침대는 기계장치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쇠창살은 몇미터를 더 이어지다가 이내 다시 금속 벽으로 돌아옵니다.
차칵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등불이 켜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검은 문이 보입니다.
상사화:(얼굴이 없는 더미들을 보면 인간의 닮은 모습을 한 것에 문득 동질감 마저 느껴졌다.)(쇠장찰 너머로... 못 건너 가겠지? 속으로 생각하고는 계단 위로 걸어가 검은 문을 열어본다.)
검은 문을 열면,
어둡던 통로와는 대비되도록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반짝이는 조명의 불빛,
은은하게 풍겨오는… ____의 향기.
이게 무엇의 향기였죠?
갑작스럽게 북받쳐 올라오는 감각의 잔재들에 혼란스러워하기도 잠시.
반짝이는 흰색의 벽지,
흐르는 밤하늘을 담은 듯 높고 검은 천장.
그리고… [책장], [책상], [침대], [옷장] 등 평범한 일상 공간을 위해 꾸며진 것 같은 방입니다.
검은색 문이 방금 상사화가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하면,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 나 있습니다.
아, 한쪽 벽면 가득 붙여진 [사진]들과 그 옆의 [모니터]만 제외하면 말이에요.
검은색 문이 방금 탐사자가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하면,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 나 있습니다.
상사화:.......? (향을 맡을 수 있던가? 일렉 보고싶다 문득 생각하곤 주위를 둘러보다 벽에 붙여진 사진들을 본다.)
상사화의 사진들입니다.
이 벽을 가득 상사화의 사진으로 가득합니다.
함께 놀이공원을 갔던 날,
온천여행을 한 날,
바다를 구경한 날,
스카이 라운지에서의 사진들.
일렉은 이 많은 사진들은 언제 찍었던걸까요?
상사화:(왜 사진에 너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담겨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묘한 서늘함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확인한다.)
사진들이 잔뜩 붙여진 끝에 벽에 설치되어 있는 꽤 큰 모니터입니다.
화면이 꺼져 있습니다.
상사화:(화면 킬 방법이 없나하고 손바닥으로 스크린을 두드려보고는 책장을 살펴본다.)
리모콘을 찾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사깔끔한 검은색의 책장입니다.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한 권의 [책]만이 가로로,
책장의 왼편 칸쯤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읽을 수 없는 제목이거나,
생명 과학과 공학,
혹은 신화서입니다.
모든 책이 한참을 읽은 듯 책의 끝 부분이 너덜거리고 손이 탄 흔적이 있습니다.
상사화:(아까 번역기처럼 보이던 기계 장치를 들고왔던가? 생각하다 가로로 눕힌 책을 꺼내 읽어본다)
표지의 어느 면에도 제목이 없습니다.
펼쳐보면,
이 문단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숨을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목숨을 나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과학적인 것에 있기도 하고,
신화적인 것에 있기도 하며,
민간 신앙적인 것에 있기도 하다.
어쩌면,
시적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가 도래한 세상은 종말을 맞이하며,
그 종말 이후의 삶에는 두 개의 숨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숨을 제외한 다른 하나의 숨을 아무에게서나 가져올 수 없다는 것.
읽으면 어쩐지 정신이 어지러워집니다.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0/1)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7/8/3
굴림:
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상사화 이성변동 없음, 오컬트 기능 5점 상승합니다.
상사화:(그는 누구고 두 개의 숨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머리가 어지럽다. 책장에서 시선을 떼고 책상을 살펴본다.)
회색 모노톤의 딱딱한 철제 책상입니다.
위에는 [리모콘]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스듬하게 내려놓아진 [책] 한 권.
서재로 막 들어섰을 때,
일렉이 읽고 있던 그 책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만년필,
잉크병과 같은 도구가 올려져 있긴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상사화:(리모콘으로 화면을 킬려고 해본다)
모니터에서 삑 소리가 나며 화면에 빛이 들어옵니다.
8개 구역의 상황을 비추고 있는 CCTV입니다.
첫 번째 화면에서는 상사화가 처음 깨어났던 하얀 방을,
두 번째 화면에서는 벽이 모두 거울이었던 복도를,
세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를,
네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의 시계를,
다섯 번째 화면에서는 지하 통로를,
여섯번째 화면에서는 화원처럼 보이는 곳의 입구를,
일곱 번째 화면은 검은색으로 가득 메워져 있고,
여덟번째 화면에서는,
...하얗게 눈이 내리는 하늘이 비춰집니다.
벌써 겨울이던가요.
그때,
여섯번째 화면에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일렉의 모습입니다.
화원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니터에 잡힙니다.
화원의 안에 들어간 이후,
일렉은 CCTV에 다시 비춰지지는 않습니다.
상사화:(저 화면들 넘어, 너는 나를 보고 있었을까. 오싹함이 들었다. 여덟번째 화면에서 발견한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다. 벌써 겨울이었나? 화면 속 네가 사라진 곳을 빤히 바라보다 아까 책상에서 봤던 책을 꺼내 읽어본다.)
검은색 하드커버의 책입니다.
책의 제목은… [멎은 숨의 소생],
어느 나라의 언어인지 알지 못하지만,
글이 아주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책의 겉 면에 적힌 집필을 시작한 날짜는 2020년 5월 2일 입니다.
저자는… 일렉티오 바시움.
XXXX. XX. XX
상사화가 죽었다.
나와 완벽한 숨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이젠 나와 그 둘 중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게 되었다.
어째서 종말은 인류보다 그를 빨리 찾아가게 된거지?
...상사화의 죽음에 대한 절망과 고통이 뒤섞인 문장들입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있는데도요?
그는 당신의 죽음을 어째선지 몇 번이나 되짚고,
추모와 먼 집착을 토해냅니다.
글은 몇 장 넘겨 이어집니다.
그들에게서 장소와 기술을 제공받았다.
이대로 무력한 종말을 맞이할 수는 없기에.
모독적인 죄를 범해서라도 그의 숨을 되돌릴 것이다.
이 모든 일은 멎은 숨의 소생을 위해.
…
지하에 실험을 위한 장소를 준비했다.
단백질 덩어리,
혹은 그들이 제공한 타인의 시체를 이용해 그를 재창조하려 한다.
이것은 죽은 그에 대한 모독이며 무례이겠지만 어찌하겠는가.
이미 죽은 자의 숨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진짜와 같은 가짜를 만든다.
그리고 그 가짜의 숨을 사용한다면 문제 될 것은 없지 않겠는가?
여기서 보낸 1년간 나는 백 개도 넘는 더미를 만들었다.
그 중 온전한 그의 형체를 갖춘 것은 하나 뿐이었지만,
그나마도 말을 걸었더니 그의 목소리로 “멍청이.” 라는 한마디를 하고서 부서져 내렸다.
결과는 실패.
내가 무언가 방법을 잘못 쓰고 있는 걸까?
분명 그들이 알려준 방법대로라면,
슬슬 성공이 나올 법도 한데.
그나마 겉이 멀쩡하게 만들어진 것을 성공과 실패를 판별하는 의자에 앉혀도 매번 하늘이 뱉는 표시는 X뿐이다.
그대로 그 숨을 틀어막고 싶다.
내가 만든 것들은 몇 분을 넘기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다 숨을 멈추고 그대로 온몸이 굳어버리고 만다.
그들에게 이것에 대해 토로했더니 방법은 틀린 것이 없다고 한다.
더미들에서 풍기는 레몬 냄새를 질리도록 맡다 보니 향기마저 역하게 느껴진다.
창조, 실패, 재창조, 실패, 모방, 실패.
그러다 어쩌다 나오는 그의 얼굴이 반갑기 그지없다.
5년간 만진 수천개의 더미들 가운데 외형이라도 비슷하게 창조된 것이 겨우 열 구뿐이라는 것이 지탄스럽다.
처음에 만들었던 모조품처럼 괜히 말을 걸었다가 망가뜨리기가 두려워.
열 구는 복도에 세워두었다.
지하의 침대에 누워있는 그의 시체는 그들이 보존 처리한 탓인지 아직도 썩지 않고서 금방이라도 손 아래에서 맥이 뛸 것처럼 혈기를 띈다.
말을 하고 숨을 쉬며 눈을 깜빡이는, 살아있는 네가 보고 싶다.
...상사화, 당신을 향한 모독과 죄를 범한 그의 일지를 읽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멀쩡히 숨을 쉬고 있는데, 그는 당신을 소생시키려 한다.
적혀 있습니다.
당신의 멎은 숨을요.
저자가 ‘그’인 기괴한 책으로부터 당신의 죽음을 접한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1/1d3)
상사화:일렉티오.. 바시움. (책에 적힌 네 이름을 작게 소리내어 읽어본다. 첫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문구는 읽으면 머리를 한 데 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죽었다고? 아니, 죽음보다 혼란스러운건 내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네 집착과 광기였다.)
SAN Roll
기준치:
17/8/3
굴림:
1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사화, 이성 -1, 크툴루 신화 기능 1점 상승합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상사화: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역한 레몬 냄새?
문득 당신의 향을 맡아봅니다.
상사화:(묘한 기시감에 제 몸에서 나는 향을 맡아본다.)
하지만… 당신에게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걸요.
당신은 일렉이 창조한 상사화가 맞는걸까요?
상사화:(네 글에서는 절망과 고통이 느껴지는 듯해서 문득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5년동안 대체 넌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책에 적힌 글들은 믿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진짜라면, 단백질 덩어리 속에 창조되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서 생각을 하고 숨을 내뱉는, 나는 누구지?)
(책을 덮어두고 침대를 확인한다.)
흰색 이불과 베개가 가지런히 정리된 1인용 침대입니다.
사용감이 꽤 있습니다.
은은하게 일렉의 체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앉아본다면 푹신합니다.
상사화:(은은하게 느껴지는 익숙한 네 체향을 잠시 맡아보다 옷장을 열어본다.)
검은색의 옷장입니다.
열어보면, 일렉의 체격에 맞는 옷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입던 옷들이 주로 걸려져 있고.
모두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옷의 양이 많습니다.
이정도라면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요.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상사화:(옷장까지 확인하면 깨닫는다. 아, 이 곳은 네 방이구나. 어이가 없었다. 저 책의 내용이, 네 필체로 써내려간 저 글이 진실이면, 이때까지 봐왔던 더미들과 나와 다를게 뭐야? 익숙한 네 옷들에 얼굴을 파묻고 길게 숨을 내쉰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네가 사라진 검은문 앞으로 걸어간다.)
왼쪽 벽의 문을 열어보면 서재가 보입니다.
아까 일렉이 들어갔던 문이 이 문이군요.
그러고 보니 문 손잡이에 안에서 잠그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상사화:(그제야 문이 두개가 있었던 걸 기억하고 오른쪽 벽 문도 살펴본다)
검은색 문입니다.
열까요?
상사화:(오른쪽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고 나오면,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있고, 벽에는 고급스러운 [그림]들이 몇 점 걸려 있습니다.
높은 벽의 상단은 스테인드 글라스입니다.
바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따라 홀의 바닥에 아름다운 색색깔의 [형상]이 그려집니다.
정면에.
...검은 색의 [큰 문]이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저 문 너머로 나가면,
화원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사화:(익숙하게 느껴지던 네 방과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화려한 방이 시선에 들어온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묘하게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벽에 걸린 그림들을 바라본다)
세 점의 그림이 있습니다.
양 팔을 벌려도 잡기 어려울만큼 커다란 그림입니다.
상사화:(제일 가까운 그림부터 본다)
첫번째 그림을 보면 물컹물컹한 점액질에 선명한 분홍빛 색감의 뇌가 담겨져 있는 것이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상사화:(분홍빛 색감의 뇌는 아직 살아있다 느껴져서, 눈살을 찡그리곤 두번째 그림을 본다)
두번째 그림을 보면 수많은 인간들을 밟고,
단 하나의 인간만이 위에 올라서 하늘을 향해 양 팔을 뻗고 있는 그림입니다.
추상적인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강렬한 검은색과 하얀색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상사화:(다른 화풍으로 그려진 그림은 다른 사람이 그린건가, 싶었다. 그리고 세번째 그림도 살펴본다.)
...상사화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입니다.
그런데,
화폭 안에 담겨진 얼굴이 한 명이 아닙니다.
열한 명.
화폭에 담겨진 상사화의 얼굴은 총 11명입니다.
가운데부터 그려져,
상하좌우로 아직 한참이나 빈 공간이 많습니다.
미완품인걸까요.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상사화:(여기서 마저 느껴지는 저의 흔적은 지금의 제 존재 위에 덧씌우고 덧씌워 본질의 무언가도 지워버리는 기분이 들어 눈앞에 있는 걸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누르고 홀의 바닥의 형상을 바라본다.)
바닥에 비춰진 스테인드 글라스는 세 쌍의 연인의 모습을 황홀하고
또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번째 연인은 키스를 나누고 있고,
두번째 연인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연인은…
...아니,
저게 연인이 맞던가요?
단순히 사람 둘을 짝지어 놓은 것은 아닐까요.
세번째 연인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형상이 색유리에 잘게 반사된 빛으로 바닥에 존재합니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알 수 없는 모독적인 기분애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0/1)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6/8/3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상사화:
rolling 1d10
(
8
)
=
8
상사화, 8턴 동안 편집증에 시달립니다.
상사화:(세번째 연인—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너와 나 사이가 이러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눈 앞에 보이는게 진실이긴 할까? 제 존재 마저 부정하고 싶은 기분. 이 문 넘어로는 네가 있을까, 간절히 바라고는 문을 열어본다.)
큰 문을 활짝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회색빛의 하늘 아래 바깥에는 한창 [눈]이 내리는 중입니다.
햇살은 밝고 따사롭...나?
...날씨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여간,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화원입니다.
모니터에서 본,
일렉이 들어갔던 화원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여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화원은 대부분 키가 높은 나무와 덤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가 이 화원의 끝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합니다.
상사화로 꾸며진 화원의 [입구]가 상사화를 유혹하듯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상사화:(제 이름과 똑같은 꽃들이 즐비한 이 화원까지 네가 가꾼거라면, 정말 악취미라고 생각했다. 짧게 욕을 내뱉고 입구쪽으로 걸어간다.)
입구로 들어서면,
몇 걸음 떼지 않아도 삽시간에 주변이 푸르른 꽃과 높게 자란 나무와 아름답지만 오래되고 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로 가득찹니다.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상사화:(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을 봐도 놀랍지 않았다. 문득 누가 감시하는 기분이 들어 뒤를 한번 돌아보고는 먼저 왼쪽으로 걸어간다.)
한참을 걷다보면,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놓여 있습니다.
아주 정밀하고 자세하게 세공되어 있지만,
그 세공되어 있는 형상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고 기분이 나쁩니다.
비대한 몸집의 무언가에서 촉수와 같은 것들이 뻗어나와 꿈틀대고 있는 형상입니다.
기괴한 조형물을 목격한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0/1d2)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5/7/3
굴림:
1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사화, 이성변동없음
상사화:(인상을 찡그리고 미로 속을 계속 걸어간다)
어느 방향으로 가나요?
상사화:(왼쪽..길 다봤나? 오른쪽 길..)
또 한참을 걷다보면,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보입니다.
아니.
한 그루인가요?
두 그루가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자라,
마치 한 그루인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관찰]판정 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비슷한 키를 하고 있지만,
한 그루는 아주 비쩍 말라 드문 드문 썩어들어간 부분마저 있습니다.
마치 다른 한 그루에게 모든 영양분을 뺏겨 버린듯한 형상입니다.
두 나무가 함께 붙어있기 때문일까요.
상사화:(두 나무가 두사람과 닮았다면, 비쩍 마른 나무가 너일까 나일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빤히 보다가 왼쪽길로 계속 걸어간다)
계속 걷다보면,
다른 덤불벽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두 덤불이 보입니다.
어디부터 어디가 두 덤불의 끝과 시작일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잔뜩 얽혀 자라 있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싱그럽고 잘 자란 다른 덤불들과는 달리,
이 두 덤불은 서로 얽혀있기 때문인지 드문드문 시든 부분도 보이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사화:(서로 얽혀있기에 시든걸까? 일단 계속 걸아간다.)
계속 걷다보면,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밭에 다다릅니다.
...떨어진다고요?
눈이 내리는 이 상황에,
떨어질 꽃들이 이렇게나 만개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만개한 꽃들 중 여러 송이가 불특정하게 툭툭 그 꽃송이를 바닥으로 떨굽니다.
마치, 인간의 머리가 떨어지는 것만 같아요.
그 기괴한 현상을 목격한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0/1)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5/7/3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계속 지켜보면 결국 꽃밭의 모든 꽃들은 꽃송이를 떨굽니다.
멀쩡한 꽃송이들이 삽시간에 떨어져 이룬 꽃잎더미는 어딘가 징그러우면서도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방향을 바꿔 걷고,
또 걸어도… 일렉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돌아가야 할까요.
그렇게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나가는 문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들어왔던 입구가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아까 보았던 큰 나무들도,
얽혀 자란 덤불들도,
마주쳤던 꽃밭도…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갈 수조차 없습니다.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길을 헤메이는 찰나,
어깨에 손길이 닿습니다.
이상한 남자: 길을 잃으셨나요?
뒤를 돌아보면,
나른하게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호감형의 미남자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뒤에 서 있습니다.
어깨에 닿았던 손길을 거두고 사람 좋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입니다.
상사화:(주위를 둘러보다보면 길을 잃었다는 걸 깨닫는다. 네 이름을 부르면 돌아와줄까, 네 이름을 부르던 찰나 어깨에 얹히는 손길에 뒤를 돌아보고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수상한 남자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째려보기만 했다.)
이상한 남자: 아, 저런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겁먹지 말아요. (느긋하게 미소를 지어내고 네 물러남에 손을 거둔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양새가 여유를 엿보게 한다.) 멸망의 때가 다가오고 있어요…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이 달콤하네요. 우리 모두 그 멸망을 피하지 못하고, 자연의 순리처럼.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되겠죠. ... 그런데 당신은 지금 한가롭게 화원이나 거닐고 있는 건가요? (제법 잘 꾸며진, 화원을 둘러보고 상사화 꽃들 사이에 둘러싸인 너를 훑어보고 생긋 웃는다.) 하긴, 몇 년만에 다시 눈을 떴다면 그럴수도 있겠죠. 최근 세상의 지식에 무지할테니 묻는 것에 대해 몇가지 알려줄 수 있답니다.
상사화:(비명과 신음이 달콤하다니, 호감형의 얼굴과는 다르게 이 사람도 나사가 하나 빠져있구나 싶었다. 본인보다 지금의 제 상황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은 낯선이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야?
이상한 남자: 지금 제 정체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궁금하다고 하시니 알려드려야죠. 이 저택의 주인 있잖아요. (물러선 네 걸음을 따라잡아 천천히 옮기고는 고개를 숙여 네 귓가에 나긋히 속삭인다.) 아주 미쳐버린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 사람의 조수, 라고 할까요. 돕는 역할인거죠. 좋은 쪽으로요. (그러니, 그렇게 경계하지 말아요. 눈꼬리가 살풋 접히며 눈웃음을 둥글게 그려낸다.)
이상한 남자: (표정이 풀린 모습이 시선에 닿으면 따라 입꼬리를 좀 더 부드럽게 끌어올린다.) 네. 궁금증을 해결해주겠다는 나보다 그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아보이네요. 하긴, 그럴만도 하죠. 그러니, 이런 멸망하는 세계 속에서도 그가 궁금한 거겠죠. (떨어지는 눈송이를 의미없이 쥐었다 놓아본다.)
상사화:세계가 멸망하고 있다구요... (문득 아까 보았던 시계가 떠올랐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이다.) ...걔가 이런 곳에 사는 줄은 몰랐는데. 진짜 티오가 여기 주인이에요?
이상한 남자: 죽었다 살아났더니 세계가 말명이라니, 당황스럽죠? (이해한다는 듯 부드러운 웃음이 여전히 입가에 그려져 있었다.) 종말론자들이 펼치는 주장이 현실이 되었어요. 이게 무엇인지 아나요? (떨어지는 눈송이를 가볍게 쥐어 네게 펼쳐보인다.) 눈이 아니라, 하늘이에요. 하늘. 이 세계가 샅샅이 부서져서 떨어지는 거예요. 아름다운 광경이죠?
그러고 보면,
눈이 하나도 차갑지 않습니다.
날씨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요.
이건 정말 종말인 걸까요?
당신은 지금,
종말의 목전에 서 있는 걸까요?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4/7/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2
이상한 남자: 이 저택은 사람이 없어 이렇게 평화롭지만, 바깥 세상은 벌써 피바다며, 비명으로 거리가 가득 찬 게 오래 전 이야기인데... 뭐, 이정도 빠르기라면, 오늘 안에 이 저택도 고요한 멸망을 맞지 않겠어요? (그리고는 부드러운 웃음이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변하고 슬쩍 네 입술을 검지 끝으로 톡 건들인다.) 마지막인데 깊은 키스라도 나눠보는 건 어때요? 아, 내가 너무 무례했으면 그냥 넘겨 들어요. (별 말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웃습니다.) 주인이라고 말하면.. 뭐, 사는 사람은 혼자니 주인이나 다름없죠. (어깨를 으쓱인다.)
상사화:난 정말 죽은게 맞구나. (자신도 모르는 제 사인에 머리가 혼란스럽기만 했다.) 난 왜 죽었는지도 알아요, 그러면? 진짜로 티오가 날 살리려고… 더미들을 가지고… (할말을 못 찾아서 말끝을 흐린다. 남자의 손을 따라 부서지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멸망하는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남자의 말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무한 웃음을 지어낸다.) 키스라도 해줬으면 좋겠네... 당신 말고요.
이상한 남자: 죽은 이유를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멸망의 직전까지 그가 이렇게나 당신을 살려내려고 하는 걸 보면... 뭐, 어지간히 당신이 중요한 사람이었나보죠. 그와 대체 무슨 관계였어요? (수상한 남자와 백치같은 당신. 제법 흥미가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라면.. 방금 저택으로 들어갔는데. 혹시 못 만났나요? 하늘을 한참동안 올려보던데.. 바빠보이던데 빨리 쫓아가지 않아도 되겠어요? 나가고 싶다면 도와줄 수 있는데. (부드러운 목소리가 네게 도움을 주겠다 쉽게 말한다.)
상사화: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아낸다). 세상이 미쳐가니까 걔도 미친거겠죠. (아님 죽을 때가 와서 반성이라도 하는거겠지. 생각이 들었지만 확신하진 않는다.) 우리 둘의 관계… (둘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기는 있었던가. 저만 손을 놓으면 금방이라도 툭 끊어질 것 같던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기기만하던 것을 관계關係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당신이 보기엔 어때요? (그렇게 묻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답한다.) 나가게 해주세요.
이상한 남자: 글쎄요. 제법 보기는 좋던데. (즐거운 어조로 가볍게 말하고는 입구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이상한 남성이 알려준 길로 다시 화원의 입구에 돌아왔습니다.
탐사자가 나왔던 문이 활짝 열려,
탐사자에게 화원으로부터 벗어나 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사화:(화원의 입구로 돌아오면, 남자에게 별 다른 말없이 활짝 열린 문을 통해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빨리 너를 직접 보고 싶었다.)
[관찰] 판정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잠깐.
뭔가 달라졌습니다.
홀의 복도에 걸려있던,
세번째 그림이 바뀌었습니다.
화폭 안에 담겨진 상사화의 얼굴이 한 명 더 늘어,
열두 명이 되었습니다.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가운데.
눈을 뜬 상사화의 초상화 하나요.
하얗게 번지는 입김까지 그려낸 것이 꼭,
그림이라기보다.
창문 같을 정도로.
당신의 얼굴을.
눈이 깜빡이는 표정을.
입꼬리가 그려내는 곡선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갑자기.
툭,
하고 거대한 그림이 벽에서 떨어져 엎어집니다.
상사화, 민첩 판정합니다.
상사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하면,
상사화를 향해 덮치듯 떨어져 내리던 커다란 그림이 바닥을 덮고서 쓰러집니다.
...엎어진 쪽으로,
핏물이 질질 흘러나와 붉은 융단에 배어듭니다.
기괴한 현상에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0/1)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2/6/2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첫번째 그림과 두번째 그림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고개를 들어 세번째 그림이 걸려있던 자리를 바라보면,
그곳에는… 검은 문이 존재합니다.
그동안 봐 온 검은 문 중에 가장 작습니다.
몸을 조금 수그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사화:(제 모습이 담긴 그림이 제쪽으로 엎어진다. 운좋게 피하고, 꼭 제가 쏟아낸 것같은 피웅덩이를 바라보다가 검은 문을 발견하고 몸을 수그려 들어간다. 이 좁은 문 끝에는 네가 있을까.)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잡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당신이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모든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이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도 시큰이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다시 큰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상사화:(고통이 느껴지고 나서야 제가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곳너머에는 그 고통을 선사한 네가 있기를 바라며 큰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면 서늘한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습니다.
큰 스크린이 벽면에 내려와 있고,
맞은 편에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여러 개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정면의 책상에 [빔 프로젝터]가 보입니다.
상사화:(빔 프로젝터를 본다)
하얀 빛을 스크린에 쏘아보내고 있습니다.
안에 CD가 들어있다는 표시가 뜹니다.
기능은 몇 개 없는 모양인지,
전원 버튼과 중지 버튼,
그리고 재생 버튼이 있네요.
상사화:(켜지긴 한건가? 전원버튼을 눌러본다)
화면이 꺼졌습니다.
상사화:(...다시킨다)
화면이 켜집니다.
상사화:(기묘...)(재생 버튼을 눌러본다)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것은,
일렉의 얼굴입니다.
살짝 지친 기색의 일렉이 얼굴을 뒤로 물리면,
뒤로 철창이 보입니다.
저곳은… 아까 당신이 지나왔던 지하통로,
그 쇠철창 안쪽인 것 같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상사화가 죽은 뒤로 처음. 드디어 그럴듯해 보이는 상사화를 만들어냈어.
그런 말을 하는 일렉의 얼굴은,
오늘 마주했던 그의 얼굴보다 조금 더 젊고.
그러니까… 당신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표정에서 깊은 회환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비치는 옷깃에 피가 잔뜩 튀어 있습니다.
일렉이 손을 뻗어 카메라의 방향을 조금 트는 듯 하자,
화면은 전환되어 수술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누운 당신을요.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약간 잠겨 쉰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했지. 드디어 이루어 낸 거야. 드디어...
화면을 고정시켰는지 일렉이 손을 놓고 화면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죽은 듯 누워있는 당신을 일으켜 세우고 묻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상사화,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아주 고요한 정적 속,
몰아쉬는 그의 숨소리만 온전한 가운데.
천천히 눈을 뜬 당신은.
옅은 숨을 뱉으며.
선명하게 속삭입니다.
상사화:멍청이.
그리고,
당신은,
아니.
당신을 닮은 그것은 살점과 핏덩이로 녹아내리듯 부서져내리며 일렉의 팔 안에서 한 줌 핏물로 흘러내립니다.
...그가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일렉의 짜증스런 목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암흑으로 돌아가고,
다시 빛이 들어오면 영상이 아까보다 빠르게 돌아갑니다.
수술대 뒤로 수많은 인간의 몸통과 팔다리가 쌓여가는 것이 보입니다.
그 중 수술대에 눕혀질 정도로 멀쩡한 당신의 모습은,
부서진 것 이후 겨우 열 번에 불과합니다.
그는 그런 당신에게 구태여 말을 걸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다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에 등장하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쉬어가고.
표정은 무미건조해집니다.
옷자락에 질척한 피가 묻는 일도 많습니다.
당신이 아는 일렉티오 바시움이 영상 속에서 혼자 서서히 나이들며 흐려져갑니다.
한참 영상이 지나고 나면,
드디어 온전한 ‘12번째의 당신’이 수술대에 눕혀진 화면이 보입니다.
...여기서 영상이 끝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그는,
당신을 살려내겠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인간의 살점을 만지고,
가르고,
죽이고 생을 부여하며 오만하며 모독적인 행위를 저지른건가요.
상사화,
당신은 그러한 사실에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그것이 경멸이든,
희열이든,
혹은 공포든.
상사화, 이성 판정합니다.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1/5/2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에 몇 발자국 뒤로 몸을 물리면,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거칠고 견고합니다.
그래요.
당신에게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한없이 멀고 그립게만 느껴지는 손길.
느낌.
향기.
당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
일렉티오 바시움:...상사화
가라앉은 목소리의 일렉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아직 살아있을 줄은 몰랐는데. 여기까지 왔네. (네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며 말하는 모습에는 그래도 네가 살아있음에 아주 조금 기쁜듯한 기색도 담겨 있다.)
상사화:(제가 알던—제가 기억하던 네 얼굴이 화면에 비추면—그리움 뒤로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졌다. 너를 비웃고, 멱살이라도 쥐고 묻고 싶었다. 이게 네가 원하는 게 맞냐고. 하지만 정작 마주한, 조금, 지친것처럼 보이는 너를 보자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어, 한참을 있다가 쓴미소만 지어내다 말한다.) 멍청이. (낮게 속삭이듯 내뱉는 그 말은, 12번째, 자신도 아까 화면 속 무너지던 그 상사화들과 같이 실패작이라고. 겨울이 지나고, 하늘에서 눈송이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말라죽어 향이 없어질 꽃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왜, 죽어있으면 했어? 그러면 아까 죽이지 그랬어. (하고는, 아직도 시큰거리는 제 목에 손가락을 올려 본다.)
일렉티오 바시움:(지금까지의 실패작과 달리, 말을 해도 부서지지 않는 네 모습을 확인하면 지금까지의 실패작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성공했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제 네 죽음의 어느정도 가치가 생겼다. 그러니 죽이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갈 곳이 있어.
몇 걸음 걸어간 일렉이 흐린 빛이 비추는 스크린을 찢으면,
그 뒤에 드러나는 것은 검은 문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검고, 반듯한.
문의 손잡이를 그가 먼저 잡으며 당신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너와 함께 보기를, 정말로 고대했던 곳이야.
그렇게 말하는 일렉의 표정은.
문가에 비춰지는 흐린 빛을 타고 씁쓸한 것처럼 보입니다.
문을 열면,
높은 계단 몇 개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조명들이 아름답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이 바스라져 내려오는 하늘의 파편들로 얼룩덜룩하게 빛납니다.
이곳은 흡사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종말을 맞기엔 너무나 안정적인 장소.
화원과는 대비되도록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이며 나무의 푸른 잎들이 건재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끝을 맞을 것을 직감했기에 더 진한 생명의 향기가 가득한 실내 화원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고보면,
이 화원의 입구를 가득 장식하고 있는 저 꽃은...
상사화입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처음에는 눈으로 착각했던 하늘의 파편들이 이내 이것이 눈이 아닌 물리적인 무언가임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큰 조각의 형태로 느리게 떨어져내립니다.
대부분은 유리 돔에 부딪혀 떨어지지만,
눈 앞으로,
머리 위로 느껴지는 모든 풍경들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이 없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벌써 이렇게나...
일렉은 가벼운 한숨을 쉬며 당신의 손목을 잡고 화원의 아름답게 꾸며진 오솔길로 발을 옮깁니다.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요.
화원에서 마주쳤던 기괴한 조각상과 흡사한 대리석상들이 원을 이루고 배치되어 있는 그 정 가운데,
어떠한 의식의 일환마냥 일렉은 당신을 데리고 그 곳에 섭니다.
상사화:(함께. 왜, 이제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니까 갑자기 외로워졌어? 묻고 싶었다.) 미친새끼. 그딴 표정 짓지마. 너랑 안 어울려. (입꼬리를 당겨내고 날이 세운 말을 내던진다. 네게 손목이 붙잡혀 들어선 공간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이 위태해보였다.)
그리고,
세계가 종말을 맞아가는 중인 가운데,
조용하게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에 가볍게 헛웃음을 남긴다. 제게 어울리는 것. 그것이 무엇일까. 결국 네가 판단내린 저의 모습이란 과연.)
...상사화, 네 숨을 내게 줘.
그의 손이 당신의 목덜미에 겹칩니다.
그 손길이,
마치… 처음 당신이 눈을 떴을 때 느꼈던 것보다도,
한껏 견고하고 집착이 서려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
망설이다니요,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그런 것이 느껴지나요?
아릿하게 통증이 느껴지는 목덜미를 덮은 그의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갑니다.
이대로라면 당신의 숨을,
그에게 주고 맙니다.
정말 그에게 당신은 이정도의 의미였나요?
당신은 이 종말을 납득할 수 있나요.
이것도 하나의 운명일 뿐이니,
받아들여야 할까요.
선택의 시간입니다.
상사화:(다시 한번 만나서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냐고. 다른 이들의 살점을 갈라내고, 고통과 비명들을 삼키고, 네 절망과 집착을 채워서 만든 나는. 세상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번 너와 마주한 나는 네 마음에 들었을까.) 날 죽이고 싶어? (목덜미를 덮은 네 손 위에 제 손을 얹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서서히 얼굴이 익숙한 고통에 일그러져간다.)
일렉티오 바시움:(피하지 않는 것에 쥐고 있던 손이 점점 억세게 네 숨을 조여낸다.) 네 숨이 필요해. (단지 그 뿐이었다. 그 연구를 계속해서 하고, 수 많은 실패작들 사이에서 겨우 너를 다시 만난 것도 그 정도였다. 그러니 네 숨이 필요한 지금, 취해낼 뿐이었다.)
상사화:(그것 뿐이구나. 일그러져가는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싫어... (얹혀진 손에 힘이 들어간다. 힘없는 두 손으로 네 손을 떨쳐내보려고 한다. 이렇게 끝까지 와서 너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아. 이게 우리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라도.)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밀어내면 쉽게 물러난다.)
상사화, 일렉티오 바시움의 숨을 빼았나요?
상사화:(떨어지는 손길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떨어진 네 손은 계속 잡고 있었다) 왜, 내 숨이 필요하다며. 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