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티오 바시움:(제 이름이 불리면 겨우 고개를 들어 앞에 선 널 담아본다. 역시 이런 일을 할 사람은 너 뿐이었다.)
아, 숨이 막혀옵니다.
상사화는 그런 당신을 보며 슬 웃습니다.
당신을 내려다보는 그 두 눈에는 무엇이 담겨 있던가요?
상사화:일어났어? 평생 못 일어날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고조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가라앉고 거칠어진 목소리를 다듬어내고 말을 내뱉는다.) ...못 일어나길 바랬다는 말처럼 들리네. 왜, 죽이기라도 하려고 그랬어?
상사화:와, 눈치좋네. (하고 말하면 네 앞으로 성큼 다가간다. 끝투머리가 얕게 희어진 눈가에 광기어린 녹안이 널 담아낸다.) 못 일어나면 안 되지..... (나직하게 말하면 정리정돈 안 된 네 앞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더니 이마에 짧게 입술을 맞춘다.) ....넌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니까. (....하고, 입밖으로 내뱉어진다.)
찬 공기를 가르며 그 말만이 울려퍼집니다.
순간 고개를 들어 살핀 그의 얼굴에는 웃음 사이로 명백한 살의가 서려있었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SAN 0/1)
일렉티오 바시움:(휘어진 눈매사이로 얼핏 드러다는 녹색 눈동자가 담고 있는 감정은 선명했다. 눈 앞에 있는 존재를 어떻게든 죽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 순간을 기대하는 모습. 네가 제게 가진 증오가 이 정도였던가. 이런 상황에서도 생각이 이렇게 뻗치는 것을 보면 그래도, 네가 아직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현실감이 없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이마를 스쳐지나간 온기가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 사이 입꼬리를 당겨내본다. 비틀어진 웃음을 지어내고 시선은 널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네가 어떻게 날 죽일지 궁금하네.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21/10/4
굴림:
34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너답지. (비틀어진 웃음을 지어내는 것을 빤히 바라보며 변함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평소와는 다른 것을 본인은 알고 있을까. 휘몰아치는 감정들 속 사이로 제 정신이, 이성이 희뿌옇게 느껴졌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차디찬 손가락이 네 뺨 위로 얹혀지고, 네가 제 손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살짝 더듬이다가
네 귓가에 속삭이듯 중얼거린다.) …이번엔 내 차례야, 그러니 여길 나갈 생각은 접어두는게 좋을거야. (말을 끝내면, 네가 본인에게 향한 그 어떤 믿음도, 오만도 아작내서 부셔버리겠다는 듯, 네 목에 양 손을 올려놓고 거세게 옥죈다.)
일렉티오 바시움:(서늘한 것을 넘어 차가운 손이 뺨에 올라오면, 온기보다는 냉기가 느껴진다. 귓가에 속삭여진 말에 입매가 더욱 비틀어져 조소를 지어낸다. 이어진 네 행동에, 목을 세게 죄는 손길에도 비틀린 웃음은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흥미롭다는 기색으로 널 시선에 담아내고 얄팍해진 숨 사이로 말을 뱉어낸다.) 네 차례라... 내가 널 죽인 적이 있었어? (등 뒤로 묶인 손목이 밧줄에 쓸려 쓰라린다. 네가 날 죽인다고. 네 손은 죽일 듯이 제 목을 쥐고 있음에도 여유가 담긴 붉은 눈동자가 오롯하게 이 공간 속 너만 담아낸다.) 할 수 있으면 해봐, 상사화. 후회할 마음이 없다면.
상사화:(이런 상황이라도 여전하네. 두려움이나 고통은 거녕 흥미를 담고 저를 바라보는 네 얼굴을 바라보면 기억의 언저리에서 너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러면 비웃고 싶어졌다. 이게 네 무심한 오만함과 내 비틀린 애정의 결과라고. 이 예술적이고 광기스러운 작품을 감상하라고. 그리고 그건 현재와 과거의 자신에게 말하는 것과 같았다. 옥죄오는 손길은 멈춤이 없었고 네가 하는 말들을 가만히 듣고나면 후회할 마음이 없을거라고. 아니, 혹시라도 후회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기 전에 일을 치르고 말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네 물음에는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다.) 까먹으면 조금 섭섭한데..... (어차피, 그건 네가 알아낼 몫이니까. 덧붙이고 나면 네 입에 입술을 맞춘다. 네게서 남아있는 숨마저 빼앗을것처럼 달려들어 길게 입맞춤을 하고 나면 입술이 떨어지고 나면 마찬가지로 두 손을 털어낸다. 네 목에 남긴 붉은 자국에 시선을 둔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말라는 듯 너를 한번 제 품에 안아준다. 여기까지 온 거 더한 짓도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그랬다간 나중에 흥이 식을 것 같아 무시하고 뒤돌아서서 문을 열고 방이 울리도록 닫고 나간다.)
문을 열고는,
방이 울리도록 닫고 나갑니다.
계단을 올라가는 그 발소리가 이 곳에 울려퍼집니다.
벽과 바닥에 검붉은, 이미 말라버린 핏자국이 의자까지 나있습니다.
이 곳에 오기 전 피를 흘렸던가요?
그러기엔 옷이 깔끔합니다만……
아, 이 옷… 제 것이 아닙니다.
상사화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손목이 욱신거립니다.
우선 이 밧줄부터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근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죽일 것처럼 목을 죄던 손길과 달리 입맞춤과 포옹은 어느 연인에게 하는 것처럼, 아니 남아있는 흔적을 모두 담고 싶다는 것처럼 보였다. 멋대로 네가 행동하고 떠나고 나면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마른 핏자국들을 담담히 시선에 담아내고, 익숙하지 않은 옷까지. 욱신거리는 목에 짧게 숨을 뱉어내고 밧줄을 끊으려 해본다.)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다시 한번 [근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다시...?)
[손놀림]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저런...
진행하겠습니다.
수차례 힘을 주어 풀어내려 하자 손목이 아려옵니다.
우득, 밧줄을 끊어내려고 하다게 손목이 먼저 아작날 것 같아요.
한참 후, 겨우 밧줄이 끊어지고 남은 부분을 마저 손으로 뜯어냅니다.
무뎌진 밧줄을 그대로 떨어뜨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자,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걷는것조차 힘이 듭니다.
몸이 제 것 같지가 않습니다.
간신히 몸을 이끌고 문가로 다가갑니다.
문고리를 당기자 문은 쉽게만 열립니다.
마치 막지 않겠다는 것처럼.
위로는 끝없는 계단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힘없는 몸을 겨우 추스르고 인상을 찡그린채로 끝없는 계단을 본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는 계단을 타고 걸어 올라가본다.)
조명 하나 없어 앞을 볼 수 조차 없이 어둡습니다.
허나 이 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 외엔 들지 않습니다.
이 곳에 누가 있는지 안 이상,
저를 누가 가둔지 안 이상.
목요일, 19시
조심스레 발걸음을 이끌고 올라온 곳엔 작은 문이 보입니다.
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사람의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집의 내부입니다.
사화의 집인가요?
둘러보니 사화는 없습니다.
그새 어딜 가기라도 한 걸까요?
둘러보자 시계가 눈에 띕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며칠 몇 시죠?
마지막으로 본 날짜는 토요일 5월 2일이었는데 말이죠.
시계에 표시된 날짜와 시간은 5월 7일 목요일, 19시 24분입니다.
문득 커다란 문이 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며칠이 지난거지..?)
… 분명 현관문입니다.
너무나도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만…
문고리에 손에 대고 돌려보자, 역시나 너무나도 쉽게 문이 열립니다.
왜죠?
이렇게 쉽게 문이 열리는 것도 이상합니다만…
뭐.
기회라 생각하죠.
그렇게 황급히 문을 열던 찰나……
잠깐, 이게 뭐죠?
바깥은 온통 검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아니, 그보다 앞에 이건…
검은색의, 문의 크기를 훨씬 넘는 점액질의 액체와도 같아 번들거리는 생물이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쳐다보고 있다고 해야 하나요?
겉에 빼곡히 박힌 것은 전부 눈인가요?
[이성] 판정합니다. (SAN 2/1+1D5)
일렉티오 바시움:(도저히 현실에 존재한다고 믿을 수 없는 생물을 마주하면 정신이 갉아먹혀지는 기분이다.)
SAN Roll
기준치:
20/10/4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1d5
1+
(
3
)
=
4
1d10, 굴려주세요.
일렉티오 바시움:
rolling 1d10
(
6
)
=
6
일렉티오 바시움, 6턴동안 장기적 광기에 빠집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자기의 소중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관계에 맞게 행동합니다.
이젠 어떡하죠?
더 물러날 곳이…
…탕,
허공을 가르는 총성음이 들려옵니다.
분명 이 쪽을 향한…
상사화인가요?
[이성] 판정합니다. (SAN 0/1)
일렉티오 바시움:
SAN Roll
기준치:
16/8/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순간 들었던 그의 목소리가 스쳐 가는 것만 같습니다.
분명 당신을 죽여버리겠다는…….
아니, 당신은 멀쩡합니다.
앞에 있던, 방금 보았던 괴물만이 검은 액체만을 남긴 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충격으로 얼굴과 옷에도 몇 방울이 검게 번져 버렸습니다.
…구해준건가요, 상사화?
무얼 물어볼 틈도 없이 상사화는 당신을 죽일 듯 노려보다가는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다가와서는 방금 쏜 탄환의 온도가 채 식지도 않은 총구를 당신의 머리에 겨눕니다.
그 손 끝은 분노로 인해 떨리고 있습니다.
상사화:…나갈 생각 말고 가만히 있으랬지? (그렇게 말하고 너를 차갑게 노려본다. 잠시 말이 없더니 손을 내리고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널 바라본다. 아니, 비웃었던가?) 그래…… 이렇게 보내기엔 아쉽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마음 바뀌기 전에.
그렇게 작게 읊조리고는 어딘가로 향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
상사화는 당신을 죽이려던게 아니었나요?
물으려던 참 다시 한번 그 두 눈에서 본 감정에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닿았던 그 감각이 선연합니다.
정말 당신을 죽일 셈입니다.
……그럼에도 살려두고 있는건 왜죠?
나갈 수도 없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주위를 둘러보니 [책장], [소파]가 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지금은 마음이 바뀌어서 죽이지 않는 건지, 아니면 죽이기 가장 좋은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지. 지금의 너는 어쩐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분명 상사화일텐데. 네가 사라지고 나면 주변의 책장이 눈에 들어와 살펴본다.)
하나같이 두꺼워 보이는 서적 여러권이 꽂혀있습니다.
한 권만이 방금 봤다 도로 꽂아넣은건지 배열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책을 펼쳐 읽어보자면 온통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힌 페이지가 가득합니다.
이런 책은 왜 있는 걸까요?
페이지를 조금 넘기자, 작은 은색 열쇠가 하나 떨어집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떨어진 열쇠를 주워본다.)
열쇠를 챙길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이런 책은 왜 여기에 있는거지. (열쇠를 챙기고 소파를 살펴본다.)
새 것 같은 깔끔한 소파입니다.
세월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화의 휴대폰이 있네요.
휴대폰은 잠금이 걸려 있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휴대폰에 적힌 시간과 날짜는 5월 2일, 토요일 오전 0시입니다.
아까 시계에서는 5월 7일, 목요일이었지 않나요?
상사화:티오.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봅니다.
어쩐지 조금은, 아니… 많이 누그러진 느낌입니다.
상사화:뭐라도 했어, 와서 먹어.
그가 당신에게 식사를 대접할 정도로 친절했던가요?
하긴,
기억이 맞다면 5일씩이나 가둬두면서 식사 한번 차리지 않는다면 그건 예의가 아니죠.
예의 차릴 사이는 아니지만.
가져다 줄 정도로 친절하진 않네요.
목요일, 21시
목소리를 따라가 보면 부엌에 딸린 테이블에 상사화가 있습니다.
스프 그릇과 스푼이 놓여져 있네요.
형식 상의 나이프와 포크는 있을 리가 없습니다.
사용할 음식도 없고요.
일렉티오 바시움:(휴대폰에 적힌 시간을 보고 나면 오히려 어떤 시간이 맞는 건지 혼란스러워진다.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고 놓여진 음식들을 내려본다.) 너는?
상사화:난 됐어. (하고는 네가 앉기를 기다리는 듯 빤히 바라본다.)
일렉티오 바시움:(빤히 보는 시선에 의자를 꺼내 앉는다.) 딱히 먹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상사화:널 위해서 한건데... (그렇게 말하면 시선이 가늘어진다.) 애써서 만든거거든. 맛이라도 봐봐.
일렉티오 바시움:(무슨 생각으로 저를 여기에 가뒀는지도 모를 네가 주는 음식을 딱히 먹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스푼을 쥐지않고 그저 너를 바라본다.) 그럼 네가 먼저 먹어봐.
상사화:이런것도 내가 해줘야하나. (그렇게 말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스푼을 쥐고 한 숟가락 수프를 떠서 입에 넣는다. 목구멍으로 넘기는거까지 네게 보여주고는 묻는다.) 왜, 먹여줘?
일렉티오 바시움:아니. (네가 먹는 것을 꼼꼼히 확인하고나서야 네가 쥐고 있던 스푼을 가져와서는 수프를 떠먹는다.)
(To GM):지상의 속박을 시전합니다. 이성 9 차감하고, 마력 3 차감합니다.
스푼을 들어 조금 떠먹자니,
별안간 사화가 묻습니다.
상사화:음식은 마음에 들어?
그렇게 묻는 그는 웃고 있습니다.
즐겁다는 듯이.
아까의 그 살기는 어디로 갔나요?
잠깐,
사화의 왼쪽 팔 옷소매가 온통 붉게 젖어 있습니다.
요리를 하던 중 다친 건가요?
아니, 그러기엔 칼을 사용할 요리조차 없는데…
시선을 돌려 부엌의 조리대를 봅니다.
냄비, 주전자, 각종 기구…
그리고 식칼.
칼에 검붉은 액체가 가득 묻어있습니다.
조리대 위, 바닥, 그리고…
스프 그릇에 붉은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불안감에 스프를 휘저어 보자니 스프가 붉어지고는,
그릇의 바닥에서 덩어리진 검붉은 액체가 떠오릅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SAN 0/1)
일렉티오 바시움:
SAN Roll
기준치:
15/7/3
굴림:
1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차감 없음.
이건 상사화의 것인가요?
사화는 웃으며 당신을 쳐다봅니다.
붉은 소매 안에서 벌어진 살로부터 흘러내리는 선혈이 역겹기만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스프에 붉어진 핏덩어리를 보면 휘적이다 보란듯이 스프를 떠먹는다.)
상사화:(의외라는 듯 눈을 살짝 키우나 별 신경쓰지는 않는다.) 잘먹네. (하고 네 입가에 묻은 수프는 제 엄지로 훔쳐내 핥아낸다.) 다 먹었으면 치우게 나와.
일렉티오 바시움:(제 입가를 훔쳐내는 손가락 끝이 닿으면 몸을 물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뱉는 말도 태연스러웠다.) 잘 먹었어.
[듣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거실에서 작게 무슨 소리가 납니다.
상사화의 휴대폰이 거기 있었지 않나요?
눈에 띄지 않게 거실로 가 사화의 휴대폰을 확인하자면,
전화가 와있습니다.
상단바에는 통화 불가 지역이라고 적혀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분명 통화 불가 지역이었지 않나요?
…잠깐, 화면에 뜬 이 번호……
일렉티오 바시움, 당신의 번호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가 옵니다.
대기 화면에 뜨는 문자 역시 발신번호는 당신의 번호입니다.
내용을 확인하자면…
[전화 안받아서 문자로 보내.
내일 23시 XX.
내 집으로 와.
할 말이 있으니까.]
다시 문자를 확인해 보자니 수신일은 5월 7일 목요일 21시 48분입니다.
분명 '새 메세지' 이지 않았나요?
휴대폰에 뜬 날짜는 분명 5월 2일, 0시입니다.
왜 사화는 날짜를 이렇게 설정해둔건가요?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지금 문자를 보내는 건 누구인가요?
왜 사화에게 이 곳으로 오라고…
상사화:……뭐해?
아차,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상사화가 뒤로 다가와서는 당신이 들고있던 자신의 휴대폰을 빼앗아 갑니다.
그리고는 화면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당신을 봅니다.
당신을 보는 그 표정에는 분노,
그리고 당황이 서려 있었습니다.
변명, 아니…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사화의 손에 의해 당신은 벽으로 밀쳐집니다.
조용한 방 안에 충격음만이 울립니다.
밀쳐지고는, 그 두 손이 당신의 목덜미를 잡습니다.
잡고는, 그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저항할 수 없이 강한 힘입니다.
그런 당신의 목을 조르며 상사화는 낮게 웃고는 말합니다.
상사화: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은 진작에 깼어야지. 너는─
너는 날 벗어날 수 없어.
평생 이렇게 살아, 나한테 죽을때까지.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숨이 막혀옵니다.
저항조차 할 수 없습니다.
시야가 흐려집니다.
더 이상은……
토요일, ??시
… 꿈 속인가요?
감각이 붕 뜨는 것만 같습니다.
너무나도 낯익은 공간입니다.
너무나도 낯익은…… 당신의 집입니다.
당신은 단지 서 있습니다.
열린 문 앞에 상사화가 있습니다.
그가 왜 이 곳에 있나요?
잠깐, 상사화…
칼을 들고 있습니다.
칼을 들고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역시 꿈 속에서도 그는 당신을 싫어하는군요.
아니, 그보다 상사화…
왜 그런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나요?
그 표정은 뭔가요?
분명 꿈임에도 무언가를 들어 손을 움직이는 감각이 선명합니다.
서늘한, 차가운 감각.
순식간에 시야는 다시 암전됩니다.
무슨 소리,
상사화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지
금
당
신,
뭘 하고 있나요?
토요일, 3시
……밀려오는 고통에 눈을 뜹니다.
어떻게 된거죠?
다시, 어둡고도 서늘한 공간입니다.
바닥엔 피가 가득합니다.
아니… 피로 웅덩이가 져 있습니다.
이건 누구의 피인가요?
처음 눈 뜬 공간과는 다른─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그대로 피부에 닿습니다.
분명 사화가…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제 몸 같지가 않습니다.
몸이 너무나도 뜨겁습니다.
정적만이 흐릅니다.
정적 사이로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막혀오는 숨 사이로 괴로운 신음이 터져나옵니다.
오한이 들고는 손이 벌벌 떨려옵니다.
곧 누군가 제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보입니다.
부드럽고도,
차가운 손길입니다.
그 손길이 그토록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던가요?
어쩐지 조금 더 의지하고 싶어지는 온도입니다.
그 손 끝에 있는 것은…
상사화입니다.
간신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싱긋 웃어보입니다.
그의 뒤로 사방으로 튄 투명한 액체, 유리조각,
그리고…
깨진 주사기가 보입니다.
상사화:깼어?
작게 깨진 유리조각을 보자,
떨려오는 손 사이로 단 하나의 생각밖에 들지가 않습니다.
약을 썼다.
흐릿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가만 사화를 봅니다.
사화는 나직이 속삭입니다.
상사화:이제야 가만히 있겠네... 나만 봐, 여기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마.
가빠져오는 숨 사이로 사화는 그 차가운 손으로 당신의 손목을 잡고는,
가볍게 입맞춰 보입니다.
그 멍든 손목을요.
…잠깐,
손목에 붉게 상처가 나 있습니다.
아니, 이건 상처라기엔…
명백한 상흔입니다.
칼로 깊게 그은 듯한……
얼마나 깊게 찌른 건가요.
살이 잔뜩이나 벌어져 있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SAN 0/1)
일렉티오 바시움:
SAN Roll
기준치:
15/7/3
굴림:
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차감 없음.
여전히 깊게 패인 상처에서는 선명한 혈액이 뚝, 뚝 떨어져 내립니다.
바닥의 피의 근원은 이것이었군요.
죽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의 깊이입니다만…
왜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죠?
그의 옷에 튄 핏자국이 너무나도 눈에 띕니다.
분명, 상사화의 짓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 손에 잡힌 붉은 손목을 빼내어낸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지러운 정신에, 이 모든 것들이 비현실적이었다.) 뭐야.
상사화:별로 안 아프지? (손목이 빼내어지면 다시 한번 네 손을 쥐어내 깍지를 끼고 좌우로 흔들어본다. 싱긋 웃으며, 네 시선을 빤히 마주한다.) 약 기운이 남아있을 거니까 가만히 있어.
일어서서는, 나가려는 듯 싶더니
다시 한번 뒤돌아서는 내려다 봅니다.
그 얼굴에 서려있던 분노는 어디가고 희열만이 남아있던가요.
비명과도 같은 마찰음을 내는 문을 열고는 나갑니다.
탁, 다시 이 곳에 당신 혼자입니다.
[시계], [책상], [상자], [창문]이 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가만히 있으라고 그 말을 들을 자신이 아니었다. 몸을 일으키고 시계부터 확인한다.)
작은 탁상시계입니다.
시계의 시침은 8시와 9시의 중간 지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잠깐, 이 시계 바늘…… 뒤로 가고 있나요?
거꾸로 흐르고 있습니다.
바늘이 거꾸로 갑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만 같습니다.
아니…
타이머 마냥 남은 시간이라도 알려 주는 것 같아요.
이 시계… 고장난 걸까요?
[건강]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체력 변동 없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이상한 시계네.. (이번에는 책상을 살펴본다.)
나무 책상입니다.
책상은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습니다.
책상에는 작고 투명한 빈 유리병 몇 개가 내팽겨쳐진듯 있습니다.
각자 다른 내용물을 담았던 것 같네요.
빈 유리병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약을 모두 주사한 건가요?
족히 봐도 치사량입니다만… 주변에도 몇 방울 떨어져 있네요.
그 옆에는 메모지가 구겨져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을 ▓▓지 않▓다면 내가 죽는▓?]
[XX.XXX.XX.2일 토요일 0시.]
내가, 라고 쓴 걸 보아 상사화가 적었겠군요.
당신의 집 주소도 적혀있습니다.
구겨져 반쯤 지워진 듯하지만…
내용정도는 유추해 볼 수 있겠습니다.
상사화가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면 그가 죽습니다.
협박이라도 한 걸까요?
그런 협박에 넘어갈 상사화가 아니긴 하지만요.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메모를 자세히 살펴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방금 썼다기에는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메모지입니다만…
글씨도 조금씩 번져 있는 것이 시간을 느끼게 해줍니다.
잠깐, 토요일 0시까지라는 문장의 글씨체가 조금 다릅니다.
더 뚜렷하게 쓰인 것 같기도 하네요.
최근 다시 쓴 것일까요?
[건강]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체력 변동 없음
일렉티오 바시움:(차이나는 글씨를 확인하면 상자를 살펴본다.)
잡동사니를 넣어둔 상자 같습니다.
꽤나 구겨져 있네요.
[옷], 그리고 [책]이 몇 권 들어있습니다.
한 권에 책갈피가 꽂혀 있네요.
일렉티오 바시움:(마구잡이로 넣어둔 상자 안을 보다 옷부터 살펴본다.)
구겨진 채로 대충 버려진 듯이 넣어진 옷입니다.
옷을 살펴보니 검붉은 피로 물들어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되었는지 이미 될대로 검어졌지만.
이 옷, 어쩐지 익숙하지 않나요?
……아, 이 옷, 당신의 옷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이게 왜. (피로 물든 옷을 의문스럽게 본다.)
(옆에 있던 책도 살펴본다.)
거실에서 본 책과 같이 전부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혀 있습니다.
책갈피가 있는 곳을 펼치니 메모 하나가 붙어있습니다.
[되돌렸다. 토요일까지.]
되돌렸다니, 무엇을 말인가요?
아, 밑에 작게 무어라고 쓰여있습니다.
[죽여버릴거야, 진짜로.]
글씨는 휘갈겨진 채로 쓰여 있습니다.
[건강]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체력 감소 없음.
일렉티오 바시움:(토요일까지 시간을 되돌렸으니, 이번에는 죽이겠다는 건지. 메모를 살펴보고 나면 상자를 다시 덮어두고 창문을 본다.)
평범한 창문이었던 듯 합니다만…
나무판자로 그 시야가 막혀 있습니다.
틈새로 옅게나마 빛이 새어들어옵니다.
작게 난 그 틈으로 간신히 바깥이 보일 듯 하네요.
당신이 바깥을 보자면…
바깥세상의 풍경입니다.
온통 밤입니다.
달을 가리는 구름은 흘러가지 않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이에요.
오랜만에 보는 바깥 풍경에 어쩐지,
……아, 깨질 듯한 두통이 순간 몰려옵니다.
[건강]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건강 변동 없음.
두통에 눈살을 찌푸린 것도 잠시…
이게 뭔가요?
창문을 가린 판자의 틈 사이로 무언가가 스멀스멀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검은, 정체 모를것이 잔뜩 기어들어옵니다.
기어와서는, 당신 주변을 감쌉니다.
시야가 잔뜩 검어집니다.
마치 아까 보았던 그것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 다시금 수백, 수천개의 눈이 당신을 향합니다.
한번씩 깜빡이는 것이 소름돋기 짝이 없습니다.
쩌억, 커다란, 사람의 팔만한 이빨이 당신을 향합니다.
이게, 이게 도대체…
이걸 과연 생물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문은 잠긴 채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뒷걸음질 쳐봐도 뒤조차 가득 차버렸습니다.
아, 도망갈 곳조차 없습니다.
온전히 어둠에 가려집니다.
……
이
젠
어떡할까?
………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상사화입니다.
아직 약 기운으로 제정신이 아닌 걸까요?
그 손길에 정신을 차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자 서서히 어둠이,
그 괴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안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끌어안는 그 팔이, 그 손에, 그 온기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상사화가 어쩌면 처음으로 고마운 순간입니다.
그 이유모를 다정함에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한 채,
그에게 안긴 채 그대로 있는 그 감각이 편안합니다.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지만, 상사화는 낮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상사화:가지 마…. 날 버리고 가지마. (흐릿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건 네가 기억하는 저의 목소리였을까.)
목소리가 흐리게만 들려옵니다.
그 낮은 목소리마저 안도감이 듭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몸을 맡긴 채 가만 듣고 있자니 어느새 그의 목소리만이 방 안에 울립니다.
그 울림마저 너무나도 편안합니다.
너무나도…
…푹,
등에 날카로운 감각이 스며듭니다.
순간 숨이 터질 듯 막혀 옵니다.
차가운 금속이 살과 맞닿기를 넘어 관통하는 그 감각이.
옷이 젖어 번지는 그 감각이 선명합니다.
뜨거운 액체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듯이,
아니… 쏟아지듯 번져 내립니다.
시야가 붉어지는 것 같습니다.
모든 감각이, 그에게 안긴 몸이 무너져 내립니다.
상사화:(들어난 네 목덜미를 씹어내고, 붉은 잇자국 위로 입술이 내려앉는다. 그러면 흐려지는 네 시야 속에, 애정 가득한 얼굴이 보여진다.) 왜...
뭘 기대했어?
그는 웃었던가요?
아, 시야가 흐려집니다.
모든 감각이 흐려집니다.
상사화의 온도만이 끔찍이도 따뜻하도록 당신과 닿습니다……
그가 뭐라고 말했던가요?
토요일, 22시
…다시 눈이 뜨입니다.
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그를 받치는 푹신한 이불이 당신의 등 뒤를 감쌉니다.
붉게 피로 물든 침대 위입니다.
절그럭, 하고 쇠의 마찰음이 났던가요.
소리의 근원을 살펴보자니 발목에 족쇄가 차여 있습니다.
사슬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도망칠 수는 없겠군요.
상사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픔과 함께 상체만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자니,
침대 바로 옆에 서랍이 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안도감이 뒤덮는 것도 잠시, 날카롭고 섬뜩한 감각이 등을 꿰뚫는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것은 증오가 아니라 애정이라 이 모든 상황이 우습다. 그리고 눈을 다시 뜨면 침대 위였다. 아예 도망가지도 못하게 족쇄로 단단히 묶어둔 발목이 보이면 헛웃음이 지어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서랍이 보여 살펴본다.)
자물쇠로 잠겨있습니다.
열쇠가 필요한 걸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챙겼던 열쇠가 아직 있을까..?)(뒤적뒤적)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으면 서랍을 열어본다.)
서랍은 작게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그 안에는 [휴대폰], [종이 쪽지], [권총]이 들어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휴대폰부터 살펴본다.)
당신의 휴대폰입니다.
역시 사화가 가지고 있었군요.
화면에 표시된 현재 시간은 5월 2일, 오전 0시입니다.
…분명 전에 상사화의 휴대폰을 봤을 때도 같은 시각이었지 않나요?
일렉티오 바시움:(멈추기라도 한 걸까. 똑같은 시간에 메시지나 전화 같은 무언가 남겨진 것이 없을지 살펴본다.)
사화와의 통화 및 문자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기억과 일치하는지 살펴본다.)
당신의 기억과 일치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살펴보고 기억과 같은 것을 알면 휴대폰을 내려두고 종이 쪽지를 본다.)
세번 접혀 있는 쪽지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듯, 빳빳하지는 않네요.
펼쳐 보자면…
[내가 죽으면 상사화 역시 죽는다.
5월 3일 일요일부터 이 말만 며칠째 반복되기 시작했다.
그 말대로 그가 죽는다면, 이대로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첫줄에 쓰인 문장입니다.
내가, 라니요?
………아, 이건 당신의 글씨체입니다.
문장을 본 순간 다시금 두통이 밀려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네가 죽는다면 상사화도 죽어버릴거야.
누군가의 음성이 머릿속에서 울리듯 스쳐갑니다.
처음듣는 음성인데,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불쾌하기만 합니다.
………당신이 죽는다면 상사화도 죽는다니요?
5월 3일 일요일은 이미 지나간, 기억에 없는 날인데 말입니다.
조작하였다 하기엔 명백한 당신의 글씨체입니다.
다음 문장을 읽어보자면,
[그가 보는 앞에서.]
……문득 어제 꾼 꿈의 내용이 생각납니다.
그 꿈에서 당신은 뭘 하고 있었죠?
상사화가 당신을 그렇게, 슬프게, 애달프게, 또 원망스럽게 본 이유는,
당신이 잡고 있던 것은…
서랍의 권총으로 시선이 옮겨 갑니다.
이내 잡아봅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 감각, 언젠가 마지막으로 느꼈을…
……아, 그랬던가요.
당신을 그렇게나 증오하는 이 앞에서
광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어떤 기분인가요, 일렉티오 바시움.
…… 인기척에 돌아보자면 어느새 문이 열려있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선 상사화가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 손에 칼을 든 채로요.
토요일, 23시 30분
상사화의 옷에는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아마 당신의 것이겠죠.
그저 죽일듯 바라보다간 당신의 손에 들린 종이,
그리고 권총을 보고는 작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어이없다는듯, 아니, 어쩌면…
상사화:(네 손에 쥔 것을 확인하면 네 곁으로 다가가 침대에 걸터앉는다. 칼은 제 무릎위에 올려두었다.) 왜, 죽이려고? (나긋이 말하는 얼굴에는 두려움 하나 서려있지 않았다. 네 뒷목을 제게 끌어당겨, 입을 맞추고, 손은 권총을 쥔 네 손을 움켜잡는다. 그리고 네 손을 천천히 올려 총구를 제 턱 아래에 놓아둔다.) 해, 그럼. (광기어린 시선을 마주한다.)
선택해, 일렉티오 바시움.
그에게 당신은 어떤 마지막을 선사할 건가요?
일렉티오 바시움:(쥐고 있는 묵직한 권총의 촉감이 제법 익숙하다. 자신을 죽이려고 가져온 칼이 아니었던가? 무릎 위에 올려진 칼을 내려다 보고 있으면 멋대로 입을 맞추고 스스로 권총을 겹쳐쥐어 자신의 턱 아래에 총구를 밀어넣는 널 마주할 수 있었다. 광기에 휩싸인 네 시선을 마주하면 문득 의문이 차오른다. 이대로 널 죽이면 자신은 어떻게 될까하는 그런 의문이.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고 했던가. 조금만 더 힘이 실리면 당장이라도 방아쇠가 당겨질 고요한 공간에서 네게 물음을 던진다.) 할 말은 없어?
상사화:(칼로 너를 찌를 수는 있을까. 이대로 죽으면 이 광기도 끝날까, 그건 저도 몰랐다. 너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왜, 듣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야? (그랬으면 내 앞에서 자살하기 전에 묻지 그랬어... 입술이 겹쳐지고 떨어져 그만큼 가까운 거리에 작게 중얼거린다.)
일렉티오 바시움:날 죽이고 싶다는 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단조로운 말이 흘러나온다. 그리고는 언젠가 네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으로 이제는 네 숨을 취해낸다. 방아쇠가 당겨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잘 자, 상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