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감을 따라 시선을 내리면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의 허리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어린 시선이 느껴집니다.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만 바라보면 약간….
그러니까, 사화를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 말 없이 당신을 고개를 들고 바라보던,
누군가를 닮은 것 같은 아이가, 돌연,
상사화:...잃어버린 게 있어. 도와줘.
하고 옷자락을 꾹 잡으며 말해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옷자락을 잡아당기는 낮은 시선을 내려본다. 꼭 상사화를 닮은 것 같은 얼굴을 마주하면 이만큼 닮기도 쉽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을 짧게 한다.) 뭘 잃어버렸는데.
상사화:모르겠어.... 소중한 걸 잃어버린 기분이야. (빤히 시선을 마주하다가 묻는다) 넌 누구야?
일렉티오 바시움:소중한 걸 잃어버렸으면, 스스로 찾아. (제게 맡겨둔 것도 아니면서 도와달라니. 마주한 시선에 담긴 녹안은 상사화를 쉽게 떠올릴만큼의 색이었다.) 궁금하면 네가 누군지부터 말해 봐.
상사화:....생각 나는 게 너밖에 없었어. 그래서 왔어. 그러니까 도와줘. (누구냐고 묻는 말에 고민을 하다 말한다.) 상사화? 그게 나인 것 같아. (어쩐지 확신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외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무언가가 당신이 알던 상사화와 이질감이 느껴졌다.)
일렉티오 바시움:(떠오른게 자신 밖에 없다니. 하긴, 네가 딱히 누군가를 만나거나 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도와줄 것 같아? 그렇게 해서 내가 얻는 이득이 존재해? (상사화인 것 같다니. 꼭 어린 시절의 너를 만난다면 이렇게 생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닮긴 했으나, 그 이유 하나로 네가 상사화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글쎄. 오히려, 저에 대한 기억도 자신에 대한 기억도 불분명하다면 지금 너와 나 사이에 남은 건 제 기억하나 밖에 없었으니, 관계라고 부를 만한 것도 애매하지 않을까?) ...상사화라, 멍청한 얼굴이 닮긴 했네. 일렉티오 바시움. 이름은 알아서 불러.
상사화:… (이득이 있냐는 말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기억이 없는 건 저도 답답하기 때문에.) ...이상한 애들한테 잡혀 있었어. 소중한 걸 잃어버려서, 그걸 찾아야 해서 도망쳤는데 떠오르는게 당신 뿐이였어. (따지는 것보다 해답을 원하는 듯한 말투로 말한다. 그리고 당신에게서 이름을 들으면 다시 한 번 이름에 담아본다.) 일렉티오 바시움. 긴 이름이네.
(그리고 상사화를 닮았다는 말에 덧묻는다) 닮았어? 난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었던 거야?
일렉티오 바시움:겨우 내가 떠올랐다는 이유 하나로 찾아온 것도 신기하긴 하네. (한쪽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간다. 네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걸 더 잘 알고 있는 내게 소중한 걸 찾는 일을 도와달라니. 그래도 붙잡고 있는 손길을 밀쳐내지 않은 것은 네 이름, 남아있는 익숙한 네 얼굴이 끄는 흥미때문이었다. 네 존재에 대한 의문.)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제 이름이 길다는 말에는 별 상관도 쓰지 않는다. 상사화라는 이름을 쓰면서도 그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는 널, 여전히 상사화라고 부를 수 있던가?) 그렇게 멍청해보이는 모습은 아니었지. 꼭 어려진 것처럼 보이네.
상사화:…내가 어려졌어? 잘 모르겠는걸. (하고, 고개를 아래로 내려 제 발치를 바라본다. 이것보다 큰 모습은 제 기억 속에 없었다. 무엇을 해주겠냐는 말에 다시 한번 묻는다.) 나랑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같이 가줄 수 있어? (어딘가 공허한 시선이 당신을 바라보며 묻는다.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고, 당신이 모르는 눈빛이었다.)
대화를 나누다가 보면 어디선가 지직거리는 라디오 노이즈 같은 소음과 이명이 들려옵니다.
‘사화’라고 자칭하는 이의 목소리도
이명에 섞여 제대로 알아듣기 힘듭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노이즈 섞인 이명에 짧게 인상을 찡그린다.)
뭐라고 말했어. (제대로 알아 듣기 어려운 말에 그나마 같이 가달라는 말 정도까지만 들렸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알면 왜 자신을 데려가는지 데려가야 답을 찾을 수 있는 건지는 딱히 물어보고 싶지도 않다. 그저 이명에 대한 짜증을 조금 억누른 목소리로 긍정을 내뱉는다.) 그래, 같이 가 줄게.
상사화:(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여기서 계▒ 노닥거릴 시▒이 없어. (약간 묘하게 초조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당신의 손을 잡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한다.) 가▒▒…. (무어라 말하는 듯 싶었지만 지직 하는 노이즈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 .......▒▒▒▒▒▒▒▒▒▒▒…..
귀가 아니라 뇌 안쪽에서부터 갉아 먹히는 듯한 잡음이 뒤섞여 들립니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소음에 모든 신경이 점령되었을 때,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1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일순 먼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휙 하고 지나간 착각이 듭니다.
직후 곧바로 사화가 재촉하듯이 당신의 손을 잡아 이끕니다.
사화는 무언가 작게 중얼거리더니 허공에 손을 뻗습니다.
공기가, 공간이 균열을 일으키는 것처럼,
종이가 구겨지듯이 공간 자체가 일그러지다 다시 펴집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SAN 0/1)
일렉티오 바시움:(무언가를 본 것 같은데. 이명에 여전히 찡그려진 얼굴이다.)
SAN Roll
기준치:
35/17/7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수상스레 일렁거리는 구멍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온 시야가 노이즈로 뒤덮여 가는 순간,
어리고 따뜻한 손이 당신을 잡아 이끕니다.
-
.....
메스꺼운 감각에 일순 토기가 쏠린 기분이 듭니다.
오색찬란한 빛들이 눈앞을,
시신경을 스치고 지나가며 뇌리에 파고드는 감각.
기묘한 기분과 함께 피부에는 건조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입안에서 까끌까끌한 모래가 씹힙니다.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면 소음과 사람들이 가득했던 도시는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사막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입에 들어온 모래를 뱉어낸다. 짜증)
굉장히 광활하여 혼자 돌아다닐 경우 길을 잃을 것만 같습니다.
가끔 강하게 불어오는 모래바람은 또 어찌나 강렬한지,
손이라도 잡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상대방을 잃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상사화:(불어오는 바람에도 여의치 않고 당신의 손을 꾸욱 잡아낸다.) 이쪽으로 가자. (정확한 길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연하게 자신의 일부가 있다는 느낌을 따라가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걸어가면, 멀리서부터 맨눈으로 보이는 새하얀 돔 형식의 건물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새하얀 돔 형식의,
현대 문명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달 되어 보이는 건물이 보입니다.
외관상으로는 들어가는 입구조차 분간되지 않을 만큼 기형학적인 무늬들이 벽마다 세공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안쪽에 자기가 찾는 것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당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깁니다.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면, 건물 주변을 서성거리는 무언가와 마주칩니다.
으르렁거리며 짖는 모습은 네 발의 짐승,
그러니까 개와 닮기도 했습니다만 본질적으로는 다릅니다.
크기는 적어도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짐승들보다 조금 더 크고,
몸 하나에 두세 개의 머리가 달려 저마다 불규칙하게 짖어댑니다.
털 하나 없이 그저 새카만 피부에 근육으로 인한 골격만이 보이고,
네 발은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두껍고도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모래가 날리는 바닥을 움켜쥐는 듯이 서 있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여긴 현실이 아닌가?)
SAN Roll
기준치:
34/17/6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날 선 경계하는 눈빛은 두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목줄 같은 것도 달려 있지 않아, 침입자라 여겼는지 그대로 달려듭니다.
케로베로스:
비무장
기준치:
50/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커다란 짐승이 일렉에게 달려듭니다.
회피하거나 반격할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따라온 걸 후회하고 싶어지며 회피한다.)
회피
기준치:
33/16/6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민첩하게 공격을 회피합니다. 피해는 없습니다.
그때 성난 이빨을 드러내며 그것이 달려들자,
아이가 갑작스레 당신의 앞을 가로막아 섭니다.
양손을 올려 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돌연, 기이한 짐승의 움직임이 멈춥니다.
아이를 관찰하듯 주변을 서성거리자 아이가 짐승의 머리를 천천히, 덤덤하게 감정이 담기지 않은 표정으로 쓰다듬기 시작합니다.
상사화:(쓰다듬는 손길을 멈추지 않고, 너를 향해 묻는다.) 일렉티오, 너는 이게 무서워?
일렉티오 바시움:(? 네 손에 순한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구는 것에 짧게 헛웃음을 뱉어낸다.)
그런 걸 잘도 쓰다듬네.
제 몸짓보다 한참이나 큰, 자칫 방심했다간 짐승의 세 마리가 입을 벌린다면 저항하지도 못한 채
한입에 그대로 물어 뜯길지도 모를 정도로 당신은 나약한 몸체인데.
그런데도 사화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한참이나 그것의 맨피부를 느릿하게 쓸어내립니다.
상사화:글쎄... 그냥 이것이 꼭 나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고개를 기대 뺨을 비비며 달래주는 것 마냥 작게 속삭인다.) 괜찮아, 잠깐만 들어갔다 올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상사화:...이것봐. (짐승에서 떨어지면 당신을 이끌어 세공된 틈 사이에 툭 걸리는 부분을 보여주고 눌러본다.)
버튼을 누르면 기이잉 하고 무언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늬들 사이로 은은한 연두색 빛깔의 형광 불빛이 나기 시작하고,
돔의 한쪽 벽면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합니다.
케로베로스는 들어가지 않고 계속 앞에 서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자신처럼 보인다니,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다른 걸 보고 있음을 확신한다. 하긴, 도시에서 광할한 사막으로 이동한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니. 버튼이 열리고 벽이 열리면 네 손목을 잡아 끌려다 높이감이 평소와 다름을 깨닫고 손을 잡아끌어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면 새하얀 건물 내부가 보입니다.
인류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것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 것 같습니다.
분위기나 은은하게 맡아지는 소독 향은 병원을 떠올리기도 쉽습니다만,
카운터나 기타 편의 시설 같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들어서자마자 긴 흰색 벽의 복도가 이어져 있고,
문 같은 것이 일렬로 있을 뿐입니다.
새까만 전광판은 꺼진 것 마냥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손으로 만져보면 그제야 윙 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미약하게 나더니 화면에 글자가 푸른 빛으로 들어옵니다.
다만 영어나 여타 다른 국가의 언어가 아닌, 처음 보는 듯한 글자입니다.
<크툴루 신화>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알아보지 못할 글자들로 가득찬 화면에 그제서야 네 손을 놓고 묻는다.) 뭐라고 적혀있는지 보여? (분명 원래의 너라면 읽지 못하겠지만, 지금의 넌 제가 알던 상사화는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면을 읽어줍니다.
아무래도 각 방에 대한 설명인 듯합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ROOM A: X
ROOM B: OUT
ROOM C: OUT
ROOM D: OUT
ROOM E: IN
ROOM F: IN
상사화:(얌전히 전광판을 바라보다 방 A를 손으로 가리킨다.) 여기가 내 방이었어.
일렉티오 바시움:(유일하게 표식이 다른 방. 자신의 방이었다는 말에 의문이 들어차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있었어?
상사화:(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서 잠을 자고, 잠자는 시간이 아니면 기도를 올리거나 먼 곳에서 온 다른 것들과 이야기를 했어.
일렉티오 바시움:이상한 애들한테 잡힌 곳이 여기라는 말이야? (그런것치고는 스스로 다시 걸어들어오고, 입구에서 친한 존재라도 마주한 듯 쓰다듬던 모습을 보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상황보다는 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네 방에 가자고?
상사화:당신이 원한다면. 보고 싶어?
일렉티오 바시움:(말을 피하는 것에 빤히 보다 먼저 돌려낸다.) 궁금해서. (그리고는 먼저 Room A쪽으로 걸어간다.)
방 A로 다가가면 근처에서 텅, 텅, 텅 하는 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소리의 방향은 F이고, 문이 고장나기라도 했는지 작은 틈을 두고 계속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방A 문 앞에는 코드를 입력하는 란이 있습니다.
상사화:(0401, 제가 기억하는 숫자를 입력한다. 방문이 열리고 먼저 들어가 당신이 따라오기를 기다린다.)
안으로 들어서면 침대와 책상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시트도 정갈하게 정리되어있고, 마치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분위기가 풍기는 방입니다.
더 둘러볼 것은 없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여기서 지내긴 했던건지 사람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방을 가볍게 둘러보면 볼 것도 없어 금세 관심이 식는다.) 아무것도 없네.
(오히려 뒤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에 신경이 쏠려 방A를 나와 방F쪽으로 간다.)
문이 고장나기라도 했는지 다가가면 텅, 텅,
하는 소리를 계속 내며 좁은 틈이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합니다.
문을 열려면 <근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문을 열어보려고 한다.)
힘을 써보자 겨우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운을 엽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앳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친구?
방안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차츰 어둠에 익숙해지면 겨우 방 중앙에 사각형의 거대한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챕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자놀이를 하는 것처럼 천막이 쳐진 박스입니다.
성인이 들어가는 것은 무리고, 기껏해야 어린아이 한두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입니다.
천막 너머로 누군가가 있는지 들썩거립니다.
한 번 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너희는...누구야?
일렉티오 바시움: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어둡고 좁은 공간, 여긴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 “친구"가 아니구나.
일렉티오 바시움:(애초 친구같은 건 제게 존재하지도 않는데.) 누굴 기다렸는지는 몰라도 기다리는 이가 아니라서 아쉽겠네.
: 넌 모르는거야? 이 집의 주인 말이야. 친구는 자신들 외에 누구도 이 방에 들어올 수도 없고, 만약 들어오더라도 절대로 대화를 해선 안 된다고 했어.......
일렉티오 바시움: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서 귀찮은 룰이네. 그리고 너 이미 나랑 말 섞었잖아. (보이지 않을 비웃음을 짓는다.) 주인도 친구도 누굴 말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 의외네.... 나는 너무 오래 혼자 있었어. 외로워. 그러니까... 너희가 이 방에 온 건 비밀로 해줄게.
이후 방 안에 불이 들어옵니다.
환해진 방안은 어쩐지 아이의 방처럼 채도 높은벽지에 천장에는 모빌이 달려있고,
벽에는 크레용으로 그림이 그려진 도화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바닥에도 종이가 한가득 있으며,
장난감이나 그림책 같은 것들이 즐비합니다.
[작은 책장]과 [책] 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환하게 불이 들어오면 그제야 놀이방과 같은 모습을 둘러볼 수 있었다. 작은 책장부터 시선에 들어와 살펴본다.)
책이 가득 꽂혀있습니다.
몇 권은 방금까지 읽기라도 한 것인지 펼쳐진 채로 근처의 바닥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책장 밖으로 나와 위에 올려져 있는 동화책 두 권이 보입니다.
한 권은 「아기 돼지 삼 형제」,
다른 한 권은 제목이 적혀있지 않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방에 어울리는 동화책인가? 제목이 적혀있지 않은 책을 펴본다.)
그림 동화책인 것 같지만 적혀있는 것은 당신의 모국어도, 외국어도 아닙니다.
상사화:뭐라고 적혀있어? (당신 곁으로 다가가 올려다본다.)
일렉티오 바시움:모르겠는데. (이것도 네가 읽을 수 있을까 싶어 책을 보여준다.)
상사화:(책을 보여주면 읽으려고 해본다.)
크툴루 신화
기준치:
30/15/6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난 모르겠어. (하고는 뒤를 돌아봐 이름모를 아이를 가리킨다.) 저 애한테 물어보는건 어때?
일렉티오 바시움:그래야겠네. (별 도움되지 않는 널 지나쳐 아이에게 가서 책을 내밀어본다.) 이거, 뭐라고 적혀 있어?
???: 잠깐만, 너무 가까이 오지마. 친구가 싫어해. 아무에게도 나를 보여주지 말라고 했거든. 동화책 말하는거야? 나보다 어른이면서 글도 못 읽으면 어떡해.
아이의 설명에 따르면 멸망해가는 마을에 신들이 찾아와,
그 마을을 불행에서 구원하는 내용이라 합니다.
???: 신들은 마치 친구를 닮았어. 게다가 조금 신기했던 건, 구원받는 건 생명체가 아니라 그 행성 자체였어. 마지막은 아마... 행성이 오래 살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지워버려야 한다, 는 말이 있었어. 결국 우리는 모두, 무(無)로 돌아가야 한다고.
상사화:(아이의 말을 듣고도 덤덤했다.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체. 책장에서 다른 동화책을 꺼내 살펴본다. 그리고 당신에게 건낸다.) 읽어볼래? '아기 돼지 삼 형제'래.
일렉티오 바시움:(동화라고 하기에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 같은데. 모든 동화가 해피엔딩은 아니었으니. 그리고는 네가 건낸 책을 받아본다. 어린시절에도 읽었던가 싶지만 내용은 알고 있으니 책을 넘겨본다.) 줘봐.
「아기 돼지 삼 형제」:
흔한 동화책입니다만, 살펴보면 조금 내용이 다릅니다
돼지 삼형제가 나오는 것은 맞지만 형제들은 각자 집을 지은 것이 아닌,
황폐해진 마을에서 떠나기 위해 각자 이사 갈 새로운 지역을 찾고 있습니다.
첫째 돼지는 겁쟁이였기에 황폐해진 마을에 홀로 남기를 택해 유전자가 변형된 늑대에게 산채로 잡아먹혔고,
둘째 돼지는 배를 타고 떠나다 그대로 난파되어 익사하였습니다.
반면에 막내 돼지는 마을에 찾아온 이방인을 따라 숲속으로 떠났으며,
이후의 내용은 막내 돼지의 여행담으로 이어지다 깊은 숲에서 이방인의 칼에 찔려 심장이 적출되는 장면이 삽화로 들어가 있습니다.
분명히 그는 쓰러졌으나, 그런데도 적출되어 이방인의 손에 들린 그의 심장은 선혈의 빛을 내며 뛰고 있는 장면을 끝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분명한 것은, 일련의 상황 속에서 그는 단 한 번도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치 그것이 진정한 구원이라도 되는 마냥 오히려 막내 돼지는 이를 행복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마지막 장에서도 이러한 전개를 “해피엔딩”이라 칭하며
“그리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뻔한 문장으로 끝이 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제법 까먹긴 했지만 이런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누굴 위한 해피엔딩이라는 건지. 조금 어이가 없어 헛숨을 뱉어낸다.) 이런걸 잘도 읽네.
상사화:그게 왜? (내용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책도 주워서 당신에게 보여 준다.)
아이가 건내준 책은 몇 장 넘겨보면 뒷부분은 아예 페이지들을 다 붙여두었고,
속만 파둔 것인지 책 가운데에 무언가가 박혀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주워준 책을 넘겨보다 속이 파인 곳에 박힌 것을 자세히 본다.)
살펴본다면 복잡한 무늬가 세공된 칼입니다.
칼날을 잘 갈아둔 것처럼 굉장히 날카롭습니다.
은색의 고풍스러운 디자인입니다.
손잡이 부분과 칼 등에는 각각 다른 무늬가 세공되어 있습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칼이 왜 이곳에?)
허매
동화책에서 이방인이 막내 돼지를 찌른 칼과 비슷합니다.
더 이상 둘러볼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칼을 챙길 수 있으면 챙겨보고 책을 살펴본다.)
당신은 칼을 챙깁니다. 책을 더이상 볼 게 없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칼을 챙기고 가볍게 방을 둘러본다. 딱히 더 둘러볼 건 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네 친구나 주인에 대해 말할 생각은 없나보네.
???: 친구는 그냥 그 애들과 나를 지칭하는 말이야. 나는 그 애들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나는 이름이 없으니까 그렇게 부르기로 약속했어.
다 둘러봤으면 어서 나가줘. 너희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면 친구가 화낼거야... 친구는 내가 아주 말을 잘 들으면 아름다운 곳으로 보내주기로 했어. 그러니 나는 친구의 말을 들어야만 해.
상사화:알았어. (아이의 말을 듣고는 당신의 손을 잡아 끌어 밖으로 나간다.) 더 둘러보고 싶은 방이 있어?
사람이 없는 방은 기본적으로 잠겨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어. 열쇠 따위가 있는 게 아니라 무언가 다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건지... 열어볼 방도가 없으니, 들어갈 수 있는 곳만 들어가자.
일렉티오 바시움:(제가 보기에는 다 비슷해보이는 방이라 훑어보고는 다시 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네가 잃어버린 걸 찾으러 여기로 다시 왔는데, 넌 가고 싶은 곳 없어?
상사화:그러면 아도나의 방으로 가볼래? (하고 방E 쪽을 가리킨다.) 다른 방들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아무도 없었어.
일렉티오 바시움:(방 E와 F만 IN이라고 적혀있던 것을 기억하면, 나머지 방들은 비어있거나 쓸모없다는 뜻인가 싶었다. 네가 가리킨 곳을 보고는 네 손을 잡아 끌어 먼저 걸음을 옮긴다.) 그래
ROOM E
방문의 전자판에는 녹색 글씨로 “IN”이라 쓰여 있습니다.
문고리를 돌려보면 잠겨있지 않으며 그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린 한기가 느껴집니다.
창문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고,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것인지 내부는 꽤 어둡습니다.
어둠에 차츰 익숙해지면 희미하게 안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간소하지만 조금 큰 사이즈의 침대, 책상, 그리고....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고 있는 남성이 보입니다.
상사화:(남자에게 다가가서 가만 바라보다 묻는다.) 아도나?
아이가 이름을 부르자, 남성은 듣자 화들짝 놀라며 어깨를 좀 더 움츠립니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염불처럼 계속해서 같은 말을 되뇝니다.
아도나: 죄송합니다잘못했어요살려만주세요무서워요아무것도몰라요죽고싶지않아요돌아가고싶어요...
상사화:아도나? 나야.
아도나는 고개를 듭니다.
다만 그 직후 얼굴은 사색이 되고,
마치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앉은 채로 뒷걸음질 치다 사지가 떨리기 시작합니다.
아도나: 사..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아직 죽고 싶, 지 않아요 너무 아파요 살려주세요,
계속해서 같은 말만을 반복하다 흐느끼고,
불규칙한 울음소리를 내며 경련을 일으킵니다.
그러다 일순 온몸의 떨림이 멈춥니다.
그대로 옆으로 픽, 쓰러집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아까와 달리 이름이 있네. 하는 생각도 잠시 사화와 아도나가 말을 주고 받으면 손을 풀고 걸음을 물려 상황을 지켜본다. 공포에 휩싸여 같은 말만 중얼거리고, 오히려 무엇을 봤는지 더 새파랗게 질린 모습까지 보고나면 쓰러진 것에 짧게 혀를 찬다.) 쟤, 쓰러졌는데.
상사화:(다가가서 살펴본다.)
쓰러진 아도나는 이미 숨이 끊겨 있습니다.
두 눈도 감지 못한 채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을 본,
겁에 질린 모습 그대로 멈추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해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은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가 손을 뻗어 아도나의 눈을 감겨 줍니다.
그리고는 작게 무언가를 중얼거립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입니다만,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상사화:(잠든 아도나의 표정이 편안해지는 것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당신에게 묻는다) 여기서 더 보고 싶은게 있어?
[침대]와 [책상]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면 방을 둘러보고 싶어져서 침대쪽으로 다가가 살펴본다.) 걔는 어디 안 옮겨줘도 돼?
침대는 사용을 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시트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최근에 사용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상사화:옮기려고 해도 내가 못 옮기는걸...
일렉티오 바시움:(여기서 자기는 한건지, 깨끗한 침대에 관심을 거두고 책상 쪽으로 간다.) 그럼 여기 계속 놔둬도 되는건가 보네.
책상 위에는 노트 한 권이 올려져 있습니다.
비주기적으로 써온 아도나의 일기입니다.
아무래도 이곳에 왔을 때부터 썼던 것 같습니다.
상사화:(별말 하지 않고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옆으로가 책상을 살펴본다.)
일렉티오 바시움:(일기장을 살펴본다.)
대충 넘기며 읽어보면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이런 내용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일기장을 읽고나면 흘긋 상사화-라고 추정되는-를 본다.) 뭐 해.
상사화:...그냥 당신을 보고 있었는데. 다 읽었으면 나가자.
일렉티오 바시움:(죽음으로 고통이 해결되었을까. 놀라며 고통 속에 죽어갔음에도 죽음으로 이룬 도피는 성공했을까. 자신의 방에서 쓰러진 아도나를 잠시 보고는 방을 나선다.) 이제 어디로 갈건데.
상사화:저기로 가자. (하고는 방??을 가리키고 네 손을 잡고 이끈다.)
안으로 들어서면 큰 철문이 두 개 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게 잡힌 손을 내려보고는 조용히 잡아빼고 덤덤히 걸음을 옮겨 간다.)
왼쪽문과 오른쪽문을 살필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왼쪽에 있는 큰 철문부터 본다.)
왼쪽 문은 수상스러운 문양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회색빛의 묵직한 문은 척 보아도 그냥 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사화:(당신의 시선이 왼쪽으로 향한 것을 보고는 옷자락을 잡고 오른쪽으로 이끈다.) 저긴 가지마.
일렉티오 바시움:(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여린 손길에 시선을 거두고 오른쪽 문을 살펴본다.) 왜, 저기로 가면 죽어?
상사화:…그냥 가고 싶지 않아. (하고는 오른쪽문을 바라본다).
오른쪽 문의 위에는 어떤 문구가 적혀 있고,
문 중앙에는 가로로 큰 원형의 문양이 차례대로,
왼쪽에서부터 나열되어 있습니다.
가장 왼쪽의 문양은 팔다리가 한쪽씩 없는 노인이,
중앙의 문양은 바닷가에 서 있는 청년이 보입니다.
마지막 오른쪽의 문양은 그보다 어린아이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채로 그저 서 있습니다.
각 문양 속의 사람들의 복부에는 작은 홈이 보입니다.
상사화:(당신이 못 읽을 것 같은 문구를 읽어준다) ‘이 중 구원받은 이는 누구인가?’ 래.
일렉티오 바시움:구원이라.. (책 속에서 얻었던 칼을 꺼내본다.) 이걸 써라는 말인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해보고는 널 본다.) 누구로 할까.
상사화:그건 당신이 결정해.
일렉티오 바시움:(곰곰, 생각해본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까 읽었던 동화책이 기억납니다.
저 세 사람은... 어쩌면 세 돼지를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잡아먹힌 첫째, 익사당한 둘째, 그리고 구원받은 셋째가 떠오른다.)
구원... 막내 돼지가 칼에 찔려 죽었던 것을 기억 해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구원받은 건 막내였으니. 어린아이 복부의 홈에 칼을 찔러 넣는다.)
문이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깥보다 조명이 다소 어둡지만,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닙니다.
괜스레 공기가 무겁다는 기분도 듭니다.
투명한 유리관에 든 기이한 생명체들이 보이고,
한쪽에는 통로, 그러니까 복도를 만든 것처럼 원통형의 철제 통들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안에는 두 사람밖에 없는데도,
어째서인지 당신은 수십의 시선이 닿는 듯한 기분입니다.
관찰당하고 있다는 께름칙한 느낌에 소름이 돋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SAN 0/1)
일렉티오 바시움:(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더러워진다.)
SAN Roll
기준치:
33/16/6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방으로 들어오면 곧장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유리관]과 [철제 원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두리번 거리는 상사화를 닮은 아이를 내버려두고 유리관을 살펴본다.)
형체 없이 물컹한 무언가가 유리관 안의 물속에 둥둥 떠 있습니다.
흐물거리는 모양은 푸딩 같기도 하고,
어딘가 사람의 피부를 연상시키는 색 탓에 기분이 조금 불쾌합니다.
그밖에 볼만한 것은 없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썩 보기 좋진 않는 유리관은 계속 보고 싶지 않아서 첼제 원통을 살펴본다.)
똑같은 크기, 똑같은 질감의 원통들이 마주 보는 형태로 일렬로 두 줄을 이루고 있습니다.
공간 사이로 평균 성인 세 명이 나란히 지나가도 넉넉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
마치 통로나 복도 같기도 합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째서인지 시선에 대한 압박감이 심해집니다.
자세히 보면 통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상사화:(원통 복도로 들어서면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 어디쯤 있는것 같은데...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주위를 둘러보면 몇 걸음 빠르게 걸어가다 한 원통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일렉티오 바시움:(이름표들이 붙어있는 통들을 보고는 무언가를 찾는 상사화를 닮은 아이를 본다.) 여기에 있어?
열어보면 반짝이는 눈물 모양의 보석이 달랑 들어있습니다.
피처럼 붉은 보석은 어딘가 당신에게 그리운 감각이 들고, 또 친근감이 듭니다.
상사화:응. (하고는 보석에 손을 뻗는다.)
(보석을 손에 쥐면 살갗이 뜯기는 고통에 머리를 부여잡고 한참을 불규칙하게 숨을 내쉰다. 빛이 사그라들고 짧아진 머리카락. 조금 커진 체격. 당신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고,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혐오, 적대, 원망, 두려움, 그리고… 연민? 이게 ‘내’가 당신에게 느끼던 감정이야?
일렉티오 바시움:(보석을 쥐고 마치 그것에 담겨 있던 것들이 네게 옮겨지듯 아니, 존재만으로 따진다면 그 보석 자체가 지금 눈 앞에 있는 너보다 더 '상사화'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눈을 깜빡이면, 이제는 어린아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사춘기 직전의 소년같은 모습에, 네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말에 삐뚜름한 비웃음을 날린다.) 연민이라... 날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네. (여전히 내려다보는 시선은 변하지 않고, 원래의 서늘함이 돌아온다.) 날 보고 느끼는게 정말 그게 전부야?
상사화:글쎄...... (머릿속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정보가 흘러오지만 그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마치 아기가 눈을 떴을 때 가장 처음 본 이를 부모로 여기는 감각과 같은, 감정의 찌꺼기들만이 애매모호하게 남아있었다. 아니, 기억이 완전히 돌아왔다 해도 두 사람의 관계를 쉽게 정의할 수 있었을까. 가슴이 미어지는 이 기분은 부정적이기도 했지만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껍데기 없이 객관적으로 본 자신의 모습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우리 둘은… 연인 사이는 아니고. 그럼 짝사랑인가? 납득할 수 없네... 당신이 더 잘 알겠지. 말해봐, 우리는 어떤 관계였어? (당신의 서늘한 눈은 피해내지 않는다.)
일렉티오 바시움:연인 사이라고 말하기는 우습지. 날 좋아하고 있었어? (그건 좀 재밌네. 짧게 덧붙인 말은 그 감정에 대해 오히려 흥미, 재미 그래 딱 그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남이라고 하기에는, 지나가는 이름 모를 이들이 오히려 우리보다 사이가 좋지 않을까? 관계의 정의란 이렇게 불완전하다.) 글쎄... 너와 같은 관계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 무언가를 흉내낸듯 겉은 존재하지만 들여다보면 속은 아무것도 없는. 그 겉에 존재하는 것도 무엇인지 정확히 지칭할 수 없는 그런 관계라고 말하면 이해하겠어? (너와 나는 이미 각자의 뒤틀림 안에서 제대로 맞물리지도 못하고, 빼내지도 못하는 잘못 맞춰진 퍼즐과 같았다. 구멍에 맞는 모양을 맞춰 끼웠다면 좋았을텐데, 억지로 모양에 맞지도 않는 조각을 쑤셔넣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구멍만 더 파헤쳐지는 그런 퍼즐이.)
상사화:모르겠네…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싫어할 수도 있는 건가? 좋아하는 건 긍정적인 감정 아니야? 나는 당신에게… 긍정적인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걸. (당신이 한 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언가를 흉내낸 것. 속은 아무것도 없는 것. 그 말에는 눈썹이 작게 씰룩인다.) 당신은 내가 ‘상사화’를 그냥 흉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일렉티오 바시움,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상사화는 어떤 사람이길래. 복잡하다고 느껴졌지만 딱히 어떤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아니, 이해할 수 없어. 지금은 그냥 암기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 뿐이야. 받아들이기는 힘드네.
대화를 나누고 있을 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상사화?
마치 여러 명이 속닥거리는 듯한 소음이 들려옵니다.
???:맞다니까,
하지만 전혀 다른걸.
그렇지만....
바로 근처에서 들립니다.
분명 주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만,
마치 두사람을 둘러싸고 소곤거리는 것만 같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SAN 0/1)
일렉티오 바시움:(아무것도 보이지 않은데, 꼭 누군가 곁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SAN Roll
기준치:
32/16/6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그때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외칩니다.
???: 너희는 누구야? 처음 보는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 걸어가지 않아도 보이는 철제 원통 하나에서 목소리가 들려 나옵니다.
약간 낡은 라디오를 틀어 놓은 것처럼 지직거리지만, 목소리는 명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원통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상사화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둔다. 펼쳐진 적도 없었겠지만.) 궁금하면, 네가 누군지부터 말해야지.
안젤리카: 난 안젤리카야.
다른 녀석들이 자꾸 저 꼬마를 다른 애로 착각하지 뭐야. 새로 들어온 신입이야?
상사화:(당신을 따라 원통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덤덤하게 말한다.) 네가 안젤리카구나. 상사화야.
안젤리카: 상사화? 사화라고? 거짓말. 내가 아는 사화는 너 같은 꼬마 애가 아니었어. 게다가 본질적으로 전혀 그 애답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는데.
상사화:...나는 상사화가 맞아.
일렉티오 바시움:(멀찍)
안젤리카: 아냐, 넌 사화가 아니야. 겉모습도 다르고, 그 애는 너처럼 빈 껍데기 같은 애가 아니었어. 닮기만 했지 전혀 사화가 아니야. 왜 그 애인 척하는 거야? 대답해, 난 ‘네가 누구냐’고 물었어.
다소 공격적인 어투, 그리고 지금의 사화를 부정하는 듯한 말에
어느새 사화는 입을 다물고 그저 침묵합니다.
침묵하는 사화를 두고 안젤리카는 계속 떠들어댑니다.
안젤리카: 너는 사화가 아니야! 그저 어설프게 흉내 낼 줄밖에 모르는구나!
???:사기꾼! 가짜!
저 멍청한 연기 좀 보라지!
사화는 아무 말 없이 바닥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라디오를 여러 개 동시에 틀어놓은 것만 같은,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음들이 청각을 어지럽힙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부딪히는 소음들이 이리저리 섞여 두통을 유발한다.) 얘가 누구인지가 중요해? 네가 안젤리카라고... 아도나 일기장에서 본 이름이네.
안젤리카: 그래. 아도나를 알고 있어?
일렉티오 바시움:아까 방에 다녀왔는데. 혼자서 중얼거리더니 죽더라고. (무심하게 튀어나온 말은 배려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안젤리카: 죽어? 아도나가 죽었어?
상사화:(대화하는 것을 가만 듣고만 있는다. 그리고 당신의 손끝을 잡고 밖으로 이끈다.) 나가자.
지직, 지직하고 기분 나쁜 라디오 노이즈가 다시금 들립니다.
사막으로 오기 전 들었던 소음과 동일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죽었어. (무감각한 말이 튀어나오고 네가 이끄는 것을 보면 손을 떼어내고 반걸음 정도 옆으로 떨어져 걸음을 옮긴다.)
상사화:빨리와. 지금 당장 나가야해, 누가 오고 있어... (떼어내는 손길을 다시 한번 잡고 당신을 끌어당긴다. 발걸음이 조급해보인다.)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화는 당신의 손을 잡아끌며 밖으로 나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잡아 당기면 이번에는 놓지 않고 따라 나선다.)
정처 없이 두 사람은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사막을 걸어 나갑니다.
까끌까끌하고 텁텁한 모래알이 입안에서 씹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따금 불어오는 거센 바람 탓에 눈을 뜨는 것이 힘겹습니다.
손안에 다 들어오는 작은 손이 당신의 손을 좀더 세게 잡아 옵니다.
앳된 손은 따뜻해서, 오히려 눈을 뜰 수 없는 지금에서야 정말로 사화가 옆에 있다는 상상이 자연스레 되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볼 수 없어서 사화가 느껴진다니.
마른 웃음이 나는 상황입니다.
계속 말없이 걷던 사화는 드물게도 머뭇거리는 듯이 입을 엽니다.
그러다 그대로 멈추어 섭니다.
상사화:...미안해. 괜히 너를 끌어들여서.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갈래?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전과 같은 덤덤하지만 조금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뒷모습은 모래바람 때문에 희미하게 보였다.)
일렉티오 바시움:(아예 오지 않았다면 모를까. 여기까지와서 물러나기에는 성격에 맞지 않았다. 거센 모래바람 사이 희미하게 보이는 널 흘긋 보고는 잡고 있던 손을 고쳐 다시 단단히 쥐었다.) 여기서는 돌아가기도 애매할 것 같은데, 계속 데려가 봐. 어딘지 보기라도 하게.
상사화:(당신의 말에 그저 말없이 손을 더 꾸욱 쥐어내고 앞을 향해서 걸어갔다.) .....어쩌면 나도 안젤리카와 같을지도 몰라. 나도 그들처럼 미쳐버려야 하는 걸까? 진짜 상사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조금 전 실험실에서 들었던 말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 때문인지 조금 침울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일렉티오 바시움:(잡힌 손을 따라 제법 비슷한 속도로 걸음이 옮겨진다. 모래와 함께 의기소침해진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글쎄... 정상의 범주라는 것도 결국 누군가 규정지은 것에 불과한데. 너 원래도 그렇게 다른 이가 정해둔 틀에 맞춰사는 편은 아니었잖아. 진짜 상사화라는 말도, 내가 어떻게 행동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상사화:(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자신도 포기한 지금의 상태애서는 다른 이가 정해준 틀이라는 것은 모호하기만 했다. 겨우 기억하고 있는 상사화라는 이름에 대한 것은 알면 알수록 두루뭉실해져서 답답하기만 했다.) 내가 그랬어? (네 말은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잠시만 조용히 해봐. 사람의 소리가 들려.
<듣기> 판정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글쎄, 나도 상사화의 모든 것을 알진 않아. (그렇게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지만. 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면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에 귀를 기울인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말소리나 대화 소리로는 들리지 않습니다.
멀리서 들려오지만 방향 정도는 유추할 수 있고,
짐승의 울음소리, 그러니까 원숭이의 울음소리 같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립니다.
상사화:(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당신의 손을 잡고 끌고간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하면 점점 비명소리와 비슷한 것이 가까워집니다.
천막 같은 것이 쳐져 있고, 사람처럼 보이는 무리가 중앙에 모여 있습니다.
마지 난쟁이들의 마을처럼 보이는 삭막한 풍경과,
원숭이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웅성거림이 어째서인지 쎄하다는 감상을 줍니다.
근처 천막 뒤에 숨어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 손목을 붙잡고 천막 뒤로 숨어 안을 살펴본다. 제법 상황이 기이하다 생각한다.)
중앙에 모인 이들은 무슨 놀이라도 하는 마냥 신난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들 사이로 얼핏 보이는 것을 바라보면,
그것들보다 좀더 큰, 그러니까 당신과 비슷한 체격의 “사람”이 중앙에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바닥의 모래가 점점 색이 짙어집니다.
물이라기에는, 어쩐지 붉습니다.
부족처럼 보이는 이들은 꼬챙이나 창 같은 것을 들고 있거나,
그것을 그대로 찌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중앙의 사람을 긴 막대기에 묶어 그대로 돌리는 등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잔혹한 풍경이 눈앞에 보입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SAN 0/1d3)
일렉티오 바시움:(사람을 아주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모습에 인상을 찡그린다.)
SAN Roll
기준치:
31/15/6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이성 -1
상사화:(중앙의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말한다. 눈 앞에 펼쳐진 잔혹한 풍경에는 덤덤했다.) 실험실에서 나보다 더 빨리 탈출했던 사람처럼 보이는데….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7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걔 중 더 작은 어린 부족의 목에 반짝거리는 보석 목걸이가 걸려 있습니다.
사람의 심장 모양을 띈 흐릿한 녹색의 보석입니다.
잠시 뒤 잡혀있던 사람의 몸이 축 쳐지며 더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에 흥미를 잃은 듯이, 난쟁이처럼 보이는 이들은 저마다 각각의 천막으로 들어가버립니다.
보석을 목에 걸고 있던 아이도 홀로 어딘가로 들어갑니다.
단숨에 조용해집니다.
상사화:…저거야. (녹색의 보석을 발견하곤 말한다) 저걸 되찾아야 해. 아까 실험실에서 가져온 칼 가지고 있어?
일렉티오 바시움:이거? (문을 열었던 칼을 내보인다.) 이걸로 뭘 해야하는데.
상사화:(칼을 가져간다.) 목걸이를 끊는데 쓸거야. (어린 부족이 사라진 천막쪽을 응시하다가 부족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면 그 천막쪽으로 조심히 다가간다.) 따라와.
어린 부족이 들어간 천막에 진입하면 아이는 자고 있고,
목에는 보석 목걸이가 걸려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조용히 뒤를 따라 걷는다.)
상사화:(조심히 목걸이를 끊어서 가져오고 손에 보석을 쥐면 네 손을 붙잡고 후다닥 천막에서 빠져나와 멀리 벗어난다.)
부족들에게서 멀어지고 조금 걷다가 사화는 보석을 손에 쥡니다.
그러면 아까와 비슷하게, 초록색의 빛이 사화를 둘러쌉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손도 빠르네....)(네게 잡혀 그대로 다시 사막으로 돌아온다.)
상사화:(짧은 고통이 지나고 빛이 사라지고 나면 조금 더 커진 체격에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가 들러온다. 머릿속에 들어온 무언가는 마치 학습 받은 것처럼 의무적으로 느끼는 책임감과 같았다.) 나는…소속감. 변함없는, (애정-이라고 말하려다 멈춘다. 그 감정을 소중하게 여겼던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결핍됨으로 인한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런 걸 소중하게 여겼구나.
일렉티오 바시움:(보석에 있는 것을 학습하듯 커진 너를 이제는 무덤덤하게 시선에 담는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는데.
어디로 가면 되냐는 말에, 사화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합니다.
다시 지직, 거리는 소음이 들립니다
상사화:이제 괜찮아. 일렉티오, 당신은 돌아가도 돼.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꽤 담담했다.) 계속 생각해 봤지만 나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내가 그들의 시선을 끌테니까, 당신이라도 도망 가. 나와 같이 있지 않다면 안전할거야.
그런 말을 하며 사화는 다시금 차원의 관문을 엽니다.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갑자기 모래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라디오 노이즈와 모래바람 탓에 사화가 잘 보이지 않아요.
목소리도 겨우 들릴 정도입니다.
잡고 있던 손이 점점 놓이고,
눈앞에 포탈이 생기는 것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 사이로 사화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상사화:....안젤리카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이미 '상사화'는 그날 죽은 거야. 나는 그저 단지 그들과 껍데기만 다를 뿐이야. 그렇지만, 그렇다면…. (아직 찾지 못한 기억들을, 감정들을, 뒤틀리고 엉켜버린 덩어리들을 제 것이라고 납득하고 받아들이면 저는 어떻게 될까. 왜인지 목이 메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래바람 속에서 이어 들린 말.
어딘가 그리운 듯한.
노이즈가 섞인 듯한.
쓸쓸한 그 목소리가 누군가와 닮았다고 느껴졌다면,
다음의 말은 그저 환청이었을까요?
상사화:티오, 지금 네 눈앞의 나는, 누구야?
눈앞의 존재를,
당신은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일렉티오 바시움:(멋대로 잃어버린 걸 찾아달라고 끌고 와서는 또 위험하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가라니. 이런 것만 보아도 네가 일렉티오 바시움이라는 존재에 대해 얼마나 알지 못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안전,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제가 알고 있는 '상사화'라는 것도 그저 기억에 의존한 것일 뿐이다. 네가 잃어버린 기억, 감정 그것에 제가 영향을 주고 있다면 그것 또한 오롯한 너의 문제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운 것이었다. 설사 그것이 네가 멋대로 가진 것이라 할지라도. 잡음이 섞인 익숙한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면 모래바람 사이 희미하게 보이는 포탈에 발을 들여놓는다. 다른 것이 들어찬다 하더라도, 누군가 비슷한 껍데기를 주워입는다 해도 네 스스로 상사화라 발음한 순간, 의심이 존재해도 넌.) 상사화, 그게 네 이름이잖아. (일렉티오 바시움이라는 존재는 항상 상사화가 바라는 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포탈로 들어서면 네 손목을 세게 붙잡는다.) 네 마음대로 행동하고, 날 규정짓지 마.
어쩌면 정말로 안젤리카의 말처럼,
당신이 알고 있던 그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눈앞의 존재는 더는 당신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요.
마지막에 들었던 그 목소리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때 비로소 당신이 그 목소리,
그 말투를 느꼈다는 건.
결국 그리움이 자아낸 환청일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당신은 그 존재를 “상사화”라고 규명하였습니다.
그 순간, 당신의 입밖으로 정의하는 순간 새하얀 빛이 두 사람을 감싸 안기 시작했습니다.
휘몰아치던 모래바람이 두 사람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처럼, 주변이 밝아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사이에 빛줄기가 모여 작은 덩어리를 만들어냅니다.
조금씩 빛이 잦아들 때쯤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생겨났습니다.
보석을 확인해보면, 불투명한 흰색의 뇌 모양 보석입니다.
하얗다는 표현은 들어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뿜어져 나오는 온연의 빛이 너무나도 강해서,
너무 눈부셔서 “하얗다”는 느낌을 받아버릴 뿐입니다.
사화는 멍하게 서있다가, 보석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이후 같은 새하얀 빛줄기가 다시금 그를 감싸 안습니다.
그를 감싸 안은 빛이 점점 커지고,
빛이 사라질수록 당신의 눈앞에는 익숙한 이가 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일렁이는 빛 사이로 보이는 당신이 아는 이의 눈에서는
왜인지 고통스러운 듯이, 눈물이 흐른 것 같기도 합니다.
마치, 정말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알아버린 이처럼요.
......
.........
이후부터는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얼핏 보았던 그의 표정을 인식한 순간 당신도 정신을 잃은 것만 같았고,
낯선 목소리가 당신을 깨우는 것만 같아서 눈을 떴습니다.
시선을 올린 곳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거리의 시민들이 보여왔습니다.
당신의 손에는 따뜻한 것이 무언가 잡혀있습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손을 맞잡은 채 잠든 것만 같은 표정을 하는, 상사화가 보여옵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두 사람은 쓰러진 채로 골목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건조한 모래바람이 불어오던 곳도,
낯선 아이와 그곳을 걷던 것도.
마치 모두 꿈만 같습니다.
하지만 손에 잡힌 그 손의 온기는,
줄곧 당신이 잡고 있던 작은 손과 같았습니다.
눈앞의 존재는,
분명히.
당신이 정의한 그 모습이었습니다.
END A
[TRUE END]
나를 정의하는 것은 항상 너였기에.
일렉티오 바시움, 상사화 생환
후기..? (스포 있음...)
사ㅅㅣ ㄹ.. 후기랄 것도 없고 그냥 인장 올리기용.. 네번쩨 인장은 쓸일이 없었네요 (눙물도로록)
ㅇㅣ번 시날 역시 좋았고... 일렉이... 거의 처음으로 사화 붙잡은 기분이라.... 아니 전... 전 좀 다시 치인 것 같아요 나한테 그러지마세요 관캐..........
실수를 너무 많이해서.... 이게 웹사이트로 있는게 아니라 pdf으로 한거라 스크립트 정리할 때 애 좀 먹었다네요.... 어째 실수하는건 가도가도 나아지지를 않네요....
그... 사실 시날 준비하면서 좀 많이 울었어요...... 사화의 가치관이고... 일렉과의 관계.....에 대해서 적고 있는데 너무 비틀리고 날이 세워진 것 같아서.. 저도 쓰면서 같이 손도 베이는 기분이라.... 근데 정작 지문 칠때는 사화 암것도 모르는 것처럼 처야해서 좀 애먹었다네... 뒷사람 생각안하지 아들놈?
깨달았어요 사화도... 정말... 제멋대로구나... 난 맨날 일렉이 휘두르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네. 사실 수몰부터 시작해서 캘백시랑 여기까지 사화가 처음?으로 거의 하고 싶은데로 다 한 것 같아요. 사화는 왜 뭘 하려고 하면 다 이렇게 자기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걸까요... 그래서 마지막에 일렉이 잡았을때 진짜 눈물 날 것 같더라. 안 잡았으면 고대로 우리 아들롬 죽으러 갔을텐데...... 저 진짜 다른 엔딩 준비하고 있었단 말이예요... 고맙다 자식....
플루토는 예전에 탐라에 알티탈때 정말 가보고 싶었던 시날이에요. 저번년도 초반에 닫혀버렸지만... 그래서 저번에 시날집 살 수 있어서 정말 좋았는데 이걸 이렇게 오게 되네요. 행복해요. 일렉이랑 사화도 잘 다녀와서 (제 딴에는) 좋구...... 관오님께 무한한 감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