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덜그럭, 녹슨 쇠수감이 맞닿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맞물리면 너와 눈을 마주친다. 자연스레 네게 손을 뻗으려다 멈추고) 뭐....?
일렉티오 바시움:어젯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퍽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내지만 어조만은 꽤 즐거워보이기도 했다.) 사람을 죽이고, 그 죽인 사람을 먹기까지 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귀족이었단 사실이지. (어떻게 그걸 잊을 수 있냐는듯 나열하는 사실들 위로는 옅은 웃음기가 배어있는 듯 했다.)
상사화:무슨-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살짝 쉰 것 같은 목소리에서는 당혹감이 흘렀다.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시선이 잠깐 바닥을 향했다가 비웃음을 담은 것 같은 네 표정으로 머물렀다.)
일렉티오 바시움:그런 짓을 하고도 기억하지 못한다니 속은 편하겠네. (쇠창살 너머로 손목이 묶여있는 네 모습을 가만히 내려보다 입꼬리를 당긴다.) 아, 이곳은 처음 와 보던가? 핏물에 젖어 인간을 삼키던 경을 목격했던 수 많은 귀족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거든. (그 결과가 지금이라는 듯 말하는 태도는 지난 밤 널 두려워했던 귀족들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기억조차 남지 않았다니 정말 괴물이 따로 없네.
상사화:허? (결국에는 헛웃음을 뱉어낸다.) 그딴 짓에는 관심도 없고 할 이유도 없어. (답답함에 거칠게 손목을 움직여본다. 풀리지 않는 수갑을 잠시 째려보다가 중얼거린다.) 내가, 내가 설마 그랬다고 하더라도... (네가 이런 식으면 나오면 안되잖아.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인데? 기억 속에는 남아있는 것은 없는가 머리를 굴려본다.)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끄러운 비명 소리를 지르는 귀족들,
바닥을 빨갛게 물들인 포도주와 깨진 잔,
그리고…
귀족의 옷을 거칠게 찢고서
그 목덜미를 물어뜯는 선연한 감각.
바로 당신의 입에서 느껴집니다.
입안을 가득 채웠던 그 비릿한 향의 재현이 스쳐지나갑니다.
양 손에 포도주와는 다른 붉은 빛이 한가득 물들었던 것만 같아요.
...그래요. 기억납니다.
당신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먹었어요.
…무슨 일을 저지른거죠?
이성 판정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22/11/4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상사화:(문득 스쳐가는 서늘한 감각은 분명 본인의 기억에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자 혓바늘에서 비피린내가 나는 것 같아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아니야, 아니야. (다급하게 너를 올려다본다. 본인이 그런일을 했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일렉티오 바시움:(손목을 죄는 수갑이 답답하다는 듯한 모습에 가까이 다가서서는 네 얼굴에 남아있는 지난 밤의 붉음을 느긋히 훔쳐낸다.) 지금 의사에게 부탁해 진정하는 약을 조제받는 중이니까 불편해도 참아. 어젯밤과 같은 일이 또 이루어진다면 곤란하니까. (뒤늦은 반응에 네가 어제의 파티를 떠올렸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 네가 기억한대로. 다른 귀족들은 너의, 그러니까 '괴물'의 처형을 논의하고 있던데-. (어느새 창백해진 뺨을 제법 다정히 쓰다듬어준다.) 상사화, 네가 그런 일을 저질렀던, 저지르지 않았던, 나는 언제나 온전히 너의 편일테니까. 걱정하지마. 나만이 네 편일테니까. 아직 풀어줄 순 없지만, 회의에서 너의 처형에는 반대표를 던질거고.
그렇게 말하고는 일렉은 식사를 가져오겠다며 창살 너머로 사라집니다.
차갑고 건조한 걸음소리가 몇 번 울리다가,
육중한 철문이 돌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린 뒤 안은 고요에 잠깁니다.
감옥 안은 왠지 모르게 습기에 가득 차 있고,
고른 진흙 냄새와 돌 냄새가 사방에 만연합니다.
당신이 앉은 자리는 정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말끔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아주 오래된 장소인 것 마냥 낡고 더럽습니다.
당신이 머무르기에는 한없이 천박한 장소네요.
시선을 올리면,
손목을 아프도록 꽉 죄이고 있는 벽에 고정된 [수갑]이 보입니다.
상사화:(살갗에 닿는 부드러운 손길에 몸을 움츠리는 것도 잠깐, 따뜻한 네 손바닥에서는 다정함마저 느껴지는 것 같아서 뺨을 묻고 싶어졌다.) ...진짜? (네가 내 편일 것이라는 말이. 어째서인지 거짓말처럼 느껴져서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무어라 더 말하기도 전에 일어서서 나가는 네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다 이내 찾아온 고요 속에 속삭인다.) 가지 마... (그리고는 한참을 머릿속을 정리하며 가만히 있는다. 조용히 이 모든 것의 원흉이라는 듯 수갑을 째려볼 뿐.)
수갑을 살피면,
그것은 당신의 손목에 맞춰 설계되기라도 한 듯
아주 딱 맞게 단단히 손목을 죄이고 있습니다.
풀어내려 손목을 아무리 움직여도,
묶인 손목이 차가운 쇠에 긁혀 붉게 달아오르고
차갑게 아릴 뿐 풀리지는 않습니다.
지능 판정
상사화: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 보면,
수갑의 둘레뿐만 아니라 벽에 고정된 높이마저
당신의 앉은 키에 딱 맞도록 제작되어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어딘가에서 주문 제작이라도 맡긴 걸까요.
하지만 하루만에요.
수갑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 육중한 쇠문이 바닥을 긁으며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일렉이 돌아왔습니다.
손에 제대로 된 랜턴과 수프 그릇을 담은 쟁반을 들고서 들어온 그는,
쇠창살 한 켠의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와 쟁반을 발치에 내려놓습니다.
쟁반에 담긴 것을 비로소 제대로 바라보면,
김이 연하게 피어오르는 묽은 야채 수프와 물 한 잔, 알약 하나, 그리고 환한 랜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먹어.
상사화:먹으라고...? (이 상태에서? 제 발치에 놓여진 접시를 바라보다가 너를 다시 올려본다.)
일렉티오 바시움:아. (뒤늦게 네게 약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알약을 네 입안에 밀어 넣는다.) 삼키면 풀어줄게.
혀에 닿는 알약에서는 시큼한 향이 납니다. 보통 알약이 이런 맛이 나던가요?
상사화:싫어- (억지로 밀어넣어지는 약을 뱉어낸다.) 무슨 약인데?
일렉티오 바시움:진정제니까 먹어. (네가 뱉어낸 약을 다시 주워 입에 넣는다.)
상사화:그딴 거 안 필요- (다시 뱉어진 약을 결국엔 삼켜버리고 널 잠깐 째려 본다.) 이상해... (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 그렇게 당황하지도 않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함정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당신이 그것을 삼키는지도 제대로 보지 않고서,
일렉은 당신의 손을 풀어줍니다.
꼬박 하루를 의식 없이 묶여있던 손목에는 새빨간 자국이 남았습니다.
손목이 시큰거리며 아려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식사하고 있어. 다른 귀족들과 회의가 있어서 난 가야하니까. 약도 먹었으니까 괜찮겠지. (네 모습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음식이 담긴 쟁반을 다시 옮겨둔다.)
상사화:(앞에 놓여진 음식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네가 가려는 듯한 모습에 다급하게 네 옷자락을 붙잡는다.) 무슨 회인데? (네 표정을 빤히 들여다본다.)
일렉티오 바시움:(붙잡힌 옷자락에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네가 괴물이 아니라는 해명을 해야지.
말했잖아. 난 온전한 네 편이라고.
상사화: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19
판정결과:
실패
그가 말하는 것은 사실 같습니다.
그야, 일렉의 말인걸요.
이렇게나 진지하게 날 두려워하지 않고 말해주는걸요.
상사화:(할 말이 있는듯 입을 벙긋거렸다가 이내 닫는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 여기 있어야해? 나도 가면 안돼?
일렉티오 바시움:글쎄.. 나야 상관없지만. 다른 귀족들은 바라지 않을텐데.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상사화:(혀에 닿자마자 몸을 움츠리고 알 수 없는 구역질이 쏟아서 결국엔 웩하고는 입안에 담겼던 수프를 뱉어낸다. 인상을 잔뜩 쓰고는 입가를 닦아낸다. 오래 안 먹어서 그런건가 생각하고는 대신 그 옆에 있던 물을 마신다.)
크리스탈 세공이 더해진 고급스러운 잔을 입가에 대면,
물이 입 안을 채우고 목구멍으로 넘어가기가 무섭게
온 몸에 거부감이 오소소 돋아납니다.
입 안이 마치 물이 아니라 모래를 삼킨 것마냥 까끌까끌합니다.
음식이 이상한 것일까요
아니면 당신이?
상사화:(물이 아니라 모래를 입안에 잔뜩 부은 기분이었다. 다시 한번 잔기침과 함께 입에 담긴 것들을 뱉어낸다. 이젠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차라리 지금 혼자가 아니었다면... 생각을 하고나면 랜턴을 손에 쥔다.)
랜턴을 손에 쥐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일렉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고 보면,
그가 바깥으로 나오지 말라고 한 적은 없잖아요.
손목은 풀려있고,
쇠창살 틈으로 난 문도 잠겨있지 않습니다.
랜턴을 들면 흐릿한 불빛의 저 너머를 살펴보러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사화, 당신이 ‘괴물이 아님’을,
당신 스스로도 증명해야 하지 않겠어요?
상사화:(랜턴을 들고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쩐지 수프의 냄새를 계속 맡고 있다간 토라도 해버릴 것 같아서 발걸음을 쇠창살 쪽으로 옮긴다.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잠깐 손잡이에 손을 둔다. 제가 이런 대접을 받고 있어야할 이유는 없었고, 이렇게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서 증명해야했다. 어쩌면 너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한번 숨을 들이키고는 문을 열고 랜턴을 들어 주위를 살펴본다.)
일렉티오 바시움:desc 쇠창살 문을 열고 지하 감옥 복도로 나서면,
당신이 방금 나온 장소 같은 것들이 한쪽 벽면에 즐비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그 누구도 갇혀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요.
감시를 서고 있는 인원조차 없습니다.
그가 손을 쓴걸까요?
당신이 나온 장소를 제한 다른 감옥들은 전부 낡고 오래되었습니다.
벽면에 쭉 엉성한 촛대가 이어져있고,
불은 아주 드문드문 붙여져 있습니다.
왼쪽 복도에는 작은 탁자 위에 뚜껑이 덮인 [수프 그릇]과
[종이 한 장]이,
오른쪽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쇠문]이 있습니다.
상사화:(감시병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래야하는지. 힘없는 발걸음으로 왼쪽 복도로 걸어가 눈에 띄는 수프 그릇을 들어 살펴본다. 이건 왜 여기있는 걸까.)
뚜껑이 덮여 있는 깨끗한 도자기 그릇입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열어볼까요?
상사화:(뭐지...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서 살펴본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붉은 것들이 덩어리 진 수프입니다.
무언가 비릿한 향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왠지 입맛이 도는 것 같습니다.
이거라면,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아연하게 당신의 머리를 스치고 갑니다.
상사화:(입맛을 살짝 다신다. 어째서? 왜인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서 뚜껑을 다시 덮어둔다. 신경을 종이로 돌렸다.)
【경위서】
지난 밤의 파티에서 포도주를 마시던 중,
갑작스레 ▒▒ 후작부인에게 와인 잔을 던져 상해를 입힘.
직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친 후작부인과,
부인의 부축을 돕던 후작을 살해하고 식인함.
인간 이상의 힘을 지닌 것으로 관찰됨.
기사 10명이 달려들었음에도 그의 식인을 멈출 수 없었음.
괴물이 인간의 형상을 띈 것이 틀림없다는 여론이 설득력 있음.
…
위와 같은 인간이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죄를 범한 사유로,
처분이 결정날 때까지 상사화를 수감.
빠른 시일 내로 처형에 대한 논의예정.
모르는 사람이 써내려간 경위서 위에,
확인했다는 의미로 바시움 가문 인장이 찍혀 있습니다.
당신이 포도주를 마시다 잔을 집어던지고서 사람을 죽였다고요?
…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습니다.
상사화:(자기가 기억하지 못한 것들을 기록한 종이었다. 인간 이상의 힘?) 웃기고 있네. 내가? (궁금증이 풀리기는 커녕, 머리만 더 아파졌다. 이제는 오기마저 생겨서 제법 빠른 발걸음으로 오른쪽 쇠문으로 걸어갔다.)
계단을 몇 개 올라가면 있는 육중한 쇠문입니다.
바깥으로 통하는 걸까요?
손잡이가 달려 있습니다.
바깥쪽으로 밀어서 열 수 있을 것 같네요.
상사화:(망설임없이 손잡이에 힘을 실어서 문을 연다.)
문을 열고 나오면,
시원한 바람이 뺨에 스치고 만개한 꽃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입니다.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나왔음에도 눈이 부시지 않네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에 초승달이 뜨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하늘 아래의 풍경은 꽃들이 만개한 아름다운 화원입니다.
지하 감옥 앞에 왜 이런 화원을 조성해뒀는지는 그만이 알 일이겠지만,
화원에는 푸르른 초목들이 심어져 있고
나무 덩쿨과 풀숲으로 이루어진 키가 큰 풀벽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진한 향의 [꽃]이 만발합니다.
규모가 꽤 커보이는데,
그의 성에서 이런 화원은 처음 봅니다.
...언제 생긴걸까요?
일렉티오 바시움 기능치에 [[1d5[[점 추가합니다.
상사화:
Rolling 1D5
굴림:
2
일렉티오 바시움 기능치에 2점 추가
상사화:(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하늘을 잠깐 바라보다가 코끝에 닿는 향기로움에 화원을 바라본다. 지금 상황과 상비되는 풍경이었다.) 얘한테 이런 취향이 있었나...?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살피다가 진한 향에 코끝을 찡그리고 향을 쫓아 꽃을 바라본다.)
처음 보는 생김새의 화려한 꽃들입니다.
색은 형형색색 다양하지만 종류는 한가지 뿐입니다.
꽃잎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달콤한 향을 바람에 살랑살랑 태워보냅니다.
독초는 아닌 것 같은데요.
단순히 향이 짙은 미관용 꽃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꽃 향을 맡으며 꽃들을 바라보다보면
어쩐지 기분이 나아집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면 지하 감옥의 이쪽 입구는 일렉의 성의 안쪽 외곽 즈음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판정
상사화:
일렉티오 바시움 Roll
기준치:
32/16/6
굴림:
2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화원 너머로 보이는 건물이 그가 사용하는 별채였던 것 같습니다.
그 곳은 본성과도 이어지고 들어갈 수 있는 뒷문도 있었던 것 같네요.
화원에 난 오솔길을 통해 향하면 무리없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원에 난 오솔길을 바라봅니다.
오솔길 곁, 미관용으로 잘 다듬어진 초목들이며 꽃덤불들이,
그 주위를 머무르는 반딧불이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춤춥니다.
마치 이 길로 어서 들어오라는 것처럼.
상사화:(감미로운 향을 맡으면 어쩐지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건 그래, 그렇게 끔찍한, 비현실적인 일이 본인에게 일어났을리가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았다.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오솔길을 걸어나갔다.)
랜턴을 들고 오솔길을 걸으면,
오솔길은 자주 드나든 것처럼 바닥에 자갈돌들이 고르게 잘 깔려 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사방에서 풍기는 꽃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질 무렵.
당신은 무언가 이질감을 느낍니다.
듣기 판정
상사화:
듣기
기준치:
66/33/1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역시 꽃 향기가 너무 독합니다.
발걸음을 재촉하느라 발에 채이는 자갈들의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습니다.
...아. 정말 가지가지하는군요.
작은 자갈이 신발에 들어간 것 같아요.
잠깐 멈춰서 빼고 갈까요?
상사화:이런 곳이 있었으면서 왜 같이 안 오자고 한 건지. (꽤 자주 드나든 것 같은데. 설마 다른 사람과 온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계속해서 들리는 잘그락거리는 소리에 결국 멈춰서곤 신발을 다소 신경질적으로 벗는다.)
당신이 잠시 멈춰서면,
걷는 움직임에 맞춰 연신 달랑거리던 랜턴도 가만 주위를 밝힙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주위를 스치는 소리…
...그리고, 저 앞에 무언가 희끄무레하고 큰 형체가 보입니다.
오솔길로부터 약간 비껴나가게 놓인,
큰 [자루]요.
걸음을 멈춰서지 않았더라면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뻔 했어요.
상사화:(신발을 털어내고 나면 시야에 커다란 형체가 눈에 들어온다. 오솔길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의문감이 들어서 자루 쪽으로 걸어갔다.)
거친 면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검은색 자루입니다.
거의 당신의 체구 만하네요.
자루의 입구 부분은 끈으로 단단히 봉해져있고,
그 커다란 자루의 뒤쪽으로,
오솔길보다 한참 오른쪽 방향으로 향하는 작은 샛길이 보입니다.
만발한 꽃들 사이로 길이 쭉 나 있네요.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이쪽으로도 성이 보입니다.
이쪽으로 가면 조금 더 빠를 것 같지 않나요?
상사화:(자루에 담긴 건 정원을 위한 비료인가 싶었다. 그 뒤로 작은 샛길을 발견하면 왠지모를 뿌듯함이 든다. 지금 해야할 일은 따로 있었고 자루에 더 큰 관심을 두지는 못했다. 서둘러 성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자루를 뒤로 하고 다시 걸음을 떼면,
샛길 바닥은 자갈이 아니라 포슬포슬한 흙으로 덮혀 있습니다.
...그런데도, 내딛는 걸음마다 자꾸만 무언가가 툭툭 채입니다.
상사화:(아까 자갈을 안 뺏나? 다시 걸음을 멈추고 신발을 살펴본다.)
신발을 살펴보려 몸을 숙이면 무언가 희끄무레한 작은 덩어리가 보입니다.
...이건?
상사화:? (덩어리를 집어서 본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아주 잘게 잘렸지만,
너무나 명확한 생김새에 자세히 볼 필요조차 없네요.
피비린내가 짙은 꽃 향기를 뚫고 날카롭게 코 끝을 스치고서 지나갑니다.
...확실합니다.
살점 조각입니다.
랜턴에 비치는 샛길의 바닥에는
군데군데 이런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활짝 핀 꽃잎이 아름답게만 보이던,
꽃이 만개한 꽃밭이 점차 기괴하게 보입니다.
상사화:윽. 뭐야, (제 발에 채이던 것들이 살점이라는 것을 깨닫자 다시 인상을 썼다. 마치 짐승이 사냥이라도 하고 간 것 같은 풍경. 아름다웠던 화원이 기괴하게 보여지는 건 금방이었다. 분명히 내가 아니라 이곳이 이상한 거였다. 이쪽 길로 가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아서 다시 오솔길로 돌아간다.)
뒤를 돌아보면,
들어왔던 샛길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길이 모두 사라져,
꽃들만 기괴하게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네요.
앞으로 난 샛길로 향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상사화:(그새 길이라도 잃어버린 건가. 짧게 욕을 내뱉는다.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결국에는 살점들을 뭉개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면,
포슬한 흙바닥 위에 뿌려진 살점 조각은 계속되다가
이내 점차 드물어집니다.
고개 든 앞에는, 작은 [오두막] 한 채가 있습니다.
그 바로 옆쪽은 성입니다.
어느새 화원에서 벗어날 정도로 빨리 걸어왔던가요.
저 [오두막]은 뭐죠?
이 화원과 마찬가지로, 그의 성에서 처음 보는 곳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기능 + 4
상사화:(성으로 곧장 향할까, 고민을 하다가 어떤 설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오두막 안을 슬쩍 살펴본다.)
오두막의 옆 쪽에는 키가 크고 나뭇가지가 길게 뻗은 나무 한 그루가 덜렁 서 있고,
이곳부터는 꽃들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화원에서 벗어나는 출구이기도 한가 봅니다.
오두막은 최근까지 잘 관리된 듯 말끔한 생김새고,
문 틈새로 옅은 불빛이 새나옵니다.
혹시 이 안에 일렉이 있을까요?
상사화:(문 틈새로 보면 불빛이 새어나온다. 어쩌면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조심스레 안쪽으로 들어간다.)
오두막의 내부는 미묘한 온기가 감돕니다.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만들어진 [책상]과 의자,
작은 [침대]와 벽면에 설치된 아주 긴 선반.
그리고 [옷장] 정도가 이 작은 오두막의 끝인가봅니다.
오두막의 한켠에서 흐린 불씨가 흩어져가는 벽난로가 보입니다.
저것이 미묘한 온기의 출처겠군요.
벽면에 걸려있는 기괴한 형상의 사슴 머리 박제라던가,
바닥의 부슬부슬한 붉은 색 융단은 난해하지만,
연한 일렉의 향이 곳곳에 배어 있는 것이.
이 오두막이 그의 소유이며,
그가 이곳을 종종 이용했으리라는 사실을 짐작케 합니다.
이 안에 그는 없지만요.
일렉티오 바시움 기능치 + 4
상사화:(왜 이런 곳이 있었으면서 알려주지 않은거지? 익숙한 체취에 이 곳이 너의 소유라는 걸 알았다. 네 것이라고 하니 어쩐지 끌리듯 내부로 들어간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연스레 책상으로 눈길이 간다.)
책상 위를 살피면,
위에 깃털 펜이나 양피지 따위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책들이 엉터리로 분류되어 탑이 쌓여 있습니다.
고대 저주의 이해… 저주의 전승… [동족으로 만드는 법]... 같은 책들인데요.
교육 판정
상사화:(처음 보는 책들이었다. 이게 뭐지?)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것들, 전부 금서가 아닌가요?
삿된 책이라며 다 불태워버린지 수백 년이 지났다고
역사서에서 분명 배운 책들입니다.
대체 어디서 난걸까요?
상사화:(그제야 어렴풋이 역사서에 기록된 책들이라는 것을 기억해 낸다. 왜 여기에 있지? 책을 몇 가지 집어들어서 슬쩍 살펴본다.)
어떤 책을 살펴보나요?
상사화:(고대 저주의 이해부터... 저주의 전승..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족으로 만드는 법...)(집안 털어낼 기세)
고대 저주의 이해와 저주의 전승을 펼치려고 하면,
책장 사이사이가 딱 달라붙어 펼칠 수 없습니다.
마치, 허락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처럼요.
동족으로 만드는 법을 펼치면,
오래, 꾹꾹 눌러 펼쳐 놓은 듯한 페이지가 저절로 펼쳐집니다.
그 페이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사화:(책 제목만큼이나 이상한 책들이었다. 홀린 듯한 기분마저 들기 시작했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체 펼쳐진 페이지를 읽는다.)
<동족으로 만드는 법>
…
피를 두 번 먹이면 된다.
세 모금 정도 분량으로.
처음 한 번 먹이고 나면 우리의 피를 마신 인간은 자제 불가능한 식인욕에 시달리며,
이성을 잃은 인간의 일반적이고 당연한 반응으로서,
가까운 인간 두엇을 섭취한다.
이 섭취가 끝나고 나면 정신을 잃는다.
다시 깨어난 인간은 처음 피를 섭취한 후로부터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피를 한 번 더 먹어야 비로소 동족이 될 수 있다.
처음 피를 먹은 뒤 48시간까지는 괴물에 가까운 인간의 상태가 계속되다가,
괴물의 피를 다시 섭취하지 않고 48시간이 지나면,
그 피는 인간에게 독이 되어 온 몸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게 된다.
명심하라. 한 번만 피를 먹여서는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처음, 그리고 두번째에 우리의 피를 제대로 먹은 인간만이
우리와 동족이 될 수 있다.
…
강한 신체, 뛰어난 지성, 불멸의 영혼
그리고 종족과 나이를 불문하고 무엇이든 흉내낼 수 있는 변장술.
이 모든 것들을 종족값으로서 당연히 가지고 있는 우리는,
최소한 인간보다는 한 단계 이상의 존재임이 분명하다.
우리의 이러한 능력에 관해서는 아주 옛날 시초의 조상이
기이한 불멸의 신을 숭배하다 얻은 능력이라는 설이 있다.
…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죠?
책에서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내용을 접한 상사화
이성 판정
상사화:(현재 본인이 놓인 상황을 설명하는 듯한 내용을 발견하면 다소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다.) 설마.
SAN Roll
기준치:
21/10/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자료조사 판정
상사화:
자료조사
기준치:
57/28/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충격 속에서 [괴물꽃 키우기]와 [괴물의 식사]라고 적힌 책을 발견합니다.
상사화:(눈에 띄는 제목들을 발견하면 조금 급한 손길로 괴물꽃 키우기 책도 펼쳐서 살펴본다.)
<괴물꽃 키우기>
…
꽃의 색은 아주 다양하다.
그에 반해 향과 모양은 하나뿐이다.
다만, 비료로 인간의 살점과 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키울 수 없으며,
꾸준히 시체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꽃은 금방 시들어 죽는다.
시들어 죽은 꽃은 인간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준다는 효력을 잃는다.
…
이성 판정
상사화:인간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이게 무슨 소리야. 짧게 인상을 쓴다.)
SAN Roll
기준치:
20/10/4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 1 , 오컬트 기능 +1
상사화:(괴물의 식사라는 책도 읽는다.)
<괴물의 식사>
…
이번 세대에서 우리는 괴물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처음 ‘괴물’이 된 이들은,
인간일 적의 식습관을 그대로 따라하다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 먹던 음식들은 당분간 포기하는 것이 좋다.
절대적으로,
피로 목을 축이고 살점으로 배를 채우도록 하라.
지상 생물의 것이라면 어느 종족이든 관계 없지만.
인간의 것이 가장 좋다.
단, 동족의 것을 먹지 않도록 주의하라.
동족의 피와 살점은 목숨을 잃을 독이 되리니.
이성 판정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9/9/3
굴림:
1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사화 이성변동없음, 오털트 기능 +1
상사화:(꺼림칙한 기분은 서서히 의심으로 변해갔다. 이 곳에 있다가는 그 의심이 결국 확신이 될 것 같아서 책들을 내려놓고 다급하게 집을 나서려다 침대에 무릎을 부딪힌다. 짧게 신음소리를 내고 고개를 들면 침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부딪힌 침대는 푹신해 보이는, 흰색 이불과 흰색 베개,
침대보가 깔린 깔끔한 침대입니다.
딱 일렉의 체구에 맞네요.
베개 옆에 얇은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습니다.
상사화:(표정을 찡그리고 노트를 집어서 읽는다. 이건 일기인가?)
노트는 아주 오래되어, 낡은 표지며 내지의 색이 바랬지만
잘 관리되었는지 깔끔합니다.
표지에 적힌 제목은.
[죽음 일지]입니다.
<죽음 일지>
…
이번 신분으로는 지나치게 독살 시도가 많았었다.
맹독을 먹고 바로 쓰러지지 않는 바람에 의심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독을 먹는 연기를 계속 하는 것은 귀찮아.
적당한 때에 이번 삶을 마무리하고,
다음 삶은 적당한 지위의 귀족으로 해야겠다.
곁에 친한, 비슷한 지위의 사람을 둔다면 더욱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겠지.
…
알아보기 힘든 지나치게 구불구불한 필체입니다.
누구의 필체인지 모르겠어요.
죽 읽으면, 아주 신분이 높은 누군가의 일기 같은 내용입니다.
과연 오래된 노트 답게
당신이 지금 모시고 있는 왕가의 전대 왕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다음은 책의 마지막장입니다.
상사화:(아... 읽기 싫다.....) (이젠 좀 울상을 짓고 이왕 읽은 거 마지막장까지 살펴본다.)
<죽음 일지: 마지막 장>
…
최근 서쪽에 살던 마거리타가 인간인 애인을 동족으로 만들었다가,
애인의 원한을 사 억지로 그의 피를 마시게 되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이지.
동족의 피는 너무나 위험하고,
인간을 동족으로 만드는 건 더욱이 위험하다.
나는 절대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아야지.
다음 삶에 사용할 이름의 이니셜을 정했다.
■.
마지막 글자, 이름의 이니셜은 잉크가 번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상사화:(마지막장까지 읽고 나면 멍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옷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옷장은 꽤 큽니다.
열어볼까요?
상사화:(옷장은 열어보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선 랜턴과 노트를 챙겨 든다. 문을 나가서는데 오두막을 들어섰을 때보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상사화:(여기서 몸을 내던지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보일까말까 하는 바닥에 시선을 둘었다가 어지러움에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죽더라도 네 얼굴은 보고 죽고싶었다.)
책상 위는 평소보다 너저분합니다.
다 쓰고 아무렇게나 놓여진 만년필이나
뚜껑이 닫히지 않은 잉크통이 눈에 띄네요.
특히, 잘 말린 양피지 더미며 흰 편지 봉투들이 보입니다.
그 수가 상당합니다.
상사화:(혹시라도 다른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양피지 더미 속을 헤집는다.)
흰 편지봉투들 사이에서 아직 발신인의 직인이 찍히지 않아,
열어보아도 티가 나지 않을법한 무난한 편지봉투를 하나 찾아냅니다.
받는 이는 헤로트 남작,
당신 영지 바로 옆의 조그마한 영지를 차지하고 있는 소귀족입니다.
무난한 사이였었죠.
왜 이 사람에게 편지를?
To. 헤로트 남작.
전해들어 알고 계실테니 인삿말은 줄이겠습니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상사화, 그가 괴물이라는 사실을요.
귀족회의 결정으로 인해 그의 영지는 제가 넘겨받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From. 일렉티오 바시움
…
이게 무슨 말이죠?
꼭…
그가 당신이 괴물로 몰리는 것에,
동조했다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상사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읽고 나면 다른 편지들도 살펴본다)
다른 편지는 편지봉투를 봉인한 인장을 뜯고 나서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편지를 읽었다는 표가 날텐데요,
인장을 뜯을까요?
상사화:(이제와서 신경쓸게 뭐가 있을까, 인장을 뜯어내고 내용물을 확인한다.)
다른 편지들도 하나같이, 전부.
당신 근처 영지의 귀족들,
당신과 친한 귀족들에게 쓰여진.
당신이 괴물임을 고발하고
당신의 영지를 자신이 이어받게 되었음을
알리는 내용의 편지들입니다.
모두 일렉, 그가 쓴 것이에요.
일렉티오 바시움 판정
상사화:
일렉티오 바시움 Roll
기준치:
40/20/8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편지봉투들에 찍힌 인장이 일렉티오 바시움, 그의 것이 확실함을 직감합니다.
상사화:(편지에 새겨진 인장들까지 확인하면 날카로운 칼로 심장을 도려낸 기분이 들었다. 결국에는 편지를 눈물로 적신다. 조용히, 우울하게 침대를 바라본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은 뭐였는데?)
일렉은 무엇을 위해서,
당신을 괴물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걸까요.
당신의 영지가 탐났던 걸까요?
명예가,
지위가?
혹은 괴물을 친구로 두었었다며
동정이라도 받고 싶었던 걸까요?
당신의 편은 자신 뿐이라던 그가.
당신을 배신했습니다.
아주 천천히.
괴물이 먹잇감을 옭아매듯.
당신을 사회로부터 단절시키고 고립시켜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수많은 편지봉투들이 바로 그 증거예요.
당신의 가장 가까운 이,
일렉의 부정할 수 없는 배신입니다.
당신은 사회로부터 괴물로 낙인찍혔습니다.
이제 더이상 당신이 괴물인가에 대한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모두가 당신을 괴물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이성 판정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17/8/3
굴림:
18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 3
호화롭고 거대한 대리석 장식이 가득한 커다란 침대입니다.
한때 그와와 이곳에서 눕기도 했었는데요.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8/29/11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이불이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다는 것 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습니다.
상사화, 괴물은 누구인가요?
괴물 꽃을 키우며 불온한 금서를 소지하고,
인육을 비밀 창고에 모아놓은 사람은.
아니, 괴물은 누구인가요?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이 곤경에 빠뜨린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당신을 동족으로 만들고자 당신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고,
광기를 가장해 감금해두고,
자신만이 온전한 당신의 편인체 굴며
당신의 모든 인간 관계를 끊어내고서
당신이 지녔던 그 높은 지위와 명예를 훼손해.
당신을 마침내 처형,
죽음에 이르도록 조장한 그는.
부정할 수 없는 일렉티오 바시움이군요.
상사화:(익숙한 침대를 바라보면 너와 함께했던 기억들이 다시 한번 생각나는 것 같았다. 결국에는 그 앞에 주저앉고서는 이불에 얼굴을 묻고 오열을 했다. 뒤집어질 것 같은 이 감정들의 원인은 분노인지, 슬픔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일들을 그가 꾸몄습니다.
괴물이 누구인지 당신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당신을 자신의 동족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갑작스레 속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나올 듯이 울렁입니다.
그 반동으로 손에서 실수로 편지 봉투가 떨어져 내립니다.
툭,
그리고 당신이 편지 봉투를 줍기 위해 손을 뻗기 이전에,
먼저 그 편지 봉투를 줍는 새하얀 장갑을 낀 손이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멀리까지 나왔네.
그 손의 주인은,
익숙한 구두. 옷 매무새,
와인 병을 든 손이며 슬쩍 올라간 입꼬리까지.
당신이 익히 아는 그입니다.
일렉이예요.
…
어디로 들어온거죠?
문득 그가 등지고 선 활짝 열린 창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요.
그가 괴물이라면 당신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문으로 들어오는 것쯤 하지 못할 일도 아닙니다.
애초에 우느라 정신도 없었잖아요?
부드러운 바람에 창문 곁에 있던 커텐이 펄럭이며 존재를 알리고,
그 앞에 서 부드러운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일렉의 미소는 참으로.
인간이 아닌 것처럼 이질적일만치 아름답습니다.
그가 집어들었던 편지 봉투를 다시 책상 위로 돌려놓습니다.
문득, 시선이 편지 봉투에 다시금 닿습니다.
이 수많은 편지 봉투들은
전부 당신의 인연을 끊어낼 것입니다.
당신을 괴물로 매도하고,
귀족 사회로부터 단절시킬 것입니다.
아니, 이제 당신은 정말 괴물이 될 수도 있겠군요.
일렉으로 인해서요.
당신의 종적은 그의 시선으로 탐미적일만치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가 당신이라는 존재를 대우하고 애정하는 방식은 참으로,
잔인하고 제멋대로였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내 편지를 마음대로 보면 곤란한데.
그가 책장 한 켠에 놓인 깨끗한 와인잔 두 잔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서 침대에 걸터 앉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다 봤겠네. 그렇지?
상사화:(지금 제 모습이 그렇게 정상으로 보이지도 않을텐데, 그럼에도 내 앞에 선 너는 참 태연했다. 그래, 그런 네가 보고싶었다. 끔찍하게. 피가 쏠려 붉어진 눈으로 널 노려본다. 눈물을 닦지도 않았다. 이를 악물고 네 쪽으로 아까 들고왔던 노트를 집어던진다. 한순간 숨이 거칠어지고 어깨가 들썩인다.) 설명해.
일렉티오 바시움:(익숙한 노트였다. 그걸 내려다보는 시선에는 놀라움조차 담겨있지 않았다. 지독히 분노하고 있는 너와는 달리.) 글쎄-. 내 설명히 필요해?
상사화:(와인잔에 담긴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왜 그랬어? (슬프게, 원망하는 눈으로 묻는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나와 같아졌으면 했어, 상사화. (네 손에 잔을 쥐어주며 말했다.)
상사화:그러니까, 왜? (쥐어진 와인잔을 더 세게 붙잡고 묻는다.) 날 사랑해? (구원이라도 바라는 것처럼.)
일렉티오 바시움:널 대신할 존재가 없어서. (손을 겹쳐쥐고 와인잔을 네 입술쪽에 붙여 기울인다.) 사랑이길 바라면 그렇게 믿어.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떠들테니까.
상사화:(네 대답에 그제서야 환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면, 이것도 사랑이라고 믿어줘. (인간이었을 적 삶을 끝낸 것도 너,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한 것도 너였으니 내 구원은 너였다. 그러니 이 모든 일들은 너를 위한 것. 한손으로 포도주가 담긴 와인잔을 내치고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다.) 사랑해.... (너를 으스러지듯 품에 안았다. 불멸의 삶은 원한 적이 없었다. 인간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차라리 죽음이란 이름으로 네 삶에 기생되어 사는 것이 나았다. 이것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본인은 이것을 사랑이라 믿었다.)
일렉티오 바시움:(깨진 와인잔은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 흩뿌려지고, 끌어안는 널 내려다본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네 모습에 쥐고 있던 와인병을 그대로 네 입안에 밀어넣는다. 항상 그래왔듯. 네가 원하는대로 들어주는 법은 없었으니까.) 날 사랑한다면 마셔. 그게 날 위한 일이니까.
근력
기준치:
90/45/18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상사화: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네 손길을 떨쳐내려고 애써보지만 결국은 무기력하게 술을 목으로 넘겼다. 어째서인지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목이 타는 기분이 들어서 네 뺨을 부여잡고 네 입술에 진득하게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사랑해. (숨 사이로 망가진 인형처럼 되풀이했다. 이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듯, 사랑을 갈구하는 것같이.)
입을 맞춘다고 한들 포도주의 향을 잊긴 어렵습니다.
붉은 포도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며
알코올 기운이 목구멍을 집어삼킬듯
화끈하게 목을 달굽니다.
아니, 목 뿐만이 아닙니다.
괴물의 피가 섞여든 포도주는 혈관을 타고 퍼집니다.
알 수 없는 열기가 온 근육을 강하게 비틀고 쥐어짭니다.
맞추고 있던 입술이 떨어지고
눈 앞의 그가 뭐라고 말을 거는데.
그 말이 들리지가 않습니다.
괴상한 바람소리가 귀 안에 가득 차오르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습니다.
방금 일렉이 뭐라고 했죠?
당신의 이름을 불렀나요?
흐릿한 시야가 뒤집어집니다.
오감이 온통 섞여 천지를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입 안 속 황홀한 포도의 잔향은
금새 차오르는 옅은 숨에 떠밀려 사라지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며 기분이 붕 뜹니다.
취한 것과는 달라요.
점차 주변의 모든 상황이 빠르게 인식됩니다.
창 밖에는 흔히 지저귀는 새 한 마리 조차 없으며.
이 방 바깥의 복도에도 지나다니는 이가 없습니다.
당신의 몸은 인간의 기준으로부터 차차 벗어나갑니다.
당신은 직감합니다.
이것으로 당신도 괴물이 되었다는 것을.
인간으로서의 삶이 순식간에 어그러졌다는 것을요.
더이상 인간으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마침내 흐릿했던 시야까지 차차 빛을 다시 담아냅니다.
그리고,
괴물로서의 당신의 시야에 가장 처음 보이는 것은…
일렉입니다.
언제 쓰러졌었죠?
당신의 몸이 침대에 뉘여 있습니다.
열린 창 밖으로 새벽달이 보이고,
차가운 바람이 뜨거운 몸에 와닿습니다.
하지만 컨디션은 정말이지 멀쩡합니다.
몸이 기이하리만치 가볍고,
시야가 선명해요.
아주 작은 이질감조차 커다랗게 다가옵니다.
이런 것이 괴물인가요?
당신의 옆에 걸터앉아 있던 일렉이 옅게 웃으며
차가운 손을 들어 당신의 목가에 올립니다.
타오를 것 처럼 뜨겁던 몸이 그에게 닿아 점차 식어갑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생일 축하해, 상사화. 이제 인간으로서의 연은 전부 잊고, 나와 함께 불멸을 누리며 지낼 수 있게 되었네. (만족스럽다는 웃음을 옅게 지으며 뻔뻔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연을 끊는 건 걱정 마. 이미 다 준비했으니까. 내가 아니면 누가 널 이해해주겠어. 이런 널 받아줄 존재는 이제 나 밖에 없잖아. 그러니 딱 한 마디만 해.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나는 동족인 널 포용할 수 있으니까.
모든 걸 잃은 널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괴물로서의 삶을 알려줄게.
귓가에 닿는 말들이 모두 괴물의 속삭임들만 같습니다.
아니, 괴물의 속삭임입니다.
그는 정말로 괴물이니까요.
괴물의 주둥아리에 당신이라는 존재가 천천히 삼켜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 비틀린 애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작정인가요.
그것이 명확한 사랑의 형태가 아니라고 해도 말이죠.
상사화, 이대로 그와 함께할 건가요?
상사화:(인간으로써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든 생각이 있었다. 살인을 했던 것도, 식인을 했던 것도, 널 사랑한 것도—어쩌면 내 삶 전부가—죄악들이었다. 그리고, 너를 통해 그들로부터 구원받았다. 그러니 새로 주워진 삶은 선물과도 같았다. 이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 알수는 없었지만.) ...함께 하고 싶어. 영원히. (그러니 네 손을 잡았다. 무엇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비인간적이고 기괴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이제 둘은 괴물일 터이니 상관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