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
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
오늘 멸망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근래에는 묘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달라 곡소리를 내는 꿈입니다.
한 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무저갱에 떨어질 것만 같은 모습.
사람들은 점차 시체처럼 썩어들어가는, 요컨대 악몽이 지속적으로 당신의 밤을 두드린지 벌써 8 달 째입니다.
정확히 꿈이 시작된 시점을 짚어보라면 분명,
그래요,
그 날부터일 것입니다.
심람 이 마을에 나타난 일이요.
성당의 신부님이 전염병으로 죽고 그 빈 자리를 대신하러 온 이였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기묘한 꺼림칙함을 느꼈었는데,
어째서인가 두 사람의 관계와는 별개의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질감.
이를 테면 생리적인 거부감.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강요라도 당하는 것마냥 심람을 향한 거부감은 욕지기처럼 간혹 치밀어오르곤 했습니다.
세상이 흉흉해서일까요. 이유는 오리무중입니다.
하지만 악몽과도,
심람에게 든 기묘한 거부감과도 별개로 당신은 오늘도 성당으로 향합니다.
세계를 구해달라는 기도, 그래도 해야지요.
모든 이들이 하고 있습니다.
말세에 필멸자는 대체로 절대적인 존재를 찾기 마련입니다.
무의미하다 한들 말입니다.
성당 안쪽은 고요합니다.
오르간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를 하는 자의 인영이 보입니다.
심람 입니다.
백여:...조용하네 (중얼거리며 그런 인영을 가만 바라봐)
신부복을 입고 있는 심람은 인기척에 고개를 돌립니다.
그가 묻습니다.
심람:기도를 하러 오셨습니까?
백여:(당신의 물음에 가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걸음, 그 쪽으로 나아가곤) 네, 기도를 하러 왔어요.
심람:(네 말에 별다른 대답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십자가 쪽을 바라보며 기도를 끝마친 후 자리에 일어나서 너에게 다가선다.) 자리를 비켜드릴테니 편안한 마음으로 하시길.
심람은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눈밑에 퀭한 것이, 상태가 영 별로입니다.
백여:... (네 끄덕임에 따라 다시 한 번 고개를 슬 끄덕이고는 네가 제게 다가와서 눈을 마주하면 흘긋, 바라봤다가 상태가 영 좋지 않은 모습에 무어라 말을 걸까 생각하다 여전히 네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이 거부감에 고개를 돌려 십자가 아래로 걸어가서는 이내 천천히 기도를 해)
당신은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드립니다.
어떤 기도를 드렸나요?
이 세상의 멸망을 멈추어달라는?
백여:(기도를 할게 그것 외에 뭐가 있을까, 양 손을 꽉 쥐고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꾹 닫고는 이 세상의 멸망을 그만, 멈추어달라고 그리 기도를 빌었다. 그러고는 기도를 끝마치면 이내 몸을 일으켜 십자가를 다시 한 번 마주하고는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가 당신을 슬쩍 바라봤다.) ... 실례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신부님 안색이 안 좋아보이세요. 모쪼록 몸 조심하시길.
심람:...고맙습니다. (세상이 멸망하는 와중에 좋아보이는 사람이 몇 있을까, 했지만. 음영이 짙게 머문 네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피곤해보이는 건 자매님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차를 드릴테니 휴게실로 따라오지 않겠습니까?
백여:...아니에요 별말씀을요. (하며 떨떠름한 이 분위기 속에서 달리 티를 내고 싶지는 않기에,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던 찰나, 네가 입을 여는 모습에 멈춰 서서 널 가만 바라보다 이어지는 말에는 고개를 살짝 돌려 잠깐 생각하고는) ... 피곤해 보이시는 신부님에게 그렇게 대접을 받아도 괜찮은.. 건가요? 제가 휴게실로 감으로써, 신부님에게도 잠시나마 휴식이 된다고 한다면... 따라갈게요.
심람:(네 미소 속 담겨진 미묘한 기시감을 바라본다.) 잠깐 말벗이 되어주신다면 그것이 큰 휴식이지요. (하고 네가 제 곁으로 오기를 기다렸다.)
백여:그렇다고 하신다면... (가만 고개를 끄덕이곤 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는, 어떤 차가 있나요? 물론... 딱히 가린다거나 하는 건 없지만요 그저 궁금해서요. (하며 조심스레 네게 물었다.)
심람:(네가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면 휴게실쪽으로 걸음을 뗀다.) 며칠 전에 다른 성도님에게 선물 받은 것이 있어요. 여러가지 꽃잎을 말렸다고 하셨습니다. 차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향이 좋더군요. 자매님은 좋아하시는 차가 있나요?
백여:(네가 걸음을 옮기면, 네 뒤를 따라 천천히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걸어가) 좋아하는 차... (네 물음에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내젓고는) 다 가리지 않는 편이라, 특별히 좋아하는 차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신부님은 좋아하시는 차가 있으신가요?
심람:(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네 질문에는 그저 짧게 미소를 짓곤) 한낱 신부님의 취향을 아셔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자리에 앉으시지요. (그리고 달그닥, 찻잔을 꺼냈다.)
휴게실 안쪽은 피로를 풀 수 있는 찻잎과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휴게실 내부 전체에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그렇게 말하면, 반대로 제 취향을 아셔서 좋으실 것도 없으실텐데요. (하며 가만 갸웃거리고는 네 뒤를 따라, 휴게실 안으로 들어서고는 자리에 앉으라는 말에 적당히 자리를 잡아 조심스레 의자에 앉고는 고개를 돌려 휴게실 내부를 훑어보듯, 바라봤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의자 아래에 떨어진 종이 조각을 발견합니다.
백여:(제 눈에 들어온 종이 조각을 가만 바라보다, 이내 몸을 숙이고 팔을 쭉─ 뻗어서 종이 조각을 주워서 살펴봤다.) ...?
심람:(물을 끓이기 시작하고는 너에게 고개를 돌리다가 종잇조각을 발견한 것을 본다.) 아, (얼굴이 창백해진 것도 잠깐.) ...죄송합니다. (제법 급한 걸음으로 네게 다가가 종이를 빼앗는다.)
백여:... (제 손에 들려있던, 종이를 네가 가져가는 모습에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고는) 반응을 보면, 그게 쓰레기라서 죄송하다고 말하시는 건 아닌 것 같네요. (달리 네게 그 종이를 다시 빼앗아서 확인할 생각은 없지만, 네 그런 태도는 꺼림칙하다고 느낀 이 관계의 사이에서 꽤, 신경쓰이는 반응이라 괜스레 네 말꼬리를 일부러 비틀어서 잡듯 그렇게 묻고는 말을 이었다.) 어느 부분이 죄송하신건가요? 저는 괜찮은걸요.
심람:...잡생각을 적어두었던 것인데 다른 이에게 보이기에는 조금 부끄러워서요. 미리 치워두어야 했던 건데.. (종이를 구기고는 주머니 속에 넣어둔다. 네 말에는 무어라 쉽게 대답할 수 없어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다.) 제가... 실례를...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는 말끝을 흐린다. 다시 몸을 돌려서 간시거리와 찻잔을 네 앞에 있는 테이블에다 두었다.) 드세요. 피로를 푸실 수 있을 겁니다.
백여:그런가요? 신부님께서 불순한 생각이라도 하신게 아니라면... 부끄럽거나, 죄송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이상하네요. (네가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는 모습부터 저를 아무런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는 것 마저 찬찬히 너를 살피듯 가만히, 정적이 흐르는 그 시간동안 바라보다가 이어진 네 말에는 이내 화색을 띠우고는 제 손을 내저어) 아니에요! 별로 실례도 아니었는걸요~ 그냥... 그저 답지 않으신 것 같아서, 여쭤본 말이니까요. (하며 네가 제게 내밀어준 간식거리와 찻잔을 바라보다 찻잔을 조심스레 들어 향을 맡고는, 이내 훤히 들여다보일 것만 같은 네 심리를 꿰뚫어보고자 너와 다시 눈을 마주하고는 빙긋 웃어보였다.) 네, 잘 마실게요.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표정입니다.
정말로 그런 이유 때문에 숨긴 것 같진 않습니다.
심람:(불순한 생각,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네게 보이는 모습도 결국엔 위선덩어리 였을 뿐이니. 죄책감 비슷한 것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신부라고 해서 완벽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네가 찻잔을 기울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네 찻잔의 바닥이 보일때까지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저는... 몸이 좋지 않아서 조금 쉬어야할 것 같습니다. 성당 밖까지 배웅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군요. 찻잔은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백여:(아, 이래서 그런 기분이 들었던걸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너와 이렇게 아주 가까이서 마주하는 이 미묘한 분위기와 훤히 보이는 네 생각은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하다가 향을 맡고만 있던 찻잔을 기울여, 제 목구멍으로 찬찬히 한 모금을 삼켜 마시고는) 그러네요.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사람은 일단, 없으니까요. 그렇죠? (안 그러냐는 듯 널 바라봤다가 다시 한 번 찻잔을 기울여 한 모금 마셔) ...그저 신부님의 반응이 의아해서 그렇게 얘기했던 건데... 혹시, 이제라도 실례되는 말이었다면 죄송해요. (하며 찻잔을 양손으로 꾹, 잡고는 네게 그렇게 말하며 반응을 살피다 자신이 찻잔을 다 비울 때까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정적이 이어지다 네가 그제서야 입을 떼면 저 또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제가 배웅해드리지 않아도 괜찮은가요? 몸이 그렇게 안 좋으시다면, 남에게 기대는 것도 괜찮으니까요. (하며 가만 바라보다 이내 살짝 웃고는) 아, 원치 않으신다면 가셔도 괜찮아요. 부디 몸 조심하시길 바라요. (하며 가볍게 목례하곤, 오늘 차는 잘 마셨어요. 라며 덧붙였다.)
심람:(불편한 감각이 몸 전체를 뒤덮는다. 네 눈동자는 저를 꽤뚫어보는 것 같아서. 계속 바라보고 있다면 제 안에 있는 가장 어두운 치부까지 다 보여줄 것만 같아서 이내 눈을 피해버렸다.) 아뇨, 전혀 실례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가만히 너를 내려보다가,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흐릿한 눈동자속에는 지친 기색이 한가득했다. 누군가가 내어준다고 하면 그 품 안에 금방이라도 눈을 감을 수 있을 터였다. 눈을 느리게 깜박이다가 무거운 인사를 건낸다.) 부디 몸 조심 하시길. (도망치듯 먼저 휴게실을 벗어나왔다.)
심람이 떠나고 홀로 휴게실에 남겨집니다.
백여:... 가셨네, 정리나 할까. (하며 제 빈 찻잔을 들고는 주변을 슥 둘러봐)
휴게실 안에 더 두러볼 것은 없습니다.
백여:(달리 더 눈에 밟히는 것도 없기에, 적당히 제가 있었던 자리를 정리해놓고는 휴게실 밖으로 나옵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이만 성당에서 나올까요?
백여:(주변을 슥 대충 훑어보듯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려) ... 기도도 했고, 이만 갈까. (그 사람이 괜히 한 구석에 신경쓰이긴 하지만, 어차피 내게 숨기는 게 있는 사람을 캐서 뭐가 당장에 나올리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성당의 밖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하기만 합니다.
버석버석한 땅과 동물의 시체,
다른 곳에서 온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 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제 햇볕을 받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무장된 성당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남았습니다.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생존자들이 모인 마을 회관으로 가볼 수 있습니다.
백여:사람들은 괜찮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런 곳에서 괜찮은 사람을 마주하면, 무언가의 희망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병원은 환자들의 곡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생명의 숨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곳곳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기웃거리는 당신을 향해 간호사가 다가와 이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경고 합니다.
나가기 전, 시체에 대고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어렵나?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이 문턱 앞에서 눈에 밟히는 시체를 바라봤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시체들이 기괴한 표정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꼭, 저주 받은 것처럼요.
광기에 미쳐버린 얼굴들입니다.
전염병 특유의 반점이나 괴사는 없으나,
모두 충격적인 걸 본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백여: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동 없습니다.
백여:...여전히 다들 상태가 좋진 않구나. 얼른 호전되어야 할텐데... (하며 이대로 돌아가기는 아쉬워 병원 주변을 한 바퀴 천천히 빙 돌아봅니다.)
병원 입구에 나오면 벽에 붙은 전단지들과 익숙한 수도복의 옷자락을 발견합니다.
심람입니다.
의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은 유려하기만 합니다.
낮에 피곤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병세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 어쩐지...
정신력 판정합니다.
백여: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문득 그를 향한 역겨움과 공포을 느낍니다.
시체를 보았기에 느끼는 감정인지,
그를 보았기에 생긴 감정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점은 생리적인 거부감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결코 자의가 아닌 타인이 강제로 주입한,
아니,
아주 깊은 본능에서부터 흘러나온…….
전단지를 보거나, 심람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백여:...(가만 바라보다가 이내 더 이상 시선을 그곳에 두고 싶지 않아,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는 차오르는 역겨운 감정을 억누르고자 벽을 짚은 채 고개를 숙여 땅을 한참, 가만 바라보다 이내 하늘을 올려다보고 숨을 고른 후에야, 아까 눈에 밟혔던 전단지에 제대로 다시 눈을 돌려 살펴봅니다.) ... 무슨 내용이지...?
전단지를 자세히 보면 광고물이 아닌 성서의 구절을 따온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라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
전단지에 대고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마치 지금 병원에 있는 사람들의 상태가 타인에 의한 것 처럼.. 적어뒀네. (의아해하며, 전단지를 뒤로 돌려 살펴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뒷면에 적힌 또 다른 내용을 발견합니다.
[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대로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그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1)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1)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 ]
백여:... 왜 이런 걸 여기에 붙여뒀을까. (하며 다시 전단지를 뒤로 돌려 원래대로 해놓고는,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그, 신부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심람:(의사와 이야기를 끝마치고 고개를 돌리면 너와 눈이 마주친다. 잠깐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숨을 짧게 들이키고 너에게 다가선다.) 여기서 뵙네요, 백여자매님. 아까 제 행동이 불편하지 않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너를 내려다보다 품에서 낡은 책을 몇 권 꺼냈다.) 좋아하실 것 같아서 책을 몇 권 구해왔습니다. 받으시겠습니까?
백여:(고개를 돌려 마주한 그 시선과 시선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워서 저도 모르게 다시 고개를 돌릴 뻔 했지만, 타인을 싫어하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곧이 곧대로 드러내어서 좋을 건 없기에 네가 다가오는 모습에 그저 옅은 미소를 띠우고는) 네, 그러네요. 몸이 안 좋으시다기에 쉬고 계실 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서도 열심히시네요. (그러곤 제 고개를 가볍게 내젓곤) 에이, 전혀요~ 제가 신부님을 불편해 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괜찮은걸요. (네가 꺼내는 책에 가만 손을 내밀고는) 이렇게 절 위해, 책도 구해오시는데... 말이에요. 네, 주세요. 읽어볼게요! 어떤.. 내용인가요?
심람:제가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밖에 없으니까요. (어쩐지, 얼굴근육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렇지만 애써 덤덤하게 네 손위에 책들을 올려두었다.) 마을에 관한 역사책과 성서를 풀이해둔 책이에요. 시간이 나실때 조금씩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쉰다.) 있지요, 자매님. (무겁게 놓여지는 말 속에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슬픔이 묻어났다.) 신부는 사람들의 고해를 들어주지만, 제 고해를 들어줄 사람은 신밖에 없네요.
백여:그것 외에도 이것 저것... 잘해주신다고 생각해요. (웃는 얼굴로 네게 그리 말하고는 네가 제 손 위에 올려준 책들을 받아 가만 돌려 바라보다 품 안에 안고는) 주로 읽는 형태의 책은 아니지만, 신부님께서 주신 책이니 열심히 읽어볼게요. (하며 고갤 끄덕이다가, 이어진 네 한숨에 너와 천천히 시선을 마주해서 바라봐)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신부님의 고해를 들어주었으면 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심람:그런가요? (미소짓는 네 얼굴을 보면서도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시선은 조용히 책을 쥐어든 네 손에 머물러있었다.) 실언을 했군요.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연약해서 세상적인 감정에 자주 흔들리곤 하네요. (신부가 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위로를 얻는다니, 참 불순한 생각이었다. 천천히 시선을 올려 네 눈을 바라보았다.) 만약 당신은 당신의 친구라 생각한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 든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백여:그럼요. 신부님께서는, 좀 더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은걸요? (비록, 제게만큼은 네가 참으로 불쾌하고, 꺼리게 되는 감정을 가지는 이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입에 발린 말이 아닌 진심이었다.) 맞아요, 말 한마디로도 사람의 감정은 쉽게 변하곤 하니까요. 그래서, 말 하나도 조심하라고 하기도 하고, 엎질러진 물처럼... 내뱉은 말은 수습하기가 어렵죠. (네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하고는 너와 시선을 마주한 채로, 네가 이어 입을 떼어 한 말은 의아하다는 듯 널 바라보다 잠시 생각해) ...친구라 생각한 이가 저를 해친다라, 기분은 미묘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밉지만은 않을 것 같은걸요. 일단은 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친구라고 믿은 사람이잖아요? 그만큼, 제게는 특별한 사람이었을테니까요. 이유는 알 수 없어도, 특별한 사람의 마음을 미리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한 편으로 슬플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고는 네게 되물었다.) 그럼, 신부님은 어떠한 기분이 드실 것 같으세요?
심람:말씀... 고맙습니다. 자매님도 정말 좋으신 분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제가 끔찍하게 싫어질만큼. 가만히 네 말을 듣는다. 시선이 잠시 역병과 혼란을 그대로 담아둔 병원과 마을로 향했다.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엉키고 엉킨 감정들과 생각들이 더욱 얽매여 결국에는 돌이 되어 마음 속 깊은 곳에 침몰한다. 그래서 다시 너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어쩐지 굳건함이 묻어나있었다.) 저도 당신과 비슷할 것 같군요. (신은 어떠한 죄인도, 악인도 사랑하라 말했으니까. 조용히 덧붙인다. 차라리 신의 말보다 네 말을 믿고 싶었다.) 아, 저는 이만 돌아가봐야할 것 같네요. 평안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네게 짧게 인사를 건내고 몸을 돌려 자리에서 벗어났다.)
다시 한번 심람이 떠나고 홀로 남겨집니다.
주위 간호사와 의사들이 말하는 게 들립니다.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그가 지나간 길을 가만 바라보다가, 그에게 받은 책을 꾹, 안은 채로 병원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곤 이내 저 또한 발걸음을 옮겨 이번에는 산 자들이 있는 마을회관 쪽으로 향해)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린 상태입 니다.
논의를 벌이는 어른들에게 가보거나, 아이들에게 가볼 수 있습니다.
백여:(마을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겨서 보며, 제일 먼저 시선에 닿은 것은 한구석에 웅크려있는 꼬마 아이들이었기에, 그쪽을 발걸음을 옮겨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 저, 왜 그러고 있어?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아이들은 조용히 구슬로 저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가만히 다가온 당신을 발견하면 곧 한 아이가 울먹이며 묻습니다.
아이: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아이들은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떠들지만 울음 소리에 뭉개져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백여:...응? 무슨 말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누가 죽는다고 그래 아니야. 안 죽어. (하며 아이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몸을 숙이고는 책을 한 손으로 여전히 껴안은 채로, 다른 한 팔로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다, 울먹거리는 아이의 등을 토닥여줘)
신부님이 우리한테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그리고 자꾸 미안하대요. 왜 미안하다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백여:응, 그랬구나. 그래 기도하면 좋지. (하며 가만 끄덕이고는 이어진 말에는 저 또한 의아해서 갸웃이다가 이내 미소를 짓고는) 원래, 어른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하곤 하잖아? 그런거야,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괜찮아. 신부님은 좋은 분이니까. 신부님 말대로... 전부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어때?
아이: 응, 알았어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렇게 믿을게요.
문득 깨닫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전체가 공포에 질려있다는 것을.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로?
다른 곳으로 가보았자 전염병은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에 들어오는 소리.
???: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어느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라는 게 있다는군요. 그 저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뜨린 거야.
악마.
정신력 판정합니다.
백여: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검은 수도복의 끝자락만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갑니다.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회관을 나서면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대뜸 외칩니다.
마른 사내:악마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
백여:...진정하세요. 그렇게 외치신다고, 세상이 변하진 않아요. 차라리,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개선할 방안을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며 두어걸음 그 사내와 거리를 두기 위해 뒤로 빠진 채 그리 말했다.)
백여:... (고개를 내젓고는 몸을 돌렸다.)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희생을 막는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얘기에요.
더 볼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몸도 피곤할텐데,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서 쉬는건 어떨까요?
백여:(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여전히 책을 꾹 쥔 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을 정리하기엔... 편안한 상태가 제일 좋지.
-
집에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여도 마을에서의 일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심람의 모습 또한.
악마,
저주,
주체.
심람의 수상쩍은 행동들.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련지요.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심람이 어쩌면 이 일의 원흉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하는 당신을 믿어줄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보았듯이 심람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신뢰는 두텁기 그지 없었습니다.
분명 당신은 이단자로 몰릴 것입니다.
즉, 이 일의 결정권 은 오롯이 당신에게만 있습니다.
잠이 몰려옵니다.
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심람을 찾아가봅시다.
얼굴을 봐야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
꿈을 꾸었습니다.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쥐더니,
당신의 손에 칼을 쥐여줍니다.
눈앞에는 심람이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심람입니다.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습니다.
아, 이것으로 당신은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불이야!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양동이로 물을 퍼 창밖에서 당신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턱 없이 적은 수입니다.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도망치려 하면 점점 시야가 감깁니다.
숨이 찹니다.
뛰쳐나간 방 바깥은 화마가 지배했습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습니다.
고통에 바닥을 깁니다.
그 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신선한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내뱉었습니다.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백여:... 헉.. 허억, 하아... (연신 기침을 내다가, 겨우 그제서야 숨을 천천히 골라내지만 정신이 없는 건 여전해서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 지 몰라 그저 바삐 눈을 굴리고만 있다가, 그제서야 저를 데리고 나온 이의 얼굴을 확인하고자 시선을 옮겼다.) ...
당신의 앞에는 심람이 있었습니다.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어쩐지 복잡한 표정입니다.
백여:...하아, 하... 신, 신부님...이네요.
....하마터면, 죽.. 죽을 뻔, 했는데... 감사드려요. (하며 힘이 없어, 아주 느릿하게 네게 감사인사라도 하듯, 목례를 했다.)
심람:(걱정이 가득한 얼굴에는 땀이 흥건했다. 가쁜 숨을 정리하며 자연스레 네 어깨에 손을 뻗었다가 흠칫하곤 손을 거두었다.) ...괜찮으신가요?
백여:...후우...하... (다시 천천히 숨을 고르다 네 물음에 고개를 다시 느릿하게 끄덕이고는) ...네, 일단은.. 덕분에요. 신부님은... 괜찮으신가요..?
심람:(덕분에. 네 말에 결국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뒤돌아서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불길 속에서도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했을 터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떨렸다.) 마을 회관으로 가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히 등을 돌려 가버립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백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심람이 사라진 곳에 다 탄 성냥과 기름이 떨어져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불을 지른 자가 심람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백여: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백여:... 하 (목구멍 끝까지 역겨운 감정이 감돌다가, 이내 침착하고는) 후우, 그래도... 덕분이죠. 덕분이에요. (하며 더위에 의해 흘러내린 제 땀을 닦아내고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선 그가 말한대로, 다시 한 번 마을회관으로 발걸음을 느릿하게 옮겼다.)
기껏 죽이려 해놓고, 도대체 왜?
아,
하지만 이것으로 당신은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저 자는 악마야.
심람은 악마야.
문득 당신은 불에 의해 쓰러진 집의 나뭇더미 아래에 어떤 물건이 떨어진 걸 발견합니다.
칼입니다.
식칼.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누군가의 명치에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만한 날카로움.
점점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목숨을 위협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을 흐트러 놓습니다.
-
불타버린 집을 뒤로 하고 마을 회관으로 이동합니다.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받았지만 잠이 올 턱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정말로 당신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회관에 누우면 몇 개 전부 불타지 않은 당신의 물품을 마을 사람이 가져다줍니다.
위로와 응원을 약하게나마 전달도 하네요.
백여:... (그렇게 자주 쉴 일도 없는 한숨을,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자주 쉬게 되는 건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곳에서만큼은, 그래도 평온하게 잠을 잘 수 있겠지, 새로운 하루를 맞이해야지. 싶어 천천히 베개와 이불을 자리에 두고 그 위에 몸을 눕고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천장을 바라봤다) ... 왜?
문득 짐을 바라보면 처음 보는 것이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책입니다.
공책일까요?
수기?
백여:(고개를 슬 돌려 바라본 짐에, 처음 보는 책이 눈에 밟혀 몸을 움직여 그 공책처럼 보이는 것을 손에 집어들었다.) 이런 게 왜 여기에..?
수기를 펼쳐 읽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마을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때가 심람이 성당에 도착한 날과 동일함을 떠올립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기막힌 타이밍이었죠.
새벽이 무르익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습니다.
그런 당신의 곁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지?
떨리는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어쩐지 익숙합니다.
수도복이 사락거리는 소리.
그렇군요.
다시 심람입니다.
뭘 하려는 셈일까요.
가만히 지켜볼까,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심람:네가 나를 방해해.
어쩐지 울분에 찬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이어서,
당신의 목을 조르는 손길.
숨이 사라집니다.
근력 판정합니다.
백여: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강한 힘으로 상대를 밀쳐냅니다.
미미한 흐느낌이 귀에 들어오나 싶을 무렵 인기척이 사라졌습니다.
꿈이었을까요?
하지만 목에 남아있는 감각만큼은 너무도 선명합니다.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어.
끔찍한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백여:...정말로? 왜? (그렇게 중얼거리며, 덮고 있던 이불을 제 양 손으로 꽉 쥐어내며 눈을 쉽게 감지 못한 채 이리저리 시선을 옮겼다.)
불편한 기분에도 새벽은 깊어만 가고 당신은 결국 잠에 빠져듭니다.
마을 회관에서 겨우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언제 깨어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말세라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성당에 기도를 하러 사라졌습니다.
집을 잃은 지금으로선 당신도 몸을 위탁할 곳이 회관과 성당밖에 없습니다.
시간은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입니다.
딱 이 시간부터 고해소에 심람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해,
고해성사라.
그렇다면 무엇에 관한?
저주를 몰고 다니는 주체를 죽이라는 사내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악마를 죽이라는…
그를 위해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던…….
아,
심람을 죽일 거라는 고해?
....
성당으로,
가볼까요?
백여:...달리 갈 곳도 없지. (짧게 한 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고는 이내 숨을 고르더니 성당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성당에 도착해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신자가 들어가는 장소에 몸을 욱여넣으니 닫힌 고해창 너머 심람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심람:고해 성사를 하러 오셨나요?
자,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을 고백하기로 했었나요?
백여:... (막상 마주하니,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제 입밖으로 낼 자신이 없어져서는 아무런 말 없이 제 입을 꾹 다문 채, 고해창 너머를 그저 뚫어져라 바라봤다. 정말로,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어도 괜찮은건가? 그 말을 들을 대상이 누군지 뻔히 알면서, 고해창을 두고 고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면서...)
어서요.
뱉으세요.
백여:...아, (한참을 아무런 말 없이 있다가 이내 고해...하겠습니다. 하고 운을 떼었다. 그러고는 차마 고해창 너머의 보이지도 않을 당신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져서, 제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양 손은 꽉 맞잡은 상태로 기도하는 모습을 한 채 이어서 입을 떼었다.) 신부님, 당신을 죽이려고 해요. 아니, 죽여야만 해요. (그래야, 이 모든 일이 끝이 날 것만 같으니까요.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요 제가? 뒷말은 차마, 자신의 의지와 신념이 충돌하는 것이기에 더 이상 내뱉지 않았다.)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난 오늘 당신을 죽일 겁니다.
선고입니다.
악마와 마녀를 향한 선고입니다.
단두대는 당신의 손에 쥐여져 있습니다.
고해창 너머에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듣기 판정합니다.
백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심람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심람: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외국어 롤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외국어 Roll
기준치:
26/13/5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알 수 없습니다.
고해소를 빠져나와 성당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신자석은 텅 빈 상태입니다.
백여:...휑하네. 그 날보다 더. (중얼거리며 그 날, 기도를 했던 그 십자가 아래로 발걸음을 괜히 옮겨봐)
단상 위 제대에 놓인 일기장이 보입니다.
실수로 떨어트린 듯 구석에 아슬하고 어설프게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백여:이번엔, 읽어도 괜찮다는 걸까. (읽어도 괜찮을지, 이번에도 안 되는 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도 없이 휑한 이곳에서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다고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천천히, 몸을 숙여 일기장을 주워 펴봤다.)
심람의 것이군요.
읽으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백여: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2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너무나도 확실한 단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합니다.
내가 악마야.
백여, 바로 당신이 악마입니다.
이 모든 전염병을 일으킨 장본인.
뱀의 저주를 받은 사람.
마을을 멸망시키는 자.
아, 그래요,
당신이 마녀입니다.
제단 앞에 서 있는 당신이 등을 돌리면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과 성당 문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빛을 온몸으로 받고 서 있는 심람이 충격으로 점철된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당신과,
당신이 들고 있는 일기장을.
관찰 판정합니다.
백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어떤가요?
자신이 죽어야 세상이 구원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눈앞에 떨어진 당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 기분은?
모든 사실을 당신이 알았다는 것을 깨달은 심람은 전부 내려놓은 얼굴로 웃습니다.
당신에게 고해합니다.
심람:...저는 오늘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사형 선고입니다.
나는 오늘 당신을 죽일 것이라고.
심람:미안, 미안해요. (인간은 어찌하여 이렇게 약한 것인지. 왜 신은 저주의 주체를 인간으로 지정한 것인지, 아니 차라리 네가 아니였다면-! 고통스러운 얼굴로 너를 바라본다.) 제발... 죽어주세요.
백여:...저는, 오늘 당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에요. (자신이 여태 기도해왔던 모든 것은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한 셈이었고, 모든 것이 다 거짓이었고 믿어온 것마저 자신이 알던 진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기에 어째서 이렇게 태어나게 된 거였을까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어 이내 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방울이 툭, 툭 떨어지기 시작해 그러고는 제단 앞에서 가만히 서서 너만을 바라보며) ... 사과하지 마세요. 그건 제가 할 말이잖아요. 이게 진정한 답이었으면, 조금 더 일찍 알려주지 그러셨어요. 그냥 결국 일어날 일이었다면, 저질러주지 그러셨어요. 왜, 모든 걸 다 알게 하고 난 후에야 그러시는 거예요. 네..?
심람:(네 얼굴을 보고 있자면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어낸다. 이런 것을 원하지는 않았는데.) 원망해도 괜찮아요. 난, 난.... 당신이 이 모든 것을 알지 않았으면 했어요. (차라리 그대로 날 미워하고 죽였으면 조금은 편했을까. 결국에는 죄책감, 미안함,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 모든 것이 뒤섞인 투명한 눈물이 두 눈을 지나 뺨을 타고 흘렀다. 그와 함께 제 속에 엉겨져잇던 그 모든 생각들을 토해냈다.)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녀를, 나를, 우리를 살려달라고. 그렇지만- (하지만 저는 거짓된 신도였고 신에게 제 기도가 닿을리는 없었을까.)
백여:...어떻게 원망해요?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방울로 앞은 흐릿하기만 하고, 네 표정이 어떠한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말을 하고 있는건지 판단또한 흐려져서는 그저 제 삶의 모든 것이 거짓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이 마을을 아니, 세상을 망쳐버린 것이 다름아닌 자신이라는 게 믿고싶지 않으면서도 믿을 수 밖에 없어서 이제야 모든 퍼즐들이 끼워맞춰지고, 이해가 되어가고 있어 하염없이 이 자리에서 영문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을 연신 흘리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원인이 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결을 하고자 한 당신을 원망을 하겠어요. 스스로를 원망해야죠. 다들 얼마나 우스웠을까요? 얼마나 불쾌했을까요? 모든 일의 원흉이,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기도를 하다니 얼마나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사람... 으로 보였겠어요. 네? (그렇게 생각하던 내용들을 네게, 고해창이 없는 고해소처럼, 그렇게 뱉어내었다. 이어 네 입에서 나오는 음성은 오히려 저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꼴이었다.) ...왜 기도를 하신거예요. 모든 답을 알고 계셨잖아요. 빠른 방법이 있었는데... 이제라도 알았으니, 모두를 위한 답을 자아내는게 맞겠죠. 그렇죠? (하며 가만히 서 있던 발걸음을, 네 쪽으로 천천히 옮겼다.)
심람:아니야, 아니야... (슬퍼하는 네 모습에는 비참함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결국에는 한없이 흔들리고 또 약해진다. 상냥하고, 또 다정한 너는. 너는 이러한 이유로 살해당해야할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저에게 누군가를 심판할 힘 따윈 없었다.) 당신 탓이 아니에요. 제발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무엇을 잘못했나요? 만약, 만약 이렇게 된 것이 당신의 탓이라고 말하는게 신이라면--그런 신이 사랑한 세상이 이런 곳이라면. (거의 울부짖듯이 말들을 내뱉었다. 그건 네 뒤에 서있는 십자가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이런 세상은 멸망해도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네가 걸어온 만큼 뒷걸음쳤다.)
심람은 모든 이야기를 끝마치고 허탈하게 웃습니다.
자신이 결국, 이 세상의 가장 큰 악을 지우지 못한 이유.
그 숨통을 스스로 끊지 못한 이유.
고백합니다.
고해합니다.
끝내 나는 너를 죽이지 못하겠노라고.
끝내.
그러니 남은 방안은 단 하나뿐이라고.
백여:뭐가 아닌건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가장 최선의 결과는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닌, 깔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맞는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오히려, 모두를 죽게 만드는 내가 살아남는 게 맞다는 듯한 반응에 이해할 수 없어서 당신에게 그렇게 다가갔다.) 그래요, 신부님 말대로 제 탓이 아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결과가 보여주고 있는걸요. 그렇잖아요? 지금 신부님... 아니, 당신을 봐요. 당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이런 결과가 아니면 무엇이겠어요. 그렇잖아요. 네? (네가 저를 부정하듯이, 그 뒤로 빠지면 저 또한 네게 가까워지기 위해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나아가고는) 멸망해도 괜찮은 건 없어요. 그리고... 당신의 삶을 이렇게 허탈하게 끝을 내기엔 아깝지 않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답인데 말이에요.
그렇잖아요, 네?
그러니까... 끝을 내주세요. 부탁할게요.
심람:(부정하는 발걸음에도 계속 다가오는 네 모습에 결국은 칼을 다시 굳게 쥘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눈물이 흘러 홍수를 만들어냈으면 했다. 이 성당이 전부 집어삼켜지도록. 네가 저에게 다가오기 까지를 기다렸다. 울분에 가득찬 목소리로 널 맞이했다.) ....미안합니다. 잠깐이면, 잠깐이면 괜찮아요. 잠깐이면... 다 끝나있을 겁니다. (눈물 가득한 목소리로, 너의 미소에 대답하듯 옅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