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왜일까요.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좌석의 맞은 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찰>판정이 있습니다.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다시 한번 <관찰> 판정 해주세요.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버스 라벨은...
0212번.
이 버스는 아무래도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탑승객이 없을 법도 하지요. 불안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다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차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지능>판정이 있습니다.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실패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이상합니다. 머리가 무겁습니다.
막상 과거를 돌이켜보려니, 제대로 기억나는 것들이 없는 것만 같아요.
희미한 두통이 몰려옵니다.
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 하기도 전에,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심람 이 떨어진 무언가를 확인합니다.
당신이 떨어진 무언가를 확인하니...
바닥을 나뒹구는 국화꽃다발을 발견합니다.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는 아무래도 국화꽃다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순백색의 꽃잎 몇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심람:[꽃다발을 줍는다]
당신이 꽃다발을 줍자...
<듣기>판정을 진행합니다.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바닥에 나뒹구는 꽃다발을 주워들던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짧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백여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당신은 백여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인적이 드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당신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백여였으니까요.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버스 안,
죽었던 백여와 조우하게 된 심람,
SAN 1/1d3.
심람: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3
)
=
3
심람, SAN -3
맞붙고,
멎습니다.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일순 멎는 것은 심람의 호흡.
그뿐입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 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비현실적인 현실이요.
백여는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백여가 아닌 백여를 지나치게 닮은 사람일 겁니다.
꿈보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나날 속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이 있는 법입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혼란 속에 빠져있는 당신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요.
막 버스에 올라탄 백여를 닮은 이는,
심람의 생각을 부정하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앉아있는 좌석 옆에 앉습니다.
백여:안녕, 오랜만이야.
아,
저 웃는 얼굴.
저 목소리.
나를 바라보는 다정한 두 눈동자.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었던 저 두 눈처럼요.
정차했던 버스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당신은 받아들이고 맙니다.
백여를 닮은 이는,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백여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당황했나요?
아니면 반가운가요?
혹은, 슬픈가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가 가슴속에 응어리로 자리잡습니다.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막연히 다짐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너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게 된다면,
품에 끌어안고 못다했던 말들을 쉴새없이 토해낼 것이리라고.
그런 다짐을 했었는데.
백여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백여:어딜 가는 중이었어?
심람:...... (네가 있는 곳, 이라고 목구멍 앞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키며 입을 열었다) 정말... 백여야?
백여: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답은 안해주네.
그런 당신의 답변을 들은 백여는 심람의 어떤 대답에도 그저…
군더더기 없는 애정과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뿐입니다.
덜컹.
다시 한 번 방지턱을 밟고 지나간 버스가 얕게 흔들립니다.
<관찰>판정이 있습니다.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운전석 쪽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이상합니다.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할 버스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그저 운전사도 없이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SANc 0/1.
심람:
SAN Roll
기준치:
72/36/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실패.
SAN -1
백여쪽을 돌아보면,
백여는 일절 놀란 기색이 없습니다.
백여:(평온해보이는 표정을 지은 채, 네게 물어) 묻고싶은 게 많다는 표정이네.
뭐든, 물어봐. 알려줄 수 있는 선에서는... 답해줄게.
심람:...... (너를 슬퍼보이는 눈으로 한참을 바라본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하는지 모르는 듯,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네게 묻는다) 잘 지냈어...?
백여:(그러한 네 모습을 가만히, 네가 말을 할 때까지 바라보다가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모습에 어딘지, 슬퍼보이는 듯 옅게 미소짓고는) 잘...지냈냐고 물으면, 글쎄... 아마도? 또 궁금한 게 있어?
심람:나 너무... 혼란스러워. (무의식 적으로 네게 손을 뻗었다, 혹여 닿으면 사라져 버릴까 라는 생각에 손을 멈칫하고선 다시 질문한다) 이 버스는 뭐야?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고...?
백여:(멈칫하는 네 손을, 오히려 이쪽에서 맞잡고는 불안해보이는 너를 진정시켜주기 위해, 천천히 미소를 띠어보여) 괜찮아. 다 괜찮아, 버스는 너와 다시 한 번 만나기 위해서 빌렸어. 그러니까, 나랑 함께 있으면 안전할거야. 불안해 할 건... 하나도 없어. 그리고, (작게 웃음을 터트리곤) 어디로 가냐고? 아까 내가 물었잖아. 너는 어디로 가?
심람:(네가 손을 잡자, 살짝 놀란 듯 눈이 커다래졌다가 이내 눈물을 참으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난 너를 만나러 가고 있었어. (정말 살아난게 맞냐고, 사실 1년 전 일이 거짓인게 아니냐고, 이제는 떠나지 않을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네가, 그리고 내가 이 현실을 자각 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꿈이라면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져 그 질문들은 꺼낼 수 없었다.)
백여:(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말 없이 조용히 네 머리를 천천히 쓸어주고는) 그러면, 이 버스는 네가 원하는 그 목적지로 갈거야. 그리로 가겠네. (하며 담담히 말하고는) 더 궁금한 건 없는거야? 답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 지는 나도 모르는 걸. (하며 장난치듯 으쓱이며 말했다.)
심람:아니, 이제 여기서 널 만났으니 괜찮지 않을까. (네가 장난치 듯 말하자 살짝 놀란 듯 고개를 다시 들며) 그게 무슨 소리야. (물어보기가 두려운 듯, 한참을 기다리다가 조용하게,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이제 나를 떠나지 않는 거야? 또다시 떠나야해…?
백여:음, 그래도 원래 목적지에 맞게. 계속 이동할거야. 버스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하며 시선을 내려 눈을 깜빡이다 다시 널 바라보며 덤덤히 말하다, 네 물음에) 글쎄... 우선, 나는 널 만나고 싶어서, 네 꿈 속에 들어온 거랑 같은거니까. 네가 가기로 한 곳까지. 그러니까 원래의 목적지에 맞도록, 길을 잃지 않게 내가 동행해줄거야. 그 이후는...어떻게 될 지... 나도 모르겠네.
... 일단은 이제 내리자. (버스의 벨을 누르고는) 아까도 말했지만, 네가 가야 할 목적지까지 내가 바래다 줄게.
벨이 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버스는 곧 첫번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
첫번째 정류장
백여:-
-
버스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정류장 지붕 아래,
양 옆으로 담장 형식의 벽면이 기둥처럼 세워져있고 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버스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
당신은 벽면과 벤치, 표지판을 살필 수 있습니다.
백여:어떤 거 부터, 볼까?
순서대로?
심람:그럴까. (벽면을 확인한다)
벽면을 확인하니...
마치 담장을 연장시키는 정류장의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을 내리고 자리합니다.
살펴보거나,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심람:장미...? 누가 가꾸던 걸까? (흰색 장미 무더기를 살펴본다)
흰색 장미는 비를 맞아,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 내려지는 시선에는
아래 피어있는...
흰 색의 국화가 보입니다.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 색 국화 꽃입니다.
흙 속에 뿌리를 내린채 한들한들 흔들리는 국화꽃은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주 생생합니다.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쏟아져내리는 빗소리를 가르고 백여가 말을 걸어옵니다.
백여:국화꽃의 꽃말을 알고 있어?
빗줄기에 파묻힌 탓이었을까요.
그렇게 속삭이는 백여의 목소리는 어쩐지 막연하고도 얕습니다.
<지능, 교육, 식물학>판정이 있습니다.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당신은 국화꽃의 꽃말을 떠올립니다.
국화 꽃의 꽃말은 분명 '감사함과 진실함' 이었죠.
심람:감사함과 진실함...이었나.
백여:응, 그렇지. 그럼 국화 꽃의 색에 따라 꽃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어?
글쎄요,
국화꽃의 색상에 따라 꽃말이 상이하던가요?
처음 알게된 사실인걸요.
심람:그건 처음 들어봐.
백여:(얕게 미소짓고는) 그래? 그렇구나. 그나저나 다음 버스가 올 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네... (라며 벤치에 앉았다.)
백여에게 <심리학>판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심람: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성공
백여는 무언가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네요.
심람:(네 옆으로 가 벤치에 앉는다)
백여:(제 옆에 앉은 너를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본다.)
분명, 순서대로 둘러보기로 했지요.
그럼 이제, 벤치를 볼 차례인가요?/
심람:혹시, 나한테 해야할 말은 없어...? 내가 알아야 할 거 라던지....
백여:음...글쎄... (네 물음에 시선을 벤치에 두고는 벤치를 툭툭 치며) 그나저나 이 벤치, 지붕이 비를 막아줘서 하나도 안 젖어있네 그치?
심람:(네 시선을 따라 벤치를 보며) 응, 그렇네. (벤치를 살펴본다)
벤치를 살펴보니,
원목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나무 벤치입니다.
지붕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주는 탓에 젖은 부분 없이 바짝 말라있습니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쉬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하나가 남았네요. 표지판이었지요?
심람:말라있어서 여기 계속 앉아 있어도 괜찮겠다. 아직 안 본게... 맞아. (표지판을 확인한다)
백여:응, 그래도 되겠지. 버스 올 때까지 무리 없이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 (하며 다행이라는 듯 작게 웃어보였다.)
표지판은... 간략한 버스 그림이 새겨진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심람:(버스 노선도를 확인한다)
당신이 노선도를 확인하면…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버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
흰색: 감사함, 진실함, 성실함
분홍색: 정조
노란색: 순정
보라색: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색: 당신을... 합니다.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관찰/아이디어/자료조사>판정이 가능합니다.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칠이 벗겨진 자국을 통해
국화의 색상이 '붉은색'이라고 적혀 있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꽃말의 의미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확인했습니다.
<관찰>판정을 진행합니다.
심람:흰색, 진실함.... 분홍색, 정조. (꽃말들을 읽어가며) 정말 색상에 따라 꽃말이 달라 지는구나.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백여:응, 다 다르더라. (고갤 천천히 끄덕였다.)
성공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니...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 있는 버스도착 안내 전광판을 발견합니다.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지만,
약한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심람:저기, 전광판이 있어. (벽면 상단을 가리키곤) 제대로 읽기는 힘드네.
백여:(네가 가르키는 곳을 바라보고는) 응, 그러네... 뭐라 적혀있는거야?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실패.
심람:..잘 모르겠어.
백여:음.. 내가 볼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백여가 전광판의 글자를 읽습니다.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심람:...의 이름?
전광판의 내용을 알게 된 심람, <아이디어> 판정을 진행합니다.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심람은 막연히 떠올립니다.
'백여의 이름을 불러야 다음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요.
심람:....백여? (너와 눈을 마주치며 조용히 말한다)
백여:(따라 눈을 마주치고는 저 또한 느즈막히 말해.) 응... 심람.
왜, 였을까요.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백여는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물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아요.
심람,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가라앉은 것만 같은 백여의 두 눈동자에서 무엇을 읽어냈나요.
백여에게 <심리학>판정이 가능합니다.
심람: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백여의 마음을 읽어보려 했지만,
전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성공
그러고보니,
백여의 입술 바깥으로 터져나온
'나'의 이름은 이번이 최초이지 않았던가요.
백여는 버스에서 조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까요.
무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곧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심람:...아.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0122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백여:자, 가자.
두 사람은 버스에 올라탑니다.
당신이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
<듣기>판정이 있습니다.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삐―.
아까 전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
심람:뭘까... 계속, 이명같은게 들려. (고개를 살짝 갸웃이곤, 중얼거린다)
두 번째 버스(0122번)
-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는 천천히 빗길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심람와 백여, 두 사람 뿐입니다.
운전석을 살피면 첫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버스는 그저 운전 기사 없이 홀로 굴러갈 뿐입니다.
두 사람은 의자 두 개가 붙어있는 2인용 좌석에 착석합니다.
<관찰>판정을 진행합니다.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품에 안고 있던 국화가 일전보다 생기를 잃었음을 눈치챕니다.
마냥 하얗던 꽃잎 끝이 짓밟힌듯 옅게 시들어있습니다.
백여:(그런 네 국화를 바라보고는 조용히 말해) ...국화 시들었네.
심람:그러게. 언제 이렇게 시들었지. (꽃잎의 끝을 살짝 만져보며)
백여:그러게... 원래 꽃이 그렇게 빨리 시드나..? (갸웃거리며 말했다.)
심람:정류장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지도 않은데.
백여:그렇지? 별로 오래 지난 거 같지도 않은데... 되게 빨리 시드네.
그나저나 나 없는 동안, 어떻게 지냈어?
(정말 궁금하다는 듯 너를 가만히 바라봤다.)
심람:나는..... (바라보는 네 눈을 똑같이 바라보며) 그냥, 네가 많이 보고 싶었나봐.
그냥 의미없는 하루들을 보내고.... 시간이 흘러가는지도 잘 몰랐어. 사실 아직도 난 1년 전의 그 날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백여:(마주한 시선에 그저 미소를 띠어보이고는) 나도, 정말 많이. 많이 보고 싶었어. (그러곤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물기가 가득한 듯 너를 바라보며) 그랬어? 난 네가 나 없이 지내는 일들 중, 그것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했는데. 여전히 그 날을 살아가고 있구나. 그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심람:(보고싶었다는 네 말에 네 손을 꼬옥 잡으며) 무슨 부탁?
백여:(저 또한 네 손을 꼬옥, 맞잡고는 살짝 미소를 지은 채 갸웃거려) 어떤 부탁이든, 들어준다고 해줘. 그럴 수 있지?
심람:....불안한데.
백여:안해줄거야?
심람:너를 잃는거만 아니면...
백여:음...애매하네...
심람:뭐야, 정말 그런 부탁을 하려던 거 였어?
백여:일단은 말할게 더 뜸들이기도 뭐하니까~ (하며 작게 웃고는 널 빤히 바라보며) 그러니까,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더 이상은 그 날을 살아가지마.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거야.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다양한 일들도 하고, 못해본 것도 하고 말야. 뭐든, 네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네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어. 해줄 수 있지? (하며 네게 눈을 맞췄다.)
심람:(알 수 없다는 듯 살짝 슬픈 표정으로 네 눈을 맞추며) ....알았어. 노력해볼게... (그리고 끝에 나지막하게, 조용히 덧붙였다) 네가 없는데도 그럴 수 있을까...
백여:(노력하겠다는 말에 기쁜듯, 화사하게 미소를 짓고는) 응! 노력하기로 한거다? (그러곤 네 덧붙이는 말에 네 볼을 살짝 꼬집곤) 당연히 그래야지. 부탁 들어주기로 했으니까,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멀리서 확인할거야. 알겠어?
심람:(다른 손으로 네 손을 제 볼에서 살짝 떼내어 손바닥에 작게 입맞추하며) 자꾸 어디로 가려는 듯 말하지 마. 그냥 우리 계속 여기에 같이 남자. 이제는 목적지에 안 도착해도 되잖아.
백여:(네 그런 입맞춤에 그저 아무런 말 없이 물기 가득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백여와 짧은 대화를 이어나가던 와중,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당신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백여가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버스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당신은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 때.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락.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누군가 나를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그야 지금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은 백여 뿐인걸요.
백여입니다.
백여가 억센 힘으로 심람을 끌어안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을 던지기도 전,
쾅―!!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같은 국화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나를 꽉 끌어안은 백여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괜찮느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백여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됩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눈 앞에 쏟아집니다.
왜인지 생경하지 않은 순간입니다.
완전히 정신을 잃기 직전,
당신은 <듣기>롤을 굴립니다.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삐―.
의식과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런 이명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어지러운 의식을 잠재우듯 귓가에 익숙하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던 탓입니다.
"괜찮아." …하고.
-
두번째 정류장
-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 될텐데.
어쩐지 막연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그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인걸요.
백여:깼어?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백여의 목소리.
이곳은 버스 정류장인 것 같습니다.
꼭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이,
끊임없이 펼쳐진 도로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정류장이요.
어느 틈에 하차한 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백여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심람:...어?
뭐지, 분명....
아니, 우리 언제 정류장에 도착한거야?
백여:응? 아까. 그랬지.
왜 그래? 악몽이라도 꾼 거야?
SANc 1/1d3.
아까 전의 사고는 역시 꿈이었던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을테니,
아무래도 질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입니다.
심람:
SAN Roll
기준치:
71/35/14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SAN -1
백여:...피곤하면 더 잘래?
심람:그래, 꿈이라도 꿨나 봐.
백여:다음 버스가 올 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으니까.
그렇게 읊조리는 백여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것만 같다는…
이유 모를 감상이 듭니다.
<관찰>판정이 있습니다.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습니다.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첫번째 정류장에서 보았던 전광판에 비해 노이즈가 덜합니다.
<관찰>판정이 가능합니다.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전광판의 깨진 글자를 읽어보니...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자...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버스가 도착합니다.
당신은 첫번째 정류장에서 백여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버스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두 번째 정류장에서도 백여의 이름을 불러야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람:...? 백여야.
백여:응, 심람.
무겁게 허공을 가르는 백여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백여가 심람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 있지 않아 세 번째 버스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