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네 마지막 모습을 분명 두 눈에 담은 지 일주일이 되어갔지만 아직도 허황된 꿈에서 살아가는 것만 같았다. 멍하니 빗물이 유리창을 여러갈래로 나누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정말로 이 모든게 꿈이라 이 꿈에서 깨고 난다면 다시 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에 옅고 긴 잠과 불면을 반복하기만 했었다. 귓가에 울리는 종소리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일어나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듣기 판정
상사화:
듣기
기준치:
72/36/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들릴 리 없는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스산하고 음산한,
쏴아아 밀려왔다가 철썩이며 돌아가는 소리.
모래가 달싹이고 자갈이 버석대는 소리.
마치 창밖에 바다가 존재하는 것처럼요.
파도가 가라앉을 즈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상사화:....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있을리가 없는데. 잘못들은 거겠지 하고 계속 앉아만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으면
다시 문을 두드리며 목소리가 들립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나야, 상사화.
죽은 일렉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또렷하게 문밖에서 들려옵니다.
이성 판정
상사화:...어?
SAN Roll
기준치:
34/17/6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상사화:(간만에 들은 네 목소리에 일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어쩌면 너를 그리워하다가 제 머리가 만들어낸 환청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혹하는 것이 있어서 맨발로 뛰쳐나가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면 일렉이 서 있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그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죽은 날 그대로의 옷을 입고 있네요.
그때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 있어요.
게다가 비를 맞으며 왔는지,
쉴새 없이 물이 떨어집니다.
죽은 일렉이 돌아온 것을 목격한 상사화,
이성 판정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33/16/6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 1
상사화:(며칠 만에 재회한 너는 제가 기억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며칠을 빗속에서 헤매다가 저를 찾아온 것 같았다. 머리속이 새햐얘지는 동시에 다리에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무거워지고 결국에는 바닥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너- 너... 진짜 티오야?
일렉티오 바시움:(무릎을 굽혀 바닥에 앉은 너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네가 그리워했을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이제 날 알아보지도 못하는 건 아닐텐데. 일렉티오 바시움. 그게 나잖아.
상사화:(반가움, 그리움보다는 충격받았던 것이 컸을 지도 몰랐다. 두 동공이 확장되고 네게 뻗는 손이 덜덜 떨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일주일동안 울기만 했지 말도 하지 못해서 쉰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어, 어떻게. 너 죽었--아니, 지금 살아있는 거 맞지? (지금이 꿈이라고 해도 현실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제 뺨을 때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은 꿈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겨우 뻗는 손을 붙잡는다. 밖에서 비를 맞았기 때문일까 서늘함이 네게 전해졌다. 네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서 입을 연다.) 추워. 들어가자.
상사화:(시체와 동일한 온도의 네 손을 맞잡으면 저에게로 가져와 제 뺨을 묻었다. 그러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는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태연할 수 있는지. 들어가자는 네 말에 오히려 몸을 기울려 너를 제 품에 안았다. 제 체온이 네게 전해질 수 있도록. 네 쪽으로 다가서니 제 머리위에도 고스란히 차가운 빗방울이 떨어졌다. 흐느낌 속에서 토해내듯 말들이 부서져서 흩어졌다.) 나한테 설명은 해줄 수 있잖아. 이게 무슨 일인지. 아니, 애초에 왜 날 두고 갔어!
일렉티오 바시움:(품에 안기는 널 밀어내지 않았다. 빗방울과 섞인 네 눈물이 뺨을 타고 제 손까지 흘러든다. 네 감정까지 흘러드는 기분이었다.) 들어가서 설명해 줄게. 이대로 계속 비를 맞고 있을 건 아니잖아.
상사화:(이대로 너를 보내주면 다시 한번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고개를 내젓고 양팔에 힘을 더 주어 너를 안았다.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렸다.) 싫어-
일렉티오 바시움:(일부러 더 힘주어 껴안는 너에 내려보며 말한다.) 나 씻고 싶은데.
상사화:(빗물이 아니라 눈물에 너를 씻겨줄 정도로 울고 나서야 훌쩍이고는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본다. 어쩔 수 없어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나 너를 이끌어 집안으로 들어선다.)
빗물만큼이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함께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일렉은 집으로 들어서며
당신에게 나직히 속삭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상사화, 아직도 날 좋아해?
상사화:(왜 이제는 저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처럼 질문을 하는 걸까. 그랬었다면 이렇게나 힘들지도 않았을텐데. 겨우 멎었던 눈물이 다시 왈칵 새어나왔다.) ....당연하지.
당신은 긍정합니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잖아요.
당신의 말을 들은 일렉은,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짓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다행이네. (집을 가볍게 둘러보고는 걸음을 옮긴 자리마다 만들어진 물길에 널 보며 말한다.) 씻고 올게. 너도 씻어.
상사화:뭐, 뭐? (무슨 잠깐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씻고 온다는 네 말에 당혹감이 들었다. 네 손을 놓아주지 않을 체로 말했다.) 무슨 일이었는지 설명해준다며.
일렉티오 바시움:(붙잡힌 손을 흘긋 보고 말한다.) 어디 안 가. 아니면 소파까지 다 젖어도 상관없어? 씻고 나서 말해줄게.
상사화:왜?! (답답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네 죽음을 잊은 건지, 아니면 죽었던 것을 알아서 그런 건지 이제는 서운함마저 들었다. 욕실을 가로막고 네 앞에 선다.) 왜 이러는지 설명이라도 하고 가.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원하는 설명이 무엇인지부터 말해봐.
상사화:너, 너 죽었던 거 맞아? 어떻게 이렇게 행동할 수가 있어...? 넌 나 보고 싶지도 않았어? 나는 진짜... 진짜 네가 없는 동안 별 생각도 다했는데. 넌 씻는게 나보다 중요해? (단순히 설명을 원한다는 것보다 믿기지 않아서, 답답함에 묻는 것과도 같았다. 네가 없었던 하루는 차라리 너를 따라 죽는 것이 나았을 만큼 매일이 지옥같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믿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네가 씻을동안 제 눈앞에서 없어질 그 몇분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궁금해하는 질문들 모두를 대답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것만으로도 네게 혼란스러울 것을 알았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네가 내게 필요하다는 거야. 상사화. 그러니까 충분히 중요하지. 네 존재만으로도. (그렇게 말하고는 네가 다시 붙잡기 전에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상사화:(네가 해주는 말에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내가 너에게 필요하다는게 무슨 뜻이 있을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너인데. 저는 충분하지가 않았다. 네가 눈 앞에서 사라지면 미친사람처럼 뒤따라가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고 손잡이를 흔들었다.) 안돼, 안돼. 가지마.
열쇠공
기준치:
1/0/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손놀림
기준치:
21/10/4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안에서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틈새로 들여다보려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문도 열리지 않습니다.
얼핏 바다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욕조에 물을 받는 소리가 들리고,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납니다.
당신은 이렇게도 마음이 불안한데
그는 목욕할 여유도 있나보네요.
당신도 축축한 몸을 씻는 건 어떨까요?
이대로 감기라도 걸려 앓으면 손해잖아요.
상사화:(도저히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주저 앉아서는 소리내어서 울었다. 축축하던지, 감기에 걸리던지 상관하지 않았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텐데. 네가 눈 앞에 없어지는 것은 다시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네가 살아있는 것을 확신할 수만 있다면 어떤 역병에 걸려도 괜찮았다.)
일렉티오 바시움:(목욕을 마치고 뽀송하게 샤워가운을 입고 나온다. 문 앞에 주저 앉아있는, 여전히 젖어있는 널 보고 짧게 한숨을 내뱉는다.) 안 씼었어?
상사화:(눈물로 얼룩져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겠지만 원망 가득한 얼굴로 너를 올려다본다. 이마를 네 무릎에 대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네 다리를 붙잡는다.) 가지 말라고 했잖아....
일렉티오 바시움:(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 세상이라도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린 것처럼 행동하는 네 모습을 가만히 내려본다. 붙잡힌 다리에 축축한 네 손이 여전한 떨림을 갖고 있었다.) 씻고만 온거야. 어디 안 갔어. 오늘 나랑 같이 잘거면, 너도 씻고 와.
상사화:(계속 울어서 그런 건지, 힘을 써서 그런 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하고 열까지 나는 듯했지만 그럴 수록 너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옆에 있어. 계속 내 옆에 있어.
일렉티오 바시움:(네게 꽉 붙잡힌 채 말한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기에 대답은 쉽게 나왔다.) 그래, 네 옆에 계속 있을게.
상사화:(순순히 긍정의 말을 들어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욕실 안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물을 틀었다. 어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대충 물기만 씻어내고 수건 하나를 걸치고 나왔다.) 이제 됐어?
일렉티오 바시움:(수건 하나만 걸치고 나온 너를 보고는 마시던 물잔을 내려놓는다.) 더 궁금한 내용은 없어? (물론 네가 묻는다고 모두 대답해준다는 보장은 없었다.)
상사화:(아직 젖은 머리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지만 여의치 않고 너를 살폈다. 태연하게 물잔을 마시고 있는 너를 보고 있으면 기가 막혔다.) 나한테 설명해준 거 하나도 없잖아. 그래, 내가 잘못 안 거지. 너... 죽었던 게 아닌거지.
일렉티오 바시움:말하면 다 믿을 수 있어? 그리고 그건 네 마음대로 생각해. (어차피 모든 것은 변하지 않을 사실이었다.) 머리는 안 말리고 잘거야?
상사화:믿을게. 믿을 테니까 제발. (이렇게 말한다고 한들 믿는다는 확신은 없었다. 본인에게는 네가 자신을 다시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필요할 뿐이어서 믿고 싶을 만큼 믿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네가 죽었을리가 없어. 정말로.. 내가, 내가... 네가 죽기를 바랐을 때에는 멀쩡했잖아. (본인에게 최면을 걸듯이 번복했다.) 네가 싫으면 말리고 잘게.
일렉티오 바시움:조금만 기다려주면 나중에 말할게. (네가 간절하게 말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 믿지 않을 것도 알았다. 이제는 제 죽음까지 믿지 않는 네 모습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지금 말려.
상사화:(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몰랐다. 재빠르게 머리를 헤어드라이기로 말리고 돌아와 여전히 수건 한장만 걸친 체로 네게 안긴다.) ...이제 괜찮은거지. (안아도 괜찮냐는 말 뿐만이 아니라 네가 계속 옆에 있어 줄 수 있냐는 물음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옷은 안 입어? (샤워가운 한 장만 걸치고 있는 것은 같으면서 물어본다.) 너만 괜찮다면 괜찮겠지.
상사화:...입어 줬으면 좋겠어? (옷을 갖추어 입을 생각도 힘도 없기도 했고, 지금 네가 온전한 건지 맨살로 느끼고 싶기도 했다.) 난 네가 지금 내 옆에 있다는게 가장 중요해. (분명히 네가 이렇게 돌아온 것은 기쁜 것일텐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제 뺨을 소리나도록 두어번 찰싹찰싹 때렸다. 너의 죽음을 부정하듯이.)
찬물로 샤워라도 한 것인지.
일렉의 몸은 여전히 차갑기만 합니다.
꼭 사람이 아닌 것처럼요.
뺨을 때리면 통증이 느껴집니다.
여긴 분명한 현실인데 말이죠.
일렉티오 바시움:(가만히 보다 말하며 침대에 눕는다.) 너 편한대로 해.
자정에 돌아온 일렉과 대화를 하고,
젖은 몸을 씻어내고 나면
이미 많이 늦은 시간입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습니다.
꾸준히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봅시다.
상사화:너 왜이렇게 몸이 차가워? (이불을 단단히 덮어주고 네 옆에 꼭 붙어서 안아주었다. 그제야 이때까지 쌓인 몸의 피로에 잠이 쏟아졌지만 이대로 눈을 감으면 네가 사라질 것 같아서 최대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일렉티오 바시움:(불을 끄고도 눈을 감지 않는 네 모습에 손으로 눈을 덮어준다.) 어디 안 갈거니까 자.
상사화:(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계속 너를 붙잡고 있었다. 다시 만나면 해줄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이야기해주면 또다시 너가 금방 가버릴 것 같아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보니 수면욕을 이길 수는 없었는지 한참이 지나서는 잠에 든다. 간만에 이렇게 편하게 침대 위에서 잠드는 것 같았다.)
일렉으로 인해 불안해진 마음을
다시 일렉으로 진정시키며
잠에 빠져듭니다.
한참을 울었으니 피곤한 건 당연하죠.
밤을 지나 깊은 새벽으로 시간이 흘러갑니다.
듣기 판정
상사화:
듣기
기준치:
72/36/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잠결에 희미한 물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서늘하던 일렉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상사화:(잠깐 잠결에 네가 없어진 것을 느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급하게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티오!!
일렉티오 바시움:(제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는 네 목소리에 다시 침대로 돌아와 널 끌어 눕히고 옆에 눕는다.) 어디 안갔으니까 다시 자.
상사화:(네가 저를 끌어다 눕히면 급하게 너를 끌어안고 얼굴을 살폈다.) 어디갔었어!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역시 이대로 잠드는 것이 아니었는데.)
잠시후 돌아온 일렉에게선 축축한 물기가 느껴집니다.
이미 목욕을 했는데,
한 번 더 씻을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욕실에 잠깐. 괜찮으니까 다시 자. (그리고는 저도 다시 잘 생각인지 고쳐 눕는다.)
상사화:(네가 누우면 더 꼬옥 안는다.) 이제 어디 가지마. (눈에 불을 키고 너를 계속 바라본다.)
일렉티오 바시움:알았어. (아예 놓아줄 생각도 없이 달라붙은 네 모습을 보다 묻는다.) 안 자?
상사화:...자면 또 어디 갔을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계속 눈꺼풀이 감겼다 화들짝 놀라서 깨기를 반복했다.)
일렉티오 바시움:안 갈거니까 자. (그렇게 울고도 진이 안 빠진건지 어떻게든 버티려는 네 눈꺼풀을 덮어준다.)
상사화:안돼... (눈이 따가웠지만 그래도 부릅뜬다. 대화라도 하면 잠이 깰지도 몰라서 물었다.) 내일은 뭐할거야?
일렉티오 바시움:(이미 잠들어서 대답이 없다.)
상사화:자? 티오 자? (흔들흔들)
일렉티오 바시움:(대답없음)
상사화:자지마. (네 위에 털푸덕 눕는다.))
일렉티오 바시움:(미동도 없이 잔다.)
상사화:(뽀뽀한다)
일렉티오 바시움:(차가운 입술이 느껴진다. 반응은 없다.)
상사화:(혀로 네 입술을 핥는다.)(핥핥...)
그렇게 울었으니 피곤할텐데..
잠이 안 오나요?
상사화:(피곤하지만 잠들기 싫었다...)
오늘은 정말이지 피곤한 밤이었어요……
사라진 일렉으로 화들짝 깨긴 했지만
지금은 또 옆에 있잖아요?
지금 자지 않으면 내일 피곤할텐데 말이에요.
상사화:(근데 지금 이렇게 미동도 없이 자는 거 보면 또 걱정이 들었다.) 너 어디 아파...? 살아는 있지?
숨은 잘 쉬고 있습니다.
상사화:(너를 깨우려고 이것저것 하지만 결국에는 지쳐서 잠든다.)
일렉을 바라보며 애써 자지 않으려 했지만
느리게 눈꺼풀이 감기고 뜨이다 어느 순간 잠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당신은 일렉의 죽음과 관련된 짧은 악몽을 꿉니다.
꿈의 끝은 깊은 해저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운 심해.
물거품이 터지는 소리와 거대한 해류의 흐름.
누군가 속삭입니다.
“네 소원이 그렇다면 내가 이루어줄게. 다만……”
잠을 설친 탓인지,
일어나자 온통 어둡습니다.
혹시 하루 내내 잠든 걸까요?
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굵은 빗소리는 흡사 파도와도 비슷하게 들립니다.
상사화:(일어나면 두 눈도 제대로 못 뜬 체 옆에 같이 잤던 너부터 찾는다.) 티오....
옆자리는 비어있네요.
TV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거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상사화:(네가 없는 걸 깨달으면 벌떡 일어나서 옷도 안 챙겨입고 거실로 달려 나간다. 눈을 반쯤 뜨고 달려나간 탓에 문에 머리를 부딪혀서 짧게 신음소리를 내뱉지만 여의치 않고 거실로 나가 너를 찾는다.) 티오?!
일렉티오 바시움:(물을 마시며 태연스럽게 티비를 보다 꽝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허둥지둥 나타난 너와 눈이 마주친다.) 왜?
상사화:(머리가 띵 울렸지만 네 목소리를 따라가서 안긴다. 아직 잠에서 덜깬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어디 가지 말랬잖아....
일렉티오 바시움:집에 있었잖아. (뻔뻔스럽게 말하며 남은 물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다.) 일어났으면 밥 먹어. 난 이미 먹었어.
상사화:왜 혼자 먹어! (빽)(놓아주지 않고 나체인 상태로 계속 널 안고 있는다.)
일렉은 오늘도 물잔을 손에 쥐고 있네요.
원래 저렇게 물을 자주 마시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리만큼 자주 물을 마시는 것 같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그런 널 신경쓰지도 않고 채널을 돌리다 멈추고 널 본다.) 네가 늦게 일어났잖아.
상사화:깨우지. (그렇게 말하면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보니 네가 죽고 난 이후로 제대로 뭘 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일렉티오 바시움:(숨기지 못할 소리를 들으면 말한다.) 밥 챙겨 먹어.
상사화:옆에 있어 그러면. (그대로 널 안고 부엌이라도 갈 생각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알았어. (물잔을 들고 식탁으로 옮겨와 찬물을 다시 채워 마신다.)
상사화:왜이렇게 물을 많이 마셔? (한손으로는 계속 네 손을 잡고 찬장에 먹을게 있나 살펴본다.)
일렉티오 바시움:목이 말라서. 먹을 게 있긴 해?
상사화:(네 말에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찬장을 살핀다.) 몰라. (있나?)
먹을 만한 음식이 있나요?
라면이라던가 참치캔, 햇반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상사화:(그동안 제대로 안 챙겨서 모르겠다...)(라면과 햇반을 발견하고 꺼내서 냄비에 물을 올린다. 여전히 네 손은 잡고 있었다.) 넌 뭐 먹었어?
일렉티오 바시움:적당히 챙겨먹었는데.
일주일 사이 상한 음식은 딱히 없지만.
원래 먹을 게 없던 집이잖아요?
상사화:아 좀 제대로 말 좀 해봐. (답답해서 네 멱살을 잡는다.) 먹었으면 먹은 흔적이라도 있을 것 아냐. (흔적이 있나 부엌을 둘러본다.)
딱히 먹은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알아서 챙겨먹었다고 하지만..
무언가 먹은 것 같지도 않고.
뭘 먹은 걸까요?
상사화:(널 째려보고) 안 먹었지. 너도 같이 먹어. (찬장에서 라면을 하나 더 꺼내서 끓는 물에 면 두개를 넣는다.)
일렉티오 바시움:필요없어.
(끓는 라면을 지켜보지만 정말로 딱히 먹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상사화:필요없기는 무슨? 너 그러다가 또 죽... (는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지금의 너는 죽었던게 아니었으니까.) ...같이 먹어. (햇반 두개를 전자렌지에 조리하고 라면을 다 끓이면 음식들과 수저를 책상위에 둔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차려놓은 음식을 보고서도 물만 마신다.) 생각없으니까 너 혼자 먹어.
상사화:이걸 나 혼자 다 먹으라고? (2인분 가량의 음식을 바라본다.) 너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냐?
일렉티오 바시움:내가 더 끓여라고 했어? 안 아파.
상사화:....진짜 같이 안 먹어? (울먹인다)
일렉티오 바시움:응, 안 먹어. (단호)
상사화:왜! (이대로라면 저도 굶어 쓰러질 것 같았다)
일렉티오 바시움:생각 없어. 너 많이 먹어.
상사화:평생 안 먹을 거야?
일렉티오 바시움:지금은 별로 생각 없다니까. 귀찮게 자꾸 묻지 마.
상사화:내가 귀찮아? (충격받은 얼굴)
일렉티오 바시움:라면이나 먹어.
상사화:(더 하다간 진짜 네 미움만 살 것 같아서 일단 한접시 덜어서 먹기 시작한다.) 왜 안먹는지 설명이라도 해주면 안돼?
상사화:(눈을 두어번 깜박인다. 사람이 죽는 거야 뉴스에서 늘 나오는 이야기였다. 너와 관련있어도 죽은 건 네가 아니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밥을 한숟갈 더 떠먹는다.) 나중에 음식 사러 나갈 건데 같이 가자. 아니면 외식을 할까?
일렉티오 바시움:생각해볼게. 일단 밥부터 먹어. (남은 물을 마저 마시며 네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상사화:(오랫동안 안 먹었다 급하게 먹어서인지 라변의 반의 반도 다 못 먹고 남긴다. 네가 손도 대지 않은 햇반을 본다.) 너 병원은 안 가봐도 돼? 이참에 건강검진을 해야하나. (사뭇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이 광기에라도 걸린 사람 같았다.)
일렉티오 바시움:나보다는 네가 가야할 것 같은데. (줄어든 식사량을 보며 말한다. 어차피 지금 병원에 가봤자 일주일 전에 사망처리 된 사람이 다시 걸어들어가는 꼴일테니 제대로 처리되기도 어렵겠지만. 이제 아예 제 죽음을 없었던 일로 치부하는 네 행동을 여전히 정정하지는 않았다.) 그럼 일단 씻고 올게.
상사화:나는 괜찮아. (네 죽음은 없던 일이라고 믿고 있었으니 병원에 가더라도 문제가 될 게 없을거라 생각했다.) 또 씻어? 같이 씻어.
일렉티오 바시움:혼자 씻는 게 편해.
상사화:그럼 옆에서 보고 있을래.
일렉티오 바시움:굳이 그렇게 하고 싶어?
상사화:응.
일렉티오 바시움:난 그러고 싶지 않은데. 기다리고 있어. (어제처럼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일렉이 씻으러 간 사이,
집을 훑어보면 당신이 자는 동안
가구 위치가 조금씩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렉이 만진 걸까요?
하지만 왜……?
아무래도 살펴보는 게 좋겠어요.
상사화:(불안하기는 했지만 다시 네가 문을 잠군 것을 보고는 한숨을 짙게 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괜찮을거야, 괜찮을거야... (본인에게 암시하듯 중얼거리며 음식을 치우다보면 가구의 위치가 변한 것이 느껴져서 거실을 살펴봤다.)
익숙한 거실입니다.
넓은 창문 밖으로 장대처럼 쏟아지는 빗줄기가 보입니다.
그 때문일까요.
집안은 습기로 꿉꿉합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TV, 소파, 현관 정도입니다.
상사화:(아까 네가 보았던 TV를 본다.)
지금은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
상사화:(전원을 다시 킨다.)
TV를 다시 켜면 뉴스가 이어지네요.
“날씨 예보입니다.
전국적으로 때아닌 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해상에서 북상하는 전선의 영향으로
적어도 주말까지는 굵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가 그치고 나면 추위가 한풀 꺾여 이른 봄이 찾아올 것으로……”
아나운서의 단어 사이사이 빗소리가 섞입니다.
상사화:(그러고보니 요새 비가 많이 내리긴 했었다. 어제 일 때문에 소파가 젖진 않았나 살펴본다.)
일렉과 당신이 어제 앉아있었던 소파입니다.
쓸어보면 조금 물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상사화:아직까지도 안 말랐네. (그제야 옷을 챙겨입고 수건을 하나 가져와 소파를 대충 닦아둔다. 그 사이에 욕실에 다가가 문을 두드린다.) 다 했어?
소파를 닦으면 흙 알갱이가 묻어납니다.
물기를 머금은 축축한 흙이네요.
오늘도 목욕을 하는지 욕실 앞에 서면,
참방이는 물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원래 저렇게 목욕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상사화:(어디서 진흙탕에 구르기라도 한 건지. 소파에 묻은 흙을 털어낸다.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것인지 몰랐다. 이제는 다 괜찮을텐데. 입술을 꾸욱 깨물고 현관 앞에 섰다.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겠지.)
어제 말끔하게 정리해둔 현관인데,
어째선지 흥건한 물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습니다.
함께 비를 맞았기 때문일까요?
그런것치고는 너무 많은 물입니다.
상사화:어디서 물이라도 샜나? (걸레를 가져와서 물을 닦으며 주위를 살핀다.)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어디서 이렇게 물이 많이 온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상사화:(걸레로 대충 닦고 나면 의자 위에 걸어둔다. 아직도 안 나올 것 같은 너를 보면 다른 욕실로 가서 빠르게 씻고 나온다.)
씻고 나오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네요.
상사화:(다시 한번 욕실에 가서 문을 두드린다.) 다 했어?
대답대신 물소리만 들리네요.
아직 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사화:(오래 걸리네...)(슬슬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았다. 대신 나갈 채비를 하러 침실로 갔다.)
상사화:먹긴 뭘 먹었구나. 이런건 어디서 구해왔대. (후라이팬을 쓴 건 아닌 것 같은데... 남은 음식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으며 냄비를 싱크대로 가져간다.)
당신이 먹었던 그릇이 얌전히 놓여 있습니다.
일렉이 사용했을 그릇은 보이지 않습니다.
상사화:설거지도 해뒀나?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말려둔다. 이러고 있으니 정말로 일상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남은 음식들은 그대로 냉장고에 넣었다.)
젖어있는 그릇도 없는데 말이죠.
냉장고를 열어보자,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상사화:? (냉장고 안을 유심히 본다.)
원래도 음식이 많지 않은 냉장고였는데,
고기만 골라 줄어있습니다.
간밤 도둑이 들어 고기만 훔쳐 갈 리는 없으니 아무래도……
상사화:....일렉이 가져온 건가? (눈살을 찌푸린다. 어젯밤에 봤을 때는 빈손이었던 것 같은데.)
냉장고를 살펴보던 그때,
띵동
누군가 초인종을 누릅니다.
상사화:(올 사람이 없을 텐데. 욕실을 한번 눈짓하고 현관문쪽으로 다가간다) ...누구세요?
경찰: 경찰입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인터폰으로 봐도 경찰 옷을 입고 있네요.
상사화:(이런 아침부터 경찰이 무슨?) 무슨 일인데요? (문은 열어주지 않고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다.)
경찰: 이 근처에서 대량의 혈흔이 발견된 사건이 있어 현재 긴급 수사 중입니다. 몇가지 여쭤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가능하실까요? (경찰증까지 보여주며 말한다.)
경찰은 확실해 보입니다.
상사화:(딱히 숨길 것은 없어서 대답했다.) 네, 그러세요.
문을 열어주었나요?
상사화:(굳이 열어줄 필요는 못 느껴서 안 열어줬다)
경찰: 혹시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상사화:왜요?
경찰: 수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상사화:그냥 말로는 못하는 건가요? (그래도 조금 쫄았는지 문을 연다.)
문을 열어주면 경찰이 가볍게 인사하며 이야기합니다.
경찰: 아무래도 보고 이야기 하는 것과 달라서 말이죠. 그건 그렇고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도 다 씻겨져 내리지 못한 피라면, 원래는 어느 정도였을지…… 그런데 정작 피 외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단 말이죠. 혹시 신경 쓰이는 걸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상사화:전 전혀 모르겠는데... (죽었던 연인이 돌아왔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며칠 전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집에만 계속 있었거든요.
경찰은 당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다시 묻습니다. 딱히 의심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경찰: 아, 그러시군요. 또, 오늘 새벽에 우산을 쓰지 않고 돌아다니던 사람에 대한 목격 정보가 꽤 들어왔는데. 혹시 아는 거 있으세요? 사건과 별 관계는 없어 보이지만, 수상하긴 해서요.
상사화:(고개를 젓는다. 일렉에 대한 것은 남들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경찰은 흙과 물로 더러워진 현관과 불 켜진 욕실을 흘끔 봅니다.
그리고는 말을 마무리하며 떠납니다.
경찰: 그럼 동거인에게도 물어봐주시고 수상한 일이 있으시면 경찰서로 연락부탁드립니다.
상사화:네. (짧게 대답을 마치고 현관문을 닫는다.)
현관을 닫고 짧게 주방을 보면,
침실에서 갖고 나온 이불이 아직 그대로네요.
이걸 어떻게 하려고 했죠?
상사화:(아, 까먹었다. 젖은 이불은 세탁기에 넣어서 빨래를 한다.)
세탁기로 빨래를 돌려놓고 나와 이제 무엇을 하나요?
상사화:(욕실에 돌아가서 한번 더 문을 두드린다.) 다 했어?
일렉티오 바시움:거의 다.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상사화:빨리 나와. (네가 나오지 않으면 문앞에서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자켓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손 끝에 비늘이 느껴졌다. 기다리는 동안 보고 있을까 비늘을 꺼내서 살펴본다.)
비늘을 들여다보는 당신의 등 뒤로,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찰박거리는 발소리도요.
뒤를 돌아보면 목욕 가운을 걸친 일렉이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나왔는데... 그건...
금방 목욕을 마쳤는데도,
일렉의 혈색은 좋지 않습니다.
그저 물에 빠졌다가 기어 나온 사람처럼 보일 뿐이에요.
상사화:왜 이렇게 늦었어? (볼멘 소리를 내뱉다가 네 얼굴을 보면 당황해서 가까이 다가가 살핀다.) 왜그래? 어디 아파?
만져보면, 변함없이 차갑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목욕 좀 하느라. 아픈 곳은 없어. (네 손에 있는 비늘을 보고 말한다.) 그건 어디서 났어.
상사화:(차가운 네 피부에 움찔한다. 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침대 시트에 떨어져 있었는데. 안되겠어, 너 정말 병원 가야할 것 같아.
일렉티오 바시움:괜찮으니까 손에 쥐고 있는 거 줘봐. (달라는 듯 손을 뻗는다.)
상사화:(별 다른 의심 없이 네게 비늘을 건넨다.) 진짜 괜찮은거 맞아? 나.... 나 또 널 잃을 수 없어.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비늘을 건내주면 그대로 입에 넣고 으득으득 씹어 삼켜낸다.) 괜찮아. 그냥.. 한 번 더 씻어야 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일렉은 지금 막 씻고 나왔잖아요?
상사화:....?? 왜 그래?! (네가 비늘을 씹어 삼키는 것을 보면 놀래서 네 얼굴을 붙잡고 입안을 살폈다.) 너 이상해. 안 괜찮은 것 같아. 아니, 내가 안 괜찮아. (또 눈물이 금방 차올랐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변한다는 말도 있지 않았던가. 오늘의 너는 어제보다 훨씬 더 이상했다. 변화는 늘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
일렉티오 바시움:내가 이상한 것 같아보여? (네가 살펴보아도 멀쩡한 입 안만 보일텐데. 물론 쥐고 있는 뺨이 기이할만큼 창백하고 서늘하지만. 관찰하듯 널 보며 물었다.)
상사화:어, 이상해! (흡사 물고기 것과 같은 네 살갗을 이리저리 살핀다.) 너... 방금 그건 왜 먹었어? 집에 있던 고기들도 다 네가 먹은거야?
일렉티오 바시움:(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서는 주방으로 가 생수병째로 물을 벌컥 마신다.)
욕실 조사가 가능합니다.
상사화:대답 안 해? (널 따라 나가려다가 욕실에 눈이 밟히는 것이 있어서 바라본다.)
일렉티오 바시움:딱히 말하고 싶지 않아.
방금 나와서 일까요?
사용 흔적이 여실하게 남아있네요.
빨래 바구니, 욕조, 배수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사화:(이상한 것이 없나 욕조를 살펴본다.) 너 진짜 그럴 거야?
물 빠진 빈 욕조입니다.
일렉이 삼켰던 그 비늘을 다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감이 좋지 않네요.
지능 판정
상사화: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일렉에게서 물을 떼어놓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끊임없이 목욕하고,
갈증이 나 연신 물을 마시는 모양이 아무래도 찜찜합니다.
욕실 문을 잠가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분명히 열쇠 꾸러미가 침실 협탁에 있을 거예요.
상사화:이게 왜 여기있어? (비늘을 다시 주워서 살펴본다.)
침대 시트 위에서 발견한 그 비늘입니다.
상사화:(이제는 조금 다급한 눈길로 배수구도 본다.)
물이 제대로 내려가지 않는 게 아무래도 막힌 것 같습니다.
배수구 안을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비늘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이런 욕조에서 목욕한다면 물이 역류하고 말 겁니다.
상사화:(비늘을 한뭉큼 챙겨서 밖으로 나선다. 네게 이것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참이었다. 빨래바구니가 시야 한 구석에 스쳐지나갔다.)
흙 묻은 수건이 한가득 들어있습니다.
일렉이 쓴 걸까요?
대체 몇 번이나 씻은 건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상사화:(욕실에서 나와서 너에게 비늘들을 보여준다.) 이게 뭐야?
일렉티오 바시움:(비늘들을 보여주면 가만히 보다 말한다.) .. 네가 신경쓸 건 아니야.
상사화:(네 말에 금새 울상을 지었다.) 어떻게 신경을 안 써? (그리고는 네 몸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뭘 감추는 거야.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해주는 거고. 아까 경찰이 왔다간 건 알아?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꼼꼼히 살펴보면,
일렉의 손목 피부가 일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경찰은 왜?
상사화:몰라, 근처에서 혈흔이 발견됐데. (네 손목을 잡는다.) 여긴 왜 이래?
일렉티오 바시움:모르겠는데. (네가 손목을 붙잡으려 하면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 온다.)
돌아온 일렉의 손목은 깨끗합니다.
깨끗하지만……
뭔가 불길해요.
상사화:(저에게 몸을 돌리고 제대로 된 대답도 주지 않는 모습에 네 다리를 발로 찬다.) 나쁜 놈아!! (또 눈물을 터뜨렸다.) 왜 이렇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어!
일렉티오 바시움:(다리를 걷어차고 불안하다 호소하는 네 말에도 어떠한 변명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저 물병을 마시며 마른 입술을 적시고 있었다.)
상사화:(네게서 물병을 쳐낸다. 떨어진 물통 때문에 바닥이 물에 흥건히 젖어도 신경쓰지 않았다.) 말 좀 해보라고, 일렉티오 바시움. 이러면- 이러면. (네 죽음을 내가 인정할 수 밖에 없잖아. 이제는 흐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일렉티오 바시움:.....
내던져진 물통으로 바닥에는 물이 흩뿌려집니다.
그 사이 제법 많은 물을 마셨는지
마신 양이 훨씬 많아 보이지만요.
일렉티오 바시움:.. 무슨, 말을. 원하는데.
그 물을 다 마셨는데도,
어째서 일렉의 목소리는 이토록 메마른 것처럼 들리는 걸까요.
공기 중에서 호흡하지 못하는 양,
그는 낮게 신음합니다.
테이블을 긁는 손등에 기이한 비늘이 빽빽하게 일어나 있습니다.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광경이었어요.
이성 판정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32/16/6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 2
상사화:(분명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제 앞에 있는 것은 지금 이 세상에서 살이있는 일렉티오 바시움과 가장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네가 목이 마른것처럼 행동하면 다급하게 생수병을 하나 새로 까서 네가 마시게 한다.) 마셔, 빨리. 죽지마, 죽지말라고. (그리고 네 가슴팍에 이마를 맞대고 흐느낌 사이로 중얼거렸다.) 제발, 날 버리고 가지마.
일렉티오 바시움:(바닥에 흩뿌려진 물에 급하게 손을 적시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당장이라도 욕실로 뛰어가고 싶었지만, 겨우 숨을 내뱉는 몸으로는 걸음을 옮기는 것도 힘들었다. 네가 물을 까서 마시게 하면 걸음을 옮길 만큼의 힘은 돌아오는 것 같아 우는 널 밀어내고 욕실로 가 샤워기를 튼다. 몸이 흠뻑 적고 나서야 호흡이 안정되고, 날카롭게 빛나던 비늘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상사화:(밀쳐내면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지만 네가 욕실로 돌아가는 것을 따라 들어간다. 기껏 갈아입은 옷이 다시 젖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알던 일렉티오 바시움은 죽었다고. 지금 제게 돌아온 것은 인간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네가 살아만 있다면, 그렇게해서 내 곁에만 있다면 괜찮았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내며 네게 물었다.) 내가 뭘 하면 될까. 어떻게 하면 너랑 계속 있을 수 있어?
일렉티오 바시움:(기껏 입은 옷이 흠뻑 젖어 피부에 달라붙고 나서야 비늘과 호흡이 진정되고, 따라 들어온 너와 시선을 맞출 수 있었다. 지금까지 물을 마시며 괜찮은 척 하려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네 시선에 변치않은 애정이 담겨있는 것을 알면서도 겁이 났다.) ..잠시만, 혼자 있게 해줘.
상사화:(시선이 맞추어지면 확신할 수 있었다. 네가 어떤 모습이던 상관없을 거라고. 그러니 더더욱 너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러면 나도 혼자가 되는 거잖아. (젖은 네 손을 붙잡아서 제 뺨에 둔다.) 그건 무서워.
이제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일렉이,
일렉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요.
반짝이는 비늘을 갖고,
물이 없으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날고기를 먹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축축하게 젖은 일렉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 시선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서늘한 손을 놓지 않고 따뜻한 네 뺨 위에 올려두면 다시 네게 묻는다.) ..상사화, 아직도 나를 좋아해?
상사화:(이런 질문을 물어보는 이유가 무엇일지, 한참을 너를 제 시선에 담으며 생각했다. 네가 말하는 것이 꼭, 꼭... 곧 어느 동화의 결말처럼 비눗방울이 되어서 사라지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러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얼음장같이 차가운 네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응, 좋아해. 사랑해. (네가 죽고 다시 한번 저에게 돌아왔을 때 느꼈던 것이 있었다.) 나는 네가 없으면 살 수가 없어. 그러니까 네가 또 사라지면 나도 너랑 함께 갈거야.
어쩌면 질문의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어떻게 다른 대답을 할 수 있겠어요.
사람을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으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바다에서 태어난 이에게 뭍을 그리워하도록 만들고
떠나보낸 이에게 비 오는 날마다 누군가를 그리게 하는 것.
핏빛 죽음이 없더라도 그에게 이 생명을 전할 수 있을 거예요.
일렉의 젖은 몸과 입술은 얼어붙을 듯 차갑지만 괜찮아요.
당신이 괜찮다고 말해주었잖아요.
일렉은 그 키스에 응해주며 당신을 안아줍니다.
수요일이 끝났습니다.
일렉은 당신의 품 안에서
아주, 조금씩,
온기를 나누어 받습니다.
닿은 뺨이 어쩐지 따스합니다.
기분 탓일까요?
마주친 시계는 11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다시,
ED1. 비 오는 수요일에
일렉티오 바시움 구제 / 상사화 생환
보상 : 이성 회복 1D5
일렉은 인간으로 규정됩니다. 인어로 겪었던 모든 증상이 사라집니다. 후유증처럼 조금 더 비 오는 날을 좋아하고, 조금 더 목욕을 좋아하게 되었네요. 떠나간 동족을 위해 바다의 작은 신은 일주일 전으로 시간을 돌립니다. 일렉이 한 번 죽었던 것을 기억하는 건 일렉과 사화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