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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실라 화이트 & 세리나 힐 - 히스클리프

페어/세실

by 시크SYK 2022. 11. 22.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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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C PC

실라 화이트


세리나 힐
시나리오 시나리오 링크 END
히스클리프   2
플레이 날짜 플레이시간 트리거요소 (드래그로 확인)
2022년 11월 14일, 16일 8시간 사망, 자살 

후속 시나리오: 워더링 하우스

 

 

2022년 11월 14일 월요일
[Heathcliff]
kpc: 실라 화이트, pc: 세리나 힐
-
내일은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피곤함이 갑자기 극심히 몰려올지도 모르겠어요.
전혀 기쁘지 않은 일에, 당신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기뻐하다니.
아니.
모두는 아닙니다.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실라 화이트 입니다.
봐요.
지금조차.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실라 화이트:...아가씨. (당신의 뒤에서 침체된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윽고 망설이는 발걸음. 당신의 어깨에 닿는 손길에서 미세한 떨림이 전해집니다.)
세리나 힐:(한 곳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가 어깨에 닿는 손에 고개를 돌린다. 무표정 하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생겼다가 다시 사라진다.) 집사. 무슨 일이야?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세리나 힐:
심리학
기준치:30/15/6
굴림:77
판정결과:실패
그저,
실라가 퍽 고통스러운 기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라 화이트:그냥, ...좋은 밤이네요. (긴 속눈썹 아래 비치는 푸른 눈에 깊은 그림자가 생깁니다. 희미한 미소에 답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려서.) 떨리진 않으세요? (익숙하게 머리카락을 정리정돈 해줍니다.)
세리나 힐:좋은 밤인가... (다시 창문으로 고개를 돌린다. 익숙하게 네게 머리를 맡기며 살며시 눈을 감는다. 머리카락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조심스러운 손길이 좋았다.) 아는 게 있어야 떨리지. 아는 것도 없는데. ( 말 그대로 이름만 아는 상대에게 어떤 감정이 생길리가. 뭔가 생긴다고 해도... 귀찮은 정도려나. 아, 결혼하기 싫네.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마음을 다시 내리누르느라 작게 한숨을 내쉰다.)
실라 화이트:결혼... (하기 싫어요? 마찬가지로, 입술에 걸린 말이 내뱉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감정호소 한들 바뀌지 않는 현실. 이 곳에서, 이 자리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미리 축하드려요. (결국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로, 바보같은 말을 읊조립니다.) 머리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세리나 힐:(네게 받았던 무수한 축하 중 기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그 축하가 달갑지 않았다.) ...내일 안 올 사람처럼 말하네. (평소처럼 말하려고 해도 이미 약간의 불만이 묻어나왔다.) 그냥 놔둬. (괜히 당신에게 뭐라고 하듯 딱딱하게 말했다가 금방 한풀 꺽인다. 오늘이 지나면 보지 못할텐데 남은 시간이라도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까 계속 만져줘.
실라 화이트:(제가 모르는 이와 웨딩로드를 걷는 네 모습을 상상하면 차라리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니에요... 가야죠. (그리 말하는 목소리는 풀이 죽어있습니다.) 아무것도?(몸이 자연스럽게 낮추어 당신과 눈높이를 맞춥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요? (그의 목소리 또한 덩달아 작아졌지만, 가까워진 거리 탓에 한단어, 한단어가 또렷이 들립니다.)
세리나 힐:(적어도 한 사람은 내가 이 저택을 떠나는 걸 슬퍼해주겠구나. 저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이가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네가 한순간 가까워지자 네 모습을 천천히 눈에 담느라 잠시 말이 없다. 지그시 너를 바라보고 있자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럼... 지금까지 했던 머리 중에 제일 예뻤던 걸로 해줘.
실라 화이트:(그 미소를 조금 더 보고 있자면 당장이라도 네 치마자락을 붙잡은 체 결혼하지 말라고 애원할 것 같아, 눈을 피하고 네 뒤에 섭니다.) ...네. (언제나 그러했듯, 섬세한 손길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땋아서 하나로 묶습니다. 무심코 훤히 들어난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그것을 자각한 순간 얼굴을 붉히며 물러섭니다.) ...만족해요?
그의 질문에는 대답할 시간이 없습니다.
사용인:세리나 아가씨,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가셔야 해요.
세리나 힐:(마음에 든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사용인들의 등살에 못이겨 자리에서 일어난다. 방을 나서는 중에도 고개를 돌려 너를 보더니 입모양으로 '고마워'라고 전한다. 그리고 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미련이 남은 눈으로 바라본다.)
-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 오랜만일세, 세리나!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듣기
기준치:40/20/8
굴림:57
판정결과:실패
: …린튼 가에서… …다며?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당신을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인사하려는 셈일까요.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지만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대화를 이어가거나, 대인기능 판정을 통해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세리나 힐:
매혹
기준치:15/7/3
굴림:67
판정결과:실패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 순간, 뒤늦게 실라가 나타나 당신의 어깨를 톡 칩니다.
실라 화이트:아가씨, 피곤하실텐데 잠깐 산책이라도 나가실래요?
세리나 힐:(몰려드는 사람들 틈에서 네가 다가오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마냥 반가웠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변명거리를 댄 후, 자리를 벗어난다.) 때마침 잘 왔어.
자리를 이동할 때 홀 내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홀을 살펴보면 저 먼 발치에 있는 결혼 대상 집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린튼 가.
문득 당신은 린튼 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가장 명예로운 집안!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했죠.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실라 화이트:(린튼 가의 사람들을 보면 미묘하게 표정이 구겨집니다. 오랫동안 보왔던 당신이라면 확연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적대감.)
순간, 당신의 먼 친척이 다가와 웃으며 잔을 건넵니다.
친척: 인사해야지? 이제 사돈인데 말이야.
세리나 힐:(힐끗 네 표정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친척이 건넨 잔을 받고 억지로 웃는 표정을 만들어낸다.) 아, 네. 그래야죠. (린튼 가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가 본다.)
실라 화이트:(뒤늦게 네게 손을 뻗지만, 끝내 잡지는 못합니다. 대신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가지마세요. 저와 함께 있어주세요.
세리나 힐:(몇 걸음 내딛지 못하고 멈칫한다. 네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작더라도 네 목소리를 놓칠 일은 없었다. 상대에 대한 정보와 너 사이에서 잠시 갈등하다가 네게 돌아선다. 어차피 내일이면 알게 될 텐데. 그런 생각으로 네게 돌아선다. 그리고 작게 속삭인다.) 안 갈게. 오늘만큼은... (너와 있을게.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 대신 네게 한 발자국 다가간다.)
당신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실라는 금방 기분이 좋아보이는 기색입니다.
그저 당신이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 사실에 기쁜 모양입니다.
저렇게 단순해서야.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애정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사실은 당신도 알 테니까.
어쨌든 당신은 내일 결혼을 할 몸입니다.
이런 식의 과도한 애정은 두 사람에게 좋은 결말을 내놓지 못할 겁니다.
시간은 밤 9시고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달빛을 등지고 문득 실라가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실라 화이트:나와 함께 춤 추지 않겠어요? (덤덤하게 흘러나오는 음성과 상반하는 손끝이 떨립니다. 한층 붉어진 얼굴로 변명 늘어놓듯 허둥지둥 덧붙입니다.) 날이 좋고- 달빛이 참 밝잖아요. 아, 아니... 아쉬울 것 같아서. 제가요.
세리나 힐:(밝은 달빛 아래에 붉어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웃는다. 가슴 한 켠에는 나중에 감당할 수 있겠냐는 물음이 들려오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합리화한다. 앞으로 이런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테니까. 너와 춤을 추기 위해 만들어 낼 수 있는 무수한 이유 중 하나를 골라낸다.) 기꺼이. (네 손 위에 제 손을 올리고 살짝 잡는다. 떨지 말라는 것처럼.)
손을 잡아주는 게 어때요.
그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두 사람은 달을 등지고 희미한 선율을 따라 스텝을 밟습니다.
춤
실라 화이트:(당신의 손을 잡으면 이대로 정원을 가로질러 멀리멀리 달아나고 싶은 충동에 휘싸입니다. 달빛이 길을 비출 거라고, 그게 안된다면 기꺼이 제 한 몸 부셔서 길을 만들어 낼 거라고.) ...아가씨, (지금이 아니면 제 마음을 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를 몇 번이나 삼키고 나서야-) 죄, 죄송해요. 제가 무례를 범한 건 아닌가요?
세리나 힐:(스텝을 밟을 때마다 끝이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에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찰나가 영원이 되었으면 좋을 텐데. 마음속으로 그런 소원을 빌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럴 수 있었다면 시간은 한참 전에 멈췄어야 했으니까.) 괜찮아.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이렇게 말하면 나도 결혼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서. 네게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숙인 채로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말했다. 다시 고개를 들어 너를 볼 때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다.) 오늘은 조금 무례해도 용서해 줄게. (애초에 넌 무례한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진심이었다.)
잔잔한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관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옷으로 감춰진 목 부분에 희미한 상처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러고보니 팔뚝에도…….
세리나 힐:(목깃 쪽으로 손을 뻗어 옷을 살짝 들춰낸다. 상처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너와 눈을 맞춘다.) ...이거, 어쩌다 생긴거야? (걱정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말투.)
실라 화이트:(당신의 손길이 닿으면 화들짝 놀랍니다.) 네, 네? (한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더니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그냥- 이, 일 하다가 다쳤어요.
세리나 힐:(집사의 일에는 다칠만 한 게 없을 텐데. 네가 집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모르고 있을 리는 없었다. 계속 관심을 두고 있었으니까.) 무슨 일? (의심보다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나온 질문을 한다.)
실라 화이트:그, 계단에서 넘어졌어요. (흔하디 흔한 변명 내놓고,) 괜찮아요. 제가 덤벙거려서 생긴 상처니까... (끝끝내 시선을 회피합니다.) 그, 그것보다 이제 돌아가야지 않겠어요? 파티가 어느정도 끝무렵에 이르렀어요.
세리나 힐:(변명보다는 시선을 피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더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주제가 바뀌자 물어보길 포기한다.) 그래야지. 자리는 지켜야 하니까. (잡고 있던 손을 빼내고 등을 돌린다. 걸음을 옮기기 전에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약, 잘 발라. 덧나지 않게.
실라 화이트:...그럴게요. (풀이 죽은 얼굴에는 죄책감이 확연합니다. 이미 다 들켜 버린 표정이고 감정이지만,) 머, 먼저 가실래요? 저는 바람 조금만 쐬고 들어갈게요.
세리나 힐:이따가 봐.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걸음을 옮겨 파티장으로 돌아간다.)
실라를 정원에 남겨두고 파티장으로 돌아갑니다.
파티는 어느 정도 끝무렵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순간,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당신의 친척이 당신을 붙잡습니다.
친척: 세리나, 어디갔다가 이제 온 거야? 린튼 가의 사람들이 널 만나보고 싶어한다. 어서 따라와라.
세리나 힐:(이렇게 갑자기? 의아해 하면서도 친척을 따라간다.)
당신이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그는 당신을 린튼 가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끌고갑니다.
그들은 반갑게 당신을 맞이합니다.
: 이게 누구야, 우리 새가족 될 사람 아니야!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그래, 그래도 장인 어른 될 분도 계시고, 린튼 가는 왕족과 연관된 집안이고…
잘 보여야하지 않겠어요.
이 모든 건 가문을 위한 일인데.
다만, 린튼 가 사람들을 자세히 살피면, 대부분 눈동자가 흐리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째서인가 눈밑이 거뭇하고 대다수 낯빛이 창백합니다.
햇빛을 오래 보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한 사람들처럼.
세리나 힐: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사람들을 살핀다. 사람들이 전부 어딘가 아파보인다는 것을 의아해 하며 다른 이상한 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더 이상한 점이라면,
그렇게 피곤한 몰골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기뻐보인다는 점일까요.
당신을 이렇게 환대해주는 것에 화를 내야할지, 감사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얼추 인사를 하고 나면 그들은 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을 부릅니다.
: 하퍼, 하퍼 린튼!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지 않겠어.
하퍼 린튼:부르셨습니까. (세리나를 보고 정중하게 몸을 숙입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하퍼 린튼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정중하게 당신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마저도 귀족답네요.
세리나 힐:(생각보다 멀쩡한 모습에 한결 안도한다.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상한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다.) 아니에요. 세리나 힐이라고 해요. (살짝 허리를 숙이며 우아하게 인사한다.)
하퍼 린튼:피곤하실 테지만,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춤 한 곡 춰주지 않겠습니까? (세리나의 손을 잡고 홀 중앙으로 이끕니다.) 다들 바라고 있는 것 같아서요.
세리나 힐:(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안 추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주위 사람들 시선을 의식해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새로운 음악 흘러나오고,
내일의 주인공들이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는 실라가 서있습니다.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그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찰나입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속삭임.
하퍼 린튼:당신의 친구가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하퍼의 속삭임입니다.
하퍼 린튼: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습니다.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 쪽은 썩 달갑지 못하니까.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불쾌감이 문득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이밍 좋게 춤이 끝납니다.
정중히 인사한 미래의 배우자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당장 내일 부부가 될 사이인데 더 함께해주지도 않는다니.
기분이 좋진 않네요.
실라 화이트:(춤이 끝난 것을 보자마자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 당신을 살핍니다.) 괜찮아요?
세리나 힐:(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모습에 그 남자가 사라진 쪽을 기분 나쁜 표정으로 응시한다. 그러다가도 네가 다가오면 표정을 풀어낸다.) 괜찮아. 좀 쎄한 구석이 있는데... 일단 멀쩡하다는 점에 감사해야겠네. (약간 자조적인 투로 중얼거린다.)
실라 화이트:(당신의 대답에 표정이 조금 창백해지는 건가 싶더니,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닫아버립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심지어 실라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실라가 당신을 붙잡는 건.
왜 저리 애달픈 표정인지.
왜 저리도 서글픈지.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라가 너무나 간절하게 말합니다.
실라 화이트:결혼하지마세요. 결혼하지마세요, 제발.
그냥 제 곁에 있어주세요.
정말이지 이토록 절박한 목소리가 있던가?
계속 읊조립니다.
세리나 힐:(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결혼 하루 전인 오늘, 이제서야 겨우 기적이 일어나길 체념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아니, 먹으려고 했는데... 네가 붙잡자 다시 흔들리고 만다. 간절한 목소리에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유를 묻는다.) ...왜?
실라 화이트:(지금 제가 내놓는 대답이 본인에게,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함은 늘 불안을 안겨주었고, 그는 언제나처럼 회피를 택합니다. 눈 끄트머리가 슬프게 쳐지고, 입술은 미약한 호선을 그리는가 싶더니,) 알잖아요, 당신은. (결국은 불분명하게 답을 내놓습니다.) ...알잖아.
그런 매달림 끝에서야 실라는 조용히 당신을 놔줍니다.
말 한마디도 없이 먼저 등을 돌려 사라지는 게 아닌가요.
어째서인가 그 뒷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깁니다.
세리나 힐:(그래, 알았다. 모르지 않았지만... 이런 답에 미래를 맡길 수는 없었다. 결혼은 가문의 중요한 수단이고, 내 의무였다. 이를 저버리려면 그에 준하는 게 있어야 했다. 용기던, 확신이던, 진실이던. 그게 무엇이든 나를 움직일 무언가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향한 말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말하지 않으면 몰라.
당신의 말이 닿았는지, 안 닿았는지...
그의 뒷모습은 멀어집니다.
심란함을 안은 밤이 지나갑니다.
이제 곧 당신은 식장에 가게 될 것입니다.
그 곁에 설 이는 실라가 아니죠.
무슨 일이 일어난대도.
-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실라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축하.
축하라.
축하 받을 일이던가요, 이게.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실라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이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듣기
기준치:40/20/8
굴림:94
판정결과:실패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을 듣습니다.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 린튼의 시체입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세리나 힐: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32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변동 없습니다.
경찰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검거하는 가운데 바로 그 경찰에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세리나 힐:(지나가던 경찰을 붙잡고 묻는다.) 저기, 무슨 일이죠? 저 사람이 왜 죽어있는 거예요?
경찰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동정의 시선을 건넵니다.
그리고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힘이 들어간 문장을 내뱉습니다.
경찰: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총살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 살인 사건이라 할 수밖에요.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살인 현장을 둘러봄이 가능합니다.
비록 경찰과 린튼 가의 사람들이 있지만 갑자기 배우자를 잃은 새 가족이 충격에 점철된 낯으로 조금 살핀다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세리나 힐:(일단 시체를 샆펴본다. 총에 어디를 맞았는지, 그리고 다른 상처는 없는지 확인한다.)
살인현장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채 감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세리나 힐:(시체가 쥐고 있는 것을 자세히 본다.)
은밀행동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은밀행동
기준치:10/5/2
굴림:36
판정결과:실패
경찰:어, 거기 만지시면 안됩니다.
당신이 쪽지를 빼내려고 하는 순간, 경찰이 제지합니다.
세리나 힐:죄송합니다. (일단 한 발 물러나는 대신 건드리지 않고 관찰해본다.)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경찰의 눈을 피해 쪽지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림은 거미와도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건 도대체 뭘까요? 난데없이 왜 거미?
세리나 힐:(고개를 갸웃거리며 창문 쪽으로 가본다.)
창문 근처에는 마침 경찰이 있습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살피면,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크기는 성인 남성 평균치네요.
…어쩐지 익숙한 크기입니다.
저 신발 자국도요.
세리나 힐:(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 기운을 애써 무시하며 창문에서 떨어져서 장식장을 살펴본다.)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느낌입니다.
세리나 힐:(액자를 살펴볼 수 있나? 장식장 문을 열어보려고 한다.)
액자는 사진만 없을 뿐, 특별할 게 없습니다.
세리나 힐:(다시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카펫을 살펴본다.)
카펫은 핏자국으로 너덜합니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딱 봐도 고급 재질, 비싼 카펫 같은데.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관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떨어진 탄피를 발견합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모든곳을 둘러봤다 싶을즘, 경찰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정말 심각한 얼굴입니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경찰:아, .... 힐 씨. 혹시 실라 화이트를 아십니까?
세리나 힐:...네, 알고 있어요.
경찰: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사용인들이 말하는군요.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세리나 힐: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맞아요. 결혼식보다는 얼굴도 모르고 결혼하는 방식을 못마땅해 한 거예요. (반사적으로 감싸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약간 날카로워진 어조로)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경찰:음.... 정원사가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화이트와 비슷하다 증언하길래 말입니다. 혹 오늘 화이트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세리나 힐:그는 아니에요. (단언하듯 말하고 만다.) 어제 제가 부탁한 일이 있었거든요.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그 일 때문에 바빴을 거예요. (그리고 해서는 안 될 거짓말까지. 생각보다 태연하게 흘러나온다.)
당신의 거짓말에도 경찰은 심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실라를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무어라 위로의 한 마디라도 전함이 좋을까요?
하지만 당신이 무어라 말을 해도 그들은 당신만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이만 자리를 뜨고자 하여 린튼 가의 저택을 나설 경우,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 가 저택 한구석에 있는 풀숲 속.
관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32
판정결과:보통 성공
하얗고 벌레처럼 생긴 무언가가 당신을 응시하다 사라짐을 발견합니다.
세리나 힐:(조심스럽게 풀숲으로 다가가 본다.)
풀숲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저 익숙한 풀벌레 소리가 사방에 울러퍼집니다.
세리나 힐:조심해. (나지막히 말하고 다시 마차를 기다리던 장소로 돌아간다.)
-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결혼 대상이.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든,
괜찮지 않든,
지금 이 상황에서 실라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장 경찰이 한 말만 봐도 말이에요.
실라와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설마, 실라가?
그렇게 극단적인 성격이었나?
일단 두 사람은 아주 오래 알아온 사이잖아요?
아주 약간의 기시감이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는 가운데 창밖으로부터 실라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과 제 가족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실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심부름을 다녀왔노라 답하는 게 시야에 잡힙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실라가 어딘가 피곤해보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문득 창문 너머로 실라와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속을 알 수 없는 저 분위기…….
세리나 힐:(어딘가 불안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너를 마주한다.)
실라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내에 주문 받은 물건을 사러 나갔고, 그 위치는 린튼 가 저택과 정반대에 있습니다.
물건을 산 영수증과 구매한 상인까지 증인으로 내세우자 의심스러운 낯을 하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실라 화이트:... (당신을 발견하면 옅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럼 그렇죠.
실라가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왜이리 찝찝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실라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실라는 부드럽게 웃을 뿐입니다.
평상시 짓던 그 표정입니다.
언제나와 같이.
다를 바 하나 없이.
당신을 애정하고 있습니다, 저 눈빛은.
실라 화이트:방으로 돌아갈까요, 아가씨? (당신에게 손을 뻗습니다.) 배웅해 드릴게요.
세리나 힐:(심란한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네 손을 잡는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른 사용인들이 보이지 않으면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밤 사이 무슨 일 없었지?
실라 화이트:(소리 낮추어 묻는 모습에 덩달아 몸을 숙이고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입니다.) .... (짧은 긍정 내뱉고 조곤하게 묻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어요? 결혼식은... 유감이에요.
유감?
정말 유감이라 생각하는 건가요?
심리학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심리학
기준치:30/15/6
굴림:17
판정결과:보통 성공
전혀 그렇게 여기는 기색이 아님을 알아차립니다.
네, 하나도 안타까워하지 않습니다.
마치 이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세리나 힐:(오래 알고 지낸다는 건 이런 거짓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걸음을 멈추고 너를 바라본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니잖아, 하는 짧은 읊조림이 따라 붙는다.)
실라 화이트:당연히... (당신 앞에서 숨기지 못할 것이란 것 알면서도 내뱉은 거짓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글픈 표정을 숨길 수 없습니다.) ...아가씨에게는 안 좋은 일이잖아요. 슬프지... 않으세요?
세리나 힐:(슬프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은 쪽에 가까웠다. 결혼 상대와 그 가족에게 생긴 일은 안타까웠지만 그와 별개로 원치 않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거기에 당분간 다른 혼담은 들어오지도 않을 거라는 사실까지 깨달으면 약간 홀가분한 기분까지 들기도 했다.) 충격을 받긴 했지만... 슬프지는 않아. (적어도 너에게는 솔직히 말하고 싶었다. 오늘 일어난 일에 약간은 안도했노라고.)
실라 화이트:(진심담은 말이 전해지면 미소가 입가에 잔잔히 퍼집니다. 또한 진실된 낯으로) ...그렇다면, 유감이 아니네요. (네 방에 도착하면 너를 침대에 앉힙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너와 눈높이를 맞추고 묻습니다.) 차를 타 와도 될까요?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걸로 가져올게요. 곧 주무실 시간이잖아요.
세리나 힐:(그 미소가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었다.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다가도 다정하게 챙겨주는 모습은 평소와도 같아서 더 종잡을 수 없었다.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였을까, 피로감이 느껴졌다. 몇 초간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떠도 여전히 눈앞에는 네가 있었다.) 응, 부탁할게.
실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문을 나섭니다.
피로감에 한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실라가 짐을 남기고 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차피 다시 오긴 하겠지만 삐죽 튀어나온 신문은 신경 쓰입니다.
세리나 힐:(자리에서 일어나 신물을 끄집어낸다.)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린튼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69
판정결과:실패
일정 페이지에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명단을 보면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순간, 실라가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와 동시에 산뜻한 카모마일 향이 방 안에 퍼집니다.
실라 화이트:(트레이를 선반에 올려두고 찻잔에 차를 따라 당신에게 건네줍니다.) 뜨거워요.
세리나 힐:(딱히 뭘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찔렸다. 어쩌다보니 신문을 내려놓을 타이밍을 놓쳐 반대손으로 네가 건낸 찻잔을 받았다.) 아, 고마워. (차가 조금 식기를 기다리며 묻는다.) 오늘 언제부터 외출했던 거야? 준비하는 동안 한 번도 얼굴을 안 비춰줘서 조금 서운했는데.
실라 화이트:(신문을 보고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까전 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춘 체로.) 미안해요, 일을 보러 조금 일찍 나갔어요. 결혼식 전에는 도착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당신의 얼굴을 살피며,) 괜찮은 거 맞죠? 사건 장소에 가셨다면서요.
세리나 힐:갔지. 거기가 결혼식 장소였으니까. (사건보다 신경쓰이는 건 범인이 누군지였다. 더 정확히는 어느 순간부터 의중을 알 수 없어진 네가 신경쓰였다. 혼란스러움이 머물러 있다가도 네가 얼굴을 살피면 금방 표정을 가다듬는다.) 괜찮아. 그냥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시작했더니 조금 피곤할 뿐이야. (그렇게 말하고 약간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실라 화이트:(당신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완전한 비극보다 온전하지 못한 혼란이 나을 거라 판단하여. 그는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얼른 주무시는 게 낫겠어요. 내일은 린튼 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세리나 힐:린튼 가 사람들이? 무슨 일로? (네가 일어나면 눈높이가 달라져 자연스럽게 너를 올려보게 된다. 아직 우리 가문을 의심하는 건가 싶어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실라 화이트:아무래도 취소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오는 것 같아요. (문득 허공을 응시하더니,) ...잘 된 일이죠. (내뱉은 중얼거림은 혼잣말에 가까웠습니다.) 이만 가볼게요, 모쪼록 평안한 밤 되시길...
혼잣말 끝에 당신이 무어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사를 한 뒤 나갑니다.
닫힌 문 너머 실라가 무슨 표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잠을 잘 수 없는 밤입니다.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것을 밤잠 설치던 당신은 발견합니다.
세리나 힐:(잠도 안 오는데 무슨 일이지 싶어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어본다.)
복도로 나가면 끝에 위치한 실라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 있습니다.
안 자고 여태 뭘 하는 걸까요?
세리나 힐:(발걸음을 옮겨 실라의 방으로 간다.)
실라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이 늦은 밤까지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리는 하고 살라 잔소리를 해야 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실라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입니다.
살피면 이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왜?
지능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52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것이 신문에 적힌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수첩을 넘기면 가장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하퍼 린튼.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탄피입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근원지를 살피니 침대 밑입니다.
실라가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 걸까요?
그러나 찝찝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세리나 힐:(그 자리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침대 밑을 살펴본다.)
관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1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노트 한 권을 발견합니다.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거미 그림.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는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옆에 적힌 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자.
문득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일어나면 실라가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잠옷 차림의 실라는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팔은…….
온갖 상처로 가득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당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치 챈 실라가 빠르게 겉옷을 챙겨 입겠지만 이미 늦었죠.
모든 걸 봐버린 뒤인데.
실라 화이트:아, 아가씨.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겉옷을 허둥지둥 입습니다.) 왜 안 주무시고 계셨어요?
세리나 힐:(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얻어 혼란스러웠다. 사실은 그 정보보다도 내가 모르고 있는 네가 있다는 사실이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노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 ...너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만다. 또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이 다물리길 몇 번 반복하더니 한참 뒤에 겨우 말을 꺼낸다.) ...팔은 왜 그렇게 된 거야. 넘어졌다는 말은, 이번에는 안 통해. (가라앉은 목소리와 굳은 표정. 네게 뭐라도 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것 같다.)
실라 화이트:(당신의 반응에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이 됩니다. 이제까지 준비했던 말들도 전부 소용이 없어집니다.) 미안해요, 제가... (흔들리는 목소리에 애써 힘 주어서 한 단어 한 단어 내뱉습니다.) 나, 나가주세요, 아가씨. 밤이 너무 늦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무어라 말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끝끝내 시선은 마주하지 못합니다.)
세리나 힐:(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자 표정이 일그러진다. 언뜻 보면 화가 난 것 같기도 한데 그것보다는 실망감이 컸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면서도 네게 신뢰를 사지 못했다는 실망감. 그러니까 스스로를 향한 분노가 제일 옳은 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네가 표정은 익히 알고 있는 표정이라서 더 캐묻는 말도, 상처가 될 만한 말도 하지 못한다.) ...그래. 나가줄게. (결국 우울한 미소와 함께 딱딱한 말투로 말하고 네 방을 나간다.)
실라 화이트:…아가씨. (처음 보는 당신의 표정에서 무수한 감정들이 읽힙니다. 차마 무어라 대답해야할지 몰라 입술만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다 기어코 붙잡을 순간을 놓칩니다. 이번에도. 당신이 문 밖을 나서기 직전, 떨리는 음성이 들립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마지막 순간…. 만약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그 때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요?
곁.
내 곁.
실라가 근래에 유난히 자주 언급하는 말입니다.
세리나 힐:(문 밖을 나서기 전, 들려오는 질문에 걸음이 멎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그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했을 텐데. 사실은 지금도 곁에 있고 싶은데... 당장은 그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모르겠어. 정말로 하나도 모르겠어, 지금은. (눈앞에서 벌어진 이 상황에 대한 말인지, 아니면 네 질문의 답인지 알 수 없었다.)
실라 화이트:(눈이 천천히 감기고, 불빛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 낸 긴 속눈썹이 잘게 떨립니다.) 그때가 되면- (한숨같은 목소리.) 알게되실 거예요. 좋은 밤 되시길.
당신이 방을 벗어나면,
천천히 닫히는 문틈으로 실라의 미소가 보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그 미소가 슬퍼보였던 것은 착각이었을까요.
어쩌면 세리나,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던가요.
결국 문이 닫힙니다.
완전한 단절.
아침이 옵니다.
-
결혼식 다음날의 동이 텄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린튼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가족들의 분위기를 보면 좋지 못합니다.
좋을 수 있을리가요.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물론 자식의 혼사가 망쳐졌다는 사실이 더해 더더욱 초상 난 분위기일 겁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당신은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세리나 힐:(먼저 부엌으로 가본다.)
하인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이 속닥속닥.
듣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듣기
기준치:40/20/8
굴림:22
판정결과:보통 성공
하인1: 린튼 가 사람들이 가문 구성원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후계자였다더라.
하인2: 그럼 뭐야? 그 부부만 남은 거야?
하인1: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살아있긴 했다는데 전부 죽으면 대가 끊기는 거겠지…….
세리나 힐:(하인들의 말이 끝나면 걸음을 옮겨 휴게실로 가본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탁자와 벽난로를 살필 수 있습니다.
세리나 힐:(탁자를 살펴본다.)
탁자를 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자 신문이네요.
세리나 힐:(신문을 읽어본다.)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실라 화이트.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입니다.
실라.
세리나 힐:(신문을 내려놓고 벽난로 쪽으로 가본다.)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세리나 힐:(종이조각을 밖으로 빼낼 수 있는 도구가 주변에 있는지 살펴본다.)
근처에 장작을 넣을 때 쓰는 긴 작대기를 발견합니다.
이거라면 종이를 꺼낼 수 있겠어요.
세리나 힐:(작대기로 조심조심 종이를 깨내본다.)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이성 확인합니다.
세리나 힐: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변동 없습니다.
종이의 내용을 보려고 시도할 경우,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습니다.
…전염을 통한… 지배…….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세리나 힐:(눈살을 찌푸리지만 일단 종이조각을 잘 챙겨두고 뒷마당으로 나간다.)
벽난로를 보고 지나칠 때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어디 책에서 뜯어온 듯한 종이 한 장입니다.
세리나 힐:(종이를 주워본다.)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부 지역입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교육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교육
기준치:60/30/12
굴림:86
판정결과:실패
과거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인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아질 않습니다.
세리나 힐:(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 종이도 같이 챙겨서 뒷마당으로 나간다.)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는 실라가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잠잠한 낯이 됩니다.
실라 화이트:좋은 아침이에요, 아가씨.
세리나 힐:(순간 표정이 약간 굳지만 이내 평소와 같은 얼굴을 한다. 반사적으로 손에 든 종이를 뒤로 숨긴다.) 좋은 아침이야... 실라. (그저 평범한 인사일 뿐임에도 한 박자 늦게 네 이름을 나온다. 망설인 것처럼.)
실라 화이트:(어쩐지 평소와는 다른 두 사람의 공기를 느끼고 시선을 정원쪽으로 다시 옮깁니다. 자주색 꽃에서 나는 향기가 짙습니다. 손가락으로 꽃잎을 만지작 거리더니,) 이 꽃의 이름을 아시나요? (묻습니다.)
세리나 힐:(네 질문에 꽃으로 시선이 향한다. 정확히는 네 손가락이 닿은 곳으로. 정원을 지나다니며 몇 번 본 적이 있는 꽃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름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이름이 뭔데?
실라 화이트:(당신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체 말을 이어갑니다.) 에리카인데, 히스라고도 불려요. (부드러운 음성과 낮게 가라앉은 시선. 여전히 속을 알 수 없습니다.) 꽃말은 고독이라고 해요. (손은 꽃가지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곧 손님이 오시는데 꽃을 선물해드리는 게 어떨까 싶어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평이한 어조의 실라의 모든 말들이 전부 기이하게 다가옵니다.
세리나 힐:...그 꽃을? (손님, 그냥 손님도 아니고 유일한 후계자를 잃은 가족에게 고독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을 선물해준다고? 또다시 느껴지는 이질감.) 어제 죽은 하퍼 린튼이 린튼 가의 마지막 후계자였대. 알고 있었어? (너를 떠보는 질문이었다. 과연 너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의도한 것이었을까.)
실라 화이트:히스꽃은,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잖아요. 무수한 꽃송이들이 모여 작은 덤불을 만들어냈죠. 고독함 여럿이 모였으면 그것은 더이상 고독이 아니지 않을까... (그렇지만, 당신이 느끼듯, 꽃다발은 누구를 위한 선물일지 알 수 없습니다.) 아까 다른 분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요. (자리에 일어나서 당신에게 다가섭니다.)
실라는 문득 당신을 응시합니다.
말없이 한참이나.
그 눈에 깊게 박힌 애정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맹목.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실라가 입을 엽니다.
실라 화이트:침대 및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요. 내가 이곳을 떠나게 되면, 그걸 들고 날 만나러 와주세요.
세리나 힐:어디 가는데? (떠남을 확신하는 것 같은 말. 목소리에 불안함이 묻어나온다. 아무리 네가 제게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해도, 그래서 너를 전만큼 믿지 못한다고 해도. 너는 내 곁에 남아있어 줬으면 했다. 언제까지고.)
실라가 대답을 하려 입을 여는 순간,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인: 아가씨, 린튼 가 사람들이 오셨습니다. 가족분들이 먼저 응대할 테니 잠시 방에 가 있으셔도 된다고 하시네요.
세리나 힐:가지마. (작게 중얼거린다. 하지만 너를 보고 있었으니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확실했다. 대답을 듣고 싶은 듯 했지만 이미 하인이 너와 내 사이에 끼어든 이상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하인의 말대로 자리를 떠난다.)
당신을 바라보던 실라는 이내 꽃다발을 들고 자리를 떠납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탕.
총 소리가 울렸습니다.
명백한 총 소리입니다.
근원지는 현관.
세리나 힐:(총소리에 깜짝 놀라 굳어있다가 황급히 현관으로 나간다.)
현관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실라가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실라를 응시합니다.
실라의 손을 보면, 그래요.
리볼버.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세리나 힐: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성 -1
피가 튄 뺨을 든 실라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쩐지 이 현상이 익숙한 얼굴.
웃는 낯에는 슬픔이 번져 있습니다.
숨을 뱉은 그가 소리 없이 발음한 건 당신의 이름입니다.
세리나.
세리나.
실라 화이트: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중얼거림.
누군가 외칩니다.
날카로운 비명입니다.
살인자! 살인자야!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실라를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실라는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간절하던가요.
절박했던가.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실라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그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실라를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실라가 입을 벙긋댑니다.
'권총.'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요.
내가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나를 만나러 와주세요.
마침내 연행되는 실라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살인마.
실라가 살인마라니.
어떻게 할까요, 세리나.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오롯이 모든 걸 결정할 텐데.
세리나 힐:(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그런 짓을 했다니. 한참동안 멍하니 네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진실을 알아야겠다. 왜 네가 그랬는지. 사뭇 결연해진 표정으로 네 방을 향해 계단을 올라간다.)
실라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꺼내 뚜껑을 열려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 할까요?
세리나 힐:(8이 나올 때까지 다이얼을 돌려본다. 8을 가로로 뉘이면 무한대가 되니까.)
8으로 돌려도, 상자는 열리지 않습니다.
세리나 힐:(숫자를 하나 내려 7로 맞춰본다.)
그래도 열리지 않습니다.
세리나 힐:(다이얼을 0부터 하나씩 맞춰보면... 고장날까...?)
다행이도... 고장은 안 납니다!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세리나 힐:(종이를 조심히 펼쳐 읽어본다.)
종이를 펼치면 <시간을 돌리는 주문>이 적힌 상태입니다.
그 방법은 타살.
[자신에게 주문을 건 술자가 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 시간이 특정 지점-최대 한 달 전으로 돌아간다. 술자가 죽인 이들은 돌아가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과거에 도달해도 여전히 죽은 사람이 된다. 이 과정에서 얻은 상처 또한 그대로 육체에 보존된다. 고로 타살이 아닌 자살을 할 경우 술자 또한 시간을 돌리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다.]
이게 대체 뭐죠?
이성 확인합니다.
세리나 힐:
SAN Roll
기준치:49/24/9
굴림:33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1
세리나 힐:(종이를 든 손이 파르르 떨린다. 이런 게 실제로 존재할리가 없었다. 아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게 실제여야 할까? 믿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믿고 싶었다. 일단 권총과 종이를 챙겨 방을 나선다.)
그러고보니 실라가 뭐라 했죠.
방아쇠를 당신이 당겨주길 바란다 했던가요.
떠오르는 실라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
설마.
설마.
유치장으로, 향할까요.
실라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세리나 힐:(길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유치장으로 간다. 네가 있는 곳으로.)
-
실라가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조용히 향합니다.
당신이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철창살 너머에 앉아있는 실라는 그저 잔잔히,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실라 화이트:아가씨. (지쳐보이는 낯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더니,) 총을 가져오셨나요? (고요하게 묻습니다.)
세리나 힐:(입술을 꾹 깨물고 너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총을 꺼내 제 무릎 위에 둔다.) ...총은 왜 가져오라고 한거야? (어렴풋이 그 이유를 짐작하면서도 묻는다. 네가 직접 사실을 말해주길 바래서.)
실라 화이트:(총을 발견하고서도, 시선은 여전히 당신의 표정에 머물러 있습니다.) ...당신이 내 숨을 앗아가주길 바랐어요. 당신이라면 그래도 되니까. 그래야 하니까.
세리나 힐:그 이상한 주문을 믿는 거야?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진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신뢰할 수 있냐고 되묻는 것 같았다. 최대한 평온함을 흉내내보려던 표정이 결국은 일그러진다. 총의 손잡이를 쥐었다가도 다시 놓으며 고개를 계속 저었다.) 난... 난, 못 해. 내가 어떻게 너를... 못 해, 아니 안 돼.
실라 화이트:믿을 수 밖에 없을 거예요, 나는 이미 몇 번이나 시간을 돌려 왔으니까요. (마찬가지로 표정이 일그러지고, 선명한 주름 사이로 고통이. 죄책감이. 외로움이 완연해 집니다.) 이제는, 아시겠나요? 나는, (이것또한,) 당신에게 사랑받을 수 있나요? (누구를 위한 질문인지 확신 할 수 없습니다.)
세리나 힐:(왜?라는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오직 나였을테니까.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을 때는 확실히 안도했다. 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에. 네가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그게 너를 사랑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나를 위한 거였으니까. 하지만 모든 것을 알게 된 지금, 그 사랑에 죄책감과 미안함이 같이 씌워졌다.) 만약, 시간이 돌아갔다고 하자. (아직 이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겹게 말을 잇는다.) 그럼... 나는 지금 이 모든 걸 기억하지 못 하고 이전처럼 너를 대하게 될까?
실라 화이트:(분명 당신을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당신의 의견 들어가지 않는 일을 진정 당신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실라 화이트는 늘 감정에 서툴렀고, 차마 그래서는 안 될 상대에게 제 감정을 전하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주문을 알게 되셨으니, 이제는 전부 기억하시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목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고,) 이전처럼 나를 대해주시지 않을 건가요? (기어코 되묻게 됩니다.)
세리나 힐:(결국 바라던 진실에 도달하고 만다. 그토록 바라던 진실이었지만 과연 원하던 결말이었을까? 분명 너와의 시간이 영원하길 바라던 때가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춤을 출 때. 그때만큼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계속되길 바랐다. 그런데 막상 그 시간이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음에도 쉬이 선택하지 못하는 건 그게 너를 해치고, 아프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전처럼 너를 대하지 못하겠지. 그렇다고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을 거야. (제 의사를 묻지 않고 진행된 일들은 이미 안중에 없었다. 너를 사랑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너에게만큼은 이성적일 수 없었기 때문에. 온갖 감정이 섞여 무얼 느끼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순간에도 너를 향한 애정만큼은 확실히 구분해낼 수 있다면. 그래, 해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단 한 번이라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약속해.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총에 닿은 손끝이 떨린다. 애절함을 눌러 참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모든 것을 결정지을 답을 기다리는 눈에는 슬픔이 고여있었다.)
실라 화이트:(이어지는 당신의 대답에 기어코 선량한 눈매가 희어지고 꽃이 만발하듯 입술이 호선을 그립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듯. 고통도, 외로움도, 죄책감도 전부 당신의 앞에서 사라져버려서...) 이 일이 전부 끝나고 나면, 모든 것을 알려드릴게요. 그러고 나면... 마지막일 거예요. (이제는 고통이 없는 한없이 다정한, 예전과 별다름 없는 얕은 음성이 닿습니다. 지친 목소리에서도 단 하나의 감정만큼은 확실합니다. 그 감정은 사람의 이성을 흐트리고 지성을 무너뜨리니,) 나를 죽여주세요, 부탁해요. (기어코 광기 비슷한 형태로 소리내고 맙니다.)
마지막이에요.
못내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말도 안 돼.
다정함이라니.
다정할 수가 있다니…….
'마지막이야.'
'나를 죽여줘.'
'부탁해.'
세리나 힐:(마지막. 정말로 마지막이겠지? 부드러운 목소리가 손을 총으로 이끌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총을 집어든다. 그 총을 너에게 겨누는 데는 또 긴 시간이 흐른다. 방아쇠에 손가락이 얹어진다.) ...실라. (나지막히 네 이름을 부른다.)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어? (계속 마주치지 못하고 있던 시선이 정확히 너를 향한다. 지금 이러는 게 잘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망설임과 불안이 전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네게 갈구한다.)
실라 화이트:(그 모습 하나하나 기껍게 눈에 담더니, 당신의 질문에 이내 동공이 흔들립니다. 그래도 되냐는 것 마냥. 누군가를 해칠 용기는 있더니, 그 감정 한마디 입술에 머금는 순간 걷잡을 수도 없이 몸을 키워 기어코 두 사람을 잡아먹힐 것만 같아서. 대답이 나오기까지 한참이 걸립니다. 붉어진 눈가, 떨리는 목소리, 흡사 울음과도 비슷했으나,) ...사랑해요. (이건 제 주인을 향한 정성에 가까웠고,) 사랑해요. (이건 당신을 향한 명백한 사랑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라가 눈을 감습니다.
기꺼운 표정입니다.
이 순간이 너무나 익숙한 표정.
세리나 힐:(지금까지 가장 듣고 싶던 한 마디. 그 말을 들으면 울상을 지으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사랑해. (방아쇠를 당긴다. 탕, 소리가 들리면 그 이후를 보지 못하고 눈을 꽉 감는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 모든 상황이 끝나길 바라며.)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탕, 소리와 함께 그대로 총알이 실라의 심장을 관통하고…….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잠깐, 실라는 어디 있죠?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간 거예요?
세리나 힐:(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급히 방문을 열어젖힌다. 초조한 얼굴로 네 방이 있는 쪽을 본다.)
실라의 방으로 뛰어가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이불과 텅 빈 방 안.
모든 짐이 빠져나간 장소.
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책상 아래 서랍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채 닫지 못한 흔적입니다.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세리나 힐:(공책을 펼친다.)
[ 아이호트의 일족이 지배한 숙주 명단 ]
[ 숙주의 근원지인 린튼 가문원 명단 ]
아이호트의 일족?
의문을 갖기도 잠시입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실종, 사망자의 명단, 실라가 죽인 이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그 수를 늘여가려 한 내용.
수를 늘여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그들의 다음 숙주로 점찍힌 이는,
세리나 힐.
당신입니다.
그 아래 필기체로 휘갈겨진 한 문장은 실라의 글씨체입니다.
지켜야 해.
실라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세리나 힐: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그대로 방을 뛰쳐나가 집안 곳곳을 살펴본다.)
방을 나가면 사용인이 지나갑니다.
사용인은 실라의 방에서 나오는 당신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합니다.
사용인: 실라는 방금 떠났는데, 인사하고 가지 않던가요?
세리나 힐:(사용인을 붙잡고 다급하게 묻는다.) 어디로 갔어?
사용인: 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하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나갔습니다. 괜찮으세요, 아가씨?
지능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77
판정결과:보통 성공
실라가 마지막 남은 린튼 가의 친척이 머무는 장소를 메모해둔 책장의 종이를 떠올립니다.
그래, 씨를 말릴 작정인 모양이죠.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든.
그 수많은 살인을 거듭해야만 했던 이유는 당신이었을까요?
손에 피를 그렇게 묻히고, 그렇게 죽어갈 가치가 있는 존재였단 말인가요,
그에게 당신은?
몸에 난 무수한 흉터들.
망가져가면서도 지켜야 했던 건가요?
당신을?
사용인이 문득 당신에게 편지를 내밉니다.
사용인: 이걸 전해달라 했어요, 실라가.
세리나 힐:(편지를 뜯어 바로 읽어내려간다.)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다시 돌아올게요. 꼭 돌아올게요.
당신에게 올 거예요. 그러면 내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 순간에,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요?
그래줄 수 있어요?
나는 당신이 필요했어요.
나는 당신만이 필요했어.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순간!
도대체 그 마지막 순간이 뭐길래.
정작 지금 곁에 없는 건 그 자신이면서!
그래요.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했나봅니다.
그럼 당신은? 당신은 어때요.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나요?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못한대도 상관 없을 겁니다.
적어도 그 사람은 할 수 있으니까.
그거면 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당신은 실라를 기다리거나, 직접 찾아갈 수 있습니다.
세리나 힐:(얌전히 기다리는 건 이제 지쳤다. 네가 갔을 곳으로 찾아간다.)
지능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93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그의 수첩 속 메모 지역을 떠올립니다.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지방의 한 호텔이었습니다, 분명.
지금 쫓아간다면 아주 늦진 않을 겁니다.
세리나 힐:(마차를 불러 수첩에 적혀있던 주소로 간다.)
당신은 지도를 들고 실라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마차를 잡아 타고 움직이는 당신을 누군가 만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런 게 중요하던가요?
바퀴와 길이 만들어내는 마찰음을 배경으로 창 밖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쳐갑니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엇갈리고 헤매다가 겨우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곳에서는 그를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기차에서 내려서 얼마 걷지 않아 호텔에 도착합니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여김없이 당신에게 다가와 질문을 하는 호텔직원.
낯설지 않는 풍경입니다.
호텔 안쪽으로 발을 디디면 실라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인기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세리나 힐:
매혹
기준치:15/7/3
굴림:43
판정결과:실패
호텔직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세리나 힐: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혹시 실라 화이트라고 아시나요? 눈은 푸르고 머리는 하얀 남자예요.
호텔 직원:아아.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온 사람의 이름이 분명 그 이름 같았어요. 그런데 그 분은 왜...?
세리나 힐:만나야 해서요. 할 말이 있거든요. 아주 중요해서 당장 만나야 해요. 아직 여기에 머물고 있나요?
호텔 직원:그건 손님의 개인 정보라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대인기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세리나 힐:
설득
기준치:10/5/2
굴림:82
판정결과:실패
아무래도 알려줄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은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세리나 힐:(돌아가기 전에 가져온 돈주머니를 보여줘본다...!)
재력
기준치:45/22/9
굴림:38
판정결과:보통 성공
호텔 직원:크... 크흠... 음, 제가 진귀한 손님을 몰라뵙었군요 (슬적... 돈주머니 챙긴다.) 903호실에 계십니다. 그런데 유독 바깥으로 자주 나가시더라구요. 근래 밖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지라 다들 외출을 꺼리는 마당에 왜 굳이 위험할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요.
세리나 힐:고마워요. (원하던 정보를 얻자 돈주머니가 아깝지 않았다. 직원이 말한대로 903호로 가본다.)
903호실로 올라가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발을 딛기 무섭게 탕, 하는 총성이 들립니다.
얼어붙어 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그 옆의 901호실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실라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실라 화이트:아, 아가씨? 여긴 어떻게...
세리나 힐:고작 편지 한 통 받고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약간 날이 선 목소리. 나는 네 걱정에 아무것도 못했는데 너는 여기서 또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은 네가 원망스러웠다.)
실라 화이트:그래도 여긴... (말을 이어가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당신의 손목을 잡고 비상구 쪽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두사람은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비상구를 통해 계단을 내려갑니다.
계단의 중간에서 실라를 바라봅니다.
이전보다 더 상처가 늘어나고,
어디서 얻은 건지 모를 거즈와 반창고까지 붙인 피곤한 얼굴은 더 많은 살인을 지나왔음을 알립니다.
세리나 힐:(그 모습을 보면 아까의 원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안쓰러운 마음만 남았다. 계단을 다 내려오고 걸음을 멈추고 나면 팔을 뻗어 네 뺨에 손을 얹고 살살 어루만진다.)
실라 화이트:(다정한 손길 위로 본인의 손을 포개어 눈을 감습니다. 부드러운 네 것과 다르게, 어느 새 자잘한 상처들이 가득 생겨 까칠한 살갗입니다.) ...찾아와주어서 고마워요. (그 온기를 온전히 느낄 틈은 있었을까, 이내 네 손을 잡고 내리더니 시선을 마주합니다.) 마지막이 머지 않았어요. 그 순간 모든 걸 고할게요, 아가씨.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주시겠어요?
세리나 힐:(순순히 손을 내리다가도 네 손이 떨어지려고 하면 다시 네 손만이라도 붙잡는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말도 진실이었으니 마지막이 머지 않았다는 말도 믿어보기로 했다. 마음과 다르게 걱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아 계속 확인하듯 묻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얼마남지 않았다는 거, 정말이지? 무사히 마칠 수 있는 거고? 모든 일을 마치면... 그때 같이 돌아가자. 기다릴게.
사람들이 모이는 소리가 더 커지고,
실라는 대답해주지 않은 체 당신의 손을 붙잡고 호텔을 벗어납니다.
두 사람은 함께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갑니다.
-
두 사람이 기차에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라는 잠에 듭니다.
기차 안에서 곤히 잠든 그는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덜한, 살해를 거듭한 굳은 살이 박힌 손.
그가 잠든 사이 신문을 볼 수 있습니다.
세리나 힐:(신문을 펼쳐본다.)
그와 함께 기차에 올라 좌석에 앉고 나면 신문이 눈에 뜹니다.
1면에는 속보로 뜬 린튼 가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힌 상태입니다.
문득 복도 건너편의 누군가가 실라를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걸까요?
세리나 힐:(작게 한숨을 내쉰다. 신문을 엎어 기사가 보이지 않도록 하고 네 고개를 조심히 끌어다 제 어깨에 기대게 한다. 사람들 눈에 그나마 덜 띌 수 있도록.)
덜컹, 덜컹.
평화롭던 시간도 잠깐.
기차는 역에 도착합니다.
실라 기차가 멈추고 나서야 잠에서 깹니다.
실라 화이트:…벌써… 도착했어요?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입니다.
어느 새 창밖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세리나 힐:응, 도착했어. (약간 머뭇거리다가 묻는다.) 조금 쉬고 마무리 지으면 안되는 거야?
실라 화이트:(옅게 웃고) 우리, 저택에 돌아가면 정원에서 함께 히스꽃을 볼까요. (당신의 표정을 살피더니 덧붙입니다.) 쉬러 가는 거예요.
세리나 힐:(쉬러 간다는 말에 한결 표정이 밝아진다. 고개를 끄덕이고 기차에서 내린다.)
기차에서 내려 저택으로 돌아갑시다.
저택 뒤쪽에 난 정원으로 가면,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실라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뺨에는 너덜한 거즈가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얻어온 흉터인지 모릅니다.
또 늘었군요.
또 살인을 함으로.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실라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제 몸을 살핀 실라가 느릿하게 말합니다.
실라 화이트:나는 이제 곧 사라질 거예요.
세리나 힐:(눈이 커진다. 황급히 네 손을 잡는다.) 왜?
실라 화이트:(당신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습니다.) 존재의 대가로 시간을 돌렸어요. 이번이 마지막 회차라서 곧 소멸될 거예요.
세리나 힐:(네 설명을 듣더니 표정이 굳는다. 이 상황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너를 올려보는 눈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그럼, 나는...? 나는 어떡하라고?
실라 화이트:아가씨 곁에는 분명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변함없는 미소가 번집니다.) 그들이 없는 세상은 안온할테고, 당신은 이제 안녕할 거예요. 그것만을 바랐어요, 나는. (당신의 안녕.) 그러니 이제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목이 메인 듯, 대답이 늦어집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어서 감사해요. 사랑하는 나의 아가씨.
너덜하고 상처투성이인 실라는 그저 평온한 얼굴입니다.
내 마지막 순간에 네가 함께하길 바랐다는 말.
그저 내 곁에 네가 있길 바랐다는 말.
무던한 문장들이 스쳐지나가고 아, 맙소사.
이별의 때가 도래했습니다.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세리나 힐:아니, 네가 없잖아. 네가 없는데... 잘 지낼 수 있을리가 없잖아. (아, 내 손으로 널 살린다고 생각했던 행동은 사실 너를 죽이는 행동이었구나.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사랑한다며. 근데 왜 멋대로... (사라지는 건데. 가파진 숨이, 울먹이는 소리가 말을 마치지 못하게 한다.) 가지마. (가까이 있는 네게만 들릴 작은 소리. 희미해지는 너를 끌어안는다. 이러면 붙잡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실라 화이트:왜...? (젖은 뺨이 안쓰러운지 눈썹이 힘없이 축 쳐집니다. 진정 본인이 바라던 것이었으니 분명 마음이 가벼울 줄로만 알았는데 어째서! 따스한 네 온기가 전해지면 되려 몸이 경직됩니다. 이대로 더 안고 있으면, 이 품을 더 안고 싶어할 것 같아서. 그러면 이 모든 일들을 다 되돌려서라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을 것만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품을 놓칠 수가 없어서.) 죄송해요. (또한 당신에게만 전해질 마음.) 사랑해요, 세리나. 사랑해요.
그래.
보내야죠.
그가 바라고 있잖아요.
이 마지막 순간에, 그저 곁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는 듯이…
달빛 아래 당신과 눈을 마주한 실라는 어느 순간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당혹감이 번진 그의 얼굴.
잦아드는 숨.
숨결.
아, 숨결.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숨결.
꽃잎이,
수많은 히스-
에리카의 꽃들이 향을 내뿜으며 당신의 주위를 감쌀 때,
달빛이, 달빛이 실라의 몸을 둘러쌀 때,
그래서 눈부실 때,
이 풍경이 견디기 어려워졌을 때,
품안이 가벼워집니다.
빛이 허공에서 맴돌고 누군가의 체온이 완벽하게 사라집니다.
허공으로.
공중으로 흩어져…….
이별.
바람이 불었던가요.
풍경을 메우는 꽃잎이 그저 아름답습니다.
그만큼 서글픈 것입니다.
이렇게,
이렇게 아픈 이별이.
......
END 2. 히스클리프
실라 화이트 소멸, 세리나 화이트 생환.
PC 보상 이성치 +1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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