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라 화이트:(내가 앉은 것을 확인하면 옆으로 가 조심히 앉는다. 시선에 담긴 푸른 꽃밭에 감탄사를 짧게 흘리고, 네게 고개를 기울인다.) 예전에 네모필라에 관련된 이야기 하나 들은 적이 있는데, 들어볼래요?
세리나 힐:(네가 앉자 슬, 네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꽃밭 대신에 너를 바라보았다.) 응, 궁금해. 들려줘.
실라 화이트:(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고 조금 미소짓더니, 목청을 가다듬고 기억을 되짚어본다.) 예전에 사랑에 빠진 청년과 여인이 있었데요. 두 사람은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사랑했구요. 둘은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신을 찾지 않았고, 그에 분노한 신이 청년을 지옥으로 보냈다고 하네요. 여인은 지옥까지 찾아가 사자에게 자신을 보내달라고 빌었고, 지옥의 왕은 그녀를 푸른 불빛에 타 버리게 해버렸데요. (그렇게 까지 말하고 나자, 문득 이 이야기의 연인이 본인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리나 힐:신이 왜 그렇게 마음이 좁데...(네가 잠시 말을 멈추자 혼자말하듯 말했다. 사랑 이야기에 문득 너와 내가 생각났는지 조금 더 감정을 이입한 듯 했다. 뒷이야기가 궁금한지 네게 물었다.) 그래서?
실라 화이트:(마음이 좁은 신이라, 네 말을 듣고 나면 웃음을 작게 터뜨린다.) 그리고, 그녀가 남자를 기다리다가 죽은 자리에 푸른 꽃 한송이가 피어났다고 해요. 그 꽃이 네모필라고요. 지금도 지옥의 사자들은 그 꽃을 볼 때마다 사랑하는 연인을 죽음으로 갈라놓은 것에 대해 양심을 가책을 느낀다고 해요.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 연인들이 두 사람과 닮아있다면, 정말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우리가 다시 삶으로 돌아갈 기회를 달라는 그런 실없는 기도를 했다.) 조금 우울한 이야기였나요?
세리나 힐:지옥의 왕도 비슷하네... 살아있을 때 잘 해주지 다 끝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건 너무하지 않나. (어쩌면 여자가 불에 타 죽었을 때부터 이 이야기의 끝이 행복할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네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별로. 좀 슬프긴 하지만 괜찮아... (말끝을 흐리고는 너를 바라보았다. 내가 나은 선택을 했더라면 우리 둘 다 여기에 있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슬픈 감정이 얼굴에 살짝 내비쳤다.)
실라 화이트:(네 말에 잔잔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네 얼굴에 슬픈 감정이 내비치면 당황한 기색이 여력하다.) 괜찮다면서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어요. 미안해요... (괜한 말을 한걸까, 해서 오히려 제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네 손을 꼬옥 맞잡아본다.) 다른 곳도 가볼래요? 언덕 아래에 다른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세리나 힐:(네 표정을 보고 저도 모르게 조금 놀라며 너를 꼬옥 끌어안았다.) 아니야, 슬프긴한데....이야기 때문은 아니니까 괜찮아. (그리고 너를 놓아주고는 손을 꼬옥 잡고 살며시 웃었다.) 응, 가보자. 이 길이 어디에 도착할지 궁금하네.
실라 화이트:(네가 웃음을 보이자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고 하니까 더 걱정되는데... (말끝을 흐리고는, 손을 맞잡고 일어서서 언덕을 내려가, 두번째 길로 향한다.)
두 사람은 두 번째 길로 향합니다.
아까와 같은 하얀 나무가 양 옆으로 자라나있는 오솔길입니다.
한참 걸어가다보니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걸음을 옮기자 또 다시 탁 트인 공터가 당신들을 맞이합니다.
한가운데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정자가 있고 그 주변을 수국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세리나 힐:(비에 젖기 싫은지 네 손을 잡은 채 걸음을 재촉하여 정자 아래로 들어갔다. 하늘을 바라보더니 신기한 듯) 여기서도 비가 오는구나...
두 사람은 비를 피해 정자로 들어갑니다.
군데군데 낡았지만 직전까지 청소를 한 것처럼 깨끗한 정자입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 같은 연못과 그 주변으로 수국이 자라나 있습니다.
돌다리가 놓여 있어 건너갈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종이로 만들어진 전통 우산과 부드러운 담요가 있습니다.
실라 화이트:(비가 오는 것을 확인하곤, 너를 따라 정자 아래로 들어간다. 담요를 발견하곤 너에게 가져가 어깨에 씌어준다.) 그러게요. 이곳은 정말 어딜까요... (하고 여기에도 피어난 꽃을 바라본다.)
누군가 관리라도 한 것처럼 싱싱하게 피어난 수국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푸른색 수국 뿐만 아니라
보라색, 흰색 등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세리나 힐:(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색색의 수국을 바라보았다.) 수국이 한 군데에서 이렇게 다양한 색으로 필 수 있구나... (네가 어깨에 담요를 걸처주자 너를 바라보고는) 고마워. 실라는 안 추워?
실라 화이트:(네 말에 그저 미소만 살짝 짓는다.) 응,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곤 살짝 젓은 네 머리카락을 정리해준다.)
<관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수국은 여름에 피는 꽃이었죠.
그러고보니 한 장소에서 이렇게 여러 색의 꽃을 피우다니 특이한 일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수국 나무 아래에 펜던트가 떨어져 있습니다.
뚜껑을 열 수 있는 로켓 펜던트입니다.
세리나 힐:(머리칼을 만져오는 네 손길에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어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그러자 수국 나무 아래 반짝이는 것이 눈에 띄어 가까이 다가가 집었다.) 이게 뭘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네 곁으로 가 뚜껑을 열어보았다.)
열면 웃고있는 남자의 옆모습을 그린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뚜껑 안쪽에는 ' 사랑하는 당신과 영원을 보내고 싶어 ' 라고 적혀있습니다.
실라 화이트:(너를 따라 펜던트를 살펴본다. 거기에 적힌 글씨에 신기하다는 듯,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까 발견한 수첩에, 이런 글귀까지) 이곳은 연인이 지내던 곳, 그런걸 까요? 아까 수첩도 그렇고.
세리나 힐:(펜던트 안쪽에 쓰여진 글귀가 꼭 제 마음 같아서 다시 한 번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가봐. 어떤 연인이 이곳에 왔었나봐. 남자는 이 사람인 것 같고... 여자는 누구일지 궁금하네.
실라 화이트:(저도 궁금한건 마찬가지라는 듯, 고개를 슬 끄덕인다.) 여기 우산도 있으니, 다시 돌아갈까요? 아직 둘러볼 곳이 남았으니...
세리나 힐:(종이 우산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 우산은 처음 써보는데... 쓰다가 찟어지지는 않겠지?
실라 화이트:그렇겠죠? 아직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것도 아니니... (그러면 종이 우산을 펼쳐보곤 손을 맞잡고 세번째 길로 향한다.)
두 사람은 세 번째 길로 향합니다.
아까와 같은 하얀 나무가 양 옆으로 자라나있는 오솔길입니다.
어느정도 길을 걷자 시원한 바람에 실려 꽃향기가 느껴집니다.
조금 더 걸어가자 펼쳐진 새하얀 국화 꽃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꽃밭 가운데에는 새까만 관이 놓여 있습니다.
세리나 힐:(국화 밭에 놓인 검은 관이 마치 장례식 같아서 발걸음을 멈추고 너를 보았다.) 여기는 또 어디일까?
실라 화이트:(마치 장례식을 연상시키는 모습에 조금 침울해진 기분이었다.) 그러게요. 다른 사람의 흔적이라도 둘러보는 기분이네... (혼잣말하듯 말하면 시선을 끄는 관을 조금더 살펴본다.)
정성스레 관리한 것처럼 광택이 도는 관입니다.
표면에는 장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관을 열려면 <근력>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관을 바라보다가 열어보려고 했다.)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생각보다 관뚜껑이 무겁습니다.
실라 화이트: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두 사람은 함께 관뚜껑을 밀어봅니다.
무거운 소리와 함께 관이 열렸습니다.
안에는 푸른 원피스 한 벌과 편지 한통이 하얀 국화에 파묻혀있습니다.
편지를 읽어보면...
사랑하는 나의 ▒▒▒에게.
당신은 장미를 좋아했는데
마지막 선물로 장미가 아닌 국화꽃을 안겨서 미안해요.
잘 자요. 언젠가 다시 당신을 만나러 갈게요.
세리나 힐:(편지를 읽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누군가의 장례식... 같은거였나봐. 아까 그 연인 중에 한 사람이 죽은 거였을까.(조금 슬퍼졌는지 편지를 만지작거렸다.)
실라 화이트:(편지를 읽고 나면 저도 조금 슬퍼지는 기분이 들어 맞잡은 손을 조금 더 꼬옥 잡아준다) 둘이 많이 사랑했던 것 같아요. (다시 편지를 제자리에 두고는 관을 닫아둔다.) 마지막 길로 갈까요?
세리나 힐:그러게... 둘 다 불쌍하다. (네가 손을 꼭 잡아오자 느껴지는 온기에 한결 나아진 기분을 느꼈다.) 응, 가자.
두 사람은 네번째 길로 향합니다.
아까와 같은 하얀 나무가 양 옆으로 자라나있는 오솔길입니다.
앞을 향해 걷다보면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섞여 무언가가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뺨에 닿는 차가운 느낌에 확인해보면 눈송입니다.
눈이 내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새하얀 풍경 위로 오로라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새하얀 눈 사이로 붉은 꽃송이가 눈에 띄네요.
<관찰> 판정합니다.
세리나 힐: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붉은 꽃나무 뒷편으로 이질적인 반짝임이 보였습니다.
실라 화이트:(새하얀 눈과 붉은 꽃이라니, 왜인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반짝이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가볼래요? (손가락으로 가리키곤)
세리나 힐:(눈과 함께 꽃이 흩날리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네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 가보자.
반짝이는 곳으로 가까이 가면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하고
얼어붙은 것 같은 낮은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나무에는 투명한 장미가 피어나 있고,
그 아래에는 눈에 반쯤 덮인 백골이 나무에 기대 앉아 있습니다.
이미 완전히 백골이 되어 언제 죽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시체입니다.
손에는 로켓 펜던트가 쥐어져 있습니다. 아까 찾았던 펜던트와 똑같은 모양의 펜던트 입니다.
뚜껑을 열어보면 웃고있는 여성의 옆모습을 그린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뚜껑 안쪽에는 ' 영원이 아니더라도 괜찮아요. ' 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세리나 힐:결국... 그 연인은 둘 다 계속 여기에 있었나봐.(알지도 모르는 연인이지만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실라 화이트:...그런가봐요. (어째서 백골이 관이 아니라, 이렇게 추운 곳에 버림 받은 듯이 있게되었는지. 마음이 조금 미어지는 기분에 나무로 시선을 돌린다.)
허리까지 올까말까한 낮은 나무입니다.
투명한 가지며 이파리가 별빛과 오로라에 반짝이는 모습은 환상적이기까지 합니다.
나무에는 마찬가지로 투명한 장미가 여러 송이 피어있습니다.
세리나 힐:아까...편지에 장미를 좋아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여기에 펴있네. (투명한 장미가 조금 신기한지 손을 뻗어 꽃잎을 손끝으로 건드려 보았다.)
실라 화이트:(네가 만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 유리 장미라니, 들어본 적도 없는데. 아까 비석에서 본 가위가 생각나 네게 묻는다.) 그, 가위 아직 가지고 있나요?
세리나 힐:(고개를 끄덕이며 가위를 들어보였다. 그리고 네 말에 생각났다는 듯) 아... 혹시 비석에 적혀있던 꽃이 이 꽃일까?
실라 화이트:그럴지도 몰라요. 꽃한테는 미안하지만.... 꺾어서 가져갈까요?
세리나 힐:그러자. (조심스럽게 꽃이 달린 가지부분을 가위로 잘랐다.) 한 송이면 되겠지?
실라 화이트:(자르는 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럼 돌아가요. (처음에 너와 이 길을 걸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네게 손을 내민다.)
두 사람은 다시 연못이 있는 공터로 돌아왔습니다.
어슴푸레하게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연못은 유리로 막힌 듯 수면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무엇을 할까요?
세리나 힐:이 꽃을 연못에 올려두면 되는걸까? (네 손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조심스레 연못 위에 장미를 올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연못 위에 꽃을 바치자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꽃이 연못 속으로 떨어집니다.
그러자 일렁이는 수면 너머로 익숙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살았던 마을입니다.
이 연못에 뛰어들면 정말로 돌아갈 수 있는걸까요?
실라 화이트:혹시.. 아까 말한 기회라는게, 이걸까요? 다시 삶으로 돌아가는 것?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너와 연못 속을 번갈아본다.)
세리나 힐:(수면 아래에 익숙한 풍경이 보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네 말에 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걸까?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
실라 화이트:(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말에 잠시 그런 생각이 든다. 삶이,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그 말이, 저에게 이렇게 큰 의미가 될 줄은 몰랐지.) 돌아..갈래요? (이미 끝난 줄로만 알았던 이야기에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것 같아 살짝 두근거리기도 하고.)
세리나 힐:(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끝일 줄 알았지만 또다른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조금 들뜬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너와 함께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신에게 고마움까지 들었다.) 그럼 여기로 들어가면 되나...?
실라 화이트:그런 것 같아요. (또다시 물에 빠진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섭기도 했고 분명 삶은 또 다른 두려움의 연속이겠지만, 너와 함께라면 어디던 괜찮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너와 손을 맞잡고 연못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가요.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