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시간이라는 걸 감안해도 온 세상이 캄캄한 와중, 저것의 형체와 경계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합니다.
당신은 한 박자 늦게 그 형체가 어디에서 많이 본 모양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물결처럼 아래로 길게 늘어진 한 쌍의 지느러미와 꼬리에 달린 자그마한 지느러미…
저 모양, 고래가 아닌가요?
다시 살펴보니 분명한 고래입니다.
그것도 하늘의 대부분을 가릴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입니다.
백여:(눈을 비비적거리고 하늘을 다시 바라봐).. 고래가 왜?
<교육>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실패
잘못 본 거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바닷속에 있어야 할 고래가 하늘 위에 떠 있을 리 없으니까요.
고래가 하늘 위에서 너울거리는 모습까지 보게 되니 당신의 현실은 정말로 캄캄한 심해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하늘을 평온하게 유영하는 고래를 올려다보고 있자니, 공포감 대신 기이할 정도로 편안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질겁하기엔 너무도 장엄하고 비현실적인 광경입니다.
눈을 돌리면 어느 순간 폭풍이 지나가 있는 것처럼,
이 고래도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신기루처럼 사라져 있겠죠.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전체가 당신의 꿈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고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눈을 감습니다.
하늘과 고래, 분명 이상한 조합이긴 하지만 그저 그뿐입니다.
내일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세상의 끝이 가까워진 것이라 보아도 좋겠죠.
저 고래가 땅으로 떨어진다면, 어쩌면 드디어 잃어버린 람이를 보러 갈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숨소리가 고르게 이어지려 할 즈음, 문득 정적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음 순간 무언가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똑똑똑.
백여:..? (창문을 바라봐)
몸을 일으켜 창가로 가 보면 창틀에 앉아 있는 카나리아 한 마리가 보입니다.
카나리아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부리로 창문을 탁탁탁 쪼다가 몸을 휘청입니다.
그러다 몸을 다시 일으켜 창문으로 부리를 가져다 댑니다.
집요하게 창문을 쪼고 있는 것이, 어쩐지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백여:대체 무슨... 카나리아가? (다가가서 창문을 조심스레 열어봅니다)
카나리아는 금방이라도 창틀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결국 당신은 창문을 열고 카나리아를 집 안으로 들입니다.
열린 창틈 사이로 바람에 날려오듯 맥없이 안으로 들어온 카나리아는 당신의 손 안에서 힘없이 늘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이 새, 람이를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숨은 분명 가쁘게나마 쉬고 있는 것 같은데, 카나리아의 몸이 이상할 정도로 뜨겁습니다. 꼭 불덩이를 손으로 만지고 있는 기분입니다.
카나리아를 잘 살펴보면 몸도 떨고 있고, 지친 것처럼 눈도 감고 있습니다.
<지능>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아무리 사람보다 체온이 높은 카나리아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 새의 체온은 너무 높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병을 정확히 무어라 하던가요?
당신이 아는 모든 병명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지만 명확하게 짚이는 병명은 없습니다.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이대로 두면 금방이라도 숨이 꺼질 것 같습니다.
입안이 바싹 마르는 듯합니다.
이 여린 생을 죽게 놓아두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어서 병원으로 데려가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벌써 오후 열한 시가 넘은 걸요.
병원으로 가는 건 고사하고 모든 사람들이 잠에 들 시간입니다.
지금 당장 당신이 카나리아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물을 먹여주고 손 안에 새를 감싸주는 것뿐입니다.
백여:(카나리아에게 물이라도 떠서 앞에 놓아주고는) ...어떻게 해야하지. 죽진 않겠지?
카나리아에게 먹을 물을 가져다 주면 잘 먹습니다.
<아이디어>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당신의 집 안에 새장은 없습니다.
둥지 대용으로 쓸 만한 것은 더더욱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새가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당신이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새를 짓누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편하더라도 가급적 카나리아를 손 안에 담은 채 잠을 청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백여:손에 있는 카나리아가 불편하진 않으려나... 잠 자다가 상태가 더 악화되면? (제 손안의 카나리아를 가만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손 안의 카나리아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카나리아를 손 안에 담은 채 잠을 청할까요?
백여:...불안하지만 그래야겠네. (조심스러 몸을 뉘어 시선은 카나리아쪽을 향한채 눈을 감았다.)
당신은 카나리아를 손에 조심히 쥔 채 잠을 청합니다.
무언가를 신경 쓰며 잠을 청하는 게 얼마만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눈을 붙이고 찾아들 잠을 기다리고 있자니 카나리아가 부리로 창문을 마구 쪼아대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차마 외면할 수 없을 만큼 필사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 새가 당신의 집 창문을 필사적으로 두드린 건 살기 위해서였을까요,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빈 집이나 다름없는 이곳에 당신이 있다는 걸 이 새는 알았을까요.
어쩌다 이 새가 훈기 어린 집들 대신 당신에게로 날아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집도 아니고, 하필이면 당신의 집으로요.
다른 집이었다면, 어쩌면 새를 키우는 사람이 있어 카나리아를 더 잘 돌봐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픈 카나리아가 조금 더 편안하도록, 세심하게 살필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듭니다.
설마 간밤에 새에게 큰일이 나지는 않겠죠.
병원에 데려갈 때까지만 새가 버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2일차
-
당신은 이른 시간에 눈을 뜨게 됩니다.
다행히도 카나리아는 여전히 당신 손 위에 있습니다.
자는 내내 손 위에 두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불덩이 같던 느낌도 사라졌습니다.
숨도 곧잘 쉬고 있네요.
그럼에도 어제의 모습을 생각하면 동물 병원에 한 번은 들러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준비를 하고 동물 병원으로 찾아가면 맞추어 갈 수 있을 듯합니다.
백여:(손에 있는 카나리아를 침대 위로 조심스레 내려놓고, 나갈채비를 급하게 하고는 카나리아와 함께 동물병원으로 향해) 괜찮겠지. 그래야 할텐데.
당신은 동물 병원으로 갈 준비를 합니다. 없는 새장을 갑자기 구할 수는 없고, 새장을 구하러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다닐 시간에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찾아가는 게 좋아 보입니다.
바람에 날아갈까 불안하니 손 안에 담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면 그림자가 내려앉은 바깥의 풍경이 보입니다.
시계를 보지 않았더라면 밤 시간대로 착각할 수 있을 만큼 바깥은 캄캄합니다.
하늘에는 고래가 어제 보았던 모습 그대로 떠 있습니다.
땅에는 고래의 그림자인지, 어두컴컴한 장막인지 모를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습니다.
동물병원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누군가가 당신에게 아는 척을 합니다.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이웃: 아니, 백여씨 아닙니까?
요즈음 보이지 않으셔서 이사를 가신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요.
그 사람을 막 보았을 때엔 누구인지 금방 기억나지 않습니다.
목소리를 들은 다음에야 천천히 떠오릅니다.
심람의 죽음을 알고 있을 정도로 가깝게 지내던 이웃입니다.
백여:..이사요? 이사를 어떻게 가겠어요. 그나저나 반가워해주시는 것은 감사드리지만, 지금 바빠서요. (제 손의 카나리아를 턱으로 가리켜)
얘기는 다음에 나누도록 해요.
이웃: 왠... 새인가요? 어디가 아파보이는데.
백여:우연히 날아온 새인데, 네. 보다시피 아픈 상태라 빨리 가봐야하거든요. 아님, 새에 대해 잘 아세요?
이웃: 그건 아니지만. 새가 인간에게 병을 옮길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아요.
백여:병이요? 혹시 옮았다면, 진작에 옮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너스레 웃고는) 진짜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뵈어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순 없으니, 동물병원으로 다시 향해)
이웃: 아이구, 바쁜 길 잡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새를 진찰하는 동물병원은 여기서 조금 멀어요. (품 속에서 종이를 꺼내선 무언가를 적고)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다녀오기까지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요. 가급적 마차를 이용하시는 게 좋아요. (네게 전해준 쪽지에는 주소가 적혀있었다.)
백여:(빠르게 이동하려던 발걸음이, 이웃의 말에 멈춰서서는 돌아보고는)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하곤 쪽지를 받아들고는 바로 마차가 있는지 주위를 살펴봐)
이웃: (마차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네 뒷모습에 외쳤다) 맞아, 백여씨. 어제부터 하늘에 고래가 나타났어요. 해가 가려져서 사람들이 불안한건지, 이상한 소문도 돌고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웃의 말을 들은 당신은 하늘 위를 올려다봅니다.
불길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제 올려다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손 안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러자 미약한 불안감이 일었다가 사라집니다.
당신은 마차를 찾아 광장으로 걸어갑니다.
마차에 타고 요금을 낸 다음 하늘을 올려다보면 고요하고 캄캄한 주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전에 광장을 보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광장에는 늘 사람이 많이 모였던 것 같은데, 당신이 기억하던 때에 비하면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웃의 말대로 하늘에 나타난 고래 때문이겠죠. 며칠 사이에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된 것 같습니다.
-
동물병원
마차 달리는 소리는 처음에만 날카롭게 귓전을 때렸을 뿐, 소리는 곧 멀어집니다.
유독 느리게 흐르던 시간이 지나고 마차가 멈춥니다. 이 주변 길거리에도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고래를 피해 숨어 버린 것처럼요. 마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피면 창문에 ‘동물 병원’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 안은 불을 켜 두었는지 밝습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수의사와 간호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인사를 건넵니다.
백여:(따라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사하고는) 카나리아 상태가 안좋아서 찾아왔는데요 진료 가능한가요?
수의사: (네 말에 네 손에 쥔 카나리아를 바라보며) 그럼요. 키우시는 새인가요? 이쪽으로 데려와보세요. (진료대 쪽으로 너를 이끌고)
백여:키우는 새는 아닌데, 아무튼 부탁드려요. (이끄는 쪽으로 따라가.)
수의사: 흠.... (고개를 갸웃이고)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그렇지만 흔히 나타나는 열병의 증상과는 조금 다르네요. (카나리아를 유심히 살펴보고) 딱히 어떤 질병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는데....
백여:정의라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치료는 가능한건가요?
수의사: 당장 입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고... 약을 먹이고 상태를 지켜보면서 잘 돌보아준다면 다시 건강을 찾을거에요.
그렇지만 아주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건강 관리에 유의해주세요.
백여:(가능하다는 말에 다행스러운지 숨을 내쉬고는) 감사합니다. 그럴게요.
그... 약은, 그냥 먹이면 되는건가요? 그리고 다른 유의사항은 없는게 맞나요?
수의사: 네, 딱히 큰 것은 없고... (네게 처방전을 써서 전해주고) 새가 건강을 찾을 때까지 반드시 보호자분께서 곁에서 지켜보아야 할 것 같아요.
백여: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처방전을 받고는) 계산은 어디로 하면 되나요?
병원관리자: 계산은 이쪽에서 도와드릴게요.
백여:네네, 얼마인가요?
병원관리자: 아, 잠시만요. (네게 액수가 적힌 계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선 네가 계산을 할 동안 약을 찾아서 가져왔다.) 여기, 새를 위한 약입니다.
백여:(계산기를 확인하고, 결제해. 그러고는 약을 받아들었다.) 네, 감사드려요.
당신은 계산을 끝내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약을 가지고 병원을 나섭니다.
크게 아픈 게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정신을 차려 보니, 당신이 카나리아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괜찮을까요?
새가 완전히 나으면 다시 날려보내야 할 텐데, 새가 당신을 떠나 날아가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 사이 새가 더 아프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당신의 손 안에 얌전히 들어있던 카나리아가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카나리아는 울지도, 날갯짓을 하지도 않은 채 당신을 똑바로 보고 있습니다.
꼭 당신이 누구인지 인식하려는 것처럼요.
당신은 카나리아를 위한 물품을 조금 더 사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도서관]과 [청과점]이 보입니다.
백여:그러고 보니 카나리아, 먹인 게 없네... (청과점으로 향합니다.)
당신은 청과점으로 발을 향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없습니다.
둘러보다보면 카나리아에게 먹일 수 있는 과일과 채소가 있네요.
백여:카나리아는 뭘 좋아하려나, (제 손의 카나리아를 보고는 살풋 미소지은 채로 가볍게 말을 걸어) 뭘 좋아하니? (그러고는 과일과 채소를 다시 천천히 살펴봤다.)
카나리아는 제게 묻는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 대답이라도 할 것처럼, 부리를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더니 그저 네 손에 조금 더 가까이 몸을 기댑니다.
백여:(그런 카나리아를 가만 바라보다 과일쪽으로 시선을 옮기고는) 채소도 좋겠지만, 첫끼니는 맛있게 먹는 게 좋겠지. 무난하게 사과로 할까? (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사과하나를 집어들고는 주인에게 말을 걸어) 사과 잘 나왔나요? 아님, 새가 먹을 과일은 더 좋은게 있을까요?
청과점주인: 하늘이 이렇게 어두워 지기 전에 수확한 사과라, 맛은 괜찮을거에요. (네 손에 있는 카나리아를 바라봐) 예쁜 새네요. 고래 때문에 아무도 밖에 나오지를 않던데.... 이러다간 장사를 망칠 것만 같아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백여:그런가요? 다행이네요. 그럼 이 사과... 한 세개정도만 살 수 있을까요? (카나리아를 따라 보고는 옅게 미소지어) 그렇죠, 예쁜 새죠. (이윽고 고래쪽을 잠시 올려다봤다가 다시 주인에게 시선두고는) 딱히... 고래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음... (잠시 생각하다가) 좀 더 추천할만한 게 있을까요? 나온김에 많이 사가려고요.
청과점주인: (네 말에 사과를 세개 집어서는 갈색 종이 봉투에다 넣더니, 두개를 더 집어서 넣었다.) 오늘은 손님도 없었는데, 몇개 더 넣어드릴게요. (그리고 이어지는 네 말을 유심히 듣고) 불길하잖아요. 하늘에 고래라니..... 저것 때문에 이렇게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컴컴 하잖아요. (그리고 이어지는 네 질문에 잠시 고민하고는) 여기, 블루베리도 맛있어요. 그래, 날씨가 추워질지도 모르니 따뜻한 차는 어때요?
백여:(두 개를 더 집어넣어주는 모습에 미소짓고는 고갤 꾸벅거려) 감사드려요, 잘 먹을게요. (오히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고래가 하늘에 있다는 건, 다들 한 번쯤은 상상해본 종류였던 것 같은데... 막상 저렇게 해를 가려서 그런지, 꺼리는 건가봐요. 해를 가리지 않았다면 다들 이렇게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봐요. (하며 그리 말하고는 추천해주는 것에 고개를 끄덕여) 아, 좋아요. 그럼 전부 다 주세요. 추천해주시는데 안 사갈 수는 없죠.
청과점주인: (네 말에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쪼록, 조심하세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네 말에 블루베리와 그에 어울리는 꽃차를 몇 개 집어서 봉투에 넣어주었다) 새가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네가 계산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또 오세요~
백여:사장님도, 조심하시고 장사 계속 하시길 바랄게요. (봉투를 받고는) 이렇게 챙겨주시는데 좋아할 거에요. 그렇지? (하고 카나리아를 봤다가 계산하고는 인사해) 네, 다음에 또 뵈어요.
당신은 계산을 마치고 과일과 채소가 담긴 봉투를 들고 청과점을 나섭니다.
[도서관]을 살펴보거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백여:혹시 모르니까, 나온김에 가야겠다. (혹시 카나리아에 대한 정보는 없을 지,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당신은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도서관은 공공 기관이기 때문인지 하늘이 어두컴컴해진 지금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료조사>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당신은 서가를 살펴봅니다.
서가를 살펴보면 《카나리아 키우는 법》이라는 직관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카나리아를 키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므로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핸드아웃 참고해주세요.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문득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을 느낍니다.
아무리 당신 외에 이 새를 돌보아줄 곳이 없다지만, 지금의 당신은 정말로 새를 키우려는 사람처럼 정보를 찾아보고 있지 않나요?
하루에 한 번 이상 물을 갈아주어야 하고, 놀아주어야 하고….
이 많은 일들을 시간의 흐름조차 잘 느끼지 못하는 당신이 감당할 수는 있는 걸까요. 카나리아가 당신에게 길이 들기라도 하면 그 오랜 시간을 온전히 감당하고 키울 수 있을까요.
어쩌면 카나리아를 위해서라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일찍 날려보내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백여:..상태만 괜찮아지면, 보내는 게 좋겠지. (더 읽어볼만한 책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더 읽어볼만한 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일단 카나리아의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카나리아를 돌보기로 마음 먹습니다.
설마 그 짧은 기간에 길이 들지는 않겠지요.
도서관을 나갈까요?
백여:(도서관을 나갑니다)
당신은 도서관을 나와서 광장으로 갑니다. 마침 손님을 태우고자 돌아다니는 빈 마차가 지나갑니다.
마차를 잡아 타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백여:(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마차를 타 집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은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군요.
당신은 손 안에는 카나리아를 위한 물건들이 잔뜩입니다. 불을 켜거나 초에 불을 붙이면 집안이 밝아집니다.
무언가를 사 들고 돌아오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짐의 무게가 마냥 어색하기만 합니다.
백여:(불을 키고는, 손에 든 물건들을 천천히 풀어봅니다.)
손에 있던 카나리아가 고개를 갸웃이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무엇이라도 먹고 싶다는 뜻일까요?
당신은 약을 물에 섞어서 카나리아에게 건냅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잘 먹던 새가, 동물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먹는 것만은 한사코 거부합니다.
대신 카나리아는 당신에게로 다가가 당신의 손에 머리를 부빕니다.
손 끝에 닿은 카나리아는 여전히 따뜻합니다.
왠지 모르게, 편안함과 익숙함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카나리아는 약을 먹을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저 잠을 청해서 빨리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제일 나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백여:(약의 냄새라도 맡아보고는) ... 냄새가 이상한가? (그러고는 약봉투를 살펴보고는) 뭔가 이상한 성분이라도... 왜 안먹지? (부비적거리는 카나리아를 가만 바라보고는) 이렇게 부벼도..약은 먹어야하는데.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럼, 그냥 잠이나 잘까.
당신은 어젯밤처럼 카나리아를 손에 쥐고 잠들기로 결정합니다.
카나리아는 언제까지 당신의 집에서 머물게 될까요.
어제 걱정한 만큼 심하게 아프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내일의 카나리아는 어떤 모습일까요?
어쩌면 바깥으로 날려보낼 수 있을 만큼 회복할지도 모릅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으니 어제에 비하면 한결 안심이 되는 기분입니다.
어제와는 조금 다른 이유로, 당신은 심장이 고요하게 뛰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잠에 빠집니다.
-
3일차
-
당신은 오랜만에 꿈다운 꿈을 꾸게 됩니다.
눈앞의 광경이 꿈이라는 걸 자연스레 알아차리게 된 건 당신의 시야에 담긴 것이 별이 가득 박힌 하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현실의 하늘은 검은색과 흰색으로 얼룩진 고래의 몸이 완전히 가리고 있어 별을 보기는커녕 먹구름 낀 듯 캄캄할 뿐이었죠.
꿈의 하늘 속에도 고래는 있습니다. 꿈 속의 고래는 너무나도 너른 하늘 속에 있어 당신이 보았던 것보다 훨씬 작아 보입니다.
하늘 위를 고아하게 유영하는 고래의 모습에 압도되어 마냥 올려다보고만 있으려니, 불현듯 고래가 고개를 땅으로 숙이려는 것처럼 몸을 기울입니다.
당신의 눈에는 기울어진 고래의 몸체와 당신을 똑바로 향하고 있는 고래의 얼굴이 보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고래는 천천히 입을 벌립니다.
고래의 입은 깊은 심연의 입구처럼 둥그렇게 벌어집니다. 그 입은 당신을 똑바로 향해 있지만, 전혀 공포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건한 의식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고래의 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담백한 모양의 타원 내부로부터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 하나가 떨어집니다.
<관찰력>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실패
불꽃은 아래로 내려올수록 기세가 약해지더니 완전히 꺼집니다.
낙하하는 물체의 주변으로 하얀 포말이 일고 있습니다.
물 속에서 생겨난 포말이 수면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형체가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피어오르는 포말은 하늘 위로 올라갑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꼭 깊은 바다로 가라앉는 것을 보는 느낌입니다.
형체는 점점 더 깊이, 수렁으로 빠지듯 매끄럽게 낙하합니다.
형체는 마침내 당신이 육안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집니다.
당신에게로 떨어지고 있는 건 다름아닌 사람입니다.
당신에게서 등을 보인 채 가까워지고 있는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면 몸을 감싼 흰 셔츠가 보이고, 그 사이로 어두운 청록색의 머리카락이 보입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합니다.
저도 모르게 열린 입에서 물방울이 피어오릅니다.
당신은 잇고 있는 줄도 몰랐던 호흡을 멈춥니다.
마침내 당신이 잡을 수 있는 곳까지 낙하한 형체가 당신의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눈을 감은 심람의 얼굴이 보입니다.
심람은 당신이 그를 잃기 직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백여:..람아? (분명, 물속임에도 불구하고 너와 마주하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고는 눈만 천천히 끔뻑이며 너를 바라보며, 천천히 네 얼굴로 팔을 뻗었다. 닿을 수 있기를, 너를 만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당신은 팔을 뻗어 그리웠던 심람을 끌어 붙잡습니다.
심람은 몸은 카나리아를 처음 손 안에 들였을 때처럼 뜨겁습니다. 산 자가 아닌 사람이 가지기에는 지나치게 더운 온도입니다.
마침내 완전히 정지한 심람이, 눈을 뜹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당신은 꿈이라는 자각을 잊습니다.
심람:....백여야?
여전히, 한결같은 다정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입니다.
목소리는 바로 곁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또렷합니다.
심람:왜 울고 있어... 악몽이라도 꾼거야?
(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조심히 닦아주었다)
백여:응, 람아. 람아... (물로 퍼져나가기만 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네 이름을 부르고는 고갤 내저어) 아냐, 좋아서. 너무너무 좋아서 그래.
심람:그런데 왜 이렇게 서럽게 울고 있어. (한 손으로 네 뺨을 감싸앉고, 네 눈가에 작게 입맞춤했다.)
분명, 심람입니다. 당신에게 따스하게 입을 맞추는 모습을 보니, 둘이 함께 사랑했던 그 때로 돌아간 것만 같습니다.
심람:이제 괜찮으니까 더 자도 돼, 백여야.
백여:정말, 좋으니까 그러지. (제 눈가에 입맞춤해주는 따스한 온기에 울상인 채로 미소를 짓고는 이어진 네 말에 고개를 내젓고는 네 손을 꼬옥 맞잡아) 아냐, 오늘은 안 잘래. 좀 더 얘기하자 응?
심람:정말인거지? (네 모습에 걱정이 되었는지, 너를 제 품에 끌어안았다. 저도 네가 그리웠었는지, 고개를 네 어깨에 파묻고는 작게 속삭였다.) 그래? 조금 더 얘기할까?
백여:응, 그럼. 정말로. 내가 어떻게 네게 거짓을 고하겠어. (네가 저를 안아주기에 저 또한 너를 꼭 끌어안고는 네 품에 얼굴을 묻어, 부비적거리다가 고개만 살 들어 너를 바라보곤) 응, 더 얘기하자. 뭐든 좋으니까... 이것저것 전부.
심람:(고개를 들어 네 눈을 마주하는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 담겨있었다. 수많은 감정들이, 네게 전해지 못했던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 입술을 잠시 다물고는 열었다. 그리고 네게 제게 가장 중요했던 질문을 하나 물었다.) 잘 지냈어, 백여야?
백여:(너와 하는 대화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다 좋기 때문에, 네가 무어라 말을 할 지. 어떤 말이든 호기롭게 답할 자신이 있었다. 다만, 그게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뿐. 그렇기에 네 그런 질문에 떨떠름한 웃음을 짓고는 적당히 대답하고 말아.) 음, 응. 그렇지 잘 지냈을걸..? 람이는? 괜찮은 거 맞지?
당신은 사랑했던 연인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의 몸을 살펴보면 얼굴을 비롯한 몸 전체에 붉은 기가 돌지만 혈색이 좋아보입니다.
그렇게 못다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시 눈이 감깁니다.
이 곳은 정말 꿈인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의문증을 가진채, 천천히 눈을 두어번 깜박입니다.
눈을 다시 뜨자, 작은 어지럼증과 함께 어제 잠들었을 때 마지막으로 보았던 광경이 눈 앞에 보입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합니다.
제 손에 잠들었던 카나리아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 곁으로 돌아온 것 같았던 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일어나서 주위를 살핍니다.
카나리아는 건강을 되찾아서 집을 떠난 걸까요?
어쩐지 허탈한 기분이 듭니다.
집안 어느 곳의 창문도 열려 있지 않은데, 온 방을 살펴보아도 카나리아는 보이지 않습니다.
바닥을 살피거나 이불을 뒤집어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여:..다 어디로?
이상합니다. 그 작은 새가 어디로 갈 리가 없는데요.
혹시나 싶어 현관 쪽으로 나가 보면 [깃털]이 떨어져 있습니다.
집어들어 살펴보면 카나리아의 색과 똑같습니다.
설마 밖으로 나간 걸까요?
혼자 힘으로는 문을 열 수도 없는 카나리아가?
하지만 카나리아가 집을 나가는 게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력이든 타의든 문이 열려 있기만 하다면 카나리아도 나갈 수 있겠죠.
당신의 집에 당신을 제외한 사람이 출입할 리가 없지만요.
당신의 집의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백여:..람이? 그럴 리가 없는데.
문득 당신은 한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간밤의 일이 꿈이 아니라면요?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보아도 당신의 집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람이 뿐입니다.
심람이 당신의 집 문을 열었다고 가정한다면 카나리아가 갑자기 집에서 사라진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머리로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단서 역시도 현관에 놓여 있는 이 깃털 하나 뿐이지만 당신은 확신과도 같은 예감에 사로잡힙니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백여:(확신이 들자마자 집문을 열어 밖으로 나아갔다.) 정말로, 람이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 당신은 어제 만났던 그 이웃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당신이 그를 알아보기도 전에 그 이웃이 아주 흥분한 표정으로 당신에게 먼저 다가옵니다.
이웃: 아니, 백여씨.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침에 광장으로 나갔는데 심람 씨가 지나갔어요. 저를 보고 인사까지 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요.
이웃은 당신이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잇습니다.
백여:.. 네?
척 보기에도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보이는데, 당신은 다른 이유로 아연해집니다.
그 이웃이 잔뜩 흥분한 채로 말을 건 이유, 그것과 정확히 같은 이유로요.
그제야 당신에게, 심람이 다시 당신의 삶으로 찾아왔다는 선고가 내려집니다.
<이성>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실패. 1d4만큰 산치를 갂아주세요.
백여:
rolling 1d4
(
4
)
=
4
백여, 이성 -4.
당신은 이웃에게 심람의 행방을 묻습니다.
이웃은 당신조차도 전혀 영문을 모르는 일이라는 걸 확인하자, 정말로 자신이 귀신을 본 게 아닌가 의심을 합니다.
이웃은 심람의 모습을 한 사람이 이곳에서 북서쪽에 있는 공터 방향으로 갔다며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터를 가리킵니다.
당신은 더 망설이지 않고 공터로 뛰어갑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바깥으로 꺼내놓은 등불의 빛에 의존해 달리고 있을 뿐인데도 당신은 넘어지지도, 길을 잘못 들지도 않습니다.
집 앞부터 공터까지 뻗은 하나의 곧은 길 위를 달리는 듯한 기분입니다.
마침내 당신은 공터에 도착합니다.
온 세상이 캄캄한 와중, 유독 눈에 띄는 경계를 지닌 사람이 있습니다.
공터 한가운데 똑바로 선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은 영락없는 람입니다.
백여:..람아!
망연한 표정으로 고래를 올려다보던 그는, 당신이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움직여 당신을 봅니다.
심람:백여야?
잘... 잤어? (하고, 미소를 지으며 네게 물었다.)
백여:람아, 람이네. 람아..! (너를 확인하고는 연신 네 이름을 부르다 이윽고 네게 달려가 안겨)
심람:..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네게 전하는 목소리는 조금 흔들렸고, 살짝 불안함이 느껴진다.)
백여:나도... 모르겠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하며 네게 눈을 마주치고는 갸웃거려) 왜, 뭐가 문제야? 어긋난 일이라 그래?
심람:나는 내가 분명... 죽은 줄로 알았는걸. 다시는 너를 못 보는 줄 알았어. (그렇게 대답하고는, 본인의 눈에도 잠시 눈물이 차올랐다.)
백여:응, 그렇지.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다시는 널 마주하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지금 마주하고 내가 닿아있는 게 너라서 정말 다행스럽고 좋아. 행복해. (네가 제 눈물을 닦아주었던 것 처럼, 네 차오르는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주고는 네 볼에 짧게 입을 맞춰) 정말 좋아.
심람:나도, 좋아. 다시 네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행복해. (제 볼에 입을 맞추는 너에게, 눈물을 거두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에 조금 길게 입맞춤했다.) 그동안 혼자 두어서 미안해, 백여야.
백여:응, 너무 좋아 람아. (활짝 미소짓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맞닿는 입술에 너를 꼬옥 껴안았다가 떼어지고는, 너와 시선을 마주해. 그러곤 네 말에 고개를 내저어) 아냐, 지금이라도 네가 여기 있잖아. 그거면 충분한걸. 다시는 영영 못 보는 줄 알았어 람아. 돌아와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람아. (하곤 다시 네게 길게 입을 맞췄다가 떼어내 베시시 미소지어보였다.)
심람:(다시는 못 볼 줄 알았다는 듯,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는 너를 그저 말없이 바라보고는 다시 한번 네 체온을 느껴보겠다는 듯, 너를 품 안에 꼬옥 안았다.) 사랑해, 백여야.
당신은 심람에게 열이 있지만, 분명히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득, 심람은 고개를 들어 한참이나 고래를 올려다봅니다.
고래를 난생 처음으로 보는 사람처럼요.
공포보다는 호기심에 더 가까운 표정입니다.
심람:저 고래는 뭘까. 꼭 바닷속으로 들어온 것 같지 않아?
그의 말을 듣고 다시 올려다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깊은 바다에 잠겨 머리 위를 지나는 고래를 올려다보는 기분입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움직이는 것도, 물 흐르는 소리도 없습니다.
이렇게 잠잠한 바다도 있었군요.
심람:이런 곳에서도 숨은 쉴 수 있구나.
심람은 꼭 처음으로 숨을 쉬는 사람처럼 숨을 깊이 들이쉽니다.
이렇게 숨을 쉴 수 있으니 깊은 바닷속에서도 아직 살아있다 말할 수 있는 거겠죠.
백여:(네가 읊조리는 말들을 가만 듣고는 따라 고래를 바라봤다가, 그 어떤 상황도 제겐 신경쓰일 게 없다는 듯 너만을 가만 그렇게 계속 응시했다.)
심람:맞아. (갑자기 생각난 듯, 고개를 다시 네게 돌려 말했다.) 나 해열제를 받으러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 같이 갈래, 백여야?
백여:응? 해열제? 그래, 그러자. 아냐 여기 가만히 있을래? 괜히 움직이면 더 힘든 거 아냐? 금방 다녀올게. (하며 너를 빤히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하고는 다시 고개를 내저어) 아냐, 그래 그냥 같이 가자. (혹시 너를 다시 잃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네게 그리 말했다.)
심람:나는 괜찮아, 정말. (너를 안심 시키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그래, 그러면 같이 가자. (그리고 네게 잡으라는 듯, 손을 뻗었다.)
<관찰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백여:응, 그래. 그러자. (너와 손을 맞잡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제게 손을 뻗는 심람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그가 입고 있는 옷에 카나리아의 깃털을 발견합니다.
백여:(카나리아... 사라진 이유도 람이가 여기 있는 이유도 다 들어맞겠네. 하며 생각하고는 네 옷에 붙은 깃털을 털어주고는) 자, 그럼 갈까? 힘들면 얘기해야해?
심람:응? (제 옷에 닿는 네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가 물어봐) 뭐 묻었어? (그리고 이네 네 손을 조금 더 꼭 잡아보며 말했다) 그래, 가자. 아, 참... 나 물어볼게 있는데...
백여:(네 물음에 작게 웃고는) 그냥, 뭐가 있었어. (하며 적당히 말하고는 네가 꼭 맞잡는 손에 너를 바라보곤 네가 하려는 말에 귀를 기울여) 응? 어떤거야? 뭐든, 물어봐. 알려줄 수 있는 선에선 다 말해줄게.
심람:(그래? 작게 웃으며 대답하는 너를 보고는 그저 고개를 살짝 갸웃이고는 말았다.) 음... 나... 며칠간 네 집에서 머물러도 괜찮을까? (그게 큰 실례라도 되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가 죽고 난 이후로 그의 집을 비롯한 재산은 모든 처분 되었기에,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백여:(네 조심스러운 그런 말에 오히려 활짝 웃고는 고개를 세차게 두어번 끄덕이곤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 신난 모습으로 네 볼에 가볍게 입맞추고는) 응, 그럼! 그럼~! 당연하지 물론! 완전 좋아 람이는 오히려 괜찮아? 나는 너무너무 좋은데. 말해놓고 후회하면 안돼? 알겠지? (하며 장난스레 으름장을 내놓았다.)
심람:(신난 모습으로 제 볼에 입을 맞추는 너를 보고서는 다행이라는 듯,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혹, 네가 거절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던 사람처럼.) 그럼, 내가 후회할리가 없잖아. 나도 좋아, 백여야. 고마워.. (미안한 마음과 행복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네게 말했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병원에 도착합니다.
병원에는 다른 곳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병원에는 낯선 면면이 가득합니다.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접수를 마치고 대기하는 중에는 대기실에 놓여 있는 지역 일간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펜화로 고래의 그림이 그럴싸하게 그려진 일간지 1면 기사가 가장 눈에 띕니다.
핸드아웃 참고해주세요.
심람:(기사를 유심히 읽으며, 조금 신경이 쓰이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백여:(네 그런 표정을 읽고는 네게 조심스레 물어) 뭔가, 짚이는 거라도 있어 람아?
심람:그냥... 고래가 왜 하늘에 떠 있게 된 건지 보고 있었어. 사흘째 라는게 마음에 조금 걸리네...
백여:사흘째... 음, 아냐 괜찮겠지. 다 괜찮아질거야. 걱정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일단은 약부터 사자구 그러자 응?
심람:(네 말에, 그저 위화감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저도 너를 걱정시키고 싶었지 않았는지, 그저 작게 대답했다) 네 말이 맞아. 생각하지 말자...
일간지를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심람의 차례가 오기까지는 요원해 보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진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람이와 당신의 맞은편에는 열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앉아 있습니다.
겨울 옷을 입고 있는데, 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이는 걸 보니 많이 아파 보입니다.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학생은 재채기를 세 차례나 합니다. 병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 학생에게로 쏠립니다.
심람:어.... 늘아?
백여:...?
오늘: 람이형?
심람:어... (궁금해하는 네 얼굴을 보고서는 말해) 예전에 친했던 동생이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백여:그래? 그렇구나. 그... 괜찮은 거 맞나..? (갸웃거려)
오늘: 네, 네.... (코 훌쩍..) 요새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집안이 너무 더워서 창문을 조금 열고 잤는데... 후... 고래가 나타나기 전까진 분명 괜찮았거든요.
심람:오랜만에 봤는데, 여기서 보는게 마음이 안 좋네.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득 고래라는 말에 물어봐) 고래에 대해 뭐 아는 것이라도 있어?
오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런 괴물이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해가 없어서 앞으로도 점점 더 날이 추워질 거라고 하던데요.
어른들이 이상한 짓 하기 전에 빨리 다른 데로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어요. 왜 하필 이 동네 위에 나타난 건지 모르겠어요. 솔직히…많이 무서워요.
심람:어른들의 이상한 짓?
오늘: 고래를 사냥하단 사람이 나왔대요. 고래가 있는 하늘로 총을 쏴서 쫓아내면 어떠냐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렇게 하면 고래가 땅으로 떨어질까봐 이도저도 못하고 있대요. 그런데 총도 안 되면 대체 어떻게 저걸 몰아내냔 말이에요.
심람: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는 얼굴이 붉어진 체 너를 바라보다 시선을 슬 피하고는 말했다) 집에가서, 집에가서 백여야.... (그리고 대신이라는 듯, 네 손을 깍지끼고 잡았다.)
백여:(네 붉어진 얼굴에 재미있다는 듯 작게 웃다가, 고개를 끄덕여) 응, 집에 가서 뭐든. 오랜만이니까. (하며 장난스레 말하고는 깍지 낀 손을 꼬옥 쥐었다.)
그리고 심람의 진료 차례가 되어 금방 다녀올게라는 말을 하고는 심람은 자리를 뜹니다. 잠시 후에 돌아오는 그의 표정은 복잡해보이네요.
둘은 약국에 들러 해열제를 처방받아 나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표정은 도무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백여:(네 그런 표정을 가만 보고는 걱정된다는 듯 네게 말해) 그, 괜찮은 거지? 응? 그렇다고 말해주라.
심람:응? 응. 괜찮아. 그냥 조금 쉬고 싶네....
심람은 걸음을 옮기는 도중 연신 하늘 위를 올려다봅니다.
그 시선 끝에는 고래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먹거리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심람이 돌아왔으니 생존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부터 할 일이 까마득하게 많지만, 오늘만큼은 람이가 조금 더 쉴 수 있게 돕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깥이 고래로 한창 시끄러우니 더더욱요.
다시 당신 곁으로 돌아온 심람이 다시 자리를 되찾을 때까지, 당신은 람이가 머물 곳을 내어주기로 마음먹습니다.
당신의 창문을 두드리던 카나리아를 집 안으로 들였던 것처럼요.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풉니다. 저녁을 만들고, 식탁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합니다.
심람:그러고 보니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백여야?
백여:그동안..이면 네가 없는 동안이라는 거지? 어떻게 지냈겠어 내가. (하며 떨떠름 하게 웃어보였다.) 너는, 그... 어떤 느낌이야? 불편하지는 않아? 기억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고? (하며 네게 궁금한 것이 많은듯 이것 저것 물었다.)
심람:이러면 내가 불안해서 널 혼자 둘 수가 없네... (떨떠름하게 웃는 너를 보고 미안하고 또 걱정되는 눈빛을 보냈다.) 불편하지는 않고, 그냥 약간 열이 있는 정도? 하지만 이것도 괜찮아지겠지. 사실... 그동안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죽는 순간은 아직 생생한데. (문득, 그 장면이 떠올랐는지 눈을 살짝 찡그렸다.) 뭐랄까, 그냥... 긴 꿈을 꾸고 일어난 기분이야.
백여:혼자 둘 수가 없다니, 내가 다시는... 놓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알겠지? (하며 걱정하는 눈빛에 오히려 밝게 미소짓고는 네 말을 가만 들었다.) 그렇지..? 약 먹고 푹 쉬면 다 낫겠지. 응, 그래야지. (갸웃거리고는) 기억이 잘 안나면... 그런 부분도 흐릿하면 좋을텐데, 왜 그런 건 선명한거래. 그래도... 그렇게 불편한 부분은 없다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턱을 괴고 널 바라보며) 그.. 그럼, 밥 먹는것도 괜찮은거지? 내일 아침도 꼭 챙겨먹자. 끼니 거르면 안돼 알겠지?
심람:응, 나도 놓지 않을거야. (흔들림 없이 말한다.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럼, 괜찮을거야. 불편하지도 않구. (물어오는 네 말에 밝게 미소지었다. 걱정하는 네 모습도, 이렇게 사랑스럽게 말을 건내는 네 모습도. 모든 것들이 보고 싶었고, 또 그리웠다.)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작게 웃으며,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창밖의 고래를 올려다보았다.) 이상하게, 저게 익숙하게 느껴져. 어쩐지 무섭다기 보다는 안심이 된 달까....
그렇게 말하는 심람의 말에 당신은 기억합니다.
당신도 분명 심람이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틀 전, 정확히는 카나리아가 찾아오기 직전이었죠.
창밖을 바라보는 심람을 따라 고래를 올려다본 당신은 덜컥 불안해집니다.
일간지에서 경고했던 것처럼 저 고래가 영영 하늘에 머물게 되면 어떡하죠.
지금은 비교적 기온이 높은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고래가 머무는 기간이 점점 더 길어져서 결국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추워진다면요.
신문 기사와 겨울 옷을 입고 있었던 학생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그게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여지껏 느끼지 못했던 불안이 스밉니다.
<이성> 판정이 있습니다. (1/1d3)
백여:
SAN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백여, 이성 -1
심람:(저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는 네 모습에 네가 불안한 것일까, 생각이 들었는지 집어들었던 포크를 내려놓고 식탁을 지나 네 곁으로 다가가 앉아, 네 손을 포개어 잡았다.) 괜찮을거야. 다 먹었으면 치울까?
백여:(네가 제 손을 포개어 잡기에 너를 바라보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응, 응. 그러자. 쇼파에 앉아있든, 침대에 누워있든... 편하게 쉬고 있을래? 내가 금방 치울게 (하고는 일어서서, 달그락거리며 접시를 천천히 치우기 시작했다.)
심람:응? 아니야, 같이해. 같이하면 빨리 끝나니까. (그리고 너를 따라 접시를 치웠다.)
두사람은 같이 설거지를 하고, 당신은 심람에게 해열제도 챙겨줍니다.
그리고 마무리 정리를 하고는 침대에 앉아서 못 한 대화들을 마저 나눕니다.
백여:(침대에 앉고 너와 눈을 마주하고는 슬 눈웃음 지었다가 장난스레 얘기해) 이러니까 꼭, 부부같지 않아? 조금, 나쁜 말일지도 모르지만 람이 네게 집이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좋은 일이 될지는 상상도 못했어. (하고는 장난스레 웃어보였다.)
심람:(장난스럽게 말하는 너를 그저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정말 그렇네. (그리고, 아까 병원에서 못 해서 아쉬웠다는 듯, 네 입가에 입술을 살짝 맞추었다.) 푸흐, 진심이야? 이참에 아예 같이 살까.... 나도 이제 다시 일할테니까.
백여:(제 입가에 닿는 네 부드러운 입술에 따라 작게 웃고는 으쓱여) 그럴까? 음... 일은, 우선 람이 상태 괜찮아지면 하는 걸로 하자. (그러곤 살 눈웃음 짓고는) 이것 저것이라고 했었으니까. 해도 되지? (그리 말하고는 네 목 뒤로 팔을 껴안아 입을 맞추고는 조심스레 네 입술을 핥아, 천천히 벌어지게 하고는 제 혀를 밀어넣어 짧게 섞어내었다 빼곤 조금 붉게 물든 볼로 널 가만 바라보다 네가 제 입가에 입을 맞췄던 것 처럼, 똑같이 네 입가에 입을 가볍게 맞추고는 목을 감싸안은 팔을 풀어내어 널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람:그럼. (네가 제 목뒤를 팔을 껴안아오자, 오히려 제가 기다렸다는 듯 네 허리를 양팔로 꼬옥 끌어안았다. 그리고 네 입술을 제 것에 맞물리고 조금 더 깊게, 숨을 섞였다. 입술을 떼고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백여가 하고 싶은 이것 저것은 뭘까? (가만히 바라보는 네게,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장난기가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백여:(붉어오른 얼굴과, 네 높은 체온에 고작 혀를 섞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더 달아오르는 기분이었고, 거기에 장난스레 물어오는 네 말에 잠시 생각하듯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궁금해? 네, 그런 상태로는 쓰러질 거 같은데. 괜찮을까? (하고 오히려 이쪽에서도 장난스레 말하지만, 네 건강을 생각하면 반 정도는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심람:(네가 눈을 감았다가 뜨는 것을 그저 말없이 바라보았다.) 쓰러져도,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지만. (하고는 네 이마에 작게 입맞춤했다. 그리고 고민하더니, 네 허리춤을 잡고 같이 침대 위로 풀썩, 쓰러져 너를 바라보며 누웠다.) 그래도 병이 옮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그냥 이대로 잘까?
백여:그것도 그렇지, 당장 내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며 끄덕거리다 네가 제 이마에 입을 맞추기에 그저 미소지었다가 네가 이끄는대로 침대로 풀썩 쓰러지고는 이어진 네 말에 작게 웃곤) 그럼, 오늘은 그럴까? 일단 람이 네가 푹 쉬는 게 중요하니까. 그러자.
심람:그래. 잘 자, 백여야. (작게 웃는 너를 따라 웃었다. 그리고 대신 네 손을 깍지끼고 좋은 꿈 꾸라는 인사의 작은 입맞춤을 했다.)
당신은 심람의 행동이 죽기 전의 모습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 때와 다른 점이라면, 그의 기억에 공백이 생겼다는 점과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는 사실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의 곁에 있는 심람은 꿈이나 환상이 아닙니다.
정말로, 심람은 당신의 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어떻게 돌아온 걸까요?
가장 중요한 의문점에는 정작 한 발짝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바깥 세상의 하늘에는 고래가 나타났으며 이 현실이 간밤의 그 꿈만큼이나 믿기지 않아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당신에게는 심람이 당신 곁으로 돌아왔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눈을 붙이기 전 당신은 공터에서 그랬듯 공연히 숨을 쉬어봅니다.
여전히 무거운 숨이지만, 스스로도 놀랄 만큼 괴롭지 않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호흡할 수 있는 걸 보니 당신은 정말로 살아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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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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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면 심람이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심람은 어제와 사뭇 다른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열이 나는 건 여전하지만 심람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습니다.
심람은 고래에 관해 확실하게 알아보아야겠다면서 고래가 가장 잘 보이는 공터로 나가야겠다고 말합니다.
심람은 창밖으로 보이는 고래의 모습을 보며 당신은 선명한 불안을 느낍니다.
람이는 어제부터 왜 자꾸 고래를 보려고 하는 걸까요.
문득 어제 꾸었던 꿈이 생각납니다.
고래의 입 속에서부터 아래로 떨어지던 심람과 눈이 마주쳤던 꿈요.
그 꿈은 예사 꿈이 아니었던 걸까요?
전혀 근거 없는 불안이지만, 지상으로 내려온 심람을 고래가 다시 데려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당신의 불안을 읽기라도 한 건지 심람이 입을 엽니다.
심람:오늘 저 고래가 내려오는 꿈을 꿨어.
너무 생생해서 평범한 꿈은 아닌 것 같다. 심람은 당신을 보며 말합니다.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당신은 심람이 꿈에 큰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며, 적잖게 불안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심람:나, 밖으로 나가봐야할 것 같아.
백여:..안 나가면 안 되는 거야?
심람:걱정되는걸. 집 안에만 있다면, (물론 너와 함께라 안심되고 행복하겠지만. 하지만 저 것이 우리의 행복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냥 안에서 기다릴 수는 없다고 단정했다.) 위험한 일이 일어나도 지킬 수 없으니까....
백여:..그럼 같이 가자. 위험한 일에 대해서 지켜내는 건 좋지만, 혼자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그렇지? (하며 너를 불안하다는 듯 바라봤다.)
심람:(저도 네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 였지만, 불안하다는 듯 바라보는 너를 보니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았어. 같이 가자.
두 사람은 나갈 준비를 마치고, 공터를 향해 걸어갑니다.
공터로 가려면 광장의 서쪽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광장을 지나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제 스쳐가듯 보았던 정도에 비하면 괄목할 정도로 많은 수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사람들 몇몇은 횃불을, 몇몇은 사다리를 들고 있습니다.
사람들 중 가장 키가 큰 사람은 아주 큼지막한 등불 하나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하늘 위에는 고래가 떠 있는데, 그 아래에는 횃불을 든 사람들의 모습이 있으니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듣기>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당신은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습니다.:그거 들었어? 죽은 사람이 살아서 돌아왔대.
무슨 소리야? 언제?
저 고래 나오고 바로 나타났다는데?
뭔 소리야, 죽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돌아와?
더 들을 것도 없이, 분명한 람이의 이야기입니다.
람이는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광장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공터를 향해 부산한 걸음을 옮길 뿐입니다.
람이는 고래가 가장 잘 보이는 곳, 공터 한가운데에 도달하고 나서야 걸음을 멈춥니다.
공터에 우두커니 서서 주변을 살피면, 광장 방향에서 점처럼 타오르고 있는 여러 개의 횃불과 커다란 등불이 발하는 빛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등불은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키 큰 남자의 손 안에서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그제야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라진 해 대신 저 등불을 띄우려는 거겠죠. 커다란 등불로 고래에 가려진 태양을 모사하기라도 하려는 걸까요.
그쪽을 보고 있자니 심람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람이는 머뭇거리다 당신의 손을 끌어 잡습니다.
심람:백여야, 계속 생각해봤는데..... 오늘 자고 일어나니 죽어 있었던 동안의 기억이 확실해졌어. 하지만 내가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모르겠고...... 저 고래도 언덕 위에 있는 걸 본 적이 있어.
나.... 저 고래를 사후 세계에서 봤어. 그리고, 지금 내가 현실로 돌아오자 현실로 와있지. 그러니 저 고래가 나타난 건 아무래도 나 때문인 것 같아.
심람:(길게 숨을 들이마쉰뒤, 네게 천천히,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쇄적인 불안은 쉽게 못 끊어. 불안의 원인이 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면 더. 앞으로는 점점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겠지...
백여야... 내가 죽음에서 벗어나는 대가로 더 큰 죽음을 몰고 온 게 아닐까? 언젠가 너도 의문을 가질 때가 올지도 몰라. 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네 곁으로 돌아와서 이런 거대한 재앙을 불러왔냐고....
멀리서 일제히 불길을 잡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불이 물에 닿으며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심람의 한쪽 얼굴을 비추던 빛도 서서히 어두워집니다.
그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심람과 당신이 줄곧 어두운 곳에 있었다는 걸 그제야 새삼스럽게 실감합니다.
백여:그 어떤 재앙이라고 해도, 내게는 너밖에 없어. 그게 다야.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아. 어쩔 수 없어. 내 삶이 그렇게 너로 이루어진걸. 어떡하겠어. 내가 너무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걸까?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집에서 가만히 쉬면 안되는걸까? 추위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잖아. 겨울을 못 겪어본 것도 아니고...괜찮지 않을까..?
심람:그렇지만..... 그렇지만. 정말 나 때문에 고래가 나타난 것이라고 하면 저 고래를 모르는 척 내버려두면 안 되는 거잖아. 혹여, 저 고래가 이 곳으로 떨어진다면? 안돼.... 난 불안해, 백여야.
숨을 내쉬는 심람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며 내려옵니다.
그가 돌아와서 고래가 나타난 거라고 명확하게 밝혀진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하는 건, 그가 그만큼 불안해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온 세상이 캄캄한 와중에도 심람의 모습은 너무나 선명합니다
심람:난... 저 고래를 하늘에서 몰아낼 생각이야. 그리고 그때까지 위험하니까 너는 다른 도시에 가있어, 백여야.
백여:그저, 타이밍이 그렇게 들어맞은 거야. 그게 다 일거라고 생각해. 만약 저 고래가 정말 람이 네가 돌아왔기 때문에 나타난거라면... 나는... 고래가 사라지면 너도 사라질까 두려워. (진심인지 너를 잃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고는) 위험하다고 나 혼자 두는 건, 그때랑 다를 게 없잖아. 그리고 내가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계속 옆에 있을래. 그럴거야. 만약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해도, 견딜 수 없는 일이래도, 너를 또 다시 잃게 되는 과정이라면 차라리 그 과정을 바라보는 거라도 할래. 아무것도 모르다 사라지는 건 싫어.
심람:.... (눈물이 맺히는 네 모습에 자신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시선을 피하였다.) 미안... 미안해....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말하는 너의 모습은 너무 굳건하면서도 또 불안해보여서 자연스럽게 너를 안아주었다. 그의 품은 따스했지만, 분명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래, 같이 있다면... 같이 있으면 괜찮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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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의 하늘에 고래가 나타난 것이 람이의 탓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고래가 하늘로 내려오는 이유는 직접 고래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습니다.
설령.... 람이가 원인이라 하더라도 당신은 그를 홀로 두고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고래가 사라지고 여름 하늘이 되돌아오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가 하려는 일이 정말 터무니없는 발버둥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람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함께하기로 합니다.
끝내 하늘을 되찾을 방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곁에는 심람이 있을 테니 괜찮을 겁니다.
홀로 남아 숨 아닌 숨을 이어가며 죽음을 바라기만 하는 일도 더 이상 없겠죠.
심람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당신은 새삼스레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눈앞의 심람이 불안해하는 와중에도 기뻐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람:...정말 괜찮겠어?
백여:그럼, 다른 누구도 아닌 너랑 함께잖아. 괜찮아.
심람:(어쩔 수 없다는 듯, 쓰린 웃음을 지었다.) 내가 어떻게 네 곁으로 돌아온 걸까. 지금도 그런 의문이 들어.
하지만 내가 너와 함께 죽기 위해 돌아온 건 아니라고 생각해. (너를 바라보는 눈빛이는 걱정, 불안함, 그리고 행복을 바라는 진심이 섞여있었다.) 전능한 존재의 실수였든, 내가 자초하고 잊은 것이든 기회가 주어졌다면 보란 듯 살아야겠지. 무력하게 죽을 생각은 없어.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심람이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고래가 하늘에 떠 있으니 우리의 현실은 정말로 캄캄한 심해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정말 바닷속으로 들어온 것 같지만,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습니다.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정적 속에서도, 다시 호흡한다면. 우리는 시선을 고래에 고정한 채 숨을 깊이 들이쉽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어두워진 바깥은 가로등의 불빛과 전깃불로 채워졌지만 사람들의 차림은 점점 더 두터워지기만 합니다.
이제는 완연한 겨울 날씨입니다.
심람의 열은 도저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심람과 함께 병원엘 가고 람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함께 바깥을 오갔으며 도시 사람들이 람이의 귀환을 암암리에 기정사실로 납득하게 될 때까지 함께 걸었습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두 사람이 있는 곳의 하늘에는 고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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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서는 순간 일간지를 배달해 주는 아이가 화들짝 놀라 신문을 떨어뜨립니다.
당연히 주워줄 줄 알았는데,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도망을 갑니다.
죽은 사람이 살아서 돌아온 집이라 소문이라도 난 모양입니다. 무서운 거겠죠.
일간지를 집어들어 살피면 제법 그럴싸해 보이는 혹등고래의 펜화가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횃불을 든 사람과 등불을 든 남자의 그림이 있습니다.
무언가의 입구 같은 그 입에서 아주 가끔 불씨가 떨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요.
당신은 일간지를 들고 거실로 다시 들어갑니다.
심람:왜? 뭐 두고 갔어?
당신은 심람에게 일간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배달되어 온 일간지를 받아들고 살핍니다.
이 일간지는 심람이 새로 구독하자고 주장해서 구독하게 된 신문입니다. 눅눅한 잉크 냄새가 나는 신문지를 넘기던 람이는 침음을 흘립니다.
아무래도 영양가 있는 기사는 없는 모양입니다. 심람은 신문지를 내려놓습니다.
심람:(짧게 한숨을 내쉬고, 걱정되는 투로 말했다.) 점점 부정적인 기사 위주로 싣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러다 정말로 고래 사냥한답시고 무작정 올라가려고 하는 거 아닐까 모르겠어.
심람의 표정은 애매합니다
고래 사냥이라는 표현이 사람들의 소문으로 번지다 못해 신문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람이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공터에도 몇 번씩이나 들러 고래를 살펴보고, 요즈음은 해양생물학과 기상학을 다룬 책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람이도 다른 시민들과 비슷하게 접근해야 하겠지만요.
심람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당신이 그의 곁에서 정보 수집을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그렇게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람이 돕기 시작한 이후로 그가 불안감을 호소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를 도와 정보를 모으는 도중 문득 당신에게 의문이 떠오를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의미가 있을까요.
과연 우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방법을 찾는다 해도 우리의 힘으로 무언가 할 수는 있을까요.
고래를 인간의 힘으로 몰아내는 게 정말 가능하긴 할까요.
그 역시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그만두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당신 역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것이 당신이 다시 이 세상을 살아가고자 선택한 방식이니까요.
당신은 가끔 이 땅에 고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이렇게 선명히 느껴질 리 없을 텐데요.
어쩌면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천천히, 심연으로부터 수면을 향해 헤엄쳐 나오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심해에서 헤어나와 다시금 뭍에서 숨 쉬는 법을 기억하게 될 때까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의 곁에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