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람:응…? 백여야? (아직 비몽사몽한 얼굴로 너를 바라보다가 제 손에 네 눈물이 닿자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당황하면서도 너를 제 품 안에 꼬옥 안으며 등을 토닥인다.)
백여:나도 모르겠어. (하며 여전히 눈물은 흘러나온 채로 네게 꼬옥 안긴 채로 네 토닥임을 받았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미안, 아직 졸릴텐데 깨워서... 다시 자자... 괜찮겠지. (하며 네게 그리 말했다.)
심람:괜찮아… 괜찮아. (더 묻지 않고, 그저 너를 조금 더 따뜻하게, 꼬옥 안아주었다.)
자신을 보듬어주는 더없이 익숙하고 다정한 심람의 목소리와 함께
당신은 다시금 잠에 빠져듭니다.
이번에는 조금 깊이.
–
「첫번째 목요일」
그렇게 눈을 감은지 꽤 지났을 즈음.
들려오는 것은,
얕은 물에 고막까지 잠겨들어 이내 먹먹히 침몰되고 마는 소리.
입술을 벌려보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눈꺼풀을 들어올려보지만 시야에 차는 것은 눅눅한 어둠 뿐.
냉기에 온 몸이 얼어붙듯 끔찍한 맹추위가 지속되다가도,
피부를 녹여낼듯 살인적인 더위가 정신을 덮칩니다.
그런 이변 속에서도 이상하게 고통스럽다거나 아프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백여, <듣기>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성공
희미한 기억 건너편에서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안녕, 목요일에 다시 만나자.'
그 익숙한 목소리를 끝으로 맹추위도,
무더위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요.
모든 감각이 모호해질 무렵 불현듯 당신은 쏟아지는 정적과 동시에 정신을 차립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익숙한 어둠이네요.
아직 밤인가?
하는 막연한 의문과 함께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으면,
팔이 채 다 펴지기도 전에 두꺼운 벽 같은 천장에 가로막힙니다.
백여, <관찰>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실패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손끝에 감기는 것이 나뭇결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백여, <아이디어>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성공
'천장을 밀어 열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칩니다.
그대로 힘을 주어 밀면 천장은 의외로 쉽게 열립니다.
…….
틈 사이로 터져나오는 환한 빛에 짧게 인상을 찌푸리게 됩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천장이 열리자마자 탐사자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탁한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은,
녹빛 하늘에 커튼처럼 드리워진 아름다운 오로라.
바람에 스치우듯 일렁이는 오로라를 드문드문 가리며
커다란 함박눈이 온 사방에 흐드러져 쏟아집니다.
이곳은 마치 천국의 가장자리를 떼어다 붙인 공간 같습니다.
꿈을 꾸고 있는걸까요?
그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정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노라면
금세 당신의 무릎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쌓이는 눈을 털어내려 고개를 떨군 그 때,
당신은 다시 한 번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
이건…
‘캡슐’인가요?
아니, 캡슐이 아니라 관 같습니다.
확실히 관이 맞습니다.
방금까지 갇힌듯 누워있던 좁은 방이 실은 관이었던 것입니다.
죽은 사람이나 누워있을 법한 관 속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에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백여, SANc 1/1D3.
백여: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백여, 이성 -1
관 주변에는 눈송이를 머금은 싱싱한 생화 무더기가 깔려있고,
그 옆으로 당신의 소중한 사람인 심람이 누워있습니다.
입고있는 옷감이며 피부에는 얕게 흰 눈이 쌓여있네요.
가까이 다가가 살피면 심람은 조용히 잠들어있습니다.
안색이 조금은 파리해 보이는 채입니다.
당신은 심람을 깨울 수 있습니다.
백여:...람아? (너를 빤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흔들어 깨우기 시작해) 람아, 일어나.
심람:(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일어나서는 너를 마주했다가 관에 눈을 다시 돌렸다.) 백여…? (의아한 표정으로 너와 관을 번갈아 본다.)
백여,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성공
당신은 람이가 당황하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백여:그.. 람아 당황스럽겠지만, 나도 그래. 왜 이런 관에 있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우선은 나가서 상황이라도 파악해볼까? 아니면... 조금만 더 있다가 움직여볼래? (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설명함과 동시에 네게 조심스레 물었다.)
심람:그래.... 잠시 멍해서... (마주하던 시선을 천천히 거두어냈다.)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고)
끊임없이 펼쳐진 드넓은 설산 위로 반짝이는 눈송이들이 빽빽이 떨어져 내리고 있고,
두 사람이 앉아있는 가까운 거리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은 2층짜리 목재 주택이 한 채 덩그러니 지어져있습니다.
백여:어차피.. 다음 날 보자고 했으니, 보고 올까... (하며 계단을 밟고 올라가봅니다.)
나선형의 계단을 타고 목재주택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곳은 아주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투명한 통유리로 처리된 스테인드글라스의 천장에서부터 다채로운 색감의 빛이 터져나오는 한편,
퍼부어져 내리는 형형색색의 눈들을 그대로 맞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천장] 안쪽에는 군청색의 도료를 이용하여 섬세하게 그려진 황도 12궁이 눈에 띕니다.
2층의 중앙에는 남색의 커다란 원형 [카페트]가 깔려있고,
한 구석에는 접힌 [망원경]이 놓여있습니다.
[욕실]도 2층에 구비되어있습니다.
백여:(신기한 듯 눈을 깜빡거리며 바라보다가 천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천장]
은은한 오로라의 빛을 반사시켜 도료로 그어진 별자리가 잔잔하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백여, <관찰>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당신은 빛나는 별자리 두 개가 각각 '사자자리'와 '처녀자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백여, <아이디어>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실패
두 별자리를 보고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하지만, 생각나지 않습니다.
백여:...? 뭐지
(갸웃거리며 카페트를 살펴봅니다.)
[카페트]
천장의 크기만큼이나 넓고 커보이는 남색의 카페트가 2층의 중앙에 깔려있습니다.
일견 평범한 카페트같지만, 별의 궤도를 그려넣어 '예쁘다'는 감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여기에 누우면 꼭 밤하늘에 누워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백여, <관찰>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당신은 카페트 끝부분에 살짝 튀어나온 종이조각을 발견합니다.
백여:(종이 조각을 꺼내봅니다.)
카페트를 들어 확인해보면….
반짝이는 염료를 사용하여 물들인듯 푸른색의 진주처럼 빛나고 있는 편지봉투네요.
편지는 금색의 씰링 왁스로 봉해있습니다.
씰링 왁스에 찍힌 문양은 어떤 별자리같습니다.
백여, <아이디어>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성공
당신은 씰링 왁스에 찍힌 별자리가 물독자리인 것을 확인합니다.
그러고보니.... 백여와 심람, 둘다 물독자리였었지요.
편지 뒷면에는
‘….에게’
라고 적혀있습니다.
받는이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고,
필체 또한 누구의 필체인지 알아볼 수 없습니다.
백여:(편지봉투를 열어 편지를 읽어봅니다)
당신은 편지를 뜯어서 내용을 확인합니다.
언제나 내 이기심으로 너를 슬프게 해서 미안해.
백여:내용이.. 이게 다 인건가? (하며 뒷면도 살펴봅니다.)
편지의 뒷면을 살펴 보면은 여전히 확인할 수 없는 필체로 적힌 작은 메세지를 발견합니다.
네가 아는 내가 아니고, 내가 아는 네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우리라고 할 수 있을까?
백여:사과랑 질문... 조금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일 것 같은데... (하며 고갤 갸웃거렸다.)
더이상 편지에 살펴볼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백여:(일단은 편지를 챙겨서 망원경을 살펴봅니다)
[망원경]
과학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가의 천체망원경입니다.
밤이 오면 망원경을 이용해 바깥에 나가 별자리를 관측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망원경 아래 놓여진 책자가 하나 보입니다.
<책자의 내용>
별자리 관측법
1. 어둡고 광해가 적은 장소에서 관측합니다.
도시 등의 심한 광해가 즐비하는 장소는 별자리 관측 장소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떨어진 저광해 지대로 이동하여 관측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사방이 탁 트여있는 장소일수록 별자리 관측이 용이합니다.
2. 관측 시간을 정합니다.
계절과 시간별로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가 상이하므로 꼭 사전에 확인하고 결정해주세요.
별자리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평균적으로 저녁 9~00시 사이입니다.
추신! 여름철의 별자리는 자정이 되면 하늘 위에 굉장히 높게 떠있기 때문에,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떠있는 시간인 저녁 9시가 적당합니다.
3. 계절 별자리
Ⅰ. 봄철 별자리: 목동자리, 처녀자리, 사자자리.
Ⅱ. 여름철 별자리: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 전갈자리.
Ⅲ. 가을철 별자리: 안드로메다자리, 물고기자리, 페가수스자리.
Ⅳ. 겨울철 별자리: 쌍둥이자리, 큰개자리, 오리온자리.
백여:(접혀있던 손가락을 하나씩 펴가면서 말하기 시작해) 음... 광해는 별로 없는 것 같고, 밤이 되면 어두워질테고... 여름이니까... 9시에 봐야겠네. 그리고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 전갈자리라고... 좋아, 이따 한 번 보자고 얘기해야겠다. (하며 나름의 계획을 잡고는 마지막으로 욕실로 이동해봐)
[욕실]
문을 열면 평범한 욕실입니다.
각종 세안도구가 정리되어있으며,
수전을 열어보면 온수도 냉수도 무리없이 잘 나옵니다.
원한다면 이곳에서 세안이나 샤워 등을 할 수 있겠네요.
백여:음... 별 거 없구나. (자기 상태는 괜찮나 싶어 거울을 살펴봅니다.)
백여는 오늘도 아름답습니다.
백여:아, 상태가 영 아니네... 하긴 이제 막 일어났으니까. (하고는 세수라도 할 까 싶어 미온수로, 물을 틀어봅니다.)
막 일어나도 아름다운 백여.
미온수로 찰박찰박 세수를 합니다.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요.
거울이 백여의 아름다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깨질지도 모르니 침실로 돌아가볼까요?
백여:oO(정말... 깨지나?) (수건으로 물기 닦고 거울 빤히 봄)
?
(잘못 들었나 싶어 앞의 거울을 바라보며 눈만 깜빡거려)
챙그랑
백여:?
?????
거울의 파편에 다칠 수도 있으니 돌아갑시다 ^^
백여:이.. 이거 어떡하지. 내 집이 맞는지도 모르겠는데 안 치워도 되나...? (괜히 잘못한 기분에 주위를 조심스레 두리번거리며 마땅히 치울 상황이 안되는 것 같아 일단은 조심스레 나와서 침실로 돌아갑니다)
침실에 돌아가면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람이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있습니다.
당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모르는 건지,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듯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만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백여:(그런 람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듯, 조용히 옆으로 다가가서 서고는 따라 창밖을 바라봐)
심람:(제 옆에 다가선 너를 바라보며) 좋은 아침. 어디갔다 왔어?
백여:응, 좋은 아침. 2층에 갔다왔어. 아, 맞아 망원경이 있더라 왜 안 알려줬어? 알려줬으면 어제 별이라도 보고 잤을텐데 말야. (하고 작게 웃어)
심람:아, 봤구나. 어제는 피곤해서 생각하지도 못했네.... 그럼 오늘 밤에 보러 가볼까? (저도 작게 웃어보았다.) 아침 먹을까?
백여:응, 그러자. 9시에 봐야해 그때 아니면 보기가 어렵대. 알겠지? (하고 마치 약속하듯 네게 그리 말하고 고개를 끄덕여) 응, 그러자.
심람:그래, 좋아.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갔다) 먹을만한게 있으려나.... (냉장고 문을 열고서는 음식재료들을 몇 개 꺼내) 다행히도 먹을건 좀 있네. 내가 할 테니까 소파에 앉아있을래?
백여:응? 내가 해도 괜찮은데... (하며 생각하다 윗층의 거울을 깬 게 생각나 정신을 차리고는 네게 다가가서는) 아냐 내가 할 게 람이 네가 앉아있어! 응? 그래도 되잖아... 그치!?
심람:응? 그러면 같이 하자. (여러 주방도구들을 꺼냈다.) 뭐하지... 오믈렛? (문득 네가 좋아하던 것이 기억이나 계란들을 꺼내며 말했다)
백여:같이... 아냐 오늘은 내가 할 게 람이는 뭐 해줄까?! 나는 다 좋아 (하면서 냉장고에서 재료라는 재료는 다 꺼내보며 너를 바라봐) 왜... 못 미더워? 아냐 할 수 있다니까... 금방 해줄게 가만히 앉아있어!
심람:나도 백여가 해주는거면 다 좋아. (하고서는 못 미덥냐는 네 말에 눈을 크게 뜨곤 말했다) 아냐, 아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앉아있을게. (수저와 그릇들을 챙겨서 책상으로 갔다)
백여:그래..! (이제서야 안심한 듯 재료들을 가지런히 놓고는 준비를 마친 후에 네게 물었다.) 그래서... 람이 뭐 먹고 싶어?! 해줄게!
심람:음..... 내가 고르는거면 다 좋다고 했으니까... 그러면 여기 이렇게 있어볼래? (하고는 너를 눈 밭에 세워두고, 네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뒤로 몇 걸음 걷고서는 셔터를 눌렀다. 마찬가지로 사진이 마를 수 있도록 끝을 쥐고는 웃으며 너에게 말했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을게.
백여:응? 어? 같이.. 찍는 걸로 다 괜찮다는 거였는데 한 장을 그렇게 독사진으로?! (하며 어버버하다가 바보같은 상태로 찍히고는... 소리가 나자마자 네게 달려가서는 사진을 가로채려 팔을 뻗어) ... 아냐 이건 아냐, 왜 필름이 두 개 밖에 없는데 신중하게 안 찍는거야?! 완전 이상하게 나왔을 게 분명하다고.... 응?!
심람:(사진을 가로채려 하길래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팔을 위로 쭉 뻗었다) 응? 안돼, 내가 고르는거면 다 좋다고 했잖아. (그리고 대신이라는 듯 첫번째 사진을 네 손에 쥐어주었다.) 어때?
백여:(뻗는 팔에 잡아보려고 점프해보고는) 그... 다 좋다는 게, 같이 찍는 거라고 기본이 깔려있었단 말야...! 그거 안 봐도 이상하게 나왔을 게 분명한데 안 돼..! (하며 여전히 잡으려고 팔을 휘휘 젓다가 첫번째 사진을 제 손에 쥐어주기에 일단 주섬주섬 챙기고는 고갤 내저어) 이건 당연 내꺼고...! 그럼... 그럼... 안 가져갈게 보여줘. 어떤지는 알아야지. 그치? oO(보여주면 가져가야지...)
심람:그런거였어? 몰랐다, 어떡하지? (퍽이나 몰랐을까,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잡으려고 팔을 휘휘 저으면 더 높이 들고서는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섬주섬 챙기는 네 모습에 미소를 짓고는 네 말에 대답하는 대신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우와, 이제 하늘 보면 많이 보일 것 같은데?
오로라가 걷힌 남색의 밤하늘에 별과 은하수가 수놓아져있습니다.
가슴께가 간질거리고, 뺨에 스치우는 차가운 눈송이의 온도가 나쁘지 않습니다.
심람:(꼭 잡은 네 손을 이끌어 하늘이 잘 보이는 사방이 탁 트인 곳으로 대려갔다.) 이리 와, 백여야. (적당한 곳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망원경을 통해 눈을 대고 하늘을 보다가 너에게 보라는 듯 자리를 비켜주었다.) 한번 볼래?
백여:(네가 자연스레 화제를 돌리는 탓에, 그만 포기하고는 조금 뚱해져선 널 바라보다가 별 기대없이 망원경을 바라봤다) ...? 오....? (눈부시게 아름다운 별들을 실제로 바라보니 금방 기분이 풀려서는 널 바라보고는) 헉.. 람아 이거 완전 대박이야... 꿈 말고 실제로도 보면 참 좋을텐데 말야~ 아쉽다
심람:(금방 기분이 풀린 너를 보고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은하수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로질러 지나가는 계절이야. 은하수 부근에 있는게 거문고자리고, 거기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직녀성. 그 건너편에 있는 게 견우성이야. (하고는 네 말에 자그맣게 덧붙였다) 그러게, 꿈이 아니었다면 좋았을텐데.
백여, <행운>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당신은 은하수의 가장 밝은 곳에서 궁수자리의 '남두육성'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서쪽으로 떨어지는 것은 전갈자리입니다.
백여, <아이디어>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당신은 낮에 읽었던 '별자리 관측법'책자의 '계절 별자리'가 떠오릅니다.
거문고자리와 전갈자리는 분명…
여름에 관측 가능한 별자리가 아니었던가요?
망원경에 퍼지기 시작하는 밤 속 설산의 정경과 여름철 별자리가 사뭇 조화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백여:..람아 왜 그래. 뭘, 숨기는거야? 왜? (갸웃거리며 네게 그리 물어보고는) 이런 이상한 상황들이 뭐든... 네가 뭘 했든, 나는 다 괜찮아.
심람:그런게... 아니야. 그냥..... (한참을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며, 네 시선을 다시 피해냈다. 침묵을 유지하다가, 그저 차가운 손으로 네 손을 잡았다.) 바람이 찬데, 이만 들어갈까?
백여:하긴, 네가 말해주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알겠어 람아. (하며 맞닿는 손을 꼭 잡고는 이내 환하게 웃어보여) 응. 들어가자
당신은 더 묻지 않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심람은 다시 한번 당신을 침실로 이끌어 눕힙니다.
당신은 어째서인지 전혀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심람:(인사를 건네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확연한 슬픔이 묻어났다.) ....안녕, 내일 다시 만나자.
그의 말을 들은 당신은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잠의 수령에 빠져듭니다.
왠지 모를 기시감과 함께 당신은 잠에 빠져듭니다.
–
「첫번째 토요일」
당신은 익숙한 추위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심람:
(To GM)rolling 1d100<45
(
93
)
=
0 Successes
당신은 심람이 옆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안색이 창백해보입니다.
분명히 집 안은 서늘할터인데, 심람 혼자서만 식은땀에 흥건히 젖어있습니다.
백여:(그런 람이의 상태에 놀래서는, 일단은 더 재워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조심히 빠져나가서는 수건에 물을 묻혀 돌아와선 네 식은 땀들을 조심스레 닦아주고는 네가 깨진 않았나 확인해봐.)
심람:(네 손길에 눈을 슬며시 뜨고는 너를 바라보았다) .....백여야? 잘 잤어...? (입술 사이로 세어나오는 목소리는 형편없이 쉬어버렸고, 낮게 잠겨 있었다.)
백여:아, 깼어? 응, 나야 뭐 잘 잤지... 나는 괜찮은데 람이 네가 상태가 영 아니네... 오늘은 난로나 피워두고 가만히 있을까? 쇼파 쪽으로 가서 잘래? 응? 어쩔까? (하고 네게 의사를 물었다.)
심람:아냐, 너무 걱정하지마... (그렇게 말하고는 긴 기침을 흘렸다) 그러면 불이라도 떼워줄래? 쇼파에 가 있을게.
백여:(걱정하지 말라고 하자마자 기침을 하는 모습에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러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 그래, 쇼파로 가 있어 금방 난로에 불 피워줄게. (하고는 창고로 가서 장작을 꺼내 난로에 던져놓곤, 성냥에 불을 피워 난로에 불을 붙였다.)
창고로 들어서려던 당신은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맙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밤사이 얼마나 많은 양의 눈이 쏟아져 내린 걸까요?
쌓이고 쌓인 방대한 양의 눈으로 인해 테라스 바깥의 절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아예 눈 속에 파묻혀버릴 지도 모릅니다.
난로에 불을 떼우고 쇼파에 앉아있는 심람을 마주합니다.
심람:(네게 안아달라는 듯, 손을 뻗었다) 우리, 조금만 같이 이렇게 있을까?
백여:(네가 제게 뻗는 손길에 한걸음에 다가가서는 널 꽉 안아주고는) 그럼, 응. 조금이 아니라 계속 이렇게 있어도 괜찮아. 춥진 않고? 이불이라도 챙겨올까?
심람:아냐, 그냥... 이렇게 있자.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꼭 내일이면 못 볼 것만 같이 떨려왔다) 그냥, 이렇게 있자. (다시 한번 말하고는, 너를 조금 더 꼬옥 안고 네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백여:응? 응, 그럼 그러자. (하고는 안은 채로 네 등을 천천히 토닥여주었다.) 너무 갑갑하면 얘기해줘야 해?
심람:..... (그저 말없이 제 등을 토닥이길래 너를 한번 바라보다가 쉬어서,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 목요일…. (그리고, 멈칫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안녕, 내일 다시 만나자.
볼품없는 목소리임에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는 인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 한낮인데도,
밤새 푹 잠들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삽시간에 잠에 빠져듭니다.
잠에 빠져들기 직전 심람의 기침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
조금은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바깥에 매서운 칼바람과 휘몰아치는 눈보라의 소리가 선명합니다.
잠에 취한듯 몽롱한 정신에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네요.
다만 당신의 머리칼을 조용히 쓰다듬어주는 익숙하고 따듯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람:곧 아침이 올 거야. 그때까지 조금만 더 자자.
여전히 낮게 잠겨있는 목소리가 적막하게 울려퍼집니다.
백여,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백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안녕, 내일 다시 만나자.'
어쩐지 오래간 잠들어 있던 것 같은데도 당신은 뿌리칠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마법처럼요.
-
「첫번째 월요일」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는 부드러운 손길에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푹 잠들었던 탓일까요?
온 몸이 개운합니다.
손끝에는 부드러운 극세사 카펫트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떨어져내리는 예의 그 녹빛 오로라.
천장 위에도 소복이 눈이 쌓이기 시작해 넘실대는 오로라와 하늘이 천천히 가리워지며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눈 한 줌에 하늘이 한 줌씩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천장에 띠 모양으로 둘러져있는 군청색의 황도12궁은 푸르게 빛나고 있네요.
이곳은 아무래도 목재 주택의 2층인 것 같습니다.
심람:..잘 잤어? (여전히, 낮게 쉰 목소리로 네게 말했다)
심람의 목소리에 몽롱하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당신은 심람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습니다.
눈이 쌓이면 쌓일수록 오로라는 퍼즐의 한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되고,
한두줄기 씩 맞물려 반사되던 빛들도 차츰 옅어지기 시작합니다.
곧 어둠에 잠식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천장을 바라보던 심람이 속삭입니다.
심람:꼭.... 버진로드 같네.
...하고.
버진로드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단어입니다.
당신은 일순 결혼식장에 길게 깔리는 아름다운 실크 융단을 떠올립니다.
그 첫걸음의 카펫을 버진로드라고 부르던 것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푸른 눈을 마주합니다.
한없이 다정하고, 또 슬픔에 잠긴 두 눈에 당신의 얼굴이 비췹니다.
백여,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눈을 마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은 결국 완전히 눈에 가려지게 됩니다.
서로의 얼굴조차 마주할 수 없는 완전한 어둠 속은 조금, 무서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답답함을 느끼거나 복잡함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 속에서 푸른색의 황도 12궁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 칠흑을 가르는 것은 서로의 조용한 호흡소리.
부차적으로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것은 심람의 떨리는 목소리였습니다.
당신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죄책감이 가득합니다.
심람:백여야.
같이 죽을까?
…….
잔잔하게 비치는 황도 12궁의 띠 덕에 어둠에 어느정도 눈이 트입니다.
당신을 향한, 오직 당신을 향한 그 푸른 두 눈은 어쩐지 지쳐 보입니다.
그 눈에 비친 당신은…
…어떤가요?
백여:응? (갑작스런 네 그런 물음에 당황해서 눈만 깜빡거리다가, 어차피 꿈인 것 같고... 람이가 괜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윽고 입을 떼) ...네가 그걸 원한다면 그럴까.
심람:..... (그렇게 말하는 네 목소리는 여전히 사랑스러워서, 또 이제는 자신의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고개를 숙이고는 울음이 가득한 얼굴로 너를 바라본다.) 여긴 꿈이 아니야, 내 사랑...
백여:(꿈이 아니라는 말과 슬픈 표정으로 말하는 네 모습에 꿈이 아니라면 왜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이렇게 눈이 뒤덮여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곳도 없는 곳에, 단 둘이 서서히 죽어가나... 같이 죽어버리나, 뭐가 다를까 싶어져 우는 네 뺨에 살포시 손을 얹고는, 네 눈물을 제 엄지로 닦아주고는) 그럼, 지금 울고있는 람이도 진짜라는 거겠네. 이해되는 건 하나도 없지만. 꿈이 아니어도 네가 원하는 게 그거라면 나는 좋아. 응, 그러자. (하고 결심에 차면서도, 확고하게 네게 말했다.)
황도12궁의 빛이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다시 한 번 찾아오는 온전한 어둠 속에서,
이마에 차갑게 식은 입술이 내려앉습니다.
심람:(제 눈물을 닦지도 못한체, 그저 너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너에게 수 십번째의 밤의 인사를 건넨다.)
안녕, 목요일에 다시 만나자.
그 말을 끝으로 익숙한 졸음이 몰려옵니다.
.......
시간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얼마나, 어느정도나 흐르는 지는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무언가 무너져내립니다.
눈 속에 잠겨들어 이내 먹먹히 침몰되고 마는 소리는 찰나였나요.
입술을 벌려보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눈꺼풀을 들어올려보지만 시야에 차는 것은 삭막한 어둠 뿐입니다.
냉기에 온 몸이 얼어붙듯 끔찍한 맹추위가 지속되다가도,
피부를 녹여낼듯 살인적인 더위가 정신을 덮칩니다.
그런 이변 속에서도 이상하게 고통스럽다거나 아프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이건 분명 손끝을 쥐는 다정하고도 차가운 모순적인 체온탓이겠지요.
어쩐지 익숙한 감각입니다.
……
당신은 꿈을 꿉니다.
관 속에 누워있는 누군가의 손에 얼굴을 묻고
정신없이 눈물을 토해내는 사람의 뒷모습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인
심람입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저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가까스로 한걸음 두걸음 다가선 당신은,
관 속에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에 숨을 멈춥니다.
백여, 당신입니다.
관 속에 누워있는 것은 분명 스스로의 육체입니다.
백여, <아이디어>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낯선 장면입니다.
이는 백여, 당신의 기억이 아닙니다.
관 속에 누워있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 아닙니다.
그런 확신이 듭니다.
아찔한 기분에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 순간 장면이 전환되어있습니다.
행복하고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주 행복해보입니다.
아니, 행복합니다.
이것은 오롯이 당신만이 느낄 수 있던 감정입니다.
그 두 사람은 분명 심람과 백여였으니까요.
다시한 번 화면이 반전됩니다.
혼수상태에 빠져 병상에 누워있는 당신의 손을 잡고 울고있는 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백여, <아이디어>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장면입니다.
이는 백여, 당신의 기억이 맞습니다.
그런 확신이 듭니다.
위와 같은 꿈을 꾼 백여, SANc 1/1D3.
백여:
SAN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백여, 이성 -1
「다시 시작된 세계. 두번째 목요일」
백여, <듣기>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당신은 아주 익숙한 어둠 속에서 눈을 떠올립니다.
어쩐지 밤은 아닌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과 함께 손을 뻗으면,
팔이 채 다 펴지기도 전에 두꺼운 벽 같은 천장에 가로막힙니다.
손끝에 감기는 것은 나뭇결이네요.
나무로 만들어진 천장같습니다.
고개만 간신히 움직여 주변을 둘러볼 경우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어떤 좁은 방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흘러갈 즈음 문득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백여, <아이디어>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당신은 자신이 누워있는 공간이 관 속임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천장을 밀어 천장을 열 수 있습니다.
백여:(천장을 밀어 엽니다)
철퍽,
덜컹.
둔탁한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장대비가 온 몸을 적시기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은,
어둠을 어둠으로 덧칠한듯 회색으로 물들여진 하늘.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정처없이 빗물이 퍼부어지고 있습니다.
춥다거나 서늘하다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플만큼 억세게 쏟아지는 비를 맨몸으로 맞고 있는데도 아프지가 않습니다.
하다못해 축축하고 불쾌하다는 감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온 몸의 감각이 물에 젖어 녹아버린 것만 같은 스스로의 낯선 상태에 무언가 어긋났다는 강한 확신이 듭니다.
백여, SANc 0/1.
백여: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백여, 이성 변동 없음
당신은 방금까지 스스로가 누워있던 '공간'을 내려다봅니다.
관 입니다.
죽은 사람이나 누워있을 법한 관 속에서 깨어났음에도 크게 꺼림칙한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그보다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으니까요.
백여, <관찰>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실패
관 주변에는 비를 머금어 시들어가고있는 새하얀 국화와 백합 무더기가 깔려있고,
그 옆으로 정처 없이 비를 맞으며 누워있는 심람이 보입니다.
그를 깨우려 손을 뻗는 순간, 당신은 깨질 것만 같은 격한 두통을 느끼게 됩니다.
아니, 두통이라기보단 정신 그 자체가 천갈래 만갈래로 찢겨 나눠지는 듯한 환각에 가깝습니다.
맞은 편에 보이는 익숙한 목재 주택.
빗물에 잠겨들어가는 세계.
백여야!
잠에서 깨어난 심람이 놀란 눈으로 다급히 당신의 팔을 잡아당겨 끌어안는 감각과 함께 눈 앞이 암전됩니다.
나를 끌어안은 그의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네요.
정신을 완전히 잃기 직전 무의식적에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줄 단어의 나열이 있었습니다.
아, 목요일이로구나.
……
어쩐지 적막한 슬픔 속에서 정신을 차립니다.
당신은 늦은 새벽, 텅 빈 영화관에 앉아있습니다.
좌석은 한가운데로, 당신이 눈을 뜨는 동시에 정면의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조금은 긴 시간동안 한 편의 영화가 이어집니다.
제목은, Last thurdayism-라스트 써스데이즘
수요일마다 세계가 멸망하고 목요일마다 재창조된다는 음모론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로,
하나의 안드로이드와, 지구에 마지막 남은 하나의 인간이 그 속에서 죽음과 삶을 반복하여 살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오직 서로에게 의지하면서요.
영화 속의 세상은 끊임없이 절멸과 재창조를 반복합니다.
세계는 때로 느닷없는 빙하기에 접어들며 꽝꽝 얼어 망하거나,
운석이 낙하하여 불타 사라지거나,
끊임없이 내리는 비로 잠겨 멸망하거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인지 인간형의 안드로이드가 하루하루 눈에 띄게 정신이 피폐해져 갑니다.
이를 보다 못한 인간은 세계 절멸 직전 안드로이드의 기억센서와 감각센서를 off시킬 수 있는 수단을 고안해냅니다.
방식은 밤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안녕, 내일 만나자.를 속삭이면 안드로이드는 잠에 빠졌습니다.
안녕, 목요일에 다시 만나자.를 속삭이면 감각센서와 기억센서가 off상태로 내려가며 깊은 잠에 빠져든 안드로이드는 세계의 멸망 뒤에 재창조되는 목요일에 깨어났습니다.
센서의 off로 인해 안드로이드는 더이상 절멸해가는 땅에서의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 세계가 수요일마다 멸망하고 목요일마다 탄생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재앙의 땅에서 고통받고 기억하는 것은 모두 한 명의 인간, 홀로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안드로이드의 기억과 감각 센서를 담당하는 부품이 오류를 일으키고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잊고 있던 기억을 하나 둘 다시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눈치챌 수 있습니다.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영화가 아닌 누군가의 기억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 기억은… 바로 당신의 것이었습니다.
떠오릅니다.
폭설에 파묻혀 죽어가던 저번주의 일들이.
전염병이 창궐해 죽어가던 저저번주의 일들이.
싱크홀로 무너져 죽어가던 3주 전의 일들이…
몇가지 기억을 떠올린 백여, 믿을 수 없는 꿈 속 내용에 SANc 1/1d3.
백여: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백여, 이성 -1
기억 속에서 또 한 번 정신이 수몰됩니다.
스크린에서는 나지막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네요.
심람:안녕, 백여야. 목요일에 다시 만나자.
...하고,
밤의 인사를.
……
군데군데 찢겨져나간 기억들과 침수될 것 같은 빗소리에 정신이 맞붙습니다.
당신은 침대 위에 누워있습니다.
그 옆에서 당신의 손을 쥐고 있는 심람의 얼굴에는 역광이 져있네요.
하여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 제대로 인지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심람은 천천히 입술을 엽니다.
안녕, 하고.
백여, <아이디어> 판정이 있습니다.
백여: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당신의 인사를 막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차오릅니다.
백여:...(네가 떼어낸 입을 무의식적으로 제 양손으로 막고는) 아냐, 그만 말해. 더 말 안해도 괜찮아. 응? 그만 인사하자 안 그래도 되잖아...
백여:왜? 왜 그럴리가 없어..? 그러면 안 돼? 이게 네가 원하는 삶을 이어가는거라면... 기꺼이 그렇게 해줄게. 내가 다 기억해냈다고 해도... 대체품이라도 좋은거잖아. 그러면 된 게 아닐까?
심람:아니, 아니야..... 내가 원하는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너를 마주한다. 다시 고개를 숙여서 네 시선을 피하고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굳힌 표정으로, 쓰다딘 감정을 가득 담고서는 너를 마주하고, 말했다.) 백여야, 너와 나는 서로 다른 평행세계에서 살고 있어.
이 세계는 끊임없이 멸망하고 재창조되는 우주로 이루어진 또 다른 평행세계고. 내가 살던 세계의 '너'는 죽었고, 나는 '너'를 살리기 위해 어떤 남자와 계약했어. 계약의 조건은 멸망을 반복하는 우주에서 너의 모습을 본뜬 안드로이드와 함께 100주를 살아남는 거였고, 그 안드로이드가 바로 너야.
백여:(네 혼란스러운 표정에 오히려 의아해하며 가만히 바라보며 네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다, 이어진 네 말에 저 또한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어서는 네가 하는 말들을 천천히 곱씹어보면서 생각하다가 이윽고 한참이 지나서야 너를 바라보고는 말을 하기 시작해) ...100주? 힘들었겠다. 매번, 그렇게 가짜랑 진짜인 척 지내는 거. 그런데 모든 일에 대가가 없지는 않잖아. 대가는 뭐로 했어? 응? 알려줄거지.
심람:진짜냐, 가짜냐..... 힘든건 그게 아니야. 눈 앞에 너는 누가 뭐래도 내 사랑하는 연인인데. 안드로이드는 껍데기일 뿐이고.... 안드로이드 속의 그 정신과 인격은 내가 살던 세계의 백여가 아닌, 다른 평행 세계에 살고있던 너의 정신이야. 그 때문에 너는 지금 원래 세계에서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거고.....
미안해, 백여야. 내 이기심으로 널... 여기에 붙잡아 두고 있었어. 내가 사는 세계의 사랑하는 너를 살리겠다고 결국 다른세계의 너까지 불행하게 만들어버린거야.
백여:다른 세계의 나라면, 네가 알고 있는 나도 아닌거잖아. 그걸로도 괜찮은 거야? 하지만... 달리 사과를 할 필요는 없어, 만약 나였어도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너를 조금이나마 더 만나고, 아니 다시 내가 아는 너를 돌려내기 위해 그랬을 것 같으니까... 괜찮아. 그래서... 아까 물어봤던 대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을거야? 응?
심람:....내가, 너의 몸이 안드로이드임을 밝혔기 때문에 나는 이제 내 세계의 너를 구할 기회를 잃었어. 이제는... 100주를 채우는 의미도 없겠지. 백여야, 너는 원래 살던 너의 세계로 돌아가. 네가 살던 세계의 나와 행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
백여:..그럼, 구할 기회를 잃었다고 리스크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닌거지? 람이 너도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거지...? 응? 아니, 살아갈거지? 아니면... 별로 상관없으니까, 모르는 척하고 몇날 며칠이든 계속 이렇게 지내도 상관없는 거 아냐? 그건 안 돼?
심람:(살아갈 수 있냐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네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제 삶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고 너는 원래의 세상에 돌려 주어야만 했다. 네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100주를 채우고 다시 돌아갈 수는 있지만, 죽었던 사람이 되돌아 오지는 않을거야. 그렇지만 너는 네 원래의 세계에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겠지.
백여:100주, 그 이상은? 더 지내고 있으면 안돼? 여기서 며칠이 지나든, 나는 결국엔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조금 더 욕심내서, 계속 있어도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네가 내 눈앞에 있는 나의 사랑스러운 연인인, 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왜 이곳의 내가 너를 놓고 죽어버렸는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나빴다. 그치. 하지만... 대체라는 사실이 불편하고, 이렇게 유지하자는 말이 네가 싫다면... 얌전히 돌아갈게. 시작을 네가 했으니 끝도 네가 마무리 짓는 게 맞겠지. 어떻게 생각해 람아?
심람:....진심으로? 네 AI의 센터가 모두 고장나서 100주가 될 때까지 죽고 살아나는 기억을 반복해야만 해. 그 모든 것들을 버텨낼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더니, 너를 제 품에 꼬옥 안았다.) 내 이기심으로 너를 이렇게 붙잡아 놓는 것임에도? 내가 사는 세계의 너를 살리기 위해 너를 지옥 속에 끌어들였는데도? (그리움과 외로움, 슬픔과 허탈함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혼돈 속에서 띄엄띄엄 간신히 말을 틔워냈다. 사실은 놓치기 싫었던 거겠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던 거겠지. 예기치 못한 순간 찰나에 너를 떠나 보냈던 억겁의 고통을 누르며 말했다.)
백여:당장, 내 눈앞의 람이와는 좋은 기억밖에 없는데. 여기서 네가 내게 나쁜 일을 할 거라곤 또 없고... 있는 동안 슬플 일보다는 좋은 일이 더 많을거고, 혼수상태였다가 깨어나는 나는 언제여도 상관없고, 깨어나도 나는... 어느정도의 안정된 시기가 있기 전 까지는 정신이 없을 게 분명해. 그러니까 지금을 너와 더 즐겨도 된다고 생각해. 버틸 수 있어. 안될 게 없는 걸. (작게 웃고는) 아까도 그랬잖아, 지금 놓여진 상황에서 내가 네 자리에 있었어도 나도 그랬을거라고. 그러니까 괜찮아. 네가 싫지 않다면 그렇게 하자.(하고는 조심스레 네 손을 맞잡았다.)
심람:(너를 여전히 껴안은체 울음에, 또 분명한 고마움에, 어쩐지 가득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함께 하자. (함께 죽음을 맞이하고, 다음날 같이 아침을 마주하자. 네가 들었을 지는 모르지만, 덧붙이고, 맞잡은 네 손을 조금 더 꼬옥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