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앉아 꽤 오래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잠에서 막 깨어났으니, 상대적으로 빗소리가 요란히 들릴 법도 하죠.
어째서 여태껏 소리를 듣지 못했는가, 생각해보면 기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그랬었더라는 감각만이 본능처럼 한 어귀에 존재할 뿐입니다.
생각이 정리되는 속도가 묘하게 느립니다.
당신은 납골당의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립니다.
그저 '내린다'는 정적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이 없겠지만, 당신은 우선 주변을 둘러보거나 자신의 상태를 살필 수 있겠네요.
심람:(꽤 오래 잠들어 있었던 건지, 본인이 왜 이 곳에 앉아있는지, 이곳은 어디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비정상적으로 쏟아지는 비에도 의문감이 들까 했지만 일단 벤치에 앉은 체 주위를 살펴봤다.)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고개를 든 당신은, 어렵지 않게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안치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안치단의 각 칸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납골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네, 아무래도 이곳은 납골당인 모양입니다.
심람:(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납골당. 내가 왜 여기있지? 마음 속으로 물어보며 자리에 일어나면 자연스레 자신의 상태도 확인했다.)
어떠한 흔적이라고는 남을 수도 없을 만큼 새까만 정장 차림입니다.
그밖에도 소매 끝이나 어깨, 머리칼 따위가 살짝 젖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바깥에 저렇게나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라도 맞으면서 왔나봐요.
안치단을 확인한 직후에라야 당신은 얼핏 누군가의 기일을 추모하기 위해 납골당으로 향하고 있었던 기억의 조각을 떠올립니다.
갑작스레 내리기 시작한 빗길을 가르고, 버스를 탄 채 홀로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기일이었죠?
누굴 기억하기 위해 이 납골당으로 향했던가요?
이상합니다.
잊었을 리가 없는데.
기껏 오는 길에 잊을 만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의 기일이 아니었을 텐데.
SANc 0/1.
심람:
SAN Roll
기준치:
86/43/17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화없음
안치단을 살필 수 있습니다.
심람:(안치단을 살펴본다)
안치단의 각 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납골함이 안치되어 있고,
항아리 표면에 각기 다른 사람의 이름이 각인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꽃다발이 놓여있거나 편지나 액자가 들어 있는 칸도 더러 보입니다.
심람:(이름을 훑어 읽어가다보면 자신이 이 곳에 온 이유도 알지 않을까, 항아리에 새겨진 이름들을 찬찬히 읽어본다.)
읽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이라는 인식만이 있을 뿐 소리 내어 읽을 수도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기억 할 수도 없습니다.
SANc 0/1.
심람:
SAN Roll
기준치:
86/43/17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변화없음
심람:(읽히지 않을 이름에 답답함을 느껴 미간을 좁혔다. 액자라도 확인해 볼 수는 없는걸까? 하고, 다시 한번 납골함을 살펴본다.)
안치단에 속속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칸 하나를 발견합니다.
아래에서 여섯번째 줄. 높지도 낮지도 않은 자리네요.
안치 칸에는 납골함과 액자, 편지, 그리고
국화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심람:(눈에 띄는 칸을 발견하곤 가까이 다가가서 액자를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본다.)
액자 너머에는 빛바래거나 뜬부분 없이 선명하게 인화된 사진이 한 장 들어 있습니다.
누군가와 당신,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속의 당신은 웃고 있을 수도, 다소 어색한 표정일 수도 있겠네요.
생전 함께 사진을 촬영했던 당시 두 사람의 관계나 분위기에 맞게 찍힌 사진일 거예요.
허나 단 한 가지,
누군가의 얼굴만큼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부분만이 불에 탄 것 처럼 검게 그을려 있습니다.
액자를 확인함과 동시에 사진 너머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의 모습이 흐릿해집니다.
그리고 종내, 온전히 자취를 감춥니다. 사진은 탐사자만의 독사진이 되어버렸네요.
심람:....!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것에 저도 모르게 안치당의 유리벽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무언가를 잊어버린, 잃어버린 기분에 알수 없는 슬픔이 올라왔다. 이 근본없는 기시감의 단서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납골함의 이름을 확인해본다.)
여타 유골함과 다를 것 없이 반질반질하게 빚어진 항아리입니다. 표면에는 다른 납골함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납골함에 적힌 이름을 읽으려 하자, 다른 납골함들과 마찬가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심람:(여전히 읽히지 않는 것에,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히, 소중한 사람일텐데. 답답했다. 그러고 나면 그 옆에 놓아진 편지에 눈길이 갔다.)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그렇지. 오늘은 …의 기일이었죠. 그래서 당신은 …이 잠들어 있는 납골당으로 찾아왔던 겁니다.
납골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표면에 새겨진 이름이 마치 바람에 풍화되듯 떨어져 나갑니다.
SANc 0/1.
심람:
SAN Roll
기준치:
86/43/17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화없음
흰 봉투 입구에는 씰도 스티커도 부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이나 받는 사람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봉투를 만져보거나 열어보면 안에 편지가 한 통 들어 있습니다.
읽어볼 수 있어요.
심람:(봉투를 열어서 읽어본다.)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라. (잠긴 목소리로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무슨 뜻인지 알수 없었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는걸까, 종이를 뒤집어서 확인해본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이것이 다 인가봅니다.
심람:(아쉬운 기분을 떨쳐내며 조심히 편지를 접어서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국화 꽃다발에 시선을 둔다.)
다소곳이 놓여 있을 뿐인 국화 꽃다발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으나, 동시에 무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꽃잎 하나, 줄기 하나마저 몽땅 썩어 있어요.
아무래도 벌레가 꼬일 수 있으니 시든 꽃다발은 당신이 챙겨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심람:(오랫동안 관리하지 못했던건지 시들어있는 꽃을 보고는 암울한 표정으로 꽃다발을 챙겼다. 여기서 더 확인해 볼 수 있는건 없을까?)
듣기 판정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삐――.
노랗게 시들어버린 꽃다발을 품에 안아 드는 것과 동시에,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어딘지 익숙한….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가장 중요한 기억의 조각 하나가 떠오릅니다.
맞아요, 심람. 당신은 죽은 사람이었죠.
산자로서의 마지막 순간에 당신은 저 기계음을 들었습니다.
임종을 코 앞에 두고 누군가 따듯하게 손을 잡아주었던 기억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허나… 사인만큼은 떠오르지 않는군요.
심람:(떠오른 기억조각에 표정변화는 없었다. 그래, 난 분명 죽었었지. 왜인지 쉽게 납득이 갔다. 그럼 이곳은 사후세계인걸까, 이 납골함의 주인은 본인일까 아니면 사진 속에 사라진 사람이었을까. 궁금증이 올라오면 발걸음을 돌려, 출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어째서 스스로의 죽음이 이렇게나 대수롭지 않은 걸까요.
왜 새삼스럽지 않은 걸까요.
아무렴 상관 없었던 삶을 살아왔던 걸까요?
종말 앞에서 모든 것을 놓고 떠나왔기 때문일까요.
아마 그런 걸 겁니다.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며 아주 쉽게 기억을 잊고 무로 돌아간다고들 하잖아요.
저 납골함의 주인 또한 당신에게 있어 '소거'된 기억중 일부인 거겠죠.
안치실 밖으로 나아가면,
온통 희고 넓은 복도가 드러납니다.
심람:(다 내려놓은거라고 생각하면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잊고 싶었던게 아니였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넓은 복도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갔다.)
복도로 나오면 비내리는 소리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외따로 동떨어져 있는 부분 없이 하얗게 칠한 복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벌어진 안치실이 몇 군데 더 자리합니다.
복도 끝자락은 로비로 통하는 듯 탁 트여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안치실부터 차례대로 '윤회실, 회생실, 특별실',
그리고 당신이 머물렀던 '양귀비실(소거실)'입니다.
심람:(아까까지 있었던 공간이 소거실이라는 것을 확인하면 윤회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은 윤회실 앞으로 나아갑니다
윤회실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대신, 출입구 상단에는 안내판이 달려있네요.
심람:(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자연스레 출입구 상단에 있는 안내판을 읽어본다)
안내판들에 관찰/감정 판정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안내판마다 각기 다른 보석들로 정교히 세공된 꽃이 주변을 장식합니다.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각각 루비, 헤소나이트 가넷, 자수정입니다.
보석은 모두 다른 종류의 것이지만, 꽃만큼은 전부 양귀비네요.
안내판에 교육/식물학/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분명 알지도 못했을 색상별 양귀비의 꽃말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붉은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 위안'.
그리고 주황색 양귀비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
자주색 양귀비의 꽃말은 '환상'…입니다.
듣기 판정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누군가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를 듣습니다.
소리의 근원지는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안치실 중 하나.
아무래도 특별실 쪽인가 봅니다.
심람:(들려오는 울음가득한 소리는 저도 덩달아 슬퍼지게 만들었다. 그에 특별실로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흰 양귀비실의 안치실과 별다를 것 없는 형식의 방이 가장 먼저 드러납니다.
벽면 가득 안치단이 책장처럼 들어차 있고, 전부 똑같은 모양의 납골함이 칸 안쪽을 듬성듬성 채웁니다.
전체적으로 넓은 공간을 자줏빛의 조화가 그저 헛헛치 않을 정도로만 지켜내고 있습니다.
울음 소리는 마치 빗소리와 같이 더욱 확연해집니다.
내부를 요동치듯 쓸쓸하게 울리는 흐느낌은 어느 한가지로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남자의 것 같기도, 여자의 것 같기도, 아이의 것 같기도 하고, 노인의 것 같기도 하고, 덜 자란 소년이나 소녀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기묘한 느낌에 SANc 0/1.
심람:
SAN Roll
기준치:
86/43/17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변화없음
흐느낌의 주인은 공간을 한 번 둘러보는 정도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는 탐사자의 시선을 기준으로 등을진 채 벽면의 안치단 앞에 우뚝 서있습니다.
꼭 마네킹처럼 느껴집니다만, 어째서인지 공포심이나 거부감은 들지 않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아요.
심람:(우뚝 서있는 사람을 확인하면 기억이 없는 자신을 대신해서 울어주는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조심스레 더 가까이 다가선다.)
당신이 가까이 다가서도, 상대방은 동요하거나, 미동하거나,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꼭 혼자만의 세상에 덜컥 갇히기라도 한 것 처럼.
심람:...괜찮아요? (이제는 울고 있는 사람을 직시하고 어색한 목소리로 물었다.)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않습니다.
심람:... (방해한건가 괜시리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면 이름모를 사람의 외관을 살펴봤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그 어떤 이목구비도 존재하지 않음을 눈치챕니다.
이건 사람이 아니라… 그저 새까만 하나의 마네킹 덩어리.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눈물이 솟아 떨어지는 모습은 기이하면서 어딘지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심람:(마네킹 같은 모습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저 본인도 같이 슬픔에 잠식되는 기분에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참을 뿐. 그의 앞에 있는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안치단에 시선을 둔다.)
듣기 판정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서글픈 흐느낌 사이로 토막나고 뭉개진 발음이 새어 나옵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이제 내 이름은 누가 더 불러줄 수 있을까.'
시선은 문득 마네킹이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납골함 위로 기웁니다.
바람에 풍화되듯, 빗물에 흩어지듯…
항아리의 표면에 적혀 있던 이름이 희미하게 지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심람:(흐느낌 사이로 들려오는 뭉개진 말들을 들으면 그제야 본인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렇지만 딱히 답답하지는 않았다. 항아리에 적혀있는 이름은 읽을 수 없는 걸까? 좀 더 자세히 바라본다.)
항아리에 적힌 이름을 읽어보려, 자세히 바라보면...
이미 이름이 거의 다 지워진 터라, 읽어낼 수 없습니다.
심람:(아쉬움이 들었다. 흐느낌의 근원지에 눈길을 한번 더 주면 회생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생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아까와 같은 안내판과 텅 비어있는 내부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선 더 확인할 게 없어보입니다.
양옆으로 안치실이 자리하는 복도를 건너면 로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심람:(한 번 휙 둘러보고 나면 복도를 따라 다시 걸어나갔다. 저처럼 생명이 다한 국화 꽃다발을 쥔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공간 자체는 꽤 넓지만 단촐하기 그지 없군요.
단지 꾸준히 관리가 되어온 듯 무척 깨끗합니다.
저 멀리 벽면의 중앙에 [안내데스크]가 놓여 있고, 왼쪽으로는 바깥으로 통하는 [출구]가 보입니다.
심람:(안내데스크 쪽으로 걸어간다)
반으로 잘린 타원형 모양의 데스크가 벽면에 붙어 있습니다.
만지거나 두드려보면 딱딱하고 차갑습니다. 데스크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할 직원은 보이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서류들이 두서 없이 책상 이곳 저곳에 널려 있습니다.
서류를 들어 살펴보면 대부분 장례 일정이나 화장 명단, 안치실 및 비품 관리 내역 따위가 주를 이룹니다.
자료조사/관찰 판정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바스락.
단조로운 내용의 서류들 틈바구니에서 조금은 다른 종류의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 한 장을 발견합니다.
이건… 공문인가봐요.
심람:(공문을 읽어본다)
...영혼 사냥꾼? (뜻모를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류 뭉치에서 더 확인할 것은 없나 빠르게 훑어읽었다.)
딱히 더 확인할 만한 건 없어보입니다.
심람:(더 확인할게 없는 것을 깨달으면 출구 쪽으로 걸어간다.)
출입구 쪽에는 당신과 동일한 검은색 상복, 정장을 입은 직원 하나가 서있습니다.
안내데스크의 직원인 걸까요?
그는 한참이고 비가 쏟아지는 바깥 정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탐사자의 인기척을 느끼고서야 돌아섭니다.
직원: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비가 많이 내리네요. 언제쯤 그칠런지 바깥을 잠깐 보고 있었답니다.
얼굴은, 네. 특별실에서 보았던 사람과 마찬가지로 온 몸이 마네킹처럼 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목구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쩐지 보이지 않는 눈이 당신을 마주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심람:(마네킹 같은 모습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러면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는 어디죠? 왜 이름들이 전혀 읽히지 않은 건가요?
직원:여기는, 알고 계시지 않나요? 납골당이에요. 이곳은 추모공원이고, 본 납골당은 제1 납골당이랍니다.
이름이라... 글쎄요. 알아야 하나요?
심람:죽은 자들도 납골당을 찾아올 수 있는지는 몰랐는걸요. (지나가듯 얘기하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들으면 고개를 내저었다.)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 저같이 아무런 기억이 없는 걸까요? 내 죽음의 원인도, 내 소중한 사람들 전부다 기억이 나질 않아요.
직원:기억은, 아마 천천히 찾으실 수 있으실거예요. 일단, 이곳 제1 납골당에선 큰 정보를 드릴 수 없겠지만요.
심람:실례지만... 아까 안내데스크 위에 서류더미에서 공문을 읽었어요. 영혼 사냥꾼이 있다던데.....
직원: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추모공원 부지 내에 사멸되었던 영혼 사냥꾼이 소규모 출현하고 있어요. 굉장히 포악한데다 굼주려 있으니 만일 조우하게 된다면 맞서 싸우지 말고 도망치세요. 그들은 영혼을 포식하며 몸집을 키우거든요. 듣기로는... 악몽을 오래 꾸었던 영혼이 그것들에게 그렇게 별미라고 하더라구요.
심람:그렇군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면 짧은 인사를 건냈다.) 제2 납골당은 어떻게 갈 수 있나요?
직원:공원을 따라 쭉 걷다보면 나올 거예요. 그리고... 아예 밖으로 나가는 건, 이 추모공원은 부지가 굉장히 넓고, 외딴 곳에 뚝 떨어져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외부로 통하는 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한참을 가야 해요.
심람:버스 정류장이요? 이런 곳에.. 정류장이 필요한가요?
직원:이곳과 외부를 오가려면 필요하죠.
심람:외부? (질문을 할 수록 더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무엇을 위한 장소이고, 왜 당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 거죠?
당신은 정작 납골당으로 들어왔을 적의 기억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SANc 1/1d3.
심람:
SAN Roll
기준치:
86/43/17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직원:이곳은, 사후세계를 관리하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구역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해가 될까요?
심람:(제 이름도, 소중한 사람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럼 이 곳에 온 이유를 모르는 것도 당연한걸까.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이 곳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가보군요.
직원:그런 셈이죠. 더 궁금한 건 없을까요?
심람:저승으로 가는 방법은 따로 있나요?
직원:방법이라... 죽으면 가겠죠?
심람:죽으면... 마냥 편안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죽음 마저 쉽지 않은가 보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물을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면 작별인사를 건내고 공원을 걸어나갔다.)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버스정류장까지 가야만 한다는 충동이 강하게 찾아옵니다.
당신은 꼭 그곳에 찾아가야 해요.
정류장에 당도한다면 사라진 기억의 일부가 돌아올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본능이 외치는 감각과 상통할까요.
직원:(당신을 골똘히 바라보다가) 버스 정류장까지 향하려거든 반드시 안내자를 동행하세요. 영혼 사냥꾼의 출몰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위험하고, 보기보다 가는 길이 복잡해 길을 잃게 되면 상당히 곤란할 겁니다.
심람:안내자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직원:납골당 바깥에서 안내자를 찾아보세요. 추모 공원 어딘가에 당신을 도울 사람 한 명 쯤은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한 직원은 안내 데스크 쪽으로 돌아갑니다.
납골당 바깥으로 나가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나갈 수 있습니다.
가만히 서있기만을 원한다면 아무 것도 실현되지 않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죠.
바깥에서는 지긋지긋할정도로 많은 비가 내립니다.
우산이 없으니 하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나아가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빗발의 세력이 조금 약해졌다는 정도일까요.
심람:(비에 맞는 것은 상관없었다. 그냥 여기는 하늘마저 슬퍼서 눈물을 쏟아내는가보다, 생각이 들 뿐이었다. 어째서인지 본인은 슬픈 감정이 들면서도 아무런 눈물도 나오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며, 바깥으로 걸어나간다.)
바깥으로 나와 잘 닦인 길을 걷다 보면, 빗물에 몸이 조금씩 젖어듭니다.
서늘한 빗줄기에 오한이 들 법도 한데, 크게 차갑다는 감각은 느낄 수 없습니다.
저마다의 마지막을 간직하고 있는 이 공원은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질 정도로 고요하고, 또 깨끗하네요….
이미 죽어버린 당신은 무슨 연유로 안치단 한 칸에 들어가지 못하고 부지에 서성이고 있는 걸까요?
희미합니다만, 모든 죽음에 이유가 존재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스스로의 사인을 떠올릴 수만 있다면 이제 그만 잠들 수 있는 걸까요?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화단의 어디까지가 과연 이 공원의 부지에 해당할까요.
만발한 꽃은 색색별로 제 자리를 지키며 흔들립니다.
저 많은 유채색들이 제각각 섞이기라도 할 것 같습니다. 썩 나쁘지 않은 광경이에요.
<지능>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어느 곳에서도 꽃 향기가 맡아지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사방에 만개한 꽃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빗물이 내뿜는 특유의 무거운 냄새에 가려진 걸까.
행운 판정
심람:
행운
기준치:
80/40/16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불현듯 걸음을 멈춥니다.
발치 아래를 내려다 보면, 무언가의 진득한 젤라틴 덩어리가 보입니다.
하마터면 밟을 뻔했네요!
심람:(수많은 꽃들은 죽은 이들을 위로하는 듯이 피어있었고, 그것도 죽음의 것과 닮은건지 향기가 나지 않는 거라 생각이 들었다.) ...? (왠 젤라틴이... 허리를 굽혀 자세히 살펴본다.)
젤라틴 덩어리를 살피면 그저 새까맣습니다.
꼭, 온 세상의 검은 색을 한 방울씩 모아다 반죽해 굳혀 넣은 것 처럼.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처럼 보이기도 하고… 착각일까요?
불쾌하고 기이한 감각에 SAN 1/1d3.
심람: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8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덩어리에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분명 어디에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심람:? 어디서 본거지.. (손가락으로 조심히 쿡, 찔러본다)
발 아래서 기괴하게 비틀린 듯한 지껄임을 듣습니다.
와아, 맛있는 냄새가 난다…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
당신의 발치 아래, 젤라틴 덩어리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엎질러져 있던 그것은 기묘한 움직임으로 꿈틀대며 당신의 손으로 기어가려 노력합니다.
SANc 0/1.
심람:
SAN Roll
기준치:
84/42/16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변화없음
심람:대체? (기이한 소리를 듣곤 젤라틴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당신은 손쉽게 그것을 떨쳐내고는 불쾌한 기분으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심람:(화단을 따라 걸으며 제2 납골당을 찾아 주위를 둘러봤다.)
조금 더 걷다보면 당신은 [제2 납골당]을 발견합니다.
직전에 나왔던 제1 납골당 건물보다는 규모가 조금 작아보이고, 그럼에도 잘 관리되어 왔는지 얼핏 보기에도 외벽의 모난 부분이 없음을 금세 눈치챕니다.
납골당의 출입구는 열려 있고, 들어갈 수 있어 보입니다.
운이 좋으면 이곳에서 당신을 정류장까지 안내해줄 안내자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심람:(원래 그랬어야했던 것처럼 제2 납골당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봤다.)
당신은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훔쳐내며 건물로 들어섰습니다.
제1 납골당보다 협소한 크기의 제2 납골당입니다.
들어서면 출입구 바로 왼 편에 딸린 [경비실]이 보이고,
맞은편에는 규모가 작은 대신 한 공간으로 통합 되어 있는 [안치실]이 자리합니다.
그 옆으로 소담한 [도서관]도 마련되어 있네요.
로비에는 제2 납골당의 관리자로 보이는 장정의 마네킹 하나가 서성이고 있습니다.
심람:(마네킹 쪽으로 걸어가서 인사를 건낸다) 실례합니다.
직원:안녕하세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심람:제1 납골당에서 건너왔어요. 여기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직원:직접 살펴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설명보단 눈으로 보는 게 더 확실하니까요.
심람:(그러면 고개를 끄덕이고, 안치실로 걸을을 옮겼다)
안치실 앞은 제1 납골당에서 본 것 처럼, 안내판이 있습니다.
심람:(안내판을 읽어본다)
밀짚꽃실'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노란 토파즈로 세공된 보석 밀짚꽃이 흐릿한 빛을 고아하게 반사합니다.
심람:(세공된 보석을 보면 아름답다, 생각이 들었다. 죽음 이후에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지만. 발걸음을 안치실 안으로 옮긴다.)
안치실로 들어가면 이곳은 중앙의 [테이블]과 벽면을 한가득 채운 [안치단]만이 전부입니다.
샛노란색의 밀짚꽃 조화가 부분부분을 장식합니다.
심람:(시선을 끄는 테이블로 다가선다)
메마른 원목을 잘라 다듬은 듯한 테이블 위에는 밀짚꽃이 꽂힌 화병과 함께 옅은 푸른빛이 도는 흰색으로 된 얇은 책이 한 권 놓여 있습니다.
심람:(책을 집어서 표지를 확인하고, 펼쳐서 읽어봤다.)
표지를 살피면 제목이 적혀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
펼쳐봐도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어떤 활자도 실려있지 않으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심람:가장 중요한 것이라더니 정작 안에는 아무것도 없네. (쓸쓸한 표정을 짓곤 책 뒷 장에는 아무것도 없나 확인한다.)
뒷 장을 살펴봐도 아무런 내용도, 정보도 없습니다. 람이는 책을 챙기나요? 아니면 두고 가나요?
심람:(책을 챙기고 안치단을 살펴본다)
대부분의 안치단 칸들이 듬성듬성 비어있습니다.
그나마 들어찬 칸의 납골함들도 그저 평범한 항아리 정도로 보일 뿐입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일컫기에 더없이 초라하고 쓸쓸해 보이는군요.
심람:(아까보다 더 휑한 모습을 눈에 담고 항아리에 이름이던 무엇이던 적힌게 없을까 자세히 살펴보았다.)
표면을 살피면 이름 따위는 새겨져 있지 않을 뿐더러, 유족이 가져다 놓을 법한 앨범이라거나 꽃다발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도 남지 못하고 영영 잊혀져 버린 사람들의 공간인 걸까요. 발길이 끊긴지 오래 된 모양입니다.
심람:(영영 잊혀졌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슬픔으로 미어졌다. 내 이름은 기억나질 않아도, 사진에 함께했던 이의 이름은 기억해내야한다, 그래야 했고, 또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더 확인할 것이 없다 생각이 들면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겨, 도서관을 열려고 문고리를 돌리면.
문고리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덜컥,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열리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열쇠가 필요한 모양이에요.
심람:(열쇠가 어디 있을까, 생각하면 자연스레 경비실 쪽으로 걸어가게 되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유리 너머로 마네킹 하나가 의자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창에는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미세한 숨구멍이, 아래로는 물건을 건네거나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마네킹은 경비복을 착용하고 있네요.
잠깐, 경비복이라…
관리자가 아닌 경비라면 버스 정류장까지 안내를 부탁해도 되지 않을까요?
당신은 경비실에 들어가거나 창을 두드려 마네킹을 깨울 수 있습니다.
심람:(단잠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창을 두어번 두드렸다.) 저, 안녕하세요.
인기척을 들은 경비는 어깨를 움찔 떨고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경비:필요한 게 있으신가?
제법 나이를 먹은 듯 노후한 목소리입니다. 간단한 QNA가 가능합니다.
심람:깨워서 죄송합니다. 혹시, 저기 도서관 열쇠가 있을까요?
경비:아, 도서관 열쇠 말인가? (네게 순순히 열쇠를 건네고는, 책도 한 권 내밀었다.) 도서관에 들어갈 생각이라면,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 함세. 내 이 책을 한 권 꺼내다 읽었는데 눈이 침침해서 제자리를 찾아 꽂을 수가 없어. 자네가 제자리에 꽂아주게나.
심람: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곤 책을 받아 도서관 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자연스레 책의 표지에 눈길이 갔다.)
책의 표지에 눈길을 두고 제목을 읽어보면...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
심람:(표지를 보니 흥미가 생겼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읽어볼 생각으로, 일단 도서관문에 열쇠를 꽂아 돌려본다.)
열쇠를 돌려 도서관을 개방합니다.
도서관은 오래간 관리되지 않은 모양인지 전체적으로 허름한 것이, 깔끔하게 손질된 납골당 건물과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꼭 다른 장소에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뽀얗게 먼지가 부유하는 적적한 도서관을 주욱 살피던 당신은…
정신력 판정
심람: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도서관 벽면 한 켠과 인접한 천장의 일부분이 일그러지듯 울렁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SANc 0/1.
심람:
SAN Roll
기준치:
84/42/16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변화없음
재차 확인하면 천장은 말끔합니다. 헛 것을 본 걸까요.
심람:(일렁이는 모습에 눈을 조금 크게 키우고는 바라봤다. 헛 것을 본 걸까. 아니, 어차피 이곳은 이승이 아니고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치않았다. 눈길을 돌려 책을 펼쳐 속지를 확인했다.)
아까 받았던, 책을 펼쳐 읽어보면... 처음 챙겼던 책과 같이 읽어낼 수 없습니다. 아무런 활자도 없거든요.
심람:(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면 책장에 빈자리를 찾아 둘러본다.)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배치된 수없이 많은 책장들을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이곳에 자리한지 제일 오래 되어 보이는 책장 하나를 발견합니다.
살피면 '존재증명저장고'라고 적혀있고, 개중 딱 두 권 만큼의 빈 공간을 발견합니다.
앞서 경비실과 안치실에서 획득한 책 두 권을 이곳에 끼워넣을 수 있습니다.
심람:(책 두권을 끼워넣고 책장에 눈에 띄는 것은 없나 책장을 스윽 살펴봤다)
책을 밀어넣으면… 역시 이곳이 제자리였던 모양입니다.
단 한 치의 빈 공간도 없이 정갈히 맞물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책장에서 손을 떼어내는 순간,
당신은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듯한 기시감에 사로잡힙니다.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
한때 태어남으로써 당신에게 존재와 함께 부여되었으며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책의 제목이 가리키고 있던 것은 …'이름'이었습니다.
죽어버린 당신의 이름은 '심람'입니다.
심람:심..람. (왜 그렇게 중요했던 것을 잊어버렸던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잊지 않겠다는 듯, 기시감이 드는 그 이름을 다시 불러보고 더 살필 것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딱히 더... 볼 만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저, 원래의 목적을 따라 정류장으로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람:(어렴풋이 드는 생각들 사이로 목적지가 생기면 도서관을 벗어나와서 경비실 쪽으로 돌아갔다.)
당신은 경비실 쪽으로 돌아오면, 다시 잠들어 있는 경비가 보입니다.
심람:(많이 피곤하셨나... 다시한번 창을 두드려 잠들어있는 경비를 깨운다.)
경비:...이번엔 또 뭐가 필요하신가?
심람:저.. 죄송합니다. 책 다시 끼워넣었어요. 그리고 여기 열쇠 돌려드릴게요. (하고 창 틈새로 열쇠를 밀어넣는다.) 저, 제가 여기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려고 하는데 안내해줄 사람을 찾고 있어요. 적합한 사람이 있을까요?
경비:아, 끼워넣었는가? 고맙네. (열쇠를 받아 적당히 치워두고는) 일단,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여기 이 제2 납골당에서는 자네를 안내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네. 나는 나이가 들었고, 이곳의 업무를 맡아야만 하기 때문에 안내해줄 수가 없다네. 그리고 이 공원의 관리자나 경비들은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정해진 장소를 이탈할 수 없기도 하고. 다만, 버스 정류장에 가려는 것이라면... 추모공원 내에도 버스 정류장이 존재하니 제2 납골당에서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나올걸세.
심람: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짧게 건네고 아까의 마네킹처럼 생긴 직원에게 다가갔다.)
직원:(다가오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이곤) 뭔가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심람:이곳을 둘러보았어요. (눈이 있어야 할 곳에 시선을 내려놓는다.) 왜 여기 있는 책들의 속지에는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직원:둘러보시고 궁금하신 점은 그것뿐인가요? 왜 아무것도 없냐고... 물으신다면, 제목이 제일 중요한 책이거든요.
심람:.... (아리송한 답변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건 많은데.... 이게 죽음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그저 납득이 간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혹시나 이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물어봤다.) 이 곳은 어떤 곳인가요? 왜 안치실이.. 제1 납골당과 이렇게 다른 모습이죠?
직원:이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 사이랍니다. 제1 납골당을 가보지 않아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 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다만, 모든 건물은 대체로 쓰임새가 다르지 않나요?
심람:그런가요..... 아까 제1 납골당에서 직원분이 하셨던 이야기와 비슷하네요. (문득 떠올라서 물어봤다) 아까 벽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어요. 제가 헛것을 본 걸까요?
직원:벽이 일렁이다뇨?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로 오히려 네게 물었다) 헛것을 보신 게 아닐까요?
심람:.. (대답하지 않고 대신 또다른 질문을 던졌다.) 이쪽에 오는 길에... 이상한 젤라틴..? 같은 것을 보았어요.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다가오길래 피해서 걸어왔는데... 혹시 아시나요?
직원:아, 아마 영혼 사냥꾼의 찌꺼기일거예요. 딱히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거슬리죠.
심람:(역시 그런걸까, 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영혼 사냥꾼..... 조심해야겠네요. 그럼 저는 버스 정류장으로 다시 떠나야할 것 같아요. (하고는 인사를 건네고 등을 돌려 출입구 쪽으로 발을 떼었다.)
오가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한적한 길을 따라 당신은 한참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걷고 또 걸었을까요?
숨이 차오를락 말락… 지쳐갈때 쯤 저 멀리 세워진 버스정류장 하나를 발견합니다.
심람:(숨을 고르고는 버스정류장에 다가선다.)
가까이 다가서면 기대가 무너집니다. 엉망입니다.
당초 협소해보이는 정류장의 [벤치] 이곳저곳에는 얼룩덜룩 곰팡이가 슬어 있고, 자세히 살피면 드문드문 거칠게 일어나 있기도 합니다.
온통 녹슨 [표지판]은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 듯 노선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네요.
천장은 반쯤 깨져 비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 [도로]를 잡초나 말라 비틀어진 꽃의 시체가 장식합니다.
실로 실망을 금치 못할 처참한 모습이에요. 이곳은 아무래도 오래 전에 버려진 정류장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게 좋을까요, 이곳에서.
심람:(사람이라고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의 정류장을 눈에 담는다. 일단 눈에 띄는 벤치를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엉망으로 쪼개지거나 갈라져 더는 벤치로 쓸 수 없을 법한 꼴을 하고 있습니다.
깨진 천장에서 낙수한 빗물 탓에 한껏 젖어 짙은 색을 띱니다.
벤치에서 달리 특별한 것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람:(벤치를 확인하면 표지판을 더 자세히 본다.)
과거에 필시 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을 표기해 두었을 표지판입니다.
허나 지금은 잔뜩 녹이 슨대다 긁히거나 부러진 곳이 대부분인지라 내용을 살필 수 없습니다.
심람:(이제는 이 곳이 자신을 어디로 보낼 건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못 찾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정류장 안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도로를 확인했다.)
버스가 설 수 있도록 페인트로 정차 표기를 새겨 넣은 정류장 앞 도로입니다.
오가는 차라고는 한 대도 보이지않아요.
다만 거무죽죽하게 시든 꽃잎들이 정처 없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움푹 패인 도로의 물웅덩이에 둥둥 떠다니기도 합니다.
관찰/식물학 판정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보니 이건 꼭… 국화꽃잎처럼 보입니다.
이상하다, 이 주변에 국화 꽃이 피어있던가….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반사적으로 내도록 품에 안고 있던 국화 꽃다발을 바라보았습니다.
환한 빛을 잃고 그저 꽃이었다는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가여운 식물.
몽땅 까맣게 시든 것이 꼭 당신이 품에 안고 있는 꽃다발과 진배 없어 보이네요.
모든 걸 다 살펴 보고 난 무렵 문득 비가 멎습니다.
아니, 정말 비가 멈추었다면 웅덩이 위로 자꾸만 낙수의 파동이 생길 리가 없지요.
귀를 먹먹하게 반드는 소음도, 습기처럼 지천에 가득한 수증기도 모두 소나기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장마의 흔적입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추모공원의 끝부터 끝까지, 비가 멎은 장소는 오로지 당신의 머리 위 뿐입니다.
심람:(주인없이 버려진 꽃잎들을 보면 누군가도 여기를 거쳐갔을까, 의문이 들면 세상을 침몰 시킬 것만 같이 억세게 내리던 비가 멎는 것을 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정류장은 이미 오래 전에 노선이 끊겼어~! 그래서 더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데... 무슨 볼 일이야?
기이하지 않은, 비틀리지 않은, 목소리가 향하는 대상이 명백하며 명확한 음성.
고개를 돌리면 아니나 다를까…
…마찬가지로 얼굴 없는 마네킹 하나가 당신에게로 우산을 기울인 채 서있습니다.
새까만 정장차림의 어깨가 젖어드는 것이 보여요.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이 때문에 오직 목소리만으로 성별과 나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공원의 안내자야. 안내자라고 불러주면 좋겠네.
잠깐, 안내자라니… 어쩌면 이 사람이 운행하는 버스 정류장까지 당신을 안내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후 간단한 QNA가 가능합니다.
심람:...안녕하세요. (앞 전에 보았던 마네킹과 같은 모습. 알 수 없는 목소리, 행동, 몸짓. 이제서야 막 제 이름을 기억한 본인에게는 새로운 사람이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저 우산을 기울려 주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젖고 있잖아요. 우산 바로 쓰고 있어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묻는다) 사람이 운행하는 버스 정류장을 찾고 있어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안내자:(네 인사에 그저 가볍게 목례하고는) 비야 익숙해서 젖는 것 쯤은 괜찮아. 당신이나 안 젖도록 해. 아, 그거? 도와줄게 대신, 당신과는 조금 오래 걸어야 할 것 같아. 괜찮나?
심람:저야말로 이미 흠뻑 젖은걸. (하면 두 사람 다 우산 아래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발자국 더 안으로 다가섰다.) 부탁해도 될까요?
안내자:물론. 더 궁금한 건?
심람:글쎄.... 궁금한건 정말 많은데, 어떻게 물어야할지를 모르겠네요. 왜 저는 기억이 없고, 여기는 어디고, 당신은 누구인지.... (그렇게 말끝을 흐리면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안내자:그럼 내가 아는 걸 알려주는 게 맞으려나, 그러기엔... 너무 많은 정보를 주면 독이 될 수도 있으니~ 모르겠네. (으쓱이고는) 아무튼, 나는 아까 말했듯, 이 추모공원의 안내자야. 이 공원에서는 이따금 길을 잃은 영혼들이 발견 돼. 그래서 나는 그들이 가야할 곳까지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 그러니까 '안내자'라고 부르면돼.
심람:독이요? 어째서요? (고개를 슬 옆으로 기우렸다.) 안내자.... 저같은 사람들을 많이 보셨나봐요.
안내자:한 번에 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 충격 먹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이 공원에 출입할 수 있는 건 오직 망자들 뿐이고, 어떤 오류가 생겨 이 일대를 떠도는 영혼들이 많기도 하고.. 그러니까, 애초에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인솔해서 성불을 돕고 있으니까. 많이 봤지.
심람:제가 안내자..님을 따라가면, 성불하게 되는건가요? 추모공원이라면 옛기억을 떠올리며 추억하는 곳일텐데..... 저는 그 무엇도 기억나지 않아요. 조금 전에 제 이름이 '심람'이라는 것이 기억났는걸요,
안내자:아~, 이름이 '심람'이구나? 뭐... 다 그래. 성불할텐데 기억은 없는 편이 편하니까, 좋은 기억만 찾아 돌아가는 게 좋으니... 기억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야. 놀랄 것 없어. 그럼 그럼~, 날 따라가면 내가 목적지까지 안내해주지, 괜히 이름이 안내자가 아니거든.
심람:(답변을 들으면 별다른 질문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데려가주시겠어요?
안내자:그래, 그럼 갈까?
아, 그거 알아? 예전에는 저 정류장에도 가끔 버스가 왔다고 해~ 그 때는 망자 중에서도 산자가 잘못 섞여 유입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나 봐. 요즘에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걷다보면 안내자는 실없는 소리를 합니다.
심람:어쩌다가 산자가 이곳에 올 수가 있죠?
안내자: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네. 뭐 그렇더라~ 하는 얘기니까? 그래도 걱정마, 유일하게 외부로 통하는 추모공원 끝의 정류장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그것만큼은 여전히 유지되어 있거든~
순간, 좁은 우산 속에서 안내자와 눈을 마주한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죠,
눈도, 코도, 입도 없는데 시선을 맞출 수 있다니.
그러고보니 의문입니다.
어째서 이 공원의 사람들은 전부 다 똑같은 마네킹처럼 되어 있는지.
이래서야 꼭 영혼도 사람도 괴물도 아닌,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처럼 느껴지잖아요.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공원의 안내자라면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궁금하다면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갈 길은 멀고, 비 내리는 거리는 한산합니다.
심람:(문득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생각에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한 것은 간만인 것 같아 문득 방향길 잃은 이곳에서 안정감이 드는 기분도 들었다.) 여기 있는 분들은 왜 다... 얼굴이 보이지 않나요?
안내자:응? 그거, 저승사자는 생전 망자가 가장 사랑했던 모습으로 나타나 여로를 안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보편적인 죽음의 여로라면 몰라도 이곳은 죽음을 맞이한 자가 최종적으로 안식하게 되는 곳이야~ 길 잃은 망자가 부지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관리자를 발견하면, 성불을 거절하고 악귀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해. 그래서 이 공원의 사람들은 모두 한 개체로 보여. 답에 되었으려나?
심람: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내가 만났던 저승사자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그럼... 죽은자인가요?
안내자:그런 걸 질문이라고 해? 살아있는 사람이 어떻게 죽은 사람을 안내하겠어~
심람:그럼 아까 만났던 이들도 전부 죽은자들인가보네요. (혼자인 줄 알았는데, 그 사실은 조금 위안이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 물었다.) 당신은 당신의 죽음이 기억나나요? (궁금하기도 했지만, 혹시 제 자신의 죽음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안내자:그럼, 그런 셈이지. 내 죽음? 글쎄... 지금 질문은 조금 실례가 아닐까? 기억이 나든 안 나든, 죽음이 만족스러운 인간은 없으니까.
심람:(고개를 네게로 기울고는 한껏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는건 답답해서 물어봤어요. (그리고 더 묻지는 않았다.)
안내자:아냐, 뭐 기억이 없으면 궁금한 게 많아지는 거니까. 그래도... 왜 죽었는 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더 좋을 걸~ 알고 있는 게 많다고 다 좋은 게 ... 아니라니까?
심람:그럴까요? 죽을 때는 다 내려놓고 간다고 하니까... 이게 더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곳은 늘 이렇게 비가 내리는 건가요?
안내자:그래, 그런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자연스러운 거야 걱정마. (따라 슬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가 으쓱이고는) 아, 비? 거의... 그렇다고 보면 돼.
심람:(저승은 날씨마저 우중충해야하는 건지, 작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영혼 사냥꾼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시나요?
안내자:영혼 사냥꾼? 아, 덕분에 계속 내가 움직이고 있지. 원래는 걔들 흔적을 찾고 있었거든~ 파편끼리 뭉치면 좀 복잡해지거든 (별 거 아니라는 양 작게 웃고는 쭉 걸어갔다.)
심람:(네 걸음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아까 공원쪽에서 젤리같은 검은 무언가를 봤었는데. 그걸 직접 죽이지는 못하는 건가요?
안내자:으, 그걸 봤어? (고개 내젓고는) 처리 제대로 안 하나보네... 관리실에 얘기해둘게. 뭐... 못하는 건 아닌데~ 좀 귀찮아! 아무튼... 불쾌했을 텐데 기분은 어때 괜찮나?
심람:그래도 처리할 수 있는 거면 엄청.. 위험한 존재는 아닌가봐요? 기분은 그냥, 뭐.... 여기 그것보다 이상한게 훨씬 더 많은걸요. 환각도 보이고... 글씨가 사라지기도 하고.
안내자:그래? 뭐 죽은 사람이 다 그런거지~ 아무튼 괜찮다면 다행이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걷다 보면 안내자가 도로 한가운데 멈춰섭니다.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어쩐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입니다.
심람:? (따라 멈추고) 무슨 일 있나요?
안내자:... (뜸 들이고는 천천히 입을 떼어 말해) 심람.
아.
…호명과 동시에 오한이 들었습니다.
한 번 젖었다 우산 속에서 느리게 말라가는 습기가 몸의 열을 빼앗고 기화하던 탓일까요.
끊임없이 내리는 비가 이유 모르게 낯익던 탓일까요.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두가지가 전부 아닐 수도 있겠지요.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당신은 종잡을 수 없이 온 몸을 당기던 오한의 정체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요.
끼이익―!
고장난 브레이크를 밟는 마찰음.
언제부터 도로 위에 차가 다니기 시작했을까요.
흠뻑 젖은 도로 위를 갈팡질팡 위태롭게 누비던 트럭이 이윽고 어느 한 점에서 미끄러집니다.
광기에 차오른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작열합니다.
차선을 이탈한 트럭과 버스가 커다란 굉음과 함께 충돌하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충격적인 사고의 현장에 SANc 1/1d3.
심람:
SAN Roll
기준치:
84/42/16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SAN -1
동떨어져 맞물리지 않는 정신을 일깨웠을 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옆으로 뒤집힌 버스입니다.
찌그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트럭입니다.
퍼붓듯 내리는 빗물을 받아내며 빨간 불길이 솟기 시작한 트럭이며,
어느 순간 찌그러진 버스에 옮겨 붙기 시작한 작은 불씨입니다.
이 광경의 그 어느 것도 충격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깨진 창문 너머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검붉은 피가 섞여 흘러내립니다.
아비규환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당신의 발치 앞이 될 거예요.
그리고 그 혼란의 도가니에서…
듣기 판정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세요, 제발….
필사적일지언정 생명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애원조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심람:(아직도 어색하게 느끼지는 이름으로 불리우면 멈추고 안내자 쪽을 바라보다가 굉음과 충격적인 현장을 발견하면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무언가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버스 쪽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이게 무슨...
버스 쪽으로 다가가자...
당신은 버스 너머로 죽어가는 누군가를 끌어안고 창 밖으로 빠져나오려 애쓰는 사람을 발견합니다.
떠올릴 수 있나요?
명확하고 확실하게 눈에 박아 넣고 있나요?
그렇게, 다시 기억을 되새겼나요?
그래요.
이미 숨이 멎은 '누군가'를 끌어 안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사람은
바로 심람, 당신입니다.
SANc 1d3/1d5.
심람:
SAN Roll
기준치:
83/41/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5
(
5
)
=
5
SAN -5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지금의 상황을 너무나도 잘 이해해버린 만큼, 큰 충격을 받아버렸습니다.
1시간 동안 당신은 웃거나, 울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하느라 다른 행동은 전혀 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버스 사고가 일어난지 1년째 되던 날 결국 사망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소방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스패너로 창문을 깨고,
당신을 끄집어 냅니다.
그들이 당신의 품에 안겨 있었을 싸늘한 시신을 꺼내기 위해 손을 뻗는 그 순간…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버스가 폭발하며 불길이 치솟습니다.
네, 당신은 죽었습니다.
기억대로라면 당신의 가장 소중했던 사람과 함께 사망했어요.
얼마나 아팠으며 힘들었던지는 차마 떠올릴 수 없습니다. 차마….
화기가 느껴지지 않은 환영같은 진실을 떠올리며 당신은 정신을 잃습니다.
…….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차창 너머로 장대비가 쏟아지고,
머리는 갈무리 하기 힘들 정도로 어지럽습니다.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꿈이라도 꾸는 걸까요.
어쩐지 데자뷰를 느끼고 있는 기분이….
덜컹.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관찰>판정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뭔가 눈에 밟힐 리가 없습니다.
그런 흐릿한 시야 사이로 불쑥 손이 들어옵니다.
그 손은 바닥에 떨어트린 당신의 꽃다발을 주워,
당신에게 건네며, …
……꿈은 그곳에서 끊깁니다.
듣기 판정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삐――.
정처없이 바닥을 적시는 빗소리보다 선명하게 울리는 기계음 소리를 듣습니다.
맞아요.
당신은 이 심전도기록장치의 기계음을 숱하게 들어왔습니다.
당신이 사망하게 된 원인은 버스 사고였으나,
1년의 기나긴 혼수상태 끝에 종내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허나 여전히 무언가를 잊고 있는 것만 같다는 본능적인 공허함은 그대로입니다.
무언가 더 떠올려야 할 부분이 있는 걸까요?
수면 위로 급하게 빠져나오는 사람처럼 숨을 크게 들이킵니다.
당신은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자 품에 안겨 있던 국화 꽃다발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찰 판정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분명 당신이 가지고 있던 국화는 몽땅 썩어 있었을 지언데,
지금은 희미하나마 희끗희끗 하얗고 투명한 빛을 띠고 있습니다.
심람:(꿈, 아니 본인의 회상을 보고 나면 심장이 요동쳤다. 그제야 수면아래에 있는 기억 속에 무언가를 떠올렸기 때문일까. 그 모습을 전부 머릿속에 담고 나면 혼잡해진 머릿 속을 정리하며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면 죽음, 혹은 기억상실이라는 변명 아래에 덮어두었던 감정이 새어 나오고 두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 흐릿해진 시야로 제 품에 안겨 있는 국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울음 가득한 얼굴로 안내자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신이 안내자를 찾아, 둘러보면...
안내자는 당신의 왼 편에 앉아있습니다.
얼굴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눈에 띠는 감정 표현따위를 찾을 수는 없지만, 안내자는 어쩐지 당신을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안내자를 살피면 군데군데 상처가 나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장은 조금씩 긁혀 있고,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꺾여 있거나 잘려나가 나무의 단면이 보이는 정도입니다.
얼굴 부분에도 긁힌 상처가 났습니다.
검은 페인트 칠이 벗겨져 있네요.
안내자:그, 괜찮아?
심람:괘, 괜찮아요? (흐느낌 사이로 겨우 묻는다. 그에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비명소리를 눌러내리려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모르겠어요.....
안내자:어? 나야 뭐... 괜찮아. 네가 갑자기 정신을 잃는 바람에 급한대로 근처의 버려진 정류장까지 데리고 왔는데... 그 사이에 영혼 사냥꾼의 공격을 받아서 생긴 상처일 걸...? 아무튼 난 괜찮아. (빤히 바라보고는) 그러게, 정말 안 괜찮아 보이네. 나쁜 꿈이라도 꾼거야? 아냐. 말하지마 괜히 상기해서 좋을 것도 없으니까...
심람:미안, 미안해요.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든 눈물을 훔쳐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영혼 사냥꾼을 만났어요?..... 꿈이 아니라, 제 기억이었어요.
안내자:응?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망자들이 그러는 거 하루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 견딜만 해. (네 말에 알겠다는 듯 끄덕이고는) 아~, 그렇구나. 알겠어. (그러곤 더, 아무런 말 않고는 주변을 슬 둘러봤다.)
두번째 정류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정류장보다는 덜하지만 이곳 역시 버려진 시설중 일부인지 상태가 썩 좋지 않네요.
금이 간 플라스틱 [천장] 아래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한편,
[벤치]는 절반 가량이 푹 꺼져 있습니다.
그 아래 굴러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이 정류장의 노선도 [표지판]인 모양이에요.
심람:(괜찮다는 말에도 진정이 되지는 않았다. 비명이 나올 것을 겨우 참으며 주위를 둘러보면 앉아있던 벤치가 눈에 띄었다.)
반이 움푹 꺼진 탓에, 딱 두 사람이 앉을 수 있을 만큼의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습니다.
심람:(벤치를 확인하고 떨어지는 물방울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들면 금이 간 플라스틱 천장이 보였다.)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천장에 이름 모를 꽃이 똬리를 틀고 자리합니다.
덩굴 덕인지 다른 부식된 부분에서는 새어나오는 물기가 없습니다.
지쳤다면 이곳에서 조금 쉬었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심람:(천장을 확인하면 조금 여기서 쉬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그제야 제 발치에 무언가가 보였다. 노선도처럼 보이는 것 같아 몸을 기울여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다.)
엉망으로 할퀴어지거나 구부러져 훼손된 표지판이지만,
희미하게 들러 붙어 있는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관찰 판정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의! 망자는 이용 할 수 없는 정류장입니다. 길을 잃은 영혼이신가요? 지금 바로 공원 관리실에 문의해주세요.
안내자:그나저나, 망자는 모든 것을 잊고 성불하는 게 보통인데... 가끔 삶에 커다란 미련을 가지고 있는 영혼들은 당신처럼 생전의 기억을 드문드문 떠올리고는 하더라. 아무튼... 다시 움직이자. 우리는 더 걸어야 해.
안내자가 손을 내밉니다.
심람:(손을 내밀면 힘없이 네 손을 잡았다.) 안내자님, 얼굴은... (페인트가 조금 벗겨진 것 같아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네 물음에 그저 아무런 말 없이, 가만 바라보고는 맞잡은 손과 함께 두 사람은 다시 정처 없이 비내리는 도로를 걷습니다.
머리 위를 덮는 우산만이 세계의 전부라면 삶과 죽음이 이렇게나 복잡하지는 않았을 텐데.
듣기 판정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배 고파… 맛있는 냄새가 난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내가 찾고 있던 그 냄새다…!
기괴하게 비틀리는 듯한 목소리는 분명 최근에 들었던 기억이 나는 종류의 것입니다.
심람:...! (놀란 눈으로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주위를 둘러본다)
속이 뒤틀릴 듯한 일그러진 음성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옵니다.
안내자 역시도 당황한 눈치입니다.
비의 세력이 다시 강해진 탓에 괴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으아… 아아… 배 고파… 배가 고파…!
가까운 곳에서 뛰쳐 나온 괴물이 당신에게로 달려듭니다.
꾸물꾸물 왜곡되며 일그러졌다 다시금 맞붙는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SANc 0/1d8.
심람: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SAN 변화 없음
회피 판정
심람:
회피
기준치:
65/32/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괴물이 시커먼 아가리를 쫙 벌리는 순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리가 굳습니다.
이대로 먹혀 소멸하고 마는 걸까요.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순간,
안내자가 당신의 몸을 확 밀칩니다.
영혼 사냥꾼의 피부가 안내자의 몸을 크게 스칩니다.
안내자 -HP1d3.
안내자:
rolling 1d3
(
3
)
=
3
어떤 존재에 크게 공격당해 몸을 다친 듯,
비틀거리던 괴물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 짜내 다시금 당신 공격하려 듭니다.
그 짧은 순간이었을까요?
어느샌가 손에 있는 것은, 꽃다발이 아닌 안내자의 우산입니다.
저를 밀치며 서로의 물건을 뒤바꾼 안내자는,
다급한 표정으로 입을 벙긋거립니다.
안내자:심람, 앞을 보고 직선으로 걸어! 절대 돌아가려고 하지 마. 절대 내가 알려준 길 외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선 안 돼!
그러곤 안내자는 도로의 반대편으로 달려나가며,
꾸물거리는 괴물을 유인한 채로 사라집니다.
당신은 안내자의 우산과 덩그러니 남아,
그저 사라진 안내자의 뒤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아,
이렇게 가만 있을 때가 아니죠.
직선으로 걸으라는 안내자의 말에 따라야죠.
심람:(무언가를 막을 세도 없었다. 순식간에 일이 일어나고 안내자가 눈 앞에서 사라지면 낯설지 않은 불안감이 들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다시 쫓아가려고 했지만 마지막으로 외치던 안내자의 말이 떠올라서 직선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떼었다.)
적막한 도로,
아무도 걷지 않는 인도,
다만 존재할 수 밖에 없어 존재를 택했을 뿐인 세계.
내릴 수 밖에 없어 내리는 비도,
걸을 수 밖에 없어 걷기 시작한 당신도.
이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들은 닮아 있습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자리는 고요하며,
다만 먹먹합니다.
마치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안내자를 잃었을 뿐인데 길을 통째로 헤매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한치 앞도 모를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은 그만큼씩이나 존재감이 뚜렷한 법입니다.
간절할 수록 더욱 그렇지요.
허나 그가 앞을 보고 걸으라고 하였으니 그를 믿고 앞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도착해야 할 장소가 있잖아요.
하염 없이 앞을 향해 걸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굴러다니는 [박살난 표지판]을 발견합니다.
표지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또 한 번의 기시감이 당신을 짓누릅니다.
이건, 과거에 분명히 보았던 내용입니다.
맞아요.
당신은 버스 사고 이후 기나긴 잠 속을 헤엄치던 끝에…
이 도로에서,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분명 죽음의 여로에서도 잊지 못해 기어코 다시 만난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이 길은 분명 그 사람과 함께 지나쳐 왔던 길이에요.
온전한 죽음으로 향하기 위해 거쳐왔던 길입니다.
맞습니다.
당신은 분명 자의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분명 그랬을 지언데…
어째서 또 한 번 이 도로를 걷기 시작한 걸까요?
심람:(분명 처음 눈을 다시 떴을 때부터 혼자였고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 적막함인데 길을 다시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죽음의 선로에서 다시 만난 소중한 사람. 그리고 제 아집에, 아둔함에 스스로 죽음까지 택했던 것을 기억하면, 거리에 멈추어서 주저앉고는 비명을 토해낸다. 그렇게 슬픔을 뱉어내도 기분이 나아지지가 않아서 그저 한참을 흐느꼈다.)
(어째서 고통스러웠던 것들만 다시, 그렇게 싫었던 이별을 겪었던 순간만 머릿속에 남는 건지. 머리를 싸매고 그 사람에 관련된 작은 무엇 하나를 기억하려고 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어 제 자신이 죽도록 밉기만 했다. 그렇게 빗물 속에 흠뻑 젖어가며 우울에 잠식되면 그냥 이곳에서 영혼 사냥꾼인지 무엇인지가 자신을 잡아먹고 이 슬픔을 끝내주길 바랬다.)
(그렇게까지 생각하고나면 안내자가 쥐어주었던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흠뻑 젖은 얼굴에는 힘이 없었지만, 혼잡한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끝까지 가야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 소중한 사람을 되찾을 수 없어도 그의 기억마저 잃을 수 없었다. 아예 존재하지 못했던 것처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우산을 쥐어 앞으로 걸어갔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몇 걸음 걷지 않아 우산 너머로 버려진 건물,
[제3 납골당]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심람:(납골당을 발견하면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로비에 들어섬과 동시에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던 공간이 퍼즐처럼 쪼개어졌다가, 맞붙으며,
다시 기이하게 일렁입니다.
납골당에서 그저 어두운 지하실로,
어두운 지하실에서 밝은 흰색 공간으로, …
계속해서 시시때때로 뒤바뀌던 납골당은 어느 순간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SANc 0/1.
심람: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SAN 변화 없음
심람:(이제는 이런 이상형상도 익숙했다. 새롭게 눈앞에 펼쳐진 공간을 천천히 살펴본다.)
이곳은 납골당이 아니라
꼭… 미술관처럼 보입니다.
화려하지 않을지언정 고아한 조각상들이 곳곳에 샹들리에처럼 매달려 있고,
마치 신전에나 세워져 있을 법한 장대한 기둥이 드높은 천장을 받친 채 우뚝 솟아있습니다.
중앙의 [분수대]를 기점으로 [양 옆에 하나씩, 단 두 군데의 문]이 존재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출입구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심람:(빗물이 떨어지는 우산을 접고 중앙의 분수대로 걸어간다.)
미술관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조형물의 일부입니다.
물줄기가 산산이 조각나며 흩어지는 장면이 꽤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분수대 테두리에 작품명이 적혀 있습니다.
「자비慈悲」
관찰 판정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 당신은,
분수대 아래 침몰해 일렁이는 검은 형상을 발견합니다.
…이건, 검은색 장우산이네요?
누가 여기에 버려두고 간 걸까요?
심람:(누가 여기를 왔다간걸까. 아까 여기는 늘 비가 내린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보다 라는 생각 잠시하고는 분수대에 침몰해있는 우산을 집어든다.)
우산을 꺼내면 분수대 아래 잠겨있던 만큼 흥건한 양의 물기가 뚝뚝 떨어집니다.
꼭 온 세상에 내리는 비를 혼자 다 맞은 것처럼.
물에서는 묘하게 비릿한 빗물 냄새가 납니다.
장우산은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우산입니다.
길이도, 크기도, 색상도 전부 똑같습니다.
심람:(안내자의 것인건지 아니면 저승의 것이라 다 똑같이 생긴건지. 일단은 물을 대충 털어내곤 두 개의 우산을 챙겨서 1관으로 향했다.)
제1관으로 통하는 왼쪽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당신은 반사적으로 발걸음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대한 양의 비의 포화가 이곳, 제1관에 쏟아져 내리고 있었던 탓입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돔 형태의 천장이 뻥 뚫려 있습니다.
주변을 살피면 굵은 빗줄기 너머,
미술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조각상의 형태가 아스라이 흩어집니다.
우산을 쓰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면 당신은 그 조각상이 피에타상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커다란 홀 정중앙에 놓여져 있던 조각상은 피에타상이었던 모양이에요.
비탄에 잠긴 마리아의 양 손과 차가운 품이, 몸을 축 늘어뜨린 예수의 시신을 끌어 안고 있습니다.
그 외에 어디를 살펴도 다른 작품은 전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이드 라인이 설치 되어 있지 않은 조각상 바로 앞에 작품 안내 피켓이 세워져 있습니다.
피에타상에 관찰 판정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려 마리아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마리아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눈도,
코도,
입도,
귀도,
보고,
맡고,
말하고,
듣게 하는 모든 것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 이 모습은 마치….
마리아의 눈가에 고여 있던 빗물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꼭 슬픔과 애통함에 잠긴 마리아가 눈물 짓는 것처럼 보일 따름입니다.
죽은 예수를 끌어안은 형상이 몹시 비탄스럽습니다.
관찰 판정
심람: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예수와 마리아 사이의 작게 벌어진 틈을 발견합니다.
무언가 기대어 지탱할 수 있게끔 처리된 것이,
본래 조각물의 일부가 꽂혀 있던 자리처럼 느껴집니다.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 이건... 아까 분수대에서 봤던 검은색 장우산을 펼처 꽂으면 될 것 같습니다.
심람:(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빗속 아래에 홀로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모든 공간과 시간에서 동떨어진 것만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명력을 다한 시신을 끌어안고 비통에 잠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조금 전까지 함께했던 안내자의 모습이, 그리고 아비규환 속에서 소중한 이를 끌어안고 고통을 쏟아내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다 벌어진 틈을 발견하면 아까 장우산이 떠올라 자신의 우산을 잠시 내려놓고 검은 우산을 펼처냈다. 살아있지도 않은--아니 애초에 이곳에 그런 것이 상관은 있었을까--조각상에 우산을 씌어준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을 만도 했지만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마리아의 얼굴을 보자니 또 마음이 동요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로 벌어진 틈새로 우산을 조심스레 꽂았다.)
우산 아래 피에타.
탄식과 슬픔에 잠긴 피에타상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 주면,
거짓말처럼 그 뺨 위를 적시던 빗물이 턱끝에 매달립니다.
그리고, 위태롭게 고여 있던 눈물같은 빗물이 예수의 가슴팍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
…당신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의 존재를 떠올리게 됩니다.
당신을 살리기 위해 죽어서까지 스스로를 또 한 번 지옥에 밀어넣었던 잔인하고 친절한 구원자 말이에요.
좋아하던 것도,
싫어하던 것도,
나이도,
그 손이 얼마나 따듯하고 차가웠는지도….
하지만 이름과 그 얼굴만큼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심람:(귓가를 먹먹하게 만드는 이 세찬 빗소리도 들리지않았다. 미칠 지경이었다. 어째서 죽음은 이렇게 잔혹해야하는지 신이 있다면 묻고 싶었다. 어쩌면 저 조각상의 주인공은 알고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던말던 침묵을 유지하는 두 사람을 보면 울분이 치솟아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쓴웃음을 한번 짓고는 몸을 돌려 2관으로 향했다.)
제2관으로 통하는 오른쪽 문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곳은 평범한 미술관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병원의 복도처럼 보이는 걸요.
쭉 이어진 복도를 걸어나가면,
맞은 편에 [양문형의 입구]가 하나 드러납니다.
문을 살피면 유리문의 불투명한 라벨 위로 '중환자실'이라고 적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람:(납골당안에 공원이고 미술관에 병원이라니. 어째서 이곳은 이렇게 이승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면 입구쪽으로 걸어가 중환자실이라고 적혀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문을 밀어 열면 스스럼 없이 개방됩니다.
시선에 따라 넓게 보이기도, 좁게 보이기도 하는 이 병실에 들어찬 가구라고는 고작 [침대]와 [책장] 뿐.
온갖 의료기계가 병풍처럼 사방을 장악하고 있는 이 공간은 꼭 연구실처럼 보이기도, 기계의 무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심람:(침대를 살펴본다)
가까이 다가서면 아니나 다를까 호흡기를 뒤집어쓴 채 누워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당신은 죽었습니다.
죽은자는 마땅히 중환자실이 아닌 영안실에서 발견되어야 해요.
당신이 알기로 당신의 몸은 이곳에 누워있어서는 안됩니다.
듣기 판정
심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삐──.
신경이 마비될 정도로 익숙한 기계음을 당신은 들었습니다.
이건, 역시나 침대 근처에 설치되어 있던 심전도 기록장치에서 나오는 기계음이에요.
당신이 알기로는 죽음을 알리는 이명입니다.
지능 판정
심람: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허나 저 기계음은 동시에 생명의 부지를 알리기도 하지요.
죽음만을 알리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었잖아요.
죽었을텐데.
분명 죽었을텐데.
당신은 분명 죽음을 택했을 것인데.
그리하여 당신은 깨닫습니다.
여즉 끈질긴 생명을 뒤집어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침상에 누워 있는 당신의 곱게 모은 양 손이 무언가를 쥐고 있습니다.
심람:(사랑하는 사람은 보내고 아직도 이렇게 끈질기게 삶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삶에 무엇이 남았다고? 그렇게 자책하고나면 양 손에 고이 쥐고 있는 무언가에 눈이 갔다.)
살피면 꽃이 한 송이 놓여 있습니다.
심람:(꽃이 놓인 것을 보면 무슨 꽃인지 생각해본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생각이 나지 않으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세히 살펴보면, 연보라빛의 작은 꽃이 맺혀있는 꽃입니다. 이런 꽃은... 꽃다발로도 안 쓸텐데, 어째서 한송이만 손에 쥐고 있을까요?
심람:(병실과는 어울리지 않게 손에 연보라빛의 꽃을 쥐고 있는 것을 눈에 담아낸다. 저 모습을 살아있다고 할 수는 있을까. 아니, 차라리 죽었다면 편했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침대를 뒤로 하고 책장을 살펴본다.)
책장이라기보다 협소한 책꽂이라 일컫는 편이 나을 법 합니다.
<자료조사/행운/관찰>판정
심람:
행운
기준치:
80/40/16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행운
기준치:
80/40/16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꽤나, 지친 당신은 그제서야 정신을 가다듬고는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살피면 제목은 없고,
다만 커다란 회전목마가 표지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정지되어 있던 회전목마는 당신이 책을 꺼내어 듦과 동시에 천천히,
거꾸로, 거꾸로,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눈을 감았다 뜨면 또 다시 버스 안입니다.
누군가 당신의 맞은편에 존재합니다.
그는 떨어트렸던 당신의 국화 꽃다발을 주워, 당신에게 건네며, …….
???:자, 조금만 더 걷자.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네가 가야 할 목적지까지 내가 바래다 줄게.
백여입니다.
이 목소리는 분명 당신의 소중한 사람의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류장에서 만나 다시 한 번 목적지를 향해 당신을 인도한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안내자.
여지껏 함께 했던 겁니다.
지나쳐 왔던 길을 거슬러 여즉 함께 걸어왔던 겁니다.
바로 옆에 두고서도 알아보지 못했던 겁니다.
삐──.
삶을 알리는 처절하고 간절한 기계음.
꽃의 개화는 계절의 의지입니다.
정신을 차린 당신은 텅 빈 납골당의 로비에 서있었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것도, 걷기를 택하는 것도 모두 당신의 몫입니다.
심람:백여. 백여. (떨림이 가득한 목소리로 꿈에서도 죽음에서도 그립던 이름을 부른다. 내가 너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어. 어떻게.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쏟아내고도 아직도 쏟아낼 눈물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그 속에는 너를 잃었다는 절망이, 그리고 그렇게 만든 저 자신을 향한 원망이 뒤섞여있었다. 이 상황도 이런 자신에게도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냥 이 곳에서 머물기를 선택하면 그 모든 감정들과 추억을 뒤로한 체 잠들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을 옥죄오는 단 한가지의 염원이 분명했다. 한번만. 마지막이라도 좋으니까 한번만 더 네 얼굴 보고 싶었다. 만질 수 없더라도, 귀와 눈과 입이 사라져서 다시 사랑을 속삭일 수 없더라도 괜찮으니까. 다시 한번만 보고 싶어. 그 생각으로 다시 우산을 펼쳐들고 납골당을 벗어나 걸어간다.)
단지 걷기를 택했다면 나아가는 겁니다.
백여가 안내해준 길을 따라 걸으면 되는 거예요.
시간을 거슬러 당신이 내게 가장 소중했고,
내가 당신에게 가장 소중했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부디 그 자리에 백여가 서있기를 바라며,
당신은 당신의 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먹먹한 도로를 걸었습니다.
정말 한참을 걸었어요.
우산을 내리치는 빗방울의 중력이 너무나도 정확히 느껴집니다.
차라리 살을 엘 듯 차가운 눈이 내리는 계절이었다면,
부서지는 비가 이토록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면 흐릿하게 비치는 시야 너머로 정류장이 보입니다.
어느새 싱그럽게 개화한 국화 꽃을 품에 안은 채 당신을 기다리며 서있는 백여가 함께, 한 장면에 담깁니다.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당신이 삶의 경계를 빠져 나와 막 죽음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었을 때 말이에요.
그 버스가 정류장에 가까워져 오는 것을 보며, 백여는 무슨 생각을 하며 당신을 기다렸을까요.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던 당신을 직접 죽음으로 인도하기 위해 백여는 당최 무슨 생각을 하며 당신을 기다렸다는 말입니까….
백여:안녕 심람, 람아. 오래 걷느라 다리가 아프지는 않았어? 날 믿고 쭉 걸어와줘서 고마워.
백여의 상태는 엉망입니다.
바닥에 크게 구른 듯,
다친 듯, 처참한 꼴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백여에게로 다가서면,
백여는 당신의 품 안에 흠뻑 젖은 국화 꽃다발을 안겨줍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품에 안긴 국화 꽃이 더욱 싱그러운 생명을 뽐내며 개화합니다.
국화꽃을 안겨준 백여는 묻습니다.
백여:내 이름이 기억났어?
심람:....백여. (지친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게 가는 길인데 아팠을리가. 다시 만나면 해줄 이야기도 전해줄 마음도 많았을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마주친 너는 자신의 염원이 빚어낸 환각인지 진짜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안을 수도 입을 맞출 수도 없었다. 그저 제 품 안에 안긴 다시 생명력을 찾은 국화 꽃다발을 으스러질 듯 꼬옥 안을뿐.)
당신이 백여의 이름을 처음으로 부르자,
그와 동시에 백여가 우산 깃을 잡고 들어올립니다.
그 맞은 편에 드러나는 것은 온전한 백여의 모습입니다.
기억났습니다.
떠올랐습니다.
백여:(네가 저를 기억해주었다는 사실에 반갑고, 고마운 마음과 한구석에는 네 지친 목소리에 미안하다는 감정이 뒤엉켜서, 눈썹은 축 처진 채로 입만 웃는 묘한 표정이 되어서는 널 바라보다 한 걸음 네게 다가서선 조심스레 팔을 뻗어 너를 안아보고는) 응, 람아.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나도 기뻐. 그리고 미안해... 고생하게 해서, 힘들진 않았어? 원망스럽지는 않았어? (힘없이 하하, 하곤 작게 웃고는) 그 다음 정류장은... 죽음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랬는데... 어느 순간 다시 한 번 이 거리에.. 서 있었어. 널 다시 볼 수 있음에 정말로 기뻤는데... 나를 모르는 것 같아서... 그저 기다렸어. 아무튼,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 같아. 다행이지.. 응?
심람:(제 품에 느껴지는 네 따스한 살결에 그제야 네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안녕, 백여야. (네 품에 안기면 잠시 멈추었던 눈물을 다시 흘리고 미처 전해지 못했던 인사를 건넨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버렸으면. 보잘것없는 내 남은 삶을 다 드릴 테니, 제발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 너와 다시 함께 할 수 있어서 느끼는 이 행복함은 너무나도 불안정했고 또 그 때문에 두려워져서 아랫입술을 꾸욱 물어내며 참아냈다.) 힘들었을리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울음 사이로 겨우 숨을 골라가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네게 전한다.) 새로운 기회라는게... 무슨 소리야?
백여:응, 안녕 람아. (네 목소리를 듣자, 조심스럽게 안던 포옹은 힘을 주어, 널 꼭 안아내고는 정말로,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끝내 멈추지 않기를 그렇게 생각하며 네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내가 더 미안한 걸... 그렇게 두게 하면 안되는거였는데... 정말 미안해. 이제는... 제대로 안내해줄게. 내가 도와줄게. (하며 저 또한 감정에 복받쳐, 조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네게 말하고는) 원래... 우리는 지금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이 곳을 두 발로 걷고 있고... 이 세계는 생각보다 우리한테, 호의적인가봐. 다행이고, 또 감사하지. (작게 웃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또 잔인할지도 모르겠어.(하며 고개를 슬 들어 너를 올려다봤다.)
심람:(이것이 호의적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제 곁에서 빼앗아 가놓고, 다시 돌려줄 것 마냥 만나게 해놓고선 다시 이별을 하게 만들고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안식할 수 있게 하지도 않았다. 네 약속을 어기고 멋대로 군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상황은 너무 잔혹했다. 그저 울먹이는 네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추스리고 네 등을 살포시 쓰다듬으며 너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면 애써 올라오는 불안함을 감추어내고 네게 묻는다.) 우리 이제 다시 함께할 수 있는걸까..?
백여:(네 쓰담는 손길에 울먹거리던 걸 천천히 진정하고는 저 또한 안은 제 팔로 네 등을 조심스레 토닥여주었다가, 시선을 마주하고는 아까보다는 좀 더 나은 미소로, 살짝 웃어보이고는 네 물음에 잠시 뜸 들이다 답을 해) 함께... 아마 함께는 어렵겠지. 그래서 잔인하다고 한 거니까 말야. 본래대로면... 나는 우주에서 완전히 소멸되어야 했는데, 너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아. 그 우산도 '영혼 사냥꾼'으로부터 너를 지켜주는 물건이거든... 근데, 힘이 다해서 쓰임새가 바뀌었어. (줄줄 읊다 머뭇이고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쓰임새는... 그러니까, 비밀. 조금 이따 알려줄래.
심람:(네가 살짝 웃어내면 네 머리카락을 조심히 정리해주곤 다시 눈물이 왈칵 올라오는 것을 참아낸다.) 늘 네 보호만 받고 있는 것 같네, 난. (어렵다고 대답하면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어째서. 왜. 그렇게 물음이 쏟아나오려는 것을 이를 악무는 것으로 대신했다. 너를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네가 없는 시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네가 원하는 것이 아닐 것 같아 애써 감추어냈다. 그 외에도 궁금증이 많았고 또 혼란스러웠지만 나중에 있다는 말은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남은 거겠지. 그렇게 이해하고 더 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네 손을 힘을 주어 꼬옥 맞잡고는 네 손을 제 입가로 가져가고 눈을 감은체 작게 속삭였다.) 무서워.... (같이 이 곳에 남으면 안될까, 묻고 싶었지만 또 제 고집으로 너를 붙잡아두다가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백여:(네 말에 가볍게 웃고는)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내가 너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게... 나는 무척이나 기뻐. (네 그런 표정을 마주하자니 괜히 다시 또 슬퍼질 것 같아서 슬, 눈을 굴려 시선만 아래로 가벼이 옮겼다. 아마 이번 또한 저의 괜한 욕심이겠지만... 뭐든 균형이 있다면 그 균형을 맞춰야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상황이 반대되었다고 해도 내가 아는 너는, 나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꾸욱, 참아내다 네가 제 손을 맞잡은 채로 입가로 옮겨내는 모습에 자연히 다시 네게 시선을 맞춰내고는 네가 속삭이는 소리에 이번엔 이쪽에서 눈이 커져선,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눈만 꾹 감아내고는) ...잘 들어 람아. (하며 짧게 호흡을 내쉬어) 이 세계는 네 기억에 의존해 구축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는 세계야. 그러니까... 람이 네 기억으로 유지되는 세계라서 네 기억이 불완전할 수록 이 세계 또한 불안정하게 흔들리다 무너져버려. 그리고... 지금 람이 네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니까... 이대로 있다가는 둘 다 영영 소멸해버릴지도 모르겠네. (이윽고 픽, 바람빠진 웃음 소리를 짧게 내고는) 웃기지... 네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면 네가 하고싶은대로 되어야 할텐데... 그런 건 또 제멋대로 못한다는게. (살짝 눈을 휘어 웃고는) 그러니까... 우리는 정해진 길을 따를 수 밖에 없어.
심람:(기쁘다는 말에 죄책감, 고마움, 미안함, 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제 심장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어서 맞잡은 네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짧게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가는 네 모습을 눈에 담는다. 아리송한 설명을 듣다보면 얼추 이해가 되는 것 같아 고개를 슬 끄덕인다. 웃어보이는 네 모습은 오히려 너무나도 슬퍼보여서 따라 웃지를 못하였다. 다시 한번 정해진 길을 걸어야한다니, 미치도록 싫었다. 그 끝이 너와의 헤어짐을 뜻하는 것만 같아서. 또, 이미 한번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말들을 너에게 전할 수는 없었다. 제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너를 사랑하기에.) 너는 어떡하고 싶어, 백여야?
백여:(맞잡은 손에 느껴지는 힘은, 네가 어떠한 생각을 하는 지는 차마 알 수 없어도 그 느낌이 슬픔에 가득 차 있다는 것 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너와 겨우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정말 기적이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우면서, 가슴이 찢어질 듯 슬픔에 잠식되는 기분이었다. 그러한 네가 저를 존중하며 물어오는 다정한 말에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당연히... 그저 이 길을 따를 생각이야. 물론... 선택은 람이 네가 하게 되겠지만...계속 말하기를 미뤘는데... 이젠 알려줘야겠지. 정해진 길은... 나는 성불하게 되는거고, 너는 삶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 내가... 람이 네 이름을 불러왔던거야. (이렇게 모든 걸 말하게 되면 네가 이런 상황을 싫어할까봐. 제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해버릴까봐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세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그리고... 네가 생환하려면 살아생전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돌아가는 게 이 세계의 규칙이자 약속이야. 내가 네 이름을 부르면... 너는 기억해낼 수 있었으니까...(천천히 네게 다시 시선을 맞추고는, 조금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이어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람아?
심람:(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무거운 죄책감이 느껴졌다. 살아있을 때와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해하지 못할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네 모습은 너무나도 애처럽고 슬퍼보였다. 사실은 네가 결정해주길 바랬다. 죽을 것 같던 우울도 다시 살고 싶게 만든 것도 전부 두 사람의 추억과 사랑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진퇴양난에서 다정한 목소리로 네 선택을 묻는 것은 모순적이긴 해도 분명한 제 이기심이고 욕심이었다.) 사랑하는 백여. (그렇게 없는 힘까지 끌어올려 너를 불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리고 또 네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실감이 났다. 여기서 다시 한번 욕심을 부려 너를 붙잡는 것은 네가 원하는 것이 아니겠지. 무엇보다 제 손으로 네게 안식을 주고 싶었고, 그 후의 얻게 될 삶은 너를 그리우다 다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 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막연히 기다리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떨리는 눈을 한없이 다정하고 또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대답한다.) 끝까지 같이 걸어가자.
백여:(네가 저를 부르는, 힘없는 목소리에 눈만 깜빡이고 너를 바라봤다. 분명 원래라면 그 말은 네가 제게 달콤하게 속삭이는 그런 말이었을 텐데, 사랑한다는 말이 이렇게 슬프게 들릴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가슴이 미어져서 표정이라도 밝게, 조금이라도 기뻐 보이게 안간힘을 해서 애써 웃어 보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밝게 웃을 수가 있을까? 누가 봐도 슬픔이 묻어나는 웃음을 지어 보인 채로) 응, 사랑하는 람아. (하며 이 말만큼은 떨림 없이 진실된 마음으로 네게 답하고는 바로 앞에 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텅 빈 기분에 괜스레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꾹 참아내곤 네가 새로이 살게 되는 삶은, 자신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그리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한 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바라면서, 네 애정 어린 시선과 다정한 말에 그제서야 옅게라도 웃어 보였다.) 응, 그러자. (그러곤 네 손에 쥐여진 우산에 시선을 두었다 다시 너를 바라보곤) 네가 그 우산을 내게 씌워주면, 너는 삶으로 되돌아가고 나는 평온히 성불할 수 있게 돼. 그러면... 우리는 시간이 흘러 비가 내리지 않는 세계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이내 최선을 다해 활짝 웃고는) 자, 내게 우산을 씌워주지 않을래?
심람:(애써 저를 위해 웃음을 짓는것을 슬픔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며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삼키고 다시 삼켰다. 이렇게 끝을 맺는구나. 살아생전 늘 너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상상해왔고 그것은 슬플지언정 이렇게 가슴이 찢어질 것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 둘다 이렇게 죽어서도 힘들어야할까. 이 모든게 야속했다. 하지만 네게 이러한 말들을 전할 수는 없었다. 그저 이 짧은 시간에 최대한 좋은 말들을 사랑한다는 말들을 전해야만 했는데 그게 또 너와 나에게 미련으로 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다. 그래서 울음도 떨림도 숨소리도 멈추어내고 네게 고개를 기울려 아직 따스한 입술로 입을 맞추었다.) 백여. 영원히 너를 사랑해. (죽음이 우리의 시간을 당장 갈라놓을지라도 사랑은, 추억은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너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싫다고 비명을 지르는 제 마음속 목소리를 덮어두고 우산을 펼쳐 네게 씌워주었다. 제가 아까 죽어가는 시신을 붙잡고 오열하던 그 조각상에 우산을 씌어주었던 것과 같이. 미처 쏟아내지 못한 감정들을 대신 알리 듯한 잠잠한 빗소리가 먹먹하게 울려퍼졌다.)
아주 길고도 짧은 과거의 기억 속에,
비가 내리던 도로에 우산 하나를 들고 길 잃은 망자를 인도하던 당신의 구원자가 있었습니다.
비가 너무 차가워요.
살을 엘 듯 가슴을 녹일 듯 온 세계를 할퀴고 퍼붓는 이 비는 얼음보다 더 차갑습니다.
당신은 한 번 죽음을 감수했으나,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비내리는 밤의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는 각자 어떤 생각을 했던가요.
허나 그 때 우리가 얼마나 아팠는지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람은 때로 더없이 강인하며,
때로 한없이 유약해서 가장 아팠던 기억을 도려내고는 한다고 합니다.
백여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준 것은,
세상을 수몰시키는 이 빗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기 때문입니다.
굴러 떨어지는 빗물이 눈물처럼 얼굴을 적시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팠기 때문입니다.
우산 아래 피에타.
신이시여, 부디 자비를 내려주세요.
머리 위로 장마가 멎습니다.
짓이겨져 내리는 빗물이 그저 이 세상의 전부인 거대한 공간 속에서,
비가 그친 곳은 오로지 우리의 어깨 위 뿐입니다.
우산 아래, 흠뻑 젖은 백여는 환하게 웃습니다.
백여의 몸이 말단부위부터 서서히, 천천히, 빗물과 동화되어 흩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백여:미안해, 손이 이래서 우산을 들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런 말을 하면서
백여:안녕, 심람. 정말..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어.
그 순간, 바람이 불었습니다.
우산이 기웁니다.
손에 힘이 풀린 것은 찰나였습니다.
가슴을 찢는 호명과 동시에 백여의 목소리가 귓가에 고였다 사라지면,
웅성이는 소리.
길가에 나다니는 차소리.
당신은 웅덩이 위로 우산을 떨구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밤의 버스정류장입니다.
전광판이 버스의 도착을 알리고,
느지막이 버스에 오를 채비를 하는 승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모두가 분주한 정류장의 한가운데에서 당신은 주변에 엉긴 하고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