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고서야 낯선 공간에서 처음으로 눈을 뜬 당신을 보고 저리 평온한 시선을 던질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어째서,
왜 하필,
따위의 의문들이 합당한 추론 위로 떠올랐던 것도 같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잠시 의문이 들면, 뻐근거리는 몸 상태에 인상을 찡그렸다 고개를 들어 너와 시선을 맞춘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상사화.
상사화:(네 목소리를 들으면 환한 미소를 짓고선 다가가서 너를 가만 내려본다.) 잘 잤어? 목은 안 마르고? (네 질문에 대답해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일렉티오 바시움:(환하게 짓는 웃음을 보면 괜히 헛웃음이 내뱉어진다.) 즐거워? (답을 바라는 물음은 아니었다. 자유를 잃은 몸, 껄끄러운 입 안, 뭐가 좋은지 웃고 있는 널 보면 심사가 뒤틀린다. 결국, 네 신발 앞에 침을 뱉어내고는 삐딱하게 입매를 비틀었다.) 글쎄, 어떨 것 같아.
제정신이 아니다.
저 사람, 상사화는 제정신이 아니다.
애초에 제정신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납치해 감금할 생각을 할까요?
소름이 끼쳐 달아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도 충분히 이해됩니다만,
불행히도 뒷걸음질 치려 해도 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야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걸요.
당신이 의자에 단단히 결박되어있다는 것쯤은.
손가락조차 의지대로 움직이기 힘들 지경입니다.
상사화:(침을 뱉어내는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괜찮아. 널 위해서 물이랑 음식을 가져왔거든. (네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 앉는다. 너와 눈높이를 맞추고, 들어올 때 가져왔던 스프 한 접시와 숟가락을 꺼내 한 숟갈 떠서 네 입에 가져가댄다.) 입 벌려.
상사화는 당신의 그런 상황을 염두해 두었다는 듯 스프를 입김으로 식혀 떠먹여주었습니다.
그 동작 하나하나에 당신을 위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 해 이 상황이 보다 역겹게 느껴집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숟가락으로 스프를 떠먹여주는 네 행동은 지나치게 정성스러워서, 손이나 발. 어느 것 하나라도 자유로웠다면 진작 스프 그릇을 엎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신 억지로 입 안에 담긴 스프를 뱉어내고는 이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은 시선으로 널 바라본다. 평소보다 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너였지만, 애초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것은 너와 나,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상사화:(뱉어낸 흔적을 한번 째려 보지만 입에서는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면 안돼지... 널 위해서 해온 건데. (아랑곳않고 너에게 다시 한번 스프를 입에 떠먹여준다.) 아기도 아니고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지 않아?
일렉티오 바시움:네 말대로 아기도 아니니까 먹여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왜. 굶어 죽게는 못 두겠어? (노려보는 시선과 달리 침착하게 잘 말한다 싶었다. 오히려 그런 네 반응에 비틀린 마음 속 묘한 충족감이 들어 이번에도 떠먹여준 스프를 뱉어낸다.) 이게 흘리는 걸로 보이면, 네 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상사화:내가 널 굶어 죽게 냅둘리가 없잖아. (뱉어내는 걸 보면 짧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한번, 스프를 입에 떠먹여줬다.) 좀 먹어. (이번에는 뱉어내지 못하게 숟가락을 밀어넣은 채 네 턱을 꽉 쥐어내 입을 닫아 놓는다.)
일렉티오 바시움:(아예 뱉어내지 못하게 할 생각인지 억지로 턱을 쥐어내면 널 노려보며 스프를 삼킨다.)
상사화:...잘했어. (그제야 삼키는 모습을 보고는 옅게 미소를 지어낸다. 노려보는 시선을 초점이 없어 보이는 눈으로 마주하며 다시 한번 스프를 떠먹이고, 네가 뱉지 않도록 입을 다물게 하기를 반복한다.)
일렉티오 바시움:(딱히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이걸로 너와 신경질을 이어나가는 것도 별로였기에 별 반항없이 스프를 받아 먹었다.)
이윽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당신의 입안에 물을 흘려넣는 것을 끝으로 감금된 채로 이뤄진 첫 식사는 간단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상사화:(한 손으로 네 턱을 쥐어 내고 고개를 위로 젖혀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한다. 그리고 가져온 물을 입안에 흘려 넣어주고 네 입가를 대충 엄지로 닦아낸다. 네 뺨 위에 양손을 얹고 저를 바라보게 했다.) 사랑해, 티오. (잔잔하게 말하고 나면 네 이마에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진다.) …너도 나를 사랑해.
인사같지도 않은 말을 던지고 상사화는 등을 돌려 좁은 방 밖으로 나섭니다.
망가진 문장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귓가에 맴돕니다.
상사화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인지,
당신이 상사화를 사랑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도 남지 않은 방 안은 제법 고요합니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처럼 고요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 기이한 행동은 스프를 떠먹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말하더니 내가 너를 사랑한다니. 어이없는 실소가 튀어나올 뻔 했다. 무엇을 바라고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네가 나갈 때까지 단 한마다의 말도 하지 않고는 드디어 혼자 남자 주변을 살펴본다. 일단 묶인 몸이라도 풀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방 안에는 당신과 당신이 앉아있는 의자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손발에는 수갑이, 몸에는 밧줄이 단단히 묶여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의자에 묶여있는 상태라면 벽에 부딪히면 풀리지 않을까...)
발이 묶인 상태에서 벽으로 움직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뭐가 들리나...?)
주위가 고요해서 그런지 심장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적어도 이 방 바깥이 어떤 모습인지라도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정신을 잃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탈수증상이 오기 전에 깨어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며칠씩이나 지난 것은 아닐 듯 싶습니다만,
그것이 위안이 되었든지 되지 못했든지 그런것과 별개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감내해 진즉 녹초가 된 몸은
당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다시금 잠의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꿈이라도 당신이 바라는 바를 보여주기를 바라며…
–
–
눈꺼풀 속에서도 눈을 감은 것인지 꿈속은 온통 새까맣게 보입니다.
꿈 속에서조차 그 좁은 방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갑갑할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몸부림을 치려 해도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는 것까지 현실과 닮아 있어
꿈을 꾸는 것이 맞는지 의아할 무렵,
어둠을 가르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상사화:사랑해, 티오. 너도 나를 사랑해.
누군가가 남긴 인사였던 것.
그 인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생각해보고 싶지 않습니다.
감정을 강요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를 사랑하게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끔찍하지만 당신의 상황이 굴종을 달게 가정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몸에 묶인 수갑과 줄을 풀어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라면 적어도 조금 더 편안하고 폭신한 쿠션이나 침대를 준비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라면 적어도,
제 곁에 남아 지독한 침묵을 채워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고,
그 나약한 마음을 탓할 이는 없습니다.
이윽고 기묘한 빛이 들어 당신은 짧은 꿈에서 깨어납니다.
[정신력] 대항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샤가이에서 온 벌레:
정신
기준치:
85/42/17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척이나 괴롭습니다.
괴롭습니다. 괴롭습니다.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이어지는 20 시간 동안 모든 판정에 패널티 다이스가 추가됩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때처럼 당신의 몸은 식은 땀에 젖어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쾌하게 느껴지기 보다
여전히 적막하기만 한 방에 홀로 남겨져 있다는 현실이 절망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지금보다 나아진다? 네 사랑이 필요하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네게 거짓된 사랑을 속삭여서까지 굳이 지금 상황을 벗어나야할까. 그렇게 손발이 풀리고 푹신한 침대로 옮겨지면 나아지는 걸까? 네게 사랑을 빌어야했나?)
SAN Roll
기준치:
34/17/6
굴림:
2, 96, 8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대실패
-2:
대실패
이성 -1
무기질만이 가득한 방은 지나칠 만큼 자극이 적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들리는 것은 자신의 숨소리, 심장박동 소리 뿐이고
보이는 것은 막힌 벽과 상사화가 열 때까지 열릴 일 없는 문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꿈에서 깨어나면 더 이 상황이 기묘하기만 하다. 넌 무엇을 위해서. 정말로 내가 네게 사랑이라도 속삭여주길 바라는건지. 그걸 위해 이 방법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진심으로?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네게 비웃음을 지으며 물어보고 싶었다. 고요하고 어두운 공간 속 제 심장소리, 숨소리만이 공간을 갉아먹었다. 네 발자국 소리라도 들리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본다.)
귀를 기울여도, 들리는 것은 당신의 심장소리 뿐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요,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반갑게 느껴졌다면 그것 또한 당신에게 있어서는 꽤나 역겨운 일이었겠습니다만,
지나치게 고요했던 방에 울린 소리는 당신의 바람과는 달리 제법 기분 좋은 자극이었을 터입니다.
무기질의, 달라질 것이 없었던 좁은 방 안에 그림자가 다시금 비칩니다.
그 그림자를 밟고 선 사람이 누구인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연속된 발자국 소리에 반가움을 느낄 쯤이면,
익숙한 스프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허기가 지고 갈증이 난다는 것이 우습긴 우습습니다.
상사화:잘 잤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네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낸다. 내 앞에 주저앉고, 다시 한번 스프를 떠서 너에게 먹여준다.)
상사화는 이번에도 스프를 입김으로 식혀 떠먹여주었습니다.
그 동작 하나하나에 당신을 위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다시 반복되는 시간. 스프가 입에 닿기 전 그릇이라도 엎어보려 몸을 뒤틀어본다. 수갑과 밧줄에 긁혀 하얀 피부에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고 쓰라릴테지만, 그런 것에는 별 신경쓰지 않는다.)
의자가 넘어집니다.
상사화:(제 앞으로 기울이는 모습에 뒤로 물러선다. 그 덕에 제 손에 들렸던 스프가 바닥에 떨어지긴 했지만. 인상을 쓰고 넘어진 너를 가만 내려다본다.) 바닥에 고정된 의자를 가지오 올 걸 그랬나. 기다려. (그러고서는 방을 나서선, 다시 한번 스프와 물을 가져온다. 바닥에 쏟아진 스프는 걸레로 대충 닦아두고, 널 일으켜 세우지 않은 채 다시 한번 입에 스프를 물린다.)
일렉티오 바시움:(의자가 넘어지고 서늘한 바닥으로 떨어진다. 엎어진 스프를 보면 넘어진 것은 그닥 아프지도 않았다. 물론 그런 것도 소용없다는 듯 다시 스프를 가져온 너였지만. 바닥으로 넘어져 이제 피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스프를 다시 입으로 밀어넣어주면 한 입 삼켜내는 것도 잠시 마른기침을 뱉어낸다.)
상사화:(네가 기침을 뱉어내면 짧게 한숨을 내쉬고 의자를 일으켜 다시 네가 똑바로 앉게 한다. 그리고는 가져온 물을 입으로 흘려넣어준다. 다시 한번 스프를 입에 떠먹여준다.)
일렉티오 바시움:(기침을 뱉어내면 다시 일으켜세워줄 것을 알았다. 스프를 다시 뜨는 네 모습을 가만히 내려보다 일부러 입 안쪽 살을 씹어 피를 낸다. 네가 숟가락을 밀어넣으려하면 피를 뱉어낸다.)
상사화:(네가 피를 뱉어내면 인상을 찌푸리고 네 턱을 쥐어내 입 안을 살핀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그러면 입 안에 물을 들이부어 피를 씻어내게 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번 스프를 입에 밀어넣는다.)
일렉티오 바시움:(흘러내리는 피와 함께 입안에 돌던 비릿한 피맛이 사라진다.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스프를 먹이려는 것도 네가 말하는 그 사랑일까. 스프를 입에 넣으려고하면 턱을 들고는 입을 꽉 다문다.)
상사화:(다문 입을 억지로 벌려내고 스프를 삼키게 한다.)
일렉티오 바시움:(억지로 벌려내면 겨우 스프를 삼킨다.)
이윽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당신의 입안에 물을 흘려넣는 것을 끝으로
감금된채로 이뤄진 두번째 식사도 간단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상사화:(겨우 가져온 스프를 조금이라도 먹이고 나면 네 뺨에 한 손을 얹고 눈을 마주하게 한다.) 사랑해, 티오. (그리고 짧게 입술을 맞추고 덤덤히 말했다.) 너도 나를 사랑해.
인사 같지도 않은 말을 던지고 상사화는 등을 돌려 좁은 방 밖으로 나서려고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방을 나서려는 널 가만히 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풀어주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그래. 그렇게 말하는 네 말은 믿을 수가 없는데.
상사화:(겨우 한 말이 그 걸까, 네 말에 다시 뒤를 돌아보고 한참을 들여다본다. 너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응, 사랑해.
망가진 문장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귓가에 맴돕니다.
상사화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인지,
당신이 상사화를 사랑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무심코 초조해질 만큼 방 안은 어떠한 변화도 없습니다.
둘러볼 것도 없습니다.
같은 높이에서 떨어지는 조명까지도 움직임 없는 그림자를 담아내고 있으니까요.
아무도 남지 않은 방 안은 제법 고요합니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처럼 고요합니다.
지나치게 고요한 방안에서
당신은 당신의 혈액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제가 눈을 깜빡이는 소리까지도 소리의 범주에 들여보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일상적인 자극이 부족합니다.
이 무자극의,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그런 물음이 의미가 있는지 아무 의미도 없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오늘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하루가 지나갔다는 사실만이 건조하게 현실로 남아있을 뿐…
상사화:
(To GM)rolling 1d30
(
21
)
=
21
[이성]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달라지지 않는 일상. 자극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무료함. 오로지 너만이 이 지루한 생활 속 유일하게 존재를 가지고 있다는 듯 부여되는 것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잘 짜여진 극을 보는 것 같았다. 저를 가둔 네게, 기쁨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라니. 묶여있는 건 힘들지 않았다. 짜증나긴 했지만, 네게 비굴하게 사랑을 읊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끝도 보이지 않는 지루한 삶. 이것을 바란적은 없었다.)
SAN Roll
기준치:
33/16/6
굴림:
42, 23, 20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이성 –33
–
–
보고 듣는 것들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 탓일까요?
여전히 눈꺼풀 속에서도 눈을 감은 것인지 꿈속은 온통 새까맣게 보입니다.
꿈 속에서조차 그 좁은 방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갑갑할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몸부림을 치려 해도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는 것까지
현실과 닮아 있어 꿈을 꾸는 것이 맞는지 의아할 무렵,
어둠을 가르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상사화:사랑해, 티오. 너도 나를 사랑해.
그 인사를 곱씹는 것만이 당신의 꿈의 전부입니다.
사랑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일수도,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는 단언일수도 있습니다만,
테이프였다면 진즉 늘어져버렸을 만큼 반복된 생각은 끔찍하지만
굴종도 나쁘지 않으리라는 결론을 자꾸만 내놓습니다.
벌써 21일 만큼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당신의 몸에 묶인 수갑과 줄은 떨어질 일이 없었고,
끼니를 건네고 그가 떠나면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 홀로 남겨져 그가 다시 돌아올 시간을 무작정 기다려야만 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몸에 묶인 수갑과 줄을 풀어줄 것만 같습니다.
아니라면 적어도, 제 곁에 남아 지독한 침묵을 채워줄 것만 같습니다.
… 적어도 완전히 고착된 지금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질 수도 있겠죠.
지금과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그 상황에 대한 생각으로 웅덩이에 담긴 물처럼 고여버린 생각을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굴욕적이지만, 21일이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시간이 당신을 갉아먹을대로 갉아먹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오늘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사화를 보낸다면 앞으로 또 며칠을 더 고착상태로 보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영원히가 될 수도 있겠죠.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제서야 눈이 떠집니다.
당신은 이제 새삼스럽게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뜨는 것에 당황스러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21일 만큼 반복된 비일상적인 일상은
이 낯선 공간을 지나치게 낯익은 공간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쾌하게 느껴지기 보다 여전히 적막하기만 한 방에 홀로 남겨져 있다는 현실이 절망적으로 다가옵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 발현하여, 상사화를 향한 맹목적 사랑만을 기억하며, 그 밖의 일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합니다. 상사화의 감금 협박 세뇌조차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포장하려들며,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벅저벅 걷는 발자국 소리마저 고요한 방 안에서는 새로운 자극인지라,
본능적으로 당신은 그 자극을 달게 느낍니다.
상사화의 감정 상태를 공감하며, 그의 사랑에 동화됩니다. 그의 사랑을 받는 지금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당신은 사화에게 집착적인 사랑을 발현하는 것으로 고정됩니다. 조건 없는 사랑은, 당신으로 하여금 상사화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만들며, 그와의 사랑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이어집니다.
상사화는 이번에도 스프를 입김으로 식혀 떠먹여주었습니다.
그 동작 하나하나에 담긴 당신을 위하는 마음은 이곳에 갇힌 며칠째 바뀐 것이 없습니다.
상사화:(이 짓은 몇 번이나 반복 되었을까. 이게 정말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너를 바라보는 얼굴이 헤아릴 수 없는 감정으로 조금 일그러진다.) 미안해… (그래도 결국은,) 하지만 사랑해, 티오. 너도 나를 사랑해.
처음 보는 혼란스러운 표정,
하지만 이내 다시금 익숙하디 익숙한 인사같지도 않은 말을 던지고
상사화는 등을 돌려 좁은 방 밖으로 나서려고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21일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이 삭막하고 낯선 공간이 익숙해지고,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불쾌하던 널 기다리게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종소리가 울리면 침을 흘리던 어느 실험의 개처럼, 네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제 숨소리나 겨우 들리던 방이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로 채워졌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읊조림을 점차 수긍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네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이 공간에 저와 함께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묶여있는 손으로 널 만지고 붙잡고 싶었고, 작은 네 온기라도 훔쳐내고 싶었다.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스프를 먹는 시간이 기다려졌고, 내 사랑을 네게 알리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절 묶어둔 것도, 외부와 단절된 것도, 나를 사랑하고 나 또한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당연하다 여겨졌다. 내가 너를 사랑하듯, 네가 나를 사랑하니 둘만 존재한다면 다른 그 무엇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평소와 같이 스프를 먹고 나면 방을 벗어나기 직전 반복되는 말이 들렸다. 너를 붙잡기 위해서라면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 이제는 잘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조금 일그러진 네 얼굴이 신경쓰였고, 그래서 방을 벗어나려는 널 붙잡았다.) ...상사화, 사랑해. 내 옆에 있어 줘.
상사화:(방을 벗어나려는 발걸음이 멈추어지고 몸을 뒤틀어 여전히 묶여있는 너를 빤히 바라본다. 그렇게 목말라 했던 것 만큼 네가 전하는 사랑은 그 어느때보다 달게 느껴졌다. 입안이 쓰릴 만큼.) ....너도 나를 사랑해? 정말 나를 사랑해? (다시 너에게로 돌아가 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당신의 사랑을 바라며 묻는 목소리가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고개를 끄덕이면 사랑하는 그이가 행복해 하는 것이 느껴져 스스로도 기뻐질테죠.
일렉티오 바시움:(이미 유지할 이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영혼 하나 남지 않은 이런 껍데기라도 네 마음에 든다면 기꺼이 네게 바칠 수 있었다. 네가 그렇게 길들였듯이. 생각대로 발걸음이 멈춰진 네가 다시 물어보면 비틀리지 않은 웃음을 살짝 지어낸다.) 몇 번이라도 말해줄게. 사랑해. 사랑해, 상사화.
상사화:(그래, 이제는 네가 전하는 그 사랑이 거짓된 것이라도, 영혼이 없는 껍데기라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제정신이었다면 불가능했던 게 아니던가.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쉴새 없이 눈물이 제 뺨을 타고 흘렀다. 흐려진 시야를 지나 다가가 부서질 듯이 너를 품에 안고, 중얼거린다.) 사랑해, 그러니까… (심장이 저려오도록 벅차오르는 이 감정은 분명 오랫동안 갈망하고 기대하던 것을 이제야 돌려받는 것에 대한 기쁨이고 환희 일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테지.) 나랑 함께 있자. 이대로. 영원히. (그리고 너에게 길게 입을 맞춘다.) 사랑해, 티오. 사랑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가장 훌륭한 해피엔딩을
사랑하는 상사화와 함께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 당신의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아, 이 공간을 벗어난 바깥은, 세상은 중요하지 않아요.
이곳에 줄곧 바라 온 당신의 사랑이 있으니.
END D
사랑에 대한 동경
상사화, 일렉티오 바시움 로스트
-Merry Bad Ending-
묶고 시작하는 시날이........... 이게 네번째인데 일렉을 다루기 힘든건(?) 매한가지네요 사람을 다루려고 하면 안됩니다 여러분
중간에 진짜 설마 풀어내거나 죽으려고 하면 어떡하지 마음 졸이고 있었어요.... 시날에 그런 내용 없었는데 만들어야하나 고민했네.
사화가 일렉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거의 처음이라서 어색할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두번째더라구요.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좀 많이 그릇된 사랑이네요. 사화는 정말 일렉이 미쳐야지만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걸까.... 둘이 좀 멀쩡하게 포카포카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