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색이 드는 이유는 푹푹 밟히는 눈을 건너 마주한 건물이 버려진 성당이어서일지도 모릅니다.
아, 아마 오늘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모양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세상이 온통 흰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질릴만큼 쌓인 눈, 언제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를 이 눈을 밟고 그저 걸음을 옮겨나갈 뿐이었다. 멸망한 세계에서의 하루. 기억 몇 조각 남아있는 과거 혹은 전생의 자신이 행한 업보. 그것이 눈처럼 내렸다. 옮겨진 걸음에 마냥 희던 눈이 회색으로 흐려지면 조금은 네가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그저 눈 때문은 아니었겠지. 시선에 들어차는 성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낡고 버려졌더라도 하루 정도는 이 눈을 피할 안식처가 되어줄테니.)
성당에 발은 디디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무수히 많은 색의 빛들.
어쩐지 아주 아득한 과거, 이전의 삶의 기억이 흘러 들어오면서도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아름다움의 현신이라 부름이 옳을 듯한 풍경 아래,
아,
인기척이.
제단 뒤 어둠이 깔린 곳에서부터 누군가의 발이 빛 가운데로 드러납니다.
한 발자국.
그리고 또 한 발자국.
천천히,
천천히 뒤섞인,
흐트러진 색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검은색 수도복.
떨리는 눈동자와 수척한 낯.
지독하리만치 익숙한 얼굴.
그래요.
과거 당신의 심판자로 등장했던 바로 그 사람.
잊을래야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사람.
이, 당신을 보고 조용히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내뱉는 한 마디.
상사화:보고싶었어.
…….
믿을 수 없는 한 마디.
상사화:단 한 순간만, 나를 사랑해줘.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들어온 빛을 보고 있으면 그리 달갑지 않은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조용한 교회에 또 다른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몸을 돌려본다. 검은색의 수도복을 입은, 아주 오랜 시절 과거의 편린(片鱗)을 마주한다. 잊을 수 없는 얼굴. 너 역시도 전생을 기억할까하는 고민은 길지 않았다. 무릎을 꿇고 네가 뱉은 한마디에 너 또한 같다는 것을 깨닫고만다. 그래서 기어이 이렇게 말을 내뱉었다.)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은데. 신께 받친 그 무릎을 여기서 꿇으시면 곤란하죠, 신부님. (그러면서도 네게 손을 내밀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내려다보며 담담히 말할 뿐이었다.)
상사화:(수십년을 기다려 겨우 마주한 너를 보면 얼굴에 옅은 미소가 새겨진다. 아직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제 살을 가르고 들어오던 섬뜩한 감촉.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제 목숨을 앗아간 너를 기억한다. 그에 비해 마른 입술 밖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꽤 덤덤했을까. 어쩐지 빛바랜 느낌이 들었다.) 진짜 신부도 아니었잖아. (네가 하는 말에 마땅한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이 순간 필요한 것은 하나이기에.) 나를 증오한다면 나를 사랑하면 되는 겁니다. (라고, 반복할 뿐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신부복을 입고 계시길래 신부님이라 호칭한 것이었는데... 아니었나보네요. (반응은 덤덤했다. 이미 네가 진짜 신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놀랄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네가 정말 신부였다 하더라도 존경, 신의(信義)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겠지만.) 증오라.. 처음보는 사람을 증오하는 일이 있나요? (입꼬리를 살짝 당겨 비웃음을 그려낸다. 증오와 사랑 모두 극단적인 감정이기에 맞닿아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은 것도 같았다. 물론 제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지난 과거의 증오는 밖에 쌓여진 눈보다 더 긴 시간을 버텼다. 과연 지금 남아있는 증오는 널 사랑할만큼 남아있을까?)
상사화:설마 그 거짓 신부 행세를 진짜라고 믿었어요? (네가? 그럴리가 없지. 그 어떤 관계도 성립되지 않은 체 그저 서로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우리였는데. 그 사이에 있던 감정은 부정으로만 만들어졌었다.) 처음 아니잖아. (탁한 녹안이 번뜩인다. 바깥 공기에 차가워진 네 손을 찾아 쥐고는 그 손등 위에 입을 맞춘다.) ...사랑해주세요. 어렵지 않잖아요?
사화는 진심으로 당신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창밖은 밤입니다.
어둑한 하늘 아래 눈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글쎄..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물론 믿었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탁한 녹안이 잠시 마주하고 서늘한 제 손등 위로 미지근한 네 입술이 내려앉는다. 분명 모습만 본다면 신성한 신부의 축복과도 같은 모습이지만 그걸 받고 있는 당자자는 오히려 비틀린 입매만 당길 뿐이었다. 손을 빼내며 마치 먼지라도 묻은듯 가볍게 털어낸다.) 쉬운 일도 아니라서. (이렇게 나오니 계속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분명 제 목숨을 취하고 싶어하던 이가 맞는지. 긴 세월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네 진심은 닿지 않았다.) 내 손으로 죽인 이를 사랑하는 취미는 없어.
상사화:(비어진 손을 가만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죽이는 건 그렇게 쉬웠으면서 사랑은 어려워? 별로 다르지 않을거야. (죽음의 대한 기억이 있으면서도 그의 원흉인 살인자를 보는 눈에는 두려움이란 일절 없었다. 네가 자신을 죽이지 못할 거란 자신감.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얼굴을 스쳐간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오늘밤은 이곳에서 자고 가세요.
일렉티오 바시움:너는 별로 어렵지 않았나보네. 나는 너와 다른데. (이제는 '신부님'이라는 호칭도 내던지고 편하게 말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시선이 아니었다. 분명 제게 찔린 기억도 함께 남아있을텐데 제법 신기한 일이었다.) 오늘은 그렇게 해야겠네. (슬 고개를 돌리면 말그대로 퍼붓는 눈이 창너머로 보인다. 성당에서 다시 만난 너가 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굳이 밖으로 나가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멋대로 꺼내진 기억처럼 불편하긴 했지만.)
정말 이곳에서의 하룻밤 이외에는 방법이 없겠군요.
버려진 성당 내부를 둘러보면 사람은 자신과 상사화밖에 없는 듯합니다.
썰렁한 성당 안은 아주 오래 전 당신이 상사화를 죽인 바로 그 성당과 비슷한 구조 같으나 조금 더 넓습니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신도석], [고해방]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성당을 훑어보다 스테인드 글라스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간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의 장미창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화려한 형식입니다.
비록 일부 바람에 의해 깨진 흔적이 있지만 테이프로 막힌 걸 보면 누군가의 관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화일까요?
스테인드 글라스에 대고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스테인드 글라스를 자세히 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눈부신 스테인드 글라스의 색색깔의 유리조각이 형태를 띠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피에타 상을 연상시키는 자세입니다.
다만 안겨 있는 이가 성모처럼 생긴 것은 착각일까요.
깨진 유리 조각 사이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그건 핏자국이 미약하게 남아있는 단도입니다.
무언가를 찌른 듯한 흔적이 남아있고.......
[이성]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차감 없음
누구를 찔렀던 걸까요.
상사화는 설마 사람을 죽였던 건가요?
불쾌함과 공포감 언저리가 어쩌면 당신을 음습할 수도 있겠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피묻은 칼이 불러일으킨 감정의 형태는 쉽게 정의할 수 없었다. 음습하고 가라앉은 덕지덕지 붙은 감정의 잔재를 떨쳐내고 이번에는 신도석을 본다.)
장의자들은 이미 망가지거나 쿠션이 파지거나 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한 때는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앉아 미사를 올렸겠지요.
그들은 세계의 존속을 기도했을까요.
기도했다면 세상은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요.
물론 당신은 어렴풋한 이유를 압니다.
당신이 바로 세계를 멸망시키는 주체 그 자체였으니까요.
죄책감을 느끼시나요?
느끼지 말아요.
이미 일어난 일입니다.
사방은 폐허이고...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진실.
신도석 전체에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죄책감을 느낄 일은 없었다. 애초 멸망은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고. 자신의 목숨과 멸망은 감히 저울질 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비록 그 결과가 이렇게 폐허 속, 눈으로 가득 찬 세상에 남겨진 것이라 할지라도.) 이곳도 오래 비었나보네. (신도석을 가만히 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의자 위에 널부러진 종이 조각들을 발견합니다.
종이들은 모두 알 수 없는 언어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해가 불가하나 똑똑하게,
당신이 읽을 수 있는 한 가지 단어가 또박또박 적혀 있습니다.
사랑
명실상부 상사화의 글씨체입니다.
[교육]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 사이 사랑이라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찬다.)
교육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과거 배운 지식을 토대로 이 글씨체가 꽤나 사무적이면서도 끝부분이 살짝 떨려있음을 깨닫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뭘 위해 상사화는 사랑을 논하게 된 것인가요?
일렉티오 바시움:오히려 내가 궁금한 쪽인데.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글자들은 답을 주지 못했다. 의문만 끝도 없이 늘어날 것 같아 시선을 떼고 고해방으로 다가선다.)
한 때 당신이 들락거렸던 고해실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장소입니다.
고해방에 도착하면 휴게실 문을 열고 나오는 상사화가 당신을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쩌면 지긋지긋할수도 있겠습니다.
그는 언제나 당신에 대해 복잡하게 굽니다.
그러면서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죠.......
일렉티오 바시움:(고해실마저 과거의 기억과 제법 비슷했다. 복잡한 표정의 너를 가만히 보다 말했다.) 혼자서 또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 얼굴인데, 말해줄거야?
상사화:말했잖아. 그냥 나를 사랑해주면 된다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너에게 알려줄 의무는 느끼지 못했다. 그저 빤히 네 눈을 들여다보다 말하기를.) ...배고프진 않아? 밖에 상황이 안 좋아서 먹을 게 없었을텐데.
일렉티오 바시움:차라리 널 사랑해줄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건 어때. (이 세상에 남아있는 인간이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중얼거리듯 짧게 덧붙였다. 한참 시선을 맞추다 꺼낸 말이 식사를 묻는 것에 결국 조소를 뱉어낸다.) 여긴 먹을 게 좀 남아 있는 것처럼 말하네.
상사화: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네. (탄식처럼 내뱉는다. 순간, 너를 바라보는 눈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혐오와 비슷한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간다. 눈깜박임 한번에 금새 사그라들었지만.) 필요하면 가져오죠.
일렉티오 바시움:(복잡한 감정이 섞인 시선을 무덤덤하게 마주한다. 사랑을 갈구하는 자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감정들이 섞여있었다. 그 모든 것을 무심하게 보던 사내는 그저 널 관찰했을 뿐이었다. 제 기억과 얼마나 흡사한지 잠시 재보았던 정도였고.)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가져다줘.
사화는 음식과 차를 준비하겠다며 휴게실로 다시 들어갑니다.
고해방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사라지고 나면 고해방을 다시 살펴본다. 특별한게 있을까.)
고해방 안쪽의 벽면과 의자는 거의 허물어진 상태입니다.
탁자처럼 튀어나온 나무 판자 위에는 아슬하게 성경책이 놓여 있습니다.
성경책을 살피면 군데군데 듬성듬성 빠진 페이지들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찢긴 것 같습니다.
특정 부분에는 형광펜까지 쳐져 있습니다.
[관찰] 판정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찢기고 형광펜이 그여있는 성경책을 자세히 살펴본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음 두 문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 요한복음 3장 16절 ]
[ 사랑은 죽음과 같이 강하고 – 아가서 8장 6절 ]
사랑, 사랑, 사랑, 사랑.......
도대체 그놈의 사랑이 무엇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입니다.
이 문장에 체크해둔 이는 상사화일까요?
왜 그랬을까요.
그는 진짜 신부도 아니거늘.......
모든 조사가 끝나고 나면 밤이 찾아옵니다.
이 밤은 더더욱 폭설이 심하게 내립니다.
폭풍우를 동반할지도 모르겠 습니다.
바깥에 나가기는 글렀죠.
밤이 되니 사화는 익숙하게 당신을 휴게실로 이끕니다.
성당 내부가 극악하게 추워졌기에,
난로가 있는 휴게실에서 밖에 홀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휴게실 안은 조악하지만 나름 사람이 살 만한 모양새가 구축된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쓴 듯한 매트리스 위에는 허름한 이불과 베개가 놓여 있습니다.
사화는 기꺼이 매트리스를 당신에게 내줄 의지를 표합니다.
사화가 준비한 음식은 간단한 캔스프와 통조림입니다.
배를 채우기에는 적당한 식단.
이 성당 안쪽에 창고라도 있는 것인지,
그는 당신에게 물자를 내주는 것을 굉장히 기꺼워하며 망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진짜 신부도 아니면서 성경책은 열심히 봤다 싶었다. 아직도 온전하게 멸망하지 않은 세상을 짓누르듯 눈이 쏟아진다. 이대로 바람까지 거세게분다면 밖에 나간다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테다. 그렇기에 선택한 휴게실은 협소하지만 나름대로 구실을 갖추고 있었다. 흔적이 묻어나는 물건들을 훑어보며 매트리스에 앉았다.) 여기서 제법 오래 있었나봐.
상사화: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있었을걸. (빤히 바라보다가 친절한 미소를 지어본다. 수천번은 연습이라도 한 것 같이 기계적인 웃음. 네 곁으로 가 매트리스에 앉는다.) 더 필요한 건 없어?
일렉티오 바시움:뭐가 더 필요해야해? (기계적인 웃음에 옆에 앉으면 자연히 거리를 벌린다.)
상사화:왜 이제는 되려 멀어지려고 하네... 날 죽이는데는 그렇게 서슴없었으면서? (그리고는 네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토닥인다.) 사랑하는 것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마치 사화는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 미친 인간 같습니다.
어쩌다 이런 희대의 로맨티스트가 되었단 말입니까?
그 정도로 당신을 사랑했단 말입니까?
그만한 애정이었던 건가요?
이해하기 어려운 사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성당의,
이 휴게실의 온도가 너무 따뜻합니다.
아늑하고.......
[정신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말이 통하지 않았다. 하긴 원래부터 넌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다만 이 휴게실이 지나치게 따뜻하다 생각했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사랑할 수 있을까요?
과연 그게, 사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나요?
알지 못합니다.
모든 환경은 복잡하게 굴러갈 뿐입니다.
확실한 건 적어도...
당신의 목덜미가 서늘해졌다는 것?
당신은 살아가야 합니다.
사화가 또다시 당신을 죽이려 든다면 어떡하나요.
죽어줄 건가요?
쉘터가 코앞이잖아요.
삶이 목전이었어요.
어차피 세상은 망했고.
...연민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연민이라면.
연민 정도는.......
문득 사화가 말을 겁니다.
상사화:티오, 세상을 구할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하고. 예전에 너에게 물었던 것과 비슷한 질문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이번에도 내 희생이 필요해? (고개를 기울이며 가볍게 웃는다.)
상사화:그렇다고 하면 죽어줄 것도 아니면서. (다소 쓸쓸한 표정을 짓고) 대체로 내 희생이 필요했지.
일렉티오 바시움:당연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래서 네 희생으로 인해 죄책감이라도 느끼길 바라?
일렉티오 바시움:(눈이 내리는 밤, 서늘한 냉기 한 점 흐르지 않는 휴게실에서의 밤이 깊어갔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매트리스 바닥에 깔려 삐져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노트에서 찢겨진 듯한 일부의 종이.
일렉티오 바시움:(종이를 자세히 본다.)
보면, 온갖 죽음의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익사, 과출혈, 교살, 추락사.......
모두 해봤다는 듯이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실패.
실패.
실패.
기이한 살해 내지 죽음의 방법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죽음이 기록된 종이 그것을 어떤 표정으로 내려봤을까.)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스테인드 글라스 아래쪽의 칼을 발견했다면 그것이 떠오릅니다.
핏자국이 눌러붙어있던 칼.
...사화는 도대체 뭘 하고 살았던 걸까요?
-
-
이틀차
창밖은 어느 새 눈이 그친 상태입니다.
웬일로 세상이 깨끗합니다.
오늘이야말로 쉘터로 출발하기에 적합한 날씨네요.
가야 옳지 않을까요.
성당은 이 재앙을 더는 버티지 못할 겁니다.
내일 당장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건 온전히 당신의 선택이죠.
떠나느냐,
남느냐.
일렉티오 바시움:(눈이 내리지 않는 세상은 오랜만이었다. 여전히 발목을 덮은 눈이 가득하겠지만, 더 쌓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느낄 수 있었다. 가진 짐도 없기에 떠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밤 매트리스 아래로 보았던 쪽지, 스테인드 글라스 아래 핏자국이 남아있던 칼. 그것들이 생각나는 이유를 몰라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똑똑, 소리가 두어번 울립니다.
이내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익숙한 사람이 보입니다.
사화는 어쩐지 당신을 잡을 때보다 더 복잡한 낯입니다.
어제 밤보다도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는 더더욱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사화는 따뜻한 차를 내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정하고 헌신적인 모습의 이유를 알아차리기 어려움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순간입니다.
노크 소리가 들린 건.
굳게 닫힌 성당의 입구에서 분명히, 똑똑하게 들린 것은 노크였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두어 번의 소음.
그러나 사화를 보면,
그는 마치 자동으로 몸을 딱 굳히고 있습니다.
결코 인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일렉티오 바시움:(멸망을 목전(目前)에 둔 세계에 사람이란 낯선 것이었다. 이곳에서 너를 만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고작 며칠 전이듯. 너 또한 이방인의 존재는 달갑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문을 두들인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성큼 걸음을 옮겨 문을 열었다.)
상사화:(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아하니 문을 열 것같아 다급하게 네 손을 움켜쥔다. 밖에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작게 속삭인다.) 안돼.
그 순간에도 노크 소리와 함께 음성은 계속 들립니다.
???: 아무도 없으신가요? 문이 잠겨 있어서요.
발자국이 여기 나 있는데.......
앳된 음성은 그리 장성한 사람 같진 않습니다.
애절한 목소리가 계속 울려퍼집니다.
???: 먹을 게 없어요. 혹시 저희 좀 도와줄 수 없으신가요?
사화는 더더욱 고통스러운 낯을 짓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반응도, 들여보내서도 안 된다고 반복해서 말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먹을 것을 구하러 온 사람인 것 같았다. 그에 흥미는 금세 식었다. 몸을 굳히고 두려워보이던 네 모습이 그저 호기심을 자아냈을 뿐이었다. 절박하게 안된다 말하는 너에 조용히 손을 떼어낸다.)
상사화:(조용히 손을 떼내는 모습을 절박한 듯 눈에 담다가 인상을 찡그리고는 너를 올려다본다. ) ....구하고 싶어?
일렉티오 바시움:딱히. (저와 상관없는 생명들이었다. 애초 겨우 이런 마음으로 구하고 싶었다면 그때 네 손에 목숨을 맡겼겠지.)
상사화:..... (너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어쩐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 상황에 부조리를 느끼는 듯한. 무거운 숨을 내쉬고 말한다.) ....물자 창고에서 오늘의 식사 식량을 챙겨오세요. 저는 지금 할 일이 있어서.
일렉티오 바시움:(무거운 숨과 함께 내뱉어진 말에 대답없이 걸음을 옮긴다.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물자창고쪽으로 향해있었다.)
물자 창고로 향하면 당신이 얻은 물건을 제외하고 남은 아직까진 충분한 물자들이 몇 남아있습니다.
쌓인 상자에 대고 [자료조사]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쌓인 상자들을 빠아안)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작은 가방을 발견합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떠날 사람이 모아두었을 법한 물건들이 알차게 담겨 있습니다.
구급 상자 키트, 통조림 몇 개와 핫팩...
......혹시 사화 스스로가 떠나기 위해 채워둔 걸까요?
이게 왜 여기 있을까요?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가방이야말로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기 딱 좋은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작은 가방안에는 제법 많은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물론 밖에 있는 사람에게 건낼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갈 땐 이걸 가져가면 되겠네.
물자 창고를 나가려 하면
문득 물자 창고 내부 이질감이 든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특정 벽면이 이상하리만치 상자로 쌓여 가려져 있네요.
[근력] 판정으로 상자를 옮길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벽면을 가린 상자들을 옮겨본다.)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게 드러난 벽면에는 기이한 광경이 담긴 상태입니다.
1, 2, 3, 4, 5, 6, 7, 8, 9, 10.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이게... 뭐죠?
[이성]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숫자들과 실패로 가득한 벽면에 기묘한 기분이 든다.)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숫자들이 어쩐지 날짜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빼곡한 숫자들은 일 년, 이 년, 아니 십 년 그 이상을 의미하는 듯도 싶습니다.
그렇다면 실패는?
실패는 도대체 뭘 뜻하는 걸까요?
문득 가장 진하고도 깊게 적힌 문장이 보입니다.
[ 오로지 사랑만이 재앙을 끝내리라 ]
물건을 들고 돌아가면 이상하게도,
사화는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느 새 사라진 상태입니다.
혹여 자리를 뜨기라도 했을까요?
문을 열면 바깥에는 작은 발자국이 길게 연결되어 있다 흐려진 것이 보입니다.
떠난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사화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이유를 알려주겠다 해놓고는 제멋대로 실종되기라니.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발자국을 짧게 바라본다. 어디로 간걸까.)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이 성당이 2층으로 되어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현재 개방되어 있음도요.
일렉티오 바시움:(가방을 둘러매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예배당 2층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통로 쪽에 작은 문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문이 아주 살짝 열린 상태,
빛이 미미하게 흘러나옵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빼곡하게 쌓인 책들이 존재합니다.
몇 년, 몇 십 년 동안 쌓였다고 말하지 않고서는 납득이 안 될 개수.
아무 책이나 살펴보면,
대체로 라틴어로 적혀있음을 깨닫습니다.
책을 덮기 직전,
유일하게 알아볼 만한 마지막 모국어로 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원인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끝나지 않음을 ]
문득 책상을 보면 닫힌 서랍장에서 양피지 귀퉁이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원인이 사라지지 않으면 그 무엇도 끝나지 않는다. 마치 자신을 노리고 하는 말 같았다. 덮어진 책을 다시 원래자리에 놓으면 책상 서랍장 사이로 튀어나온 양피지가 보여 자세히 살펴본다.)
[근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찢어진 양피지 일부를 획득합니다.
그곳에는 이리 적혀 있습니다.
[ 끝을 내야 모든 것이 되돌아올 것임을 안다. 때로는 죽음이 칼이 아닌 다른 것에서부터 비롯되길 마련이다. ]
무엇으로부터?
방에서 나오면 드는 생각은,
이 세상의 재앙의 실질적 원인은 결국 당신이었다는 것과.
끝없이 들려온 ‘사랑’.
그리고 스테인드 글라스 아래 떨어져 있던 칼.
죽음이 칼이 아닌 다른 것에서부터 비롯되길 마련이다.......
문득 저 바깥에서부터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복도의 끝에서 서성이는 소리.
사화입니다.
방에서 나오면 복도의 끝에 사화가 등지고 서있습니다.
바깥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 풍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영 모를 만한 뒷모습입니다.
아주 고요하게 침잠하여,
다시는 나오지 못할 심해 속에 혼자 갇힌 것처럼.
한 때 당신을,
죽이려 했었던 사람.
한 때 당신을...
죽이지 못했던 사람.......
가만 당신이 지켜보고 있노라면 시선을 느낀 것인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사화가 묻습니다.
상사화:...멸망을 끝내고 싶어?
그리고 돌아보는 모습.
어둠 가운데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하는 오색의 찬란한 빛이 반사된 얼굴.
마치 악마 같기도,
어떻게는 천사 같기도 한 풍경.
당신이 바란다 하든, 바란다 하지 않든.
사화는 가만 말합니다.
상사화:나는 끝내고 싶어.
이어지는 물음.
상사화:이젠 날 사랑해주지 않을래?
(잠시 너를 올려다본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의 눈이던가. 원망하는 눈이던가.) ......아냐. 잊어. (네 대답은 듣지도 않은 체 발걸음을 옮긴다.)
일렉티오 바시움:(너는 멸망을 끝내고 싶냐고 물었다. 만약 파멸하기 싫었다면 그 때 널 죽이지 않았을 테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빛 아래, 네게 이 목숨을 맡겼을테니까.) 멸망을 끝내고 싶었던 건 항상 너였잖아, 상사화. (네 원래 목표는 이 세계의 종말을 막는 것이었으니. 멸망을 끝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소망이겠지. 그리고 그것이 사랑과 관계있다고 하더라도 마음은 강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치 사랑을 멈출 수 없는 것과 같이. 걸음을 옮기는 네 뒷모습을 바라본다.) 어디로 가는데.
상사화:(네 말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뒤를 돌아보지는 않고, 억눌린 목소리로 말한다. 언성이 높아지려는 것을 참는 것같았다.) 누가, 누가 세상의 멸망을 원하겠어. 너처럼 정신나간 미친광이가 아닌 이상. 멸망도, 살인도 괜찮으면서도 사랑이 그렇게 어려워? (네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걸어나갈 뿐이었다.)
사화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 휴게실에는 당신 몫의 음식만이 놓여 있을 뿐이며
그 다음날까지 사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
-
심란함을 안고 밤이 지나갑니다.
휴게실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성당 내부에 오르간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그러고보니 조금 망가진 오르간이 있었던가요?
이곳에는 당신과 사화밖에 없으니 누가 연주 중인지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일어나 휴게실로 나가기 전,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반으로 접힌 종이를 발견합니다.
종이를 펼치면 그곳엔 빼곡하게 적힌 ‘멸망을 끝내는 법’이 나와 있습니다.
이그의 저주.
저주의 걸린 사람들의 목록이 하나, 하나.
죽은 이들의 이름에는 줄이 쳐져 있습니다.
글씨체는 너무나 분명하게도 사화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적혀있는 것은 하나.
일렉티오 바시움
그리고 그 아래에, 하나 더.
상사화.
찰나에 떠오르는 것은 무수히 많은 죽음의 방법이 적혀 있던 종이.
일 년 내지 십 년 그 이상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던 벽.
무수히 많은 죽음의 방법은 본인에게 행한 일이었던 걸까요?
그래, 사화에게 부여된 것은 어쩌면 영생일까.......
[이성]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저주에 걸린 이들이 나열되어 있는 곳에서 제 이름을 발견한 것은 그닥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었다. 그 아래 적혀있던 네 이름만 아니었다면.)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2
이어 눈에 들어온 것은 가장 마지막 부분에 적힌 한 문장입니다.
[ 가장 큰 죄를 짓고 만 대상자에게 받는 사랑이 영생을 끝내리라 ]
그것이 곧 종말이 되리라.
멸망의 종결이 되리라.
다시 만났을 때 그가 무어라 말했었죠.
보고 싶었어.
단 한 순간만 나를 사랑해줘.
예배당으로 나가면 역시나 오르간을 연주하는 사화가 있습니다.
서툴고 떨리는 손으로 하나 하나 건반을 누릅니다.
대놓고 보라는 듯이 놓여있던 그 종이.
필경 이 모든 사태를 고하고자 하는 사화의 고의였을 것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바라는 대로 종이를 읽고 예배당으로 향했다. 네가 바라는 사랑은 이 세상의 멸망을 위한 것이었나.) 거짓된 사랑도 믿어준다고 말해? (느긋히 옮겨낸 걸음을 멈추고 오르간을 하나씩 누르는 네 뒤에 서서 나직히 말한다.)
당신이 그에게 다가가면 사화는 그제야 당신을 돌아봅니다.
웃던가요.
웃고 있던가요.
상사화:(너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씁쓸한 웃음이 걸린다. 어느 정도는 너를 향한 조소.) 이젠 나를 사랑해줄 수 있어? (그리고, 본인을 탈진하게 만드는 무력감. 칼로 제 살을 가르던 순간도, 밧줄에 목을 매던 순간도, 제 몸을 던져 뼈가 하나하나 부서지는 순간도, 고통이 끝나면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제 저주로 인해 다른 이가 다칠 것을 염려하여 누구와 함께하지도 못한 수년간의 고독. 영생이 누가 축복이라고 말했는가. 삶은 저주였다. 널 다시 봤을 때 보고싶다고 말했던 건 단순히 네가 이 저주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닌, 그저, 누군가의 온기를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쉬고 싶어. 너한테서도.)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어?
일렉티오 바시움:(지친 네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지금 이 순간이라면 손바닥으로 거짓된 하늘을 가릴 수 있지 않을까. 네게 사랑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진실된' 사랑만 아니라면. 거짓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네게 속삭일 수 있었다. 그 어떤 힘이 드는 일이 아니었으니. 한걸음, 다시 한걸음. 네게 걸음을 옮겨 오르간을 천천히 쓸어본다. 시선은 네게 향하지 않았다.) 거짓이어도 만족한다면 얼마든지.
상사화:...그래, 거짓된 것이던. (이 순간도 저를 위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너도, 자신도. 하늘도.) 말해. 잠깐이면 돼.
한 때 당신을,
죽이지 못했던 사람.
말해봐요, 일렉티오 바시움.
사랑할 수 있나요?
사랑할 수 있겠나요?
일렉티오 바시움:(고개를 돌려 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내 목숨 하나 거두지 못한 너는 네 목숨또한 이런식으로 끝을 보려했다. 흐린 녹안을 마주하면 생각했던 말을 흔들림없이 내뱉는다.) 사랑해. (그것은 사랑의 거짓된 고백이었다. 사랑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사내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쉽게 사랑을 입에 담을 수 있었다. 거짓된 말에는 그 어떠한 가치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런 거짓된 사랑도 사랑이라 인정한다면 네가 그토록 원하는 대로 생을 마치고 멸망을 끝낼 수 있을테다. 이로써 또 네 숨을 끝내는 결과로 돌아오더라도.)
말하고 말았습니다.
사랑해.
말하고 만 것입니다.
사랑해.
기어이 허락되지 못한 언어를 내뱉습니다.
그 안에 담긴 것이 진정 ‘사랑’인지, ‘증오’인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은 말했습니다.
사랑한다고...
그리고 보이는 것은 너무나,
너무나 행복해보이는 사화.
상사화:아, (짧은 탄식. 헛웃음이었다. 그 누구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한 이가, 단순히 존재함으로써... 죽음을 갈망했던 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겨울은 끝날 거야. 너로 인해. (네 탓이야, 일렉티오 바시움. 너를 향한 원망 밖에 없었다. 저를 죽인 것에 대한, 끝까지 사랑하지도 못한 것에 대한. 다시한번 내 시작과 끝은 네가 짊어갈테지.) 겨울이 끝날 거야. 비소로 너로 인해.....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오르간 앞에 앉아 고요하게 눈을 감은 사화를 흔들어보면,
반응은 없습니다.
그저 고개가 옆으로 툭, 떨구어질 뿐입니다.
그러면 드는 직감이 있는 것입니다.
죽었구나...
끝났구나.......
한 때 당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
한 때 당신을 죽이지 못했던 사람.
지금에 이르러,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
자신을 도무지 죽이지 못했던 사람.......
태양계에 가설로만 남은 행성이 있다 합니다.
존재하지 않으나 사람들이 믿었던 행성.
벌칸.
존재하지 않는 행성에 존재하는 없는 기도문.
기도를 합시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END 2.
벌칸의 기도문
일렉티오 바시움 생환, 상사화 로스트
생환 보상 이성치 + 1d2
일렉티오 바시움:
rolling 1d2
(
1
)
=
1
오늘도 들고온 재미없는 후기.....
사화ㅏ야...... 사화 외로워...... (멍) 사화.... 외로워......... 그래서 눈물나요.....,.... 시날 준비하면서 이렇게 될 줄 알아서 좀 슬펐어요. 적어도 다른 시날에서는 일렉과 관계성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뭐 그런거 만들 틈도 없이 그냥 갔잖아...... (허공봄) 근데 악마사화도 영생 비슷한 능력이 있었고 비슷한 고민을 했었으니까 만약 원래 세계관에서 악마사화가 악마일렉한테 자기 얘기 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얘기해줄 일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녀의 고해보다는 벌칸의 기도문이 조금더 애들이랑 잘 맞는 것 같은 기분. (마녀의 고해 생각하고 은은해짐) 그래도 죽음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을거니까 마지막에 사화는 평온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