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발치에서 보이는 일렉은 이 저택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메이드와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의 방문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보수가 월등히 많은 탓에 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저 막무가내 도련님의 어리광을 몇 년째 받아주고는 있지만,
이젠 정말 관둘 때가 된 것인지… 정말 어이가 없네요.
그 광경에 잠시 고뇌를 하고 있으면,
신입 메이드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사화를 쳐다봅니다.
물론 사화라고 별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다른 사용인에 비해 일렉은 사화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니까요.
...아마도요.
사화는 저 막무가내 도련님의 곁으로 향합니다.
사화가 일렉을 가까이에서 쳐다보면 일렉은 단호하게 한마디를 던집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그렇게 쳐다봐도 안 자. (단호)
상사화:(익숙한 광경을 잠시 눈에 담다가 네 목소리에 짧게 한숨을 내쉰다. 돈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때려칠 일인데. 생각을 정리하곤 네게 다가가서 한쪽 무릎을 꿇어 얼추 비슷해진 눈높이의 너를 빤히 바라본다.) 왜 그러세요, 도련님. (눈을 맞추며 조곤조곤 묻는다. 그래도 애니까.)
상사화:애 맞잖아요. (애 주제에 성격만 나빠서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지금 주무셔야지 키도 쑥쑥 크죠. 자장가라도 불러드릴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아니거든. (팔짱을 끼고는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안 자도 나는 잘 클거야. 그리고 자장가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어?
상사화: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지? (가늘어진 시선으로 빤히 바라보다가 한 손으로 볼을 꼬집어준다. 따라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곤) 삐딱하게 잘 클 것 같네요. 둥기둥기라도 해줄까요?
일렉티오 바시움:(볼을 꼬집는 손을 밀어내며 짜증을 낸다.) 애취급은 싫다니까. 그런거라면 됐어. (가만히 있다가는 네가 정말로 안기라도 할까봐 침대 위에 눕기는 한다. 그러나 딱 눕기만 하고는 눈을 ㅂ(볼을 꼬집는 손을 밀어내며 짜증을 낸다.) 애취급은 싫다니까. 그런거라면 됐어. (가만히 있다가는 네가 정말로 안기라도 할까봐 침대 위에 눕기는 한다. 그러나 딱 눕기만 하고는 눈을 부릅뜨고 버틴다.)
상사화: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꼬....마도련님이잖아요. (겨우 침대에 들어가는 모습에 작게 웃더니 총총 걸음으로 따라가 침대 옆에 기대어 앉는다. 부릅 뜬 눈 위로 한 손을 올려주고 읊는다.) 자자.. 평화로운 초원에 양이 한마리 나무울타리를 뛰어넘네요. 양한마리... 양두마리... 양세마리...
일렉티오 바시움:(눈 위에 손을 올리면 곧바로 쳐낸다.) 그런거나 할거면 그냥 나가.
상사화:(꼬맹이 주제에...... 억지로 웃음을 짓고는 바라본다.) 진짜 나가요? 아깐 침대 밑에 뭐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니... (고개를 숙여 침대 밑자락을 본다.)
일렉티오 바시움:(제가 한 변명을 네가 다시 짚어내면 뻔뻔스럽게 말한다.) 네 눈에는 안 보이는거야. 내 눈에만 보이거든.
상사화:오... 이제 심령술도 하시는 건가요 도련님? 많이 외로우셨구나. 그래도 귀신보다는 인간과 친구를 만드는 것이 좋아요. (다시 고개를 들어 널 본다.) 잠드는 게 무서우면 오늘은 같이 있어줄게요.
아무래도 저 도련님은 오늘도 잠들 생각이 없는 것 같네요.
어떻게 하면 일렉을 재울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 판정
상사화: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생각해보니... 평소에 동화나 시를 읽어주면 잠을 잘 잤던 것 같아요.
저기 저 노려보며 잘 생각이 전혀 없는 도련님은 잠시 침실에 버려두고
서재로 가서 책을 찾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상사화:(아, 너는 책을 좋아했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너를 재울 수 있을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대충 털었다.) 가서 책이라도 가져 올게요.
일렉티오 바시움:마음대로 해. (어차피 네가 책을 가져와도 잠들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순순히 보내준다.)
사화는 일렉에게 읽어줄 동화책이나 시집을 찾기 위해 서재로 향합니다.
담당구역이 아니기에 서재에 자주 갈 일은 없지만,
분명 서재는 3층 왼쪽 복도 끝에 있습니다.
사화는 먼지 하나 없는 계단을 밟고 3층으로 올라갑니다.
기본적으로 항상 쓸고 닦아 과하게 광이 나는 저택이지만,
최근 며칠 새에 저택의 구석구석이 눈에 띄게 낡아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상사화:혼자서 무섭다고 울고 있으면 안돼요. (말을 마지막으로 침실을 떠나 서재쪽으로 걸어간다. 여기가 원래 이렇게 낡은 곳이었나? 피곤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계단을 올라가며 복도를 두리번거린다.)
[관찰] or [예술] 판정 가능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설마요. 착각이겠죠.
아무래도 오래된 저택이다 보니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사화는 계단을 올라 서재에 도착합니다.
3층 왼쪽 복도 끝.
서재의 문을 열면,
벽면을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책장과 수많은 책들이 먼저 눈에 띕니다.
창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으며,
고급진 책상 위에는 여러 문서와 필기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습니다.
[창문/책상/책장]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상사화:(실랑이를 벌이더니 어느새 밤이구나. 꽉 채워진 책장을 먼저 보기에는 머리가 아플 것 같아 창문 쪽으로 걸어가 잠시 밖을 바라본다.)
늦은 저녁도 저녁이지만,
창밖은 짙은 안개가 끼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며칠간은 밤낮없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한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안개는 이 저택에서 일하게 된 이래로 처음인 것 같죠?
상사화:폭풍이라도 올건가. (설마 저 안개를 보고 무섭다고 한건가? 하얀구름이 뭉실뭉실 움직이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책상으로 눈을 돌린다. 아마도 여긴 청소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이 댁 주인어른의 책상입니다.
책상 서랍은 굳게 닫혀있고,
책상 위에는 각종 문서와 서신이 수없이 쌓여있으나 깔끔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자세히 보면 문서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냥 대충 차곡차곡 쌓기만 한 것 같네요.
대체 여기 담당이 누구였죠?
정리해두지 않으면 담당 사용인이 크게 혼날 게 뻔하니,
선심을 베풀어 사화가 정리해 줍시다.
상사화:....... (하늘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쉰다. 누구 담당인지는 몰라도 나중에 보면 한마디 해야지. 지금 해두지 않으면 화가 자기에게도 미칠지 모르니, 문서를 살펴보며 정리한다.)
자료조사 판정
상사화: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22
판정결과:
실패
사화는 어디에도 분류해놓기 어려운 이질적인 문서 두 장을 발견합니다.
한 장이 더 있어야할 것 같지만…
마지막 페이지는 누락된건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첫펀째 페이지
깔끔한 고딕체의 영문 계약서인 것 같은데,
내용이 많이 손상되어 무엇에 대한 계약서인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밑에 도련님의 삐뚤빼뚤한 이름과 서명이 있네요.
어린 도련님이 계약서에 서명을 할 일이 대체 뭐가 있을까요?
두번째 페이지
도련님의 것 외에도,
두개의 이름과 서명이 더 적혀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어른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의 것입니다.
상사화:(그.... 안 보인다고 화내는 거 아니겠지? 첫번째 페이지의 문서를 읽는다. 이 글씨체는 티오의 것인가? 14살짜리 꼬맹이가 서명까지 해야할게 뭐가 있다고. 빤히 들여다보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 뿐이라 문서를 탁탁 정리해서 넣을 생각으로 서랍을 열어본다.)
몇가지 개인적인 서신은 책상서랍에 넣어두는 게 좋을텐데,
웬 일인지 책상 서랍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평소에 번거롭다며 서랍장을 잠구지 않는 분인데 말이에요…
다른 사용인이 모르고 잠궈둔걸까요?
행운 판정
상사화: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서랍 안에는 주인어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처음 보는 수첩이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상사화:뭐지? (수첩을 들어 펼쳐본다. 이런게 있었던가?)
수첩을 열어보면,
같은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한 필체의 라틴어와
기괴하고 기하학적인 원 모양,
출처를 알 수 없는 붉은 얼룩이 가득합니다.
이성 체크
상사화:이게 뭐지. (기괴한 모양들 뿐인 수첩을 빤히 들여다본다.)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자고로 영국의 신사이자 지식인이라면 라틴어에 능해야 하는 법이니…
주인 어른이 수첩에 라틴어로 쓰셨다고 해도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쓰여있는 모양새가 너무도 섬짓합니다.
역시 많은 부분이 손상되어 읽기도 힘들 뿐더러,
왼쪽에 이 원은 대체 무엇일까요?
<외국어:라틴어> 혹은 <크툴루 신화> 판정 가능
상사화:
크툴루 신화
기준치:
31/15/6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일렉티오 바시움:
rolling 1d3
(
3
)
=
3
괴물같은 '신'
겨우 이 한 문장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뒷장을 더 넘겨보면,
이젠 라틴어가 아닌 전혀 알 수 없는 문자들만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고로 귀족저택 사용인의 덕목이라면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입니다.
이것이 무엇이든 못본 척,
서랍을 닫는게 좋겠네요.
상사화:괴물같은 신? 뭐지. (무엇인지 몰라도 훔쳐봤다는 것을 알면 좋아하지 않겠지. 수첩을 서랍에 넣어두고 다시 닫는다. 일어나서 책장쪽으로 걸어간다.)
온갖 장르의 책들이 꽂혀있는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목재 책장입니다.
얼마나 큰지,
책을 꺼내기 위한 간이 사다리까지 구석에 놓여있을 정도입니다.
분명 일렉이 예전에 읽던 동화책들도 어딘가에 꽂혀있을 텐데 말이에요.
자료조사 또는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언뜻 보기에도 복잡해보이는 두꺼운 철학책을 발견합니다.
다시 찾아볼까요?
상사화:이거 읽어주면 정말 잠에 잘 들긴 하겠다. (책을 옆으로 치워두고 다른 책은 없다 찾아본다.)
자료조사 또는 관찰 판정 가능합니다.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바다 너머에 있다는 동양의 도자기 그림이 실려있네요.
이건 읽어줄 수도 없겠어요.
다시 찾아볼까요?
상사화:(신기한 도자기... 이건 아니다 싶어 제자리에 돌려놓고 다른 책이 없나 다시 한번 찾아본다.)
자료조사 or 관찰 Roll
상사화: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2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엄마 거위가 아기 거위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표지의 책을 발견합니다.
책의 제목은 '마더구스(mother goose)' 입니다.
자장가나 짧은 동화가 여러 편 실려있는 책입니다.
사화가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눈에 띄는 동요를 하나 찾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사화:
Rolling 1D100
굴림:
55
Rolling 1D10
굴림:
5
상사화, 자료조사 +5
…이런 걸 자장가라고 들려줘도 될까요?
누가 이런걸 듣고 잠들겠어요.
상사화:(자장가는 보통 가사보다는 멜로디가 중요하다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았나. 14살의 도련님이 이해하지 못할 내용도 아닌데. 그래도 동화는 읽어줄수 있을까 싶어 책을 챙긴다.)
사화는 마더구스라는 동요집을 들고 다시 일렉의 방으로 향합니다.
방문을 열면 일렉은 여전히 뜬 눈으로 탐사자를 맞이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내가 몇 살인데 동요집을 가져오는 거야. (불퉁)
예상대로 일렉은 투덜거리지만,
별수 없습니다.
이게 마지막 희망이니까요.
사화는 일렉의 침대 옆자리에 의자를 끌고 와 앉습니다.
동요도 좋고,
옛날이야기도 좋고,
자장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도련님이 정말 수면 부족으로 어떻게 되어버리기 전에,
빨리 잠부터 재워야 할 것 같아요.
상사화:(아까 철학책을 가져올걸 그랬나............) 아직도 안 자고 있네. 괴물은 안 나왔죠? (동요집을 열어서 뭐 노래가 없나 훑어본다.) 뭐 불러드릴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안 나왔어. (나왔을리가 없었다. 동요집을 펼치면 네가 아까 보았던 이상한 동요의 뒷장을 펼쳐 짚고는 말한다.) 부를거면 이걸로 불러.
상사화:(이건 꽤 흔한 동요네.) 눈감고 있어요. (반짝반짝 작은별,.... 잔잔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동요를 부른다.)
사화가 잔잔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일렉에게 동요를 불러주면,
일렉은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은근슬쩍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런던 다리 무너진다,
거미가 줄을 타고…
그럼에도 여전히 일렉은 잠에 들지 않습니다.
점차 밤은 깊어가고,
사화는 서서히 눈이 감깁니다.
아,
아직 도련님을 재우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상사화:(며칠사이에 무리라도 한 건지 졸음이 쏟아졌다.) 해가 하늘에 뜰 때까지 눈을 감지 않는구...나. (꾸벅꾸벅) 반짝반짝 작은 별...
듣기 판정
상사화: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사화가 완전히 잠들기 전,
잘 자.
라는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귀에 익은
성인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1866. 04. 04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눈을 떠보면 사화는 일렉의 고급지고 푹신한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일렉은 사화가 앉아 있었던 의자에 앉아 탐사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고용인의 침대를 차지하고 잠에 들어버리다니,
메이드는 산치체크를 해야 마땅합니다.
산치체크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상사화 이성 -1
언제 침대 위로 올라왔던 거죠?
너무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자명종 시계를 살펴보면 벌써 정오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저택의 사용인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 당장 짤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
눈에 띄게 당황한 사화를 보고 일렉이 뜬금없이 말을 건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정원 산책 가자.
상사화:(뭐지? 꿈인가? 내가 왜 여기있지? 벌떡 일어나 침대를 벗어난다. 서둘러 제가 있었던 흔적을 없애고 너를 바라본다) 제 제가 왜 저기 있어요? 도련님은 왜 거기 앉아있고..... (동공지진)
어제보다 한층 더 피곤한 낯을 하고 있는 일렉이
일렉티오 바시움:오늘은 너 쉬게 해줄 거라고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말 해뒀어.
라고 질문과 다른 답을 태평하게 합니다.
누가 누굴 쉬게 해준다는 건지,
혈색이 점점 어두워져 오늘따라 더 안쓰러워 보이는 일렉입니다.
또 밤을 샌 것 같은데,
대체 왜 잠을 자지 않는 걸까요.
사화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일렉은 사화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이끌기 시작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비밀 보여줄게. 타임캡슐이라고, 정원에 묻어둔 게 있거든.
상사화:네????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네 손을 잡고 따라간다.)
어쩔 수 없이 저 도련님의 손에 이끌려 저택 문의 밖으로 나서면,
아침임에도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습니다.
저택 근처 이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정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렉은 미로처럼 복잡하고 거대한,
안개 낀 정원을 익숙하게 지나갑니다.
어린 풀냄새와 이르게 핀 꽃향기가 사화의 코를 맴돕니다.
어느새 프리지아 꽃이 만개한 곳에 멈춰선 일렉은
자신만이 알고 있다는 비밀정원의 나무담장 틈새로 사화를 안내합니다.
크기 판정
상사화:
크기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나무담장 틈새에 몸이 제대로 끼어버립니다.
<근력> 또는 <민첩>판정
상사화:(끼임)(불편)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화가 비밀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맨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작은 오두막과 벤치입니다.
그 주변에 가득 핀 라일락 나무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어우러져 마치 소담한 공간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저택의 정원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요?
어쩐 일인지 유독 이곳에만 안개가 끼지 않아,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맑습니다.
문이 없어 햇살이 잘 드는 오두막 안에는 간이침대와 테이블,
간단한 취사도구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상사화:(저택에 이런 곳도 있었던가? 아니, 그것보다 맑은 하늘까지 아예 자신이 좀 전에 있던 곳과는 동떨어져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곳도 있었어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신기하다는 듯 눈을 키워서 오두막을 살핀다)
상사화:네?????(아니 10년까지나................ 10년동안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겠군.) 도련님이 이런 귀여운 면모가 있을줄은 몰랐어요. (쪽지와 연필을 꺼내든다.) 뭘 써드릴까요?
일렉티오 바시움:그냥 하고 싶은 말. (짧게 답하고는 연필로 열심히 끄적인다.)
상사화:....제발 좀 주무세요. (끄적끄적)
일렉티오 바시움:(....)
상사화:다 썼어요. (1866년 4월 4일. 마지막 글을 쓰고는 쪽지를 곱게 접는다.) 상자에 넣어둘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여기에. (제가 적은 것도 넣어두고 다시 자물쇠로 잠근다.)
비밀정원에서 시간을 보낸 후,
저택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주변은 어둑해져 있습니다.
여전히 끼어있는 안개에 사화의 기분은 묘해집니다.
저택으로 돌아온 사화는 오늘이야말로 일렉을 재우겠다는 마음으로 일렉의 방을 정리합니다.
정리를 마치면 여전히 잠에 들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일렉이 잠옷을 입은 채 투덜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안 잘건데.
상사화:어제도 한숨도 안 잔 거예요? (이불을 마저 정리하고는 너를 맞이한다) 어디 아픈건 아니고?
일렉티오 바시움:아픈 곳 없고. 잠이 안 와서 안 자는거야. (붉게 충혈된 눈은 피로를 말하고 있지만 뻔뻔스럽게 졸리지 않다고 말했다.)
상사화:(붉어진 눈을 바라본다. 그래도 걱정이 되기는 하는지지 나름 상냥한 목소리로 말한다.) 눈이라도 감고 있어요.... 그러다가 눈에서 피날 것 같네.
일렉티오 바시움:싫어. (여전히 눈을 감지도 않고 심지어 곧 잠에 빠질 것 같아 깜빡이는 것도 최대한 참고 있었다.)
저렇게 잠들 생각이 없어서는...
어쩔 수 없네요.
누가 먼저 잠에 드는지 끝까지 가봅시다.
정신력 판정
상사화: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일렉티오 바시움: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사화:일단 좀 눕고... 마음을 평안히 하고... 눈 꼬옥 감아봐요. 왜 자기 싫어요?
일렉티오 바시움:... (무슨 말을 꺼내려다 결국 삼켜내다 몰려오는 졸음을 이겨내지 못했다.)
일렉은 결국 피곤한 얼굴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일렉을 재울 수 있는 걸까요?
사화가 일렉을 바라보며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려는 순간,
사화의 시야가 암전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면,
마치…
…또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또?
눈을 떠보면 역시나 사화는 일렉의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지금이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방안과 창밖은 어둡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보아도,
일렉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일렉은 어디로 간 거죠?
관찰 또는 듣기 판정 가능
상사화:(제 머리쾅) 왜 또 여기있어. (자신도 모르는 잠버릇에 당황하던 찰나 보이지 않는 네 모습에 더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분명 닫아두었던 방문이 조금 열려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사화:이 밤에 어디로 간 건가? (걱정가득한 얼굴로 침대에서 서둘러 내려온다. 침대를 정리하는 것도 까먹은 체 불을 킬 만한 게 없나 둘러본다.)
침대 옆 등을 켤 수 있습니다.
상사화:(일단 등을 키고는 방문 쪽으로 걸어간다.)
사화가 일렉을 찾기 위해 문밖으로 나서면 처음 보는 인영이 복도를 앞서 지나가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잘 모르겠지만 왠지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무언가가 보입니다.
저택의 사용인이 입을 법한 옷도 아니고,
이 집안 사람들이 돌아온 것도 아닐 텐데 '저건' 대체 누구죠?
불안한 예감이 밀려옵니다.
이성 Roll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사화 이성 -1
상사화:.........? 누구세요? (처음 보는 인영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묻는다. 도둑은 아니겠지?)
사화가 알 수 없는 남자를 따라가 불러봐도 그는 멀어지기만 할 뿐,
뒤돌아본다거나 따라잡히지 않습니다.
대체 저 사람은 누구고 도련님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괴한?
납치?
…그 전에 사람이 맞긴 한 걸까요?
계단을 내려간 남자는 이윽고 저택의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저택 밖의 자욱한 안개에 서서히 그의 모습이 묻혀들어갑니다.
이대로 가면 놓칠 것 같습니다.
그를 붙잡아야 할 것 같아요.
붙잡아 그의 모습을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사화:잠시만, (남자의 뒤를 쫓아 뛰어간다. 잡을 수 있을까? 손을 뻗는다.)
사화는 자욱한 안개 속 인영을 뒤쫓습니다.
닿을 듯 닿지 않고,
여전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사화의 주변을 에워싼 안개는 점점 더 짙어져 어느샌가 방향 감각도 잃을 것만 같습니다.
남자의 인영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됩니다.
어느새 같은 곳만 맴돌고 있는 느낌입니다.
마치 안개 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아요.
상사화:(어느새 이런 곳 까지 오게 되었을까. 빛도 하나 들지 않는 안개 속에 왔던 길까지 잃어버릴 것 같았다. 다급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네 이름을 크게 부른다.) 도련님! 티오 도련님!
사화가 한참을 안개 속을 헤매면,
누군가가 뒤에서 사화의 팔을 붙잡습니다.
익숙한 향기.
뒤를 돌아보면 일렉,
작은 도련님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상사화, 이거 떨어트렸잖아.
그의 손에는 회중시계가 들려 있습니다.
분명 일렉에게 받았던 그 회중시계인데… 언제 떨어트렸던 거죠?
일렉은 이곳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며,
자신이 길을 안내하겠다며 사화의 손을 잡고 안개 속을 익숙하게 걸어갑니다.
상사화:아니, 이 밤에 어딜 가셨던 거예요? (회중시계를 손에 쥐고는 다른 손으로는 네 손을 잡고 걸어간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난 방에 있었어. 네가 먼저 나갔잖아.
상사화:아까 나올 땐 없었는데? (분명 방안의 등까지 켜서 확인했었다.)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따라왔어요?
일렉티오 바시움:있었어. 너 나가는 거 보고 쫓아온거고. 믿기 싫으면 말아. (어차피 네게 믿음을 줄 필요는 없었다.)
일렉을 따라 저택으로 돌아오면,
일렉은 1층의 넓은 로비에 멈춰서
일렉티오 바시움:...잘자, 상사화.
라고 인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사화의 시야는 다시 암전됩니다.
1866.04.06
어제의 일은 그저 꿈이었는지,
자신은 언제 이곳에 돌아온건지,
사화는 원래 자신이 생활하던 저택의 1층 방에서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마자 사화는 동료 사용인에게서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올 예정이니 오늘은 다들 저택 청소로 바쁠 텐데,
사용인 몇 명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소리 말이에요.
짐도 그대로이고,
사라진 물건도 없고,
밖에 나간 걸 봤다는 목격자조차 없다고 합니다.
지능 판정
상사화: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너에게는 무어라 제대로 된 대답을 들려주기도 전에 눈이 감긴다. 꿈이었나? 제 곁에서 들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주위를 살핀다.)
사람들이 사라진 것도 이상하고…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온다뇨?
분명 7일에 돌아온다 반복적으로 전해 들었던 사화입니다.
어제는 분명 4일이었고,
오늘은 5일일테고,
그럼 내일은 6일이잖아요?
날짜를 잘못 기억하고 있을 리는 없습니다.
동료 사용인에게 재차금 묻는다면,
오늘은 6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설마 꿈을 하루 동안 꾼 건 아닐 테고 말이에요.
찜찜한 기분을 뒤로하고,
슬슬 일을 시작할 시간이 되면 사화도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방에서 중앙의 홀로 나오면 노년의 하녀장이 사화에게로 다가와 한 가지 부탁을 합니다.
하녀장: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남는 인력이 거의 없는 것 같으니… 자네가 잠깐 저택을 돌아다녀 보면서 사라졌다는 사용인들을 찾아봐 주겠나? 혹시 저택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하녀장은 우선 1층을 부탁한다며,
계단 위로 바삐 올라갑니다.
사라진 사용인들을 찾아달라니,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우선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묻거나 직접 찾아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1층 중앙 로비에 서 있는 사화의 좌측으로는 식당,
우측으로는 응접실이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현관,
북쪽으로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위치해 있습니다.
상사화:(눈을 두어번 꿈벅인다. 벌써 6일이라니, 설마 이틀동안 잠만 잔 건가? 그러면 왜 아무도 깨우지 않은 거지? 도련님은 제대로 돌아간 건 맞나. 밀려오는 생각들에 인상을 쓰고 응접실부터 살펴본다.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쓸 일이 없어 찬 공기만이 맴도는 응접실입니다.
사화가 응접실의 문을 열면,
쿵.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견습 하인: 아, 아아, 아, 안녕하세요!!!!
도련님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는 견습 하인이네요.
딱 봐도 어딘가 수상해보이는 얼굴인데…
견습하인은 다급히 문 밖으로 나가버리고,
응접실 안에선 타는 냄새가 납니다.
상사화:아, 안녕....
냄새가 나는 쪽을 쳐다보면 벽난로입니다.
벽난로 안엔 '무언가'가 타고 있지만...
불씨는 작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면 전부 타버리기 전,
테이블 위 꽃병의 물로 불을 꺼서 무엇을 태우려고 했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상사화:(뭘 숨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서둘러 꽃병을 집어서 물로 불을 끈다.)
사화가 불을 끄면,
이미 벽난로 안에는 수십장의 종이와 책이 타 그을음이 심하게 남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쩡한 건 종이 한 장과 책 한 권 뿐이네요.
상사화:이게 뭔데... (그나마 멀쩡한 종이를 살펴본다)
[타다 남은 종이]
사화가 종이를 집어 들어 확인할 경우 내용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글씨 하나 적히지 않은 그림에 가깝거든요.
가운데의 작은 원을 큰 원이 감싸고 있는 모양이고,
그 사이엔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원,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이런식으로 자세히 보니 마치 마법진을 그린 것 같네요.
상사화:(그림을 가늘어진 시선으로 빤히 바라본다. 저번에 서재에서 발견한 수첩이 문득 떠올랐지만 무슨 뜻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책에는 무언가 단서가 있을까 싶어 책을 펼처보았다.)
[그을음이 심한 책]
영어로『 존재의 증명(Proof of Existence) 』이라 쓰여있습니다.
열어보면 내용은 영어와 라틴어가 섞여 있습니다.
모국어 판정
상사화:
언어(모국어)
기준치:
65/32/13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존재는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나는 드디어 이 모든 것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당신은 주변을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주변의 모든 것이 거짓이고,
주변의 모든 것이 허상이라면?
이들의 존재와 이들의 의미는 무엇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가?
페이지의 뒷장에서 한 구절을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의 존재는 무엇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가?
상사화:뭔 소리야. (철학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제 존재에 대해서도. 굳이 의미라는 게 필요했나? 그냥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는 것 뿐인데. 그게 거짓이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제 생각뿐, 그 외는 없었다. 책과 종이를 내려두고 응접실을 조금 더 둘러본다.)
응접실에는 더 둘러볼 것이 없습니다.
상사화:(그 외에는 눈에 들어오는 것이 딱히 없어서 응접실에서 나와 현관 쪽으로 걸어간다. 사용인들이 단체로 도망이라도 간걸까. 굳이? 의문을 숨기지 못했다.)
현관에서 밖을 바라보면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있습니다.
어제의 그 이상한 꿈 때문에 오늘은 왠지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년의 정원사가 저택의 문 앞에서 정원 쪽을 쳐다보며 눈을 한껏 찌푸리고 있네요.
정원사: 이그그그... 돌아오시기 전에 해놓아야 하는데... 안개 때문에 뭐가 보여야 말이지.
상사화:(정원사를 발견하면 더 가까이 다가가 묻는다. 제 의문을 조금은 풀어주지 않을까.) 뭐하세요?
정원사에게 말을 걸어도 그는 정원의 모양새에만 집중하며,
연신 혀를 찹니다.
전혀 듣거나 말해줄 생각이 없어보이네요.
대인기능 판정 가능합니다.
상사화:
설득
기준치:
10/5/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어떻게 말을 하게 할 수는 없을까?) 저, 잠시만.
말재주
기준치:
5/2/1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제 말 안 들리세요? (이제는 답답하여 언성을 조금 높였다.)
위협
기준치:
15/7/3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또 말을 걸자 그는 짜증을 내며 말합니다.
정원사: 주인어르신께서 이렇게 이렇게, 둥글게 대칭을 맞춰 나무덤불을 잘 가꿔 놓으라고 하셨거든. 이렇게 말이야...보기 좋게 둥글둥글하게 말이야. 큰 손님이 오니 그렇게 해놓으라 말씀 하셨는데 말이야. 이그그그...나원,참.
정원사는 과장된 제스쳐로,
나무덤불의 각도를 이리저리 손으로 재며 짜증을 냅니다.
상사화:(돈 많으신 분들의 마음은 읽을 수 없었다. 나무덩풀 따위가 무슨 상관이라고. 현관에서 발을 돌려 주방으로 간다. 저에게는 늘 음식을 받으러 갔던 곳이니 꽤 익숙한 곳이었다. 오늘은 사람이 있을까?)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식당과 주방입니다.
다들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탓에,
무언가를 물어본다거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화가 식당을 조금 서성거리면,
은식기를 닦고있는 메이드와 키 큰 풋맨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판정을 할 경우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습니다.
상사화:(다들 분주한 모습에 말을 걸기는 어렵다싶어 대신 귀를 쫑긋 세웠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사용인 1: 작@ 도련님 미!@$!%@
사용인 2: 쉿,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사용인 1: 왜, 뭐 어때서. 미친 도련@#$@^@# 저주2#%$ 아니야?
사용인 2: 그러게, 괴물@%#^%#@ 나오나 봐.
듣자 하니 저택에는 공공연하게 나쁜 소문이 도는 것 같습니다.
틀린 말도 아닌 게,
아니,
사실이잖아요.
일렉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정말 미쳐버리기라도 한건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몇몇 사용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요.
대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상사화:(아무리 비정상적이라고 해도 그게 14살 소년한테 할 소린가. 괴물이라는 말에 의문감이 들었지만 한번 사람들을 째려보고는 식당에서 벗어나온다. 1층을 둘러보아도 사라졌다는 사용인들에 대한 것도, 사라져버린 하루에 대한 것도 알 수 없었다. 미심쩍은 눈빛으로 중앙로비를 한번 더 둘러보고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 윗층으로 향했다.)
사화가 계단 위로 올라오면 맨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원의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 입니다.
발코니를 기준으로 왼쪽 복도 끝은 일렉의 방,
오른쪽 복도에는 사라진 사용인의 또 다른 청소 담당 구역이던
귀빈실과 주인어른의 침실이 있습니다.
복도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고,
하녀장님 역시 보이지 않네요.
상사화:(맞아, 2층에는 네 방이 있었지. 방에 있을까 싶어서 네 방문 앞에 서서는 노크를 했다. 똑똑.) 도련님? 사화예요.
일렉티오 바시움:안에 있어. (답은 하지만 문을 열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상사화:들어가면 안 되나요? 어젠 좀 주무셨어요? (굳게 닫혀있는 문. 쉽사리 열지는 못하고 손잡이에 손만 올려두었다.)
일렉은 답이 없습니다.
정말 열어주지 않을 모양이네요.
포기하고 다른 방을 둘러봐야할 것 같습니다.
상사화:.... (대답없는 것에 더 몰아세우지는 못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침실로 향하는 길에 발코니에 시선이 가서 그쪽으로 걸어간다. 여기서는 정원이 다 보이겠지?)
원래라면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발코니이지만…
안개때문에 경치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원의 한 가운데에 높게 쌓인 거대한 무언가만은 유독 눈에 띕니다.
적어도 10m는 되는 것 같은데,
저런 게 언제부터 저기 세워져 있었죠?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안개 사이로 정원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무언가는 돌로 쌓아올린 석탑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이 정원…
평소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조금 특이한 모양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정원의 나무 담장과 덤불들이 가운데의 석탑을 중심으로
어떠한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능 판정
상사화:(보면 볼수록 이상한 광경이었다. 대체 며칠 전에 보았던 맑은 하늘은 뭐였단 말인가?)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가운데의 석탑을 기준으로,
정원의 나무 담장들이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언가와 비슷한 것 같은데...?
상사화:(중앙을 기준으로 기하학적인 모양이 둘러싸인 모습. 분명 제가 수첩과 종이에서 본 마법진과 비슷한 것이었다. 고개를 갸웃이고는 열리지 않는 네 문을 힐끔 보았다가 다시 침실로 향한다. 주인어른은 이곳에서 지냈지. 다시한번 노크를 한다. 똑똑.) 계세요?
주인어른은 외출 중이시니 청소를 위해 문은 열려 있어야 할텐데 어쩐지 잠겨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잠긴건 아닙니다.
문고리도 돌아가고 문도 조금 열어볼 수 있지만,
묵직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어느정도 이상은 열리지 않습니다.
상사화:..? (아무도 없는 걸까. 청소를 위해서라도 누가 들어왔을 법 한데. 문고리를 돌려 겨우 조금 열어진 틈새로 무언가 보일까 얼굴을 바짝 붙이고 안을 살펴본다.)
사화가 문틈새로 방 안을 살펴보면,
견습하인으로 보이는 소년이 구석에 쭈구려 앉아 흐느끼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견습 하인: 저,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대체 여기서 뭘 하는건지.
아무래도 견습 하인이 문을 가구로 막아둔 것 같은데…
사화는 <근력>판정으로 문을 열어보거나,
<대인기능>으로 견습 하인을 설득해볼 수 있습니다.
상사화:(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눈물을 떨구고 있으며 가구까지 세워서 문을 막아둔거지? 주인이 돌아오면 분명 크게 화를 낼 것 같은데.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보려고 했다.)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억지로 열어보려해도 열리지 않던 문은 잠시 뒤 갑자기 허무하게 열립니다.
분명 문 앞에 무언가가 있었는데,
열린 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문이 왜 열리지 않았던거죠?
견습 하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며 눈물을 쏟아냅니다.
견습 하인: (그저 눈물만 쏟아낸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로요!
상사화:(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 방문을 주먹으로 내려차려다가 무엇을 하기도 전에 허무하게 열려버렸다. 문이 열리면 하인에게 성큼 다가가서 묻는다.) 뭘 모른다는 거야, 자꾸?
견습 하인: (떨리는 몸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전! 정말...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 몰라요... (두서없이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된 말만 내뱉으며 누구에게 말하는지 조차 몰랐다.)
상사화:(구석에서 쪼그려 앉아서는 제 눈도 못 맞추는 게, 이대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싶어 방을 나선다. 마지막으로 귀빈실로 향했다. 여기에는 무언가 있을까. 이번에도 방문을 노트했다.)
*노트 -> 노크
사라진 사용인의 다른 담당구역인 귀빈실의 문을 열면 …이게 무슨 일이죠?
있어야 할 침대와 테이블 등 가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자명종 시계 단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상사화:? (제가 잠든 사이에 가구들을 버리기라도 했나. 그나마 남아있는 것, 자명종 시계를 살펴본다.)
자명종 시계에 가까이 가면,
자명종 시계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느낄 새도 없이,
사화의 주머니에 있던 회중시계가 체인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진 회중시계는 자명종 시계와 같이 시침과 분침이 아주 빠르게,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상사화:뭐야?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떨어진 회중시계를 다시 손에 쥐고선 당황한 얼굴로 살펴본다.) 이게 무슨 일이지?
회중시계를 손에 들 경우,
사화의 손이 흐려지면서 회중시계가 바닥으로 다시금 떨어집니다.
이성 Roll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상사화 이성 -1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사화가 눈을 한 번 깜빡이면 거짓말처럼 손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습니다.
헛것을 본 걸까요?
상사화:...? (한순간 사라진 것만 같았던 손을 더듬인다. 헛것을 본걸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건 저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회중시계를 다시 한번 쥐고 주머니에 넣으려고 한다.)
사화는 회중시계를 주머니에 챙겼습니다.
상사화:(자명종을 한번 더 보면 이상한 일이 생길까 싶어서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벗어나 계단으로 돌아가는 와중 침실에서 흐느끼던 아이가 계속 신경이 쓰여 결국 한숨을 쉬고는 다시 침실로 돌아가 문을 열어 살펴보았다.)
문을 열면, 사화가 사라진 것도 모른채 아직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흐느껴 우는 견습 하인이 있습니다.
상사화:왜 아직도 울고 있어. 말 좀 해봐. (우는 하인 곁으로 가 어깨를 툭툭 건드린다.)
사화가 어깨를 건들이자,
견습 하인은 벌벌 떨며 이렇게 말합니다.
견습 하인: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제발,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 주인어른한테 비밀로 해주세요, 사화님...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희 다 죽을거란 말이에요. 주인님은 내일, 사람 하나를 제물로 바쳐서 괴물을 소환해낼 생각이세요. 그런데 그건 괴물이잖아요, 그건 괴물이란 말이에요...
주근깨 가득한 얼굴이 눈물로 젖어들어갑니다.
제물은 무엇이며 괴물은 또 무슨 소리일까요.
단순히 종이나 책을 태운 것 치고는 너무 절박한 표정입니다.
이윽고 그는 울면서 바닥을 기어와,
사화의 앞에 몸을 수그립니다.
견습 하인: 저는 죽고싶지 않단 말이에요...저는....
견습하인은 사화의 소매 끝을 잡으며 죽고싶지 않다고 절규를 토해내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합니다.
그 말이 무색하게도 그의 전신은 서서히 안개처럼 흐릿하게 변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이성 Roll
상사화:괴물이 뭔데? 뭐 제물로 바쳐지는 게 너야? (제 의문을 풀어주지 못한 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모습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견습하인이 있었던 자리의 뒤에는 집안 식구들을 그려놓은 거대한 액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설마,
저택의 하인이 사라졌다는게 이런 거였나요?
눈 앞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충격 때문인지,
거대한 그림이 오늘따라 더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예술 판정
상사화:
예술 Roll
기준치:
5/2/1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착각이었던 것 같네요. 하인이 사라지고 남은 그림이라 그렇게 느꼈나봐요.
상사화:뭐... 뭔데? (그림쪽으로 다가가 더 자세히 살펴본다.)
다시 살펴보면 일렉의 그림만 사라져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떨어진 그림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연스러웠던 그림은 일렉을 그린 부분이 떨어져 어딘가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상사화:(액자속 네가 사라진 곳을 더듬어보고는 불길한 느낌이 들어 침실에서 나와서 네 방쪽으로 달려간다. 굳게 닫혀있는 문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도련님, 티오 도련님.
아까는 분명히 닫혀있었던 것 같은데,
문이 열려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용인 한 명이 붕대를 들고 일렉의 침대 앞에서 벌벌 떨고 있습니다.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흰색 이불 위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선혈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일렉의 팔목이고,
그 작은 손에는 나이프가 들려있습니다.
설마,
자기 손으로 팔목을 그은 건가요?
이성 Roll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상사화:이게 무슨... (새하얀 이불에 흩어진 붉은 흔적에 놀란 것도 잠시, 네 팔에 그어진 상처에 더 눈을 크게 뜬다.) 뭐하는 거야? (성큼, 네 쪽으로 다가가 나이프를 쥔 손을 낚아챈다. 두 눈이 흔들린다.)
일렉티오 바시움:(이미 목적은 달성했기에 네가 나이프를 뺐어가는 것도 내버려두었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상사화:(제 몸을 직접 가르고서 저렇게 태연한 모습일 수 있나? 제 질문에는 대답하지도 않아 인상을 팍 찡그리고 네게 한쪽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춘다.) 뭐하는 건데? (그리고 네 팔목을 잡고선 상처를 살펴본다. 네가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으면 사용인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일렉티오 바시움:조금만 더 버티면 돼. (스스로 손을 베었음에도 어떠한 동요같은 건 없었다.) 괜찮으니까 난리치지말고.
사용인은 뭐라 말을 하려다 일렉의 눈빛에 도망치듯 방을 나섭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상처에 관해 자세히 캐물을 것 같아 일부러 말을 돌렸다.) 동요 듣고 싶어. 그 책 좀 갖다 줘.
상사화:버티긴 뭘 버텨. 직접 한 거예요? 아니.... (치료는 해주고 갔나? 다시 상처를 살펴본다.) 갑자기 무슨 동요? (책을 어디다 두었지? 생각이 들었지만 네 안위가 우선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안 깊어. (내버려두고 간 붕대를 스스로 손에 누르며 말한다. 말그대로 깊지 않은지 붕대에 핏물이 배어들다 멎는다.) 서재에 있던 동요책. 며칠 전에 가져왔잖아.
상사화:아 놔봐요. (네 손을 뿌리치고 직접 붕대를 대어 상처를 지혈한다. 어느정도 피가 멎었다 싶으면 깨끗한 붕대를 꺼내서 상처부위를 감싼다.) 자꾸 말 돌리지 말고. 왜 그랬어? (대답을 원하는 얼굴로 너를 바라본다.)
일렉티오 바시움:(깨끗한 붕대로 감싸진 상처를 잠시 내려보다 말한다.) ...그냥. 자기 싫어서 그랬어.
상사화:말이 되는 소리를 해. 자기 싫다고... 그러는 게 어딨어요. (답답한지 침대에 고개를 푹 묻는다.)
일렉티오 바시움:(너와 이 주제에 대해서는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책은 안 갖다 줄거야?
상사화:(다시 한번 올려다 본 네 얼굴은 말을 섞고 싶지 않은게 확연하게 보였다. 신경쓰지 않고 널 빤히 바라본다.) 무슨 일인지 얘기 안 해주면 안 갖다 줄 거야.
일렉티오 바시움:(단호한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가져오면 이야기해줄게.
상사화:...약속했어요. (네 고집은 잘 알고 있었으니 더 말해주지 않을 것을 알았다. 상처를 한번 더 흘끗 보고는 일어서서 조금 지친 발걸음으로 서재로 향한다.)
일렉의 부탁을 듣고 서재에 있는 동요집을 찾기 위해 복도로 나오면,
복도는 눈에 띄게 달라져 있습니다.
방금 전의 화려했던 복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썩은 나무의 끼익 소리가 들려오는 바닥과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슨 낡은 벽만이 남았습니다.
이성 Roll
상사화:(복도에 나서자마자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에 몸을 굳혔다.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이 낡아 있음을 과시하는 저택입니다.
저택 안은 조용합니다.
방금까지 청소로 소란스러웠던 저택은 마치 거짓말인 것만 같습니다.
이 저택엔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이 내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사화가 3층으로 올라와 왼쪽 복도 끝에 있는 서재의 문을 열면,
서재 역시 기억하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마치 10년 정도는 방치된 것만 같이 낡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책장의 끝에서 노년의 하녀장이 의연한 표정으로 책의 먼지를 닦고 있네요.
저택의 모두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사화는 반가운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는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더니,
탐사자에게 '마더구스' 라는 책을 건넵니다.
하녀장: 저택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구려. 사라진 사용인들은 찾았나?
상사화:(지금 이 상황에 동요가 중요해? 그렇지만 왜인지 네 방으로 다시 돌아가기가 겁이 났다. 너마저 낡아서 사라질 것 같아서. 그래서 대신 서재쪽으로 걸어갔다. 다시 한번 마주한 얼굴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익숙한 책을 건네박고 하녀장을 올려다본다.) 아니요. 이게 무슨 일이죠? 제가 악몽을 꾸고 있나요?
하녀장: 그렇군. 무슨 일을 겪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겠나?
상사화:(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쏟아져나온다.) 저택은 안개투성이고... 저택은 갑자기 낡아버렸지, 눈 앞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시계가 거꾸로 흘러가고... 작은 도련님은... (잠시 뜸을 들이고는) 직접 몸에 상처를 내지 않나.
사화의 말을 들은 하녀장은 잠시 고민을 거듭합니다.
그리곤 이 저택에 있었던,
적어도 '자신이 알고 있는' 일을 사화에게 전달해줍니다.
하녀장: 그래… 그랬구먼. 아마 저택의 주인님들이 관련된 일이겠지. 그분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종교에 빠져있다는 것은 내 잘 알고 있었다네. 그런데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분들을 모시며 충성을 맹세하는 자였으니 말일세. 사용인의 덕목은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이지 않는가. 하루하루 저택에는 이상한 책들과 문서들이 쌓여갔어. 그리고 주인어른께선 뜬금없이 도련님을 양자를 들이셨지. 그분들은 정말 자식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어. 그건… 마치 어딘가에 '쓸' 귀한 물건을 얻은 표정이었지. 분명 도련님도 무언가 관련이 있을게야.
하녀장은 그저 제 할 일을 하듯,
점점 흐릿해져 가는 손으로 책장을 한 번 닦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라져 가는 손을 가만히 쳐다보다,
덤덤하게 사화에게 낡은 공책 하나를 꺼내 건넵니다.
하녀장: 나는 떠날 때가 된 것 같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감세. 나는 죽기 위해서, 자네와 도련님은… 둘중 하나는 살기 위해서겠지.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니, 현명하게 선택하게나.
노년의 하녀장은 그 말을 끝으로 웃으며,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이제 사화의 앞에는 마더구스와,
처음 보는 공책만이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대체 이 공책은 무엇이며,
무어라 쓰여있을까요.
상사화:(마치 새벽의 안개가 햇빛아래 증발하는 것처럼 제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기억이 남기고 간 것을 바라본다. 사라지는 것에 의의를 두는가. 붙잡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을.... 떨리는 손으로 공책을 펼친다.)
사화가 공책을 몇 장 훑어보면 월 단위,
혹은 연 단위로 드문드문 그림과 함께 일기가 쓰여 있습니다.
어딜보나 일렉의 글씨체인 것 같네요.
이 저택에 처음으로 오게 된 날의 기록,
공부가 지루하다는 내용,
비밀 정원을 찾아냈다는 내용,
자신의 소중한 회중시계를 비밀정원에 묻어두었다는 내용,
자신을 돌봐준 사화에 대한 내용…
성장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중간 이상의 페이지부터는 더 이상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날짜의 일기가 벌써 쓰여있네요.
일렉이 언제 일기를 써서 서재에 갖다 놓기까지 한거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생각해볼 필요도 없어요,
오늘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어서 뒷장을 넘겨본다면 검은 크레파스로 규칙없이 마구 칠한 것 같은 기괴한 그림과,
얼룩이 져 번진 글씨의… 내일 일기가 있습니다.
불안함과 절박함이 묻어나는,
이 역시 도련님의 글입니다.
견습하인이 했던 말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며 머릿속이 혼란해집니다.
뒷장에선 1년후,
3년후,
4년후…
글씨체에서 성인의 티가 베어나는 9년후와 10년후의 일기까지 이어집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렉의 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 일기에 따르면… 그래요,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실체가 없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 의해,
일렉에 의해 다시금 만들어진 환영입니다.
어디 당신뿐인가요?
이 저택에 있는 모두가 허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렉은?
일렉은 대체 어떻게,
무엇을 만들어 낸 것인가요?
이제는 당신의 작은 주인과 이야기를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상사화:(아, 그제서야 갑작스럽게 시간이 흘러버린 저택도 비정상적인 그 모든 일들도 어렴풋이 이해가 갈 것 같았다. 제가 죽었던 사람이라.... 그것에 대한 충격도 잠시 금새 상황에 녹아든다. 읽던게 네 일기장이었던가. 더 꾹 쥐지도 못하고 제 발치에 떨어뜨린다. 네가 원했던 마더구스, 그 책 하나만 들고 다시 네 침실로 돌아선다.)
사화는 일렉의 방으로 향합니다.
이 저택은 뒤틀리고,
공간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모양새였나요?
이 저택은 이렇게 낡고,
병들어 있었나요.
일렉의 방문을 열면,
일렉이 아닌 누군가가 침대 위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미 그를 알고 있습니다.
어제 꿈에서 보았던,
탐사자가 안개 속에서도 끝까지 쫓아갔던 그 뒷모습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왔네.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한 그는 널 맞습니다.
성인의 얼굴이지만,
어린 도련님의 모습이 뿌옇게 겹쳐집니다.
그래요,
그랬습니다.
'나'와 이 저택의 허상을 만들어 낸 건 당신이에요,
일렉티오 바시움.
상사화:(한 손에는 여전히 동요책을 꼭 쥐고 너에게로 다가간다. 한걸음, 한걸음. 뒤죽박죽인 머릿속을 굳이 정리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를 못찾았다. 침대 곁에 선다. 어제까지-아니, 어제가 맞나? 제 기억속에 선명하게 존재하는 네 어린 얼굴을 담은 모습을 그저 슬프게 담아낼 뿐이었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데?
일렉티오 바시움:글쎄.. (네 손에 들린 동요책에 시선을 두다 다시 너와 시선을 마주했다. 10년이었다. 10년은 아주 긴 시간이었고. 광기에 사로잡혔던 시간을 지나 다시 마주한 과거의 파편. 그 파편은 모래와 같은 것이었다. 손에 쥐고 싶어서 자꾸만 흘러내리는.) 묻고 싶은 건 그것 밖에 없어?
상사화:(10년- 그래, 10년이면 짧은 시간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10대의 아이가 견뎌낼 것이 아니었다. 그랬으면 안되는 거였다. 부서지고 부서져서 결국엔 작은 모래알이 되어버린 기억을, 형체도 불분명한 것을 손에 쥐고 싶었던걸까. 분명 그 모습은 누군가와 닮아있었기 때문에 왜인지 서글퍼져서 금새 붉어진 눈가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물으면 얘기해주려고? ..왜 그랬어. 왜 나는 멀쩡하고? 괴물은 뭐고 제물은 뭐야.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제 일기장을 읽은 것을 알지 못했기에 어디까지 아는지 구체적으로 몰라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미 알 것 같지만, 여기 있던 사람들은 10년 전에 다 죽은 사람이야. 원래는 내가 죽었어야했을텐데. (말하는 목소리는 꽤 담담했다. 물론 죽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여유롭지 못하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고아원에서의 삶을 벗어나고 싶었고, 이끌리듯 도착한 곳이 이곳이었다. 그 끝에 죽음이 있었던 것은 변함없었지만. 어린시절에는 알지 못했었다.) 주술에 문제가 생겼고 결과적으로는 혼자 남게 되었어. 10년 동안 방법을 찾았고 그게 이거야. 그가 마지막 7일이 되는 자정까지 잠들지 않고 이 환각을 유지하면 모두를 살릴 수 있다고 그랬어. (네가 묶어준 붕대를 내려본다. 그걸 위해 손까지 그었지만, 그것만으로도 7일 동안 잠들지 않고 정신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것도 실패해서 너만 남게 되었지만, 그러니 너라도 살아줘. 상사화. 내 노력이 헛되지 않게.
일렉은 자명종 시계를 봅니다.
아까 거꾸로 돌아갔던 귀빈실의 시계와는 달리,
시침과 분침은 정확히 돌아가며 1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일렉은 침대에 기대,
감길 듯 감기지 않은 눈으로 천천히 이야기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아, 그 자장가는 불러주지 마. 들으면 이젠 진짜 잠들 것 같아. 그냥 이야기나 좀 해줘.
…이제는 결정해야 해요, 상사화.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작은 주인이 10년간 그토록 원했던 일을,
당신이 비로소 이뤄준 후 그의 마지막을 지켜볼지.
그를 모시는 자로서,
또 한 번 밤을 샌 작은 주인이 사라지지 않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이제는 편하게 잠자리에 들게 해줄지 말이에요.
상사화:그 이야기는 알고 있어, 아까 네 일기장을 읽었으니까. ......7일이 되서 모두가 살아나면 너는? (아니, 애초에 사람이 7일동안 밤을 새고 멀쩡히 있을 수 있나? 제가 바라보고 있는 건 죽기전 마지막 기억속에 존재하던 어린 네 모습일까, 아니면 내가 놓쳤던 너의 10년일까. 흘러간 기억 조각들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네가 나를 생각해주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하는 거네. 당신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나의 작은 주인님.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탈진감이 들어 네 곁에 앉았다.)
일렉티오 바시움:일기장.. 읽었구나. (잠들지 않은 몸은 정신까지 쉽게 나약하게 만든다. 이미 한계치까지 밀어붙여진 몸은 아주 조금만 느리게 눈을 깜빡여도 곧 잠들 것 같았다. 시간을 느리게 흘러가게 할 수 없는 만큼 그저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었다.) 너도 사라지면 여기 다시 혼자 남게 되잖아.
상사화:(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모습에 다급하게 말을 이어간다.) 그러니까 도련님은 어떻게 되냐구요. (네가 혼자 남아 우리의 죽음을 짊어져 살아가던, 제가 다시 살아나서 새 주인을 만나 삶을 이어가던. 그것보다는 네 안위가 중요했다.)
일렉티오 바시움:나도 몰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광기에 빠져 그저 사용인들을 되살릴 생각에 빠져있었을 뿐. 그 이후의 미래나 실패한 후의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이것이 아편이 아닌 환상이기에 더 했다. 그 무엇도 내게는 비슷한 이야기였다.)
타들어가는 당신의 마음과 달리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선택해주세요.
상사화.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상사화:싫어.... 같이 있겠다고 하면 도와줄게요, 그러면 살게. 혼자는 싫어. 당신을 혼자 보내는 것도 싫어. (처연하게 눈물만 뺨을 타고 흘러 침대를 적셨다. 그 어디에서도 소속되지 못한다고 느꼈던 본인은, 종속되는 것에 안정감을 느꼈다. 두려움에서 도망쳐 간신히 찾은 안식처를 쉽게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일렉티오 바시움:글쎄... (어차피 모두가 사는 그런 해피엔딩은 동화책 속에나 있는 것이었다. 현실은 그보다 냉혹했다. 서늘한 고아원을 벗어나 마주한 대저택의 밑바닥이 이렇듯.)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티면 너는 살 수 있겠네. (시계 속 흘러가는 시간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이제 결정했나요?
어떻게 할 건가요?
상사화:그만, 그만. 나한테 그런 결정하게 만들지마. 그냥 붙잡으면 곁에 있어주는 것, 그정도면 충분했는데..... 왜 이런 선택까지 나한테 맡겨? (다급하게 양 손으로 네 어깨를 붙잡는다.) 이제 어린아이 아니잖아요, 도련님. (아니, 네 시계는 우리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멈추었으니 사실 그 모습 그대로일까. 그렇지만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지금의 네가 자신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왔을지도 모르지.) 살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멋대로 살려내고 혼자 사라질려고? (싫었다. 죽음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도. 해피엔딩을 보지 못한다면, 그래도, 적어도. 새드엔딩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빤히 눈을 마주한다.) 잘 시간이에요, 내 작은 주인님. 이제는 정말로 잠들어야해요. 이번에는 푹 주무실 수 있을 거예요.
사화는 생각보다 아이들을 좋아하더라...... 그리고 일렉이 애가 되도 사화가 일렉한테서 종속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그런데 예전에는 저런 상황이면 당연히 사화가 재우고 일렉 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전 시날들도 다 그런 플로우였고) 뭔가 이번에는 탐사자로 와서 그런지.... 아기 일렉이 좀 더 순진해서 그런 건지, 광기걸린 모습에서 자기 자신을 본건지 (....) 선뜻 그러지를 못하더라......... 다른 사람이 선택해서 누가 불행해지면 그 사람을 원망하면 되는데 본인이 그런 선택하는 건 참 무서워해요. 그래서 이번에도 저렇게 많이 울었나봐. 날만 세웠지 속은 겁쟁이...
일렉.... 얌전한 일렉은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얌전한 일렉 진짜 마구 쓰담쓰담 하고 안아주고 싶었다 진짜....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