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피곤함이 갑자기 극심히 몰려올지도 모르겠어요.
전혀 기쁘지 않은 일에, 당신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기뻐하다니.
아니.
모두는 아닙니다.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상사화입니다.
봐요.
지금조차.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일렉티오 바시움:(가문의 명성. 그들에게는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을테니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들떠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제게는 딱히 다를 바 없는 날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고. 가라앉은 표정으로 저를 응시하고 있는 네 시선을 마주 본다.) ..할 말 있어?
상사화:....(인상을 쓰고 너를 바라보다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곤 너에게 다가간다. 불규칙적이고 다소 무거운 발음걸이에서 화난 기색이 여력했다.) 어떤 기분이야? (가까이 다가서면 떨리는 손으로 네 옷매무새를 매만진다. 그래도 내일은 너에게 한 번뿐인 결혼식일테니.)
일렉티오 바시움:(걸음거리에 격양된 감정이 선명히 전해진다.) 글쎄... 어떤 기분이길 바라? (옷을 정리해주는 네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는 거울 너머로 시선을 마주하며 묻는다. 이미 네 기분이 진창을 뒹구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그렇게 물었다.)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상사화:나빴으면 좋겠어. 불쾌했으면 좋겠어. 너 이렇게.... (잠시 입술을 꾸욱 닫았다가 연다.) 구속되는 거 안 좋아하잖아. (나쁘지 않다는 말에 매만지던 손을 멈추고 너를 올려다본다. 모두가 축하해야할 자리에서 정작 본인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으로 너를 시선에 담을 뿐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모두가 축하하는 결혼식의 전날, 그것도 제 주인의 결혼을 저주하는 사용인이라니 제법 우스운 일이었지만 둘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야. (어차피 결혼은 해야하는 일이었고, 단지 그것이 지금 이루어지는 것 뿐이었다. 그건 너도 알고 있지 않냐고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지금의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안 해도 괜찮잖아. (그 사람이랑. 목끝까지 차오른 마지막 말을 차마 내뱉지는 못했다. 이 순간 절 바라보는 네 눈에는 저를 향한 걱정이나 생각이라던지 전혀 없어 보였으니. 하기야, 고용인과 주인일 뿐인 관계에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무엇을. 구겨진 얼굴에는 어떤 감정을 담고 있었는지 확실하진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용인: 일렉티오 바시움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방문을 두드리고 사용인이 다가와 알리면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야겠네.
그래요, 내일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가야죠.
/desc 정말이지, 벌써부터 피곤해질 것 같습니다.
-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상사화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숨통이 트일 만한 구석을 선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 오랜만일세, 일렉티오!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에스트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언제부터 제게 관심을 보였다고. 쓸데없는 소리나 늘어놓는 자리가 불편했다. 잘 정돈되어 있던 타이를 조금 당겨 풀고는 아는 척을 하려던 사람들을 지나친다. 굳이 제가 말을 섞을 필요도 없는 이들이었다.)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당신을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인사하려는 셈일까요.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지만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대인기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순순히 놔줄 생각이 없는 주변에 결국 짜증을 드러낸다. 어차피 제가 굽히고 들어가는 혼사도 아니었으니 감춰야할 이유도 없었다.) 쓸데 없는 소리나 하려면 귀찮게 하지말고 술이나 마셔.
위협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무섭습니다...
결혼을 앞둔 새신랑이 이렇게 성격이 나빠서야!
사람들은 애써 웃음을 유지하며 돌아섭니다.
홀을 살펴보면 저 먼 발치에 있는 결혼 대상 집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에스트 가.
문득 당신은 에스트 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가장 명예로운 집안!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했죠.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상사화:(네가 화를 내며 사람들을 돌려내는 모습을 보면 피식 웃음을 내뱉고 너에게 다가선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들어낼거였으면 왜 애초에 정략결혼이란 것에 승낙을 한건지.) 불편해보이네. (결국은 네 곁에 나서서 이 자리까지 왔지만 기분 나쁘다는 표정은 숨기지 않았다.)
곁에 선 상사화는 에스트 가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당신의 친척이 다가와 웃으며 잔을 건네는 순간에도요.
친척: 인사해야지. 이제 사돈인데 말이야.
친척은 에스트 가 쪽으로 짧게 고갯짓 하고는 웃음을 띄며 멀어집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잔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말한다.) 알아서 할테니 신경은 끄시지요.
상사화:(멀어진 등을 한껏 째려 본다.) 인사하지 말고 나랑 나가자.
일렉티오 바시움:(에스트 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흘긋 보긴 했지만 그 정도였다. 어차피 앞으로 가족이 된다 하더라도 함께 무엇을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시선을 거두고 널 바라본다.) 그래.
당신이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상사화는 금방 기분이 좋아보이는 기색입니다.
그저 자신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기쁜 모양입니다.
저렇게 단순해서야.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안 들 수도 있습니다.
저 애정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사실은 당신도 알 테니까.
어쨌든 당신은 내일 결혼을 할 몸입니다.
이런 식의 과도한 애정은 두 사람에게 좋은 결말을 내놓지 못할 겁니다.
시간은 밤 9시고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달빛을 등지고 문득 상사화가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명백한 춤 신청입니다.
상사화:...같이 춤이나 출래?
어쩌면 간절할지도 모르는 그 목소리 끝이 약하게 떨렸을지도요.
손을 잡아주는 게 어때요.
그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일렉티오 바시움:(맑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은은하게 흘러드는 음악소리와 상대의 얼굴을 비춰주는 달빛. 어쩌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말할 수 있는 밤이었다. 내밀어진 손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묻는다.) 춤을 배워본 적은 있어?
상사화:확인해보고 싶음 같이 추던가. (잔잔한 음악, 그 사이로 들려오는 밤하늘의 지저귐.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대신에서 비추는 달빛아래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마음 속으로 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일렉티오 바시움:(느긋히 손을 뻗는다. 허공에 띄어진 네 손을 지나 밤바람에 살랑이는 네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내려다본다.) 다음에. (소란스러움을 벗어나기 위해 너와 함께 나온 것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너와 춤을 출 이유는 없었다.)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 여기 계셨군요, 일렉티오 바시움님. 알레아, 알레아 약타 에스트!
아, 에스트 가의 사람입니다.
그의 부름을 받고는, 곧 한 아리따운 여인이 모습을 들어냅니다.
: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정중하게 당신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마저도 귀족답네요.
알레아 약타 에스트:들어갈까요? 밤바람이 차갑네요. (네게 손을 뻗는다.)
일렉티오 바시움:(미리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혼담을 주고 받을 때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이를 처음 만나는 곳이 결혼식 전날이라니. 아직 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 가문과 척을 지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다. 얼굴은 제법 나쁘지 않다 생각하며 뻗어진 손을 맞잡고 제법 귀족다운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에스코트한다.) 에스코트할 영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사화:(제 귓가에 닿는 네 손길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표정으로 널 바라본다.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마주한 불청객들을 죽일 듯 노려보는 것도 잠시, 꽤나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 그리고 저의 손을 지나쳐 마주잡은 두 사람의 손을 얼빠진 얼굴로 바라본다. 가지마, 가지마. 제발. 가지마. 소리없는 말들이, 비명이 될뻔한 아우성이 입 속 안에서만 맴돌았다.)
에스트 가를 에스코트 하며 무대로 들어섭니다.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
알레아 에스트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상사화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알레아 에스트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찰나입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속삭임.
알레아 약타 에스트:당신의 친구가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습니다.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 쪽은 썩 달갑지 못하니까.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친구라... 눈이 있다면 다시 제대로 봐. (배워온대로 옮겨지는 스텝사이로 주고받는 말은 어차피 둘을 제외하고는 듣지 못할테니 편하게 말했다.) 그리고 사심이 섞여있다고 한들, 너와는 상관없는 일인데. 어차피 가문끼리 정한 혼사에 네가 뭘 하던지 관심두지 않을테니, 내게도 그래줬으면 하고. (그게 서로 편하잖아. 가볍게 옮겨지는 걸음 위로 떨어지는 말은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
타이밍 좋게 춤이 끝납니다.
당신의 말을 들은 미래의 배우자는 한번 눈썹을 찡그리기만 할뿐, 금새 미소를 짓습니다.
정중히 인사한 그녀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당장 내일 부부가 될 사이인데 더 함께해주지도 않는다니.
기분이 좋진 않네요.
나면 돌아갈 시간입니다.
파티도 어느 정도 끝무렵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심지어 상사화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사화가 당신을 붙잡는 건.
왜 저리 애달픈 표정인지.
왜 저리도 서글픈지.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사화가 너무나 간절하게 말합니다.
상사화:결혼하지마.
결혼하지마, 제발.
그냥 제 곁에 있어주세요.
정말이지 이토록 절박한 목소리가 있던가?
계속 읊조립니다.
내 곁에 있으면 되잖아.
한 순간만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마, 상사화. (고작 사용인의 신분으로 네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결혼을 말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만 비틀린다.)
그런 매달림 끝에서야 상사화는 조용히 당신을 놔줍니다.
말 한마디도 없이 먼저 등을 돌려 사라지는 게 아닌가요.
어째서인가 그 뒷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깁니다.
심란함을 안은 밤이 지나갑니다.
이제 곧 당신은 식장에 가게 될 것입니다.
그 곁에 설 이는 상사화가 아니죠.
무슨 일이 일어난대도.
-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상사화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축하.
축하라.
축하 받을 일이던가요, 이게.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상사화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에스트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이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준비를 마치고 도착한 곳은 결혼식의 분위기라기보다는 장례식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조용하고 서늘한. 무거운 공기에 안을 들어서다 소란스러운 홀에 곧장 걸음을 옮겨간다.)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에스트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알레아의 시체입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이제야 초상집같던 분위기를 이해한다. 시체를 내려다보는 시선은 예비 신부를 보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무감각했다.)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경찰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검거하는 가운데 바로 그 경찰에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어차피 결혼식이 파토났으니 그 뒤는 다시 가문끼리의 일이었다. 제가 이곳에 있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고 굳이 궁금한 것도 없기에 걸음을 돌려 저택으로 돌아가려한다.)
돌아서려는 순간 경찰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정말 심각한 얼굴입니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경찰: 아, .... 바시움 씨. 혹시 상사화를 아십니까?
일렉티오 바시움:(돌아가려는 길을 가로막고 묻는 것에 불만스러운듯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저희 집의 고용인인데, 문제가 있나요.
경찰: 아....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사용인들이 말하는군요. 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정원사가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상사화와 비슷하다 증언하길래 말입니다. 혹 오늘 상사화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일렉티오 바시움:그래서 그가 유력한 용의자이니 위치가 어딘지 말하라는 것 같은데... (삐딱하게 시선을 마주하고는 말한다.) 모릅니다. (더 묻지 말라는 뜻으로 아예 걸음을 옮겨 저택 밖으로 나선다.)
경찰: ...알겠습니다. 귀가하는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상사화를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알레아 에스트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무어라 위로의 한 마디라도 전함이 좋을까요?
일렉티오 바시움:(딱히 위로의 말 같은 것을 전하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이제는 남과 같은 사이. 더 볼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고 시선을 무시하고서 마차에 오른다. 이곳에는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당신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이만 자리를 뜨고자 하여 에스트 가의 저택을 나설 경우,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에스트 가 저택 한구석에 있는 풀숲 속.
일렉티오 바시움:(무시할 수 없을만큼 강한 시선이 느껴지는 풀숲 쪽을 빤히 본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하얀 무언가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포착합니다.
-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결혼 대상이.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나요?
일렉티오 바시움:(괜찮지 않을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괜찮든,
괜찮지 않든,
지금 이 상황에서 상사화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장 경찰이 한 말만 봐도 말이에요.
상사화와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는 가운데 창밖으로부터 상사화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과 제 가족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상사화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심부름을 다녀왔노라 답하는 게 시야에 잡힙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열린 문 사이로 떠들썩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본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는 그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만 남을 뿐입니다.
문득 창문 너머로 상사화와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속을 알 수 없는 저 분위기…….
사화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상사화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내에 주문 받은 물건을 사러 나갔고, 그 위치는 에스트 가 저택과 정반대에 있습니다.
물건을 산 영수증과 구매한 상인까지 증인으로 내세우자 의심스러운 낯을 하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그럼 그렇죠.
상사화가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왜이리 찝찝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상사화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상사화는 부드럽게 웃을 뿐입니다.
평상시 짓던 그 표정입니다.
언제나와 같이.
다를 바 하나 없이.
당신을 애정하고 있습니다, 저 눈빛은.
일렉티오 바시움:(마주한 시선 속 이질적인 감정이 느껴지던 것도 잠시였을 뿐, 평소와 같은 눈빛이었다. 함께 한 세월이 오래된 만큼 바라보는 시선 속 담겨있는 네 감정을 모르진 않았다. 그러나, 네 감정을 안다고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분이라는 건 단지 한 사람의 감정으로만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상사화:(방으로 돌아서선 빤히, 변함없이 무엇을 갈구하는 듯한 눈빛으로 네 시선을 마주한다.) ...왔네. 별일 없었어? (가만 너의 반응을 살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를 수 없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장식물을 건들이며 네 시선을 비껴낸다.) 글쎄.. 일단 오늘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 (딱히 특별한 일은 없다는 듯 여상한 태도로 말했다.)
상사화:아무렇지도 않나봐. (네 대답을 들은 표정에는 안도의 미소가 살짝 걸렸을까.) 잠깐 차라도 타 올게.(너를 한번 올려다보고는 밖으로 나섰다.)
문득 상사화가 짐을 남기고 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차피 다시 오긴 하겠지만 삐죽 튀어나온 신문은 신경 쓰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어차피 누구와 하는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말그대로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집안의 이득을 위해, 가문의 명예를 위해 이어지는 결혼이었을 뿐. 상대가 당일에 죽은 것은 예상에 없던 일이지만, 겨우 어제 하루 얼굴을 본 이를 위해 애도할 생각은 없었다. 밖으로 나서는 널 흘긋 보고는 네가 두고 간 짐 사이 튀어나온 신문이 신경쓰여 손을 뻗어 펼쳐본다.)
신문을 꺼내보면 1면부터 에스트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알레아 에스트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일렉티오 바시움:쓸데없이.. (신문을 쓰는 사람이 어지간히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신문을 넘겨본다.)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일정 페이지에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명단을 보면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상사화:(누구와 하는 건 중요하지 않는다라. 네 마지막 말을 곰곰이 곱씹으며 복도를 가로질러 부엌으로 향했다. 네가 신문을 보고 있는 사이에 찻잔과 주전자를 챙겨와 테이블 위에 올려 둔다.) 결혼하게 되면 평생 보게 될 거잖아. 어느정도는 상대가 마음에 들어야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일렉티오 바시움:(사망자와 실종자의 이름들을 보면 이유없이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신문을 덮어버린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찻잔에 차를 따르고는 잔을 들었다.) 공식석상을 제외하고는 굳이 같이 살아야하는 것도 아니니까. (한모금 마신 차를 내려놓고는 널 바라본다.) 내 마음에 드는 상대가 존재할 것 같아?
상사화:세상에 사람이 몇인데 한명즈음은 있겠지. (잔을 향한 네 손길을 잠깐 바라보다가 너를 가만 올려다봤다.) 같이 살아온 생활이 몇년인데 네 취향은 아직도 모르겠네. 나 정도면 너와 꽤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잠깐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입을 뗀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결혼하려고?
일렉티오 바시움:(자신 정도면 꽤 괜찮지 않냐고 말하는 모습에 얇은 입술 위로 조소가 걸린다. 네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적어도 동등한 지위를 갖는 배우자와, 주인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사용인에는 차이가 있잖아. (흐린 녹안에 선명히 제 모습이 담겨드는 것을 보고는 이어 말한다.) 너라고 말해주길 기대했어? (너와 내 신분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듯 비웃음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어차피 마음에 드는 상대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거니까. 결혼은 정해주는대로 다시 하겠지.
상사화:주인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사용인... (조용히 네 말을 읊는다. 저까지게 뭐라고 이런 감정까지 품게 되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속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멈출 수가 없었다. 네 질문을 들은 순간 일순간 표정이 구겨졌다.) .......그럴리가. (결국은 시선을 피해버리고 애써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내일 에스크 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일렉티오 바시움:(구겨진 표정에 네가 기대한 것이 무엇인지 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랬던가? 뭐, 그런 일이라면 네가 더 잘 알겠지. 그런데?
상사화:취소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오는 것 같더라. ....잘 된 일이지. (뒷말은 거의 저 자신에게 말하는 듯 작게 중얼거리고는 자리를 나섰다.) 밤이 늦었네. 잘 자.
당신이 무어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사를 한 뒤 나갑니다.
닫힌 문 너머 상사화가 무슨 표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오늘은 이상하게도 잠이 통 오질 않습니다.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것을 밤잠 설치던 당신은 발견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었다. 눈을 몇번이나 감았다떠도 변하지 않는 시간에 고민하고 있을 무렵, 밖에서 스쳐지나는 빛에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선다.)
복도로 나가면 끝에 위치한 상사화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 있습니다.
안 자고 여태 뭘 하는 걸까요?
일렉티오 바시움:(복도 끝 불켜진 방의 모습에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상사화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이 늦은 밤까지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리는 하고 살라 잔소리를 해야 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상사화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방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수첩을 들어 읽어본다.)
살피면 이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왜?
일렉티오 바시움:(분명 모르는 이름인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낯설음에 가만히 이름을 보며 생각해본다.)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것이 신문에 적힌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잘 생각해보면 낮에 보았던 신문에 적힌 이름과 같음을 깨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생각은 왜 이게 굳이 네 수첩에 적혀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수첩을 넘겨본다.)
수첩을 넘기면 가장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알레아 약타 에스트.
일렉티오 바시움:(아침에 시체로 발견되었던 정혼자의 이름을 신문에 적힌 사망, 실종자의 이름과 같은 곳에서 발견했을 때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까. 그것이 네 시종의 수첩에서라면. 수첩을 덮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탄피입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발에 걸린 탄피를 주워들고 빤히 본다.) 최근에 총을 쓸 일은 없었을텐데.
어디서 굴러온 걸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어디서 굴러온걸까. 탄피가 굴러왔을 방향을 생각하며 바닥을 살펴본다.)
근원지를 살피니 침대 밑입니다.
사화가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 걸까요?
그러나 찝찝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어차피 주인은 나니까. 멋대로 침대 아래를 살펴본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노트 한 권을 발견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노트를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펼쳐본다.)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거미 그림.
옆에 적힌 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자.
문득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일어나면 상사화가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잠옷 차림의 사화는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팔은…….
온갖 상처로 가득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상사화:...뭐하고 거야. (네 시선을 온전히 받아내면 서둘러 겉옷을 챙겨 입지만 당혹감을 숨기지는 못했다.) 주인이라고 해도 이렇게 남의 방에 멋대로 오면 어떡해. 나가줘.
일렉티오 바시움:(노트에 적혀있던 내용을 보다 들려오는 발걸음에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둔다. 놀란 네 얼굴을 보다 팔에 가득한 상처에 네 겉옷을 당겨 벗겨낸다.) 주인이니까 너도 내 건데. 네 방이라고 다를 게 있어? 이건 뭐야.
상사화:(닿는 손길에 몸을 움츠리고는 들어난 팔을 몸 뒤로 숨긴다.) 신경 쓰지마. 언제는 신경 썼다고 그래. (순간 언성이 높아질 뻔하다가 입술을 꾹 다물고 너를 올려다본다. 상처가 그렇게 많은 건 팔 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그러면- 내가 네 것이라면 마지막 순간에도... 내 곁에 있어 줘.
일렉티오 바시움:(팔을 몸 뒤로 숨기는 것에 네 팔목을 잡아 당겨 흉터들을 눈에 담는다.) 신경쓰지 말고 네 곁에도 없는 편과 신경이라도 써주고 곁에 있는 편 중에 후자가 낫지 않아? 네가 마지막까지 내 것이라면 생각해볼게.
상사화:(멋대로 붙잡힌 손길을 뿌리치고는 너를 조용히 올려다본다. 그러면 이렇게 내 감정이 커지게 냅두지 말았어야지. 바라봐 줄 것도 아니면 아예 신경쓰지를 말아야지. 올려다보는 흐린 녹안은 그렇게 묻는 듯했다. 다른 대답없이 너를 끌고 제 방 문앞에 데려간다) ...이만 자러가. 아침에는 바쁠 거야.
일렉티오 바시움:(방문 앞까지 데려가면 순순히 따라 나선다. 어차피 잠도 오지 않는 밤 불빛에 이끌려 온 것이지, 굳이 뭘 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다. 네 방의 문이 닫히기 전 몸을 돌리고 제 방으로 돌아간다.)
뒤에서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침이 옵니다.
-
결혼식 다음날의 동이 텄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에스트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가족들의 분위기를 보면 좋지 못합니다.
좋을 수 있을리가요.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물론 자식의 혼사가 망쳐졌다는 사실이 더해 더더욱 초상 난 분위기일 겁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바쁘지만 고요한 저택의 분위기가 제법 나쁘지 않았다. 가족이 될 뻔 했지만, 되지 못한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사용인의 손길에 따라 준비를 갖춘다.)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부엌부터 가본다.)
하인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이 속닥속닥.
일렉티오 바시움:(제가 온 줄도 모르고 음식준비로 바쁜 주방 속 주고받는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듣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하인1: 에스트 가 사람들이… …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알레아 에스트 씨가 마지막 ……였다더라.
하인2: 그럼 뭐야? 그 부부만 ……거야?
하인1: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긴 했다는데 전부 ……면 대가 ……는 거겠지…….
일렉티오 바시움:(제 주인이 듣는지도 모르고 상대 가문에 대해 입을 놀리는 하인들을 기억해두고는 부엌을 나와 휴게실로 간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비어있는 휴게실을 둘러본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에 띄는 것은 탁자와 벽난로 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눈에 띄는 탁자부터 살펴본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자 신문이네요.
일렉티오 바시움:(테이블 위 신문을 펼쳐 읽어본다.)
신문을 살필 경우, 1면에 알레아 약타 에스트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상사화.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입니다.
상사화.
일렉티오 바시움:(결국 집까지 방문해 알리바이를 받아간 경찰은 의심을 지우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네 이름이 선명히 적혀있는 것을 보면. 신문 위에 쓰여진 네 이름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쓸어보고는 신문을 넘겨본다.)
다음 페이지는 다른 내용들 뿐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쓸데없는 내용들로 가득한 신문을 들고서 벽난로 앞에 선다.)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종이조각을 꺼내 본다.)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이성 확인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변동 없음.
일렉티오 바시움:(신문을 벽난로에 던져넣고 종이조각들을 다시 살펴본다.)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습니다.
…전염을 통한… 지배…….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일렉티오 바시움:(거미그림까지 보고나면 더 볼 것이 없는 듯해 종이조각을 다시 벽난로에 던져둔다. 그리고는 뒷마당으로 나선다.)
벽난로를 보고 지나칠 때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어디 책에서 뜯어온 듯한 종이 한 장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방을 나서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카펫 아래에서 보이는 종이에 몸을 숙여 종이를 꺼내 본다.)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부 지역입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암호처럼 보이는 글자들을 살펴본다.)
교육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교육
기준치:
50/25/10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떤 내용인지는 몰라도 필체는 사화의 것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익숙한 상사화의 필체에 알아보지 못하는 종이를 보다 마찬가지로 벽난로에 던져두고 뒷마당으로 나선다.)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는 상사화가 있습니다.
상사화:(죽은 꽃들을 골라내는 손길을 잠깐 멈추고 너를 바라본다. 새벽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좋은 아침. (잠시 말을 고르다가 잔잔히,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꽃이 예쁘지?
일렉티오 바시움:(꽃들을 골라내고 있는 널 보다 가까이 다가간다.) 기분이 좋아보이네.
상사화:딱히.... (네가 다가오면 정리한 꽃들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곧 손님이 오시니까 꽃을 선물이라도 해드릴까 해서.
그저 잔잔한 대화 끝에 상사화는 문득 당신을 응시합니다.
말없이 한참이나.
그 눈에 깊게 박힌 애정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맹목.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상사화가 입을 엽니다.
상사화: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날 만나러 와.
무슨 뜻이죠?
일렉티오 바시움:(침대 밑에 권총은 언제 챙겼는지. 그걸 들고 오라는 말에 가만히 널 바라본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상사화:(시선을 그저 잔잔히 마주할 뿐이었다.) 그냥,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돼.
의중을 묻는 당신에게 더 의미 모를 문장만 전달할 뿐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요.
뭘 의미하는 이야기인가요?
상사화는 꽃다발을 들고 자리를 떠납니다.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인이 찾아와 가족분들이 먼저 응대할 테니 잠시 방에 가 있으셔도 된다고 이릅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
탕.
총 소리가 울렸습니다.
명백한 총 소리입니다.
근원지는 현관.
일렉티오 바시움:(현관 쪽에서 들리는 총소리에 뒤로 돌아 다시 현관으로 간다.)
현관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상사화가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상사화를 응시합니다.
상사화의 손을 보면, 그래요.
리볼버.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바닥에는 에스트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이성 확인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꽃다발과 리볼버를 들고서 서있는 상사화. 경악하는 사람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다.)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피가 튄 뺨을 든 상사화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쩐지 이 현상이 익숙한 얼굴.
웃는 낯에는 슬픔이 번져 있습니다.
숨을 뱉은 그가 소리 없이 발음한 건 당신의 이름입니다.
티오.
티오.
상사화: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누군가 외칩니다.
날카로운 비명입니다.
살인자! 살인자야!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상사화를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상사화는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간절하던가요.
절박했던가.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상사화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상사화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상사화를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상사화가 입을 벙긋댑니다.
권총.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나를 만나러 와.
마침내 연행되는 상사화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살인마.
사화가 살인마라니.
어떻게 할까요, 일렉.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오롯이 모든 걸 결정할 텐데.
일렉티오 바시움:(살인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것이 제 눈 앞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살인자로 보는 다른 이들과 달리 그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으니. 그럼에도 네 주인으로써 책임져야하는 것은 있기에 권총을 찾으러 네 방으로 간다.)
상사화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일렉티오 바시움:(발견한 권총을 챙기고 그보다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상자를 꺼내 열어본다.)
꺼내 뚜껑을 열려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 할까요?
일렉티오 바시움:(단 하나의 숫자.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다이얼을 돌려 6에 멈춘다.)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낡은 양피지를 펼쳐 확인해본다.)
종이를 펼치면 <시간을 돌리는 주문>이 적힌 상태입니다.
그 방법은 타살.
자신에게 주문을 건 술자가 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 시간이 특정 지점-최대 한 달 전으로 돌아간다.
술자가 죽인 이들은 돌아가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과거에 도달해도 여전히 죽은 사람이 된다.
이 과정에서 얻은 상처 또한 그대로 육체에 보존된다.
고로 타살이 아닌 자살을 할 경우 술자 또한 시간을 돌리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다.
....이게 대체 뭐죠?
이성 확인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이성 -3
잠깐, 그러고보니 상사화가 뭐라 했죠.
방아쇠를 당신이 당겨주길 바란다 했던가요.
일렉티오 바시움:(타살, 상처. 이것이 지난 네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떠오르는 상사화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
설마.
설마.
일렉티오 바시움:(가리던 상처가 이것 때문은 아닐까. 자연히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요.
유치장으로 가면 사화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분명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겠죠.
일렉티오 바시움:(리볼버를 잘 챙겨들고 유치장으로 향한다.)
상사화가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조용히 향합니다.
당신이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철창살 너머에 앉아있는 상사화는 그저 웃고 있습니다.
왜 웃는 걸까요.
웃을 상황이던가요, 이게.
상사화:총은 가져왔어?
일렉티오 바시움:(웃고 있는 네 모습을 가만히 본다.) 좋아보이네.
상사화:...방아쇠를 당겨줘.
일렉티오 바시움:그렇게 해서 내가 얻는 게 존재해? (방아쇠를 당겨 네 숨을 앗아가면 제게도 살인죄가 뒤집어씌워질까. 신문은 화려한 치정극에 열을 올릴텐데.)
상사화:당장은 모르겠지. 그래야해, 그렇게 될거야. 그러기 전에 하나만 묻자. (미소를 거두어 내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무엇이든 네게 보여주기는 싫었다.) 나는 너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어?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일렉티오 바시움:(어차피 시간은 되돌려질테니 상관이 없다는 걸까. 고개를 숙인 네 모습을 보다 대답대신 리볼버를 꺼내든다. 주변에 있던 이들이 달려와 말리기 전 방아쇠를 당겼다.)
상사화가 눈을 감습니다.
기꺼운 표정입니다.
이 순간이 너무나 익숙한 표정.
당신이 꺼낸 권총에 놀란 경찰들이 뛰어와 제압을 시도하려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탕,
소리와 함께 그대로 총알이 상사화의 심장을 관통하고…….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
-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밝은 햇살 아래 눈을 뜨면 익숙한 방이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잠깐, 사화는 어디 있죠?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간 거예요?
일렉티오 바시움:(정확히 한 달 전으로.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저택 안은 분주하지도 않았다. 보이지 않는 네 모습에 지나던 사용인을 잡아 네 위치를 물어본다.)
사용인은 당신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합니다.
상사화는 방금 떠났는데, 인사하고 가지 않던가요?
떠났다고?
도대체 어디로?
일렉티오 바시움:(제게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는 말에 어디로 갔을지 생각해본다.)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지막 남은 에스트 가의 친척이 머무는 장소를 메모해둔 책장의 종이를 떠올립니다.
그래, 씨를 말릴 작정인 모양이죠.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든.
사용인이 문득 당신에게 편지를 내밉니다.
사용인: 이걸 전해달라 했어요, 상사화가.
일렉티오 바시움:(메모를 기억하면 어디로 가야할지가 명확했다. 사용인이 내민 편지를 읽어본다.)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다시 돌아올게.
꼭 돌아올게.
너에게 올 거야.
그러면 내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 순간에,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
그래줄 수 있어?
나는 네가 필요했어.
나는 너만 필요했어.
일렉티오 바시움:(마지막 순간, 너의 곁. 무슨 이유로 그렇게 집착할까. 편지를 읽어보고는 다시 사용인에게 건낸다.) 이건 태워버려. (그리고는 제 방 서랍 아래에서 리볼버를 챙겨들고 기억해뒀던 장소로 향한다.)
당신은 지도를 들고 상사화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기차를 잡아 타고 움직이는 당신을 누군가 만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런 게 중요하던가요?
상사화가 향한 장소는 에스트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호텔 안쪽으로 발을 디디면 상사화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호텔에 들어서서는 호텔 직원을 찾아가본다.)
호텔 직원: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사람을 찾고 있는데. 며칠 전에 온 회색 머리카락에 녹색 눈을 한 사람이나 에스트 가문의 사람. 알고 있지 않아?
호텔 직원:아아. 며칠 전에 에스트 가 사람들을 찾던 분의 인상착의와 비슷하네요. 에스트 가 사람들은 2주전 VIP룸에서 숙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죠?
일렉티오 바시움:(가져온 리볼버를 꺼내 직원의 이마에 겨눈다.) 그래? 네 목숨보다 중요한 정보인가보네. 한 번만 더 물을게. 몇호실이야.
당신이 리볼버를 꺼내들자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호텔 직원:9... 901호 입니다. (덜덜 떨며 두 손을 위로 향하게 한다)
일렉티오 바시움:(몇호실인지 듣고 나면 리볼버를 다시 정리해 넣고는 깔끔하게 물러나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발을 딛기 무섭게 탕, 하는 총성이 들립니다.
얼어붙어 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901호실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상사화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상사화:(피묻은 얼굴을 손바닥으로 닦아내며 나오는 길, 너와 마주한다. 일순간 몸이 굳고 눈이 크게 떠진다.) 왜, 왜 여기있어?
일렉티오 바시움:(9층에 도착하자 말자, 열려있는 901호실을 통해 들리는 총소리. 그리고 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왜, 내가 오지 못할 곳에 왔어?
사화가 무엇을 대답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화가 비상구를 향해 달려갑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어차피 네가 갈 곳이 어딘지 알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간다.)
이곳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윗층으로 향했을 가능성은 적으니
1층으로 간다면 분명 상사화를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위를 둘러볼 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당겨 사람이 없는 벽 뒤로 데려옵니다.
상사화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익숙한 체취에 잡아당긴 이가 누구인지는 뒤돌아보지않아도 알 수 있었다.)
상사화:(벽 뒤로 널 숨기고는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내뱉는다) 왜 온거야?
일렉티오 바시움:내가 네 말대로 얌전히 저택에 있을거라 생각했어?
상사화:(네 옷자락을 꾸욱 잡아낸다. 네가 대답하지 않은 질문이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면 함께 해줘, 마지막까지.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일렉티오 바시움:(그저 대답없이 네 손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기차로 향한다.)
두 사람은 함께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갑니다.
기차 안에서 곤히 잠든 상사화는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덜한, 살해를 거듭한 굳은 살이 박힌 손.
눈 앞에 신문이 보입니다.
꺼내서 보면 1면에 속보로 뜬 에스트 가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힌 상태입니다.
문득 복도 건너편의 누군가가 상사화를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걸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시선따위에 별 상관을 쓰지 않고 신문만 뒤적이나 엎어둔다.)
조용히, 고요하게 기차가 앞을 달립니다.
사화는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깹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입니다.
어느 새 창밖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상사화:(천천히 눈을 뜬다. 며칠만에 겨우 잠든 것이었지만 그것으로 피로한 것들이 풀릴 리가 없었다. 피곤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너에게 말한다.) 저택으로 돌아가자.
일렉티오 바시움:(밤이 내려앉은 밖. 부지런히 달린 기차에서 내린다.) 그래도 여기가 아니면 갈 곳이 없었나봐.
상사화:난 네 것이라며. (너를 따라 기차에서 내리고는 저택으로 향한다. 주변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았다. 빨리 끝을 보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두사람은 저택으로 향합니다.
사화는 당신을 저택 뒤쪽의 정원으로 이끕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상사화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뺨에는 너덜한 거즈가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얻어온 흉터인지 모릅니다.
또 늘었군요.
또 살인을 함으로.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상사화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달빛을 흠뻑 머금은 에리카 사이 네 모습이 담긴다. 상처가 늘어난 네 몸을 훑어보면 곧 흐릿하다는 것이 보인다. 이대로 달빛까지 비춰낼듯 흐릿해지는 네 몸을 내려다본다.)
상사화:(제 손바닥 너머로 비치는 꽃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나는 이제 곧 사라질 거야... (한참 전에 결심한 일이라 별 상관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 보자니 목이 메이는 기분이었다.) 결혼 같은 거 하지 말지 그랬어.
일렉티오 바시움:(사라진다라. 흐려지다 사라진다는 뜻일까 투명해진 네 몸을 보며 담담히 말한다.) 내가 선택한 일은 아니었잖아.
상사화: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중심에는 늘 네가 서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너 때문에 이렇게 아프고 힘들었다고 고통을 호소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정작 이렇게 흐려지는 시야에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너를 바라보고 있자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의 밤의 정원이 떠올라서, 그래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속에서 매몰아쳤다.) 무서워.... (그래서 고개를 떨구고 네 소매 끝을 잡아냈다. 투명해지는 손가락 사이로 네 하얀 손이 비쳤다.)
일렉티오 바시움:(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손 사이로도 달빛이 투명히 비친다. 지금까지와 달리 무섭다 말하는 네 감정은 그 어떤 감정보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
상사화:(무섭다는 말은 단순히 소멸에 관한 것 뿐만이 아니었다. 다시는 널 못볼 것, 그리고, 너에게 제 염원을 이야기했다가 마주하게 될 네 표정. 그런 것들이었다. 날 사랑해줘. 내뱉지 못한 기도는 투명한 눈물이 되어서 흘러내렸다.) 그냥...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면 돼. 이렇게.
그래.
보내야죠.
어쩌겠어요.
그가 바라고 있잖아요.
일렉티오 바시움:(이대로라면 곧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리는 주문은 너만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읽어 보았던 주문을 떠올려본다.)
지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사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성 -5, 마력 -1
일시적으로 상사화를 향한 헌신을 느낍니다.
당신은 생각해냅니다.
이 주문을 사용하여 상사화를 살리고자 한다면 상사화가 소멸되기 전, 상사화의 손에 의해 당신이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에스트 가의 사람을 죽이기 위해 몇 번의 시간을 되돌렸을 너를 바라보다. 몸을 숙여 옷을 붙잡고 있던 네 손에 리볼버를 쥐어준다. 총구는 저를 향해있었고, 네 손가락과 함께 방아쇠에 걸어둔다.) 당겨. 그러면 네가 원하는대로 마지막까지 네 곁에 있어줄테니까. (저를 위해 네가 해준 것을 생각하면 이정도쯤은 아쉬운 것도 아니었다.) 안 당기면 내가 당길거야. (그러니 선택하라고 네게 말한다.)
상사화:(품에서 써낸 리볼버를 보면 눈이 크게 떠진다.) 싫어, 뭐하는 거야. (네 손을 뿌리치고 리볼버를 뺏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마.... 하지마. 안 할 거야.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했는데. 사용인을 위해서 죽으려는 주인이 어딨어. 우린 그런 관계 뿐이라며.
일렉티오 바시움:(저보다 약한 힘으로 벗어나려고 애써봤자 그 뿐일텐데. 네 손을 단단히 쥐고는 좀 더 바짝 제 쪽으로 총구를 들이댄다.) 그러니까 이러는 거야. 그리고 네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었어. 글쎄.. 보통의 사용인과 주인이라면, 주인에게 반말을 쓰는 사용인도 없겠지. (그리고는 가만히 시선을 맞추고 방아쇠를 천천히 당기려한다.) 안 할거야?
상사화:(네 고집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되지도 않을 힘싸움을 하다가 결국에는 손에서 힘이 풀어지고 한없이 흐느꼈다. 눈물로 꽃잎이 흠뻑 젖어들 때까지.) 그건, 그건- 널 사랑해서 그랬어.... (한발자국 더 너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축축한 눈으로 널 바라만 보다가 결국엔 고개를 떨어뜨리고 네 옷자락에 얼굴을 묻었다. 방아쇠에 얹힌 손가락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려와 제대로 당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사랑해, 일렉티오 바시움. 나는 너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어?
이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그 끝조차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달빛이 저희의 몸 위를 감싸고 당신에게는 리볼버가 있습니다.
품안의 상사화는 서서히 숨을 잃어갑니다.
같이 죽을까.
묻고 응했던가요.
그래도 괜찮으리란 반응을 보였나요.
우리,
라는 단어에는 꽤 끔찍한 부분이 있어서 단 한 사람의 부재로도 우리 가 성립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마지막을 넘어서도 우리 가 되려면 같은 세계에 속해야 했던 겁니다.
그래서.
그 어떤 죽음도 기꺼울 수 없으나,
달빛에 반사되는 에리카 꽃의 꽃말은 고독이나,
함께라면 분명 외롭지 않을 거예요.
분명히 그럴 거라는 생각이.
일렉티오 바시움:(흐릿해지던 몸의 숨이 느리게 사라진다. 축축히 젖은 꽃잎이 마지막까지 네 흔적을 품고 달빛이 저희를 비친다. 결국 네 떨리던 손가락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바스라진다. 네가 원하던 마지막에 다른 마지막을 얹어둔다. 사랑.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네 목숨을 받쳐 수없이 시간을 되돌리고 그런 눈빛으로 절 바라볼까. 이미 답을 들을 수 있는 네가 존재하지 않기에 홀로 남겨진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겨든다. 익숙한 총소리가 가까이에서 울리면 에리카 꽃무리로 피가 튄다. 붉은 정원 위에는 모든 숨소리가 사그라들고 달빛만이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남겨졌을 뿐이다.)
당신은 주문을 사용합니다.
세계는 상사화로 인해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세상은 이제 안전할 것입니다.
당신도요.
당신조차.
이 모든 숭고한 여정의 시작은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이러한 결말을 가져온 것입니다.
당신은 그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당신을 향한 그의 애정에 대한 보답이였나요?
아니면....
탕
귓바퀴를 스치는 바람은 마치 폭풍처럼 들립니다.
이 종말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순간이 도래할까요.
알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아쇠를 당깁니다.
이번에는 시계 초침이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꽃향기가 강하게 풍기는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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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4
상사화 소멸, 일렉티오 바시움 로스트
친애하는 나의 캐서린
엔딩 보상 없음
어떻게 이럴수가..................... 어떻게 이럴수가...... 약간 잠저택 다녀오구 지속된 관계였으면 어떨까 생각하고 갔는데.... 좋네요.. 아니 근데 사화 일렉 어릴 때부터 본 사이면 반말 좀 할수도 있지 존댓말사화 어색하단 말야 시날정말 좋았어요... 알뇌로 가셔서 뭔가 좀더 색다른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흐아...아...아ㅏ.........어떻게 이럴수가...
사화의 사랑의 의미는 뭘 까요 또 한번 고민하게 되는 시날.... 내가 널 이렇게까지 사랑하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일렉이 그 사실을 알고 죽고 과거로 돌아가서 자길 살리면 따라 죽을 거라네요. 처음엔 그냥 애정을 갈구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일렉 없으면 자기도 살기 싫대. 그렇게 시간 되돌려놓으면 의도가 뭐라고 생각할까요 그냥 죽어서까지 날 괴롭히고 싶었구나 그렇게 생각할듯. 일렉 무슨 생각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