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로튼 아이 (백업: https://sykpresents.tistory.com/82)
<로튼 티스>
kpc: 상사화, pc: 일렉티오 바시움
......
"일렉티오 바시움."
낯선 목소리가 당신을 호명합니다.
이곳은 당신의 암굴입니다.
수 만 년 동안 엄선한 증오와 분노가 거품 일며 들끓고,
원한과 회한이 바닥을 기어다니는 곳.
그들이 내뱉는 저주의 언어들 속에서도 단연 도드라질 만치 방금 당신을 부른 목소리는 미움에 사무쳤습니다.
저 치의 영혼을 꿀꺽 삼키면 얼마나 쓰디 쓸까요.
군침을 삼키며 당신은, 지난 수 백 년 동안 웅크렸던 몸을 게으르게 일으킵니다.
다음 순간 당신은 남루한 오두막집에 도착합니다.
먹구름이 낮게 포복하는 밤,
소나기가 퍼붓고 이따금 벼락이 솟아올라 어둠을 밝힙니다.
새하얀 뇌전에 눈 앞의 광경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사방이 피로 뒤덮였고 마법진의 정중앙에는 사람이,
아니,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다.
다른 것은 알기 어려웠습니다.
성별이나 나이도요.
그도 그럴 것이…
피부가 벗겨져 붉은 근육과 속살이 드러났으며 그 위로 채찍과 칼 자국이 얼기설기 남은 끔찍한 몰골입니다.
잔혹이라는 글자를 그대로 형상화시켜놓은 모습에서, 어찌 한 사람의 인격을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요.
그러나 당신은 이 모습에 눈썹 하나 꿈쩍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서 즐거움을 찾는 악마입니다.
이성치 판정도 필요 없겠죠.
오히려 당신은…
정신력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회복합니다
중앙에 떠있는 반투명한 인영이 그제야 보입니다.
마법진 위에 쓰러진 사람의 영혼입니다.
영혼의 생김새는 죽을 당시와 똑같기 마련이라,
눈 앞에 있는 당신의 소환자도 구역질 날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모습입니다.
시선이 마주하자 당신의 소환자가 눈을 홉뜹니다.
명백한 놀라움.
처음으로 악마를 보는 것이니 당연합니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그 자는 태양을 맞은 서리 같은 연약한 목소리로 내뱉습니다.
상사화:내가 당신을 불렀어.
부스러지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그 안에 담긴 증오와 원한은 수 천 년 응고된 덩어리처럼 견고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처참하다는 말이 어울렸지만, 그는 딱히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제법 먹음직스러운 영혼에 놀라면서도 제 목적을 분명히 잊지 않은 목소리. 가만히 눈을 마주하고는 물었다.) 무엇을 원해?
상사화:....(네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겨우 입을 뗀다.) 나와 언약을 맺자.
언약을 맺을지 여부를 결정하며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세요.
당신은 소환되었을 뿐 인간과는 어떤 언약도 맺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당신은 지금 언약을 맺지도 않았는데 그의 소원을 어림짐작해서 미리 들어주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 호의를 베풀 이유가 없죠.
손해 보는 짓인걸요?
가만히 내버려두면 가 육체든, 영혼이든 대가를 지불하며 소원을 빌 텐데요.
당신이 자선활동을 벌이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요.
마법진, 시체, 책더미, 테이블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은 소원을 들어주겠다 약속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네 말에 눈썹만 까딱이고는 여유롭게 주변을 훑어보다 마법진을 본다.)
인간의 피로 그려낸 마법진에는 고대의 저주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원한이 느껴집니다.
이 원한을 모조리 긁어다가 암굴에 가져다 두면 어떨까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이 인간은 분명히 아름답게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비명하고,
신음하며 괴로워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자의 비통한 통곡을 들으며 배를 불릴 테고.
물론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과 언약을 맺어야겠지만요.
오컬트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오컬트
기준치:
5/2/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고,
모든 소원이 완료되면 그 대가로 소환자의 영혼이나 육신 중 하나를 받아갈 수 있는 언약을 요구하는 마법진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어떤 생각을 하며 마법진을 그렸기에 이토록 원한이 가득할 수 있을까. 꽤나 즐거움을 줄 것 같은 탐나는 원한이었다. 진을 살펴보면 세 가지의 소원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제법 탐나는 영혼을 잠시보고는 그 영혼이 담겨있던 육체, 시체를 본다.)
역겨울 정도로 잔혹하게 죽은 시체입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살점을 대충 뭉쳐놓은 벌건 핏덩이에 가깝습니다.
당신에게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일그러짐이었으나.
의료 판정이 가능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의료
기준치:
3/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어서. 난 곧 사라지게 될 거야. (네 시선이 제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을 보면 다급하게 말한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인간의 시점으로 본다면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겠지만, 제게는 오히려 시선을 잡아끌기 충분했다. 아직까진 아쉬울 것이 없는 저와 달리 너는 조급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워보였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인간의 몸에서 자라난 가는 실이 그의 영혼을 잇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 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쪼그라듭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옅은 실에 겨우 붙어있는 영혼을 보면 네 조급함의 원인이 그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더 천천히 책더미를 살펴본다.)
이 시대에 책이 있다니…
아무래도 이 인간은 무척이나 부유한 사람이었던 듯 합니다.
집안의 물건이 모두 도둑맞고,
그가 비참하게 죽은 지금에 이르러 과거의 영광을 헤아리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책들은 모두 약초와 의학에 관한 내용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관심있는 내용의 책은 아니었기에 테이블을 바라보며 말을 꺼낸다.) 이루고 싶은 소원부터 말해봐.
상사화:...복수를 해야돼. (입술을 한번 꾸욱 깨물고) 여기 있는 마을 사람들, 다 죽여버릴 거야. (그렇게 너를 올려다보는 눈빛에는 분노와 원망이 실려있었다.)
테이블은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벽면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테이블이 지금까지 집안에 남아 있는 이유겠지요.
위는 온갖 쓰레기며 낙엽이 엉켜 더럽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테이블을 가볍게 차 넘어뜨리고 흩날리는 쓰레기와 낙엽들을 본다.) 다 죽이기만 하면 돼? (분명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조금 귀찮긴 하겠지만.)
상사화:응, 최대한 고통스럽게. 그러면 돼. (제 테이블을 넘어뜨리는 것을 보면 널 째려 본다. 아무말도 하진 못했지만.)
낙엽 더미 아래에는 펜던트가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낙엽 아래 있던 팬던트를 검지손가락으로 들어올리며 본다.) 간단하네. 대가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테고.
상사화:(대가에 대해선 물론 알고 있었다. 저에게 별 쓸데가 없는 것이니 신경쓰지 않았지만. 네가 팬던트를 건드리면 눈썹이 씰룩이고 주먹을 꽉 쥐어낸다,) 함부로 만지지 마.
일렉티오 바시움:(꽤나 소중한 물건인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네 모습에 팬던트를 가볍게 던졌다 쥐고는 열어본다.) 어차피 이젠 쓰지도 못하면서.
펜던트 안에는 조야한 솜씨로 그린 초상화가 담겼습니다.
어느 모로 봐도 당신과 꽤 흡사한,
아니,
당신의 모습입니다.
굉장히 낯이 익네요.
당신의 초상화는 한 번도 지구에 유출된 적이 없는데.
수 백 년 동안 이 행성에 발걸음한 적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우연인가요?
일렉티오 바시움:(팬던트 안에 담겨 있는 얼굴은 꽤 익숙한 것이라 잠시 인상을 찡그린다. 그저 우연인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그제야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던 널 마주한다.) 이 그림은 뭐야.
상사화:(네가 저를 바라보면 오히려 고개를 피한다. 네 얼굴은 분명 저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으니까. 네가 추궁하면 맞이 못해 작게 대답한다.) ....사랑했던 사람. (이미 죽었던 사람이 악마가 되어 돌아올 리는 없을 터였다. 그러니 분명, 너와, 그 사람은 다른 사람. 하지만 붉은 눈을 바라보고 있자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한참 지나고 나서야 겨우 대답하는 것에 인상을 잠시 찡그리지만 곧 표정을 풀어낸다. 제 기억을 되짚어보아도 처음보는 얼굴이 분명했으니 이는 우연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한다. 팬던트를 다시 덮고는 바닥에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발로 뭉개 밟아버리며 태연스럽게 말한다.) 언약을 해도 괜찮을 것 같네.
상사화:.....! (달려가서 붙잡으려 했지만 아직도 제 육체에 묶여있는 실 때문에 섯불리 움직이지 못한다. 대신 널 노려보며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래, 어차피 흩트러질 추억. 붙잡을 필요가 없었다. 지금 해야할 일은 따로 있었으니까.)
언약을 맺겠다고 당신이 확언하자 그가 웃습니다.
그 웃음은 진실로 기뻐서 짓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외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서 그저 입꼬리를 기계적으로 끌어당기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천둥이 하늘을 날카롭게 찢어내는 요란한 소리에 섞여……,
포복하는 뱀처럼 낮은 웃음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가 쉭쉭댑니다.
상사화:그렇다면, 지엄한 언약의 계율에 따라, 당신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어야 해. 그 대가로 당신은 원하는 모든 것이든 취할 수 있으니 곧 검게 썩어 녹아내릴 육신이나 부스러져 산산조각난 영혼이라도 기껍다면 가져가. (악에 부친 목소리로 내뱉는다.)
언약을 맺으면, 당신의 그림자에서 어둠이 창살처럼 뾰족히 자라나 인간의 영혼을 꿰뚫습니다.
그의 입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흐릅니다.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괴로워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곧 어둠이 먹어 삼킵니다.
오두막이 캄캄한 칠흑에 잠깁니다.
눈에 기꺼운 풍경이 사라지자 아쉬움이 남습니다.
꺼진 지붕으로 빗물이 스며 질퍽거립니다.
언약을 맺기 위해서 각자 1D30의 이성과 1D10의 마력을 지불합니다.
상사화:
rolling 1d30
(
14
)
=
14
rolling 1d10
(
1
)
=
1
일렉티오 바시움:
rolling 1d30
(
19
)
=
19
rolling 1d10
(
3
)
=
3
앞으로 일렉티오 바시움, 당신은 33의 이성과 9의 마력으로 주문을 쓸 수 있습니다.
상사화:
광기의 발작 - 실시간
집착증:
새로운 집착증이 생깁니다. 룰북에 있는 집착증의 예를 참고해 1D100으로 정하거나 수호자가 적절한 것을 고릅니다. 탐사자는 다음 1D10 라운드 동안 새로운 집착증에 몰입합니다.
For 4 rounds.
광기의 발작 - 요약
부상:
탐사자가 1D10시간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잔뜩 다쳤습니다. 체력은 광기에 빠지기 전의 절반이 되어 있지만, 그 사이에 중상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강도를 당하지도 않았습니다. 부상을 입은 부위는 수호자가 정합니다.
인간을 가두었던 어둠은 사라지고, 오두막에는 다시 빛이 찾아듭니다.
고통에 찬 상사화의 영혼이 다시 드러납니다.
부릅뜬 눈에서는 피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는 찢어진 혓바닥을 움직여 첫 번째 소원을 빕니다.
상사화:(끔찍한 고문 후 맞은 죽음 후에도 더 고통이 있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 지옥이 있다하면 이곳이 그곳이라 믿었다. 겨우 고통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나면 제일 먼저 보이는 너였다. 모든 것을 잃었으니 제 앞에 있던 그 어떤 것이던 잡았어야했었다. 투명한 손으로 네 옷자락을 붙잡는다.) 되살려줘. 적어도… 세 가지 소원을 모두 빌 때까지는 내 목숨을 붙여놔.
일렉티오 바시움:(다시 나타난 네 모습을 바라보다 소원을 말하면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원하는 대로. (부활의 주문을 사용해 네 숨을 다시 붙여놓았다.)
마력 3에 이성 8 차감합니다.
상사화:
rolling 1d20
(
12
)
=
12
광기의 발작 - 실시간
중요한 사람:
1D10라운드 동안 곁에 있는 사람을 자기의 중요한 사람으로 착각합니다.
For 5 rounds.
광기의 발작 - 요약
시설 감금:
탐사자가 정신을 차려 보니 정신병원이나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습니다. 그간의 사정이 조금씩 기억나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되살아난다 한들 몸의 상처까지 치유가 되는 건 아닌지, 정신을 차리면 다시 한번 살이 문드러지고 썩어들어가는 고통이 전신에 퍼진다. 소리없는 비명이 입안을 맴돌고, 겨우 바닥을 기어서 네 구둣발을 붙잡는다.)
되살아난 상사화는 고문의 후유증 때문에 바닥을 기며 괴로워합니다.
쓰러진 지붕을 뚫고 똑, 똑, 떨어지는 빗물이 그의 몸 위에서 춤을 추듯 경쾌합니다.
그의 신체에 복잡한 문양이 한 획 그입니다.
악마의 계약자를 의미하는 문양입니다.첫 번째 소원이 완성되었다는 표식입니다.
벌컥!
문이 열립니다.
조심성 없이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람은…
우산을 쓴 늙은 남자입니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피가 썩어가는 고린내에 코를 막습니다.
한 손에 들린 등잔을 높게 치켜들어 앞을 비추던 남자는,
불빛이 상사화와당신에게 닿자마자,
: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집니다.
: 시체가 되살아났어, 시체가… 저건 마녀가 부른 괴물이야, 괴물이다.
중언부언하며 엉덩이로 기어 뒤로 물러나는 모습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추레합니다.
손톱을 바닥에 박아 넣으며, 신음을 삼키고, 상사화가 고개를 치켜듭니다.
피에 떡진 머리카락이 느리게 흘러내리는 중에 안광이 번뜩입니다.
그녀의 눈에 담긴 건 불꽃이 아닙니다.
바람에 끊임 없이 흩날리는 잿더미일뿐.
세상을 질식시킬 회한일뿐.
상사화는 속삭입니다.
끊임없이 반복하여 되뇝니다.
듣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너덜한 몸에 영혼이 들어온다해도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을텐데. 고통찬 몸짓으로도 기어와 제 발을 붙잡는 모습에 걸음을 옮겨 너와 거리를 둔다. 소원이 완성된 후 문양이 드러나는 것을 확인하고서 말을 하려는 순간, 문이 열리고 침입한 남자에 인상을 찡그린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무어라 끊임 없이 말하기는 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맛이 간 탓인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 당신의 소환자가 말할 내용이란 단 한 가지 밖에 없지만서도.
그러나 악마는 계약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법.
순순히 호의를 베풀 건가요?
일렉티오 바시움:(잘 들리지 않았지만,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굳이 호의를 베풀 필요가 없었을 뿐이었다.) 원하면 소원이라고 말해.
상사화:(겨우 제 손에 잡은 널 놓치면 다시 기어가 잡을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겨우 마른 쇳소리가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두 번째 소원이야. 마을 사람들 모두를, 비참하게 죽여줘.
두 번째 소원을 빈 상사화는 까무룩 의식을 잃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소원을 빌고 기절하면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보고 우산을 쓴 남자에게 다가간다. 세뇌주문을 사용해 마을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도록 지시했다.)
마력 15 포인트와 4 이성치를 지불합니다.
도망치던 사람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마을로 진입합니다.
상사화는 여전히 얕은 숨을 헐떡이며 쓰러져 있고……,
집안은 엉망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발로 툭툭 건들여본다.)
상사화:(겨우 정신을 차려서 너를 올려다본다) 소, 원은? 어떻게...
일렉티오 바시움:저녁쯤이면 네가 바라던 대로 이루어져 있을걸. (가만히 내려다보며 묻는다.) 마지막 소원도 말해봐.
상사화:....그걸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어? (힘없이 묻는다. 네가 제 소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면 너한테 불이익이 갈거라는 건 네가 더 잘 알 텐데.)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지금 나 이외에 믿을 존재가 있어? (여유롭고 오만한 말이었다.) 그 고통을 느끼면서도 믿지 않는다 말할 줄은 몰랐네. (처참하던 몸에 들어간 영혼이 편안할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겨우 숨을 내뱉고 있는 네 몸을 지적하며 담담히 말했다.)
상사화:이... 새끼가... (네 말에 겨우 힘을 모아서 몸을 일으키려 한다.) 아까 마법진은, 윽… 언약을 맺으면 다시는 물릴 수 없어. 소원을 거부하는 일조차! (쿨럭, 입에서 묽은 피가 쏟아져 나온다.) 당신은, 개처럼 내 주어진 명령에만 충실해야지.
일렉티오 바시움:(꺼져가는 생명의 발악은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운 편이라 피를 내뱉으며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소진하듯 외치는 네 모습을 가만히 내려본다. 동정심이나 안쓰러움을 느껴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곧 있으면 맛보게 될 진득하고 추악한 영혼을 기대하는 쪽에 가까웠으니까.) 네 마음대로 생각해. 정확하게 어떤 방식인지 말하지 않은 건 너였으니까. 난 그저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네가 원하는 방식에 부합하도록 행하고 있을 뿐이야. 네가 말하는 개처럼. (말과는 달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너와 서서 내려다 보는 저는 흔히 말하는 주종관계와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뻔뻔스럽게 말하고는 내뱉은 네 피가 구두에 튀면 바닥에 닦아내 흔적을 지워낸다.)
상사화:(어둠 속에 널 노려보는 녹안이 섬뜩하게 빛난다. 제가 소환한 것이 악마인게 틀리지는 않았는지, 네가 하는 행동과 말은 사람들이 말하는 사탄과 닮아 있었다.) ....내 눈으로 봐야겠어. (결국에는 온전치 않은 두 팔로 제 몸뚱아리를 끌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도 얼마 가지를 못해 다시 머리를 땅에 쳐박았지만. 얼마남지 않은 손톱을 바닥에 박아서 겨우 조금 더 몸을 더 움직이고 나면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공기가 제 피부를 옅게 썰어내고 있었고 내장은 뒤틀리고 엉켜서 고통을 일으켰다.)
일렉티오 바시움:(제대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겨우 조금 몸을 옮기고 나면 엎어질 것 같은 네 모습을 보다 나직히 말한다.) 직접 보고 싶으면 소원이라고 말해. 그럼 도와줄테니까. (아니면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듯 팔짱까지 끼고서 그 모습을 내려다본다.)
그 순간-
쾅!
문이 열립니다.
마을 사람들이 횃불과 각종 무기를 들고 마녀의 집을 찾아온 것입니다.
한 남자가 그 많은 마을 사람들을 다 죽이기엔 역부족이었던 거겠죠.
그의 행적을 토대로 이곳까지 찾아온 것입니다.
뇌전이 꽂히고,
비명이 울립니다.
: 아아아악! 당, 당신은 분명히 죽었는데!
이 얼굴, 상사화의 죽은 남편과 똑같다고 했나요.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공포에 차서 소리를 내지르니 잘 된 일이겠죠.
지금이예요.
지금이라면 당신의 권능을 이용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를 죽일 수 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노인 혼자서는 마을 사람을 다 죽이는 것이 아무래도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제 얼굴을 보고 놀라는 사람을 보면 비웃음을 지으며 제가 알고 있는 주문을 사용해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사람들이 나부끼다가 쓰러집니다, 비웅덩이 위로 철퍽철퍽.
살아 있던 자의 숨이 멎고 시체로 뒤바뀌는 것은 지나치게 쉽고 빠릅니다.
마지막 순간에 그들의 눈에 새겨진 것은 무기력한 절망뿐입니다.
빗물에 젖은 채 상사화가 소리 높여 웃습니다.
연거푸 기침을 토해내면서도 꿋꿋하게 웃음소리를 냅니다.
원한이 깊어 툭 불거져 나온 눈은 번들대고, 벗겨진 피부에 끈적한 피가 맺혔습니다.
죽어가는 저들도, 상사화에게 복수하고 싶을까요?
아니면, 상사화에게 용서를 빌고 있을까요?
채 그 답을 구하기도 전에, 낯선 기척이 느껴집니다.
이상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살아서 움직일 만한 사람은 없을 텐데도.
산짐승인가요?
이디스:
은밀행동
기준치:
80/40/16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일렉티오 바시움:이제 만족해? (죽이는 것은 쉬웠다. 숨이 붙어있던 것들은 순식간에 시체로 바뀐다. 그것을 즐겁다는 듯 보는 너는 쓰러질것 같은 몸으로도 웃었다. 광기어린 웃음이 집을 가득 채웠을 때, 어렴풋이 낯선 기척이 느껴졌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그 기척은 곧 사라집니다.
상사화:(제 앞에 섞은 나뭇잎들처럼 스러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고대하고 또 고대했던 순간. 후각은 잃어버린지 오래였지만 분명 피비린내가 이 곳을 가득 찼을 것이다.) 더 있어. 이게 전부가 아니야. (마녀의 집에 어린아이와 노약자들을 불러들었을 리가 없었다. 그 외에 오지못한 겁쟁이들도. 손에 쥔 검에 사람의 피를 묻힌 적이 없다고는 하나 살인의 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제 죽음에 동조한 모든 이들을 처참하게 찢어 죽일 심산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마을로 내려가 네가 원하는 이들을 찾아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또 네가 믿지 않을 것 같았다. 시체들 사이로 기쁜 얼굴을 하고 있는 네 모습을 가만히 보다 널 안아들고 마을로 내려간다.)
이 세상을 잠겨버릴 듯 빗줄기가 내리 꽂힙니다.
마을의 길은 조용하고 음침합니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있을리가 없겠죠.
미친 듯 몰아닥치는 폭풍우 속, 불 꺼진 [민가] 열 댓 채가 위태로이 비바람을 버텨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대충 안아든 것 같았지만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흔들림은 없었다. 조용한 거리를 보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면 가장 가까운 민가로 향한다.)
행운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문이 삐걱거리며 열립니다.
무언가가 당신의 발치로 굴러 떨어집니다.
그것은 잎사귀에 은화를 싸둔 것입니다.
잎사귀는 까맣게 타올랐고, 찢어진 틈새로 변색된 은화가 드러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발치에 굴러 들어온 은화를 보면 걸음을 뒤로 물리고 은화를 내려본다.)
장식용으로 쓰려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누군가가 당신이 이 곳에 올 것을 예측했던 걸까요?
: 아빠 왔어?
명랑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이 집 안으로 들어서면, 저녁 준비에 한창인 가족이 보입니다.
성인 남성은 없습니다.
방금 당신이 죽이고 오는 길이니까요.
그들은 당신을 보지도 않고 상사화의 집에서 얻은 수확을 즐겁게 논합니다.
: 남편으로부터 받은 유산이 꽤 되는 것 같아.
원래 마녀들은 자기 남편을 빨리 죽여.
그래서 그 여자도 결혼한 지 3년도 안 되어서 과부가 된 거 아니야? 둘 사이에 애가 없어서 다행이지. 마녀의 혈통이 끊겼으니.
아냐, 혹시 몰라. 악마와 관계해서 새끼를 칠지…
한창 이야기하던 그들이,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
아아아악!!!
그들도 당신의 얼굴에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합니다.
: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지금까지 들은 대화로 미루어보아…
이 자들도 상사화의 복수 상대임이 분명합니다.
이 작디 작은 마을에 모함의 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기나 할는지.
일렉티오 바시움:(사정같은 건 딱히 궁금하지 않았지만 들려온 내용을 떠올리면 네가 왜 모든 마을 사람들의 죽음을 원하는 건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어차피 네 소원만 이루어주면 되는 것이었으니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걸어 들어와 저녁을 준비하던 도마 위 식칼을 집어든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칼이었지만 오랫동안 가족의 식사를 책임진 만큼 날카롭게 관리되어 있었다. 고기의 핏물이 남아있는 칼을 휘드르는 건 어렵지 않았고 집 안의 생명은 쉽게 거둘 수 있었다.)
피가 분수칩니다.
숨을 구석도 없는 좁은 집안에,
생명의 불이 하나 둘 꺼집니다.
상사화:(떨어지지 않도록 힘을 주어 네 옷을 붙잡고 있는다. 붉은 피가 저에게도 튀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처참하게 찢긴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만족감에 눈가가 휘어졌다.)
그 순간,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젤리나:계속, 계약을 진행하실 건가요? 제발 부탁이니 멈춰주세요.
오십이 조금 넘은 듯한 여자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군요.
일렉티오 바시움:(뒤돌아 마주하면 처음 보는 여자였다. 계약을 멈춰달라는 말에 짧게 찡그리고는 말한다.) 내가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는?
마젤리나:당신은… 어떤 사악한 마녀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만 해요.
상사화:(여자쪽을 째려보고 네게 말한다.) 더 들어줄 것도 있어? 죽여버려.
일렉티오 바시움:(어느 것도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성립된 계약을 따라할 의무가 있었기에 불필요한 말을 하는 여자의 목숨도 거둬냈다. 목을 깔끔하게 관통한 칼은 여전히 예리함을 띄고 있었다.)
상사화:(허무하게 쓰러져버린 희생양을 내려다본다. 제가 오기 전까지 평화로웠을 집을 한번 보고 만다.)
집에서 흘러나온 피가 비와 마구잡이로 섞여 길을 붉디불게 물들입니다.
짓이겨진 꽃잎들이 피 웅덩이에 둥둥 떠다닙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물에 젖은 양피지를 발견합니다.
그 순간,
남아있던 집들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가장 먼저 다가온 사람을 칼로 찌르고 갖고 있던 무기를 뺐는다. 휘두르는 건 쉬웠고, 찌르는 순간에 머뭇거림도 없었다. 알아서 달려든 사람의 목숨을 수월하게 하나씩 거두고 달려든 모든 사람을 죽이고 나면 굴러다니는 지푸라기와 쓰레기를 모아 불을 피운다.)
불은 금방 마을을 집어삼킵니다.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이런 광경은 당신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겠죠.
마을은 처참하게 멸망했습니다.
죗값을 가장 지독하게 치렀죠.
마을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상사화가 고통스러운 듯 허리를 꺾습니다.
몸에 다시금 문양이 자라납니다.
두 번째 소원이 완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상사화:(제 영혼까지 받쳐서 이루어 낸 소망의 결과물을 가만히 바라본다. 분명 제가 늘 꿈꾸던 미래가 이루어졌는데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복수란 거, 별거 없네. (그렇게 조용히, 식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익숙한 말이었다. 복수를 원했던 모두가 만족스러워하면서도 허무함을 느꼈으니까. 원래 복수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법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이의 손을 빌어 한 복수가 만족스러울리가. 불에 휩싸인 마을을 바라보는 널 내려두고 묻는다.) 이제 마지막 소원을 말해봐.
상사화:(네가 내려주면 겨우 너를 올려다 본다.) 마지막 소원? ...그래, 소원. (그렇게 말하는 눈이 서서히 내리감긴다.)
하늘을 찢어낼 듯 내리던 비는 서서히 그치고 주변을 드문드문 밝히던 뇌광도 잦아듭니다.
상사화는 눈을 내리 감습니다.
다시는 뜨지 않을 것처럼 아주 굳건히.
복수를 마쳤으니, 이 세상을 떠도 여한이 없다는 듯.
열이 들끓고 숨이 가쁩니다.
아직 안 되는데…
이 인간은 세 번째 소원을 빌지 않았는데….
세 번째 소원을 모두 들어주지 않으면 영혼이고, 육체고 가져갈 수 없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오랜만에 성가심을 감수하고 두번째 소원까지 도와줬음에도 마지막 소원을 묻자 뜸을 들이는 네 모습에 다시 한 번 묻는다.) 네 세번째 소원을 말해.
지금 그녀의 육체로 제정신을 차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도저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네 모습을 가만히 보다 심해보이는 상처를 대충 처치해준다.)
응급처치
기준치:
30/15/6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썩어가는 육체와 영혼과의 연결고리는 너무나도 약해서, 또 그것을 붙잡으려는 의지조차 없어서, 수차례 빛 없는 저승의 강물에 잠기고 떠오르길 반복했다. 정신도 없는 와중에 잠꼬대처럼 내뱉은 말은 그것 뿐이었다.) 날 버리고 가면 안돼… (아마도 너에게 향한 것은 아닌 애정이 담긴 체. 한참 후에야 겨우 피가 말라붙어 뻑뻑한 눈을 뜨고 널 바라본다. 어쩐지 반가운 얼굴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에는 웃음이 실려있었다.) 티오.
낯익은 이름을 호명하는 목소리는 심장을 토막내어 담은 듯 애절합니다.
통곡을 교향곡으로 삼고 절망을 보석으로 아는 당신이 아주 찰나 간이라도 그 애정을 탐내고 싶을 정도로 절박하게.
곧 당신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저건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니구나.
오래 전에 죽었다던, 얼굴도 같은 남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구나.
지난 칠 일 동안 상사화는 부단히도 그 사람을 찾았거든요.
이름도, 얼굴도 같은 악마가 소환되다니 운명이란 얄궂은 무뢰배들이지요.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상사화는 눈을 느리게 삼박입니다.
흐리멍덩한 시선이 또렷해지고 당신의 정체를 알아차립니다.
상사화의 눈에 담겼던 보석과 같은 애정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죽은 생선 눈깔처럼 반질대는 눈동자가 세상을 멍하니 비출 뿐입니다.
어떠한 열정도 품지 못 한 채.
자, 상사화의 세 번째 소원은 무엇일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제게 향하지 않은 애정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애초 단 한번도 아니 착각했던 잠시를 제외하고는 네가 그런 시선과 감정을 담아 저를 마주한 적이 없었으니까. 맞춰진 초점 안에 비친 제 모습을 내려다본다. 지독히 무감각하고 어떠한 공감도 하지 못한 얼굴.) 이제는 말해봐. 네 마지막 소원이 뭔지.
상사화:(흐릿한 시야가 겨우 초점을 맞추고 너의 얼굴을 좀 더 바라보고 있자면 소름 끼치는 감각들이 몸에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제 앞에 있는 사람이 본인이 그렇게 애정하는 사람이 아닌 것을. 그러니 네게 말했다.) 나를 사랑하던, 내가 사랑하던 그 사람을 돌려줘.
일렉티오 바시움:시체를 찾아오면 들어줄게. (시체 없이는 부활 주문도 사용할 수 없었으니 사실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듯한 네 표정을 보다 말한다.) 아니면 그것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죽여달라고 소원을 빌어. 어차피 이 세상엔 네가 원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상사화:...아. (시체는 이미 불타 없어진지 오래였다. 그러고 있자니 정말 남겨진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눈물이 흘렀다. 피눈물이 흘렀다. 어차피 이 소원을 완료하고 나면 죽을 목숨이었으니 네가 제안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다. 무엇보다 사랑하던 이가 죽고 난 후 이 세상은 혼자 남겨진 저에게 박대해왔으니까. 그러니 마지막 소원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건 당연한 거였다. 한참을 침묵을 유지하고 네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한 듯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붉은 눈동자에는 애정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었지만 그에 담긴 깊이 만큼은 제가 알던 사람과 똑 닮아있었다. 악마를 사랑하던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나를 사랑했던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나를 사랑해 주겠어?
일렉티오 바시움:(그 말을 들으면 입꼬리를 당기며 너를 바라본다.) 그게 사랑하는 척이라고 해도 괜찮다면 기꺼이. (네가 사랑했던 사람이 네게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 수 없었으니 그 말에는 기준이 모호했지만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었다.)
허무하고 어리석은 상사화의 소원을 당신이 들어주면 마침내 문양의 세 번째 획이 그입니다.
이 가증스러운 계약은 완성되고, 또 완료됩니다.
세상의 왕으로 만들어 달라는 소원이나 곳간의 곡식이 썩어갈 정도로 부자로 만들어 달라는 소원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그 누구도 일전에 사랑해달라는 소원을 빈 적이 없었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이 당신에게 사랑을 심습니다.
가슴 속에서 낯선 것이 피어오릅니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뺨이 봄빛으로 물들고.
소원은 사랑을 강제합니다.
인간을 사랑하게 되다니 이런 일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지독하군요.
신화생물의 사랑을 구한 어리석은 인간을 어찌 해야…….
상사화:(이제는 정말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공기는 너무나도 차가웠고 저승길은 이것보다 더 외로울텐데. 저에게는 제 몸을 일으킬 힘도 남아있지 않았으니 너에게 부탁했다.) 안아줘, 내 사랑. (구역질 나는 애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네게 말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제 자신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게 절대 해주지 않았을, 가슴에 강제로 심긴 사랑이 네 말을 따르게 한다. 네가 원하는 대로 널 안아준다. 가장된 애정이 담긴 네 시선을 알면서도 어느새 제 시선에는 사랑이 담겨있었다.)
상사화:(가까워진 거리에 네 뺨을 어루만진다. 악마에게도 체온이 있던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체의 것보다는 따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짓된 것이라도 상관없었다. 분명. 분명 그래야할텐테. 어째서 계속 이렇게 눈물이 흘러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진짜 제가 사랑하는 이의 곁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일렉티오 바시움:(인간의 것보다 서늘한 체온 위로 따뜻한 온기가 닿는다.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는 네 손이 좋아서 손바닥에 뺨을 붙였다. 떨어지는 네 눈물을 보면 제 마음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손가락 끝으로 눈물을 훔쳐낸다. 세뇌를 쓰기 전이었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손길이었지만, 지금은 오롯히 네 생각만으로 가득차 다른 일을 떠올릴 여유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네게 더 닿고 싶어서, 더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하는 어설픈 인간행세를 해보는 악마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네가 꺼낸 죽음이라는 단어는 너무 무거워서 아주 조금 상상을 하기만 해도 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제 두 손으로는 이미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그만큼 많은 영혼들을 거둬냈음에도 네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두려웠다. 지금껏 살아왔던 모든 인생을 되돌려서라도 네 목숨을 이어주고 싶을 만큼.)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마.
달콤한 순간은 길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양에서 검은 연기가 꾸역거리며 흘러나와 상사화의 목을 목줄마냥 감쌉니다.
당신은 상사화의 육신과 영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순간임을 깨닫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세 번째 소원이 이루어진 증거로 연기가 피어오르면 널 가만히 내려본다. 그 시선에는 명백한 애정이 묻어났다. 더없이 사랑하는 것을 보는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보다 겨우 네 영혼을 거둬간다.) 사랑해.
당신은 상사화의 영혼을 움켜쥡니다.
악마에게 사랑을 빈 발칙한 마녀.
잠깐의 복수심에 눈이 멀어 기꺼이 지옥을 자청한 어리석은 인간.
이제부터, 그녀를 품에 보듬어 아껴주어야지.
가장 부드러운 비단으로 영혼을 감고 우주의 연주를 들려주어야지…….
그러나 당신은 무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지는 못 했습니다.
당신의 손에 쥐인 상사화의 영혼이 흐려지고, 흩어집니다.
하얀 가루들은 인위적인 바람에 휩쓸려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지난 일주일 내내 지겨울 정도로 내리치던 벼락처럼, 깨달음이 번뜩입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사악한 마녀에 놀아나고 있다고 했나요?
상사화의 영혼을 쫓아가기엔 너무나도 늦었습니다.
너무나도 느립니다.
지금 당신의 손아귀에 남은 것은 영혼 없는 육신입니다.
까무룩 닫힌 눈.
떨림 멎은 입가.
싸늘하게 식은 피부.
꼭두각시 같아…….
아, 어떻게 하면 좋죠.
상사화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사랑해버리고 말았는데.
고작 이 육신으로 만족하진 못 할 만큼.
빌어먹을 세 번째 소원이 자꾸만 귓전에 울립니다.
END C.
나를 사랑해주겠어?
상사화 로스트, 일렉티오 바시움 생환.
보상 언약에 지불된 이성/마력 중 마법에 쓰고 남은 것 중 절반만 일렉티오 바시움이 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