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네가 떠나간 지 벌써 3달이 지나갔지만 숫자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때로는 하루가 한시간도 안 되는 것 같았고, 때로는 1초가 몇 십년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심장이 터질 듯 조여오는 고통에 비명을 내지를 때도 있었고, 깊은 물에 빠진 것처럼 감정 속에 그저 조용히 가라앉을 때도 있었다. 오늘은 걱정도, 불안도 없었다. 오랜 고통에 신경이 끊어져버린 것처럼 정신이 마비된 기분이었다. 몸을 웅크릴 힘도 없어서 그저 무력하게 침대 위에 몸을 가누었다. 두 눈을 감으면 닫힌 시야 사이로 네 모습이 일렁거리는 것 같아 두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그러자 허공에 검은 점들이 흔들렸다. 쓰레기더미에서 방생한 벌레들인지, 이 집에 온 이후로 하나씩 쌓이기 시작한 잡념들인지 모를 것들을. 의미 없는 날갯짓을 한참 바라보고만 있었다.)
차마 눈을 감지도 못하고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듣기 판정
상사화:
듣기
기준치:
72/36/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침대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당신의 귀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선명히 들립니다.
띡, 띡, 띡, 띡, 띠리릭.
누구죠?
이 시간에 당신의 집을.
그것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문을 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일렉티오 바시움:집안 꼴이 이게 뭐야?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당신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맞습니다.
일렉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 죽었잖아요.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 상사화,
이성 확인
상사화:(찾을 이도, 집에 발을 들어설 이도 없는데 선명한 소리. 그저 환청이라 생각해서 응답하지 않았을 뿐인데 잇따라 지독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떠나기 전에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면. 아니면 헤어지고 다시,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면. 차라리 그 전에 숨이 멎어버렸다면. 네가 사라진 이후 침대에 누워 삭히던 그 많은 상념들이 순식간에 멈추었다. 그럼에도 몸을 일으킬 힘이 없어서 마냥 까라져 있을 뿐이었다. 다만 둔화되었던 심장박동이 다시끔 뛰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뛰어서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1
미동없는 당신을 가만히 보다
일렉은 집 안을 둘러보며 인상을 가볍게 찌푸리며 중얼거립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아주 엉망이네.
… 하긴. 당신은 그가 죽은 이후로
자신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도 그러했는데 집은 오죽했을까요?
쌓여있는 세탁물과 가득찬 쓰레기통,
천장에 날아다니는 초파리들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상사화:(그리고 네 한마디에 함몰되어, 허물어졌다.) ……. (무언가를 말하려 입을 열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랬다간 네가 꿈처럼 부서져버릴 것만 같아서.)
일렉의 말대로 집은 아주 엉망입니다.
단지 집만 엉망은 아니겠지만요.
집에는 [일렉] 외에도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소파],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
잡다한 물건들이 쌓인 [서랍장] 위,
마찬가지로 엉망인 [테이블]이 있습니다.
일렉은 겉옷을 벗어두고, 소매를 걷어부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일단 청소부터 해야겠네.
아니, 잠시만요.
뭐가 “일단 청소부터 해야겠네.” 인가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잔뜩입니다.
대체 왜 일렉이 자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그간은 뭘 했냐거나.
하여간. 궁금한것이 많지 않나요?
상사화:(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꿈에서만 그리던 모습이었으니 현실감이 안 느껴졌다. 꿈이 아니라면 내 눈 앞에 있는 네가 거짓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드디어 나도 죽은 걸지도 몰랐다. 겨우 힘을 모아 네 손끝을 붙잡고 너를 유심히 바라봤다.) ....티오, 너야?
일렉티오 바시움:(엉망인 집을 청소하기 위해 몸을 돌리려던 순간 네가 조심스럽고 연약하게 손을 붙잡으면 네 말을 기다리듯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답한다.) 왜, 꿈이라도 되는 것 같아?
당신이 아는 그 모습의 일렉입니다.
상처라거나.. 달라진 점이라거나, 그런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상사화:(손끝에 닿은 온기가, 이어지는 네 대답이 내 눈 앞에 있는 네가 진짜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참 이상하게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짧지만 긴 시간 동안 네게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했는데 정작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은 별 영양가 없는 대답일 뿐이었다.) ….응.
일렉티오 바시움:꿈같을 수도 있겠네. 어차피 오늘 하루 밖에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청소부터 하고 (그 사이 더 마른 것 같은 네 몸을 훑어보고는) 밥도 먹어야겠네.
상사화:오늘 하루 밖에…? (널 잃은 순간 느꼈던,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가 휘몰아쳤다. 절망? 아니, 그건 그 어떤 감정도 아닌 깨달음이었다. 초점을 잃었던 눈에 빛이 들어왔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몸이 크게 휘청였다.)
일렉티오 바시움:(침대에서 일어나며 휘청이는 몸을 붙잡아준다.) 어디 가려고.
상사화:(내 도착지는 너밖에 없는데. 감각들이 기이하게 선명했다.) 청소부터 하자며.
일렉티오 바시움:(겨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휘청거리면서 청소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어 가만 보다 소파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음식 부스러기라거나,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 봉지가 굴러다니는 소파입니다.
일렉은 낮게 한숨을 쉬더니,
청소기까지 뽑아와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어? 잠시만, 저건..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72/36/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청소를 하는 일렉의 뒷모습을 바라보는것이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뭔가..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요
상사화:(불안한게 당연했다. 너는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될 존재니까. 먼저 앞으로 나아가 청소를 시작하는 너에게 말을 건네려 했지만 청소기 소리에 묻혀버렸다. 네게로 걸어 가려다 발 끝에 무언가가 채이는 감각에 바닥을 바라봤다.)
바닥을 보면,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에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일렉은 어느새 소파 청소를 마치고 그런 바닥을 조용히 청소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바닥 청소가 끝날 쯤 여전히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네게 묻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
개판이 된 집안 꼴을 본다면 알 법도 합니다만,
일렉은 당신에게 조용히 물어옵니다.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는 것처럼요.
상사화:(제가 뭘 시작하기도 전에 어느 틈에 바닥청소를 거의 다 끝내가는 너를 보고 서랍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힘들었어, 괴로웠어.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 정도로. 머릿속에 여러 대답들이 맴돌았지만 하나를 고를 수가 없었다.) 똑같았어. 그냥.... 넌.
엉망이 된 서랍장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사실 그 속도 꽤나 엉망이겠지만,
그 위에 얼기설기 놓여진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일렉은 정리를 도와달라 말하네요.
그도 그럴것이, 당신의 물건들 이니까요.
일렉티오 바시움:(똑같았다면 집도 너도 이렇게 엉망이지 않을텐데.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도 따로 더 묻지는 않았다.) 삶이 없었는데 지내고 이런게 뭐가 있겠어. 그것보다 이거 정리하는 것 좀 도와줘.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72/36/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네 말은 다시 한번 네가 이미 죽은 몸이라는 걸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 ....그래? (죽음 이후의 시간은 다를 줄 알았는데. 네가 도와 달라는 말에 다가섰다.)
당신은 서랍장 위의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베이킹 도구를 하나 발견합니다.
이건.. 당신이 학원을 다닐 때에 쓰던 것이네요.
그랬었죠.
마지막으로 요리를 했던 것도 까마득한 옛날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도구를 집어들고는 네게 묻는다.) 이게 왜 여기 있어?
상사화:그러게. (이런 것도 했었지. 까마득하게 먼 일처럼 느껴졌다. 집어들고 주방으로 가 주방도구들 사이에 끼워두었다.)
일렉티오 바시움:(너를 따라 주방으로 와서는 어지럽혀져있는 테이블과 싱크대를 보고 인상을 찡그린다.)
상사화:(찡그리는 모습에 널 따라 테이블을 본다.)
테이블 위는 엉망입니다.
인스턴트 식품의 용기,
다 비워져 굴러다니는 술병.
일렉은 이미 병부터 분류해서 차곡차곡 옮기고있네요.
청소해볼까요?
상사화:(널 따라 차곡차곡 용기를 쌓아두고 술병도 따로 모아 봉지에 넣는다. 한꺼번에 재활용 할 생각이었다.)
상사화:(평소라면 그냥 내버려 두었을 텐데. 네가 있으니 기운이라도 나는 건지.) 싱크대 있는데.... (그리고 싱크대로 가서 손을 씻는다.)
싱크대에서 손을 씻으려고 보면,
왜 일렉이 굳이 화장실을 권했는지 알 것 같아요.
여러 그릇들과 음식이 엉망으로 섞인 채 가득 차 있어
아무래도 손을 씻는 것조차 어려워보입니다.
상사화:(설거지 하는 김에 같이 씻는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테이블을 마저 정리하고 냉장고를 열어본다.) 아무것도 없네. 그거 다 하면 나갈 준비해.
상사화:(식기들을 깨끗히 닦고 거치대 위에 올려 둔다. 손을 대충 털고 네게 다가간다.) 음식 사게?
일렉티오 바시움:(먼저 청소를 마무리하고 벗었던 겉옷을 걸친다.) 응, 장보러 가자.
상사화:너랑 오랜만에 외출하는 건데 이러고 나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이것저것 묻고 목까지 잔뜩 늘어난 제 옷을 본다.) 나 씻고 와도 돼?
일렉티오 바시움:그래,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씻고 와.
상사화:(화장실로 가려다가 혼자 두면 네가 또 사라질 것 같아 네 손끝을 잡는다.) ...같이 씻을래?
일렉티오 바시움:어디 안 가고 여기 있을게. 아니면 씻는 방법이라도 잊었어?
상사화:잊었어.
일렉티오 바시움:(뻔뻔스러운 대답에 빤히 널 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같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세수부터 하고 있어.
상사화:나 샤워도 해야하는데... (거울에 비친 제 모습과 너를 확인하고나면 수독꼭지를 틀고 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거울에 당신과 일렉이 선명히 비춰보입니다.
당연히 귀신은 아니니까요.
그보다 거울 속 당신의 모습은 조금 초췌해보입니다.
그도 그럴게, 당신을 잃은 후 자신을 돌보는것에 퍽 소홀해졌으니까요.
아침이라 포장하기에는 삐쳐 있는 머리라거나,
눈 아래에 드리운 다크서클이라거나,
이전보다 살이 빠진듯 도드라진 얼굴의 선이 보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애초에 자신은 씻을 생각이 없었기에 팔을 걷고 샤워기로 물을 틀어 물 온도를 맞춰본다.)
상사화:(그제야 제 모습이 얼마나 초췌해보이는지 눈에 들어왔다. 별 신경 쓰진 않았다. 그저 익숙하게 옷을 벗고 네 앞에 선다.) 넌 안 씻어?
일렉티오 바시움:(마지막으로 네 몸을 보았던 때를 떠올려본다. 그때도 지나치게 말라 잡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마르면 말랐지 오르지 않은 살에 가만 네 몸을 보다 적당히 온도가 맞춰진 샤워기로 네 머리카락을 적신다.) 씻을 필요가 있어?
상사화:(네가 머리카락을 적실 수 있게 몸을 숙인다. 물방울이 머리카락에 닿으면 살짝 몸을 움츠리고 눈을 감는다.) 물 튀기면 너도 젖으니까...
일렉티오 바시움:옷은 갈아입으면 되는거고. (이미 네 머리카락을 적시며 튄 물방울이 소매며 바지끝단을 적시고 있었다. 물을 먹은 머리카락이 축축해지면 샤워기를 내려놓고 샴푸를 머리카락에 문질러 거품을 낸다.) 머리를 감을 땐 물부터 적시고 샴푸부터 해. (샤워하는 법을 잊었다는 게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면서도 방법을 알려주듯 말했다.)
상사화:(그렇게 말하니 진짜 애라도 키우는 사람 같았다. 너답지 않게 참 자상하다 싶었다. 죽으면 원래 저런 건가?) 일렉티오 바시움 성깔도 죽었네.... (눈에 거품이라도 들어간 건지 눈이 따가웠다. 눈시울이 붉어진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일렉티오 바시움: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변한다고 하잖아. 그런거라고 생각해. (이미 죽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무덤덤하게 말하고는 샤워기로 샴푸거품을 헹궈준다. 그리고는 샤워볼에 바디워시를 묻혀 거품을 내고는 네게 쥐어준다.) 몸에 문지르는 건 할 수 있지?
상사화:(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변한다. 머릿속으로 한번 되새기고는 네게서 바디워시를 받아 몸에 문지른다. 오염이 씻겨내려가는 기분은 늘 좋았는데.)
일렉티오 바시움:(거품을 어느정도 문지르는 걸 보면 다시 샤워기를 틀어 거품을 씻겨낸다. 물로 다 헹궈내고 나면 수건을 네게 건내준다.) 이제 닦아.
상사화:(물기 때문에 흐릿한 시야 속 널 담아낸다. 수건을 받아들고 널 물끄럼 올려다보다가 한걸음 다가가 젖은 몸으로 너를 안고 고개를 파묻었다. 맨살로 널 안고 싶었다.)
일렉티오 바시움:(이미 널 씻기는 동안 튄 물로 인해 축축해진 옷 때문에 네가 안는다고 옷이 더 젖거나 하지느 않았다. 다만 젖은 옷 너머로 느껴지는 네 온기가 유독 낯설게 느껴졌다. 닦지도 않은 수건을 다시 가져와 네 머리의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는 네 머리에 덮어둔다.) 옷 갈아입어야겠네. 옷 입게 닦고 나와.
상사화:(불쾌해하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이 모든게 단 한가지를 뜻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 네 온기를 느끼며 머리를 말려주는 네 손길이 떨어지고 나서야 네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수건으로 닦았다.)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몸을 닦는 동안 먼저 드레스룸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는다. 제가 죽고도 세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시간이 멈춘듯 제 옷은 그대로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상사화:(몸을 대충 다 닦고 저도 따라 드레스룸으로 갔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옷들은 다시 정리해서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나 뭐 입을까?
일렉티오 바시움:(걸려있는 옷들 중에 깔끔해 보이는 옷으로 골라 네게 내민다.) 이게 그나마 깔끔해보이네.
상사화:(네가 주는 옷들을 입고 널 올려다본다.) 지금 몇 시지?
일렉티오 바시움:(청소와 샤워까지 마치고 나면 시간이 제법 지나 어느새 시계는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시네.
상사화:...어서 가야겠다. (그리고 네가 옷 갈아 입기를 기다린다.)
옷을 다 갈아입고 집으로 나와 택시를 잡습니다.
도착지인 마트를 말하고나면,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일렉은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 뿐이라고 했었죠. ..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상사화:(빛이라. 너와의 재회를 빛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상관없었다. 네가 빛이라면 이제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 제가 널 쫓아가면 될 터였다. 제 옆에 앉은 네 손을 잡았다.)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어 일렉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일렉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눈에 묻었던 거품이 다 지워지지 않은 걸까요?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 …
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하, 좌, 우,
모든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이성 판정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상사화, 이성 -1
지능 판정
상사화:(깜빡 잠에 든 건가 싶었다. 죽었던 네가 지금 형체를 가지고 내 옆에 살아왔는데 더 놀랄 것도 없었다. 다만 눈이 부실정도로 환한 모습에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아, 그러고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그럼 여기는 꿈인가요?
가만히 앉아있어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마치 죽음처럼 고요해요.
상사화, 당신은 앞, 뒤, 오른쪽, 왼쪽. 어느 쪽 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상사화:(너와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었으니 이 곳에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제 앞만 바라보고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쭉 나아가던 당신의 앞에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상사화:(종이를 들어서 본다.)
종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사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상사화:..... (이 모든 것이 비정상적인 상황이니 종이의 내용을 받아드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일순간의 각오가, 행복을 보장한다라. 이거면 제 목숨을 받쳐서 너를 되살릴 수 있을까. 종이의 뒷면도 확인해본다.)
뒷면은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어느 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당신의 전화벨 소리입니다.
상사화:? (정신이 들자마자 주위를 살폈다. 여긴 어디지?)
둘러보면 여전히 택시 안입니다.
풍경은 천천히 변하고 있고, 여전히 손에는 일렉의 손이 잡혀 있습니다.
제법 오래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잠깐 눈을 깜빡인 것 같은 시간만 지난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전화기는 끊임없이 울리고 있네요.
상사화:(네가 있다는 것에 안심하며 네 얼굴을 잠깐 살폈다. 전화기의 화면을 살피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으면,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모임에서 혹은 요리학원에서 만났던 친구입니다.
친구: 사화, 오랜만이야. 잘 지내고 있어?
상사화:(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자주 사적인 연락을 하던 사이던가? 기억이 가물했다.) 오랜만이네.
친구: 이렇게 목소리 듣는 것도 엄청 오랜만이네. (이런 말을 꺼내도 되는지 잠시 고민이라도 하는 듯 침묵이 지나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그때 이후로 얼굴을 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힘들면 언제든지 우리 집에 놀러와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줄게.
상사화:('그때'가 무슨 일을 뜻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 내가 힘들었던건 아주 옛날부터 그랬는데. '죽음'이라는 이름을 대고 나서야 타인의 아픔이 조금 더 공감이라도 되는가보지. 아니면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이제와서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래, 곧 보자.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끝으면, 택시도 곧 멈춰섭니다.
일렉티오 바시움:계산하고 와. (말하고는 먼저 택시에서 내린다.)
상사화:(계산을 하고 따라 택시에서 내린다)
마트입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아무래도 장바구니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일렉티오 바시움:(카트 앞에 서서는 널 본다.) 100원 있어?
상사화:100원? (아직도 100원 쓰는 마트가 있나 싶었지만 일단 주머니를 뒤적여본다.)
행운 판정
상사화:
운
기준치:
80/40/16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침 딱 100원이 주머니에 있었네요.
이걸 사용하면 되겠어요.
상사화:여기. (네게 100원을 건네준다.)
일렉티오 바시움:(100원을 넣고는 카트를 꺼내 민다.) 뭐부터 살래?
상사화:(네 옆을 나란히 걷는다.) 오늘 저녁 먹을 거... 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일렉티오 바시움:딱히. 너 먹고 싶은 건 뭔데. (카트를 밀고 지니가며 식재료들을 살펴본다.)
상사화:나.... (마트에 들어왔다고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주위를 둘러보다가 정육코너가 눈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네가 해준 스테이크.
일렉티오 바시움:(그 말에 인상을 짧게 찡그리면서도 팩에 담겨있는 스테이크용 고기를 카트에 옮겨담는다. 한 두개가 아닌 열개정도 되는 양을 담고서는 카트를 다시 밀고 옮기며 말한다.) 냉동실에 넣어둘테니까 해동시켜서 구워먹어.
상사화:...이거 다 못먹어. (오늘 하루안에 다 못 먹을 것 같은 양의 고기들을 보고 2개 빼고 다 꺼내서 돌려둔다.) 나중에도 안 먹을 거야.
일렉티오 바시움:(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너와 시선을 맞춘다.) 그럼 뭐 먹고 살건데.
상사화:네가 없는 동안에도 알아서 잘 먹었어.
일렉티오 바시움:그럼 네가 먹을 거 담아봐.
상사화:(생각해보니 네가 다시 살아돌아오면 식재품이 조금은 필요할지도 몰랐다. 발걸음을 돌리려다 다시 널 바라봤다.) 너 만약 다시 살 수 있다면 살고 싶어?
일렉티오 바시움:그건 또 무슨 이상한 말이야. (애초 이렇게 하루라도 삶을 돌려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그럴 일 없을거니까 네가 먹을 음식이나 담아.
상사화:(이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너는 내가 아까 읽은 종이에 대한 건 모르는 건가 싶었다. 아니면 그냥 내 앞에 있는 네가 거짓일지도 모르고.) ...내 환영 그런거라 내가 모르는 건 대답도 안 해주는 거야?
일렉티오 바시움:왜 내가 귀신이나 네가 만들어낸 꿈이라도 되는 것 같아? (어차피 하루였다. 날이 어두워지고 달이 뜨면, 다음날 해가 뜨게 된다면 깨끗해진 집을 제외하고는 꿈이었다 착각할 그런 하루. 그래서 네 말에 어이없다는 듯 짧게 대꾸했지만 크게 대답하지는 않고 청소하면서 보았던 인스턴트 식품과 누룽지를 카트에 담으며 널 따라간다.)
상사화:그게 아니면 말해봐. 살고 싶어? (카트에 담기는 음식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겼다. 네가 먹지 않으면 다 쓰레기통에 담길 것들인데.)
일렉티오 바시움:이미 끝난 인생을 더 말해서 뭐해. 딱히 더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카트가 어느정도 차면 만족하는 듯 계산대 쪽으로 간다.) 이정도면 일단 괜찮겠네. 계산하고 가자.
상사화:그래? (그러면 아까 본 그것도 쓸모가 없겠네. 라고 생각하며 널 따라 계산을 끝내고 봉투를 들었다.) 다 못 먹는다니까...
일렉티오 바시움: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먹어. (그렇게 말하고는 남은 봉투를 들고 택시를 잡는다.)
상사화:(얌전히 널 따라 봉투를 들고 택시에 탄다.)
다시 택시를 타고 집까지 오는 내내
당신은 심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당신을 온통 적셔놓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하루가 끝나갑니다.
상사화:(널 따라 택시를 탄다. 오늘이 끝나면. 그 이후는 생각하지 않았다. 네 어깨에 머리를 툭 내려둔다.)
택시를 타고 우리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려두고,
일렉은 냉장고를 꼼꼼이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까지 이것저것 채워넣고 나서야 당신을 돌아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한참 너를 바라보고 있다 말한다.) 잘 챙겨먹고 청소도 좀 하고 잘 지내.
일렉은 자연스럽게, 담담하게 말합니다.
상사화, 이대로 그를 보낼건가요?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할까요.
그마저도 아니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 싶나요?
상사화:(하늘이 저물어갔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모를 리가 없었는데 어쩐지 널 붙잡고 싶지 않았다. 붙잡으면. 네가 나랑 계속 같이 있어줄 사람이야? 그에 대답은 나의 침묵으로, 그리고 너의 죽음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우습게도 오늘 너와 함께 한 하루가 너무나도 정상적이어서. 네가 없는 삶이 얼마나 비정상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니 나는 너 없이 하루라도 더 살 수가 없어. 네가 떠나고 난 이후에 할 일은 꽤나 명확했다. 삶은 이토록 불안정하니 매번 살아남기를 발버둥칠 수 밖에 없는데 죽음은 완전했다. 기운이 있다면 남은 재산을 기부하고 네 짐들을 태워버리고 제 것들도 전부 버리는 건데. 그것들을 전부 다 하기에는 이 집에 쌓인 추억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나는 너무 지치고, 또 지쳐서. 그저 너를 한번 제 품에 안고 짧게 인사를 건넸다.) 잘 가. 또 만나.
일렉티오 바시움:(어떤 이유로 하루를 다시 돌려받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저 우연히 엉망이 된 네 삶을 보았을 뿐이었다. 닫혀있던 방문 속 망가진 네가 나로 인한 결과라면, 오히려 내가 사라진 이후는 그것보다 나아야할텐데. 네 삶은 더 엉망으로 변해져있었다. 그래서 였을지도 모른다. 굳이 네게 찾아와 집을 청소하고 장을 보고 했던 것들도. 언젠가는 네가 망가지는 모습을 꽤 즐기기도 했었다. 그러나 혼자서 망가져 있는 네 모습을 보는 건 썩 기분좋은 일이 아니었다. 네가 앞으로 잘 살아가길 바라며 보낸 하루였지만, 이 하루가 네게 과연 어떤 하루로 남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또 만나자는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서 빨리 이 집에서 벗어나야하는 것을 알면서도 잠시 널 가만히 보다 말한다.) 천천히 와. 네가 날 온전히 잊을 수 있을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너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게 된 후에 그 때 다시 보자, 상사화. (그렇게 말하고는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선다.)
상사화:(나보고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게라니.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바뀐다더니 진짜 아주 많이 변했다 싶었다. 만약 이런 너라면 내가 죽어서 다시 만났을 때 우리의 관계가 조금 달라질까 생각이 들었다가, 또 이대로 죽으면 다시는 널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무엇이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을까. 그러니 너와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조용히 네가 현관문을 나서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루. 딱 하루만 있다면 너와 하고 싶은 것들이, 해야할 말들이 아주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는 정말 짧았네. 전하지 못한 그 모든 말들을 끌어안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나에게 작별인사를 마저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