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네가 잠든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이 시간때까지 두 눈을 감은 네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창백하리만큼 흰 피부 위로 길게 뻗은 검은속눈썹이며, 예쁘게 반달모양으로 흰 네 눈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이 순간을 제 두 눈에 담고만 싶었다. 한참을 조용히 널 관찰하다가 작게 입에 입맞춤한다. 그리고 한참 가까워진 거리에서 속삭였다.) 티오, 일어나야지.
그의 얼굴을 한참동안 내려다보고 몰래 입맞춤을 해도
깨어나지 않습니다.
분명 숨은 쉬고 있는데...
마치 살아있는 시체같아요.
일어나서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도 해주지 않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상사화:(오늘따라 일어나지 않는 너를 빤히 바라본다. 이렇게 오래 잠든 적이 있었던가? 아니, 애초에 네가 잠이 들긴했던가? 조금 너게서 떨어져 힘을 실어 너를 흔들어본다.) 티오야. 일어나. 안 일어나면 키스할거야.
힘을 주어 흔들어보아도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정말 자고 있는게 맞는 걸까요?
상사화:(이건 잠든 것이 아니라 시체와도 같았고, 슬슬 불안감이 들었다. 네 몸 위에 올라타고는 입술이며, 목, 쇄골에 마구 키스를 퍼부었다.) 이래도 안 일어나? (평소면 즐거워해야하는데 그런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가만 잠긴 네 눈꺼풀을 뒤집어본다.) 죽었어...?
입술부터, 목덜미, 쇄골까지 당신이 입을 맞춤에도
그는 미동도 없습니다.
따뜻한 몸과 고르게 내쉬는 숨이 살아있음을 짐작하게 하지만..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으면 어떡하죠?
이성 판정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36/18/7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 1
어떡하죠?
어젯밤에 무언가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요?
상사화:(네가 일어나지 않으면 상황이 범상치 않은 것을 깨달았다. 급하게 이불을 걷고 뛰쳐가 문을 열어 시중을 드는 튀징그들을 부른다.) 도와줘, 티오가 이상해.
문을 두드리던 튀징그들은 네 말에 조금 놀랐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방법을 알 리가 있을까요?
튀징그는 일렉의 친우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상사화:친우...? (걔가 친구도 있었나?) 어떤 연락?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났다.)
튀징그는 자세한 건 모르겠다며 연락을 원하면 시공통신기로 안내해주겠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상사화:안내해줘. (지금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제 뒤에 누워있을 너를 한번 바라보고 튀징그를 바라본다.)
시공통신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당신의 무릎께까지 오는 청동으로 된 장치가 보입니다.
기묘한 세공으로 덮여져 있는데,
그 문양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원을 켜볼까요?
상사화:집에 이런 것도 있었나? (알 수 없는 문양들로 덮여져있는 기계를 바라본다. 일단 전원을 켠다.)
전원을 켜면, 붉은 보석 위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연기에 거대하고 빛나는 원뿔의 모습이 비칩니다.
알 수 없는 기관들이 수 어 개 붙어있는데,
길이가 마구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합니다.
구역질나는 움직입니다.
죽어버린 생선의 눈깔처럼 반질대는 여러 개의 눈이 당신을 담습니다.
역겹고 낯선 생물의 모습에 소름이 끼칩니다.
처음 위대한 이스족을 목격한 상사화,
이성 판정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35/17/7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이성 - 1
이스족: (낯선 언어로 의지를 전하다가 널 보고 화들짝 놀란다. 뇌에 전달되는 언어가 바뀐다.) ... 자네는 일렉의 연인이 아닌가? 무슨 일이지?
상사화:...이게 무슨... (보기만해도 역겨운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다. 뒷걸음을 몇 번치는 것도 잠깐, 너를 깨우기 위해서는 정신을 차려야했다. 내 연인은 악마다. 이상할 것이 없었다. 마음 속으로 되새기며 생물체를 올려다본다.) 티오- 일렉이 일어나지 않아요. 깊게 잠이 든 것 처럼요. 도와주세요.
이스족: (네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해보다 말을 꺼낸다.) 깨어나지 않는다고..? 짐작가는 일은 없어?
상사화:전혀...... (이제는 울상이 되어 올려다본다.) 그저 어제 함께 술을 마시고 잔 것 뿐이었는데... 이러다가 영영 안 일어나면 어떡하죠.
이스족: 술? 술이라고... (눈을 굴리며 고민하다 사라진다. 이윽고, 다시 돌아온 괴물의 촉수에는 낯익은 술병이 보인다.) 설마 이거?
분명, 어제 일렉이 마셨던 그 술병입니다.
선물받았다는 친구가.. 이스족이었나보네요.
상사화:(술병을 빤히 들여다본다. 분명 어제 봤던 것과 같았다.) 네, 맞아요.
이스족: 그는 육체가 있는 종족이었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말한다.) 이 술을 마시면 시간 여행이 가능해. 정신적으로 말이야. 정신이 다른 시공으로 갈 수 있거든. 그게 우리 종족의 기준에서의 ‘취한다’지. 인간의 ‘취한다’는 개념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그렇게 술을 마시면 지구의 경우에는 서기 2872년에 벌어지는 아름다운 멸망… 아, 이건 자네에게 스포일러가 되겠군. 잊어. 아무튼 정신체인 우리에겐 문제가 없지만, 육체가 있는 종족이 그 술을 마시면 예상치 못 한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있지. 지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지? 그럼 육체는 현재에 버려두고 정신만 과거로 간 것 같은데. 이를 어쩐담.
상사화:.............네??? (이스족의 말을 들으면 두 눈이 동그래지고 입이 탁- 벌어진다. 어이없음에 언성이 높아진다.) 아니, 그런 술을 지금 티오, 일렉한테 줬다고요?!
이스족: (모른척 시선을 돌린다.) 그에게 위험할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가 어디있는지는 궁금하지 않나봐?
상사화:(이스족의 잘못이라는 듯 쨰려본다. 신화생물이고 뭐고 화나면 보이는 게 없었다.) 당연히 궁금하죠!!
이스족: (네 반응에 놀라서 말한다.) 그는 지금 15978.123.6573.67.275 좌표로 간 것 같아. 같은 술을 마시면 그 좌표로 연결이 될 거야. 그러니까, 정신은. 그런데 자네는 육체가 있잖아. 인간이니까. 마시면 큰일날텐데. 정신체가 갈가리 찢길 거야. 그를 만나러 갈 생각인거야?
상사화:내가 일오구칠 어쩌구 좌표라고 말하면 알아들을 것 같아요? (이대로면 너를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짜증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네.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죠?
이스족: 음.. 나는 정신체라서 육체가 있는 자네를 그 좌표로 보낼 방법은 모르겠어. 아마 육체를 지닌 종족들을 위해서 시공간을 연결시켜주는 방법이 있기는 할걸? 아무래도 육체 종족의 비과학적인 방법은 별로 안 좋아해서 주문같은 건 배워둔 적이 없는데… 일렉이라면 모를까. 책을 좀 모아놨다고 들었어. 에이본이던가? 그 사람이 쓴 거. 술을 머금은 채로 주문을 써보는 건 어때? 절대 마시지는 말고. 그게 가장 가능성 있겠군.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지만!
상사화:(관자놀이를 짚으며 가만히 듣고 있자면 머리가 아파왔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책을 찾아내 시도해볼거라는 듯 몸을 돌린다.)
이스족: (네가 몸을 돌리면 다급히 이어 말한다.) 아, 그리고 열 두 번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 당신도 그도 돌아와야해! 안 그러면 시간의 미아가 되거든! 또, 선형으로 시간을 인식하는 당신은 절대! 과거에 개입해서는 안 돼! 흉측한 것이 당신을 찾아내 죽일 거야!
상사화:(다급하게 말을 이어가는 이스족을 뒤돌아본다.) 열 두번 종소리, 과거에 개입하지 않을 것. 할 말 다 하셨죠?
이스족: (네 시선이 좀 매섭게 느껴져 기가 살짝 죽었다.) 그래. 다른 건 없어.
상사화:(이스족은 내버려두고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튀징크들을 몇 마리?불러서 함께 서재로 가 책을 찾아본다.)
서재에는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습니다.
대체로 당신이 좋아하는 책들입니다.
이 보금자리가 인간의 저택 구조를 답습하는 것은 모두 당신을 위함이니까요.
일렉에게는 책장같은 게 필요 없죠.
원래 그가 사는 곳은 아주 다른 형태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일렉의 책이 몇 권 있기는 합니다.
관찰 판정
상사화:
관찰력
기준치:
67/33/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찾기 어려웠지만
튀징크들의 도움으로 책을 찾습니다.
상사화:(찾은 책을 빠르게 훑어본다.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을까?)
크툴루 신화 판정
상사화:
크툴루 신화
기준치:
34/17/6
굴림:
1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을 펼치기 전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가요?
어쩌면 익숙함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언어로 쓰여있는지는 이제 당신에게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영어로 쓰읜 에이본 서를 읽으면 관문 생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상사화:술을 머금고 주문을 외면 된다고 했지? (주문이 여기 있나. 뒤적이며서 튀증크에게 어제 마시던 술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한다.)
튀징크가 술을 가져옵니다.
술병에는 딱 한 모금 정도의 술이 남아있네요.
상사화:(내용이 너무 어렵다........................)(여러번 읽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 술병을 깐다.)
술을 머금고 관문 생성 주문을 실행하나요?
상사화:(할수있다, 상사화. 집중, 집중...)(술을 입안에 머금고 관문 생성 주문을 왼다.)
정신력 10, 마력 2
를 소모해 주문을 영창합니다.
당신이 주문을 읊으면 벽에 기이한 문양이 떠오릅니다.
시간 관문을 통과하면 종소리가 한 번 크게 울립니다.
관문을 통과하면 이윽고 암흑입니다.
다음 순간, 당신은 어딘가에서 굴러 떨어집니다.
몸에 흙과 나뭇잎이 잔뜩 묻어납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후유증으로 몸이 욱씬 욱씬 아픕니다.
어딘가 부러진건 아닐까요?
생명력이 2 만큼 감소합니다.
인대가 늘어난 것 같네요.
대체 이곳은……?
주변을 둘러볼까요?
상사화:(데굴데굴 구르다보면 나뭇가지와 돌맹이들이 제 살을 할퀸다. 그 외에도 떨어진 충격 때문인지 온 몸이 욱씬 거렸다.) 아야, (짧게 신음을 내뱉고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불친절한 주문이네. (제 몸을 한번 털고 주위를 둘러본다.)
당신의 머리 위로 나뭇잎 차양이 드리웁니다.
그 너머로 푸른 하늘이 비칩니다.
초여름인가요.
햇빛이 찬란합니다.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은 지금 아름드리나무 밑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아름드리나무 줄기에 벽에 그려진 것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듬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부근입니다.
저곳에서 떨어졌으니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해요.
그래도 잎사귀가 무성해 그냥 이 근처를 지나가는 남들의 눈에는 뜨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워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그 괴물은 근처에 일렉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어디에 있는 걸까요?
상사화:.... (눈이 부셔서 제 얼굴을 한손으로 가린다. 나무에 문양이 새겨진 것을 확인하면 한숨을 길게 내쉰다. 일렉을 찾아서 주위 나뭇잎을 사이를 헤짚어본다. 빨리 너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일렉을 찾으려 두리번 거리면
조금 뒤, 일렉이 산길을 따라 올라옵니다.
당신을 발견한 그는 혼란스러운 기색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 (네 모습을 보고 눈을 깜빡이다 말한다.) 왜 여기에 있어?
상사화:(널 발견하면 재 빠 르 게 달 려 가 서 안 긴 다.) 티오!
일렉티오 바시움:(안기는 널 자연스럽게 안지만 여전히 의문스러워 네 얼굴을 찬찬히 본다.) 이상한데... 벌써 나왔어?
상사화:너....너! (네가 제 품에 안기면 그대로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이리저리 살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일렉티오 바시움:(네 말에 의심은 곧 확신이 된다. 널 밀어내고 빤히 훑어본다.) 쌍둥이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곧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너 누구야.
상사화:쌍둥이?? (밀어내는 손길에 적의를 느끼고는 황당한 듯 눈을 크게 뜬다.) 나야, 상사화. 널 티오라고 부르는 사람, 나말고 더 있어?
일렉티오 바시움:(이름까지 들으면 더 인상을 찡그린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내를 사칭해서 좋은 꼴 보기 힘들텐데-. 그 얼굴보고 지금은 용서해줄테니까 그쯤 해.
상사화:아내는 무슨--내가 네 연인이잖아. (답답함에 네 옷깃을 부여잡는다.) 너, 나랑 술마시고 정신 잃어서 이곳에 떨어졌다며. 이스족인가 뭔가, 다 알려줬어. 기억안나? 네가 너한테 나를 사랑해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너는 날 대신해서 마을에 복수를 했고, 그렇게.... 다시 우리는 만나서 사랑을 나눴잖아. (그렇게 말하다 보면 어느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너를 잃을 뻔한 것도 힘들었는데, 이렇게 날 모른척 대하면.... 난 어떡하라는 거야.
말재주 or 설득 판정
상사화:
설득
기준치:
10/5/2
굴림:
16
판정결과:
실패
말재주
기준치:
5/2/1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일렉은 당신이 하는 이야기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오히려 거부감도 갖고 있는 것 같네요.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우는 모습을 보면 집에 있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약해질 뻔 하지만, 네가 아내는 아니기에 마음을 고쳐먹고 싸늘하게 말한다.) 좋게 말할 때 이런 장난은 그만두는 게 좋을거야.
일렉은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황망하나요? 속상하나요?
당신은 그를 찾으려고 기껏 과거로 넘어왔는데
쟤는 당신을 기억 못 하네요?
저 자식이 죽고 싶나?
게다가 뭐? 아내가 있어?
바람을 피워? 진짜 뒤질려고?
그런데 그 아내랑 날 닮았어?
그걸 또 헷갈려?
아무래도 그는 모든 기억을 잃은 모양입니다.
그래요, 과거로 넘어와 ‘새로운 육신’을 만들어 낸 모양이니
어떤 부작용이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그의 연은 깊디 깊습니다.
어디 보통 인연인가요?
아마 그는 날 사랑할 수밖에 없을겁니다.
지엄한 언약의 계율이 존재하고, 저주가 걸려있으니까요.
상사화:어디가! 티오, 야!! (네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마구 새어나왔다. 붙잡아도 너는 매몰차게 등을 돌릴 뿐이었다.) 저, 쌍놈의 자식이...!! (화가 나서 결국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도 없이, 홀로 남겨져서 몸을 잔뜩 웅크리곤 소리내어 울었다.) 가지마, 티오. 가지마.... 널 이렇게 사랑하는 내가 널 찾아왔는데....
어떻게 내가 우는데 뒤돌아 보지도 않을 수가 있나요?
배신감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죽을 고비까지 넘겨서 만나러 온 건데 말이죠.
아무래도 그의 기억을 되살리게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계속 해서 이야기해주거나,
혹은 연이 있는 물건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두 사람이 겪었던 일을 똑같이 연출해도 괜찮겠죠.
혹시 지금 일렉에게 기억을 떠올리게 할 물건이 있나요?
올 때 가져온 소지품이 있나요?
상사화:(당연히 저, 이 본인이 네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눈물을 닦고 네 기억을 떠올리게 할 만한 물건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본다.) ....반지! (제 손을 바라본다. 네가 끼워준 결혼반지. 잘 들고 왔던가?)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맞춘 커플팔찌도 있을텐데....
상사화:........ (찬란한 햇살을 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집을 발견하면 어렵지 않게 이 곳이 과거의 '나'와 '너'의 추억들이 가득 담긴 곳이라는 것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그 집에서 본인이, 그렇게나 지워내고 싶었지만 또한 잊을 수 없이 행복하던 그 시절의 본인이 걸어나오면 일순간 숨을 들이킨다.) 어째서....?
…짐작했나요?
하필 이 시간,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당신이 처음 일렉에게 소원을 빌기 몇 년 전입니다.
그 때, 당신의 하루하루는 영롱하게 빛이 났으며
세상은 꽤나 살만한 곳이었습니다.
“난 쌍둥이 같은 거 없는데?”
“정말 당신하고 똑같이 생겼다니까.”
“귀신이라도 본 것 아냐?”
당신은, 그래요,
악마와 똑같이 생긴 남편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남편과 똑같이 생긴 악마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남편이었고 악마인 존재라고 이야기해야할까요.
기막힌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필연이었다니.
과거로 넘어 온 일렉이 당신과 사랑에 빠졌던 거예요.
운명의 손아귀에서 노니는 기분이 썩…….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채로
과거의 당신은 아름답고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어찌나 저리 순진했던지.
물론 당신은 선행을 베풀며 큰 보답을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저 세상을 선의로 대할 용기가 있었을 뿐입니다.
악으로 계속 도피하며 편안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대다수의 사람과는 다르게요.
심지어 당신마저도 선의로 세상을 대했던 과거의 자신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선의에 악의가 돌아왔을 때,
당신은 좌절했습니다.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믿었던 모두에게 배신당했고
당신은 끔찍한 고문 끝에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당신은 그래서 복수를 결심했죠.
그러나 세상의 악은 지리멸렬하고 세상의 선은 다채롭습니다.
당신은 보편적이고 밋밋한 악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어떤가요, 당신은 선을 포기하고 악을 택한 것을,
용서를 포기하고 복수를 택한 것을 혹시라도 후회하고 있나요?
그 선택의 대가로,
악마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지금을 바꾸고 싶기라도 하나요?
물론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던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무력하게 불행이, 불운이, 고난이 당신을 덮치는 풍경을 지켜봐야 합니다.
그 괴물이 경고했잖아요.
당신의 시간은 선형입니다.
당신이 과거의 어떤 일을 바꾸려고 시도하면
세상이 붕괴합니다.
균열을 인지하면, 무섭고 흉험한 것이 찾아와 당신을 먹어치울 거예요.
당신은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 배신당하고 복수를 하게 됩니다.
당신이 그렇게 행했기 때문에 운명이 정해졌습니다.
과거에 못 박힌 사건을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고작 인간인 당신이 세상의 섭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래요, 악마에게 사랑을 받는다지만
고작 인간에 불과한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것은,
그를 찾아 되돌아가는 일 뿐입니다.
혹시 과거의 자신에게 일렉을 양보할 생각이 있나요?
상사화:(제가 처한 상황을 인지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는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네가 어쩌다가 떨어진 곳이 과거의 제가 살던 곳이었다니. 그 순간 녹슬었던 톱니바퀴조각들이 맞물러 천천히, 괴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와 닮았다는 너의 아내는 본인이었다. 그리고, 과거 저의 남편--일렉티오 바시움--은 바로 너였다. 하지만, 하지만 그의 시신은 분명 불타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제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이대로 너를 되찾아 돌아가면 과거의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이지? 제가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이르게 한 고통과 고문을 겪고 난 후, 마을의 복수를 원해 결국에는 악마인 너를 만나게 될까. 그렇지만, 그것은 결국에는 과거의 자신이 겪어야할 일이었다. 아니, 과거의 한 여인이 겪어야할 일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앞으로, 나에게는, 너와 단 둘이서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너를 되찾아야했다.)
당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보고 있으면,
얼마 안 가 그녀는 집을 비웁니다.
어디 먼 곳에라도 가는 모양으로 짐을 한 보따리 싸고 있네요.
대장장이의 딸이 크게 열병을 앓고 있어
그 날은 하루 내내 대장간에서 간호를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나도 큰 병이라서 낫게 하느라 제법 고생했었는데.
물론 대가로 질 좋은 호미를 받았었죠.
그 다음엔 또 무슨 일이 있었더라……
아주, 아주, 슬프고 비참한 일이 있었는데.
당신이 상념에 잠겨 있는 사이 그녀가 언덕 아래를 내려가 마을로 향합니다.
지금이라면 과거에 개입하지 않고도
일렉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사화:....하, 그 대장장이. (불타오르던 대장간, 그리고 그 곳에 쳐박혀 죽어있던 시체들을 기억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아니,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었다. 급한 발걸음으로 제 옛날 집으로 걸어가 문앞에 섰다. 신호흡을 한번 내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일렉티오 바시움:(아쉬움을 담아 배웅을 해주고 해야할 일을 정리하고 있을 때, 다시 열리는 문 소리에 돌아본다.) 놓고 간 물건이라도 있어? (그러다 너와 시선이 마주치면 인상을 찡그린다.) 또 너야?
상사화:......티오. 난, 난.... (사나운 네 표정을 올려다 본 순간 몸을 움츠리고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처음보는--아니, 처음 보았던 게 맞았던가? 네 모습에는 늘 저를 향하던 애정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 말을 믿어야해...이거 보여...? (그리고 제 손가락에 끼워진 결혼반지를 보여줬다.) 이거, 네가 준거잖아.
말재주 or 설득 판정
두 번 굴려주세요.
상사화:
말재주
기준치:
5/2/1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설득
기준치:
10/5/2
굴림:
21
판정결과:
실패
일렉티오 바시움:(네가 보여주는 반지를 보면 빤히 보다 의문이 퍼진다. 분명 그 반지는 제가 직접 구해 온, 세상에서 딱 둘 밖에 없는 반지일텐데. 시선을 내려보면 분명 제 손에 끼워져 있었다. 배웅을 할 때 아내의 손에도 끼워져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세 번째 반지라니. 머리가 지끈거려 짧게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네게 묘한 끌림이 느껴졌다.) 훔쳤어?
상사화:아냐!!! (결국 냅다 소리를 질렀다. 한걸음 다가가서 네 멱살을 잡는다.) 아 왜 기억을 못해. (그리고는 네 품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 (지금의 너는 인간이였지. 악마보다는 동물인 인간을 설득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동물다루기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일렉티오 바시움:(멱살을 잡고 품에서 우는 네 모습은 정말 아내로 착각할 만해서 밀어내기는 어려웠다. 어정쩡하게 널 안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무슨 기억 말하는건데.
상사화:넌 악마였잖아, 일렉티오 바시움! 내가 널 소환했고, 날 사랑해달라는 소원은 빌었어. 그래, 너, 그 때 내 남편, 아니, 네 사진이 담긴 팬던트 발로 밟아서 부셨지 이 개새끼야?! (생각하니 갑자기 울분이 차올라서 멱살잡고 짤짤짤 흔든다.) 아무튼, 그때 난 죽었고, 넌 이디스라는 마녀에게서 내 영혼을 찾으려고 노력했어. 마지막 영혼 조각까지 다 모여서 이 곳에 온게 나란 말이야. 이스족 그 새끼가 준 술 기억도 잃게 한 거 아냐?!
말재주 or 설득 판정
상사화:
설득
기준치:
10/5/2
굴림:
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일렉티오 바시움:(처음에는 헛소리라고만 생각했지만, 듣다 보면 겪었던 일처럼 느껴졌다.) 악마? 팬던트는 분명.. (괜히 제 목을 더듬었다. 분명 아내의 목에 걸려있는 것을 확인했었다. 네가 말한 내용들에 짧게 인상을 찡그렸다 말한다.) 이스족? 술은 또 무슨 소리야?
상사화:그러니까아.... (답답함에 숨을 길게 들어마셨다가 내쉬었다.) 이스족이라는 생물이 있는데 걔가 너한테 무슨 술을 줬대... 그랬더니 네 정신이 몸이랑 분리되서 여기 오게 된거야. 너, 여기 와서 아내는 어떻게 만났어?
일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보면,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엽니다.
들어온 사람은 당신을 발견하고 소리칩니다.
어린 소년: 제발 살려주세요!
등 뒤에 누군가 업혀 있습니다.
검은 피가 길을 따라 흐릅니다.
어린 소년이 피흘리는 환자를 업고 있습니다.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얼굴에는
절박함이 서려 있네요.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 당신을 집에서 버릴 때는
저런 표정이 아니었었는데.
심드렁하기 짝이 없었는데.
어린 소년: 멧돼지에 바, 받히셔서, 흐, 흐윽, 누나, 제, 제발 살려주세요.
당신을 그녀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소년은
당신에게 무릎을 꿇며 빌고 있습니다.
정말로 빌어먹게도…….
저 환자, 분명히 당신을 감옥으로 몰아 세운 사람 중 하나지요.
멧돼지에 공격을 당했어도,
오늘 이후를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과거에 개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살린다면 그것이 빌미가 되어서 당신을 배신할 거고,
살리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를 찾아가 치료를 받은 뒤 당신을 배신할 겁니다.
당신의 선택은 ‘미래’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아요.
그저,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됩니다.
당신을 고통 속에 빠뜨린 이 사람을 살릴 건가요?
일렉에게 과거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이 동일인물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살리는 편이 좋겠지만 말이에요.
그것을 감수할 자신이 있나요?
상사화:(남자아이가 집안에 들어오고 말을 꺼내는 순간 이전에 저를 창살 넘어로 구겨넣던 사람이 떠올라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몸이 떨렸다. 그러고 나면 네 옷자락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동공이 두려움과 분노로 인해서 흔들렸다. 두 눈을 꾸욱 감고 네 옷자락에 얼굴을 파묻은 체 악에 받친 소리를 질렀다.) 어서 내 집에서 나가. 나가! (안타깝게도, 일렉, 현재 네 옆에 있는 아내와 지금의 저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아니었다. 지금의 저는 저를 죽음으로 몰아간, 뻔뻔하고 영악한 저 인간을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 여기서 저주를 퍼붓고 칼로 찌르지 않는 것이 다행일테다.)
소년은 당신의 반응에 깜짝 놀랍니다.
일렉은 창백한 네 반응에 한숨을 내쉬고는 소년을 향해 말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좋은 의사가 대장간에 있으니 빨리 그쪽으로 가. 지금이라면 살릴 수 있을거니까.
일렉의 말이 끝나면 소년은 일렉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는 빠르게 집을 벗어납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소년이 집을 다 벗어나고 나면 널 빤히 본다.)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상사화:(아무리 예전이고 전생의 모습이었다 했지만 생살이 도려내지고 뼈와 근육이 분리되는 그 고통을 잊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저또한 마찬가지로 그 사람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겪게 했던 것도. 불타는 마을, 고막을 찢어버릴 듯 절규하는 사람들. 아직도 때때로 꿈속에 나와 제 목을 조르던 그 손길들을 잊을 수 있을 수가 없었다. 순간 뇌에 마비가 오는 것 같았다.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네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몸을 크게 떨며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네 다리를 부둥켜잡았다.. 네 말에 대답할 기력도 없어 숨만 가쁘게 몰아셨다.) 헉, 헉...
그래요.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저렇게 태연스럽게 말하지 않을겁니다.
이 마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게 얼마나 내게 고통이었는지 잘 알고 있는 일렉이라면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일렉티오 바시움:(숨을 내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제 다리만 붙잡고서 몸을 떠는 네 모습을 보면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춘다.) 네 이름도 상사화라고 했지. (이상하게 아내를 닮은 여자. 분명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없을텐데 자꾸 네게 시선이 갔다. 느리게 네 등을 도닥여주고는 말한다.) 진정하고 설명 좀 해봐. 이해가 필요하니까.
상사화:(혹사 귀신을 본 것같은 표정이었다. 어쩌면 맞을 지도 몰랐다. 저 사람들은 제 손에 죽어나갔으니까. 네 토닥임에 겨우 웅크려서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여전히 시야는 빙글빙글 돌아갔고 가슴이 불에 데인 듯이 저릿하게 느껴졌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흐느낌 사이로 네게 토해내듯이 말을 내뱉었다.) ...내가 저 사람들을 다 죽였어. 다 죽였다고! 너에게 부탁해서, 일렉티오 바시움이란 악마한테 부탁해서... 그 사람들이 나를 모욕 했거든. 그래, 그리고 너를 모욕했어. 나를 마녀라고 부르고, 손톱을 하나하나 벗겨내고, 불로 달구어진 꼬챙이로 내 내장을 마구 쑤셨어.
힘겹게 과거의 이야기를 쏟아내다보면,
문득 일렉 주변의 풍경이 이상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상사화:
설득
기준치:
10/5/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네 주변이 이상한 것도 못 알아채고 흐느낀다.)
일렉티오 바시움:(눈물로 얼룩진 네 얼굴을 조심히 닦아주고 나서야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손을 물렸다.) 내가? (악마라는 말부터 마을 사람들의 죽음까지 네 입에 담기면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시선이지만 어느 순간 깨닫고 만다. 확실히 인간이 아니라는걸. 악마의 본성이 서서히 지배하고, 네게 자꾸 시선이 갔다. 그렇지만 분명 자신이 인간을 사랑할리가 없을텐데. 정체성의 혼란으로 어지러우면서도 이상하게 네가 신경쓰였다.)
상사화:(물리는 네 손을 붙잡아 저에게 이끌어 입술을 묻었다. 이렇게 잡기 힘든 것인 줄을 몰랐는데. 눈물이 네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그래, 네가. 그 순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아껴주었던 것은 너밖에 없었어, 일렉티오 바시움. 티오, 내 사랑하는 연인. 내 남편. (어렴풋이 제 귓가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아,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어서 돌아가야해. 난 네가 없으면 안돼.... 제발, 제발.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19
판정결과:
실패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16
판정결과:
실패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말재주 or 설득 판정
상사화:
말재주
기준치:
5/2/1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일렉티오 바시움:(이상하게 끌리는 인간, 밀어내기 어려운 네 행동들.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익숙해서 동시에 제가 인간을 사랑할 수 있던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 네가 속삭이는 것들이 분명 지독히도 익숙한데... 이제 제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묘하게 비어있는 기억의 부분, 그것들이 기묘하긴 했지만 딱 그정도였다.)
상사화:(침묵 속에, 물기 속에 네 모습을 오롯이 담아낸다. 저를 향한 애정이 아닌, 그저, 단순한 악마의 유희정도 되는 흥미만 담은 네 붉은 눈을.) ....안되는 거야...? (하기야, 저에게 너를 설득할만한 힘은 없었다. 늘 네가 저를 먼저 아껴주었으니 제 칭얼거림도,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도 다 들어주었던 거였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시간이 많이 없어. 지금 나랑 안 가면.... 넌, 넌.... (여기있는 상사화와 함께 행복하게 살까.) ...난. (탄식하듯 말을 내뱉었다. 네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던 일렉이 미간을 찌푸립니다.
권태와 악의, 폭력과 태만이 그의 얼굴에서 뒤섞입니다.
익숙한 표정이죠.
그와 함께 한 지난 날 내내,
당신을 보지 않는 일렉의 얼굴에서 항상 찾아왔던 모습이니까요.
다만 그러한 얼굴이 당신을 향할 줄은…….
돌연 날이 어두워지고 돌풍이 불어옵니다.
먹구름이 산을 포복하며 내려옵니다.
소낙비가 장대비로 번져갑니다.
일렉의 그림자가 일그러지더니,
인간이 아닌 다른 것의 모습을 비춥니다.
수 천개의 촉수가 일렁이는,
감히 모습을 묘사할 수 없는 괴물이…….
감당할 수 없는 모습을 본 죄로
당신의 눈에서 핏물이 흐릅니다.
이성 확인
상사화:
SAN Roll
기준치:
31/15/6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상사화, HP -1, 이성 - 5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저런 존재였죠.
인간이 아닌,
인간일 수 없는 괴물.
그 괴물이 자기 자신을 인간으로 칭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지!
드디어 자신이 얼마나 끔찍하고 그악한 존재인지 깨달은 모양입니다.
이제 빨리 저 작자가 당신을 기억하기만 하면 돼요,
저를 사랑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던
그 무도한 인간을 기억해내면 이 고생도 모두 끝입니다.
그러나 일렉이 한손으로 당신의 목을 조릅니다.
당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 하는 눈으로.
낯설기만 한 적의로.
일렉티오 바시움:내가 그녀가 아닌 인간을 사랑할 리가 없는데. 넌 여전히 거짓말을 하네.
저 멍청이.
당신이 그녀라는 걸 아직도 눈치채지 못 한 것 같습니다.
이가 아드득 갈릴겁니다,
상사화, 화가 나지 않나요?
고작 친구가 준 술 하나 잘못 먹고 이 고생을 시켜요?
정말로 이 새끼가 죽고 싶은 걸까요?
눈에 뵈는 게 없나요?
싫다는 사람 부득불 제 저택에 붙잡아둔 건 언제고?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고?
괜스레 서러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 손아귀에서 살아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상사화:(아직도, 그렇게 너에게 토해내고 울부짖었는데도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너를 보면 울화가 치밀었다. 분노는 너에게서, 세상에서, 그리고 이 세상을 창조했을 신에게 돌아갔다. 야속한 신이시여. 내가 그깟 인간들을 잔인하게 죽였다고 저에게 이런 벌을 내리시나이까. 내가 악마를 사랑한 것이, 그리고 그 악마에게서 사랑받는 것이 그렇게 아니꼬웠습니까..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지만 그것보다는 제 심장이 시큰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이미 죽음을 맞이했고 너로 인해 새로운 삶을 움켜진 저는 네가 지금 사랑하는 상사화일 수 있을까? 두 눈을 살포시 감으면 속눈썹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네 손아래, 연약한 숨들 사이로 네게 말을 전했다.) 그래, 난 그녀가 아니야. 그리고 너도, 내가 사랑하던 그 사람이 아니야...
멍청한 일렉티오 바시움.... 마음에 안 들면 죽여. 그리고 가서 네 아내한테 자랑해. 오늘 너와 똑닮은 인간을 죽였다고. 감히 너를 사칭하고 악마의 사랑을 구걸해서, 벌을 내렸다고. (어차피 이 상태로는 원래의 세상에도 돌아가지 못할 거, 차라리 이대로 사랑했던 너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 사이, 해는 완전히 저뭅니다.
문득 당신은 시선을 창 밖으로 내던집니다.
저 아래에서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달빛이 그녀가 걷는 길을 비춥니다.
서둘러 일렉을 향해 돌아오는 그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집니다.
전생에, 당신은 당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당신은 그녀와 마주쳐서는 안 됩니다.
빨리 숨어야만 합니다.
경고가 주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런 속도 모르고…
일렉은 아내가 돌아오는 것이 마냥 기쁜 모양입니다.
일렉티오 바시움:(죽음은 어렵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을 준다면 네 그 연약한 목숨을 거두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아내와 닮은 그 얼굴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다른 이유때문일까. 이상하게도 자꾸 네게 시선이 갔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 차마 너를 죽일 수 없었다. 그녀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는 네 모습, 차라리 죽여라는 네 모습을 보다 손에서 힘을 뺀다.) 놓아줄 테니 나가.
일렉은 당신을 매몰차게 쫓아내며 아내를 맞이하러 갑니다.
상사화:(다시 만난 너와 감격의 재회를 상상 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제와서 제가 무엇을 한들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과거의 저를 만나던 말던, 네가 여기에 남던 말던. 네가 힘을 빼면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고 충혈된 눈으로 너를 노려본다.) 나가게 만들어봐.
일렉티오 바시움:(바닥에 앉아 노려보는 널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집 근처 수풀에 널 던지듯 옮긴다.) 여기 있어.
그녀를 만나기 전에 수풀로 옮겨집니다.
수풀에서 창문 너머로 집 안이 보입니다.
일렉은 창문 너머로 아내를 안고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입니다.
포개진 두 사람의 그림자가 엉깁니다.
과거에 당신은 저런 표정으로 그의 사랑을 받고 있었나요?
부드럽게 풀린 입매,
내리깐 눈동자,
흩어지는 웃음소리…….
당신은 직접 일렉에게 사랑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일렉은 당신의 남편이 되어 당신에게 사랑을 가르쳤습니다.
그래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기지 않는 순환의 고리처럼
당신과 그는 서로에게 사랑을 가르치고,
사랑을 배운 사이입니다.
쉬이 부스러질 행복, 거머쥐지 못 하는 과거가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당신이 결코 지키지 못 한 과거에 대한 애도처럼,
여름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일렉은 창문을 닫습니다.
입을 맞추는 두 사람의 그림자.
울어도 괜찮을 겁니다.
빗물이 눈물을 감춰줄 테니까요.
질투가 나서, 서러워서 우는 울음일까요,
혹은, 그저 앞으로 부서질 행복이 아깝고 안타까워 우는 울음일까요.
상사화:(너에게 던져지다 싶이 수풀에 옮겨지고 나면 가만히 주저앉아서 네 모습을 바라본다. 때마침 여름 소낙비가 찬란했던 햇살을 감추고 제 머리 위로 떨어졌다. 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듯 내리는 소낙비가 제 눈물을 씻겨내려갔다. 빗소리 사이로 이명이 들려왔다. 겨우 초점을 맞추어서 창문 넘어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이는 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왔다.) 사랑해… 사랑해, 티오. (흐느낌 사이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빗물에 이 마음을 담아 너에게 전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발 나에게 돌아와.
그 순간, 일렉이 집에서 나옵니다.
수풀로 다가와서 당신을 찾아냅니다.
몸을 숙여 비를 가려주네요.
다정하게도.
사실은 하나도 다정하지 않으면서.
표정도, 말씨도 사납기 그지없으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하면서
그는, 꺼림칙한 기색으로 말합니다.
주저하듯이. 망설이듯이.
일렉티오 바시움:...왜 신경 쓰일까.
종소리가 또 한 번 울리고
……문득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소낙비 내리는 밤,
잠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며 집 밖으로 나서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모두들 죽었다고 말했어요,
당신 남편이 죽었다고.
당신은 이제부터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당신은 남편이 죽은 줄로만 알고 슬픔을 간신히 버텨내었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오늘이었습니다.
당신의 작디 작은 세상의 종말이 시작되는 날이,
오늘이었습니다.
일렉은 이 곳, 이 시간에서 반드시 사라질 운명입니다.
자, 빨리 그에게 사랑을 속삭입시다.
당신과 일렉은 앞으로,
온전히 행복만을 탐해야 하니까요.
더 이상 일렉을 잃는 불행은 겪고 싶지 않을 겁니다.
지금껏 불행과 불운은 솥에 넘쳐흐를 정도로 많았잖아요.
마지막으로, 그와 당신의 추억을 되살릴 시간입니다.
상사화:(굳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내버려두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비를 막아주는 너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오늘이었을까, 과거의 내가 너를 잃고 제 세상의 종말이 시작된 날이. 이대로 너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미래로 함께 돌아간다면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너의 구속 속에 삶과 죽음을 택하지도 못하고 살아가게 될까. 아니면, 너는 결국 과거의 저에게로 돌아가 이 모든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줄까. 그러다가 너를 만나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미래로 돌아갔을 때 네가 내 옆자리에 없으면 어떡하지. 온갖 불안감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나는 너를 너무나도 미치도록 사랑했다. 그래서 네가 제 옆에 꼭 무조건 있어야만 했다. 그렇지않으면 저는 너무나도 쉽게 바스라 사라질 몸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끝임없이 쏟아졌다. 떨리는 손으로 너를 제 품에 안았다. 힘이 없어 너에게 최대한 가까이 한 체 귓가에 속삭였다.) 애정하는 일렉티오 바시움. 이 세상이 종말하는 날까지 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 내 살이 썩고 문드러져 남은 것이 백골 밖에 없다해도 난 널 사랑할거야. (너에게 사랑을 전하는 이 찰나가 저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어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대로 삶을 마감해도 저는 행복할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 돌아가, 네 아내에게. 그녀를 사랑해줘. 다시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이곳에서 불청객은 나, 혼자였고 내가 없다면 세상은 행복해질테지. 너도, 상사화도. 이제와서 네 마음을 돌이킬 능력도 힘도 시간도 없었으니 너와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일렉티오 바시움:(분명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아내는 분명 집에 있었고, 그 시간이 언제나 아깝지 않은 적이 없었을텐데. 굳이 그 순간 네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창문 너머 너를 보았었다. 이상하게 자꾸 눈에 밟혔다. 분명... 기억을 되짚어 봐도 기시감만 존재할 뿐, 네 존재는 없었는데 왜. 네게 이런 감정을 느낄리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선이 끌려서, 신경이 쓰여서. 걸음이 네게로 향해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뺨을 스친다. 힘없이 안는 널 밀어내지도 않았다. 빗소리를 제외하고는 지독히도 고요한 세상이었다. 저를 사랑한다 고백하면서 돌아가라고 말하는 널 이해할 수 없었다. 제가 다시 떠난다면 울 것 같은 시선을 하고서 그런 말을 내뱉는 네가. 이성이 마비된 것 같았다. 분명 이 상황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그랬다면 애초에 네가 아른거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을 나올 이유도 없었을테니까. 그러니까 이 기묘한 운명의 이끌림에 어쩔 수 없이 네게 이런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한테 할 말은 그것 밖에 없어? (그러니까 욕심나지 않냐고 묻는 질문이었다. 정말로 보낼 수 있냐는 질문. 그렇게 미련남은 시선으로, 애정을 듬뿍 담아 당장이라도 제 심장을 쥐어줄 수 있을 것 같은 눈을 하고서 후회없는 말이냐고 다시 물었다.)
상사화:(너에게 돌아가라고 했던 이유는 아마도 너에게 제 옆에 남아달라고 했는데 네가 거부했을 때의 일을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이대로 너의 행복을 빌어주고 사라지는 것이 편안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너를 바라볼수록 너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아니, 돌아가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는 너를, 오히려 애정을 듬뿍 담은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너를 붙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냐, 아냐. 사실 무서워, 티오. 네가 날 떠날까봐. 또다시 혼자가 될까봐. 난 네가 없으면 안되는데…. 난 이제 너 없이는 못 사는 존재가 되어버렸는데! (흐릿한 녹안으로 널 온전히 시야에 담아낸다. 이게 마지막일까?) 그렇지만 지금의 넌 나보다 그녀를 더 사랑하잖아. 이곳에서 너는 행복하잖아…. 내가 어떻게 그 곳에 끼어들 수 있을까. (인간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이 순간 마저 저는 너에게 입을 맞추고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너의 품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허탈하게 웃음을 내뱉었다.) ...사실은 네가 나에게 돌아왔으면 좋겠어. 제발... 나는 네가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어.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이미 너는 다시 한번 저에게로 돌아왔고, 나는 너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있어서. 너에게 다시 한번 사랑을 구걸할 수 밖에 없었다.)
말재주 or 설득 판정
상사화:
설득
기준치:
10/5/2
굴림:
14
판정결과:
실패
종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당신을 바라보는 일렉의 표정이 변합니다.
혼란스럽던 시선에 애정이 들어차고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일렉티오 바시움:미안해, 상사화. (모든 기억이 되돌아옴과 동시에 제가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붉어져 있는 네 목덜미를 문지르고 조심히 뺨을 감싸쥐고 입을 맞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술을 마시지 말 걸 그랬나봐. 내가 어떻게 널. (네게 함부로 대했던 순간들을 잊고 싶었다. 감히 어떻게 네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아무리 기억이 없다하더라도 제 마음은 분명 네게로 향했을텐데.) 잠시라도 널 잊은 날, 네게 상처준 날 용서해줘.